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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PC방 60% 감염… 사상 최대 ‘악성코드 습격사건’

    전국 PC방 60% 감염… 사상 최대 ‘악성코드 습격사건’

    전국 PC방에 있는 약 77만대의 컴퓨터 중 60%에 해당하는 46만여대가 사기도박단이 심어 놓은 악성코드에 감염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2009년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당시 감염된 27만대, 2011년 3·4 디도스 사건 때 10만대 등을 크게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용의자들이 악성코드를 심은 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PC(좀비PC)를 사기도박이 아닌, 국가 기반시설이나 금융기관 전산망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에 사용했더라면 대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17일 인터넷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로 악성코드 제작자이자 사기도박 총책인 이모(36)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사기도박 작업장을 운영한 천모(42)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전 총책 양모(35)씨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유명 사립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하고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이씨는 벤처 사업가인 양씨와 함께 도박 사이트 이용자의 패를 볼 수 있는 악성코드를 만들어 이를 전국 PC방 중 7459곳의 46만 6430대에 심어 사기도박의 좀비 PC로 썼다. 전국 PC방 1만 1000곳에 있는 컴퓨터 약 77만대의 60% 수준에 해당한다. 정보기술(IT) 개발사업을 하다 양씨에게 8억원의 빚을 진 이씨는 양씨의 사주로 도박 사이트 이용자의 패를 볼 수 있는 악성코드를 제작했다. 이들은 2012년 전국 PC방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관리 프로그램을 5억원에 인수해 이 프로그램이 전국의 PC방에 자신들이 제작한 악성코드를 전파하도록 조작했다. 이씨 등은 이후 최근까지 4년 동안 인천에 작업장 2곳을 마련해 도박 사이트 이용자의 패가 보이는 화면을 보면서 사기도박을 벌여 4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 악성코드는 4년 동안 경찰은 물론 컴퓨터 백신에도 적발되지 않은 채 유지돼 왔다. 이들은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지 않고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개별 컴퓨터 램(RAM) 메모리에 악성코드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방식을 이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PC방 컴퓨터는 개인 컴퓨터만큼 백신을 자주 업데이트하지 않는 등 관리가 소홀한 것도 이씨가 만든 악성코드가 장기간 광범위하게 확산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금융정보를 탈취하거나 디도스 공격에 악성코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장묵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PC방 관리 프로그램 자체가 해킹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백신 프로그램이 악성코드를 PC방용 기본 프로그램으로 인지했을 것”이라며 “특히 PC방은 컴퓨터가 24시간 내내 켜져 있기 때문에 디도스 등 각종 공격에 이용될 여지가 더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등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PC방 관리 프로그램이 해킹 등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PC방 이용자들도 백신 프로그램으로 감염 여부를 사전에 검사하고 이용 후에는 사용 흔적을 삭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자전 영화 욕심에… 숀펜 만났다 꼬리 잡힌 ‘마약왕’

    자전 영화 욕심에… 숀펜 만났다 꼬리 잡힌 ‘마약왕’

    지난해 7월 교도소에 1.5㎞ 길이의 땅굴을 뚫어 영화 같은 탈옥에 성공했던 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키 작은 사람이라는 뜻) 호아킨 구스만(58)이 6개월 만에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게 됐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짜 영화로 만들 욕심에 할리우드 영화배우를 만났다가 은신처가 노출돼 꼬리가 잡혔다. CNN은 “운 좋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으나 그의 엉뚱한 허영심이 결국 화를 불렀다”고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해군은 지난 8일(현지시간) 서북부 시날로아주 로스 모치스의 한 가옥을 급습해 구스만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그가 이끄는 마약 조직 ‘시날로아’의 근거지다. 아렐리 고메스 멕시코 검찰총장은 “구스만이 자신의 전기영화를 만들려고 영화배우, 제작자들과 접촉했다가 수사당국에 위치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정보당국의 감청을 피하려고 하루에 한두 번씩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썼지만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수사망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1980년대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 ‘과달라하라’에 몸담았던 구스만은 1993년 체포돼 멕시코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01년 빨래 바구니 속에 몸을 숨겨 탈출했다. 이후 새 조직 ‘시날로아’를 만든 뒤 멕시코 마약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가 넘는 재산을 모았다. 2014년 다시 멕시코 교도소에 수감된 그에게 할리우드 관계자들로부터 “당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쏟아졌다. 한껏 고무됐던 구스만은 지난해 두 번째 탈옥 후 꿈을 실현할 요량으로 변호사를 통해 멕시코 유명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와 접촉했다. 멕시코 드라마에서 마약상 역할을 해 잘 알려진 카스티요는 구스만 영화의 감독 겸 남자 주인공으로 유명 배우 숀 펜을 추천했고 둘 간의 만남도 주선했다. 구스만이 체포된 다음날인 9일 미 대중지 ‘롤링스톤’은 펜과 구스만의 만남을 자세히 소개했다. 펜에 따르면 구스만은 지난해 10월 멕시코의 한 산꼭대기 밀림 지역에 자신을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7시간에 걸쳐 마약 밀매에 나선 계기, 탈옥과 도주 경위 등을 털어놨다. 구스만은 6살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오렌지와 음료수를 팔았지만, 형편이 나아지지 않자 15살에 마리화나와 양귀비 재배에 손을 댔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선 이것(마약 밀매)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서 “내가 이 일에 뛰어들지 않았어도 다른 누군가가 내 역할을 했을 것이기에 세계 마약 시장은 지금과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비극적 말로를 언급하며 “사살되지 않고 (천수를 누리다) 자연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잡지에 구스만과 찍은 사진을 제공하고 인터뷰도 직접 쓴 펜은 “구스만을 만날 당시 DEA가 우리 동선을 추적할 것이라는 점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세 번째로 감옥에 들어간 구스만은 앞으로 탈옥을 꿈꾸기 어려울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거부해 왔던 것과 달리 멕시코 정부가 이번엔 구스만의 미국 인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세상 밝힌 시민 영웅들 “새해엔 ‘배려사회’ 되길”

    세상 밝힌 시민 영웅들 “새해엔 ‘배려사회’ 되길”

