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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시대] 선진국이 지역균형 정책 펴는 까닭/조진형 금오공대 산업시스템학과 교수

    [지방시대] 선진국이 지역균형 정책 펴는 까닭/조진형 금오공대 산업시스템학과 교수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지역 간의 부동산 가격 차이가 없는 곳은 없다. 이러한 지역간 부동산 가격의 격차는 같은 나라 내이지만 인구, 산업 등의 집중과 역할 등의 오랜 역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에 같은 서울이면서 강남과 강북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의 차이가 심각해 참여정부는 급등하는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고 대단한 집중력을 보였다. 덧붙여 주지해야 할 사실은 지난해의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집값의 상승률이 강남은 3.7배, 서울 2.6배, 경기 2.3배, 부산 1.4배, 광주는 1.0배 상승했다. 중앙정부가 서울에 있으니 수도권 문제에 민감했겠지만 오히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부동산 가격의 심각한 격차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더욱이 수도권의 경제 집중력이 우리나라의 50%인 것을 감안하면 비수도권 주민들은 강남은 아니더라도 수도권에 집 한 채 없으면 재테크에서는 ‘0점’인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현재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는 여전히 이러한 현격한 자본이득의 차이로 인해 기업 행위에 있어 기업논리 외적인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현 정부의 실용 노선과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추구는 기업논리 외적 변수에 의한 ‘묻지마’식의 수도권으로의 기업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 정부는 실용을 앞세워 경제적 규제개혁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편승하여 무분별하게 수도권 규제완화를 실시하는 것은 자칫 기업이 기업논리를 저버릴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투자의 경제적 효과가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좋다, 나쁘다의 판단은 업종과 분석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국토연구원 등 국가연구기관에서는 비수도권에 경제적 효과가 더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은행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발표한 지역산업 연관표에 따르면 수도권은 비수도권과의 연관 효과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수도권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경북 구미공단의 예를 들어 보자. 공단을 조성할 때 구미전자공고, 금오공고, 금오공대와 함께 전자기술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소장은 제2대 KIST 소장이었던 과학기술계 거물 한상준 박사를, 부소장은 후에 삼보컴퓨터 회장이 된 이용태박사 등을 임명하고,KIST가 산업에 기술이전 효과가 낮았던 이유를 충분히 분석해 연구소 내에 반도체 생산동(pilot plant)을 설치했다. 아마 이러한 모델은 후에 타이완이 신주단지를 조성할 때 벤치마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사후 전자기술연구소는 대덕으로 이전을 시켰고, 구미공단에 대한 지원은 더 이상 없었다. 구미는 급격히 쇠퇴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곧 발전을 거듭했고, 또한 IMF 환란 극복 빅딜정책의 대표적 희생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구 40만명에 350억달러 수출,1인당 GRDP가 4만달러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대표적 모범 케이스이다. 독일은 통일 후 지난 17년 동안 우리돈으로 1820조원을 동독지역에 투자했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은 문제이지만 이제 비로소 동독지역은 경제성장률이 3%로 서독지역 2.7%를 상회했다고 한다. 이렇듯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많은 나라가 지역균형 정책에 몰입하는 이유는 국토가 커서도 아니고 좌파적 갈라 먹기도 아니다. 단지 국가적 집중력을 낼 수 있는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기반위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진형 금오공대 산업시스템학과 교수
  • 수장없는 기관 업무공백 심화

    인사청문 대상 국무위원들의 임명이 늦어지면서 청문 대상이 아닌 장·차관급 기관장들의 임명까지 지연돼 소속 기관의 업무 공백이 더욱 심각해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열흘 가까이 됐지만 수장을 맞지 못한 이들 기관 직원들 상당수가 손을 놓고 향후 인사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가 통합된 ‘국민권익위원회’의 경우 장관급 위원장이 빨리 임명되기를 직원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위원장과 차관급인 부위원장(3명)이 임명돼야 직제에 따른 후속 인사를 단행하고, 새 정부의 주요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세 기관이 통합된 만큼 그에 걸맞게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하지만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직원들이 향후 단행될 인사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면서 “빨리 인사가 단행돼 조직이 안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관급 기관으로 위상이 내려앉은 법제처도 새 처장이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여기에 행정심판 기능이 권익위원회로 옮겨지면서 기능까지 축소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법제처 관계자는 “일상적인 법제업무는 하고 있지만, 처장의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사안은 모두 미뤄놓고 있다.”고 말했다. 차관급이 대부분인 외청은 업무 공백이 더 심각한 실정이다. 직제개편에 따른 인사가 최우선 과제이지만 임명권자가 ‘부재중’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저마다 아우성이다. 큰 변화가 없는 국 단위는 큰 문제가 없지만 변동폭이 큰 과 단위는 사정이 다르다. 전보 등 대폭적인 자리 이동이 불가피하다. 외청의 한 관계자는 “대대적인 인사를 앞두고 있다 보니 업무보고조차 누가, 어떻게 챙겨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일부 청의 경우 패닉상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임 기관장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내부(1급)에서 청장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직원들 모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권익위원장, 과거사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각종 처·청장 등 장·차관급 기관장 20여명이 아직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임창용·대전 박승기 기자 sdrago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등록금 문제에 관심 가졌으면/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년

    [옴부즈맨 칼럼] 등록금 문제에 관심 가졌으면/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년

    한국사회,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대학생의 삶은 대체로 이런 기반 위에 꾸려진다. 고시원에서 산다고 하면 한 달 집값은 25만원가량이다. 기타 생활비까지 합해 알뜰히 살면 30만원 선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학생만의 특수문제인 등록금이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의 올해 등록금 인상률은 8.9%다. 타 단과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록금 액수가 적은 사회과학대에서도 어느덧 한 학기 350만원을 넘어섰다. 한 학기를 6개월로 친다면 다달이 60만원에 가깝게 들어가는 셈이다. 독립적으로 삶을 꾸리고자 한다면 월 120만원의 수입이 필요하다. 학업을 병행하며 그 정도의 비용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삶은 정말로 고달파진다. 일반적인 시가대로라면 일주일에 두번씩 가는 과외를 네 개는 뛰어야 마련할 수 있는 액수다. 최저임금 3780원. 딱 그 수준에서 월급 주는 여타의 아르바이트로는 답이 안 나온다. 정부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졸업하는 순간 3000만원가량의 빚을 떠안게 된다. 매월 쌓여 가는 이자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TV광고에 혹해 혹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채라도 끌어다 쓰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이뿐이랴. 청년실업에 대한 흉흉한 괴담도 여기저기에서 들려 온다. 일상이 호러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할 때 일상이 고달픈 호러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최저임금에서 등록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벌 수 있는 만큼 벌고 나머지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당장의 고달픈 일상이야 회피할 수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부담이 부모에게 전가되고 있을 뿐. 역시 해결은 대출인 경우도 상당하다. 분명 서민들의 삶에 개인이 어찌할 수 없을 만큼의 과중한 부담이 주어지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등록금이 자리하고 있다. 10년 전 학기당 100만원대였다는 등록금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고, 결과는 등록금 연 1000만원 시대다. 등록금이 상승해 온 과정을 살펴보자. 정작 돈을 내는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등록금 인상의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해 당사자인 학생들과 협의테이블을 만드는 대학들이 있기는 하지만 협의라는 외형으로 인상률을 통보하는 자리일 뿐이다. 지난 2월 각 대학들은 다시 높은 수준의 등록금 인상률을 발표했다. 높은 등록금은 한국사회에 상존하는 문제이지만, 기사를 낼 때가 있다면 사람들이 고지서를 손에 받아 들고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지금이 적기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등록금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높은 등록금 인상률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 지난주 등록금 상한제 입법화 움직임에 대한 기사도 찾아볼 수도 없다. 19일자 9면에 ‘저 소득층에 불리해지는 정부 학자금 대출’을 보도했지만 미흡한 느낌이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1월15일자 12면에 관련기사가 보이기는 하지만 ‘장학금 신청 아는 게 힘’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단독으로 던질 수 있는 메시지는 ‘등록금 낼 돈 없으면 장학금 받으세요’뿐이다. 이성을 가진 개인이 자신의 이해에 관련된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자유를 확장해 나가리라는 것이 민주주의가 내거는 약속이다. 민주국가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한다. 각 구성원의 이해에 관련된 정치적 결정들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쟁점화시키는 바로 그 역할이 언론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대학진학률은 80%를 넘어간다. 등록금과 같이 민생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들을 때에 맞춰 깊이 있게 다루어내지 않는다면 언론은 제역할을 어떤 식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최용락 연세대 사회학과 3년
  •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바츨라프 스밀 지음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바츨라프 스밀 지음

