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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아의 일상공감] 엄마가 아이가 되었습니다

    [배민아의 일상공감] 엄마가 아이가 되었습니다

    결혼 이후 간간이, 아니 자주 자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노산에 대한 부담으로 일부러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얻어지지도 않았기에 ‘무자식 상팔자’라 자위하며 살고 있다. 자녀 양육에서 벗어난 자유로움도 있지만 솔직히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부러움이 없는 건 아니다.환경과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엄마가 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수많은 기적이 더해져야 가능한 신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눈물을 쏟고, 땀을 쏟고, 피를 쏟아 내는,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큰 고통이라는 해산의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사람들은 엄마가 된다. 그리고 여러 희로애락으로 자녀를 키우며 뒤늦게 자신을 키워 낸 엄마의 사랑과 정성에 감사한다. 전통 풍습에 결혼 전 머리를 길게 늘어뜨렸다가 혼례를 치르면 남자는 상투로, 여자는 쪽찐 머리로 어른이 됐음을 표시했던 것도 결혼 자체가 아니라 결혼 이후 부모가 되는 숭고함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자녀가 없어 엄마가 되지 못한 반쪽짜리 어른인 여자는 최근 몇 년간 엄마의 노환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엄마의 엄마’ 역할 중이다. 치매국가책임제의 홍보 영상 ‘엄마의 엄마가 되었습니다’는 시장에서 딸을 잃어버린 엄마가 한참 만에 다시 아이를 찾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상은 중간에 화면이 전환되면서 아이를 돌본다고 생각하던 ‘엄마’는 사실 딸이었고, 그녀의 어머니가 치매로 인해 딸의 돌봄을 받고 있다는 짧은 웹드라마다. 엄마의 몸을 씻기고, 머리카락을 잘라 드리고, 옷을 갈아입혀 드리는 것으로 여자가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에 엄마라는 자리는 너무 위대하고 숭고하다. 그래서 여자가 엄마가 됐다기보다 정확히는 엄마가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돼버리셨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신장 투석과 여러 성인병 치료까지 병행하던 중에 서서히 찾아온 치매로 아이가 돼버린 엄마를 위해 자녀들의 역할이 분담되고, 그런 아내를 바로 옆에서 돌보시는 아버지의 희생과 수고는 점차 아버지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이기에, 아내이기에 그 모든 책임과 의무와 희생을 감당하기에는 엄마의 변화는 점차 다양한 형태로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다. 자녀 양육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던 엄마의 모습도, 현명하게 남편을 내조했던 아내의 모습도, 여러 제자들을 길러 낸 당당했던 교육자의 모습도 지금은 다 떠나 가고 이제는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아이만 남아 있다. 엄마의 일상적인 거주 공간이 때로는 위험하고 불편한 곳이 됐고, 가족이 각자의 스케줄을 조절해 가며 역할을 나눠 돌보는 간병은 환자를 집 안에 머무르게 하는 수준 이상이 되지 못했다. 이제는 4년여의 숙고 끝에 아이가 된 엄마를 유치원에 보내는 심정으로 요양병원에 모셨다. 시설에 모시는 것이 마치 가족이 감당해야 할 짐을 남에게 떠맡기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필요한 시간이었다. 처음 유치원에 보낸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투정 부리듯이 아직은 새 환경에 적응 못해 집에 가겠다고 따라나서는 엄마의 모습은 매번 발걸음을 무겁게 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전문치료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육체적인 건강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가족 모두 위로를 삼는다. 인지기능이나 기억력이 점차 쇠퇴돼 과거 엄마의 모습은 잃어 가고 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기억들만으로 엄마만의 세상을 새롭게 열어 가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가 가족의 품을 떠나 유치원에서부터 새로운 사회생활을 배워 가듯이 아이로 다시 태어난 엄마의 새로운 상상 속 세계를 응원한다. 새롭게 그려 가는 엄마만의 새 세상이 매일매일 행복하시기를….
  • ‘복수가 돌아왔다’ 유승호♥조보아, 첫 키스 포착 “숨소리마저 멈춰”

    ‘복수가 돌아왔다’ 유승호♥조보아, 첫 키스 포착 “숨소리마저 멈춰”

    SBS ‘복수가 돌아왔다’ 유승호와 조보아가 심장을 간지럽히는 옥상 위 ‘상장 첫 키스’를 선보인다. 유승호와 조보아는 SBS 새 월화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극본 김윤영/ 연출 함준호/ 제작 슈퍼문 픽처스)에서 각각 폭력 가해자로 몰려 학교에서 쫓겨났지만, ‘이슈 남’이 된 후 복수를 위해 9년 만에 설송고로 돌아온 강복수 역을, 과거 강복수의 첫사랑이자, 거침없이 팩트를 날리는 시간제 교사 손수정 역을 맡아, 9년 만에 만난 ‘첫 사랑 커플’의 케미를 발산한다. 무엇보다 지난 1, 2회 방송분 엔딩에서는 강복수(유승호)가 제자 영민(연준석)을 구하려고 협박용으로 다리 위로 올라섰다가 실수로 한강에 빠진 손수정(조보아)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장면이 담겼다. 특히 9년 만에 물속에서 재회하게 된 강복수와 손수정이 서로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등 설렘으로 가득했던 고교 시절과는 상반되는 반응을 보이면서, 두 사람의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이와 관련 유승호와 조보아가 9년 전 옥상 위 둘만의 비밀 공간에서 달콤한 첫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극 중 강복수가 손수정이 직접 만들어준 상장을 보며 기분 좋은 듯 장난을 치자, 손수정이 강복수에게 기습 입맞춤을 건네는 장면. 갑작스런 키스에 놀란 듯한 강복수, 사랑스러운 눈빛을 드리운 조보아의 모습이 담기면서, 두 사람이 둘만의 공간에서 키스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지 설렘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승호와 조보아의 달콤한 ‘상장 첫 키스’ 장면은 지난 11월 10일 서울시 용산구 한 고등학교에서 촬영됐다. 첫 키스 장면에 대한 설렘과 긴장감도 잠시, 두 사람은 이내 대본을 손에 들고 주거니 받거니 케미를 높여가야할 대사 리허설을 펼치며 장면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갔다. 특히 햇살이 비추는 옥상에서의 첫 키스 장면을 더욱 예쁜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었던 두 사람은 감독과 함께 서 있는 위치부터 자연스러운 자세까지 세심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며 장면에 열의를 쏟아 부었다. 이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자, 보는 이들의 숨소리마저 잦아들게 만드는 케미 폭발 첫 키스 장면을 완성, 현장의 박수를 자아냈다. 제작진 측은 “강복수와 손수정이 처음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인 만큼 유승호와 조보아는 물론 스태프 모두가 이 장면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며 “아름다운 첫 사랑을 나눴던 강복수와 손수정이 9년 후 왜 악연으로 다시 만나게 됐을지, 앞으로 두 사람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한편 SBS 새 월화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는 학교 폭력 가해자로 몰려 퇴학을 당한 후 인생이 꼬인 강복수가 어른이 돼 복수를 하겠다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만, 복수는커녕 또다시 예기치 않게 사건에 휘말리는 ‘엉뚱하면서 따뜻한 감성 로맨스’로 3, 4회 방송분은 11일(오늘) 밤 10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복수가 돌아왔다’ 유승호 조보아, 심장 폭격 60분 “마음이 골절됐다”