    2015 을미년(乙未年)에도 서울신문 지면에는 밝은 내일의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조명됐다. 만취 뺑소니범을 붙잡은 용감한 택시기사 박실하(56)씨,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지도를 만드는 대학생 김찬기(23)씨, 구직자들을 돕기 위한 사진관을 운영한 기획자 조예인(33·여)씨, 최초로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44·네팔) 위원장 등이 그들이다. 올 한 해 어느 때보다 격하게 사회적 갈등이 분출됐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9일 그들이 만나 2015년을 돌아보고 2016 병신년(丙申年)의 희망을 얘기했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저는 별로 한 게 없는데…. 저는 사회를 바꾸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니라 잠깐 좋은 일을 한 것뿐이어서 여기 와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가장 연장자인 택시기사 박실하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자격이 안 된다”며 만남에 나오길 거부했던 그다. 박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인도네시아대사관 앞 횡단보도에서 30대 남자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을 끝까지 쫓아가 붙잡은 ‘시민 영웅’이다.<서울신문 12월 2일자 14면> 원효대교를 건너 2.9㎞의 도로를 달린 끝에 몸싸움을 벌여 20대 뺑소니범을 붙잡은 박씨는 영등포경찰서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제 얘기가 보도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술에 약간 취한 승객이 택시에 탔는데, 뺑소니범 붙잡은 택시기사 이야기를 아느냐고 저한테 묻더군요. 신문 기사에서 봤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집사람이 저런 일 생기면 절대 따라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 택시기사가 바로 저라고 하니까 그분이 깜짝 놀라면서 ‘제가 영웅이 모는 택시를 탔네요’ 하며 신기해하더군요.” 이 일로 박씨는 회사로부터 꿀맛 같은 2박 3일의 휴가를 받아 얼마 전 아내와 제주도를 다녀왔다. “한 달에 26일을 일하다 보니 잠시 짬 내서 여행 가는 건 꿈도 꾸기 어려웠어요. 오랜만에 집사람도 숨통 좀 트였다고 좋아하더군요.”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김찬기씨는 서울신문 보도 이후 누구보다 바쁜 삶을 보내고 있다. ‘장벽 없는 지도’를 뜻하는 ‘BFM’(Barrier Free Map)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한 김씨는 장애인들을 위해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턱과 계단이 없는 상점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기기용 애플리케이션(앱) 지도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서울신문 10월 27일자 29면>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보도된 뒤 각종 경진대회에서 상이란 상은 죄다 휩쓸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마련한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창업 아이디어 부문 상위 15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서 우수 아이디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회사를 차리고 장애인 인권을 위한 사업을 시작한 것은 큰 도전이었죠.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사업을 키워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그는 전국을 무대로 한 장벽 없는 지도 앱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근무하는 조예인씨는 ‘엉뚱한 사진관’을 차려 ‘뒷모습 증명사진’ 프로젝트를 운영했다.<서울신문 11월 17일자 29면> “카메라를 갖고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자기 자신을 돌아보자’, 뭐 이런 취지로 뒷모습을 찍으면 어떨까 하는 사진작가들의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색다른 프로젝트 소식에 항공사 승무원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 떡볶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 심지어 영정 사진을 찍으러 온 백발노인 부부까지 사진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씨는 “원래는 5일 정도 이벤트를 해 100명 정도만 촬영하려고 했는데 서울신문 보도 이후 문의와 신청이 쇄도해 결국 500명 이상의 뒷모습을 찍게 됐다”고 전했다. 조씨는 여세를 몰아 내년 1월 이번에 촬영한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어 사람들의 뒷모습 사진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신없이 ‘스펙 사회’를 질주하면서 평소 돌아보지 못했던 자아를 ‘낯선 나’(뒷모습)를 통해 확인해 볼 기회를 2030세대 청년들에게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여러 세대가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죠. 청년들과 젊은 사진작가들을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 행사를 계속 기획하고 싶습니다.” 10년에 걸친 한국 정부와의 소송 끝에 합법 노조로 인정받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조합 위원장 우다야 라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서울신문 8월 26일자 27면> 라이는 충남 논산의 한 채소 농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3명이 월급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대전고용노동청에 알려 해결해 줬다. “합법 노조가 되기 전에는 ‘불법 노조’라며 지방 고용노동청에서도 이야기를 잘 안 들어줬어요. 각 사업장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호소할 데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서 노동청에서도 귀를 기울여 주니 너무 좋아요.” 이주노조에 대해 조금은 달라진 대우가 신기할 정도로 고맙다는 라이는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도 내비쳤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 노동자 모두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관심을 부탁했다. 특별했던 2015년을 보낸 네 사람의 새해 소망은 뭘까. 박씨는 올해 실패한 금연을 새해 목표로 다시 잡았다. 김씨와 라이는 가족의 건강이 최고의 희망이라고 했다. 조씨는 “꾸준한 다이어트로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게 새해 목표”라고 했다. 박씨는 내년에 희망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으로 ‘배려가 충만한 사회’를 꼽았다. “운전하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되죠. 자기는 남의 차로에 거칠게 끼어들면서 남이 끼어들라치면 화를 내는 건 기본이고, 무단횡단을 했으면서 운전자에게 되레 화를 내기도 하죠. 서로들 으르렁거리지 않고, 작은 배려를 실천해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네요.” 라이는 “정부가 서민들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씨와 조씨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을 예로 들며 ‘정(情)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랐다. “드라마를 보면 같은 동네 이웃들끼리, 친구들끼리 친하잖아요.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고. 요즘 타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지고 개인의 삶이 팍팍하다 보니 지나치게 ‘나’ 위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조금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한 해가 됐으면 해요.”(김씨) “드라마 ‘응팔’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정이 담겨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단순히 1980년대 말 상황을 재현해서 시청률이 높은 게 아니라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들이 오이 소박이를 나눠 먹고, 김장을 함께 담그는 인간적인 모습을 많은 사람이 그리워하기 때문이 아닐까요.”(조씨) 지나온 희망과 맞이할 희망을 함께 얘기하며 어느덧 가까워진 네 사람은 내년에 또 만나기로 약속했다. 오늘 나눈 얘기들이 얼마나 실현됐는지, 또 오늘 그려본 희망들은 얼마나 커졌는지를 다시 얼굴을 보며 확인해 볼 참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국내 처음으로 타인 췌도 이식해 당뇨병 완치 성공

    국내 처음으로 타인 췌도 이식해 당뇨병 완치 성공

     국내 의료진이 다른 사람의 췌도를 이식해 당뇨병을 완치하는데 성공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췌도이식팀(내분비내과 윤건호·이승환·양혜경, 외과 홍태호, 영상의학과 최병길 교수)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박모(60세)씨에게 뇌사자의 췌도를 단독으로 이식한 뒤 인슐린 투여를 중단해 당뇨병을 완치시키는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다른 사람의 췌도를 이식하는 동종 췌도이식 후 3번째 만에 당뇨 환자에게 1대 1로 췌도를 이식, 당뇨병을 완치시켜 외부에서 인슐린 투여를 중단한 첫 사례다. 환자 박씨는 30년 전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아 하루 4회 인슐린을 주사로 투여하고, 매일 7회 이상 혈당을 측정하는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저혈당 및 저혈당 무감지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2008년부터 췌도이식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의료진은 지난달 11일 뇌사자가 기증한 췌장에서 이식에 적합한 고순도 췌도를 분리, 환자의 간문맥 내로 이식을 진행했다.  동종 췌도 단독이식 후 환자는 합병증 없이 퇴원했으며, 수술 전까지 투여하던 1일 30~50단위의 인슐린을 모두 중단하고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췌도 이식 후 인슐린 투여를 전면적으로 중단하기 위해서는 2~4회의 반복이식이 필요하며, 이 환자처럼 하나의 췌장에서 분리한 췌도를 1대 1로 이식해 인슐린을 중단한 경우는 해외에서도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주로 환자 자신의 췌도를 이식하거나 신장 이식 후 다른 사람의 췌도를 받는 동종 췌도이식을 시행해 왔을 뿐 기증 받은 췌도만을 단독으로 이식하는 동종췌도 단독이식은 매우 드물며 성공 사례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  앞서, 저혈당 무감지증으로 2013년 국내 처음으로 뇌사자가 기증한 동종 췌도를 단독 이식한 여성 당뇨환자(59)는 이식 후 자체 인슐린 분비가 가능해졌으며, 심각한 수준의 고혈당 및 저혈당 빈도가 크게 감소하고, 저혈당 무감지증도 완전한 수준으로 호전됐으나 인슐린은 여전히 투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췌도 이식의 새로운 가능성 당뇨병은 췌장의 췌도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아예 분비되지 않는 병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부족한 인슐린의 분비를 강화하거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제를 사용한다. 이 중 제1형 당뇨병과 제2형이라도 인슐린 분비량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 또 당뇨병이나 다른 질환으로 췌장을 제거한 경우 외부에서 인슐린을 투여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철저한 관리와 함께 인슐린을 규칙적으로 투여해도 일부 환자에서는 극심한 저혈당과 고혈당이 반복되어 나타나거나 반복적으로 저혈당에 노출되면서 저혈당 무감지증이 발생해 당뇨성 혼수에 빠지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뇌사자가 기증한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건강한 췌도세포를 분리해 환자의 간문맥에 주입하는 췌도이식을 시행하게 된다. 이렇게 치료하면 자체적으로 인슐린 생산 및 분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혈당 발생이 줄거나 없어지고 혈당이 안정된다. 또 다른 장기이식과 달리 전신마취 없이 중재시술을 통해 이식이 이뤄진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세포를 이식하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면역억제제 중 상당수는 약제가 혈당을 높이는 부작용을 가졌거나 이식된 췌도세포에 나쁜 영향을 줄 위험이 있다. 또 췌도이식은 고형 장기이식과 달리 반복이식이 필요하며, 생체이식 대신 오직 뇌사자의 췌도만 이식할 수 있어 치료 대상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뇌사자의 췌장을 확보하더라도 분리한 췌도의 수량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이식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동물췌도 캡슐이식 기술에 도전 이 병원 이식팀은 이처럼 면역억제제 사용 및 장기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의 췌도세포를 면역보호막으로 둘러싸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한 끝에 기존 캡슐보다 생체적합성이 뛰어난 캡슐을 개발, 쥐와 개를 이용한 동물시험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췌도이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췌도를 캡슐 안에 탑재해 수명을 연장시키고, 면역보호막으로 둘러싸 기존 췌도이식과 달리 면역억제제를 따로 복용하지 않도록 한 것. 이를 위해 이식팀은 키토산과 알긴산을 이용한 캡슐을 제작해 쥐와 개에 이식하고 1년 이상 변화를 관찰해 성과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돼지의 췌도를 분리해 당뇨병을 유발한 쥐에 이종캡슐화 췌도이식을 한 결과, 면역억제제 없이 1년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당뇨병을 유발한 비글견에 캡슐 동종췌도를 이식한 시험에서도 비글견 3마리가 이식 후 최장 231일까지 인슐린 없이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당뇨병 중동물 모델에서 이식 후 인슐린 없이 유지시킨 기록으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긴 기간이다. 또 이식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복강 내를 관찰한 결과, 캡슐이 주변 조직과 유착하지 않을만큼 생체적합성도 뛰어났다. 윤건호 교수는 “공여 장기의 부족, 면역억제제 부작용과 부담스러운 비용 등으로 동종췌도 이식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운데 캡슐화 췌도이식 기술에 이종 췌도세포를 접목시켜 무균돼지에서 분리된 췌도를 이식원으로 사용하거나, 이종췌도를 면역차단 캡슐화해 면역억제제 없이 이식할 수 있다면 당뇨병 치료에 매우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췌도이식 환자는 다른 장기이식 환자와 달리 산정특례 혜택 및 면역억제제 급여 처방이 불가능해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큰 문제가 있고, 분리된 췌도를 이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이식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외국과 달리 수량이 적다는 이유로 기증받은 췌도를 전량 폐기해야 해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영화 多樂房] ‘라스트 탱고’

