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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국제여객부두 신설 공방

    인천국제여객부두 신설 공방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가 이용하는 인천국제여객부두 신설을 놓고 인천항만공사와 지역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내항 갑문 통과에만 1시간30분 걸려 공사측은 현 국제여객터미널이 비좁아 인천 남항에 국제여객부두 신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제여객터미널을 리모델링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8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인천∼중국간을 운항하는 10개 항로의 카페리가 이용하는 인천 중구 항동 국제여객터미널은 연 60만명 수용 규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용객은 2004년 58만명,2005년 79만명,2006년 89만명으로 연평균 22%씩 급증해 이용객을 수용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아울러 제1터미널은 연안항(6개 항로)과 제2터미널은 내항(4개 항로)으로 나뉘어 있고, 내항은 갑문을 통과하는 데 1시간30분씩 걸려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남항에 9선석 건립 추진 이에 따라 항만공사는 남항에 5228억원을 들여 9선석 규모의 국제여객부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새 부두를 만들어 기존 2곳의 국제여객터미널을 이전하면 통합관리와 상시이용 등이 가능하고 대중국 항로 다각화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인접한 남항은 인천대교를 통해 인천국제공항과 이어져 항만과 공항이 연계된 복합 물류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용역 결과는 ‘경제성 미흡´ 해양수산부도 남항 건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2001년 전국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한 뒤 2005년 현대건설 등 23개사로 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획예산처가 실시한 예비타당성 용역 결과 남항의 비용편익지수(BC)가 경제성 판단기준인 1에 못 미치는 0.69로 나와 주춤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역 정치권이 이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남항 국제여객부두 건설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역 상권 위축 우려도 반대 이유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인천 중구 국회의원인 한광원(열린우리당) 의원은 “예비타당성 용역 결과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분석됐는데도 남항에 국제여객부두를 건립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국제여객부두를 새로 건립할 것이 아니라 기존 국제여객터미널을 리모델링해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는 국제여객터미널이 남항으로 이전하면 중구 지역 상권이 위축된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항만공사는 향후 50년을 내다본 항만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남항이 개발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사측은 기획예산처 예비타당성 용역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보완한 뒤 국제여객부두 건립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이 동북아 중심도시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두별 기능을 특화시키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면서 “지엽적 논리보다는 대승적 차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수출환경 낙관 어렵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우리나라의 수출환경은 낙관하기 힘들다.”는 진단을 내렸다. 또 미분양주택이 급증하는 등 건설투자 확장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이날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상황이 다시 부진한 가운데 2월 말 발생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에 파급되는 모습”이라면서 “3월 들어서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국내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특히 “미국 경제의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2.2%로 급락하고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는 조짐을 보였다.”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연착륙 기대가 약해지고 엔·달러 환율이 급변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세계 경제의 경상수지 및 환율의 불균형과 일본의 저금리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넘쳐나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KDI는 또 설 연휴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2월까지 수출은 평균 16% 증가했지만 우리나라 수출과 상관관계가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수출 환경을 낙관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백문일 기자 mip@seoul.co.kr
  • [국제플러스] 日 자민당, 고노담화 수정요구 보류

    |도쿄 이춘규특파원|자민당내 극우성향 의원들이 주축이 된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이 위안부 문제에 옛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한 1993년의 고노담화 수정을 아베 신조 총리에게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7일 이 모임이 총리실측으로부터 고노담화 수정 요구를 자제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 의원모임을 만드는 데 참여, 사무국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 의원모임은 대신 위안부 문제의 재조사 등을 요구하는 제언을 가까운 시일내에 총리에게 제출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처럼 의원모임이 입장전환을 한 것은 총리실측이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는 등 외교적으로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최근에는 중국·타이완·필리핀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한국과 미국·중국 3국이 위안부 문제를 계기로 ‘반일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의원모임측의 수정 요구가 ‘고노담화’ 계승이라는 정부의 공식 방침과도 배치되는 데다 국회에서도 “총리와 여당의 인식이 어긋난다.”는 야당측의 비판이 우려된다면서 총리실이 의원모임을 설득했다.
  • “나 끌고 가놓고 강제동원 증거 없다니”

    “나 끌고 가놓고 강제동원 증거 없다니”

    “일본 놈들이 내 양쪽 팔을 붙잡고 끌고 가놓고,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니 정말이지 너무 억울해….” 꽃샘 추위가 매섭게 살을 파고드는 7일 낮 12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개최한 ‘제751차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가한 피해 할머니들은 지난 1일과 5일 연이어 불거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망언에 대해 “망언을 즉각 철회하고 역사 앞에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장소인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는 아베 총리를 비난하는 구호로 가득했다. 망언 이후 첫 수요집회를 연 할머니들은 ‘강제동원 증거 없다.’,‘미 하원 결의안 나와도 사과하지 않겠다.’ 등의 아베 총리의 발언과 관련,“아베의 뻔뻔스러운 망언은 역사 왜곡일 뿐 아니라, 할머니들에게 지울 수 없는 이중의 아픔과 상처를 주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어 “강제로 끌고 가지 않았다면 할머니들이 제 발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갔단 말인가.”라면서 “일본군 성노예로 살았던 분들의 처참한 삶과 죽음을 부인한다면 결코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15일 미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 일본군의 만행을 폭로하고 돌아온 이용수(80) 할머니는 “미국 국회까지 가서 힘들게 증언한 게 헛수고가 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16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집회 장소를 지켰던 사람으로서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꼭 받아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일본군대에서 도망치다 팔뚝과 발목이 칼에 찔렸다는 이옥선(81) 할머니도 “결혼도 안 한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일본이 한 짓은 감추고 싶어도 감춰질 수 없다.”면서 “아베가 아닌 우리의 말이 진실이고 역사”라고 힘줘 말했다. 정대협은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일본 정부의 망언이 나올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해선 안 된다.”면서 “한국 정부는 직무유기를 그만두고 자국민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대협은 이날 호주 및 일본 시민단체와 함께 한국, 호주, 일본 등 3개국에서 정신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동시에 열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주최로 도쿄 국회 앞에서, 호주는 ‘일본군위안부와 함께하는 호주친구들’ 주최로 시드니 주호주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각각 개최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정치에 경제 또 ‘발목’

    정치에 경제 또 ‘발목’

