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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행불자’ 78명… 10여년 수색 성과 없어

    ‘5·18 행불자’ 78명… 10여년 수색 성과 없어

    “오랜 시간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묘지에서 신원미상 유골이 발견됨에 따라 5·18 행불자 암매장 추정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수색작업이 계속 이뤄져 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23일 광주시와 5월단체에 따르면 시와 단체는 2002년부터 2017년까지 4차에 걸쳐 60여건의 제보를 바탕으로 이번에 유해가 나온 옛 광주교도소를 비롯해 시내 11곳에서 암매장 발굴작업을 벌였다. 1차 발굴은 2002년 6월~2003년 5월 소촌동 공동묘지, 삼도동 야산 무연고 분묘, 화정동 국군통합병원 담장밑, 황룡강 제방 등 지역에서 이뤄졌다. 삼도동에서 모두 10기가 나왔으나 5·18 유가족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지 않았다. 2~3차 발굴도 2006~2009년 사이에 이뤄졌다. 이 가운데 주월동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유골 137기가 발견됐지만 5·18 행불자와 역시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가장 최근인 2017년 11월 4차 발굴 대상지는 옛 광주교도소와 광주~화순 너릿재 구간이었다. 이들 2개 지역은 계엄군이 주둔하면서 시민군과 교전이 벌어졌고, 실제 5·18 직후 가매장된 시신 11구가 발견되기도 했던 곳이어서 유가족들의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없었다. 5·18 이후 행불자 신고는 448건, 242명에 달하지만 심사를 거쳐 관련자로 인정된 사람은 84명뿐이다. 이 가운데 6명은 2002년 국립5·18민주묘지 무연고 분묘를 개장하면서 희생자로 확인됐다. 지금껏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공식적 행불자는 78명이다. 적어도 100명 이상의 행불자 가족은 최근 무더기 유골 발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 가고 있다. 행불자 유가족들은 이번 유해 발굴을 계기로 실제 계엄군이 시민을 살상한 장소와 관련해 체계적인 암매장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5월 3단체(유공자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법무부는 국방부·행정안전부 등과 공동조사단을 꾸려 유골의 정밀감식과 암매장 경위를 수사하되 5·18단체가 추천하는 법의학자 등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강남불패’ 민낯 품은 川… 풍요와 가난 사이 말없이 흐른다

    ‘강남불패’ 민낯 품은 川… 풍요와 가난 사이 말없이 흐른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4차 양재천’ 편이 지난 14일 강남구 대치동과 개포동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를 살짝 엿봤다. ‘스타숲’이라고 불리는 늘벗근린공원을 거쳐 습지생태계가 살아 있는 겨울의 양재천을 산책했다. 양재천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 사이를 비집고 생명수처럼 흘렀다. 강남구 대치동과 개포동을 연결하는 영동4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강남의 빈자촌’, 구룡마을로 향했다. 대모산으로 올라가는 구룡마을 입구에는 투쟁을 알리는 울긋불긋한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어 있어서 어수선했다. 만일의 불상사를 우려해 구룡마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날 코스 중 서울미래유산은 모범적인 생태계 복원을 기리고자 2015년에 선정된 양재천이 유일했다. 이지현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해설을 맡아 양재천의 어제와 오늘을 들려줬다.양재천은 관악산에서 발원해서 과천 막계천을 거쳐 강남구와 서초구를 가로지른 뒤 탄천과 합류하는 길이 15.6㎞의 하천이다. 원래는 한강과 직접 맞닿은 한강지류였지만 1970년대 개포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구불구불하던 곡류 하천이 직선화되면서 인위적으로 탄천과 연결됐다. 강남을 대표하는 별개의 하천이던 탄천과 양재천은 물길이 바뀌면서 탄천이 본류, 양재천이 지류가 됐다. 탄천은 또 강남구와 송파구를 나눈다. 손정목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 따르면 강남 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1970년 1월 “강남지역(한강 이남)에서 가장 장래성이 있고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이 어딘가?”라는 당시 박정희 정권의 실세 박종규 경호실장의 질문에 윤진우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이 “탄천을 경계로 그 서부지역 일대(현재의 강남구)입니다”라고 답했던 바로 그곳이다. 양재천과 탄천의 만남이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의 출발 지점인 셈이다. 매입 자금 중 2억 5000만원은 당시 공화당 재정위원장인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가 정치헌금으로 냈는데 그 보상으로 대치동과 삼성동의 땅 6만 2000여평이 주어졌다. 이 중 2000평 정도는 오늘의 테헤란로 일대의 일급지였고, 나머지는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지점의 높이 50m가량의 돌산 등 버려진 땅이었다. 1974~1978년 사이 탄천과 양재천에 제방이 쌓이기 전까지 비만 오면 잠기던 상습 침수지였다. 1970년대 후반 골재난 때 돌산을 폭파해 골재로 팔았고, 1981년 그 자리에 지은 아파트가 학여울역 앞 대치동 쌍용1차·2차 아파트다. 한보주택 정태수의 은마아파트와 함께 대치동 시대의 서막이었다.조선시대 양재동은 한양과 삼남 지방을 이어 주는 한강 이남 최대의 역, 양재역이 있었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쓸 만한 인재들이 모여 살아 양재동이라 했다”고 유래를 전한다. 양재천은 양재동이라는 지명에서 따왔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양재천의 본래 이름은 공수천이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양재천의 상류는 공수천, 하류는 학탄(학여울)이라고 그려져 있다. 굽이치는 여울에 학이 날아들 정도로 풍광이 뛰어났다. 청계천, 중랑천, 안양천, 불광천과 마찬가지로 한때 오염 하천의 대명사였다. 1995년 7월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과천시 등 자치단체 주도로 ‘양재천 살리기 운동’이 전개돼 청정 하천으로 되살아났다.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 속의 안식처로 변했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한강 이남에는 지명이 몇 개 나오지 않는다. 강북 쪽에 더 가깝게 붙어 있던 옛 잠실섬 아래로 송파, 삼전도라는 나루의 이름이 나오고, 탄천과 학탄이 등장한다. 양재역 좌우로 우면산과 대모산이 뚜렷하다. 현재의 강남에 해당하는 지명은 탄천, 학탄, 양재에 불과하다. 구룡산은 지도에 없는 무명의 산이었다. 1871년에 편찬된 ‘광주부읍지’에는 1970년대 강남 개발 이전의 지세가 비교적 잘 나타나 있다. 봉은사와 양재역 그리고 선정릉을 중심으로 경기 광주군 언주면이, 대모산과 헌인릉을 중심으로 광주군 대왕면이 묘사돼 있다. 현재의 서초구인 시흥군 신동면과 함께 18세기 후반 이후 한양도성민이 먹을 채소 재배지로의 역할을 맡았다. 대치란 우뚝 솟은 큰 고개를 뜻한다. 서울은 200여개의 고개와 30여개의 하천으로 이뤄진 산수의 도시다. 고개(峴)보다 더 높은 고개가 치(峙)다. 대치2동은 강남 개발 이후의 신생도시가 아니라 구릉지에 형성된 자연부락이다. 대치의 순우리말인 한티라고도 불렸다. 탄천과 양재천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 대치동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침수지였다. 한티나 학여울은 다행히 지하철 역명으로 남았다. 한티마을은 한터마을이라고도 하는데 530살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어서 은행나무제사가 열렸고 지금은 ‘한티골 은행나무 문화축제’로 전승됐다.대치동에 28개 동 규모의 은마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은 1979년이었다. 한보주택은 1985년 은마아파트 단지 남쪽에 미도아파트 21개 동을 추가로 지으면서 아파트재벌의 탄생을 알렸다. 강남구의 남쪽 끝, 대모산과 구룡산 아래, 양재천과 탄천을 낀 허허벌판 258만평이 택지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된 것은 1981년 4월이다. 개포지구는 순식간에 금싸라기 아파트촌으로 둔갑했다. 대치동은 강남의 주변부였다. 1976년 12월 28일자 ‘동아일보’에는 “무교동은 평당 39만~90만원, 고속버스터미널이 건설될 예정인 반포동은 평당 60만~70만원인 반면 대치동과 도곡동은 4만~5만원으로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싼 곳”이라는 기사가 실렸을 정도다. 탄천과 양재천 제방건설은 대치동의 지형을 순식간에 바꿨다. 10년 만에 강남의 대표적 아파트 단지가 됐고, 또 10년이 지난 뒤에는 양재천과 탄천변까지 최고급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한티라는 옛 고을 이름처럼 솟았다. 강남 개발을 담당한 서울시 관계자의 예언대로 탄천 서쪽, 양재천 주변은 강남 최고의 아파트 거주단지가 됐다.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의 군림은 강북 명문고교의 강남 이전과 강남 8학군 형성 이후 필연의 수순이었다. 2017년 현재 대치동 일대의 입시학원 수는 1200여개로 목동의 960여개, 상계동과 중계동을 합친 720여개를 압도한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대치역, 분당선 한티역이 사각형으로 둘러싼 지역이다. 은마아파트 사거리를 가로지르는 도곡로와 삼성로에 면한 상업건물, 아파트 단지의 상가, 대치4동의 다가구 밀집 블록 내의 근린상가 또는 주거용 건축물 곳곳에 학원이 깃들여 있다. 대치동은 명문 중고교와 학원, 그리고 고급 아파트 단지를 품은 강남의 민낯이다. 양재천은 그 사이를 말없이 흐른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제35회 서울의 문학5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집결 장소: 12월 21일(토) 오전 10시, 독립문역 4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미래유산 톡톡] ‘악취’천서 생태천으로 주민 휴식처 탈바꿈