    명제 하나, 에너지는 전쟁이다! 화석 에너지 보유국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전 지구적 화약고가 됐고, 국가간 에너지 확보 노력은 첩보전이자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1970년 이후 거듭돼 온 중동전쟁,80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91년 걸프전,2003년 이라크전 등은 현대 문명을 탄생시킨 석유가 ‘문명의 파괴자’가 된 현실을 보여준다. 명제 둘, 에너지는 패권이다! 연료와 전력이 끊이지 않아야 굴러가는 고(高)소비형 사회는 막대한 에너지를 국가와 개인이 맞물려 돌리는 권력의 톱니바퀴 틈마다 윤활유로 뿌려댔다. 미국 부시가(家)와 에너지기업 및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밀월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석유를 무기화해 서구 선진국과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고,‘배고픈 블랙홀’ 중국과 인도는 경제대국 꿈을 향해 에너지 확보 전쟁의 한복판에서 무한질주를 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패턴 허와실 분석 문명이란 반쪽의 얼굴과 전쟁과 패권이란 또 다른 반쪽의 얼굴.‘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바츨라프 스밀 지음, 허은녕 등 옮김, 창비 펴냄)은 에너지의 ‘아수라’(만화영화 ‘마징가제트’에 나오는 두 얼굴의 백작)적 얼굴을 탐색하며 지난 1세기 동안 전 세계가 그려온 에너지 그랜드 디자인(에너지 사용 패턴과 에너지 선택과정)의 허실을 분석한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시각은 비관론이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디자인을 통해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결과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인식이다. 학자로서의 전 생애를 에너지 연구에 바친 저자 바츨라프 스밀(캐나다 매니토바대 환경학부 특훈교수)은 풍부한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에너지 예측이 어떻게 어긋났는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과학적 노력들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하나하나 드러낸다. 대개 비슷하고 뻔한 결론(근본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을 향해 달리는 에너지·환경·생태 관련 서적의 논지는 ‘그래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부각되지만, 저자는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정치·경제·환경·식량·인구 문제를 망라한 방대한 학제연구로 설득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위기를 다룬 고만고만한 책들 속에서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다. 저자는 “과거 100년 이상에 걸친 에너지 문제 관련 예측들은 몇 가지 유명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명백한 실패의 기록”이라고 단언한다.‘비례 함수’라고 굳건히 믿어져온 에너지 사용량과 경제발전 수준은 어떤 계량적 비례관계도 나타내지 않았고,1차 에너지 총공급과 국내총생산 사이에도 규범적 결론을 도출할 수 없었으며, 삶의 질을 담보하려면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지도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다. 실패한 예측들도 제시했다. 마오쩌둥 당시보다 개혁·개방을 택한 덩샤오핑 시대에 중국 경제의 에너지 집약도가 높아질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약 40% 감소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점쳤지만 결과는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력기구와 연료기관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연구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에너지 소비량이 동반 감소하지 않았음은 명백한 수치로 입증됐다. ● “에너지 디자인 새 대안 필요” 저자는 “거듭된 실패는 근본적인 새 출발을 요청한다.”고 말한다.▲수력, 바이오매스, 풍력, 태양열·광, 수소, 원자력 등 비화석 에너지로의 전이 ▲낮은 에너지 효율과 밀도를 높이기 위한 집중 및 저장 기술 개발 등의 기술적 대안도 제시한다. 반면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에너지와 관련한 지배적 관습과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또는 미래의 에너지 전환 비용을 정량화하는 방법은 아무리 세심하게 고안해도 한계가 있다.”면서 ‘도덕적 각성’을 주문한다.“고소득 국가에서 미래의 에너지 사용 행태를 결정하는 것이 도덕의 문제이지 기술이나 경제의 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각종 연구가 증명했다는 것이다.▲고소득 국가는 1인당 에너지 사용량 최소 25∼30% 감소 ▲소비수준을 한 세대 전으로 되돌려 환경파괴 축소 ▲소비의 세계적 평등성 증가 등 도덕적 실천 방식도 내놓는다. 허무한 듯한 결론이 거의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을 만큼 현실전망은 밝지 않다. 하여 결론적 명제, 에너지는 도덕이다! 3만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여성&남성] 간통죄 논란, 당신의 생각은

