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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 지원 총동원… 불황·인건비 부담 ‘이중고’ 자영업자 숨통

    행정 지원 총동원… 불황·인건비 부담 ‘이중고’ 자영업자 숨통

    자영업자, 취업자 22% 차지 ‘완충지대’ 부진 계속땐 소득주도성장 물거품 우려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국세청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세수 확보와 탈세 예방·적발을 위해 꼭 필요한 세무조사와 신고내용 확인(사후 검증)까지 면제·유예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세무조사와 사후 검증은 ‘세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영업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행정 조치이고, 올 상반기 세금이 계획보다 19조원이나 더 걷히는 등 세수 상황이 좋은 점도 고려됐다. 이번 대책으로 세무조사·사후 검증을 면제받는 자영업자는 전체 중 0.1%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정부가 모든 대책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업황 부진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자리 창출을 기반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달성이 물거품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청와대도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전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자영업 종사 인구는 전체 경제 인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들 상당수의 소득은 임금 근로자 소득에 못 미치는 안타까운 수준”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경기침체로 자영업자의 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 4분기에 전기 대비 1.0% 증가했지만 올 1분기 0.7%, 2분기 0.3%로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보면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 0.9%에서 올해 1분기 -0.1%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숙박·음식업은 같은 기간 -1.3%에서 -2.8%로 하락폭이 커졌다. 전체 취업자의 22%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는 우리 경제의 완충지대다. 자영업자 업황이 악화되면서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무는 등 고용 지표도 부정적이다. 종사자 1~4인 기준 자영업자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7만 6000명 늘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4만 8000명이 줄었다. 종업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 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전기 대비 7만 3000명이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자는 90만 8076명인데 올해는 100만명을 넘어설 거라는 예상이다. 다음주 초 발표될 대책은 그동안 논의된 내용보다 진전된 내용이 담긴 종합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의 부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면제자 기준을 연 매출 2400만원 미만에서 3000만원 미만으로 올리되 간이 과세자 기준은 그대로 두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여당은 물론 야당 등 정치권에서는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폭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을 늘리기 위해 환산 보증금 기준액 상한 인상도 추진되고 있다. 환산 보증금은 상가나 건물을 임차할 때 임대인에게 내는 월세 보증금을 환산한 액수에 보증금을 더한 금액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이 액수를 기준으로 법 적용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환산 보증금 범위를 50% 이상 대폭 올렸지만 기준액이 서울의 경우 6억 1000만원으로 상한을 초과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인사]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 전보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이민영 △에너지신산업과장 신성필 △국가기술표준원 생활제품안전과장 홍순파 ■특허청 ◇과장급 전보 △약품화학심사과장 고태욱 △고분자섬유심사과장 이충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공무원 전보 △국립전파연구원장 전영만 ■전남도 ◇5급 승진 △도로교통과 서회정 △예산담당관실 장남종 △법무담당관실 최순희 △스마트정보담당관실 이유지 △신성장산업과 조재웅 △관광과 곽부영 △관광과 이석호 △해운항만과 박윤수 △희망인재육성과 강미선 △국제농업박람회 조직위 파견 조순복 △행정안전부 파견 이정준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파견 박희경 △강진군 인사교류 김국혼 △광양시 전출 이건재 △신안군 전출 이익신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김용신 △해양수산기술원 김지환 △식품의약과 나만석 △도로관리사업소 김영찬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최영택 △농업기술원 김희곤 △동물위생시험소 최종성 ◇5급 직무대리 △도민행복소통실 김현수 △인구청년정책관실 민순희 △정책기획관실 박숙희 △정책기획관실 김해기 △안전정책과 정종균 △사회적경제과 신준수 △신성장산업과 조영진 △중소벤처기업과 문인식 △도로교통과 신구원 △행정지원과 임진출 △희망인재육성과 손영곤 △세정과 박성열 △회계과 김영심 △중소기업진흥원 파견 이건창 △동부지역본부 김종원 △도립도서관 최홍성 △보건환경연구원 한광진 △장애인복지과 김호 △장애인복지과 이현숙 △빛가람창조경제혁신센터 파견 장동환 △친환경농업과 김재천 △농식품유통과 최광일 △동부지역본부 정문조 △동부지역본부 강신희 △동부지역본부 안종현 △해양수산기술원 이기채 △강진의료원 파견 신영식 △동부지역본부 박복희 △동부지역본부 김계홍 △자연재난과 이창근 △공무원교육원 정동철 △혁신도시지원단 장판석 △문화예술과 장영태 △건축개발과 김진현 △공무원교육원 조영현 △토지관리과 박원선 △농업기술원 김덕현 △농업기술원 조경숙 △보건환경연구원 박귀님 △농업기술원 박관수
  • [터키發 금융 불안] 에르도안 “美, 동맹 등에 칼 꽂아” 원색적 비판

    [터키發 금융 불안] 에르도안 “美, 동맹 등에 칼 꽂아” 원색적 비판

    경제 제재에 고위급 만났지만 조율 실패중·러와 반미연대로 돌파구 모색 기류도리라화 폭락으로 터키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의 대(對)터키 경제 제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같은 날 주미 터키대사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물밑 협상을 모색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은 터키 측의 제안에 의한 것으로 터키 경제의 위기감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은 한쪽으로는 전략적 동반자라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전략적 동반자의 발 앞에 총을 발사했다”며 “터키와 함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속한 미국이 동맹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를 “터키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터키가 “경제적으로 포위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침몰하지도 멸망하지도 않을 것이다. 터키의 경제는 견고하고 튼튼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등과 반미 연대를 구축해 위기 타개를 모색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또 다른 무역 보복을 불러올 수 있어 터키에 대한 중국의 도움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터키발(發) 위기가 신흥국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볼턴 보좌관이 세르다르 킬리츠 주미 터키대사를 만나 이번 사태를 촉발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신병 문제를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이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기 전까지는 터키 정부와 협상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면담이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고 덧붙였다. 브런슨 목사는 현재 터키에서 가택 연금 중이다. 앞서 미 정부는 브런슨 목사의 즉시 석방을 요구했지만 터키가 거부하자 제재에 돌입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이날 미 방송 MSNBC에서 “터키발 금융시장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터키산 철강 관세를 인상하는 조치는 터키 국내총생산(GDP)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터키 통화가치가 급락한 것은 터키 경제의 기초가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 기억할게요… 끝까지 포기 마세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 기억할게요… 끝까지 포기 마세요”

    1991년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군의 만행을 처음으로 세상에 꺼내 놨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증명할 수 없는 ‘설’(說) 정도로 치부하던 태도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정적 증언이었다. 그로부터 27년이 흘렀다. 김 할머니 이후 수많은 피해자가 “나도 당했다”며 자신의 상처를 드러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39명 가운데 국내 생존자는 이제 27명뿐이다.201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는 김 할머니의 첫 폭로일인 8월 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정했다. 올해부터는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다.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기억하고 그들의 인권과 명예 회복을 위해 전 국민이 마음을 모은다는 의미가 담겼다. 서울신문은 기림일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세계 1호 ‘평화의 소녀상’을 찾은 시민들을 12, 13일 이틀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세종시에 사는 권모(43)씨는 “일본이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를 기다려 문제가 잊히게 하려는 건 큰 오판”이라면서 “시간이 흘러 생을 마감하는 건 자연현상이라 막을 수 없지만, 할머니들의 정신은 오래 남아 역사가 바른 쪽으로 흘러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 무원중 김민영(15)·정원희(14)·최다연(15)양은 학교 역사 수행평가 과제를 하러 소녀상을 찾았다. 김양은 “우리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힘이 돼 드릴 테니 할머니들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양은 “일본 정부는 불완전한 합의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사과를 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에서 온 퇴직 교사 조영채(65)·김순희(60·여) 부부는 한참 동안 소녀상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조씨는 “아내에게 의미 있는 기억을 남겨 주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면서 “할머니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녀상 옆에 마련된 농성장에는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은 2015년 한·일 합의 이튿날부터 매일 2~3명씩 나와 24시간 동안 교대로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이소영(24·여)씨는 “피해 할머니들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면서 “해결이 계속 늦춰져 혹시 할머니들이 더이상 증언하지 못하는 날이 오더라도 우리가 동력이 돼 그분들의 기억으로 굳게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부터 기림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다. 여성가족부는 14일 오후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첫 정부기념식을 개최한다. 이 동산에는 세상을 뜬 위안부 피해자 49명이 안치돼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부채로 북촌 한옥마을 사생활 지켜라” 학점 부담 벗으니 아이디어가 터졌다

