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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선물고르기’ 올가이드

    5월 ‘선물고르기’ 올가이드

    날짜가 다가오면 신경쓰이고, 고를 때 고민되고, 지갑을 열어 돈을 낼 때 마음이 쓰리다.줄 때는 뿌듯하고, 받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지고, 두고두고 잘했다고 스스로 토닥이게 하는 것. 바로 선물이다.5월에는 챙길 날들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마음의 선물’이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크지만, 그래도 뭔가 눈에 보이는 것을 주지 않으면 허전하고 미안하다. 부담되지 않으면서 성의를 보여줄 수 있는 선물, 뭐 없을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어린이날… ‘펀펀’한 것 고르자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은 거창한 것보다는 아이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웃음과 재미, 학습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다. # 선물의 스테디셀러, 인형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 만점의 선물은 바로 인형. 특히 너무나 완벽한 몸매로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 바비인형은 여자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선물 리스트에서 늘 상위를 차지한다. 미용세트, 화장세트 등 꾸미는 재미가 더하는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이외에 포근함을 안겨주는 커다란 곰 인형이나 아이 키와 비슷한 인형도 아이의 관심을 끈다.85㎝ 크기의 여자아이 인형은 손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손 부위에 벨크로(일명 찍찍이)가 붙어 있어 아이가 친구처럼 여기며 편하게 가지고 놀 수 있다. # 독서로 사고력을 키워요 논술력, 이해력, 상식 등을 키워주고 정서발달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바로 독서. 어린이 도서를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사이트를 이용해 아이에게 좋은 책을 미리 알아보고 선물해보자. (사)어린이도서연구회(www.childbook.org)는 새로나온 책과 권장도서 목록을 만들어 소개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www.childrenbook.org)는 자료실 메뉴에 추천도서와 가감없는 평가를 올려놓아 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밖에 글나라독서교육연구소가 운영하는 글나라(www.gulnara.net), 맞춤도서대여서비스와 독서교육정보를 제공하는 아이북랜드(www.ibookland.com)에도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인터넷 쇼핑몰은 어린이날 선물 이벤트를 진행하고, 어린이도서를 초특가로 판매하고 있어 이를 이용하면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다. # 공부야, 장난감이야 요즘은 놀이도 학습의 일종이다.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장난감이 많이 나와있다. 물건을 사고 계산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슈퍼마켓 놀이 세트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소리가 나면서 계산이 돼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120여가지 마술을 할 수 있는 마술세트도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집중력을 높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블록 세트도 선물로 좋다. 모서리가 둥글고, 향균처리가 된 제품도 있어 입에 넣고 빨아도 안전하다. # 활동적인 아이를 위해 밖은 위험하다며 아이들을 집안에서만 놀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밖에 나가서도 재미있고, 건강하게 놀 수 있도록 해주는 선물은 어떨까. 5살 미만의 아이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안전벨트와 쿠션이 있고, 미끄럼 방지페달과 핸들고정장치가 있는 기능성 자전거도 많이 나와 있다. 흔들 시소, 유모차 기능을 겸비한 세발자전거는 3개월 이상부터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간단한 소지품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도 달려 있어 엄마와 함께 하는 외출에 즐거움을 더한다. # 즐겁게 공부해요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바른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 학습용 공부상은 한글·영어·한자 등을 써놓은 보드판과 자유롭게 낙서를 할 수 있는 화이트칠판이 붙어 있어 다양한 사용이 가능하다. 어린이 높이에 맞춰 다과상으로도 쓸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사용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디지털학습기도 좋다. 많은 학습 컨텐츠가 들어 있어 3세부터 혼자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어버이날… 효를 실천하자 소중하게 키워주신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그 무엇으로 전할 수 있을까. 오래오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드리면서 효(孝)를 실천하자. # 건강하게 사세요 늘 건강을 챙겨야 하는 어르신에게 간편하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선물을 우선 생각하자. 연골 재생을 도와 관절 건강에 좋은 글루코사민이나 갱년기 장애와 노인성 치매 예방·항산화 작용을 하는 석류가 들어 있는 건강식품도 추천할 만한 선물. 입이 심심한 어르신에게는 간식도 되고, 건강식의 효과도 있는 간식세트를 선물하는 것도 좋다. 홍삼으로 만든 절편, 캔디, 유가, 젤리, 양갱으로 구성된 금산인삼 홍삼선물세트는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간식거리다. 건강식품을 선물할 때는 무엇보다 공인된 제품인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 잘 먹고 잘 살자 웰빙은 거부할 수 없는 생활 스타일. 직접 음식 재료를 만들어 먹는 것은 웰빙 생활의 기본이다. 항암성분이 들어 있고, 노화예방에 좋은 새싹채소를 늘 먹을 수 있는 새싹재배기도 좋다. 물갈이, 재배 기술이 따로 필요없어 누구나 손쉽게 집 안에서 몸에 좋은 새싹을 키울 수 있다. 지방 섭취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올리브유나 포도씨오일 세트도 추천 선물. 특히 포도씨오일은 필수지방산을 공급하는 리놀레산과 천연 항산화 작용을 하는 카테킨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기름 특유의 느끼한 맛이 덜하다. # 문화생활을 즐기세요 아들, 딸이 선사한 오붓한 데이트 코스만큼 달콤하면서도 뿌듯한 시간이 있을까. 부모님 세대가 좋아하는 중견 가수의 디너쇼가 어버이날 전인 6∼8일 사이에 다양하게 진행된다. 맛있는 저녁 식사와 함께 귀에 익는 풍성한 노래로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시간. 조용필 콘서트와 함께하는 2박3일 제주도 여행 상품도 있다. 왕복항공, 숙박(2박), 관광(2일), 공연티켓 등이 포함돼 있다. # 아름다운 추억을 드려요 노년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효도여행상품도 좋은 선물이다. 나이 지긋한 분들에게는 편히 쉴 수 있는 온천여행이 좋다. 해외라면 비행시간이 짧은 가까운 동남아 여행도 권할 만하다. 길지 않은 기간에 두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오히려 피로만 쌓일 수 있으니, 한 나라 안에서 두 개 도시를 다니는 일정이 적당하다. 부모님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전문 가이드가 여행기간 내내 동행하며 부모님 세대가 좋아하는 관광명소와 온천욕, 공연 등이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 편안하게 쉬세요 지친 종아리와 발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발 마사지기와 족욕기는 하루의 피로를 싹 가시게 도와준다. 발 전용이나 종아리까지 모두 관리해주는 제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8만원부터 50만원선까지 가격의 폭이 넓다. 부위별로 다른 자극을 주어 마사지할 수 있는 마사지기(1만∼5만원선), 지압 기능과 강약 조절 기능 등으로 편안하게 마사지할 수 있는 원적외선 지압기(5만원선)도 부모님의 건강을 위한 선물로 적당하다. ●스승의 날… 은혜에 보답하자 매해 스승의 날만 되면 촌지, 향응을 주고 받는 행태가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존경하는 스승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하나 못한다면 세상이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스승의 건강을 챙기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선물을 찾아보자. # 품격을 살리는 만년필 필기도 자주 하고, 학부모 상담 등 다른 사람 앞에서 펜을 사용할 일이 잦은 스승에게 좋은 필기구는 꼭 필요한 소품. 단순미를 선호한다면 깔끔하고 유려한 라인에 금속 재질이 멋스러운 워터맨 카렌 실버나 파카의 래티튜트가 적당하다. 금속의 몸체에 파랑, 빨강, 노랑 등 포인트 색상이 세련된 디자인의 파카 뉴 소네트는 멋을 중시하는 스승에게 선물하면 좋다. 만년필이 남성을 위한 선물이라는 것은 선입견. 여성스럽고 고급스러운 워터맨 오다스는 분홍, 빨강, 파랑 등 다양한 색상에 마스카라 케이스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으로 액세서리로 손색이 없다. # 주변을 맑게 하는 식물 꽃다발은 오래 가지 않고, 난은 좋은 것을 고르려면 가격대가 높아 너무 부담스럽다.‘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 중에 식물만한 것도 없을 듯한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산세베리아, 테이블야자, 싱고니움 등의 화분을 고려해보자. 산세베리아는 음이온 발생량이 많아 전자파를 중화시키고, 공기를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 테이블야자나 싱고니움도 집안 공기를 정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키우는 재미도 있어 연령에 관계없이 잘 어울리는 선물이다. 가격도 5000∼1만원으로 작은 정원으로 꾸밀 수 있도록 많이 사도 부담이 없다. # 소중한 추억을 담은 앨범 정성이 느껴지는 선물은 값비싼 것보다 감동의 효과가 크다. 우선 통가죽으로 제작된 고급스러운 느낌의 앨범을 준비한다. 이 안에 과거 스승과 함께 한 수학여행, 소풍 등 학창시절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간단한 멘트를 하나씩 써넣어 선물한다. 접착식으로 된 것은 원하는 대로 사진을 배열할 수 있고, 메모도 붙일 수 있어 단 하나밖에 없는 선물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 선생님도 피부관리 하세요 사고 치고, 걱정을 끼쳐드려 눈가에 주름만 늘게 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면 조금이라도 이런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피부 관리 화장품 세트를 선물해보자.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한방 원료로 만들어진 한방화장품 세트는 피부 자극이 적어 웬만한 피부에 잘 맞는다. 스승의 날을 맞아 인터넷 쇼핑몰에서 특가로 판매하고 있어 가격 부담도 덜었다. # 평범하지만 세련된 선물 넥타이는 남성에게 가장 무난하게 선물할 수 있는 아이템. 간편한 선물로 먼저 떠오르면서도 상대의 스타일에 따라 디자인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고르는 데 쉽지 않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단순히 체크무늬나 무늬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귀여운 캐릭터, 작은 동물 무늬 등을 배열해 다소 화려한 느낌의 타이가 멋스럽다. 색상도 원색을 많이 사용한 것이 교단에서 늘 무서워보이는 선생님의 인상을 환해 보이게 한다. ■ 도움말 및 사진제공:옥션, 인터파크, G마켓, 파카, 워터맨 ■ 개성살린 ‘깜짝 선물’ 준비해볼까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어린이들, 조카가 좋아하는 피아노,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 튤립 … . 한폭의 그림 같은 케이크들이다. 어찌 한입 베어 물기에는 너무 아깝다 못해, 두고 두고 모셔놔야 할 것 같다.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나만의 케이크.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과 같은 특별한 날 이런 ‘깜짝’선물을 받는다면 감동하는 일만 남는다. 남과 똑같은 것을 거부하며 나만의 개성을 고집한다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에게나 딱 좋은 선물이다. 좀 바쁘다 싶으면 비용을 들여 ‘주문형 디자인 케이크’를 주문하면 된다. 시간을 낼 수 있고, 나의 정성도 특별하게 담아 내고 싶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DIY 케이크’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어디 케이크 뿐인가. 맛있게 구워낸 쿠키도 웰빙 선물 품목으로 딱 좋다. 입이 심심할 때 손이 가는 과자는 아무래도 방부제, 색소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만큼 직접 구워낸 쿠키 한상자는 그저그런 선물보다 대접 받기 마련이다. # 내가 직접 만드는 DIY 케이크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감사원 길로 가는 길목에 작지만 예쁜 케이크 전문점 J ´s Cake가 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인데도 이곳에는 ‘DIY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멀리 지방에서 올라 온 이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김미영(군산)씨는 어버이 날을 위해 미리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 튤립이 장식된 꽃밭 케이크를 구워냈다. 김씨는 “얼마전 수영선수인 초등학교 6학년 조카가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담은 케이크를 선물했다가 ‘고모 짱’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군산팀이 대회에서 우승하기를 바라는 깊은 마음도 이 케이크에 담았다. 이영숙(당진)씨도 조카가 즐겨 치는 피아노를 케이크로 만들었다. 이씨는 이전에도 조카가 좋아하는 지프차를 케이크로 형상화해 조카로부터 뽀뽀 세례를 받았단다. 이곳에서 나오는 케이크에는 똑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다. “펭귄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의 얼굴을 펭귄 모양으로 해 스노보드 타는 모습을 만들어 주세요.”“항구를 배경으로 한 펜션에서 세 커플이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담아 주세요.” 다양한 스토리들을 담은 케이크 주문이 줄을 잇는다. 한 일본인도 자신의 성인 산하(山河) 모양이 들어가는 멋진 케이크를 주문했다. 주문형 디자인 케이크 가격은 크기나 디자인에 따라 10만∼50만원. 보통 케이크보다 아무래도 비싸다. 제작 기간은 최소 3일. 넉넉하게 일주일전 미리 주문하는 것이 좋다. 만드는 데 2∼3시간 정도 걸리는 DIY 케이크는 8만원. 주인 전미경씨는 “단순히 먹는 케이크가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서 특별히 디자인해서 만든 케이크이기에 감동을 주기 위한 선물로는 최고”라고 말했다. (02)742-4810,www.jscake.com # 예쁜 아이싱 쿠키 쿠키 위에 설탕도 뿌리고 예쁘게 그림을 그린 아이싱 쿠기는 서울 신사동 아담한 빵집 ‘쿠르’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돌잔치나 결혼식 답례품으로도 잘 나가는 인기품목이 바로 이 아이싱쿠키다.3,4일 전에 주문만 하면 별모양, 꽃모양 등 다양한 쿠키가 뚝딱 탄생한다. 아이들용에는 초코를, 어른들을 위한 쿠키에는 녹차를 많이 사용한다. 쿠키 한봉지에 4000∼5000원. 일본에서 제과·조리를 공부한 자매가 운영하는 이곳에는 특별 제작하는 케이크도 주문 받는다. 어버이 날의 경우 부드러운 녹차 시폰케이크 위에 작지만 우리의 들꽃같은 그림들을 그려내면 어른들 얼굴에 함박꽃이 피기 마련. 성지수 실장은 “받는 사람의 나이와 성별 등을 감안해 아이들에게는 동화적인 분위기를, 어른들에게는 우아한 디자인을 한 케이크와 쿠키를 구워낸다.”고 말했다.(02-542-6287)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낭만맨’ 최백호 ‘똑순이’ 김민희 라디오서 입맞춘다

    ‘낭만맨’ 최백호 ‘똑순이’ 김민희 라디오서 입맞춘다

    “똑순이만 믿습니다.”(최백호) “호흡이 척척 맞을 것 같아요.”(김민희) 올해로 가수 데뷔 30년째인 최백호씨와 ‘똑순이’ 탤런트 김민희씨가 만났다.24일 개편하는 KBS2라디오 해피FM(수도권 106.1㎒) ‘라디오 챔피언’(매일 오후 6시)의 새로운 MC로 함께 마이크를 잡는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나란히 앉은 그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22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도 남을 만큼 호흡이 잘 맞았다. 라디오 고정 MC는 처음이라는 최백호씨는 “데뷔하는 라디오 MC로는 최고령일 것”이라면서 “섭외 제의를 받고 많이 망설였지만 김민희씨와 같이 한다고 해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같은 시간에 방송을 한다는 것이 힘들고 사투리도 심해서 나에게 거부감을 가질 청취자들도 많을 것”이라면서도 “저녁에 라이브카페 4군데에서 일을 했는데 이번 진행을 위해 3곳을 정리했다.”며 기대와 의욕을 보였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영일만 친구’‘낭만에 대하여’‘가을편지’ 등 많은 히트곡을 남긴 최씨는 그동안 라디오 게스트로 종종 출연, 입담을 과시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김민희씨는 이미 라디오 MC 경력이 있어 여유가 느껴졌다. 그러나 평소 최씨의 열성 팬인 데다가, 예전에 맡았던 프로그램에 최씨가 게스트로 출연한 인연 등이 있어 가슴이 설렌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연기활동을 시작해 엄마·이모와 함께 다닌 바람에 트로트에 익숙하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백호씨에 대해서는 “중학교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불렀던 노래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였고, 노래방에서 첫 곡으로 부르는 노래는 ‘영일만 친구’”라면서 “최 선배님을 ‘한국의 리처드 기어’라고 여길 정도로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무뚝뚝하기보다는 부드러운 분”이라고 밝혔다. 최근 KBS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에 출연한 그는 2000∼2003년 SBS 라디오에서 ‘송영길 김민희의 한판 승부’를 진행한 바 있다. 연출을 맡은 하종란 PD는 “최백호씨의 툭툭 던지는 담백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다.”면서 “이렇게 튀는 부분은 재주가 많고 여유있는 김민희씨가 깔끔하게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라디오 챔피언’은 개그맨 강성범씨와 김구라씨, 소설가 안정효씨, 언론인 차미례씨 등에게 새로운 코너 진행을 맡겼다.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는 ‘토요 콘서트 낭만에 대하여’에서는 가수 남진이 첫 출연자로 선을 보인다. 앞으로 미사리 등에서 활동하는 숨은 실력파 가수들의 라이브 장으로도 활용하겠다는 게 제작진의 계획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다시 찾은 청계천의 봄