    [여성&남성] 간통죄 논란, 당신의 생각은

    ‘간통죄´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법이 왜 개인의 이불 속 생활까지 재단하나.´란 의견도 옳게 들리고,‘결혼으로 이룬 가정이 있는데 개인의 성적(性的) 자기 결정권만 따질 수 있느냐.´는 주장도 합당하게 들린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존재 그 자체에서 이미 당위성을 담보로 가지듯, 아직 우리 사회에선 간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하게 낙인찍혀 있다. 최근 탤런트 옥소리(40·여)가 ‘간통은 개인간 민사일 뿐 형사처벌은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하자 누리꾼 사이에서 옥소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게 현실이다. 여성과 남성, 그들이 생각하는 ‘간통죄´에 대한 다르고도 같은 생각을 들어봤다. ■ 외도 상처는 지구 종말과도 같아…처벌 당연 ● 결혼은 엄연한 법적 약속 결혼 30년차 주부 이모(55)씨는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지구의 종말이 오는 기분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결혼은 한 사람과의 엄연한 법적 약속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범법행위로 상대에게 물질적·정신적인 손해를 입혔다면 당연히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게 이씨의 견해다. 이씨는 남편이 몰래 외도했다면 “‘배우자를 벌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형사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하지만 어떤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도 이미 한 사람과 가정을 이루겠다고 약속한 사람에게는 죄일 수밖에 없지요. 그게 결혼 관계에 내 인생 모두를 바쳤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기 때문에 민사 배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봐요.” 미혼의 회사원 이모(29)씨도 간통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본다. 여전히 ‘일부일처제’가 법제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간통은 그 기본적인 룰을 깬 것이기 때문이다.‘법을 위반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명제를 따라야 사회 전체가 평온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랑 자체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간통으로 가정이 깨지고, 가정 문제가 사회적 파장으로 연결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래의 배우자가 외도를 했다면 고소할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간통으로 고소하려면 이혼을 전제로 해야 하잖아요. 그건 너무 힘든 결정일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배우자가 외도를 한 ‘강도’에 따라 결정이 좌우될 것 같아요.” 결혼 24년차인 전문직 최모(47)씨는 “사랑은 죄가 아니지만 불륜은 죄”라는 말로 화두를 꺼냈다. 결혼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타인에 대한 연애 감정을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라는 게 최씨의 생각이다. 때문에 최씨 역시 남편이 결혼식 때 굳게 맹세한 ‘서약’을 어기면 당연히 간통죄로 고소할 예정이다.“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과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어기지 않기 위해 욕망을 억제하자는 약속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가는 대로 모든 걸 해버린다면, 세상은 결국 이기적인 생각만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요.” ● 감성으론 ‘철창행’, 이성으론 ‘민사해결’ 미혼의 전문직 김모(29)씨는 간통이란 화두를 떠올리면 머릿속에서 ‘이성’과 ‘감성’이 마구 충돌한다. 사실 사귀고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만 봐도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화가 나는데, 결혼까지 한 사람이 다른 여자와 외도한다는 건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상처’다. 하지만 그를 ‘형사 처벌로 철창에까지 보내야 하느냐.’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개가 좌우로 흔들린다.“남편이 형사 처벌받는다고 해서 상처받은 제 마음이 치유되겠습니까.” 결혼 3년차 회사원 최모(32)씨는 “결혼은 두 사람간의 계약관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계약을 파기한 것에 대한 민사 책임은 가능하지만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물리적으로 다치게 하는 형사 사건과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는 게 최씨의 지적이다. 때문에 현재의 남편이 외도를 하더라도 ‘내 것만큼 소중한 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고소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다.“분명 결혼계약에서 상대에 대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배한 책임은 있죠. 다만 그건 계약위반에 대한 비난과 배상으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봐요.” ● 간통 형사처벌은 구시대의 산물일 뿐 미혼의 회사원 김모(28)씨에게 간통은 ‘당사자끼리 뺨 때리고 끝내면 되는, 지극히 남녀 개인간의 문제’다. 때문에 간통에 대한 형사법 적용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본다. 만약 미래의 배우자가 외도를 저지른다면 김씨는 위자료를 왕창 뜯어내고 ‘쿨하게’ 이혼으로 관계를 정리할 예정이다. “형사처벌 문제와는 별도로, 만약 마음이 떠나 다른 사람에게로 사랑이 옮겨 갔다면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지금 배우자에게 알리고 관계를 정리한 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게 순서라고 봐요. 배우자를 속이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 지금 관계를 잃지 않은 상태에서 덤으로 관계를 얻고 싶은 욕심이거나, 욕 먹고 싶지 않은 비겁함 정도겠죠.” 곧 결혼을 앞둔 회사원 신모(27)씨 역시 “국가가 개인의 연애와 결혼 문제에 간섭할 자격이 어디 있느냐.”는 반문으로 말을 꺼냈다.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연애한다면 ‘마음의 죄’는 될 수 있지만 국가나 사회가 그를 단죄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사실 지금 간통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남편이 외도를 저지른다면 감정적으로 열이 뻗친 상태에서 형사고소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되려 그렇기 때문에 고소가 남발될 우려도 있고 그에 따른 공권력 낭비도 걱정이니 빨리 간통죄가 폐지됐으면 좋겠네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형법의 잣대로 개인 이불까지 들추다니… ● “옥소리씨 잘했어요” 최근 탤런트 옥소리씨가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을 했다는 소식에 직장인 김모(29)씨는 손바닥을 쳤다. 간통죄가 우리 헌정사의 ‘수치 중의 수치’라고 주장하는 김씨는 간통죄 존폐논란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간통죄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매우 창피한 일입니다. 법이 사생활을 하나하나 통제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김씨는 간통죄가 1970∼80년대 군부 독재시절의 잔재라고 믿고 있다. 간통죄가 존재하는 한 개개인의 ‘성(性)의 자유’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지금이 군부 독재시절인가요. 밤에 통행을 금지시키고, 경찰이 가위를 들고 다니며 장발족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과 다를 게 전혀 없죠. 법이란 이름으로 개인의 이불을 들춰 가며 검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생활 침해입니다.” 직장인 송모(27)씨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개인의 성생활을 법으로 다루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전통이 짧다는 것을 방증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간통죄입니다. 개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강한 국가’ 이데올로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씨는 지금 나오고 있는 간통죄 논란을 보면 과거 군부 독재시절의 ‘야간 통행금지 폐지 논란’이 떠오른다고 말한다.“과거 군부 정권이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야간 통금이라고 합니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통금을 폐지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반대했죠. 통금을 없애면 사회질서가 문란해질 것이란 게 주된 논리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한 주장이잖아요.” 송씨는 지금의 간통죄 폐지 논란도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만일 간통죄가 폐지되고 시간이 흐르면 야간통금처럼 ‘터무니없는 법’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 간통죄가 여성보호 장치? 일부 남성은 여성의 권리가 상승된 현실에서 간통죄의 ‘여성보호’ 효과는 거의 상실됐다고 말한다. 대학원생 박모(27)씨는 간통죄를 더 이상 존치시킬 이유가 없다며 이렇게 말한다.“간통죄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가 강하잖아요. 아무래도 남성의 외도 비율이 높고 여성은 이로 인해 실질적 피해를 많이 봤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아 달라졌습니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예전에 비해 많이 향상된 이 시점에 굳이 간통죄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거죠.” 고시생 김모(28)씨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남녀평등이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간통죄의 명분 자체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도 나오잖아요. 이제 여성도 배우자의 외도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남의 가정사를 법의 힘에 빗대 해결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일부 남성은 아직도 남녀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며 반론을 폈다. 직장인 이모(26)씨는 간통죄가 오히려 남성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요즘 간통죄로 남성이 여성을 고소하는 일이 여성이 남성을 고소하는 일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남성의 외도와 여성의 외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남성이 외도를 하면 ‘남자가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다소 관용적인 분위기가 있지만 여성은 아니죠. 제 주변에도 남편의 외도를 그냥 넘기는 아내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외도는 쉽게 넘기지 않죠. 간통죄는 남성이 여성을 탄압하기 위해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 “민법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 일부 남성은 간통죄의 ‘여성보호’라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형법을 적용시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사생활 문제를 형법에 적용시킨다는 사실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므로 법적 보완을 통해 해결하자는 논리다. 고시생 김모(27)씨는 ‘여성보호’의 취지는 형법이 아닌 민법으로 살려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만일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피해를 봤다면 손해배상 등의 민법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지 형법을 적용시켜 ‘콩밥’ 먹일 필요는 없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사생활 문제를 형법을 적용해 판단한다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민법을 통하면 사생활 문제의 한계는 물론 여성 보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 성모(28)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성씨는 간통죄의 취지가 ‘외도한 배우자에게 일방적으로 이혼 당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형법을 적용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간통죄의 취지가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민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형법으로 해결하다 보니 사생활 침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대표팀 군기잡기 언제까지