    “부채로 북촌 한옥마을 사생활 지켜라” 학점 부담 벗으니 아이디어가 터졌다

    “무작정 관광객 통행을 막기보다는 한옥의 창문을 부채로 가리고 사진 촬영을 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6층 강의실에는 북촌 한옥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모형이 등장했다. 서울과학기술대와 성균관대, 한성대 학생 6명으로 꾸려진 ‘가디언즈오브북촌’ 팀이 “관광객의 무분별한 사진 찍기에 몸살 앓는 북촌 한옥마을 문제를 해결할 비법을 보여 주겠다”며 가져온 모형이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2가지다. 우선 한옥 대문에 적외선 센서를 붙여 관광객이 근접하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카메라 아이콘과 ‘X’ 표시를 공중에 쏴 사진 촬영이 안 된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또 한옥 거주민들이 주로 창문 등 사생활 노출 위험이 있는 부분의 촬영을 꺼린다는 점에 착안해 한옥 창문 사진을 새겨 넣은 부채를 관광객에게 판매하고 부채로 창문을 가린 채 촬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발표를 맡은 공성호(성균관대 화학공학 3)씨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로 관광객 통금시간을 정하거나 출입을 막는 방식 등을 생각했는데 관광객과 거주민 모두 선호하지 않았다”면서 “공존 해법을 찾아 본 것”이라고 말했다.이 학생들은 성균관대·서울과기대·한성대가 공동 주최한 ‘융합기초프로젝트’ 참가자다. 대학 3곳의 재학생 69명이 꾸린 13개 팀은 5주간 구도심인 종로가 맞닥뜨리고 있는 지역 난제를 발굴해 이를 해결할 시제품을 만들었고, 이날 선보였다. 성균관대가 학생 중심의 인문·공학·예술 융합 교육 과정인 ‘C-스쿨’의 핵심 프로젝트로 2014년 처음 시작했는데 올해부터 인근의 서울과기대와 한성대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종로 지역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곧 진입할 열차의 객차별 혼잡도를 표시해 탑승객의 분산을 유도하는 ‘지하철 신호등’이나 사직동에 많은 노후 주택의 지붕 기울기와 진동을 센서로 감지해 붕괴 위험 정도를 LED로 표시해 주는 아이디어 등 참신한 발상이 많았다. 이 중 가디언즈오브북촌 팀이 대상을 받는 등 8개 팀이 수상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배상훈 성균관대 대학교육혁신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강의실에서 교과서만 파지 말고 사회에서 겪을 법한 경험을 미리 해 보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기업에 취업하면 학교나 전공, 성별, 나이 등 다양한 배경의 동료와 일해야 하는데 정작 대학에서는 그럴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69명의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온전히 프로젝트에 쏟아부었지만 학점은 1점도 이수받지 못한다. 배 교수는 “학점이 걸리지 않아야 상상력 가득한 작품이 나오는 역설이 있다”고 말했다. 학점이 걸리면 학생들은 출제자 의도를 파악해 ‘실패하지 않을 법한 뻔한 답’만 써낸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에는 산불 끄는 기계 아이디어를 내놓은 팀이 우승했는데 산꼭대기에 열감지 폴대를 세워 360도 회전하며 감시하고, 산불이 나면 로켓을 쏴 순간 진공상태를 만들어 진화한다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당장 상용화 가능성을 떠나 상상력을 높게 평가받은 덕택에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아이디어를 낸 학생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싶다”고 제안할 정도였다고 한다.20대 초반 청년들은 특정 주제에 호기심만 느끼면 며칠 밤을 꼬박 새워 가며 해결책을 찾았다. 멘토로 참여한 교수들은 “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뽑고 마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해 동기부여해 주는 것임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경세·문장 모두 탁월… 임진왜란 위기 헤쳐나간 명재상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경세·문장 모두 탁월… 임진왜란 위기 헤쳐나간 명재상