    다시 찾은 청계천의 봄

    청계천에 성(性)이 있다면 아마도 ‘여성’일 것이다. 청계천에는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포근함과 넉넉함이 살아 있다. 또 크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여성미도 느낄 수 있다. 청계천 복원 이후 처음 맞는 봄. 청계천에 화사한 봄 옷을 입혀 놓고 보니 영락없는 ‘봄 처녀’의 자태를 닮았다. 수줍은 듯 하얀 꽃향기를 뿜어내는 조팝나무와 연분홍 진달래, 노란 개나리, 조만간 꽃망울을 터뜨릴 노랑꽃창포 등에서도 ‘여심’(女心)이 느껴진다. 그녀는 품속에서 수많은 꽃과 나무와 풀과 곤충과 새들이 어우러져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어려웠던 지난 시절 서민들과 희로애락도 함께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넉넉함을 잊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 곳에는 역사가 있고, 추억이 있고, 생명이 있고, 문화가 있고, 삶이 있다. 주변의 ‘맛과 멋과 쉼’에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30년만에 찾아 온 청계천의 봄. 가족들에게는 봄나들이 명소로, 주머니가 가벼운 연인들에게는 데이트 코스로 이보다 좋은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길이 5.84㎞. 나이 7개월 20일. 새롭게 태어난 청계천, 그녀의 봄 속으로 들어가 봤다. 글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걸어서 한바퀴 30년 만에 찾아온 청계천의 봄 풍경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컷던 것일까. 아니면 콘크리트로 뒤덮인 청계고가를 넘어다니던 학창시절 읽었던 박태준의 ‘천변풍경’의 잔영들이 갑자기 되살아난 것일까. 청계천을 찾기도 전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청계천변에 모여 살았던 서민들의 모습들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판자촌이 늘어섰던 개천변의 모습과 아낙네들이 수다를 떨던 빨래터, 개천변에 모여살던 민 주사와 한약국집 가족, 이쁜이, 점룡이, 여급 하나코’. 이런 상상에 빠져 지난 14일 봄의 새싹이 움트고 있는 청계천을 찾았다. 봄을 만끽하기에는 이른 느낌이었지만 그 곳에는 봄이 있었다. 조팝나무에 하얀 눈송이가 달려 있고, 진달래는 제철을 만났다. 개나리 꽃은 잎사귀에 둘러싸여 내년 봄을 기약한다. 창포와 버들가지에도 봄이 가득하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과 오리가 자맥질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30년 만에 되찾은 청계천의 봄 풍경이다. #10:00-청계광장 출발 청계천 시작지점인 ‘청계광장’(청계1경)을 내려와 모전교를 출발했다. 천변은 번잡하던 도로 위와는 전혀 딴 세상이 펼쳐졌다. 개천은 지상에서 불과 2∼3m 아래지만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시끄러운 소음 대신 물 흐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상쾌하게 파고드는 공기도 지상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모전교는 청계천 22개 다리 중 첫 다리로 근처에 과일을 팔던 모전(毛廛·과일가게)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가장 먼저 만난 곳은 다리 아래 ‘팔석담’. 팔도의 화합과 정기를 담은 이 곳에서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수거된 동전은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한다고 하니 소원도 빌고, 좋은 일도 할 겸 과감하게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 물속에 던졌다.‘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동전을 줍는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한다. 던질 수는 있지만 줍지는 말아야 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청계천의 석교인 ‘광통교’(청계 2경) 아래를 지나자 완연한 봄 세상이다. 버들가지에서는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나고, 천변에 줄지어 늘어선 창포가 푸르름을 자랑한다. 인공미가 물씬 풍기던 지난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청계천의 돌과 나무, 꽃 모두는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로 자연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청계천의 새역사를 써 갈 꽃과 나무는 따사로운 봄볕에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광통교는 청계천 다리중 가장 큰 다리로 원래는 광교 사거리에 있었지만 1958년 복개공사로 땅속에 묻혔다가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10시20분-광교∼관수교 물의 흐름이 걷는 속도보다 빠르다. 봄을 즐기며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탓도 있지만 유속이 어른의 빠른걸음 정도다. 그러나 강바닥에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오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광교 다리를 지나 ‘정조반차도’(청계 3경)에 이르렀다. 정조가 모친의 회갑을 기념해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이 있던 화성(현재 수원)에 행차하는 모습으로 김홍도 등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합작해 그린 작품이다. 규모는 폭 2.4m, 길이 192m에 이르는 거대한 도자벽화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벽화라고 한다. 자원봉사자가 반차도의 내용을 설명해 준다. 장통교를 지나자 ‘삼각동 워터 스크린’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어 삼일교를 지나 수표교터에 도착했다. 수표교는 청계천을 복개할 때 장춘단 공원으로 옮겨졌고 이 곳에는 터만 남아 있다. 청계천의 수심을 측정하는 곳이라는 뜻에서 수표(水標)라는 이름이 붙었다. #10:40-관수교∼나래교 관수교에 이르자 개천 바닥에 녹색 그물들이 눈에 들어온다.‘뭘까?’라는 궁금증을 품기도 전에 자원봉사자들이 먼저와 다가와 “물고기들의 쉼터”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꽃이며 나무들의 이름을 물어봤다. “하얀 꽃을 예쁘게 피운 것이 장미과 조팝나무고, 붉은 것은 진달래, 개천변의 파란 풀들은 창포”라며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관수교를 지나자 시원한 ‘고사분수’의 물줄기가 개천에서 하늘로 솟구친다. 새벽다리에 이르자 물흐름이 느려진다. 곳곳에 물고기 산란장이 많다. 개천 위의 돌다리를 건너 다니며 개천 속을 들여보기로 했다. 바닥에는 푸른 이끼들이 끼어 있고, 한무리의 송사리떼가 노닌다. 개천 바닥의 흙색과 닮아 한참을 들여다봐야 송사리떼를 찾을 수 있다. 엄마와 봄 나들이를 나온 아이는 “엄마, 송사리가 어디 있어, 안 보여.”라며 칭얼댄다. 엄마의 손끝을 한참 들여다본 뒤에야 “야, 물고기가 많다.”며 즐거워했다. #11:00-나래교∼오간수교 출발한 지 벌써 한 시간이 흘렀다. 청계광장에서 나래교까지는 2.5㎞ 남짓. 산책이 즐거운 탓인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버들다리를 지나자 천변 담장을 타고 담쟁이덩굴이 올라간다. 시골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다. 개나리도 반갑게 반긴다. 오리 한 마리가 물위를 거닐며 먹이를 찾느라 여념없다. 먹이를 발견한 오리는 자맥질을 한다.“아이고 몇 마리 없는 물고기 다 잡아먹네…”라며 지나가던 한 할머니의 한숨 섞인 탄성도 들린다. 청계천 산책에 동행한 동료가 복원 전과 복원 직후의 청계천은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거든다. 버들다리를 지나자 ‘패턴천변’(청계 4경)에 이르자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주제로 제작됐다는 ‘문화의 벽’과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패턴 분수, 그리고 그 주위로 조성된 수변 무대가 발길을 사로잡았다. 엄마 손을 잡고 돌다리를 건너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가 정겹게 들려와 산책길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준다. #11:20-오간수교∼비우당교 오간수교 아래에는 오간수문터의 옛모습이 걸려 있다. 도성안의 물줄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지점에 있었던 다섯개의 수문이다. 다리 아래에 청계천에서 빨래하는 아낙네와 그 앞에서 멱을 감는 아이들의 흑백 사진은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산교를 지나자 흑백사진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빨래터’(청계 5경)에 도착했다. 시멘트로 만든 대여섯개의 빨래판은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빨래터는 소설 천변풍경이 시작되는 곳. ‘…간간이 부는 천변 바람이 제법 쌀쌀하기는 하다. 그래도 이곳 빨래터에는 대낮에 볕도 잘 들어, 물 속에 잠근 빨래꾼들의 손도 과히들 시립지는 않은 모양이다’ 인근에 즐비하게 늘어선 판자촌 사이로 빨간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빨래 방망이를 겨드랑이에 끼고 아이들을 데리고 청계천을 찾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오버랩된다. 인근 다리 아래에 당시 천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몇 점의 사진이 걸려 있다. #11:50분-비우당교∼두물다리 점점 다리가 아파 온다. 쉬지 않고 걸은 탓이다. 밤이면 물줄기와 형형색색의 조명이 아름답다는 ‘리듬 벽천’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맞은편에는 소망의 벽(청계 6경)이 눈에 들어온다.2만여개의 예쁜 타일에 시민들의 소망이 적혀 있다. 선생님을 따라 봄 나들이를 온 유치원생들의 재잘거림이 정겹다. 길게 줄지어 가는 산책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벽에서 시원스레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하늘물터’(청계 7경)의 터널분수. 마치 커다란 물줄기 사이를 지나는 듯하다. 바람에 물이 날려 옷을 젖을 수 있어 안경을 썼거나 카메라를 지닌 사람은 돌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피해 가는 것이 좋다. 밤에는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개천 가운데 우뚝 솟은 3개의 거대한 기둥이 눈길을 끈다.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청계고가도로의 교각으로 후대에 청계천 복원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일부러 남겨둔 것이라고 한다. #12:20-두물다리 도착 ‘구경 한번 잘했다∼.’무학교와 두물다리를 지나 청계천이 끝나는 청계문화관에 이르렀다.2시간 남짓을 걸어서야 5.8㎞의 산책로 끝에 이르렀다. 너무 빨리 걸은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볼거리와 화려함은 덜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욱 정겹다. 체력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다시 청계광장까지 거슬러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다. 고산자교를 지나면 청계천에서 가장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버들습지’(청계 8경)을 만난다. 어류, 양서류, 조류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주변에 갯버들과 매자기, 꽃창포 등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힘에 부치는 사람은 두물다리 위로 올라와 ‘청계천문화관’에 들러 청계천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 뒤 버스를 타고 돌아가면 된다. 두물다리 위에 있는 성북상수도사업소(청계주차장) 앞에 가면 노란색 1번 버스를 타면 청계광장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노선은 이곳에서 청계8가∼평화시장∼세운상가∼청계 3가∼종로3가∼무교동까지다. 버스는 30∼35분 간격이며, 요금은 현금 550원, 카드 500원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숨은 맛집 완연한 봄이다. 청계천에도 이곳 저곳을 거니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청계천엔 수경시설과 금붕어, 청둥오리, 꽃, 전태일 동상까지 많은 볼 거리가 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청계천 주변을 둘러보면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렇지만 성큼 발길이 옮겨지지 않는다. 눈여겨 보면 청계천 주변의 뒷 골목엔 숨은 맛집들이 적지 않다. 한 장소에서 고집스럽게 단일 메뉴만을 수십년 동안 만든 요리사도 많다.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청계천의 맛집을 소개한다. ●북한토속음식 청계천 광장 인근에 북한 토속음식을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 ‘리북손만두’(776-7350)사장 박혜숙(65)씨는 평양 태생으로 한국전쟁 때 남하해 그동안 줄곧 북한 음식을 했다. 청계천 인근 지금의 장소에서 시작한 지는 17년. 이 가게의 주요 메뉴는 리북손만두와 김치마리밥, 빈대떡, 제육보쌈 등이다. 특히 리북손만두가 맛있다. 김치마리밥은 김치국물에 찬 밥을 말아먹는 북한에선 한겨울 음식. 하지만 손님들은 주로 여름에 이 음식을 찾는다. 빈대떡은 평양식 빈대떡이다. 제육보쌈은 일반적인 보쌈과 달리 삽겹살로 한다. 보통 목살로 하는 경우가 많다. 돼지고기는 북한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가격은 만둣국과 접시만두는 7000원, 김치마리밥은 6000원, 빈대떡은 1만 2000원. ●70년 이상 추어탕만 파는집 1972년 남북조절위 제3차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북한의 박성철 대표는 “지금도 무교동 그 자리에 용금옥이 있는거요?”라고 물어 용금옥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용금옥(777-1689)은 전통을 사랑한다. 용금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찾는 사람들도 전통을 사랑한다. 아무리 장사가 잘 돼도 사장은 함부로 객장을 넓히려 들지 않고 젊은 시절에 친구들과 추어탕 한 그릇에 소주를 기울이던 손님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옛모습 그대로인 이곳을 ‘마음의 고향’인양 찾는다. 위치도 무교동 골목길을 헤매야만 찾을 수 있는 그 자리 그대로이다. 용금옥은 1932년 홍기녀(작고)씨가 열었다. 현재 3대째인 신동민(45)씨가 9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전라북도 부안에서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미꾸라지들은 살아있는 것으로 소금에 씻어 얼른 뚝배기 육수 속으로 집어넣기 때문에 연하고 신선하다. 미꾸라지를 넣기 전에 느타리와 목이, 표고버섯, 두부, 양파, 유부 등 갖은 양념이 먼저 육수에 들어간다. 고춧가루를 듬뿍 쳐 내놓는다. 가격은 8000원. ●피아노로 프러포즈를 미리 피아노를 배우지 못 한 걸 후회하는 남성들이 더러 있다. 피아노 프러포즈만큼 낭만적인 게 있을까. 하지만 피아노 프로포즈를 할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고민이라면 청계천 장통교에서 종로쪽에 자리잡고 있는 티포투(735-5437)를 추천한다. 홍차와 우롱차, 커피 등을 파는 차 전문점 티포투의 2∼3층엔 피아노가 있다. 간혹 실력을 뽐내는 손님이 더러 있다고 한다. 또한 매주 두 차례 오후 9시 하프 공연도 잡혀 있다. 일정은 매주 월요일 저녁 때 나온다. 티포투는 메뉴를 선택하기 전 찻잎이 담긴 작은 샘플병에서 향을 먼저 맡아보고 원하는 차를 고를 수 있다. 4층은 공연장으로 쓰인다. 극단들이 종종 대관해 공연을 한다. 티포투는 인테리어가 전반적으로 부드러워 여성들이 선호한다. 차 가격은 6000∼8000원 ●주문진산 골뱅이 수표교에서 나와 중부경찰서 앞에 오면 골뱅이 집이 10여개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집은 풍남원조골뱅이(2265-2336).1971년 이원희(81)씨가 시작,1981년 방종숙(50)씨가 시집을 온 뒤 요리를 맡고 남편 송병희(54)씨가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좋은 재료를 쓴다. 골뱅이는 주문진산으로 육질이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게 비결이다. 송씨는 “일반적으로 골뱅이는 북한산을 써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주문진산을 써 많은 손님들이 온다.”고 말했다. 이 집은 모든 게 푸짐하다. 대접에 골뱅이 무침이 산처럼 쌓여 나온다. 반찬으로 나오는 계란말이도 풍성하다. 또한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인심도 좋다. 골뱅이는 산지에서 잡아 냉동 전 바로 가공된다. 따라서 산 채로 운반되는 것보다 위생적이고 영양 상태도 오래 간다. 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는 맛도 별미. 가격 1만 9000원. ●굴보쌈집 골목 청계천의 관수교에서 나와 서울극장 뒷골목에 가면 굴보쌈집이 6∼7개 있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굴보쌈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가게들이있다. 또한 대부분 맛이 좋기로 언론에도 소개된 만큼 믿을만하다. 손님이 많이 찾는 가게 가운데 한 곳이 전주집. 돼지고기와 김치를 말아 김치보쌈을 만들고 여기에 굴을 올리면 굴보쌈이 된다. 맛은 달콤해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함께 나오는 국도 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굴보쌈 큰 게 2만 5000원. 중간 크기는 2만원. 정식은 1만원이다. ●대한민국 원조 함흥냉면 동네마다 함흥냉면 가게가 있다. 함흥냉면을 안 먹어본 사람은 드물다. 함흥냉면 가게는 많지만 원조는 오로지 하나. 바로 ‘함흥곰보냉면’(2267-6922). 한국전쟁 때 함흥에서 온 곰보부부가 여기서 냉면집을 시작했다. 당시엔 가게는 없었고 길 구석에 탁자를 놓고 장사를 했다고 한다. 부부는 둘 다 얼굴에 천연두 흉터가 많았고 사람들은 “곰보네 냉면 먹으러 가자.”면서 찾았다고 한다. 그 뒤 이들 부부는 수십년 동안 8명의 주방장에게 요리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현재 모든 함흥냉면 집은 모두 이들 주방장한테 전수받은 것. 부부는 장사가 잘 돼 1968년 가게를 열었고 1987년 배정지(63)씨가 인수,3층 건물에 260석을 갖춘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함흥냉면 특유의 새콤달콤한 양념장 맛이 난다. 육수는 누린내가 완전히 제거됐다. 회냉면은 가장 인기다. 물·회·비빔냉면 모두 6000원. ●4계절 문전성시인 닭집 동대문 종합시장 뒷골목엔 1년 동안 손님이 끊이지 않는 가게가 있다. 바로 진할매원조닭집(2275-9666). 진옥화 할머니는 25년 동안 여기서 오로지 한 메뉴 닭한마리만을 고집했다. 닭이 통째로 대야에 담겨 나온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손님들은 집게와 가위로 닭을 자른다. 대야 안엔 대파와 큰 감자도 있다. 아무리 가위질이 서툴러도 종업원들은 절대 돕지 않는다. 종업원들과 눈 한 번 마주치기 힘들다. 닭은 자란지 35일쯤 된 것으로 냉동하지 않은 걸 쓴다. 영계이기 때문에 부드럽고 맛이 담백하다. 김치도 고랭지 배추만을 쓰며 3일 이상 된 것은 없다. 닭을 모두 건져먹으면 국수를 넣고 국수 대신 흰떡을 넣어 먹어도 된다. 닭한마리 가격은 1만 2000원. ●원할머니 보쌈집 본가 김보배(84)씨가 1965년 청계천 8가에 허름한 판잣집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사위인 박천희(49)씨가 1991년 맡아 운영한 뒤 현재 프랜차이즈점으로 커졌는데 원래 본가는 바로 이곳이다. 많은 프랜차이즈점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데 이종구 홍보과장은 “본가 맛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개성식 보쌈으로 보쌈김치의 매콤한 맛을 줄이고 담백한 맛을 높였다. 해산물을 많이 넣는다. 현재 유명한 보쌈 프랜차이즈점이 이곳에서 배웠다는 설이 있다. 한 손님은 “36년 동안 왔다.”면서 “맛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손긍익씨도 “서울에서 맛을 본 뒤 잊을 수 없어 대구에서 다시 와 먹는다.”고 말했다. ●황학동 곱창골목 연탄불로 곱창을 구우면 기름이 쭉 빠지고 잘 익는다고 한다. 철판에 곱창을 굽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연탄불로 곱창을 굽는 음식점이 모인 골목이 있다. 청계천 황학교에서 황학동 사거리로 가면 곱창 골목이 모여 있다. 대부분 음식점은 10년을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곱창을 팔았다. 1991년까진 이곳은 곱창을 파는 포장마차가 많았다. 당시엔 심야단속이 있었는데 몰래 장사를 했다고 한다. 당시 정부가 포장마차 규제 정책을 펴면서 하나 둘씩 구멍가게로 전환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업소 주인들은 손님들이 요즘도 곱창을 밖에서 먹는 걸 좋아한다고 전했다. 날이 더워지면 손님들이 밖에서 먹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가격은 가게마다 좀 다르지만 연탄불 곱창은 9000원. 야채곱창은 8000원이다. 원조왕곱창은 유일하게 4년 전부터 메뉴에 껍데기를 추가했다고 한다. 껍데기는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좋다고 한다. 글 사진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어떻게 변했나 ‘청계천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청계천 하류 끝지점인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청계천문화관’에 가면 이런 궁금증을 한꺼번에 풀어준다. 청계천 물길을 상징하는 긴 유리 튜브 형태의 건물에는 한국전쟁 전후 혼돈과 가난을 담아냈던 청계천의 삶에서부터 도심을 관통했던 청계고가의 모습 등 복원공사로 현재의 모습을 갖출 때까지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청계천문화관은 오전 9시부터 밤 10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상설전시장은 무료로 개방된다. 건물 외벽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 전시장에 올라가자 상설 전시관이 나타난다. 관람은 4층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관람 동선을 따라 관람하면 자연스럽게 1층으로 내려올 수 있다. ●“엄마, 정말로 저렇게 끔찍한 집에서 살았어?” 가장 먼저 만난 곳은 6·25 한국전쟁 전후인 1950년대 청계천의 모습. 청계천 복개관에 들어서자 개천변으로 늘어선 판잣집의 모형과 영상물이 반겼다. 마치 성냥곽을 붙여 놓은 듯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과 난간에 내걸린 빨래, 천변을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당시 서민들의 어려웠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모형물 뒤로 대형 스크린에서는 청계천의 실제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연신 돌아간다. 관람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어떻게 저런 집에서 살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다. 김인숙(42·동작구 사당동)씨는 함께 온 딸아이가 “엄마, 어떻게 저런 집에 사람이 살아?”라고 묻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다 저렇게 어렵게 사셨단다.”라고 얼버무린다. ●주변 찍은 대형 항공사진 바닥 ‘장식´ 코너를 돌자 어두컴컴한 터널이 눈에 들어왔다.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다.‘이게 뭘까.’