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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누구에게나 공평한 봄이라더니/백가흠 소설가

    [문화마당] 누구에게나 공평한 봄이라더니/백가흠 소설가

    다시 겨울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특히나 얼굴을 쉽사리 보여주고 내어주질 않는 새침한 아가씨 같은 이번 봄이다. 계절은 슬며시 왔는지 모르게 찾아오곤 했으나, 우리는 쉽게 오지 않는 계절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문득 아직 올 것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이 찾아오면 우리는 당황하고는 한다. 문득 아직도 자신이 입고 있는 철 지난 옷을 느끼며, 혹은 때 이른 옷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란다. 마치 이미 떠난 사랑을 붙잡으려 다급하게 뛰어가거나, 온 지 모르게 와 있는 사랑의 모습을 계절은 갖고 있는 듯하다. 봄은 가혹하다. 겨울의 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 철을 맞아 많은 젊은이가 불안한 미래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역시나 봄은 활짝 미소 띤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는 것 같지 않다. 취업은 단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인생 전체를 그리는 밑그림으로서 누구에게나 절실한 문제이지만, 풀기가 쉽지가 않다. 봄의 치열한 취업전쟁은 단지 경제상황의 영향만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업이 청년들의 일자리에 대한 개념을 바꾸지 않는 한, 국가가 청년들의 미래와 인생에 대한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우리의 청년들은 봄을 보지 못하고, 겨울의 끝에서 망설일 것이 뻔하다. 며칠 전 지하철역에서 예전에 내 강의를 수강했던 한 여학생을 만났다. 지난가을에 졸업하고 반년 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명문대를 나왔고 클래스에서도 가장 똑똑한 친구였다. 한 신문사에 지원서를 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서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서류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대답이었다. 씁쓸한 마음이 번졌다. 취업을 위해 면접 스터디를 하고, 인·적성 시험을 공부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개인의 적성을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라는데, 우리 젊은 친구들은 면접 준비와 적성공부를 고시 공부하듯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그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했었다. 봄을 맞이하는 것이 젊은 친구들만 힘든 것은 아닌 듯하다. 환절기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듯, 주위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친한 선배의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며칠 틈나는 대로 병원에 들렀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중환자실을 지키는 선배 대신 장지를 알아보았다. 하루에 면회가 이십 분씩 두 번인데 자기 혼자 의식 없는 아버지를 이십 분간 바라볼 수가 없다며 힘들어했다. 중환자실 밖, 우두커니 앉아 자리를 지키는 그가 참 쓸쓸해 보였는데, 그는 어린 딸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옆자리 한 젊은 엄마의 절규를 묵묵히 바라보고는 더욱 씁쓸해했다. 죽음이라는 것이 산 자의 몫인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가까운 죽음의 대면은 언제나 당황스럽다는 것을, 그것들과 마주한 자를 덤덤히 바라보는 것이 고작 우리의 숙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봄밤은 더욱 차갑기만 하더라. 작업실로 돌아와 짧은 칼럼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이틀간 보았던 어떤 풍광보다도 계속해서 자식의 이름을 부르던 젊은 엄마의 음성이 작게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봄은 누구에게나 가혹하기만 하다.
  • 버티는 김재철… 이번엔 해임되나? 후임은 새 정부 코드에 맞는 사람?

    버티는 김재철… 이번엔 해임되나? 후임은 새 정부 코드에 맞는 사람?

    김재철(60) MBC 사장이 과연 네 번째 해임 고비도 비켜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서 김 사장 해임안에 대한 표결 처리가 예정돼 있어 잇따른 해임 요구에도 버텨 온 김 사장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2010년 김 사장 취임 이후 벌써 네 번째 발의된 해임안으로 인사전횡과 노·노 갈등을 불러온 ‘MBC사태’에 전환점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해임안이 처리될 경우 후임 사장에 어떤 인물이 오느냐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 25일 현재 김 사장의 해임안 처리는 ‘가결’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선 세 차례와 달리 이번에는 MBC계열사와 관계사 임원 기습 임명에 격앙된 여권 추천 이사 3명까지 가세해 6명의 이사가 해임안 상정에 동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임안은 전체 이사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다. 해임을 강하게 주장해 온 권미혁·선동규·최강욱 이사 등 야권 추천 이사들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해임안 찬성 의사를 재확인했다. 전주MBC 사장 출신인 선 이사는 “여야 이사들이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다들 입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는 해임안 가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지난 23일 긴급 이사회에서 김광동·김용철·차기환 이사 등 여권 추천 이사 3명이 해임안 상정에 가세했으나 의견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재선인 김광동·차기환 이사는 그동안 김 사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또 앞선 세 차례 해임안 상정에선 정치권의 ‘개입’ 등으로 번번이 김 사장 해임이 무산됐다. 박재훈 MBC 노조 홍보국장은 “이번에는 원칙과 절차가 지켜지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추천 김용철·김광동·차기환 이사의 행보도 엇갈린다. MBC 부사장 출신의 김용철 이사는 “(김 사장은) 이사회 출석과 업무보고 거부 등 MBC에 대한 방문진의 관리·감독권을 부정하는 행위로 이미 수차례 경고를 받아 왔다”면서 “후임자를 물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긴급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다른 이사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다른 여권 추천 이사 3명은 기권이나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김문환 이사장은 해임안 발의에 대해 “김 사장과 방문진 이사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록 절충점을 찾겠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야권 추천 이사는 “김 이사장은 2010년 MBC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김 사장과 친분을 쌓았다”면서 “하지만 새 정부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적 이유로 긴급 이사회에 불참했던 박천일 이사는 해임안 반대 쪽으로 기운 것으로 판단된다. 해임안 발의에 반대했던 김충일 이사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김 이사는 전화 통화에서 “해임안 발의 반대와 해임 반대는 별개의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여권 추천 이사들의 가세로 해임안이 가결되더라도 노·노 갈등이 불거진 MBC 사태가 단박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후임으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새로운 노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한 방문진 이사는 “지금 후임 인사를 거론하는 건 섣부르다”면서도 “새 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한편 김 사장 해임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공정방송을 되돌리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해임안 처리를 촉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공정방송을 하라면서 정치 입김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당초 26~28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지역MBC 18곳과 자회사 10곳의 주주총회는 김 사장 해임안이 상정됨에 따라 다음 달 3일과 4일로 미뤄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민주 “법개정 먼저… 일회성 접근 안돼”