    낙동강 물줄기가 태극 모양으로 감싸고 돌며 수려한 긴 모래사장을 형성한 마을, 고색창연한 한옥과 전망 좋은 정자가 즐비한 마을, 산세가 험하지 않고 그늘이 없이 밝은 마을, 바로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이다. 조선 명재상으로 꼽히는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1542~1607)을 배출한 곳이다.#이름을 짓기 어려운 큰 그릇 조선 중기 4대 문장가로 꼽히는 상촌 신흠은 서애를 수행했을 때 기억을 이렇게 술회했다. “공은 내가 글씨를 빨리 쓴다는 이유로 반드시 나에게 붓을 잡으라고 명하고 입으로 불러주어 문장을 이루게 하였다. 줄줄이 이어지는 문서나 편지를 비바람 몰아치듯 신속히 지었는데, 붓이 멈추지 않고 문장에 점 하나 더하지 않았어도 찬란하게 격을 이루었다. 중국에 보내는 외교문서까지도 또한 그렇게 하였다.” 우리가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을 선현 중에는 경세에 능했던 인물도 있었고, 문장에 능했던 인물도 있었고, 학문에 능했던 인물도 있었다. 그러나 한 인물이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커다란 능력을 드러낸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문장이나 학문에 능한 사람은 경세나 행정에 어둡고, 경세에 밝은 사람은 문장이나 학문이 얕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애는 그런 상식에서 예외적인 인물이다. 영의정, 도체찰사(都體察使)로서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던 경세가이자 ‘맹자’의 문체를 체득한 이름난 문장가였다. 주자학에 깊은 조예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당시 학자들이 이단시하던 육상산과 왕양명의 학설에까지 관심의 범주를 넓혔던 학자이자 병법에 밝은 실무형 이론가이기도 했다.#퇴계 수제자… 병법에도 밝은 실무형 이론가 퇴계 이황의 수제자를 꼽을 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이가 있다면 그가 바로 서애다. 21세 되던 해에 처음으로 퇴계의 문하에 들어 ‘근사록’(近思錄) 등 성리서를 배웠는데, 퇴계는 그를 만나 보고 나서 하늘이 낸 인재라고 찬탄했다 한다. 퇴계의 예언대로 서애는 임진왜란 당시 국가가 위난에 빠졌을 때 크게 공을 세웠다. “임금께서 한 발자국이라도 이 땅을 벗어나시면 조선은 더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두려움에 떨던 선조는 여차하면 중국으로 넘어갈 요량으로 국경과 가까운 곳으로 피란하려 했다. 조정의 일부 신하들도 이에 동조하였지만 서애는 극구 반대해 자칫 걷잡을 수 없이 번질 민심의 동요를 잠재웠다. 선조가 장수로 삼을 만한 인재를 천거하라고 했을 때는 지방 수령으로 있던 이순신과 권율을 천거해 일방적으로 밀리던 전세를 역전시키게 만들었다. 소극적이던 명나라 원군을 설득해 끝까지 왜적을 몰아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명나라의 신병법인 기효신서법을 배워 군사들을 조련했고 훈련도감을 설치해 군사력 향상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파에 따라 서애의 활약상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이 몇 가지 사실만 가지고도 그의 탁월한 안목과 기여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사상의 정수가 담긴 잡저 서애의 문집은 가장 먼저 ‘잡저’(雜著) 부분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서애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글들을 모아 놓은 곳이기 때문이다. 잡저는 송(宋)나라 역사를 읽으면서 당대에 귀감이 될 만한 사건들에 대한 평설(評說)을 기록한 ‘독사여측’(讀史測)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정주학(程朱學) 계통의 이론을 담은 ‘주재설’(主宰說) 등과 양명학을 비판하는 ‘왕양명이양지위학’(王陽明以良知爲學) 등은 서애의 학문적 사상을 논할 때 필수적으로 인용되는 글들이다. 일견 여타의 정주학자들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지만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을 읽어 보면 양명의 주장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은연중 보여 주기도 한다. “왕씨의 의도를 잘 살펴보면, 대개 당시 세상의 학문이 외면적인 것으로만 치닫는 것을 경계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결같이 본심(本心)을 위주로 하여, 무릇 마음을 써서 강구하는 행위를 모두 행(行)이라고 여겼던 것이니, 이는 굽은 것을 바로잡으려다가 너무 지나치게 곧게 된 경우이다.” #벼슬을 버리고 은거를 결심하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러 국정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서애는 부단히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청했다. 그러나 선조는 계속해서 윤허하지 않았다. “의리상으로는 비록 임금과 신하였으나 정으로 볼 때에는 친구 사이와 같았다. 나만큼 경을 잘 아는 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당인들은 집요하게 그를 공박했다. 마침내 그가 57세이던 1598년에 파직돼 고향으로 돌아갔다. 한때 관작을 삭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애초에 벼슬에 초연했던 서애로서는 이런 일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전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비무환의 교훈을 담은 ‘징비록’(懲毖錄)을 저술했다. 임진왜란과 관련된 다양한 사실을 담고 있어 숙종 연간에 이미 일본에서 입수해 출판하기도 했다. 이후로 다시는 임금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지만, 나라를 향한 서애의 충정은 죽는 날까지 식지 않았다. “나라 위한 마음은 늙어서도 그대로라 세모(歲暮)에 빈산에서 비장하게 읊조리네 노년이라 매사에 감회가 일어나니 무단히 눈물이 홀연 옷깃을 적시네.” #사관(史官)도 놀란 조문 행렬 대신이 세상을 떠나면 사흘 동안 조정은 공무를 중지하고 시장은 문을 닫는 것이 전례였다. 서애가 고향 풍산에서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랬는데, 시장 상인들은 애도의 뜻으로 하루 더 문을 닫았다.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선조실록 사관의 평이 흥미롭다. 1000여명이나 되는 조문객이 한때 서애가 살았던 묵사동 빈집에 모여 조곡(弔哭)을 하였던 일을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그 인물이 조정에서 발자취가 끊어졌고 상(喪)이 천리 밖에서 났는데도 온 성안 사람들이 빈집을 찾아 모여서 곡을 하였으니, 아마도 시사(時事)가 날로 잘못되어 가고 민생이 날로 피폐해지는데도 후임으로 수상(首相)이 된 자들이 모두 전 사람만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추억하기에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의 백성 역시 불쌍하다.” 선조실록은 북인이 중심이 돼 기술했기 때문에 서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내용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당시 사람들이 서애를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성과평가실장■ ‘서애집’은 서애집(西厓集)은 조선 선조 조의 명재상이었던 류성룡의 시문집이다. 원집(原集) 20권 10책, 별집(別集) 4권 2책, 연보(年譜) 3권 2책 등 총 27권 14책으로 구성됐다. 인조 11년(1633년) 봄에 합천 해인사에서 원집과 별집을 합쳐 초간했다. 고종 31년(1894년) 가을에 하회의 옥연정사에서 연보를 추가 중간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에서 1982년에 번역, 출간했다. 류성룡의 자는 이현(而見), 호는 서애(西厓), 본관은 풍산(豊山)이며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 빗나간 예측… 서울 아파트값은 왜 안 떨어지나

    입주 물량은 매매보다 전셋값에 민감한 탓 올해 공급 늘었어도 서울 집값 4.5% 껑충 다주택자 급매물 소진… 다시 매물 부족 은퇴자 집 안팔고 1인가구주 증가도 원인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는 안정세를 띨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도 빗나갔다. 12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서만 4.53% 올랐다. 앞서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해 전국 집값이 안정 또는 하락세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집값도 제자리 또는 1~2%대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격 안정의 가장 큰 변수로는 공급 물량 증가를 꼽았다.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국적으로 44만 가구에 이른다. 이 중 서울·수도권에서만 18만 6000가구나 된다.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은 2012년 한 해 전국적인 입주 물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서울에서도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많다. 전국적인 집값 흐름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하락세를 띠고 있다. 그러나 서울 집값 움직임은 예상을 빗나갔고, 전문가들은 체면을 구겼다. 입주 물량이 사상 최대라는데 왜 서울 아파트값은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첫째, 매매가격은 공급 물량 증가에 따른 민감도가 전셋값보다 떨어진다. 물량이 증가하면 가격은 내리는 게 일반적인 시장경제 원리다. 수요가 일정하다면 주택시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공급 증가에 따라 가격이 내려간다. 가격 하락 민감도는 전세와 매매 시장 간 차이가 크다. 주택이 준공되면 전세 시장에는 바로 공급 증가로 연결된다. 그래서 공급 물량 증가에 따른 영향이 시장에서 즉각 반응한다. 서울 송파구 일대나 경기도 동탄2신도시, 세종시 등에서 나타나는 전셋값 하락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둘째, 매매 시장에서는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가 많다. 입주 물량은 많은 변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집이 준공됐다고 바로 처분하지 않는다. 미래 가격 상승을 따져 보유 또는 처분을 결정한다. 셋째,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시행 이전인 올해 3월 말까지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급매물이 늘어나고 가격 상승도 주춤했다. 그러나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에는 나머지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처럼 떠들었던 종부세 강화 방안도 ‘종이 호랑이’로 드러나면서 주택 보유 욕구를 꺾지 못했다. 넷째,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단독가구주 증가도 주택 수요를 늘렸다.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집을 처분할 것이라는 기대도 빗나갔다. 집을 보유하는 데 따른 비용보다 임대 수입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되레 노후 대책의 수단으로 보유하려는 욕구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제자 연구보조원으로 등록 연구비 2800여만원 착복한 대학교수 입건

    제자를 국비 지원 연구과제 참여학생으로 등록시킨뒤 연구비 2800여만을 빼돌려 개인용도로 사용한 부산의 한 대학 교수가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부산의 한 사립대 A(54) 교수를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A 교수는 2015년 9월부터 2년 동안 LED 조명 관련 국비 지원 연구과제에 연구보조원으로 등록된 B(27) 씨 등 제자 2명의 연구비 289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 교수는 제자들이 졸업하자 이들을 허위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해 횡령을 이어나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학부 재학중이던 학생들은 불이익을 염려해 연구비가 입금되는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교수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A 씨는 경찰에서 연구비가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은행계좌를 압수 분석해 개인 용도 사용을 확인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경기도, 평택 현덕지구 ‘반복 특혜 의혹’ 특별감사

