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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거 후 인욕의 정진 끊지 않아야… 수행은 참고 또 참는 것”

    “안거 후 인욕의 정진 끊지 않아야… 수행은 참고 또 참는 것”

    “이제 안거를 마치고 산문을 나서지만 언제 어디에 있건 정진해야 합니다. 수행은 인욕이지요. 참고 참아야 합니다.” 동안거(冬安居) 해제를 하루 앞두고 불쑥 찾아온 기자들을 정겹게 맞은 은해사 백흥암 선원장 영운 스님. 안거 내내 밤낮 없이 선방 대중들을 지도해 온 스님은 “내 수행 삶의 바탕은 참고 참는 인욕이었다”며 “너나없이 인욕의 정진을 끊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스님들은 너나 없이 시은(施恩)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밥값을 하고 있는지 늘 돌아봐야 하지요.” 밥 한 발우(그릇)는 피 한 발우라고 했다. 그 말 끝이 자연스럽게 일반 대중을 향한다. “사람들은 내가 번 돈이니 내 맘대로 쓴다고 해요. 그렇지만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면 밥을 먹을 수 없지 않습니까.” 모든 대중이 각자 수고로움이 있으니 각자가 모든 것을 아낄 때 복이 온다는 것이다. 특히 인욕(忍辱)과 배려는 어쩔 수 없는 스님의 으뜸 모토인가 보다.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타협이 돼요. 하지만 남을 밟고 올라서려 하면 타협이 안 됩니다.” 희생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싸움은 없어지고, 그것이 바로 불국토란다. 영운 스님은 18세 때 출가해 비구니계를 받곤 해인사 홍제암부터 시작해 석남사, 동화사, 백흥암 등 각지에서 수행으로 일관했다. 울산 석남사 주지를 역임하고 2004년부터 이곳 백흥암 선원장을 맡고 있다. 성철 스님이 지었다는 자신의 법명 이야기를 꺼낸다. “아마도 구름처럼 바람처럼 살라고 주신 이름인 것 같아요. 참 좋은 법명을 지어 주셨는데 이름값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 말 끝에 이런 말을 얹었다. “속박돼 살지는 않더라도 이름처럼 구름, 바람마냥 못 살고 있으니 언젠가는 그리 될 날을 위해 매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가끔씩 큰 가르침을 주셨던 스님이 안 계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감당할 수 없는 서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지도자가 필요한 법. 불교를 포함해 종교의 위기라는 말이 횡행한다. 그 심각성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런 말을 돌려줬다. “지금도 한국 불교에는 큰스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토굴에서 용맹정진하고 있는 분들이 있고 그런 수행의 기운이 출세간의 질서를 유지하게 하지요.” “스님이든 불자든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면 그 누구라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다”는 영운 스님. 스님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고 항상 고마움과 아끼는 마음을 갖고 살자”며 기자들을 배웅했다. 글 사진 영천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찬란한 봄, 운명의 선율

    재독작곡가 고(故) 윤이상을 기리기 위한 2019 통영국제음악제가 ‘운명’을 주제로 다음달 29일부터 4월 7일까지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등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비롯해 ‘운명’과 연관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개막공연에서는 스위스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운명’ 교향곡과 하인츠 홀리거 ‘장송 오스티나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등을 들을 수 있다. 지휘는 거장 쿠르트 잔덜링의 아들인 미하엘 잔덜링이, 피아노 협연은 스타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가 맡는다. 또 윤이상의 수제자인 도시오 호소카와가 쓴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 아시아 초연, 브람스 ‘독일 레퀴엠’, 윤이상의 교향시 ‘화염 속의 천사’ 등 열흘간 26개의 공연이 펼쳐진다. 또 스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직접 통영 육지도의 초등학교를 찾는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된다.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운명은 인간보다 더 위대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번 축제를 통해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환경시설 의심은 가지만… 국제도시 송도 ‘악취 미스터리’

    환경시설 의심은 가지만… 국제도시 송도 ‘악취 미스터리’

    수년째 원인 못찾아… 첨단장비도 무용 인천시·연수구 새달 협의체 구성키로“최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곳에서 구시대적 오염인 악취가 왜 발생하지는 원인조차 모른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세계적인 미래도시를 꿈꾸는 송도국제도시(인천시 연수구)의 주민들이 악취에 수년째 시달리고 있지만 자치단체와 전문기관이 첨단시설을 동원해도 원인을 알 수 없어 ‘미스터리’라는 말까지 나온다. 때문에 주민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악취 공포 때문에 창문 한 번 제대로 열지 못하는 처지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에선 2015년 97건, 2016년 87건에서 2017년 153건, 지난해 618건이나 되는 악취 민원이 접수됐다. 전년 대비 4배를 웃도는 데다 신고 지역이 송도 전역에 걸쳐 있다. 악취 관련 민원이 집중 제기되면서 송도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고민까지 등장했다. 연수구는 지난해 말 3주에 걸쳐 악취 발생 의심 사업장과 시설을 전수조사하고, 송도에 무인 악취포집기 14대와 실시간 센서 6대를 설치해 악취 발생과 이동경로를 추적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끝내 파악하지 못했다. 또 시와 구는 악취 신고가 집중될 때마다 소방당국, 인천보건환경연구원, 인천환경공단, 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특별점검을 실시했지만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환경 관련 시설과 공단 등이 의심의 대상이지만 아직 추정에 불과할 뿐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악취를 가스 냄새로 인식하는 신고자들이 많아 가스기지를 조사했지만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 옆 바다에 있는 LNG기지가 괜한 의심을 받은 것이다. LNG기지 측은 누명을 벗은 뒤 스스로 주변에 악취포집기 5개를 설치했다. 시와 구는 다음달 관련기관과 환경단체, 전문가, 주민 등으로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365일 대기질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바람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악취의 특성상 배출원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송도 주민 황모(58·여)씨는 “매번 반복되는 악취에도 아직 원인조차 제대로 모른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더 큰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의원들도 악취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인천시의회는 19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송도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김희철 시의회 산업경제위원장은 “악취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이 셀 수 없을 정도”라며 “근본 원인을 찾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의회가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아이만 남겨둘 수 없어요” “아빠도 난민 신청 받아주세요”

    “아이만 남겨둘 수 없어요” “아빠도 난민 신청 받아주세요”

    개종한 아버지도 신청했지만 불인정 “거짓 개종하기엔 벅차고 힘든 과정” 상고 대신 난민지위재신청서 제출 “한현민처럼 편견 없애는 사람 되고파”“한국에서 아빠와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싶어요. 군대도 자원해서 가고 사회에 도움되는 일 하며 살 거예요. 아빠의 난민 신청을 받아 주세요.” 전국에 폭설이 내린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앞에서 이란 출신 난민인정자 김민혁(16)군이 아버지를 위해 진눈깨비를 맞으며 취재진 앞에 섰다.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이었다가 9년 전 사업가인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와 천주교로 개종한 민혁군은 지난해 10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국민청원, 청와대 시위 등을 한 학교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여전히 절박한 걱정거리가 있다. 아버지 A씨는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A씨는 난민지위재신청서를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 제출했다. A씨는 자신을 변호하는 아들의 외침을 곁에서 들으며 서글픈 눈빛을 지었다. 그는 “아이만 여기(한국)에 남겨둘 수 없다”며 “함께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 신자로 본국에 돌아가면 공항에서부터 잡히거나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2003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민혁군은 2010년 한국에 온 뒤 친구들과 어울리다 자연스레 천주교를 믿게 됐다. A씨도 아들과 함께 성당을 찾았고 무수한 고민 끝에 아들을 따라 개종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는 다른 종교로 개종하면 배교자로 여겨져 최대 사형에 처한다. 이들 부자는 2016년 한국 정부에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그러나 출입국외국인청은 ‘구약과 신약 구분 이유, 십계명, 주기도문 등 기초적 이해와 상식이 부족해 개종의 진정성이 의문스럽다’는 등의 이유로 불인정했다. 민혁군을 가르쳤던 오현록 아주중학교 교사는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예수님의 제자가 누구인지를 묻거나 십계명을 외워 보라고 하면 답할 수 없다”면서 “난민 심사 과정에서 본질을 보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에 집중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월 1심과 지난해 12월 2심에서 패소했다. 민혁군은 “‘거짓 개종할 수 있지 않으냐’고 하는데 천주교에서 세례, 견진성사, 구역활동 등 진짜 신자가 되는 과정을 1년 이상 밟아야 해 거짓으로 하긴 힘들다”면서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혁군은 아버지와 함께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 꿈인 모델로 데뷔해서 제2의 한현민처럼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며 “저를 믿어 주신 분들이 후회 없게 하겠다”고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호소했다. 지난해부터 민혁군과 아버지를 도와 온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광준 변호사는 “성당 신부님의 증언 등을 통해 부자의 신앙생활을 살펴보니 개종의 진실성이 확실했다”면서 “이번 재신청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중흥건설, 순천삼산중 이설 협약사항 위반 비난 거세

