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그늘” 농촌 해체 가속화(변화하는 중국:하)
◎북경·상해·광주로 이주… 3백만명 배회/경축깃발은 요란… 당료·관리 부패 심각
1일로 국가수립 45주년을 맞은 중국의 수도 북경 거리는 오성홍기와 갖가지 색깔의 경축깃발로 가득하다.경축행사를 위해 마련된 기념상징물과 꽃으로 단장된 거리는 도시를 더욱 화려하게 빛낸다.나흘간의 연휴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여유있는 표정에서는 지난79년 개혁개방이후 중국의 성취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북경 중심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행인에게 손을 벌리는 거지떼를 만난다.북경과 상해,광주등 대도시 곳곳에서 목격되는 이들은 대부분 농촌에서 올라온 사람들.연평균10%에 육박하는 빠른 경제성장률에도 불구,빈부의 격차와 농촌의 해체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에서 무작정 상경,도시를 배회하는 맹류라고 불리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최소 3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대도시의 역 광장에는 제멋대로 잠자리를 펴고 있는 맹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범죄 제로지대라고 자신하던 중국의 대도시에서 최근 범죄가 치솟고 있는 것도 황금만능주의와 함께 이러한 문제와 무관치 않다.벤츠와 캐딜락등 고급 외제차가 굴러다니는 거리를 헤매고 있는 맹류의 모습은 오늘의 중국이 직면한 모순을 대변해준다.
30년간의 모택동시대를 마치고 79년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의 시대는 중국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켰다.그리고 일치단결하여 앞으로 나아가자(향전주)는 모시대의 구호가 돈을 향해 나아가자(향전주)는 구호로 바뀌게 됐다(중국어로도 전과 전은 발음과 성조가 같아 묘한 대비를 자아낸다).사상과 이념지상주의에서 경제지상주의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국민들의 기대와 욕구의 급격한 분출을 가져오고 있다.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능력있는 자는)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사상으로 바뀌었고 공산주의 교리가 퇴색하고 황금만능의 사상이 휩쓸고 있다.이런 풍조는 관리들의 부패를 심각한 양상에 까지 치닫게 하고 있다.지난82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뇌물수수,공금횡령등으로 처벌받은 정부및 당간부는 1백50만명선.부패한 관리들을 비판하는 대학생들의구호중 하나가 『벤츠팔아 나라빚 갚아라』는 것에서 민초들의 권력과 부패에 대한 분노를 읽을수 있다.
관리들의 부패와 권력을 이용한 빈부격차는 월20%를 웃도는 높은 인플레와 함께 도시민들과 지식층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관도(권력을 이용해 치부하는 관리들의 부패),양도야(대외무역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한 브로커)등 중국의 신조어들은 얼마나 이같은 문제가 심각한가를 보여준다.권력이 공산당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중앙당 지도층의 부패척결에대한 강한 결의도 제도적인 장치부재로 결국 공언으로 그치고 있다.
지난28일 폐막된 중국 공산당 14기 중앙위원회 4차전체회의는 강력한 중앙당의 지도력행사와 당의 하부조직강화를 최우선과제로 확정했다.이것은 한편으론 포스트 등소평시대를 대비,강택민주석을 정점으로 당의 조직을 재정비하자는 것이다.그러나 개혁개방에 따라 공산당의 인기하락과 영향력 약화가 가속화되고 젊은층들의 무관심이 깊어지고 있으며 하부조직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농촌의 경우는 이농현상의 확산에 따라 곳곳에서 하부조직이 와해되고 있다고 한다.공산당조직의 약화는 중국의 지도층에겐 지도력의 약화,지방과 중앙을 이어주는 통합의 약화로 해석된다.
이념보다는 효율을 중시하고 시장원리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국민의 사고와 의식에서의 탈공산주의 바람과 함께 중국 곳곳으로 더욱 심화돼 나가고 있다.
중국의 자본주의 실험과정중 가장 큰 벽은 국유기업의 개혁.현재 7만5천여개의 국유기업중 이익을 보고 있는 기업은 단지 3분의 1선.중국 공업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국유기업의 만성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국영기업 파산법」이라는 것도 있지만 시늉만 낼뿐 아직 적극적인 시도는 하지 못하고 있다.시장경제의 도입으로 실업자군이 급증한데다 국유기업은 사실상 공산당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효율및 생산력 증대와 정치체계의 고수라는 딜레마를 읽을 수 있다.그러나 아직까지 정치개혁을 실시하겠다는 중국정부의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기존의 당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다.
앞으로 중국의 발전은 체제안정성유지와 국민들의 민주화 및 각종 기대심리를 어떤식으로 충족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중앙정부와 지방간에 경제적 성과,과실을 둘러싼 이견과 갈등해소도 계속적인 번영의 관건중 하나다.
북경외교가에선 강택민체제가 상당히 안정돼 있는 상태라고 평가한다.등소평사후 일정기간동안 강을 정점으로하는 당의 집단지도체제가 잘 굴러갈것이란 진단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사회주의체제의 각종 조직과 제도를 시장경제에 맞게 구성해 나갈수밖에 없어서 중국의 국가체제와 모습이 공산당의 저지 노력에도 불구,지금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을수 없을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