    경기도, 평택 현덕지구 ‘반복 특혜 의혹’ 특별감사

    경기도는 산업단지가 유통·관광·휴양·주거 복합단지로 개발계획이 변경된 평택 현덕지구개발사업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한다고 10일 밝혔다. 현덕지구 개발사업은 2012년 8월 지식경제부가 황해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개발계획변경을 승인하면서 평택시 현덕면 장수리 일대 231만 6000㎡를 산업단지로 지정하면서 추진됐다. 그러나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1년 반 가량 지연되었고,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은 2014년 1월에 이르러서야 주식회사 대한민국중국성개발을 현덕지구 사업시행자로 지정 고시했다. 하지만 산업자원부와 경기도는 사업자 선정 1년 뒤인 2015년 1월 산업단지 용도를 유통·관광·휴양·주거 등의 복합 개발지로 변경해주고 중국성개발은 2020년까지 7500억원을 들여 공공시설과 유통·주택·상업업무·관광·의료·휴양시설 등이 들어서는 중국 친화도시를 짓겠다는 실시계획을 제출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은 2016년 6월 17일 이를 승인했다. 대규모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현덕지구 내 주민들은 토지보상과 함께 중국 친화도시 조성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사업은 진척되지 못한 채 2년째 경기도가 사업 시행자에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원송희 경기도 감사총괄담당관은 “현덕지구가 산업단지개발에서 (수익성이 좋은)유통·관광·휴양·주거 복합개발로 변경되고 이듬해 자기자금 출자 500억원 및 90일 이내 보상실시 등의 조건으로 대규모 개발계획에 대한 실시계획이 승인됐지만 아직도 인가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인가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데도 사업시행자에게 유리하도록 사업기간이 2018년에서 2020년 까지로 연장됐고 공동주택 공급계획도 외국인 전용 9415가구에서 내국인 8307가구, 외국인 1108가구로 특혜 변경됐다”고 밝혔다. 원 감사총괄담당관은 “이같이 사업시행자에게 유리하게 특혜행정이 반복되면서 현덕지구 개발사업은 7500억원 투자에 4300억원 추정이익이 발생하는 ‘황금알 낳는 사업’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의 긴급지시로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을 상대로 특별감사에 들어가 사업시행자의 승인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광복절에 즐기는 궁중무용 ‘춘앵전’

    광복절에 즐기는 궁중무용 ‘춘앵전’

    전통무용 가운데 가장 우아한 춤사위를 선보이는 궁중무용 춘앵전이 서울 시내에서 펼쳐진다. 서울 종로구와 궁중무용 춘앵전보존회는 오는 15일 종로 마로니에 야외공연장에서 궁중무용 여민마당 행사를 연다고 10일 밝혔다.‘춘앵무’는 조선 순조 재위 때 효명세자가 모친 순원황우의 4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봄날 아침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무용으로 표현한 춤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행사는 하루 동안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진행된다. 첫장은 ‘해설이 있는 궁중무용 대표작’으로 춘행전, 검기무, 처용무 등 중요무용문화재로 지정된 궁중무용을 감상한다. 이어 아마추어 춘앵전 전수자들이 참여하는 경연대회가 펼쳐진다. 이들은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란 색 앵삼(鶯衫), 화관으로 몸을 꾸민 뒤 미려한 독무를 선보인다. 현장의 관객들은 직접 참가자들의 경연을 보고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3·4부에서는 악학궤범 학연화대처용무합설 복원 및 재현 공연, 우리 춤을 가르치는 교수와 이들의 제자들이 함께 대표 전통무용을 선보이는 공연이 각각 선보인다. 이 자리에는 윤명화 한양대 교수의 ‘박병천류 진도북춤’, 정혁준 서해대 교수의 ‘한량무’ 등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인 박은영 춘앵전보존회 이사장은 “궁중무용은 이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화된 문화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몽골에 숲 만든 금천청소년국제자원단

    몽골에 숲 만든 금천청소년국제자원단

    서울 금천구는 제7기 금천청소년국제자원활동단원들이 지난달 24~30일 황사 발원지인 몽골 ‘바양노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고 9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고교 1학년 23명으로 구성된 단원들은 바양노르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금천숲’을 조성하고, 몽골 청소년들과 문화교류 활동을 벌였다”고 전했다.금천청소년국제자원활동단은 유네스코(UNESCO) 인증 지속가능발전교육 프로그램인 ‘ESD금천창의인재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2011년 여름방학 때부터 몽골을 찾아 환경과 관련된 국제 자원 활동을 펼쳐 왔다. 지난해까지 청소년 171명이 참여했다. 단원 최현서(17·금천고)양은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바양노르에서 나무를 심으며 전 세계가 단일 환경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美, 6~8개월 내 핵탄두 60~70% 폐기 요구… 北 퇴짜”

    北 “美 일부 관리 트럼프 역행 제재 혈안” 미국의 ‘비핵화 행동 압박’과 북한의 ‘선(先) 종전선언’ 요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북·미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8일(현지시간) 콜롬비아에서 기자들에게 “국제사회가 여전히 그들의 비핵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우리도 기다릴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빠른 비핵화 행동을 압박했다. 이는 사흘 연속 이어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압박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반면 북한의 노동신문은 9일 논평에서 “무슨 일이나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순차가 있는 법”이라면서 “종전선언 발표로 조·미(북·미) 사이에 군사적 대치 상태가 끝장나면 신뢰 조성을 위한 유리한 분위기가 마련되게 될 것”이라고 미국에 ‘선 종전선언’을 거듭 요구했다. 또 북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하여 일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터무니없이 우리를 걸고 들면서 국제적인 대조선(대북) 제재압박 소동에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이날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에 6~8개월 이내에 핵탄두의 60~70% 이양과 미국 또는 제3국이 이를 확보해 북한에서 제거한다는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두 달 동안 수차례 거절당했음에도 같은 비핵화 시간표를 들이밀자 북한이 이를 굉장히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3차 평양 방문에서 1, 2차 방문 때와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김영철 부위원장과 고위급회담 이후 북측에서 ‘강도적 요구’를 했다는 비판 성명이 나온 것도 이런 속사정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전용 84㎡의 진화…新본리 동서프라임S 분양 앞두고 관심 폭주

    전용 84㎡의 진화…新본리 동서프라임S 분양 앞두고 관심 폭주

    분양시장에서 전용 84㎡는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일반적인 4인 가족까지 넉넉하게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평형이라고도 불린다.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속과 여유를 겸비해 선호도와 주거만족도도 높다. 최근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전용 84㎡를 향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요즘 나오는 전용 84㎡는 소형 평형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양가에, 팬트리룸 등 대형 평형 못지않은 공간 활용으로 더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청약에서도 전용 84㎡ 타입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형 아파트가 인기라고 하지만 실제 청약 경쟁률에는 전용 84㎡형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다"며 "현재 가장 거래가 활발하고 환금성이 높은 타입으로 당분간은 열기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가치와 실속으로 중무장한 전용 84㎡ 특화단지가 선보일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폭주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본리동에 들어서는 新본리 동서프라임S가 그 주인공이다. 新본리 동서프라임S는 정남향 4베이 구조에 대형 팬트리, 풀 빌트인까지 실현한 가장 진화된 전용 84㎡를 선보일 전망이다. 세대수를 줄이면서까지 정남향 4베이 구조를 실현시켜 쾌적함과 편의를 더했고 다용도 수납이 가능한 대형 팬트리에 안방 드레스룸까지 갖췄다. 또한 이 단지는 안방과 거실의 시스템에어컨부터 안방비데, 행주도마살균기, 주방액정tv, 3구인덕션, 광파오븐렌지, 음식물탈수기 등이 무료로 시공되는 풀옵션 전용 84㎡다. 72세대의 소규모 단지지만 피트니스, GX룸 등 꼭 필요한 커뮤니티 시설도 잘 갖추고 있고 주변 현대백조타운 재건축 사업이 예정되어 있어 대단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新본리 동서프라임S는 덕인초, 이마트, 홈플러스, 전통시장, 앞산, 두류공원 등 풍부하게 조성된 인프라를 누린다. 남대구IC 인근으로 주변 산업단지로 출퇴근도 편리하다. 신본리 동서프라임S는 지하 2층~지상 20층 1개 동, 전체 72가구 규모이며, 시행은 ㈜동흥이엔지, 시공은 동서개발이 각각 맡고 국제자산신탁이 안전한 자금관리를 맡는다. 분양 홍보관은 대구 달서구 장기동에 8월 중 오픈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제과점 무단 침입한 남성에게 무료 케이크 주고 싶다는 주인