    중흥건설이 내년 3월까지 순천 삼산중학교를 신대지구로 이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 개교 차질이 우려된다. 중흥건설은 지난 2003년부터 10여년 동안 순천 신대지구를 개발하면서 택지조성으로만 1000억원 이익을 봤다. 이 과정에 아파트 분양 등으로 수천억을 벌었으면서도 사회 환원 대신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하자보수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회사다. 19일 순천시에 따르면 중학교 부족난을 겪고 있는 신대지구 학생들을 위해 2017년 11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전남도교육청, 중흥건설과 4자 협약을 체결했다. 순천시 매곡동에 있는 삼산중학교를 2020년 3월 개교 목표로 신대지구로 이설한다는 내용이다. 세부 사항을 보면 중흥건설은 신대지구 내 학교 부지(2만 453m²)에 중학교 28학급를 신축해 도교육청에 기부체납한다. 도교육청은 받은 면적 만큼 매곡동에 있는 삼산중학교 부지를 중흥건설에 넘겨준다. 이후 시는 중흥건설에 양여한 기존 삼산중 부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 변경을 지원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학교 신축에 12~14개월의 공사기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중흥건설은 삼산중 신축공사를 이미 시작해야 하는데도 아직 착공도 하지 않고 있다. 시가 지난달 회사측에 공사 촉구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대신 증흥건설은 협약서에 나와 있지 않은 선월하이파크단지 내 하수처리장 설치 문제를 들고 나왔다. 선월하이파크 시행사인 중흥건설은 순천시가 이곳에서 발생될 하수처리를 순천시하수종말처리장과 연계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왔다. 삼산중학교 이설과는 전혀 무관한 사업이지만 중흥건설은 자신들의 요구를 순천시가 받아드리지 않을 경우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하수도법과 시행령, 순천시 하수도조례에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비용은 원인자 부담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어 법적으로도 중흥건설이 책임져야하는 사안이다. 이처럼 신대지구에 이어 선월지구 개발로 막대한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중흥건설이 학생과 주민들을 볼모로신설 학교 착공을 노골적으로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김혜숙 순천행의정모니터연대 사무국장은 “개발행위자가 처리해야 할 문제를 순천시로 떠넘기는 것은 돈만 벌면 된다는 기업의 부도덕한 형태여서 실망스럽다”며 “조속히 공사를 시작해 중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교육문제에 있어 안정감을 찾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사설] ‘스쿨미투’ 오죽하면 유엔에 호소했겠나

    ‘스쿨미투’(학내 성폭력 고발)는 기성세대가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는 문제다. 중고교생들이 용기백배해 스쿨미투를 외친 지 1년이 지났어도 제자리걸음이다. 이러는 사이에 스쿨미투는 유엔 무대에서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 4~9일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청페모)은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아동권리위원회를 직접 찾아 학교 성폭력 실태를 보고했다. 메아리 없는 사회에 얼마나 답답했으면 청소년들이 유엔에 호소했을지 안쓰러울 뿐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청페모가 제출한 ‘아동 성적 착취와 학대에 관한 보고서’를 받고 이번에 청소년 당사자들을 불러 진술을 들었다. 청소년들이 직접 유엔에까지 이 문제를 제기한 사례는 처음이어서 유엔의 관심은 각별한 모양이다. “한국의 수사기관과 학교는 뭘 하기에”라는 질문을 여러 번 했다니 쥐구멍에라도 숨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엔아동권리위가 1~2주 뒤 발표할 이슈 리스트에 스쿨미투가 포함되면 오는 9월 본심의를 거쳐 우리 정부에 정식으로 유엔 권고 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중고등학교 성폭력에 우리는 후진적 인식과 극도의 소극적 대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용화여고를 필두로 2차 피해를 무릅쓰고 전국 80여개 중고교생들이 스쿨미투에 동참했어도 정부와 교육 당국은 팔짱을 끼다시피 하고 있다. 졸업생들까지 나섰던 용화여고만 해도 서울시교육청의 징계 요구 대상 교사 18명 중 15명이 교단에 버젓이 서 있다. 용기 있는 외침이 묵살된 학생들에게는 앞으로도 성폭력에 입을 닫게 하는 무언의 학습효과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사립학교 교원의 성희롱·성폭력 비위에도 국공립 수준의 징계를 하도록 사립학교법을 손질하겠다더니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스쿨미투 관련 법안은 13개나 발의됐으나 하나도 통과된 게 없다. 유엔의 지적에 국제 망신을 당한 뒤에야 정부와 국회는 마지못해 움직일 텐가. 학교에서 성폭력을 몰아내 달라는 청소년들의 함성에 정부와 사회가 답해야 한다.
  • 제주 투자 해외기업들, 영리병원 소송에 촉각

    제주 투자 해외기업들, 영리병원 소송에 촉각

    승소땐 개원… 패소땐 수백억대 손배소버자야도 JDC 상대 3000억대 소송 중 신화역사공원 하수시설 특혜 의혹 감사 “일관성 없는 정책 제주 미래 발목” 지적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제주에 투자한 해외기업들이 소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제주특별법에 허용된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도의 기업 활동 제한 조치에 투자자가 첫 사법적 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투자기업들은 이번 소송이 투자기업의 적법한 기업활동을 보장할 것인지, 행정이 일방적으로 투자기업의 사업을 제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본다. 중국자본이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은 승소하면 영리병원을 정식 개원할 전망이다. 패소하면 제주특별법상 내국인도 진료가 가능한 규정 등을 들어 도를 상대로 병원 건축 등에 투자한 8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에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몰려오자 2008년부터 여래휴양형 주거단지, 제주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 외국자본의 대규모 투자가 봇물을 이뤘다. 또 부동산 투자이민제로 1500여명의 중국인 등이 콘도 등에 투자했다.이들 가운데 말레이시아 자본인 버자야그룹은 휴양형 고급주거단지를 짓다가 뒤늦게 제주도의 인허가 행정절차가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나 사업을 중도 포기했다. 버자야는 제주도와 투자유치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을 상대로 3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투자이민자들은 제주도의 중과세 조기 부과 방침에 반발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중국자본이 투자한 신화역사공원은 뒤늦게 하수시설 특혜 의혹 등으로 제주도의회가 감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의 한 외국인투자업체 관계자는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는 투자기업의 적법한 사업 자체를 무력화한 것이어서 녹지 측이 소송으로 강력 대응한 것이며 앞으로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관성 없는 투자 유치 정책은 결국 제주를 투자기피 지역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 전망은 엇갈린다. 투자기업들은 적법한 투자기업의 사업행위 제한은 투자자 보호 등 국제적인 투자환경에도 어긋나 법원이 손을 들어 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도는 제한적이지만 영리병원 개원을 허가했고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는 의료공공성 훼손 우려에 따른 불가피한 정책 결정이며 투자기업의 사업 자체를 원천 봉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리병원이 논란을 빚자 지난달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 제한을 명문화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적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5000억 넘는 다빈치의 세계서 가장 비싼 그림은 위작”

