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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고전 6편, 우리시대 성소수자 이야기로 변주하다

    해외고전 6편, 우리시대 성소수자 이야기로 변주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전을 이 시대의 퀴어 이야기로 다시 쓰면 어떨까. 현재 한국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고전 속 인물과 상황을 현대로 옮겨와 성소수자들의 섬세한 사랑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냈다. 퀴어문학 전문 출판사인 큐큐가 출간한 국내 첫 퀴어 단편선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다. 김금희, 김봉곤, 강화길, 박상영, 임솔아, 이종산 작가가 참여한 이 소설집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 조지프 세리든 르 파누의 ‘카밀라’,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허먼 멜빌의 ‘선원, 빌리 버드’,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등 해외 고전을 변주한 단편 6편이 실렸다. 김금희 작가는 총 15편의 단편이 실린 ‘더블린 사람들’ 중 작가가 좋아하는 단편인 ‘애러비’와 ‘죽은 사람들’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레이디’를 선보였다. ‘애러비’ 속에서 친구의 누나를 좋아하는 소년은 친구 유나의 가족을 따라 바캉스를 떠난 한국의 10대 소녀 ‘정아’로 재탄생했다. 겉으로는 의연해 보이지만 감수성 예민한 정아가 유나와의 사이에서 겪는 미묘한 감정을 담았다. 김봉곤 작가는 ‘은하철도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을 재해석한 ‘유월 열차’에서 연인 ‘류’와 열차 여행을 떠난 ‘나’가 느끼는 그리움과 애틋함의 순간을 속도감 있게 그렸다. 감각적인 이야기들만큼이나 인상적인 표지가 눈에 띈다. 하얀색 표지 위에 글씨가 아닌 점자로 책의 제목과 저자명을 새겨 넣었다. 책을 기획한 최성경 큐큐 대표는 “점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소수자의 언어이지만 사실 손으로 만져 보면 육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은 언어”라면서 “눈으로 책을 읽기 어려운 이들이 손가락을 통해 이야기에 닿는 것처럼 퀴어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큐큐는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를 시작으로 국내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큐큐퀴어단편선’을 매년 여름 한 권씩 출간할 예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한여름밤, 책으로 만나는 우주

    [금요일의 서재]한여름밤, 책으로 만나는 우주

    해가 진 뒤 밤이 조용히 찾아온다. 인적은 없고 매미만 시끄럽게 울어댄다. 고개 들어 까맣디 까만 하늘을 바라본다. 빛나는 큰 별, 그리고 그 옆에 반짝반짝 작은 별. 우리가 보는 별은 ‘물체’가 아닌, ‘빛’이다. 빛이 빠르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배웠다. 우주는 아주 넓다. 빛이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밤하늘 건너 우리에게 온 저 별의 빛은 결국 아주 오래전 것이란 이야기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이 우주는 얼마나 크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따라 우주를 다룬 신간 3권을 펼쳐본다. ◆빛 분석해 우주 지도 그린다-매일 밤 우리가 보는 수천 개의 별은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의 별에 지나지 않는다.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우주 안에는 모양·크기·나이가 제각각인 수천억개의 은하가 있다. 은하마다 또 수천억 개의 별을 저마다 거느린다. 우리 지구는 이런 은하들이 각기 방출하고 흡수한 뒤 결합한 빛을 온몸으로 받는다. 이 빛을 연구한다면 우리는 우리 은하와 외부 은하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또 우주의 구성 성분도 밝혀낼 수 있다. ‘우주의 지도를 그리다’(글항아리 사이언스) 저자 제임스 기치는 관측 천문학자로, 우주를 더 깊이, 더 멀리,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매일 빛을 모은다. 광자 가운데 일부를 포착하고 분석해 그것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방출되었는지 알아내고자 노력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의 존재를 최초로 입증했던 100년 전 ‘나선성운들’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은하가 어떻게 형성·진화했는지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은하에서 극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의 성질과 진화 방식에 관한 최신 관측 자료는 물론,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관측 천문학 연구 분야 사례를 풍부하게 소개한다. 나아가 우주에 대한 ‘세계 모형(world model)’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108장에 이르는 컬러 도판이 우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몰랐던 우주물리학 쉽고 재밌게-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클까. 그런데 왜 우주는 텅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일까. 그리고 우주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우주에 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뿐이다. 우주는 인류의 직관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런 우주를 ‘코스모스 오디세이’(사회평론) 저자 호르헤 챔과 대니얼 화이트슨이 우주물리학으로 풀어낸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강입자 충돌기(LHC)처럼 많이 들어봤지만 알지 못하는 개념에서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쿼크와 반물질 등 우리가 밝혀내야 할 미지의 존재까지 드넓은 우주의 세계로 안내한다. 호르헤 챔은 앞서 스탠퍼드 대학원 재학 시절, 대학원생의 고달픈 삶과 이공계의 현실을 그린 ‘PHD COMICS’를 연재해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는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저자는 우주물리학의 개념과 원리를 일러스트와 적절한 설명으로 알려준다. 예컨대 ‘질량’이 무엇인지에 관해 ‘질량이란 그 안에 있는 물질의 양이 아니라 입자에 붙여진 신비한 양자 이름표’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삽화는 이해를 돕고 책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반물질,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원소, 중력과 공간, 그리고 시간과 차원 등을 비롯해 빅뱅과 우주 너머까지, 우주물리학을 재밌게 즐겨보자. ◆우주 바라보고 인간을 돌아보다-천체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딜까.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다. 버지니아대 천체물리학 교수 트린 주안 투안이 북반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이곳을 찾았다. 청색 밀집 왜소은하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저자는 땅거미에서 새벽녘까지 은하를 분석하고, 우주의 기원을 발견하려고 수십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흑색물질의 수수께끼를 조사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덧없음, 인간 존재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어린 시절 베트남 전쟁을 겪었다. 그에게 밤이란 포탄소리가 울리는,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위험한 시간이었다. 이후 스위스의 로잔으로 유학을 떠난 저자는 밤중에 유탄이 날아들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안심하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밤에 관한 이런 생각을 저자는 다양한 문학·예술작품과 함께 녹였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밤에 드리는 시’를 비롯해 고흐, 샤갈, 피카소, 뭉크, 르네 마그리트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밤을 돌아본다. 사랑과 두려움, 신비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해발 4207m의 천문대 연구 과정과 결과, 그곳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명화와 글이 잘 어울린다. ‘과학과 아름다운 예술의 조화’라는 찬사 속에 프랑스 천문학회가 뽑은 ‘2018년 올해의 천문학 도서’로 선정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수천번의 붓질로 탄생한 초상화, 사진과 비교할 수 없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수천번의 붓질로 탄생한 초상화, 사진과 비교할 수 없죠”

