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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동맹과 印·太서 새 시대 열 것” 시진핑 “소그룹 지양… 다자주의 실천”

    바이든 “동맹과 印·太서 새 시대 열 것” 시진핑 “소그룹 지양… 다자주의 실천”

    바이든, 동맹 11번 언급하며 中압박 높여시진핑, 아프간 철군 등 우회적 美 비난양국 정상, 현재를 ‘역사적 기로’ 인식도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코로나19 책임론 공방을 벌였던 미중이 이번에는 미국의 ‘소다자 안보협력체’를 통한 대중 압박 전략을 두고 맞붙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모두 신냉전의 초입으로도 불리는 현재를 ‘역사적 기로’로 봤지만, 동맹을 앞세운 바이든식 대중 압박 공세에 시 주석은 폐쇄적 다자주의를 지양하라며 맞섰다. 2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끈질긴 전쟁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끈질긴 외교의 새 시대를 연다”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에 초점을 돌리며 세계적 도전을 다룰 집단적 힘과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인태 지역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등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30분간 연설에서 ‘동맹’을 11번이나 언급하며 “미국은 격하게 경쟁하고 우리의 가치와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을 겨냥한 듯 “세계의 권위주의는 민주주의 시대의 종말을 선언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틀렸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군사력은 첫 번째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며, 해결책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며 지난 15일 발족한 핵추진 잠수함 동맹인 ‘오커스’(미국·영국·호주)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오커스,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파이브아이스(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소다자 안보협력체로 다층적인 대중 그물망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시 주석은 이날 사전 녹화한 화상 연설에서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을 지양”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며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한 나라의 필연적인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민주주의 연합을 통한 중국 견제 및 혼돈 속 아프간 철군 등을 염두에 둔 듯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의 전매특허가 아니라 각국 국민의 권리”라며 “최근 국제 정세의 전개 과정은 외부의 군사적 간섭과 이른바 민주 개조라는 것이 엄청난 후환을 초래한다는 것을 재차 증명했다”고 했다. 다만 미중 정상은 연설에서 상대의 국가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고,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는 상호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시 주석은 현재를 ‘역사의 기로’라며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국제 관계를 건설하자”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금을 ‘역사의 변곡점’이라며 “냉전이나 경직된 블록으로 나누어진 세계를 추구하는 건 아니다. 공동의 도전에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어떤 나라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날 시 주석은 올해 말까지 개발도상국에 코로나19 백신 1억회분을 추가로 무상 제공할 뜻을 밝혔고,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화이자 백신 5억회분을 추가 기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희생자 민족주의’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희생자 민족주의’

    비극적 기억으로 자기 민족 정당화‘나치 희생자’ 폴란드도 유대인 학살역사적 진실 가리는 희생자 의식 위험우열 경쟁 대신 다양한 기억 공유를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이에게 ‘일본인 희생자’라고 하면 아마 형용모순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일 것이다. 반대로 ‘한국인 가해자’라고 해도 비슷하게 느낄 듯하다. 현재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나’는 식민지 시대를 겪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대다수가 ‘나는 희생자’라는 세습된 희생자 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의식들의 합은 자칫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배태하고, 자신의 과실에 대해 집합적 무죄 의식을 갖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게 우리만의 일이 아닌 인류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이처럼 비극이 잉태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의 세계적인 실체를 짚고, 출구를 모색한 책이다. 저자가 주창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비극적 희생의 기억을 자기 정당화의 기제로 삼는 민족주의를 말한다. 단순하게 말해 우리는 피해자였으니 우리의 배타적 민족주의는 정당화된다는 식의 생각을 일컫는다. 희생자 의식에만 몰두하면 기억이 세탁되고 역사적 진실은 가려진다. 성찰은 내던진 채 도덕적 정당화에만 골몰하기도 한다. 이는 민족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가 위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1941년 2차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벌어진 ‘예드바브네 학살’을 예로 들자. 주민 수 3000여명에 불과한 폴란드의 작은 마을 예드바브네에서 폴란드인 이웃이 1600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2000년 폴란드의 유대인 역사학자가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후 폴란드인의 ‘나치의 희생자’ 이미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폴란드가 그랬듯 대부분의 사례에서 가해자들은 사실을 부인하거나 다른 쪽에서 핑계를 찾는다(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은 2001년 유대인 단체에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수백만명의 유대인이 희생된 홀로코스트 앞에서도 자신들의 고통만 강변했던 전후 독일과 폴란드의 우익,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세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는 이스라엘의 시온주의자, ‘일본군 위안부’가 일본의 명예를 더럽히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는 일본 극우파 등은 희생자의식 민족주의가 얼마나 강력하게 인류 전체의 기억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우리 역시 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가 우리의 희생자 의식과 ‘집합적 무죄 의식’을 꼬집은 사례는 여럿이다. 부끄럽긴 해도 우리가 반드시 ‘아이 콘택트’해야 할 역사다. 다만 조선인에게 학대당한 일본 피란민의 이야기를 다룬 책 ‘요코 이야기’, 일제의 이간질에 속아 흥분한 조선인들이 무고한 화교 120여명을 학살한 계기가 된 1931년 ‘중국 완바오산 사건’ 등은 논쟁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저자가 말하려는 건 결국 우열을 가리고 경쟁하는 기억이 아닌 ‘연대하는 기억’이라고 여겨진다. 서로 어울리지 않아 삐걱거리면서도 불협화음조차 비판적 긴장 관계로 유지해 나가는 그런 연대 말이다. 그러자면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의 희생이 선행돼야 한다. 저자는 “희생의 기억을 탈영토화해 ‘제로섬 게임’적인 경쟁체제에서 벗어날 때, 자기 민족의 희생을 절대화하고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 뒤에 줄 세우는 기억의 재영토화에서 벗어날 때, 그래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희생시킬 때 기억의 연대를 막고 있는 장벽이 터지면서 지구적 기억구성체는 다양한 기억이 합류해 흐르는 연대의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영남후보론 vs 호남대망론… 李·李 ‘제로섬 게임’에 발목 잡히나

    영남후보론 vs 호남대망론… 李·李 ‘제로섬 게임’에 발목 잡히나

    이재명 “직접 판단을” 백제발언 파일 공개이낙연, 광주 찾아 “지역주의 소환 안 돼”민주 “네거티브 경쟁에 역효과만” 우려“확장력과 연계… 공방 계속될 것” 전망도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양강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해묵은 지역주의를 꺼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의 이 지사는 ‘영남후보론’을,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대표는 ‘호남대망론’을 주장하며 싸우는 형국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두 후보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주의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두 후보의 싸움이 커질수록 네거티브 경쟁이 격해져 전체 파이가 작아지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백제 발언’ 관련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직접 듣고 판단해 달라”고 나섰다. 이 지사는 녹음파일에서 지난해 전당대회 상황을 설명하며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며 “당시 보니 이낙연 대표는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은 사실상 민주당의 성공 방정식으로 통하는 ‘영남후보론´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출신 후보로는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영남 후보론의 요지이다. 민주당이 배출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PK(부산·경남)로 영남 출신이다. 이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다. 충청과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이 전 대표에게는 ‘호남대망론’이 있다. 70만명에 달하는 민주당 권리당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호남에 몰려 있는 만큼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민주당 본선 후보가 되기 어렵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를 방문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얼마나 힘겹게 싸워 왔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역주의를 소환할 수 있는 어떠한 언동도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영남후보론’과 이 전 대표의 ‘호남대망론’이 부딪쳐 역효과를 불러일으키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충청 의원은 “이 지사는 TK라는 점이, 이 전 대표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각각 장점인데 뭐가 더 낫냐고 싸우는 것은 팀킬에 불과하다”며 “대선에서는 결국 수도권 표심을 잡아야 하는데 영호남 지역주의 구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진정책을 펼치면서 지역 구도를 타파한 민주당에서 지역주의 이슈는 폭발력이 세지 않다”며 “누가 더 이념 확장성이 있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고 봤다. 반면 지역주의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후보 간 네거티브 경쟁이 격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보다는 약해졌지만 지역주의에 영향을 받는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수준”이라며 “1·2위 후보가 각각 영남·호남을 대표하는 만큼 지역주의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역주의가 결국 선거에서 많은 표를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민주당은 경선에서 호남표를 얻어야만 승리할 수 있고, 지역주의는 확장력 문제와 연계돼 있어 후보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지역주의 논란 여진…이재명·이낙연이 연 판도라의 상자