    “5000억 넘는 다빈치의 세계서 가장 비싼 그림은 위작”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알려진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위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살바토르 문디는 2017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 5030만 달러, 한화로 약 5040억 원에 낙찰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예술사학자이자 루브르박물관의 자문위원인 자크 프랭크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한 인터뷰에서 “살바토르 문디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 아닌 그의 제자가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작품이 위작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옥스퍼드대학의 레오나르도 연구자인 매슈 랜드루스 교수는 다빈치가 해당 그림 작업에 20~30%만 참여했을 뿐 나머지 상당수는 그의 제자 베르나르디노 루이니가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CNN과 한 인터뷰에서 ”살바토르 문디는 화실 조수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레오나르도의 작품이다. 베르나르디노 루이니의 도움이 특히 눈에 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자크 프랭크는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루브르박물관이 진행하려는 다빈치 기념전시에 위작이 포함돼 있다면 반드시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충고성 편지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는 "루브르박물관 측은 살바토르 문디가 다빈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측은 오는 10월 다빈치 전시에 살바토르 문디를 전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빈치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모나리자’를 소장하고 있는 루브르박물관은 올해 다빈치 서거 500주년을 기념해 하반기에 다빈치의 회화 걸작들을 한 자리에 모은 특별전을 기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박물관 측은 다빈치의 주요 그림 다수를 소장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2017년 협약을 맺고 특별전을 위한 회화 작품들을 공수받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2017년 전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은 살바토르 문디도 포함시키기 위해 현재 이 작품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사우디 아라비아의 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바토르 문디가 위작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루브르 측은 ”그의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봄철 日열도 ‘화분증’의 역습… 국민 절반이 재채기·안구충혈 몸살

    봄철 日열도 ‘화분증’의 역습… 국민 절반이 재채기·안구충혈 몸살

    개인소비 감소액 年 7조 6000억원 추산 태평양전쟁 후 심은 삼나무의 꽃이 원인 신품종 대체·벌목 더뎌 고충 갈수록 심화봄이 오면 일본의 거리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넘쳐난다. 꽃가루가 날리면서 몸에 이상증세를 일으키는 ‘화분증’(花粉症)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가 실외활동에 있어 공포의 대상이지만, 일본에서는 봄철 화분증이 그렇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꽃가루 알레르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재채기, 코막힘, 가려움증, 안구충혈은 물론이고 심하면 밤새 잠도 못자고 몸살을 앓는다. 일본인 2명 중 1명은 크든 작든 화분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해마다 5월 정도까지 화분증이 사람들의 활동을 둔화시켜 경제에도 큰 부담을 준다. 화분증에 따른 개인소비 감소액이 연간 7550억엔(약 7조 60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와 있다. 화분증 유발 꽃가루의 90%는 삼나무에서 온다. 태평양전쟁 중 물자동원과 패전 후 무분별한 벌채 등으로 전국의 산림이 황폐해지며 산사태 등 문제가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경제적으로 탁월한 삼나무 녹화를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일본이 원산지인 상록침엽수 삼나무는 생장이 빠르고 목재 가공도 쉬워 주택 등 건축자재로 각광받았다. 전후 일본의 재건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그로 인한 반대급부가 ‘꽃가루의 역습’이다. 화분증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화분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45.6%(도쿄도 조사)로, 10년 전 28.2%에 비해 17.4% 포인트나 증가했다. 수령이 늘어날수록 꽃가루 비산이 왕성해지는 삼나무의 특성에 주된 원인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임야청 등 당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삼나무 꽃가루 저감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 결과 목재의 질은 유지하면서 꽃가루 발생량은 기존의 1% 이하로 줄인 ‘화분증 대책 삼나무’ 개발에 성공, 10여년 전부터 전국에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화분증으로 인한 고충이 더 심해지는 것은 왜일까. 신품종 대체가 너무 더디기 때문이다. 개량형 묘목이 기존 삼나무를 대체하는 면적은 연간 2100~2600㏊에 불과하다. 전국의 삼나무 인공림이 440만㏊(도쿄돔 90만개 규모)임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하다. 이는 일본산 목재의 경제적 효율성이 낮은 데서 기인한다. 값싼 외국산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일본의 목재 생산은 40년 전에 비해 70%나 감소했다. 수요가 줄면서 삼나무 목재의 가격은 1980년 최고점 대비 3분의 1로 떨어졌다. 판로와 가격이 보장되지 않으니 사업자들이 벌목과 가공에 나서지 않는다. 기존 삼나무들이 베어지지 않은 채 빽빽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개량형 삼나무가 이식될 여지가 없다. 임야청은 “국산 목재를 사용해야 화분증 문제가 완화된다”고 건설업계 등에 호소하고 있지만, 값싼 외국산 목재들을 놔두고 자국산 삼나무로 옮겨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내부고발자는 직무 정지… 안락사시킨 대표는 제자리 지킨 ‘케어’

    동물권단체 케어가 구조 동물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켰다는 사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최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안락사와 단체 후원금 유용 등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소연 케어 대표는 임원 자격을 그대로 유지해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케어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표의 안락사 의혹을 최초로 알린 동물관리국장 A씨는 최근 케어의 신임 사무국장으로부터 업무 배제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업무에 불성실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케어 이사회는 이와는 별도로 A씨의 임원(이사직) 직무정지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연속 2회 이상 서면으로 의결서를 제출하지 않고 이사회에 불참한 임원에 대해서 직무를 즉시 정지할 수 있다”면서 “1회에 한해 더 소명 기회를 주기로 하고, 다음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사회에서는 박 대표에 대한 임원 직무정지안은 부결됐다.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 대표가 임원직을 유지하면서 케어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표와 이사회는 ‘원칙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사회는 “양측 얘기를 듣고 박 대표의 직무정지를 의결하기로 했으나 A씨가 회의에 불참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사 결정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권유림 변호사는 “고발 이후 1차 회의에 참여했는데, A씨가 박 대표 등으로부터 봉변을 당했다”면서 “2차 회의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을까 봐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케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 출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에게는 A씨가 보호소에 나타날 경우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A씨 측은 공익 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겪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 조치를 신청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유관순 서훈 격상’ 딜레마에 빠진 정부 정책

