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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 생각하는 超黨 경제를

    경제불안 심리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정부는 최근 여러 부문에서 감지되고 있는 위기징후의 차단을 위해 다양한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세계 경제의 불안정과 국제 정치의 불안 등과 맞물려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더욱이 연말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제위기는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초당적인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정파를 떠나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이나 처방의 절박성을 함께 공유한 것 같아 다행스럽다.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대선용의 제스처가 아닌가 하는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임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정기국회가 시작된 뒤 국정감사와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각 정당이 보인 행태를 보면 이같은 불안한 시각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지난 1997년 말 대선과 함께 찾아 온 국제통화기금체제의 뼈아픈 기억을 가진 국민들로서는 요즘 하루하루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또다시 정쟁의 와중에서 지난날과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부나 정치권은 불안 요인이 적지 않지만 경제의 기본틀이 괜찮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대응을 하다 IMF체제를 초래했다. 각 정당이나 정파는 진정 초당적인 경제협력을 원한다면,협력의 형식이나 회의 방식 등에 얽매이지 말고 정부와 더불어 경제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각 정당이 내놓은 ‘초당적 비상경제 대책기구’나 ‘경제 영수회담’,‘여야 정책협의회 재가동’ 등을 두고 서로 토를 달고,실현성 여부에 대한 논란만 벌인다면 생색내기용 제안이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형식은 부수적인 것이다.아울러 국회가 소모적 정쟁의 모습을 버리고,경제와 민생법안을 우선 챙기는 것도 경제회생의 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선거가 경제를 망쳤다는 비판을 더 이상 받지 않도록 모두가 진지하게 노력하길 바란다.
  • 아시안게임/ 스포츠정신 흐린 꼴불견들 “이기면 자기 실력 지면 편파판정탓”

    어느 종목에도 매너 없는 경기 운영으로 경기장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리는 ‘미꾸라지’ 한 둘씩은 있기 마련.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도 이런 선수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첫번째 기피 대상은 ‘이기면 내 실력,지면 네 탓’형.불리한 심판의 판정에 무조건 딴죽을 거는 식이다.지난 1일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승원과 대결을 벌인 중국의 왕징지가 대표적이다.그는 분명히 자신이 실점했음에도 이승원의 점수가 올라갈 때마다 중국응원단을 쳐다보며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한술 더 떠 아예 경기장을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 배드민턴팀은 지난 9일 한국과의 남자단체전 결승전에서 선심 판정에 불만을 품고 행패를 부렸다.이들은 선심의 안경을 벗기는 것도 모자라 결국 선수단을 모두 철수시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경기 결과나 판정이 마음에 안 들면 주먹부터 휘두르는 ‘조폭형’도 있다. 지난 10일 남자농구 순위결정전에 출전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선수들은 공이 아닌 주먹으로 승부를 가렸다.지고 있던 아랍에미리트의 한 선수가 공으로 카타르 선수의 하복부를 맞힌 것이 발단.선수들의 싸움을 말려야 할 코치진과 벤치 멤버들이 ‘이단옆차기’로 가세,농구 코트가 ‘집단 킥복싱 경기장’으로 변했다.그런가 하면 중국 배드민턴팀의 리용보 감독은 지난 8일 한국과의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을 퍼부으며 선심의 머리를 내려쳤다.리 감독은 국제배드민턴연맹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경기위원회로부터 출전금지처분을 받았다. 심판의 눈을 속이며 교묘히 주먹을 날리는 것은 고전적인 수법.지난 10일 태권도 여자 47㎏급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첸신심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흐느끼고 말았다.금메달의 감격 때문이 아니라 상대인 베트남의 응엔 티후예가 경기 종료 직전 날린 주먹에 코를 강타당했기 때문.패배를 ‘강펀치’로 보복한 셈이다. 부산 이두걸기자 douzirl@
  • [대선후보 부인에 듣는다] (1)노무현후보 부인 권양숙씨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한매일은 종합일간지 중 처음으로 주요 대선후보 부인들의 본격 인터뷰를 포함,특집시리즈를 시작합니다.대선후보들의 인간적 면모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후보 부인들입니다.또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있어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대선후보 부인들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중요한 후보 평가 요소가 될 것입니다.인터뷰는 대한매일 신연숙(辛然淑) 문화에디터와 본사 명예논설위원인 김경애(金慶愛) 동덕여대 교수가 함께 주관했습니다.게재 순서는 특별한 기준 없이 인터뷰 요청에 응한 시점에 따라 결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인 권양숙(權良淑·55)씨는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언론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하다.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먼저 사진 촬영부터 하자고 하자 “선거운동은 하겠는데 사진 찍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어색해 했다.그러나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통해 조심스러우면서도 뚜렷하게 생각을 털어 놓았고 안정감 있는 태도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다음은 일문일답. ■남편평가 및 자녀교육 ◆노 후보께선 평소 부인께 60∼70점짜리 남편밖에 안돼 부인이 무섭다고 하던데요. 그냥 평범한 가정이면 남편이 가정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텐데 남편은 지금까지 생활 그 자체가 힘든 선택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가정에 많은 시간을 내거나 인자하고 자상할 여건이 못됐습니다.가족들은 서운할 수밖에 없고,노후보는 항상 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자기 점수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실제로 저는 점수를 후하게 안 주는데,아들과 딸은 아버지에게 후하게 줍니다.(노 후보에게는)원군(援軍)이 두 명이 있는 셈이죠.(웃음) ◆자녀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을 보니 노 후보께선 좋은 아버지였나 봅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아침식사는 꼭 함께 했습니다.아침을 같이 먹으면서 식탁에서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본인 얘기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아이들은 제가 공(功)을 많이 들였는데도제 편이 안되더라고요. ◆부부간에 호칭은 어떻게 하십니까. “여보”“당신”이라고 합니다.처음에는 친구처럼 이름을 그냥 불렀습니다.같이 자랐으니까요.“여보”“당신” 소리가 잘 안 나와서 약간 반말로 ‘어∼’라고 할 때도 있었죠.(웃음) ◆노 후보께선 집에서 가사를 도와주거나 쇼핑을 같이 하는지요. 노 후보가 재야활동을 하기 전에는 저 혼자 나가서 쇼핑한 일이 별로 없습니다.하지만 재야활동을 시작하면서 평범한 삶과 가정을 꾸리기가 어렵더라고요.지금은 거의 못한다고 해야 하죠. ◆노 후보께서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로 비치는데 집안에서 가부장적이거나 그런 여성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노 후보가 여성문제에 보수적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질문도 받는데 사실은 아닙니다.어쩌면 그것은 순전히 제 탓이기도 합니다.제가 활동을 많이 안 하니까 ‘혹시 노 후보가 부인의 사회활동을 못하게 막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는 것이죠.하지만 제 성격이 어려서부터 나서서 하는 것을 잘 못합니다.실례로 지난 88년부터저희들 선거만 여섯 번을 치렀는데,저는 후보와 같이 움직이면서도 소리없이 표나지 않게 했습니다. ◆노 후보께서 부인에게 사회활동을 해보라고 권유한 적은 없나요. 결혼 당시 경희대 한의대가 설립 초기였습니다.그때 노 후보가 제게 “한의대를 가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또 다른 쪽으로도 공부를 해보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아이는 어리고 항상 다른 식구들이랑 같이 살다 보니까,주부가 제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한다는 게 어렵더라고요.집념과 의지도 있어야 하는데 제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딸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손자·손녀를 봐줄 의향이 있습니까. 아들하고 딸에게 “며느리 될 아이와 딸이 계속 일을 할 것 같은데 내가 다 키워주겠다.”고 했습니다.지금도 허락이 된다면 아이는 키워주고 싶습니다.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거든요. ◆자녀들이 바르게 잘 커준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아주 밝습니다.