    [영화 多樂房] ‘라스트 탱고’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다큐멘터리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1999)과 ‘피나 3D’(2011)가 공히 성취해 낸 것은 다큐멘터리의 스펙트럼을 넓힘으로써 이 장르가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의 진폭을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벤더스가 제작을 맡은 ‘라스트 탱고’는 비록 연출작들만큼의 과감함은 덜하지만, 그의 다큐들에서 봐 왔던 솔직함과 상상력이 그대로 담겨 있다. ‘어 트릭 오브 더 라이트’(1995) 스태프로 시작해 약 20년간 벤더스와 함께 작업하면서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성장한 게르만 크랄은 영화 내내 탱고의 강렬함과 우아함을 전달하며 가슴을 뜨겁게 한다. 마리아 니브 리고, 후안 카를로스 코페스는 탱고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커플로 기억되는 댄서들이다. ‘라스트 탱고’는 50년간 계속되었던 두 사람의 춤사위와 굴곡진 인생을 함께 반추해 나간다. 삶이 춤이었고, 곧 사랑이었던 젊은 시절부터 부침을 계속했던 관계 속에 춤으로 애증을 표현했던 나날들까지, 가감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애절하게 스크린을 수놓는다. 부부로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성격 차를 극복하기 어려웠지만, 완벽한 파트너로서의 운명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던 두 사람은 반 세기 동안 함께 탱고의 역사를 써내려가며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다. 오래된 영상 자료들을 통해 만나는 그들의 앙상블은 다른 커플들이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운 경지에 도달해 있다. 매끈한 몸매와 우아한 얼굴을 가진 마리아는 까다로운 리듬도 경쾌한 스텝으로 소화해 내고, 중후한 멋을 가진 후안은 완벽한 타이밍으로 그녀를 리드해 간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합을 맞춰 움직이는 두 사람의 춤은 불변의 수학 공식이나 엄격하게 연주한 바흐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후미진 클럽에서나 추던 탱고를 예술 공연으로 승화시켰다는 그들의 명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라스트 탱고’는 형식적으로도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 댄서들이 직접 인터뷰어로 등장해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두 선배의 만남과 이별을 탱고로 재연하는 등 뮤지컬 영화와 다큐를 혼합한 독특한 양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졌던 당시를 극화한 춤은 매우 인상적이다. 댄서들은 갈등의 불꽃을 격렬하면서도 절도 있는 안무로 표현해 내는데, 마리아와 후안의 실제 이야기가 녹아 있다는 점에서 리얼리티가 강하게 느껴진다. 루이스 보르다, 리디아 보르다 남매를 비롯한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OST는 댄서들의 동작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러닝 타임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화려하지만 결코 과시하지 않는 탱고의 매력을 이들의 음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위대한 탱고 커플에 대한 오마주를 넘어 예술과 예술가들을 사랑하는 모든 후세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불어넣을 다큐멘터리다. 31일 개봉. 12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외상전문의 없는 군병원… 그들이 민간병원 찾은 이유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외상전문의 없는 군병원… 그들이 민간병원 찾은 이유

    지난해 6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중 지뢰를 밟아 부상한 곽모(28) 중사와 지난 9월 수류탄 폭발 사고로 손목을 잃는 중상을 당한 손모(19) 훈련병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곽 중사 치료비는 총 1950만원인데 건강보험 부담금 120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을 자비로 부담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불모지 단체보험’ 급여 330만원을 이미 지급했고, 공무상 요양비와 맞춤형 복지 단체보험 보험금 신청도 가능하다는 입장인데요. 부대원과 지휘관 격려비로 1100만원을 전달했기 때문에 치료비 자비 부담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부대원 격려비’는 국가가 내주는 돈이 아니라는 겁니다. 곽 중사의 어머니에 따르면 처음에는 부대 중대장이 급히 적금을 깨서 치료비 68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곽 중사의 어머니는 이후 자비로 그 돈을 갚았고 최종적으로 750만원을 쓰게 됐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10월 29일 개정된 ‘군인연금법 시행령’이었습니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공무상 요양비 지급 기간을 기존 최대 30일에서 2년으로 대폭 늘리고 1년 단위로 연장 가능하게 했습니다. 곽 중사 가족은 군이 아군 ‘M14 대인지뢰’를 밟았다는 이유로 공무상 부상자인 ‘공상자’로 처리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군이 규정을 들어 적과의 교전 과정에서 부상한 ‘전상자’ 처리를 해 주지 않자 가족은 일단 군인연금법 시행령 개정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시행령에 소급규정이 없어 곽 중사는 예전과 같이 30일밖에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소급 내용을 포함한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개정안 통과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손 훈련병의 의수 제작에 2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원금은 800만원에 불과해 또 비난 여론이 일었습니다. 엄지와 중지, 검지 세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의수도 제작비용이 2100만원인데 턱없이 적은 금액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정부와 군은 뒤늦게 의수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연말까지 부상 장병 지원 대책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자 가족, 군병원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많은 분이 곽 중사와 손 훈련병의 진료비 지원 문제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여기서 또 하나,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민낯을 드러낸 부실한 군 의료체계 문제입니다. 군은 지속적으로 군병원 진료를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손 훈련병 가족이 거부했습니다. 손 훈련병은 현재 대구 북구 학정동의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군은 “본인이 원해서 민간병원을 갔으니 건강보험 부담금 외의 진료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국군수도병원에 재활 기능이 갖춰져 있는데 왜 민간병원을 가느냐”는 타박으로 들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손 훈련병과 가족이 민간병원에서 계속 치료받고 싶다고 주장한 데는 주변에서 충분히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손 훈련병은 최초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9시간가량 파편 제거 및 손목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 달 정도 치료를 받다가 “국군대구병원에서 심리치료와 부서진 치아 임플란트가 가능하다”는 군 관계자의 말을 듣고 대구병원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병원 분위기에 크게 실망했다고 합니다. 손 훈련병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정신과 진료 결과 우울증 지수가 너무 높아 심리치료가 불가능하고 임플란트도 안 되니 수도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군병원에 대한 믿음이 깨졌습니다. 현실적으로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데 멀리 있는 군병원으로 가라는 얘기가 달갑게 들릴 리 없습니다. 실제로 손 훈련병의 어머니는 군의 권유에도 “대구병원과 다르다고 하지만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구에서 경기도로 가면 혼자 남을 고1 딸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칠곡경북대병원으로 갔습니다. 곽 중사도 상황은 좀 달랐지만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곽 중사는 지난해 6월 사고 당시 급히 민간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국군춘천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지뢰 사고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강원대병원으로 다시 이송됐습니다. 골절 치료, 피부 이식 등 5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부대에 복귀한 상태지만 앞으로도 추가 수술이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외상 수술도 하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한 이에게 군병원에 대한 신뢰가 생길 리 없습니다. 지난 8월 북한군 목함지뢰에 양쪽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도 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특수외상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부족해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바 있습니다. 군의 부실한 외상 환자 치료 체계는 심각한 인력 부족에서 비롯됐습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문계약직 의사 채용제를 통해 민간 전문의 180명을 모집하려 했지만 제도 시행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제로 채용한 인원은 4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원자가 모자라 예산을 불용처리할 수밖에 없게 되자 정원을 줄이는 고육책까지 썼습니다. 현재는 정원이 56명이지만 이것마저 채우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심각한 외과 전문의 부족 현상… 왜 현재 수도병원에서 일하는 전문계약직 외과 전문의 연봉은 1억 1500만원입니다. 같은 경력의 의사가 수도권 사립대병원으로 옮기면 연봉이 1억 9000만원으로 올라가고 수술 시 인센티브까지 제공합니다. 국립대병원에서도 1억 5000만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군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한 전문의 42명 가운데 38명이 군 최상위 의료기관인 수도병원에 근무하고 있어 지역 거점 군병원은 외상 환자를 받을 여력조차 없습니다. 수도병원에서 근무하는 외상 전문의 가운데 총상이나 지뢰 사고 등 특수외상 수술이 가능한 외과 전문의는 1명, 흉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전문의도 각각 1명에 불과합니다. 외상 복원성형을 할 수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는 없습니다. 민간병원도 외과 전문의가 부족해 아우성인데 처우도 낮은 군 의료기관에 인력이 몰릴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2011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수도병원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간호인력도 서울시립보라매병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병원과 비교해 28.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군 의료체계 돌아보고 철저히 점검해야 국방부는 1000억원을 들여 수도병원 내부에 분당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국군외상센터(가칭)를 설치한다는 계획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10명을 파견하고 100병상 규모를 갖춘다고 합니다. 2018년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정부 내부에서도 마찰이 일었습니다. 당장은 센터 건립에 목매야 할 상황이어서 수술 기능도 갖추지 못한 지역 거점 군병원은 기능을 강화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원칙적으로 사고나 전투로 부상을 입은 장병은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군병원을 거부하는 이유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무료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으니 군병원으로 오라”고 독촉하기 전에 국민들의 싸늘한 민심을 돌아봐야 합니다. 군병원에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워 환자를 민간병원으로 보내고, 규정이 미비해 진료비 전액을 부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junghy77@seoul.co.kr
  • 日 ‘위안부 왜곡 서적’ 美 학계에 배포