라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니 청계천 복원 전 복개도로 아래 지하를 체험하는 곳이란다.1967년 복개 공사로 인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청계천 아래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5∼6m 정도의 길이에 불과하지만 마치 어두컴컴한 복개도로 아래 지하로 들어온 듯했다. 이어 10㎞에 이르는 복원공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그래픽 패널과 영상, 모형을 통해 볼 수 있다. 또 돌아온 청계천 코너에 들어서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계천의 모습을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3층에는 청계천 주변을 촬영한 대형 항공사진이 바닥에 깔려 있어 하늘에서 청계천을 내려다 보는 느낌을 준다. 2층에서는 조선시대의 청계천 모습도 가늠할 수 있다. 조선시대 청계천의 본류와 지천, 청계천에 얽힌 역대 왕들의 이야기,17·18·19세기 청계천 고지도 등 다양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또 청계천 복개 논의가 시작됐던 일제시대의 관련자료도 볼 수 있다. 태조과 태종, 영조, 정조로 분장한 배우들이 영상을 통해 청계천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한다. ‘청계천 투어’코너에서는 청계광장∼신답철교까지 복원된 청계천의 모든 구간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잠시 쉬며 합성사진 찍어 볼까 인공 연못과 인터넷 시설을 갖춘 휴식코너인 ‘에코 청계천’의 ‘포토존’은 인기 코너. 청계천 다리를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합성해 찍을 수 있다. 사진은 곧바로 프린트를 해주며 1장당 1000원이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3일까지 1970년대 청계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노무라 할아버지의 청계천 이야기’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전에서는 1968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청계천 하류 판자촌에서 구호활동을 했던 일본인 사회운동가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75)가 기증한 사진과 스크랩북, 한국지도 등 826점의 자료가 전시된다. 사진에 등장하는 지역은 현재 성동구 마장동과 사근동, 용답동, 송정동 일대로 청계천 하류의 모습과 판자촌 거주민들의 삶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옛날엔 저 구정물에서 수영도 했다네” 사진전은 세 가지 테마로 나뉘어지는데,‘청계천의 하류 스케치’에서는 1970년대 청계천 하류에 늘어서 있는 판자촌의 모습을,‘판자촌의 하루’에서는 군복 염색과 벽에 폐휴지를 붙이는 모습 등 판자촌 거주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마지막 테마인 ‘어린 회상과 증언’에서는 당시 노무라의 어린 자녀들이 판자촌에서 느낀 감회를 적은 글을 사진과 함께 정리한 스크랩북이 전시된다. 관람료는 무료. 사진전을 꼼꼼하게 관람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50∼70대가 대부분이다. 옛날 청계천 인근에 살았다는 한 70대 관람객은 한 사진을 가리킨 뒤 “옛날에는 저기에서 수영도 하고 그랬어. 우리 집은 저기 저쪽이야.”라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문의는 569-0696.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쇼핑·풍물시장 제일평화시장(2252-3633)은 ‘오전에 밀라노 컬렉션에서 소개된 옷이 저녁에 제일평화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품을 본뜬 옷들이 시시각각 선보인다.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평화시장(2265-3531)은 중년 여성복, 스포츠 용품, 아동복, 운동복, 양말, 모자 등이 두루 있는 가장 큰 도매 시장 중 하나다. 신평화시장(2253-0714) 1층에는 속옷 가게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2000∼3000원대부터 유명브랜드까지 다양하다. 동평화시장(2238-1833)은 국내 유명 브랜드 위주의 덤핑 매장이 많다. 동대문의 다른 의류 상가에서도 이곳에서 물건을 떼어 갈 정도로 소매 시장이 잘 형성돼 있다. 남평화시장(2237-0622) 지하 1층·1층은 가방을,2·3층은 청바지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청평화시장(2252-8036)은 가격이 싼 재고 상품들이 많다. 동대문종합시장(2262-0114)은 연면적 2만평으로 1970년 개장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단일 시장으로 기록됐다. 원단류, 의류 부자재, 침구·커튼, 생활용품, 액세서리 등을 취급하는 우리나라 대표 원자재 시장. 인테리어 소품을 직접 만드는 등 아기자기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동대문신발상가에는 1000개가 넘는 신발 도매상이 모여있다.A동은 운동화,B·C동은 숙녀화를 주로 취급한다. 물론 신사화도 있다.광희시장(2238-4352)은 가죽·모피 전문 상가로 일본인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수기에는 시중가보다 40∼50% 싸고, 비수기에는 여기서 10% 더 싸다. 광장시장(2267-0291)은 한복, 주단, 직물, 폐백용품, 나전칠기, 제수용품을 판다. 덕운상가(2252-5835) 지하1층에는 벨트·가방·지갑 등 피혁 제품 도매 상가가 모여 있다. 아동복이 품질도 괜찮다.우노꼬레(2250-7829)에는 남성복 매장이 많다. 청대문(옛 프레야타운·2048-2000)은 30대 이상 여성복들이 많다. 광장시장(275-3674)은 1905년 7월 5일 대한제국 한성부 개설허가를 받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근대적 시장.2층은 일본·홍콩 등에서 들여온 구제 의류가 많다.‘빈티지 룩’을 연출할 수 있는 구제의류가 잘 갖춰져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1만∼2만원의 저렴한 가격. 한복, 침구, 의류, 나전칠기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지만 최근에는 빈티지 패션을 이끌고있다. 밀리오레(3393-0001)는 두산타워와 함께 동대문 패션몰 전성시대를 이끈 곳. 두산타워에 비해 의류 디자인이 평범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꼭대기층 식당가에서는 동대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식당 아주머니들의 ‘호객행위’만 아니라면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다. 두산타워(3398-3333)는 상인의 30%가 공장·하청 공장을 소유한 디자이너 출신일 정도로 감각적인 디자인의 의류가 많다. 대신 값도 다소 비싸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교환·환불도 가능하지만 현금아니면 잘 안깎아줘 동대문에서도 원칙적으로 교환·환불까지 할 수 있다. 상인들이 환불을 거부하면 상가측 상담센터나 상인연합회 등에 문의하면 도와준다. 가능한 한 현금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원칙적으로 신용카드는 받지만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가격을 깎아주지 않는다. 설사 가격을 흥정한 뒤라도 신용카드를 내밀면 원래 가격을 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평화시장 등은 소매시장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낮에 문을 닫는다. 시장별로 운영시간을 확인해보고 가야 한다. ■ 만원이면 즐기는 ‘보물찾기’ 동대문 풍물시장 ‘추억여행’ “탱크 말고는 다 있어요.” 낡은 구두, 곰방대, 화폐, 중고 바이올린골동품, 헌옷,LP판, 중고 가전, 성인용비디오까지.동대문 풍물시장(2238-4709)은 그야말로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어야 할 건 없는 벼룩시장이다. 가로 2m, 세로 1.2m의 좌판 1000개가 모여 있다.2003년 청계천 복원 공사가 시작되자 청계천·황학동 일대 노점상이 동대문야구장 자리에 터를 잡았다. 입소문이 나서인지 평일에도 손님들이 제법 많다. 물건 가격은 대부분 1만원 이하.‘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물건을 골라보자. 물건값을 흥정하는 재미도 있다. 물론 시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시장 체험이, 어른들에게는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이 될 것이다. 시장 한쪽에 마련된 먹자골목에서는 튀김·어묵·잔치국수 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상인들이 저마다 문 열고 닫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지만, 대개 오전 8∼9에 장사를 시작해 오후 6∼7시면 문을 닫는다. ■ 서점·극장가 반디앤루니스(종로타워점·2198-3000)는 가장 최근 지어진 서점. 교보·영풍문고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실내에 의자가 많아서 서점에 있는 책들을 몇시간이고 볼 수 있다. 특히 바닥에는 카페트가 깔려 있다. 서가 사이에서 카페트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재즈 등 조용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악이 적당한 크기로 흘러나온다. 서점 입구에는 계단이 있어서 쉬어가기 좋으며, 간이무대에서는 간간이 문화공연이 열린다. 교보문고(광화문점·1544-1900)는 명실공히 업계 1위 서점인만큼 책이 가장 많다. 저자와의 팬사인회도 수시로 열린다. 음반판매점(핫트랙)은 웬만한 음반 전문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음반들을 구비해놓고 있다. 문구점 역시 문구백화점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규모가 크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문구·소품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유명한 만큼 붐비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영풍문고(종로점·399-5600)는 청계천을 걷다가 광교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보인다. 지하 매장에는 커피 전문점, 아이스크림점, 샌드위치점이 있어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미국의 대형 서점인 반즈 앤 노블 한편에서 스타벅스가 성장한 것을 떠오르게 한다. 북스리브로(을지점·757-8100)는 영풍문고에서 명동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다. 다른 대형 서점에 비해 아담하지만 서점 곳곳에 4인용 테이블을 마련,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100평)의 만화책 전문매장이 있다. 대형 서점으로서는 유일하게 와인가게도 갖췄다.OK캐시백과 연계돼 있어 적립금 할인혜택이 15%나 되는 점도 장점이다. 청계천을 떠올리면 헌책방 거리를 빠뜨릴 수 없다. 청계천6가 평화시장 대로변(버들다리∼오간수교)에 있다. 한참 잘 나가던 1970년대에는 200여곳이나 됐지만 지금은 40여곳 정도 남아 있다.3평 안팎 되는 가게에 책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책 고르기는 힘들지만, 괜찮은 책을 발견할 때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마냥 신난다. 가격은 정가의 절반 정도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영화관·공연장 옹기종기 마니아들 발길 북적북적 관수교 북쪽 방향으로 ‘원조 개봉관 삼총사’인 서울극장·단성사·피카디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1907년 개장해 국내 최고(最古) 영화관으로 기록된 단성사(764-3745),1958년 개관한 피카디리(3676-7942)는 지난해 리모델링을 했다. 시설은 깔끔하지만 예전 극장의 낭만은 사라졌다. 영화 ‘접속’에서 주인공이 서로를 기다리던 피카디리 극장 앞 커피숍도 사라졌다. 삼일교 북쪽(인사동) 방향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극장전’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시네코아(2285-2090)가 있다. 여기서 더 걸어가면 예술영화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741-9782)가 연인들을 기다린다. 옛 허리우드 극장 자리의 아트선재센터에 있던 시네마 테크 전용관을 옮겨왔다. 삼일교 남쪽(명동) 방향에는 개봉작과 단편영화를 두루 볼 수 있는 중앙시네마(776-8866)가 있다. 직진하면 우리나라 소극장 공연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삼일로 창고극장(319-8020)도 보인다.1975년 개관해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멘트를 펴바른 담벼락 아래로 연극인들의 추억들이 느껴진다. 작가들을 위한 전시공간도 있다. 광교를 기준으로 명동을 바라보면 애비뉴엘 건물에 롯데시네마(1644-8855)와 아바타 건물에 명동 CGV(1544-1122)가 있다. 마전교를 건너 종로쪽으로는 연강홀(708-5001)이, 지하철 2호선 동대문운동장역과 신당역 사이에는 충무아트홀(2230-6600)이 있다. 모두 뮤지컬·연극·클래식 등이 펼쳐지는 종합 공연장이다. 동대문 시장의 청대문(옛 프레야타운) 건물에는 MMC(2268-01111)가 있다. 씨네큐브 광화문(2002-7770)은 청계광장에서 충정로 방향 쪽의 흥국생명 지하에 있다. 예술영화 전용관. 건물 외관에서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이 반긴다. 로비에도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지하에 푸드코트가 갖춰져 있다. 로비에서 팝콘을 팔지 않아 영화 관람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 버들치·조팝나무 “날 보러 와요” ‘반갑다. 봄!’ 30년만에 찾아온 청계천의 봄을 가장 반기는 이들은 아마도 청계천의 나무와 꽃들과 물고기, 철새 등일 것이다. 콘크리트 더미에 떠밀려 도시를 등졌던 이들은 화사한 청계천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심은 100여종의 나무와 꽃 이외에 바람을 타고 천변에 날아든 156종의 식물들이 청계천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인다. 맑은 물 아래에는 각종 물고기가, 수면 위에는 긴 겨울을 지낸 새들이 날아와 따스한 봄볕을 즐긴다. ●봄꽃들의 현란한 꽃잔치 요즘 청계천에 가면 조팝나무에 하얀 꽃들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여기에 활짝 핀 빨간 진달래와 영산홍, 노란 개나리가 관람객을 맞는다. 키 1∼2m의 조팝나무는 꽃 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인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조팝나무라 불린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한다. 조만간 청계천 가로변 5.5㎞구간에서는 900여그루의 이팝나무와 물가에 심은 노랑 꽃창포가 만개해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지난 연말 루미나리에 축제 때 화려한 전등이 내걸렸던 이팝나무들은 파란 잎과 하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물가에 심어진 백합목 붓꽃과 식물인 노랑 꽃창포의 꽃망울이 개천을 화려하게 장식할 전망이다. 담쟁이덩굴들은 가로변 담장을 타고 오른다. 덩굴손에 흡착근이 있어 담벽이나 암벽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회색빛 담장을 푸르게 바꾸어 놓는다. 마장2교에서 용답육교에는 매화거리가 330m 조성돼 있으며, 시점부에서 새벽다리 사이에서는 산수유와 산철쭉, 자산홍, 개나리를 볼 수 있다. 고산자교에서 신답철교 사이의 사과나무와 감나무도 이달 말부터 꽃망울을 터뜨린다. 하류인 고산자교 일대에는 바람을 타고 온 이름 모를 풀들의 현란한 잔치가 벌어졌다. 마디풀과 고들빼기 등 종수는 156종에 이르지만 일반인들이 이름을 알기란 쉽지 않다. 식물 중에는 다른 식물들에 해를 끼치는 위해식물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돼지풀과 서양등록나무 등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청둥오리등 동물 160여종 관찰 청계천은 정수된 한강물과 지하수가 흐르는 2급수 자연하천으로 1급수 어종인 버들치와 2급수 어종인 붕어, 참붕어, 메기 등 다양한 어종들이 살고 있다. 모전교에서 다산교까지 3.26㎞구간에 물고기 인공산란장 5개소와 물고기 쉼터인 거석 16개소, 거석수제 16개소, 목재방틀 20개소가 설치돼 있다. 이것들은 물고기들이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올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고 홍수 때에는 물고기들의 피난처로 쓰이게 된다. 버들치는 몸길이 8∼15㎝로 몸 한가운데 황갈색 세로띠가 있다.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하며, 주둥이가 길고 위턱 끝에서 앞쪽으로 튀어나온 육질돌기가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송사리는 몸길이가 5㎝정도로 몸은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하다. 몸빛깔은 담회갈색을 띤다. 이 밖에 하류에 가면 메기와 잉어, 피라미, 미꾸라지, 갈견이, 버들치, 돌고기 등도 볼 수 있다. 찾아드는 철새들도 다양하다. 지난해 청계천에서는 황조롱이와 고방오리, 중대백로, 왜가리 등 34종의 조류를 포함해 족제비등 동물 160여종이 관찰됐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청둥오리. 몸길이는 50∼60㎝로 수컷은 머리와 목이 광택 있는 짙은 녹색이고 암컷은 갈색 얼룩이 있다. 집오리의 원종이기도 하다. 청계천관리센터 윤소원과장은 “청계천에는 다양한 동·식물들 서식처로 많은 생태가 점차 복원되고 있다.”면서 “이달 말부터 복원 뒤 처음 찾아온 봄 식물 등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지역 명물’ 多 있네! ‘지방 명물들이 다모였네’ 청계천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기증받은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북 상주시와 충북 충주시 등 12개 자치단체에서는 각 지역을 상징하는 나무와 꽃을 청계천에 기증했다. ‘곶감’으로 널리 알려진 상주시는 감나무 90그루를 기증, 신답펌프장∼마장 2교 제방에 심었고,‘사과’의 고장 충주시는 사과나무 120그루를 고산자교∼신답철교 제방에 심었다. ‘천안 삼거리 능수버들’의 명소 충남 천안시는 능수버들 16그루를 다산교 하류 빨래터 양측 둔치에 심었으며, 창녕군은 청계천·중랑천 합류지점 호안습지에 갈대 3만포기를 기증했다. 경북 영주시는 산철쭉 5400그루를 오간수교간 둔치에, 경기 포천시는 구절초 2만포기를 살곶이공원 둔치에,‘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군은 대나무 260그루를,‘매화의 본고장’경남 하동군은 매화나무 250그루를 신답철교∼용답육교에 각각 심었다. 경북 성주군은 노랑꽃창포 39종 8430그루포기를 지난 15일 기증, 신답철교 하류 생태교육장 부근에 심었으며, 충남 부여군은 이달 말 차집관거∼세월교에 연꽃 300평을 기증할 예정이다. 이밖에 황학교 하류 소망의 벽 주변에 있는 돌하르방은 제주도에서 기증한 것이며, 두물다리 아래에 있는 경관석은 남해군에서 기증한 것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주차장·화장실 못찾아 불편하셨죠? 청계천을 찾을 땐 미리 주변 편의시설을 확인해두면 편리하다. 특히 화장실과 주차시설은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놓자.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라 청계천과 인접한 무료 주차시설은 거의 없다. 멀리 떨어진 공영 주차장이나 주변 건물의 부설 주차장, 사설 주차장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도심이다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국관광공사 옆 노상주차장은 무료인데 자리가 9개 뿐이라 서둘러야 한다. 서울신문사 등 부설주차장은 24시간 운영하며 최초 30분은 2000원, 초과 10분당 1000원을 받는다. 오히려 성동구 마장동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주변에 주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시설관리공단, 성북수도사업소, 동대문우체국 등이 모두 무료이기 때문이다. 청계천 주차장도 10분당 350원에 불과하다. ●무인 자동화화장실을 찾아라 청계천을 거닐다 보면 화장실 찾기가 녹록지 않다. 청계천변에서 올라와 표지판을 살펴보면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지정한 화장실이 눈에 띈다. 공단과 협약을 맺은 곳이라 화장실 이용을 거부하면 신고할 수 있다. 건물에 들어가기 껄끄러우면 무인 자동화화장실을 이용하자. 삼일빌딩, 한국전력변전소, 구 홍보관, 황학교, 고산자교, 성북천 등 7곳에 설치돼 있다. 이용료는 10분당 100원. 남녀공용이란 점이 불편하다. ●청계천 순환버스를 타자 청계광장에서 의욕적으로 출발해도 동대문운동장을 지날 때면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청계천 순환 2층버스를 이용하면 관광이 한결 편안하다. 다음달 4일부터 하루 5차례씩 왕복 14.6㎞를 오간다. 원하는 곳에 내려 구경하고, 다음 버스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2층에 앉으면 청계천 물길도 보인다. 관광 안내원이 청계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차내에서 관광영상을 보여줄 계획이다. 요금은 3000∼5000원선이 될 전망이다.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를 비치하고 있다. 청계광장 안내소와 청계천 2가 안내센터, 오간수교 등 3곳이다. 청계천 편의시설은 청계천 종합안내도(cheonggye.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美 베이비붐 세대 ‘호화 가족묘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장례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부유한 베이비붐 세대가 공동묘지에 묻히기를 거부하며 가족묘역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조성되는 가족 묘역은 로마의 신전 등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다. 내부도 수제 카펫과 가구, 망자(亡者)의 개인사를 전시한 별도의 공간 등으로 꾸며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가족 묘역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수십만달러(약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만달러(약 수십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부유한 베이비붐 세대들에게는 그 정도가 큰 돈도 아니며 아깝지도 않은 돈이라는 것이 장례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족묘역은 주로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다. 애틀랜타(조지아주), 클리블랜드(오하이오주), 미네소타주 등에서도 공동묘지 내에 가족 묘역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미국 최대의 묘지기념물 제작업체인 콜드스프링그랜닛 컴퍼니는 지난해 2000개의 개인 영묘를 판매했다고 밝혔다.이 회사는 지난 1980년대에는 최대 연간 판매량이 65개에 불과했지만 최근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뉴욕타임스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사망한 후에 땅속에 묻혀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되는 것이 싫다며 일종의 사당인 영묘를 만들어 ‘땅 위에서’의 사후세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적 번영을 이끌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냈던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dawn@seoul.co.kr
  • [시론] 과보호의 지자체 극장과 위기의 소극장/김대환 (사)전국 소공연장 연합회 이사