    을지로입구 지하서 40년 외길 김진삼 작가가 말하는 ‘초상화’누구나 카메라를 가진 ‘1인 1카메라’ 시대다. 뭔가 색다르거나 의미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수시로 “찰칵”한다. 특히 자신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이를 공유하는 SNS시대가 된 요즘 ‘셀카’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어찌보면 자기 도취에 빠진 나르시스가 된 것이다. 이런 시대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것도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물 사진이 넘쳐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40년째 초상화를 그리는 작가 김진삼(71)씨는 “스마트폰 사진은 순간적이지만, 초상화는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까지 담는다”고 말한다. 3일 오후 서울시청 바로 앞 지하도에 있는 그의 화실 ‘후암 초상화 연구소’를 찾았다. 화실 밖 유리창에는 이승만, 세종대왕, 제임스 딘 등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 찾기는 쉽다. 지하도를 오가는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잠깐씩 초상화를 구경하곤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액자를 박차고 나올 듯한 초상화 주인공들··한 자리서 40년된 화실 화실에 걸린 견본 초상화들이 액자를 박차고 나올 듯 살아 꿈틀거린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김수환 추기경이 “괜찮아”라며 위로하고, 맥아더 장군은 앞을 쏘아보는 눈길에서 불굴의 의지가 엿보인다. 혜민 스님은 금방이라도 말을 붙여올 것같고, 처칠에게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는 연설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세밀화를 그리는 초상화 작가의 눈매는 뭔가를 꿰뚫어보고 얼굴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생겼을 것이라는 기자의 선입견과는 달리 김진삼씨는 잘 늙어가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여기서 작업한지 40년이 넘었어요. 별의별 사람을 다 겪었으니, ‘에라, 모르겠다’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됐지요. 허허.”그에게 “마음 편하게 산다”는 게 뭔지 묻자 “초상화를 의뢰하러 들어오는 사람은 굉장히 반갑지만, 나중에 찾으러 오는 손님이 두렵고 무섭다”는 답이 돌아온다. “간혹 ‘얼굴이 다르다’며 안 찾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손님을 만나면 젊은 시절엔 의뢰한 사진을 보여주며 따졌지만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가져가지 마세요’라고 하지요.” 40년째 하다보니 요즘은 손님에게서 타박 맞는 일은 없지만 “손님이 반가우면서 무서운 우리네 마음이 양복쟁이 마음과 같지 않겠느냐”고 한다. 수입을 묻자 그는 “노령 연금으로 화실 임대료를 낸 적도 많다”며 웃어 넘겼다. ●“빛 바랜 사진에는 의뢰자의 추억이 담겨···그 마음까지 담아야” ‘초상화에서 얼굴이 다르면 문제가 아니냐’고 따지자 그는 “의뢰자가 빛 바래고 작은 부모님 사진 한 장을 갖고 오지만 사실은 자신의 기억 속의 이미지를 그려주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무슨 수로 그런 추억을 알겠느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의뢰자의 눈매나 입술 등을 자세히 관찰하고, 사진 속의 인물과의 관계와 닮은 점 등을 묻고 참고해 초상화에 담기도 한다. 낡은 사진이라도 한 장 있으면 다행이다. 사진도 없는데 의뢰자가 말해주는 대로 몽타주 그리듯 한 적도 많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경찰서에 가서 몽타주를 그려주기도 했다.“모 문중에서 조상님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거예요. 후손들은 아무도 본 적이 없고, 행장과 같은 문중 기록에 남아있는 ‘기골이 장대하고, 눈빛이 형형하고’ 이런 것을 근거로 해서 상상화를 그려야 했지요. 너무 막연해서 그래서 항렬이 높은 후손들 몇분의 사진과 기록을 근거로 그려드렸더니 만족하더라구요.” 김씨는 “후손들이 초상화 대상인 조상을 잘 알거나 전혀 모르면 (그리기) 편한데 어설프게 알면 “이게 아닌데”, “저게 아닌데···” 하면서 까다로워집니다”고 말했다. ●“정주영 회장, 사진 한 장 없는 선친 의뢰···새벽마다 청운동서 설명” 심지어는 사진도 없이 의뢰하는 손님도 있단다. “우리 아버지가 최불암씨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눈매만 이렇게 고쳐주세요’ 하더라구요. 사진 한 장 없는 아버지, 그 기억은 자식들 마음 속에 있는 것이든요.” 1948년 황해도 개풍군에서 태어난 그는 6·25 한국전쟁이 터진 3살때 남쪽으로 피난 내려왔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북에 두고 내려왔기에 사진 한 장 없는 후손들의 애틋한 심정을 제가 좀 잘 알지요.” “한번은 정주영 회장님이 아버지를 그려달라고 했어요. 남긴 사진 한 장도 없는데. 그래서 사흘에 한번씩 새벽 5시에 정 회장의 청운동 자택에 찾아가 설명을 듣고 그림을 그려 가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눈매가 달라’라고 했어요. 그러면 수정해서 다시 보여드리면 ‘아까 그게 더 비슷해’라고 해서 다시 원래 그림으로 바꿔드리면 ‘아냐, 아냐’라며 퇴짜를 놓아지요. 그래서 ‘가족 중에 누가 가장 비슷하게 닮았느냐’고 묻자 정몽준 회장이라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허바허바 사진관에서 정몽준 회장님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기도 하더라구요. 그걸 참고해서 그린 스케치도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왕 회장’에게 아버님은 회장님 마음 속에 있으니 굳이 그리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지요. 결국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고, 스케치북을 드렸지요.”“이런 일도 있었지요. 1991년인가 어떤 사람이 와서 ‘밖에 세워둔 6호 크기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얼마냐’고 묻기에 ‘40만원’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다음날 가져온 사진을 보니 김영삼 당시 총재였어요. 이런 유명 정치인은 40만원에 안된다고 했더니 ‘이미 40만원으로 보고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 초상화가 대선 공보물로 들어가 있더라구요. 대통령에 당선됐지요. 하하.” ●“평범한 사람들, 초상권 문제로 피해···젊은 연예인은 잘 안 와” 그가 가장 비싸게 판 초상화는 내로라하는 재벌이 아니었다. 경북 포항의 한 기업인이었는데 40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도 모 기업 문화원에 걸려있다고 한다. “어느날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사람이 와서 초상화에 대해 정말 꼼꼼하게 묻고 가더라구요. 그리고 가격을 묻기에 평범한 사람인줄 알고 200만원이라고 했더니 다음날 가져온 사진이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님이었던거죠. 재벌에겐 이런 가격에 안된다고 했더니 비서실인데 그렇게 상부에 보고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요. 나중에 초상화를 가져가면서 100만원을 더 주더라구요.” 화실에 전시된 그림 가운데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의 모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씨는 “일반인은 ‘왜 함부로 내 얼굴을 그려놨느냐’며 초상권 시비가 나오면 골치 아프니, 그래서 잘 안하지요. 그리고 외국인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해 오히려 그리기가, 성격을 표현하기가 더 쉬워요”라고 말한다. “지나가던 연예인들이 한번씩 들어와서 슥~ 훑어봐요. 과거엔 많이들 왔지요. 자신의 초상화가 없으면 ‘하나 그려서 전시해 놓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한 점 주문하셔야 합니다’고 답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연예인도 있었지요.” 요즘 젊은 연예인들은 “지하로 다니지 않아서인지” 찾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정치인 초상화는 어떠냐고 묻자 호불호가 선명하게 엇갈려서 밖에 내놓기가 애매하다고 답한다. “지난번 촛불 시위대가 이승만 전 대통령 초상화를 보더니 “당장 치워라”며 유리창을 발로 차고 그래서 저와 한바탕했지요.” 이 화실에서 그림이 아닌 사진도 한 점 있단다. “저기 백범은 사진입니다. 초상화 원본은 김구재단에 걸려있고, 그 재단에서 제가 그린 초상화를 사진 찍어 보내준 겁니다.” ●“영정 초상화 분위기 많이 바꿔···웃으며 차 한잔 권하는 모습도”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후 늦어 문을 닫으려는데 어떤 사람이 급하게 사진 한 장 들고 달려왔습니다. ‘우리 아버지인데, 병원에서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영정 초상화로 내일 아침에 쓸 수 있게 완성해달라’고 합디다. 그래서 밤을 새워 그렸죠. 그런데 다음날 사진을 찾으러 오지 않는 거예요. 오후에 전화가 와서는 ‘고비를 넘겨 건강이 회복됐습니다. 영정 초상화가 당장 쓸모 없게 됐으니···다음에 찾으러 가겠습니다’고 해요.” 이런 상황을 많이 경험한 듯 그는 영정을 미리 그려두면 수의를 준비했을 때처럼 “오래 산다”고 말해준단다. 그는 요즘 영정 초상화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전엔 무게 잡고, 경직된 모습이었는데 요즘엔 ‘내 상가에 오신 조문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듯 웃으면서 술 한 잔, 차 한 잔 권하는 모습이 많지요.”그가 초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박봉’ 때문이다. 그림 솜씨를 타고난 그는 20대 시절엔 문화공보부 미술실 소속 공무원이었다. “그 당시 포스터 그리고, 글씨 쓰고···박정희 대통령의 선전기관이었죠. 그런데 당시 월급이 겨우 쌀 반가마였죠. 초상화를 그리면 돈을 잘 벌 수 있겠다 싶어서, 1978년에 여기에 화실을 연 거죠. 처음 한 10년동안에는 그림 퇴짜도 많이 받고, 공무원 그만둔 것 후회도 하고, 갈등이 정말 많았죠.” 자영업자의 간판이 2년을 넘기기 어려운 요즘 그는 한 곳에서 40년동안 화실을 운영했다. 그의 실력을 짐작케 한다. “초상화 공부는 처음에 사사를 받았죠. 한 10년 그리니깐 초상화를 알겠더라구요. 경지에 도달하려면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돼요. 지금까지 하루 10시간씩 40년은 그렸다고 봅니다. 집안에 그림 그리는 DNA도 물려받고, 두 딸도 유화를 좋아하더라구요.” ●오른손에는 잔 근육들이 발달···손가락 끝엔 굳은 살 허락을 받아 오른손잡이인 그의 손을 만져봤다. 손 등은 두툼했고, 손바닥은 부드러웠다. 손에는 세밀한 근육들이 발달해 있었다. 하지만 5개 손가락 끝에는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 “인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눈과 입이죠. 코는 크기와 중심을 잡아주는 반면 눈과 입은 분위기와 표정을 살려주지요.” 사진은 변하지만 초상화는 변하지 않는다. “실크 재질에 아교칠을 한 물감으로 수천번의 붓질로 탄생한 초상화는 생명력이 있어요.” 사진과 비교할 수 없는 질감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초상화를 의뢰할 때 인물 사진이 많으면 좋단다. 그리고 인물의 성격이나 분위기, 특성 등을 설명해주면 초상화를 그릴 때 엄청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족들 초상화는 부모님만 그렸죠. 그동안 제자들 가르치느라 또 작품하느라 시간이 안 나서 못했는데 이젠 제 초상화, 자화상도 한번 그려봐야죠.” 그러나 눈이 침침해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때 이 곳이 문을 닫는 게 아닐까하는 것이 그의 걱정이다. 점점 초상화 화실이 줄어드는 탓이다. “철공소가 대형화되어 하나가 살아남듯, 초상화도 수요는 적어지겠지만 살아남을 겁니다. 이곳을 제자가 넘겨받아 이어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글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월드 Zoom in] 美 ‘고율관세 부메랑’ 철강 가격 33% 급등…소비자·기업 직격탄