특출나게 우수하진 않지만 아이들을 밝게 잘 키웠다고 칭찬받은 적이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체벌을 한 적은 있습니까.저는 가끔씩 야단을 칩니다.용돈을 끊기도 하고,큰아이의 경우 밥을 먹지 않기에 굶기기도 하면서 버릇을 고쳤습니다.그러나 노 후보는 (아이들을)큰소리로 야단치는 것을 못 봤습니다.그런데도 아이들은 아버지를 무서워하더군요. ◆시댁 일은 많지 않았는지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아무래도 항상 마음을 많이 쓰고,가능하면 어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지만,(노 후보가)정치인이 돼 서울에 오고부터는 제대로 못했습니다.노 후보도 (이 점을)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노 후보께서 변호사였을 때는 고소득자였는데,정치인이 된 이후에는 경제적 변화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점수를 못받는 것입니다.(웃음)한번 늘린 것을 줄이는 건 힘듭니다.경제소비 규모도 그렇고,키운 것을 줄이려고 하면 고통이 따릅니다.그렇게 풍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생은 안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 두 분께서는 “작은 별장을 갖고 멋있게 살아보자.”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그 꿈은 안 이뤄진 셈인데요. 변호사를 계속 했더라면 그런 희망을 남편에게 많이 닦달했을 것입니다.(웃음)그러나 남편이 재야활동에 들어서면서부터 식탁에 앉으면 정치·사회 얘기를 계속했고,저도 들으면서 은연중에 물이 들었나 봐요. ■정치관 ◆노 후보께선 사실상 정치적으로 순탄한 길을 걷지는 못했습니다.좌절의 고비 때 심정은 어땠습니까.남편이 정치를 그만뒀으면 하는 생각은 없었는지요.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렵기도 하고,정치하는 분이 주위에 없었기 때문에 제가 좀 반대를 했습니다.그런데 낙선한 이유가 사람의 자질이 모자라서기보다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에 가니까 ‘호남당’이라고 안 찍어주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선거 때마다)‘만약에 이번에 낙선하면 정치를 그만두면 되지 않는가.’란 각오로 선택을 따랐습니다.솔직히 선거에서 떨어지면 나는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지난번 국민경선에서 노 후보가 승리했을 때 기분은 어땠습니까. 노 후보가 1등을 하리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그런데 경선기간 동안 민주당원들의 마음,노사모의 마음,일반 국민들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마음을 보게 되면서 벅찬 감격을 느꼈습니다.‘우리 남편이 정치 개혁에 큰 몫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 때문에 힘들어도 힘든지 몰랐습니다. ◆지금은 노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는데요. 저는 (지지율이 치솟을 때도)인기가 끝까지 최상으로 가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민주당이 보궐선거,지방선거에서 일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했고 노 후보의 실수도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노 후보를 중심으로 한 대선 본 게임이 시작되면 노 후보를 바라보는 마음들이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 ◆노 후보의 대선 출마를 만류한 적은 없었습니까. 노 후보는 제 남편이기도 하지만,그 이전에 많은 분들과 이념과 정치성향을 같이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제가 ‘하라,하지 말라’는 생각은 접었습니다.이제는 남편이 결정한 대로 따르고 협조할 것입니다. ◆노 후보의 책 가운데 제목이 ‘여보 나 좀 도와줘.’가 있던데요.남편의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요. 사실은 지금도 책 제목 때문에 “사모님 지금도 안 도와주시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제가 안 도와줘서 도와달라는 뜻으로 제목을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94년 당시 재정이 어려워 책 제목이라도 재밌게 하면 책이 좀 팔릴까 해서 노 후보가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역시 그 예상이 적중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웃음) ◆노 후보에게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 집에서 제 별명이 ‘뉴스 중독자’입니다.하루종일 방송뉴스와 신문을 보거든요.노 후보에게 필요하면 스크랩은 아니지만 그날그날 내용을 전하기도 하고,노 후보 관련 기사나 좋은 사설이 있으면 보여주기도 합니다.대중연설 때에는 청중들의 반응을 살펴 전하기도 하고,노 후보의 제스처를 모니터해 주기도 하지요. ◆바람직한 퍼스트 레이디로 육영수(陸英修) 여사를 꼽았는데요.어떤 이미지가 맘에 와 닿았습니까. 우리 국민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육 여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청와대 안의 야당’이고,그 다음 봉사활동 아닙니까. ◆앞으로 퍼스트 레이디가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기본적으로는 남편이 초심을 잃지 않고 국정을 잘 다스리도록 내조를 잘해야 하지만,거기에만 머물러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여러 학자나 여성계에서 제게 모델을 줬으면 고맙겠지만,기본적으로 영·유아 탁아문제,방과후 어린이 프로그램,노인문제 등 약하고 소외된 쪽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노 후보께서 대통령이 된다면,자녀 관리는 어떻게 할 계획이십니까. 노 후보는 제도나 감시보다 문화가 바뀌어야 된다고 말합니다.저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대통령 아들에게 생길 것이 없다면 (부정부패의)연결고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다행히 아들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출발했고,딸도 그냥 예전대로 직장생활을 할 것 같습니다. ■가정생활 - 가족들 모두 독서 즐겨 ◇가족끼리 평소 즐기는 문화생활은 무엇입니까. 아들이나 남편이나 저나 주로 책을 많이 봅니다.운동도 좋아합니다.등산도 좋아하고….예전에 부산에 있을 때는 제가 수영을 굉장히 잘 했습니다.◇노 후보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챙겨주는 것이 있나요. 별로 없습니다.노 후보는 식사를 안 가리고 골고루 잘 합니다.생활도 규칙적으로 참 잘 합니다.자기관리가 철저한 분이죠.아침 5시면 일어나서 맨손체조하고 과식을 절대 안 합니다.건강의 비결인 것 같더라고요. ◇어려웠던 성장기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요. 자기가 몸소 체험한 부분하고 그냥 밖에서 사물을 봤을 때 하고는 느낌과 판단에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노 후보는 사법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 신분은 상류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성장기나 자신의 관심분야는 일반대중의 삶입니다.다른 분보다 대중의 정서와 생활상,어려움을 이해하는 데는 가장 많은 자산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 후보께서 국민경선에 참여한 이후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됐는데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노출되는 느낌이었습니다.본인이나 가족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들까지….몰랐던 사실까지 알아내 주고,그런 부분이 힘이 들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막상본인의 일이 되니까 견디는 과정이 아주 힘들더군요. 정리 김소연 홍원상기자 purple@ ■권양숙씨는 누구 - 평범한 주부… 독실한 불교신자 권양숙씨는 ‘그림자 내조’를 해온 평범한 가정주부다. 집안은 평범하다 못해 불우한 편이었다.어린 시절 아버지 권오석(權五石)씨가 좌익 혐의로 구속돼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1971년 아버지가 옥사하면서 어머니 박덕남(朴德南·82)씨는 일찍 혼자가 됐다. 권씨는 경남 김해시 진영 대창초등학교,부산 혜화여중을 거쳐 부산 계성여상 3학년 때 중퇴했다.수업료를 못 낼 정도로 가세가 기울었기 때문이었고,곧 부산서 직장생활에 들어갔다. 노무현(盧武鉉) 후보와는 고향 친구사이로 직장생활 중 할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고향에 갔다가 군에서 막 제대한 노 후보를 다시 만나 연인사이로 발전했다.연좌제를 걱정한 노 후보 집안이 완강하게 반대했으나 두 사람은 2년간 열애 끝에 1973년 결혼식을 올렸다.이때 4년여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고시공부하던 노후보를 도와 함께 합격의 기쁨을 나누게 된다. 슬하에 아들 건호(建昊·30·LG전자)씨와 딸 정연(靜姸·28·주한 영국대사관)씨가 있다.둘 다 미혼으로 권씨 명의로 돼있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 45평짜리 빌라에서 모두 함께 살고 있다. 권씨는 독실한 불교신자다.어려서부터 절에 다니는 모친의 영향으로 불교와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김해 봉화산 정토암을 자주 찾았으나 1988년 서울에 올라 온 뒤 삼성동 봉은사,능인선원 등을 가끔 찾는다. 권씨의 언니 창좌(昌左·57)씨는 남편과 일찍 사별했다.남동생 기문(奇文·48)씨는 부산지역 모은행 간부이며,여동생 진애(珍愛·52)씨는 가정주부다. 이춘규기자 taein@
  • 해외 경제 브리핑/ 아르헨, 예금동결 부분 해제

    (부에노스아이레스 AP 연합) 아르헨티나 정부가 지난해 12월1일자로 단행된 예금동결조치를 부분 해제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은행예금동결조치를 일부 완화해 10개월째 묶여 있던 예금의 인출을 허용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예금증서(CD)형태로 예치돼 있는 17억페소(4억 5000만달러)를 페소화로 예금주에게 되돌려 주기로 했다. 인출여부는 전적으로 예금주의 판단에 달려 있다.이번 조치에도 불구,많은 예금주들은 금리가 비싼 CD계좌를 그대로 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현재 CD 금리는 35%선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지속가능한’ 경제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유화 제스처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충무로 산책] 뻔뻔스런 영화속 간접광고