    민주통합당은 일단 현행법에 따라 4·24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는 원칙대로 공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공약은 “관련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다. 민병두 미디어홍보지원특별위원장은 20일 “(정당 공천 폐지는) 법적 안정성과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 여야가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서 논의해야 할 문제이지 일회성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한 발 빼는 분위기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의원총회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논의했으나 당론으로는 채택하지 못했고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뜻을 존중한다는 차원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캠프’ 간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에서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해 놓고 말을 바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를 논의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진정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면서도 관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4월 기초단체장 재·보선을 치르는 경기 가평과 경남 함양은 새누리당이 취약한 곳”이라면서 “선거 공학적인 일회적 접근일 뿐 공천 폐지를 제도화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열린세상] 누구를 위한 행복기금인가/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누구를 위한 행복기금인가/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장기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 주고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준다는 국민행복기금의 운영방안이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 재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기금에서 정부에 배당되는 3000억원과 신용회복기금의 잔액 8600억원, 그리고 차입금 7000억원 등 1조 8600억원을 토대로 10배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해 총 18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서민 지원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의 운영 방안은 금융회사에 대한 연체채무를 적정 가격에 매입해 원금은 50~70%를 감면해 주고, 제2금융권에 대한 고금리 채무는 은행권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경제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과다한 부채로 인해 살아나지 못하는 소비 여력은 소득 창출과 내수 부양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빚을 단기간에 되갚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저소득층을 비롯한 금융취약계층은 장기연체에 시달리고 빚을 갚느라 빚을 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국민행복기금의 취지는 이런 다중채무자와 장기연체자들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책의 의도가 바람직하다고 해도 성과가 예측한 대로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가계부채 문제의 접근도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빚은 채무자와 채권자의 개인적인 문제이다. 본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대가는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출이 상환능력 범위 내로 국한되는 룰에 대해 대출자와 금융회사가 철저히 인식했다면, 현 수준의 과도한 가계부채는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쌍방이 모두 책임이 있다. 이것을 국가가 나서서 갚아 준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돈은 내가 빌려 쓰고 정부가 탕감해 주는 좋은 세상에서는 빚을 낼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대부업체들이 고금리 자금을 빌려 쓰고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하면 장기 저금리 상환대출로 갈아타면 된다는 솔깃한 제안을 하고 있다. 다중채무자들은 추가대출 서류에 사인을 하고 국민행복기금 출범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빚을 줄이려는 노력보다 몇 달을 버티면서 어떻게든 탕감을 받으려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하우스 푸어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6개월 이상 연체자만 해당되지만 머지않아 3개월 이상 연체자들도 들썩이고 1억원 이상 채무자들도 움직일 것이다. 채권 발행은 정부가 지급보증하지 않을 수 없고, 남은 원금은 분할 상환한다지만 회수된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기금이 줄어들고 채권이 부실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지만 빚을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밤낮으로 투잡, 스리잡을 뛰면서 빚을 변제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성실한 채무자들에게 주는 좌절감의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대의와 절대적 빈곤층의 경제적 회생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면, 먼저 대상자의 금융 상황에 대한 미시적인 조사가 선행되고, 기준은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갚을 여력이 되면서도 고의로 채무 변제를 미루는 채무자에게 국민행복기금의 혜택이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지원이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채무가 부분적으로 탕감된다 해도 소득 증가를 통한 상환능력이 제고되지 않으면 또다시 채무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장단기적 관점에서 잠재적 성장 능력의 향상과 경기 회복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가 병행되는 종합적인 접근이 수반되어야 가계부채에 대한 효과를 볼 수 있다.
  •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②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②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18명의 릴레이 인터뷰 2회를 게재한다. 이번에는 소송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기용 경기 파주시 총무과 팀장과 장은길 김포시청 주무관, 사회교육복지 부문의 류성한 경남 통영시립도서관장, 세정 부문의 김종현 서울 강남구청 세무과 주무관 등 4명을 소개한다. 이기용 파주시 총무과 팀장 “고구려 덕진산성 등 문화재 사유화 막아” 경기 파주시 총무과의 이기용(52·지방행정 6급) 팀장은 사무실보다도 법정이 더 익숙한 공무원이다. ‘행정 변호사’란 별명은 그래서 붙었다. 주특기는 국공유 재산 환수보전소송. 지난 12년간 잃어버린 145만 5017㎡(44만 143평)의 국공유 재산을 환수해 파주시에 500억원이 넘는 재정 수익을 올려준 주인공이다. 신학대를 나와 한때는 목회자의 길을 꿈꿨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공무원이 됐다. 파주시청에 몸담은 것은 1991년. 뜻하지 않게 국공유 재산 관리 업무를 맡았다가 승소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2000년 당시 송달영 시장은 그에게 아예 국공유재산관리팀장을 맡겼다. 그는 내친김에 방통대에 편입해 법학을 전공했고 그것도 성에 안 차 고시촌의 법학원을 노크하기도 했다. “3년여간 법에 미쳐 살았다. 한창 일이 몰릴 때는 1년에 국공유 재산 소송이 400건이나 됐다”는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옛 장단군 지역의 면 소유 재산을 파주시 소유로 승계시킨 소송이다. 이 팀장은 “장단군 지역이 행정구역상 파주시로 편입됐지만 재산권까지 승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면서 “오랫동안 민통선 구역으로 방치됐던 장단군 지역의 국공유재산을 되찾기 위해 일제강점기 문서가 보관된 국가기록원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굵직한 문화재도 환수해 냈다. 토지 브로커들의 농간으로 꼼짝없이 개인소유로 넘어갈 뻔했던 고구려 덕진산성과 고려 시대 마애사면석불이 그것들이다. “6·25전쟁으로 소유권 등기가 사라진 덕진산성의 경우 조선총독부가 1942년 발간한 자료집까지 뒤져 원래 국유지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다”고 말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브로커들의 협박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국공유재산에 관한 한 공직사회의 명강사로 꼽힌다. 직접 쓴 책 ‘국공유 재산 소송실무’는 전국 재산 담당 공무원들에게 교과서로 통한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류성한 통영시립도서관장 “나이 들면 경로당 대신 도서관 찾게 할 것”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혹독하기만 하다. 밤 11시까지 도서관 문을 열고 시민들을 맞아야 한다. 덕분에 시민들은 편하다. 보고 싶은 책이 장서 목록에 없어도 말만 하면 재깍 어디선가 구해 와 빌려준다. 책 보는 곳일 뿐 아니라 세미나, 교양강좌, 영화 상영 등을 하는 종합 문화 공간이다. 도서관이 세 곳으로 나뉘어 있고 휴관일도 각각 다르니 1년 내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 류성한(51) 통영시립도서관장이 있는 경남 통영시 얘기다. 류 관장이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뽑힌 것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었다. 이미 시모범공무원상은 물론 국무총리표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등을 휩쓸었다. 류 관장은 2007년 1월 통영시립산양도서관장으로 처음 발령받았다. 당시 도서관은 이용객도 별로 없었고 흉물스러웠다. 그는 버리는 보도블록을 주워다 쉼터를 꾸미고, 나무 분재를 얻어 도서관 안팎을 가꾸면서 산뜻한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섬마을 욕지도에 세워놓은 뒤 무협지 정도 겨우 갖춘 ‘동네 책방’ 같던 욕지도서관을 번듯하게 바꿔 냈고 시와 도를 뛰어다니며 예산을 따내고 민자를 유치해 통영시립도서관 본관을 만들었다. 또 통영 시민 30%가 사는 신시가지에도 충무도서관을 만들어 오는 7일 문을 연다.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백석 등 통영과 인연을 맺은 작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테마 도서전’은 물론 ‘도서 나눔 운동’ ‘북콘서트’ 등 많은 창발적 사업을 쉼 없이 쏟아냈다. 그는 “지난 6년은 정말 밤낮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도서관만 생각하고 살았던 시절이었다”고 돌아봤다. ‘도서관 전도사’ 류 관장의 관심은 벌써 또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경로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찾도록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도서관이 중심이 된 문화센터, 노인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실버 도서관’ 등 가야 할 길이 아주 멉니다.” 글 사진 통영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장은길 김포시청 회계과 주무관 “시·국가의 땅도 내 땅 찾는 것처럼 최선” 경기 김포시 회계과에 근무하는 장은길(42·행정 6급) 주무관은 ‘소송의 달인’이다. 어감만으로는 행정·사법관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성 민원인을 연상시키지만 이는 장 주무관이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재산을 소송을 통해 지키다 보니 듣게 된 말이다. 김포시는 2008년 도로사업과 관련해 부당이득금반환소송 등 15건이나 제소당했다. 1970∼80년대 시가 보상을 했지만 등기가 이전되지 않은 점을 이용해 변호사와 소유주가 합작으로 기획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기획담당관실에서 일하던 장 주무관은 선배 공무원들이 야속했지만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밤낮으로 법 공부에 매달리면서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소송에서 시가 100% 승소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보상을 했는데도 미등기된 토지는 지역에 널려 있었다. 