    경제가 또 정치에 발목을 잡혔다.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던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와 해외펀드 비과세 등 시급한 경제관련 법안들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주택법 개정안 처리도 무산돼 서민층이나 정부의 지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소득계층을 위한 참여정부의 주택공급 로드맵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반목으로 법안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총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시늉만 내는 선에서 그치게 됐다. 이달 중 시행할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도 5월 이후로 늦춰졌다. 자본시장통합법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해 3월 임시국회에서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져 기업들의 투자계획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주택시장 불안·기업 투자 혼선 우려 출총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공정위는 ‘편법’을 강구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6일 “현재 시행령에 위임된 출총제 대상 자산총액 기준만 6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새로 담은 자산 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에만 출총제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공정위는 해마다 4월15일까지 출총제 적용대상 기업을 지정한다.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출총제 대상은 14개 그룹 343개에서 6개 그룹 22개 기업으로 크게 줄어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정안 처리가 지연돼 현행법에 따라 자산총액만 높일 경우 출총제 대상은 9개 그룹 225개 기업으로 돼 출총제 완화 효과는 크게 반감된다. 재계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개혁의지가 후퇴하면서 당론이 분열된 게 주요한 요인”이라면서 “올해 자금계획수립과 M&A 일정 등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 역외펀드와의 형평성 논란을 부른 해외펀드 비과세 방침도 연기됐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 이달 중 해외펀드에 비과세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재정경제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을 논의만 했을 뿐 정치 일정 때문에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못했다. 더욱이 일부 재경위원들은 국내 증시를 위축시키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의문시된다며 반대입장을 개진했다. 재경위 전문위원도 “역외펀드와의 형평성 논란 등을 감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4월 임시국회에서의 법안 통과도 불투명하다. ●공정위 “출총제 편법 완화 할것” 주택법 개정안 입법화가 무산되면서 주택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동안 규제 강화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로 비춰져 올초부터 모처럼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골드만 삭스와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을 키우겠다는 자본시장통합법 역시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재경위에 상정시킨 뒤 공청회 등을 거쳐 4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법안심사소위에서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것과 관련, 시장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아 법안은 다음 회기로 넘어갔다. 하지만 월급이체 등 지급결제 기능을 둘러싼 은행권과 증권사간 밥그릇 다툼이 거센데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한쪽 편을 드는 데 부담스러워해 개정안 취지가 변질될 수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법 통과가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객과 국내 금융산업에 돌아갈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으로 여당이 사라지면서 옛 여권의 개혁의지도 퇴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日에 야스쿠니 합사취하 요청” 정부, 韓人생존자 12명 확인

    멀쩡하게 생존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야스쿠니 신사 명부에 합사(合祀)된 한국인이 최소한 1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포함해 명부에 합사된 것으로 파악된 한국인은 6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일제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지원단 관계자는 6일 이같은 사실을 밝힌 뒤 “생존자와 유족들로부터 합사취하요청서를 취합해 일본측에 이들의 이름을 명부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2012년 신설 고교 ‘동아시아사’ 교육과정 시안 주변국 역사왜곡 객관 판단토록

    역사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12년부터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개설하기로 한 ‘동아시아사’의 윤곽이 나왔다. 학생들이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하고,21세기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향해야 할 공존의 역사를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6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공개한 동아시아사 교육과정 시안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역사를 하나의 지역 역사로 재해석한다는 점이 특징이다.이를 위해 동아시아의 지역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되,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시간 순서에 따른 서술에서 벗어나 주제 중심으로 3국간 관계를 기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아 3국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베트남과 몽골 역사도 상당 부분 포함될 예정이다. 단원 구성은 크게 6개로 구분했다.‘동아시아 역사의 시작’을 비롯해 ‘인구이동과 문화의 교류’,‘생산력의 발전과 지배층의 교체’,‘국제질서의 변화와 독자적 전통의 형성’,‘국민국가의 모색’,‘오늘날의 동아시아’ 등이다. 이 가운데 ‘오늘날의 동아시아’에는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핵심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 단원의 소단원은 전후 처리 문제와 동아시아에서의 분단과 전쟁, 각국의 경제성장, 정치발전, 갈등과 화해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롯해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 위안부 강제동원, 침략역사 왜곡 등 한·중·일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현안의 세부 내용이 실릴 전망이다. 현행 역사 교과서에는 독도 문제만 부분적으로 표현돼 있을 뿐이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中외교 “日, 군 위안부 인정해야”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6일 일제 군대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 사실이며,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리 부장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강제동원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2차 세계대전 중 저지른 중대한 범죄들 중의 하나로 이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이같은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하며 정중하고 알맞게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면서 “역사는 진보의 역량이 되어야 하지 뒷다리를 잡아당기는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리 부장은 중국이 의장을 맡은 6자회담 내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와 관련,“늦어도 9일 이내(오는 15일)에 활동을 개시할 것”이라면서 회담 참가국들의 초기조치 이행을 촉구했다. 회의 운용 계획에 대해서는 “그 문제에 언급하는 것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답변을 피했다.jj@seoul.co.kr
  • 아베 日총리 또 망언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5일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결의안에 대해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의결이 되더라도 내가 사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는 일본군위안부 결의안과 관련한 질문에 “미 하원 청문회에서 이뤄진 증언 중 어떤 것도 확고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에도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동원하는데 개입한 증거가 없다고 발언해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아베 총리는 그러나 “기본적으로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아베 총리가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됨에도 이러한 발언을 강행한 것은 고노 담화가 위안부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고 있어 미 하원의 위안부 비난 결의안 가결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내달 동시 지방자치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의 결집을 통한 지지율 제고를 겨냥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아베 내각은 지난해 9월 출범직후 70% 전후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이후 6개월째 줄곧 하락세를 보여 최근에는 30%대 조사 결과도 적지 않게 나올 정도다.아베 총리는 일본군의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도 “당시에는 경제상황도 있었다. 본인이 나서서 그런 길로 가려고 생각한 분은 아마 없을 것이다. 중간에 개입한 업자가 사실상 강제한 케이스도 있었다.”고 ‘광의의 강제성’은 인정했다. 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의문이 간다.”고 비난하는 등 일본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고 “상식을 모르는 아베 총리는 이제라도 사죄와 반성을 통해 죄과를 씻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대협은 “저지른 죄가 크기에 (미국에서 다뤄지는 결의안 등에 대한) 그 불안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도무지 수습할 줄 모르는 일본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아베 총리가 가해 역사를 묻어두고 보자는 얄팍한 역사인식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은 그의 발언과 활동 경력을 통해 이미 알고 있지만 한 나라 총리가 된 이상 역사 공부를 더 깊이 있게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taein@seoul.co.kr
  • 일제 침략·위안부 동원 상세 기술