    [미래유산 톡톡] ‘악취’천서 생태천으로 주민 휴식처 탈바꿈

    양재천은 경기 과천시 관악산에서 발원된 물이 별양교, 과천경마공원을 지나 우면교, 영동교를 통과하며 대치교 이후에는 탄천으로 흐른다. 과천, 성남, 송파, 강남, 용인 등 6개 관할지역이 행정적으로 협력해 수질을 관리한다. 이 중 서초구와 강남구를 북동으로 흘러 탄천에서 합류하는 지점까지, 서초구 3.7㎞, 강남구 3.5㎞에 이르는 부분을 양재천이라 한다. 양재천은 강남 개발과 함께 폐수와 생활하수 유입으로 악취가 풍기는 하천이기도 했다. 1995년부터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양재천 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100억원 규모의 대대적인 공사를 실행했다. 우선 수질 정화를 위해 도로 밑에 하수관을 따로 두는 작업을 실시해 폐수가 양재천으로 흐르지 않게 막았다. 동시에 비가 많이 올 때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콘크리트 제방을 걷어냈다. 하천 오염의 주요 원인이었던 제방을 걷자 수생식물들이 서식하게 되고 흙 속에 든 미생물이 살아나면서 양재천은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제 백로, 청둥오리, 왜가리가 찾아오고 개구리와 뱀, 너구리까지 출몰한다. 되살아난 양재천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는데 특히 영동4교 아래의 벼농사 체험 공간이 눈길을 끈다. 매년 5월이면 인근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시 속 농촌을 체험하고 벼가 자라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봄에 모를 심는다. 도시의 논에서는 우렁을 넣은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키운다. 알록달록 헌 옷가지로 꾸민 허수아비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을볕 뜨거운 10월에는 바지, 저고리 차림의 농부들이 옛날 방식으로 직접 낫을 들고 벼를 벤다. 바로 옆에서 탈곡기를 돌려 가을걷이도 체험할 수 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에게는 옛날의 향수를, 농촌이 생소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경험을 제공하는 좋은 행사다. 이렇게 수확된 벼는 건조와 도정작업을 거쳐 복지시설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된다. 비록 작은 농촌체험장이지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농촌체험장은 겨울철에는 썰매장으로 바뀐다. 2015년 12월 23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양재천은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교육장, 체력단련장이다. 이지현 서울도시문화지도사
  • 日아베, 대학입시 번복으로 또 국민들 지탄…정권 악재 연발

    日아베, 대학입시 번복으로 또 국민들 지탄…정권 악재 연발

    일본의 일부 여론조사에서 ‘아베 신조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년 만에 ‘지지한다’는 응답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악재가 또다시 터졌다. 지난달 대학입시 영어시험 제도를 갑자기 바꿔 비난을 산 데 이어 이번에는 국어·수학에서까지 당초 계획을 백지화했다. 시험을 1년여 앞두고 국·영·수 주요과목 모두에서 큰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경제산업상·법무상 사퇴,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 등에 이어 교육 분야에서 실정(失政)이 잇따르면서 국민들 사이에 분노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상은 지난 17일 내년에 실시할 대학입시부터 도입할 예정이던 국어·수학 과목의 ‘기술(記述)식 시험’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백지화다.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은 기자회견을 갖고 “수험생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심하고 응시할 수 있는 체제를 시급히 갖추는 것은 현 시점에선 곤란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대입제도 개혁 차원에서 내년부터 ‘대학입학공통테스트’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새 제도는 ‘영어는 민간시험으로 대체’, ‘국어·수학은 표현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식 시험 도입’을 2개의 축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어 과목을 토익 등 민간이 주관하는 영어시험으로 대체하려던 계획은 수험생의 경제능력 등에 따라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 비판이 제기돼 지난달 초 도입이 연기됐다. 국어·수학 기술식 시험도 단시간에 채점이 곤란하다는 등 이유로 연기가 결정됐다. 그동안 교육현장에서는 “50만명에 이르는 수험생을 상대로 기술식 시험을 도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라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서술형 답안을 정확하게 채점할 인력과 시간이 절대부족일 뿐 아니라 민간업자의 채점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지적 등이 잇따랐다. 이번 기술식 시험 백지화 결정에 대해 첫 대입공통테스트 대상인 고2 여학생은 “입시까지 앞으로 1년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여태까지 출제방식과 제도가 확정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심한 불안과 분노를 느낀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한편 교도통신이 지난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7%로 나타나 지난달 조사 때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43.0%로 나타나 지난해 12월 이후 1년 만에 지지한다는 응답과 역전됐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서울과고생, 의대 가면 1500만원 뱉어내야

    서울과고생, 의대 가면 1500만원 뱉어내야

    내년 입학생부터 의대 지원 시점에 적용 기존에도 진학 때 회수…졸업생은 예외 서울과학고등학교가 내년 신입생부터 3학년 때 의과대학에 지원하면 3년간 지원받은 교육비 1500만원가량을 되돌려받고 교내 대회에서 받은 상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의대에 진학하길 원하는 학생에게 일반고 전학을 권고한다. 서울과학고는 2일 의학계열 진학 억제방안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신입생 선발제도 개선 방안 및 영재 학생의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 학교는 영재교육법에 따라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고자 설립된 영재학교다. 그러나 과학고 학생 상당수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의학 계열 분야로 대학 진학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을 일부 받아 왔다. 서울과학고에서는 기존에도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돌려받았다. 입학 전 ‘의대 진학이 확정되면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을 학교 발전기금(교내 장학금)으로 기부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의대 지원 시점에 고교 입학금과 3년간 수혜를 받은 교육비를 회수하기로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과학고 측은 “신입생 모집요강에 의대 합격 시 불이익이 있다고 명시했지만 해마다 26~30명의 학생이 의학계열에 진학하고 있다”면서 “과학영재학교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단 학교 측은 졸업 후 재수 등을 통해 의대에 지원하면 교육비를 환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과학고는 또 ‘지역 인재 우선선발 제도’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앞서 41개 단위지역별(16개 시도, 서울 25개 자치구)로 1명 이내로 우선 선발하던 것을 2021학년도 신입생부터는 2명까지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한국 선망이 아닌 가치 공감의 힘… 그래야 지속 가능한 한류”