장 주무관은 해당 토지 소유주나 상속인에게 등기 이전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선뜻 응해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당시 등기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줬는데 이제 와서 그러느냐”고 반발했다. 장 주무관은 거주지가 다양한 소유주나 상속인을 일일이 찾아가 진정성 있게 설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속이 진행돼 땅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괴롭혔다. 해당인이 국외에 거주할 때는 주소지에 메모를 붙여 놓고 연락 오기를 몇달씩 기다리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81필지(7만 7330㎡)에 대한 등기 이전을 마쳤다. 도저히 협의가 되지 않을 때는 소송을 걸어 102필지(1만 8890㎡)를 되찾았다. 이들 땅은 공시지가 기준 106억원으로 국가에 98필지, 김포시에 283필지, 경기도에 2필지가 귀속됐다. 장 주무관은 “만약 내가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이 남의 소유로 돼 있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면서 “시와 국가의 땅을 찾는 일에도 같은 심정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김종현 강남구청 세무과 주무관 “체납자 정보 공유… 법원배당금 추징을” “세금 체납자들이 세금 징수를 피하는 걸 보면 기상천외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어렵게 징수에 성공하면 또 다른 허점을 파고들거든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꽁꽁 숨겨놓은 재산과 돈을 찾아내는 노하우를 갖춰야 징수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된 김종현(44·서울 강남구청 세무관리과) 주무관은 세금 체납자들에게는 염라대왕이나 마찬가지다. 도저히 찾아낼 수 없을 것 같은 돈을 찾아내 결국 체납 세금을 징수해 가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체납자가 은닉한 법원배당금을 압류하는 시스템을 도입, 5억 8000만원을 압류해 주목받았다. 현재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법원이 관할하는 경매 배당금 관련 인적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김 주무관은 경매 관련 업체와 제휴해 배당금 지급이 예상되는 사람들 중에서 체납자를 찾아내 법원이 배당금을 지급할 때 체납 세금을 먼저 징수하는 데 성공했다. 업체들이 파악한 배당 예상자들의 주민번호 앞자리 및 성별 정보를 구청 체납자 정보와 매칭시켜 배당자 중 체납자를 가려내는 시스템이다. 그는 “법원이 세무당국에 배당 지급 예상자 정보를 제공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이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워 난색을 보인다”면서 “정보 공유만 된다면 전국적으로 수백억원의 체납 세금 추가 징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체납 세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 포인트로 담당공무원의 노하우 공유를 꼽았다. 오랜 기간 체납 징수 업무를 하면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를 동료 및 후배 공무원들과 충분히 나눌 때 체납 세금 징수율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신념 때문에 그는 현재 구청 내에서 체납업무를 하면서 체납 징수 전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서울시 데이터센터 ‘자료마을’의 전문강사로 서울시 타 구청 세무공무원들에게 체납 징수 기법도 전수한다. 임창용 전문기자 sdragon@seoul.co.kr
  •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렇게 풀자] ‘검찰·정치개혁’ 유사… 실행의지가 관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통 법안으로는 검찰개혁 법안들과 정치개혁 법안들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법안 통과를 놓고서는 양당이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국민이 개혁을 체감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이 담긴 법안은 ‘검찰청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를 폐지하고 감찰을 담당하는 대검찰청 검사를 외부에서 공모하게 되어 있다. 또 검사징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검사의 징계사유에 인권침해행위, 금품수수와 향응 등 경제적 편의 제공 등을 추가했다. 이들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다만, 검찰개혁이 공통 공약이기는 하지만 양당의 온도 차이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중수부 폐지 등 양당 이견이 없는 공통 공약에 대해서는 추진에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과 같은 공통 공약이 아닌 부분까지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변재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가 실종된 것은 아닌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변 의장은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강력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공약집에 반영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제시한 국정과제는 상설특검제 등 핵심공약이 실종되거나 왜곡됐고 공약집보다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해 검찰개혁의지 실종을 바로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당은 정치개혁에 대한 인식도 비슷하다. 대통령 권한 축소, 국회 및 정당의 기득권 포기가 핵심이다. 우선 양당 모두 제왕적인 대통령 권력 분산 방안으로 총리 권한 강화를 공통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총리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민주당은 ‘책임총리제’를 들고 나왔다. 정당 개혁에 대해서는 여야 동시 국민참여경선 실시를 법제화해 공천개혁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중앙당의 정치적 권한을 각 시·도당에 이양해 분권 정당을 만들자는 데도 생각이 일치한다. 또 기초단위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공통으로 제시했다. 국회 개혁과 관련해서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역할 강화와 예산결산위원회 상설화를 약속했다. 이런 공약의 상당수는 그동안 정치권 내에서 논의돼 온 과제들이다. 하지만 정치개혁 공약들은 대선 기간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측면도 적지 않다. 때문에 이를 이행하려면 정치권의 의지도 필요하다. 당장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당 분권화, 비례대표 확대 등은 정치권의 오랜 과제이지만 실제 시행되면 상당한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며 “막상 도입하려면 상당한 진통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부정적 의견 등을 고려하면 정치개혁 공약에서는 국회의원 겸직 금지, 국회윤리특위 강화 등 상대적으로 쟁점이 덜한 공약들부터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시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갈등을 보며/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시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갈등을 보며/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어떤 조직도 고독한 ‘섬’일 수는 없다. 그래서 개방 협력의 역사에는 진화와 장수가 뒤따랐고, 폐쇄의 역사에는 후퇴와 단절의 비극이 따랐다. 개방은 이해 관계자들을 참여하고 협력하게 만들어 혁신의 동반자로 키우지만, 폐쇄는 이해 관계자를 적으로 돌려 전쟁의 상대자로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해 관계자 사이는 폐쇄·대립적이고 ‘갑·을’ 관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갑·을 사회의 가장 큰 폐해는 개천에서 용 나는 희망을 뺏아간다. 능력 있고 아이디어도 있는 ‘을’이 ‘갑’에 눌려 성장의 기회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처방의 하나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정책이다. 이는 대기업의 개방적 태도를 요구하고 ‘나홀로’ 폐쇄성을 극복해 보려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을 두고 중소기업인 ‘을’의 폐쇄성과 갈등이 수면 위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가맹점주가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을 두고 대한제과협회를 상대로 소송하는 등 갈등도 점입가경이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소상공인 진흥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 관련 연합회 간에는 법정단체 지정을 위한 기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갑·을 간 상생협력 모델이 ‘을’ 간의 갈등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제 ‘을’의 개방적 태도도 필요하다. 갈등이란 무조건 나쁜 게 아니다. 서로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해 가는 분기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긍정적 갈등이 될 수도 있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숨어 있는 ‘을’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이것을 통해 한국 기업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지원예산 관리를 기관 중심적 예산투입 정책에서 ‘임팩트 지향’적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책은 정부의 기획 및 예산 배정 그리고 배정된 예산을 특정 기관에 맡겨 정책을 위탁집행하는 방법이었다. 정책이 만들어질 때마다 기관 간 집행예산 배정 싸움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정책이 정치판이 된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도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소상공인진흥자금이 연간 5000억~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 같다. 곧 이를 관리하는 진흥공단이 신설될 것이고 이 예산을 염두에 둔 관련 소상공인 대표단체들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리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예산 투입과 정책 집행보다 정책실효성 평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기를 낳는 게 전부가 아니라 어떻게 잘 키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정책 그 자체보다 정책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소기업 정책은 지원하는 정책만큼 발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에는 100년을 넘긴 2만 1000개 장수기업들 중 1만 5000개 정도가 소상공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최고의 상품을 만들고 공급하겠다는 장인정신과 철저한 서비스로 고객의 신뢰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상공인 정책도 이러한 정신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키워가는 ‘사람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 가칭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이런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단체에 열심히 출근하는 상인이 아니라 새벽에 맨 먼저 좌판을 닦고 단골고객이 많은 사람을 찾아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대기업의 개방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개방적 사고도 필요해지고 있다. 상생협력을 통해 공정한 질서 회복이 중요한 과제이지만 소상인 내부적으로도 고객 신뢰를 위한 장인정신의 회복과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할 정책만큼이나 지금까지 실효성 없이 투입된 예산이나 설립 목적을 잃어버린 기관을 재정비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효성 없는 예산 투입은 낭비일 뿐이다.
  • [책꽂이]