    일본 우익세력이 최근 미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을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서적들을 전방위로 배포하면서 과거사 왜곡 시도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워싱턴 등 미국 주요 대학에서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교수와 학자, 전문가들에게 위안부 문제가 조작됐다는 내용이 담긴 두 권의 서적이 배포되고 있다. 배포되는 책은 일본 우익을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이 제작한 ‘역사전쟁’과 반한(反韓) 활동으로 한국 입국이 거부된 적이 있는 오선화 다쿠쇼쿠대 교수가 쓴 ‘극복하기: 왜 한국은 일본 때리기를 중단해야 하는가’이다. 지난달부터 집중적으로 배포된 두 권의 책에는 일본의 대표적 우익 인사인 이노구치 구니코 참의원의 서한이 첨부돼 있어 일본 우익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시사한다. 산케이신문의 ‘역사전쟁’은 미국 내 한국·중국 관련 단체들이 위안부 문제를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에 비유하며 이를 미 공립 교과서에 반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또 “일본 정부가 한국 여성을 강제로 동원한 적이 없는데도 이들이 강제로 성노예가 됐다는 잘못된 사실이 전 세계로 유포되면서 일본인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일본의 국익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특히 ‘성노예’라는 용어를 공식 사용하는 미국을 ‘일본의 적’으로 규정하며 미국의 입장을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두 책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수백명의 교수와 학자, 전문가들에게도 발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8권이나 받았다”며 “이 서적들은 미국은 물론이고 호주와 일본,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지에 있는 동료 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배포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랑을 잃은, 사랑을 잊은 이들이 읽었으면”

    “사랑을 잃은, 사랑을 잊은 이들이 읽었으면”

    다음달 개봉을 앞둔 유승호·고아라 주연의 영화 ‘조선 마술사’의 원작이 나왔다. 소설가 김탁환(47)과 PD출신 기획자 이원태(47)가 결성한 창작집단 원탁의 장편소설 ‘조선 마술사’(민음사)다. ‘조선 마술사’는 중국 열하에서 어깨 너머 배운 마술로 조선 최고의 마술사가 된 환희와 왕의 딸 청명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렸다. 조선의 밤은 환희의 세상이다. 사람들은 환희의 손짓 한 번에 울고 웃는다. 청명은 우연히 환희의 마술쇼가 벌어지는 곳을 찾게 된다. 처음 보는 마술에 당황한 나머지 즐기기는커녕 시큰둥해하며 마술 판의 흥을 깬다. 환희는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청명에게 재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고, 환희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다시 만난 청명에게 빠져든다. 김탁환은 “사랑을 썼다”고 했다. “쓰면서 기억과 감각과 생각이 달라져 자꾸 고쳤다. 연인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사랑을 잃은 이들과 사랑을 잊은 이들이 음미했으면 싶다. 사랑 없이 살겠다는 안타까운 결심을 굳히기 전에 등대 불빛처럼 어서 가 닿았으면 한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청나라 열하를 여행하고 쓴 ‘열하일기’의 ‘환희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환희기’는 열하 장터에서 본 요술들을 기록한 부분으로, 조선시대에도 마술사가 있었다는 기록이 짧게 나와 있다. 김탁환은 “소설을 구성하고 퇴고하는 5년 동안 ‘열하일기’를 계속 읽었다”고 했다. 이원태는 “‘열하일기’에서 조선시대에도 마술사가 있었다는 기록을 발견한 나와 김탁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며 “이건 대단한 이야기가 될 거다, 책을 넘어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뮤지컬이 될 재목이며, 국경과 시간을 넘어 모두를 웃기고 울리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했다. ‘조선 마술사’는 지난해 11월 나온 장편소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에 이어 원탁이 내놓은 무블(movel)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무블은 영화(movie)와 소설(novel)을 합한 조어로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을 의미한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번 소설은 웹소설로도 만들어졌다. 지난 9월 30일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공개돼 한 달 동안 7만 뷰를 기록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최고의 마술사 환희의 운명작 사랑 ‘조선 마술사’

    최고의 마술사 환희의 운명작 사랑 ‘조선 마술사’