    ‘유관순 서훈 격상’ 딜레마에 빠진 정부 정책

    “유 열사는 대표 여성독립 운동가… 저평가 우려”“이름 없는 유관순 수없이 많은데… 형평성 훼손”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유관순(1902~1920) 열사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가 ‘이번 3·1절을 맞아 유 열사의 서훈을 상향 조정하면 국민께 좋은 선물이 될 것‘’라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는 보도(서울신문 2019년 1월 28일자 1면)가 나오면서부터다. 유 열사의 고향인 충남지역을 중심으로 “1919년 3·1운동 당시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 시위를 주도하며 일제의 억압 통치에 저항했던 그의 업적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하지만 학계의 반응은 매우 신중하다. 유관순이 우리나라 독립운동계를 대표할 인물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훈을 높여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이 문제를 두고 국회에서 토론회까지 열렸지만 만족할 만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여성 독립운동가로서 유 열사가 갖는 상징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당위와 ‘국가 상훈제도의 엄밀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빅데이터 인지도 4위… 안중근 수준 돼야” 그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3·1운동의 상징적 존재임에도 서훈은 건국훈장 5단계 가운데 3등급에 그쳐 꾸준히 저평가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유관순 열사 서훈등급 격상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서 시민들은 유 열사에 대한 서훈 격상 요구를 쏟아냈다. 토론장을 가득 메운 청중은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로 시작하는 유관순 노래(강소천 작사, 나운영 작곡)를 제창했다. 유 열사의 서훈 격상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홍 의원의 개회사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신을 ‘유 열사의 이화학당 36년 후배’라고 소개한 박인숙 유관순정신계승사업회장은 “유 열사의 희생정신은 인권 존엄의 영웅 정신”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유 열사의 서훈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등급)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갖는 상징성에 비해 등급이 너무 낮아 건국훈장 1·2등급만 받는 대통령 헌화도 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유 열사의 인기는 매우 높다.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최근 5년간 뉴스·블로그·트위터 등 빅데이터 139억건을 분석한 결과 유관순은 모두 38만 6844번 언급돼 안중근(1879~1910·106만 5844번)과 김구(1876~1949·64만 8084번), 윤동주(1917~1945·56만 1228번)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여성 독립운동가 중에서는 압도적인 1위다. 유 열사가 서훈된 1962년은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1961) 뒤 정권 정당화 기틀을 마련하고자 독립유공자를 발굴해 건국훈장을 수여하기 시작한 때다. 당시 문교부 산하 공적조서위원회는 저명한 독립운동가 204명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와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저격한 안중근, 상하이 홍커우공원에 폭탄을 던진 윤봉길(1908~1932) 등이 1등급 훈장을 받았다. ●“독립운동 평가 여성에겐 유독 박해” 유관순은 190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감리교 선교사 엘리스 샤프(1871~1972)의 소개로 1915년 서울 이화학당에 입학했다. 1919년 발발한 3·1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 시위를 주도하다가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됐다. 그는 모진 고문에 방광이 터지는 중상을 입고 고통받다가 1920년 9월 서대문 형무소에서 18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공적 조서를 보면 그가 옥중에서도 만세를 부르는 등 애국정신이 남달랐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독립운동 서훈 공적 심사는 수형 기간과 독립운동 성격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유 열사가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활동 기간이 짧았고 당시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이들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 인지도에 비해 다소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도 이 점을 지적했다. 유 열사를 비롯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공훈이 대체로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당시 여성이 독립운동 지도자로 부각되기 어려웠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독립운동 리더급 인물 중심으로 서훈 대상자를 발굴한 탓에 여성 운동가들의 공적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껏 1등급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여성은 중국인 쑹메이링(1897~2003)이 유일하다. 대만 총통 장제스(1887~1975)의 부인으로 한국광복군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1966년 서훈됐다. 아직까지 국내 여성 독립운동가 중 1등급 서훈을 받은 이는 없다. 남자현(1872~1933)이 건국훈장 대통령장(2등급)을 받아 가장 높다. 그는 3·1운동 당시 중국 둥베이(만주) 지역으로 건너가 무장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동했다. 일본군 장교를 암살하려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영화 ‘암살’(2015)에서 전지현이 맡았던 ‘안옥윤’이 그를 모델로 한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독립유공 서훈을 받은 여성은 모두 357명이다. 이 가운데 쑹메이링과 남자현을 뺀 나머지는 3등급 이하다. 심 소장은 “유 열사의 훈격 상향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동시에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공로도 재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일단 정해진 서훈은 조정될 수 없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공적이 추가로 발굴돼 새로 추천을 받지 않는 한 유 열사의 서훈 격상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두 가지 해법을 내놨다. 하나는 상훈법을 개정해 후대에 역사적 평가가 달라졌다면 서훈을 다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홍 의원을 비롯해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또 하나는 기존 상훈법을 바꾸지 않고 유 열사의 서훈만 올리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지난달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학계 “당시 ‘제 2의 유관순’ 수없이 많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그의 서훈을 높이는 것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저 국민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정확한 근거 없이 훈장 등급을 높이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가 유 열사의 서훈을 높여야 한다는 쪽으로 치우치자 역사학자인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은 “토론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인들은 (유 열사의 서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학자는 아니다. 학계에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객석에서 “방금 한 말에 대해 사과하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반대로 일부 시민은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왔더니 토론회 주최 측이 사실상 답을 정해놨더라. 이것이 무슨 토론회냐”며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는 이 문제를 냉철한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17일 “1919년 3월 1일 당시 일제에 항거하다가 사라져 간 ‘유관순’ 같은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면서 “한국 최초의 여성 의병지도자로서 25년 넘게 항일활동에 전념한 윤희순(1860~1935)도 5등급인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는 데 그쳤다. 상징성 차원에서 유 열사의 서훈만 상향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3·1운동 정신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유관순이 ‘한국의 잔다르크’로 불릴 만큼 독립운동의 대표적 인물이 된 데에는 이화여대의 대대적 홍보가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대한민국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3·1운동 직후가 아니다. 해방 뒤 친일파 척결 논의가 시작된 1948년 9월부터다. 이때 제헌의회가 친일파 처벌을 위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가동해 이화여자전문학교(현 이화여대) 교장 김활란(1899~1970)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는 제자들에게 위안부 지원을 독려할 정도로 일제의 충실한 ‘나팔수’였다. 반민특위가 그를 처벌하려고 하자 이대 측은 ‘친일학교’ 오명을 쓰게 될까 봐 걱정이 컸다. 학교 이미지를 쇄신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수소문 끝에 학교 동문 유관순의 사례를 발굴했다. 이대가 그를 통해 학교의 친일’ 이미지를 세탁하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만약 유 열사가 이화학당을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지금까지도 무명의 독립운동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서훈 논의에는 이런 정치적·역사적 배경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목 독립기념관 선임연구위원도 “유 열사를 선열로서 기리겠다는 것은 얼마든지 반길 일이지만 훈격을 바꾸겠다는 것은 형평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이라면서 “독립운동에 전 재산을 쏟아부은 석주 이상룡(1858~1932)도 3등급이다. 유관순을 높이면 이런 분들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것이다. 모든 체계가 뒤집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유관순 서훈 승격 논란을 계기로 모든 독립유공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전면적 재검토에 나서야 주장도 나온다. 서훈 승격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부풀려진 공적에 대한 강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원론적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 “반대 입장은 아니지만 신중해야” 이날 토론회에 정부 측 참석자로 나온 황후연 국가보훈처 공훈발굴과장은 정부가 독립유공자 포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설명했을 뿐 유 열사의 서훈 상향 조정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변석영 행정안전부 상훈담당 사무관은 “정부가 마치 유 열사 상훈 승격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공무원 역시 유관순을 배우고 자랐다. 신중하자는 것이지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2019년 서울시 방문건강관리사업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세미나’ 성료