    서양고대철학 1(강철웅 등 지음, 길 펴냄)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각인된 서양 고대철학을 우리 연구자 30명이 우리 입장에서 정리했다. 전반적인 개론서다. 서양고전학연구소와 함께 내는 책으로 모두 2권으로 기획됐고, 1권은 그리스철학의 여명기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까지, 2권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철학을 다룰 예정이다. 3만원. 민주주의의 재발견(박상훈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지난해 안철수 바람 때 사람들이 가장 경악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그가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겨우 중앙당 폐지, 의원 수 축소 같은 방안이었다는 점이다. 새 정치 운운했지만 결국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에만 의존한, 또 하나의 반 정치의 정치 혹은 포퓰리즘이란 냉혹한 평가가 따라붙었다. 그 얘기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힘들고 어렵고 다소 둔중해 보일지라도 왜 정당을 통한 대의민주정치만이 해답일 수밖에 없는지를 반복적으로 설명한다. 1만원. 표창원 보수의 품격(표창원·구영식 지음, 비아북펴냄)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고 너무 냉혹하게 굴지 않기로 한다. 어쨌든 진짜 보수라면 친북 좌빨 따위의 유치한 주장을 집어치우고 진짜 품격 높은 보수를 해보자고 선언하면서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가 생각하는 진짜 보수의 모습을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다. 1만 4000원. 일본 언론법 연구(한영학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일본의 과거와 현재의 언론법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침서. 구 언론법제의 절대적 통제 구조, 현행 언론법제에서 표현의 자유와 불합리한 규제 등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일본의 언론법제이지만, 공영 방송의 위기나 수신료를 둘러싼 논란 등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5만 4000원. 좋은 정부 나쁜 정부(박희봉 지음, 책세상 펴냄) 늘 씹히는 게 정부다. 그래서 정부가 문제 있다는 말은 이제 누구나 쉽게 다 하는 얘기가 됐다. 기업은 월급을 주니 입도 뻥긋하면 안 되고 시민단체는 옳은 말만 하니 그냥 다 정부 탓이다. 저자는 플라톤의 철인정부론에서부터 사회자본론의 공동체정부에 이르기까지 서양역사에서 등장한 10가지 정부 모델에 대해 분석해뒀다. 1만 5000원.
  • 사람 품은 주민센터로