    일제 침략·위안부 동원 상세 기술

    ‘미래를 여는 역사’(2005년)→‘마주 보는 한일사’(2006년)→‘한일 교류의 역사’(2007년). 한·중·일과 한·일간 역사인식의 심각한 차이는 상대국 역사교과서에 대해 ‘왜곡’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게 만든다. 이런 현실은 또 정치적으로도 동아시아의 긴장 심화라는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중·일과 한·일 역사학자나 역사교사들의 ‘역사공감’ 노력은 10여년전부터 본격화됐다. 화해와 공존을 명분으로 내건 그 결과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한일공통 역사교재’를 표방하면서 지난 1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된 ‘한일 교류의 역사’도 이같은 종류의 책이다. ‘미래를 여는 역사’(2005년)→‘마주 보는 한일사’(2006년)→‘한일 교류의 역사’(2007년). 한·중·일과 한·일간 역사인식의 심각한 차이는 상대국 역사교과서에 대해 ‘왜곡’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게 만든다. 이런 현실은 또 정치적으로도 동아시아의 긴장 심화라는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중·일과 한·일 역사학자나 역사교사들의 ‘역사공감’ 노력은 10여년전부터 본격화됐다. 화해와 공존을 명분으로 내건 그 결과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한일공통 역사교재’를 표방하면서 지난 1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된 ‘한일 교류의 역사’도 이같은 종류의 책이다. ●공동교재 최초의 통사 ‘한일 교류의 역사’(혜안 펴냄)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모든 시대를 다루고 있다. 공통교재 최초의 통사(通史)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서울시립대 교수들이 중심이 된 역사교과서연구회, 일본은 도쿄 가쿠게이(學藝)대학 연구진 중심의 역사교육연구회가 10년에 걸친 토론과 합의를 통해 공동으로 집필했다. 이 책의 통사적 의미는 남다르다. 실제 2006년 출간된 ‘마주 보는 한일사’(사계절 펴냄)는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를 다뤘고,2005년 한·중·일 3국 연구자들이 집필한 최초의 한·중·일 공동역사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한겨레출판 펴냄)는 근현대사만을 대상으로 했다. ‘한일 교류의 역사’는 전 시대에 걸쳐 문화의 일방적 전파가 아닌 상호교류를 강조하고 있다. 신석기시대 한국의 대표적인 토기인 빗살무늬토기가 일본에서도 발견되고, 일본의 소바타식 토기가 한반도 남부에서 출토된다는 점 등을 자세히 밝혔다. 또 일본 특유의 묘제인 전방후원분(앞쪽은 사각형, 뒷부분은 둥근 무덤형태)이 한반도 남쪽에서 발견되는 등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 활발한 주민교류가 있었다는 점도 비중있게 서술했다. 근현대사에서 재일한국인과 재조선일본인의 역사도 크게 다루고 있다. 임진왜란은 일본의 조선침략이라는 성격을 명확히 했다. 일본내 ‘정한론’의 등장과정 등도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지만,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한 대목은 ‘한국병합’으로 다소 애매하게 처리했다.‘위안부 강제동원’ ‘패전직후 재조선 일본인의 참상’ 등도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기술했다. ●한·중역사서는 일본 비판 그렇다면 이전의 공동연구 결과물은 비슷한 내용을 어떻게 서술했을까.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 다룬 ‘마주 보는 한일사’는 ‘한일 교류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문화교류를 강조하면서도 각각의 역사를 모두 기술하고 있다. 특히 ‘일본서기’와 ‘삼국사기’ 부분은 관련내용을 해석의 문제점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마주 보는 한일사’는 시대순으로 정리하면서도 불교 등 주제별로 양국의 문화를 설명하는 데 많은 주안점을 뒀다. 한·중·일 공통교재를 표방한 ‘미래를 여는 역사’는 민감한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지만 상당부분 한국과 중국쪽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일본의 동양침략을 합리화한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일본의 한국 ‘강점’,‘문화정치’의 실상, 일본의 침략전쟁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위안부’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문제 등 현재 한·일간 민감한 문제도 가감없이 거론하고 있다. ●주류 학계 “객관성·실증성 미흡” 그럼에도 공동의 역사연구 및 교재출간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한일 교류의 역사’에서도 한·일학계에 민감한 ‘임나일본부설’ 등은 아예 기술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병합’은 따옴표로 처리하고, 별도로 ‘불법적인 강제점령이라는 것이 한국의 견해’라고 지적했다. ‘마주 보는 한일사’는 아예 논란이 큰 근현대사는 논의에서 제외했다. 주류 학계에서는 이런 종류의 공동연구 결과물들에 대해 “객관적이며 실증적이어야 할 역사를 외교협상 하듯이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한일 교류의 역사’ 저자들은 “아직 완성된 공통의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역사의 공통인식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 일인지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일정부분 수용하고 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역사왜곡 日·바로잡기 소홀 韓 모두 반성을”

    “역사를 왜곡한 일본이나 바로잡기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 모두 반성해야 합니다.” 일제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한·일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일본 시민단체인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지하는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高橋信·65) 대표는 단호한 비판으로 말문을 열었다.3·1절을 즈음해 식민 지배와 관련된 사료(史料)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지만 정작 선고를 앞둔 근로정신대 재판은 관심 밖인 현실을 답답해했다. 나고야 아쓰다 현립고 세계사 교사로 36년간 재직한 뒤 2003년 퇴직한 그는 지난 20년 동안 여자근로정신대 문제에 천착해 왔다. 오는 5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일본에서는 관례적으로 선고공판 두 달 전인 이달 말 재판부가 판결 내용을 최종 조율하기 때문에 이때까지 한·일 양국에서 벌인 서명운동 결과를 전달, 최대한 압박한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하지만 국내 서명인은 고작 300여명뿐이다.●“법정에서 오열하던 피해자 잊지 못해” 1943년부터 미쓰비시중공업 등 군수업체들이 노동력을 충원하기 위해 조선의 10대 소녀들을 꾀어 데려갔던 ‘여자근로정신대’의 진실을 접한 것은 지난 86년. 덧칠된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나고야가 전투기 생산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일본에서 일하면서 학교도 보내주고 급료도 받을 수 있다.’는 사탕발림과 협박에 끌려온 소녀들의 피눈물이 뿌려진 것도 밝혀냈다. 이 재판은 99년 3월1일, 생존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불을 댕겼다.2005년 2월 나고야지방재판소는 “65년 한·일협정에 따라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됐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원고단은 2005년 3월 나고야고등재판소에 항소했다. 힘겨웠던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도움 덕분이다. 지원모임은 시민 10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미쓰비시와 내각, 의원회관을 항의 방문해 재판부를 압박하고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원고들이 수십 차례 법정을 오갈 수 있었던 것도 지원모임에서 교통편과 숙박비를 마련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일본에 미래는 없다” “법정에서 오열하던 할머니들을 잊지 못한다.”는 다카하시 대표는 “항소심 재판도 어려울지 모르지만 원고들만 원한다면 끝까지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은 이제 여든 살에 가깝다. 살아서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냐.”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재판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사법부의 역사 의식 부재에 그는 분노했다.“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우경화는 용서할 수 없다. 반성이 앞서야 하고 교과서에 기술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일본에 미래는 없다.”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근로정신대나 군 위안부, 히로시마 피폭자 문제 등에 한국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면 한다. 피해자들이 살아 있을 때 일본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고 받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에도 관심을 호소했다.“서울신문을 시작으로 보도가 이어졌으면 좋겠다.2월20일부터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자유족회(www.truelaw.net)’에서 시작된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하면 힘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임일영 김동현기자 argus@seoul.co.kr
  • ‘일제 강제동원 진상’ 묻히나

