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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 ‘신기성의 신기’ KTF 먼저 1승

    사상 처음으로 4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KTF가 체력 열세를 딛고 적지에서 첫 승을 먼저 품었다. KTF는 8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LG를 82-79로 꺾었다.3점포만 5개를 뿜어낸 ‘총알 탄 사나이’ 신기성(19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3가로채기)의 활약이 매서웠다. 먼저 1승을 낚은 KTF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20회 4강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전에 오른 경우는 16번(80%). 이날 체육관을 찾은 관중은 7888명. 하지만 열기가 과열되며 판정에 불만을 품은 일부 관중이 음료수 병을 코트에 던지기도 해 흠집을 남겼다. KTF는 정규리그에서 76.68%에 달하던 자유투 성공률이 54%에 그치는 등 경기를 쉽게 풀어가지 못했으나 뒤늦게 디펜스가 위력을 발휘하며 기운을 냈다.5점을 뒤진 채 2쿼터에 돌입한 KTF는 LG가 레이업 등 이지슛을 놓치고 턴오버를 저지르는 사이 신기성과 송영진(12점) 등이 3점포 4개를 집중시키며 28점을 쓸어 담아 승부를 뒤집었다. 하지만 3쿼터 초반 5분 동안 2득점에 그치며 흔들렸다. 위기의 KTF에는 걸출한 야전 사령관이 있었다.3점슛 성공률 1위(49.51%)인 신기성이 이홍수(6점)의 뒤를 이어 3점포 2방을 거푸 꽂아 분위기를 다시 가져 왔다. KTF는 퍼비스 파스코(10점)가 5반칙으로 퇴장당한 LG에 막판 78-75,3점 차까지 쫓겼으나 약 50초를 남겨놓고 루키 조성민(8점)이 미들슛을 성공시켜 승리를 굳혔다.LG는 찰스 민렌드(20점), 현주엽(15점), 조상현(14점), 이현민(10점) 등 5명이 10점 이상 득점을 낚았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한편 전날 울산에서는 크리스 윌리엄스(30점)와 양동근(18점)이 48점을 합작한 모비스가 오리온스를 95-80으로 제압하고 1승을 따냈다.창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프로축구] 차범근의 굴욕

    ‘FC서울, 성남에 이어 이번엔 꼴찌 광주에게까지….’ 프로축구 수원이 광주에 무너졌다. 수원은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삼성하우젠컵대회 B조 3라운드 경기에서 전·후반 이동식 남궁도에게 연속골을 허용한 뒤 후반 하태균이 1골을 따라붙는 데 그쳐 광주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달 21일 서울전(1-4),1일 성남전(1-3)에 이어 충격의 3연패. 수원의 3연패는 지난 1996년 창단 이후 2001년과 06년 단 두 차례였다. 더욱이 상대는 앞서 정규리그와 컵대회 모두 단 1개의 승수도 올리지 못한 꼴찌 상무여서 충격은 더 컸다. 수원은 이날 패배로 컵대회 전적마저 1승2패가 돼 광주(1승1무1패)에 뒤졌다. 반면 광주는 2005년 9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레알 수원’을 울렸고,‘거함’을 제물삼아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올 시즌 감격의 첫 승리를 노래했다. 차범근 감독은 “포지션과 포메이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주말 서울전을 앞두고 4일 안에 선수들의 경기력과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정환과 나드손, 그리고 드래프트 최대어 하태균을 최전방에 내세운 수원은 약체 광주를 상대로 지난 2연패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베테랑 강용, 한태유가 버틴 광주의 수비진은 철벽과 다름없었다. 포항, 부천을 거쳐 상무에 입대한 이동식은 전반 19분 수원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아크 뒤에서 잡아챈 뒤 틈을 엿보다 25m짜리 오른발 중거리포를 때렸고, 예리하게 궤적을 그린 공은 수원의 왼쪽 그물을 흔들며 파란을 예고했다. 광주는 후반 4분 만에 남궁도가 전광진의 프리킥을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연결,2-0으로 달아났다. 안정환, 나드손을 빼고 에두와 이현진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 수원은 후반 13분 송종국의 절묘한 패스를 하태균이 대각선 슛으로 마무리,1골을 만회했지만 그게 다였다. 대구FC는 서귀포 원정에서 브라질 용병 루이지뉴의 연속골로 제주를 2-1로 제쳤다. 루이지뉴는 컵대회 4골로 득점 순위 선두에 올라섰다.FC서울은 창원에서 심우연의 결승골로 경남 FC를 1-0으로 눌렀고, 울산은 양동현, 이천수, 알미르의 연속골로 인천을 3-1로 완파했다. 전북은 청소년대표 이현승이 ‘도움 해트트릭’을 올리며 포항을 3-1로 제압했다. 단일 경기에서 한 선수가 3개의 도움을 올린 건 지난해 3월26일 최원권(FC서울·대구전) 이후 처음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3)누르하치, 명(明)에 도전하다Ⅴ