    [월드 Zoom in] 美 ‘고율관세 부메랑’ 철강 가격 33% 급등…소비자·기업 직격탄

    일부 업체 생산공장 해외 이전 검토 오토바이·콜라·맥주 값 줄줄이 올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관세 부과 조치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고율관세 부과에 따른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소비 욕구를 꺾는 데다 생산자 물가 상승을 우려한 미국의 일부 업체들이 ‘해외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소비자들이 오토바이를 시작으로 콜라, 맥주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관세 부과 충격을 체험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 부과를 강행함으로써 미국 내 철강, 알루미늄 가격이 올 들어 33%, 11%나 치솟았다. 이에 따라 철강·알루미늄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소비재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캠핑카 등 레저(RV)용 자동차 제조업체 위네바고 인더스트리는 가격 인상과 함께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아이오와주 포레스트시티에 소재한 이 회사는 젊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몇 년 동안 RV 판매량이 급증해 생산량 확대를 위해 2500만 달러(약 281억원)를 투자했다. 마이클 해프 위네바고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 상승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떠날까 두렵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율관세 부과에 따른 생산자 물가 상승은 소비자 가격 인상을 불러오고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꺾으며 기업순익 감소로 연결되는 경제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 물가는 6개월래 최고치인 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생산자 물가는 수년래 최고치인 3.4% 급등했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 업체들은 생산 공장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할리데이비드슨은 지난 6월 말 생산공장의 해외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할리데이비드슨의 결정을 미국 제조업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맹비난했지만 이 회사 CEO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소재 오토바이업체 폴라리스는 철강·알루미늄제품 가격 인상과 함께 유럽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생산라인을 폴란드로 옮기는 계획을 추진 중이고 인디언 모터사이클도 생산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이다. 고율관세 부과의 부정적 효과는 음식료 업체에도 상륙했다. 코카콜라는 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캔 콜라를 만드는 데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해 이달부터 탄산음료 도매가격을 인상했다. 맥주업체인 샘 애덤스와 보스턴 비어도 하반기에 가격을 2%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무용 가구업체인 스틸케이스는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6월 가격을 인상하는 등 3월 이후 2차례나 가격을 올렸다.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는 “고율관세 부과는 미국에는 재앙적인 조치”라며 “음식료 업체들은 올 3분기에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 러시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한식·찜질방 견학…한국어 재밌게 배워요”

    “한식·찜질방 견학…한국어 재밌게 배워요”

    한국어반 개설 지원·교사 파견 28개국 12만 5000여명 학습 태국 대입 제2외국어에 포함 “활용처 확대 정책적 고민해야”“가나다부터 가르치면 학생들이 다 도망가요. 한국 음식을 만들며 한국어를 알려주고 시카고에 있는 한국식 찜질방으로 수학여행을 가죠.” 미국 신시내티 제임스앤드갬블몬테소리 고교의 한국어 교사인 김인숙씨는 10일 “문화를 통해 한국어를 재밌게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550명인데 약 100명이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운다.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과 달리 이 도시에는 재미교포가 많지 않다. 김씨는 “케이팝과 드라마,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져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한국 하면 ‘북한’, ‘김치’, ‘가수 싸이’ 등만 떠올리는 수준에서는 벗어났다는 설명이다. 김씨처럼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자와 교육행정가 등이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모였다. 교육부가 ‘한국어 채택 지원사업’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한국어 세계어 시대, 세계 속의 한국어 교실을 말하다’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한국어 채택 지원사업은 외국의 정규 초·중·고교에서 제2외국어 또는 선택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할 수 있게 교사와 교육 프로그램 등 물적·인적 인프라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1997년 미국 대입시험(SAT)에 한국어 과목이 포함된 것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고 각국에 한국어반 개설 지원과 교사 파견, 현지 교원 양성·연수 등을 진행해 왔다. 이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 학생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기준 28개국, 1423개 학교에서 12만 5000여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특히 태국에서는 3만 5000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워 전체 한국어 학습자의 4분의1을 차지한다. 태국 방콕 황의학교의 한국어 교사인 터끼엇 세마텅은 “한국 대학에 유학 가서 정보기술(IT)이나 경제, 국제관계 등을 전공하려는 태국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쑤깐야 응암반종 태국 기초교육위원회 사무부총장은 “올해 2월 실시된 태국 대학입학시험(PAT) 제2외국어 시험에 한국어가 포함됐다”면서 “전체 응시생 5만여명 중 약 10%가 한국어를 선택할 만큼 학습 열기가 뜨겁다”고 소개했다. 행사에서는 해외 학교의 한국어 채택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바부 람 가담 네팔 교육부 교육과정 부국장은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한국어반에서 배운 한국어를 기반으로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어 활용처 확대 역시 정책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정 계명대 교수는 “교육부와 재외한국교육원, 현지 교육당국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현지에서 주도적으로 사업하는 재외 한국교육원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한식·찜질방 견학… 한국어 재밌게 배워요”

    “가나다부터 가르치면 학생들이 다 도망가요. 한국 음식을 만들며 한국어를 알려주고 시카고에 있는 한국식 찜질방으로 수학여행을 가죠.” 미국 신시내티 제임스앤드갬블몬테소리 고교의 한국어 교사인 김인숙씨는 10일 “문화를 통해 한국어를 재밌게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550명인데 약 100명이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운다.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과 달리 이 도시에는 재미교포가 많지 않다. 김씨는 “케이팝과 드라마,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져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한국 하면 ‘북한’, ‘김치’, ‘가수 싸이’ 등만 떠올리는 수준에서는 벗어났다는 설명이다. 김씨처럼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자와 교육행정가 등이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모였다. 교육부가 ‘한국어 채택 지원사업’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한국어 세계어 시대, 세계 속의 한국어 교실을 말하다’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한국어 채택 지원사업은 외국의 정규 초·중·고교에서 제2외국어 또는 선택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할 수 있게 교사와 교육 프로그램 등 물적·인적 인프라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1997년 미국 대입시험(SAT)에 한국어 과목이 포함된 것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고 각국에 한국어반 개설 지원과 교사 파견, 현지 교원 양성·연수 등을 진행해 왔다. 이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 학생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기준 28개국, 1423개 학교에서 12만 5000여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특히 태국에서는 3만 5000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워 전체 한국어 학습자의 4분의1을 차지한다. 태국 방콕 황의학교의 한국어 교사인 터끼엇 세마텅은 “한국 대학에 유학 가서 정보기술(IT)이나 경제, 국제관계 등을 전공하려는 태국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쑤깐야 응암반종 태국 기초교육위원회 사무부총장은 “올해 2월 실시된 태국 대학입학시험(PAT) 제2외국어 시험에 한국어가 포함됐다”면서 “전체 응시생 5만여명 중 약 10%가 한국어를 선택할 만큼 학습 열기가 뜨겁다”고 소개했다. 행사에서는 해외 학교의 한국어 채택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바부 람 가담 네팔 교육부 교육과정 부국장은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한국어반에서 배운 한국어를 기반으로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어 활용처 확대 역시 정책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정 계명대 교수는 “교육부와 재외한국교육원, 현지 교육당국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현지에서 주도적으로 사업하는 재외 한국교육원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김균미의 세계는 지금] “Bye Bye 트럼프” …줄 잇는 ‘백악관 엑소더스’ 왜