    20만명에 이르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진상규명과 지원법 마련을 위해 활동해 오던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시민연대)가 3·1절을 앞두고 공식 해산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2001년 결성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추진위원회’를 모태로 2004년 3월 창립했다. 따라서 이 단체가 해산되면 피해자 지원과 관련한 법 제정과 진상규명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시민연대의 해산은 정부가 국회에 상정한 ‘일제강점하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안’(희생자 지원법) 제정안에 생환 후 사망자에 대한 지원 항목이 빠지면서 생긴 피해자들 간의 갈등이 주된 원인이 됐다. 1일 시민연대에 따르면 회원들은 지난달 25일 서울역 인근 식당에서 해산 준비위원회를 열어 해산을 결의했다. 시민연대는 “2003년 창립한 이래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활동했지만 법 제정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고, 피해자 단합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해산 배경을 설명했다. 피해자들 간의 갈등이 1차적으로 해산을 불러왔다. 정부 입법안이 생환 후 사망자에 대한 지원 없이 생환 후 생존자에 대해서만 의료비로 연 50만원 이하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으로 추진되면서 생환 후 사망자 유족들과 생존자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원 42명의 공동 발의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한 ‘태평양전쟁전후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안)’은 생환 후 사망자에게도 지원금을 주도록 규정했지만 1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입법안과도 차이가 크다는 점도 피해자들간 갈등의 불씨로 작용했다. 김보나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당초 시민연대는 정부 입법안을 통과시킨 뒤 생존자 지원금을 공탁해 생존 후 사망자 지원 조항을 담은 개정 운동을 함께 벌이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생존자와 사망자 유족들 입장이 워낙 확고하고 시민연대의 방향을 지지하는 사람도 적어 도저히 운동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회원은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모두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입법안은 지난해 9월 국회 행자위에 제출됐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해 지난달 21일에야 행자위 소위에 상정됐다. 게다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정부 입법안에 의해 올해 시행에 대비, 정부가 확보하려 했던 예산 450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김 국장은 “정부가 지난해 3월 법 제정안 입법 예고를 한 뒤 같은 해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해 놓고 9월에야 국회에 상정하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왜 생환 후 사망자를 방치하려 하는지 따져 묻고 싶다.”고 말했다.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OUR STORY] 봄마중 가는 길은 행복하다