    지역주의 논란 여진…이재명·이낙연이 연 판도라의 상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양강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해묵은 지역주의를 꺼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의 이 지사는 ‘영남후보론’을,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대표는 ‘호남대망론’을 주장하며 싸우는 형국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두 후보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주의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두 후보의 싸움이 커질수록 네거티브 경쟁이 격해져 전체 파이가 작아지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백제 발언’ 관련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직접 듣고 판단해 달라”고 나섰다. 이 지사는 녹음파일에서 지난해 전당대회 상황을 설명하며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며 “당시 보니 이낙연 대표는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은 사실상 민주당의 성공 방정식으로 통하는 ‘영남후보론‘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출신 후보로는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영남 후보론의 요지이다. 민주당이 배출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PK(부산·경남)로 영남 출신이다. 이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다. 충청과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게는 ‘호남대망론’이 있다. 70만명에 달하는 민주당 권리당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호남에 몰려 있는 만큼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민주당 본선 후보가 되기 어렵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를 방문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얼마나 힘겹게 싸워 왔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역주의를 소환할 수 있는 어떠한 언동도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영남후보론’과 이 전 대표의 ‘호남대망론’이 부딪쳐 역효과를 불러일으키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충청 의원은 “이 지사는 TK라는 점이, 이 전 대표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각각 장점인데 뭐가 더 낫냐고 싸우는 것은 팀킬에 불과하다”며 “대선에서는 결국 수도권 표심을 잡아야 하는데 영호남 지역주의 구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진정책을 펼치면서 지역 구도를 타파한 민주당에서 지역주의 이슈는 폭발력이 세지 않다”며 “누가 더 이념 확장성이 있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고 봤다.  반면 지역주의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후보 간 네거티브 경쟁이 격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보다는 약해졌지만 지역주의에 영향을 받는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수준”이라며 “1·2위 후보가 각각 영남·호남을 대표하는 만큼 지역주의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역주의가 결국 선거에서 많은 표를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민주당은 경선에서 호남표를 얻어야만 승리할 수 있고, 지역주의는 확장력 문제와 연계돼 있어 후보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권수정 서울시의원 “서울의료원 정규직 전환, 이준석식 ‘공정’ 잣대에 필수노동자들은 피눈물”

    권수정 서울시의원 “서울의료원 정규직 전환, 이준석식 ‘공정’ 잣대에 필수노동자들은 피눈물”

    지난 21일 제301회 정례회 보건복지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정의당 소속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서울의료원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관해 질의했다. 서울의료원은 올해 공무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NCS 기초직무능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날 권 의원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NCS 시험의 대표적 출제영역은 다음과 같다. 경영이해, 예산관리, 도표작성 및 도표분석 자원관리능력, 확률을 업무에 적용하는 능력, 물적 인적자원관리, 이해능력, 사칙연산, 통계, 대인관계능력 팀워크, 리더십, 갈등관리, 조직이해능력, 업무이해, 조직체계 이해 등이다. 필기전형 NCS 기반의 직무능력 검사 시험 대상은 간호직, 보건직, 관리직, 기능직, 운영 지원직이며 조리원과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분들도 해당된다. 응시 결과 13명이 탈락했고 그 중 미화 업무를 담당하신 분이 7명이다. 서울의료원의 미화, 방호, 조리원 업무는 병원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인력이다. 마땅히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규직 전환 및 차별해소 대상이다. 대부분 50대 60대 이상의 노동자가 업무와 무관한 이 ‘일률적 필기시험’으로 자신의 업무능력과 실력을 확인시켜야만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정규직 전환에 대해 자기 책임을 넘긴 서울시의 직무유기도 한 몫을 했다. 권 의원은 “이준석 당대표가 선출되면서 요즘 공정이란 화두가 뜨겁다. 심지어 선출직 공직자들도 시험 봐서 뽑겠다고 하자 시험과 공정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서울의료원에서도 정규직 전환 방법으로 NCS 직업기초능력 평가를 제시했다. 이준석 대표가 말한 ‘공정’ 담론의 폐해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상임위에 참석한 서울의료원 원장과 서울시 관계자는 NCS 시험을 “객관적”이라고 표현했다. 권 의원은 “10년 가까이 미화 업무를 담당하셨던 분들이 이 시험지를 받아 들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고민해 보신 적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우리 사회를 덮은 이준석 식 공정담론이 얼마나 허황되고 기준 자체가 협소한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기회균등 원칙은 그 자체만으로 난점이 많다. 채용기준을 급진화, 구체화, 현실화하려는 대담한 시도가 필요한데, 실질적 직무능력과 무관한 ‘시험’이라는 기준선은 단일하고 협소해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시험 만능주의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일종의 병목현상을 야기했고, 결국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했다. 그 결국 제로섬 경쟁과 무자비하게 불평등한 현실만 남은 사회가 되었고 공동체의 역할은 사라져 가고 있다. 이준석 식 공정담론의 폐해는 ‘시험’이라는 획일화된 기회를 통해 차별을 정당화하고 다양성을 훼손하기 쉽다는 점이다. 끝으로 권 의원은 “서울의료원의 조리, 방호, 환경미화를 성실히 수행한 분들에게 NCS 필기시험지는 이분들의 노동의 가치를 허울뿐인 평등의 원칙에 내모는 일”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한 대대적 시정을 요구했다.
  • [금요칼럼] 강사법 시행 2년, 신분보다 급여/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강사법 시행 2년, 신분보다 급여/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강사법을 시행한 지 어느덧 네 번째 학기가 저문다. 만으로 2년이다.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강사의 법적 지위를 3년간 보장하는 것이 요체다. 친소관계로 강사를 선발하는 ‘불공정성’을 제거하고 교무처의 문자 하나로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고용 불안정성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애초에는 4대 보험 복지혜택도 제공하려 했으나 이해집단의 반발을 조율한 끝에 정작 의료보험은 제외하였다. 강사 신분은 3년간 보장할지라도 매 학기 강의를 줘야 한다는 의무조항도 없애 버렸다. 강의를 담당한 학기의 방학 중에도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만 어렵게 살아남았다. 이런 강사법조차도 난항을 겪었다. 국회를 통과해 놓고도 유예기간을 마냥 연장했다. 마지못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누더기 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누더기 강사법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강사일까? 강사법 시행의 결과 기존 시간강사 가운데 60%가량이 아예 강사직을 잃었다. 교육부가 강사들끼리 이전투구의 밥그릇 빼앗기 싸움, 이를테면 ‘제로섬 게임’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학이 승자일까. 재정적 부담만 조금 늘었을 뿐이다. 전리품이라면 그나마 강사법을 누더기 법으로 바꾸는 로비를 성공한 정도다. 혹시 해당 학과가 승자일까. 되레 강사 선발 관련으로 업무량만 폭증했다. 그래서 요즘엔 아예 서류심사만 할 뿐 면접은 건너뛴다. 그러면 대학생이 승자일까. 그들은 관심도 없다. 교수자가 누구이건 그저 강의를 열정적으로 수준 높게 진행해 주면 만족한다. 당연하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강사법의 최종 승자란 말인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교육부 관료들이다. ‘공정’이라는 기계적 명분으로 대학을 더 옥죄는 데 일단 성공했다. 가뜩이나 등록금 동결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더러 조금 더 눈을 아래로 깔라는 ‘위계에 따른 강압’이 잘 먹혔다.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다. 그렇다면 강사의 신분은 정녕 보장되었나? 3년이 지나면 끝인데 말이다. 강사법 덕분에 살림이 좀 나아진 강사분을 나는 주위에서 접하지 못했다. 신분상 고용안정을 체감한다는 분도 만나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법은 법이니까 굴러는 간다. 많은 사람을 피곤하게 하면서 말이다. 이런 현실임에도 국회 교육위 의원들도 솔직히 관심이 없다. 퍼포먼스 같은 포럼만 개최할 뿐이다. 그렇다면 세계 선진국의 강사 제도는 어떠할까? 우리나라 강사법 시행 이전의 상황과 거의 같다. 학과마다 대학원이 활발한 대학에서는 박사과정이나 수료생들에게 강의 경험을 쌓도록 강좌를 맡긴다. 대학원이 없는 대학에서는 학과장이나 일반 교수가 추천하면 대개 그대로 통과한다. 그런데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불공정이라 비난하지 않는다. 대학의 강사는 저잣거리 시정잡배와는 비교가 불가한 해당 분야 전문학자이기 때문이다. ‘모집’이 아니라 ‘초빙’의 대상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범대 학사 출신 교육부 관료가 무시할 존재가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어쭙잖은 3년짜리 신분 보장을 반기는 강사는 거의 없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원한다. 지금은 사문화되었지만, 대학 교수의 봉급을 세부적으로 보면 교육 40%, 연구 40%, 일반행정 20%다. 어떤 정교수 연봉이 1억이라면 교육의 대가로 400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의무 수업시수가 1년에 12학점이라면 한 과목(3학점)당 1000만원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 대학에서 한 과목을 맡는 시간강사에게도 1000만원을 지급해야 상식이다. 개혁이란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 도중에 우여곡절이 있을지라도 방향성을 잃는 순간 개혁은 물 건너간다.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더라도 방향성이 분명하면 뚜벅이 걸음으로 토끼를 이기는 법이다. 개혁은 그렇게 하는 거다. 강사법은 애초부터 지나치게 신분 보장 쪽으로 방향을 잘못 잡았다.
  • 진중권 “민주당은 야당 복 타고나…국민의힘, 마초본색 드러냈다”