    ‘복수가 돌아왔다’ 유승호 조보아, 심장 폭격 60분 “마음이 골절됐다”

    ‘복수가 돌아왔다’가 지난 10일 첫 방송된 가운데 이제껏 본적 없던 ‘첫 사랑 남녀’의 유쾌하면서도 설렘 돋는 ‘엉따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는 전국시청률 1회 4.3%(닐슨 미디어 리서치 제공), 2회 5.4%, 수도권 1회 4.9%, 2회 6.0%를 기록했다. 특히 최고 시청률은 8.1%로, 성인이 돼 대신맨으로 활약중인 유승호가 얼떨결에 한강에 떨어진 첫사랑 조보아를 구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차지했다. ‘영화 같은 완성도’, ‘엉뚱하면서도 설렘 유발하는 최고의 첫사랑 재회신’이었다는 시청자의 호평이다.‘복수가 돌아왔다’는 극 초반 9년 전 공부 빼고는 못하는 게 없는 ‘오지라퍼’ 전교 꼴등 강복수(유승호)가 항상 웃고 있지만 ‘욱’하는 순간, 서슴없이 협박도 가하는, 전교 1등 손수정(조보아)에게 “마음이 골절”돼버리는 스토리가 펼쳐져 설렘을 자극했다. 여기에 9년 후 고객의 부탁이면 뭐든지 들어주는 ‘대신맨’으로 살아가는 강복수의 포복절도 일상과 정규직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현실에 무릎 꿇은 기간제 교사 손수정의 팍팍한 현재가 더해지면서 웃픈 공감대를 높였던 터. 더불어 ‘유부남(유리 부스에서 자습하는 남자)’이라는 사립고생의 폭로로 시끄러워진 학교의 풍경이 담기며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때로는 설렘을,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면서 60분을 꽉 채운 배우들의 열연과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면서도 유쾌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함준호 감독의 촘촘한 연출, 김윤영 작가의 통통 튀는 대사가 ‘3박자 시너지 효과’를 폭발시키며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국민 남친’ 유승호는 코믹과 로맨스를 오고 가면서도 ‘심장을 저격’하는 연기로, 또 한 번 휘몰아칠 ‘여심 점령’을 예고했다. 전교 꼴등이지만 잘생기고 왕따 당하는 친구를 돕는 정의 구현의 일을 한 뒤 어김없이 틀린 명언을 날리는 ‘꼴통 히어로’ 강복수의 모습부터 눈곱만큼도 관심 없던 수정에게 어느 순간 마음을 뺏긴 후 그윽한 눈빛과 저돌적인 데이트 요청을 건네는 ‘로맨틱남’, 의뢰인의 부탁이라면 뺨을 맞는 굴욕까지 감내하며 해내는 ‘대신 맨’의 면모까지, 완벽하게 그려냈다. 마냥 해맑았던 과거, 그리고 상처로 점철된 현재를 시시각각 넘나드는 눈빛과 표정 연기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보아는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첫사랑의 이미지를 가진 손수정의 반전 매력을 거침없이 소화해냈다. 전교 1등 반장이지만, 전교 꼴등 복수와 한 조가 되면서 수행평가 만점을 받기 위해 복수에게 협박을 퍼붓는 당찬 포스를 선보인 것. 이어 2인 3각 경기에서 넘어진 복수를 들쳐 업은 채 1등을 해내는 독종이지만, 보기와 다른 식탐을 가진 털털한 고등학생의 모습 또한 표현해냈다. 동시에 기간제 교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설움과 함께 전 재산을 사기 당한 후 터트리는 분노, 자살하겠다는 학생을 설득하다 급기야 함께 떨어지고 마는 허술함 등 억척스럽고 당찬 성격이 다분한 손수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동영은 극 초반 의뢰인인 신부와 도주를 해야 하는 복수가 위기에 처하자 신랑과 키스를 감행하는 등 복수와 9년의 의리를 지키는 이경현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폭소하게 했다. 박아인은 복수에게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가하면, 복수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등 9년 전부터 오직 복수만 바라보는 귀여운 스토커 양민지 역으로 웃음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엔딩 장면에는 복수가 한강에 빠진 수정을 구하기 위해 헤엄쳐 다가가는 모습이 담겨 긴장감을 높였다. 극중 복수는 의뢰인의 부탁으로 이별을 대신하기 위해 한강으로 이별녀(황보라)를 찾았고, 수정은 실종됐던 제자 영민(연준석)의 연락을 받고 한강다리로 간 상황. 영민에 대한 협박용으로 다리위로 올라섰던 수정은 순간 울린 휴대전화를 잡으려다 그만 다리 아래로 떨어졌고, 이때 이 장면을 목격한 이별녀가 사례비를 준다고 하자, 복수는 한강물로 뛰어 들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차츰 다가오는 복수를 발견한 수정이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수정을 향해 손을 뻗는 복수의 모습이 펼쳐지면서, 다시 재회하게 된 복수와 수정에게 9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 사연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이 장면은 최고시청률 8.1%를 올렸다. ‘복수가 돌아왔다’ 3,4회 방송 분은 11일(오늘) 오후 10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당대 개혁안 내놓고 실사구시 추구한 이익… 영원한 성리학 스승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당대 개혁안 내놓고 실사구시 추구한 이익… 영원한 성리학 스승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을 말할 때 곧바로 떠오르는 단어는 ‘성호사설’과 ‘실학’이다. ‘성호사설’은 이수광의 ‘지봉유설’, 유형원의 ‘반계수록’과 함께 실학의 대표적 저술이다. 성호는 실학을 한층 체계화해 다산 정약용에게 전한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성호는 아버지 이하진이 당쟁에 휘말려 평안도 운산으로 귀양 갔을 때 그곳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부친이 귀양지에서 사망하자 모친과 함께 경기도 안산으로 내려와 10세 무렵부터 둘째 형 이잠을 비롯한 집안의 형님들에게서 글을 배웠다. 성호 생애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은 그가 26세 때 일어났다. 이잠이 당시 세자이던 경종을 해치려는 세력을 처단하기를 청하는 상소를 올린 일로 심한 고문을 당하다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것이다. 아버지에 이어 형까지 이런 참화를 겪게 되자 성호는 과거를 포기하고 학문에 매진하게 된다. #퇴계의 성리학을 계승하다 도산서당은 선생이 손수 지은 것이라 나무 한 그루, 돌 한 덩이도 후세 사람들이 감히 옮기거나 바꾸어 놓지 않았다. 때문에 낮은 담장과 그윽한 사립문, 작은 물길과 네모난 연못이 소박한 예전의 모습 그대로여서 마치 선생을 뵌 듯 우러러 사모하지 않는 이가 없다. 