    제과점 무단 침입한 남성에게 무료 케이크 주고 싶다는 주인

    중국에서 한 제과점 주인이 아이러니하게도 지난주 자신의 가게에 무단 침입한 남성에게 케이크를 무료로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3일 중국 장쑤 위성 TV채널에 따르면, 지난 1일 저녁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장쑤성 난징시에 있는 왕씨의 제과점에 몰래 들어왔다. 남성은 곧바로 케이크 진열대로 걸어가 그 안에 놓인 제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4가지 다른 종류의 케이크를 꺼내 계산대 옆에 놓고, 이들을 비교하는데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지만 그는 이내 자신이 고른 케이크가 가짜, 즉 전시용임을 깨달았다. 남성은 꺼낸 케이크들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빈손으로 제과점을 떠났다. 다음날 아침 제과점으로 출근한 주인 왕씨는 누군가 자신의 가게에 침입한 사실을 알게 됐고,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내부에 설치한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인해 봐도 도난당한 것이 아무것도 없자 신고를 취소했다. 왕씨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돈을 훔치려고 들어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케이크가 필요했던 것 같다”면서 “아마 집이 너무 가난해 케이크를 살 형편이 안됐던 게 아닐까, 우리 모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지만 도움을 잘 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생일 케이크가 정말 필요하다면 그냥 말씀하거나 전화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케이크를 드리고 싶다”며 자신의 제과점으로 다시 와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tv영상캡쳐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사설] 제자리걸음 ‘은산분리 완화’ 더이상 늦춰선 안 돼

    지난해 4월 케이은행, 7월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시대가 열린 지 1년이 지났다. 공인인증서 없는 거래, 24시간 이용, 수수료 인하 등 혁신으로 올 상반기 기준 고객 700만명과 총대출액 8조원의 성과를 냈다. 기존 은행의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끌어내린 ‘메기 효과’도 입증됐다. 하지만 출범 초기의 열기를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 혁신은커녕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완화를 재차 강조했다. 대선 공약 파기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은산분리 완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융권 전체의 혁신을 이끌 인터넷은행이 처한 현실적 난관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와 출발이 비슷했던 중국은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과 첨단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분야에서 날개 단 듯 발전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 혁신의 속도와 타이밍을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국민의 예금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할 사안임엔 틀림없다. 2013년 동양그룹이 계열 금융회사인 동양파이낸셜과 동양증권을 통해 자금을 불법 지원받아 부실 사태를 키웠고, 그 피해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썼던 전례가 절대 반복돼선 안 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은산분리 완화 관련 특례법안들은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혁신의 문은 활짝 열되 부작용을 차단할 보완 장치를 튼튼히 갖추면 될 일이다.
  • 김기춘 이번엔 ‘사법농단 연루’…檢, 박근혜 청와대 겨눈다

    김기춘 이번엔 ‘사법농단 연루’…檢, 박근혜 청와대 겨눈다

    檢 “靑 ‘강제징용 재판’ 지시 증거 확보” 당시 청와대 개입 범위·거래 여부 추궁 의혹 문건 작성한 부장판사 오늘 소환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이 외교부와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9일 오전 9시 30분 출석시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재판을 놓고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수사 대상자”라고 밝혀 사실상 피의자 신분임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실장은 재판이 길어지면서 지난 6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가 사흘 만에 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2013년 일본 전범기업들의 재상고로 다시 시작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당초 강제징용 소송 재판 거래 수사는 외교부와 대법원 간의 거래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검찰이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2013년 10월 임종헌(당시 기획조정실장)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난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하면서 종착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법원이 시도한 재판거래의 카운터파트가 겉으로는 외교부지만, 실제로는 청와대가 외교부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재판에 대한 뜻을 전달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징용 재판거래 관련) 다수 문건을 확보했다”면서 “(청와대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법 농단 수사의 칼끝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향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는 징용피해자들이 손해배상에서 승소하는 것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체결됐던 한·일협정을 뒤집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승태 사법부가 얻으려고 한 상고법원 도입에서 가장 확실한 지원군이 될 수 있었던 곳이 청와대”라면서 “청와대가 재판거래에 관여했다면 관건은 김 전 실장의 독자 행동이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냐인데 후자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검찰은 8일 법관사찰 등 다수의 사법 농단 문건 작성에 관여한 김모 부장판사도 소환 조사한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1·2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상고법원에 반대한 판사를 뒷조사한 ‘차○○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문건을 만들고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를 떠나면서 인사이동 당일 2만 4500개 파일을 모두 삭제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국가교육회의 ‘어정쩡한 권고’… 교육현장 혼란만 키웠다

    국가교육회의 ‘어정쩡한 권고’… 교육현장 혼란만 키웠다

    학부모 “수능 비율은 알려줘야지…” 분통 공론화 참가자 “숙의 민주주의 결과 왜곡” 전교조,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무산 반발 대학들 “지금까지 수시 늘려왔는데” 불만“1년 동안 정책 결정을 미뤄 오며 2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써 놓고 사실상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안을 내놨다.”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권고안을 내놓은 7일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에서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형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단체와 그렇지 않은 단체로 서로 입장이 갈리긴 했지만,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에 대해서는 “혼란만 키웠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려다 교원단체와 학생, 학부모의 반발에 부딪혀 개편안 발표를 1년 미뤘다. 교육부는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른 지난 4월 국가교육회의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2학년도 대입안을 결정해 달라”고 ‘SOS’를 보냈다.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위를 꾸리고 시민참여단 490명을 모아 숙의토론 후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대입 개편안을 결정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최종 결정을 교육부로 떠넘기게 됐다. 1년 동안 돌고 돌아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개편안과 관련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에 준 대입 개편 가이드라인은 ▲수능 위주의 전형 비율 확대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 ▲국어, 수학, 탐구영역은 상대평가로 유지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 기준 활용 여부를 대학에 위임 등이 전부다. 당장 새 대입 개편안에 따라 입시를 치러야 하는 중3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수능이 확대된다면 최소한 얼마나 확대될지라도 알려 줘야 그에 맞춰서 입시 전략을 짤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들도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나리오 1안(수능위주 전형 45%로 확대) 발제자인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 박소영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 대표와 시나리오 4안(수능-학종-내신 위주 전형 간 비율 균형 확보) 발제자인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교육회의가 수능위주 전형의 비율을 정하지 않은 것은 숙의 민주주의 결과를 왜곡한 반민주적 결정”이라면서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등은 “시나리오 1안이 2안(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과 오차범위 내 있었지만 어쨌든 가장 높은 지지도를 받은 만큼 1안이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2안을 지지했던 좋은교사모임은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해야 한다”면서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조사 결과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논평을 통해 “국가교육회의는 1안의 입장만을 옹호했다”면서 “2022학년도에 도입할 수 있었던 수능 절대평가를 장기적인 안으로 내몰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들은 수능 위주의 전형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지금까지 대학들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 중심의 대입전형에 무게를 두고 수시를 늘려 왔는데 이제 와서 다시 정시를 늘리라고 하는 꼴”이라면서 “시민 정책단의 공론화 결과에 공감하긴 하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입에서 수능의 ‘힘’이 더욱 강해지게 되면서 “수능의 힘을 빼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문재인 정부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전제로 하는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절대평가)제 등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중장기 과제로 밀어 놓으면서 스텝이 꼬이게 됐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특위 위원장은 “시민사회의 의견이 대통령 공약과 다르다면 그 의견을 듣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도리”라면서 “이번 공론화가 그런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당장 새 대입제도로 입시를 치러야 하는 중3 학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교육부에서 정시확대 비율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으면 현 중3 학생들의 대학별 입시전형을 둔 혼란은 이들이 고2가 되는 2020년 4월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KT·카카오, 인터넷銀 자본 확충 길 열어…시민단체 “거대 자본 통제 어렵다” 반발