    사람 품은 주민센터로

    성북구가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신축하는 공공 건물을 대상으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김영배 구청장은 18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복합청사로 신축하는 안암동 주민센터에 대해 설계부터 준공, 운용까지 인권 기준을 적용하는 ‘인권영향평가’를 실험 중이라고 밝혔다. 인권영향평가는 정책이나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주민 인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해 인권 침해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고 인권 친화적 효과를 유도하기 위한 평가제도를 말한다. 현재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실행된 적이 없으며 광주광역시와 성북구가 인권조례를 통해 인권영향평가를 규정한 것이 전부다. 지금까지 실제로 신축 공공 건축물에 대해 인권영향평가를 시행한 곳은 성북구가 유일하다. 이를 가능케 한 근거는 ‘성북구 인권조례’에 있다. 조례 제·개정 등 5개 대상 사업에 대해 사전에 인권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 주체도 못 박았다. 이에 인권활동가 등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성북구 인권위원회’도 구성했다. 구에서는 앞으로 아리랑 시네센터와 구청 1층에 만들 예정인 어린이 장난감 도서관, 정릉 커뮤니티센터 등 공공 이용 시설에 대해서도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안암동 주민센터는 4월 공사에 들어가 내년 3월 준공될 예정이다. 구에서는 한국공간환경학회, 한국인권재단과 함께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면서 설계·기획 단계에서부터 설문조사와 주민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설계 지침을 마련했다. 인권 개념에 근거한 설계 지침을 제공한 뒤 응모작을 심의할 때도 인권 전문가와 건축 전문가를 포함한 심사위원회에서 당선작을 선정했다. 58억원가량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짓는 새 청사(연면적 1921㎡)는 지상 공간의 80%가량을 주민 편의 시설로 꾸민다. 청사 1층에는 주민 카페를 설치해 주민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김 구청장은 “공공기관에서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기본적인 과제이지만 단순히 단체장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주민들이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 인권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인권센터 설치와 인권 축제 개최, 성북인권선언 발표 등 다양한 인권 관련 사업을 통해 주민 생활 속에서 인권 보호를 실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이슈&이슈] 염홍철 대전시장 “엑스포공원, 특구서 제외할 수도… 테마파크 연내 꼭 착공”

    [이슈&이슈] 염홍철 대전시장 “엑스포공원, 특구서 제외할 수도… 테마파크 연내 꼭 착공”

    염홍철 대전시장은 “당초 목표대로 올해 안에 롯데복합테마파크를 꼭 착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다음 달까지 테마파크 개발계획안 제출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대덕연구개발단지 특구법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이것이 안되면 과학공원을 특구에서 제외시키는 방법도 추진할 뜻을 숨기지 않았다. 롯데테마파크를 건설하려면 자연녹지인 공원을 상업용지로 변경해야 한다. 그는 “9월까지 롯데와 실시협약을 체결하면 연내 착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염 시장은 “과학공원을 살리려면 민자유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과학공원은 엑스포가 끝난 뒤 과학시설 위주로 운영됐으나 수익성이 떨어져 2008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청산명령을 받았다. 기금 986억원은 현재 28억원만 남았고, 전시관도 17개에서 9개로 급감했다. 매년 100억원의 적자가 났다. 설문조사에서 대전시민 절반 가까이가 5년 동안 과학공원을 찾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염 시장은 “민자유치를 위해 공모를 해봐도 응하는 사업자가 없었다.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롯데가 테마파크를 들고나온 것”이라며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는 대기업 특혜의혹에 대해 염 시장은 “대전시민 86%가 찬성하는 사업이다. 특혜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소상인 피해 등 대책을 보완해 시민 모두가 롯데테마파크 건설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롯데뿐 아니라 신세계 유니온스퀘어 등 대형 유통·위락업체가 몰리는 것에 염 시장은 고무돼 있다. 대전이 지향하는,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익사이팅 도시’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테마파크 등은 사람과 돈이 모이는 대전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람이 몰리면 세종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전오월드와 충남의 백제관광권까지 연계돼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회의와 전시회 등으로 이뤄진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산업까지 살아난다는 것이다. 테마파크와 유니온스퀘어의 고용 및 관광객 유발효과만 해도 모두 8000명과 2600만명에 이른다. 대전은 지금도 반경 50㎞에 540만명이 거주하는 거점도시다. 염 시장은 “테마파크 건설 등을 통해 도시의 완성도가 성숙해져야 시민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준다”고 단언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민주, 새달 말~4월 초 임시全大서 새 지도부 선출

    민주통합당 전국대의원대회(전대) 준비위는 6일 2차 회의를 열고 오는 3월 말~4월 초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 김성곤 전대준비위원장은 회의 뒤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민주당의 다음 정기 전대는 내년 9월 말 이전에 하기로 했다”면서 “이번에 뽑히는 새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관장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도체제 성격과 관련, “지금은 순수한 집단지도체제이지만 당 대표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당 대표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주류와 비주류 간 물밑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다음 주 3차 회의에서는 모바일투표 문제와 선출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건강검진 단상