    [병자호란 다시 읽기] (13)누르하치, 명(明)에 도전하다Ⅴ

    누르하치의 푸순 점령 직후, 명 조정의 신료들은 당장 병력을 동원하여 이 ‘괘씸한 오랑캐’를 공격하자고 했다. 하지만 명의 내부사정은 간단치 않았다. 만력제의 태정(怠政)과 황음(荒淫)에서 비롯된 난맥상은 명의 발목을 잡았다. 환관(宦官)들의 발호가 심각했고, 당쟁은 격화되었다. 재정은 고갈되었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증세(增稅) 조처가 취해졌다. 민원(民怨)이 높아지고, 반란을 꾀하는 분위기가 퍼져갔다. 우여곡절 끝에 누르하치를 치기 위한 원정군은 편성했지만 영 미덥지 못했다. 명은 결국 조선과 예허에 손을 내민다. 병력을 내어 원정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누르하치의 도전으로 촉발된 불똥이 조선으로 튀기 시작했다. ●광세( 稅)의 폐단, 명을 병들게 하다 만력제가 오랫동안 조정에 나오지 않고, 신료들을 접견하지 않으며, 그들의 상소나 건의에도 답하지 않자 자연히 환관들이 득세하게 되었다. 황제의 생각이나 명령이 오로지 환관을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만력제는 향락과 토목공사에 필요한 재원(財源)을 환관들을 시켜 긁어 모았다. 환관들에게 흠차태감(欽差太監)이란 직함을 주어 전국으로 파견했다. 광감( 監), 세감(稅監), 염감(鹽監), 주감(珠監) 등 다양한 명칭의 태감들은 각지에서 백성들에게 명목도 없는 세금을 마구잡이로 강탈했다. 영세한 상인과 수공업자들에게 상세(商稅)를 긁어내고, 약간의 은화를 빼앗기 위해 민가를 철거했으며 무덤까지 파헤쳤다. 반항하는 백성들에게는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둘렀다. 환관들이 각지에서 참혹한 수탈을 자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베이징에 갔던 사신들을 통해 조선에까지 알려질 정도였다. 백성들은 아우성을 쳤다. 분노는 행동으로 표출되었다. 호북(湖北)에 파견되었던 환관 진봉(陳奉)의 패거리가 폭력을 휘두르며 수탈을 자행하자 백성들은 궐기했다. 그들은 진봉의 부하 16명을 붙잡아 강물에 던져버렸다. 운남(雲南)에서는 성난 백성들이 환관 양영(楊榮)의 숙소를 습격하고, 폭력을 자행한 양영의 패거리 200여명을 살해했다. 환관들의 발호는 요동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1603년 환관 고회(高淮)는 부하 수백명을 이끌고 요양(遼陽), 진강(鎭江), 금주(金州), 복주(復州) 등 요동 일대를 휩쓸었다. 그들은 민간에서 수십만냥의 은화를 강탈했고, 그 때문에 여염이 텅 비어버렸다. 17세기 초, 만력제가 환관들을 시켜 자행했던 수탈을 보통 ‘광세( 稅)의 화(禍)’라고 부른다. 무자비한 수탈 때문에 전국 각지의 상공업은 위축되고, 국가의 공적 세입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민심은 조정으로부터 떠나고, 민변(民變)이라 불리는 저항운동이 각지를 휩쓸게 되었다. ●명, 고민 끝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꾀하다 푸순의 함락과 장승음의 패전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명 조정에서는 누르하치를 응징하기 위한 원정군 편성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광세의 폐’로 말미암아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여의치 않았다. 나라의 공식 금고인 태창(太倉)이 비어버린 상태에서 병력을 징발하고 군수를 조달하려면 특단의 조처가 필요했다. 이미 언급했듯이 만력제는, 내탕을 풀어 군자금에 보태라는 신료들의 거듭된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1618년 4월27일 직예순안(直隸巡按) 왕상항(王象恒)은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장수들 가운데 가정(家丁)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총병(總兵), 부장(副將) 등의 직책을 주어 요동으로 보내자고 했다. 가정이란 국가에 소속된 정규병력이 아니라 장수 개인이 사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군사를 말한다. 일종의 사병(私兵)인 셈이다. 임진왜란 당시 명군 사령관인 이여송(李如松)도 다수의 가정을 이끌고 조선에 들어 왔었다. ‘퇴역 지휘관’들이 거느린 가정을 활용하자는 왕상항의 주장은, 정규군 병력을 신속하게 동원하는 것이 어려웠던 명의 실정을 잘 보여준다.16세기 후반의 척계광(戚繼光)처럼 의지할 만한 현직 지휘관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물러난 장수들이라도 불러들여야 했다. 윤 4월이 되자, 물러나 있던 지휘관들을 불러들이라는 만력제의 조칙이 내려졌다. 양호(楊鎬), 유정(劉綎), 이여백(李如栢), 왕국동(王國棟), 시국주(柴國柱) 등이 줄줄이 불려와 다시 기용되었다. 양호는 정유재란 당시 명군 사령관이었고, 유정과 이여백도 조선에 참전했던 장수들이었다.‘어제의 용사’들이 전투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같은 달 17일 호과급사중(戶科給事中) 관응진(官應震)이 ‘오랑캐를 제어하기 위한 세 가지 방책(禦奴三策)’을 내놓았다. 그가 제시한 방책의 핵심은 누르하치를 제압하기 위해 조선과 예허를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관응진은 후금이 북으로는 예허와, 남으로는 조선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사실을 중시했다. 그는 예허가 과거부터 누르하치와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사실, 조선이 임진왜란 당시 명으로부터 ‘구원받았던’ 사실을 상기시키고 두 나라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예허로부터 군사들을 빌려 후금의 오른쪽을 치고, 조선으로부터 조총수(鳥銃手) 3000명을 징발하여 후금의 왼쪽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이이제이책(以夷制夷策)이었다. ●조선과 예허는 고분고분한 오랑캐로 지칭 이이제이란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요코야마 히로아키(橫山宏章)에 따르면 이이제이책은 중화(中華)가 와해될 위기에 처할 적마다 어김없이 나타났다고 한다. 막강한 북방민족의 공격에 시달렸던 송(宋)의 왕안석(王安石)과 사마광(司馬光), 서구와 일본의 군사적 도전에 쩔쩔맸던 청말(淸末)의 이홍장(李鴻章)은 물론 2차 대전 이후 소련을 이용하여 미국을 견제하려 했던 마오쩌둥(毛澤東)에 이르기까지 이이제이책은 중국의 전통적인 위기탈출 전략이었다. 관응진은 ‘어노삼책’에서 조선과 예허를 가리켜 ‘고분고분한 오랑캐(順夷)’라고 지칭했다. 명에 ‘고분고분한 오랑캐’를 이용하여 ‘도전을 일삼는 사나운 오랑캐’를 응징하자는 것이었다. 그같은 발상은 관응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1618년 푸순 함락 이후, 명 조정에는 조야(朝野)의 지식인들로부터 누르하치를 제압하기 위한 방책들이 빗발쳤다. 그 내용을 모아 책으로 묶은 것이 오늘날 전하는 ‘주요석획(籌遼碩)’이다.‘요동을 도모하기 위한 큰 계책’ 정도의 뜻을 지닌 이 책에서도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조선을 이용하자고 강조했다. 이윽고 1618년 윤 4월27일 조선 조정에는 병부좌시랑(左侍郞) 왕가수(汪可受)가 보낸 격문이 도착했다. 왕가수는 먼저 명나라와 조선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다.‘조선이 사람의 몸이라면 명은 그 머리이고, 조선이 나무라면 명은 그 뿌리’라고 했다. 이어 임진왜란 시기 명이 조선에 군대를 보내 일본군을 격퇴시킨 ‘은혜’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임진왜란이 끝나갈 무렵부터 조선의 식자들과 명의 인사들 가운데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명군이 원군을 보냄으로써 ‘망해 가던 조선을 다시 살린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이다. 왕가수는 ‘재조지은’을 상기시킨 뒤, 본론을 이야기했다. 명이 베푼 ‘은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누르하치를 공격하는 데 동참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격문을 받는 즉시 군병을 정돈시켜 대기하다가 기일에 맞춰 나아가 토벌하는 데 실수가 없도록 하십시오.”라고 했다. 겉으로는 ‘요청’인 것 같지만 사실상 ‘명령’이었다. 왕가수의 격문을 받은 뒤, 광해군과 조선 조정은 고민에 빠졌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20년, 광해군이 즉위한 지 10년 만에 찾아온 ‘위기의 순간’이었다. 왜란이 남긴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조선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명의 요구를 받아들여 누르하치와 악연을 맺을 것인가? 거부하여 ‘재조지은’을 배신할 것인가? 푸순성을 삼켜버린 누르하치의 불길이 바야흐로 조선까지 밀려왔던 것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시민 안전 지키려 할 일 했을 뿐인데”