    자본금 부족·은행 지분 4% 제한에 ‘휘청’ 은산 분리 완화 땐 자본 확충 가능해져 이낙연 총리 질타 후 금융당국 입장 변화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도 탄력 붙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강조한 ‘규제 혁신’의 첫 시험대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 문제가 떠올랐다. 인터넷은행 도입 당시만 해도 시중은행의 안이한 ‘이자 장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기대했던 ‘메기 효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규제에 발목이 잡혀 현실은 ‘고사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실 은산 분리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정작 정부였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 문제 등을 질타하며 지난 6월 27일 예정됐던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한 이후 금융 당국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산 분리 완화는 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은산 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은행 활성화가 국가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인터넷은행은 1년여 만에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자본금으로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부족한 탓에 대출 상품마다 월별 한도를 정해 놓고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은행권에 불어넣은 바람도 급격히 잦아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행 은산 분리 규제하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대규모 증자를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모든 주주가 지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주주 간 이견으로 증자 때마다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겨우 마친 케이뱅크는 지난 5월에도 1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했지만 정작 300억원을 확충하는 데 그쳤다. 은산 분리는 산업자본에 대해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한 규제다. 이를 34~50%까지 올리자는 관련법 5건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은산 분리가 완화되면 케이뱅크는 KT,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를 통해 수월하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신용대출 외에 주택담보대출 시장 등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발이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 규제 혁신을 위해 현장 방문을 한 이날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은 ‘은산 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어 맞불을 놓았다. 발제자로 나선 박상인(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예로 들며 은산 분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만약 동양은행이 있었다면 부실 전이와 파급효과는 더 엄청났을 것”이라면서 “금산 분리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보완 장치를 두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대 산업자본의 규제 준수 능력을 통제하기 어렵다”면서 “영업점이 없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발상도 허구적”이라고 비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대법원장 출신 의병장 허위… 日헌병사령관도 존경한 기개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대법원장 출신 의병장 허위… 日헌병사령관도 존경한 기개

    1908년 10월 21일 정오. 허위 선생은 경성감옥의 교수대에 올라갔다. 안색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고 태도는 당당했다. 왜승(倭僧)이 불경을 읽으며 명복을 빌어 주려 했다. 그러자 선생은 “충의(忠義)의 귀신은 스스로 마땅히 하늘로 올라갈 것이요, 혹 지옥으로 떨어진 대도 어찌 너희의 도움을 받아 복을 얻겠느냐”고 꾸짖었다. 검사가 시신을 거둘 친족이 있느냐고 물었다. 선생은 “죽은 뒤의 염시(斂屍)를 어찌 괘념하겠느냐. 옥중에서 썩어 문드러져도 좋으니 속히 형을 집행하라”고 일갈했다. 털끝만큼의 흔들림도 없었다. 곧 사형이 집행됐다. 구한말 대법원장을 지내고 전국 의병을 총지휘해 서울 진격을 노렸던 13도 창의군 대장 허위의 최후였다. 나이 53세였다.대한매일신보는 ‘天日無光’(천일무광·하늘의 태양이 빛을 잃었다)이라며 선생의 죽음을 애도했다. 왕산은 경성감옥(서대문형무소) 제1호 사형수였다. 선생은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다. “國恥民辱 乃至於此 不死何爲 父葬未成 國權未復 不忠不孝 死何瞑目(국치민욕 내지어차 불사하위 부장미성 국권미복 불충불효 사하명목·국치민욕이 이에 이르렀으니 죽지 않고 어이하리오. 아버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나라의 주권도 회복하지 못했으니 불충불효한 몸이 죽은들 어찌 눈을 감으리오.)” 죄수들과 도성(都城) 안팎의 백성이 통곡했다. 시신을 수습한 사람은 제자 박상진이었다. 박상진은 하얀 천으로 시신을 감싸 안고 나와 금오산 아래에 묻고 장례를 치렀다. 상주인 장남 허학을 비롯한 유족들은 독립운동에 가담하고 있어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 ●회유하는 이완용에게 “넌 죽일 것” 호통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을사늑약 직후 의병을 일으켰던 선생은 일제가 정미 7조약 체결을 강요하고 군대를 해산하자 세 번째로 의병을 일으켰다. 선생에게 거사 밀명을 내린 사람은 고종이었다. 강제로 퇴위당하기 직전인 1907년 4월 ‘거의’(擧義)라는 두 글자가 쓰인 의대조(衣帶詔·옷 속에 넣어 비밀리에 전하는 임금의 편지)가 선생에게 전달됐다. 을미의병 때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이인영도 다시 뛰어들었다. 이인영은 전국에 격문을 띄워 1907년 12월 각도의 의병부대를 경기도 양주에 집결토록 했다. 경기도에서 거병한 허위도 의병들을 이끌고 동참했다. 의병 총수가 1만명을 헤아렸다. 이인영을 총대장, 허위를 군사장으로 하는 연합의병대(13도창의대진소)가 결성됐다. 1908년 1월 연합의병대는 서울진공작전을 개시했다. 그러나 화승총에 짚신을 신은 의병은 애초에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일군(日軍)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더욱이 서울 진공 계획을 알아챈 일제는 동대문에 기관총을 설치하는 등 방어망을 펼치고 있었다. 선생은 선발대 격인 감사병(敢死兵) 300명을 지휘해 선두에 서서 서울로 진격했다. 동대문 밖 30리 지점에서 일본군과 마주쳤다. 하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일본군의 강력한 공격을 받아 패퇴하고 말았다. 이인영이 이끄는 본대도 뒤이어 1월 28일 동대문 밖에 도착했다. 그러나 바로 그날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이인영에게 부친의 부음이 날아든 것이다. 이인영은 후사를 허위에게 맡기고 급히 경북 문경으로 돌아갔다. 서울진공작전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의병들은 부대별로 흩어져 유격전에 들어갔다. 선생은 주로 임진강 유역에서 일본군의 진지를 습격하고 관공서를 덮쳐 친일파들을 처단했다. 선생의 의병들이 수많은 전과를 올리자 이완용은 사람을 보내어 관찰사, 내부대신 직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선생은 “너(이완용)는 반드시 죽일 것이로되 심부름 온 놈이야 죽여서 뭐하겠느냐”고 크게 꾸짖어 돌려보냈다. 1908년 6월 11일 아침 오오타 기요마쓰 등 일본 헌병 수십 명이 영평군(지금의 포천) 서면 유동에 있던 선생의 은신처를 덮쳤다. 헌병들이 의병 한 사람을 붙잡아 회유와 협박을 해 은신처를 알아낸 것이다. 선생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체포에 응했다. 13년 의병투쟁은 그렇게 끝났다. 선생은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랏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죽지 않고 어찌하랴. 지금 내가 죽을 곳을 얻었으니 너희 형제간이 와서 보도록 하라.” 선생은 서울로 압송되어 일본군 헌병사령관 아카시 모토지로의 심문을 받았다. 선생은 아카시에게 “일본이 한국의 보호를 부르짖는 것은 입뿐이요, 실상은 속으로 한국을 멸할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나마 의병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아카시가 “일본이 한국을 대하는 것이 마치 병자 몸뚱이를 주무르는 것과 같아서 처음에는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마침내는 병이 나을 것”이라고 하자 선생은 책상 위의 연필을 가리키며 “이 연필은 붉은 빛깔이지만 내면은 남색이지 않은가. 귀국이 한국을 대하는 것도 껍질과 내면이 크게 다름은 다툴 것도 없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아카시는 선생의 강직한 성품과 늠름한 태도에 감복하여 ‘국사’(國士)라고 칭하며 선생에게 존경을 표했다. 또 선생의 목숨을 구하려고 데라우치 통감에게 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재판에서 일본 재판관이 “의병을 일으키게 한 것은 누구이며 대장은 누구냐”고 물었다. 선생은 웃으면서 “의병이 일어나게 한 것은 이토 히로부미이며 대장은 바로 나다”라고 대답했다. “왜냐”고 묻자 “이토가 우리나라를 뒤집어 놓지 않았다면 의병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토가 아니고 누구겠느냐”고 반문했다.선생은 1855년(철종 6년) 경북 구미시 임은동에서 태어났다. 7세 때 “달은 대장이 되고 별들은 군사가 되어 따른다”(月爲大將軍 星爲萬兵隨·월위대장군 성위만병수)라는 글을 지을 만큼 한학에 능통했다. 관직에 나선 것은 44세의 늦은 나이였지만, 평리원 재판장(지금의 대법원장 격), 의정부 참찬, 칙임 비서원승 등 고위관직을 두루 역임했다. 선생의 본관과 고향은 김해다. 임은동에는 낙동강 물길을 따라 김해에서 서울을 오가며 무역을 하던 허위의 증조부 허돈이 1807년에 정착했다고 한다. 임은동은 박정희 생가가 있는 상모동과 붙어 있다. 드넓던 평야는 구미산업공단으로 바뀌었고 공단 아래쪽 허씨 일가가 모여 살던 마을은 빌라와 주택이 들어서 고가(古家)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1962년 건국훈장 추서… 서울시 ‘왕산로’ 명명 다행히 생가터는 남아 있었다. 선생의 장손 허경성(91·둘째아들 허영의 장남)씨가 자신은 전세를 살면서도 큰돈을 대출받아 1990㎡의 터를 사들여 2005년 구미시에 기부했다. 생가 건물은 자료가 없어 복원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왕산허위선생기념공원’을 조성했다. 생가 건너 쪽 야산에는 선생의 묘소와 유허비가 있고 그 바로 옆에 2009년 왕산허위선생기념관이 세워졌다. 김교홍 기념관장은 “선생의 집안은 논 3000마지기(60만평)를 팔아 군자금으로 쓰는 등 의병투쟁과 독립운동에 모든 것을 바쳤다”고 말했다. 묘소 옆에 위패를 모실 사당 경인사(敬仁祠)가 조성되고 있지만, 예산 편성이 미뤄져 공사가 답보 상태다. 기념관 아래에 선생의 호를 딴 왕산초등학교가 있다. 선생에게는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서울시는 선생의 업적을 기려 청량리에서 동대문에 이르는 가로를 ‘왕산로’라고 명명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수천번의 붓질로 탄생한 초상화, 사진과 비교할 수 없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수천번의 붓질로 탄생한 초상화, 사진과 비교할 수 없죠”

