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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북등 뉴타운 2~3개씩 묶어 광역개발키로

    강북등 뉴타운 2~3개씩 묶어 광역개발키로

    서울지역의 아파트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낙후지역 광역개발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다. 건설교통부는 “서울 단독주택 중심의 기존 시가지 광역개발을 제도화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키로 했다.”며 “하반기에 법안을 마련, 가을 정기국회나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서울 강북지역 뉴타운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서울신문 6월11일자 2면 참조> 광역개발 특별법 제정은 기존 주택지 개발을 빼놓고는 서울의 주택문제 해결이나 강남·북 균형발전, 단독주택지의 주거수준 향상을 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자문위원회에 타당성 검토를 의뢰하는 등 오래 전부터 중장기과제로 기존 주택지 개발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하고 서울시와의 뉴타운 지원문제가 불거지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최근에 건교부와 서울시가 주택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양측은 광역개발 방안에 대해서는 몇차례 협의를 가졌다. 특별법은 대도시 내 단독주택 중심지와 그 주변 낙후지역을 현행 뉴타운보다는 큰 광역단위로 개발, 택지지구처럼 도로ㆍ학교ㆍ공원 등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춘 주거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2∼3개의 뉴타운을 통합, 개발하거나 뉴타운 주변지역을 흡수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관련법의 혼재와 재원조달 문제 등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뉴타운사업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현재 뉴타운사업은 은평, 길음, 왕십리, 한남, 미아 등 12곳이 시범사업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는 2012년까지 뉴타운을 2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강북지역과 달리 강남 등의 기존 주택지는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규모 개발방식을 채택, 단독주택의 중·고밀도화를 추진한다. 이 경우 강남·북 균형개발은 물론 강남지역의 중대형주택 수급부족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건교부는 이를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지조성과 기반시설 건설자금 일부를 지원하고 도시개발 방식을 적용, 사업기간도 단축키로 했다. 국유지 분할 상환조건을 바꿔주고 특목고도 허용키로 했다. 또 사업추진은 공공기관이 맡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통해 민자를 유치하고 선(先)계획 후(後)개발 체계를 갖춰 마구잡이 개발을 예방키로 했다. 건교부는 그러나 광역 및 단독주택 개발에 따른 또다른 집값 불안을 막기 위해 기반시설부담금제나 임대주택 건립비율 확대 등 강력한 개발이익환수제도를 병행키로 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기고] 제대로 된 지방분권, 국가경쟁력 이끈다/오재일 전남대 행정학 교수

    민선 단체장이 재출범한 지 10년이 지났다.1950년대 자유당 정권이나 1960년 민주당 정권하에서도 지방자치는 실시되었었다. 그러나 1950년대의 지방자치가 주어진 지방자치였다면,1990년대의 부활된 지방자치는 민주화의 일환으로서 쟁취된 지방자치였기 때문에 그 역사적 의미는 매우 다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0년전 민선 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바로 이틀 후에 발생한 ‘삼풍백화점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민선 단체장 재출범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였다. 당시 여야가 첨예한 대립과 정쟁 속에서 지방자치 실시에만 지나친 관심을 가진 나머지, 지방자치의 본질에 걸맞은 제도적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던바, 올바른 지방자치 정착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야 했던 것이다. 지방자치란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만을 뽑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주권자인 국민(주민) 가까이에 있게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지방자치인 것이다. 그리하여 권력의 남용을 막고, 주인인 국민이 가까이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주권의 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에 필수불가결한 제도로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를 논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자치의식과 함께 시민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이 국정관리와 연계되어 잘 구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헌법적 보장(헌법 제8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반세기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지방자치가 헌법기구로서 제대로 대우를 받아왔는가는 의문이다. 헌법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국정운영은 너무나도 중앙중심적인 국정관리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사무(73%)나 국세(80%)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이 더 강화되어 가고 있어,‘지역’부재의 현상이 더욱 심화됨으로써 세계적 추세인 ‘지방화’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우리 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헌법과 지방화의 본질에 걸맞은 국가시스템을 재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점은 지방자치의 주요 원리 중의 하나인 보충성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하여야 하며, 아울러 분권가치가 국민들에게 체험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육자치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며, 자치경찰이 창설되지 않으면 아니된다.19세기말 우리나라가 국제적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가 어떠하였던가를 거울삼아, 민족적 생존이라는 차원에서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의 기반을 공고히 하여야 할 것이다. 분권적 국정운영을 해 본 경험이 아주 미약한 우리나라에 있어서 지난 10년간의 지방자치는 실제로 나타난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주권재민의 정신을 구현시키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여 오고 있다. 관청의 문턱이 낮아지는 등 주민지향의 정치·행정이 뿌리내리고 있으며,19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기에도 중앙의 혼란이 지역사회에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기도 하였다. 단체장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비판은 시민사회의 성숙과 단체장에 대한 견제장치의 제도화로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지, 지방자치 그 자체를 부인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은 중앙집권적 국정운영보다는 지방분권적 국정운영이 국가경쟁력 강화나 부패방지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선진국에서의 중앙정부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관계되는 교육이나 치안 등 미시적인 정책은 지방정부에 맡기고, 외교나 국방 등 민족적 생존을 위한 거시적인 정책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작은 중앙정부’·‘커다란 지방정부’구현이라는 차원에서 과감한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과 거기에 따른 재정분권을 실현시킴으로써 주민 생활 속에 체험된 지방자치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오재일 전남대 행정학 교수
  • [우리부처 이렇게 바뀐다] 우종균 특허청 혁신인사기획관