    지금도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암 등 중증질환은 물론 사소한 질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들이 말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예외적인 질환을 빼고는 질환의 절대유병률이 늘어난다기보다 예전에는 찾아내지 못했던 질환까지 콕콕 집어 찾아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검진체계가 부실해 쉽게 찾아내지 못했던 질병들을 지금은 속속들이 찾아낸다는 겁니다. 우수한 장비와 전문화된 인력들이 어지간한 병은 놓치지 않는 세상이 된 거지요. 바람직한 일입니다. 의료 기술과 장비의 발전 추이를 보면 발병으로 이어지지 않은 잠재적 질병까지 낱낱이 찾아내는 세상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입니다. 화를 끓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건강검진을 받은 게 불과 몇 달 전인데 진행성 암이라니 말이 됩니까.” 이런 유의 문제 때문입니다. 아니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런 질환조차 잡아내지 못한다면 누가 의료기관을 신뢰하겠습니까. 수검자 입장에서야 당연히 할 수 있는 항변이지요. 의료기관의 무성의한 검진정보 분석,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장비나 전문가들의 능력 차이도 원인일 수 있고, 현재의 검진체계에서 불가피하게 놓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생색내기 검진이 문제입니다. 일부 사업체들이 ‘안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싸구려 검진으로 ‘땜빵’하고 지나가는 것이 문제이지요.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듯 건강은 결코 타협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건강이든 타인의 건강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시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량식품을 유통시키는 것과,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실한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게 위험하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건강검진의 기본 수준을 높여야 할 때입니다. 검진 항목도 늘리고, 항목별 검사체계도 강화해야지요. 부실한 건강검진을 마치 건강의 보증수표인 양 믿는 국민들이 황당하게 병마에 먹히도록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누가 하느냐고요. 당연히 정부가 먼저 나서야지요. jeshim@seoul.co.kr
  • ‘5·16혁명 규정’ 박효종·‘부당이득 의혹’ 장순흥 논란 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일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추가 인선을 단행하며 또다시 보수진영의 대표적 논객을 주요 직책에 선임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던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에게 정무분과 간사를 맡겼다. 박 교수는 시민단체인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뉴라이트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정기획조정 간사로 임명된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도 이 단체 출신이다. 박 교수는 2005년 ‘교과서 포럼’ 회장으로 있으면서 좌편향된 교과서를 바로잡는다며 일종의 대안 교과서를 출간했는데, 이 교과서에서 5·16쿠데타를 ‘5·16혁명’이라고 규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5·16쿠데타의 의미에 대해서도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할 새로운 대안적 통치 집단 등장의 계기가 된 사건”으로 평가했다. 또 “(당시 통치집단은) 국가 발전의 종합적 토대로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유의 추진력으로 그것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고 썼다. 유신에 대해서도 “종신 집권을 보장하는 체제이지만 행정적 차원에서는 국가적 과제 달성을 위한 국가의 자원 동원과 집행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반면 4·19혁명은 ‘4·19학생운동’이라고 표기하면서 “4·19 학생운동에 대해 과격 진압으로 지탄받았던 경찰은 통제력을 상실했고, 공권력의 무력화로 사회적 불안정은 가속화되었으며 4·19 이후 경제적 어려움도 가속화되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난 7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당선인의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란 발언에 대해서도 “그때의 상황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전벽해’같은 상황인데 그 당시 1960년대 초의 상황을 불가피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결코 부적절한 표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자유총연맹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꾸린 ‘자유민주국민연합’ 상임대표로 활동하는 등 ‘종북 척결’을 앞세운 시민단체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경제 1·2분과 인수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홍기택 중앙대 교수와 서승환 연세대 교수도 우파 색채가 강한 학자이어서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희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에 임명된 장순흥 KAIST 교수는 박영아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장 교수 등 KAIST 교수들이 학부생이 개발한 기술로, 모 회사와 전기자동차 연구개발 관련 협약을 체결하고 자문료 등을 받아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눈에 띄는 ‘고연봉’ 눈 감아주는 ‘책임’… 대통령 눈 딱감고 ‘보은’

    눈에 띄는 ‘고연봉’ 눈 감아주는 ‘책임’… 대통령 눈 딱감고 ‘보은’

    공공기관 감사에 유독 ‘낙하산’이 범람하는 이유는 권한은 막강하면서도 책임은 적게 지기 때문이다. 조직 내 ‘2인자’인 만큼 연봉도 높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해도 ‘나눠먹기’나 ‘보은’ 성격의 자리 배분이 곧잘 이뤄진다. 감사 본연의 기능인 견제와 감시 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매번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낙하산 근절’ 발언에도 회의적 반응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와 관가 등에 따르면 한국석유관리원,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 감사의 임기가 막 끝났거나 곧 끝나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막차’를 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유정권 한국감정원 감사 등 청와대 출신들이 현 정부 말년인 지난해 12월 자리를 옮겨 이 같은 걱정을 부추긴다. 공공기관 감사가 낙하산 자리로 ‘상종가’인 까닭은 기관장보다 업무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세간의 주목도 덜 받기 때문이다. 책임은 무겁지 않지만 권한은 강하다. 감사가 하는 일이 기관장을 견제하고 기관업무 전반을 감시하는 것이라 누구도 쉽게 간섭하지 못한다. 보수도 기관장 못지않게 높다. 최근 바뀐 9개 공공기관의 감사 연봉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1억 349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한국감정원이 1억 2321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1억 2162만원), 국립공원관리공단(1억 1710만원), 대한지적공사(1억 850만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1억 98만원) 등 순으로 많았다. 낙하산 감사에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상당수가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현국 전 대통령실 정보분석비서관은 군 출신인데도 KOTRA 감사가 됐다. 박병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는 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구촌빈곤퇴치 시민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사들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려워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경우 2008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상임감사의 업무추진 실적이 추가됐고, 매년 직무수행자격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평가 결과는 상임감사의 성과급 지급과 인사 참고 자료로 활용될 뿐이다. 비상임감사는 평가에서 제외된다. ‘숨겨진 신의 보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역대 정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법이나 제도가 미비해 낙하산 감사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청와대의 선택’이 선임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사는 해당 공공기관이 공모를 거쳐 3배수를 추천하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검토를 거쳐 2배수를 추천한다. 이후 재정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장관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상 3차례의 절차를 거치게 돼 있지만 결국 선택은 대통령의 몫인 셈이다. 정치권이나 다른 부처 공무원 출신 감사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외부 인사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내부의 굳어진 관행을 고치면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겪고 있는 문제”라면서 “역량이 철저히 검증된 사람이면 문제가 없겠지만 검증 없이 보은 인사로 일단 자리에 앉힐 경우 국민 세금만 낭비하기 때문에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가짜 변호사·회계사 11명에 속아… 농협銀, 20여억원 대출사기 당해

    시중은행이 가짜 변호사와 회계사 11명에게 속아 20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를 당했다. 은행의 허술한 확인 시스템도 문제이지만 전문직 단체들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회원 확인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직 대출 심사의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농협은행은 경기 구리시지부에서 가짜 변호사·회계사 등에 총 19억 5900만원의 대출 손해를 입은 것을 발견,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사기에 이용된 상품은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슈퍼프로론’이었다. ‘슈퍼프로론’은 공인회계사, 변리사, 판검사, 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으로 최고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연 4.8~8.2%다. 전문 자격증이나 사업자등록증, 재직증명서, 소득확인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농협은행 측은 “사기범들이 자격증과 소득원천징수 영수증 등을 모두 위조한 데다 제출한 서류가 진짜인지 해당 협회에 문의하면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면서 “대출 전에 회계·법무 법인 등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농협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대출사기를 적발했다. 연령대가 비교적 낮은 전문직 종사자의 재직기간이 지나치게 긴 점을 수상히 여겨 추적 끝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농협은행 측은 “11명 모두 이자를 제때 납부하고 있어 수사당국에 고발은 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금감원 감사 뒤 지점장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다른 은행에도 비슷한 대출 사기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은행권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별로 자체 점검 결과를 보고받은 뒤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은행에 대해서는 현장 검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기고] 화학물질 인체유해 여부 과학적 판단을/이병무 성균관대 약대 교수·한국독성학회 회장