    [김균미의 세계는 지금] “Bye Bye 트럼프” …줄 잇는 ‘백악관 엑소더스’ 왜

    “그만둘 거야.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존 켈리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몇 달째 사무실을 나서면서 주변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한다. 1년 전 국토안보부장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만 해도 해병대 4성 장군답게 애국심에 불타 “최후의 순간까지 남아 있겠다.”라던 결기는 오간 데 없다고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한다. 수개월 전부터 나돌던 켈리 비서실장의 사임설이 최근 들어 구체화했다. 부임 1년째가 되는 7월 28일을 전후해 그만둘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켈리가 아무리 부인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험담하고 다닌 게 트럼프 귀에 들어가 불화의 골이 깊어졌다는 얘기가 워싱턴 정가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후임으로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닉 에이어스, 스티븐 므느슨 미 재무장관이 미 언론에 오르내리며 후임 발표만 남았다는 게 정설이다. 켈리 비서실장이 그만두면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트럼프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워싱턴 주류의 의견을 반영하던 ‘어른 3명’ 가운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만 남게 된다. 외교·안보정책을 놓고 이견을 표출했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 일찌감치 물러났다. 하지만, 매티스 국방장관도 얼마 전부터 ‘패싱’ 얘기가 나오면서 얼마나 더 장관 자리에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안보 현안이 수두룩한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 내 역학관계 변화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백악관 최고위 참모 이직률 61% 역대 최고” 켈리 비서실장의 사임이 임박한 가운데 세금을 자기 돈처럼 펑펑 쓰고 부정청탁 논란에 휩싸였던 스콧 프루잇 미 환경보호청장이 결국 5일(현지시간) 사임했다. 프루잇의 사임으로 그렇지 않아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트럼프 백악관과 행정부의 최고위급 참모들 이직률이 더 높아지게 됐다. 마사 조인트 쿠마르 미 토슨 대학 석좌교수가 이끄는 백악관 연구팀 조사결과에 따르면 취임 후 17개월 동안 ‘트럼프 백악관’의 최고위급 참모 이직률이 최근 40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보좌관·부 보좌관 이상 31명 중 19명인 61%가 백악관을 떠났다. 오바마 백악관(14%) 때보다 거의 4.5배나 높다. 그동안 최고위급 참모 이직률이 42%로 가장 높았던 빌 클린턴 행정부 때와 비교해도 19%포인트나 높다. 백악관을 떠난 사람 중에는 물의를 빚어 ‘잘린’ 경우도 있고, 자진 사퇴한 경우도 있다. 행정부의 다른 자리로 승진한 경우도 있고, 민간기업으로 옮긴 경우도 있다. 백악관 직원들의 이직률은 대체로 집권 2년차에 접어들고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 변수들을 아무리 고려한다 해도 일반 직원 이직률 37%를 훨씬 웃도는 최고위급 참모들의 높은 이직은 분명히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힘들어서” “상한가 칠 때 옮기자” 이직 이유 제각각 정치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성격과 리더십 스타일, 그리고 참모들의 짧은 정치·행정 경험 등에서 이유를 찾는다. 워싱턴의 리버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캐슬린 던 텐파스 연구원은 분석 보고서에서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스타일이 ‘백악관 엑소더스’를 가져온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쌓은 좁은 인맥에만 의존하고,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비판했던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행정과 정치, 의회활동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로 백악관이 채워졌다. 취임 초부터 쏟아진 굵직한 사건들에 치이면서 참모들의 능력이 한계를 드러냈지만, 남을 못 믿는 트럼프의 성격 탓에 충원할 수 있는 인력풀도 제한적이었다. 참모들의 보고나 제안보다 자신의 직관과 딸·사위 등 가족을 더 믿고 무엇이든 직접 결정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길 좋아하는 트럼프 때문에 참모들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어떻게든 1년만 잘 버텨 백악관 경력을 내세워 연봉 많이 주는 민간 기업으로 옮기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란다.트럼프, 휴대폰 비서실장에 넘기고 트위터 정치 끝낼까 후임 백악관 비서실장이 누가 되든 트럼프 백악관에 ‘왕 비서실장’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그보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래리 쿠드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폭스뉴스 공동사장 출신 신임 공보국장 빌 샤인과 문고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리고 이런 최고위급 참모들 간의 충성 경쟁을 트럼프 대통령은 은근히 즐기지 않을까 싶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잘 따르는 참모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직성이 풀리는 예측불허의 트럼프 대통령을 어지간한 능력과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면 통제는커녕 견제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레인스 프리버스 초대 비서실장도, 4성 장군 출신의 켈리 실장도 실패한, 트럼프 면전에서 그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수 있는 비서실장이 과연 앞으로도 있을지 미 언론들은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는 새 비서실장에게 휴대전화를 맡기는지, 아니면 그대로 갖고 있는지 보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 공감이 간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트위터 정치’를 끝내고 기존의 시스템 정치로 돌아갈지 주목된다. 미 정치시스템의 정상화 여부가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균미 대기자 kmkim@seoul.co.kr
  • 한국 축구 고맙다더니…‘눈 찢기’ 인종차별 행동한 멕시코 유명 셰프

    한국 축구 고맙다더니…‘눈 찢기’ 인종차별 행동한 멕시코 유명 셰프

    멕시코 유명 요리사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국을 향해 인종차별 동작을 취해 비난을 받았다. 28일(현지시간) 메트로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TV 텔레문도 전속 셰프 제임스 타한(James Tahhan)은 이날 한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의 독일전 승리로 멕시코가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것을 축하했다. 그런데 패널들과 환호를 하던 제임스 타한은 손가락으로 두 눈을 옆으로 길게 찢는 동작을 했다. 일명 ‘찢어진 눈’이라고 불리는 이 행동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명백한 인종차별 뜻을 담고 있다. 논란이 일자, 제임스 타한은 공식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 그는 “멕시코의 예선 통과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실수를 했다”면서 “내 행동은 분명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잘못을 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정 한다”면서 “나로 인해 기분이 상한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사진·영상=Youtube Channel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준비 안 된 규제혁신 회의…3시간 전 연기

    文대통령 “답답해, 속도 더 내 달라” 文, 몸살감기… 오늘 ‘연가’ 방침 27일 오후 3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불과 3시간여를 앞두고 전격 연기됐다. 대통령 주재 회의가 임박해 연기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해당 부처의 준비 미흡 등을 사유로 들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문 대통령에게 전화보고를 통해 회의 연기를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월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이후 성과 점검과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총리실은 “규제 혁신의 폭을 더 넓히고 속도감을 높여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자 내용 보강이 필요하고, 핵심 규제 2건(인터넷 전문은행·개인정보 규제 개혁)에 대한 추가 협의도 필요하다”고 연기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 총리가 ‘이 정도 내용은 민간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미흡하다’며 연기를 건의했다”면서 “대통령은 본인도 ‘답답하다’는 말씀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며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도입)을 추진하는 것에도 더욱 속도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어 “갈등을 풀기 어려운 혁신과제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을 10번, 20번 찾아가서라도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유 경제, 여행·숙박 관련 규제 개혁의 미흡함을 지적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회의 연기 사유가 문 대통령의 건강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날 또 다른 일정인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과의 만남도 취소됐고, 전날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 일정도 ‘기상 악화’를 이유로 취소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오후 늦게 문 대통령이 몸살감기에 걸렸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러시아 방문 등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몸살감기에 걸렸다”면서 “청와대 주치의는 주말까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목, 금요일 일정을 취소 및 연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8일 연가 또는 병가를 내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 접견과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자 초청 만찬 일정을 취소·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대통령은 오전에 출근해 집무를 보던 중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면서 “점검회의 취소는 건강과는 무관하며 전적으로 총리 의견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장사정포 철수 가장 극적 긴장 완화… “비핵화 걸림돌 돼선 안돼”

    장사정포 철수 가장 극적 긴장 완화… “비핵화 걸림돌 돼선 안돼”

    당국, 후방배치 논의 안 했다지만 “DMZ 평화지대 후 순차적” 여지 28일 방한 매티스 훈련중단 발표때 장사정포 후퇴도 언급할지 주목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 당국 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서울·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북측 장사정포의 후방 배치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의 핵심 전력으로 분류되는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합의된다면 종전 65년 만에 가장 극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장사정포 후퇴 여부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인근 장사정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철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향후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 여하에 따라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는 배제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18일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 비무장화하는 부분과 비무장지대(DMZ) 지역에서의 최전방 경계초소(GP) 철수 논의가 먼저 돼야 한다”며 “DMZ가 평화지대화되고 나면 그 이후 점차적으로 확대해서 장사정포나 그 주변의 여러 가지 화기들을 뒤로 물리는 문제도 가시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NLL의 평화와 관련해서도 갈등이 있었으니까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인 충돌 방지를 위한 함정 간의 통화를 재개하는 것부터 시작한 상황”이라며 아직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의 초보적 수준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또는 실무회담에서 남북 간 이견을 조율한 이후에 남북 장관급 군사회담을 통해 장사정포 후방 배치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측 장사정포의 서울·수도권에 대한 위협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강조해 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 2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청문회 보고서에서 북한이 사실상 경고 없이 서울·수도권에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며 장사정포의 위협을 자세히 지적했다. 오는 28일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만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관련한 발표를 하면서 장사정포와 관련한 언급을 할지도 주목된다. 다만 장사정포의 후퇴 여부가 비핵화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현 국면에서 또 다른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의 반대 급부로 장사정포 후퇴를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을 지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의 보수 언론으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도발을 제거하자고 한다면 김정은에게 DMZ의 북한 병력을 후퇴시켜 서울이 장사정포의 사거리에서 벗어나도록 요구하는 게 어떤가”라며 “그것은 선의의 제안으로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전 이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한번도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는 1000여문의 장사정포 후퇴와 잠정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동급으로 놓고 해결하자는 것이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사정포를 30~40㎞ 후방 배치하면 수도권에 대한 위협이 줄어들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남북 군 당국이 상호 신뢰를 쌓은 다음에 차근차근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불신의 벽 허무는 ‘첫걸음’…비핵화 로드맵 수립 서둘러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불신의 벽 허무는 ‘첫걸음’…비핵화 로드맵 수립 서둘러야”