    [OUR STORY] 봄마중 가는 길은 행복하다

    봄이 멀지 않았다. 반가운 사람들이 나누는 인사가 겨울옷을 먼저 벗어냈다.“겨울이 매섭다.”던 사람들,“이제 겨울도 끝물”이라더니 며칠 새 “봄 다 됐네.”로 인사말을 바꾼다. 어느새 풍향을 달리한 바람에는 겨울의 혹독한 살풍경 대신 남녘의 살가운 햇볕이 얹혀 온다. 그 바람 끝에 얼굴을 디밀고 흠흠 꽃내음을 맡으려는 도시인들에게 봄은 반갑게 풋풋한 품을 연다. 남녘의 시인이 보낸 편지글 속에서도 물씬 봄의 향기가 묻어난다. 그의 매화예찬은 오롯하게 피어나는 홍매화의 서정이기도 하고, 시한을 힘겹게 넘어온 우리들의 월동기이기도 하다. 이 겨울 내내 저 매화를 기다려 왔습니다. 겨울이 유난히 추웠기에 그대와 나란히 서서 꽃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얼어서 터진 남루의 손등 감추지 않고, 그대의 손을 잡고 꽃 앞에 서고 싶었습니다.(중략)오늘 홍매화꽃 사태 속에서 그대는 나의 꽃이었습니다. 우리는 억겁 인연의 가지에서 만난 따뜻한 햇살과 꽃이었습니다. 나는 그대에게로 무너지는 햇살이었고, 그대는 나에게로만 피는 꽃이었습니다.’(정일근 시인의 ‘사람의 사랑도 꽃이 될 수 있으니’ 중에서) 그 시인의 오감을 일깨운 봄의 장대한 서사가 막 시작되려 한다. 봄, 그 현란한 ‘만화방창(萬化方暢)’의 조화 속에서 목숨이란 목숨은 모두 새 뼈를 얻고, 거기에 새 피와 살을 얹어 또 한 해를 준비할 것이다. 모두들 길가로 나서 어디에서 흘러들었는지도 모르는 익숙한 향기에 다시 취할 것이고, 나설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아련하게 추억할 것이다. 언젠가 이빨 시리게 맞았던 이른 봄날의 아릿한 바람과 그 바람에 실려온 아름다운 가슴앓이를. 문득, 꽃집에 다발로 실려와 놓인 남녘의 솜털 보드라운 버들개지의 벙그는 아퀴가 눈길을 끈다. 그 곁에 각시처럼 자리를 잡은 목련의 물오른 꽃망울이 수줍다 못해 부르르 제 몸을 떨고 있다. 화려한 봄 축제의 기억은 겨울이 길었던 사람들의 가슴에서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다. 봄이다. 남녘은 벌써 분주하다. 매화는 난분분하며 온 천지에 향기를 퍼뜨리고, 수더분한 산수유는 마을 어귀나 산발치에 아무렇게나 서서 겨울의 수묵에 샛노란 생명의 명도(明度)를 더한다. 아쉬운 무엇이 있어 더 머뭇거릴 것인가. 짧디나 짧은 봄, 그 봄으로 가자. 살 떨리게 반가운 꽃들을 찾아서.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남도로 떠나는 봄맞이 여행 우수를 지난 봄이 경칩을 향해 줄달음 치고 있다. 봄처녀들의 가슴이 까닭없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는 것도 이맘때. 겨울이 맥없이 꼬리를 감추는 모습에서 서운함도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오는 봄이 달갑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 남도의 들녘에서는 벌써 꽃소식이 전해온다. 문득 엉뚱한 상상이 고개를 쳐든다. 꽃이 북상하는 속도는 얼마나 될까? 남도의 끝자락 해남에서 서울까지는 천리길, 400㎞정도 된다. 이곳에서 전해진 꽃소식이 10일 뒤면 서울에 가 닿는다니, 하루에 40㎞정도 가는 셈이다. 오는 봄을 맞으러 전라남도 무안과 함평 등을 다녀왔다. 세발낙지와 함평한우 등 먹거리와 은빛 숭어가 뛰노는 함평만 등 볼거리가 많아 봄맞이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글 사진 무안·함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한우와 나비의 고장 함평 남도에 오면 가장 정감이 가는 것이 농가의 지붕. 팔작지붕이며 우진각 지붕 등 우리 고유의 지붕형태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집들이 꽤 많다. 멋들어지게 뻗어나간 처마를 보라. 마치 파란 봄하늘 속으로 훨훨 날아갈 것만 같지 않은가. 기능성만 강조하느라 멋없이 지붕 위를 싹뚝 잘라버린 양옥집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머리만큼은 서양 것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올곧은 자존심이 엿보인다. 점심 무렵 도착한 함평읍. 봄빛이 완연하다. 아직 겨울에 발목잡힌 도회지만 생각하고 걸쳐입은 두툼한 방한복이 여간 거추장스럽지 않다. 얇아진 옷만큼이나 오가는 주민들의 표정도 밝고 가볍다. 사실 함평은 이제껏 여행지로서는 특출나게 내세울 것이 없는 곳이었다. 함평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나비축제(www.hampyeong.jeonnam.kr).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관광축제다. 올해는 5월 3∼8일까지 열린다. 나비 외에 유명한 것이 천지한우.‘전라도 소값을 좌우한다.’는 함평 우시장 덕분에 질좋은 한우고기를 싼값에 먹을 수 있다. 근동에서 음식솜씨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금송식당(061-324-5775)에 들어섰다. 생고기를 주문했더니 금방이라도 핏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검붉은 한우고기가 쟁반 가득 담겨 나왔다. 주인 김정애(50)씨의 음식자랑이 거침없이 이어졌다.“소고기는 앞다리를 먹어야 하지라. 앞박살, 양지, 홍두깨, 아롱사태, 부채뼈 살 등 5가지 부위가 골고루 섞여 있응께 맘껏 드시쇼.” 생고기 1인분 1만 7000원, 생고기 비빔밥은 5000원을 받는다. # 감태향 가득한 돌머리 해안 달고 쫄깃한 한우 생고기로 허기를 채운 다음 돌머리(石頭)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육지의 끝이 바위로 되어 있어 돌머리라 했다. 돌부리가 해수명당과 연결돼 있다 해서 광산 김씨들이 묏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물오른 봄바다. 감태(甘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언제든 질리지 않는 해조류 특유의 비릿하고 상큼한 향기다. 함평만 너머로는 해제반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바닷물을 방조제 형태로 막아 만든 2700평의 수영장이 독특하다. 썰물 때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도록 노천 바다수영장을 만든 것. 수영장 둑이 높지 않아서 밀물 때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자연스레 물갈이가 된다. 바닷물과 함께 들어온 물고기들도 썰물 때면 꼼짝없이 갇히게 될 터. 사람과 물고기들이 너나없이 한 곳에서 놀게 될 듯하다. # 펄떡거리는 숭어회 함평만과 해제반도 칠산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숭어는 눈가에 황금색을 띠는 참숭어. 제철에다 자연산이다. 숭어껍질은 살짝 데쳐 소금장에 찍어먹는데,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숭어회 역시 달고 쫀득하기 이를데 없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붉은색 살을 보면 침이 절로 괸다. 바닷물에 한번 씻어놓으면 살이 더욱 꼬들꼬들해진다. 회를 뜨고 남은 뼈로끓인 매운탕은 국물맛이 달고 시원하다. 조금 때는 숭어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돌머리관광횟집(061-322-9228) 주인장의 음식솜씨가 제법 알려져 있다. 숭어회 1접시에 3만원을 받는데, 싱싱한 자연산 석굴 등 해산물이 푸짐하게 곁들여진다. ■ 무안에서 즐기는 5색 진미 무안 들녘은 황토땅. 차라리 붉은 색에 가깝다. 황토 들판 옆으로 푸른 양파와 마늘밭, 그리고 파아란 하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먹거리 천국이기도 하다. 한번 나들이에 5가지 감칠 맛을 맛볼 수 있다 해서 ‘무안 5미(五味)’라는 이름이 따로 붙었다.짚불 삼겹살, 양파 한우, 도리포 숭어, 영산강 장어, 무안 낙지 등. 