    [우리부처 이렇게 바뀐다] 우종균 특허청 혁신인사기획관

    “일부가 아닌 전체를 추진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혁신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종균(42) 특허청 혁신인사기획관은 혁신의 무게중심을 성과위주와 효율적인 심사·심판 시스템 구축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업무인 심사·심판을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일 잘하는 직원이 대우받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허심사 기간 10개월이내로 이를 위해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특허청을 ‘책임운영기관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기반은 갖춰져 있다. 특허청 공무원(1500여명) 가운데 900명 이상이 고시와 박사로 정부부처 가운데 인적 수준이 가장 높다. 여기에 정보기술(IT)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심사·심판건수 등 정확한 평가도 가능하다. 특별회계로 100%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는 점도 자율 경영을 가능케 한다. 현행 21개월인 특허심사 기간을 내년 말까지 세계 최고 수준인 10개월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특허청의 계획도 이같은 자신감에서 나왔다. 부러움을 받는 특허청도 남모를 약점(?)이 있다. 전문적이고 개별적으로 뛰어나다는 자부심이 되레 혁신에 민감하지 않고 자의적 판단이 우선되기도 한다. 우 기획관이 고객만족도 제고를 최우선 현안으로 강조하는 이유도 이같은 약점 타개를 위한 차원이다. 특허청은 올해부터 분기별로 외부고객을 대상으로 심사·심판 등 7개 분야에 대한 평가를 받기로 했다. 잘못된 것은 냉정히 수용하고 철저히 개선시키겠다는 것이다. ●‘심사노트제’로 재량권 줄여 아울러 논란을 빚고 있는 심사관 재량권을 줄이기 위해 결정배경 등을 작성한 ‘심사노트제’를 도입, 공개토록 했다. 절차의 표준화(매뉴얼)도 마련해 신중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다. 우 기획관은 사업 성공의 관건은 결국 구성원의 참여도에 있다고 단언한다. 특허청의 ‘변화관리프로젝트’ 역시 전직원이 함께 이뤄야 할 과제다. 연말까지 4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갖고 장애요인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 직원에 대해서는 원인분석과 해결방안을 제시, 자연스럽게 변화에 동참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는 “혁신에는 상대성이 존재하지만 차별화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100% 만족은 어렵지만 100%가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행정고시 29회로 정보기획과장·심사기준과장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혁신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고교생 압력단체? 47개 고교 학생연합 출범

    고교생 압력단체? 47개 고교 학생연합 출범

    전국 고등학교 학생회의 연합체가 6일 출범했다. 개별 학생회의 힘을 한데 모아 위상을 높이고, 고등학생의 생각과 주장을 ‘어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압력단체로 키우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고교생의 집단화·세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당국과 경찰 등 일부에서는 ‘고등학생판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되는 것 아니냐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아직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공식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물밑작업… 지난 5일 첫 대의원 대회 전국 47개 고교 학생회의 연합체인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연)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가졌다. 초대 의장으로 뽑힌 중앙대사대부속고 3학년 김백건(18)군은 “각 학교 학생회에서 아무리 좋은 의견을 내놓고 결정해도 학교에서 받아들여주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 “따라서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압력단체가 필요하며, 앞으로 ‘한고학연’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회는 형식적인 모임이고 학생회 간부는 대학 들어가는 데 유리한 자리 정도로 치부되는 현실을 어떤 식으로든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고학연의 결성은 지난해 11월 처음 논의됐다. 당시 서울 개포고 학생회장이었던 김원(19·올 2월 졸업)군 등 3명이 뜻을 모았고 이후 14명이 합류하면서 연합체의 골격이 만들어졌다. ●비정치성 표명… “고교생 권익보호 활동만” 그러나 이날 출범식은 무산될 뻔했다. 대관을 약속했던 예술의전당측이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1시 “일부 언론에서 한고학연을 제2의 한총련이라고 보도하는 상황에서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학생들은 부랴부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출범 준비 때부터 ‘비정치성’을 확고하게 표명해왔으며, 고등학생 권익보호를 넘어서는 활동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어른’들을 설득한 끝에 예정대로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행사 전날에야 출범식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단체 성격 파악에 나섰다. 경찰에서도 이념적·정치적 단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사를 예의주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이 단체에 대해 입장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학생회 학교 결정 개입 불허’ 교칙 폐지 노력 앞으로 한고학연은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학생회는 학교측의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와 같은 일선 학교의 교칙을 없애고 학생회를 제도화·법제화하는 것도 목표로 세웠다. 회장 김군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다양한 만큼 모든 것을 대의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발 규제와 관련해서는 “의견 수렴과 관계없이 기본적인 인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자율화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고학연은 특정단체에서 재정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자비로 행사비용 등을 충당하기로 했다. 축제물품 공동구매 등 방식으로 비용을 줄인 뒤 운영비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활동은 인터넷 홈페이지(www.fkhsa.org)를 통해 온라인 위주로 할 계획이다. 올해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에는 ‘고교생 대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自保料 정비수가 공표 가격담합 오해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가 자동차보험 보험료에 반영되는 정비수가 공표 제도가 가격 담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점을 들어 제도를 개선해 줄 것을 건설교통부에 제시했다. 공정위는 31일 자동차보험 정비수가 공표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를 묻는 건교부의 의견 조회 요청에 대해 이런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건교부의 정비수가 공표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근거하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볼 수 없어 수가를 공표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업체나 단체 등의 가격 협의를 유도할 수 있는 등 담합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정비수가를 공표할 때 담합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 용역 결과와 건교부가 내부적으로 적정하다고 판단한 수가를 함께 공개하는 한편 공표수가가 구속력이 없고 공표수가를 기준으로 업체나 단체 등이 가격에 대해 결의하거나 협의하면 담합이 된다는 문구를 넣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비수가 공표는 자동차 대물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업체간 분쟁방지를 위해 적정 수가를 제시해 달라는 정비 업계의 요청과 교통사고 피해 차량에 대한 수리 거부 방지 등을 위해 2003년 8월 의원 입법으로 제도화돼 첫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수도권 규제완화 공동대응”