처음에는 마치 선생의 음성이 들리기라도 하듯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어루만지며 불현듯 경모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백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이 선생의 유적을 보고서 이렇게 감흥이 일어나거늘, 당시 직접 가르침을 받은 자야 오죽하겠는가. -도산서원 참배기 이잠이 죽은 지 3년 뒤 29세의 성호는 본격적인 학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영남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죽령을 넘어 퇴계의 자취가 남아 있는 풍기의 소수서원과 봉화의 청량산을 둘러본 다음 도산서원을 방문했다. 서원에 들어서서 원생들의 숙소인 박약재와 홍의재, 강의실인 전교당을 지나 퇴계의 위패를 모신 상덕사에 올라 참배했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퇴계가 생전에 강학을 하던 도산서당을 찾았다. 도산서당은 퇴계가 직접 설계해 지은 것으로, 여타 서원 건물과 달리 소박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왼편 담장 아래에는 정우당이라는 네모진 작은 연못이, 담장 너머로는 퇴계가 손수 기른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방 안에는 사용하던 유품이 많이 보존돼 있었다. 성호는 도산서당을 둘러보며 퇴계를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학문에 대한 열의를 다졌다.성호는 집안 형님들을 제외하면 특별히 배운 스승이 없다. 하지만 그의 학문적 연원은 허목을 통해 퇴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목은 거창 군수로 부임한 부친을 따라 경상도에 내려갔다가 인근 성주에 사는 퇴계의 문인 정구를 찾아가 퇴계의 학문을 전수했다. 허목은 성호의 조부 이지안과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벗이었다. 부친 이하진은 허목이 남인의 영수로서 서인과 대립할 당시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퇴계의 성리학을 계승한 허목의 학문이 자연스레 성호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성호는 자신과 퇴계의 공통점을 자주 강조했다. 퇴계가 태어난 1501년과 성호가 태어난 1681년은 같은 신유년 닭띠 해이고, 두 살 되던 해 6월에 부친을 여의었으며, 심지어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도 똑같이 겪었다는 것이다. 남들은 이를 우연이라 여길지 모르겠으나 성호는 이마저도 자신이 퇴계의 계승자라는 자부심으로 연결했다. 그러한 까닭에 도산서원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퇴계의 문집이나 문인록의 편찬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와 함께 퇴계의 중요한 말씀을 모은 ‘이자수어’(李子粹語)와 퇴계의 예설을 정리한 ‘이선생예설유편’(李先生禮說類編)을 직접 편집하고 ‘사칠신편’(四七新編)을 지어 사단칠정에 대한 고봉 기대승과 율곡 이이의 견해를 비판하고 퇴계의 주리론을 옹호했다.#당대의 현안을 논하다 ‘성호사설’은 성호옹(星湖翁)이 생각나는 대로 지은 글이다. 옹이 이 ‘사설’을 지은 뜻은 무엇인가? 아무런 뜻이 없다. 뜻이 없는데, 어찌 이것을 지었는가? 옹은 한가한 사람이다. 독서하는 여가에 남들처럼 전기(傳記)에서 얻기도 하고, 제자백가나 문집에서 얻기도 하고, 시가(詩家)에서 얻기도 하고, 전해들은 이야기에서 얻기도 하고, 우스개에서 얻기도 하였는데, 웃고 즐길 만한 것 중에서 보존하여 볼 만한 것을 붓 가는 대로 어지럽게 기록하니, 어느덧 글이 많이 쌓이게 되었다. -‘성호사설’ 서문 ‘성호사설’은 성호의 겸손한 표현과 달리 평소에 학문을 하면서 생각이 떠오르거나 의심나는 것을 자신의 의견과 함께 적어 둔 글, 제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정리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천지문’, ‘만물문’, ‘인사문’, ‘경사문’, ‘시문문’의 5가지 분야로 나눠 모두 3007편을 수록했다. 그 속에는 당시의 현안이던 토지, 군사, 교육 등 각종 제도에 대한 개혁안을 비롯해 서양 학문, 유교 경전, 시문학 등에 대한 해박한 식견이 들어 있다. 이는 성호의 열렬한 학구열은 물론이요, 편지를 통한 제자들과의 진지한 토론, 그리고 부친 이하진이 중국에 사신으로 가서 구입해 온 수많은 서적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성호전집’은 이 ‘성호사설’과 내용상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호는 역사나 예법 등 당시의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제자들이 편지로 질문하면 이에 대해 답장을 먼저 보내고, 그것을 다시 정리해 독립된 단편으로 저술했다. 그런 다음 편지 내용은 문집에 수록하고 단편은 ‘성호사설’에 수록했다. 따라서 성호의 학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책을 함께 읽어야 한다.#저술로 영원한 스승이 되다 도를 품고서 혜택을 베풀지 못한 것은 한 시대의 불행이지만 저서를 지어 혜택을 베푼 것은 백 세대의 다행이로다 하늘의 뜻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한 시대는 짧지만 백 세대는 길고 길도다 정조대 영의정을 지낸 채제공이 지은 성호의 묘갈명이다. 성호는 ‘성호전집’과 ‘성호사설’, ‘사칠신편’ 이외에도 사서삼경과 성리학 기본서적들에 대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정리해 11종의 ‘질서’(疾書)를 편찬하고, 예론을 정리한 ‘상위록’(喪威錄), 국가적 당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 ‘곽우록’(藿憂錄), 민간에 떠도는 속담들을 모은 ‘백언해’(百諺解) 등의 저술을 남겼다. 이들 저술에 담긴 성호의 학문은 후대 학자들에게 계승돼 구한말까지 큰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그의 학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성호는 평생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에 전념한 삶을 살았기에 자신의 포부를 당대에는 펼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저술을 남김으로써 후세의 영원한 스승이 됐다. 이는 성호 자신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라 채제공은 믿었다. 최채기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사업본부장
  • “인천이 남북사업 주도… 동북아 평화·경제 중심도시로 설 것”