    며칠 전, 어느 문화단체의 워크숍을 다녀왔다. 지난 2002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축구대표팀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다반사였지만 특히 그날은 대한축구협회가 특별히 마련하고 허정무 감독도 적극적으로 동의한 ‘생활 수칙’이 뜨거운 화제가 됐다. ‘문화 단체’ 구성원들이기 때문인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국제대회 중에 고참 선수들이 음주를 하거나 몇몇 선수가 술자리 폭행 시비로 논란을 야기한 건 문제이지만 이 때문에 규정을 정하고 대표팀 숙소의 각 방마다 붙여 놓는 건 의미도 없고 실효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고 영예인 성인 대표팀에까지 이르렀는데 그 정도의 수칙 준수는 이미 몸에 배어 있을 것이며,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때 가서 징계를 할 일이지 ‘성인’ 선수들에게 그와 같은 상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모욕적인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없지 않았다. 밤낮으로 축구 소식을 검색하는 즐거움을 가진 어떤 이는 “마치 유럽은 매우 자유롭게 선수들이 다 알아서 생활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유럽 각 구단은 선수와 계약할 때 ‘스키를 타지 않는다.’ ‘오토매틱 차량만 운전한다.’ 등의 조항을 반드시 넣는 등 규율과 기강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고 반박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누군가 “술 좀 마시면 어때.”라고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그러고 단호한 표정으로 덧붙이기를,“프로 선수가 계약을 할 때 사전에 아주 세세한 사항까지 약속하고 이에 도장을 찍는 것이라면 모를까, 왜 ‘군기 수칙’ 같은 것을 만들어서 선수 개인의 방에 액자로 만들어 걸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도무지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의 말인즉슨 어떤 종류의 인간이든 기본적으로 ‘위반의 상상력’을 갖고 있으며 이 기묘한 감정이야말로 그 사람을 발전시키는 내면의 에너지라는 것이다. 익숙한 관습을 벗어나려는 욕망, 금기를 뛰어 넘으려는 상상이야말로 개인이나 인류에게 매우 아름다운 에너지가 되는 것인데,‘수칙 액자’ 같은 장치는 오히려 자생의 에너지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액자를 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군기 확립’식 합숙 문화를 예고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개의 워크숍이 그렇듯 곧 이 논쟁은 다른 주제와 뒤섞이며 혼잡해지고 말았지만, 내게는 각별한 공부가 됐다. 화장실에 가서 나는 이 ‘수칙 액자’의 상징성과 무게를 생각했다. 축구 선수가 군인이나 성직자도 아닐진대 ‘애국심이나 투지’뿐만 아니라 내면의 개인적 에너지를 극대화한 아름다운 상상력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세면대 거울 위에 콘도 측에서 내건 액자가 보였다.‘수건 등 시설물을 가져 가시면 원상회복 및 배상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순간, 난 마음에도 없이 수건을 슬쩍하고 싶어졌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옴부즈맨 칼럼] 새 정부와 서울신문의 진로/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8년 새해가 밝았다.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을 이끌어나갈 새 대통령으로 이명박 당선인이 선출되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이끈 10년 동안의 진보정권이 보수정권으로 교체된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선출되는 순간부터, 신문과 방송은 변화의 방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 어느 선거보다 후보자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했고 언론의 추적보도도 많았던 것에 비해, 선거 후 권력이 바뀐 세상을 다루는 언론의 ‘미래지향적’인 보도는 많은 사람들을 어색하게 한다. 정치권력의 전환기에 나타나는 언론의 일방적 보도관행은 우리 언론계의 일종의 관행인 것 같다. 관행은 문화나 습관이지 그 자체가 바람직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거당일 당선인를 소개하는 방송사의 다큐영상은 다소 낮 뜨겁기까지 했다. 선거 다음날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새 정부의 실세그룹 즉, 이명박 당선인의 인맥을 들추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전망 역시 선거공약개발에 참여한 자문교수나 전문가 인터뷰기사로 쏟아 내고 있다. 설익거나 합의되지 않은 정책도 검증없이 보도된다. 신문별로 누구를 인터뷰했는가에 따라 그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다. 벌써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서 앞서나간 인터뷰 내용들이 시장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민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정권 견제자의 목소리를 찾기는 힘들다. 우리 언론은 권력 변화에 민감하고 그 권력의 한 축이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서울신문 이야기를 해보자. 서울신문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기사 품질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된 신문으로 꼽힌다. 이 신문은 독특한 소유구조를 갖고 있다.1904년에 창간된 한말의 대표적 민족지 대한매일신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상당기간 정부 및 정부관련 기관이 최대주주였기에 서울신문은 오랫동안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2년 1월 서울신문은 내부구성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민영화되었다. 현재 서울신문의 최대주주는 우리사주조합(39%)이다. 뒤이어 재정경제부 30.49%, 포스코 19.4%,KBS 8.08% 등으로 주식지분이 구성되어 있다. 여전히 정부 소유지분이 남아 있지만, 독립언론으로서 서울신문의 위상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울신문은 김대중정부 이후 ‘중도적 진보’ 매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선다. 이른바 ‘실용적 보수정부’이다. 과연 서울신문은 지난 10년의 논조를 이어갈 것인가? 서울신문이 보수지이든 진보지이든 그것은 두 번째 중요한 문제이다. 신문은 원래 정파적 매체이기에 의견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다. 그렇기에 신문시장은 사상의 자유공개시장이라 불린다. 정향성은 신문 종사자들과 독자들의 선택의 문제이지 그 자체가 옳고그름의 절대기준은 아니다. 문제는 그 선택이 정권의 정향성이나 소유자의 입장과 상관성을 보이는가의 문제이다. 언론의 존재근거는 독립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정치로부터 언론이 독립함으로부터 신문산업이 꽃을 피웠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권의 정향에 따라 신문보도가 급격히 바뀐다면 이전의 언론행위에 대한 신뢰도 의심받는다. 새 정부의 등장은 서울신문에 많은 고민을 던질 것 같다. 여전히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신문 구성원들이 그동안 보여 왔던 변화의 몸부림은 이 신문이 어떤 정치권력이든지 간에 언론으로서 건전한 감시자이자 견제자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또한 서울신문이 관심 가져온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계속될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그 같은 실천의 해답은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이라는 보편적 키워드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가자 태안으로-복구현장 르포] 해수욕장 모래 처리비 100억대

    충남 태안군의 상당수 해수욕장이 기름으로 오염되면서 모래 오염을 없애는 문제가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기름찌꺼기로 범벅이 된 이들 해수욕장의 모래를 바꾸는 데만 줄잡아 100억원이 넘게 들 것으로 보았다. 올여름 피서철을 고려하면 방제 시간이 촉박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태안군에 따르면 현재 태안군에는 만리포 등 32개 해수욕장이 있고 이 가운데 오염이 안 된 안면도와 남면쪽 해수욕장 17개를 뺀 15개는 모래사장이 사실상 기름에 오염된 상태다. 태안군측은 “올 들어 우리 관내 32개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은 1870여만명”이라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은 “내년에 해수욕장을 개장해 손님이라도 받으려면 기름찌꺼기로 뒤범벅된 모래를 새 모래로 바꾸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만리포 등 해수욕장이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모래사장 20㎝까지 기름이 스며든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 모래를 까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만리포해수욕장은 길이 2㎞, 폭 250m이다. 여기서 20㎝ 두께로 모래를 걷어낸다면 20만t이나 된다.15t 덤프트럭으로 9100대분이다. 트럭 1대 모래 값을 8만∼9만원으로 잡으면 모래 값만 7억∼8억원이다. 오염된 15개 해수욕장의 모래 값이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비용 충당도 큰 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 가져올 모래가 없다. 주민들로선 당장 내년도 관광 수입이 문제다. 여기에다 기름 유출 소식에 태안군의 횟집과 숙박업소도 파리만 날리고 있다. 최근엔 계절 구별 없이 찾는 것이 여행 경향이다. 만리포해수욕장 앞 아드리아모텔 여주인 최영부(49)씨는 “지금은 자원봉사자들로 그나마 방이 차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쓰려던 예약자들이 이미 예약을 취소했다.”고 걱정했다. 현재 만리포 앞 20여개 등 태안군 관내 횟집은 줄잡아 500개, 숙박업소는 250개에 이른다.태안 남기창기자kcnam@seoul.co.kr
  • 가로림·근소만 기름띠 ‘초비상’

    가로림·근소만 기름띠 ‘초비상’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사고 나흘 만에 태안반도 해안선 167㎞ 전체가 시커먼 ‘기름밭’으로 변했다. 피해 양식장과 어장, 해수욕장만 7100㏊를 넘어섰다. 충남 최대의 양식장 밀집지역인 가로림만과 근소만도 결국 피해지역으로 편입됐다. 경기 남부지역인 경기만과 안면도까지도 피해 지역에 들어섰다. 한국해양연구원은 10일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의 피해 범위가 서해 연안에 그치지 않고 황해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안 앞바다를 비롯한 태안군 소원면, 원북면 등 4개 면지역을 11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키로 하고, 이날 관계부처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11일 국무회의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문제가 보고될 것”이라면서 “현지 조사가 끝난 뒤 결정할 문제이지만, 요건이 누가 봐도 충족되면 먼저 선포한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피해 면적은 서산 가로림만∼태안 남면 거아도 해안선 167㎞로 확대됐다. 어장 피해가 2108㏊, 해수욕장 221㏊, 피해 예상 어장이 385곳 4823㏊로 집계됐다. 특히 가로림만을 비롯해 양어장이 몰려 있는 안면읍 내의 내·외파수도까지 기름띠가 몰려 왔다. 가로림만의 피해 예상 어장 규모만 현재 112곳 107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나흘째를 맞아 주민, 군병력 8800여명과 방제 선박 138척, 항공기 5대 등이 사고 해역과 해안에서 방제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기름띠가 해상과 해안가 곳곳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상의 기름띠는 가로림만에서 안면도 중간 앞에 있는 내·외파수도까지 70㎞에 걸쳐 퍼져 있다. 소량의 기름띠만 유입됐던 근소만도 유입량이 점차 늘고 있다. 해경은 이날 가로림만 4.2㎞, 학암포 1.5㎞, 근소만 2㎞, 모항 0.6㎞, 태안화력 1㎞ 등 모두 9.3㎞의 오일펜스를 설치해 기름 유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날이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크고 물살이 센 ‘백중사리’여서 해안과 해상의 오염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해양환경연구본부장 이재학 박사는 “황해는 남쪽만 열려 있고 동·서·북쪽이 막힌 폐쇄성 바다”라면서 “해류의 순환이 더뎌 기름으로 오염된 바닷물이 완전 순환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전북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간 평택시에 이어 군산시와 부안군도 상황실을 설치해 기름띠와 유막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행정자치부는 사고 수습을 위해 우선 충남도 59억원 등 예비비를 지원하며, 부족한 부문은 특별교부세를 즉각 교부할 방침이라고 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공공시설 피해액의 최대 80%를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복구에 필요한 행정·금융·세제·재정 등의 특별지원도 받는다. 군산 임송학·태안 이천열·서울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HAPPY KOREA] (28) 양주시 장흥면 천생연분마을