    부산·대구·광주·울산시와 전남·전북·경남·경북도 등 영·호남 8개 광역 시·도가 수도권규제완화 움직임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영·호남 8개 광역자치단체는 31일 오후 울산 동구 현대호텔에서 제9회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의장 이의근 경북지사)를 가졌다. 8개 시·도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동향에 공동대응 ▲국책사업의 차질없는 추진 촉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만행에 공동대응 ▲영호남 공동번영을 위한 제도화 촉구 등 4개 항의 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또 ▲2011년 세계문화포럼 광주유치 ▲종합부동산 세수의 합리적 배분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지원 ▲남부권 신공항 건설 등 17개 항을 중앙정부에 건의사항으로 채택했다. 이밖에 올해 APEC 정상회의, 대한민국 그린에너지 엑스포 등 15개 업무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했다. 차기의장으로 박맹우 울산시장을 선임하고 다음회의는 전북에서 갖기로 결정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시대정신 담은 黨名/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해방 이후 한국정치에서는 양당 또는 2.5정당 체계가 주를 이루어왔다. 이승만정부와 박정희정부 시절에는 집권여당인 자유당과 공화당에 대해서 반독재 민주의 기치를 내건 야당의 양당체계가 지배적이었다. 이 경우 민주당·신민주당 등으로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야당은 항상 민주를 표방하였고 또 그에 집착하였다. 1980년 이후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으로 명명하면서 여당도 잠시 민주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진정 여당이 민주의 기치에 얼마나 헌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으로 개명한 구 집권여당은 민주보다는 국가를 더 강조하는 듯싶었는데, 이것이 당의 정체성에 더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1987년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으로 나뉜 야당 분열과 민주자유당과 자유민주연합으로 나뉜 여당 분할에서 4당 모두 민주를 내걸었다. 그만큼 1987년은 민주의 전성기였고 지배시기였다.1987년 이후 더 이상 반민주는 터 잡기가 어려울 만큼 공식과 비공식 모두에서 민주는 통치이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민주가 최고의 통치이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민주를 표방해온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통일민주당과 범여권 간의 보수대연합은 1992년 여전히 국가를 중시하는 신한국당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신한국당 집권이 지역대결에 편승한 측면이 컸던 게 사실이지만, 또한 여전히 민주 못지않게 국가의 기치도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역대결과 국가 기치를 통한 성공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보수-개혁의 세대 대결 틈바구니에서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했다. 1997년 대선에서 국가를 내건 한나라당에 대해 민주를 내건 새정치국민회의가 승리함으로써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민주의 제도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주의’가 지배적 담론의 하나로 흔들림 없이 자리하고 있지만, 2000년 새천년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꾼 새정치국민회의의 집권은 대한민국 역사상 4·19 이후 잠시 동안 존재했던 민주당정부 이후 두번째로 민주의 승리를 획하면서 향후 대한민국은 민주의 주도하에 나아가리라는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한국의 정당체계에서 민주는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새천년민주당 이름으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 당선파들이 열린우리당으로 딴 살림을 차리고 나가게 되면서 민주의 기치는 양분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주권재민의 민주 기치보다는 빼앗긴 권력에 대한 분노의 감정 표출로 인해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3당으로 물러나 있지만, 탄탄한 지역 기반으로 어떻게든 버텨나갈 전망이다. 그러나 탄핵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너무 큰 상처를 입어서 수권정당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2007년 대선은 국가 중시를 내건 한나라당과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 간의 한판 승부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열린’의 의미는 개방성을 뜻한다고 보겠지만,‘우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만약 ‘우리’가 개혁이라는 코드 중심의 공동체를 의미하고 있다면, 이는 한나라당의 보수와 열린우리당의 개혁간의 양당체계를 전제하고 있는 듯싶다. 이렇게 해서 권위주의 시절 민주·독재의 양당체계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국가·민주의 양당체계로 이행하였다가 2002년 이후에는 보수·개혁의 양당체계로 변화하게 되었다. 만약 사안이 이렇다면 2007년에 대비한 열린우리당의 방책은 자명하다. 열린 자세로 개혁지향의 세력을 한데 묶는 것이다. 과거 민자당·통일민주당·자민련 사이에 범보수대연합을 이루어 민주세력에 승리했듯이, 이번에는 범개혁대연합을 이루어 명실상부하게 민주의 큰 흐름 속에서 개혁을 결집할 때 보수와의 한판 승부가 멋지게 펼쳐지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열린우리당과 같이 애매한 당명보다는 민주와 개혁을 아우르는 민주혁신당으로의 재출발과 함께 한나라당도 민주한국당으로서 보수의 결집을 노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2007년 대선은 지역대결을 떠나 보수와 진보간의 균형 잡힌 정책대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기고] 천성산 공동조사, 아름다운 동행을…/차성수 동아대 사회언론광고학부 교수

    ‘100일 단식’으로 세간의 주목을 끈 ‘천성산 논쟁’이 공동조사단 활동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가 충돌 직전에 잠시 멈춰섰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우려는 ‘동강’,‘새만금’ 그리고 ‘부안방폐장’으로 상징되는 ‘환경’과 ‘개발’의 과거 갈등사례에서 정부나 시민단체 양측 모두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안도와 우려 중에서도 국민들은 이번 ‘천성산논쟁’이 민주화 이후 폭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조절과 해결방법을 제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갖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공동조사단이 느끼는 부담과 책임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동조사단 활동에 있어서는 다음 몇 가지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첫째, 조사단의 활동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사실 조사단의 활동은 지율스님의 100일 단식 때 받았던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관심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어 자칫 ‘그들만의 활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래서는 안 된다. 천성산 논란은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일 수 없다. 천성산 논란은 이미 2년이상을 끌어왔고, 전국민의 관심사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천성산 논란 자체의 갈등해소를 위해서도, 향후에 발생하게 될 유사한 또 다른 사안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도 이제 국민적 공감대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논의 과정과 결론 도출은 필수적이다. 조사단 활동 과정 전반을 모두 공개하고,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 둘째, 조사기간 활동 중에는 양측 모두 조사단 활동에만 전념해야 한다. 자신들의 주장 관철과 지지기반 확대를 위한 일체의 집단행동은 자제하여야 하며, 국민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행동 및 상호 비난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공정한 조사활동을 통해 천성산 터널 공사의 재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지, 각자 서로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일환으로서 조사단 활동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전문가적 역량과 양심에 따라 철저하게 공동조사 활동을 벌이고, 책임있게 결론을 도출하는 데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더 이상 본말이 전도되고, 끝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소모적 논란으로 갈등을 지속, 증폭시키는 우리사회의 갈등유발적 논의구조를 깨는 신선한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양측 모두 다시 한 번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율스님측은 국책사업 지연으로 인한 국가경제의 효율성 저하와 국민적 신뢰 저하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율스님에 대한 지지와 존경의 목소리가 국민적 비판의 목소리, 특히 ‘단식100일’ 이후 네티즌들의 거센 ‘안티지율’ 여론으로 급변한 이유를 곰새겨 봐야 한다. 정부 또한 지금까지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적 합의도출 부분이 부족하였음을 인정하고, 국민들의 신뢰 제고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 향후에는 제2, 제3의 ‘천성산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미 한국사회는 ‘개발과 환경의 조화’ 없이는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민주주의가 정착되면 될수록 ‘요구의 급속성과 충족의 저속성’이 갖는 딜레마는 필연적이며,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청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합리적인 선진사회는 갈등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 중재, 해소할 수 있는 사회다. 이번 천성산 공동조사단 활동 과정을 통해 이제는 우리사회의 소모적 대립을 생산적 갈등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사회적 에너지를 형성해가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차성수 동아대 사회언론광고학부 교수
  • [서울광장] 포퓰리즘의 제도화/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포퓰리즘의 제도화/이목희 논설위원