    “열심히 일한 당신 극장으로 떠나라.” 대박 행진을 계속하는 영화 ‘가문의 영광’을 두고 이런 우스갯소리가 들린다.그만큼 이 영화에는 현대카드의 광고가 노골적으로 삽입돼 있다. 영화 속 간접광고(PPL·Products in Placement)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하지만 지금까지는 알게 모르게 쓱 지나가던 간접광고가,이제는 뻔뻔스럽게 정면에 나선다. ‘가문의 영광’에서는 현대카드 광고 모델인 정준호가 광고의 제스처를 극중 맥락과 상관없이 그대로 따라하는 장면이 나온다.또 “016은 ★표를 누르면 취소가 된당께.”라는 대사가 나오고,야후 코리아로 e메일을 보내기도 한다.현대카드는 마케팅비 20억원 가운데 3분의1 정도를 지원했고,야후 코리아는 1억원을 협찬했다. 물론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무리하게 비난할 필요는 없다.특히 영화가 산업인 이상,간접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작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는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관객은 영화를 보러 가지 광고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간접광고는 말 그대로 ‘간접’에 그쳐야 한다.영화의 소품이나,의미를 풍성하게 하는데 활용되는 선을 넘게 되면 관객은 짜증날 수밖에 없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집으로’의 초코파이는 잘 쓰인 PPL의 예다.상품이 가지는 의미를 영화의 주제 속에 녹여냈다.‘예스터데이’에서도 경찰청 화상전화 초기 화면에 카이 로고가 뜨는 장면이 나오는데,“경찰청 전화에이것 좀 안 넣으면 안돼요?”“네가 경찰청 전화요금 다 낼래?”라며 비트는 재치를 보인다. 포카리스웨트,동서식품 등 30개 넘는 간접광고로 한국 PPL의 원조가 된 99년 ‘쉬리’이래 한국영화에서도 PPL은 빠질 수 없는 양념이 됐다.하지만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미덕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소연기자
  • ‘행정수도 이전’ 논란/ 盧 “수도권 집중 차단 고육책”鄭 “신중해야” 李 “비현실적”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30일 청와대와 중앙행정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실현 가능성과 함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후보의 구상-지난 국민경선 때 제안했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수도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에서 비롯됐다.현재 큰 틀은 이미 완성단계이며 후보지는 대전을 비롯한 3∼4곳이 거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책관계자는 “행정수도를 옮기는데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차기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이에 따라 노 후보가 또 하나의 정책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지방 활성화 추진 장기전략과 맞물려 대선 공약으로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후보들의 반응-부정적이고 유보적인 입장이다.청와대 이전이나 기능축소까지는 고려할 수 있지만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지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청와대를 새로 지을 예산이 있으면 민생에 투입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며 “현실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충청권 공략을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면서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것과도 맞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정몽준(鄭夢準) 의원측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현실적으로 비용문제도 있으며 그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시했다.정 의원은 이와 관련,대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도록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노 후보의 공약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권 후보측은 “행정기능만 옮기는 것은 생색내기용 상징적 조치”라며 “전 국토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과 금융,의료,대기업 본사 등의 지역 안배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현 가능성-행정수도를 이전하기 위해 인구 30만∼40만의 신도시를 개발할 경우 대략 10여년에 걸쳐 20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필요 경비의상당부분은 중앙부처 청사 매각 비용과 신도시 입주금 등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실제로 정부예산은 그리 들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너무 성급하게 준비하다가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오늘의 눈] ‘개구리소년’ 사인 꼭 밝혀라

    11년 6개월만에 유골로 돌아온 개구리 소년.이들의 유해발굴 현장에서 이상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한쪽에서는 자연사 즉 동사(凍死) 가능성에 대해 기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반면 다른 쪽에서는 누군가 죽였을 것이고,그러지 않고서는 여기에 죽어 있을 리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전자는 경찰 고위간부이고,후자는 개구리소년의 유족들이다. 경찰의 주장은 이렇다.일반적으로 영상 5도 정도이면 저체온(低體溫)으로 사망할 수 있는데 당시 기온은 최저 영상 3.3도였고 8㎜가 넘는 비까지 내렸으며 바람도 꽤 강하게 불었다.피로와 배고픔에 지친 어린이들이 이같은 악조건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러나 13살 등 초등학교 소년 5명이 높지도 않은 산기슭에서,그것도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동사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유족들의 말에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팽팽한 주장이 한쪽으로 기운 것은 유해발굴 과정에서 총알과 탄두,소매와다리 부분이 묶여진 체육복 등이 발견되면서부터다.유족들의 분노는 폭발했고 경찰의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이 바람에 급기야 경찰은 타살과 자살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아직까지 타살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 정황증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오히려 경찰 발표를 보면 유족이나 언론에서 제기한 타살 의혹에 대한 해명에 급급한 인상을 받는다. 세인의 뇌리에서 잊혀질 만큼 시일이 지나서인지 이 사건은 타살이든 동사이든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동사로 결론을 내린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일부 간부들은 그같은 생각을 수사가 진행되는 현재도 공공연하게 흘리고 있다. 코앞에 유골을 놔두고도 엉뚱한 곳만 헤맨 경찰,유골이 발견되자 사인을 동사로 섣불리 몰고가는 듯한 경찰…. 이런 태도의 경찰 간부에게 유족들의 심정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봤는지 되묻고 싶다.시행착오가 없는 재수사를 통해 동사든 타살이든 유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할 것이다. 한찬규 전국팀 차장 cghan@
  • [열린세상] 요즘의 미국, 요즘의 북한

    미국 특사가 북한을 방문한다.북·일 관계에 이어 북·미관계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하지만 미국은 포용보다는 강경 기조에서 북한의 태도를 타진하는 데 무게를 두는 듯하다. 어쨌든 요즘의 미국,요즘의 북한은 사뭇 역설적 느낌을 준다.미국은 세계최강국이자 유연성과 개방성을 자랑으로 삼는 나라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의 하나이고 ‘벼랑 끝 외교’와 완고함으로 버텨온 나라다.한데 최근 이 두 나라의 움직임은 자신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는다. 부시의 미국은 9·11테러 이후 반테러전선을 중심으로 신세계질서를 능동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에 몰입해 왔다.이 전략은 9·11테러로 인한 세계적인 연민과 분노,그리고 테러를 없애자는 선의(good will)를 바탕으로 아프칸 전쟁에서 유례 없는 세계 동맹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미국의 헤게모니를 보장하는 이런 동맹 체제를 지속하려면 ‘공공의 적’이 계속 있어야 하는 바,부시 정부는 이라크를 바로 지목했다. 하지만 후세인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미국의 기획은 차질을빚고 있다.우선 주요 국가들의 협조가 원활치 않다.중국과 러시아는 일찍부터 등을 돌렸고,슈뢰더의 독일이 뒤를 이었다.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아셈 회의에서 “전쟁에 대한 분별력과 책임을 중시하는 지성적 태도”를 강조하면서 전쟁불가피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미국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고이즈미 총리조차 대 이라크 전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영국과 이탈리아가 미국 편에 있으나,국제 사회의 동의 없이 전쟁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국제 정치에서 ‘역고립’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전쟁에 관한 한 단결하는 전통을 가진 미국 내에서도 부시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민주당 대슐 상원 원내총무는 “부시가 선거를 겨냥해 전쟁을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난했고,앨 고어 전 부통령은 9·11테러 이후 조성된 세계 사회의 우호적 연대의식을 적대감과 우려감으로 변질시켰다고 일침을 가했다. 