    을지로입구 지하서 40년 외길 김진삼 작가가 말하는 ‘초상화’누구나 카메라를 가진 ‘1인 1카메라’ 시대다. 뭔가 색다르거나 의미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수시로 “찰칵”한다. 특히 자신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이를 공유하는 SNS시대가 된 요즘 ‘셀카’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어찌보면 자기 도취에 빠진 나르시스가 된 것이다. 이런 시대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것도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물 사진이 넘쳐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40년째 초상화를 그리는 작가 김진삼(71)씨는 “스마트폰 사진은 순간적이지만, 초상화는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까지 담는다”고 말한다. 3일 오후 서울시청 바로 앞 지하도에 있는 그의 화실 ‘후암 초상화 연구소’를 찾았다. 화실 밖 유리창에는 이승만, 세종대왕, 제임스 딘 등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 찾기는 쉽다. 지하도를 오가는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잠깐씩 초상화를 구경하곤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액자를 박차고 나올 듯한 초상화 주인공들··한 자리서 40년된 화실 화실에 걸린 견본 초상화들이 액자를 박차고 나올 듯 살아 꿈틀거린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김수환 추기경이 “괜찮아”라며 위로하고, 맥아더 장군은 앞을 쏘아보는 눈길에서 불굴의 의지가 엿보인다. 혜민 스님은 금방이라도 말을 붙여올 것같고, 처칠에게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는 연설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세밀화를 그리는 초상화 작가의 눈매는 뭔가를 꿰뚫어보고 얼굴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생겼을 것이라는 기자의 선입견과는 달리 김진삼씨는 잘 늙어가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여기서 작업한지 40년이 넘었어요. 별의별 사람을 다 겪었으니, ‘에라, 모르겠다’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됐지요. 허허.”그에게 “마음 편하게 산다”는 게 뭔지 묻자 “초상화를 의뢰하러 들어오는 사람은 굉장히 반갑지만, 나중에 찾으러 오는 손님이 두렵고 무섭다”는 답이 돌아온다. “간혹 ‘얼굴이 다르다’며 안 찾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손님을 만나면 젊은 시절엔 의뢰한 사진을 보여주며 따졌지만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가져가지 마세요’라고 하지요.” 40년째 하다보니 요즘은 손님에게서 타박 맞는 일은 없지만 “손님이 반가우면서 무서운 우리네 마음이 양복쟁이 마음과 같지 않겠느냐”고 한다. 수입을 묻자 그는 “노령 연금으로 화실 임대료를 낸 적도 많다”며 웃어 넘겼다. ●“빛 바랜 사진에는 의뢰자의 추억이 담겨···그 마음까지 담아야” ‘초상화에서 얼굴이 다르면 문제가 아니냐’고 따지자 그는 “의뢰자가 빛 바래고 작은 부모님 사진 한 장을 갖고 오지만 사실은 자신의 기억 속의 이미지를 그려주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무슨 수로 그런 추억을 알겠느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의뢰자의 눈매나 입술 등을 자세히 관찰하고, 사진 속의 인물과의 관계와 닮은 점 등을 묻고 참고해 초상화에 담기도 한다. 낡은 사진이라도 한 장 있으면 다행이다. 사진도 없는데 의뢰자가 말해주는 대로 몽타주 그리듯 한 적도 많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경찰서에 가서 몽타주를 그려주기도 했다.“모 문중에서 조상님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거예요. 후손들은 아무도 본 적이 없고, 행장과 같은 문중 기록에 남아있는 ‘기골이 장대하고, 눈빛이 형형하고’ 이런 것을 근거로 해서 상상화를 그려야 했지요. 너무 막연해서 그래서 항렬이 높은 후손들 몇분의 사진과 기록을 근거로 그려드렸더니 만족하더라구요.” 김씨는 “후손들이 초상화 대상인 조상을 잘 알거나 전혀 모르면 (그리기) 편한데 어설프게 알면 “이게 아닌데”, “저게 아닌데···” 하면서 까다로워집니다”고 말했다. ●“정주영 회장, 사진 한 장 없는 선친 의뢰···새벽마다 청운동서 설명” 심지어는 사진도 없이 의뢰하는 손님도 있단다. “우리 아버지가 최불암씨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눈매만 이렇게 고쳐주세요’ 하더라구요. 사진 한 장 없는 아버지, 그 기억은 자식들 마음 속에 있는 것이든요.” 1948년 황해도 개풍군에서 태어난 그는 6·25 한국전쟁이 터진 3살때 남쪽으로 피난 내려왔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북에 두고 내려왔기에 사진 한 장 없는 후손들의 애틋한 심정을 제가 좀 잘 알지요.” “한번은 정주영 회장님이 아버지를 그려달라고 했어요. 남긴 사진 한 장도 없는데. 그래서 사흘에 한번씩 새벽 5시에 정 회장의 청운동 자택에 찾아가 설명을 듣고 그림을 그려 가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눈매가 달라’라고 했어요. 그러면 수정해서 다시 보여드리면 ‘아까 그게 더 비슷해’라고 해서 다시 원래 그림으로 바꿔드리면 ‘아냐, 아냐’라며 퇴짜를 놓아지요. 그래서 ‘가족 중에 누가 가장 비슷하게 닮았느냐’고 묻자 정몽준 회장이라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허바허바 사진관에서 정몽준 회장님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기도 하더라구요. 그걸 참고해서 그린 스케치도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왕 회장’에게 아버님은 회장님 마음 속에 있으니 굳이 그리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지요. 결국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고, 스케치북을 드렸지요.”