    진중권 “민주당은 야당 복 타고나…국민의힘, 마초본색 드러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국민의힘이 ‘마초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24일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정강·정책에 반영했다고 들었는데 그분이 떠나자마자 마초본색을 드러낸다”며 “국민의힘에서 기어이 여성할당제를 폐지할 모양”이라고 전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더 한심한 것은 이 안티 페미니즘 캠페인을 노땅이 아니라 그 당의 소장파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 그 당에 희망이 없다는 얘기”라며 “민주당은 야당 복을 타고났다. 여성할당제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러면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의 성평등 정책과 우리나라의 정책을 비교했다. 진 전 교수는 “OECD 내각이나 의회에선 여성이 약 30% 정도를 차지한다. 민간 기업 경영진은 아직 17% 남짓”이라며 “한국은 내각 여성 비율은 얼추 30%를 맞췄지만, 의회 비율은 17%가량으로 터키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의 절반은 여성인데 그들이 공적 부문과 민간 부문에서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국민의힘은 이를 아예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러니 자꾸 과거를 돌아가려하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그러면서 자기들이 미래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여성할당제는 집단의 지능을 높여 기업과 조직의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일이다. 100명 중에서 선발된 사람과 50명 중에서 선발된 사람, 경향적으로 누가 더 우수할지는 초등학교 산수만 배워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능률과 효율, 생산성의 증대로 인한 이익은 남녀 모두에 고루 돌아간다”고 밝혔다. “여성할당제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한계” 이날 진 전 교수는 “여성할당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한계”라며 “이는 무지와 무식의 소산”이라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그래서 공부 좀 하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남초 사이트에서 노닥거리기나 한다”며 “가르쳐주면 또 가르치려 든다고 난리를 친다”고 말했다. 그는 “젠더 쿼터(성평등 할당제)를 남녀의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것 자체가 오류”라며 “남녀 갈라치기 소재로 표 얻기 위해 수구적 행동을 하는 자가 있다. 아주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를 그런 식으로 프레이밍하는 탐욕스러운 안티 페미 정치인들, 그 이슈로 책 팔아 먹고사는 일부 얼빠진 먹물들이 저질 선동으로 대중들, 특히 좌절하고 분노한 남성들 사이에서 이 프레임을 확대재생산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경제와 사회에서 재능의 사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포괄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신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라며 “공적, 경제적 기회에의 남성과 여성 모두가 동등한 접근권은 더 공정하고 더 지속 가능한 경제와 사회의 일부다. 의사 결정에서 젠더의 다양성은 공공 기관에 대한 신뢰를 향상시키고 더 올바르고 더 포괄적인 정책 수립에 유리한 조건이 되어준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반격 나선 洪 “손실보상, 오늘 방안·내일 입법·모레 지급 아냐”

    반격 나선 洪 “손실보상, 오늘 방안·내일 입법·모레 지급 아냐”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기획재정부)의 나라냐’고 말한 점이 불쾌했다. 경제 논리는 정치로 풀어선 안 된다. 경제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에서, 처신으로 먹고사는 정치권이 정밀하고 복잡한 행정에 관여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 발전을 해치는 일이다. (‘기재부의 나라냐’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그 말을 하기 전에 기재부 관료를 불러모아 치열하게 토론을 했는지 묻고 싶다.”(전윤철 전 경제부총리)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는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고, 질타하고, 야단치는 모습은 굉장히 잘못됐다. 재정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입장은 정치권과 재정 당국이 다를 수 있다. 당은 정치적으로 접근할 테니 기재부가 전문적이고 정치중립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한덕수 전 국무총리) ●“시시비비 가려 지적하고 사표 쓸 각오하라” 손실보상 법제화 논의 과정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한 기재부를 대신해 원로 경제관료들이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전윤철(행시 4회) 전 부총리는 2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강한 어조로 최근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했다. 전 전 부총리는 “경제관료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소신에 맞지 않으면 사표를 내고 나와야 한다. 경제정책은 어느 한쪽을 지원하면 다른 한쪽이 소외되는 ‘제로섬’이 많기 때문에 토론을 해야 한다. 내가 장관 할 때도 국무회의에서 토론이 많았고, 국회에도 솔직한 소신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덕수(행시 8회) 전 총리는 “권력의 중심이 정치나 국회로 가고 있다. 특정 계층을 지원하고자 할 때 기재부가 나서긴 어려우니 정치권이 의제를 주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정치가 항상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윽박지르고 야단칠 게 아니라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철학을 계승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경제사령탑들이 현 상황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낸 건 나라 곳간지기인 ‘기재부 패싱’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의 요구에도 곳간 열쇠를 함부로 내주지 않았던 기재부의 기개와 소신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재원 마련하는 영혼 없는 기술자로는 안 돼” 정치권의 계속된 압박에 요즘 기재부는 ‘앓는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 하지만 상당수 관료는 기재부가 이제라도 소신을 되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여당이 요구하는 ‘재원만 마련하는 영혼 없는 기술자’ 역할에 머물러선 기재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장급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재정 소요 등은 따지지 않고 정치권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면 재정 당국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병 주고 약 주고’식 행보가 오히려 기재부의 소신을 꺾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확실한 불신임 신호를 보냈다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직’을 내놓고 반대 목소리를 냈을 건데, 신임한다면서 정작 민감한 사안엔 침묵하거나 여당의 손을 들어 주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의 우유부단과 ‘윗분의 뜻을 거스리지 않는다’는 태도가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4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정치권과 맞붙었던 홍 부총리는 정세균 총리에 이어 청와대까지 여당에 힘을 실어 주자 굴복했다. 지난해 11월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 강화 논란 때도 비슷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은 즉각 반려했다. 소신을 지키지 못한 곳간지기로 낙인찍힌 홍 부총리는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라는 오명이 붙었다. 전 전 부총리는 “(청와대가) 홍 부총리 사표를 반려했다는 건 기재부 정책을 수용하겠다는 의미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재정 당국 입장을 더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재부 장관이 단순 장관직이 아닌 ‘경제부총리’ 직책인 것은 부총리의 의견을 내각이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홍 부총리를 불러 예산이 얼마이고, 어느 정도 여력까지 가능한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등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여당이 권력에 취하지 말고 스스로 제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재정경제원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현정택(행시 10기)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민주주의 발전으로 정치권의 역할이 강화됐지만 (경제관료의) 전문성을 지켜줘야 하는 선은 여전히 있다”며 “(여당의 힘이 막강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홍 부총리가 아닌 누가 와도 (끌려다니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여당의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 지급과 관련해 “손실보상 문제는 제도화 방법과 대상, 기준, 소요, 재원, 외국 사례 등을 짚어봐야 해서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오늘 방안을 마련하고, 내일 입법한 후, 모레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와 여당의 일방통행에 맞서 곳간지기로서 ‘따질 건 따지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선거 전 돈 풀라는 정치… 기재부, 따질 건 따져라