미국 경제의 불안으로 미국 언론의 논조도 점점 전쟁 회의론으로 바뀌고 있다.부시의 리더십이 독단주의에 빠져 유연성이 결여되어 있음에 대한 안팎의 비판으로 부시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에 비해 요즘 북한은 전례 없이 유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중국 및 러시아와 결속력을 과시한 뒤 일본과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열어 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고이즈미와 한국 정부를 매개로 미국이 대북 대화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하는 노련한 ‘외곽 전술’도 병행했다.아시안게임에도 참여하여 남북관계의 진전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했다.무엇보다 큰 사건은 신의주를 북한 체제와는 완전히 다른 자본주의 특구로 만드는 조치이다.중국마저 놀라고 있는 이 조치는 개방 개혁을 향한 북한 내부의 이견이 해소되었음을 알리는 징후이자,이제부터 북한의 변화가 언제든지 제스처로 끝날 수 있는 정치 전술적인 변화가 아니라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알린다. 이 시점에서 미국 특사의 북한 방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악의 축’ 인식을 바꾸지 않고,북한이 무기 사찰과 관련한 선물 보따리를 냉큼 주지 않는 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하지만 북한의 변화 의지가 확인된다면 미국으로서도 강경 입장을 고수하긴 어려울 것이다.한반도에서 ‘군사 논리’가 ‘외교 논리’로 전환하는 계기가 과연 마련될 것인지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장 경직된 나라가 유연하게 행동하고 가장 유연한 나라가 경직되게 행동하는 역설적 상황을 보면서 이런 변화의 시기야말로 지혜로운 리더십이 국가 이익에 참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마키아벨리의 말처럼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여우의 간지와 사자의 결단력을 함께 구사할 수 있는 지도력이 요구되는 것이다.요즘의 미국,요즘의 북한을 바라보며 문득 우리의 대권주자들은 과연 역동적인 국제 정세를 주도할 안목과 능력을 준비해왔는지 묻고 싶어진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 사회학
  • 대선주자 행보/ 昌 대북정책 ‘강·온 배합’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25일 한국발전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밝힌 ‘평화정책’은 대북정책과 관련,우리 사회의 ‘강온(强穩) 분위기’모두를 배려하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한편으로는 평화지향적인 이미지를 짙게 채색한 반면,다른 한편으로는 보수기조를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예컨대 “집권하면 납북자와 국군 포로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겠다.”는 말은 이에 대한 이전의 언급보다 훨씬 강경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북한이 일본에만 납치문제를 사과한 데 대한 국민적 박탈감을 감안한 듯하다.이 후보는 뒤이어 “집권하면 북한에 대화와 협력의 문을 활짝 열 것”이라며 양립하기 쉽지 않은 두 사안을 조화시키려 노력했다. 이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기존의 위치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각각의 양극을 향해 팔을 더 벌린’형태로,대선에서의 득표를 의식한 제스처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보수 강경 일변도로 비치고 있고,이 때문에 20∼30대 젊은 유권자나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는판단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또 한편으로는 “양극을 오가는 이 후보의 발언 이면에는 당내에서 진보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려는 기류가 최근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이 후보가 “북한을 돕는 데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은 실제로 이전 발언에서는 찾기 어려운 대단히 전향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 후보는 이날 강연을 통해 6공화국 정부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의사를 처음으로 공식 천명하며,자신의 통일방안으로 제시했다.그러나 “평화와 협력의 선(善)순환을 통해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를 열자.”며 그 전제로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요구하면서도,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이지운기자 jj@
  • 스필버그와 함께 ‘턱시도’ 만든 성 룡/“다음 세대를 위해 잔인한 영화 그만 만들어야죠”

    ””어젯밤 영화 재미있었어? (고개를 끄덕이자)정말?” 먼 이국땅 할리우드에서 대뜸 한국어로 반말을 하는 성룡(48)을 만나는 건,잘 키운 자식이 성공하는 걸 보는 것만큼 반가운 일이다.스타들의 손과 발을 본뜬 부조로 유명한 맨스 차이니스 극장에서 영화 ‘턱시도’의 시사회를 가진 다음날인 20일,그는 한국 기자라는 말에 반색을 하며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1978년 ‘취권’을 시작으로 ‘폴리스 스토리’‘쾌찬차’ 등을 거치며 80년대 아시아 최고 스타로 군림한 성룡.어쩌면 우리에게는 저무는 스타일지 모르지만,이곳 할리우드에서는 그의 표현대로 떠오르는 스타(new star)였다. 할리우드에서 찍은 영화 가운데 최초로 성룡만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턱시도’.하지만 ‘성룡표 영화’라고 하기에는 품새가 좀 다르다.컴퓨터그래픽이 많이 들어갔고,액션보다는 연기에 초점을 맞췄다.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말하자 “‘폴리스 스토리’1∼3,‘러시아워’1·2….여러분들은 즐거웠겠지만 맨날 비슷한 영화로 지쳤다.”면서 “이제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같은 드라마나,‘식스 센스’ 같은 호러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다.그리고는 한국말로 “예전엔 돈 없어,이젠 돈 많아.”라고 덧붙여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갑자기 ‘피우∼’하며 쿵푸 손동작을 하는 성룡.“어느 누구도 로버트 드니로나 톰 행크스를 보며 이런 액션연기를 상상하지는 않는다.나도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다.” 이번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제안으로 시작했다.“어느날 스필버그가 나를 불렀다.떨리는 마음으로 갔다.그런데 그가 사인을 부탁해왔다.아이들이 내 팬이라면서.난 스필버그에게 어떻게 그런 공룡을 만드느냐고 물었다.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했다.오히려 내게 어떻게 빌딩에서 뛰어내리냐고 물어서 ‘롤링·액션·점프면 끝난다.’고 대답했다.” 그날 스필버그는 가족용 액션영화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고,성룡은 스필버그를 믿고 손을 잡았다. 20여년 전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갔을 때와는 대접이 달라진 셈이다.“그 때 할리우드 스타가 400만달러를 벌었다면 난 홍콩달러로 400만달러를 벌었다.”아시아의 빅스타로 미국을 정복하려던 꿈은 80년 ‘캐논 볼’의 실패로 무너졌지만,오랜 노력 끝에 96년 ‘홍번구’로 화려하게 재입성했다. “예전에는 몇시간씩 영어공부를 해서 할리우드에 나를 맞추려고 했다.지금은 ‘재키 찬 잉글리시’로도 통한다.못 알아들으면 ‘미안하지만 그건 당신 탓’이라고 말한다.” 이제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할리우드에 섰다. '턱시도’에서는 성룡의 액션뿐만 아니라 춤솜씨도 볼 수 있다.성룡이 상대역인 제니퍼 러브 휴잇에게 액션을 가르쳤고,휴잇은 그에게 춤과 노래를 가르쳤다.휴잇에게 어느 쪽이 더 어려웠느냐고 묻자 “춤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성룡은 “스텝을 기억하면 가사를 잊고 가사가 생각나면 스텝이 엉키고 정말 악몽같았다.”면서 “막상 영화에 나온 걸 보니까 기분은 좋았다.”며 웃었다. 아시아인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물었다.“미국에서는 날 미국인으로 대해준다.호주에 갔더니 날 호주인이라고 하더라.(그의 양친은 61년 호주로 이민갔다.)난 아시아인이라기보다 모든 사람의 재키 찬이라고 생각한다.세계는 하나니까.” 갑자기 거창한 주제로 빠져든 성룡은 한술 더 떠서 “전세계의 평화·환경·인간을 생각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영화를 만들어 놓고 제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다음 세대를 위해서 더이상 잔인한 영화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는 대스타답게 다양한 제스처와 말투로 사람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었다.홍콩 경극학교의 어눌한 학생에서 스턴트맨과 액션배우를 거쳐 아시아의 스타로,그리고 이제는 할리우드의 스타까지.가파른 계단을 하나하나 딛고 올라서다 보니 나이 50을 바라보게 됐지만,여전히 “변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 나이는 의미없어 보였다. 로스앤젤레스 김소연특파원 purple@ ■‘턱시도'는 어떤 영화/ 우연히 입은 턱시도 알고보니 비밀병기? 영화 ‘턱시도’(11월1일 개봉)의 진정한 주인공은 성룡이 아니라 턱시도다.성룡의 팬이라면 마법의 턱시도에 맞춰 꼭두각시가 된 듯한 성룡의 액션연기에 실망할 수도 있을 듯. 하지만 굳이 ‘성룡표 액션’을 따지지 않는다면 재미 있다.오히려 액션을 직접 하면서도,제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능청맞게 연기하는 성룡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뉴욕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택시 운전사 지미 통.환상적인 운전솜씨로 비밀첩보국 요원 클라크 데블린의 운전기사가 된다.우연히 사고를 당한 데블린 대신 그의 턱시도를 입게 된 지미.알고 보니 턱시도는 전자동 방어시스템을 갖춘 살아 있는 비밀병기였다.이제 물을 오염시켜 물장사를 하려는 악당에 맞서 지미의 대활약이 시작되는데…. 영화는 한편의 광고처럼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으로 밀어붙인다.경쾌한 음악에 맞춰 신나게 운전하고 싸우는 성룡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90여분이 후닥닥 지나간다.잔인한 장면이 거의 없어 가볍게 시간을 때우는 가족용 오락영화로 손색이 없다. 할리우드가 이 아시아 스타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본다면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소심하고 어리버리하지만 제 일에 성실한 한 이방인이,턱시도를 통해 당당히 주류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상징으로 읽힌다.광고계 출신인 케빈 도너번이 감독을 맡았다. 김소연기자