    “한국 선망이 아닌 가치 공감의 힘… 그래야 지속 가능한 한류”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콘텐츠산업 ‘신한류’를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2022년까지 콘텐츠산업 매출액 15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경쟁이 심화하고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로 콘텐츠 환경이 급변하는 데 따른 대응이자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기 위한 전략이다. 서울신문은 정부가 발표한 혁신전략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 학계 관계자가 참여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배기형 KBS 국제방송국 PD,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가 참석했다. 최여경 서울신문 문화부장이 사회를 맡았다.-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2년 6개월간 현 정부의 콘텐츠 지원 정책을 평가한다면.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이번 정부에서는 콘텐츠와 관련해 강력한 육성 정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문화비전 2030’을 통한 순수문화, 국민들의 문화 향유 쪽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번 콘텐츠 혁신전략은 정책 변곡점이 된 듯하다. 방탄소년단(BTS)을 계기로 한류가 한 차원 바뀌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바람직한 정책이 나왔다고 본다. 배기형 KBS 국제방송국 PD 교수님 말씀에 동의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을 콘텐츠산업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콘텐츠산업 내 노동시간 단축,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 등의 노력이 있었다. 반면 산업으로서의 콘텐츠 정책엔 비교적 소홀했던 것 같다. 그간 상생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다시 한류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시도가 시작된 것 같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과거 문화산업 정책 방향은 정부가 인프라 구성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환영받았다. 지난 정권까지가 그랬다. 전 세계 콘텐츠산업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그로 인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정책 수요가 굉장히 고도화하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 상황이었다. 그런 고민 끝에 지난해 12월 콘텐츠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9월에는 그중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과감하게 뽑아 이번 정책을 내놓았다. -9월에 발표한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달라. 김 국장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현장에 물었을 때 압도적인 답변은 자금 부족이었다. 콘텐츠산업의 경우 아이디어만 갖고 뛰어든 영세한 기업이 많다. 정부 연구 결과 자금조달 수요가 최소 9000억원이었다. 리스크가 커 과감히 뛰어들지 못하는 기술 분야도 선도적으로 이끌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한류로 연관 산업까지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매칭할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 결과 정책금융 확충, 실감콘텐츠 육성, 신한류 연관 산업 성장 견인 등 3대 전략을 도출했다. 배 PD 경제성장 동력을 어디서 찾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콘텐츠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았다는 것엔 중요한 함의가 있다. 현 정부가 야심만만하게 콘텐츠 정책 프레임을 만든 게 아닐까,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정부의 의지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콘텐츠의 힘’에 대한 논의는 10년, 20년 전에도 나왔다. 그때와 다른 것, 실체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배 PD 지금 시대는 콘텐츠가 우리 삶을 규정하는 것 같다. 콘텐츠 소비가 훨씬 늘었고, 우리가 즐기는 모든 것이 콘텐츠에서 나온다. 콘텐츠 정책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매개가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 파급효과 정도만 생각했다면, 요즘은 콘텐츠 생산 방식부터 통신이나 인프라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밀접도가 혁명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고 교수 콘텐츠산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성격을 갖고 있다. 모험형 산업이고 이에 대한 투자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모험펀드가 생기면서 이런 수요를 어느 정도 해소한 것 같다. 모든 부가가치 창출은 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에 기업이 잘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한류 역시도 기업의 해외 진출 노력에서 형성됐다. 기업이 잘 작동하기 위한 인프라 구성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 국장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건 비단 교육과정에 대한 투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그것을 실현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도 사람에 대한 투자다. 지난 8월 게임인재원 출범이 대표적 사례다. 영화아카데미가 영화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게임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장치가 될 것이다.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중 ‘신한류’가 눈에 띈다. 기존 한류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가. 김 국장 한류는 문체부의 꾸준한 화두였다. 2011년 펴낸 ‘한류백서’를 보면 1990년대 후반 드라마·영상 콘텐츠 중심, 아시아 국가에서의 한류를 한류1.0으로 봤다. 한류2.0은 2010년대 초반까지 케이팝의 인기를 중심으로 유럽 일부와 중동·중남미까지 진출했다. 한류3.0은 전 장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는데 실현된 것 같지는 않다. 대신 2.0에서 2.1, 2.2, 2.3으로 점진적으로 확충돼 왔고 BTS, 영화 ‘기생충’ 등 성과가 나오는 지금 당시의 목표가 실현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콘텐츠 수출 지원을 다양화·내실화하고 있다. 수출을 하려는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웰콘이라는 사이트를 개선하고, 번역, 인력, 마케팅 등에 지원을 강화한다. 소비재 등 수출에 한류 마케팅을 활용하고, 지식재산보호나 공정경쟁을 보장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해 세종학당을 늘리고 쌍방향 문화 교류를 추구한다. 배 PD 신한류라고 이름 붙이려면 기존 한류의 단순 확장이 아니라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CEO 서밋에서 상생번영을 강조했다. 쌍방향, 상생의 문화 교류를 통해 한류의 질적인 도약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거라고 생각한다. 한류 수용자인 아세안 젊은이들이 그동안 선망하던 스타일의 한국을 따르는 게 아니라 한류의 스토리가 내 이야기가 되는, 그래서 소비자 공감대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현재 나와 있는 정책에서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지속 가능한 한류가 가능할까. 고 교수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반한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 볼 때 한국 정부가 만드는 문화로 비치지 않게 신중해야 한다. 한편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변수는 한류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국의 콘텐츠산업 경쟁력이 최근 몇 년 사이 확 높아진 것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한류가 중국류로 대체될 수도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미리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콘텐츠가 미국의 유통망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한류가 오리지널이 되고 중국에서 유통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배 PD 콘텐츠 가치를 얘기할 때 정량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이 아쉽다. 산업적인 효과가 다가 아니다. 문화적 가치가 없는 콘텐츠 정책은 무의미하다.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미래 성장 동력 육성도 좋지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고민이 담겼으면 좋겠다. 또 지속 가능한 한류는 국가주의에서 시장주의로 전환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국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 컨트롤타워보다는 코디네이터 같은 역할을 해 달라. 우리의 가치가 전 세계로 확장하는 보편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공감을 사야 한다. 신한류라는 말보다 지속 가능한 한류가 좋은 개념 같다. 김 국장 민관 협력을 위해 정부안 15억원 규모의 엔터산업박람회를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국회에 올려놨고 예산심의 막바지에 있다. 그동안 박람회가 한류 연관 상품을 보여 준 거였다면, 엔터박람회는 그 분야 종사자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아이디어다. 이런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와 기업, 민간이 협력해 한류가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이 기사는 서울신문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동기획 기사입니다
  • [안녕? 자연] 기후변화 탓에 ‘수장’되는 세계유산 모아보니

    [안녕? 자연] 기후변화 탓에 ‘수장’되는 세계유산 모아보니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니스의 절반 이상이 홍수의 피해를 입었다. 50여 년 만에 가장 큰 홍수다. 전문가들은 베니스가 점점 ‘수장’(水葬)의 위기를 겪는 이유가 기후변화에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2일 보도에서 베니스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의 영향 탓에 베니스와 같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들을 소개했다.▲스카라 브레(Skara Brae)-영국 스코틀랜드 오크니제도 스카라 브레는 석기시대의 마을로, 1950년 커다란 폭풍우가 불어와 모래를 날려 버리기 전까지, 몇 세기 동안이나 모래 언덕 아래 묻혀 있었다. 모래 아래에서 드러난 유적은 500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살았던 고대 인류의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줘 세계문화유산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스카라 브레는 어느 순간부터 말 그대로 물에 씻겨져 내려갈 위기에 처했다. 기존에는 방파제가 해당 지역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지만,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져 제방이 붕괴되기 시작해면서 보호막 역할이 불가능해졌기 때문. 특히 오크니제도에 태풍이 불어닥치기라도 할 때면 피해는 더욱 커졌다. 미국 참여과학자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기후 및 에너지 프로그램 담당 연구원인 아담 마컴 박사는 타임과 한 인터뷰에서 “언젠가 우리는 눈을 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스카라 브레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옐로스톤(Yellowstone)-미국 와이오밍, 몬타나, 아이다호 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국 최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1만 가지가 넘는 지리적 물질 및 지구 간헐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0개의 간헐천이 존재한다. 야생동물의 보고이자 온천과 폭포, 기암괴석이 산재한 곳이며 1978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베니스나 스카라 브레처럼 물에 휩쓸려 훼손될 위험은 없지만, 그렇다고 기후변화의 위기와 동떨어져 있지도 않다. 기후변화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이상 기후가 이어지면서, 옐로스톤의 삼림 면적이 꾸준히 줄고 서식하는 생명체가 줄어드는 등 공원 전반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마컴 박사는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도미노 현상과도 비슷하다. 공원과 그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미국항공우주국(NASA)dp 따르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공원 일대에 서식하는 나무인 백송(Whitebark Pine)이 서식하는 고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조지타운(Georgetown)-말레이시아 북서부 피낭섬 믈라카와 함께 200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지타운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문화 무역 도시라는 독특한 모형을 보여주고, 약 500년 간 여러 인종과 국가의 거래로 겪은 다양한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유산으로 꼽힌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잦은 홍수가 발생했고, 강이 범람해 마을이 물에 잠기는 등 홍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에는 최악의 폭풍우로 20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는데, 전문가들은 태풍에서 기인한 폭풍우가 도시 전체를 물에 잠기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피낭의 조지타운을 보호하기 위해 일명 ‘스펀지 도시 모델’을 계획하고, 도시에 녹지 구간을 확장해 마치 스펀지처럼 땅 표면이 물을 흡수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호주 호주에 있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호초 및 해양 생물들을 볼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다. 그러나 바닷속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산호초들이 새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 산호들이 작은 광합성 조류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하얗게 변해버리고, 다시 빠른 시간 안에 충분히 차가워지지 않으면 결국 몇 주 후에 죽고 만다. 마컴 박사는 “우리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기후변화를 막는 것 뿐”이라면서 “산호초는 기후변화 때문에 완전히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더 높은 곳, 더 큰 왕의 기운… ‘철강 르네상스’ 경북 고령 대가야