    [HAPPY KOREA] (28) 양주시 장흥면 천생연분마을

    하수처리장에서 모텔촌, 또 다른 하수처리장을 잇는 자전거도로를 낸다면 쓸 데 없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경기 양주시 장흥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은 혐오·기피시설의 변신을 지역발전의 밑거름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족단위 방문객 80% 넘어 장흥은 80∼90년대만 해도 대학생들이 즐겨찾은 대표적인 ‘MT촌’이자 ‘젊음의 공간’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 모텔들이 들어차면서 ‘향락의 메카’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유원지 안에만 40여개, 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100여개의 모텔이 늘어서 있다. 변화의 바람이 또다시 불고 있다. 지난해 6월 복합전시시설인 ‘장흥아트파크’, 예술인들의 작업공간인 ‘장흥아뜰리에’가 개장한 게 계기가 됐다. 아트파크는 기존 토털미술관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지만, 아뜰리에는 경매에 나온 6층짜리 모텔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것이다. 지난해 아트파크와 아뜰리에를 찾은 주말 입장객은 평균 300∼400명이었다. 올 상반기에는 400∼500명, 하반기에는 700∼80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17만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또 술집·안마시술소 등으로 차있던 아뜰리에 옆 상업건물도 문화예술인들의 작업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배수철 장흥아트파크 대표는 “현지조사를 위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3시간 동안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이 10여명이 고작일 정도로 쇠퇴했던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행정기관의 뒷받침도 이어지고 있다. 양주시는 아트파크 인근 폐업한 음식점 부지를 매입해 ‘천경자 미술관’을 유치, 시립미술관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올 초 개관한 국내 최대 민간천문시설인 송암천문대,60∼70년대 생활상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청암민속박물관, 산림욕장인 장흥자생수목원 등과 아트파크를 연계한 ‘장흥미술문화축제’를 지난달 처음으로 개최하면서 자신감도 확보했다. 배 대표는 “모텔을 무조건 없앨 게 아니라, 가족형 숙박시설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 주민간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하수처리장~유원지 자전거도로 조성 양주의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은 장흥유원지 일대와 이곳에서 2∼3㎞ 떨어진 삼상1리 ‘천생연분 마을’을 포괄한다. 마을 이름은 이곳에 형성돼 있던 자연부락인 정자·이곡마을 주민 260가구 640여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지은 것이다. 특히 마을을 둘러싼 삼상2리와 교현리에는 각각 오는 2009년까지 하수종말처리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마을은 조경·화훼·주말농장 등 근교농업이 발달한 부촌이다. 악취가 진동하는 하수처리장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힌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천하태평이다. 오히려 하수처리장 2곳과 마을, 장흥유원지를 잇는 12㎞ 구간의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원인은 하수처리시설은 모두 지하화한 뒤 지상공간은 공원 등 편의시설로 채워 혐오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냈다는 데 있다. 한준수(68)씨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시설이나 공간이 있는 이상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면서 “혐오·기피시설은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는 것이 문제이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간의 질과 삶의 질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마을과 마을을 가로지르는 곡릉천 청소는 물론, 담장 허물기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 전통장류 체험장 등 마을 공동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한 논의도 벌이고 있다. 한우경(70)씨는 “마을 일을 상의하겠다고 하면 이제는 30명 이상씩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게 가장 뿌듯하다.”면서 “주민들이 더불어 산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행복”이라며 미소지었다. 양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130년 된 한옥 ‘볼거리’ ‘옛 것’은 구닥다리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특히 오래된 집은 환경을 좀먹는 ‘퇴출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삼상1리 ‘천생연분 마을’ 한준수(68)씨는 130년 된 전통 한옥에서 5대째 살고 있다. 세월이 뭍어나는 이끼 낀 기와, 휘어져 더 정감있는 기둥, 한때는 요긴하게 쓰였을 앞마당 우물 등 겉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내부만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한씨의 한옥과 이웃해 있는 ‘ㅁ’자 형태의 슬레이트 지붕집 역시 동화에서나 등장할 법하다. 담장 한 쪽에 쌓아둔 장작, 마당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장독대 등은 굴곡 진 처마와 제격이다. 특히 두 집을 둘러싼 성인 허리 높이의 돌담은 시골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잘 꾸며진 정원을 집주인이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돌담길을 따라 걷는 이웃들에게도 볼거리를 안겨주는 넉넉함도 배어나온다. 한씨는 “살기 편하고, 보기 좋은 집이 반드시 새 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을에는 이처럼 ‘헌 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민들을 위한 주말농장 등으로 운영되는 번듯한 ‘새 집’이 오히려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형태와 모양이 제각각인 천생연분 마을의 주택들은 다양성이 공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양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임충빈 양주시장 “도시에 디자인을 입혀 경기북부 중심도시로”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것, 주민 스스로 실천 가능한 것 위주로 마을 발전계획을 추진하겠습니다.” 임충빈 경기 양주시장은 천생연분 마을’ 지원과 관련,“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시설은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고, 운용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면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은 모두 주민이 아닌 제3자의 차지가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양주시는 도시계획과 개발사업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지난 9월 한국토지공사와 ‘명품도시 건설’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이달 말에는 대한주택공사와도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임 시장은 “지금은 특색없는 논·밭, 띄엄띄엄 솟아있는 아파트뿐인 볼품없는 지역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이는 디자인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양주시는 인근 지역 지방자치단체 8곳의 ‘산파’ 역할을 했다.1963년 당시 양주군 노해면이 지금의 서울 도봉·노원·강북·성북구로 흡수됐으며, 의정부읍이 의정부시로 떨어져 나왔다.1980년에는 남양주군이 남양주시로, 구리읍이 구리시로 각각 독립했다. 또 1981년에는 동두천읍이 동두천시로 승격됐다. 임 시장은 “서울과 경계가 맞닿아 있고 은평뉴타운과는 자동차로 채 10분도 떨어져 있지 않지만, 수도권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 발전이 더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경기 북부지역의 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25) 긍정적 자아개념 심어주기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25) 긍정적 자아개념 심어주기