    서울시의회 김춘례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북1)은 지난 2. 14. 서울시의회 별관 7-3회의실에서 ‘2019년 서울시 방문건강관리사업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춘례 의원이 주관과 사회를 맡은 이번 세미나에는 최병재 전 성북구 복지정책국장이 좌장을 맡아 과거에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을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 전체 진행을 이끌었고, 순천제일대 간호학과 이연숙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인하대 사회·예방의학과 김정애 교수, 전 서울대병원 수간호사 강영자님, 현 성북구 보건소 김시현 방문간호사, 서울시 건강증진과 박경옥 과장 이상 4명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각자의 경험과 의견을 피력하며 세미나의 내용을 풍성히 채웠다. 또한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승재 부위원장, 박기재 위원, 김소영 위원, 환경수자원위원회 김제리 위원, 최정순 위원, 도시안전건설위원회 문장길 위원,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이경선 부위원장, 성북구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안향자 위원 등 많은 의원들이 내빈으로 참석해 이번 세미나에 무게를 더해 주었고, 서울시 대표로 참석한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축사에서 세미나의 내용이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세미나는 성북구 지역의 방문간호사들이 지역구 의원인 김춘례 의원에게 자신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에 호소한 것에 대해 3일간 직접 그들과 함께 현장을 살핀 후 그들의 아픔에 깊이 통감함으로써 마련된 자리였다. 1998년 공공근로사업으로 시작한 방문간호사업은 2015년『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통해 시민을 위한 보편적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발전했다. 저출산 고령화사회에서 건강불평등은 심화되고, 1차 보건의료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만성질환 일상생활관리, 심뇌혈관질환의 예방적 효과, 병의원 입원 및 의료비감소에 효과를 거두고 있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해 왔지만 해당 사업을 실행하는 방문보건인력의 신분은 여전히 계약직으로 남아 있어 심리적 불안함 속에서 근무를 해 왔다. 김 의원은 보편적 건강관리서비스의 발전과 해당 서비스를 직접 실행하는 방문간호사의 처우개선을 돕기 위해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혜련 위원장 및 위원들과 서울시 건강증진과에 방문간호사들의 어려움을 함께 호소해 왔고 세미나를 개최하게 되었다. 현재 각 자치구에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사업’의 한 부분으로 운영되고 있는 방문간호사(이하 찾동간호사) 서비스는 무기계약직 찾동간호사를 동별로 1명을 배치하여 동별 평균 6.5명이 배치되어 있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탓에 어르신 등 취약계층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요구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찾동간호사는 자치구 보건소에 소속되어 있으나 실제 업무는 동주민센터에서 수행하고 있어 이원적 구조 하에서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 적재 적시에 투입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발제자인 이연숙 교수는 찾동간호사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찾동간호사들의 신분을 안정적인 형태로 전환하는 것과 당국은 소속 구조의 일원화를 통해 서비스 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노령인구의 급등과 서비스 수요에 즉각 대처 못하여 서비스가 절실한 시민들과 찾동간호사들 모두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이와 더불어 무기계약직이라는 기이한 고용 형태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고생하는 찾동간호사들의 노고에 정당한 대우를 보장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사업 시작 당시 IMF등의 여파로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공공근로 방문간호사사업이 실시되어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울시는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응으로써 찾동간호사들의 신분을 무기계약직이라는 형태에까지 변화시켜왔다. 공공근로사업의 수행자 신분에서 무기계약직 공무원이라는 신분까지 변화한 것은 업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는 서울시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중앙정부에서 고용의 지속성을 강조하는 데 대한 대응일 뿐 무기계약이라는 기이한 고용형태의 결과로 인해 찾동간호사는 자치구 보건소 공무직 간호사에 비해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들의 수고와 부족한 처우에 공감하여 이들의 고용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검토를 하였으나 공무원의 채용과 관련된 사항은 허용되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만 변경 가능하므로 요청하는 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는 것에 유감을 표시하며, 2019년 지역보건법의 개정으로 적정한 보수의 책정을 위해 찾동간호사들과 꾸준히 협의하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토론 후 질의·응답 시간 중 한 찾동간호사는 “서비스가 필요한 현장을 가보면 너무나 참담할 때가 많다. 일부 간호사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환자들과 접촉하다 보면 결핵에 감염되어 가족에게 전염될 것이 두려워 매일 약을 먹어가며 근무하고 있다.”며 열악한 근무환경을 설명하고, “우리는 동일 직무에 대한 동일 대우를 원할 뿐이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찾동간호사들이 차별 받고 있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에 나백주 국장은 “찾동간호사들의 아픔과 현실을 공감하며 서울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응답했다. 모든 세미나의 일정을 마친 후, 김춘례 의원은 “찾동간호사들은 서비스의 공급자이자 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오늘 참석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공무원들이라도 이들의 아픔을 가슴 속 깊이 통감했으면 한다. 박원순 시장과 시민건강국장 이하 담당 공무원들은 찾동간호사들을 토사구팽하지 말고, 동일 직무에 대한 동일 대우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며 서울시에 강력히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밀린 서류처리·민원 응대에… 아이들 돌볼 겨를 없는 돌봄교실

    밀린 서류처리·민원 응대에… 아이들 돌볼 겨를 없는 돌봄교실

    각종 행정 업무 밀려 아이들 방치 잦아 대구 시간제 전담사 100여명 오늘 파업 “시간 늘리고 교실마다 전담사 의무배치” 서울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전일제 돌봄전담사로 일하는 A(50)씨는 교실을 청소하고 20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 외에도 주간 계획표 작성, 간식 검수, 특별활동 강사 선발, 교구 구입, 학부모 민원 응대, 수요 조사 등 온갖 행정업무를 떠맡는다. 학부모 운영위원들을 데리고 간식 제공업체 견학을 하는 일, 교실 공사 견적을 내는 일도 A씨의 몫이다. 정해진 출근시간은 오전 11시로, 행정업무를 얼마 하지도 못한 채 오후 1시부터 아이들을 돌본다. 밀린 서류를 처리하고 결재 받으러 다니느라 수당 없는 초과근무는 일상이다. A씨는 “아이들은 바깥놀이를 가자고 조르지만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온종일 돌봄정책’을 구현해야 할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새 학기를 앞두고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돌봄전담사들이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교에 돌봄교실 1400여개가 증설돼 28만명의 아동이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007년 5만여명이었던 이용 학생수는 올해까지 460%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양적 확대에 급급한 사이 돌봄의 질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운영되는 탓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문성이 필요한 돌봄전담사 자리는 시간제 근로자로 채워졌다. 전국 1만명가량의 전담사 중 주당 40시간(하루 8시간) 일하는 전일제는 18% 정도에 그친다. 주당 15~40시간과 15시간 미만 시간제는 각각 63%, 19%다. 명확한 업무표준안도 없어 전담사들은 늘 행정업무에 허덕인다. 서울의 전일제 전담사들이 모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돌봄분과는 이번 주부터 행정업무를 거부하기로 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서울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는 569개교, 전일제 전담사는 588명이다. 한 학교당 전일제 전담사가 한 명씩 근무하며 돌봄교실 관련 대부분의 행정업무를 떠맡느라 아이들을 방치하게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미숙 서울지부 돌봄분과장은 “학교마다 제각각인 근무시간을 오전 9시~오후 5시로 통일해 오전 중 행정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돌봄전담사의 95%(2018년 4월 기준)가 시간제인 대구에서는 15일 전담사 100여명이 파업을 벌인다. 천은숙 대구지부 돌봄분과장은 “혼자 2~3개 교실을 맡아 수십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하루 6시간 이하인 근무시간 내에 행정업무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교실마다 전담사 1명을 의무 배치하고 행정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도 하루 8시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교육청은 프로그램 강사들이 별도 배치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과 지속 협의해 돌봄전담사 처우를 개선하고 돌봄교실의 질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승수 시장 전주시 특례시 승격 촉구

    김승수 전북 전주시장이 특례시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시장은 13일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전주 문화특별시’ (지정) 공약을 했다”면서 “그 공약은 전주를 특례시로 지정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날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포용 국가를 위한 지역균형발전과 특례시 세미나’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전주 특례시 지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이를 실현하지 않으면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 인구는 66만명이지만 실제 생활하는 인구는 100만명을 훨씬 웃돈다”면서 “전주시는 전주 거주자뿐만 아니라 인근 완주, 김제, 임실 등지로 출퇴근하며 전주에서 생활하는 모든 분에게 예산을 들여 서비스하고 있다”고 특례시 지정 당위성을 설명했다. 특히, 김 시장은 “인구 30만명에 불과한 세종시가 특별시로 지정됐다면 그 이유는 의사를 결정하는 공공기관이 집중된 때문”이라면서 “전주시 역시 의사를 결정하는 공공기관이 260개를 넘어 광역시를 제외한 228개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많아 특례시 주요 요건인 공공기관이 집약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50년 동안 광역시가 없는 전북경제는 소외되고 차별받아 왔다”면서 “지방분권과 지역 주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주를 비롯한 광역시 없는 도의 중추도시를 특례시로 지정,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공정한 출발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혁신을 위한, 특례시 도입의 필요성’을, 안영훈 법제처 법제자문관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대도시 특례 지정 기준 개선방안’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부는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통해 광역시가 아닌 대도시에 대해 ‘특례시’ 지정을 추진 중이지만, 지정 기준을 100만명 이상으로 특정해 일부 지자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례시는 기초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 수준의 행정·재정적 자치권을 갖는,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중간의 새로운 형태의 도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동참

    대구광역시 조재구 남구청장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패스가 공동 기획환 환경정화 캠페인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동참했다.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진을 찍어 SNS에 게재하고, 미션 완료 후 다음 동참자 2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조 청장은 이인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청장의 지목을 받아 캠페인에 동참하게 되었으며, 다음 캠페인 참여 주자로 곽상도 한국당 국회의원과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지목했다. 조 청장은 “1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오염을 막는 캠페인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다”며 “남구청에서도 개인 텀블러 사용, 우산 빗물 제거기 설치 등 공공기관의 선도적인 1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제자와 불륜 美 기독교학교 교사, 단 20개월 실형 논란