     다음달 개봉을 앞둔 유승호·고아라 주연의 영화 ‘조선 마술사’의 원작이 나왔다. 소설가 김탁환(47)과 PD출신 기획자 이원태(47)가 결성한 창작집단 원탁의 장편소설 ‘조선 마술사’(민음사)다.  ‘조선 마술사’는 중국 열하에서 어깨 너머 배운 마술로 조선 최고의 마술사가 된 환희와 왕의 딸 청명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렸다. 조선의 밤은 환희의 세상이다. 사람들은 환희의 손짓 한 번에 울고 웃는다. 청명은 우연히 환희의 마술쇼가 벌어지는 곳을 찾게 된다. 처음 보는 마술에 당황한 나머지 즐기기는커녕 시큰둥해하며 마술 판의 흥을 깬다. 환희는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청명에게 재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고, 환희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다시 만난 청명에게 빠져든다.  김탁환은 “사랑을 썼다”고 했다. “쓰면서 기억과 감각과 생각이 달라져 자꾸 고쳤다. 연인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사랑을 잃은 이들과 사랑을 잊은 이들이 음미했으면 싶다. 사랑 없이 살겠다는 안타까운 결심을 굳히기 전에 등대 불빛처럼 어서 가 닿았으면 한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청나라 열하를 여행하고 쓴 ‘열하일기’의 ‘환희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환희기’는 열하 장터에서 본 요술들을 기록한 부분으로, 조선시대에도 마술사가 있었다는 기록이 짧게 나와 있다. 김탁환은 “소설을 구성하고 퇴고하는 5년 동안 ‘열하일기’를 계속 읽었다”고 했다. 이원태는 “‘열하일기’에서 조선시대에도 마술사가 있었다는 기록을 발견한 나와 김탁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며 “이건 대단한 이야기가 될 거다, 책을 넘어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고 뮤지컬이 될 재목이며, 국경과 시간을 넘어 모두를 웃기고 울리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했다.  ‘조선 마술사’는 지난해 11월 나온 장편소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에 이어 원탁이 내놓은 무블(movel)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무블은 영화(movie)와 소설(novel)을 합한 조어로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을 의미한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번 소설은 웹소설로도 만들어졌다. 지난 9월 30일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공개돼 한 달 동안 7만 뷰를 기록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시론]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은 여러 국제 인권 협약의 당사국이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자유권규약’(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한 규약)이다. 유엔인권위원회(이하 유엔)는 이 규약을 각 당사국이 준수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위반 사항에 대해 권고하는 정기심사를 4~5년에 한 번씩 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심사를 받는 해였고, 실제 심사는 지난달 22~23일 실시됐다. 대한민국과 관련해서는 보통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 거부자 문제가 주로 거론되는데, 이번에는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에 대해 강력한 권고를 내렸다. 진실인 언사에 대해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가하지 않을 것(형법 307조1항)과 통신자 신원 파악을 영장 없이 할 수 있는 통신자료 제공(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유엔은 오래전부터 권위주의 정부들이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이용해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위험 때문에 명예훼손을 비(非)형사화할 것을 권고해 왔다. 여러 차례 권고를 거듭하던 유엔은 2011년 일반논평 34호를 발표, 모든 자유권규약 회원국들에 명예훼손의 비형사화를 고려하고 명예훼손에 대한 징역형, 진실에 대한 모든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 이후 처음으로 올해 대한민국에 이를 준수할 것을 다시 권고한 것이다. 2008년 이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제작진 수사를 필두로 천안함 사건, 세월호 참사, 대통령 가족사 등 공적 사안에 대해 정부가 국민의 입을 막은 수많은 사례들이 참여연대에 의해 유엔에 보고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미국 인권·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 조사에서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부분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유엔은 진실 명예훼손 폐지에서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 발설한 진실만을 보호하는 우리나라 법은 불충분하다고 확실히 천명했다. 즉 진실은 그것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든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로 가뭄에 단비 같은 권고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진실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사례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너무나 많다. 2004년에 임금을 체불한 고용주의 업장 앞에서 임금체불 사실을 적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고, 의약품 대리점이 제약회사들의 갑질을 고발하는 팩스를 언론 등 관련 기관에 팩스로 보낸 것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2013년~지난해 아파트 노인회 간부가 회원들을 상대로 폭언 및 폭행을 하여 동행자가 폭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피해 회원이 인터넷에 당시 상황을 거짓 없이 올린 글에 대해 역시 유죄가 나왔고, 군소 기업에서 경리로 일하던 여직원이 고용주의 언어폭력에 못 이겨 퇴사하면서 고용주의 만행을 적은 유인물을 사무실 주변의 자주 다니던 식당 직원들에게 배포했다는 이유로 역시 명예훼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피켓이나 팩스의 내용, 인터넷 글이나 유인물에 어느 것 하나 허위라고 밝혀진 것도 없었고 허위라는 주장도 없었다. 이러한 소소한 일도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해야 하니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국민의 소통은 얼마나 억눌려 있을 것인가. 또 매년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신원 정보가 법원의 영장도 없이 수사기관에 넘어가고 있다. ‘통신자료 제공’은 수사기관이 수사와 관련해 특정 전화번호, 계좌번호, 온라인 글 계정 소유자나 글 작성자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지난해 캐나다 대법원의 위헌 결정에도 나왔듯 이 절차에서 신원 정보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언제 통화를 했는지, 누구에게 얼마를 입금했는지, 어떤 내용의 글을 썼는지가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사법적 통제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 유엔은 이 원칙이 국제인권법의 일부임을 확인했다. 대한민국은 4년 후 다시 유엔의 심사를 받는다. 그때는 국제법 위반 사항들이 시정돼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서울신문 보도 그후] 車 대체부품 품목 88개로 확대… 제작사, 무상수리 거부 못한다

    자동차 대체부품 품목이 88개로 확대되고 대체부품 디자인 실시권 계약제도가 도입돼 자동차 수리비 인하와 부품산업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자동차 대체부품 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체부품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것은 고가 수리비와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자동차관리법을 개정, 지난 1월부터 대체부품 인증제도를 도입했지만 디자인 보호라는 명분에 부닥쳐 제도 자체가 사문화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소비자는 자동차 수리비 및 보험료를 아낄 수 있고, 보험사는 부품가격 인하에 따른 손해율 하락으로 경영난 개선이 좋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대책은 우선 자동차 제작사가 대체부품 사용을 이유로 무상보증수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대체부품이 고장의 원인일 때만 무상수리를 거부하고 그 입증 책임도 제작사가 져야 한다. 현재 외장·등화장치 40개 품목에 제한된 인증 대상 품목을 기능성·소모성 부품 88개로 확대, 많은 부품업체가 인증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교과서 예상 집필자들 “연락 안 왔다” 손사래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모가 본격화한 가운데 학자들의 극도의 몸 사리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집필진으로 거론됐던 대부분의 학자가 비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참여 의사를 접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정교과서 지지자 등에 대한 비난이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다. 5일 서울신문이 국정교과서 집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취재됐던 학자와 교사 등 15명가량을 접촉한 결과 대부분 “국사편찬위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는 “연락을 받더라도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부 측에서 유력하게 초빙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나랑은 전혀 관련 없는 일이다. 연락이 온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교수도 “참여를 제의받은 바도 없고, 공모에 응할 생각도 없다. 일부 언론이 이름을 내보내는 바람에 추측성 보도만 난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거 고교 국사 국정교과서 제작에 참여했던 교사도 “(그때와 달리 지금은) 여론이 너무 나빠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여론에 알려지고 나서 벌어진 논란을 보고는 국사편찬위의 공모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력 집필진이었던 사학자는 “최 명예교수의 제자들이 그를 뜯어말린 것 등을 볼 때 현재는 참여 사실이 알려지면 학계에서 ‘매장’을 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에둘러 거부 의사를 피력했다. 집필 참여 의사는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는 건 원치 않는다고 한 학자도 있었다.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 분야 원로학자는 “한국 근현대사 관련 정치 분야 집필을 의뢰한다면 기꺼이 나설 마음은 있다. 하지만 현재 (여론) 상황이 워낙 안 좋아 참여를 비공개로 해 준다고 약속해야 승낙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필진으로 거론됐던 서울 지역 모 대학의 석좌교수도 “연락이 온다고 이를 언론에 알릴 생각은 전혀 없으며, 집필보다는 심의를 맡긴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학자들이나 집필진을 비난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최 명예교수 등에 대해 “친일파 사학계의 계보”, “사학계의 소수설 학자들” 등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사편찬위의 계획대로 오는 9일까지 교과서 필진의 초빙 및 공모가 제대로 마무리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우편향’ 논란을 불렀던 교학사 교과서의 집필자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어지간한 학자들이 신상 공개를 꺼리게 된 마당에 집필진을 공모로 한다고 제대로 된 집필진 구성을 할 수 있겠느냐. 공모 실패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차라리 국사편찬위가 지금이라도 집필진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공 넘긴 與 “민생 입법화 올인”… 여론전 野 “국민에 선전포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공 넘긴 與 “민생 입법화 올인”… 여론전 野 “국민에 선전포고”