    한 교정공무원이 지하철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제압해 다른 승객의 안전을 지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영등포구치소 수용기록과에 근무하는 김석주(40) 교사(교정직 8급 공무원). 지난 20일 오전 11시30분쯤, 김씨는 서울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하철이 고속터미널역에 다다를 무렵, 키 173cm가량 되는 남자가 욕설을 해가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다른 칸으로 이동하는 통로 문이 열리지 않자 발로 유리 창을 깨고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유리 파편이 튀고 다른 승객까지 위험할 것 같아 붙잡은 뒤 교대역에서 공익근무요원에게 인계했다. 자칫 끔직한 사태로 번질 수도 있었지만 김씨의 용기 덕분에 모면할 수 있었다.김씨는 “순간 대구지하철 방화 사건이 떠올라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면서 “공연히 공치사를 하는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홍성규 김민희기자 cool@seoul.co.kr
  • [프로배구] ‘변화의 현대’ 2연패 스파이크

    “현대 2연패의 원동력은 변화였다.4년 동안 모든 선수가 변하고 진화했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와의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풀세트 혈투 끝에 3-2로 승리, 프로배구 정상에 두번째 올라선 현대캐피탈 김호철(52) 감독은 인터뷰장에 들어서자마자 ‘변화’를 강조했다. “유례없이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승으로 우승한 것도 지난 17경기를 분석해 챔프전에서 전술의 변화를 꾀한 결과”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과연 현대는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지난해 11년 만의 정상에 처음 올라설 때와 비교해도 한참 바뀌었다. 현대캐피탈이 2년 연속 남자코트 정상에 섰다. 현대는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2로 제압했다. 지난해 삼성의 겨울리그 10연승을 저지하며 우승한 뒤 프로 두번째 우승컵.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용병 숀 루니(30점)와 상대보다 한 뼘 이상 높은 막강 센터진을 앞세워 세 차례 챔프전을 모두 승리로 이끈 현대는 이로써 최강의 전력을 과시하며 당분간 독주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호철 감독을 맞기 4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는 내홍에 시달렸다. 전 감독에 대한 불만에 이어진 선수들의 숙소 이탈 등으로 팀은 난장판이었다. 직전에는 신임 사장이 팀 해체 기안을 최고경영진에게 들고 갔다가 치도곤을 맞는 등 한 때 공중분해 위기에도 몰렸다. 김 감독은 이 모든 걸 바꿨다. 물론 그가 접목시킨 이탈리아식 ‘데이터 배구’의 덕도 있지만 그는 “특히 선수들이 생각을 바꾸도록 했다.”며 “4년 뒤 일궈낸 현대의 2연패는 내 능력보다는 선수들 사이의 끈끈한 믿음이 일궈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기자단을 포함한 투표인단 투표에서 38표 가운데 20표를 얻어 2년 연속 ‘최고의 챔프전 사나이’로 뽑힌 루니 역시 “난 용병에서 완전한 현대맨으로 변신한 현대 선수”라면서 “동료들이 없다면 이 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공을 돌렸다. 한편 수원에서 열린 여자부 챔프전 3차전에서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3-1로 제압,2승1패로 우승에 한 발 다가섰다.천안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전술 부재 베어벡 또 고개 숙이다

    24일 한국축구대표팀을 2-0으로 제압한 우루과이의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수비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한국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우리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번의 좋은 기회를 살려 승리했다. 그 외에는 대등한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듣기에 따라 덕담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국축구의 집중력과 수비조직력의 허술함을 꼬집은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삼총사 등 해외파 7명이 총동원된 한국은 타바레스 감독의 말처럼 “시차적응도 안 된 데다 컨디션도 안 좋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전반 19분까지 활발한 공격을 펼쳤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하지 못했다. 한국의 공격패턴에 익숙해진 우루과이는 전반 19분 호르헤 푸실레(포르투)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어준 공이 골키퍼 김용대의 옆으로 흐르자 카를로스 부에노(스포르팅 리스본)가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넣어 1-0으로 앞서갔다. 수비수들이 대인마크에 허점을 보여 빚어진 실점이었다. 전반 37분에도 센터서클 부근에서 길게 연결된 패스에 수비라인이 뚫리며 부에노에게 또다시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단독 찬스를 내줬다. 핌 베어벡 감독은 후반전에는 체력 저하가 우려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 대신 김두현(성남)과 김치우(전남)를 투입하면서 이천수를 왼쪽 측면으로 돌려 변화를 꾀했다.25분에는 조재진(시미즈) 대신 정조국(서울)을 투입했지만 무기력한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패스는 정밀하지 못했고 전방과 미드필더진의 거리는 멀어 보이기만 했다. 효율적이지 않은 측면 돌파와 부정확한 크로스, 정확도가 떨어진 이천수의 슛에만 의존한 세트피스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팬들은 박지성과 김두현을 동시 투입해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극대화하는 실험을 해보지 않은 점, 섬처럼 고립된 조재진을 좀더 일찍 교체해 전술의 변화를 꾀하지 않은 점을 들어 베어벡 감독을 질타했다. 또 취임 이후 3승2무3패의 성적을 거뒀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컬러를 보여주지 못한 리더십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프로농구] KT&G 6강행 막차 탑승