    학창시절에 가졌던 의문이 있었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아테네의 직접민주정치를 왜 중우정치(衆愚政治)라고 폄하했을까. 스승 소크라테스가 민중에 의해 처형당했다고 그럴 수가 있는가. 그의 철인정치(哲人政治)라는 게 결국 스스로의 권력욕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기자가 된 뒤 몇번의 대선과 총선을 취재하면서 플라톤이 가졌던 고민의 일단을 이해하게 됐다.100%는 아니지만, 대체로 표를 많이 얻는 정치인은 얼마쯤 사기꾼 기질을 갖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정말 잘하리라 기대되는,‘철인’에 가까운 인물은 주요 정당의 후보조차 되지 못하곤 했다. ‘민주정치는 차선이고, 다소는 비겁한 제도다.’ 어쭙잖은 결론을 내려봤다. 모두의 참여가 보장된 투표 결과는 사후에 잘못이 판명되어도 공동책임으로 미루면 그만이다. 그래도 대의민주정치에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를 여지가 직접민주정치보다는 적은 편이다. 선거 때는 온갖 공약을 남발하지만 당선된 뒤에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5년마다 치열한 대선을 치르면서 정책혼란이 이 정도인 것은 ‘당선자의 변심’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요즘 플라톤의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 정치판이 포퓰리즘의 물결로 보이는 탓이다. 인터넷의 획기적 발달과 수시 여론조사는 포퓰리즘의 일상화를 가져왔다. 국적법개정안을 둘러싼 홍준표 의원의 행동에서 보듯 인터넷 여론을 장악하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 대선주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정치인들이 대중영합주의의 유혹을 강력히 느끼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으로 대표되는 구(舊)포퓰리즘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상 직접민주정치의 부활이다. 여야 정당이 인터넷 의존도를 높이고, 리플에 휘둘리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터넷을 먼저 활용한 열린우리당은 벌써 부메랑을 맞았고, 뒤늦게 시작한 한나라당은 아직 재미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을 지양하라.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살려 책임정치를 하라.’는 원론이 먹혀들까. 차라리 포퓰리즘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제대로된 직접민주정치로 승화시키는 게 낫다. 크게는 헌법이 손질되어야 한다. 조만간 본격화할 개헌논의에 직접민주정치 요소를 대폭 반영하는 방안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줄이고, 국민의사를 직접 묻는 범위를 확대해 보자. 현행 헌법은 외교·국방·통일·국가안위 관련 정책을 대통령만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규정했다. 이를 일정 숫자 이상 국민의 요구가 있으면 국민투표가 가능하게 바꿔야 한다. 국회나 주요 정당에 발의권을 줘도된다. 수도이전은 물론, 대북지원·국가보안법에서 교육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건이 국민투표에 회부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모성보호법을 국민투표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 비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대선·총선·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책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강국이다. 객관적 관리가 보장된다면 큰 돈 안 들이고 전체 국민의사를 묻는 게 가능하다. 선관위는 2012년 총선부터 인터넷투표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그보다 빨라질 수 있다. 다음 헌법개정에서 전자(電子)민주주의를 체계화한다면 한국은 새로운 정치제도를 만든 국가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개헌에 앞서 당장 포퓰리즘의 순기능을 살리는 게 쉽지 않다. 정치지도자가 선동한 것인지, 실제 밑바닥 여론인지 헷갈린다. 인터넷 여론몰이꾼을 골라내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 찬반 논거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1000명 안팎을 대상으로 급조된 여론조사도 한계가 있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검증과정을 길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익명성에 숨어 부르르 끓어오르는 인터넷 단기여론으로 입법이나 정책방향이 결정되어선 안 된다. 진정한 국민공감대를 위해 참고 기다리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노조 규제 “고민할 때” “시대착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노조 규제’를 제도화하기에 앞서 여론 떠보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 장관은 19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노동대학원 초청 ‘2005년 노동정책 방향’ 강연에서 “정부가 노조에 대한 일정한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혀 노조단체 등의 비리 예방을 위한 정부 차원의 규제책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과거에는 노동운동이 일방적으로 탄압받다가 1987년 이후 민주화 물결 속에서 노조에 대한 감시ㆍ견제장치가 사실상 없어졌다.”면서 “최근 사태를 고려할 때 이제는 극에서 극으로 간 것을 중간지대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노조의 내부 감사제도나 외부의 감시ㆍ견제체제도 있을 수 있고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다면 정부의 일정한 규제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노조 규제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노동부 관계자는 “과거처럼 행정관청이 노조의 경리상황 등 기타 장부서류를 조사하거나 검사하는 노조감독권을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정한 규제를 위해 어떻게 제도화할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정부의 규제론 운운은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노조가 자체적인 정화와 투명성 제고 노력을 통해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노조개입이 입법화 등으로 구체화 할 경우 강력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숭실대 조준모(경제학과) 교수는 “노조 스스로 재정의 투명성 확보 등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일정한 규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개성·뉴욕 채널 가동] 남북관계 복원·인도적 지원 논의