    “북·미 교감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 미흡한 비핵화 관련 합의는 실망”“핵 폐기·검증 등 결정적 문제 빠져 北, 살라미 전술로 시간 벌기 우려”“美 핵우산·주한미군 철수 이슈화정치적 상황따라 동력 상실 우려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상당수는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70년간 지속된 불신의 벽을 허무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로 신뢰를 쌓아 가며 정전선언-평화협정-국교 정상화로 나아가는 전환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북·미 두 지도자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교감 관계를 형성했다”면서 “이것이 한반도의 긴장과 충돌 위험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리 새모어 하버드 벨퍼센터 사무총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개인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한국의 평화 체제와 제재 완화 등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의 시작”이라고 평했다.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북·미 간 신뢰 회복의 출발점으로, 공동성명의 정신을 이어 간다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신뢰 회복’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앞섰지만 북한 비핵화 측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새모어 총장은 “이번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의 단계적 로드맵과 검증, 그에 따른 보상 등 결정적인 문제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쇼프 연구원도 “이번 정상회담이 (비핵화 관련) 많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쇼프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압박이 약화될수록 미국과 국제사회의 레버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핵무기 폐기와 검증 등 신속한 비핵화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모어 총장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비핵화 로드맵 협상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북·미 간 구체적인 실무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했지만 그것이 북한의 비핵화인지, 한반도의 비핵화인지 불분명하고 앞으로 미국의 핵우산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새모어 총장은 “북·미 간 실무협상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자칫 비핵화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박 교수는 “러시아 스캔들과 오는 11월 중간선거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북·미 협상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북·미의 갈 길이 험난하다”고 봤다. 북한 특유의 협상 전략인 ‘살라미 전술’에 대한 경계심도 제기됐다. 살라미 전술은 협상을 여러 단계로 토막 내 각 단계마다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새모어 총장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빈 약속’인지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 유예를 하면서 배후에서 기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식의 시간 벌기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쇼프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에 한층 유연해진 태도를 보일 수 있지만, 북한의 상황 변화, 즉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이 있을 때만 가능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섣불리 대북 제재를 풀어 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팩트 체크]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트럼프 ‘CVID’로 받아들였다

    [팩트 체크]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트럼프 ‘CVID’로 받아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인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북·미 정상 간 역사적 첫 회담에 대한 평가가 관련국들을 중심으로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성명과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공동성명 내용의 후퇴’, ‘미국의 양보’ 등 4가지 쟁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주장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에서 ‘완전한 비핵화’(CD)로 후퇴한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밝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선언이 ‘북한에 너무 큰 선물을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남긴 4대 논란을 팩트 위주로 분석했다.1. CVID 없다고 미진한 합의? CVID 사실상 불가능한 개념 美, 北 ‘CVIG’ 제공 불가 판단 지난 12일 타결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용어 대신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이 들어갔다. 이를 두고 일부 강경 보수층에서는 CVID라는 단어가 빠졌다는 이유로 미진한 합의라고 비판한다. 이런 비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회담 전 언론에 “CVID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수차례 밝히면서 기대치를 높인 탓도 물론 있다. 하지만 북핵 협상 역사를 자세히 알고 보면, CVID라는 문구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사실 CVID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건 조건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우리는 패전국이 아님에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내건 조건에 굴복을 강요한다”며 반발해 왔다. 만약 미국이 CVID를 관철하려면 북한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을 수용해야 공평하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와 북한이 요구하는 CVIG를 동시에 타결하는 게 주권국끼리의 대등한 협상이라는 논리다. 이번에 미국이 끝내 CVID를 관철하지 못한 것은 현 시점에서 북한에 CVIG를 주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어의 의미상으로만 봐도 CVID는 중언부언의 측면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에 이미 ‘검증가능’과 ‘불가역적’이라는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방송에 출연해 “사실 누군가에게 ‘당신을 완전히 사랑한다’고 하는 것과 ‘당신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의미상으로는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면서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표현의 진의를 이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CVID가 아니라고 봤다면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이행의지를 CVID로 받아들인 것이 이번 회담의 핵심”이라고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보수 근본주의자들 입장에서는 완전한 검증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CVID는 사실상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 한미훈련 중단, 위험한 양보? 北 ‘비핵화 연기’ 빌미 안 주기 “한·미 통상적 군사훈련은 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우리가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협상 파트너인 북한을 달래고, 방위비 분담을 협상 중인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맥스선더 훈련에 대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선제공격과 전면전쟁 도발을 가상한 훈련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근원”이라고 비판하는 등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과 미사일 개발 포기의 선물로 ‘합동훈련 중단’을 먼저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도 북한 내 군부 등 강경파에게 핵·미사일 개발 중단에 대한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가시적인 조치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약속 등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줄 ‘선물’은 마땅치 않다”면서 “대북 경제 제재를 당장 풀 수도 없으니 고민 끝에 꺼내 든 것이 바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라고 해석했다. 또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는 한반도 안보 위협이 낮아질 뿐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연기’ 핑계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연합훈련을 굳이 강행할 이유도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합훈련 등 비용을 거론한 것은 방위비 분담 협상에 나서고 있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수’까지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백악관은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한·미 간 통상적 훈련은 계속하되 대규모 연합훈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연합훈련의 전면 중단이 아니라, 부분 중단 내지는 축소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결정이 주무부처와 논의한 뒤 나온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해 ‘코리아 패싱’(한국 소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3. ‘9.19공동성명’보다 후퇴? 정상회담선 큰 틀 포괄적 합의 실무자 간 결과물과 비교 오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포기를 명시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실무자들 간 회담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을 큰 틀에서의 포괄적 합의를 도출할 수밖에 없는 정상회담의 산물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한 오류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9·19 공동성명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관계정상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일각에서는 4개 항으로 구성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문구가 없는 것을 이유로 합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9·19 공동성명의 서명 주체는 송민순 당시 외교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같은 실무자들이었다. 실무자급 회담이면 성명 내용에 CVID와 같은 구체적 문제가 먼저 명시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밑에서 위로 접근하는 ‘보텀 업’ 방식이 아니라 70년간 적대 관계였던 국가의 정상 간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번 공동성명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비핵화 관련 문서로 무게감이 남다르다. 또 앞으로 이어질 후속 회담과 각종 실무회담에서 CVID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후속 회담을 시사했다. 오히려 이번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1항에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북·미 간 신뢰 부족 문제를 정확히 짚은, 보다 진전된 성명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9·19 공동성명도 구체적인 이행 방법이나 날짜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북핵 문제의 근본 원인이 북·미 간 적대적 관계의 산물이었다는 점을 제대로 짚은 성공한 회담”이라고 평했다.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4. 트럼프가 양보한 게 많다? 새 북·미관계 수립 먼저 언급 北 실질적 비핵화 ‘액션’ 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에 대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손해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양보’가 두드러지지만 오히려 사업가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과 신뢰를 쌓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투자’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북·미 공동성명의 문구 배치 순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장 핵심 현안으로 꼽혔던 비핵화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이 먼저 언급된 데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그동안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입장을 고수한 데 대해 북한은 ‘선 평화체제 구축, 후 비핵화’로 응수해 왔다. 그런 만큼 공동성명은 일종의 타협안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방이 될 수 있다”는 오래된 경구를 언급하며 북한과의 정상적 외교관계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적대국으로 대치해 온 북한의 김 위원장이 가장 듣고 싶어 한 ‘표현’을 던지고, 북한의 실질적인 ‘액션’을 유도했다. 큰 돈이 들지 않는 덕담으로 김 위원장을 세계 외교 무대에 데뷔시키고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인정한 대신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나 핵실험 등 관련 연구를 중단한다는 북측 약속을 받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건 현실에 순응한 판단 변화로 읽혀진다. 그동안 일괄타결을 통한 단시간의 비핵화를 강조한 기존 입장에서 물러난 언급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고집해 온 북한 입장을 어느정도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기대 이상의 선물까지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제안했고, 하길 원하는 체제 보장 조치”라고 발언했다. 미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체제 보장 조치를 제시한 건 그만큼 북한 최고지도자로부터 받아낼 반대 급부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단기적 이익의 관점에서는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적인 측면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는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 더 멀리 내다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문정인 특보 강연] “실용파 김정은, 남북회담때 주한미군 문제 한마디도 안 꺼냈다”