    선거 전 돈 풀라는 정치… 기재부, 따질 건 따져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기획재정부)의 나라냐’고 말한 점이 불쾌했다. 경제 논리는 정치로 풀어선 안 된다. 경제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에서, 처신으로 먹고사는 정치권이 정밀하고 복잡한 행정에 관여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 발전을 해치는 일이다. (‘기재부의 나라냐’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그 말을 하기 전에 기재부 관료를 불러모아 치열하게 토론을 했는지 묻고 싶다.”(전윤철 전 경제부총리)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는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고, 질타하고, 야단치는 모습은 굉장히 잘못됐다. 재정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입장은 정치권과 재정 당국이 다를 수 있다. 당은 정치적으로 접근할 테니 기재부가 전문적이고 정치중립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한덕수 전 국무총리) ●“시시비비 가려 지적하고 사표 쓸 각오하라” 손실보상 법제화 논의 과정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한 기재부를 대신해 원로 경제관료들이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전윤철(행시 4회) 전 부총리는 2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강한 어조로 최근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했다. 전 전 부총리는 “경제관료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소신에 맞지 않으면 사표를 내고 나와야 한다. 경제정책은 어느 한쪽을 지원하면 다른 한쪽이 소외되는 ‘제로섬’이 많기 때문에 토론을 해야 한다. 내가 장관 할 때도 국무회의에서 토론이 많았고, 국회에도 솔직한 소신을 얘기했다”고 말했다.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덕수(행시 8회) 전 총리는 “권력의 중심이 정치나 국회로 가고 있다. 특정 계층을 지원하고자 할 때 기재부가 나서긴 어려우니 정치권이 의제를 주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정치가 항상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윽박지르고 야단칠 게 아니라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철학을 계승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경제사령탑들이 현 상황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낸 건 나라 곳간지기인 ‘기재부 패싱’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의 요구에도 곳간 열쇠를 함부로 내주지 않았던 기재부의 기개와 소신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재원만 마련하는 영혼 없는 기술자는 안 돼” 정치권의 계속된 압박에 요즘 기재부는 ‘앓는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 하지만 상당수 관료는 기재부가 이제라도 소신을 되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여당이 요구하는 ‘재원만 마련하는 영혼 없는 기술자’ 역할에 머물러선 기재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장급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재정 소요 등은 따지지 않고 정치권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면 재정 당국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병 주고 약 주고’식 행보가 오히려 기재부의 소신을 꺾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확실한 불신임 신호를 보냈다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직’을 내놓고 반대 목소리를 냈을 건데, 신임한다면서 정작 민감한 사안엔 침묵하거나 여당의 손을 들어 주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의 우유부단과 ‘윗분의 뜻을 거스리지 않는다’는 태도가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4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정치권과 맞붙었던 홍 부총리는 정세균 총리에 이어 청와대까지 여당에 힘을 실어 주자 굴복했다. 지난해 11월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 강화 논란 때도 비슷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은 즉각 반려했다. 소신을 지키지 못한 곳간지기로 낙인찍힌 홍 부총리는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라는 오명이 붙었다. 전 전 부총리는 “(청와대가) 홍 부총리 사표를 반려했다는 건 기재부 정책을 수용하겠다는 의미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재정 당국 입장을 더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재부 장관이 단순 장관직이 아닌 ‘경제부총리’ 직책인 것은 부총리의 의견을 내각이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홍 부총리를 불러 예산이 얼마이고, 어느 정도 여력까지 가능한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등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여당이 권력에 취하지 말고 스스로 제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재정경제원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현정택(행시 10기)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민주주의 발전으로 정치권의 역할이 강화됐지만 (경제관료의) 전문성을 지켜줘야 하는 선은 여전히 있다”며 “(여당의 힘이 막강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홍 부총리가 아닌 누가 와도 (끌려다니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여당의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 지급과 관련해 “손실보상 문제는 제도화 방법과 대상, 기준, 소요, 재원, 외국 사례 등을 짚어봐야 해서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오늘 방안을 마련하고, 내일 입법한 후, 모레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와 여당의 일방통행에 맞서 곳간지기로서 ‘따질 건 따지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1] 이젠 평화의 바다로 “평화경제 2막 돛 올려라”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1] 이젠 평화의 바다로 “평화경제 2막 돛 올려라”

    앞 편 보기 남들은 적대관계를 공생관계로 바꾸고 있다 한반도만 냉전 대립 지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일까? ‘나 때는 말이야’하면서 언제까지 후대에게 적대적 대치 상황을 물려줄 것인가? 북한 붕괴론이 제기된 지 30년이 다 돼간다. 북한이 왜 붕괴되지 않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 결과도 많지 않다. 주관적 희망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살펴야 할 대북정책에 대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보수라면 말로만 반북 ‘애국’을 외칠 것이 아니다. 국익에 보탬이 되도록 북한을 활용하는 길을 상상해야 한다. 전쟁 위험을 안은 적대적 제로섬 관계에서 평화의 플러스섬 관계로 남북 상황을 바꿔 적어도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겠다는 문제의식이 도리이고 상식이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변화를 상상하고, 상상한 것을 끈질기게 추구해야 한다. 사실 상상할 것도 없다. 이미 사례가 많다. 만물은 변한다. 적대적 관계 역시 국익 앞에서 무상한 법이다. 냉전체제가 극에 달했던 1972년 미국 대통령 닉슨은 한국전쟁에서의 ‘철천지 원수’ 중국과 만났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핵무장 능력만 키워놓았던 중국 봉쇄 정책을 바꾼 것이다. ‘철천지 원수’ 일본은 그 틈에 중국과 먼저 수교했다. 서해 5도처럼 해안 접경지대를 두고 관련국이 합의한 사례도 있다. ‘철천지 원수’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1994년 10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이 맞닿아 있는 분쟁 해역으로 시나이반도와 아라비아반도 사이를 가르는 아카바만에서의 상호 협력 및 관리를 명시하고 평화공존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다. 1996년 1월 두 나라는 항구도시들인 ‘아카바-아일랏 특별협약’을 체결해 ‘홍해해양평화공원’을 지정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물류를 활성화시켰고, 산호초 생태계 보호에 협력하면서 관광 수입까지 늘렸다.한반도 평화경제의 2막은 서해에서 시작된다 적대적 분쟁의 바다였던 서해에 사람과 물자가 넘나드는 평화의 뱃길을 만들려면 우선 북한은 해군기지가 있는 해주를 열어야 한다. 해주는 직선거리로 인천에서 20㎞, 개성에서 75㎞ 떨어져 있고 중국 칭다오에서도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한반도의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지리적 여건 때문에 정주영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공단 후보지로 처음 거론한 곳도 해주였는데 거부됐다. 10·4선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해주특구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에 해주 주변에 개미 한 마리 들어갈 틈 없이 군사시설이 있어 어렵다고 얘기했지만, 오후에 민감한 군사지역인 해주안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북한도 서해의 평화 정착에 대한 의지가 컸다고 볼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이 우선 과제이지만, 바다의 개성공단은 해주가 될 것이다. 현 상태에서는 북한에게도 해주는 무역항이 될 수 없다. 백령도가 남측에 안보의 섬이라면, 해주는 북한에 안보의 항구이기 때문이다. 평화는 이익이 얽혀야 굳어진다 개성공단이 향후 확장되면 수출 항구가 필요하고 개성~인천을 잇는 육상 물류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해주항이 무역항으로 변모해 발전한다면, 인천에게도 큰 이익이고, 해주 역시 인천과 더불어 광역 해상경제특구가 될 수 있다. 해주가 경제특구로 개발되면, 영종도 특구의 생산기지가 발전할 수 있다. 20여㎞ 떨어진 두 해상공단이 분업 관계를 갖는다면 경쟁력이 커지고 개성~해주~인천을 잇는 삼각경제지대도 가능해진다. 중국의 경제특구들은 서해 연안에 몰려 있다. 남북 서해경제권은 국제적 서해경제권 시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개발시대에도 낙후되어 있던 서해 중남부 지역도 새로운 경제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이익을 나누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첩적으로 얽히면 평화도 굳어진다. 어쩔 수 없는 경계선도 대립의 적대선이 아니라, 협력을 위한 평화의 회랑이 될 수 있다. 실리를 통한 평화정착의 미래를 서해에서 시작하자. 새 역사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기본 상식 하나. 내 생각, 내 이익을 관철시키려면 먼저 역지사지해 상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전쟁 불용, 상호간 안전 보장, 공동번영 원칙을 바탕으로 한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발표했다. 아쉽게도 북미정상회담 이후 ‘주체적’ 편승 역량을 발휘한 가시적 결과나, 할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과정이 잘 안 보인다. 이 와중에 동북아시아는 미중 패권 다툼으로 바다를 중심으로 한 지역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 독도, 동해, 이어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부대륙붕(JDZ) 등 한반도 주변 해역과 접경수역은 북극해와 남중국해,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핵심 해로(SLOC)이자 군사활동 요충지가 되고 있다. 안일하게 볼 상황이 아니다. 서해 5도 문제는 지역 문제를 넘어 국가적 현안으로 설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서해 5도 수역은 NLL을 포함해 남북과 중국의 수역이 겹쳐 국제법에서 관할권 충돌의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남북이 여러 차례 군사적 충돌이 빚어지는 틈을 타 중국의 불법어업이 활개를 친다. 다자간의 복잡다기한 쟁점들을 안은 채 각자의 국내법이 해당 지역을 관할하고 있지만, 동북아의 변화하는 국제정세나 국내적 필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서해 5도 지원특별법이 있지만, 이 법은 서해5도 수역을 분쟁수역으로 인정하고 안보를 이유로 권익 제약을 전제한 상태에서 보상을 추진한 법률이다. 하루 빨리 서해 5도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권익을 제약할 여지를 해소해야 한다. 정전협정에 부합하면서 10·4 선언 및 판문점 선언의 실행을 위해 서해 5도 수역의 평화 정착, 남북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 지역 주민들의 권익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기본법이 필요한 때가 됐다. 당장 공동어로구역 지정은 어렵다. 대북제재와 무관한 학술조사부터 시작하자. 실제로 한강 하구 강화도에서 백령도에 이르는 해역의 생태계와 어족자원, 기후, 수온 변화, 수심 등을 조사해야 향후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장소, 어족자원 보존지역 등을 지정할 때 기초자료로 쓸 수 있다.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이사장) taehern@hanmail.net
  • 왕이 “신냉전 반대”… 방한 목적은 한미관계 견제