    국회의 모든 일정이 전면 중지된 3일 정국은 얼어붙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계기로 여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내년도 예산 심사 및 법안 처리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새누리당은 교과서·민생 분리를 대응 전략으로 내세웠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사일정 거부 속에 장외 장기전 전략을 고심했다. 하지만 다음주부터 지역구 예산을 챙겨야 하는 예산안심사소위가 가동되고 20대 총선 선거구획정 법정 시한인 13일을 앞두고 있어 파행이 길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민생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는 전략으로 맞섰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교과서 대응은 정부가 주도하고 당은 민생정책 입법화에 매진한다는 ‘투트랙’으로 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역사 교과서에 대한 정치권의 불간섭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선을 그은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신 당은 이날 아침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특위 간담회, 사회적기업거래소 설립을 위한 나눔경제특위 회의를 잇달아 연 데 이어 싱크홀 등 안전 종합점검 비공개회의를 공개로 돌리는 등 차별화에 힘썼다. 김무성 대표 역시 4곳의 정책 포럼회에 참석했다. 야당에는 의사일정 복귀를 압박했다. 예결위·상임위 일정을 전면 거부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후 황교안 국무총리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발표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4일 문재인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새정치연합은 또한 4일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 간 2+2회동, 5일 본회의 개최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날 의총에서는 “국정화 고시 강행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라며 교육부의 국정화 확정 철회,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즉시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규탄사를 채택했다. 새정치연합은 밤 10시에도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 등 소속 의원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의총을 한 번 더 열어 ‘전의’를 다졌다. 새정치연합은 교과서 집필 거부와 대안교과서 제작 등 불복종운동을 벌이고 대국민 서명운동도 계속할 방침이다. 더불어 확정 고시 효력정지 신청, 헌법소원 검토 등 장외 중심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1987년 6·10 민주항쟁 경험에 따라 당시의 범국민운동본부(국본)와 같은 공동기구를 구성할 것”이라며 “야당만의, 시민사회만의 개별투쟁이 아니라 힘을 모아 싸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또한 오는 6일 시민단체와 함께 규탄 문화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으로서는 민생 발목 잡기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전면 장외투쟁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의총에서도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도 국회 파행이 길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야당 지도부와 접촉을 시도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5일 본회의까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3일 선거구획정 시한이 걸려 있는 데다 총선 재외국민 등록이 15일부터 시작되는 등 내년 총선 준비를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에선 이번 주 냉각기를 거쳐 다음주 예산결산특위 소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시리아 난민 문제’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 화제

    ‘시리아 난민 문제’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 화제

    시리아 난민 문제가 왜 일어났고 각국의 현재 난민 수용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상은 독일 스튜디오 ‘쿠르츠작트’(Kurzgesagt)에서 제작한 것으로, 정치·경제·사회·과학·기술·의학·철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지만 정확하게 모르는 이야기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주는 유뷰트 채널 ‘인 어 넛셀 - 쿠르츠작트’(In a Nutshell- Kurzgesagt)에 공개되고 있다. 영상은 2013년부터 한 달에 한편, 편당 4~6분 정도의 애니메이션으로 발표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제목: The European Refugee Crisis and Syria Explained)은 지금까지 743만여 명이 봤으며 이 중 9만 8000명이 찬성을, 2만 6000명이 반대를 누를 만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상에 나오는 해설은 영어이지만 한국어 자막을 표시할 수 있으니 단 6분 16초만 투자하면 현재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해 쉽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영상 자막을 좀 더 쉽고 간결하게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영상을 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이것만이라도 읽어보자. 2015년 여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 들어왔다. 왜일까? 주원인은 시리아가 세계 최대 난민 발생국이 됐기 때문이다. 중동에 있는 시리아는 고대 곡창지대였으며 1만 년 이상 거주지역이었다. 1960년대 이후 시리아는 알 아사드 가문이 이끌어 왔는데 2011년 일어난 혁명 ‘아랍의 봄’ 이전까지 준독재 통치를 유지했다. 아랍 세계에서 일어난 시위와 갈등의 물결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와 같은) 많은 독재 체제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물러서지 않았고 잔인한 내전이 시작됐다. 다수의 민족과 종교 단체가 합종연횡하며 서로 싸웠는데 군국주의 이슬람 성전 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이 기회를 이용해 전체주의 이슬람 칼리프 정권을 목표로 이 혼란에 뛰어든다. 급속도로 확산한 IS는 지구 상에서 가장 성공한 극단주의 폭력 단체가 됐다. IS는 어느 쪽이든 화학무기, 집단처형, 대규모 고문, 민간인 공격 등 끔찍한 전쟁 범죄를 자행했다. 시리아 국민은 정부군과 반군 그리고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갈등 사이에서 갇혀버렸다. 시리아 국민의 3분의 1은 자국을 벗어나야 했고 4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대다수는 이웃나라의 난민 캠프로 왔으며 이는 전체 난민의 95%에 달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 페르시아만의 아랍 국가들은 시리아 난민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국제 인권운동 단체인) 국제 앰네스티는 이를 “매우 부끄럽다”고 평가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 정도 규모의 난민 위기에 대해 준비 돼 있지 않았다. 결국 많은 난민 캠프들은 붐비고 궁핍했으며, 사람들은 추위와 가난,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시리아인들은 머지않아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잃었고 많은 사람이 유럽으로 망명하기로 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유럽연합(EU)은 약 20억 유로(약 2조 4729억원)를 국가방위와 첨단보안기술, 국경순찰대에 투자했지만 난민 유입에 대비해서는 그리 많이 투자하지 않았기에 몰려드는 망명 신청자들에 대비해서는 준비가 엉망이었다. 유럽연합(EU)에서 난민들은 처음 도착한 국가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는 이미 고충을 겪고 있는 국경국가들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대공황 수준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없어서 절망적이고 굶주린 난민들을 관광객들이 가는 섬에 두는 끔찍한 현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 세계는 힘을 합쳐 국경 없이 대처해야 마땅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더욱 분열되고 말았다. 많은 국가가 난민 수용을 완전히 거부했고 국경 국가들만 힘겹게 버티게 됐다. 2014년 영국은 영향력을 행사해 ‘마레 노스트럼’(Mare Nostrum)이라는 대규모 수색 구조 작전을 중단시킨다. 이 작전은 망명신청자들이 지중해에서 익사하는 것을 막을 목적이었다. 영국은 아마 해상 사망자가 많아지면 망명신청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현실은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이런 시리아 난민 위기에 관한 세계의 인식은 터키 해변에 엎드려 죽어 있는 시리아 소년의 사진이 퍼지면서 급변하게 된다. 독일은 예외 없이 모든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고 2015년 80만 명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2014년 유럽연합(EU) 전체가 받아들인 수보다 많다. 하지만 며칠 뒤 임시 국경을 통제해야 했으며 유럽연합(EU) 차원의 해결책을 요구하게 된다. 서구 전체에서 점점 많은 사람이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망명신청자들에 관한 이런 지원은 대부분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서방 세계가 두려워하는 바가 있다. 이슬람교, 고출산, 범죄, 그리고 사회 체계의 붕괴 같은 것들이다. 이에 대해서 사실을 짚어 보자. 만약 유럽연합(EU)이 단독으로 400만 명의 전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100%가 이슬람교도라고 해도 유럽연합(EU)에서 이슬람교도 인구비율은 겨우 4%에서 5%로 오르게 된다. 이는 급격한 변화가 아니며 유럽을 무슬림 대륙으로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이슬람교도 소수민족은 새롭지도 않고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서구 세계의 많은 지역은 출산율이 낮기에 망명 인구가 몇십 년 내에 현재 주민을 대체해 버릴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럽에서 이슬람교도 출산율이 높긴 하지만 생활 수준과 교육 수준이 오르면 떨어지게 된다.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들은 이미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내전 이전 시리아의 출산율은 매우 높지도 않았고 인구는 사실 늘지 않고 줄어들고 있었다. 난민이 범죄율을 높일 거라는 두려움도 오해로 드러났다. 이민을 원하는 난민들은 원래 거주민보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작다. 취업이 허가되면 경제 활동을 시작하고 노동력으로 빠르게 융합돼 사회체계로부터 받아내는 것보다 더 많이 이바지하게 된다. 서구 세계로 오는 시리아인들은 잠재적인 전문 노동자이며 유럽의 고령화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매우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난민들이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는 모습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오해를 불러왔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은 난민 생활에 필수 요소가 돼 있다. GPS는 유럽까지의 장거리 경로를 안내해주며 페이스북 그룹은 실시간으로 장애물에 관한 팁과 정보를 제공한다. 난민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일 뿐이다. 당신이 위험한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스마트폰을 두고 가겠는가? 유럽연합(EU)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경제 집단이고 효율적인 사회제도, 사회 인프라, 민주주의 그리고 거대 산업을 가진 조직적인 국가들이다. 원한다면 난민 위기를 다뤄낼 능력이 있다. 모든 서구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자그마한 나라 요르단이 6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는 동안 요르단에 78배에 달하는 GDP를 가지고 있는 영국은 겨우 2만 명의 시리아인을 입국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말이다. 미국은 1만 명을, 호주는 1만 2000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전반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충분히 빠르지 못하다. 우리는 지금 역사를 쓰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는가? 울타리 뒤에 숨은 인종혐오, 부자, 겁쟁이? 우리는 이 사람들이 죽음과 파괴로부터 달아나는 것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을 우리 국가로 받아들이고 우리 사회로 통합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우리가 이 위기를 무시한다면 분명 잃어버릴 것이 있다. 인류애와 이성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아이의 시신이 해안에 밀려올 것이다. 이를 바로잡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사진=인 어 넛셀 - 쿠르츠작트/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수묵’ 틀을 벗다