    [문정인 특보 강연] “실용파 김정은, 남북회담때 주한미군 문제 한마디도 안 꺼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주최 제19회 ‘광화문라운지’ 강연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북핵 협상 관련 중요한 내막을 공개했다.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문 특보는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는 북핵 협상 추이와 방대한 현상에 대해 특유의 분석을 막힘 없이 펼치기도 했다. 문 특보의 강연 내용을 직접화법 형식으로 싣는다.얼어붙었던 한반도 작년 한 해 상당히 어려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해서 지난해 12월 말까지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11차례 했다. 지난해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했는데 수소폭탄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폭탄이 19킬로톤,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게 25킬로톤이었는데, 북한이 실험한 수소폭탄은 최근 추정에 의하면 300킬로톤이다. 문 대통령은 정신이 없었을 거다. 또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최초 입장은 대화와 협상은 안 한다는 거였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계속 강조했다. 군사 행동까지 옵션에 있었다. 지난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허버트 맥매스터 등은 “예방 전쟁을 하겠다”, “북한이 가진 전략 무기 중에서 미국에 위협이 되는 것을 뿌리 뽑겠다”고 얘기했다. 미국 언론과 워싱턴의 전문가 대부분이 “선제 타격할 때가 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이 북한에 선제 타격했을 때 한국이 큰 부수적 피해를 입을 거라는 이해가 있었는데, 일부가 얘기했던 게 ‘코피(bloody nose) 전략’이었다. 그들은 “북한의 중요 핵 군사 시설과 거점을 선별적으로 골라서 타격을 가하면 북한이 손들고 나올 거다”, “시리아처럼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할 용의가 있었고 실제 준비를 했다. 펜타곤(미 국방부)은 올해 3월까지 (군사적) 방안을 갖고 나오기로 했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쯤 펜타곤은 1차적으로 11가지 (군사)옵션을 전부 다 준비했다고 얘기했다. 한반도가 상당히 위태로웠다. 북한이 계속 도발적으로 나왔고 미국은 과거와 같이 대화를 하거나 적대적 무관심 전략으로 가는 게 아니라 군사 행동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하면서 미·중 간, 한·중 간 갈등이 생겨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정치 지형은 상당히 양극화돼 문 대통령이 일하기 상당히 어려웠었다.이런 상황에 반전을 가져 온 게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당히 전략적으로 나왔던 거 같다.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북한은 “우리는 완전히 핵무장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ICBM의 경우 미국은 15~17차례 시험 발사해 안정성과 통제성, 표적에 대한 정확도를 확정 지은 다음에 실전 배치한다. 그런데 북한은 한 번 하고 성공했다고 해석하고 핵무장을 완성했다고 나왔다. 그때 북한을 전공한 사람들은 북한이 평화공세로 나올 거라고 봤다. 아니나 다를까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가겠다”, “남측하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다행스러운 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1월 4일에 전화를 해 “남북한 간 대화를 축복해 줄 테니 계속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창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하는 거 동의한다고 했다. 이 얘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계속 (북한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봄’ 북측에서는 (평창올림픽 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왔고 문 대통령이 김 부부장을 따뜻하게 환대했다. 김 부부장이 돌아가서 보고했고, 김 위원장은 화답으로 3월 5일 특사단이 평양에 갔을 때 아주 정중하고 따뜻하게 대접했다. 그리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평창올림픽 폐회식 때 와서 실질적인 얘기를 했다. 핵심은 3월 5일 우리 특사단이 평양에 갔을 때 저녁에 김 위원장이 식사하면서 우리 측이 계속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즉 “4월 이내에 정상회담을 한다”, “남북 정상 간 직통 전화를 개설한다”, “군사적으로 체제 위협이 없으면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없다”, “비핵화는 선대 유훈이다”, “우리는 미국하고 대화하고 싶다” 등. 김 위원장은 이런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우리 대표단에 얘기했다. 나아가 “한·미가 예년 수준의 군사훈련을 하면 우리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과거에는 북한이 이런 답변을 할 거라고 기대도 못 했다. 특사단이 평양에 갔다 오자마자 워싱턴에 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특사단을) 만날 일정이 없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원장이 첫 접근을 잘했던 거 같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가 (평창에) 와서 상당히 성과가 좋았다”, “이방카가 아주 외교적으로 잘해서 한국에 이방카 팬클럽까지 생겼다”고 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했다더라.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방카가) 아주 잘할 거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는데, 이방카를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특사로 보내는 데 (참모들의) 반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특사단 방문) 당시 맥매스터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참석했는데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 표명을 했었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왜 클린턴, 부시, 오바마가 대북정책에 실패한 줄 아느냐. 참모들 얘기만 들어서 실패했다. 나는 내 길로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사단 면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대변인실로 가서 한·미 합의 내용을 한국 특사단이 얘기할 거라고 말했는데, 사전에 준비된 게 아니었다. 리얼리티쇼 할 때처럼 본인이 전부 했다. 그렇게 지금 상황까지 온 거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남북미 정상들의 ‘케미’ 김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문 대통령이 이를 잘 파악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아주 성실하고 효과적인 중재 역할, 중간자 역할을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기에 화답을 하는 등 3박자가 맞으면서 지금 상황까지 온 거 같다. 그래서 판문점 회담이 열렸다. 나는 판문점 선언에 직접 참여한 사람은 아니지만, 선언을 보면 놀라운 게 서문에 통일이란 단어가 들어가지만 통일보다 강조하는 게 평화라는 점이다. 한반도에 더이상 전쟁은 없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건 문 대통령의 평소 소신이다. “평화가 먼저 있어야 통일이 의미 있지, 평화 없는 통일은 흡수통일, 무력통일일 텐데 이는 바람직한 게 아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입장이 반영됐다. 판문점 선언 3조는 제일 의미 있는 부분이다.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채택하고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평화체제를 만들며 병행해서 남북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즉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나온다. 이를 위해서 남과 북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국제적 협의와 지원을 확보해 나간다는 게 기본 내용이다. 마지막에는 올해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고 돼 있다. 선언문 자체는 아주 좋았다고 본다. (1, 2차와 비교해) 3차 남북 정상회담은 상당히 방대한 목표를 설정했다. 더이상 전쟁은 없고 평화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못을 박았다. 사실상 종전선언을 남북 간에 한 거다. 얼마나 이행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 과거에는 남북이 의제 설정 때문에 엄청나게 싸웠다. 우리는 쉬운 거 먼저 하고 어려운 거 나중에 하자, 경제·사회적인 접근을 먼저 하고 정치·군사적인 문제는 나중에 하자는 입장이었다. 이유는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먼저 다루면 (북측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나오니까 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은 역으로 정치·군사적 문제가 해결돼야 쉬운 것도 되지 이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사회·문화적인 접근 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냐는 논리였다. 남북이 엄청 싸워서 의제 조정이 안 됐다. 그런데 이번엔 우리 측이 화끈하게 북측 제안을, 즉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다루자는 것을 받은 거다. 핵심은 비핵화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상당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 한·미 동맹 재조정 문제를 한마디도 안 꺼냈다. 김 위원장도 이를 의제로 꺼내면 한국이 안 받아서 회담 못 하는 거를 알았기 때문이다. 특사단이 평양 갔을 때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상당히 새로운 접근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아주 쉽게 정치·군사적인 의제를 다루자고 나왔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북측에서 안 들고 나오면 못 할 이유가 없으니까 (회담에) 나간 거다. 비핵화 문제의 경우 문 대통령이 강력히 얘기해서 완전한 비핵화,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북한이 수용했다. 비핵화를 종전선언, 평화협정과 연계시켜 북한이 동의한 것도 새로운 형태라 볼 수 있다. 과거 우리는 북한이 합의 사항을 이행 안 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번엔 김 위원장 스스로가 “과거 많은 합의와 성명이 있었지만 다 이행되지 않았다. 이번엔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얘기했다. 우리 입장에선 허를 찔린 거다. 맥스선더, 즉 한·미 공중 훈련을 했을 때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판문점 선언에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기로 돼 있는데 남측이 합의 이행을 안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것도 상당히 새로운 모습이다. 또 흥미로운 대목은 1, 2차 남북 정상회담에 군 지도부가 나왔는데 그들이 군복 입은 거 한 번도 못 봤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에선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이 군복을 입고 와서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과거 남북 회담 관련해 북한의 주무부서는 통일전선부였다. 통전부가 나서면 다른 부처는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엔 군부도 오고, 리용수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자 외교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도 나왔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원맨쇼 정신이 상당히 강해서 본인이 다 결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단적 의사로서 우리가 판문점에 왔고, 판문점 선언은 우리의 집단적 의사를 반영했다는 것을 보여 줬다.평화협정 체결 이후 지난해 생각해 보면 전쟁 공포 속에서 몸서리쳤는데 지금은 평화의 봄을 얘기하고 벌써 기정사실처럼 얘기하고 있다. 난관은 많을 것이다. 북한의 경우 이번에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 3인방을 바꿨는데, 군부의 저항이 클 것이다. 재래식 군축을 하고 핵무기를 폐기하고 개혁·개방을 하고 당과 내각이 우월적 지위에 오르면 군은 완전히 밀려날 텐데 군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회담 결과가 어느 수준으로 나와야 미국민이 만족할지 고민할 것이다. 내가 뉴욕과 워싱턴에 가서 300명 이상과 토론하며 느낀 바로는 미국 전문가의 80% 정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할 거라고 본다. 그런데 어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조사를 보면 미국 시민의 80%가 ‘트럼프가 잘한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당히 우호적이지만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할 때처럼 (가격을) 후려치는 것은 좋으나 지나치게 후려쳐 판이 깨져버리면 모든 부담은 우리에게 온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판문점 선언에 이어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게 되면 주한미군하고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국내에서 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다룰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또 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 예측 가능하지 않은데 이들을 어떻게 추스르면서 가야 하는가, 엄청난 외교적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일본은 오늘 아베 신조 총리가 미국에 갔다. 자신을 배제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중국은 (이 국면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자신이 인사이더(insider)라고 생각한다. 결국 중국이 참여 안 하면 판이 깨진다. 만약 북한이 합의를 깨면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미국의 제재는 효과가 없다. 중국이 제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 또 미국이 북한 체제보장을 약속했다가 지키지 않을 수 있는데 북한의 체제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문정인 특보는 문정인(67)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1951년 제주에서 태어나 오현고등학교와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 학교 부근에 있던 주한미군과 대화를 하며 영어 실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1969~1971년 제주보건소 평화봉사단원으로 친분을 가졌던 미국인 비올시는 이후 2000년대 미 중앙정보국(CIA) 서울 거점장을 지내기도 했다. 군 복무 시절에는 육군정보사령부 판단관실과 해외공작국 산하 대북공작단 지원 요원으로 영어 번역 업무 등을 담당했다. 1978년 8월 미국 유학을 떠나 메릴랜드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 윌리엄스대 조교수, 켄터키대 부교수로 재직하며 재미한국인 정치학회, 미국국제정치학회 등 미국에서 활동하다 1994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장관급),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과 통일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며 햇볕정책, 동북아균형론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외교, 통일, 안보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모두 참석한 유일한 학자이기도 하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직을 제의받기도 했으나 당시 자신과 아내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었고 아들이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서 스스로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를 지원했고,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직접 지원 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참모들의 좌장으로 평가받았다. 주된 학문적 연구 분야는 동아시아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정치, 남북한 관계, 중동정치, 국가정보론 등이다.
  • “트럼프, 김정은 초청할 수도” 마라라고 북·미 2차회담설