    프로농구 KT&G와 SK, 전자랜드는 정규리그가 막을 내리는 25일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한 팀만 6강 플레이오프(PO)행 막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KT&G가 웃을 가능성은 62.5%였다.SK는 25%, 전자랜드는 12.5%. 공교롭게도 이날 전반이 끝났을 때 KT&G는 KCC에,SK는 삼성에, 전자랜드는 KTF에 모두 뒤져 있었다.KT&G 등 각 구단 프런트들은 수시로 다른 경기장 소식을 알아보며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KT&G가 웃었다.KT&G는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단테 존스(43점·3점슛 5개)의 원맨쇼를 앞세워 89-88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2연승으로 25승29패가 된 KT&G는 이날 패배를 당한 SK(24승30패), 전자랜드(23승31패)를 가까스로 따돌리고 6위를 차지,PO에 나가게 됐다. 한때 12점 차까지 뒤졌던 KT&G는 존스가 4쿼터에만 21점을 뿜어내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경기 종료 26초를 남기고 이상민(17점)에게 3점포를 얻어맞아 87-88로 뒤지기도 했지만 종료 4초전 주희정(11점)의 어시스트를 받은 주니어 버로(16점)가 골밑슛을 넣으며 6강행을 확정했다.SK는 연장 접전 끝에 삼성에 99-1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전자랜드도 KTF에 85-96으로 졌다. 한편 대구에서는 오리온스가 LG를 95-92로 제압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프로배구] 현대 챔프등극 1승 남았다

    현대캐피탈의 높이가 적지에서 이틀 연속 빛났다. 반면 1패를 먼저 안았던 삼성화재는 부담감 때문인지 실수가 잦았다. 현대가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숀 루니(20점)를 포함한 다양한 공격 루트를 내세워 레안드로(19점) 중심의 삼성을 3-0으로 요리했다. 현대는 앞서 24일 대전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삼성을 3-1로 꺾었다. 이로써 적지에서 2승을 챙긴 현대는 지난해 통합 우승에 이어 2시즌 연속 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뒀다.3차전은 장소를 천안으로 옮겨 28일 치러진다. 1세트 초반은 라이벌답게 시소게임이었다. 하지만 현대는 22-22 상황에서 권영민(2점)과 송인석(8점)이 신진식(5점)과 레안드로의 공격을 거푸 블로킹해 1세트 승기를 가져왔고, 루니가 백어택을 꽂아넣으며 마무리했다. 기선을 제압당한 삼성은 2세트 들어 범실을 잇달아 저질렀다. 주포 레안드로가 5개나 저질렀다. 현대는 루니의 오픈 강타와 이선규(9점)의 속공으로 상대 코트를 유린,20-13으로 앞서 콧노래를 불렀다. 쉽게 2세트를 따낸 현대는 3세트에서도 18-11로 달아나며 막판 추격의 불씨를 지핀 삼성을 따돌렸다.●여자부 흥국생명 `장군멍군´ 여자부 챔프 2차전에서는 흥국생명이 케이티 윌킨스(22득점)의 활약으로 현대건설을 3-0으로 완파,1차전 역전패(1-3)를 설욕했다.1승1패를 이룬 두 팀은 수원에서 3차전을 펼친다. 윌킨스는 서브 에이스, 백어택을 각 3개, 블로킹을 4개나 기록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김연경(16점)도 고비마다 결정타를 날려 힘을 보탰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먼저 웃었다

    23일 우리은행-삼성생명의 여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1차전이 열린 춘천호반체육관. 타미카 캐칭(우리은행)이 36점 12리바운드를 뿜어냈다. 반면 로렌 잭슨(삼성생명)은 25점 13리바운드. 개인 성적으로는 캐칭이 앞섰으나 승리는 삼성생명이 챙겼다. 삼성생명이 ‘바니 공주’ 변연하(21점 5어시스트)와 잭슨을 앞세워 77-69로 이겨 먼저 1승을 신고했다. 변연하와 잭슨 외에도 알토란 같은 활약은 여기저기서 나왔다. 캐칭을 잡으러 나온 김아름이 1쿼터에 4점을 넣는 활약을 펼쳤고, 백업 가드 김영화(6점)도 3점포를 터뜨려 삼성생명은 1쿼터를 25-14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종애도 슛 감각이 좋아 10점을 넣었고,2005년 여름리그 이후 부상에서 돌아와 코트에 적응하고 있는 이미선(3점)도 622일 만에 실전에서 득점의 감격을 누렸다.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로 구성된 우리은행은 3쿼터 초반 캐칭과 김은혜(12점·3점슛 3개)의 활약으로 44-44 동점을 이루기도 했으나 고비에서 거푸 공격 제한 시간에 걸렸고, 패스 미스가 나오는 등 노련미 부족으로 무너졌다.2차전은 25일 용인에서 열린다. 춘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파키스탄 크리켓 英코치 울머 타살 확인

    “그는 목졸려 살해됐다.” 자메이카 경찰이 22일 크리켓 파키스탄 대표팀의 영국인 코치 밥 울머(58)가 살해됐다고 결론지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타살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BBC방송 등 외신들이 이날 전했다.울머는 지난 18일 자메이카 페가수스 호텔 객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파키스탄 월드컵 크리켓팀이 경기에서 아일랜드에 대패한 뒤 였다. 마크 쉴즈 자메이카 경찰청 차장은 “외부에서 완력을 행사해 호텔 방안으로 들어온 흔적이 없으며 울머 코치와 혐의자들과의 다툼도 없었던 것으로 보아 여러 명의 면식범 소행”이란 판단을 밝혔다. 또 뛰어난 크리켓 선수였던 거구의 울머 코치를 한 사람이 제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1명 이상이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측했다. 울머 코치의 의문의 죽음으로 크리켓 선수 등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고 자메이카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켓 월드컵 경기도 혼란 속에 있다고 BBC는 전했다. 세계크리켓협회(ICC)가 경기는 차질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며 안정을 호소할 정도다.유명 크리켓 선수 출신의 울머 코치는 남아공 감독 등을 거치면서 승부사로서 명성을 날렸다. 크리켓은 영국의 국기(國技)로 야구와 비슷하다. 인도, 파키스탄을 비롯해 영연방계국가들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스포츠다. 이 때문에 영국, 호주, 인도, 파키스탄에선 울머의 죽음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청소년축구팀 감비아 4-0제압