    “인천이 남북사업 주도… 동북아 평화·경제 중심도시로 설 것”

    박남춘 인천시장의 ‘탈권위’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시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민간 행사일 경우 사전에 알리지 않고 행사장에 찾아가 의전과 축사를 최대한 자제하며 시민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면서 시정에 대한 견해와 불편사항 등을 직접 듣는 식이다. 행사장에 박수를 받으며 요란하게 입장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대비된다. 앞서 박 시장은 시의 의전부서를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탈권위 행보를 예고했다. 민선 7기 이전에는 총무과에 시장에 대한 의전 업무를 수행하는 팀이 있었지만 박 시장은 해당 팀을 없애고 결원이 발생한 사업부서에 배치했다.박 시장은 10일 “행사 주인은 행사를 준비한 주민인데 초대받은 단체장이 장황한 연설을 하면 행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면서 “의전을 축소하고 시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시민들도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 집무실에는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박 시장은 “국민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시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잘 새겨듣고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남북화해 무드에서 인천이 남북교류와 경제협력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 경제자유구역을 갖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국제도시임에도 그간 안보문제로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이제는 남북평화 바람을 타고 인천이 남북사업을 주도하고, 동북아시아 평화·경제 중심도시로 우뚝 설 것이다. 우리 시는 서해평화협력청 설치, 유엔 평화사무국 송도 유치 등 조직 부문과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등 경제 부문, 영종도∼신도∼강화도 간 해상다리 등 교통 부문, 인천·개성의 고려역사문화복원 등 문화 부문 정책 추진에 착수했다. 특히 교동평화산업단지에 방점을 두고 싶다. 사업비 9355억원을 들여 강화군 교동면 3.45㎢에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인데 남측의 토지·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을 결합한 산업단지다. 다시 말해 남측이 단지를 조성하고 공장을 설립하면 북측은 근로자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접경지역 특성상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하기에 통일부·국방부·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서울지하철 2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 등 수도권 교통망 확충에 주력하는데. -인천시민의 3분의1이 출퇴근길에 1시간 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아침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천 내부순환 교통체계를 개선하고, 광역교통망을 확충해 시민의 삶을 바꾸겠다. 먼저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과 홍대입구역을 화곡동∼작전동∼가정동∼청라국제도시까지 연결해 인천에서 서울까지 30여분대 시대를 열겠다. 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송도국제도시∼마석)의 차질 없는 추진과 서울 구로∼인천 남동∼연수∼인천역으로 이어지는 제2경인선 건설을 통해 교통특별시 인천을 만들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은 윤관석 의원(인천남동을)은 최근 국토부에 GTX B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것을 요구했다. GTX B노선은 인천주민 교통 불편 해소와 함께 수도권 전역의 상생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므로 정부도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요망한다. →원도심 활성화를 유달리 강조하는데. -인천은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원도심의 쇠퇴와 낙후, 일자리 부족과 지역경제 침체 해결을 위해선 극심한 도시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 우리 시는 원도심 활성화에 주력하기 위해 원도심 재생사업 부서를 확대하고, 정무부시장을 균형발전부시장으로 명명해 원도심 재생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시장 직속의 도시재생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역별로 현장소통센터 및 마을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5년간 20곳 도시재생사업 추진이 목표다. 떠나갔던 원주민이 다시 돌아오고, 일자리가 생기고,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마련 중이다.→우리나라 첫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등의 개발이 더디다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데. -2003년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 오랜 기간 외자유치가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는데 현재 송도는 외국투자기업 80여개를 포함해 2350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등 15개 국제기구가 자리잡은 글로벌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바이오·헬스케어·자동차·항공 기업들이 모여 4차 산업의 꽃을 피우며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송도와 청라, 영종의 연간 수출액은 약 20조 6000억원으로 인천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세계적인 기업과 국제기구를 지속 유치해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이자 4차 산업의 선도기지로 거듭날 것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가 대립하고 있다. 수도권 단체장으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국가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지역의 균형발전과 전략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비수도권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수도권보다 낙후된 인천 강화, 옹진 등의 접경지역이나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운영하는 경제자유구역 등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도권에 대한 일괄적·획일적 규제보다는 강화, 옹진, 경제자유구역 등에 대해서도 탄력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 발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박남춘 인천시장은 해수부 공무원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운명적 만남 ‘뼈노’ 1981년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수습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남들과 달리 비인기 부서인 해양수산부를 선택했다. 항구도시 인천에서 태어나 바다를 보며 자란 경험을 살린다는 취지였지만, 이 선택은 숙명적이었다. 먼 훗날 자신의 인간적·정치적 멘토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해수부에서 22년간 근무하던 그는 2000년 노 전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으로 취임하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당시 해수부 감사담당관으로서 국장 승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총무과장으로 수평 이동해 다면평가와 지식정보시스템 구축 등 부처 혁신 과제를 매끄럽게 처리해 노 전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로 옮겨가 국정상황실장·인사수석비서관 등 지내며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자리잡았다. 노 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 철학을 공유했고, 이를 실현할 시스템을 배우고 경험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스승이고 저는 ‘뼈노’(뼛속 깊이 노무현)”라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그의 집무실에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도 둘 간의 관계를 상징한다. 박 시장은 또 청와대 근무 시절 민정수석·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도 자연스레 인연을 맺었다. ‘겸손’과 ‘소통’에서 코드가 맞았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인천시장으로 선출된 뒤 지방행정을 자신 있게 이끌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박 시장은 친화력은 타인의 추종을 불허한다. 몇 번 만나면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욕은 할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된다. 이것이 오래전에 고향을 떠나 타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열린 간담회’ 개최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는(위원장 장인홍 의원, 구로1, 더불어민주당) 11월 5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열린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정감사에서 전국 사립유치원 비위사실을 공개하여 사립유치원 문제를 공론화한 박용진 국회의원(강북구을, 더불어민주당)과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발제자로 참석하였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회계부정 등의 불법을 저지른 사립유치원도 문제지만 수년간 이를 방관한 교육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하면서 “유치원 비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의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였다. 박용진 의원은 이른바 ‘박용진 3법’이라고 불리는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해 이미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으로 국회에 발의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3법 개정안에는 정부가 유치원에 주는‘지원금’을 횡령 시 처벌할 수 있는‘보조금’으로 성격을 바꾸고 지원금·보조금 부당사용 시 반환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징계나 중대한 시정명령을 받은 유치원장이 유치원 이름만 바꿔 다시 개원하는 소위 ‘간판갈이’를 방지하는 규정과 교육부·교육청이 구축한 회계관리시스템의 의무사용에 대한 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박용진 의원에 이어 발제자로 나선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특별대책’을 소개하면서 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위해 우선 공립 단설유치원이 없는 7개 자치구에 매입형을 포함한 단설유치원을 설립할 것이라고 하면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과 재무·회계 컨설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용진 3법’과 관련하여 사립유치원이 휴업·휴원·폐원·원아모집정지 등의 움직임을 보이면 관련법령에 따라 강력히 대응하고 불응시 엄중히 대처하여 학부모와 유치원생들의 교육권을 보호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사립유치원 회계의 투명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법령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나 사업자들의 유아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책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위한 교육청 차원의 연수 지원과 관리·감독 시스템의 체계화, 위반사항에 대한 철저한 사후조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끝으로 이날 간담회의 좌장을 맡은 장인홍 위원장은 “정부의 교육에 대한 책임성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막중한 의무라는 점에서 교육의 첫 출발점인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교육발전을 위한 시대적 과제이며 소명”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그동안 사립유치원의 방만한 회계부정에 대한 감사가 교육당국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가 매우 미흡하였던 결과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박용진 3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가 노력해 주길 바라며, 조희연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의 유아교육 책임자 모두 사립유치원 정상화를 위해 심사숙고하여 마련한 정책이 실효성 있고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대북제재 해제’ 카드 만지작… 북·미 비핵화 협상 돌파구 찾나

    볼턴 “제재 해제 검토 가능” 기조 변화 안보리 ‘북한 인권토의’ 5년 만에 무산 美국무부 성명서 ‘최대 압박’ 표현 빠져 미국의 대북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그동안 고집해온 ‘선 비핵화’에서 한발 물러나며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거론한 것이다. 그것도 대북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핵화 성과를 전제로 했지만 제재 해제를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북 압박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또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유엔에서 4년 연속 이어졌던 ‘북한 인권토의’도 무산됐고, 미 국무부 성명에서 ‘최대의 압박’이라는 용어도 사라졌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북한의 비핵화) 성과다. 성과를 거두면 경제 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한 볼턴 보좌관의 지난 6일 인터뷰 발언은 비핵화 성과를 대북 경제 제재와 연결한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려는 미 정부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까지는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는 원칙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비핵화 성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FFVD 달성 이전 단계적 제재 완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선 비핵화’와 ‘선 제재 해제’를 고집하면서 제자리를 맴돌던 북·미의 비핵화 협상이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인권토의도 5년 만에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유엔의 한 외교관은 이날 “2014년부터 ‘세계인권선언의 날’(12월 10일)을 즈음해 북한 인권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토의해왔는데, 올해는 15개 이사국 중 회의 소집에 필요한 9개국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열리지 않은 것”이라면서 “사실상 미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또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한·미 외교장관회담 보도자료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강(경화) 장관이 만나 철통 같은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FFVD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FFVD는 언급됐으나 그동안 단골로 쓰였던 ‘비핵화 때까지 대북 압박’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프레디 머큐리 패러디한 개그맨 곽범 “성심성의껏 열심히 하겠다”