  • 신의주 특구/ 전문가 긴급좌담 “南·北·中 ‘경제중심지’ 가능성”

    북한이 파격적으로 신의주 특별행정구 건설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특구 행정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양빈(楊斌)을 내정하는 등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다.김영윤(金瑩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및 양문수(梁文秀)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와 긴급 좌담을 갖고 신의주 특구 개발의 목적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봤다.사회는 경제팀 주병철(朱炳喆) 차장이 맡았다. ◆사회 신의주 특구를 전격 개발하겠다는 북한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양문수 교수-신의주 특구 발표 전후의 북한 움직임에 주목해야 합니다.지난 7월1일 경제관리개선조치,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북·일 정상회담 등 최근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볼 때 전술적인 차원보다는 전략적 측면이 강합니다.그동안 개혁을 하면서도 개방에는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개혁과 개방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집니다. ◇김영윤 위원-남북관계 개선,북·일 수교 등 일련의 변화와 시점이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전술적인 측면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사회 북한이 초대장관으로 화교 재벌을 영입했는데요. ◇김 위원-양빈 장관 내정이 갖는 효과는 굉장히 큽니다.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인물을 찾은 것도 그렇지만 네덜란드 국적이라는 점에서 유럽 자본을 유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또한 화교이기 때문에 중국 자본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아울러 신의주 특구는 중국 단둥(丹東)과의 연계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대외홍보 효과도 크다고 봅니다. ◇양 교수-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이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뜨린 파격적인 조치였습니다.신의주는 나진·선봉과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강하게 던지려 한 것이지요.불량국가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신의주 특구는 한반도의 주변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양 교수-주변 국가들은 북한을 시장으로 보는 측면도 있지만 한반도내 영향력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러시아는 남북간 철도 연결에 중재자의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를 유지하려 하고,일본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기반을 두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중국의 영향력 증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자국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려고 애쓸 것입니다.신의주 특구 계획 발표 시점에 북한을 다시 불량국가로 지목한 점,최근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북한 핵문제를 끄집어낸 것 등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미국도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다만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국이 북한을 제재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김 위원-중국은 북한에 경제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미국에 대한 간접적 압력으로 행사되고,실제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북한의 이번 개방 조치로 가장 실질적인 이득을 보는 나라는 중국입니다.신의주 특구는 중국 단둥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단둥의 배후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북한의 특구 육성계획에는 신의주를 관광·금융 등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내용이 있지만 아무래도 수출상품 임가공 기지 형태가 유력합니다. ◆사회 남북한간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김 위원-남한 기업의 자유로운 진출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북한내 다른 지역,혹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이 신의주로 옮겨갈 가능성이 많습니다.어떤 형태의 특구로 기능하는가에 따라 남한의 생산기지 역할까지도 할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특히 중국-러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중국횡단철도(TCR) 등과 연결되면 한반도가 육로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양 교수-남한 기업들로서는 신의주와 개성은 경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당장은 지리적인 위치와 물류 인프라 등 때문에 개성을 더 선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신의주는 남한-북한-중국을 잇는 3각 경제협력체제의 중심이 될 수있습니다.또 하나는 경의선 연결입니다.남한과 북한,중국이 철도로 연결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이익입니다.경의선을 복선화·현대화한다면 신의주는 3각 경제협력체의 핵심 물류기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사회 신의주 특구 개발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김 위원- 신의주는 사회간접자본이 굉장히 열악합니다.압록강 수풍댐을 개보수하면 용수나 전력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기반시설은 형편없습니다.신의주는 인구가 34만명 가량으로 내수기반이 약합니다.반면 중국 선전이나 홍콩 등은 700만이 넘는 지역입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력활용 여부입니다.특구법은 입주기업들이 북한 노동력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는데,기업들이 마음대로 현지 노동력을 채용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양 교수-신의주 특구가 성공을 거두려면 수출에 주력해야 하는데,현재 미국과 일본 등에서 ‘Made in DPRK’(북한산)은 관세 등 측면에서 불리합니다.때문에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낮습니다.외자유치나 산업활성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입니다.그러나 과거와 달리 북한이 적극적으로 시장경제를 위해 달려드는 모습이 보이고 있는 점은 다행입니다. ◆사회 신의주 특구와 중국식 경제특구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양 교수-신의주 특구는 여러 모델을 본땄습니다.독자적인 입법·사법·행정권은 홍콩 모델이고 50년간 토지 장기임대는 중국 선전 경제특구식입니다.금융·무역·상업·공업·첨단과학 등을 지향하는 대목은 상하이 푸둥모델에 가깝습니다.형태적으로는 아주 선진적인 것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죠.그러나 땅이 넓은 중국은 극히 일부지역에서 소규모 자본주의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땅이 좁은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실험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또 외국자본의 입장에서 중국의 특구는 생산기지라는 점외에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한다는 뜻이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국제 정세를 봐도 중국은 20여년전 데탕트(동서 화해무드) 시기에 특구를 추진해 성공했지만,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 등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김 위원-신의주 특구를 홍콩식이라고 하지만 홍콩은 1997년 중국에 귀속되기 이전에 영국 자본이 들어와 이미 발전이 돼 있는 상황이었습니다.반면 신의주는 아무 것도 안돼 있는 상태입니다.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과연 신의주가 북한에 있는 다른 지역과 함께 보조를 맞추면서 발전해 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즉,신의주만 바뀌어서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아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나진·선봉지구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특구는 자본주의에 대한 실험이기 때문에 그 실험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문제가 따릅니다. 정리 김태균기자 windsea@