    [시론] 과보호의 지자체 극장과 위기의 소극장/김대환 (사)전국 소공연장 연합회 이사

    우리 연극의 발전을 주도했던 소극장들이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총 80여개의 소극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동숭동 대학로를 들여다보면 소극장의 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반대급부를 노린 상업자본의 위력은 대학로가 갖는 연극공간으로서의 예술성을 위협하며, 소극장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지가 상승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 상업주의에 편승한 저급 외설물이나 개그물의 범람, 저급 공연장들의 극성스런 호객행위, 상가들의 거대하고 현란한 간판은 대학로를 소극장의 메카라고 부르기엔 어딘지 낯간지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거대하고 현란한 간판들 속에서 소극장을 찾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소극장을 비롯한 다수의 연극관련 자원이 지역 내에서 경쟁력을 잃고 점차 동숭동 외곽지역이나 이면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경제적 논리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소극장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시장에서도 소외되고 있고 정부의 지원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미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있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대극장들은 정부의 과보호(?)속에 많은 혜택을 누리며 적자를 무슨 훈장처럼 자랑하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시장논리에 내던져진 소극장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있다. 생존을 위해 점점 관객의 얄팍한 입맛에 맞는 공연을 공연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연극이 지녀야 할 고유한 특색을 잃어가고, 그럼으로써 연극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관객들의 이탈을 초래하게 된다. 관객과 같이 호흡하고, 상업주의를 거부한 다양한 실험과 무대 미학을 추구하는 공간인 소극장 이념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소극장의 이런 고유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정부나 공공 단체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모유를 먹어야 하는 갓난아이에게 밥을 주면 탈이 나듯 아직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소극장들에게 시장경제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 소극장은 공연예술의 기초인프라로써 그 나라 공연예술의 건강성을 재는 척도이다.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연출가, 배우와 극작가들을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한다. 대극장이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할 수 없는 수많은 연극적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런 소극장에 최소한 극장을 유지할 수 있는 운영비라도 지원해주어 소극장이 가지고 있는 문화의 기초 인프라로써의 특징을 살려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극장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다양한 공연을 관객에게 제공하고, 나아가 진정한 기초예술의 실험적 공간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언론의 주목도 필요하다. 언론은 소극장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언론이 대형공연들과 영화에만 친절을 베푼다면 취약한 자본구조를 가지고 있는 소극장들은 공연을 알릴 방법이 없다. 소극장들을 주목해줘야 한다. 소극장은 관객들이 울고 웃는 곳이다. 대형공연이나 영화와는 다른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공간이다. 이런 소극장들에게 지원을 통해 제작비를 절약하고, 관객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혜택을 주어야 한다. 소외되고, 상대적 약자들을 아우르고 그들의 아픔을 감쌀 수 있는 정이 따뜻한 공간이어야 한다. 소극장은 골목 끝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맛좋고 정 많은 그래서 도란도란 정을 나누는 오래된 설렁탕집이어야 한다. 소극장에게는 이런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김대환 (사)전국 소공연장 연합회 이사
  • [일요영화]

    [일요영화]

    ●바그다드의 도둑(EBS 오후 1시50분)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이다. 영화로, 만화로,TV드라마로 숱하게 만들어진 알라딘과 램프 속 거인 지니 이야기의 모태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1940년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특수촬영으로 1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촬영상, 미술상, 특수효과상을 거머쥐었다. 모험과 환상이 가득한 스토리를 그려내기 위해 루드비히 베르거, 마이클 파웰 등 무려 6명의 감독이 동원됐다.‘쿼바디스’(1951),‘벤허’(1959),‘엘 시드’(1961) 등 웅장한 스케일의 영화 음악으로 유명한 미클로스 로자가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무성영화의 고전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20)에서 몽유병 살인자를 연기했던 독일 출신 배우 콘라드 베이트의 악역 연기도 볼 수 있다. 사악한 대신 자파(콘라드 베이트)에 의해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된 바그다드 왕국의 왕자 아매드(존 저스틴)는 장터에서 음식을 훔치다 붙잡혀온 아부(사부)와 만나게 된다. 지하 감옥을 탈출, 이웃 바스라 왕국으로 간 아매드는 그곳 공주(준 듀프레즈)와 사랑에 빠진다. 바스라 왕국 공주와 결혼하려고 하는 자파는 마법을 걸어 아매드를 장님으로, 아부를 개로 만들어 버린다. 공주는 자파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아매드와 아부를 마법에서 풀려나게 한다. 자파와 공주를 쫓아 항해하던 아매드와 아부는 난파를 당해 헤어지게 되고 아부는 낯선 곳에서 모래 속에 박혀 있는 병을 발견한다. 병뚜껑을 열자 2000년 동안 병 속에 갇혀 있던 마인 지니(렉스 잉그램)가 풀려나는데….1940년작.102분. ●시몬(KBS1 밤 12시30분)대부분 시나리오 작업까지 함께 하는 앤드루 니콜 감독은 조작된 현실 또는 가상 속에서 인간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즐긴다. 데뷔작이 될 뻔했던 ‘트루먼 쇼’(1998)도 그렇고, 유전적 우열에 따라 계급이 분류되는 미래를 담은 데뷔작 ‘가타카’(1997)도 그랬다. 두 번째 연출작 ‘시몬’도 마찬가지. 실력은 있지만, 상복은 없던 영화감독 빅터 타란스키(알 파치노)는 톱스타 니콜라 앤더슨(위노나 라이더)을 캐스팅, 재기의 발판을 다진다. 그러나 돌연 앤더슨이 출연을 거부해 영화제작 무산 위기에 빠진 타란스키. 절망에 잠긴 그에게 사이버 여배우 시몬(레이철 로버츠)을 만들 수 있는 CD롬이 배달된다. 타란스키는 시몬을 신인 배우인 것처럼 속여 영화를 완성하고, 시몬은 최고 스타로 떠오르는데….2002년작.111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청춘만화’ 김하늘 “촬영내내 행복했어요”

    ‘청춘만화’ 김하늘 “촬영내내 행복했어요”

    23일 개봉한 영화 ‘청춘만화’(제작 팝콘필름)로 다시 돌아온 청순 발랄 깜찍 배우 김하늘. 삼청동 한 까페에서 만난 김하늘은 두 가지 얼굴이었다. 괜찮은 영화작업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기대감, 그리고 너무 많은 관심과 기대로 인한 피로함과 부담감 같았다. 촬영보다 인터뷰가 더 힘들겠다고 하자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정말 이렇게 인터뷰 많이 한 건 처음”이란다. 영화가 좋아서 그런 것 아니겠냐며 흥행이 잘 되겠다고 하자 “인터넷 예매율이 높다니깐 그럴 거는 같은데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라며 이내 차분해진다. ● 권상우와 두번째 호흡 ‘청춘만화’는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다 들여다보며 사는 불알친구(?) 이지환(권상우)과 진달래(김하늘)의 기나긴 사랑 이야기다. 지환과 달래의 친구인 문영훈(이상우)이 남긴 대사처럼 ‘이제까지 본 연애편지 가운데 최고로 긴 연애편지’인 셈이다. 여기다 제목에 ‘청춘’과 ‘만화’라는 두 단어를 함께 얹어 놓은 데서 알 수 있듯 적절한 웃음과 감동도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질투도 배신도 다툼도 없이 모두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김하늘 스스로도 “너무 예쁘고 착한 역할이어서 영화 찍는 내내 행복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영화에서 김하늘과 진달래는 겹치는 부분이 있다. 너무나 배우가 되고 싶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우황청심환에 매달려 사는 게 바로 달래다.“정말 제가 데뷔할 적 생각이 났어요. 달래는 처음으로 오케이 사인을 받고 밖에 나가 몰래 기뻐하기라도 하지만, 저는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내도 뭐가 뭔지 모르고 그냥 멍∼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인지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도 바로 그 장면이란다.“감독님이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을 떠올리라고 그러잖아요. 어렸을 때 저희 집이 진짜 조그만 구멍가게를 했었거든요. 그 추억을 떠올리면서 연기했어요. 실제 제 경험이 반영된 것이기도 해서 가슴에 많이 남는 장면이기도 해요.” 98년 ‘바이준’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으니 김하늘도 ‘배우’의 이름으로 살아온 지도 어느새 10년 가까이 된다. 그 동안 김하늘은 달래에서 얼마나 훌쩍 컸을까.“저 스스로는 기특해요. 연기재능이 특별하다거나 숫기나 끼 같은 게 유별났던 건 아니지만, 감수성이나 집중력 같은 면에 성실하게 노력했거든요. 그러다보니 흥행하고는 상관없이 이제껏 꽤 괜찮게 헤쳐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작품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꼽았다.“그때 처음으로 모니터하면 내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고, 현장에서의 행복감 같은 것도 느꼈죠. 그 이전 영화는…. 사실 지금 보기엔 스스로 민망하고 힘들어요.” ● 내년쯤 TV도 출연 요즘 한국영화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코믹물에만 너무 치우친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동갑내기’가 쉽게 떠오른 탓도 있었다. 먼저 김하늘은 ‘청춘만화’가 코미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웃기는 장면이 많다고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멜로가 주된 틀이면 웃겨도 멜로라고 생각해요. 전 그런 마음으로 촬영했거든요.” 너무 치우쳤다는 말에도 거부감을 나타냈다. 한국 영화의 폭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여배우가 가장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는 역시 ‘멜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훌쩍 커버린 달래, 김하늘은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을까.“멜로배우라는 타이틀도 나쁘지 않지만, 무엇보다 사랑받을 만한 배우로 남고 싶어요.” 스크린 차기작도 준비하지만 브라운관 출연도 생각하고 있단다. 내년초쯤이면 혹 TV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시론] 인도 핵외교에서 배울 점/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시론] 인도 핵외교에서 배울 점/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지난 2일 체결된 미국-인도 핵협정은 미국이 인도의 평화적 핵활동을 지원한다는 약속과 함께 인도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정이 갖는 국제정치적 함의는 다양하고 막중하다. 세계전략 차원에서는 미국이 인도를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핵질서의 관리’ 측면에서는 인도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함으로써 미국 스스로가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NPT는 핵무기의 확산을 견제하는 ‘핵질서의 헌장’이지만, 참여를 거부하면서 핵보유국이 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 ‘이단아’들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들은 핵을 포기하고 NPT에 가입하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핵보유국으로 공인하면 다른 NPT 회원국들에 “우리도 NPT를 탈퇴하고 핵보유국이 되겠다.”라고 주장할 근거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이중 기준’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반확산 정책을 주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핵보유를 방조했다. 미국은 또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시 친미반군의 기지를 제공했고 지금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동맹국이 되고 있는 파키스탄의 핵보유를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핵무기 단계에 접근하지도 않은 이란에 ‘농축 포기’를 종용하는 것은 ‘원천 봉쇄’ 정책이라 할 수 있으며, 이미 핵보유를 선언한 북한은 원천봉쇄를 돌파한 상태이다. 북한으로서는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받든지 아니면 핵포기의 대가로 원하는 반대급부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란이나 북한이 인도를 ‘NPT 밖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이번 협정을 놓고 이중 기준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은 다분하다. 인도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협정은 인도 핵외교의 쾌거를 의미한다. 독립초기 네루 총리는 훗날을 기약하면서 핵과학자들을 양성했다. 또 1964년 중국의 핵실험 직후 국민들의 핵무장 요구가 빗발쳤지만 인도는 ‘민간부문 발전을 통한 잠재력 배양‘이라는 내실을 택했다. 하지만 1998년 핵실험과 함께 핵무장을 시작하면서 핵강국을 향한 인도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인도는 이미 40∼50개의 핵탄두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년 내에 수소폭탄을 포함한 300∼4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프랑스가 육지발사 및 공중발사 핵무기를 폐기하고 잠수함에 의존하는 추세다. 반면 인도는 2003년에 핵병기를 총괄하는 전략군사령부를 창설하고 육지, 바다, 공중에서 핵투사가 가능한 강대국형 ‘3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협정은 인도에 핵강국으로 가는 대로를 활짝 열어주었다. 자체 제작한 사정거리 2000㎞의 아그니(Agni)미사일, 건조 중인 핵잠수함, 대륙간 탄도탄으로 변신할 수 있는 PSLV 로켓 등은 핵강국 인도의 미래를 점치게 한다. 인도의 핵행보는 한국에도 교훈을 남긴다. 중요한 국익을 추구함에 있어 인도가 보여준 인내와 뚝심은 으뜸가는 본받을 점이다. 차별성 문제도 남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 냉철한 머리로 판단할 때 한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장을 시도해서 안 되지만, 일찌감치 원천봉쇄를 당한 한국이 원천봉쇄를 거부하는 이란, 원천봉쇄를 돌파한 북한, 원천봉쇄를 돌파하여 공식 핵보유국 반열에 오르는 인도 등을 바라보면서 차별성을 느낄 뜨거운 가슴마저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 또한 비정상이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정보·문화의 보고’ 자치구 도서관