    [기고] 화학물질 인체유해 여부 과학적 판단을/이병무 성균관대 약대 교수·한국독성학회 회장

    휴대전화와 같은 전기전자부품이나 가볍고 튼튼한 의료용품, 우리에게 편리함과 안전성을 더해주는 각종 생활용품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 가운데 비스페놀A(BPA)가 있다. 1891년 러시아 화학자 디아닌이 처음 합성에 성공한 뒤 지금까지 일상 생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어 온 물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내분비계 장애 추정물질, 이른바 환경호르몬으로 지목되면서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단체와 전문가들이 BPA의 인체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공인된 것처럼 언론매체를 통해 ‘정직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안타깝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가 BPA의 위험에 대한 글을 쓰자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위스콘신대 데보라 블럼 교수는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음모론이라는 내용의 반박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BPA를 금지하자는 환경단체 NRDC의 청원과 관련, 과학적 근거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며 거부했다. BPA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확증적인 연구결과는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동물(쥐) 실험에서 저용량 BPA가 인체에 해로운지에 대한 과학적 관심이 많이 있었지만 명확히 규정할 만큼의 결과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BPA는 과연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가. 화학물질의 인체 유해성은 사람이 아닌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일차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은 유전적으로나 체내대사 등 여러 측면에서 크게 다른 탓에 결과를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연구 또는 역학연구는 인체에 관한 독성자료가 충분히 뒷받침될 때 인체유해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동일한 실험도 반복해 수행하다 보면 연구자, 실험실, 실험조건에 따라 많은 차이가 생길 수 있어 상반된 결과를 낳는 경우도 흔히 있다. 엄격한 검토과정을 거치는 국제적인 학술지에서조차도 문제점이 발견되곤 한다. 예를 들어 BPA가 저용량에서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의 논문이 발표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과학적인 입증이라 함은 반복된 실험을 통해 일관성 있는 연구결과가 도출되었을 때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독성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할 문제이지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시킬 사안은 결코 아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화학물질에 대한 크고 작은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국민을 큰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적잖다. 아직까지 과학적·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실을 일반인에게 그대로 전달하거나, 정부가 안전성 및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기준을 제시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의학·건강 정보는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기 십상이다. 독성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독성물질인 동시에 사람에 이로운 물질일 수도 있다. 인체 안전성 및 위해성은 몇 편의 논문이나 단편적인 실험을 통해 결정될 일이 아니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와 자료에 근거하여 종합적으로 분석·검토한 뒤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임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 “출판은 인간의 DNA 같아… 후퇴 없을 것”

    “출판은 인간의 DNA 같아… 후퇴 없을 것”

    “미리 말해둡니다. 해피 뉴이어!” 11일 팔순을 맞아 자서전 ‘책’을 낸 박맹호(79) 민음사 회장은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출근해서 업무를 보는 현역으로서 300권을 갓 넘어선 ‘세계문학전집’을 1000권까지 내고 싶다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 활기찬 목소리였다. 박 회장은 1966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사무실에 첫 간판을 단 이후 민음사를 한국의 대표적 단행본 출판사로 키워낸 출판계의 산증인. 그 민음사는 이제 비룡소,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문학과 인문을 넘어 아동, 과학을 아우르는 거대 출판사가 됐다. 장녀 박상희(50) 비룡소 대표 등 2세가 박 회장의 뜻을 잇고 있다. 자서전에는 성공한 사업가로 정치인의 꿈을 갖고 있었던 아버지의 집요한 종용(?)에도 불구하고 사업과 정치를 벗어나 문학도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 그럼에도 자식들에게는 자신의 출판업을 물려주게 된 얘기, 출판을 하면서 겪었던 이런저런 뒷얘기와 인연들을 빼곡히 채워넣었다. 박 회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아무래도 첫 책 ‘요가’를 꼽았다. 1966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3만부 판매 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인기를 끌어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었다. “쉽게 만들어 쉽게 돈 벌 수 있겠구나 생각한 거죠. 그래서 쉽게 했는데 두 번째 책부터 완전히 박살이 났죠.” 약사이던 부인이 팔았던 활명수가 10원하던 시절이었는데 빚이 3000만원이었다고 했다. 출판의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베스트셀러라는 게 1960년대에 2만부, 1970~1980년대에 50만~60만부, 1980년대 이후 밀리언셀러 정도가 됐어요. 우리 산업 발달과 함께 출판도 꾸준히 커온 것이지요. 출판은 인간의 DNA와 같은 겁니다. 불완전한 인간은 책을 찾을 수밖에 없고, 결국 어떤 책을 언제 어떻게 공급하느냐의 문제이지요. 그래서 출판 자체가 후퇴한다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서전에는 박 회장이 문학청년 시절이던 1955년에 쓴 단편소설 ‘자유 풍속’도 함께 실려 있다. 이 소설로 작가의 길로 접어들 수 있었지만 자유당 정권을 너무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등단에는 실패한 작품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삼성 ‘특허 배상금’ 대폭 줄어드나

    삼성 ‘특허 배상금’ 대폭 줄어드나

    6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 1심 최종 심리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 마무리되면서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최종 판결에 업계 및 소비자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결을 뒤집거나 손해배상액을 크게 줄이는 등 역전을 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의 루시 고 판사는 “사안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질문할 것이 많다.”면서 “이달에 모든 사안에 대해 판결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에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20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린 배심원단의 지난 8월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최종 심리 과정에서 사안별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 판사는 애플 측에 “배심원 평결에서 결정된 삼성의 손해배상액이 과도하지 않다는 사실을 납득시켜 보라.”고 명령했다. 이는 손해배상액이 과도하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에 힘을 싣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삼성 측은 배상금 10억 5000만 달러 가운데 9억 달러 정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플은 거꾸로 삼성이 5억 3600만 달러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민사소송에서는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특허를 침해했을 경우 배심원 평결의 3배까지 배상금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고 판사가 손해배상액을 줄이려는 의도를 내비친 만큼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반대로 미국에서는 애플의 주장이 인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현재 양측은 막판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삼성이 10억 달러가 넘는 평결에도 불법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합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미국 경제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법정싸움을 정말 싫어한다.”면서도 “삼성전자와의 문제에 대해 소송전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의 소송인 만큼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 측은 “우리는 합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심리를 통해 효과적으로 배상금 감액 요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실제 판결에서 판사가 배심원 평결을 뒤집는 평결불복판결(JNOV)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의 최근 행보가 사실상 2심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애플 ‘둥근모서리 사각형 디자인 특허권’ 일부 포기 왜