    제자와 불륜 美 기독교학교 교사, 단 20개월 실형 논란

    15살짜리 제자와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남편에게 들켜 체포된 여교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피플지는 제자와 성관계를 맺고 마약과 술을 제공한 안드레아 바버(30)에게 징역 20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아는 지난 2017년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기독교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학교에서 만난 15세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 안드레아는 성관계 장면을 목격한 남편의 신고로 체포됐다. 이와 별개로 남학생의 아버지 역시 아동보호기관에 신고를 진행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익명의 발신자가 아들이 안드레아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안드레아가 2016년부터 학생과 정기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더글러스 카운티 법원은 그러나 제자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 등 20개의 다른 혐의를 취하하고 3급 강간 혐의 등만을 적용해 안드레아에게 단 2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피해 학생에게 1100달러의 상담비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외신들은 제자와 성관계는 물론 마약까지 한 막장 교사에게 처해진 형벌치고는 매우 약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에 대해 약 9년~11년의 징역이 선고된 판례가 존재한다. 안드레아 역시 “피해 남학생과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면서 “속죄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고 20개월의 실형 기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움켜 쥔 시신의 손엔 독립선언서… 아우내 만세운동 ‘진짜 주역’

    움켜 쥔 시신의 손엔 독립선언서… 아우내 만세운동 ‘진짜 주역’

    옥중 투쟁을 하다 잔혹한 고문을 받고 순국한 유관순 열사가 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다. 열사가 1919년 4월 1일 충남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의 주역이었음도 분명하다. 유관순은 3·1운동과 동일시되고 있고 항일의 표상이다. 그러나 유독 유 열사만 부각된 데는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연구 논문이 여러 편 있다. 친일·우익 인사들이 광복 직후 자신들의 과거를 정화하여 정치적·도덕적 권위를 찾으려고 열사를 ‘한국의 잔다르크’로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유관순의 항거는 이화여중 동문 박인덕과 교장 신봉조 등이 기념사업회를 발기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일제에 저항했다가 친일로 돌아선 인물로 광복이 되자 자신들의 행적을 덮으려고 유관순을 이용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우익 인사들의 유관순 기념사업이다. 미 군정하인 1947년 9월 결성된 유관순기념사업회는유관순 기념비, 영화를 만들고 ‘조선의 잔다르크’라는 제목의 전기를 간행했다(정상우, ‘3·1운동의 표상 유관순의 발굴’).그중에는 유관순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을 맡은 조병옥이 있다. 조병옥은 광주학생운동 배후 조종 혐의로 3년 동안 복역해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이기도 하지만 친일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조병옥은 유관순과 두 집 건너 살던 이웃으로 그의 아버지 조인원도 아우내 만세 시위를 주도했다. 대한민국 정부 경무부장이던 조병옥은 정부의 정통성을 찾는 방편으로 유관순을 한국의 잔다르크, 해방의 여전사로 부각시켰다(전해주, ‘성공회 병천교회의 3·1 아우네 만세운동에 대한 기여’). 이런 연유로 아우내장터 시위를 주도한 다른 인물들의 공적은 거의 파묻혔다. 실제 주동자로 현장에서 총에 맞아 숨진 김구응 의사(義士)도 그런 사람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간된 신한민보는 아우내 만세운동을 유관순이 아닌 김구응, 박종만이 주도했음을 밝히고 특히 모친까지 학살당한 김 의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천안군 병천시(川市·아우내장터)에서 의사 김구응이 남녀 6천4백인을 소집하야 독립을 선언할 새 일경이 아민(我民)의 기수(旗手)를 자(刺)코져 하거늘 기수는 적수(赤手)로 검도(劍刀)를 집(執)하니 유혈이 임리(淋·뚝뚝 흘러 흥건하게 떨어짐)할 시에…” 김병조 선생이 쓴 ‘한국독립운동사략’에 이렇게 씌어 있다. 박은식 선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도 거의 똑같이 서술하면서 주모자를 김구응이라고 했다.김 의사는 임진왜란 진주대첩의 명장 김시민 장군의 12대손으로 1887년 7월 27일 천안 병천면 가전리 99번지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한학을 깨우친 의사는 청신의숙, 장명학교를 거쳐 병천 진명학교 훈도(교사)로 일하며 제자들에게 독립정신을 고취시켰다. 유관순의 오빠 유관옥과 조인원의 아들 조만형은 그의 제자였다.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충청 지역에서도 만세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김 의사는 서울 이화학당에 다니다 3월 13일 고향 병천에 내려온 유관순과 유관순의 아버지 유중권, 조인원 등과 만세운동을 벌일 계획을 치밀하게 짰다. 유관순과 지역의 학생, 교인들은 진명학교와 교회 등에서 밤낮으로 태극기를 만들었다. 일본 관헌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나이 어린 유관순에게 최일선 연락 책임을 맡긴 것도 김 의사였다. 그는 천안 동부 6개 면과 오창, 청주, 진천, 연기 등 각지와 비밀 연락망을 짜고 봉화 신호에 맞추어 일제히 총궐기하도록 밀령을 전달했다. 유관순이 연락과 봉화 책임자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의사는 전체 계획을 짠 리더였다. 조인원은 현장에서 군중을 이끈 행동대장 격이었다. 김 의사의 어머니 최정철 여사도 장년층과 노년층을 설득하고 부녀자를 동원하는 역할을 했다. 1919년 3월 그믐날 밤 유관순은 매봉산에 올라 봉화를 올렸다. 이를 필두로 천안 주변의 총 24개 봉우리에서 봉화가 타올랐다. 거사 일로 정한 4월 1일 아침 아우내장터에는 전날 밤 타오른 횃불을 보고 장꾼을 가장한 군중 3000여명이 모여들었다. 군중은 점점 불어나 오후 1시가 넘어가면서 6000명을 넘어섰다. 김 의사는 두루마리로 된 독립선언문을 펴 낭독했고 유관순은 대한독립만세를 선창했다. 불과 50보 거리의 지척에 헌병주재소가 있었다. 만세운동은 극히 평화적이었다. 군중이 점점 늘어나고 만세 소리는 천지를 진동할 정도로 커졌다. 오후 2시쯤 천안헌병분대에서 헌병들이 트럭을 타고 도착했다. 헌병들은 군중을 향해 총을 쏘고 칼을 휘둘렀다. 유중권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사망했다. 발포에 놀라 군중은 일단 흩어졌지만, 오후 4시쯤 발포와 살인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져 1500여명이 주재소로 몰려갔다. 김 의사는 독립선언문을 말아 들고 대열의 선두에 섰다. 헌병들은 깃발을 들고 있던 기수를 칼로 찌르려 했고 기수가 맨손으로 칼을 잡자 그대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의사는 그들의 잔인무도함을 비난하며 꾸짖었다. 황망한 중에도 정연한 논리로 대응했다. 일본 헌병은 논리에서 밀리자 김 의사를 총으로 쏴 쓰러뜨리고는 총검으로 머리를 짓이겼다. 의사는 시신이 되어서도 독립선언서를 손에 말아 쥐고 있었다. 오후 6시쯤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아들이 참살당한 말을 들은 의사의 어머니 최 여사가 달려왔다. 여사는 헌병의 멱살을 잡아채며 “이놈들아, 내 자식이 무슨 죄가 있느냐. 내 나라 독립을 찾겠다고 만세를 부르는 것도 죄가 되느냐”고 울부짖었다. 그러자 헌병은 사정없이 총을 쏘아 즉사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총검으로 마구 찔렀다. 김 의사의 나이 32세, 최 여사의 나이 66세였다. 아우내장터 시위로 김 의사 등 19명이 죽고 적어도 30명 이상이 크게 다쳤다. 가족들은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고 병천면 가전리 뒷산에 의사의 시신을 묻었다. 김 의사의 사후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선생의 손자 김운식(70)씨에게 들은 가족사는 비극적이다. 김 의사는 아들 셋을 뒀는데 맏아들이 열 살이었다. 살길이 막막해지자 김 의사의 부인, 즉 김씨의 할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 안성 친정으로 갔다고 한다. 의사의 맏아들은 그 후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돌아와 인천에서 조선기계제작소라는 작은 공장에 취업했다. 광복 후에는 좌익 활동을 했다. 김씨는 “아버지는 친일파들은 위세를 떨치고 김원봉 같은 독립운동가는 도리어 빨갱이로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저항감에 좌익 사상에 빠졌다”고 말했다. 맏아들은 6·25가 터진 후 공장 인민위원장이 됐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공산주의와는 다르다고 판단해 9·28 수복 후 국군에 자수했다. 자수했지만 방면되지 않고 인천감옥에 수감됐다. 몇 달 뒤 1·4후퇴 때 국군이 후퇴하면서 인천감옥의 좌익사범들을 총살했는데 그때 희생되고 말았다. 시신도 찾지 못했다. 다른 후손들도 천안을 떠나 곳곳을 전전하며 가난에 시달렸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날 아우내장터를 찾았다. 두 개의 내(川)를 아우른다(竝)는 뜻인 아우내를 일본인들이 병천(竝川)이라는 한자어로 지명을 바꿨다. 근처엔 유관순기념관도 있고 해마다 만세운동을 기리는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만세운동 현장임을 알려주는 표지도 없고 순댓집 간판만 즐비했다. 단지 시장 입구 헌병주재소가 있던 곳엔 ‘아우내독립만세운동기념공원’이 있다. “아우내에는 순대만 있고 역사는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1시간 3500번 ‘명품 가위질’… 남자가 완성됐다