    20세 이하 청소년축구대표팀이 아프리카의 복병 감비아를 가볍게 물리치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막을 올린 수원컵 국제청소년(U-20)축구대회 개막전에서 한국은 송진형(서울)의 골을 시작으로 배승진(울산대), 하태균, 신영록(이상 수원)이 릴레이골을 터뜨려 감비아를 4-0으로 제압했다. 송진형은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선수들이 뒤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전력 누수가 우려됐던 대표팀은 그러나 안정된 조직력과 빠른 패스를 앞세워 감비아를 압도했다. 전반 3분 골대를 맞힌 신영록의 헤딩슛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8분 송진형이 이현승(전북)의 땅볼 패스를 이어 받아 정확한 왼발 슛으로 감비아의 골 그물을 흔들며 대승을 예감했다. 한국은 25일 오후 3시 같은 곳에서 6월 캐나다 세계대회 본선 같은 조에 속한 폴란드와 대결한다. 한편 칠레는 폴란드를 2-0으로 제압, 첫 승을 거뒀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프로농구] KT&G ‘공동6위’로 6위 경쟁 막판 혼전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직행이 걸린 2위와 6강 PO 진출 마지노선인 6위 싸움이 다시 미궁에 빠졌다. KTF는 2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쌍두마차 필립 리치(32점)와 애런 맥기(28점)의 활약을 앞세워 홈팀 KT&G를 103-96으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앞으로 2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31승21패가 된 KTF는 LG와 함께 공동 2위가 됐다. 반면 2연패로 23승29패가 된 KT&G는 SK, 동부와 함께 공동 6위를 이뤘다. 단테 존스(35점·3점슛 6개), 양희승(18점) 등의 활약에 밀려 KT&G에 근소하게 뒤지던 KTF는 3쿼터 들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KT&G는 존스가 혼자 18점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번갈아 나온 맥기와 리치는 19점을 합작했고, 신기성(17점) 송영진(13점)이 힘을 보태 76-75로 역전했다. 서울 잠실에서 열린 ‘미리 보는 6강 PO전’에서는 오리온스가 삼성을 102-88로 제압했다. 오리온스는 29승23패로 삼성(28승24패)을 밀어내고 단독 4위에 나섰다.지난 시즌 4강 PO 3전 전패, 이번 시즌 1승4패로 삼성에 유독 약했던 오리온스는 김승현마저 부상으로 빠져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신들린 3점포가 ‘매직 핸드’의 공백을 거뜬히 메웠다.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통산 9000점 돌파에 24점을 남겨놨던 서장훈은 이날 16점에 그쳐 대기록 달성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홍지민기자icarus@seoul.co.kr
  • [프로농구] SK ‘PO행 희망슛’

    SK가 꼴찌 KCC를 제물 삼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SK는 20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KCC를 94-86으로 제압했다.SK는 23승29패로 동부와 함께 공동 7위로 올라섰다. 단독 6위 KT&G(23승28패)와 0.5경기 차.18점 18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키부 스튜어트가 SK의 승리에 앞장섰다. 트리플더블은 이번 시즌 5번째. 앞서 KT&G의 주희정이 3차례, 오리온스의 피트 마이클이 1차례 작성한 바 있다. SK의 플레이오프 진출 의지가 1쿼터부터 강력하게 빛났다. 신인 노경석(13점·3점슛 4개)이 3점슛 3개를 림에 꽂아 넣는 ‘깜짝’ 활약을 펼친 SK는 아이지아 빅터와 추승균이 부상으로 빠진 KCC를 압도할 수 있었다. 스튜어트도 1쿼터에 12점을 쓸어담아 KCC에 34-21로 앞섰다. SK는 방성윤(17점·3점슛 5개), 임재현(20점·3점슛 6개), 루 로(15점) 등의 활약이 이어지며 KCC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KCC도 SK와 마찬가지로 마르코 킬링스워스(25점 13리바운드), 정훈(15점) 등 주전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뿜어냈으나 빅터와 추승균의 빈자리가 두고두고 아쉬웠다.2경기가 남은 SK는 24일 동부와의 맞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6강행을 꿈꿀 수 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연아, 라이벌 아사다와 재격돌

    ‘은반 위의 퀸은 오직 하나’ 20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개막하는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의 최대 관심사는 여자 싱글의 김연아(17·군포 수리고)와 동갑내기 여고생 아사다 마오의 라이벌전이다. 지난해 말 러시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희비가 엇갈린 사이다. 김연아는 ‘요정’에서 ‘여왕’으로 변신했지만 아사다는 실수로 기선을 제압당했다. 오는 23∼24일 펼치는 둘의 재대결. 기량만으로는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아사다를 김연아가 또 제칠 수 있을까.●필살기 vs 필살기 아사다가 김연아에 견줘 유리한 점은 ‘트리플악셀(공중 세 바퀴 반 회전)’의 주특기를 갖고 있다는 것. 난이도가 높은 만큼 배점도 많다. 반면 치명적인 부분도 있다. 아사다는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이 기술을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김연아에게 여왕의 자리를 내줬다. 기술이 큰 만큼 실수할 경우 감점도 크다. 그러나 아사다는 또 트리플악셀에 승부를 걸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도쿄체육관에서 훈련을 시작한 아사다는 18일 4000여명이 지켜본 공개훈련에서 네 차례의 트리플악셀을 시도, 모두 성공했다. 일본 언론들도 “아사다가 자신의 최고점수인 199.52점을 넘어 200점대로 우승할 수 있다.”고 떠들썩하게 전했다. 그러나 트리플악셀만으로 우승을 점칠 수는 없다. 김연아의 전 코치 박분선씨는 “특히 쇼트프로그램에서는 특출한 기술보다 2분40초 동안 펼치는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면서 “기술의 다양성과 대담성,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가는 연출능력에서는 김연아가 앞선다.”고 말했다. 또 “연아가 당찬 승부욕을 가진 데 견줘 아사다는 소심한 면이 있어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되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또 한번 부상투혼?김연아는 19일 오전 첫 공식 연습을 마쳤다.“허리부상 이전의 컨디션까지 끌어올린 것 같다.”는 게 연습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전언. 대한빙상경기연맹 김풍렬 경기부회장은 “연아가 동계체전 때보다 훨씬 나은 몸상태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허리부상은 거의 완쾌됐지만 도쿄 입성 이틀 전 꼬리뼈 부상이 재발한 것이 문제다. 어머니 박미희씨는 “허리도, 부츠도 더 이상 말썽을 부리지 않지만 점프 뒤 내려오는 과정에서 꼬리뼈 부위의 통증을 호소한다.”면서 “당초 20일 오려던 주치의가 급히 합류해 치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결국 아사다와의 재대결은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대회처럼 김연아의 ‘부상투혼’과 특유의 강한 정신력에 의해 판가름날 전망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로농구] LG·KTF 2위 다툼 치열