    “트럼프, 김정은 초청할 수도” 마라라고 북·미 2차회담설

    “첫 회담 땐 핵폐기 시간표 요구” 이견 땐 조기 퇴장 전략도 검토‘북한에 비핵화 로드맵 요구, 슈퍼 매파 존 볼턴 카드로 압박, 비핵화 이견 좁혀지면 김정은 마라라고 초청 아니면 회담장 퇴장.’ 도널드 트럼프(얼굴 왼쪽) 미국 대통령의 6·12 북·미 정상회담 전략이 구체화하고 있다.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를 언제까지 폐기할 것인지에 대한 타임테이블(일정표)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무리한 핵폐기의 일방적 요구보다 북한이 스스로 자체 비핵화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괄타결식’ 비핵화 방식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회동 이후 ‘신속한 단계별’ 비핵화로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잘 진행되면 김 위원장을 오는 가을쯤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로 초청하고, 북한과 비핵화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회담장에서 조기 퇴장하는 전략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회담장 밖으로 걸어 나올 각오가 돼 있으며, 북한에 어떠한 양보도 제공하지 말 것을 조언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논의에서 배제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싱가포르행은 ‘북한 압박용’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고위험의 이번 회담이 이틀간 이어질 수도 있고 불과 몇 분 만에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한 번 이상의 회담과 한 번 이상의 대화를 할 수 있다”면서 “핵합의는 2번, 3번, 4번, 5번의 회담이 필요할지 모른다”며 회담의 하루 연장뿐 아니라 추가 회담 가능성도 열어 뒀다. 한편 미국 측에서는 볼턴 보좌관 이외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 등이 참석하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워싱턴에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입지 위축설 나돈 ‘슈퍼 매파’ 볼턴 싱가포르 간다

    입지 위축설 나돈 ‘슈퍼 매파’ 볼턴 싱가포르 간다

    역할 주목… 일각 “대북 압박용” 北 김영철·美 폼페이오 배석할 듯 ‘김정은 절친’ 로드먼 포함설도 역사적인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폐기 방식 등이 논의될 확대 회담 배석자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입지 위축설이 불거졌던 존 볼턴(왼쪽)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미 정상회담 수행단에 포함됐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은 6일(현지시간) “볼턴 보좌관은 싱가포르에 간다. 현지에서 진행되는 회담들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현장에서 모든 회담에 다 배석할지를 포함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맞을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이 잘 진행이 안 될 때, 압박하기 위한 ‘히든 카드’ 성격도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배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월부터 평양과 뉴욕 등에서 세 차례 고위급 회담을 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물밑 협상을 주도했다. 미측에서는 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배석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므누신 장관은 실질적인 대북 제재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비핵화 당근’을 확실히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조하는 인물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폐지 등 북한의 요구에 실질적인 답을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한국계인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 센터장, ‘판문점 실무회담’ 멤버였던 앨리스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도 싱가포르행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뉴욕포스트는 김 위원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미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오른쪽·57)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전날 싱가포르에 도착, 협상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로드먼의 에이전트는 “그가 싱가포르에 가고 싶어 한다”면서도 “아직 최종 여행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사설] 12일 10시 북·미 정상회담, 이왕이면 ‘원샷 빅딜’을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시간이 현지시간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로 결정됐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개최 시간을 공표하면서 “싱가포르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비무장지대(판문점)에서 외교적 협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의 마라톤 판문점 실무협의에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교환 조건에 대한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샌더스 대변인의 브리핑 중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첫 회담’이라는 표현을 쓴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에도 싱가포르 회담이 과정이며 “한 번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한 번에 성사된다고 하지 않았다”고 2,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샌더스 대변인의 언급은 당일 오전, 오후 회담을 상정한 것일 수 있고, 1박2일 혹은 2박3일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으며, 시차를 둔 추가 회담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휴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정상이 만나는 회담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고일 공산도 크다. 미국에서는 12일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만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는 선에서 그치고, 세부 사항은 후속 회담에서 다룰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일간 USA투데이는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푸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까지 나서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에 의해 주한 미군 철수 문제까지 거론되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비핵화 방정식이 꼬일 가능성도 있다. 한·미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만큼이나 미국도 체제보장, 제재해제 등의 보상을 통해 안보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본다. 판문점 실무회담의 강도를 높여 조약이나 협정 수준으로 완전한 비핵화(CVID)와 체제보장(CVIG)을 담은 공동성명을 추출해 내는 ‘원샷 빅딜’이 정답이다. 북핵 해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속전속결로 풀지 않으면 예측 못한 변수들로 북·미의 평화 프로세스가 좌절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낸다는 종전선언이 6·12 회담에서 나와야 한다.
  • “트럼프, 김영철과 주한미군 감축 논의”

    “트럼프, 김영철과 주한미군 감축 논의”

    매티스 국방 “협상대상 아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만남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대북 제재 문제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잠재적 축소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백악관이 밝힌 속기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그(김 부위원장)가 주한미군 규모에 대해 질문을 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많은 것에 관해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에 오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당장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오를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래 어느 시점’이라고 언급하며 ‘비용 절감을 희망한다’고 여지를 남겼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동북아 균형’이라는 측면보다 ‘돈 먹는 하마’로 보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감축이나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개최된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기조연설 직후 ‘남북 관계에 진전이 있으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있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주한미군은) 북한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매티스 장관은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의 어젠다는 아니며, 돼서는 안 된다”면서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이유는 도전 과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의 문제는 한국이 원할 경우, 그리고 한·미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달 하순 서울에서 열리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4차 협상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논의될지 주목된다. 한·미 양측은 지난 3차 협상까지도 “주한미군에 대한 변경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협상 진행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긴장 속 싱가포르…北 김창선, 김정은 숙소 사전 답사 나선 듯

    긴장 속 싱가포르…北 김창선, 김정은 숙소 사전 답사 나선 듯

    샹그릴라 호텔 인근 장갑차·특공대 배치 호텔 인근 도로 3곳 통제·전 차량 검색 다른 유력 후보 카펠라 호텔도 철통 보안 송영무, 샹그릴라 대화 참석·비핵화 논의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이벤트’를 10여일 앞둔 1일 싱가포르는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 등 흐리고 궂었지만 오후 들어 맑게 개어 햇살이 퍼졌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오히려 더 박차를 가하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북한과 미국 실무대표단이 경호와 의전 등을 놓고 협의를 거쳤지만 회담 장소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샹그릴라호텔은 이중삼중의 철통 같은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이날 개막한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로 세계 각국의 국방과 안보 분야 주요 인사가 이 호텔에 집결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예년보다 대폭 경계가 강화됐다고 현지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 호텔 외곽 도로 세 곳이 통제됐고 진입로에는 중무장 장갑차가 배치됐다. 자동화기로 무장한 경찰 특공대가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모든 진입 차량은 차단 바리케이드 앞에 정차해 트렁크 등을 열고 철저한 보안검색을 마친 뒤에야 호텔로 이동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남부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도 일반인의 접근은 쉽지 않았다.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副)비서실장을 비롯한 미국 실무대표단이 투숙한 이 호텔은 과거 영국군 캠프를 빌라 형태로 리모델링한 6성급 호텔로 보안요원이 겹겹이 배치돼 입구 100m 전부터 출입을 막았다. 호텔 관계자는 “중요하고 역사적인 행사가 예정돼 있어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섬으로 통하는 다리를 차단하지 않아도 호텔 입구만 막으면 정상회담 경호와 보안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대통령궁 ‘이스타나’는 숲속 둘러싸인 천혜의 조건으로 인해 여전히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교민은 “입구만 통제하면 경호와 보안에 한 치의 틈도 없는 완벽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곧 워싱턴과 평양에서 공식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 ‘김씨 일가의 영원한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날 숙소인 풀러턴호텔에 머물다 오후 4시쯤 호텔을 빠져나와 샹그릴라호텔 인근 세인트레지스호텔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은 2015년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숙소로 삼았던 곳이다. 입구가 하나인 데다 일방통행인 오차드 거리만 통제하면 돼 여러 통로가 있는 풀러턴호텔에 비해 경호 등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샹그릴라호텔 및 이스타나 등과도 인접해 있어 김 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숙소를 사전 답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 부장 일행은 이튿날부터 3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헤이긴 부비서실장 일행을 만나 경호와 의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특히 지난달 30일과 31일에는 연이틀 미국 대표단 숙소인 카펠라호텔을 방문하는 모습이 포착돼 양측 간 논의가 상당 수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취재진이 김 부장 명의의 투숙객 유무를 확인하자 호텔 관계자는 “그런 이름의 투숙객은 없다”고 말했다. 김 부장이 북한 대사관 직원 등 다른 사람 이름으로 투숙하고 있다는 얘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리처드 스펜서 미 해군성 장관, 허레이 중국 군사과학원 부원장과 각각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한·미 및 한·중 국방 현안 등을 논의했다. 송 장관은 2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하는 등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양자 및 다자 국방외교를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다. 싱가포르 박홍환 기자 stinger@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사면초가 속에 빠진 대만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사면초가 속에 빠진 대만