    1시간 3500번 ‘명품 가위질’… 남자가 완성됐다

    호텔서 근무 땐 총리·재계 총수 등 단골 홍대에 숍 열고 3년간 제자 16명 키워 “젊은층이 찾는 한국만의 바버숍 목표”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의 ‘찰스바버샵’. 폐점 시간인 오후 8시인데도 손님 머리를 매만지는 정철수(68)씨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가위로 다듬어 자르고 드라이기로 말린 뒤 2대8로 빗어 넘겨 포마드까지 꼼꼼히 바르고 나서야 작업이 마무리됐다. ‘바버숍’은 일종의 프리미엄 이발소다. 기존 이발소의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남성만을 위한 일대일 스타일링과 면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54년 경력의 이용기능 장인인 정씨가 2015년부터 운영하는 숍도 이런 ‘세련됨’을 추구한다. ‘마스터’인 정씨는 푸른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나머지 ‘바버’(이발사) 3명은 로고가 새겨진 새하얀 가운을 입는다. 오전 10시부터 정씨가 하루에 맡는 손님은 많아야 10명. 1명의 머리를 만지는 데 1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미용실이나 이발소에서 성인 남성 커트는 20~30분이면 끝난다. “바리캉 대신 가위만 쓰다 보니 시간이 두 배로 든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그는 “바리캉으로는 아무리 잘해도 1~2주 지나면 머리가 삐죽삐죽 튀어나오는데, 가위로만 커트하면 자랄 때도 모양이 예쁘게 난다”고 말했다. 그는 “커트 한 번에 3500번 정도 가위질을 한다”고 했다. 쓰는 가위 종류도 수십 가지다. 긴 머리와 짧은 머리용이 다르고, 숱치기용도 따로 있다. 이런 정성 덕에 그의 숍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계산하면서 한 달 뒤 예약을 잡고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10대 시절 가위를 잡은 정씨는 조선·힐튼·신라 등 일류호텔 이발소에서 일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자연스레 정·재계 유명 인사들의 ‘전용 이발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의 손을 거친 국무총리만 정일권, 신현확, 정원식, 한승수 등 4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도 단골손님이었다. 코오롱그룹은 이원만 초대회장부터 이동찬 명예회장, 이웅열 회장과 이규호 전무까지 집안 4대의 머리를 모두 정씨가 도맡을 정도로 사이가 각별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홍정욱 헤럴드 회장 등은 아직도 정씨의 ‘손맛’을 잊지 못해 홍대까지 찾아온다. 은퇴할 나이인 환갑을 훌쩍 넘겨 바버숍을 차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용기능사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시내 곳곳의 이발소는 퇴폐 업소라는 편견 때문에 젊은층이 찾지 않죠. 이 때문에 우리 이용 기술은 일본에 비해 수십년이나 뒤처졌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바버숍을 만들어 한국만의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키워나가는 게 꿈입니다.” 홍대에 숍을 연 뒤 3년이 조금 넘는 동안 길러낸 제자는 16명. 숍이 입소문을 타 유명해지고 이발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며 바버가 되고 싶다는 청년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그는 “외국에선 90살 먹고도 일하는 바버가 많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활동하고,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기술 전수도 해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4차 산업혁명 R&D투자, 중국 뛰는데 한국은 제자리

    4차 산업혁명 R&D투자, 중국 뛰는데 한국은 제자리

    중국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에 가속도를 내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기업 R&D 투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빼면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 미래 산업 기술 경쟁력에서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에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1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공개한 ‘2018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R&D 투자 상위 글로벌 10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수는 2016년 100개에서 2017년 120개로 늘어났다. 특히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는 2017년 113억 유로(약 14조 4000억원)를 R&D에 투자해 세계 5위에 올랐다. 중국 기업의 R&D 투자는 2013년 163억 유로로 세계 8위에 그쳤지만 2014년 285억 유로, 2015년 405억 유로, 2016년 497억 유로, 2017년 569억 유로 등으로 투자액이 4년 만에 3.5배 불었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중국 내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R&D 투자 1000위 안에 드는 우리 기업수는 2013년 24개에서 2017년 25개로 1개 느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이 46개에서 120개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 기업의 투자액 역시 2013년 182억 유로로 7위를 차지했지만 2014년 218억 유로, 2015년 232억 유로, 2016년 245억 유로, 2017년 267억 유로 등으로 4년 동안 1.4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2017년 기업 R&D 투자 전체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134억 유로)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투자액은 133억 유로에 불과한 실정이다. R&D 투자 100위 안에 든 기업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LG전자(53위·26억 3700만 유로), SK하이닉스(67위·19억 3700만 유로), 현대차(73위·18억 2800만 유로) 등 3곳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국내 기업들이 R&D 투자에 인색하다는 증거”라면서 “R&D 투자에서 격차가 벌어지면 제조업 경쟁력은 물론 미래 산업에서도 우리가 중국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R&D 투자 상위 기업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총 319개였다. 미국 기업의 투자액은 2520억 유로로 글로벌 1000대 기업 전체의 37.9%를 차지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재난관리체계 바꿨지만… 작년 침수·좌초 해양사고 23%나 늘어