    지난 두 주에 걸쳐 물고기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처음 물고기 그림을 통해서는 사람들의 독특함과 개별성을 알아보았고, 두 번째 물고기 그림에서는 인지적 경제성 원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세 번째로 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아직 물고기를 그리지는 마십시오. 이번에는 물고기를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종이에 꽃을 그려보세요. 어떤 꽃을 그리셨나요? 아마 옆 그림과 같은 꽃을 그린 분들이 많을 겁니다.‘꽃을 그려 보세요!’라고 할 때의 꽃과, 물고기를 그린 다음에 ‘물고기를 그려 보라고 했지 물고기 옆면을 그리라고는 하지 않았는데 왜 물고기 옆면을 그렸나요?’라는 질문 후에 ‘꽃을 그려보세요!’라고 할 때의 꽃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냥 꽃을 그리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빨리 옆 그림과 같은 꽃을 그린다면 물고기를 그린 후에 꽃 그림을 부탁하면 시간도 더 걸리며, 장미, 튤립, 백합 등의 다양한 꽃을 그리고, 한 송이가 아니고 여러 송이나 꽃다발을 그리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다양한 꽃을 그렸나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그렸어요.’라는 답을 합니다. 오늘은 이 ‘그냥’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지식이 있습니다.‘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신문의 이름은?’‘삼각형의 내각의 합은?’‘지난 화요일에 한 일은?’이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지식을 ‘서술적 지식’이라고 합니다. 서술적 지식은 사실에 관한 지식이며, 그 내용을 의도적으로 기억해 낼 수 있고,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지식입니다. 이에 반해 문법을 정확히 몰라도 말을 할 수 있고, 자전거 타는 방법을 설명하기 어려우면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처럼 행동이나 기술 또는 무엇을 하는 방법에 관한 지식으로서 말이나 글로 표현 할 수 없는 지식을 ‘절차적 지식’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때 처음에는 그 내용을 설명하는 서술적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훈련을 거듭함에 따라 그 지식은 절차적으로 변화합니다. ●서술적 지식 훈련 통해 절차적 지식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는 서술적 지식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테면, 처음으로 ‘2+3=5’라는 더하기 연산을 배울 때 아이들은 문제 자체를 달달 외워서 답을 냅니다. 암기과정을 통해 머릿속 서술적 지식 창고에 더하기의 바로 그 예를 그대로 집어넣었다가 그대로 꺼낸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2+4=?’이라는 문제에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서술적 지식의 목록에는 이 문제의 답이 없으니까요. 따라서 2+3과 개념적으로 동일한 문제이지만 지식 창고에는 없는 ‘3+2=?’이라는 문제나 ‘5-2=?’이라는 문제에도 당연히 답을 댈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처음 연산을 가르칠 때 ‘2+3=?’의 답은 알면서도 ‘3+2=?’의 답은 대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답답해하고 야단치시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아무리 혼을 내도 아이는 답을 댈 수 없습니다.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을 꺼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더하기를 가르칠 때는 배운 그 문제만 알고 있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또한 배운 장소에서나 배운 과목에서만 문제 해결하기를 원치도 않습니다. 수학 시간에 더하기를 배웠다면 그 문제가 숫자로 된 문제든 문장으로 된 문제든 해결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학시간에 더하기를 배웠어도 다른 과목시간에 더하기가 필요하면 해 낼 수 있고 나아가서는 학교 밖의 실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더하기를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배운 장소와 시간을 넘어서서 생전 처음 본 문제가 주어져도 원리를 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더하기에 관한 절차적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2+3=5’라는 문제를 외워서 푼 아이는 그 문제밖에 답을 낼 수 없지만 더하기라는 절차적 지식을 가진 아이는 처음 본 억 단위의 숫자를 가지고도 더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숫자만 달라졌지 과정은 동일한 것이니까요.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느린 서술지식의 사용에서 빠른 절차지식의 사용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체험 통한 절차적 지식을 익혀야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잘한다고 하는 것은 절차적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절차적 지식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요? 물고기 그림을 직접 그리게 하고, 꽃 그림을 직접 그리게 하십시오. 왜 물고기 옆면을 그렸냐는 물음 후에 꽃 그림이 달라진 것을 직접 보게 하십시오. 자기 손으로 그린 물고기 옆면을 자기 눈으로 보고 난 연후에야 꽃 그림이 ‘그냥’ 달라집니다. 체험을 통한 절차적 지식이야말로 평생을 가는 지식입니다. 구슬치기를 하며 배운 더하기 빼기가 책상 위에서 배운 더하기 빼기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 어린 시절 배운 자전거 타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타도 쌩쌩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은 아실 겁니다. 체험의 과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배운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그냥’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지식을 얻는 과정입니다.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25) 긍정적 자아개념 심어주기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25) 긍정적 자아개념 심어주기

    지난 두 주에 걸쳐 물고기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처음 물고기 그림을 통해서는 사람들의 독특함과 개별성을 알아보았고, 두 번째 물고기 그림에서는 인지적 경제성 원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세 번째로 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아직 물고기를 그리지는 마십시오. 이번에는 물고기를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종이에 꽃을 그려보세요. 어떤 꽃을 그리셨나요? 아마 옆 그림과 같은 꽃을 그린 분들이 많을 겁니다.‘꽃을 그려 보세요!’라고 할 때의 꽃과, 물고기를 그린 다음에 ‘물고기를 그려 보라고 했지 물고기 옆면을 그리라고는 하지 않았는데 왜 물고기 옆면을 그렸나요?’라는 질문 후에 ‘꽃을 그려보세요!’라고 할 때의 꽃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냥 꽃을 그리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빨리 옆 그림과 같은 꽃을 그린다면 물고기를 그린 후에 꽃 그림을 부탁하면 시간도 더 걸리며, 장미, 튤립, 백합 등의 다양한 꽃을 그리고, 한 송이가 아니고 여러 송이나 꽃다발을 그리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다양한 꽃을 그렸나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그렸어요.’라는 답을 합니다. 오늘은 이 ‘그냥’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지식이 있습니다.‘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신문의 이름은?’‘삼각형의 내각의 합은?’‘지난 화요일에 한 일은?’이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지식을 ‘서술적 지식’이라고 합니다. 서술적 지식은 사실에 관한 지식이며, 그 내용을 의도적으로 기억해 낼 수 있고,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지식입니다. 이에 반해 문법을 정확히 몰라도 말을 할 수 있고, 자전거 타는 방법을 설명하기 어려우면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처럼 행동이나 기술 또는 무엇을 하는 방법에 관한 지식으로서 말이나 글로 표현 할 수 없는 지식을 ‘절차적 지식’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때 처음에는 그 내용을 설명하는 서술적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훈련을 거듭함에 따라 그 지식은 절차적으로 변화합니다. ●서술적 지식 훈련 통해 절차적 지식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는 서술적 지식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테면, 처음으로 ‘2+3=5’라는 더하기 연산을 배울 때 아이들은 문제 자체를 달달 외워서 답을 냅니다. 암기과정을 통해 머릿속 서술적 지식 창고에 더하기의 바로 그 예를 그대로 집어넣었다가 그대로 꺼낸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2+4=?’이라는 문제에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서술적 지식의 목록에는 이 문제의 답이 없으니까요. 따라서 2+3과 개념적으로 동일한 문제이지만 지식 창고에는 없는 ‘3+2=?’이라는 문제나 ‘5-2=?’이라는 문제에도 당연히 답을 댈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처음 연산을 가르칠 때 ‘2+3=?’의 답은 알면서도 ‘3+2=?’의 답은 대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답답해하고 야단치시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아무리 혼을 내도 아이는 답을 댈 수 없습니다.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을 꺼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더하기를 가르칠 때는 배운 그 문제만 알고 있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또한 배운 장소에서나 배운 과목에서만 문제 해결하기를 원치도 않습니다. 수학 시간에 더하기를 배웠다면 그 문제가 숫자로 된 문제든 문장으로 된 문제든 해결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학시간에 더하기를 배웠어도 다른 과목시간에 더하기가 필요하면 해 낼 수 있고 나아가서는 학교 밖의 실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더하기를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배운 장소와 시간을 넘어서서 생전 처음 본 문제가 주어져도 원리를 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더하기에 관한 절차적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2+3=5’라는 문제를 외워서 푼 아이는 그 문제밖에 답을 낼 수 없지만 더하기라는 절차적 지식을 가진 아이는 처음 본 억 단위의 숫자를 가지고도 더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숫자만 달라졌지 과정은 동일한 것이니까요.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느린 서술지식의 사용에서 빠른 절차지식의 사용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체험 통한 절차적 지식을 익혀야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잘한다고 하는 것은 절차적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절차적 지식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요? 물고기 그림을 직접 그리게 하고, 꽃 그림을 직접 그리게 하십시오. 왜 물고기 옆면을 그렸냐는 물음 후에 꽃 그림이 달라진 것을 직접 보게 하십시오. 자기 손으로 그린 물고기 옆면을 자기 눈으로 보고 난 연후에야 꽃 그림이 ‘그냥’ 달라집니다. 체험을 통한 절차적 지식이야말로 평생을 가는 지식입니다. 구슬치기를 하며 배운 더하기 빼기가 책상 위에서 배운 더하기 빼기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 어린 시절 배운 자전거 타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타도 쌩쌩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은 아실 겁니다. 체험의 과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배운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그냥’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지식을 얻는 과정입니다.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관훈포럼 강연