    ‘정보·문화의 보고’ 자치구 도서관

    자치구 정보도서관과 정보센터로 나들이를 떠나세요. 가족끼리 즐길 만한 보물들이 한 가득 숨어 있답니다. 놀이동산 보다 재미있고, 할인점보다 저렴합니다. 승희 가족의 노원정보도사관 나들이를 살짝 훔쳐봤습니다. 승희는 지난 주말 아빠, 엄마와 정보도서관을 찾았습니다.1층에 들어서니 어린이 열람실이 펼쳐집니다. 승희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동화책을 고릅니다.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합니다. 엄마가 옆에서 읽어주기도 하고, 혼자 그림책도 봅니다. 다음에는 옆에 놓인 컴퓨터로 전자책(e-book)을 읽습니다. 동화책 주인공이 움직이며 노래를 불러줍니다. 아빠는 3층 디지털자료실로 올라가 자리를 잡습니다. 인터넷이 설치된 컴퓨터에 앉아 학술 자료를 찾아보고, 동영상 강좌를 봅니다. 원어민이 읽어주는 전자책을 보며 영어실력도 다집니다. 어느새 점심시간. 승희 가족은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백반은 2500원, 특식은 3000원. 승희는 생선가스를, 엄마·아빠는 꽁치구이와 미역국을 고릅니다. 양도 푸짐하고, 맛도 일품입니다. 자판기 커피를 들고 도서관 주변 산책로로 나왔습니다. 흙을 밟으며 나무 사이로 걸어가는데 봄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옵니다. 아빠와 엄마는 도란도란 얘기하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승희 가족은 도서관 3층 DVD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바빠서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빌립니다. 엄마가 어려운 부분은 설명해줘서 승희도 재미있게 영화감상을 합니다.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보고…. 승희가족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북카페+인터넷+동영상 ‘종합문화마당’ 정보화 도서관 열풍이 불고 있다. 도서관 컴퓨터로 전자책(e-book)을 읽고,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초대형 TV로 DVD를 감상한다. 엄마와 아이가 마루에 앉아 동영상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 책만 빼곡히 들어차거나, 칸막이 책상만 가득하던 구립 도서관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최첨단 시설 갖춘 미래형 도서관 2월 28일 노원구 상계동 노원정보도서관. 개관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지만 주부, 학생, 어린이들로 도서관은 북적거렸다. 도서관 직원 정재훈씨는 “매일 2500∼3000명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등록 회원 수도 3000명을 넘어섰다. 노원도서관은 최첨단 서비스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선 회원증을 휴대전화로 내려받아 저장할 수 있다. 휴대전화 하나면 열람실 입실은 물론 대출, 컴퓨터 이용도 가능하다. 열람실 입실표도 기계가 발급한다. 회원증이나 휴대전화를 대면 빈 좌석을 알려주고, 선택하도록 돕는다. 영화관의 무인티켓발급기와 닮았다. 책을 빌릴 때도 마찬가지다. 회원증을 인식시키고 책을 넣으면 대출 완료. 컴퓨터나 DVD감상실 이용은 더 간편하다. 도서관 컴퓨터로 빈 시간에 예약하면 된다. 도서관 홈페이지에도 실시간으로 예약 현황이 올라와 집에서도 가능하다. 디지털자료실은 도서관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컴퓨터가 놓인 68석에서 학술지 원문검색, 인터넷,DVD, 위성방송, 문서편집 등이 가능하다. 노트북 이용자를 위해 유·무선 서비스도 제공한다. 게임이나 유해사이트는 접속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구축했다.800여개 DVD를 대형 TV로도 감상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둘러앉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이용은 하루 2시간으로 제한한다. ●대형TV로 가족과 DVD 감상 딸 김영서(7)양과 함께 방문한 최연희(36)씨는 “자료나 시설이 다양해 아빠나 엄마, 아이들이 모두 즐겁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다만 주말에 자료실이 오후 5시까지만 운영돼 아쉽단다. 같은 층에 위치한 시청각실과 컴퓨터교육실도 최첨단이다. 교육실에는 자리마다 컴퓨터가 놓여 있고, 칠판도 전자식이다. 터치 스크린이라 클릭하면 인터넷에 연결되고, 필기도 가능하다. 시청각은 대형 스크린과 방음시설을 갖춰 영화감상도 가능하다. 도서관은 정기적으로 영화를 무료로 상영할 계획이다. 양천구 신월정보문화센터도 지난달 21일 문을 열었다. 대지 457평, 건물 1297평에 지하 1층, 지상 5층이 세워졌다. 지하 1층에는 다목적 강의실이, 지상 1층에는 동사무소와 어린이집, 치안센터가 자리한다.2층에는 주민자체센터와 취미교실이,3∼5층에는 헬스장과 디지털 정보도서관이 만들어졌다. 카페 분위기가 나는 3층에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엄마와 어린이가 함께 책을 즐긴다. 인터넷을 사용할 컴퓨터와 책 3000권이 비치돼 있다.4층 멀티미디어실에는 인터넷 검색코너와 DVD 감상실이 놓여 있다. 이곳에선 1만 7000권의 전자책과 동영상 강좌를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강의로 승부한다 강북문화정보센터는 다양한 어린이 강좌로 유명하다. 구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28일 이은희 선생님이 진행하는 어린이 동화구연반. 아이들은 신나는 노래에 맞춰 율동을 배우고 있다. 또래 친구라 금세 친해져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재미있어한다. 이 선생님이 거북이와 토끼처럼 말하며 사과 나눠먹기 게임을 설명하자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선생님을 따라 친구들이 동화를 들려주자 크게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강좌를 기획한 유미희씨는 “수강신청이 20분이면 마감될 만큼 인기가 많다.”면서 “저렴하지만 알찬 수업이라 아이들도, 엄마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3개월 1만 5000원. 어린이들은 정보센터에서 전자책도 많이 읽는다. 아동책이 1417권. 특히 플래시 화면과 함께 보는 어린이 멀티동화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해 인기가 많다. 대출 중인 책은 예약할 수 있으며, 한 번에 최대 5권까지 빌릴 수 있다. ●어린이 전용 소극장 광진정보도서관에는 어린이 전용 소극장이 있다.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집에 들어가 시청각 자료를 친구들과 함께 본다. 더불어 독서하는 기쁨을 가르쳐주는 공간이다. 어린이 열람실도 엄마와 아이가 마음껏 즐기도록 설계했다. 엄마가 마루 위에 앉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면,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 이야기를 듣는다. 동화책이 2만 8000권을 웃돈다. 권오향(33)씨는 “책읽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서 아이(7)와 함께 왔다.”면서 “책이 다양해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매달 추천도서를 선정하고, 독서회를 운영한다. 또 사서들은 어린이들이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물으면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동생 종인(7)군과 마을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온 정종훈(10)군은 “인터넷보다 자료가 많고, 이것저것 찾아보는 게 재미있다.”면서 “일주일에 2∼3번 와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내집처럼 편리·친근하게 구마다 톡톡튀는 서비스 구청은 정보센터·도서관을 다양한 모습으로 운영한다. 2002년 문을 연 성북정보도서관은 디지털 정보와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종합적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인터넷·동영상·학습강의를 체험하는 디지털자료실을 운영하고, 실버세대를 위한 IT교육 등도 월 50강좌 진행한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를 운영한다. 독서교실, 전시회, 인형극, 작가와의 만남 등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2004년 11월 증축된 중랑구립정보도서관은 장애우와 노약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어르신들이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DVD와 비디오테이프,CD-ROM 등 다양한 비도서자료도 추가했다. 강서지역정보센터 인터넷·비디오 코너에서도 다양한 정보화 세상을 만날 수 있다.4층 전자정보실에 마련된 비디오 테이프와 CD는 2000여종. 윈도와 파워포인트, 홈페이지 만들기, 포토숍 등 다양한 컴퓨터 강좌가 진행된다. 1999년 4월 개관한 성동문화정보센터는 2002년부터 전자책을 대여하고 있다. 대출기간은 3일이며 1인당 5권까지 빌릴 수 있다. 보유한 책은 9430권. 회원으로 가입하면 어디에서든 대출 가능하다. 성동구청 안에는 무지개 자료 열람실이 마련됐다. 세무민원실이던 142평을 탈바꿈시켰다. 일반열람식 45석과 어린이 열람실 31석, 자유 독서공간 등이 만들어졌다.2만여권의 도서와 정보를 검색할 컴퓨터는 20대. 지하에도 어린이에게 장난감을 대여하는 무지개 장난감 세상과 수유실, 조깅코스가 있다. 송파구 거여2동 복합청사 4∼5층에는 거마도서정보센터가 자리한다.1만 2000권의 도서와 TV, 컴퓨터 등 전산 기기와 일반열람실, 유아열람실, 디지털자료실 등 216석의 열람 공간이 있다. 마포구는 지역주민에게 전자책 1500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선문학, 인문사회, 교양, 경제경영실용서, 어린이특선 등 11종.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와 MBC 느낌표 선정도서 등 인기도서를 구비하고 있다. 강동구도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어학공부를 하고, 전자책을 보도록 서비스한다. 애니메이션 동화 등이 인기다. 관내 지도가 3차원으로 구현돼 상호, 주소, 구역별로 검색이 가능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강남구 전자책 전국서 읽는다 전국 어린이들이 강남전자도서관의 전자책(e-book)을 읽고 있다. 강남구가 전국 120개 시·군·구 1566개 초등학교와 문화교육 교류협약을 맺어 전자책 24만권을 공유한 덕분이다. 전자책은 기존의 종이책과 달리 책의 내용을 디지털로 저장해 컴퓨터,PDA 등을 통해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독서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원어민의 언어를 들을 수 있고, 필요한 부분만 편집, 인쇄해 활용할 수도 있다. 글자와 그림뿐만 아니라 소리, 음악, 영상까지 지원되는 영화와 비슷해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컴퓨터만 있으면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좋아요.”“동영상도 보고,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신기해요.”“색칠하기도 해요.”“책 제목만 치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어린이들이 강남구 전자도서관을 방문, 게시판에 올린 평가들이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강남구는 2001년 논현·도성 등 5개 초등학교의 빈 교실에 작은 전자도서관을 설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집이나 도서관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도서관을 꾸준히 늘려 현재 23개 초등학교가 작은 전자도서관을 개관, 운영하고 있다. 2002년 5월, 경기 포천시 영중면 금주초등학교 학생들이 강남구 전자책을 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구는 유쾌히 개방했다.2004년 5월 서울 소년원인 고봉 정보통신 중·고등학교로 확대했다. 현재 학생 회원 수는 125만여명. 전자도서관 사이트(ebook.gangnam.go.kr)에 하루 평균 4000∼5000명이 방문한다. 부산 연제구 남문 초등학교 남원식군은 전자책 ID를 발급받은 지 5개월 만에 전자책 340권을 읽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 초등학교 송동수군도 도서관 개관 4년 만에 3600권을 독파했다. 강남구는 “도서 산간벽지 어린이들도 전자책을 통해 빠르고 편리하게 새로운 교육·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됐다.”면서 “도시와 농촌간 교육격차를 좁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효과적인 영어 동화 구연 “설명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 영어 구연동화 테이프를 자녀에게 들려줄 때 엄마가 지켜야 할 원칙이다. 학습 내용을 확인하려 드는 순간, 아이들은 영어를 놀이가 아니라 공부로 인식하고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듣기의 핵심은 영어 리듬을 익히는 것이다. 영어는 한국어와 전혀 다른 독특한 리듬을 갖는데 이것은 말이나 글로 배우는 게 아니라 감각으로 체득해야 한다. 이런 감각을 익히려면 말을 배울 무렵 한국어와 더불어 영어를 자연스레 접하면 좋다. 영어동요나 영어 구연동화, 팝송을 들려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영어와 한국말이 함께 나오는 테이프도 괜찮다. 계속 영어테이프를 듣다 보면 가르치지 않아도 어느 날 회로가 열려서 구석구석까지 청취할 수 있고, 이해할 수도 있다. 우뇌가 작용하는 것이다. 예전 영어 학습법은 쉬운 문장에서 어려운 문장으로 문법적으로 학습, 기억하며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좌뇌식 방식이다. 그러나 언어 습득은 지식을 대량으로 받아들이는 우뇌가 움직여야 한다. 영어를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하도록 돕는 게 그 방법이다. 아이가 비디오를 보고, 영어책을 읽는 게 즐겁도록 배려하면 그만이다. 그러려면 엄마가,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영어 책이나 비디오를 보고 아이가 내용을 이해했는지 절대 확인해선 안 된다. 학습 결과를 자꾸 확인하려 들면 아이가 영어학습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 결과 영어 자체를 싫어하게 된다.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갓난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자꾸 말을 걸듯이 아이가 영어에 노출되도록 놔두는 것이 최선의 영어 학습법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시론] 문화재 반환 ‘궁’을 꿈꾸며/ 이보아 추계예술대 영상문화학부 교수·박물관경영학 박사

    [시론] 문화재 반환 ‘궁’을 꿈꾸며/ 이보아 추계예술대 영상문화학부 교수·박물관경영학 박사

    최근 모 방송사에서 인기리에 상영중인 드라마 ‘궁’은 21세기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가정 하에 전개되는 팬터지적인 가상 역사물로서, 비록 고전적인 내러티브에서 출발했으나 그 방식은 다분히 21세기를 지향한다. 원작이 청춘만화이고 주인공들 또한 신세대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나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방영 초기 ‘해외 불법 유출문화재의 반환’이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황제는 황태자에게 해외 불법 유출 문화재의 목록을 건네면서 이들 문화재의 반환이 그가 앞으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다. 중반 정도에는 대영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기사 진표리 진찬의궤’의 자발적인 반환을 위해 영국에서 윌리엄 왕자가 방한하여 상호양해각서를 교환하기도 한다. 이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 도서와 함께 불법으로 가져간 7000여권 가운데 하나로서,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영국의 치즈 상인에게 10파운드에 매각되어 현재는 제3의 장소인 대영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의궤로 손꼽히는 이 고문서는 유일본으로서 저주지로 만든 일반 의궤와는 달리 최고급 초주지로 제작된 외규장각 도서와 같은 어람용 도서이다.1941년부터 엘긴 마블스라고도 불리는 그리스 최고의 문화유산 ‘파르테논 마블스’의 반환 요청을 시종일관 거부하고 있는 영국 정부가 ‘기사 진표리 진찬의궤’를 자발적으로 반환하다니…. 실로 꿈같은 일이 이 드라마에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이 프랑스와 재개되고 있다.1993년 이래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진행되어 온 이 협상은 정부의 협상력, 전문가, 선행연구 등의 부재로 결국 ‘등가교환’이라는 결말을 낸 채 여전히 양국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화재 반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문화주권에 대한 ‘정부의 의지’이다. 현재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 작업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작년까지 5만여점을 반환받는 결실을 거두었다. 중국정부의 문화재 되찾기는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는 중국인 수집가들이 자신의 본토에서 열리는 경매뿐만 아니라 해외 경매시장에 참여해서 직접 고미술품을 수집한다. 둘째 중국정부가 몇 해 전 ‘문화재보호계획’을 발표하면서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을 각국에 요구하는 한편 미국정부에는 모든 중국 고미술품의 수입에 대해 규제를 취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시민단체 ‘중국문화재반환운동본부’도 아편전쟁이 발발하고 일본이 패망한 시기인 1840∼1945년 사이에 약탈된 문화재의 반환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문화재반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그동안 밀반출된 작품의 반환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최근 이 미술관은 그리스 화가 유프로니오스의 작품이 그려진 2500년 된 도자기를 비롯, 소장품 20여점을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이탈리아 문화부에 전달했다. 앞의 사례처럼, 문화재 반환은 정부, 컬렉터, 시민단체, 해외박물관 등의 긴밀한 협조하에 이루어져야만 그 성과를 담보할 수 있다. 현재 구한말 불법적으로 도쿄대로 반출된 ‘조선왕조실록’의 반환이 논의되고 있다. 혹자에게는 문화재 반환이 오늘날과 같은 문화 다양성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문화재반환에 대한 발언권조차 포기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보아 추계예술대 영상문화학부 교수·박물관경영학 박사
  • 요즘 시청자 시선이 곱지 않다

    `TV는 연예인들의 놀이터인가?´ 최근 TV프로그램 MC를 맡은 연예인들이 개인적인 이유로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연예인들의 TV 컴백이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TV매체의 공영성을 고려할 때 연예인들의 이같은 태도와, 이를 방관하는 방송사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SBS가 신설한 영화소개 프로그램 `TV박스오피스´는 가수 옥주현과 탤런트 장근석을 MC로 캐스팅,4명의 MC 체제로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최근 옥주현이 바쁜 스케줄과 건강 악화를 이유로 3개월만에 중도하차했다. 그러나 뮤지컬 `아이다´ 주연,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은 계속 진행해 MC 자리만 물러난 것은 TV 시청자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그의 스케줄을 알면서도 조기하차를 예상하지 못한 방송사의 책임도 크다. 옥주현에 이어 장근석도 최근 영화배우로 데뷔하면서 19일 방송을 끝으로 MC에서 하차했다. 제작진은 “새 MC를 찾기 쉽지 않아 조만간 후임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탤런트 정려원도 MBC 월·화드라마 `공주님´에 캐스팅돼 MBC `섹션TV연예통신´ MC를 맡은 지 5개월만에 하차했다.탤런트 장서희도 바쁜 영화촬영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SBS `생방송TV연예´ MC자리를 8개월만에 떠났다. 이쯤되면 1년을 넘기는 MC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기에 연연한 MC 캐스팅이 결국 잦은 교체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들이 TV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컴백을 준비하고 있어 이들의 복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2004년 `위안부 누드´파문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던 이승연은 25일부터 SBS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디자이너 `혜주´역으로 등장할 예정이며,2002년 마약복용 혐의로 파문을 일으켰던 성현아도 24일부터 방송되는 SBS 금요드라마 `어느날 갑자기´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드라마 연기를 재개한다.이들은 앞서 영화에 출연하거나 사업·음반활동 등을 벌였지만 TV 드라마 복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도박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방송을 떠났던 신정환도 최근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TV 복귀 의사를 조심스럽게 밝혔으며,KBS 예능프로그램 제작진도 신정환의 컴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대해 시청자들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지켜봐주자”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그러나 MC에서 도중하차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듯,`파문´연예인들의 잇따른 복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마이너리티 리포트] ‘레주파’ 방송 반년만에 소통창구로

    [마이너리티 리포트] ‘레주파’ 방송 반년만에 소통창구로

    “매체가 우리를 조명해 주길 바라거나 왜곡된 언론 보도에 대응을 하기보다는, 이제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쏘아올린 ‘레주파´는 ‘레즈비언 주파수´라는 뜻의 라디오 제작팀이다. 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이 주관한 미디어교육 이수자 8명이 모여 매주 수요일 마포FM에서 방송되는 음악프로그램 ‘L 양장점´을 만들고 있다.‘레즈비언을 위한 맞춤 방송´이라는 뜻이다. 대부분 20대인 이들은 처음부터 “심각한 ‘운동´이 아니라 재미있게 우리의 이야기를 방송하자.”는 뜻으로 뭉쳤다. 당초 영상물 형태를 생각했으나 커밍아웃의 위험이 없는 라디오를 택했다. 보통 음악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초대 손님도 있고 청취자의 사연을 읽어주기도 한다.“여자친구와 100일 됐어요. 축하해 주세요.” 하는 내용도 있고 “애인과 헤어져 힘들어요.” 하는 사연도 있다. 언뜻 엿본 그들의 이야기는 이성애자들의 소소한 생활과 전혀 다르지 않다.“이성애자들이 방송을 듣고 ‘얘들도 우리랑 똑같네.´ 하는 생각을 한다면 일단은 성공한 거죠. 거부감이 조금 줄어들 테니까요.” 이들 대부분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A(22)씨는 “동성애를 마치 전염병처럼 보거나 ‘얘가 나를 좋아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막연히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레주파´는 방송 반년 만에 레즈비언들의 소통 창구로 자리잡았다.“이성애자들도 함께 들으며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방송이길 기대합니다.”‘레주파´는 수요일 밤 12시 마포구 일원에서 FM 주파수 100.7㎒에서 방송되며, 카페(cafe.daum.net/lezpa)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사회 정의 세우는 ‘인생의 낙오자’들

    재일동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39)의 신작 ‘SPEED’(양억관 옮김, 북폴리오 펴냄)가 국내 출간됐다. ‘레볼루션 No.3’‘플라이, 대디, 플라이’에 이어 3류 고등학교를 다니는 문제아들의 모임 ‘더 좀비스’의 활약을 그린 3번째 작품이다. 빠르고 유쾌한 전개방식과 단순명료한 주제의식 등 전편들에서 보아온 가네시로의 장기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다. 일당에게 납치된 여고생 가나코를 극적으로 구해낸 ‘더 좀비스’멤버들은 사건의 배후에 일류대 법학과 모범생 나카가와가 연관돼있음을 알게 된다.가나코를 멤버로 받아들여 격투기를 훈련시킨 ‘더 좀비스’는 나카가와의 대학축제가 벌어지는 날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카가와가 그동안 범했던 온갖 범죄들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비열한 방법으로 권력과 부를 장악하려는 악당을 소탕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이들이 바로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거부당한 인생의 낙오자들 ‘더 좀비스’라는 사실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세상은 어차피 부조리하고, 모순적이니까. 가네시로 가즈키는 1968년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에서 태어났다. 일본 학교를 다니면서 심한 차별을 느낀 그는 한때 인권변호사를 꿈꾸기도 했지만 대학 1학년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오히려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무국적 글쓰기의 장점으로 치환시킨 그의 작품들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대중문학상인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한 ‘GO’는 한·일 합작영화로 만들어져 성공을 거뒀다. 딸의 복수를 꿈꾸는 무력한 중년 남성의 인생역전기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국내에서 이문식, 이준기 주연으로 영화 제작 중이다.이번 ‘SPEED’출간과 더불어 ‘연애소설’등 전작 4편이 개정 증보판으로 함께 나왔다. 각권 85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00% 사전제작 드라마 자리잡을까

    8부작 ‘내 인생의 스페셜’(연출 이재원 연출, 극본 박경수·이천형·노은정, 제작 김종학프러덕션·J&H필름)은 월화 미니시리즈 ‘늑대’가 주연 배우들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잠정 중단되자 MBC가 고육지책으로 긴급 투입한 작품이다. ‘땜질’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최근 주목받고 있다.100% 사전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인기가 있으면 고무줄처럼 방영 기간을 늘리고, 시청률이 오르지 않으면 단칼에 조기종영시키는 척박한 국내 지상파 환경에서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편성되는 것은 보기 드물다. 이 작품은 이미 지난해 가을 촬영을 끝내고 지상파 3사에 러브콜을 보냈으나 답이 없었다.100% 사전 제작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대로 묻힐 뻔했던 상황은 ‘늑대’가 ‘부상’당하며 반전됐다. 기사회생한 ‘내 인생의 스페셜’은 그러나,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주 방영 첫 주에 시청률 12% 언저리를 점령했다. 사랑 타령으로 일관하지도 않고, 탄탄한 줄거리에 연기자들의 호연과 영화처럼 빠른 호흡이 어우러지며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전제작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원래 12부작이다. 국내보다는 일본 시장을 겨냥한 작품으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역시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SBS ‘천국의 나무’도 10부작.10∼12부작은 선진 드라마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정형화된 미니시리즈 분량이다. 선진 드라마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MBC는 ‘내 인생의 스페셜’의 4부 분량을 과감하게 쳐냈다. 오히려 MBC 측에서는 “잘라내니까 드라마 전개도 빠르고 좋다.”는 반응도 나온다.하지만 그 평가는 드라마를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내놓은 뒤 시청자들에게 받아야할 부분인 것 같다. 새로운 시도를 파행 방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초치기 제작 등을 탈피하고 작품 질을 높이겠다고 목에 힘주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편성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제작사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내심 12부로 방영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작비 문제도 걸린다.8부로 방송이 되면 그에 해당하는 제작비만 회수하게 된다. 회당 제작비가 제대로 보전되지 않는 상황이다. ‘내 인생의 스페셜’이 난도질당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된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품게 될지 궁금하다. 벌써 12부작을 그대로 틀어달라는 목소리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아버지 3·1운동 세계알리고 딸은 서울영화 찍고