    재난관리체계 바꿨지만… 작년 침수·좌초 해양사고 23%나 늘어

    참사 5주기를 앞둔 세월호가 또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지난 5일 서울시가 침몰의 진상 규명을 위해 2014년 7월 서울 광화문광장에 들어선 천막을 걷어내고 이곳에 세월호 추모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적 참사를 기억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여론 수렴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2014년 4월 16일 사고 발생 이후 1763일이 흐른 지금도 세월호라는 글자가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대응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미수습자를 포함한 사망자 304명 모두를 구했을지도 모른다는 깊은 아쉬움에서 비롯된다. 국가는 대형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구할 수 있는가.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던진 물음이다. 침몰의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은 지난해 발간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로 이어졌다. 왜 사고가 났고, 어떻게 가라앉았나.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을까. 11일 참담했던 그날의 기억을 되짚는 이유는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다.전복 ●와르르 무너진 화물에 결국 넘어진 세월호 2014년 4월 15일. 세월호 침몰 사고 전날 밤 배 위에선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제주도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은 쉽사리 잠들지 않았다. 이렇게 배는 전남 진도 해역에 도착했고, 날이 밝아 왔다. 16일 오전 8시 49분. 세월호의 뱃머리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았다. 배는 기우뚱하더니 이윽고 왼쪽으로 넘어졌다. 물살이 거칠기로 유명한 ‘맹골수도’에 진입한 지 20분. 조타수가 병풍도 인근 수역에서 제주도를 향해 뱃머리를 돌린 것이지만 배가 넘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넘어지고 그대로 가라앉은 세월호가 2017년 4월 11일 참사 1091일 만에 육지로 인양됐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타기 펌프 유압장치인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된 상태로 발견된 것. 키는 배의 방향을 조종하고 솔레노이드 밸브는 그 키가 움직이도록 압력을 가한다. 밸브 고착으로 배를 돌릴 때 키에 작용한 압력이 조타수가 입력한 수치보다 훨씬 커졌고 이것이 세월호가 넘어진 최초의 계기가 됐다. 다만 이에 대해서 선조위 전체가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어쨌든 넘어진 세월호는 영영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정상적인 배는 기울어져도 이내 평형상태로 돌아온다. 기울어진 배가 다시 돌아오려는 성질을 수치화한 ‘복원성수치’(GoM)라는 게 있는데 선조위 일부 위원들은 “세월호의 복원성수치가 출항 때부터 낮았기 때문에 되돌아오지 못했다”(내인설)고 주장한다. 이에 “복원성수치가 낮은 것만이 배가 전복된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열린안)고 주장하는 위원들도 있어 결국 보고서는 둘로 나뉘어 쓰였다. 이견에도 불구하고 공통으로 인정되는 사실은 배에 실린 철근 등 무거운 화물들이 제대로 묶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월호가 20도쯤 기울었을 때 화물들은 굉음을 내며 배의 왼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게중심이 쏠린 세월호는 결국 완전히 평형상태를 잃었고 1시간 40분 만에 130도까지 기울었다. 결국 세월호는 뱃머리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속수무책 ●완전히 열려 있던 세월호 배가 넘어진 지 1시간쯤 지났을 때부터 안으로 물이 새기 시작했다. 완전히 기울었을 때 선내 갑판 두 곳은 완전히 침수된 상태였다. 밀려든 바닷물은 세월호를 바다 밑으로 끌어당겼다. 무척 빠른 속도였다. 선조위는 세월호가 침몰 당시 완전히 열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대부분 선박에는 ‘수밀문’이 있다. 바닷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문이다. 한국선급 지침에 따르면 수밀문은 배가 정박했을 때만 열어두게 돼 있다. 출항할 땐 반드시 닫아야 한다. 통상 항해 중 열어둘 때도 있지만 반드시 조건이 붙는다. 비상 상황에서 원격으로 폐쇄할 수 있어야 한다. 세월호의 모든 수밀문은 열려 있었고 배가 전복됐을 때도 닫히지 않았다. 아무도 닫을 생각을 하지 않아서다. 속수무책 밀려든 바닷물은 배 안을 자유로이 흘러다녔다. 선조위 조사 결과 수밀문뿐만 아니라 배 안에 있는 맨홀도 모두 열린 상태였다. 박기호 당시 세월호 기관장은 선조위 조사에서 “(맨홀을) 닫아둔 상태로 운항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만큼은 수밀문과 맨홀을 닫아야 했다. 세월호 선원들의 생각은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그저 도망치기 바빴다. 바다 위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세월호는 무방비 상태였다. 이렇듯 안일한 관행에서 비롯된 순간적인 판단 부재는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돌아왔다. 세월호가 만약 닫힌 상태였다면 어땠을까. 선조위가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에 시뮬레이션을 맡긴 결과 수밀문이 닫힌 세월호는 기울기가 65도에서 머무르며 오랜 시간 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촌각을 다투는 구조 현장에서 다만 몇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능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배 위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승객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게 선원들의 임무다. 총지휘자인 선장은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며 필요하다면 퇴선 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준석 당시 세월호 선장에게 그런 의무감은 없었다. 오전 9시 45분. 이 선장은 세월호를 뒤로하고 도주했다. 배 안에 있던 강혜성 사무원은 10번 넘게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승객들에게 방송했다. 방송을 그대로 믿은 사람들은 결국 희생됐다. 세월호 선원들은 구호 활동 준비도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배가 침몰하는데도 구명 뗏목을 투하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은 이 선장은 “깜빡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손지태 당시 세월호 1등기관사는 비상사태에서 배 우현에 있는 ‘슈터’를 내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그는 슈터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슈터는 갑판에서 바다로 승객을 대피시키는 장치다. 해양경찰은 우왕좌왕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선 세월호와 교신하면서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상황을 인지했으면 직접 퇴선 지시를 내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결국 ‘골든타임’을 놓쳤다. 세월호가 50도쯤 기울어진 오전 9시 34분에 해경 경비정인 ‘123정’이 도착했다. 현장에서도 해경의 무능함은 반복됐다. 김경일 당시 123정장은 세월호에 사람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퇴선 방송은 하지 않았다. 김 정장은 “방송이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들리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면 직접 대원들과 배 안으로 진입해서 구조활동을 펼쳐야 했지만 김 정장은 그러지도 않았다. 부실한 구조 활동에 책임이 있는 그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트라우마 ● 무엇이 바뀌었나 우리 사회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재난관리체계는 전반적인 변화를 겪었다. 해양사고 분야로만 좁히면 현장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2015년 신설된 해경 동·서해지역대를 2017년 해양특수구조본부로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여객선 안전 관리·감독 강화 차원에서 카페리(자동차를 싣고 운항하는 여객선) 선령을 30년에서 25년으로 축소했다. 과적을 차단하고자 여객과 화물에 대한 전자발권시스템도 도입했다. 여객선 운항관리 업무도 민간에서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했다. 선박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해사안전감독관 제도도 새로 만들었다. 비상 상황에서 승객이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항해 중엔 선원이 반드시 제복을 착용하도록 했다. 선박 안전규정을 위반했을 때 제재도 강화해 과징금을 최대 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다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사업자에 대한 ‘영구적 결격제도’도 도입했다. 선장·선원이 구조를 하지 않아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처벌도 5년 이하의 징역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도록 법을 바꿨다. 내항여객선 관리 주체도 해경에서 해양수산부로 1997년 이후 20년 만에 환원됐다. 정부 조직도 대폭 손질됐다. 무능한 구조 활동으로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는 해경은 특히 부침을 겪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재난 주무부처인 당시 안전행정부는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로 쪼개졌고 해경은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격하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해수부 외청으로 부활했다. 이때 국민안전처도 다시 합쳐져 지금의 행정안전부로 거듭났다. 인력도 꾸준히 늘었다. 해경에 따르면 현원 기준 해경 인력은 2013년엔 8499명이었지만 지난해 11월 1만 560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특히 해경은 지난해 기준 762명 수준인 구조 전문 인력을 2020년 1154명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해경은 현재 구조현장에 투입할 대형 헬기 2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8년 총 5대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1월엔 잠수지원함도 1척 사들여 중앙해양특수구조단에 배치하기도 했다. 지향점 ●같은 아픔 겪은 스웨덴은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해양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1년 뒤인 2015년 2740척의 배에서 해양사고가 발생했으나 지난해엔 3434척까지 많아졌다. 인명 피해는 지난해 총 89건으로 56명이 사망했고 33명이 실종됐다. 지난해 기준 어선 사고가 1937건(56.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화재·침수·좌초 사고가 전년 대비 23.1% 증가했다. 세월호 이후 대표적인 해양사고로는 ‘추자도 돌고래호 전복사고’(2015년·15명 사망·3명 실종),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2017년·15명 사망)가 있으며 지난해에도 ‘완도 근룡호 전복사고’(2월·2명 사망·5명 실종), ‘통영 11제일호 전복사고’(3월·4명 사망·4명 실종), ‘목포 2007연흥호 충돌사고’(4월·3명 사망·3명 실종) 등이 발생했다. 이렇듯 끊이지 않는 해양사고 속에서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의 지향점은 어디가 돼야 할까. 전문가들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스웨덴의 사례를 제시한다. 1994년 9월 스웨덴 로로선(컨테이너선) ‘에스토니아호’가 침몰해 탑승객 989명 중 852명이 숨졌다. 사고 발생 3년 뒤 사고조사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는 사고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도착시각을 지켜야 한다는 선장의 압박감, 선원들의 늦은 대처, 선박설계 오류 등이다. 단순히 개인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을 넘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스웨덴은 현재까지도 같은 해양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의 개선이다. 조직 내 모든 활동에 안전과 관련된 내용을 반영하면서 구성원들이 안전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한다. 리더인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에게도 사고 상황에서의 리더십을 배양한다. 선박을 설계할 때도 기관실을 이중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격벽을 설치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 자체가 거대한 ‘구명정’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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