    LG와 KTF가 나란히 승전고를 울리며 치열한 정규리그 2위 다툼을 이어갔다. LG는 18일 안방인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동부를 72-67로 제압했다. 박지현(15점)과 찰스 민렌드(28점)의 활약이 빛났다.31승21패가 된 2위 LG는 이날 오리온스를 제압한 3위 KTF(30승21패)와 0.5경기 차를 유지했다.2위 자리 주인은 오는 23일 LG와 KTF의 마지막 맞대결을 통해 가려질 가능성이 짙어졌다. LG는 정상 컨디션이 아닌 김주성(19점)과 양경민(3점)을 투입한 동부와 접전을 펼쳤다.2쿼터 한때 29-20으로 앞서기도 했으나 김주성과 자밀 왓킨스(15점 13리바운드)의 트윈타워를 내세운 동부에 따라잡혀 47-48로 역전당한 채 4쿼터에 돌입했다.하지만 민렌드와 박지현이 17점을 합작해 승부를 뒤집었고, 경기 종료 약 1분을 남겨놓고 69-67로 쫓기자 조상현이 3점포를 꽂아 승리를 챙겼다. KTF는 대구 원정에서 오리온스를 91-86으로 제쳤다. 오리온스의 주포 피트 마이클이 심판에 대한 욕설로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KTF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KTF는 오리온스에 뒤지다 2쿼터 막판 김승현이 부상으로 물러나고 나서야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KTF는 종료 31초를 남기고 마커스 다우잇(27점 14리바운드)에게 덩크슛을 얻어맞아 85-86으로 역전당했으나 애런 맥기(32점 10리바운드)의 골밑슛에 이어 신기성(18점 9어시스트)이 소중한 가로채기를 한 뒤 상대방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꽂았고, 필립 리치(8점)가 덩크슛을 터뜨려 승부를 마무리했다. 전자랜드는 3연승을 달리던 삼성을 100-92로 잡고 실낱 같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이어갔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아킬레스건 찔러라”

    “아킬레스건을 잡아라.” 17일부터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이 3전2선승제로 벌이는 프로배구 플레이오프는 원년과 지난해 삼성화재-LIG가 치렀던 두 차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를 전망이다.지난 두 대회가 전력차가 뚜렷해 승부를 점치기 쉬웠고 예상대로 싱거운 결과를 보였던 데 견줘, 올해 대한항공과 현대의 격돌은 함부로 승부를 예단할 수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상 현대가 다소 앞선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이 스포츠여서 두 팀 모두 “첫 판에 승부를 걸겠다.”고 벼른다. 대한항공은 물론 현대 역시 플레이오프는 ‘첫 경험’이다. 때문에 챔피언결정전까지 염두에 둔 오만 가지 전술이 쏟아질 게 뻔하고, 그 와중에 ‘아킬레스건’을 드러내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두 팀의 최대 약점은 뭘까. 시즌 초부터 대한항공은 세터 때문에 속을 끓여왔다. 브라질 코치 슈파를 영입해 김영래를 꾸준히 조련했지만, 아직 문용관 감독의 성에는 차지 않는 게 사실. 장신 세터 김영래(192㎝)는 블로킹과 강한 서브까지 갖췄지만 다혈질의 성격 탓에 토스워크가 들쭉날쭉한 게 흠이다. 특히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속공플레이가 아쉬운 건 현대 권영민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대목.“첫 세트부터 우리 세터·센터들의 완벽한 호흡과 스피드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김호철 감독에 맞서 문 감독은 “높이 면에서 현대에 크게 뒤질 게 없다. 영래가 안 되면 속공에 능한 김영석을 상황에 따라 기용, 코트 한가운데에 맞불을 놓겠다.”고 강조한다. 현대는 올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전력, 그리고 주전들의 잇단 부상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기록을 보면 발목 부상으로 거의 한 시즌을 접은 리베로 오정록이 빠지는 바람에 리시브 성공률은 6개팀 가운데 겨우 5위(54.55%)다. 무려 5개의 서브에이스를 헌납한 지난 10일 한국전력전에서는 최악이었다. 문 감독은 “얼마나 서브를 강하게 넣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면서 “보비와 강동진, 김학민 등의 강서브로 리시브가 불안한 현대를 무너뜨리겠다.”고 벼른다.그러나 김 감독은 “돌아온 이호가 완전히 코트에 적응한 데다 최근 경기 감각을 회복한 오정록도 본래의 컨디션에 근접해 더 이상 수비불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로농구] 신의 손…신기성 15득점 맹활약

    KTF가 3연패에서 벗어나며 공동 2위로 복귀했다. 삼성은 3연승으로 단독 4위에 뛰어올라 2위 자리까지 넘보게 됐다. KTF는 16일 안방인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이미 1위를 확정지은 모비스를 87-81로 제압했다.KTF는 29승21패로 LG와 함께 공동 2위를 이뤘다. 앞서 KTF는 모비스전 2승3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신기성이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친 경기는 모두 졌다. 맹장염을 앓는 신기성은 이날 15점 9어시스트로 날았다. 필립 리치(38점 8리바운드)도 골밑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접전이던 경기는 4쿼터에 가서야 균열을 일으켰다.KTF는 67-66으로 쫓긴 상황에서 신기성과 애런 맥기, 리치가 8점을 몰아넣으며 상대를 따돌려 승리를 예감했다. 전주에서는 서장훈(16점 8리바운드), 올루미데 오예데지(9점 17리바운드) 등이 높이의 우위를 뽐낸 삼성이 KCC를 91-80으로 꺾었다. 삼성은 3점포 3개를 뿜어낸 KCC의 손준영(14점·3점슛 4개)과 마르코 킬링스워스(27점 15리바운드)의 활약에 밀려 3쿼터 초반까지 37-43으로 뒤졌다. 하지만 이 때부터 삼성의 높이가 위력을 드러냈다.KCC보다 두 배가 많은 리바운드를 따내며 경기를 뒤집은 것. 삼성은 이정석과 이규섭이 3점포 2개를 보태고 서장훈과 오예데지가 골밑을 장악하며 점수를 보탰다.3쿼터에 28점을 쓸어담은 삼성은 65-53으로 도망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삼성은 28승22패로 오리온스(27승22패)를 따돌리고 단독 4위에 올랐다. 공동 2위와 승차는 1경기.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프로농구] 모비스는 2연패 기염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14일 2위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낮잠을 자다가 뱀이 손가락을 깨무는 꿈을 꿨는데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피 말리는 경기가 펼쳐졌지만 결과적으로는 ‘길몽’이었다. 한국 프로농구가 통산 1000만 관중을 돌파한 역사적인 날, 모비스는 정규리그 2연패를 확정했다. 모비스는 안방인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LG를 78-77,1점 차로 따돌렸다.연장전에서 결승 득점을 낚아챈 ‘바람의 파이터’ 양동근(24득점·3점슛 4개 7리바운드 7어시스트)의 활약이 컸다. 34승16패가 된 모비스는 이날 삼성이 3위 KTF를 잡아주는 바람에 정규리그 우승까지 결정지었다.4경기가 남았지만 LG 등과의 승차를 5경기 이상 벌렸기 때문이다. 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은 전신인 기아 시절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 모비스는 1·2쿼터에 3점포 5방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양동근이 16점을 몰아넣으며 42-31로 앞섰다.3쿼터 이후엔 식스맨 김재훈(11점)이 3점슛 3개를 작렬시키는 깜짝 활약을 보탰고, 크리스 버지스(12점 19리바운드)가 리바운드를 지배하며 쉽게 승전고를 울리는 듯했다.하지만 모비스는 LG 주포 찰스 민렌드(37점·3점슛 4개)의 원맨쇼에 휘말려 72-72로 연장전에 돌입했다.3,4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던 양동근은 연장 종반 75-77로 뒤진 상태에서 극적인 결승 3점포를 림에 꽂아 모비스에 승리를 안겼다. 유 감독은 석 달 가까이 1위를 질주한 모비스의 강점에 대해 “한 선수가 특별히 잘하는 게 아니라 골고루 잘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시즌 모비스 평균 연봉은 1억 600만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꼴찌였다. 그러나 유 감독은 톱니바퀴 조직력과 최소 실점을 자랑하는 짠물 수비를 심어주며 팀을 1위로 거듭나게 했다.유 감독은 “이번 시즌 중반 이후에는 선수들이 부담감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해이해진 측면도 있어 걱정스러웠다. 오늘은 선수들이 끝까지 자신감과 집중력을 잃지 않아 이긴 것 같아 고맙다.”고 기뻐했다. 한편 부산에서는 삼성이 홈팀 KTF를 94-82로 완파하고 27승22패로 오리온스와 함께 공동 4위가 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네이트 존슨(25점)과 서장훈(20점), 이규섭(18점·3점슛 6개) 등이 빛났다.서장훈이 가세한 02∼03시즌부터 5시즌 연속 진출이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사상 9번째로 정규리그 100승 고지를 밟았다.울산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프로배구] 삼성 정규리그 첫 정상