“이런 일도 있었지요. 1991년인가 어떤 사람이 와서 ‘밖에 세워둔 6호 크기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얼마냐’고 묻기에 ‘40만원’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다음날 가져온 사진을 보니 김영삼 당시 총재였어요. 이런 유명 정치인은 40만원에 안된다고 했더니 ‘이미 40만원으로 보고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 초상화가 대선 공보물로 들어가 있더라구요. 대통령에 당선됐지요. 하하.” ●“평범한 사람들, 초상권 문제로 피해···젊은 연예인은 잘 안 와” 그가 가장 비싸게 판 초상화는 내로라하는 재벌이 아니었다. 경북 포항의 한 기업인이었는데 40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도 모 기업 문화원에 걸려있다고 한다. “어느날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사람이 와서 초상화에 대해 정말 꼼꼼하게 묻고 가더라구요. 그리고 가격을 묻기에 평범한 사람인줄 알고 200만원이라고 했더니 다음날 가져온 사진이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님이었던거죠. 재벌에겐 이런 가격에 안된다고 했더니 비서실인데 그렇게 상부에 보고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요. 나중에 초상화를 가져가면서 100만원을 더 주더라구요.” 화실에 전시된 그림 가운데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의 모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씨는 “일반인은 ‘왜 함부로 내 얼굴을 그려놨느냐’며 초상권 시비가 나오면 골치 아프니, 그래서 잘 안하지요. 그리고 외국인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해 오히려 그리기가, 성격을 표현하기가 더 쉬워요”라고 말한다. “지나가던 연예인들이 한번씩 들어와서 슥~ 훑어봐요. 과거엔 많이들 왔지요. 자신의 초상화가 없으면 ‘하나 그려서 전시해 놓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한 점 주문하셔야 합니다’고 답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연예인도 있었지요.” 요즘 젊은 연예인들은 “지하로 다니지 않아서인지” 찾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정치인 초상화는 어떠냐고 묻자 호불호가 선명하게 엇갈려서 밖에 내놓기가 애매하다고 답한다. “지난번 촛불 시위대가 이승만 전 대통령 초상화를 보더니 “당장 치워라”며 유리창을 발로 차고 그래서 저와 한바탕했지요.” 이 화실에서 그림이 아닌 사진도 한 점 있단다. “저기 백범은 사진입니다. 초상화 원본은 김구재단에 걸려있고, 그 재단에서 제가 그린 초상화를 사진 찍어 보내준 겁니다.” ●“영정 초상화 분위기 많이 바꿔···웃으며 차 한잔 권하는 모습도”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후 늦어 문을 닫으려는데 어떤 사람이 급하게 사진 한 장 들고 달려왔습니다. ‘우리 아버지인데, 병원에서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영정 초상화로 내일 아침에 쓸 수 있게 완성해달라’고 합디다. 그래서 밤을 새워 그렸죠. 그런데 다음날 사진을 찾으러 오지 않는 거예요. 오후에 전화가 와서는 ‘고비를 넘겨 건강이 회복됐습니다. 영정 초상화가 당장 쓸모 없게 됐으니···다음에 찾으러 가겠습니다’고 해요.” 이런 상황을 많이 경험한 듯 그는 영정을 미리 그려두면 수의를 준비했을 때처럼 “오래 산다”고 말해준단다. 그는 요즘 영정 초상화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전엔 무게 잡고, 경직된 모습이었는데 요즘엔 ‘내 상가에 오신 조문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듯 웃으면서 술 한 잔, 차 한 잔 권하는 모습이 많지요.”그가 초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박봉’ 때문이다. 그림 솜씨를 타고난 그는 20대 시절엔 문화공보부 미술실 소속 공무원이었다. “그 당시 포스터 그리고, 글씨 쓰고···박정희 대통령의 선전기관이었죠. 그런데 당시 월급이 겨우 쌀 반가마였죠. 초상화를 그리면 돈을 잘 벌 수 있겠다 싶어서, 1978년에 여기에 화실을 연 거죠. 처음 한 10년동안에는 그림 퇴짜도 많이 받고, 공무원 그만둔 것 후회도 하고, 갈등이 정말 많았죠.” 자영업자의 간판이 2년을 넘기기 어려운 요즘 그는 한 곳에서 40년동안 화실을 운영했다. 그의 실력을 짐작케 한다. “초상화 공부는 처음에 사사를 받았죠. 한 10년 그리니깐 초상화를 알겠더라구요. 경지에 도달하려면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돼요. 지금까지 하루 10시간씩 40년은 그렸다고 봅니다. 집안에 그림 그리는 DNA도 물려받고, 두 딸도 유화를 좋아하더라구요.” ●오른손에는 잔 근육들이 발달···손가락 끝엔 굳은 살 허락을 받아 오른손잡이인 그의 손을 만져봤다. 손 등은 두툼했고, 손바닥은 부드러웠다. 손에는 세밀한 근육들이 발달해 있었다. 하지만 5개 손가락 끝에는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 “인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눈과 입이죠. 코는 크기와 중심을 잡아주는 반면 눈과 입은 분위기와 표정을 살려주지요.” 사진은 변하지만 초상화는 변하지 않는다. “실크 재질에 아교칠을 한 물감으로 수천번의 붓질로 탄생한 초상화는 생명력이 있어요.” 사진과 비교할 수 없는 질감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초상화를 의뢰할 때 인물 사진이 많으면 좋단다. 그리고 인물의 성격이나 분위기, 특성 등을 설명해주면 초상화를 그릴 때 엄청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족들 초상화는 부모님만 그렸죠. 그동안 제자들 가르치느라 또 작품하느라 시간이 안 나서 못했는데 이젠 제 초상화, 자화상도 한번 그려봐야죠.” 그러나 눈이 침침해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때 이 곳이 문을 닫는 게 아닐까하는 것이 그의 걱정이다. 점점 초상화 화실이 줄어드는 탓이다. “철공소가 대형화되어 하나가 살아남듯, 초상화도 수요는 적어지겠지만 살아남을 겁니다. 이곳을 제자가 넘겨받아 이어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글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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