    4대째 ‘서울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외국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1919년 서울에서 태어난 브루스 테일러(87) 일가. 테일러는 지난달 말 아내·딸과 함께 고향집을 66년 만에 찾았다. 테일러는 1919년 2월28일 영동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서울에서 보냈다. 가족들은 한국을 떠나기를 거부한 대가로 6개월의 수용생활 끝에 1942년 5월 일본 경찰이 추방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이들 일가가 처음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은 할아버지 조지 알렉산더 테일러 때문. 그는 평북 운산의 금광에서 기사로 일하다 1908년 사망해 마포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다. 아버지 앨버트 테일러는 3·1운동 당시 UPI통신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일본 경찰의 수색을 피해 독립선언서 일부를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태어난 침대 밑에 숨겼다가 3·1운동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후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 일제에 의해 추방돼 미국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1948년 세상을 떠났다.‘내가 사랑하는 땅 한국, 아버지의 묘소 옆에 나를 묻어 달라.’는 유언에 따라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됐다. 연극배우였던 어머니 메리 테일러는 당시 서울생활을 기록한 자서전 ‘호박 목걸이(Chain of Amber)’를 펴냈다. 자서전에는 일본에서 연극 공연을 하다가 아버지 테일러를 만나게 된 사연부터 이승만 대통령을 면담하면서 듣게 된 한국의 독립운동 기록 등이 담겨 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매트릭스 제작 등에 참여한 딸 제니퍼 테일러는 할머니의 자서전 ‘호박 목걸이’의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다. 테일러는 6일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고, 부친에게 물려받은 1920년대 서울시청, 원구단, 서울시 전경 파노라마, 고종황제 장례식 등 희귀사진 17점을 기증할 예정이다. 특히 고종황제 장례식은 기존 사진과 달리 매우 가까이에서 촬영된 것으로 용머리 장식의 상여, 상여꾼 복장, 외교사절 조문행렬 등을 살필 수 있는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달 테일러 일가의 보금자리였던 종로구 행촌동 1의88,89의 ‘딜쿠샤’를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근대 주택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는 이유다. 딜쿠샤는 힌두어로 행복한 마음을 뜻하며 테일러 일가가 인도 여행에서 본 궁전 이름에서 따왔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한류와 국내 인기 모두 잡을까

    오는 8일 첫 방송되는 SBS 수·목 드라마스페셜 ‘천국의 나무’(연출 이장수, 극본 문희정, 제작 로고스필름)는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끈다.2004년 인기리에 방송됐던 이장수 PD의 ‘천국의 계단’에 출연한 아역들이 이번에는 주인공으로 등장,‘천국 시리즈’의 완결편인 데다가 드라마로서는 보기 드물게 10부작으로 기획됐고,100% 일본 현지촬영을 통해 새로운 한류를 겨냥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주목받는 더 큰 이유는 철저히 한류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 먼저 방송됨으로써 국내 시청자들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 한류와 국내 시청자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거리이다.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드라마는 눈으로 뒤덮인 일본 나가노를 배경으로, 배우들의 대화가 상당부분 일본어로 이뤄지고 일본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일본 드라마로 착각할 정도. 부모의 재혼으로 만난 오빠 윤서(이완)와 일본인 동생 하나(박신혜)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중심 축이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는 물론,10부작으로 짜인 것은 일본 진출을 고려한 것.SBS 공영화 드라마총괄CP는 “일본 드라마가 대부분 45분씩 13∼14부작으로 편성돼 50분대 10부작으로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일본후지TV 등과 협의,3∼4월쯤 일본에서 방송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류를 타깃으로 현지 로케 등을 했던 기존 드라마들이 실패한 경우가 상당수 있어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다. 또 한국 시청자들에 선을 보이는데, 이에 대한 평가도 분분하다. 일본색이 짙어 자칫 거부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 -‘부넝숴(不能說)’ 중에서 ●편집자주:원고의 각주는 편의상 모두 본문 안에 삽입했습니다. 1. 형식에서 정서로, 혹은 인식에서 믿음으로 김연수는 똑똑하고 성실한 작가다. 이것은 물론 그의 작품이 증명해 주는 바다. 이미 첫 장편 ‘7번 국도’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에서 그것이 예고되었고,‘굳빠이, 이상’에서는 그의 ‘좌뇌’가 승한 글쓰기가 과도하다 싶을 만치 절정을 이뤘으며, 최근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는 논픽션적 자료의 편집으로 픽션을 제작하는 방식의 글쓰기(이에 대해서는 김연수 심진경 류보선의 좌담 ‘작가-되기, 혹은 사라진 매개자 찾기’, 문학동네 2005년 가을호 참고)가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소재와 생생한 묘사라는 ‘발로 쓰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김연수는 그 나름 ‘읽고 쓰는’ 글쓰기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공야장 도서관 음모 사건’의 보르헤스식 모티프에서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 나오는 경성제대 이어철 박사의 ‘냉수를 마셔라’라는 자료에 이르기까지, 또 휘트먼의 시에서 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레퍼런스는 실로 화려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읽을 만하다. 읽을 만하다는 것은 그 자료적 풍부함과 형식적 공들임이 해석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김영하나 백민석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는 소재적 새로움을 문단에 던져줄 때, 김연수는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는 자칭 “현학적인 문학근본주의자”인 것이다. 더불어 김연수는 시대적 상처와 유관한 작가다. 첫 단편집 ‘스무 살’의 ‘구국의 꽃, 성승경’에서 투신하는 학생 운동가라든지,‘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첫사랑’에서 수배자의 고백이라든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의 배경이 되는 광주항쟁과 지역감정의 문제라든지, 이처럼 80년대적 상황과 사회적 투쟁의 상처는 89학번 김연수에 의해 소설 안으로 계속해서 호출된다.“세대의식과 소설가적 자의식을 맞세우며 자신의 소설적 지평을 지속적으로 갱신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물론 김연수가 등단했던 1990년도는 집단의식보다는 ‘나’가 문단의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윤대녕, 신경숙이 ‘나’를 돌아보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하가 그 ‘나’를 파괴하겠다며 나르시스트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고, 백민석의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혼종된 작품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억눌렸(렀)던 개인의 욕망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의 모순된 구조가 드러났으며, 그 와중에 대사회적인 투쟁이나 고민은 이미 유행지난 옷가지처럼 옷장 깊숙이 처박힌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연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성승경’의 동생 ‘승진’이 죽은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유령처럼 밤거리를 헤매듯, 그 유행지난 옷가지들을 자꾸 꺼내서 입어본다. 그는 자칭 “80년대에 가까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옷은 역시 유행에 걸맞지 않는 터라, 더불어 이 부채의식이라 할 만한 것에 짓눌려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의 궤적이 너무나 크고 그의 지적 발랄함이 너무나 경쾌한지라 “김연수에게 문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진실을 고통스럽게 토로하는 것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쪽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서영채,‘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문학동네 2002년봄,p328)라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연수 식 예의 그 경쾌한 글쓰기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재치있는 연애소설에서 그 빛을 발하고, 결국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편집자, 주석가, 번역가로서의 그의 재구성 능력이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에 관한 통찰까지 얻음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본다면 김연수에게 80년대적 상황 혹은 세대 감각,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다소 우울한 정서의 문제는 작가가 초지일관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력에의 관심, 또 그에 값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묻혀 버리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징후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들과 그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고독과 비애의 정서는 “이 소설만큼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라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김연수의 작품 목록에서 특이한 것으로서만 간주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집의 독특함 혹은 이질성에 대한 평가는 뒤이어 나온 ‘유령작가’의 형식적 강렬함에서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편 연재를 시작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2005년 겨울호)에서 김연수는 다시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끌고 오면서 전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김연수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쯤 되면, 김연수의 ‘변전’(김형중),‘기획력’(심진경), 혹은 ‘문턱 넘기’(김연수)는 여전히 한쪽에는 세대의식, 한쪽에는 작가의식을 놓고 그 양극 사이를 진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 소설에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김연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유지해 왔고 벌써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나 불가지론적인 사고에는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의 세계인식이 “그러므로 진실은 없다.”는 냉소나 허무주의가 되지 않고,“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일 텐데, 그것은 어떤 ‘정서’의 집약을 통해 스며 나오기도 하고,‘의지’ 혹은 ‘믿음’으로 실천되기도 한다.“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194.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1:페이지수)라는 식의 위로와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작과 비평사,2005,p.28.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2:페이지수)라는 의지 같은 것들이 김연수를 해체적 허무주의자라는 평가로부터 지켜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한복판에 항상 ‘언어’에 대한 고민이 놓인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작가’라는 말을 대놓고 쓸 만큼, 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목록이 다수에 해당할 만큼 그에게 언어의 운용은 중요하다. 김연수 소설의 인물들이 흔히 무엇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수행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김연수만의 진정성과 고민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으로 이 글은 쓰여진다. 그의 형식적 기발함과 재치와 성실성에 묻혀 버린 김연수의 진정성은 무엇이고, 그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지금껏 어떻게, 어디까지 해결했나? 2. 기억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말로 기억할 수 없는 것-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작가가 그렇듯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거나 쓴다. 김병익이 지적했듯,‘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작품들은 이제 무엇에 대해 쓰기 시작하겠다는 말을 먼저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김병익,‘(해설)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 위의 책)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그의 이혼한 아내는 꿈꾼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부넝숴’와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의 화자는 아예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편지 형식이며,‘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 친구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소설’을 쓴다. 유서에 자신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남겨 놓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라는 처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너’의 흔적을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더듬는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혼잣말이며,“사랑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꿈 속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며, 편지에는 답장이 없다는 것이며, 소설 속의 인과관계 안에서는 어떤 진실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말은 할수록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처럼 단어 몇 개로밖에 소통할 수 없는 말하기가 더 단호하고 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계속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무한 일인가. 그래도, 여하튼, 침묵은 비겁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또 말하고 쓴다. 전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왜일까? ‘첫사랑’의 ‘나’는 수배중이다. 자수할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첫사랑 ‘정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편지 내용이란 건 거창할 게 없다.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떠올려지듯 ‘나’는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사건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해나간다. 자신의 관심이 무시당하자 정인의 뺨을 때린 일, 혜지누나에게 화풀이하듯 “남의 잔에 술이나 따르는 더러운 년이 일식은 무슨 일식”(1:114)이냐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 등을 얘기한다. 그런 고백의 사이사이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데프콘 발동”,“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을 무심히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 편지는 단지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1:114)라는 뒤늦은 뉘우침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남겨야만 한다는 초조한 마음”(1:98)에 사로잡혀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특별히 그 대상이 ‘정인’이어야 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정인’의 주소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고, 정인에 대한 기억도 따라서 우연히 떠올려 졌을뿐이다. 결국 고백을 들어줘야 할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너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을”(1:105) 연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나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이 바로 자기 안에 머물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까닭 없는 슬픔과 한없는 기쁨과 막연한 불안감이 하늘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처럼 내 안에서 서로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바뀌는 동안, 조금씩 둥근 원이 태양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지. 눈물 방울처럼 검은 유리판에 새겨진 그 아름다운 노란빛. 언젠가 보았던 너의, 또 혜지누나의 눈물 맺힌 눈동자처럼 한쪽 부분부터 흔들리는 그 둥근 빛. 그러나 결코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그 소중한 동그라미. 무한히 수축됐다가 다시 온 우주로 퍼져나가는 그 노란 물결.(1:118)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둥근 노란빛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일식을 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버지를 따라 나간 시위에서 처음 본 ‘펄럭거리는 노란빛’,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빛,‘나’는 그게 꿈이었고,‘사랑’이었다고 정의 내리고 이제 일식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검은 유리판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진 그 노란빛은 꿈도 사랑도 아니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실재(real)를 가리고 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예쁘던 반딧불이 실은 끔찍한 벌레에 다름 아니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서 사랑하고 내 안에서 꿈꾸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게이코’는 어떤가. 이 작품에서도 편지는 중요한 모티프다.‘태식’과 ‘김씨’가 크리스마스 날 케이크 판 돈을 갖고 사라진 게이코를 찾으러 가는 데는, 게이코가 받았던 펜팔 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는 월남 가서 실종됐고, 엄마는 자살을 했고, 따라서 그녀는 ‘천애고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엄마’라는 단어 대신 ‘모친’이라는 단어를 쓰는,“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1:29)인 ‘게이코/경자’는 ‘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잔’에게 펜팔 편지를 쓴다. 답장도 받았고 게이코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서로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장은 ‘게이코/경자’에게 온 것이 아니며,‘게이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인 ‘유진’에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에 털어놓는 이야기란,“펜팔 가이드”의 예문대로, 자신은 다니지 않는 학교 얘기,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캠핑 얘기일 뿐이다. 학교와 캠핑, 날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등이 ‘게이코’ 또래가 누려야 할 삶의 전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말더듬이 게이코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수잔’에게 일지라도 자신이 그런 삶과는 거리가 먼 빵집에서 일하는 말더듬이 고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잔’을 대화 상대로 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말을 더듬는다는 것도 말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명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게이코’는 왜 편지를 쓸까. 그 편지 역시 ‘첫사랑’의 편지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는 빵집에서 여전히 빵처럼 둥근 그 노란 빛 아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자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면 그녀가 빵집 창문에 다 못 쓰고 간 ‘New Year‘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쓰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듯, 게이코의 행방의 단서가 되었던 편지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간 곳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에게 쓰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결국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차단한다. 단지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처럼 그들의 쓰기/말하기/읽기는 자기 충족적이다. ‘리기다소나무숲에 갔다가’의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끊임없이 ‘만담’을 하는 것도 ‘나’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치유의 과정에 가깝다. 카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살 소동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촌은 내 “인간 연구”의 대상이다. 나는 왜 “인간 연구”에 골몰할까? 대학 1학년 때 분신 장면을 목격한 나는 “죽을 게 뻔한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심정”(1:151)이 무엇일까 라는 숭고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질문은 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삼촌에게 “물망초 여자 진짜로 사랑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삼촌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삼촌 역시 ‘나’에게 답하고 있다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그들 사이에는 질문과 답의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다. 삼촌은 넋두리를 늘어놓듯 자신의 로맨스를 말하기 시작하고, 도라꾸 아저씨는 옆에서 “하이고, 조카 듣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뭔 사설이 그래 기나?” 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 가히 ‘만담’ 수준이지만, 혼잣말에 가깝다. 이 ‘만담’ 속에서 나는 삼촌을 이해했고, 삼촌은 공감을 얻었을까? 이해는 앎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앎이 이해와 치유의 첫 걸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해받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삼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길은 가지 않은 길이고, 여전히 삼촌은 ‘리기다소나무 숲’ 안에서만, 혹은 자신 안에서만, 지난 날 부르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더 로드 낫 테이큰’을 읊조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만담’을 하는 동안,‘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봉우’는 그야말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국낙서문학회 지역지부에서 ‘나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봉우에게 삶이란 ‘만반의 준비는? 5천. 평생동지는? 12월 22일’ 따위의 말장난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주간지의 독자페이지에 이런저런 낙서를 지어서 투고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봉우에게 삶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봉우가 만든 최고의 낙서는 바로 ‘인생이란? 픽션에 불과하다’였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망상이 빚어낸 허상과 직면하니 그야말로 인생은 픽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192) 뱃 속에서 죽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예정’은 “시답지 않은 주간지에 아무 짝에나 소용없는 낙서 따위나 투고하는”(1:197) 봉우에게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어릿광대’라고 소리친다. 봉우는 그야말로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나대로’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며, 그 외면의 방식이 바로 ‘낙서질’이었던 것이다.“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고” “그 자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만”(1:198) 봉우는 낙서질을 통해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일이 상책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 자기를 보호하던 그 ‘노란 빛’은 꺼져버릴 수도 있고,‘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봉우 역시 “자기만은 어두운 산길에 혼자 버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한다면 봉우의 그 두려움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괘 감정으로서의 불안(불안과 증상에 대한 논의는,S. 프로이트,‘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열린책들,2003)에 다름 아닐 텐데, 그 불안은 ‘나대로’의 낙서라는 증상을 극복하고 상처와 맞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예정이 자기 안의 ‘노란빛’을 밖으로 드높이 내걸 듯, 혹은 게이코가 빵집을 나와 어디론가 첫걸음을 내딛듯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노란 꽃잎 가장자리가 흐려지면서 노란색과 초록색과 진회색이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1:181) 버리듯,“꼭꼭 막아둔 마음의 가장자리도 그렇게 풀리게” 된다. 이제 자기 밖으로 나와 그렇게 풀린 ‘노란빛’은 ‘첫사랑’에서와 달리,‘사랑’도 될 수 있고,‘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증상과의 타협에서, 증상에의 만족에서 나오는 첫걸음이 도달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 “병에 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1:229)이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이다.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로소 윤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상처,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도출된다. 상처는 분명 어떤 ‘좌절’에서 기인할 텐데, 일단 우리는 각각의 서사 속에 끼워져 있는 시대적 배경들을 통해 그 상처가 밖으로부터 투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며, 이 작품은 일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쓰기와 말하기에 값하는 ‘읽기’를 통한 상처치유의 행위가 지속된다. 전라도 출신 아버지가 시대에 무기력했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대 자체를 용서하는 방식은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그리고 ‘내’가 그 초라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아버지의 그 신문 스크랩 ‘읽기’이다.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에 기대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붙여 놓은 기사를 읽었다.(중략)다 읽은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여름 내내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누구를 용서했던 것일까? 파도와 파도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 달빛과 달빛 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1:65∼66) 주목할 점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읽기의 방식이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문 채로 그 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신문 스크랩’은 ‘나’로 하여금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신문 스크랩을 아무리 읽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나는 “고작 딸이 집을 나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고,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기고,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전적으로 회상에 의존한 작품은 ‘뉴욕제과점’이라는 자전소설 밖에 없다고 작가가 밝혔듯, 우리는 이 소설집을 단순히 회상 형식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추억의 보고서’ 또는 ‘반성의 기록’(정선태,‘(해설)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295)으로 읽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분명,‘언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통찰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언어’의 불가능성, 즉 언어 자체로는 어떤 진실에도 가 닿을 수 없고,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해묵은 해체적 사고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언어와 비극은 반복될 수 없는 일회성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구조로 회수될 수 없는 다수성과 사건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 비극적 인식이란 바로 그러한 언어 안에 놓인 인간 조건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처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언어에 의한 고통은 인간이 결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비유로 확인된다.(가라타니 고진,‘언어와 비극’, 조영일 역, 도서출판b,2004,pp65∼86)그런데 고진은 ‘아이’가 단지 비유가 아니며, 아이는 이미 어른 이상으로 인생을 알고 있는 존재, 어떤 순수한 비애와 부조리감을 깨닫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에 기댄다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전편을 감도는 슬픔과 비애의 정서는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잃어버린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복될 수 없는 ‘기억’, 반복될 수 없는 ‘언어’적 조건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는 “기억이나 회상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며 “글쓰는 순간만의 진실”(김연수 외 좌담, 앞의 글,p.81)을 믿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기억’해 낼 것은 없고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진실일 뿐이라는 말인 듯싶다. 그 일회적인 언어에 의존하여 쓰고 말하고 읽음으로써 자신의 상처 안에 거주하는 방식으로는 상처가 완벽히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는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2:6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3.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몇 가지 방식-‘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최근작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는 죽기 전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글만 남겨둔다. 남겨둔 글은 “世上萬事 一場春夢 돌아보매 無常ㅎ구나”로 시작되는 203행의 대서사시로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4·19,5·16 등 한국 현대사의 최중심지를 관통해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담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그 한 남자의 생애는 또래의 다른 남자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서사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다룬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 시라고 봄이 정확하다. 할아버지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한 남자’일 뿐인 것이다.“할아버지의 또 다른 글은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태우면서 그 다른 글 역시 태워버렸다. 그 글에는 서사시에서 볼 수 없는 다른 것이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일 테니 다른 사람은 엿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4조의 정형적인 형식처럼 그 서사시가 어떤 일관되고 형식적인 구조에 속하는 추상화된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 불태워진 할아버지의 그 비망록은 여전히 ‘언어’로서도 ‘기억’으로서도 도달할 수 없는 개개인의 진실을 의미한다.“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이고”,“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이니” 할아버지의 그 두 글 사이의 거리는 엄연한 것이고,‘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인과관계의 구조로 엮어진 ‘그’의 소설이 현실(reality)과도, 실재(the real)와도 멀어진 거리와 같다. 실재와 구성화된 그것 사이의 거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지도에서 비워진 행로로 상징된다. 일년 전 이혼한 아내와 우연히 재회한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아니 함께 걸었다기보다는 아내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그 ‘길’은 한 개인의 진실로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뜻한다. 꿈 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애초에 그런 소통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꿈따위는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런 아내의 의지조차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그는 이제 그 아내의 진실, 아니 그녀와 자신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적도를 사고 그날을 행로를 그려 본다. 하지만 기억의 행로는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지형도가 아닌 ‘지적도’일지라도 그것은 실재의 ‘유사물(le semblant)’일 뿐이므로, 그 유사물 속에서는 모방된 진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바디우(Alain Badiou)에 따르면 진리는 언제나 특수한 상황의 진리(S. 지젝,‘진리의 정치, 혹은 성 바울의 독자로서의 알랭 바디우’,「까다로운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5,pp.208∼218)이다. 하나로 이어진 선 안에서는 그 다양한 상황의 진리들은 모두 지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연결될 수 없음에도 그어지는 그 많은 선들은 다 무슨 의미일까? 역사의 인과관계가, 혹은 지나간 일들의 진실이 도중에 사소하고 우연적이고 꾸불꾸불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숨에 긋는, 그런 선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그날 걸어간 복잡하고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는 무엇일까?(2:19) 따라서 ‘나’의 생각이 미치는 지점은 모든 삶의 행로는 우연이고, 그 안에서 진리는 발견될 수 없고, 나의 불행도 그저 불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결국엔,“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면 지금의 우연한 일들도 모두 필연이 된다”(2:28)는 정답을 얻어낸다.“우리가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한 없이 걸어다녔던 일들도 필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거대한 ‘농담’일 수는 있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윤리적 행위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디우는 ‘사건에의 충실성’이라는 말로 윤리를 설명한다.(A 바디우,‘윤리학-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 이종영 역, 동문선,2001)그가 정의하는 ‘사건’이란 인식 범위 밖에서 발생하며,‘공식적’ 상황이 ‘억압’했던 것을 가시적이게 만드는, 언제나 어떤 특수한 상황의 진리이다. 따라서 사건에의 충실성이란 사건의 견지에서 ‘인식’의 영역을 횡단하고, 그 속으로 개입하고, 사건의 기호를 찾는 지속적 노력을 가리킨다.(이하 한 단락의 내용은 S. 지젝의 앞의 글을 참조하여 정리한 것임) 지젝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바디우의 논의는 “범역적 우연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보편적) 진리의 소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실재 사물과의 모든 열정적 조우가 환영일 뿐이라는 해체주의적 사고와 대립된다. 요컨대, 후근대적 해체주의자들이 비관주의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때, 바디우는 “기적은 실로 일어난다.”는 전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성과 불멸성에 대한 이와 같은 바디우의 추구는 물론 개별적인 상황, 다양성의 상황의 전제로 하는 열린 개념이다. 다소 길게 인용된 바디우의 논의를 따라,‘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결국 내가 삶의 모든 길은 우연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진리’를 위한 행위이고,‘사건에의 충실성’을 담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자기 안에 머무는 회피나, 삶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지 않고 한 개인의 진실, 혹은 삶의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act)’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태도는 분명, 자기 안의 둥근 노란빛에 의지하여 자폐적으로 말하고, 쓰고, 읽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속 인물들의 태도와는 차별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그’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 “패배는 내 안에서 온다. 여기에 패배는 없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패배주의자가 아니라, 고투하고 있는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그 고투의 방식을 몇 가지 단계로 분류해 보자. 첫 번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와 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 세영과 네즈미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길이 잘못 된 길이었지만, 세영이 “돌아갈 수 없어, 네즈미. 우린 계속 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첫 번째 방식 안에서 설명된다. 잘못 들어선 길이 “공로가 아니라 사유지”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의 진리, 혹은 개개인의 사적인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부넝숴’를 한번 보자. 지평리 전투에 투입되었던 중공군 ‘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매화꽃잎들처럼 지평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자들 틈에서 한 조선인 여성 구호원에게 구조된다. 그들을 실어 나르던 트럭이 전복되고 그 둘은 외딴 농가에 고립된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먹을 것도 없고, 죽음을 지척에 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두 가지이다. 몸을 섞거나 시를 읊거나.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때의 일은.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무엇보다도 아픈 일이더군. 아프다는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그 순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도 계속하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는 쉬지 않고 몸을 섞었어. 죽음이 지척이었으니까.(2:71) 그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섞는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고통 속의 향유(jouissance)’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고 그 향유의 끝장을 보는 ‘죽음충동’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저물었는지, 몇 번이나 달이 둥글어졌다가 다시 여위어졌는지”(2:75)도 모른 채, 수색대가 왔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죽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서 지켜보고 있는지”(2:75)도 모른 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는 이제 점쟁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라캉이 ‘죽음 충동’과 관련하여 ‘두 죽음 사이의 영역’(위의 책,pp.251~265)이라고 말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캉에 따르면 그곳은 상징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영역으로서 존재의 질서 너머에 있는 유령적 환영의 영역이다. 그곳은 ‘죽음 너머의 삶’이 갑작스레 출현한 장소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불가분의 잔여’이기 때문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예컨대, 그 형상은 운명을 이행한 이후의 오이디푸스, 즉 ‘과도하게 인간적’이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 어떤 인간적 법칙들이나 고려 사항에도 묶여지지 않는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그녀’의 피를 1000그램이나 수혈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은 ‘나’는 이 ‘산죽은-파괴불가능한’ 유령적 대상과도 같다. 운명을 보아버린 ‘나’는 이제,“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얘기”(2:77)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죽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방식, 온몸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그 순간 상징적 질서로 편입되는 어떠한 ‘언어’도 소용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성공했는가. 그 둘이 함께 ‘몸’을 통해 ‘유사-죽음’을 경험했더라도, 여하튼 현재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이라는 경계가 놓여 있지 않는가? 여기서 굳이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는 공식을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행위를 아예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그것은 소통에의 ‘의지’를 드디어 ‘실천’으로 관철하는 일이며, 반복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기억’의 한계,‘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의 세영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자신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다른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아니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식이냐 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언니의 동거남,‘네즈미’와 섹스를 하는 방식이다. 네즈미에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드는” 세영의 방식이 “무모한 열정”으로 보이지만, 세영의 그 무모한 열정은 끝장까지 간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세영, 그렇게 다른 삶이 있었던 남편의 죽음을 방조했던, 아니 어떤 행동(action)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으로 행위(act)했던 세영은 결국 ‘자살’한다.(정신분석은 행동과 행위를 분리한다. 행위는 그것의 담지자(행위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다는 점에서 행동과 다르다. 행위 이후에 나는 ‘전과 동일하지 않다’. 행위 속에서 주체는 무화되고 뒤어이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라캉은 ‘자살’을 모든 (‘성공적’) 행위의 전형으로 파악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실재의 윤리’,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4,p.133∼134) 세영의 방식이 극단적이고 무모하다면,‘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어떠한가. 이 작품에는 소통 불가능성과 그 불가능을 넘어서는 시도와 그 결론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국면을 다 경험”함으로써,“심지어 죽음까지”도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한 결론이다. 여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서도,‘소설’ 쓰기를 통해서도 애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그녀와 자신의 삶에,“어떤 진실도, 상상도, 이해도 없는”(2:151) 가장 합당한 주석을 달며, 그저 “짐작을 하며”,“그 사이를 원래 그대로 틈으로 남겨두고 살아가는 일”(2:143)이거나, 둘째,“지도에서 비워진” 그 곳으로 직접 가보는 일이다.‘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이 “서로를 속이는 것도, 속는 것도 없는”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어두운 구멍”(2:43)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고,‘의지’의 방식을 택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가 ‘결국 가야하는 길’이고,‘부넝숴’의 ‘나’가 ‘덜/더 가버린 길’이다. 당연히,‘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도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그녀를 이해하는, 아니 자신의 진실을 이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2:154)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공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 어떤 논리도 거부하는 공간, 죽음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등등. 그러나 어떤 말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곳은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실재’와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실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이다. 그 길을 가는 ‘그’에게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를 사면 항상 옮겨 적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 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2:111)라는 릴케의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그 용기를 갖는 일은 의무이다.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원정대장이 역설한 바대로 “분명히 의의가 아니라 임무”(2:117)인 것이다.“그 꿈이 제아무리 압도적이라고 해도 원정대는 그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로지 ‘의무’ 때문에 ‘행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윤리적 주체(‘의무’와 윤리적 행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의 책,5장 참고)이다. 4. 진실은 어디에,“대뇌와 성기 사이”(김연수,‘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문학동네 2005년 겨울,p.158)그 어디쯤 ‘유령작가’라는 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연수는 그 의미가 ‘대필작가’ 쯤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논자들은 그 안에서 작가적 자의식을 찾아냈다.‘유령’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김연수의 최근 두 소설집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죽음을 넘어선 그 어떤 영역을 살펴보고 ‘유령’이 되어버린 작가가,‘아직’ 언어와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이’에 머물고 있는 상처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말이다.“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2:117). 우울은 도덕적 쇠약함이며, 죄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가 위와 같은 말에 의지하여 낭가파르바트로 갔듯이 우리도 각자가 넘어야 할 산 하나쯤은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기 위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것의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윤리적 행위의 전형이라며, 그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연수는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현실에서 이해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되고, 살 부비는 부부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마음 속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은 한 가지다. 그 “대뇌와 성기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마음’으로 진실을 그저 믿는 것이다. 김연수의 세계인식과 작가의식은 이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위의 책,p.121)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어떻게 들려줄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의 장편 연재가 기대된다. <끝> ■ 당선소감 “조금은 자신 갖고 내목소리 낼수 있을것” 글쓰기는 나에게 공포다. 학교에서 몇 개월째 학부생들의 리포트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을 해 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하얀 모니터 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비워지곤 하는 걸…. 그렇지만 여하튼 읽는 일은 행복하고,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 일들을 멈출 수가 없다. 혼자 품고 있던 그 공포와 행복 사이에 용기를 채워 준 이번 당선이 정말 기적 같다.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지만, 이제 조금은 자신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턱없이 부족한 글이라 몹시 부끄럽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만으로도 더없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는 신범순 지도교수님과 국문과의 모든 은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꽃비 내리는 자하연을 몇 번이고 함께 맞이했던 1동의 동료, 선·후배들의 자극에도 빚진 바 크다.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철없고 무심한 자식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적부터, 성실히 읽고 쓰는 일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끔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글쓰는 순간이 진실’ 작가의 본질 파헤쳐” 응모작 총 20편은 작가론이 대부분이었고, 김현론을 비롯한 문학사적인 쟁점을 다룬 게 3편 있었다. 작가론 중에는 시인·소설론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아마 최근 신춘문예 평론의 주류가 작가론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특히 전후문학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4·19세대 작가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의 작가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글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행복한 공간-김현론’(김윤정),‘몸의 형이상학, 모성적 관능과 타자없는 육체 사이-김선우론’(함돈균),‘속도에 저항하는 시의 모험-김기택론’(강영준)‘‘틈’을 바라보는 시선-배수아 소설을 중심으로’(김나영),‘고독의 의무, 소설의 의무-윤성희 소설집 ‘거기, 당신?’론’(이은주),‘‘유령’작가의 진실-김연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조연정) 등이었다. 김현론은 정직한 글쓰기의 자세를 보여준 진솔한 비평적 자세가 돋보였으나 개인적인 체험에 너무 함몰된 점이 아쉬웠다. 김선우론은 인문학적인 거시적 시각으로 시인에 접근하면서 미세한 현대적 환상과 성담론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으나 일반론적인 해설위주에 그쳐서 아쉬웠다. 김기택론은 성실한 독법이긴 하나 해설론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배수아론은 라캉의 틈 이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했으나 결론이 너무 조급해 보였다. 최종적으로 윤성희론과 김연수론은 우위를 다툴 정도였다. 윤성희론은 반 루카치적인 소설론을 전개한 점이 시선을 끌었지만 문장력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김연수론은 탈구조주의적인 이론의 틀에 너무 얽매인 느낌이 있으나 기억이나 회상을 불신하고 글쓰기의 순간만이 진실이라는 이 작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김윤식 임헌영
  • 중국여성작가 장아이링 소설집 경성지련·첫번째 향로