    더 높은 곳, 더 큰 왕의 기운… ‘철강 르네상스’ 경북 고령 대가야

    1600년 전 강력한 철기문화를 앞세워 영호남 지역을 호령했던 ‘경북의 가야문화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21세기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의 가야문화권은 삼국유사 등 문헌에 경북의 고령(대가야), 성주(성산가야), 상주(고령가야)로 전해지며, 그 중심에는 4~6세기 고대 가야 연맹의 맹주였던 대가야가 있다.●4~6세기 연맹국… 전기는 금관가야, 후기는 대가야 중심 가야라고 하면 흔히 그 대표 세력으로 김해의 ‘금관가야’를 머릿속에 먼저 떠올리지만 가야가 역사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4세기 전반부터 신라에 의해 562년 멸망할 때까지 그 중심 세력은 고령에 근거를 둔 ‘대가야’였다. 광개토왕비, 송서(宋書), 일본서기 등 문헌과 사료 대부분이 대가야에 집중돼 있고 고고학적 사료들도 대가야의 국력이 가장 컸던 정치세력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계에서는 ‘전기 가야는 금관가야 중심, 후기는 대가야 중심’이라는 통설을 부정한다. 대가야는 철 생산을 통해 경제적·군사적으로 급성장하면서 5세기 후반에는 고령뿐만 아니라 경남 합천·거창·함양, 전북 남원·장수, 전남 순천까지 세력을 넓혀 백제·신라와 대등한 단계로 발전했다. 삼국 사이에서 뛰어난 철제기술을 바탕으로 ‘철의 왕국’으로 일컬어지는 찬란한 고대문명을 꽃피웠다. 대가야는 신라가 전체 가야를 멸망시킨 후 중심지였던 지금의 고령 지역을 대가야군으로 편제한 데서 위상이 드러났다. 적대국이었던 신라까지도 인정한 이름이었다. 경북도와 도내 가야문화권 시군들은 이처럼 융성했던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해 가야 르네상스를 여는 것은 물론 특히 대가야의 문화유산인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12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가야문화권의 주요 문화유적으로는 148곳(국가지정 5곳, 도지정 3곳, 비지정 140곳)이 있다. 지역별로는 고령·성주 각 73곳, 상주 2곳 등이다. 고분과 산성이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고령군 대가야읍의 ‘대가야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이다. 고령에는 이 외에도 ▲‘주산성’(사적 제61호) ▲가야 유일의 벽화 고분인 ‘고아동 벽화고분’(사적 제165호), ▲대가야 왕들이 마셨던 우물인 ‘어정’ ▲대가야 가실왕(?~?)과 우륵(?~?)이 창제한 가야금 등이 있다.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2015년 3월엔 ‘우선등재 추진대상’에 선정된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읍을 병풍처럼 감싸는 주산(해발 310m) 주능선을 따라 길게 분포한 대가야시대 최대 고분군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 묘 왕릉인 지산동 제44·45호분을 비롯해 왕족과 귀족 무덤으로 추정되는 크고 작은 704기의 무덤이 분포한다. 특히 2010년 지표조사 결과 이 일대에는 1만기가 넘는 고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한반도 최대의 삼국시대 고분군으로도 인정받았다. 대가야가 성장을 시작한 400년쯤부터 멸망할 때까지 만들어진 대가야의 무덤으로 화려했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해준다. 무덤은 해발 160∼180m 구간에 직경 20m 이상의 대형분, 해발 100∼160m 구간에 직경 10∼15m의 중형분이 집중돼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규모가 큰 것을 볼 때 왕의 힘이 점점 커지면서 더 높은 곳에, 더 큰 무덤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능선 높이에 상관없이 대형분의 주위와 능선 사면에는 봉분이 없는 소형 무덤이 광범위하게 자리잡았다.●능선 704기·흔적만 1만기…자산 고분군 세계유산 자신 경북도는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에 자신감을 보인다. 고분군이 대가야 문화를 대표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유한 데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규모와 내용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접한 성산 가야고분군(사적 제86호)도 관심을 끈다. 성주의 진산인 성산 능선에 3~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353기의 분묘가 있다. 성주지역 최대 규모이자 중심 고분군이다. 대부분 중·대형 고분군에 속하며 성산가야 지배계층의 무덤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식 발굴된 5기의 출토 유물과 묘제(墓制)의 형식이 신라 형식과 거의 유사해 학계에서는 가야의 일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성산가야의 정체성 규명이 가야 연구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산가야는 ‘삼국유사’에 나라 이름만 있을 뿐 발전 과정이나 내부 구조, 멸망 시기 등의 역사적 사실 기록이 전혀 없다. 현재까지 미지의 나라인 셈이다. 상주시 함창면 증촌리에는 고령가야왕릉으로 전해지는 유적이 있다. 200m 거리를 두고 2개의 큰 능이 존재하고, 재사인 만세각이 있는 것으로 미뤄 왕릉으로 추정된다. 함창의 가야는 얘기로 전해지는 역사라서 공식적으로는 전(傳) 고령가야국이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은 ‘함창은 본래 고령가야국이었는데 신라가 빼앗았다’고 기록했다. 이들 지역 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는 일제강점기 때인 1910년대 후반부터 일본인에 의해 몇 차례 이뤄졌으나 본격적인 학술조사가 아닌 침략사관에 기초한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증명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뤄졌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이 고대 한반도 남부 가야 지역에 식민 국가를 건설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학술적인 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았으며, 출토된 대부분 유물은 일본으로 유출됐다.● 독특한 ‘고분축조·장의문화’ 우리 손에 의한 발굴조사는 1977년 처음 시작됐다. 대가야고분군의 정화사업에 따른 제44·45호분의 조사였다. 44호 고분에서 32기나 되는 순장덧널이 발견됐고, 45호 고분에서도 11기의 순장덧널이 확인됐다. 이듬해부터 지산동 32~35호분 등을 발굴 조사하면서 대가야 문화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3월 30년 만에 발굴조사가 재개되면서 신라와 구별되는 대가야식 고분 축조방식이 확인됐다. 여러 명을 석곽에 함께 순장한 것으로 보이는 대가야의 순장 문화도 입증됐다. 지산동 고분군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됐다. 고령 대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거나 확인된 주요 유물로는 가야금관 및 부속 금제품(국보 218호)과 1978년 고령 지산동 32호분에서 출토된 금관(보물 제2018호) 등이 있다. 올해 3월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내 소형 석곽묘에서 출토된 가야 건국설화 그림이 새겨진 토제방울도 고대사 특히 가야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문헌으로만 전하던 고대 건국설화를 시각화한 유물이 발견되기는 국내에서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산동 고분군 발굴로 얻은 소중한 가치는 ‘독특한 고대 장의문화’다.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704기라는 세계적 규모인 데다 ▲고분군 위에 인공 구조물을 짓지 않은 자연친화적인 장의문화 ▲고분군이 생전 거주지가 보이는 곳에 형성된 점으로 미뤄 엿볼 수 있는 이승과 저승이 구분되지 않는 내세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순장곽 배치 등이다.●대가야·왕릉·우륵 테마박물관, 효율적 문화재 보존·관리 경북도와 고령군은 지산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문화재의 효율적인 보존과 관리 등을 위해 2000년 4월에 왕릉전시관을 개관했다. 왕릉전시관은 국내 최초로 확인된 순장 무덤인 지산동 제44호분 내부를 재현해놨다.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일반인들이 더 쉽고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무덤의 구조와 축조 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 껴묻거리의 종류와 성격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또 2005년과 2006년 연이어 대가야역사관, 우륵박물관을 개관했다. 대가야역사관은 대가야 고분군 발굴과정에서 출토된 유물 1만여점을 전시·소장한 국내 유일의 대가야사 전문역사관이며, 우륵박물관은 전시실과 가야금제작체험장·가야금전수교육관 등의 시설을 갖춘 전국 유일의 ‘우륵과 가야금’ 테마박물관이다. 지금까지 왕릉전시관 등 3곳을 다녀간 관람객은 모두 443만명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2017년 6월에는 고령 대가야읍 고령향교 인근을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야를 통틀어 왕들이 살았던 ‘대가야 궁성지’를 증빙할 수 있는 해자(폭 6∼8m, 깊이 최대 1m, 길이 16∼17m)와 성벽(폭 7m, 길이 16m)이 처음으로 발굴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곳의 해자, 성벽 등은 대가야 중요 거점인 궁성지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시설로 보인다. 당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발굴 현장을 찾아 관심을 보이며 “대가야 궁성지 발굴·정비를 적극 지원하고 주산성 복원 정비계획 수립 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북도 등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된 가야사 연구 및 복원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도는 내년까지 ‘가야사 연구 복원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끝낸 뒤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또 2022년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고령에 있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을 중심으로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2017년 경북도, 경남도, 전북도 관계자와 학예연구사 등으로 구성된 추진단은 가야의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국제학술대회, 해외전문가 자문, 연구자료집 발간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독립 기관이다. 도는 이와 함께 2028년까지 총사업비 2192억원 투입하는 기존의 가야고분군 및 산성 등의 정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도내 가야문화권의 실체 규명을 위한 문화재 조사 및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가야는 신라·유교와 더불어 경북 3대 문화의 한 축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정체성까지 확보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은 우리 도가 추진해온 가야 부활 프로젝트에 날개를 달아 준 셈이 됐다. 호기를 맞아 가야 유적 발굴 복원과 관광자원 기반 구축사업을 연계 추진해 지역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령·성주·상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부산,공공기관 e-뱅킹 도입...투명성.효율성 제고

    부산시는 현재 수기처리하는 공공기관의 예산 회계업무를 ‘전자시스템 결제방식(e-뱅킹시스템)’으로 바꾼다고 12일 밝혔다. 시는 공공기관 예산회계 규모의 확장에 따른 회계업무의 투명성 및 업무방식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지난 9월부터 도입 여부에 대한 산하 공공기관과의 협의 및 의견수렴 절차를 해왔다. 시 산하 공공기관 25개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큰 공기업 등 10개 기관은 e-뱅킹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하지만,회계시스템과 연동이 되지 않아 회계부정 및 업무효율 등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도입하는 e-뱅킹시스템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관 내부시스템에 금융정보를 제공해 실시간 자금통제(모니터링)까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각 공공기관은 자체적으로 금융기관과 협약(계약)을 체결해 연내 운영시스템 도입을 완료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부산시도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 개정과 지침 마련 등 운영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김경덕 시 재정관은 ““이번 공공기관 e-뱅킹시스템 도입으로 효율적인 회계 처리뿐만 아니라 실시간 회계연동 및 부정방지 등이 가능해질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엽기’ 佛 문화부 간부, 여성들에 이뇨제 먹여 방뇨하는 모습 지켜봐