    애플 ‘둥근모서리 사각형 디자인 특허권’ 일부 포기 왜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스마트폰 특허 소송에서 ‘둥근 모서리 사각형’ 디자인 특허 2건이 중복됐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는 절차적 하자를 미리 없애 삼성이 주장하는 ‘이중 특허’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이 애플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독일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세너제이지원에 ‘D618677’(이하 D77) 특허의 유효기간을 ‘D593087’(D87) 특허의 기간과 같도록 조정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을 제출했다. D77은 애플이 삼성과의 소송에서 10억 5000만 달러의 배상액을 이끌어 내는 데 사용한 특허들 가운데 하나로, 아이폰의 외관 디자인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둥근 모서리 ▲좌우는 좁고 상하는 넓은 베젤(테두리) ▲윗부분 가운데 둥글고 가느다란 모양의 스피커 슬롯 등이다. D87 역시 디자인 면에서 D77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애플이 삼성 공격에 대한 핵심 무기의 특허 유효기간을 스스로 줄인 것은 삼성전자가 ‘두 특허가 중복된다.’며 평결불복법률심리(JMOL)를 냈기 때문이다. 그간 삼성은 애플과의 재판 과정에서 D77이 D87과 중복되는 만큼 이중특허여서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미 특허법 101조에 따르면 두 개의 특허권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 앞선 특허를 보호하기 위해 나중에 출원한 특허권을 거절해야 한다. 애플은 D87 특허권을 2009년 5월에, D77 특허권을 이듬해 6월에 받았다. 미국에선 보통 출원일로부터 15년 동안 특허권이 부여된다. D87의 특허권 만료 시한은 2023년, D77은 2024년까지다. 따라서 삼성의 이중 특허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애플이 나중에 출원한 D77은 무효가 된다. 미국에서는 중복 특허 논란이 불거지면 나중에 취득한 특허권의 일부를 포기해 기존 특허와 유효기간을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하면 두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같아져 후순위 특허도 남은 기간 동안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 애플이 D77에 대한 존속포기서를 제출한 것은 이 특허를 무효화시켜 재판을 뒤집겠다는 삼성의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 운영자인 특허 전문가 플로리언 뮐러는 “(법원이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새롭게 피해 보상액을 산정할 경우 8월 재판에서 애플이 워낙 크게 이긴 만큼 배상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는 “애플이 존속기간 포기서를 제출해 중복특허 위험을 해결한 만큼 특허 소송 최종 판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시론]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의 명암/전찬일 영화평론가

    [시론]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의 명암/전찬일 영화평론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0일을 기해 올해 한국영화를 관람한 관객 수가 1억명을 넘어섰다. 2002년 외국영화를 포함한 전체 관객 1억명을 돌파한 지 10년 만에 한국영화만으로 1억명 고지를 정복한 것이다. 한국영화 역사의 기념비적 쾌거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 쾌거는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1300만명에 달하는 대기록을 세운 ‘도둑들’(최동훈 감독)을 필두로 1200만여명의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 600만명을 넘은 ‘늑대소년’(조성희 감독)에 이르기까지 고작 3편으로 3100만여장의 티켓을 팔아치우지 않았는가. 평균치로 치면 인구 대비 연 한 편 나오기도 무리라는 ‘1000만 영화’가, 4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내에 거푸 세 편이나 나온 셈이다. 경이롭지 않은가? 일찍이 ‘빅뱅’ 등의 과장 섞인 어휘까지 동원해 가며 작금의 한국영화 리-르네상스를 짚은 건 그래서였다. 한국영화 관객 1억명은 자연스럽게 총 관객 수 증가로 이어진다. 2011년의 1억 6000만명은 말할 것 없고 1억 7000만명을 넘어 1억 8000만명을 향하고 있다. 물론 역대 최다다. 1억 8000만명 돌파도 확실시되는데, 그 수치를 2011년 통계에 적용하면 인도, 미국·캐나다, 중국, 프랑스, 멕시코에 이어 세계 6위다. 참고로 말하면 지난해 우리 영화의 영화관 총 매출 규모는 세계 10위였고, 제작 편수로는 7위였다. 영진위에서는 역사적 대기록의 동인들로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의 합리화와 ‘피에타’(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에 따른 한국영화에 대한 이슈 몰이, 관객을 연중 내내 영화관으로 불러들인 동력이 된 촘촘하게 짜인 한국영화 라인업, 다양한 장르 영화의 지속적 제작 등을 제시했다. 그 의미로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영화산업의 저력이 빛을 발한 시기가 바로 2012년이며… 2000년대 후반의 영화 제작·투자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에 위기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힘” 등을 짚었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적절한 진단이다. 그러나 마냥 축배를 들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축의 이면에 짙은 그늘이 숱하게 도사리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 약점인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영화계에서는 한층 더 치명적으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성공을 함께 일궈낸 대다수 스태프는 여전히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땅의 대표적 멀티플렉스를 거느리고 있거나 협력하고 있는 소수 거대 투자배급사들에 의한 수직통합과, 그로 말미암은 독과점 문제는 아직 시장 규모가 작다거나 시기상조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제아무리 산업·시장 논리가 중요하다지만, 60편에 달하는 다양한 국산 영화들의 총 상영 횟수가 5만여회에 불과해, 19만여회에 이르는 특정 히트작의 4분의1 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이 간과돼서는 안 되지 않을까. 미국, 프랑스 등 일부 서구 선진국처럼 자율적 조율이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처럼 정부가 나서 영화 산업·문화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 그래도 일정 정도 제약을 가하면서 더 공정한 거래를 실현하고자 애써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중요 의무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건 정의 이전에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국영화 1억명 돌파 등이 수치 놀이에 불과하다고 일축할 수만은 없다. 내포는 외연의 확장과 더불어 심화되기 마련인 법.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바로잡을 건 바로잡는 통합적·소통적·상생적 관점과 접근이 요청된다. 모 아니면 도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지향할 순 없다. 목하 한국영화들을 향해 보내는 관객의 관심, 사랑, 신뢰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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