    프레디 머큐리 패러디한 개그맨 곽범 “성심성의껏 열심히 하겠다”

    ‘개그콘서트’ 코미디언 곽범이 프레디 머큐리로 부활한다. 9일 오후 방송되는 KBS2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 ‘봉숭아학당’에 개그맨 곽범이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패러디한 새 캐릭터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다. 잎서 진행된 녹화에서는 ‘사람들을 메아리치게 한다’ 속 프레디 메아리 곽범은 압도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좌중을 휘어잡았다. 호탕하게 내뱉는 “올라잇~”이나 제자리에서 빙글 도는 차진 동작들은 프레디 머큐리 특유의 포인트를 제대로 살려내며 모두를 흥분케 했다고. 특히 프레디 머큐리를 복사, 붙여넣기 한 듯한 비주얼을 선보인 그는 폭발적인 무대매너까지 겸비해 완벽한 싱크로율로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또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전무후무한 관객 호응을 끌어냈다고 해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가 쏠리고 있다. 녹화를 마친 곽범은 “한 달 전쯤 친구와 만났는데, 친구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을 보는 내내 제 생각만 났다고 하더라. 그 후 영화와 퀸의 ‘라이브 에이드’ 영상을 수십 번 돌려봤는데 그의 모습이 정말 멋있어서 새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다”며 프레디 메아리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이어 “첫 주에는 닮은 외모나 몸동작이 기억에 많이 남으실 것 같은데, 앞으로는 그 안에 재미있는 개그들을 많이 채워서 누가 되지 않게 성심성의껏 열심히 하겠다. 프레디 머큐리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어디선가 들어봤을 노래들이니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정성 담긴 소감을 전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보강 수업 핑계로 10대 성추행한 학원 원장 집행유예 3년

    자신이 운영하는 보습학원에 다니던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한 30대 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송각엽)는 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3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3차례에 걸쳐 광주에 있는 자신의 학원과 집에서 10대인 원생 B양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보강 수업을 하던 중 B양에게 “무릎에 앉아볼까”라고 말하며 뒤에서 끌어안아 자신의 허벅지 위로 앉혔으며 신체를 만지거나 볼에 뽀뽀를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학생이 올바른 인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할 책무가 있는 학원 교사가 제자를 위력으로 추행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김씨가 자백하고 학원 운영을 그만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권수정 서울시의원, ‘2018 서울 인권 컨퍼런스’ 참석, 청소년 성소수자 보호 체계구축 강조

    ‘인권,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답게 살 권리’(출처: 초등사회 개념사전). 인권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돌아보고 우리사회에서 인권존중인식이 낮게 자리 잡은 집단 중 하나인 성소수자의 인권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마련을 위해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권수정 의원(정의당)은 7일 오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8 서울 인권 컨퍼런스–주제별세션4. 성소수자 인권정책 증진방안’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본 세션은 가장 낮은 수준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존중도를 향상시키고 인권증진 정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다양한 해외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서울시민 인식제고를 위한 정책추진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권 의원은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 현 실태를 지적하며 “청소년 성소수자의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상당수가 자살을 생각하거나(77.4%) 자살을 시도한 경험(47.4%)이 있으며 이는 사회전반에 걸친 차별에 따른 소외와 도태로 만들어진 결과”라며 “국가인권위원회법 뿐만 아니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5조에서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명시되어 있지만 편견과 차별의식 해소를 위한 서울시 자체의 명확한 관련 제도가 부재한 만큼 청소년 성소수자 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강력한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며 그 일환으로 이들의 안전망확보와 위기관리를 위한 서울시 차원의 프로그램 운영 및 기관설립 등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서 권 의원은 서울의 다변화된 가구구성 형태에 따른 지원정책의 다양화를 강조했다. 권 의원은 “전통적 가족중심의 가구형태에서 노인의 동거, 각종 공동체 가구, 비혼 1인 가구, 동성 가정 등으로 가구구성이 변화된 만큼 기존 결혼관계를 대상으로 국한된 사회적 지원에서 벗어나 수술동의서, 공공임대주택 분양 등 변화된 가구형태의 구성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프랑스, 독일 등 20여개 국가에서 결혼 외 ‘파트너쉽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국가보다 우선적으로 자치단체차원에서 가족이외 다양한 구성원을 인정해 사회적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동반자관계 인증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며, “서울시 또한 지자체차원에서 선도적으로 ‘동반자관계 인증제’와 같은 제도를 채택해 서울시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과 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기반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실천행동을 촉구한다.”며 토론을 마쳤다. 한편 오늘 개최된 ‘2018 서울 인권 컨퍼런스–성소수자 인권정책 증진방안’ 세션에는 배복주 대표(장애인여성공감/국가인권위원회 위원)를 좌장으로 스즈키 켄 교수(일본 메이지 대학교 법과대학)와 시드 호 의원(홍콩 노동당 집행위원회/ 정의 수호 기금 이사), 박한희 변호사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과 장서연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글의 법칙’ 모모랜드 연우 “멤버들 가운데 꼴등인 것 같다” 눈물

    ‘정글의 법칙’ 모모랜드 연우 “멤버들 가운데 꼴등인 것 같다” 눈물

    ‘정글의 법칙’ 모모랜드 연우가 김병만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7일 방송되는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라스트 인도양’에서는 김병만과 함께 코코넛 밀크 만들기에 도전했던 연우의 속내가 공개된다. 비주얼만큼 운동실력도 뛰어난 연우는 생존 초반부터 병만족장을 완벽하게 보조했다. 또한, 수중 사냥에서 대왕조개를 단번에 잡으며 타고난 생존력으로 자타공인 ‘병만 족장의 애제자’로 꼽혔다. 이에 연우는 병만 족장과 함께 손수 코코넛 밀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연우는 TV에서만 보던 코코넛 밀크를 직접 만든다며 의지를 다졌고, 장갑이 뚫리는 것도 모른 채 코코넛 밀크를 만들기에 몰두했다. 김병만과 연우는 만들기 작업 도중 자연스레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됐고, ‘연예계 대선배’로서 김병만은 연우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줬다. 이에 연우는 “저는 모모랜드에서 꼴등인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한편, SBS ‘정글의 법칙 in 라스트 인도양’은 7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새 옷으로 갈아입은 ‘허블의 법칙’