    ‘엽기’ 佛 문화부 간부, 여성들에 이뇨제 먹여 방뇨하는 모습 지켜봐

    프랑스 문화부의 고위 간부가 10년 가까이 면접을 보러온 200명 이상의 여성들에게 이뇨제를 몰래 먹인 뒤 이들이 용변을 보는 장면을 훔쳐 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남성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런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으며 휴대전화를 책상 아래로 내려뜨려 여인들의 다리 사이를 찍기도 해 성폭력과 약물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고 영국 BBC가 8일(현지시간) 법원 소식통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다섯 여성이 면접 도중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하자는 제안을 받은 뒤 그의 안내로 걸어서 인류유산 등을 돌아봤다고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차나 커피에는 이뇨제가 들어가 있었다. 용변을 참을 수 없다고 하자 이 남자는 센 강 제방 아래로 데려가 자신의 코트로 가려줄테니 일을 보라고 했다. 한 여성은 “바닥에 일을 보는데 그의 발치였다. 수치심을 느끼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은 그와 만난 뒤 병원에 입원해 요도 감염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리베라시옹은 이 간부가 엑셀 프로그램으로 여성들에게 일어난 일을 자세히 적어두었다고 보도했다. 흉측한 사건 전모는 자신의 하반신이 몰래 찍힌 사진이 있음을 안 여성이 상관에게 그를 고발해 드러났다. 문화부는 경찰에 신고했고, 그의 컴퓨터에 목표로 삼은 여성들에 대해 상세히 적힌 내용이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정직된 뒤 3개월 지나 해고됐고, 곧바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문화부는 곧바로 윤리위원회 심의에 들어갔다고 해명했지만 두 여성은 리베라시옹에 누구도 자신들의 고발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전쟁의 비극·고단한 삶…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恨 많은 고개’

    전쟁의 비극·고단한 삶…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恨 많은 고개’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8차 서울의 대중가요3(단장의 미아리고개)’ 편이 지난 2일 강북구 미아동과 성북구 길음동·돈암동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우이신설선 솔샘역 1번 출구에 집결했다. ‘미아리’라는 지명을 낳은 신라의 고찰 미아사~송천동성당~옛 미아리공동묘지~옛 미아리 유해업소를 거쳐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이해연 노래의 1950년대 명곡 ‘단장의 미아리고개’ 노래비를 만났다. 최근 송가인이라는 트로트 가수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입에 다시 오른 구성진 노랫가락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미아리 점성촌이 마지막 코스였다.돈암동에서 길음동으로 넘어가는 미아리고개에는 절절한 슬픔이 뱄다. 너무 가팔라서 넘나들기 고달팠고, 병자호란과 한국전쟁의 서울 침공로였으며, 공동묘지가 있던 시절엔 상여길, 조문길이었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끌려가던 가족을 향해 울부짖던 비극의 장소이기도 했다. 지금 그 ‘창자를 끊는’ 미아리고개에는 미아리하늘고개다리와 노래비 그리고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이 무심하게 서 있을 뿐이다. 이날 해설을 맡은 강영진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늘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미아리의 애사를 두 발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안내했다.서울 동북부의 관문 미아리의 역사는 2002년 서울시 시범 뉴타운 지정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개발의 속도와 규모는 전광석화 같았다. 10여년 만에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미아리의 잔상은 오간 데 없고 거대한 아파트 숲이 하늘을 가린 채 즐비하다. 1894년 갑오개혁 때 미아리의 행정구역은 한성부 동부 숭신방 동소문외계 미아리였다. 동소문 밖 성저십리(성 밖 십리)에 속했다.‘조선성시도’와 ‘한양도’ 등 옛 지도에는 오랑캐 적(狄), 넘을 유(踰), 고개 현(峴)자를 써서 적유현이라고 적었다. 한양에서 강원도나 함경도를 오가는 길손은 동소문(혜화문)~적유현~수유현~양주 길을 지나다녔다. 사람들은 이를 쉽게 병자호란 때 되놈(청나라군)이 넘어온 되너미고개라고 말하고, 이를 한자로 돈암현이라고 옮겼다. 또 길음동이라는 지명은 ‘기리묵골’ 또는 ‘기레미골’이라는 우리말 지명을 한자로 바꾼 것이다. 미아리고개 북쪽 정릉천 골짜기의 물소리가 맑고 고와서 길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비가 오면 땅이 질퍽해 ‘질음골’이라고도 불렸다. 1792년 광릉으로 행차하던 정조는 미아리고개에 이르자 말에서 내려 잠시 머문 뒤 ‘야차제만장봉’이라는 시를 남겼다. 이때 이곳의 지명이 미아리(美阿里)라고 적혀 있어서 현재의 미아리(彌阿里)와는 한자가 다름을 알 수 있다. 길음1동의 옛 돌산(신안아파트)은 건축용 석재를 채취하던 채석장으로, 나머지 지역은 왕실의 매장 터로 쓰였다. 1911년 경성부 지도에 미선리, 미하리라고 표기됐으나 1930년대에 인쇄된 경성부 관내도에 비로소 미아리(彌阿里)라는 표기가 정착됐다. 청량사에서 청량리가 유래했듯 원효대사가 세운 불당골(미아7동)에 있던 미아사가 미아리라는 지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차 종점이 있던 돈암동은 시내, 고개 너머 미아리는 시골로 인식했다. 이후 경기 고양군 숭인면 미아리(1914년)에서 성북구 미아리(1949년)로 변경되면서 미아1·2·3동과 길음동, 인수동, 송천동, 삼양동 등 우리 귀에 낯익은 이름이 생겼다. 인수동은 삼각산(북한산) 인수봉, 삼양동은 삼각산 아래 양지바른 동네라는 뜻이다. 송천동은 샘이 솟는 소나무 숲 마을이었다. 1973년 도봉구에 속했다가 1975년 다시 성북구로 회복됐다. 1995년 강북구가 분구되면서 길음동은 성북구, 미아동은 강북구로 갈라졌다.장소인문학에서 말하는 미아리의 정체성은 일제강점기 1930년에 완공된 공동묘지 조성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아리 공동묘지는 1912년에 만들어진 19개 공동묘지 중 한국인 전용 공동묘지였다. 1937년에 모두 1만 6000기의 무덤이 있었다. 주택난과 매장지 부족으로 1933년 망우리, 1958년 파주 용미리, 벽제로 각각 이전했다. 이상, 이육사, 유관순, 한용운, 최학송, 나석주, 이중섭 등이 묻혔다가 망우리 등으로 이장됐다. 또 도시빈민들의 이주로 정릉천변과 공동묘지 주변에 토막촌과 무허가주택촌이 형성됐다. 미아리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인민군의 격전지였다. 전쟁이 끝난 뒤 북으로 끌려가던 북송인사 때문에 ‘한 많은 미아리고개’ 별칭이 붙었다. 1958년 미아리공동묘지가 벽제와 망우리로 이장하면서 이재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길음동의 대표적 공영주택 백호주택은 1962년 입주 신청을 받았는데 당시 분양가구가 100호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호당 50평 안팎의 대지에 12평짜리 벽돌기와집을 지었다. 당첨자는 땅값을 내고 건축비 14만 2500원은 25년 분할 상환했다. 미아리는 인수로, 삼양로, 미아로 등 세 가닥 큰 길이 주축을 이룬다. 정릉천 물길인 인수로는 정릉천에서 길음동 돌산에 이르는 도로명이다. 인수로 좌우에는 거대한 무허가 간이주택이 천변동네를 형성했다. 본래 좌우제방을 도로로 이용하다 세 번에 걸쳐 복개돼 도로가 됐다. 뉴타운개발 후 길음시장과 역세권을 제외하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1960년대 후반 청계천 복개와 종로3가의 집창촌 ‘종삼’이 철거되면서 하월곡동 88 정릉천변 일대로 이주, ‘미아리 텍사스’라는 오명이 따라붙었다. 2000년대 길음 재개발로 대부분 헐려 나갔다. 삼양로는 길음역4거리에서 수유동 쪽 길이다. 1962년 미아초등학교 앞쪽에 백호주택이 들어선 뒤 위쪽을 잇는 도로가 생겼다. 수유동에서 미아리고개를 넘어가는 미아사거리는 본래 미아삼거리였다. 장위동으로 나가는 길이 확장되고 입체교차로가 들어서면서 사거리가 됐다. 백화점과 할인마트, 극장 등이 들어와 길음동과 미아동, 삼양동 일대 상권의 중심지가 됐다. 1997년 미아리 텍사스가 정비되고, 1999년 내부순환도로 완공, 2002년 길음뉴타운 지정으로 이 일대는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개벽했다. 미아로, 미아리고개, 미아리하늘다리, 미아사거리 등 미아리가 붙은 지명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이유로 지명을 바꾸려던 한때의 시도가 무색하다.가슴 저미는 노랫말로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우리나라 대중 가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작사자 반야월은 가요 사상 가장 많은 작사, 가장 많은 히트곡, 가장 많은 노래비를 남긴 인물이다. 작사가 반야월은 작곡가 박시춘, 가수 이난영과 함께 ‘한국 가요계의 3대 보물’로 꼽혔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반야월은 미아리고개 너머에 살았다. 혼자 피란을 떠난 부인이 5살짜리 어린 딸을 등에 업고 미아리고개를 넘다 숨진 딸을 길섶에 묻은 비극적인 가족사를 노랫말로 만들었다. 미아리는 문학작품의 단골 소재였다. 미아리 사람들의 생활사가 서민의 삶을 대변했다. 소설가 김소진의 대표작 ‘장석조네 사람들’에서 “한 지붕 아래 아홉 개의 방이 한 일자로 늘어서 있어 사람들이 기차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장석조네 집터는 옆의 행길보다 석 자 정도는 높게 다져져 있었다”라는 대목은 1970년대 돌산 아래 ‘열차주택’을 묘사한 장면이다. 소설가 조정래의 장편소설 ‘한강3’에서도 미아리 무허가 판자촌과 구불구불한 비탈길이 나온다. 신경림의 시 ‘길음시장’과 박완서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는 미아리의 불법 매장 풍경이 그려졌다. 1986~1994년 방영된 인기 TV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도 열차주택 풍경이 등장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제29차 효창공원 ■집결 장소: 11월 9일(토) 오전 10시 효창공원역 1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낙동강 일원서 3일 첫 ‘독도 수호 전국 마라톤대회’ 열려