  • 부시 행정부, 슈뢰더 재집권에 냉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독일의 반대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나치독재자 히틀러에 비유한 헤르타 도이블레 그멜린 전 독일 법무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양국간에 감정 싸움이 전개되면서 오랜 맹방이던 두 나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총선 승리에 의례적인 축하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다.미 국무부도 “독일의 민주적 선거를 환영하며 두 나라가 공동이익을 위해 함께 일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두 문장짜리 짤막한 논평만을 내놓았다. 22일 독일 총선 전까지만 해도 총선이 끝나고 나면 악화된 양국관계가 원만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슈뢰더 총리는 그멜린 전 법무장관이 부시 미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한 데 대한 사과 서한을 백악관으로 보내는 한편 파문을 일으킨 그멜린 전 장관이 다음 내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은 이같은 독일의 화해 손짓을 일축해 버렸다.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사과 서한에 대해“사과라기보다는 변명에 가깝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자 슈뢰더 총리가 또다시 강수를 들고 나왔다. 슈뢰더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바꿀 필요도 없고 바꾸지도 않겠다. 유엔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지지하더라도 이라크전에 독일 병력을 파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종전보다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세진기자 yujin@
  • 北·日정상회담/ 본지 명예논설위원들의 진단/北 배짱외교 포기…美에 ‘화해 눈짓’

    17일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급진전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북·일 관계의 진전이 북·미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에 던질 파장,더 나아가 남북간 평화 구축 및 통일 기반 조성에 미칠 영향을 동북아 문제에 정통한 본지 명예논설위원들의 육성을 통해 진단해 보았다. ◆서병철 통일연구원 원장- 양국이 정식 수교도 안 된 상태에서 그 정도 합의를 도출한 것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본다.북한의 입장에선 이번 회담을 계기로 개혁·개방을 위한 자금을 확보했고,향후 미국과의 교섭을 위해서도 좋은 시작이다.고이즈미 총리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납치’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하더라도,재발방지를 약속받았다는 점만으로도 정치적 발판을 굳히는 데 충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미사일 발사 실험을 연기한 것은 고무적이다.우리로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정착을 위해 바람직한 결말이 나왔다.앞으로 약속이 이행되도록 예의주시하면서 협조할 필요가 있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경제적 지원이 절실했던 만큼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를 풀기 위한 북·미 대화에도 적극 나설것으로 보인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북한의 입장에서는 7·1 경제개혁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이 공급 부문을 충당하는 것이었는데 일본을 통해 이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또 일본의 입장에서는 납치자 문제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미사일 유예 결정은 당초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을 의식해 한 요구였고,북한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북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미 관계 개선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대일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과도 더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미 관계가 갑자기 좋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남북관계는 (대북) 공급 문제 때문에 현재도 여러가지 진전사항이 있는데 그런 식의 관계 진전은 계속될 것이다. ◆박준영 이화여대 교수- 납치문제 사과와 북의 핵·미사일 유예는 일본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이것을 합의했다는 것은 북한이 회담을 빠르게 마무리짓고 싶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북한은 일본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아서 경제를 발전시키고,미국과의 회담에 간접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했다.이를 위해 북한이 자존심·배짱외교를 접은 셈이다.그런 만큼 실리는 확실하게 챙긴 것으로 추론된다.일본으로서도 약화하는 대(對) 한반도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해 자국내 반대 여론을 감수하고서라도 향후 수교를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다. 북·일 회담은 남북 및 북·미 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일부에서 남한이 배제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북이 이 여세를 몰아 관계개선의 길로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더 타당하다. 북·미 관계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부시 대통령은 확실한 원칙을 갖고 북한의 수긍을 얻어내면서 대화를 해나갈 것이므로 순조로울 수는 없다.만약 미국이 이라크를 제압한다면 대북 관계를 더 강경하게 나갈 수 있고,이런 점이 북에 심리적인 위협으로 작용했을수도 있다.어쨌거나 이번 북·일회담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계속 유예하기로 하고,핵사찰 문제에서도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안보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안보문제의 성과가 비교적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 동북 아시아의 안보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본다.김 위원장은 특히 경제변화를 추구하려는 뜻에서 주변 여건을 좋게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북·일 회담은 남북관계에도 물론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요즘 남북관계는 좋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추세대로 가면 더욱 개선될 게 확실하다. 문제는 북·미 관계다.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데에는 북·일 관계보다는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게 급선무다.북·일 회담의 성과가 있었다고 해서 곧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하지만 북한이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 경우 북·미관계도 호전될 가능성은 있다. 납치된 일본인 중 6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그렇지 않아도 북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일본인들을 자극할 수는 있다.그렇지만 4명이 생존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다 송환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본다. ◆유찬열 덕성여대 교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에 대해 사과하고 귀환 협조를 약속하는 등 유화적 자세를 보인 것은 바닥상태인 경제난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유화 제스처일 것이다.이와 함께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대북 강경 기조를 띠고 있는 미국 부시행정부의 강공을 피하는 완충역을 기대한 것 같다. 북한의 의도는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이 대북 협상에 적극성을 보인 점이 오히려 쉽게 알기 어렵다.일본은 미국 외교의 기류에 반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과거 일본이 미국보다 먼저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이뤘지만,일본측이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고 선수를 친 것에 불과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저지에 최우선 관심이 있고,북한이 이에불응하는 한 급속한 북·미 관계정상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때문에 북·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어떤 식으로북·미 대화에 나설지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북한의 태도와 함께 이번 북·일 정상회담에서 보인 일본의 ‘진의’를 좀더 파약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솔직히 시인·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특히 (납치자의)구체적인 숫자까지 밝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를 연장했다는 점은 북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선 큰 틀에서 서방과의 대타협의 일환이다.북·일 관계개선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진전,북·미관계 개선 등을 통해 경제 재건을 하려는 새로운 전략의 흐름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북 관계 역시 상당부분 좋아질 것이다.이번 북·일관계 움직임 가운데 상당 부분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권유하고 제시한 해법을 수용한 것이다.실종 일본인 문제는 김 대통령이 권유한 대로다. 하지만 북·미관계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대량 살상무기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전향적인지 미국이 확인할 때까지 북·미 관계의 장래를 단정하지는 못한다. 정리 이지운 박정경기자 olive@