    왕이 “신냉전 반대”… 방한 목적은 한미관계 견제

    중국 외교부는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7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게 신냉전과 일방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본 등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기 전 한국이 미국에 기울어지지 말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중국 외교부가 공식화한 셈이다. 28일 중국 외교부 보도문에 따르면 왕 국무위원은 전날 서울에서 문 특보와 조찬을 하고 “‘제로섬 사고’는 자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일방주의는 글로벌 도전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신냉전을 부추기는 시도는 역사 발전 흐름에 어긋나고 다자주의를 지키고 협력을 강화해야만 위기와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부터 2박 3일간 방한했던 왕 국무위원은 방한 목적이 미중 갈등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에 대해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한중 협력을 강조하며 한미 관계를 견제하는 모습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6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 보도문에서 양측이 외교·안보 2+2 대화 가동과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를 논의했다고 일방 발표했다. 중국 화웨이 등을 5세대(5G) 통신망에서 배제하는 미국 주도의 ‘클린 네트워크’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중국이 제안한 글로벌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중국 측은 전했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검토해 볼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미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에 정부가 중국과 충분한 조율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편리함에 막 쓰던 플라스틱, 비와 바람에 섞여 떨어진다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편리함에 막 쓰던 플라스틱, 비와 바람에 섞여 떨어진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과학기술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지구는 열역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폐쇄계(closed system)이기 때문에 에너지 보존법칙을 따르기 마련이다. 경제학적으로 따지면 한쪽이 풍부해지면 다른 쪽은 부족해지는 ‘제로섬 게임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는 지구의 자원이 무한정한 것처럼 사용해 왔고 사용 뒤 처리방법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미세플라스틱 같은 환경문제도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공업용 연마제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치석 제거를 위한 치약, 각질제거를 위한 세안제 같은 생활용품에도 사용되고 있다. 크기가 5㎜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아 하수구를 통해 강과 바다에 흘러 들어간다. 여기저기 버려진 폐플라스틱들도 바다로 흘러 들어가 햇빛이나 바닷물에 의한 마모로 서서히 부서진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은 토양이나 표층수, 바다로 흘러 들어가 먹이피라미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생물들이 먹고 먹이사슬을 따라 최종 소비자인 사람에게 전달돼 축적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덴마크, 영국, 미국 과학자들은 이름도 무시무시한 킬러 고래(범고래)를 멸종 위기로 몰고 가는 ‘킬러’가 다름 아닌 사람이 만들어 낸 플라스틱 조각들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2018년 발표했다. 지난해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호주 뉴캐슬대 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매주 1인당 평균 신용카드 1장 분량인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자신도 모르게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1000t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바람이나 비에 섞여 떨어진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주립대 수자원학과, 솔트레이크 지역대 지구과학과, 과학장비업체인 서모피셔사이언티픽사(社) 물질·구조분석부 공동연구팀은 미국 서부지역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에 약 1억 2000만~3억개의 플라스틱 물병에 해당하는 1000t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비와 바람에 실려 이동하고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1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그랜드캐니언, 로키산맥 등 11개 미국 내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을 비롯해 평원, 황야 지역에서 14개월 동안 바람, 비에 실려온 먼지 등 미립자의 성분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비가 내릴 때 실려오는 미세플라스틱과 건조한 상태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미세플라스틱을 각각 분석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비나 바람에 실려오는 미립자들은 32종이 있으며 이 중 4%가 합성중합체, 즉 플라스틱 성분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30% 가까이가 아크릴 성분을 갖고 있으며 의류나 산업용 페인트에서 비롯된 것이며 나머지는 페트병을 포함해 다양한 생활 플라스틱들이 세월이 지나 마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도시와 인구가 많은 지역과 가까운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비와 함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것들이 땅이나 지표수에 흡수돼 원거리까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미세플라스틱은 가볍고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권으로 쉽게 들어가 기류를 따라 확산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제니스 브라니 유타대 교수는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이제 육해공 다양한 경로로 손쉽게 전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미세플라스틱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생태계 탄력성을 회복해 6번째 지구멸종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제 고통스러운 시간이 우리 앞에 남아 있을 뿐이다.
  • [박기석의 외교 통일 수첩] 미중 양자택일할 수 없는 한국…대외 정책 모순 관리 나서야