    경북 구미시는 3일 오전 구미낙동강체육공원 일원에서 ‘2019 경북 독도 수호 전국 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구미시체육회 주최, 경북도육상연맹·구미시육상연맹 주관으로 열리는 이날 대회는 전국 엘리트 및 생활체육 동호인 등 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하프, 10㎞, 5㎞ 등 3개 코스로 나눠 치러진다. 또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5㎞ 시민걷기대회가 함께 열린다. 마라톤대회와 연계해 독도수호 태권도시범단 시범, 독도영상 상영(3D 체험), 구미무을농악단 공연,초청가수 무대 등이 펼쳐진다. 대회 당일 오전 9시 30분부터 정오까지 구미낙동강체육공원∼수자원공사 구미사업소∼낙동제방길∼신평교∼원지교 고가도로 밑 우측∼지산동∼농산물도매시장(반환점) 간 도로를 부분 통제한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올해 처음 개최하는 독도 수호 전국 마라톤대회는 독도를 지키기 위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대회는 낙동강체육공원을 출발, 생태습지와 연꽃 군락지 지산동을 지나 생태공원이 있는 고아읍을 돌아오는 ‘힐링 코스’에서 개최되는 만큼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미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정보기술(IT) 업계의 대부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건 마을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은 시대를 막론하고 소중한 인류의 자원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013년 30.3%, 2015년 28.2%, 2017년 22.2%로 하락 추세다. 도서관의 위기라 할 만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 도서관이자 ‘도서관의 도서관’으로 불린다. 변화와 도전에 직면한 국립중앙도서관의 첫 개방형 수장으로 서혜란(64) 관장이 취임한 지 31일로 꼭 두 달이 됐다. 사서로 일했고, 34년간 대학 강단에 서는 등 현장과 정책에 두루 능한 대표적 전문가인 서 관장에게 도서관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첫 전문가 국립중앙도서관장이다. 밖에서 보던 것과 비교해 어떤가. “학자 입장에서 그간 굉장히 비판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 막상 안에서 일해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가령 시대적 흐름에 맞춰 왜 빨리 변화하지 못할까 답답했는데, 효율적이지 못한 조직 관리와 인력 운용 등 구조적인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해결이 쉽지 않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의 위상 제고를 위한 근본적 문제인 만큼 최선을 다해 바꿔 보려고 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던 비판적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 내부의 시각을 조화시켜 발전 방향을 모색하겠다.” -임기(3년) 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가장 큰 임무는 국가 문헌의 수집과 보존이다. 1945년 28만권의 장서로 출발해 현재 1240만권의 오프라인 자료, 1600만건의 온라인 자료를 소장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1965년부터 납본 제도를 통해 모든 출판물의 수집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으나 아직 100% 이뤄지는 건 아니다. 2016년에 납본이 법제화된 전자책과 전자저널 등 온라인 자료 수집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美 등 선진국보다 인력·예산 지원 부족 핵심은 1965년 이전 근현대 자료와 고문헌 수집이다. 1910년 이전 자료를 고문헌으로 규정하는데, 현재 보유한 고문헌 장서는 28만권이다. 한국국학진흥원 51만권, 서울대 규장각 25만권인 점을 감안하면 부족한 측면이 있다. 1911~1965년 출판된 근현대 자료들도 많이 빠져 있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관련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한국 자료 소장 현황을 파악해 보니 14개국 130여개 기관으로 집계됐다. 우선 미국 국가기록원 소장본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이어 중국과 일본·러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원본을 달라고 할 순 없고, 디지털로 복제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 자료의 체계적 구축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95년부터 소장 자료의 디지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디지털화 사업은 국가 문헌의 영구 보존과 정보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지식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단순히 스캐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료 검색 기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현재 원문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비율이 27%에 그치고 있다. 단행본뿐 아니라 악보, 도록, 비매품 자료 등을 망라해 디지털화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디지털 자료의 보존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첫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IT 강국이라지만 디지털 자료 구축과 보존 등 기초적인 연구와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서고의 수장 비율이 84%에 달해 2023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의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이 시급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국제방송센터로 쓰였던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국가문헌보존관을 짓기로 올 초에 결정하고,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최적의 시설과 환경을 갖춰 아날로그 자료와 디지털 자원의 보존에 힘쓰겠다.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다. “도서관의 전통적인 역할은 정보 생산자와 이용자를 단순히 매개하는 통로였다. 이제는 정보기술 환경의 변화로 생산자와 이용자의 경계가 깨졌다. 이용자의 기호에 맞춰 도서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찾는 발길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서관이 스스로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산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우선은 디지털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고 한다. 이용자들이 컴퓨터에서 콘텐츠를 열람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1인 미디어나 유튜버 등 예비 창업자를 위한 소규모 스튜디오를 10여개 만드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역삼동에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1층에 창작공간을 시범적으로 열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코딩 같은 정보기술을 체험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전국 도서관에 보급해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겠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용자 맞춤형 추천 정보 서비스 등도 고민하고 있다. 도서관이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찾아가는 동적인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사서 교육과 연구 기능도 중요한데. “전국의 사서 교육과 역량 강화를 담당하는 임무가 있지만, 현실적 여건이 쉽지 않다. 자체 교수 인력이 없어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형편이다. 전담 연구 인력도 없다. 앞으로 교육과 연구 기능을 확대해 온라인 교육 강화와 양질의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전국 도서관의 사서 역량을 키우는 데 매진하겠다. -해외 국립도서관은 어떤가. “미국은 의회도서관이 국립도서관 역할을 한다. 직원이 3000명으로 우리 도서관의 10배다. 인력도 풍부하고, 예산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도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 ●“도서관 서비스 격차 줄이는 데 힘쓸 것” -국가의 도서관 정책이 왜 중요한가. “정책 결정자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막상 기본에는 소홀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1957년 미국이 ‘스푸트니크 쇼크’를 겪고 나서 펼쳤던 정책 가운데 도서관진흥법이 있었다. 소련이 자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뼈아픈 실패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도서관 지원책을 생각한 발상이 놀라웠다. 독서와 도서관은 창의력을 키우는 기본 인프라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8년간 대학도서관장을 지냈다. 대학의 위기를 가장 체감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예산과 인력이 제일 먼저 감축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가치는 교육과 연구에 있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대학도서관과 협력할 수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소속 기관별 도서관 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힘쓰겠다. coral@seoul.co.kr ■서혜란 관장은 ▲연세대 문헌정보학 석·박사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1985~2019) ▲대통령 소속 정보공개위원회 위원(2004~2008) ▲한국기록관리학회 회장(2013~2014)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2015~2017)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6기 위원(2018~2019)
  • 저수지가 명품 호수공원으로… 경기 남부 도시 가치·품격 ‘쑥’

    저수지가 명품 호수공원으로… 경기 남부 도시 가치·품격 ‘쑥’