    [이광식의 천문학+] 새 옷으로 갈아입은 ‘허블의 법칙’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바뀌었다...역사상 가장 놀라운 과학적 발견 1929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그의 조수 밀턴 휴메이슨과 함께 우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 증거를 발견하여 엄청난 충격을 사람들에게 던져주었다. 이것은 완전한 상식 파괴로, 우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으며,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이 세상에 고정되어 있는 거라곤 하나도 없다는 현기증 나는 사실에 사람들은 황망해했다. 허블은 우주의 은하들은 우리로부터 후퇴하고 있으며, 먼 은하일수록 후퇴속도는 더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은하의 이동속도를 거리로 나눈 값은 항상 일정하다. 이것이 '허블의 법칙'이다. 훗날 이 상수는 허블 상수로 불리며, H로 표시된다. 허블 상수는 우주의 팽창속도를 알려주는 지표로서, 이것만 정확히 알아낸다면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구할 수 있다. 그래서 허블 상수는 '우주의 로제타 석'에 비유되기도 한다. 허블은 그 값을 550km/s/Mpc(100만pc만큼 떨어진 천체는 1초에 550km의 속도로 멀어진다는 뜻)이라고 구했다. 그것을 적용하면 우주의 나이가 20억 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온다. 지난 70년 동안 과학자들은 허블 상수의 정확한 값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를 두고 '허블 전쟁'이라고까지 했다. 최근 플랑크 우주망원경의 2013년 관측을 기반으로 허블 상수가 67.8(km/s/Mpc) 근처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여기서 Mpc는 약 325만 9000광년이고, 이만한 거리가 늘어날 때마다 지구에서 본 후퇴속도가 초속 67.8km씩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 허블 상수의 역수는 약 140억 년으로, 이것이 우주의 나이가 된다. 지금도 허블 상수는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상수로 다뤄지고 있다. 허블의 법칙을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V=Hr (V: 은하 후퇴속도 [km/s], r : 은하까지의 거리 [Mpc], H :허블 상수[km/s/Mpc] ) 허블의 법칙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론의 기초가 되었을 뿐 아니라, 빅뱅의 증거이기도 하다. 허블의 발견에 따르면, 우주 팽창은 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이웃 안드로메다 은하로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곳을 중심으로 모든 은하들은 나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을 것이다. 우주의 모든 은하들은 이처럼 서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은하들이 스스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팽창은 공간 자체가 팽창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하 간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은하들은 늘어나는 우주의 카펫을 타고 서로 기약 없이 멀어져가고 있는 셈이다. 허블이 발견한 팽창 우주는 20세기 천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자, 위대한 지식 혁명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허블의 제자인 앨런 샌디지는 우주의 팽창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과학적 발견이라 불렀다. 가톨릭 신부복을 입은 천문학자 이처럼 유명한 '허블의 법칙'이 새 옷을 갈아입게 되었다.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불려지게 된 것이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지난 8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연례회의와 전자투표에 참석한 회원 11,072명을 대상으로 허블의 법칙을 개명하는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78%가 찬성해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 그 전에도 허블의 법칙을 '허블-휴메이슨의 법칙'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허블의 법칙에서 공동 관측자 휴메이슨이 빠진 것은 당시 그가 정식 과학자가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휴메이슨은 중학을 중퇴한 14세 이후로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윌슨산 천문대 잡역부로 일하다가 천체 관측에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여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고 허블의 조수로 일하게 된 것이다. ​ 그렇다면 한 세기 가까이 이어오던 허블의 독점 체제를 깬 르메트르란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벨기에 출신의 가톨릭 신부이자 천문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는 대학생 때 토목공학을 공부하다가 1차대전에 참전한 후 천문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허블이 법칙을 발표하기 2년 전인 1927년, 팽창하는 우주를 나타내는 논문 〈일정한 질량을 갖지만 팽창하는 균등한 우주를 통한 우리은하 밖 성운들의 시선속도에 대한 설명〉을 발표,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작은 '원시 원자'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우주가 되었다는 대폭발 이론을 최초로 내놓았다. 르메트르는 우주의 기원에 대한 그의 이론을 '원시 원자에 대한 가설'이라 불렀다. 르메트르는 후일 빅뱅 이론으로 발전된 이 가설에서,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이러한 팽창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기원, 즉 ‘어제 없는 오늘'(The Day without Yesterday)이라고 불리는 태초의 시공간에 도달한다는 선구적 이론을 펼쳐냈다. 1927년 브뤼셀에서 열렸던 세계 물리학자들의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팽창우주 모델을 설명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으로부터 "당신의 계산은 옳지만, 당신의 물리는 끔찍합니다"라는 끔찍한 말을 들었다. 아인슈타인이 거부한다는 것은 곧 전 과학계가 거부한다는 뜻으로, 르메트르는 자신의 이론에 흥미를 잃고 한동안 잊힌 듯이 지냈다. 르메트르가 '솔베이의 절망'을 맛본 지 6년 만인 1933년, 마침내 아인슈타인의 항복을 받아냈다. 우주 팽창을 발견한 허블의 윌슨산 천문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르메트르는 에드윈 허블을 비롯한 쟁쟁한 천문학자와 우주론자들 앞에서 빅뱅 모델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불꽃놀이를 가미하여 현재의 우주 시간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모든 것의 최초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있었습니다. 그런 후에 폭발이 있었고, 그후엔 하늘이 연기로 가득 찼습니다. 우리는 우주가 창조된 생일의 장관을 보기엔 너무 늦게 도착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의 팽창우주 강의를 듣고 "내가 들어본 것 중에서 창조에 대해서 가장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설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또한 1965년, 빅뱅의 강력한 증거인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됨으로써 르메트르는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이 소식은 임종을 앞둔 르메트르에게도 전해졌다. 평생 신과 과학을 함께 믿었던 빅뱅의 아버지 르메트르는 1966년에 우주 속으로 떠나갔다. 향년 72세였다. 그로부터 반세기 지난 뒤 르메트르는 '팽창우주'의 지분을 정식으로 인정받아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수정되면서, 우주팽창론적 사고를 수학적으로 제시한 업적이 늦게나마 빛을 보게 되었다. IAU는 자료를 내고 “법칙의 물리적 설명과 증거는 허블이 제시했지만, 르메트르 역시 관련 연구를 비슷한 시기에 수행했다”며 “우주 팽창론을 수학적으로 유도했던 그의 업적을 다시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전 세계의 천문학 교과서에는 앞으로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이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IAU는 1919년 설립돼 전 세계 총 107개 국가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 천문 조직으로, 천문학과 관련한 연구와 소통, 교육 등의 발전을 목표로 국가간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다음 제31차 국제천문연맹총회(IAUGA)는 2021년 한국 부산에서 열린다. IAUGA는 천문학 분야 최대 국제학술대회로 1922년부터 3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인천신항 진입 지하차도 타당성조사 착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국제도시에 심각한 교통·환경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되는 인천신항 진입도로를 지하화하는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인천경제청은 7일 ‘인천신항 진입도로 지하차도 설치 타당성평가 용역’ 입찰계획을 공고했다. 경제청은 전문용역업체를 선정해 내년 6월까지 인천신항대로 일부 구간에 길이 4.11㎞, 폭 20m(왕복 4차로)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방안의 타당성과 예상 교통량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용역 결과를 근거로 3100억원으로 추산되는 지하차도 건설비를 항만물류시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가 분담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인천신항 진입도로는 송도 11공구를 관통해 송도 10공구에 있는 신항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들에 따른 소음, 매연, 교통사고 위험 증가 등으로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
  • [금요칼럼] 사립다운 사립학교/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사립다운 사립학교/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한국 역사에서 유학의 대가를 한 명 꼽는다면 이황(李滉)이 으뜸 자리에 오를 것이다. 이이(李珥)도 만만치 않지만 학자라기보다는 경세가에 더 가까운 삶을 살았다.성리학이 고려 말 이 땅에 들어온 지 200년이 지나도록 성리학의 우주론과 인성론을 제대로 이해한 이는 거의 없었다. 철학적 탐구보다는 소학(小學)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실천적 사회운동의 매뉴얼로 성리학이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리학의 철학세계를 모두 이해하고 토착화한 이가 바로 이황이었다. 이게 바로 그를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로 꼽는 이유이다. 대학자로서 이황은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60세에 도산서당을 세우고 독서하고 수양하되, 동시에 많은 제자를 열성으로 훈도하였다. 이에 필요한 경비는 자신의 일부 토지를 학전(學田)으로 돌리고 거기서 나오는 소작료로 충당하였다. 당시 도산서당에서는 수업료를 받지 않았으므로 재단 출연금만으로 학교 예산의 100%를 감당한 셈이다. 명실공히 사립다운 사립이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은 투자에 끝이 없는 영역이다. 도산서당의 재정도 항상 넉넉하지는 않았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수제자가 재정 문제를 풀고자 건의하였다. 학전서 나오는 수입만으로는 서당을 온전히 운영하기가 여의치 않으니 창고의 곡식을 대여하여 이자를 취하자는 것이었다. 조선시대에 곡식의 자연손실률은 1년에 15%를 넘을 정도로 높았다. 따라서 그런 곡식을 15% 이율로만 대여해도 최소한 자연손실률만큼 벌충할 수 있었다. 당시 사채 이율은 대개 50%였으니 25% 정도의 저리로 대여한다면 빈농과 서당이 모두 ‘윈윈’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제자의 제안은 꽤 합리적이었다. 그런데 이황은 식리(殖利)라는 두 글자는 선비가 취할 도리가 아니라며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이후의 이야기가 전하지 않아 도산서당의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아마도 이황이 자기 재산을 추가로 출연하여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황이 선택한 이런 정도(正道)는 그가 상당한 재력가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현재의 수치로 환산할 때 이황의 재산은 전국에 산재한 전답이 최소로 잡아도 무려 34만평이 넘었으며, 노비도 360여명에 달했다. 그는 당시 대부호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부자가 더 악질적 갑질을 일삼는 일이 비일비재하므로 이황의 선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칭송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라가 몇 달째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로 떠들썩하다. 아무리 사립이라도 재정과 회계가 투명하지 않으면 불법 비리의 온상일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국고지원금마저도 교육과는 무관하게 개인 용도로 지출했다면 말 그대로 범죄이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되레 아이들을 볼모 삼아 목소리를 높이는 ‘한유총’의 추태를 보자면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정부에서는 지역별 초등학교에 임시 공간을 마련하고 교사를 급모해서라도 공립유치원을 전격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비리 사립유치원의 폐원을 차라리 권장하는 수준으로 정도를 걸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보조금을 비리의 정도에 따라 회수하면서 말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중등 사립학교 지원에도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사립학교의 1년 예산 가운데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이사회를 구성하게 하면 거의 모든 사학 비리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보조·지원금이 예산의 30%라면 그 학교법인 이사회의 30%는 관선이사로 구성하는 식이다. 이것이 싫다면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처럼 관련비용을 직접 모두 조달해 사립다운 사립학교로 스스로 우뚝 서면 될 일이다.
  • 박능후 “제주 외 영리병원, 현 정부서 추진 안 한다”