  • 中, 티베트에 햇볕정책?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유화적으로 바뀌고 있다.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67)의 측근 보좌관 2명이 지난 9일부터 중국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다. 티베트에 대해 강압정책으로 일관해온 중국의 기존정책과 비교할 때 놀라운 변화다. 이들의 베이징 방문이 공식방문이라는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측 주장에 대해 중국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방문”이라고 부인하고 있다.그러나 중국과 티베트 망명정부 간의 분위기가 긴장완화 쪽으로 흐르면서 대화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중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엄격히 금지하던 해외망명 티베트인들의 중국 방문을 올들어 개방하기 시작했다.이것만 해도 티베트 전문가들에게는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급기야는 달라이 라마의 보좌관 2명이 베이징을 방문하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티베트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배경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그러나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강압정책이 미·중 관계개선에 큰 장애로 작용해 왔으며 다음달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갖기 위해 좀더 유연한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유세진기자 yujin@
  • 아라파트 18개월만에 의회연설, “테러 반대·의회요구땐 사임”

    (라말라 외신종합)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9일 “팔레스타인은 어떤 형태든 이스라엘 민간인들에 대한 테러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 의회가 나의 사임을 요구한다면 기꺼이 통치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이스라엘과의 유혈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개혁정책을 밝히라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각료들의 요구에 따라 특별소집된 의회에서 팔레스타인은 유엔과 국제법의 테두리 안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가담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아라파트가 의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18개월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이같은 아라파트 수반의 말이 진실로 자치정부 수반직을 물러날 용의가 있다는 것인지,아니면 자신에 대한 비판론자들의 비난을 완화시키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아라파트 수반은 또 내년 1월 초 자치정부 수반 및 팔레스타인 의회 의원을 뽑기 위한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아라파트의 한 측근은 아라파트가 대통령직에 재도전할 것이며,아라파트수반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자신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아라파트의 발언은 아라파트를 팔레스타인의 상징적 국가원수로 두는 대신 중동 정세를 논의할 팔레스타인 총리직을 신설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정면으로 대립되는 것이다.
  • “감독 우선협상권·대표팀 운영 조언”히딩크 기술고문 정식 계약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기술고문을 맡았다.한국을 2002월드컵 4강으로 이끈 뒤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아인트호벤 감독으로 간 히딩크는 6일 축구회관에서 축구협회와의 기술고문 계약서에 사인했다.기간은 2002년 9월부터 2004년 6월까지다. 주요 계약 내용은 아인트호벤과의 감독 계약 종료 이후 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에 대해 우선협상권을 갖는다는 것을 포함해 ▲대표팀 운영에 관한 조언과 매년 3∼4회 한국대표팀경기 참관 ▲한국선수들의 네덜란드 파견 지원 등이다. ●2004년에 복귀할 것인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2년 뒤 상황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속단하기 이르다. ●2004년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었는데 그로 인해 그 때까지 대표팀을 이끌 한국 감독의 지위가 불안해 질 것으로 생각되는데. 복귀는 협회와 내가 모두 원할 경우에만 이뤄질 수 있다.억지로 감독 복귀를 강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그리고 내가 다시 복귀하더라도 그동안 쌓아온 코칭스태프와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중요한 것은 내가 복귀하더라도 기존 코칭스태프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박항서감독이 23세 이하 팀만 이끌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박 감독은 중요한 일을 이루기 위해 팀을 육성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술고문으로 연간 3∼4차례 한국팀 경기를 관전키로 했는데 이번 남북 경기 때도 벤치에 앉는가. 이번 남북통일축구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벤치에 앉는 것을 원했고,박항서 감독의 허락도 얻었다.그러나 이번 대회 이후에는 벤치에 앉지 않고 스탠드에서 경기를 보게 될 것이다. ●남북통일축구경기에서도 어퍼컷 세리머니를 보여줄 것인가. 이번 경기는 역사의 한 순간이기 때문에 승패가 중요치 않다.이 경기에서 터지는 골 역시 한국인의 골이며 한국이 이길 경우 승자 역시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제스처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박해옥기자 hop@
  • 책/ 나의 그림은 실제상황이다 - “홈페이지도 하나의 화랑입니다”

    “검찰에서 왜 그런 짓 했느냐고 심문을 받았는데,당시에는 어디부터 물꼬를 터야할지 막막했어요.” 지난해 5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술 교사의 ‘인터넷 나체 사진 사건’.이 사건이 기억의 먼지 속에 파묻힐 무렵 당사자 김인규(40)씨가 입을 열었다.‘나의 그림은 실제상황이다’는 그의 뒤늦은 해명인 셈이다. 그는 3개월의 정직 후 지난해 12월 말부터 충남 안면중학교 미술교사로 일하고 있다.전교조 활동을 주도하다 89년에서 93년까지 5년간 해직됐던 그에게 교육 현장에서 유배된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세상이란 학교를 또다시 다니는구나.”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그가 예정에 없던 막둥이를 갖게 되면서.두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유치원생으로 자라나 자신은 집중적으로 미술작업을 하고,또 아내는 본격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려던 무렵이었다.아내와 함께 셋째를 낳을까 말까를 무척 고민하던 그는 문득 예술을 위해 자식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깨달았다.그래서 ‘셋째를 임신한 부부의 위대한 증거물’로서 누드 사진이 탄생됐다. 성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을 올리면서 그도 ‘나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우려를 안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우리 부부 사진’이란 작품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쓸 수도 없었다.또 성기를 가린다는 것은 오히려 서양미술에서 오랫동안 관음증을 유도하는 성적 제스처였으므로,피하고 싶었다.몸 한구석의 흉터와 가냘픈 몸매,늘어진 뱃가죽의 남자와 만삭인 그의 아내의 맨몸,있는 그대로,실제 상황이었다. 인터넷에 올린 것에 대해 ‘당신의 행위는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은 것과 같다.’는 비난도 그는 수긍하기 어렵다.현대에 카메라가 붓을 대신하듯이,인터넷 홈페이지는 상업 화랑의 개인전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성적 대상으로 여자는 괜찮지만 남자는 안된다는 왜곡된 ‘남성주의적’ 시각도 그에겐 비판의 대상이다. 자서전 같은 이 책은 가족과 삶,예술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문을 열자마자 장롱 안에 쳐박아두었던 잡동사니들이 쏟아지듯 터져나온다.덧붙이자면문제의 ‘우리 부부 사진’은 제4회 광주비엔날레(2002년)에 전시됐고,5·18자유공원에서 전시중이다.다만 ‘음란물 배포죄’와 관련한 재판은 진행중이다.9000원. 문소영기자 symun@