    ‘수묵’ 틀을 벗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함께 깊어 가는 가을에는 묵향이 진하게 풍기는 수묵화가 제격이다. 전통적 수묵화도 좋지만 전통에서 출발해 동시대의 감성으로 재탄생한 현대적 수묵을 선보이는 전시들이 발길을 모은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작가들이 전통적인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회화와 설치작품을 보여주는 ‘당대 수묵’전을 열고 있다. 전시에는 김선두, 김호득, 조환 등 한국 작가 3명과 중국 작가 웨이칭지, 장위가 참여한다. 전통 수묵에서 출발했지만 기존의 재료와 방법, 주제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이미지를 추구해 온 작가들은 저마다의 화법으로 수묵화의 새로운 미학을 제안하고 있다. 김선두는 수묵과 채색, 선과 형상 간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삶의 감동을 표현한다. 투박한 닥종이의 느낌이 살아 있는 장지에 색을 칠하고 이를 여러 겹 중첩한 뒤 색이 우러나오도록 하거나 칼로 문양을 오려 낸 다음 그 위에 자연을 화사한 수묵 채색으로 담아낸다. 할미꽃에서 자연의 거친 힘을 보았다는 그의 작품 ‘별을 보여드립니다-붉은 땅’은 붉게 표현된 바탕에서 생명이 솟아나는 듯하다. 작가 김호득은 “먹으로 정신과 물질을 다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40년 넘게 검은 먹과 씨름해 왔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먹과 묵의 어둠과 깊음이 주는 다양함을 찾기 위해 꾸준히 탐구해 왔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먹으로 그어 내는 일필휘지로 하얀 여백 위에 검은 먹의 자취를 힘차게 표현한 작품 ‘겹-사이’ 연작을 선보였다. 1980~90년대 수묵 인물화와 도시 풍경을 그리며 전통 회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한 작가 조환은 수묵의 기본이 되는 먹을 다시 바라보자고 마음먹었다가 아예 그것을 “버리고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그는 먹과 붓 대신 용접기, 철판과 같은 비수묵적 재료를 집어들고 수묵의 오묘한 세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철로 만든 거친 황톳빛 나룻배와 대형 병풍처럼 글을 새긴 철판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배는 어지러운 세상을 넘어 피안의 극락정토를 갈 때 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고, 녹슨 철 병풍에 쓰인 글은 당나라 서예가 장욱(張旭)이 쓴 반야심경 구절을 철판에 페인트로 임서하고 오려 낸 것이다. 중국인 작가 두 명은 중국 현대미술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85년 이후 급속하게 변화한 현대 중국 사회에서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해 온 인물들이다. 장위는 1991년부터 오른쪽 검지 끝에 물감이나 물을 묻혀 종이 표면에 남기는 지인(指印)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흰색 종이에 물을 묻혀 올록볼록 요철처럼 만든 작품과 붉은색 물감을 옅게 만들고 무작위로 찍어 나간 작품을 선보인 그는 “이전의 중국화 제작 방식은 현대사회에서 갈 곳을 잃게 됐다. 전통적인 재료를 가지고는 예술의 근원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붓과 먹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작가 웨이칭지는 별로 가득 찬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사(社)의 로고 위에 자신의 서명을 적고 중국을 상징하는 오성기를 정상에 꽂은 작품과 스포츠 상표 퓨마의 로고와 자동차 재규어의 상징 이미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전통적인 수묵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동시대와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양문화의 급격한 유입에 대한 개인적인 거부감과 사회적 요소를 작품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시와 미시:한국과 대만 수묵화의 현상들’은 한국과 대만의 동시대 수묵화를 조명하고 있다. 각각 고유하면서도 서로 동질적인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갖는 두 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담긴 역동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동아시아 공통의 오랜 역사를 갖는 수묵화 분야에서 각각 역사적·지리적 차이를 바탕으로 발전한 특유의 흐름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신영상, 김호득, 김희영, 임현락, 정용국, 리이훙, 리마오청, 양스즈, 황보하오 등 9명의 작가가 출품한 수묵화 37점이 전시된다. 오는 22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깊어가는 가을, 현대적 수묵의 다양성에 취하다

    깊어가는 가을, 현대적 수묵의 다양성에 취하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함께 깊어 가는 가을에는 묵향이 진하게 풍기는 수묵화가 제격이다. 전통적 수묵화도 좋지만 전통에서 출발해 동시대의 감성으로 재탄생한 현대적 수묵을 선보이는 전시들이 발길을 모은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작가들이 전통적인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회화와 설치작품을 보여주는 ‘당대 수묵’전을 열고 있다. 전시에는 김선두, 김호득, 조환 등 한국 작가 3명과 중국 작가 웨이칭지, 장위가 참여한다. 전통 수묵에서 출발했지만 기존의 재료와 방법, 주제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이미지를 추구해 온 작가들은 저마다의 화법으로 수묵화의 새로운 미학을 제안하고 있다.  김선두는 수묵과 채색, 선과 형상 간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삶의 감동을 표현한다. 투박한 닥종이의 느낌이 살아 있는 장지에 색을 칠하고 이를 여러 겹 중첩한 뒤 색이 우러나오도록 하거나 칼로 문양을 오려 낸 다음 그 위에 자연을 화사한 수묵 채색으로 담아낸다. 할미꽃에서 자연의 거친 힘을 보았다는 그의 작품 ‘별을 보여드립니다-붉은 땅’은 붉게 표현된 바탕에서 생명이 솟아나는 듯하다. 작가 김호득은 “먹으로 정신과 물질을 다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40년 넘게 검은 먹과 씨름해 왔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먹과 묵의 어둠과 깊음이 주는 다양함을 찾기 위해 꾸준히 탐구해 왔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먹으로 그어 내는 일필휘지로 하얀 여백 위에 검은 먹의 자취를 힘차게 표현한 작품 ‘겹-사이’ 연작을 선보였다.  1980~90년대 수묵 인물화와 도시 풍경을 그리며 전통 회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한 작가 조환은 수묵의 기본이 되는 먹을 다시 바라보자고 마음먹었다가 아예 그것을 “버리고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그는 먹과 붓 대신 용접기, 철판과 같은 비수묵적 재료를 집어들고 수묵의 오묘한 세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철로 만든 거친 황톳빛 나룻배와 대형 병풍처럼 글을 새긴 철판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배는 어지러운 세상을 넘어 피안의 극락정토를 갈 때 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고, 녹슨 철 병풍에 쓰인 글은 당나라 서예가 장욱(張旭)이 쓴 반야심경 구절을 철판에 페인트로 임서하고 오려 낸 것이다.  중국인 작가 두 명은 중국 현대미술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85년 이후 급속하게 변화한 현대 중국 사회에서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해 온 인물들이다. 장위는 1991년부터 오른쪽 검지 끝에 물감이나 물을 묻여 종이 표면에 남기는 지인(指印)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흰색 종이에 물을 묻혀 올록볼록 요철처럼 만든 작품과 붉은색 물감을 옅게 만들고 무작위로 찍어 나간 작품을 선보인 그는 “이전의 중국화 제작 방식은 현대사회에서 갈 곳을 잃게 됐다. 전통적인 재료를 가지고는 예술의 근원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붓과 먹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작가 웨이칭지는 별로 가득 찬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사(社)의 로고 위에 자신의 서명을 적고 중국을 상징하는 오성기를 정상에 꽂은 작품과 스포츠 상표 퓨마의 로고와 자동차 재규어의 상징 이미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전통적인 수묵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동시대와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양문화의 급격한 유입에 대한 개인적인 거부감과 사회적 요소를 작품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시와 미시: 한국과 대만 수묵화의 현상들’은 한국과 대만의 동시대 수묵화를 조명하고 있다. 각각 고유하면서도 서로 동질적인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갖는 두 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담긴 역동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동아시아 공통의 오랜 역사를 갖는 수묵화 분야에서 각각 역사, 지리적 차이를 바탕으로 발전한 특유의 흐름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신영상, 김호득, 김희영, 임현락, 정용국, 리이훙, 리마오청, 양스즈, 황보하오 등 9명의 작가가 출품한 수묵화 37점이 전시된다. 오는 22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충돌] 서울대 교수 382명 ‘국정화 철회’ 요구 성명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충돌] 서울대 교수 382명 ‘국정화 철회’ 요구 성명