    “남북회담은 종합 경쟁이다.” 남북 차관급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정부 고위 당국자가 던진 소감이다.10개월만에 재개되는 남북 당국간 회담에 거는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담겨있는 언급이다. 탐색전의 성격이 짙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정부는 준비과정 내내 “포괄적인 주제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왔다. ●남북관계 정상화가 우선 정부는 무엇보다 끊어진 남북관계의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관급·경추위·장성급회담 재개가 관건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번 회담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정상화·안정화·제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봉조 차관도 “중단된 장관급회담과 경추위·장성급회담 등을 차례차례 복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판단에는 장기간 대화 중단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북한측도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깔려 있다. 회담을 제의해 온 권호웅 내각참사가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이 장관급회담을 염두에 둔 실무회담 성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관급회담과 경의선·동해선 건설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협력사업 등 최근 남북간 협력사업이 6·15 정신에 의한 ‘동력’이었음을 고려하면 보다 포괄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급’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총리급 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 북핵문제 압박에 대한 전환 의도 엿보여 이번 회담의 주요한 의제로 예상되고 있지만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주장하는 북한측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6자회담과 관련, 미국과 관련국들의 대북 압박구도를 전환시키려는 데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벗어나 보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듯하다. 이 차관은 “우리측은 6자회담 조기 재개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은 미국의 태도를 비난하면서 남한 당국이 미국의 의도에 말리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은 “대외적인 압박을 피하려는 수단으로 남북관계를 활용해 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비료지원, 남 ‘20만t’vs 북‘50만t’ 북한은 연초 50만t의 비료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남한측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강조하는 동시에 당국간 회담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 차관은 “현 시점에서 비료문제가 논의돼 지원하면 인도적 차원”이라고 강조,“예년 수준인 20만t의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료지원은 주로 해상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도로와 철도 등을 활용하는 육로지원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남한측은 다음달로 3주년을 맞는 서해교전 사태를 감안, 남북간 사전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제의할 가능성도 높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씨줄날줄] 보육보험/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각종 아이디어 짜내기가 활발하다. 정부와 국회에 별도 위원회가 구성됐고 한나라당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현상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결혼식예식장 사용료 보조, 신생아출산 축하금 지급 등으로 인구늘리기에 성공한 곳도 있다지만 본격적인 대책은 못 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프랑스 등의 사례로 볼 때 우리도 해법은 출산 및 자녀양육 지원과 여성의 일자리 보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주고, 출산 때문에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는 믿음을 줘야만 여성이 마음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임신 초기부터 출산 및 영유아 관련수당은 물론, 가족수당 등 각종 현금급여를 제공하는 데 더하여 정부가 모든 보육과 유아교육과정을 책임진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각종 휴가제도와 시간단축 근무제도를 도입해 자녀를 돌보면서 취업이 가능하도록 했고 양육에서 남성참여를 제도화하여 자녀양육이 부모의 공동책임임을 확실히 했다. 한때 세계 최저까지 떨어졌던 프랑스의 출산율은 현재 1.89명으로 아일랜드에 이어 EU국가 중 2위를 자랑한다. 이런 성공의 밑바탕에는 확실한 정책의지와 재정 뒷받침이 있다. 일본의 경우 다양한 보육제도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산율 제고에는 실패했다. 정부정책이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했고 기업들도 육아휴직제 등을 기피해 여성이 가정과 직장일을 병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일본이 ‘육아보험’이란 새제도로 국면타개에 나선 모양이다.20세이상 국민으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해 아이를 낳는 사람에게 보육비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를 안 낳는 사람에겐 돌아오는 게 없다. 낳든 안 낳든 육아비를 함께 부담하니 ‘아이는 국가의 자산’임을 이보다 확실히 보장해주는 방법은 없을 듯싶다. 국내서도 최근 한 대기업 연구소가 ‘독신세’도입을 제안한 적이 있다. 만혼과 결혼기피 풍조에 벌칙을 가해 결혼을 장려해 보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5명으로 세계최저 수준이다. 결혼이나 출산 육아를 선택할 수 없다면 사회적 책임이라도 나눠 져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혁신 공기업 탐방] ⑧ 강경호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혁신 공기업 탐방] ⑧ 강경호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서울지하철공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 만년 적자기업, 지하철 역사의 혼잡, 환승에 따른 불편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공사의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파업은 최근 5년 동안 거의 없었다. 지난해에만 3일간 파업을 했다가 자진 철회한 것이 전부다. 내년에 더 놀랄 만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흑자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강경호 사장은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자신감을 내비쳤다.“경영혁신을 통해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다.”면서 “무임수송 등에 대한 일부 지원이 이뤄지면 내년 흑자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승역을 복층구조로 바꾸고, 출퇴근때 지하철 배차간격을 줄이면 혼잡과 환승에 대한 불편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강 사장의 비전을 들어봤다. 부임하자마자 최저가낙찰제 도입과 입찰제도 개선 등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는데. -부임해서 보니 공사는 개통 30여년이 됐는데도 초기 건설비의 대부분을 차입부채로 조달하고 수송원가를 보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막대한 부채와 만성적인 적자로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운임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수익구조를 개발했다. 고부가가치 동영상 광고개발과 신개념의 역사개발 등이다. 또 예산의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없애기 위해 투자심사제도를 활성화했다. 특히 행운에 의한 낙찰, 업체간 변별력부재 등 구조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던 종전의 공공기관 적격심사낙찰제를 개선해 공사 실정에 맞는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했다. 그밖에도 기업의 소모성 자재(MRO) 구매대행 아웃소싱 제도를 지방공기업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신개념 역사란 무엇을 말하나. -현재의 환승역을 보자. 환승역 대부분의 노선이 수평으로 펼쳐져 있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바꿔타려면 많이 걸을 수밖에 없다. 환승이 불편하면 지하철 이용객이 더 늘지 않는다. 또 지하철역 상당수가 곡선이다. 곡선이면 지하철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 지하철 배차간격도 줄일 수 없다. 