    “호반의 도시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경기 남부에는 저수지가 많습니다. 도시화로 인구가 늘면서 농경지는 줄어드는데 오히려 활용도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오래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한 저수지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때 오염으로 외면받았던 저수지가 도심 속 새로운 환경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지자체는 저수지를 시민을 위한 재충전과 여가, 레저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호수가 주는 다양성이 도시 생활을 더욱 윤택하고 풍요롭게 꾸며 주며 도시의 가치와 품위를 한껏 높여 주기 때문이다. ●자연생태-레저·관광 공간으로 적극 활용 3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 남부 도시 의왕에서 발원한 황구지천 수계는 수원을 거쳐 진위, 안성천으로 이어진다. 40여㎞에 이르는 이 구간은 드넓은 벌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상류 지역에는 의왕 왕송호를 비롯해 수원의 광교, 원천, 신대, 일월, 파장, 서호와 정조 때 축조한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만석거까지 저수지가 산재한다. 오산천 신갈저수지와 동탄호, 진위천 상류 이동저수지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다. 지자체들은 곳곳에 있는 저수지를 특성과 목적에 맞춰 도심 속 수변공원으로 자연생태, 레저·관광 등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업용수 공급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호수로 개발, 도시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물을 끌어 호수를 인위적으로 만들 정도로 ‘도시’와 ‘호수’는 이젠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꼭 필요한 관계가 됐다. 홍석완 의왕시 도시개발 과장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저수지 개발은 투자 대비 수익은 적다”며 “하지만 시민이 얻는 유무형의 가치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크다”고 말했다.특성에 맞게 개발된 도심 속 호수공원은 부동산 가치까지 높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원시 ‘광교호수공원’(205만m²)은 개발 이전 지역 최대 유원지였던 신대저수지와 낚시터로 유명했던 원천저수지를 활용했다.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고 여기에 교·관목 수십만 주를 심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으로 꾸몄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는 광교신도시 개발로 수변공간 ‘어반레비’(도시제방)와 6개 주제를 가진 둠벙이 함께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를 담아냈다. 특히 1.6㎞에 달하는 공원 핵심공간 어반레비는 휴식과 만남의 장소인 저수지 제방에서 의미를 빌렸다. 도시 일상과 축제를 모두 포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다. ‘신비한 물너미’, ‘물보석분수’ 등 바닥분수 9개 시설과 총 6.5㎞의 순환보행로, 도심 속 힐링 공간인 가족캠핑장,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다목적 체험장을 갖췄다. 또 가족 단위의 소풍을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들’, 수변 위에 5개의 원형 데크와 아치형의 정다운 다리가 있는 ‘조용한 숲’, ‘행복한 꽃섬’, 습지와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먼 섬숲’ 등 여러 가지 특색 있는 공간을 꾸몄다. 새로운 개념으로 태어나 호수는 문화와 여가의 중심 공간으로 도시의 가치를 이끌고 있다.한때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오염됐던 의왕시 월암동 왕송호수(96만㎡)는 개발을 통해 오명을 벗고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됐다. 시는 2011년부터 철도특구사업을 진행하면서 바닥을 파내고 정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오랜 노력 끝에 수질을 크게 개선했다. 2016년에 호수를 순환하는 4.3㎞ 레일바이크 개장에 이어 지난해에는 스카이레일(집라인)과 캠핑장을 준공해 수도권을 대표하는 종합 레저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호수 주변에 시골 정취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도 조성했다. 주변 생태환경이 개선돼 호수를 넘나드는 100여종이 넘는 철새와 다양한 어류,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의왕을 알리고 있다. 바라산(427m)과 백운산(566m) 맑은 물은 담은 의왕 학의동 백운호수(36만m²)는 평촌과 안양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다. 평촌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원래 목적이 약화되자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개발했다. 호수를 따라 조성한 순환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수도권 시민에게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준공한 3㎞ 생태탐방로에서는 호수 위를 산책하면서 자연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의왕시는 지난 7월 백운호수를 중심으로 63만 8396㎡ 규모의 생태문화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수변 지역에 문화체육, 생태숲, 생태학습, 친수 등 4개의 테마공원을 조성한다. 백운호수는 왕송호수와 함께 ‘살기 좋은 도시’ 의왕을 대표하고 있다.1957년 축조, 60여년이 넘은 군포시 둔대동 반월호수(40만㎡) 역시 심각한 오염으로 한때 시민의 외면을 받았지만, 시민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한여름 밤 수변공원에서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문화·레저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3.4㎞ 둘레길은 산그림자와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호수를 느끼며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홍 과장은 “도심 속 호수는 삭막하고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견인 등 유·무형의 가치 높여” 다른 지역에서도 호수공원은 신도시 가치와 품위를 높이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트렌드가 됐다. 동양 최대 인공호수인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을 비롯해 인천 송도, 청라 신도시에도 대규모 호수공원이 조성됐다. 1996년 개장한 일산 호수공원(103만㎡)은 호수 면적만 30만㎡다. 물과 나무 등 자연적 요소를 도입해 도시인이 접하기 어려운 자연생태계를 재현한 환경공원으로 일산신도시 개발과 함께 조성됐다. 바다로 둘러싸인 송도에는 도심을 관통하는 4㎞의 호수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청라 신도시에는 최장 길이 2㎞의 호수공원이 멋진 풍경을 뽐내고 있다. 수질 개선으로 쾌적해진 호수 주변은 오랫동안 보존 지역으로 유지돼 온 덕분에 자연환경도 뛰어나다. 호수가 주는 다양한 혜택과 교통여건이 개선되면서 주거단지 조성이 잇따르고 있다.신대, 원천호를 중심으로 3만 1000여 가구(수용 인구 7만 7000명)를 건설하는 광교신도시는 경기도청 등 주요 기관 이전으로 도시의 중심성을 확보하고 친환경 도시로서 수원 지역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의왕 왕송호수 일원 2곳에는 공공주택 7000여 가구가 조성된다. 인근 월암동 신혼희망타운(52만㎡)에는 4000여 가구가 2024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초평지구(39만㎡)에는 민간임대주택 3000가구가 2022년까지 조성된다. 백운호수 일원에 조성된 백운지식문화밸리(95만㎡)에는 4080가구가 조성돼 이미 입주를 시작했다. 시흥 물왕동 물왕저수지 수변을 활용해 친수환경적 테마공원을 조성한 목감지구(175만㎡)에는 1만 2000여 가구가, 반월호와 갈치저수지 일원 군포대야미공공주택지구(62만㎡)에는 5400여 가구가 들어선다. 김상돈 의왕시장은 “호수 주변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이지만 지자체는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따라 공공성을 강화해 해제를 이끌어 내고 있다”며 “호수의 쾌적한 환경과 조망권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등 도시의 유무형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뜨거운 감자 ‘선거법 개정안’ 대안 쏟아져… 대부분 “비례대표 확대·의석 축소 최소화”

    의원 정원 증원 논의 활발… 변수는 여론 민주 현재 선거법 개정안 당론으로 채택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는 12월 3일 선거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5건을 부의하기로 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당선에 막대한 영향을 줄 ‘선거법 개정안’의 대안들이 백화제방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4차 산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재 확보를 위해 비례대표 확대는 필요하지만, 지역구 의석 축소는 최소화하자는 내용이 대다수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31일 원내정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대안으로 추진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 당과 여야 각 당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시 지역에서 지역구당 2~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어촌 지역은 지역구당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도시에서 10여개의 의석수가 줄어드는데 이만큼 비례대표를 늘리게 된다. 하지만 지방 의석은 변동이 없는 반면 민주당 강세인 도시 지역은 한국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져 중재안이 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의석 정원 확대안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현재 선거법 개정안은 300석 중 지역구는 기존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린다. 이 중 지역구 의석 28석 감소에 대한 의원 반발이 문제다. 앞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의원 정수 10%(30석)를 늘려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고 비례대표만 75석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한 이유다. 일각에서는 30석은 너무 많고 12석 혹은 15석만 늘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국회의원 수 증가에 대한 국민 반감이다. 이를 감안해 심 대표는 이날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의원 월급(세비)을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하자고 제안했다. 내년 기준으로 의원 월급은 현재 1140만원에서 872만 5750원 미만으로 줄어든다. 월 중위소득(4인 가족)인 약 452만원만 받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세비나 보좌관 수를 줄이더라도 의원 정원 증가를 논의하려면 오래전부터 국민의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 불과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증원 자체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원 300석을 유지한 채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크게 늘려 다양한 인재 확보에 집중하자는 주장도 있다. 다만 현재처럼 각 당의 전국 득표수로 비례대표를 정하는 게 아니라 각 도마다 비례대표를 배정하고 도 전체 득표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역시 지역구 의석이 크게 줄어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정수 확대 반대 여론을 감안한 듯 현재 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를 주장하며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 중이다. 야권 관계자는 “한국당은 지금 입장을 고수해도 손해가 없고, 반대로 의원 정수가 확대돼도 겉으로는 반발하면서도 속으로 좋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세계해양 포럼’ 30일 개막... 4차산업혁명시대 해양의 새로운 길 모색