    [박기석의 외교 통일 수첩] 미중 양자택일할 수 없는 한국…대외 정책 모순 관리 나서야

    중국은 지난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미국이 반대하던 ‘홍콩 국가안전 수호에 관한 법률’(홍콩 보안법)을 통과시켰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보복 조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의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 보안법 통과를 비판했고 독일과 프랑스, 일본은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북한 외무성은 30일 중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국과 동북아시아의 국가들이 홍콩 보안법을 계기로 미중 양극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홍콩 보안법발 세계 양극화 현상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중 양국이 이미 홍콩 보안법뿐만 아니라 무역·통상, 기술표준, 코로나19 책임 소재 등에서 전선을 형성하고 있고, 세계 각국을 자신의 편으로 줄 세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이 29일 한미가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노후화된 미사일을 교체한 데 대해 반발하면서 사드 갈등도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의 전선이 사드로 인해 한반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제로섬의 패권 경쟁으로 심화될 것인지, 세계가 양국 중심 체제로 재편될 것인지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한국이 섣불리 양자택일을 하기도 어렵고, 해서도 안 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미중 모두에 경제적으로 밀착돼 있는 한국은 미국과는 안보 동맹을 유지해야 하고, 중국과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치·외교적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양자택일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익과 원칙을 규정하고 중견국으로서 전략적 지위를 제고하며 유사한 딜레마에 직면한 타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2월 ‘INSS 전략보고’에서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외교적 원칙과 기준의 부재는 한국으로 하여금 임기응변식 대응의 유혹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이는 강대국 사이의 제로섬 게임에 깊숙이 연루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비핵화, 자유무역과 시장경제, 개방된 세계화, 다자협력 등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보장해 준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중 간 선택의 딜레마를 피하려 할 때 친미와 친중이라는 상호 모순되는 대외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친미·친중 정책 간 모순은 증대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안별로 친미·친중 정책 중 하나를 선택해 모순을 제거하려 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평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2008년 발표한 ‘정책이론에서 합리성의 한계와 모순의 관리’ 논문에서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선택의 딜레마를, ‘모순 관리’ 개념으로 극복할 것을 제안한다. 김 교수는 “합리적 선택이 불가능하면서도 합리적 선택을 지향해야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도는 모순적 상황을 관리해 건설적 귀결을 유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모순 관리의 필요성은 사전에 특정 정책이 최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모순 관계에 놓인 정책들은 다양한 이익과 관심이 걸려 있어 하나의 기준으로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안보에서 친미·친중 간 모순을 감안하지 않고 친미 정책이 최적이라고 판단해 추진했을 때의 재앙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었다. 김 교수는 모순 관리를 위해서는 정책 수립·집행 과정을 분산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강력한 리더와 소수 집단이 수많은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없기에 독립되고 상호 연결된 이해 집단들이 정책을 분산적으로 수립·집행하고, 중앙의 관리자는 각 정책의 오류를 시정하는 데 머무르며 정책을 사후적으로 최적화해야 한다. 대외 정책의 모순 관리를 위해서도 리더는 강력한 추진가보다는 섬세한 조정자가 돼야 한다. kisukpark@seoul.co.kr
  • [서울광장] 일자리로 감춰 둔 실력 보여 줘라/김성수 부국장·산업부장

    [서울광장] 일자리로 감춰 둔 실력 보여 줘라/김성수 부국장·산업부장

    21대 국회는 진보 대 보수 진영이 190대110으로 갈렸다. 여권의 사상 유례없는 압승이다. 여당이 이길 거로는 예상됐다. 관심은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이길까였다. 선거 전 터져나온 ‘진보 진영 180석’ 발언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정작 현실은 이보다도 10석이나 더 많게 나왔다. 여당이 과반은 할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겨도 너무 많이 이겼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궤멸 수준의 참패를 했다. 한순간에 전국 정당에서 사실상 영남 지역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꼽자면 수십 가지도 댈수 있다. 확실한 건 이번엔 중도층이 외면했다. “민주당이 싫지만 그렇다고 통합당을 찍을 수는 없다”는 반응으로 요약된다. 박근혜 정부의 잔여 세력이 반성 없이 여전히 주도권을 잡는 데 대한 반발일 수도 있고 ‘막천’(막장공천)의 후유증이거나 아니면 일부 후보자의 세월호 막말도 패배의 원인이다. 돈 앞에 장사 없다고 국민 모두에게 나눠 준다는 긴급재난지원금에 혹해 여당을 택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민심은 제1야당에 확실하게 등을 돌렸다. 사실상 양당 체제로 치러진 선거는 ‘제로섬’의 결과가 나온다. 이번엔 야당에 대한 불신에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난을 극복하려면 정권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얹히면서 민주당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야당 복(福)이 워낙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숨겨 둔 진정한 실력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여당은 이제 개헌만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됐다. 막강한 권력만큼 책임도 더 커졌다. 더구나 이제는 더이상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핑곗거리도 통하지 않게 됐다. 국정운영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된 여권은 이제 오롯이 실력으로만 평가받게 됐다. ‘슈퍼민주당’이 당장 넘어야 할 파도는 눈앞에 닥친 실업대란이다. 심각했던 일자리 문제는 작년 말부터 다소 호전기미를 보였다. 취업자 수는 작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석 달간은 매달 50만명 안팎이 증가했다. 평상시 30만명 안팎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면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고용불안은 다시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 미국만 해도 지난 4주 동안 22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등 최악의 실업대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발 고용쇼크가 쓰나미처럼 밀어닥치고 있다. 3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9만 5000명이나 급감했다. 11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그냥 쉰다는 사람도 237만명이나 된다. 역대 최대치다. 더 큰 문제는 실업대란이 이제 시작이라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항공, 호텔, 여행업, 숙박·음식점업 등 주로 내수나 서비스업 쪽에서 고용한파가 몰아쳤다면 2분기부터는 수출, 제조업으로 실업이 옮겨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고용대란의 조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급여반납, 전 직원 유·무급 휴직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다. 2분기 이후 상황이 더 나빠지면 ‘임금삭감’을 넘어 결국엔 생존을 위해 ‘인력감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 여권은 선거 압승을 자축하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 기간산업은 이미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실업대란을 막으려면 기업부터 살려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생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기업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여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기업의 대량해고를 막을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인 만큼 경제정책의 탄력적인 전환도 요구된다. 여당이 압승했지만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명백한 실패로 확인됐다. 야당이 더 못했고 더 미덥지 못해서 여권의 ‘경제실정(失政)’에 대한 심판이 보류됐을 뿐이다. 여권이 이제 힘을 얻었다고 기업의 경쟁력을 옥죄는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고 평가할 만큼 엄혹한 시기다. 위기부터 넘겨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을 독려하고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기업도 그래야 투자를 하고 일자리도 생긴다. 경제주체인 개인에게 일자리는 시작이고 끝이다. 가장이 일자리를 잃으면 가정은 무너지고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긴다. 외환위기 때 이미 질릴 만큼 체감했다. 시련의 시간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선거신공’을 보여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숨겨 둔 실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sskim@seoul.co.kr
  • [열린세상] ‘시장실패’는 시장으로 풀 수 없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시장실패’는 시장으로 풀 수 없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했다. “핵폭탄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없지만 바이러스는 멸망시킬 수 있다”는 빌 게이츠의 진단을 새삼 떠올리는 선포이다. WHO는 면피하려는 듯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의 확산 범위나 희생자 수는 감히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한국에서 조심스럽게 코로나19 탈출구가 기대되는 사이에 전 세계에서는 팬데믹이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와 약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원인 진단과 대응방식에서 의학적 관점보다 정략적 관점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중국과의 국경 개방을 확산의 원인으로 들고 있는 반면 여당은 신천지의 독특한 종교활동 행태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급기야 여당에 반발해 일요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일부 교회의 주장과 대구시가 신천지 추적에 늑장 대응한다는 여당의 비난이 교차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진영논리는 정치권을 넘어 시민사회까지 전파되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극심해지고 있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대로 반복돼 국민생명의 보호라는 지고의 가치가 정권투쟁이라는 하위 목표에 훼손당하고 있다. 한국의 효율적인 코로나19 방역체계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칭찬 섞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철저한 정보 공개와 자유로운 통행을 유지하면서 신속한 진단과 처치에 성공하는 모습은 ‘효율적인 민주적 대응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세계 모범’이 될 수 있을지는 짚어볼 일이다. 팬데믹 선언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빙 스루’나 진단키트 등 기술혁신은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도 방역체제 자체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없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한국과 선진국의 시각 차이는 한국의 방역시스템이 세계 모범이 될 수 없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이탈리아가 베네치아 도시 봉쇄는 단행할지언정 유증상자 개인의 동선 확인 및 공개는 방역전략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시장실패’에 시장으로 대응하려는 정부의 모순된 전략이 반복되고 있다. 의료부문은 대표적인 시장실패 영역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신속한 진단은 물론 확진환자의 입원과 집중적인 치료, 높은 완치율을 달성할 수 있게 해준 의료진의 헌신적인 진료행위도 공공의료 덕분에 가능하다. 게다가 청도 대남병원 사례에서 드러난 요양체계의 허점은 서울 콜센터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을 가져온 노동환경과 함께 전염병에서도 경제적 불평등이 소리 없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공공의료를 강화할 필요성을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마스크 수급불균형은 일시적이나마 시장실패가 나타나는 사례이다. 적지 않은 국민이 수백m씩 줄을 서서 마스크를 샀던 기억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구조적인 수급불균형 상태에서는 공정한 배정이 중요해진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정부에 의한 ‘배급’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야당이 쳐 놓은 ‘북한식 배급’이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인지 시장공급이라는 모양새를 고수하고 있다. 우체국은 물론 주민센터, 구청 등 공공기관이 주민을 찾아가는 방문배급을 우선하면서 방문쪽지를 남겨 이를 지참한 주민에게 마스크를 배급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비상상황에는 비상대책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 비상대책도 사람 중심의 대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재정정책에서 ‘민생’을 제대로 중심에 두는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우선시하면서 실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소홀히 하는 관행은 차제에 분명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사람’을 보지 않고 ‘시장’만 보면 청년과 노인,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가 보이지 않아 결국 차별하게 된다. 개별 국민에게서 1이라는 숫자밖에 보지 못하면 디지털 격차, 정보 격차, 기동력 격차, 체력 격차 등이 초래하는 심각한 불평등이 초래된다. 전염병 퇴치는 ‘시장실패’로 심화되는 불평등 해소를 당연히 수반해야 하는 것이다.
  • [글로벌 In&Out] 코로나19와 한일 관계/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코로나19와 한일 관계/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2020년 벽두 동북아를 석권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핵·미사일도 한일 관계도 아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다. 동아시아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이런 감염병 현상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전례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인적 이동은 한일·일중·한중 간 1000만명씩 되는 만큼 충격은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이 사태에 직면하고는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3대 외교 목표였다. 한중일이 경제적 상호 의존에도 불구하고 역사·안보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는 ‘아시아 패러독스’에 빠지는 상황에서 환경이나 위생 등 비전통적 안전보장 분야에서 협력을 축적함으로써 동북아에서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취지였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외교의 성과는 대통령 탄핵으로 지금은 거의 잊힌 상태가 됐다. 요란하게 제시되고 여러 차례 국제회의가 열렸는데도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비교하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실천적 의의도 명확하고 추진해야 할 구상임이 분명하다. 한중일은 다시 한번 이 구상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는 의료위생 분야에서 긴밀한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지금도 한중일의 기능적 협력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각국 지도자의 강한 정치적 지도 아래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한중일 관계는 확진자 대량 발생이란 긴급 사태 때문에 비난을 자제하고 있지만 암묵적으로는 한일이 중국에 책임이 있다고 떠미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 사태를 3국 공통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전면적 협력으로 대응한다기보다 자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는 각 정부의 국민 지지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국가 간 현안이 있는 한중일 정부로서는 협력의 당위성은 알지만, 정치적 관계 탓에 실제로 협력하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중일 국민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자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일 정부나 사회는 코로나19 사태에 얼마나 이성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지 경쟁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런 경쟁을 넘어서 싫든 좋든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상호 협력을 통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서로 책임을 미루며 비난전을 벌여서는 안 된다. 경쟁과 협력이 한중일에 요구되는 조건이다. 그러면 경쟁과 협력을 어떻게 동북아에서 실현해 갈 수 있을까. 경쟁이 대립으로 심화하는 경향이어서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제로섬이 아닌 윈윈 관계를 경쟁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성가신 것은 한일처럼 설령 자국 이익이 커지더라도 상대방 이익이 더욱 커져 격차가 벌어지는 일이 발생할 때다. 경우에 따라서는 윈윈과 거꾸로 갈 수 있다. 한일 협력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다만 이번처럼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서로의 차이에 신경을 빼앗겨 협조하지 못해 서로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경쟁하면서도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차이에 집착할 게 아니라 협력을 통한 대재앙의 회피라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한일 관계의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19 사태에만 한정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직면해 어떤 평화적 수단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목적과 수단의 양립을 어떻게 도모할지에 관해 한일은 상호 경쟁하면서도 협력을 통해 대재앙을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코로나19 문제를 둘러싼 한일 관계는 다시 한번 양국이 놓인 현주소를 돌아보는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 ‘르·쌍·지’ 서바이벌 제로섬 게임 시작됐다