신개념 역사란 이같은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다. 갈아탈 노선을 수직으로 배치해 최단거리로 환승하도록 하고, 역사도 직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혼잡한 환승역인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 삼성역, 잠실역, 교대역 등을 우선 대상으로 할 것이다. 환승역을 확 뜯어고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물론이다. 그래서 이들 지하철역과 주변 땅을 동시에 개발해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 쇼핑·문화·주거를 하나로 묶는 복합환승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운임수입 외에도 부동산개발과 아파트·상가 임대사업으로도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지하철 환승역을 이미 이같은 모델로 바꿔놨다.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 서울시 등이 협조해주면 가능하다. 경기부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발에 따른 이익은 전적으로 승객에게 돌아간다. 공사가 경영혁신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는. -지금의 경영환경은 고객 및 성과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의 관행적 경영방식을 따르거나 공급자 중심의 의식으로는 공기업의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영혁신을 위해 인사제도를 능력과 성과중심으로 개선했다. 근무 형태는 분야별 업무특성과 시간대별 업무량을 감안해 비숙박 위주로 짤 계획이다. 또 선진경영기법인 6시그마 경영기법 등을 도입해 업무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실현과 신개념의 역사개발을 통해 환승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경영혁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러 한계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과다한 부채, 낮은 운임수준, 과중한 투자비 등 공사의 경영여건은 매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행정명령으로 이행하도록 한 소방안전대책비 1조 353억원을 포함해 2008년까지 2조 82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전동차내장재 교체비 1918억원의 40%인 767억원만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공사는 신개념 역사개발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7672억원 가량만 확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하철공사가 전국 지하철 수송인원의 40%와 서울시 교통분담률 35.6%를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 임을 감안해 정부, 서울시, 공사의 3자 공동노력에 의한 지원범위 제도화가 필요하다. 안전개선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당시 역무원, 승무원, 사령실간의 비상통신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달까지 역무원, 승무원, 사령실간 다자간 통화가 가능한 휴대용 무전기를 지급할 계획이다. 또 전동차 화재 발생시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전동차화재 자동경보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밖에 승강장 및 대합실에 안내데스크를 설치한다든지, 승강장에는 안전요원을 상주시키고 대합실에는 필요시 도우미를 고용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물론 공사는 화재에 대비 지하철 의자를 불에 타지 않는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지난해 11월에 전량 교체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재난에 공로를 한 시민에게 최고 3000만원을 포상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지하철이 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어떤가. -지하철 예술무대는 지하철을 생활속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2000년 5월 을지로입구역 등 10개역에서 처음으로 막을 올렸다. 요즘 주5일제가 본격화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문화적인 여가선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문화가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어 공사도 더욱 문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지하철예술무대에서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하고 이채로운 공연을 열어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힘쓰겠다.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올 무임수송비용 1000억 예상” 서울지하철공사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이다. 무임수송은 현행법에 따라 노인 등 교통약자와 국가유공자의 요금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요금을 내지 않고 몰래타는 부정승차는 연간 5억원에 불과, 경영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15일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무임수송인원은 1억 880만명으로 손실액이 866억원에 달했다. 매년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올해 무임수송에 따른 비용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무임수송비용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서울시 지원은 지난해부터 끊겼다.2001년만해도 무임수송비용은 476억원에 불과했으며, 이 가운데 38.5%인 183억원을 서울시가 지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무임수송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자 지원을 중단했다.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을 메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지하철 요금을 올리든지 손실을 정부·지자체가 보전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요금을 올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서민 물가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공사측은 정부나 서울시 등이 일부 보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도 2003년 감사에서 무임수송 비용의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2003년 말 지하철내장재 교체비 1918억원의 40%인 767억원만 지원했을 뿐 무임수송에 따른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서울시의회가 공사측에 큰 힘이 돼주고 있다. 시의회가 최근 서울지하철의 안전 운행 및 과다한 부채 해소를 위해 ‘노인 등 무임수송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에 대한 건의’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동시에 무임수송비 등 공익서비스 제공 비용 부담은 국가 또는 서비스를 요구한 자가 전액 부담토록 하는 도시철도법과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요구키로 했다. 강경호 사장은 “정부 등이 손실을 일부 보조해주면 공사 경영이 안정될 수 있고, 경영이 안정되면 지하철 안전과 서비스가 한층 강화된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강경호 사장은 누구? 강경호 사장은 2003년 4월 취임한 이후 매일 아침 지하철로 출근한다. 역대 사장들도 취임 초 지하철로 출근한 적은 있지만 강 사장처럼 2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지하철을 고집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강 사장의 집은 분당선 수내역 부근이다. 그래서 출근하려면 15분가량 걸어 수내역에서 지하철을 탄 뒤 선릉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사당역에서 내려야 한다. 출근시간만 1시간15분이다. 때문에 강 사장은 지하철의 불편함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승객들에게선 꼭 개선할 점을 듣는다. 냉난방에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지시한다. 한 여름 지하철 냉방이 너무 셀 때 노인들로부터 춥다는 말을 듣고 지하철 10량 중 2량에 냉방을 약하게 한 약냉방차를 운영하도록 지시할 정도다. 많이 걸어야 지하철을 바꿔탈 수 있는 현재의 환승역을 개선한 뒤 역세권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도 강 사장의 아이디어다. 강 사장은 1972년 현대그룹 공채로 입사한 뒤 30대에 한라중공업 이사로 승진해 사장·부회장을 지낸 CEO다. 세계대중교통연맹 아태지역 의장도 맡고 있다. ▲서울(60) ▲경기고·서울대 공대 ▲현대양행 부장 ▲한라중공업 상무·전무·대표이사 ▲한라그룹 부회장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정부산하기관·공기업 임원 인사 논란] 415곳 1497개 직위 인사개입 가능