    “내 작품에는 전쟁이 없고, 혁명이 없다. 나는 사람들이 연애할 때가 전쟁이나 혁명할 때보다 더 소박하고 더 대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장아이링(張愛玲,1920∼1995)의 대표 소설집 ‘경성지련’과 ‘첫번째 향로’(김순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가 나란히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서는 영화 ‘반생연’의 원저자로 알려졌을 뿐 ‘번역하기 힘든 독특한 문체’로 인해 그녀의 작품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불우한 유년시절을 거친 그녀는 이데올로기나 혁명에 복무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대신 현대인의 일상, 남녀간의 애정문제 등 개인적 성향의 작품을 당당히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1940년대 초 ‘경성지련’‘붉은 장미와 흰 장미’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명성을 얻었지만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수립한 신정부를 거부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 그녀의 작품은 오랫동안 사장됐다. 그러다 이국 땅에서 쓸쓸히 숨진 뒤에야 타이완, 홍콩 등지를 중심으로 열광적인 환호를 받게 됐고, 그 열풍은 대륙으로까지 번져나가 루쉰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 작가의 반열에 들었다. 소설집 ‘경성지련’에는 ‘도시를 무너뜨린 사랑’이란 뜻의 표제작을 비롯해 ‘붉은 장미와 흰장미’‘황금 족쇄’등 7편이, 소설집 ‘첫번째 향로’에는 ‘재스민 차’‘유리기와’등 9편이 실렸다. 시골뜨기 상하이 처녀가 학업을 위해 영국화된 홍콩의 고모집에 머무르면서 겪는 충격과 변화를 그린 ‘첫번째 항로’나 봉건적인 집안에서 탈주하는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여성이 주인공인 ‘경성지련’등 그녀의 소설에는 불안한 시공간에 놓인 나약한 인간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국 이민 이후 시나리오와 번역 작업에도 힘썼던 그녀는 말년에는 ‘홍루몽’연구에 몰두했으며,1994년 타이완의 ‘중국시보’로부터 ‘시보문학상’과 ‘특별성취상’을 받았다. 각 권 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되돌아 본 ‘서울in’ 1년