    ‘르·쌍·지’ 서바이벌 제로섬 게임 시작됐다

    르노삼성·쌍용·한국지엠, 내수시장 생존 ‘발버둥’현대·기아차, 지난해 국산차 82.3% 압도적 점유올해 SUV 신차로 흥행몰이… 점유율 유지될 듯르노삼성차 임금협상·쌍용차 경영난 겹쳐 암울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로 경영 정상화 도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자동차 군소 3사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정해진 자동차 시장 규모 내에서 3사 모두가 재기에 성공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국산차 시장 80%를 점유하는 가운데 나머지 20%를 놓고 치열한 ‘제로섬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완성차 업체의 지난해 내수 시장 판매 점유율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48.4%(74만 1842대), 기아차 33.9%(52만 205대), 쌍용차 7.0%(10만 7789대), 르노삼성 5.7%(8만 6859대), 한국지엠 쉐보레 5.0%(7만 6367대)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82.3%에 달했다. 올해 현대차는 아반떼·투싼 완전변경 모델과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을, 기아차는 쏘렌토·카니발·스포티지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신차 대부분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만큼 현대·기아차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즉 연간 150여만대 규모의 내수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몫 120만대를 제외한 나머지 30만대가 군소 3사가 나눠 가질 ‘파이’인 셈이다.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쿠페형 SUV ‘XM3’의 흥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QM6가 기록한 4만 7640대를 훌쩍 웃돌아야 흥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노사의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XM3의 생산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쌍용차는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와 티볼리 덕분에 10만대를 돌파했지만 올해는 출시 예정인 신차가 없어 암울한 상황이다. 대주주 마힌드라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4000억원 ‘심폐소생술’로 코란도 기반의 전기차를 개발한다 해도 흥행을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한국지엠 쉐보레는 최근 공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사전계약이 순항하면서 3사 중에선 그나마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다.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내놓은 야심작이다. 경쟁 차종인 기아차 셀토스를 뛰어넘는 것이 흥행의 선결 요건으로 꼽힌다. 월평균 5000대씩 팔리며 연 6만대를 돌파하면 ‘대박’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르노삼성·쌍용·한국지엠, 내수시장 20%에 생존 ‘발버둥’

    르노삼성·쌍용·한국지엠, 내수시장 20%에 생존 ‘발버둥’