    박능후 “제주 외 영리병원, 현 정부서 추진 안 한다”

    朴장관 “영리병원 수요는 많지 않을 듯” 일부 책임론엔 “이미 승인… 제재 한계” 불법의료행위 땐 국내법으로 엄벌 약속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와 관련해 “현 정부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영리병원 허가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라 병원 개설 허가권자가 제주도지사로 정해져 있어 발생한 특수한 경우”라고 밝혔다. 다른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제주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개설 허가권자가 복지부로 돼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영리병원 신청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외에 현재 복지부로 들어온 승인 요청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국내 의료진의 능력이 세계 최고이고 정부가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한해 외국인 환자 40만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도 외국인에게 고급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과연 영리병원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영리병원에 대해 조금의 희망도 가지지 않도록 비영리와 공공성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제주도와의 사전 협의 과정에 대해 “제주도가 세 차례 문서상으로 조언을 요청했고 복지부는 ‘개설권자가 책임감 있게 결정하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녹지국제병원은 사업계획이 이미 승인돼 있었고 허가권자가 제주도이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복지위 위원들은 “복지부가 2015년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등 영리병원 개설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후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건강보험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영리병원의 과잉 진료, 의료 사고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영리병원의 의료상 불법행위는 국내법을 적용해 확실히 처벌하겠다”며 “환자가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하게 시술받고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소득주도성장 갈등… ‘J노믹스’ 김광두 사의

    소득주도성장 갈등… ‘J노믹스’ 김광두 사의

    최근 잇단 쓴소리… 文, 반려 가능성도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뼈대에 해당하는 ‘J노믹스’ 설계를 주도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달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의장은 그동안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구(의장 대통령)를 이끌면서도 소득주도성장의 방식을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경제철학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일 “김 부의장이 몇 달 전부터 사의를 표명했고, 그동안 만류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완강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다. 2012년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 공약을 입안하는 등 ‘경제 가정교사’로도 불렸다. ‘합리적 보수’로 통하는 그는 진보성향 경제학자인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을 매개로 2016년부터 문 대통령과 공부모임을 통해 연을 맺었고, 지난해 3월 ‘문재인 캠프’에 공식 합류해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이상신호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8월 페이스북에 “국정 이슈에서 효율성에 관한 인식이 거의 안 보인다. 잘못 기획된 정책의 잘못된 결과를 모두 세금으로 메꾸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일 한 세미나에서 “일자리를 파괴하면 정의로운 정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도 “역할을 좀 더 해달라”며 반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조선을 사랑했지만 지워진 일본화가들