들과 바다에서, 그리고 강에서 ‘오색진미’를 맛볼 수 있다. 들에서 나는 별미로는 단연 돼지짚불구이. 목포에 홍어삼합이 있다면, 사창리에는 짚불삼겹살 삼합이 있다. 삼겹살과 양파김치, 기젓(갯벌 게로 만든 젓갈) 등이 어우러져 조화를 낸다. 암퇘지 삼겹살과 목살, 목등심 등을 볏짚을 이용해 1분정도 구워먹는데, 고기 속에 스며든 짚의 향긋한 냄새가 일품. 두암식당(061-452-3775)이 많이 알려져 있다. 삼겹살과 양파김치 원조를 자랑하는 곳. 김정순 할머니가 문을 연 이래 2대에 걸쳐 50년 동안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1인분 한 판에 6000원. 강에서 나는 음식으로는 명산리 장어구이가 첫손 꼽힌다. 영산강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장어마을이 형성돼 있다. 영산강 장어는 한때 바닥을 긁으면 그물 그득 잡힐 정도로 유명했다. 영산강 하구둑 축조 이후 장어가 크게 줄긴 했지만, 명산장어집(061-452-3379)은 3대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4미(1㎏ 4마리)에 4만원. 장어집 인근에는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가 있다. 숭어와 더불어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로 세발낙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일에 지쳐 쓰러진 소에게 먹이면 벌떡 일어선다는 스태미나 식품. 주낙으로 건져 올리는 게 아니라 뻘에서 삽으로 파서 꺼낸다. 착 달라붙는 힘이 여간 아닌데다 맛 또한 일품이다. 무안 낙지는 통째로 먹어야 제맛이다. 특히 산낙지를 대소금에 비벼 잠시 기절시킨 다음 먹는 ‘기절낙지’는 별미 중 별미. 무안읍 공용터미널 뒤편에 기절낙지집들이 몰려 있다. 하남횟집(061-453-5805), 청계수산(061-453-5256) 등이 유명하다. 한 마리당 6000∼7000원. # 봄은 바다에서도 자란다 현경면 월두포구는 달머리(月頭)라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곳. 우리나라 최초의 갯벌 습지 보존지역인 함해만이 이곳 해운리에서 해제반도 만풍리까지 이어진다. 수령 300년 된 곰솔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는 가운데, 오른편 갯벌엔 연둣빛 감태가 푸르름을 뽐내고, 왼쪽편엔 초록빛 바다가 바람에 넘실댄다.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맞닿은 절묘한 풍경이다. 제 아무리 바람이 매섭고 파도가 거칠어도 밀려오는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는 것. 붉은 생명력을 토해내는 황토밭과 푸른 바다 위로 봄빛이 찬란하다. ■ 기차타고 꽃마중 가요 ●섬진강 매화 청송여행사(www.114ktx.com)는 3월10일 오전 7시 30분 영등포역을 출발해 임실 청매실농원, 익산 등을 둘러보고 오후 10시 30분에 용산역으로 돌아오는 상품을 마련했다. 어른 4만 3000원, 어린이 4만원.1577-7788. 홍익여행사(www.7788tour.co.kr)는 매화향 가득한 섬진강과 남원 등을 둘러본다. 용산역 오전 7시 출발, 오후 10시 49분 도착.3월17,18일. 어른 4만 9000원, 어린이 4만 6000원.(02)717-1002. ●진해군항제 벚꽃 3월31일과 4월1,4,5,8일 등 총 6회 운행한다. 진해 해군사령부, 제왕산 등을 돌아본다. 서울역 오전 7시 10분 출발, 오후 10시 50분 도착. 어른 5만 5000원, 어린이 5만 3000원. 경인관광여행사(www.ktx7788.co.kr 032-343-7788),KTX관광레저(www.ktx21.com 1544-7786), 지구투어 네트워크(www.jigutour.co.kr 1566-3035), 홍익여행사 ●쌍계사 십리 벚꽃 남원 재래시장과 춘향테마파크, 하동 화개장터, 십리벚꽃길 등을 둘러보는 상품. 용산역 오전 7시 출발, 오후 10시 30분 도착.4월7,8일. 어른 3만 9000원, 어린이 3만 8000원. 홍익여행사. ●금오산 왕벚꽃 금오산 왕벚꽃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등을 둘러본다. 서울역 오전 8시 출발, 오후 10시 도착.4월13일. 어른 4만 4000원, 어린이 4만 2000원.KTX관광레저. ●해인사 벚꽃 해인사와 홍류동 계곡의 벚꽃길을 돌아보는 상품. 서울역 오전 8시 출발, 오후 10시 10분 도착.4월13일. 어른 4만 6000원, 어린이 4만 3000원.KTX관광레저. ●환상의 섬 외도 꽃과 나무, 그리고 바다로 둘러싸인 섬 거제시 외도와 학동 몽돌해변, 바람의 언덕 등을 돌아보는 상품.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 47분 영등포역을 출발해 다음날 오후 10시 6분 서울역으로 돌아온다. 어른 8만 9000원, 어린이 7만 5000원. 경인관광여행사. ●매화 축제와 오동도 동백 오후 10시30분 용산역을 출발, 광양 매화마을과 여수 오동도를 둘러보고 다음날 오후 10시 용산역으로 돌아온다.3월 17일. 어른 6만9000원, 어린이 6만5000원.KTX관광레저. ●섬진강 매화축제와 향일암 해돋이 여수 향일암 해돋이와 광양 매화축제 등을 둘러본다.3월23,24일. 서울역에서 오후 10시50분 출발해 다음날 오후 9시50분 돌아온다. 어른 6만 4000원, 어린이 5만 9000원.KTX관광레저. ■ 둘러볼 만한 곳 ●고막천교 궁궐이나 관청 등이 아닌 순수 민간지역의 다리로는 가장 오래된 곳.700여년 전인 고려 원종 15년(1274)에 세워졌다. 서민들이 애용하던 질그릇 같은 투박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수공사를 해놓아 옛모습이 적잖이 사라진 것이 흠. 함평으로 향하는 2번국도변에 있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함평군청 문화관광과(061)320-3733. ●자산서원 곤개 정재청(1529∼1590)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서원. 함평군 엄다면 제동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남인과 서인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설립과 철거가 반복되면서 정치적으로 주목받던 장소.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정재청의 문집 ‘우득록’은 호남사림의 인맥이나 동향 등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 [한나라 빅3 세갈래 행보] 손학규 “나는 경선 들러리가 아닌 주연”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언행이 심상찮다. 좀처럼 감정을 표출하지 않던 그가 최근 들어서는 종종 격앙된 모습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지난 25일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 간담회에서 “경선 들러리는 안 서겠다.”며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중심의 경선논의에 제동을 건 데 이어 26일엔 전남 목포를 찾아 당내 경선의 ‘들러리’가 아닌 ‘주연’임을 강조하며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날 선 공세를 펼쳤다. 손 전 지사는 목포 상공회의소 초청 특강에서 “개발시대와 산업화시대의 전설을 팔아먹는 과거회귀로는 안 된다.”며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을 정면 비판했다. 이어 “여권이 지리멸렬하니 한나라당은 벌써 대세론에 빠져 줄세우기 구태정치를 일삼고 과거회귀적인 기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는 당내 세력판도가 ‘빅2’ 위주로 재편되면서, 손 전 지사가 설 공간이 좁아지고 있는 데 대한 강력한 항의 메시지인 셈이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일제 징용이 부른 민생피폐 ‘생생’