    올해 SUV·신차로 흥행몰이 지속 전략 르노 임금협상·쌍용 경영난 겹쳐 암울 지엠 ‘트레일블레이저’로 정상화 도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자동차 군소 3사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정해진 자동차 시장 규모 내에서 3사 모두가 재기에 성공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국산차 시장 80%를 점유하는 가운데 나머지 20%를 놓고 치열한 ‘제로섬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완성차 업체의 지난해 내수 시장 판매 점유율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48.4%(74만 1842대), 기아차 33.9%(52만 205대), 쌍용차 7.0%(10만 7789대), 르노삼성 5.7%(8만 6859대), 한국지엠 쉐보레 5.0%(7만 6367대)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82.3%에 달했다. 올해 현대차는 아반떼·투싼 완전변경 모델과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을, 기아차는 쏘렌토·카니발·스포티지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신차 대부분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만큼 현대·기아차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즉 연간 150여만대 규모의 내수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몫 120만대를 제외한 나머지 30만대가 군소 3사가 나눠 가질 ‘파이’인 셈이다.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쿠페형 SUV ‘XM3’의 흥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QM6가 기록한 4만 7640대를 훌쩍 웃돌아야 흥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노사의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XM3의 생산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쌍용차는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와 티볼리 덕분에 10만대를 돌파했지만 올해는 출시 예정인 신차가 없어 암울한 상황이다. 대주주 마힌드라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4000억원 ‘심폐소생술’로 코란도 기반의 전기차를 개발한다 해도 흥행을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지엠 쉐보레는 최근 공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사전계약이 순항하면서 3사 중에선 그나마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다.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내놓은 야심작이다. 경쟁 차종인 기아차 셀토스를 뛰어넘는 것이 흥행의 선결 요건으로 꼽힌다. 월평균 5000대씩 팔리며 연 6만대를 돌파하면 ‘대박’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밑에서부터 세워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하는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73)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양극화의 해법으로 ‘공정한 교육’을 꼽았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정치·경제 구조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한 라이시 교수의 비판은 그간 극심한 양극화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2020년 첫 인터뷰를 그와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는 일문일답.-세계적으로 경제 양극화가 극심하다. “경제 양극화는 사회의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정치·경제 정책마저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소외된 90%는 좌절했고,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0%의 분노를 소수자, 이민자, 이슬람교도들에게 분출하도록 했다.” -미국의 사회분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간 소득 증가분을 상위 10%와 하위 90%가 얼마씩 가져갔는지 따져 보면 1940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는 하위 90% 가구가 상위 10%보다 훨씬 많이 가져갔다. 즉 기업 이윤의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980년 중반부터 상위 10%가 훨씬 더 많이 가져가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소득 증가분의 거의 전부를 상위 10%가 독차지했다. 기업의 이윤이 근로자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커져야 근로자 임금도 오르는 측면이 있을 텐데. “197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2년까지 미국 기업의 순수생산성은 14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실질 시급은 단 17% 올랐다. 노동조합은 와해됐고, 정부는 부자 감세나 기업 감세를 추진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금 외에 엄청난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정리하자면 근로자의 힘은 약화했고, 상위 1%의 정치·경제적 힘은 막강해졌다. 이런 구도는 지금도 ‘부의 편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소위 귀족노조, 떼법 등 노동조합의 역효과도 있다.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동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없다면 부의 집중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기업 10곳 중 3곳에 노조가 결성됐었다. 이때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이윤이 돌아갔다. 이런 분위기는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노조가 약화하자 기업의 이윤은 근로자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너무 큰 폭으로 올리면서 사회적 논란을 겪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매년 5~8%의 단계적 임금 인상이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 많은 돈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를 늘리면 일자리도 더 창출되고 전반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반대로 한꺼번에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고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점진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맞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부자 감세와 법인세 인하가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1500만 달러(약 174억원)의 감세 혜택을 본 제너럴모터스(GM)는 오히려 미시간·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를 감원했다. GM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91개 미국 기업이 2018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미지수다.”-그간 부자 증세라는 다소 공격적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부자 증세의 효과는 미국 역사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증명한다. 1950년부터 30년간 최상위 소득 계층은 고율의 세금을 냈다. 당시 미국의 중산층은 두터워졌고, 그 시기가 현재의 강한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자 감세가 시작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부터 내실 있는 경제성장은 요원해졌고 경제 양극화가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자 증세를 시행했을 때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대기업에 모든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뒤처지게 하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기업이 너무 커지거나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혁신이 느려지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대기업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민주화도 퇴행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화두인 듯한데 어떤 정책 수단이 있겠나. “어떤 정책도 단기간에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그리고 이들의 건강과 직업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특히 가장 중요한 투자가 ‘교육’ 부문이다. 유아기 및 청소년기 공교육을 강화해야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다. 물론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적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한다. ‘낙수효과’보다 경제를 밑에서부터 세우는 ‘분수효과’가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자국우선주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에 대해 한편이 이기면 다른 편이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미국이 잘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잘못됐다. 세계경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제품을 교환하고 직접 투자를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나 미국 우선주의 등은 다른 나라의 번영과 복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미국 자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관세폭탄 같은 수단이 특히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폭탄은 무역고립주의를 가져오게 된다. 이미 미국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의원이 주도한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불황을 맛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또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미 역사가 알려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새해 덕담을 한다. 한마디 해 달라. “한국은 매우 아름답고 축복받은 나라다. 2020년에는 더 나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로 전 세계에 모범이 되길 바란다. 특히 북한과 좋은 관계를 이어 갔으면 한다. 원래 남북은 하나였으니까.”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버트 라이시 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보 정치·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타임지는 그를 20세기 최고 각료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자본주의를 구하라’, ‘1대99를 넘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이 있다.
  •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돼야 양극화 해소”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살려야 합니다. 결국 밑에서부터 세워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하는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회적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73)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양극화의 해법으로 ‘공정한 교육’을 꼽았다.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정치·경제 구조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상황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한 라이시 교수의 비판은 그간 극심한 양극화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2020년 첫 인터뷰를 그와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는 일문일답.-세계적으로 경제 양극화가 극심하다. “경제 양극화는 사회의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정치·경제 정책마저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소외된 90%는 좌절했고, 정치권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0%의 분노를 소수자, 이민자, 이슬람교도들에게 분출하도록 했다.” -미국의 사회분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간 소득 증가분을 상위 10%와 하위 90%가 얼마씩 가져갔는지 따져 보면 1940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는 하위 90% 가구가 상위 10%보다 훨씬 많이 가져갔다. 즉 기업 이윤의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1980년 중반부터 상위 10%가 훨씬 더 많이 가져가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소득 증가분의 거의 전부를 상위 10%가 독차지했다. 기업의 이윤이 근로자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커져야 근로자 임금도 오르는 측면이 있을 텐데. “197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2년까지 미국 기업의 순수생산성은 14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실질 시급은 단 17% 올랐다. 노동조합은 와해됐고, 정부는 부자 감세나 기업 감세를 추진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금 외에 엄청난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정리하자면 근로자의 힘은 약화했고, 상위 1%의 정치·경제적 힘은 막강해졌다. 이런 구도는 지금도 ‘부의 편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소위 귀족노조, 떼법 등 노동조합의 역효과도 있다.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동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없다면 부의 집중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 기업 10곳 중 3곳에 노조가 결성됐었다. 이때 근로자에게 더 많은 이윤이 돌아갔다. 이런 분위기는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도 비슷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노조가 약화하자 기업의 이윤은 근로자가 아닌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너무 큰 폭으로 올리면서 사회적 논란을 겪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매년 5~8%의 단계적 임금 인상이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점이 이미 증명됐다. 많은 돈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를 늘리면 일자리도 더 창출되고 전반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반대로 한꺼번에 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고용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점진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맞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부자 감세와 법인세 인하가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1500만 달러(약 174억원)의 감세 혜택을 본 제너럴모터스(GM)는 오히려 미시간·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를 감원했다. GM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91개 미국 기업이 2018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미지수다.”-그간 부자 증세라는 다소 공격적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부자 증세의 효과는 미국 역사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증명한다. 1950년부터 30년간 최상위 소득 계층은 고율의 세금을 냈다. 당시 미국의 중산층은 두터워졌고, 그 시기가 현재의 강한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자 감세가 시작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부터 내실 있는 경제성장은 요원해졌고 경제 양극화가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자 증세를 시행했을 때도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대기업에 모든 경제가 집중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뒤처지게 하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 본다면 기업이 너무 커지거나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혁신이 느려지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대기업이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민주화도 퇴행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화두인 듯한데 어떤 정책 수단이 있겠나. “어떤 정책도 단기간에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그리고 이들의 건강과 직업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특히 가장 중요한 투자가 ‘교육’ 부문이다. 유아기 및 청소년기 공교육을 강화해야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다. 물론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적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한다. ‘낙수효과’보다 경제를 밑에서부터 세우는 ‘분수효과’가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자국우선주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에 대해 한편이 이기면 다른 편이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미국이 잘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잘못됐다. 세계경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제품을 교환하고 직접 투자를 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나 미국 우선주의 등은 다른 나라의 번영과 복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미국 자신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관세폭탄 같은 수단이 특히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무역전쟁의 결과로 중국의 경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폭탄은 무역고립주의를 가져오게 된다. 이미 미국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의원이 주도한 관세전쟁으로 심각한 불황을 맛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또한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미 역사가 알려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새해 덕담을 한다. 한마디 해 달라. “한국은 매우 아름답고 축복받은 나라다. 2020년에는 더 나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로 전 세계에 모범이 되길 바란다. 특히 북한과 좋은 관계를 이어 갔으면 한다. 원래 남북은 하나였으니까.”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버트 라이시 미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보 정치·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타임지는 그를 20세기 최고 각료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서로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자본주의를 구하라’, ‘1대99를 넘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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