    조선을 사랑했지만 지워진 일본화가들

    일제강점기는 우리 근대 미술계에 참 난감한 시간이다. 기억하자니 친일이 돼버리고, 잊자니 40년 공백으로 남는다. 그래서 애써 이를 부정하곤 한다. 이 부정의 시간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우리에게 여전히 큰 과제다.‘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는 근대 미술계의 공백으로 남은 일제강점기 일본 화가들에 관한 책이다. 황정수 미술연구가가 20년 동안 발로 찾아다니며 챙긴 일본인 화가 30여명의 작품과 생애가 담겼다. ‘도화서’로 대변되는 조선 미술계는 일제강점기 때 ‘개화’라는 이름의 새로운 미술 세계를 마주하고 일본 미술과 서양 미술에 자리를 내준다. 3·1운동 이후 일제는 식민지인을 계도한다면서 이른바 ‘문화정책’을 펼친다. 1922년부터 1944년까지 23년 동안 열린 조선미술전람회가 바로 그 대표적인 통로였다. 전람회는 많은 미술가를 배출하는 순기능이 있었지만, 미술계가 조선 총독부의 의도에 맞춰 왜색을 띠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출품·입선한 그림은 빼어난 작품이 많았지만, 현재 전하는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일본 화가가 그린 작품은 불태워졌거나 이름을 바꿔 유통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한국 화가 조석진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조선 사찰 풍경’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림 좌측 위쪽에 ‘1925년 초봄에 조석진이 봉운사를 그린 작품이고 ‘매애’(梅涯)라는 사람이 글을 썼다’는 설명이 붙었다. 조석진의 화풍과 전혀 다른 데다가 그림에 글이 지나치게 과하다고 생각한 저자는 그림의 인장에서 ´산본’(山本)을 보고 글자를 맞춰 본다. 이렇게 나온 ‘산본매애’(山本梅涯)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와서 활동했던 유명 일본 화가 ´야마모토 바카이´였다. 그의 그림이 마치 조석진의 작품처럼 팔린 셈이다.저자는 일제강점기 그림 가운데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며, 오히려 근대 미술계를 왜곡시킨다고 지적한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선 총독부가 이른바 왜색 짙은 작품에 상을 주고, 한국 미술계가 거기에 맞춰 흘러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조선이라는 공간에서 한국 화가와 일본 화가가 교류했다. 한국의 유명 화가가 일본인 교사에게서 그림을 배우기도 했는데, 우리가 이를 부끄럽게 여겨 부정해버리면 우리 근대 미술은 결국 반쪽밖에 남질 않는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이들의 그림은 굉장히 한국적인 색채를 띤다.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한 가토 쇼린의 ‘마포풍경’은 한국의 시대상을 잘 드러낸다. 마포 쪽에서 한강 마포나루를 바라보며 종이에 수묵담채로 그린 이 그림은 조선 평민의 애환을 그대로 담았다. 조선 총독부가 조선미술전람회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 가타야마 탄 역시 누구보다 한국적인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특히 한복을 입은 조선 여인이 어린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림 ‘구’는 김기창의 ‘엽귀’와 비슷한 소재와 구도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두 작품은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나란히 출품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금강산을 사랑한 화가 도큐다 교쿠류는 그 누구보다 금강산을 빼어나게 그렸다. 그의 그림은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었던 ‘그리운 금강산’전에서 허백련의 제자인 임신의 그림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744페이지 방대한 분량의 책에는 400점의 도판을 실었다. 이 가운데 120점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그림이다. 저자가 20년 동안 찾고 5년에 걸쳐 정리한 책은 사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일본 화가들이 그린 그림임에도, 그들이 애정을 가지고 그린 한국의 인물과 풍경을 보노라면 우리 미술계가 너무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예술에는 이념도 국경도 없다. 애써 부정하기보다는 다시 돌아보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박능후 “제주 외 영리병원, 현 정부서 추진 안 한다”

    박능후 “제주 외 영리병원, 현 정부서 추진 안 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와 관련해 “현 정부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영리병원 허가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라 병원 개설 허가권자가 제주도지사로 정해져 있어 발생한 특수한 경우”라고 밝혔다. 다른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제주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개설 허가권자가 복지부로 돼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영리병원 신청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외에 현재 복지부로 들어온 승인 요청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국내 의료진의 능력이 세계 최고이고 정부가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한해 외국인 환자 40만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도 외국인에게 고급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과연 영리병원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영리병원에 대해 조금의 희망도 가지지 않도록 비영리와 공공성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제주도와의 사전 협의 과정에 대해 “제주도가 세 차례 문서상으로 조언을 요청했고 복지부는 ‘개설권자가 책임감 있게 결정하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녹지국제병원은 사업계획이 이미 승인돼 있었고 허가권자가 제주도이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복지위 위원들은 “복지부가 2015년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등 영리병원 개설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후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건강보험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영리병원의 과잉 진료, 의료 사고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영리병원의 의료상 불법행위는 국내법을 적용해 확실히 처벌하겠다”며 “환자가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하게 시술받고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소득주도성장 갈등… ‘J노믹스’ 김광두 사의

    소득주도성장 갈등… ‘J노믹스’ 김광두 사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뼈대에 해당하는 ‘J노믹스’ 설계를 주도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달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의장은 그동안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구(의장 대통령)를 이끌면서도 소득주도성장의 방식을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경제철학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일 “김 부의장이 몇 달 전부터 사의를 표명했고, 그동안 만류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완강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다. 2012년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 공약을 입안하는 등 ‘경제 가정교사’로도 불렸다. ‘합리적 보수’로 통하는 그는 진보성향 경제학자인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을 매개로 2016년부터 문 대통령과 공부모임을 통해 연을 맺었고, 지난해 3월 ‘문재인 캠프’에 공식 합류해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이상신호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8월 페이스북에 “국정 이슈에서 효율성에 관한 인식이 거의 안 보인다. 잘못 기획된 정책의 잘못된 결과를 모두 세금으로 메꾸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일 한 세미나에서 “일자리를 파괴하면 정의로운 정책이 아니다”라면서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정책을 수용하는 대상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면 독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도 “역할을 좀 더 해달라”며 반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36년 전 아내 살해한 남편 덜미 잡힌 건 팟캐스트 방송 덕

    36년 전 아내 살해한 남편 덜미 잡힌 건 팟캐스트 방송 덕

    호주의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이 36년 전 아내를 살해한 남편을 체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은 고등학교 교사 출신 크리스 도슨(70)을 아내 리넷을 살해한 혐의로 전날 퀸즐랜드주에서 체포해 6일 시드니로 데려왔다. 시드니 센트럴로컬 법원에서 진행된 재판 도중 그는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 간호사였던 리넷은 33세이던 1982년 1월 친정 어머니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채 시드니 북부 해변에서 실종됐다. 그 뒤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땅에 묻혀 있던 린의 옷가지를 발견했고 옷에는 칼에 찔린 자국들이 발견됐으나 끝내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남편은 광신적인 종교집단에 빠져 두 자녀를 키우던 아내가 집을 나간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크리스가 제자이던 16세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으면서 부부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달았던 사실을 확인했다. 크리스는 의붓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이 여학생을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크리스는 부인이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이 여학생을 집에 들였으며 부인 실종 신고는 5주가 지나도록 하지 않았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경찰은 크리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제작한 팟캐스트 ‘더 티처스 펫(The Teacher‘s Pet)’이 이 사건을 다루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방송은 리넷이 실종되기 전 부부의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당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저지른 실수 등을 조명했다. 방송은 지금까지 2700만여명이 들었고 호주뿐 아니라 여러 나라 많은 이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증거들이 속속 등장했고 결국 크리스의 체포로 이어졌다. 경찰은 새로운 증거들이 어떤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현지 경찰서장 스콧 쿡은 과거에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도 살인 유죄로 인정된 경우가 있다며 “리넷 도슨의 행방을 확인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겠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사건 종결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격자 진술도 포함돼 있다며 “퍼즐 조각을 맞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앞의 여학생이 크리스와 결혼까지 했다가 나중에 헤어졌는데 그녀가 결정적인 증언을 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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