    대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이 수시로 무력 위협을 가하고 있는 데다 몇 안 남은 수교국들마저 잇따라 관계중단을 요구하는 바람에 외교적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산 보복관세 품목에 대만산 중간재들로 만들어진 상품들이 상당수 포함되면서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만이 사면초가(四面楚歌) 속에 빠진 형국이다. 중국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수호이(SU)-35기가 지난 25일 새벽 전략폭격기 훙(轟)-6K 편대와 함께 대만 남부의 바스해협을 통해 서태평양에 진출하면서 대만 순찰비행을 했다고 중국 중앙(CCTV)가 보도했다. 중국 공군은 이어 대만군이 실시한 한광(漢光) 군사훈련에 맞춰 윈(運)-8 전자정찰기를 대만해협 상공에 파견해 훈련 상황을 정탐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중국 해군이 중국과 가장 가까운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에서 65㎞ 떨어진 푸젠(福建)성 앞 해상에서 실탄훈련을 강행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중국의 이 같은 군사 행동은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 2016년 집권한 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상황에서 미·중 간의 갈등이 악재로 작용하며 양안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중국이 오는 2020년 이후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을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설득력을 얻으며 양안관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제임스 파넬 스위스 제네바 안보정책 싱크탱크(GCSP) 연구원은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중국은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 통일대업을 완성하려 할 것”이라며 “2020~2030년은 중국이 대만에서 군사행동을 감행할 수 있는 ‘걱정되는 10년’”이라고 주장했다. 리처드 피셔 국제평가전략센터(IASC) 선임연구원도 “중국군이 이르면 2020년 중반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이 대만에 공중급유기를 제공해 중국군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가능성은 지난해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1인 절대권력을 공고히하면서 서방 일각에서 본격 제기됐다. 중화민족의 부흥과 영토주권 수호를 강조해온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세우고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르면 2020년 대만 무력통일에 나설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미·중이 통상전쟁을 봉합한 지난 19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충돌하더니 미국이 그간 회자됐던 대만 무력침공설에 불을 지피면서 또다른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외교 고립도 심화되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가 24일 대만과의 외교관계 중단을 선언했다. 대만은 이달 들어서만 수교국을 2개나 잃으면서 남은 수교국이 18개로 쪼그라들었다. 1961년 대만과 수교했던 브루키나파소는 1973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으며 단교했다가 1994년 다시 대만과 복교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 등 이념이 같은 나라들과 경제·안보 분야에서 실질관계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역설했지만, 집권 2년 만에 4개국과 관계가 단절됨에 따라 외교 실패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다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석도 무산되는 ‘아픔’도 맛봤다. 대만은 지난 21∼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71회 WHO 총회에 초청장을 받지 못해 참석이 무산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WHO 총회에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것이다. 중국에 수교국을 빼앗기며 국제사회 활동폭이 크게 위축된 대만은 WHO 총회 참석을 외교공간 확보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사활을 걸어왔다. 대만 정부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기술을 보유했다며 총회 참석 의사와 그 정당성을 꾸준히 피력했다. 희귀병에 걸린 베트남 소녀가 대만에서 치료를 받은 뒤 새 삶을 찾는다는 내용의 단편영화 ‘아롼의 작문 수업’(阿巒的作文課)을 제작한 점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WHO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만은 친중국계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집권하던 2009년부터 중국의 동의를 얻어 ‘중화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명칭으로 옵서버 자격을 얻어 WHO총회에 참석해왔다. 하지만 양안관계가 악화되며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WHO측에 압력을 넣어 참석이 불허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대만의 걱정거리다. 싱가포르 투자은행 DBS는 국내총생산(GDP) 성장 추진력이 정점을 찍었다며 1분기 GDP가 전 분기 3.3% 성장에 못 미친 3.0%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전자제품 주기가 정점에 도달했고 대만의 반도체 매출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미·중 사이에서 수출 주도의 성장을 해온 대만이 미국의 고율관세 품목에 자국산 중간재들로 만들어진 완성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기업들은 주로 부품과 원자재, 반조립 제품을 중국 생산기지로 수출한 다음 이를 완성품으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 대만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무려 79.9%나 되고 대만산 전자부품의 대 중국(홍콩 포함) 수출 비중도 55%에 이른다. 미국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1333개 품목 중 상당수가 첨단 기술 제품군임을 감안하면 대만 전자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대만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생산 및 조립라인을 대거 중국 본토로 이전한 상태다. 이런 대중 의존구조로 대만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양안관계가 경색된 속에서도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GDP)이 6.9%로 반등한 덕분이다. 마톄잉(馬鐵英) DBS그룹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만 브랜드의 컴퓨터 및 휴대전화의 해외 생산비율은 90%에 이른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대만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대만 기업과 청년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강화해 대만을 곤궁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의 대만판공실은 중국 내 대만 기업이 중국 기업과 똑같은 세금 감면을 받도록 하는 한편 그동안 막혀 있던 회계사 등 전문 직종 134개 자격증 시험을 개방해 대만인들에게도 응시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 대만 유학생에 대해서는 입학 규제를 줄이면서 지원은 늘리고 있다. 2005년 대만 유학생에게 본토 학생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내도록 한 규정을 철폐한데 이어 2010년에는 대만 고교 졸업 예정자가 중국에서 별도의 시험을 보지 않고 대만 입시 성적만으로 중국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최근에는 중국 교육부가 ‘대만 유학생들이 중국 내 취·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전담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에서 유학하는 대만 학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 6000여명이었던 중국 내 대만 유학생은 2016년 1만 2000여명으로 2배로 늘었다. 대만 유명 구직사이트인 ‘104인력은행’이 지난달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18~24세 청년 3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9%가 “중국 본토에서 취업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성김, 고차원적 ‘비핵화 로드맵’ 진두지휘

    슈라이버, 北 안보 우려 해결 주목 ‘지한파’ 후커, 대북 접촉 경험 많아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열쇠’가 될 북·미 판문점 실무회담에 나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인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판문점 팀을 이끌고 있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의 전격 등판에 워싱턴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 김 대사가 북한 측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비핵화 로드맵’을 어떻게 그려 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AP통신 등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의 판문점 팀은 김 대사를 비롯해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과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등으로 꾸려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내 최고의 대북 전문가라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는 “김 대사가 27일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 이번 협상은 29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번 판문점 협상팀은 북한과 포괄적으로 양국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면서 “백악관·국무부·국방부 등의 핵심 한반도 인력이 균형감 있게 참여하면서 (북한과) 협상에서 최대 효율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계인 김 대사는 북핵 2차 위기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6자회담 특사와 주한 미대사, 6자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한반도 문제와 깊은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특히 그는 2016년 11월 주필리핀 미대사로 부임하면서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 대사를 두 차례 맡기도 했다.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은 “합리적 판단과 열심히 일하는 자세, 뛰어난 지능과 겸손함으로 명성을 얻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필리핀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 대사의 북·미 정상회담 협상팀 발탁은 현재 트럼프 정부 내에서 ‘북핵 문제에 가장 정통한 관료’라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원칙을 유지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특유의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평가”라고 전했다. 또 국방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다루는 슈라이버 차관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슈라이버 차관보는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안보상 우려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미측 인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인 2001~2003년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의 비서실장, 2003~2004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중국에 대해 다소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대중, 대북 외교 관련 현안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로 통한다. 후커 보좌관도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과 접촉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고위급 관리로 꼽힌다. 현재 백악관에서 남북 문제를 실무적으로 맡고 있는 그는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에서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협상할 때 수행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구사하는 대표적 ‘지한파’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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