    “서비스업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제조업이 되어야 합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포럼에는 전·현직 언론인 외에도 장 교수의 아버지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나와 눈길을 끌었으며 이재훈 산업자원부 2차관, 삼성전자 이인용 전무, 한화 장일형 부사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상하이나 일본이 동북아 금융허브 될 것” 장 교수는 ‘한국경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제조업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제품가격이 점점 싸지기 때문이지 오히려 제조업 생산은 늘고 있다.”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제조업 종말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장 교수는 “기업금융이니 첨단 IT산업이니 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최종 소비자보다는 제조업체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제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론에 대해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장기간 영국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로 서구와 역사적 유대가 있고 몇 백년 동안 서구인들이 살아온 커뮤니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동북아 금융허브는 제조업이 가장 발달할 것으로 보이는 상하이나 일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교수는 한국경제를 의대·한의대 인기, 주차발매기와 종업원, 영어배우기 열풍으로 설명했다. 뛰어난 인재들이 이·공대를 외면하고 의대로 몰리는 것은 우수자원 배분의 왜곡이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20대 여성들이 주차권 발매기 옆에서 주차권을 나눠주는 것은 서비스업 과잉고용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또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언어의 수준이 아니라 언어에 담기는 내용이라면서 전 국민이 영어에 매달리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입시에서 영어 비중을 줄이고 오히려 전문 통역·번역사를 양성하는 등 분업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공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질의응답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운하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해 이야기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벌이는 것은 좋지만 운하가 우리나라 지형이나 산업분포에 적합한지는 모르겠다. 그 정도 노력이 들어가면 제조업을 지원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좌파정책 편 것 없어” 국제유가가 치솟는 등 세계경제가 불안한데도 국내 주가는 2000을 넘어섰는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돌아간다.”며 “그러나 미국경제의 침체, 중국경제의 타격 등이 우리나라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분배중 어느 것에 우위를 둬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노무현 정부 들어 복지 예산이 GDP의 5%에서 7%로 는 것을 두고 좌파정부라고 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24%”라면서 자신이 보기에는 별로 좌파정책을 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성장이냐, 분배냐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자신은 성장 쪽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범여권 대표주자로 먼저 서야

    범여권 대표주자로 먼저 서야

    30일 창조한국당 창당으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본격적인 대선행보가 시작됐다.8월23일 대선 출마선언 이후 2개월여 만이다. 문 후보의 정치실험은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낮은 지지율이 이를 반영한다.‘참신한 정치세력’이라는 자체평가는 문 후보의 자산이자 약점이다. 안으로는 창당 이후 내부진영을 규합하고, 밖으로는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항마로 서야 할 과제가 남았다. ●‘사람중심 진짜경제´ 내세워 문 후보의 장점은 기성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그동안 ‘새로운 정치세력’임을 줄곧 주장해왔다. 창당식에서도 “기존 정치인이 채우지 못한 국민들의 욕구를 채워야 한다.”며 참신함을 강조했다. 그는 범여권 후보 가운데 경제에 강점을 가진 후보로 꼽힌다. 실물 경제를 경험하면서 성공한 신화를 이룬 인물이다. 경제 대통령을 꿈꾸는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대목이다.‘사람 중심 진짜 경제’를 화두로 이 후보 경제관과 자신의 경제관을 대비시키고 있다. 서울·수도권의 지지층이 두껍다는 점도 그의 향후 파괴력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본선 승리에 결정적 관건이 되는 지역에서 강세라는 말이다. 범여권 후보단일화 국면을 고려할 때, 가장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주자로 거론된다. ●‘참신한 정치세력´ 구호 통할까 하지만 아직은 난관이 더 많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상승추세이기는 하다. 그러나 자력에 의한 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10월16일 직후 6∼9%대였고 그전에는 5%대 안팎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기점이다. 이는 범여권 후보가 압축되는 과정에서 부동층이 줄어들고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탈락후보들의 지지층이 이전하면서 생긴 어부지리로 봐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 이미지는 고사하고 아직 범여권 대표주자로 각인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 후보는 대선출마 직후부터 이 후보를 겨냥해왔다. 그러나 이 후보의 지지층을 잠식하지도 못했고, 범여권의 지지도 쏠리지 않았다. 최근, 문 후보는 범여권 후보들과 이 후보를 동시에 ‘낡은 세력’이라 공격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후보단일화 과정을 고려한 전술로도 읽힌다. 문 후보는 이와 관련,“낡은 세력과의 야합적 단일화는 반대한다.”고 각을 세웠다. 연대 조건으로 제시한 ‘가치·정책중심의 연정’도 연장선에 있다. ●구체적 콘텐츠와 안정적 리더십 필요 그가 내세우는 슬로건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는 이념에 불과하다.”면서 “당 정책이 후보의 정책으로 합치되는 과정에서 이런 점은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역 정치인들을 끌어들일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계안 의원은 자문단으로 물러났고, 천정배 의원은 정동영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범여권 관계자는 “의원들의 결합은 캠프 내 배치의 문제이지 금기시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직접 네거티브의 최전선에 서게 되는 효과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정치세력’이라는 이미지와 배치되는 악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이마트 ‘가격파괴=시장파괴’

    신세계 이마트의 가격 파괴 발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경쟁·협력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좋지만 납품업체에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이나 구멍가게 등 영세 유통업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공정위 “예의 주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대형마트가 값을 싸게 공급하면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지만, 그 부담을 제조업체에 넘기면 경쟁관계에 있는 중소 유통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이마트 등을)조사할 수도 있다.”면서 “조만간 ‘대형 유통업체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가맹유통팀 관계자는 “이마트가 PB확대를 본격화하면 경쟁하던 중소 유통업체가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싼 값에 납품을 요구하는 등 ‘하도급 폐해’가 발생할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11월 중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전문가, 신중한 입장 전문가들은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다. 중소 제조업체에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공정한 기업활동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문상영 박사는 “대형 유통업계의 가격 인하는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과 대형할인점과 제조업체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면서 “중소 제조업체는 할인점 입장에서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만큼, 이들과 어떻게 상생하느냐에 이마트의 새로운 전략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고, 정부는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오세조 교수는 “시장 논리로 봤을 때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점”이라면서 “다만 이마트는 이번 조치를 통한 이익을 중소업체와 함께 나누고, 또한 중소업체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등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경쟁업체들, 대응책 고심 할인점 업계는 1위 업체의 공격적인 경영이 미치는 파장을 지켜본 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미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PB상품을 얼마나 더 할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2001년 국내에 처음으로 PB상품을 선보인 홈플러스측은 이미 20%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할인점간의 경쟁 구도보다는 제조업체들의 역학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예를 들어 이마트가 2,3위 제조업체에서 PB상품을 공급받으면 물량이 크기 때문에 1위 제조업체와 직접적인 경쟁구도가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PB상품 확대의 핵심 타깃으로 꼽히는 식품과 의류 업계 관계자들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휴를 맺으면 낮은 공급가로 압박을 받는 것은 물론, 우리 주력 제품과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렇다고 경쟁사와 제휴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이마트,“법저촉 여지 없다.” 신세계 이마트측은 “제조업체의 브랜드인 내셔널 브랜드(NB)의 가격 결정권은 제조업체의 몫이고, 자체 상품(PL)의 가격 결정권은 이마트에 있다.”면서 “이마트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NB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이마트의 자체 상품을 만들면서 이마트에 납품하는 457개 협력업체들과 협의해 가격을 정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하등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이영표 이두걸 박건형기자 tomcat@seoul.co.kr
  • [단독][신당 대선후보 정동영] 靑 “상처받은 사람들 잘 껴안고 가길”

    청와대는 15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후보에 대해 ‘조건부 지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전화를 걸어온 정 후보에게 “당선을 축하한다.”며 “앞으로 정 후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잘 껴안고 가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 후보도 언론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현직 대통령이어서 선거법상 제약이 있지만 심정적으로 정동영을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조만간 적절한 자리에서 정 후보에 대한 조건부 지지 의사를 포함해 신당 경선에 대한 소회를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 후보의 (참여정부에 등을 돌린)정치행보에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현실적으로 국민의 판단을 중시한다.”면서 “청와대가 국민이 선택한 민주개혁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가로막거나 혼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앞으로도 정 후보를 계속 지지할지는)정 후보가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그는 “정 후보가 참여정부의 ‘호적’을 떼고 승패에 연연해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행위를 한다면 다른 문제이지만, 참여정부의 정신을 이어 나간다면 (청와대가)판 전체를 흔들 필요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정 후보의 선출 유력 소식이 전해진 전날 밤 “아쉽고, 할 말이 없다.”라는 반응과는 차이가 나는 것으로, 청와대가 현실적인 정치상황 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입장을 조율·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명의도용 등 정 후보의 도덕성 논란에 대해 “정 후보에게 부정행위가 있었지만,‘부정선수’는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하지만 손학규 후보는 ‘부정선수’이며, 손 후보가 선출됐다면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그나마 정 후보가 선출된 게 다행”이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친노(親盧)세력의 문국현 후보 캠프 이동도 현 단계에서는 검토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친노 세력의 문 후보 지지 가능성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며,“친노를 잘못 본 것이다. 친노에는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문 후보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정하기에는 문 후보의 정치력과 통합·조정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이 같은 기류는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기본적으로 대선에 끼어들 여지가 없고, 그런 의사를 갖고 있지도 않은 데다, 국민의 여론이 반영된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를 반대할 현실적인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후보는 이날 저녁 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으며,20일 오후에는 동교동 사저로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EU와 車·지재권 협상 어려워”