    # “큰 경기에서 믿을 건 노장들뿐이다. 그들에게선 묵은 된장처럼 진한 맛이 우러나온다.”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14일 대전충무체육관.프로배구 대한항공과의 정규리그 최종전 1세트가 끝날 때까지 신 감독의 표정은 모든 걸 체념하는 듯했다. 웬만하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법이 없는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지 못했다.승부는 둘째. 그보다는 고장난 몸을 아끼지 않고 코트에서 펄쩍 뛰고 나뒹구는 노장들이 너무나 고마웠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천안 유관순체육관.‘맞수’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은 “10점 이상의 큰 점수차로 상무를 제압하고 대전경기를 기다리겠다.”고 예고한 대로 가벼운 3-0 승리를 거두고 결과를 기다렸다.대한항공이 이겨주기만 하면 25승5패로 동률. 그때부터 우승컵은 현대의 몫이다. 점수득실률을 넉넉하게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명은 정해진 대로였다. 삼성이 14일 홈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대한항공에 통쾌한 3-1 역전승을 거두고 시즌 25승5패를 기록,24승6패로 마감한 현대를 승점 1점차로 제치고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삼성은 프로배구 세번째 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컵을 처음으로 가슴에 품었고, 챔피언결정전(24일부터 5전3선승제) 직행 티켓도 손에 쥐었다. 반면 최종전까지 삼성을 괴롭힌 현대는 승점 1점차로 뒤져 17일부터 열리는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에서 대한항공과 한 장 남은 챔프전 결정전 티켓을 다투게 됐다. 삼성의 정상 탈환은 용병 레안드로와 신치용 감독의 시즌 전략, 그리고 부상투혼을 불태운 노장 등 ‘삼박자’가 제대로 들어맞은 결과물이다. 레안드로는 올시즌 노쇠한 삼성의 파괴력을 기대 이상으로 보강시켰다. 이날도 거둬들인 점수는 무려 39점. 큰 점수차로 1세트를 내준 뒤 맞은 2세트 초반 펄펄 날며 승부의 추를 돌려놓았다. 신치용 감독의 용병술과 시즌 전략은 ‘제갈공명’다웠다. 현대가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시즌 초반 충분히 승수를 쌓아올려 체력이 고갈될 게 뻔한 종반 이후를 충분히 대비했다. 그러나 가장 빛난 것은 ‘고장난 노장’들의 눈물겨운 투혼이었다. 지난해 챔프전 1차전에서 발목이 돌아가 1년을 벤치에도 앉지 못했던 석진욱은 최근 출장을 자원한 뒤 이날도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9점이나 벌어들였고, 신 감독과 ‘한솥밥 11년째’인 최고참 김상우 역시 끈질긴 네트플레이로 최대 고비였던 3세트를 팀에 안겼다. 체력이 바닥난 신진식은 첫 세트부터 선발 출전, 고비 때마다 알토란 같은 점수로 분위기 반전에 한몫을 톡톡히 한 신 감독의 ‘믿을맨’이었다.대전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 누르하치,명(明)에 도전하다 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 누르하치,명(明)에 도전하다 Ⅱ