    해양전문가와,석학,기업인 등이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해양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부산시는 한국해양산업협회 등과 함께 오는 30~11월 1일까지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제13회 세계해양포럼(World Ocean Forum)’을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올해는 ‘해양의 축적, 미래를 쌓다’라는 주제로 열리며 15개국 70여 명의 연사와 토론자를 초청해 열띤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 포럼은 기조세션과 5개의 정규세션, 5개의 특별세션 및 1개의 특별프로그램 등 모두 12개 세션이다. 첫날 기조 세션에는 미 중무역전쟁 등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4차산업혁명의 물결 가운데 새 국면을 맞은 세계의 바다를 들여다보고 해양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특히 ‘세계화의 둔화’를 의미하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 개념을 제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아지즈 바카스(Adjiedj Bakas)‘가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의 항구’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이어 ’축적의 길‘과 ’축적의 시간‘ 등 저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방향을 제시한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 한국경제의 도전 개념 설계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뒤 이들 석학 간 토론 및 청중과의 소통시간을 가진다. 정규세션에서는 해운항만·수산·조선·동북아 물류협력 등 분야별로 ‘축적’을 기반으로 한 발전방안을 모색한다. 또 ‘바다를 습격한플라스틱’을 주제로 해양환경세션 등 세계 바다의 이이야기를 5개의 특별세션에서 풀어낸다. 특히 해양수산ODA 특별세션에서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간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해 11월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사회의의 마중물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밖에 특별프로그램인 ‘오션 클린업 캠페인’은 세계해양포럼과 NGO 세계자연기금(WWF)이 공동 주관해 열리며 참가자들이 부산 바닷가에서 해양 쓰레기 청소 캠페인을 실시한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태풍에 日 관광지 ‘쑥대밭’… 단풍철 대목 물건너갔다

    태풍에 日 관광지 ‘쑥대밭’… 단풍철 대목 물건너갔다

    다카오산, 산사태에 등산로 통행 금지 2000만명 찾는 하코네, 온천 배관 파손 일부 지역 단풍시즌 11월 중 복구 못해 숙박업소·렌터카업체 예약 취소 ‘울상’초대형 태풍 ‘하기비스’가 지난 12~13일 도쿄도, 가나가와현을 비롯한 간토지방 등 일본 열도 동부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연중 최고 성수기를 앞둔 주요 관광지들이 쑥대밭이 됐다. 기반시설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마비된 하코네, 닛코 등 간토를 대표하는 관광지들은 피해의 정도가 너무 커서 일부 지역의 경우 올가을 단풍철은 물론이고 해를 넘겨야 복구가 끝날 판이다. 관광명소이기 때문에 예약이 일찍부터 집중됐던 만큼 호텔, 료칸, 렌터카업체 등은 태풍이 지나간 이후 밀려드는 예약 취소 문의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도쿄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단풍과 온천을 겸비한 천혜의 가을 관광지로, 연간 약 2000만명이 찾는 가나가와현 하코네정은 수십곳에서 산사태와 하천 범람에 따른 철도·도로·교량 유실과 온천수 배관 파손 등이 발생해 초토화에 가까운 분위기다. 하코네 관광의 핵심 교통수단인 등산철도는 전체 8.9㎞ 구간 곳곳에서 철로 유실 등이 일어나 연내 운행 재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른 시설들은 상당 부분 복구가 완료됐음에도 등산철도가 끊기면서 지역별로 관광객이 10분의1 이하로 줄었다. 또 온천수 배관이 파손돼 수백곳의 숙박시설에서 온천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온천을 이용하지 못할 것 같으면 굳이 하코네에 갈 이유가 없다”는 예약 취소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도쇼구 등이 있어 간토지방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는 도치기현 닛코시도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도쿄와 연결되는 직통열차가 교량 손상과 철로 유실 등으로 운행이 중단돼 관광객이 급감했다. 람사르협약(국제습지보호협약)에 등록돼 보호받고 있는 고원습지로, 가을철 들판의 울긋불긋 단풍으로 인기가 많은 센조가하라는 연결도로 일부가 불어난 강물에 쓸려 나갔다. 후쿠다 에이히토 닛코시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전국에서 관광이 가능한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앞으로 단풍 시즌인데 상당수 지역에 통행이 불가능해 안타깝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도쿄도 내 최고의 단풍 명소 중 하나인 하치오지시 다카오산도 산기슭 전철역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중 일부가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와 나무에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11월 중 복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쿄도 오메시의 미타케 계곡도 사진촬영 명소로 유명하지만, 관광용 다리가 떠내려가는 등 일부 등산로가 망가져 언제 복구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일본의 3대 폭포 중 하나로 꼽히는 이바라키현 다이고마치의 후쿠로다 폭포도 가는 길이 끊겼다. 통상 11월 단풍 시즌을 중심으로 연간 60여만명이 찾아오지만, 마을을 남북으로 지나는 철도 다리가 강물의 급류에 유실됐다. 입구에 있는 기념품점들도 10곳 중 절반가량이 침수됐다.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일부 관광지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는데도 예약 취소에 시달리고 있다. 나가노현 고모로시의 경우 폭우에 제방이 무너진 나가노현 지쿠마강 유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는 별로 없는 데도 온천료칸 등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손님이 많게는 지난해의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모로시는 “우리 시는 대부분 지역이 멀쩡하다”며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숙박요금 할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쿠마강 제방 붕괴에 따른 호쿠리쿠신칸센 차량기지 침수로 전동차 10편성 120량이 물에 잠기면서 도쿄역에서 이시카와현·도야마현 등 동해 지방으로 가는 교통이 한때 두절됐던 것도 가을 대목을 노리던 숙박업소 등에 예약 취소 사태를 불렀다. 겐로쿠엔, 가나자와성 등으로 유명한 이시카와현의 경우 태풍 피해 초기 닷새 동안에만 숙박 취소가 전체 9400여건에 달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강남, 양재천 산책로 ‘낙엽 거리’ 조성

    서울 강남구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20일까지 양재천 제방 산책로 중 보행자교~대치교 2.9km, 영동3교~영동6교 2km 구간에 ‘낙엽 거리’를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강남구는 “단풍길 명소인 양재천 산책로 일부 구간에 벚나무·느티나무·은행나무 등의 낙엽을 그대로 유지,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보행자교~영동3교, 영동5교~영동6교엔 경관조명 130개가 설치되고, 영동2교~탄천2교 구간엔 가을에 어울리는 시가 게시되는 사색쉼터가 마련된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 4번 출구, 학여울역 1번 출구, 지하철 분당선 대모산입구역 2번 출구에서 내리면 낙엽 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김현경 공원녹지과장은 “양재천을 사랑하는 구민과 방문객들을 위해 계절에 맞는 새롭고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며 “낙엽 거리에서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제20호 너구리에 21호 부알로이까지…쌍태풍 일본 향할 듯

    제20호 너구리에 21호 부알로이까지…쌍태풍 일본 향할 듯

    20호 너구리 日남서부…21호 부알로이 동일본 접근부알로이,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 중…25일 영향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할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2개의 태풍이 잇달아 일본 열도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 동북동쪽 약 1000㎞ 부근에서 발생한 제20호 태풍 ‘너구리’가 20일 낮 12시 45분 현재 오키나와 나하시 남쪽 270㎞ 해상에서 시속 15㎞의 속도로 북북동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태풍은 현재 중심기압 970헥토파스칼(h㎩), 중심부근 최대 초속 40m, 최대 순간 초속 55m의 세력을 갖춘 강한 태풍이다.일본 기상청은 이 태풍이 오는 22일 오전 9시쯤 시코쿠 지방 고치현 앞바다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소멸되기 전까지 열도 남서부 지방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며 재해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전했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태풍은 제21호 태풍 ‘부알로이’다. ‘부알로이’는 19일 오후 9시쯤 괌 동남동쪽 1000㎞ 부근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이 태풍이 얼마 전 역대급 태풍 ‘하기비스’가 덮쳤던 동일본 지역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기상청은 ‘부알로이’가 오는 24일 오전 9시쯤 오가사하라 제도 근해까지 진출해 하루 뒤인 25일 오전 9시쯤 최대 순간 초속 60m, 폭풍 경계역이 520㎞에 달하는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해 동일본 지역이 영향권에 들 것으로 내다봤다.지난 12~13일 동일본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제19호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20일 현재 사망 79명, 실종 11명(NHK 집계) 등 90명으로 늘어났다. 폭우를 동반한 이 태풍으로 71개 하천에서 제방 130곳이 붕괴해 재산 피해도 컸다. 한편 올 7월 이후 발생한 태풍 16개(19호 태풍 포함) 중 절반이 상륙하거나 주변을 지나가면서 일본 열도에 영향을 미쳤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속보] 검찰 ‘분식회계 의혹’ MBN 압수수색

    [속보] 검찰 ‘분식회계 의혹’ MBN 압수수색

    검찰이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매일경제방송(MBN)을 압수수색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승모)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MBN 본사 경리국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MBN이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에 관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MBN은 최소자본금 3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 명의로 은행에서 600억원을 차명대출 받아 회사 주식을 매입한 뒤 자본금을 납입한 것처럼 꾸미고 이를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매경미디어그룹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라고 건의했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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