    일제 징용이 부른 민생피폐 ‘생생’

    일제강점하피해자진상규명위원회는 2005년 2월부터 강제동원 피해신고를 접수하면서 기증받은 사진 등 379점으로 화보집을 최근 발간했다. 사진 중에는 일제가 전시 군인동원을 부추기기 위한 홍보목적의 사진이 많다. 이 때문에 절제된 자세와 단정한 차림의 인물에게서 강제동원의 흔적이 선뜻 발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상적으로 이뤄진 일제의 강제동원이 일반 민중의 삶을 얼마나 피폐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멀쩡히 산 사람을 日전범과 합사하다니…”

    “멀쩡히 산 사람을 日전범과 합사하다니…”

    “(야스쿠니 신사에서)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마음대로 합사시켰지. 빼달라고 했더니 유패에 ‘생존자’라고 붙여 놨더라고. 이번에 가면 차라리 ‘강제징용자’로 고쳐 달라고 할 거야.” 김희종(82) 할아버지는 최근 하루도 편안하게 잠을 못 이뤘다.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를 공동 피고로 한 ‘야스쿠니신사 합사철폐 재판’ 원고인단 가운데 생존자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25일 일본땅을 밟기 때문이다.23일 서울 신림2동의 자택에서 만난 그는 귀가 조금 어두웠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꼭꼭 눌러왔던 한(恨)을 풀어냈다.50년 넘게 함께 산 유희훈(74) 할머니에게도 3년 전에야 징용 사실을 털어놓았을 만큼 일부러 잊고 지낸 그의 과거사는 불행했던 우리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었다. ●일본에서 미국, 다시 한국으로, 힘 없는 민족의 설움 황해도 황주 출신인 그가 제국주의의 망령이 드리워진 야스쿠니 신사에 ‘긴 기시오(金喜種)’란 이름으로 전범들과 함께 합사된 것은 지난 1944년 일본 군속으로 징용당한 뒤 전사한 것으로 잘못 기록된 탓. 그는 “개 끌고 다니듯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끌려갔어. 배를 탔을 때에야 남양군도로 간다는 것을 알았지.”라고 그때를 떠올렸다. 요코하마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사이판으로 옮겨갔다. 죽음의 위협 속에서 일본군 기지를 구축하던 그는 44년 6월 미군의 포로가 됐고, 이후 캘리포니아 목화 농장에서 노예처럼 노역을 했다. 광복을 맞았지만 돌아올 길이 마땅치 않아 1년을 더 기다린 끝에 46년 고국 땅을 밟았다. 48년 순경 시험에 합격해 73년 정년 퇴직한 그는 퇴직금으로 조그마한 문방구를 열었지만 신통치 않았고 구슬 꿰기를 하는 등 힘겹게 2남1녀를 키웠다. 지금은 자식들이 마련해준 35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 지난 세월 일본의 망언이 이어질 때마다 가슴을 후벼내듯 아팠지만 일부러 잊고 지낸 악몽들이 새삼 떠오른 것은 지난해 2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정부 조사가 이뤄지면서였다. 등록을 하라는 연락을 받고 여러 가지 서류를 떼서 해당 관청을 찾아간 할아버지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일본에서 사이판, 다시 미국까지 짐승처럼 끌려다녔어. 한 달에 50만원도 아닌 1년에 50만원이라니. 기도 안차. 죽은 사람에겐 2000만원이래. 쓴웃음만 나오더라고.” 지난해 5월에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자신이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다는 것. 관련 단체의 도움으로 일본을 찾아간 할아버지는 자신을 합사자에서 빼달라고 말했지만 야스쿠니 신사 측에선 묵묵부답이었다. “잘못을 감춰 보려는 것 아니겠어. 당시에 조선 사람들이 일본에 충성했다고 선전하기 위해서겠지. 정신대 문제의 방패막이로도 이용할 수 있을 테고”라며 애써 분을 감췄다.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고작 1년에 50만원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그나마 정치인들끼리 치고받느라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대. 내가 100살까지 살 것도 아닌데 이젠 줘도 안 받을 거야. 언제 힘없는 백성들을 생각한 적이 있나.”라고 힐책했다. ●야스쿠니신사 합사 철폐 재판 야스쿠니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 등 14명의 A급 전범을 포함해 240여만명의 일본인 이외에도 약 2만 1000여명의 한국인이 강제 합사돼 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야스쿠니 신사 합사자 가운데 13명은 현재까지 살아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으로 합사된 국내 생존자와 유족들은 당사자나 유족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민족적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즉각 철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신사 측은 ‘한번 합사된 이상 취하할 수 없고 당시 일본인으로 희생됐고, 죽으면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진다는 것을 알고 참전했기 때문에 합사는 유족들의 의사와 관계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번 소송은 한국인 합사자만을 원고로 해 제기되는 소송이다. 오는 26일 도쿄지방재판소에 정식으로 제소된다. 글 사진 임일영 김동현기자 argus@seoul.co.kr
  • 美 “이란 기회 잃었다”… 추가 제재 움직임

    美 “이란 기회 잃었다”… 추가 제재 움직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연말 유엔 안보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핵활동을 계속해왔다는 보고서를 22일 내놓았다.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 분위기가 말대 말의 신경전을 넘어 ‘대 이란 제재 착수 대(對) 저항’이라는 물리적 긴장 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보고서가 나온 뒤 미국은 “이란과 이란 국민들은 기회를 잃었다.”며 제재 착수의 깃발을 들었다. 국제사회의 이란 추가 제재가 이뤄질지, 이란이 어떤 선택을 할지,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이란을 침공할지 등이 관심사다. ●예견된, 그러나 파장을 담보한 보고서 IAEA는 이날 35개 이사회와 유엔안보리에 제출한 6쪽짜리 보고서에서 이란이 2월21일까지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엔이 준 시한 60일 동안 이란이 평화적 핵활동의 권리를 주장하며 맞서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공식 보고서 제출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 시한을 넘겨서도 농축을 강행할 경우 추가 제재할 수 있다.’고 한 지난해 12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의 이행 근거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나탄즈 지역 실험용 원자로에서 우라늄 지상 농축을 강행하고 있으며 지하시설에는 164개의 원심분리기 4개 라인을 설치해 놓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순도 90%의 우라늄 U-235 동위원소에 훨씬 못 미치는 순도 5% 수준의 농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험 원자로에 주입된 우라늄 가스원료량은 66㎏으로 연구용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3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수개월 안에 설치 될 것임도 적었다. ●“목소리 높이는 국제사회와 러시아 변수” 미국은 이날 거듭 ‘실망감’을 표명했다. 또 유엔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가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23일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추가 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런던에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보고서 발표 뒤, 이란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 시한을 지키지 않은 것을 “깊이 우려한다.”며 이란 정부가 안보리 요구에 부응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도 유엔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문제는 이란의 부셰르 원전 공사를 맡고 있는 러시아의 제동이다. 최근의 대 서방 외교태도로 봐서는 쉽게 미측에 협력할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 미국은 이미 독자적으로 이란의 금융기관과 회사에 대해 거래 금지조치를 단행하고 있고,EU측에도 참가를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과 경제적 긴밀도가 높은 이탈리아나 독일의 입장은 소극적일 수도 있다. 미국과 이란 양측은 일단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란이 먼저 농축을 중단한다면 이란과의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란 원자력기구의 모하마드 사에디 부의장도 강경입장을 천명하면서도 “이 국제적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방도는 협상테이블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IAEA 사찰관들의 이란내 핵시설 접근과 감시카메라 설치를 허용하는 식으로 제재 드라이브를 모면하려 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란은 막대한 에너지 자원과 30년간의 제재를 통해 생긴 내성을 기반으로 적어도 북한 정도의 핵카드를 보유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란 내부의 동요. 대외 강경책에 따른 경제 악화에 대한 내부 불만과 개혁개방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의 딜레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KT 2세대 단말기 재판매 ‘제동’