    [정부산하기관·공기업 임원 인사 논란] 415곳 1497개 직위 인사개입 가능

    공직사회의 인사개혁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산하기관과 공기업 임원 인사를 놓고 잡음이 다시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사장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4차 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아울러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게 없다.”며 공세의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많이 개선됐는데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산하기관 및 공기업 임원 인사의 문제점과 삼고초려제의 효율성 등을 짚어 본다. 논란의 핵심은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임자가 임명됐느냐.”이다. 과거 밀실이나 정실로 전문성 및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자주 임명되다 보니 이런 기준이 ‘중요한 잣대’가 된 것이다. ●잇단 재공모… 짜고 치는 고스톱? 최근 수차례에 걸쳐 재공모 절차가 진행되면서 참여정부의 인사기조인 ‘적재적소(適材適所)’원칙이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선정한 후보자들을 상급 기관이 분명한 이유도 대지 않고 계속 거부하는 것은 ‘특정인을 앉히기 위한 의도’라는 얘기다. 이미 정해 놓고 공모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떨치기 어려울 듯하다. 실제로 인천공항 사장 선임이 세차례나 무산되면서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공사측은 두 번의 재공모를 거쳐 사장추천위원회가 선정한 후보 3명을 건설교통부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거푸 거부당했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상부에서)정확한 거부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고 씁쓸해했다. 재공모를 한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한국조폐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산업안전관리공단, 지역난방공사 등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코트라도 재공모를 한 끝에 선임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도 꿈틀 지난해 11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선임 과정에 최종 후보군에 든 3명이 갑자기 사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후보 추천위원 1명은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압력성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 낙하산 논란도 제기됐다. 결국 재공모를 거쳐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됐다. 한나라당은 그가 17대 총선에 여당 후보로 출마한 경력을 들어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기도 했다. 앞서 문화부 산하인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선임때 재단 이사회가 당시 이사장을 다시 선출하자 정부가 ‘연임불가원칙’을 들어 거부하는 사태도 있었다. 한나라당은 낙하산 인사의 ‘구태’가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여권 정치인과 전직관료 출신이 공공기관의 대표나 임원에 임명된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95건이나 된다며 자료를 제시했다. ●문제점과 개선 움직임 종합적인 관리체계가 없는 실정이다. 산하기관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이 여러부처에 산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원 선임때만 되면 각기 다른 채널로 ‘제사람 심기’현상이 생긴다. 투명성 부족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곳이 많고, 공개적으로 한다 해도 추천위원회 운영 등 명시적인 규정이나 투명성을 담보해낼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감사 또한 투명성이 없다 보니 ‘대우좋고 할일 없는 보직’으로 인식되곤 한다. 이런 탓에 부패방지위원회는 지난달 사장추천위원회를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토록 권고했다.11명의 위원 중 6명을 정부부처 장·차관이 맡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사도 공모제를 하도록 했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법개정안을 이미 제출한 상태다. 퇴직공무원은 유관기관에 2년간 취업을 못하고, 상근감사 임명 때 정부투자기관운영위원회가 서면결의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임원의 최소한 적격요건을 규정해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를 막자는 취지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재공모 느는 건 엄격한 심사 때문” 정부는 ‘낙하산 인사’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훨씬 개선됐는데도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것을 억울해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이런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권혁인 인사관리비서관은 청와대브리핑에서 “정실인사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공개모집을 일반화하였고, 민간인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 추천을 위한 심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개적이고 광범위하게 공직 후보자를 발굴하기 위해 삼고초려제도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재공모’를 하는 것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비해 엄격한 심사를 거치다 보니 적격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가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려면 입맛에 맞는 사람을 처음부터 응모케 하고 바로 선발하면 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양한 인력들이 경쟁을 통해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면서 “산하기관의 성격에 맞추어 적재적소의 인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율성이 중시되는 기관은 전문가가, 공공성이나 개혁성이 필요한 기관은 정치권 등 공공분야에서 잘 훈련된 인재가 상대적으로 적격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적격성’여부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출신배경만을 문제 삼아 ‘낙하산 인사’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앙인사위원회 정진철 인사정책국장도 “퇴직공무원이 정부산하기관에 부적절하게 재취업하는 관행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산하기관에 퇴직공무원이나 외부인사가 임명됐다고 해서 그 자체만을 가지고 부적절한 인사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적임자 여부와 인선 절차, 임명 뒤 한 일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공모는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되거나 검증과정에 문제가 된 경우, 이중으로 응모해 선임자를 임명 못할 때 등 여러 형태가 있다.”고 소개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정부 관여 얼마나 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산하기관은 모두 415곳이다. 기관장 413개, 상임이사 377개, 비상임 315개, 감사 392개 등 1497개 직위가 있다. 이는 정부가 2003년 마련한 ‘정부산하기관 인사운영쇄신 지침’에 따른 것이다. 정부투자기관·출자기관 등 공기업과 정부출연·보조기관 또는 정부업무 위탁기관 등으로서 임원의 인사운영에 소관부처 장관의 제청·임명·승인 등이 이뤄지는 기관이 그 대상이다. 유형별로 보면 정부 출연기관이 29.6%로 가장 많다. 이어 정부보조기관(21.9%), 정부위탁기관(20%), 정부출자기관(4.8%), 정부투자기관(3.1%) 등의 순이다. 인력은 50명 미만이 35.7%인 148곳,50∼100명 미만이 59곳(14.2%),100∼500명 미만이 119곳(28.7%),500∼1000명 미만 32곳(7.7%),1000명 이상 57곳(13.7%) 등이다. 2003년 기준 예산별로 보면 10억원 미만이 31곳(7.5%),10억∼100억원 미만이 117곳(28.2%),100억∼1000억원 미만이 159곳(38.3%),1000억∼1조원 미만이 78곳(18.8%),1조원 이상이 30곳(7.2%) 순이다.2004년 발간한 ‘공무원인사개혁백서’에 따르면 이 중 68%인 282곳은 어떤 형태로든 인사에 관여하며,133곳(32%)은 관여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곳이 46개 기관(16.3%), 장관이 승인·보고·동의·협의하는 기관이 150곳(53.2%), 장관이 임명하는 기관 75곳(26.6%), 국무총리가 임명하는 기관 5곳(1.8%), 장관이 지명하는 기관 4곳(1.4%), 장관이 추천하는 기관 2곳(0.7%) 등이다. 기관의 성격에 따라 공공성 330곳(79.5%), 효율성 63곳(15.2%), 개혁성 9곳(2.2%), 미분류 13곳(3.1%)으로 돼 있다.415곳 가운데 기관장 추천위원회가 있는 곳은 22.2%인 92곳으로, 아직 없는 곳(77.8%)이 훨씬 더 많다. 임원 추천위원회가 구성된 곳은 10.6%에 불과하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삼고초려’ 제도 효과있나 참여정부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를 위해 새로 도입한 것이 ‘삼고초려(三顧草廬)’제도다. 일종의 인재추천제도이다. 청와대·중앙인사위 홈페이지(www.csc.go.kr)를 통해 장·차관, 정부산하기관장 등 훌륭한 인재를 추천받아 검증한 뒤 임명하는 것이다. 특정한 직위 또는 분야에 적임자라고 생각하면 본인은 물론 주위에서도 추천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제도로 임명된 경우가 많고, 인사의 공정성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삼고초려로 발탁됐다고 해서 뒷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관료 출신이나, 여권과 가까운 인물이 이 제도로 많이 발탁되자 ‘통과의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공개경쟁을 통해 선임됐다고 말하지만, 삼고초려로 발탁된 인사 가운데 여권이나 정치권과 관련된 인사가 많고, 추천한 사람 역시 정부 고위직에 있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산하기관장 선임때 삼고초려로 추천된 것은 모두 32개다. 이 중 18개 직위에 삼고초려 추천자가 낙점됐다.4월말 현재 삼고초려에 오른 사람은 총 1252명이다. 자천이 329명(26%)이고, 타천이 923명(74%)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씨줄날줄] 시에스타/신연숙 수석논설위원