    되돌아 본 ‘서울in’ 1년

    서울인이 또 한해를 접습니다. 비바람이 있어야 순풍의 소중함을 아는 법입니다. 우리네 세상살이처럼 기쁜 소식과 우울한 소식들이 서울인에도 함께 했습니다. 아쉬운 점들도 있지요. 잊지 못할 황당한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면 사정 탓에 기사로 작성하는 것은 무리였지요. 시민들과 부대끼며 서울인을 만든 기자들이 ‘못다한 이야기’들을 한 자리에서 풀어냈습니다. 김기용 한해 동안 서울인을 만들면서 느낀 점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 격이다.’라는 것입니다. 신문지상에 얼굴을 낼 수 없을 것 같았던 평범한 시민들이 지면에 등장한 뒤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인간시대’에 실린 금천구립합창단 어머니들은 그전에는 큰 규모의 합창단을 부러워했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예술사진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사진과 자신들의 이야기가 넓은 지면에 실렸기 때문입니다. 금천구립합창단은 구 안에서는 유명하지만 소규모의 구립이라는 이유로 기성 언론의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50대 이상의 아주머니들이 주축이 된 마포구 자전거연합회 기사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할머니’축에 든 분들이 거침없이 페달을 밟는 모습은 무기력에 빠져 있던 비슷한 연배의 어머니들에게 많은 자극을 준 듯합니다. 기사가 나간 뒤 회원가입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뿌듯하기만 했습니다. 송한수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와 수도권에 사는 국민들의 삶에 얽힌 이야기들은 사실 대한민국 절반의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작은 이야기’라는 이유로 알려지지 않던 우리 이웃들의 사연은 훌륭한 기삿거리가 됩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인은 서울이야기를 많이 싣는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격찬하기도 했습니다. 김성곤 의정뉴스가 서울인을 통해 꾸준히 소개되는 것도 하나의 성과입니다.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하반기 들어서는 지역정가도 후끈 달아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당연히 의정 뉴스에 대한 수요도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특히 자치구의회나 자치단체별로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고, 이들 내용은 서울인을 통해 비교적 상세히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의회 홈페이지 개편을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된 것도 서울인을 통해 지역 의회와 주민들의 간극이 좁아진 대표적인 예입니다. 고금석 올해 서울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청계천 복원일 것입니다. 서울인을 만드는 서울시청 출입 기자들 역시 올 초부터 청계천을 제집 드나들 듯이 뒤집고 다녔지요. 6월 시험통수를 앞두고 청계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4월이었습니다. 김유영 기자와 청계천 전 구간을 직접 걸으며 취재했습니다.5.8㎞ 구간이 그렇게 길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도 공사장 먼지를 다 마셔가면서 걷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반나절 남짓 취재를 한 뒤 기자실로 돌아왔을 땐 이미 녹초가 된 상태였습니다. 특히 목구멍에 낀 먼지를 벗겨내느라고 3∼4일은 저녁 때마다 소주에 삼겹살을 먹어야 했죠. 서재희 서울인에 기사가 아닌 ‘얼굴’로 등장한 게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청계천 특집 때였습니다.‘청계천의 연인들’이 주제였지요. 그러나 하필 마감일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겁니다. 당연히 지나가는 연인은 없고, 편집기자는 독촉하고. 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함께 기사를 쓴 기자와 연인의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얼굴이 찍히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편집기자에게 최대한 작게 내달라는 특별한 ‘부탁’도 잊지 않았죠. 그러나 신문이 나오자 어안이 벙벙해지더군요. 사진이 한 페이지를 꽉 채워서 나간 겁니다. 서울신문이 발간한 책자 ‘청계천 풍경’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새로 사귄 애인이냐.’‘이제 시집은 다 갔다.’는 등 기사보다 더 뜨거운 반응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당황스러웠지만 모두 지면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을 하니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계천을 취재하기 위해 열번 넘게 전 구간을 오가며 빠진 살도 하나의 소득입니다. 김유영 ‘거리 탐방 서울연가’는 말 그대로 온갖 사람들을 만나며 서울의 골목길을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황당한 일도 많았습니다. 지난 10월에 서울 도심의 한 유명한 거리를 소개하는 기사가 나갔습니다.3주 뒤 카페 여주인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기사가 완전히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겁니다. 그러나 카페 여주인의 말처럼 ‘팩트’가 틀렸다면 카페의 이름도 바꿔야 했습니다. 그래서 반문했더니 말을 흐리는 겁니다. 너무 이상해서 ‘팩트’를 만든 작가에게 확인 전화를 했습니다. 머뭇거리다 “여주인이 옛 여자친구인데 헤어진 뒤 내가 잘 되는 꼴을 못 봐서 언론사마다 전화를 하고 있다.”고 털어놓는 겁니다. 어이 없는 일이었죠. 이두걸 신촌을 취재할 때 일입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이대로 넘어가는 길 사이의 음식점과 카페를 다니는데 30대 후반의 건장한 남자가 뒤를 쫓아오는 겁니다. 차림새도 멀쩡했지요. 그래서 공손히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신경쓰지마!”라는 위협적인 말투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당연히 “당신 뭐야.”라고 받아쳤지요. 잠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유 없이 나선 그쪽이 ‘말발’이 딸릴 수밖에요. 결국에는 “이런 가게들이 버젓이 영업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라고 말꼬리를 내리면서 슬그머니 가는 겁니다. ‘신촌의 별볼일 없는 어깨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빙그레 웃었지요. 고금석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도 당연히 서울인의 취재 대상입니다. 최근에 서울의 달동네를 취재할 때입니다.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상계동 노원마을을 찾았습니다.‘사랑의 김치 나누기’ 행사에서 만든 김치를 함께 배달했지요. 보일러 땔 기름이 없어 전기장판에 의지하고 담요를 둘둘 감은 채 누워있는 할머니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특히 할머니가 사회복지사들에게 “너희들이 추우면 안되는데….”라면서 연신 손을 잡고, 저를 보면서 “도련님, 김치 갖다줘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잊지 못하시더군요.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 동네는 철거예정 지역이라 도시가스를 시공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이 오히려 난방비로 10만원 이상 쓰는 모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인이 외면해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그림자입니다. 정은주 서울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도 취재거리를 만납니다. 어느날 지친 몸으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버스 운전사가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더군요.‘절 아세요.’라는 눈빛을 보냈죠.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까지 두른 아저씨는 그저 미소만 보이셨어요. 뒤에 앉아 지켜봤더니 아저씨가 올라오는 모든 승객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하시는 거예요. 일부 승객들은 낯익은 지 “네, 별일 없으시죠?”라고 되묻곤 했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싶어서 버스 번호와 회사 연락처를 적어서 내렸지요.10월7일자 ‘대중교통 환골탈태’는 그렇게 작성됐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취재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왜 나를 취재하느냐.”라고 묻는 거예요.“나는 신문에 나올 만큼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기를 거부하는 거죠. 취재하는 것보다, 왜 기삿거리가 되는지 설명하는 게 더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김기용 서울인의 커버 기사는 특히 각 자치구들의 경쟁을 유도하면서 결과적으로 주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다룬 자치구의 인터넷 방송 실태는 아직 인터넷 방송을 개국하지 못한 자치구들에 좋은 자극을 줬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인터넷 방송을 운영해야 하는지와 필요한 예산 규모 등에 대한 기초 자료 제공, 인터넷 방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환기 등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이동구 유통면과 의회면을 주로 담당해왔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결 여유로왔던 느낌입니다. 예정된 기사나 지면은 어떤 일이 있어도 책임지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맡은 바를 100% 이상 해준 덕분입니다.‘안되면 되게 하라’는 군대용어가 새삼 서울인 제작에 맞아떨어진 한해였습니다. 서재희 내년에 개선해야 할 점도 많은 듯합니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는 ‘성공시대’ 코너가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물론 ‘인간시대’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신선함은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네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자는 서울인의 본래 취지를 되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송한수 만만찮은 작업이지만 어렵게 취재한 결과물들인데 꼼꼼하게 다시 살펴볼 시간이 없어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부족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금석 시민기자제가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1년여만에 사실상 문을 닫은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일반 시민들과 기존 언론과의 괴리와 격차를 결국 좁히지 못한 듯합니다. 주민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서울인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시도해야 할 제도라고 봅니다. ●‘되돌아본 서울in´ 방담 참여자 김성곤차장·이동구·송한수·이두걸·김유영·정은주·김기용·고금석·서재희(이상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 “아침을 먹읍시다” 현대인의 건강 챙기기 “정말 당첨됐나요?” 서울신문과 CJ㈜가 펼치는 ‘아침을 먹자’ 건강캠페인을 진행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당첨자에게 전화를 걸어 주소를 확인할 때면 대부분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집니다. 누군가에게 깜짝 선물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매주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침도시락을 배달하는 이벤트는 CJ 홍보팀 직원과 점심을 먹다가 갑작스레 기획됐습니다.CJ가 두부시장에 막 진입해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때였지요. 오피스타운 주변에 아침먹을 곳을 소개하는 연재기사를 준비한다고 했더니, 아침도시락을 보내주는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하더군요. 이후 햄스빌, 신선CM, 햇반 등이 추가로 참여했습니다. 아침을 먹자 게시판을 오픈하자마자 도시락을 보내달라는 사연이 쏟아졌습니다. 자신보단 남편과 가족을, 이웃을 걱정하며 아침도시락을 신청했습니다.‘임신으로 몸이 무거워져 아침을 차리지 못합니다.’‘아토피 피부염으로 밤새 뒤척이는 아이를 돌보다 남편을 그냥 보냅니다.’‘출퇴근 시간도 길고, 혼자 자취해 아침밥을 건너뛰기 일쑤예요.’ 객지에서 생활하는 딸, 아이들을 대신 돌보는 시어머니, 홀로 사는 친정어머니, 늦깎이 대학생인 올케 등 바쁘게 살아가는 가족이 아침밥을 챙겨먹기를 기원했습니다. 고맙고 안타까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도 전해졌습니다. 아이를 자식처럼 돌보는 어린이집 선생님을 위해, 고교입시를 준비하는 딸 친구를 위해, 나라를 지키는 총각 군인을 위해, 정신지체아동과 노숙자를 위해 캠페인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사연이 밀려드니 당첨자를 선정하는 일이 더욱 어려웠졌습니다. 사연을 하나하나 읽고, 여러 명이 의논하며 매주 당첨자를 뽑았지만, 늘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은 계속됐습니다. 아침도시락이 배달되는 날, 현장을 찾아가 취재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사진기자가 요청하면 프로처럼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경기도 구리시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선생님이 준비한 깜짝 선물로 고3학생들은 어린아이 마냥 기뻐했습니다. 햄스빌 베이컨 도시락이라 더욱 인기가 많았죠. 그러나 도시락 수가 정해있다 보니 저와 사진기자는 남들 먹는 모습만 지켜보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배가 얼마나 고프던지…. 독자 여러분의 관심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인기스타들 얼마나 잘사나

    인기스타들 얼마나 잘사나

    ◇ 김진규(金振奎) 요리집「희원(喜苑)」경영, 문화영화 제작사도 <집> 서울 한남동에 건평 1백평의 2층 저택. 아래층은 한식, 2층은 양식, 40평 가량의 넒은「홀」. 잘 꾸며지기로는「스타」중 최고. <자가용> 2백 50만원짜리「닷지」1대 <부업> 한식요정「희원」을 경영하고 문화영화「센터」를 갖고 있다. 「아리프렉스」촬영기와 5백mm「줌·렌즈」도 있고. 한동안 광산에 투자했으나 오래 전에 중지. <동산> 값비싼 골동품, 그림, 글씨를 갖고 있다. 가구는「톱·스타」답게 1류. 현금액수는 밝히기를 꺼리고. <가족> 3남 3녀와 부인 김보애(역시 배우)씨 등 8식구. 김씨 전속이 운전사 포함 3명. <출연료> 1편에 50만원. <사족>「예총」부회장직을 내놓은 뒤 영화촬영에 전심하고 있는데 공직 때문에 지난 해에 못 번 몫을 올해엔 보충할 심산인 듯. 교외에 목장, 과수원을 낀 농장을 물색 중인데 아직 적지를 못 잡고 있다. ◇ 김지미(金芝美) 건평 4백 20평 집에 보석 3천만원 어치 <집> 정릉의 8백평 대지에 건평 4백 20평,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배우 중 가장 큰 집. 김지미·최무룡 부부가 3년 걸려 지었고 지금도 공사가 진행 중인데 지하실은「스튜디오」로도 쓸 수 있을 정도. 아래층「홀」은 50쌍의 남녀가 어울려「댄스·파티」를 열어도 충분한 넓이. <자가용> 남색「크라운」은 김지미양이 쓰고「밀크」색「코로나」는 최무룡씨가 탄다. <부동산> 부군의 영화사. <동산> 김지미양이 취미로 모은 보석·귀금속 90점 가량, 싯가 3천만원 상당. <가족> 어머니, 부부, 자녀 5명, 동생 1명에 운전사 등 동거인이 9명, 모두 18명. 이 밖에도 평균 10여명의 식객이 있고. <출연료> 김지미 50만원, 최무룡 40~50만원. 부군은 감독, 제작을 겸하면서 영화출연은 별로 않는다. <사족> 한국배우 중 돈을 제일 많이 만지지만 지출도 최고. ◇ 신성일(申星一) 남이섬엔 별장 하나, 극장 신축할 계획도 <집> 이태원 2층 양옥을 4층으로 증축. 3백 50만원짜리 공사를 지금 한창 벌이고 있다. 1백평 가량의 뒤뜰 잔디밭이 명물. <자가용>「코로나」가 2대, 부부가 각 1대씩 쓴다. <부동산> 화곡동에 극장용 대지 8백평을 샀으나 착공은 못했고 남이섬에 2층 별장이 하나. <동산> 상업은행에 액수 미상의 예금이 있고 배우 중 제일 화려한 응접실을 갖고 있는데 명물은 왕궁용의 호피(虎皮). <출연료> 1편 40~45만원. <사족> 상반기 납세액 2백 40만원으로 한국배우 중 최고액 납세자. 「톱·스타」의 위치를 가장 오래 누려온 신성일은 치부 면에서도 첫손 꼽힐 것으로 추측되지만 표면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게 또한 특징. 약수동 처가댁과 정릉 어머니집 생계비를 대주고 있다니 그 방면 지출도 적지 않을 듯. ◇ 윤정희(尹靜姬) 6백만원 집을 사고 자가용 자동차 2대 <집> 석관동에 석조 1층의 아담한 양옥. 대지 70평, 건평 25평. 차고와 창고, 방이 4개. 작년에 6백만원에 사서 손질. <자가용> 영국산 초록색「오스틴」과「코로나」. 「코로나」는 월부로 샀고「오스틴」은 지난해에 1백 80만원에 샀는데 임자 나서면 팔 예정. <부동산> 퇴계로 모처에 가게를 살 예정이었으나 미결. <동산> 피아노, TV 2대, 전축, 전화 등 갖출 건 다 갖췄으나 보석류는 즐기지 않는다. 옷은 3백여 벌. 2백만원짜리 적금을 붓고 있다. <가족> 부모, 6남매 포함 8식구에 운전사,「스케줄·맨」, 식모 등 윤양 전속 4명. 월 인건비 지출이 10만원 이상. <출연료> 1편에 30~35만원. <사족> 배우되기 전인 3년 전엔 가회동서 전셋집. ◇ 신영균(申榮均) 극장·빌딩 주인으로, 관광호텔 지을 계획 <집> 쌍림동에 대지 2백 30평, 건평 70평의 2층 양옥. 넙은 정원과「뜰」이 특색. 응접실은 향나무「세트」로 향내가 흐른다. 싯가 3천만원 상당. <자가용> 흑색「크라운」1대. <부업> 금호동의 금호극장, 충무로의「아데네」극장 등 2개 극장주였는데「아데네」는 팔았다. 인현동에 있는 6층「빌딩」(지하 1층 포함) 주인인데 지하다방, 1층의 명보제과 등 모두 자영(自營). 치과의사인 그는 4층에 치과병원도 개설할 예정. 관광「호텔」을 짓기 위해 광나루에 4천평 대지를 샀다. 3억 5천만원짜리 명동의 국립극장을 차지하고 싶어하기도. <동산>「스타」중「재산관리인」을 두고 있는 유일한 재벌(?). 동산은 밝히기를 거부. <가족> 편모와 부인 김선희씨, 슬하에 남매 합해 5식구. <출연료> 1편에 50만원. <사족> 금년도 상반기 납세액이 사업소득세 포함해서 3백여 만원. 배우 중 최고. ◇ 문 희(文 姬) 백만원 들여서 집 고쳐, 미장원 차릴 궁리도 <집> 장위동에 2층 양옥을 7백만원에 샀는데 1백만원을 들여 개수했다. 길가여서 아래층은 가게로도 쓸만한 곳. 미장원이라도 내어볼 생각. 세 번 이사했는데 그때마다 집이 커진다. <자가용> 계속 애용한 독일제「베이지」색「폴크스·바겐」과 새로 산「크라운」이 있다. 「폴크스·바겐」은 팔려고 내놓았고. <동산>「피아노」, 2대의 TV, 보석류 약간. 아직은 집, 가구 등에 신경을 쓰고 치부를 위한 투자는 않는다. <부동산> 별로…. <가족> 부모, 5남 1녀의 외동딸인데 큰오빠는 분가해서 7식구. 문양 전속이 4명. <출연료> 1편에 30~35만원. <사족> 한때 겹치기 출연편수 38편으로 국내배우 중 최고였으나 요즘은 작품 위주로 가려서 출연한다. 돈보다는 작품에 욕심이 많아서 돈벌이는 천천히 하겠다는 것. ◇ 김희갑(金喜甲) 동산 없다고 하지만 영화계에선 알부자로 <집> 광희동에 한양절충식 2층, 건평 70평, 대지 1백평. 신당동, 약수동 등에 5, 6개의 가옥을 갖고 있었는데『모두 팔고 지금은 2개 뿐』이라고. <자가용>「코티나」1대. <부동산> 부평에 5만평 가량, 광나루에 또 2만평 정도의 토지를 갖고 있었는데『지금은 모두 팔았다』고. <동산> 모 은행의 은행원이 불친절하다고 예금을 모두 찾겠다는 바람에 은행장이 와서 무릎을 꿇었다는 소문이고 보면 상당한 저축이 있는 듯. 그러나 본인 말로는『동산이 전혀 없다』. <출연료> 10~20만원. <사족> 영화계의「알부자」중 한 사람. 적어도 5위 이내의 실속파란 게 주변의 얘기지만. 생활은「스타」의 화려함보다 수수하고 평범한 걸 즐기는 성미. 이런 알찬 생활태도는 악극단 출신의「스타」가 지닌 공통점. 김희갑씨는 그 대표적인 예. ◇ 남정임(南貞妊) 2천만원 새집 짓고 땅 2천평도 사들여 <집> 홍제동에 있는 단층양옥에 살고 있다. 홍은동에 1천만원짜리를 지었다가 너무 커서 팔아버렸는데 얼마 전엔 미아리에 2천만원짜리를 또 지었다니 살기 위한 것은 아닌 듯. <자가용> 녹색「코로나」1대. <부동산> 영등포에 대지 2천평을 샀는데 자동차 교습소를 낼 예정. 오빠가 독립적으로 운수업을 하고 종로에 있는「피아노」가게는 어머니 소관. <동산> 단골 미용사를 통해 금전관리를 시킨다는 소문이었는데 요즘은 모종관계로 해제하고 주로 은행을 이용한다. 집에는「피아노」, 영사기 등 화려한 가구와 3백여 벌의 의상이 있다. <가족> 어머니와 단 두 식구지만 남양 전속이 4명. <출연료> 1편에 30~35만원. <사족> 재산관리를 독립적으로 한다. 「스타」중 2위의 고액납세자. ◇ 구봉서(具鳳書) 3천만원짜리 집과 부동산 투자 소문도 <집> 지난해 여름 신축한 동선동의 검정 벽돌집. 앞면은 검정, 뒷면은 붉은 벽돌로 멋을 부렸다. 2층 양옥, 싯가 3천만원. <자가용>「베이지」색「크라운」1대. <부동산>『집이 전부』 <동산>「피아노」, TV 2대, 기타 가구는 모두 고급. <가족> 양친, 아내, 자녀 4남매 포함 8식구. 운전사 등 구씨 전속이 5명, 월 지출 인건비 7만원. <출연료> 20~25만원. <사족> 광고「모델」료로 국내 최고액인 1백만원을 제일 먼저 받았다. 방송, TV, 영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가장 수입이 다채롭지만 본인의 말은『벌어서 먹고 세금내기 빠듯하다』. 희극배우 중「개런티」도 제일 비싸고 출연편수도 많으며 소문은 부동산 투자가 상당하다는 것. ◇ 서영춘(徐永春) 궁궐 같은 한옥 비롯, 숨은 재벌이란 말도 <집> 제기동과 종암동에 궁궐 같은 한옥 3채. 모두 20간 정도의 싯가 1천만원짜리. <자가용> 검정색「크라운」1대. <부동산> 3채의 집. 그동안 모은 돈으로 사업을 벌일 예정이지만 업종은 미정. <동산> 모 은행에 상당한 예금이 있으나 액수는『밝힐 수 없다』. <가족> 부부, 자녀 3, 운전사 포함 8식구. <출연료> 20~25만원. <사족>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방송「쇼」, 영화에서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한번 손에 넣으면 다시는 내놓지 않는 꼼꼼한 성미여서 숨은 재벌이란 소문도. 요즈음은 방송, TV에서보다 지방「쇼」나 영화출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기판도가 서울에서보다 지방에 치중되어 지방극장의 흥행사들은 아직도 그의 이름을「달러·박스」로 알고 있다. [ 선데이서울 69년 5/11 제2권 19호 통권 제3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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