    LG텔레콤과 SK텔레콤이 지난 1999년 시작한 KT의 PCS 단말기 재판매제에 대해 태클을 걸고 나섰다. KT 재판매제는 별정통신사업자로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팔면서 가입자를 모집하는 것. 자회사인 KTF 가입자를 모집한다.230만명(점유율 5.8%)을 갖고 있다. LGT는 23일 “KT의 2세대 PCS 단말기 재판매가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어 재판매 등록을 취소하거나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며 이같은 내용의 신고서를 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SKT도 다음주 통신위에 같은 내용의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에 대해 KT는 “신고 사업인 재판매를 두고 다른 회사가 허용 불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점유율 5%대에 불과한 KT 재판매를 두고 KT가 마치 무선시장까지 모두 장악하려는 듯 몰고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두 업체의 이같은 요구는 다음달 KTF의 3.5세대인 고속이동통신(HSDPA) 서비스가 전국화돼 단말기 재판매의 시장 파괴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강문석대표 ‘동아제약 입성’ 불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둘째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의 동아제약 경영복귀에 급제동이 걸렸다. 동아제약은 22일 이사회에서 “강 대표측이 지난달 31일 낸 주주제안에서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경영자의 경영참여 요구는 다수의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수석무역측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수석무역 관계자는 “상장기업에서 주주제안을 무시한 것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동아제약과의 의안 상정 가처분 등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부자간의 갈등은 돌파구가 없는 한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동아제약은 강 대표의 부적격 사유에 대해 “1997년부터 2004년 대표시절의 부실 경영 책임과 일부 불법행위가 발견됐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동아제약은 또 주주제안에서 상근이사로 추천된 지용석 한국알코올 대표는 “사업 연관이 없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동아제약 상근이사 겸직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후보인 최승진씨도 강 대표의 주주제안 법률업무 대리인이어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 회장은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동아제약 김원배 사장이 후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강 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며 “김 사장이 경영 현안을 다루는 경영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서울 고척·월곡 재개발 ‘주인맞이’

    서울 고척·월곡 재개발 ‘주인맞이’

    다음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분양받을 만한 괜찮은 단지는 어디일까.20일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3월 수도권에서 분양예정인 아파트는 모두 35곳의 9916가구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만가구 가량 물량이 줄었다. 이중 일반 아파트는 23곳의 6173가구, 주상복합은 12곳의 3743가구다. ●소규모 주상복합 분양도 봇물 3월중 서울에서는 총 12곳에서 1698가구가 분양된다. 주상복합 아파트도 많다. 대우건설은 구로구 고척동 1-5 고척 2구역 재개발을 통해 짓는 푸르지오(총 662가구) 24∼42평형 409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목동시영아파트 맞은 편으로 목동 생활권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분양가는 평당 평균 1300만원대. 대우건설은 성북구 하월곡동 산2번지 월곡 1구역에서도 재개발을 통해 총 714가구 중 24평형(평당 970만원) 31가구와 41평형(평당 1200만원) 25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오는 5월로 분양이 미뤄질 수도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로는 금호건설이 용산구 원효로 1가 133의 3 일대에서 짓는 어울림 260가구가 있다.32∼75평형이다. 지하철 4,6호선을 모두 걸어서 10분 이내에 이용할 수 있다. 용산공원 및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분양가는 평당 1800만원선. 한신공영이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짓는 주상복합 아파트(34∼46평형 115가구)의 경우 단지 앞으로 고층 아파트가 있지만 부지가 높아 고층에서는 인왕산을 바라볼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분양가는 평당 평균 1500만원선. 풍성주택은 관악구 봉천동(106가구)에서, 한신공영은 서대문구 대현동(52가구)에서, 극동건설은 하월곡동(120가구)에서 각각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한다. ●경기지역의 분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가구 이상 줄어 경기지역 분양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5.2%(1만 821가구)나 줄어든 5783가구. 지난해의 경우 판교, 장기, 풍산 등 대규모 택지지구 분양이 많았지만 올해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신도시에서는 포스코건설의 메타폴리스(1266가구)와 풍성주택의 위버폴리스(200가구)가 분양된다. 모두 주상복합 아파트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평당 평균 1560만원에 분양승인을 신청했다. 풍성주택은 이달말이나 3월초에 분양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기도 용인시 신갈동에는 성원건설이 주상복합 아파트 404가구(34∼90평형)를 이르면 3월말 분양한다. 분양가는 평당 평균 1300만원대로 예상된다. 용인시 상현동에서는 현대건설이 아파트 38∼70평형 860가구를 분양한다. 광교신도시와 가깝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신분당선 연장구간이 2014년에 개통될 예정이다. 분양가는 평당 13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송도신도시 분양 활기 인천에서의 분양은 지난해 같은 기간(1301가구)보다 1134가구나 많다. 그동안 분양이 계속 늦어지던 송도국제도시 단지들이 대거 분양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송도신도시에서 코오롱건설은 347가구 중 249가구(오피스텔 123실 포함)를 일반분양한다.3월초 1순위 청약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더센트럴파크 31∼114평형 729가구를 3월중 분양한다.GS건설은 33∼111평형 1069가구를 이르면 3월말 분양한다. 인천시에 사는 거주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분양가는 평당 평균 1300만원대 후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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