    서울대 교수들이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취소와 교과서 제작의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는 성명을 28일 발표했다. 서울대 역사 전공 교수들이 지난달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고 지난 22일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각 단과대 교수들이 국정화 반대를 선언한 것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며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성명에는 타 전공 교수 등 382명이 이름을 올렸다. 단일 대학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정옥자·이태진 명예교수와 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초대 이사장 등 10명의 명예교수도 성명에 동참했다. 애초 이번 성명은 교수들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명예교수들이 먼저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교수들은 이날 성명에서 “학자이자 교육자의 본분을 지키려는 충정에서 정부·여당이 백해무익한 결정을 철회하고 대화와 통합의 길을 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체 교수진에 비해 참여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교수들은 “국정교과서 반대에 서명한 382명은 예전 한반도 대운하 반대 성명 당시 400여명이 참여한 이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29일 오전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국 교수 선언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민교협은 전국 170여개 4년제 대학에서 2000여명의 교수가 국정화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울대 역사학 교수 36명 국정화 교과서 집필 거부

    서울대 역사학 관련 5개 학과 교수들이 한국사 국정화와 관련된 집필·연구·자문·심의 등 어떤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오수창 교수 등 3명은 22일 사학계열(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고고미술사학과, 역사교육과) 교수 36명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공언했다. 교수들은 “바람직한 역사교육이란 열린 역사 해석의 가능성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제작한 단일한 교과서로는 역사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대 총학생회 등은 서울대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서울대 네트워크’ 출범을 선언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KF-X 관련된 록히드마틴, 음속 비행하며 ‘전방위 발사’ 레이저 무기 공개

    KF-X 관련된 록히드마틴, 음속 비행하며 ‘전방위 발사’ 레이저 무기 공개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논란이 뜨거운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과 관련된 항공기 제작사이자 군수기업인 록히드마틴이 고속 비행기에 탑재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ABC’(Aero-adptive Aero-optic Beam Control)라고 이름 붙은 이 레이저 포탑은 록히드 마틴이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이하 다르파)과 미 공군 연구소(Air Force Research Labratory)의 의뢰로 개발 중인 것이다. ABC 포탑은 모든 방향에 위치한 적 비행기 및 미사일을 상대할 수 있도록 360°×360° 전 방위에 빔을 발사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특징은 음속에 가까운 고속으로 비행하는 와중에도 효과적인 레이저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음속에 근접한 속도로 비행할 경우, 비행기 자체가 대기와 마찰을 일으켜 의해 공기의 난류(亂流, 불규칙한 유체의 흐름)가 형성되는데, 이러한 난류는 레이저를 산란시켜 효과적인 사격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응제어광학’(adaptive optic)이라는 기술을 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적응제어광학기술은 원래 천체관측 등에 사용되는 개념이다. 지상의 관측소에서 천체를 관측할 경우 지구 대기에 의해 빛이 왜곡돼 관측 자료가 부정확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적응제어광학 기술은 컴퓨터로 이때의 빛 왜곡을 측정한 뒤 관련 정보를 신속히 망원경의 ‘가변형거울’(deformable mirror)에 전송, 거울 표면을 짧은 시간동안 여러 번 빠르게 변형시킴으로써 왜곡 현상을 보완하는 기술이다. 록히드마틴사는 이러한 원리를 응용해 빛 왜곡을 실시간으로 감지·보완하는 방식으로 난류에 의한 레이저 산란 문제를 극복했다. 록히드마틴 전략·미사일방어 시스템 부서 소속 더그 그래엄은 “이러한 포탑의 개발은 다양한 첨단 기술을 하나의 무기 체계로 통합시키는 록히드마틴사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록히드마틴은 이미 2014~2015년 사이에 60여 차례의 시험비행을 수행해 ABC 포탑의 성능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시험은 상용기를 사용해 이루어졌으며 저출력 레이저의 전 방향 발사 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다르파와 미 공군 연구소는 록히드마틴이 시험비행으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앞으로 고속 항공기용 레이저 무기 시스템의 지속적 개발과 그 효율성 증진에 꼭 필요한 사안들이 무엇인지 알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록히드마틴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록히드마틴, 고속 항공기 탑재 ‘전방향 발사’ 레이저 무기 공개

    록히드마틴, 고속 항공기 탑재 ‘전방향 발사’ 레이저 무기 공개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논란이 뜨거운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과 관련된 항공기 제작사이자 군수기업인 록히드마틴이 고속 비행기에 탑재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ABC’(Aero-adptive Aero-optic Beam Control)라고 이름 붙은 이 레이저 포탑은 록히드 마틴이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이하 다르파)과 미 공군 연구소(Air Force Research Labratory)의 의뢰로 개발 중인 것이다. ABC 포탑은 모든 방향에 위치한 적 비행기 및 미사일을 상대할 수 있도록 360°×360° 전 방위에 빔을 발사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특징은 음속에 가까운 고속으로 비행하는 와중에도 효과적인 레이저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음속에 근접한 속도로 비행할 경우, 비행기 자체가 대기와 마찰을 일으켜 의해 공기의 난류(亂流, 불규칙한 유체의 흐름)가 형성되는데, 이러한 난류는 레이저를 산란시켜 효과적인 사격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응제어광학’(adaptive optic)이라는 기술을 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적응제어광학기술은 원래 천체관측 등에 사용되는 개념이다. 지상의 관측소에서 천체를 관측할 경우 지구 대기에 의해 빛이 왜곡돼 관측 자료가 부정확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적응제어광학 기술은 컴퓨터로 이때의 빛 왜곡을 측정한 뒤 관련 정보를 신속히 망원경의 ‘가변형거울’(deformable mirror)에 전송, 거울 표면을 짧은 시간동안 여러 번 빠르게 변형시킴으로써 왜곡 현상을 보완하는 기술이다. 록히드마틴사는 이러한 원리를 응용해 빛 왜곡을 실시간으로 감지·보완하는 방식으로 난류에 의한 레이저 산란 문제를 극복했다. 록히드마틴 전략·미사일방어 시스템 부서 소속 더그 그래엄은 “이러한 포탑의 개발은 다양한 첨단 기술을 하나의 무기 체계로 통합시키는 록히드마틴사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록히드마틴은 이미 2014~2015년 사이에 60여 차례의 시험비행을 수행해 ABC 포탑의 성능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시험은 상용기를 사용해 이루어졌으며 저출력 레이저의 전 방향 발사 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다르파와 미 공군 연구소는 록히드마틴이 시험비행으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앞으로 고속 항공기용 레이저 무기 시스템의 지속적 개발과 그 효율성 증진에 꼭 필요한 사안들이 무엇인지 알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록히드마틴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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