    건주여진을 통일하고, 해서여진과 몽골의 연합군마저 물리친 누르하치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누르하치는 하다, 호이파, 울라 등 해서의 여러 부족들을 강온(强穩), 양면으로 통제하여 가장 강한 예허부(葉赫部)를 고립시키는 정책을 취했다. 당시 해서여진이 누르하치에게 맞서려면 4부 사이의 단결이 절실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 사이의 알력 때문에 누르하치에 대해 연합전선을 펼 수 없었다. 하다, 호이파, 울라는 차례대로 누르하치에게 각개격파되었고, 혼자 남은 예허는 결국 명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누르하치는 예허의 그 같은 전략을 꿰뚫었다. 그는 해서여진을 공략하는 동안, 자신을 견제했던 명에 몸을 낮추었다. 명의 견제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하여 명분을 축적하고, 내실을 다졌다. 결정적인 기회를 엿보기 위해 숨고르기를 했던 것이다. ●하다와 호이파를 멸망시키다 1599년 하다의 국주(國主) 멩게불루는 예허와의 갈등으로 전쟁을 하게 되자 누르하치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멩게불루가 셋째아들을 볼모로 보내자 누르하치는 2000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하다를 원조하려 했다. 다급해진 예허는 개원(開原)에 주둔한 명군 지휘부를 움직여 멩게불루를 질책했다. 누르하치와 동맹을 맺은 것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한편으로는 멩게불루에게 자신을 딸을 아내로 주었다. 멩게불루는 예허의 요구를 받아들여 누르하치와의 동맹을 철회했다. 누르하치와 예허, 명 사이에 끼여 있는 약소국의 ‘눈치보기’였다. 격분한 누르하치는 하다를 공격하여 멸망시키고 멩게불루를 사로잡았다. 그러자 명이 개입했다.1601년 명의 만력제(萬曆帝)는 사신을 보내 누르하치를 질책하고, 하다의 유민들을 멩게불루의 아들 우루구다이(武爾古岱)에게 반환하라고 강요했다. 누르하치는 명의 요구에 따라 유민들을 송환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예허가 하다를 공격하여 우루구다이를 자신의 세력권에 편입시켰다. 누르하치는 명에 서신을 보내 항의했다. 자신이 하다를 격파한 것은 문제삼고, 예허의 침략은 그냥 넘어가는 이중적 태도를 따졌다. 하지만 명에 대해 정면으로 반발하는 것은 삼갔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호이파를 정벌하는 과정도 하다의 경우와 유사했다.1607년 9월, 호이파의 신료들이 모반하여 예허로 귀순하자, 국주 바인다리는 누르하치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7명의 볼모를 보내왔다. 그러자 예허는 바인다리에게 “누르하치에게 볼모 보낸 것을 취소하면 귀순한 자들을 송환하겠다.”고 제의했다. 바인다리는 예허에게 속아 누르하치에게 다시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누르하치는 결국 정벌에 나서 바인다리 부자를 살해하고, 호이파를 병합했다. 예허의 고립은 더욱 심화되었다. ●울라 격파와 조선에 미친 파장 누르하치와 예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해서 부족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살아남았던 것은 울라였다.1596년, 울라에서 내분이 일어났을 때 누르하치는 자신이 억류하고 있었던 부잔타이(布占泰)를 송환하여 국주로 즉위시킨 바 있다. 부잔타이는 누르하치의 은혜에 감사하여 혼인 관계를 맺고 동맹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수시로 향배를 바꾸어 배신과 복종을 반복했다. 부잔타이는 국주가 된 이후 모두 7차례나 누르하치에게 복종할 것을 맹세했다. 누르하치 또한 자신의 딸을 포함한 세 명의 여인들을 부잔타이에게 아내로 주어 다독였다. 부잔타이는 끝내 누르하치와 예허 사이에서 양단을 걸치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누르하치가 압박하여 곤경에 처하면,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조선에 손을 내민 것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1610년, 누르하치의 압박 때문에 위기에 처하자 부잔타이는 조선에 사신을 보내 직첩(職帖)을 하사해주고 교역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울라의 세력은 두만강 너머까지 미치고 있었는데 광해군(光海君)은 부잔타이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그에게 직첩을 주고, 관복을 하사했다. 광해군의 의도는 그들을 회유하여 두만강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던 상황을 탐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광해군의 의도는 맞아떨어졌다.‘광해군일기(光海君日記)’를 보면 당시 조선 조정은 누르하치와 해서 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던 격변의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1610년 2월14일의 경우,‘이 오랑캐가 겉으로는 누르하치와 화해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사이가 좋지 않은 형상이 있다. 예허와의 중간 길이 끊기고, 교역의 통로가 막혔기 때문에 우리나라 변방에서 교역하기 위해 우리의 의도를 떠보는 것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참으로 정확한 정세 판단이었다. 광해군과 조선 조정은 이 같은 정보를 기초로 누르하치의 실체를 명확히 인식했다. 나아가 곧 닥쳐올 ‘누르하치와 명의 대결’이라는 파장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팔기제(八旗制)를 완성하다 누르하치는, 향배가 무상했던 부잔타이를 공격하여 1613년 마침내 울라부를 멸망시켰다. 예허만 빼놓고 해서여진을 통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누르하치는 이윽고 1616년, 국호를 아이신(金)으로 고치고, 칸(汗·한)으로 즉위했다. 바야흐로 12세기 한족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아구다(阿骨打)의 위업을 계승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 지배하는 종족이 다양해지고,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새로운 통치 체제가 필요했다. 주목되는 것은 바로 팔기제(八旗制)였다. 팔기제는 니루(牛)라는 만주족 고유의 조직에서 기원했다. 만주인들은 수렵 등을 나갈 때 10명을 한 조로 삼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을 우두머리로 뽑아, 그를 니루라고 불렀다.‘니루’란 ‘큰 화살’을 뜻한다. 누르하치는 성년 남자 300명을 1니루로,5개의 니루를 1자란(甲喇)으로, 다시 5개의 자란을 1쿠사(固山)로 편제했다.1쿠사는 결국 7500명인 셈인데 그것을 한자로는 기(旗)라고 했다. ‘기’는 군사조직이자 정치, 사회조직으로 모든 만주인은 예외 없이 여기에 소속되었다. 각 기에는 고유한 깃발이 있는데 황색, 백색, 홍색, 남색만으로 제작된 것을 정기(正旗), 황색, 백색, 남색 깃발에 홍색의 테두리를 두른 것과 홍색 깃발에 백색의 테두리를 두른 것을 양기(旗)라고 한다. 1616년 누르하치는 본래 4기였던 것을 8기로 확충했다. 해서여진을 통합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귀순해 오는 한족과 몽골족이 늘어나면서 한군팔기, 몽골팔기가 등장했다.“나가면 병사가 되고 들어오면 인민이 되는(出則爲兵 入則爲民)” ‘군민일체’,‘군정일체’의 팔기제의 효용성은 엄청났다. 평소 일상 생활과 전쟁에 동시에 대비할 수 있게 편제된 팔기제 아래서 후금(後金)의 백성들에 대한 통제력과 전투 능력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당시 쇠망의 조짐이 뚜렷했던 명군이, 조직화된 팔기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실제 팔기는 1644년, 청이 베이징으로 입성한 뒤에도 중원(中原)을 제압하고 통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중원 장악 이후, 팔기에 소속된 사람들을 기인(旗人)이라 불렀는데 그들은 별도의 호적에 편입된 특수 신분이 되었다. 그들은 기지(旗地)라 불리는 토지를 하사 받고, 그들만을 위한 독자적인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중원 입성 이후 기인들은 오로지 만주어를 익히고 궁술(弓術)을 연마하여 관리나 군인으로 등용되었다. 다른 농공상의 직업을 갖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특권도 컸지만 의무도 명확했다. 기인들에게 만주어를 익히게 하고, 궁술을 연마시킨 것은 결국 만주족이 지닌 정체성과 야성(野性)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수십만에 불과한 만주족이 1억 이상의 한족을 270여년이나 통치할 수 있었던 비책이기도 하다. 요컨대 1616년, 팔기제를 완성하면서 누르하치는 명과 일전을 겨룰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던 셈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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