    김한수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우리측 수석대표는 12일 “한·EU FTA 협상을 연내에 타결한다는 것이 어려운 과제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오는 15일부터 서울에서 시작되는 4차 협상 전망과 관련,“상품 부문에서 균형 잡힌 결과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렵고 자동차 표준과 관련된 비관세 장벽, 지적재산권 등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최근 지리적 표시 보호와 관련해 아주 높은 수준의 제안서를 보내와 검토하고 있다.”면서 “보성녹차, 순창고추장 등 우리도 보호받을 수 있는 부문이 있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안을 만들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한·아세안 FTA에 대해 “상품부문은 이미 6월부터 발효됐고 서비스도 사실상 타결됐다.”면서 “투자부문 협상도 내년에 마무리될 것 같다.”고 전했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大入 자율화’ 대선 핫이슈로

    대학입시의 단계적 자율화를 골자로 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교육공약을 두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10일 정면 충돌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도 이 후보의 교육공약을 비판하고 나서 대선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3불(不)정책’가운데 기여입학제를 제외하고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사실상 해체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타당성·적합성으로 볼 때 매우 위험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백년지대계인 공교육 정상의 기본을 무너뜨리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던져놓은 것 같아 불안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이어 “‘3불 정책’은 일관된 기조 정책으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후보의 영어교육 강화방안에 대해 천 대변인은 “영어 이외에 국어, 국사도 언급한 것 같은데 그런 교과목도 영어 수업을 제안했다.”며 “모국어와 자국의 역사를 외국어로 가르치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 아니라 기본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또 사고를 쳤는데 자충수”라면서 “가진 사람 20%를 위한 것으로 교육 개혁의 후퇴다. 이것은 신종 인종 분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후보는 “돈없는 사람도 좋은 공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는 게 3불 정책인데 이명박 후보가 이것을 흔들려 하고 있다.”면서 “특권 계층에 대한 교육을 하겠다고 버젓이 공약했다. 이런 후보가 당선되면 약육강식의 시대로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범여권 장외후보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도 이 후보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문 전 사장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의 사교육비 절감 프로젝트는 사교육을 더욱 조장하는 ‘사교육비 두 배 올리기 프로젝트’”라며 “현재 특목고와 외고의 기형적 운용이 사교육 광풍을 몰고 왔는데 오히려 부추기는 공약을 내 놓은 건 사고체계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입 본고사와 고교 등급제 금지를 풀겠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금지할 필요가 없어지도록 하겠다는 정책”이라고 맞섰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후보의 교육공약은)3불정책 폐기라기보다 3불 정책이 불필요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기여입학제는 다른 문제이지만 나머지 2개는 자연스럽게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청와대는 이 후보의 공약을 왜곡하여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 편가르기를 통해 선거에 악용하겠다는 불순한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번 대선은 여야 후보들이 나서 정책 대결을 하도록 놔두고 청와대는 더 이상 과민반응을 보이지 말고 자성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김지훈 박창규기자 kjh@seoul.co.kr
  • 김동건 바른 대표변호사 “법률시장 개방, 우수변호사 영입이 관건”

    김동건 바른 대표변호사 “법률시장 개방, 우수변호사 영입이 관건”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나면 관건은 리크루트(채용)입니다. 우수변호사를 스카우트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변호사의 몸값도 올라갈 겁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동건(61) 대표변호사는 2일 “법률시장 개방까지 5년의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이 우리 편이라고 본다.”면서 “그 안에 대형화·전문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로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리크루트 전쟁에서 내세울 전략은 무엇인가. _송무분야 변호사는 재조에서 매년 80∼100명이 조달되기 때문에 공급이 충분하지만 기업 자문 분야는 문제가 다르다. 영어와 한국어를 잘 하면서 미국법과 M&A 등에도 정통한 우수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눈을 해외로 돌려야 한다. 현재 미국에는 그쪽에서 로스쿨을 수료하고 변호사로 활동 중인 한국인들이 많다. 이 인재풀을 활용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국내 로펌에서 충분히 스카우트할 수 있다고 본다. ▶법률시장 개방 뒤 국내 법조계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전망하나. _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륙법과 영미법에 동시에 정통한 법조인의 풀이 탄탄한 편이다. 또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법조인이 고소득층에 속하기 때문에 시장 침범이 어렵다. 법률비용이 비싸다는 측면에서는 문제이지만 장점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배타적 문화와 고물가 문제를 외국 로펌이 잘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높다고 본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 M&A 시장이 한순간에 잠식당했던 일 등을 생각해보면 진입장벽이 높다고 안일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 ▶시장 개방을 앞두고 다른 중소로펌과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는가. _지금 당장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형화 전문화로 가야 한다는 맥락에서 합병을 생각하지 않는 로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합병에는 양 로펌의 문화, 수익분배구조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장애요인 극복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가 관건이다. 사실 우리가 흡수합병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지금 당장의 수익은 포기하더라도, 멀리 보고 5년 뒤 법률시장 문호를 개방했을 때 후배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득권도 포기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기고] 교내 탄산음료 제한 환영한다/차정섭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홍보관리관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3일 올해 연말까지 학교내 탄산음료 반입을 금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만으로부터 청소년들을 지키기 위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탄산음료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반만에 얻어낸 성과다. 비만 유발 등 탄산음료의 유해성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이지만,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3월 국가청소년위가 직접 나서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전국 225곳의 청소년수련시설을 시작으로 음료용 자동판매기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하지 않도록 했고, 청소년단체의 각종 행사에서도 탄산음료를 제공하지 않도록 했다. 얼마 후 시설 임대 잔여기간 등의 문제가 있는 몇몇 시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설들이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학교내 탄산음료가 문제였다. 당시 전국 160개 중·고교를 표본으로 탄산음료 판매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울 및 충북지역을 제외하면, 조사대상 학교의 90.6%인 154개 학교에서 자동판매기를 통해 탄산음료를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울산과 충북 이외의 경우 조사대상 학교의 93.7%인 150개교가 매점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시간에 땀을 흠뻑 흘린 학생들이 자판기가 부르는 시원한 탄산음료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국가청소년위는 지난해 3월29일 교육인적자원부에 학교내 자판기 및 매점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해 주도록 건의한 바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년도 학교보건급식 기본방향’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고 이번에 발표한 ‘학생 건강증진대책’에서 탄산음료를 비만 유발식품으로 규정하고, 전국 모든 학교내에 탄산음료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는 이번 교육인적자원부의 조치를 적극 환영한다. 아동·청소년들의 비만은 자칫 또 다른 질병을 불러와 성격 장애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저학년생들의 경우 뚱뚱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아예 왕따를 당하는 사례도 있다. 분당에 사는 주부 장모씨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친구들보다 뚱뚱해 놀림을 당한 사실을 알고 평소 좋아하던 탄산음료 근처에도 못 가게 했다.”며 아들과 어머니가 탄산음료를 둘러싸고 싸움 아닌 싸움을 하며 신경전을 벌였던 사연을 전해왔다. 위의 사례에서도 지적했듯 가정에서도 탄산음료가 사라져야 하겠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탄산음료가 있으면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어른들이 마시면서 아이들에게는 건강에 해로우니까 마시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부모 간섭을 벗어난 지역에서 ‘어른들도 마시는데’라며 유혹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탄산음료를 사서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어른들도 마시지 않도록 아예 눈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 국가청소년위는 앞으로 학교내에서 탄산음료가 실제 판매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또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일반 시설들도 탄산음료 판매제한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3일 개천절에 자녀들과 함께 배낭에 시원한 물을 넣고 산이나 들로 나가 탄산음료를 마실 때 톡 쏘는 맛보다 향긋하고 시원한 자연을 가슴 가득 채우고 오면 어떨까. 차정섭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홍보관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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