  • 이주일이 남긴 말말말/ ‘못생겨서 죄송‘ 인기 폭발

    ‘코미디계의 황제’란 별명을 얻기까지 이주일씨는 숱한 유행어를 남겼다.그가 유행시킨 말들은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두고두고 모사되는 인기를 누려왔다. 그를 ‘국민 스타’로 등극시킨 최고의 유행어는 뭐니뭐니 해도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1980년 TBC 코미디 프로그램 ‘토요일이다 전원 출발’에서 콩트 속 대사가 크게 히트하면서 그의 주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95년 작고한 김경태 PD가 연출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주일 유행어의 산실이었다.엑스트라 의사로 출연했다가 실수로 자신의 눈을 까뒤집으며 얼떨결에 던진 대사,‘운명하셨습니다.’도 공전의 히트를 쳤다.엉덩이를 뒤로 뺀 채 오리걸음으로 상체를 살짝살짝 흔드는 일명 ‘수지큐 춤’,지금까지도 애용되는 유행어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도 그 무렵 선보인 것들이다. 그가 텔레비전 CF를 통해 탄생시킨 유행어는 이뿐만이 아니다.‘일단 한번…’시리즈도 한 나이트 클럽 CF에서 선보인 ‘일단 한번 와보시라니깐요.’에서 나왔다.턱을 앞으로 디밀었다 끌어당기며 말꼬리를흐리는 특유의 제스처를 섞은 ‘일단 한번…’시리즈는 1980년대 초 내내 방송 유머계를 장악했다. 이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TV 앞에 불러 앉히는 인기 대사를 끊임없이 선보였다.‘뭔가 말 되네요.’‘콩나물 팍팍 무쳤냐?’를 비롯해 ‘저질 코미디’시비로 방송출연 정지를 당한 뒤 내놓은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등이 그것들. 안방극장을 벗어나서도 그의 뒤엔 굵직한 유행어가 따라다녔다.“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코미디에 불과하다.”14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1996년 정계를 떠나면서 던진 일갈은 한국 정치판의 모순을 꼬집는 국민적 유행어로 인기를 누렸다.그는 ‘얼굴이 아니고 마음입니다.’등의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제목 자체를 유행어로 둔갑시키기도 했다.끊임없이 유행어를 만들어내자 지난 87년에는 그 인기비결을 탐구한 책(삐딱한 광대)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다. 이주일식 유행어의 공통점은 모두 경어체라는 점.후배 코미디언 이봉원씨는 “관객 앞에서 직접 연기를 펼치는 이른바 ‘공개 코미디’의 초석을 다지며 겸손한 코미디 철학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고 그를 회고했다. “사람들이 요즘 자주 찾아오는 걸 보니 미리 조의금이라도 거둬야겠어.”여유를 잃지 않는 그의 유머철학은 병상에 누워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 황수정기자 sjh@
  • 이라크 ‘美공격 저지’ 외교전

    이라크가 임박설이 나도는 미국의 공격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 외교에 나섰다.이라크는 최근 아랍권은 물론 유럽에서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국제여론이 확산됨에 따라 이를 자국의 입지를 넓히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는 먼저 수일내에 아랍국가들에 대통령 특사를 보내 이라크의 입장을 설명하고 아랍권의 반미전선을 구축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1991년 걸프전이후 소원해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과의 관계개선도 적극 모색중이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주간지 알 이티하드와의 회견에서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려 한다면 다른 아랍국들도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회견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걸프전 이후 관계가 단절된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관계개선 제스처다.그는 이라크가 사우디와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으며,지난 3월 아랍정상회의 이후 시작된 쿠웨이트와의 관계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걸프지역 6개 아랍국가 외무장관들이 다음달 2∼3일 만나 미국의 공격위협을 집중 논의한다. 이라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독일 등 유럽의 분위기에도 고무돼 있다.라마단 부통령은 “미국의 공격을 반대하는 유럽의 입장은 이라크와 유럽국가간 관계 발전에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美 ‘이라크 공격’ 주춤 후세인 축출로 선회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당장이라도 이라크를 공격할 것 같던 미국의 기세가 주춤해졌다.아랍권과 동맹국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반대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0일 이라크 공격문제는 동맹국 및 의회와 충분한 상의를 거칠 것이라고 한발짝 물러섰다.그러나 체니 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한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대체할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11일 유엔 안보리의 모든 결의안을 준수하고 사찰단에 모든 장소를 개방하겠다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공격 임박설 주춤-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중인 부시 대통령은 이날 짧은 회견을 가졌다.그는 ‘임박한(imminent) 전쟁계획’은 갖고 있지 않으며 올해 꼭 결정이 내려질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정책 고문들과 다양한 선택을 논의하지만 의회 및동맹국과도 상의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과정이 후세인에대한 미국의 우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인들이 미군들의 희생을 받아들일 각오가 됐느냐는 질문에 시간표는 없지만 미국인은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위험하게 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했음을 상기시키며 그렇지 않다고 입증될 때까지 후세인은 ‘적’이라고 지적했다.미국은 알 카에다나 다른 테러세력뿐아니라 이웃 나라를 위협하는 국가들을 상대할 것이라고 강조,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미국의 정책에는 전혀 변화가 없음을 드러냈다. ◆국내외 반대 부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9일 어떤 경우에도 독일은 이라크 공격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지속적인 봉쇄정책과 압력으로 이라크가 UN의 무기사찰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최상책이며 우방국도 이같은 독일의 입장을 알고있다고 말했다.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앞서 군사개입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10일 전화통화를 갖고 이라크 사태의 정치적 해결책을 바란다고 밝혔다.프랑스 국민의 75%는유엔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승인하더라도 프랑스는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론조사에 응답했다.앞서 아랍연맹(AL)의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은 이라크 공격은 국제관계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중국은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미국에 동조해 온 영국 정부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만 표명했다. 특히 텍사스 출신의 딕 아메이 미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미국이 ‘정당한 이유없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데 반대한다고 주장,공화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8일 이라크의 무기사찰 거부가 결코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이유 없는 전쟁은 동맹국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상당수 미 의원들도 보수 강경파들이 전쟁계획을 밀어붙이는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 후세인 세력과 연대- 이라크 민족회의(INC) 등 6개단체 대표들은 이날 백악관 회의실에서 와이오밍에 있는 체니 부통령과 화상회의를 갖고 후세인 축출 방안과 이후의 문제를 논의했다.반체제 인사들을 대표하는 INC 샤리프 알리 빈 후세인은 체니 부통령이 후세인 정권의 교체와 이라크에서의 민주정부 설립을 강력히 암시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표는 이라크내 군부도 후세인에 대항할 준비가 됐으며 미국의 도움으로 후세인과 테러조직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앞서 이들을 만나 “이라크 국민을 자유롭게 하는 게 공통된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후세인 대통령은 11일 주간 ‘더 메일(Mail)'에 보도된 조지 갤로웨이 영국 노동당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4년전 철수한 사찰팀에 보여주지 않았던 장소를 포함해 이라크내의 모든 시설과 장소에 대해 ‘자유로운(unfettered)' 접근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후세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자신과 이라크 국민은 미국의 공격 위협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m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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