    프랑스와 함께 세계1위 관광국가 자리를 다투는 스페인을 여행할 때 주의사항 1호가 시에스타 체크라는 점은 흥미롭다. 스페인사람들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 시간엔 돈도, 손님(관광객)들에 대한 예의도 안중에 없다는 태도다. 시장이나 가게는 물론 유명한 박물관도 문닫는 곳이 많으니 허탕치지 않으려면 반드시 사전확인을 해야 한다. 한푼이라도 더 벌자고 눈이 벌건 시대에 이 무슨 태평인지,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시에스타는 게으름이나 끈기부족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낮잠은 생물학적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처음 과학자들은 오후시간의 졸음 증세는 점심 식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졸음이 올 때는 주의력 상실과 체온저하 증세가 나타났는데 이는 저녁잠의 1단계 증세와 똑같았다. 후속 연구결과 사람 몸의 생체시계는 밤잠을 잔 지 정확히 12시간 시점에 낮잠을 요구한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나 낮잠은 밤잠보다 요구 정도가 약했기 때문에 생략되는 수가 많았다는 것이다. 시에스타는 생체시계에 순응한 것이다.30분정도 짧게 눈을 붙이거나 친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원기를 회복하고 지적·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포르투갈 남부지방에서 시작돼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유럽을 거쳐 멕시코·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로 퍼졌다. 이들은 대부분 열대나 아열대기후 국가들이지만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도 모든 연령대가 평균 1주에 1∼2회 낮잠을 자고,33%는 4회 이상 잔다고 한다. 낮잠의 생래적·보편적 욕구설을 뒷받침하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기후가 아열대 쪽으로 이동해 감에 따라 시에스타가 생길 모양이다. 소방방재청이 폭염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일반직장 등에 낮잠시간의 한시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고교시절 여름방학 보충수업 때나 한여름 군대의 낮잠 풍경을 생각해 보면 전혀 새로운 제도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속도와 경쟁이 유별난 이 사회에 이런 여유가 제도화된다면 그건 또다른 얘기가 될 것 같다. 물론 ‘폭염재해’ 기간에 국한되겠지만, 모두가 일과를 멈추고 느림에 빠져본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서울이야기] 사람잡는 ‘환경의 역습’

    [서울이야기] 사람잡는 ‘환경의 역습’

    서울시민들은 하루 24시간 가운데 80%를 실내에서 활동한다. 시민들은 실내공간이라 하면 단순히 사무실이나 일반 주택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또는 가끔 들르는 실내 작업장, 공공건물, 병원, 지하시설물, 상가, 지하철·버스 등 교통수단 등도 모두 실내공간에 포함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실내 공간의 공기가 오염되면 오랜 기간 실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보다 쾌적하고 건강한 실내 공기를 만든다는 것은 자동차 대기오염 개선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새집 증후군에 대한 관심 증가 사람들은 누구나 어릴 적 새집에 이사 가기 전날 마음이 설레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새집이 사람을 잡는 ‘환경의 역습’을 우려하게 됐다. 최근 신축건물의 실내공기오염 피해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새집 증후군’에 대한 관심도 높아 가고 있다. 새로 지은 건물이나 집에서는 사람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오염물질이 건축자재와 마감재에서 보통 2∼3년 동안 발생한다. 실내에서 활동하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피로감, 두통, 현기증, 아토피 등과 같은 새집증후군을 앓게 된다. 실내 공기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환경부는 과거 ‘지하생활공간 공기질 관리법’을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으로 개정해(2003년 5월말 공포 및 2004년 5월말부터 시행), 실내 공기질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매우 시의 적절한 조치다. 실내 공기질 관리 대상시설이 지하역사 지하상가 등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벗어나, 여객터미널 도서관 의료기관 등의 다중이용시설뿐만 아니라, 신축 공동주택으로 확대돼 보편적인 실내공간 공기질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집 증후군 발생원 선진국에서조차 산업화와 경제화에 초점을 맞춘 국가정책에 따라 실내 환경의 중요성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실내 환경에 대한 관심은 1970년대 이후 각종 산업분야에서 에너지 소비 절감 및 효율을 높이기 위해 건축물의 단열과 밀폐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출발했다. 다시 말해 건물 밀폐 및 단열 강화에 치중한 나머지 환기부족 등으로 인해 실내 공기질의 관리여건이 열악하게 되고, 이와 관련된 건강이상 증상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무렵 선진 각국에서는 기계적 환기에 의존하는 빌딩에서 사무실 직원이 겪는 두통, 현기증, 호흡곤란 등 증상에 대해 보건의학자들이 빌딩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이라는 진단을 내리면서부터 실내 공기질과 인체건강 상관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게 됐다. 또한 각종 건축자재로부터 가스 및 유해물질이 방출되고, 경제수준의 향상과 함께 다양한 생활용품의 사용 증가는 새로운 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 실내 공기질을 오염시켰다. 이로 인해 실내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와 관련하여 1980년대 이후부터는 일상 소비생활용품에 포함된 다양한 화학물질에 의한 건강영향을 일컫는 복합화학물질 민감증(Multiple Chemical Sensitivity),1990년대에는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 등과 같은 새로운 건강이상 증상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웰빙은 실내 환경 개선에서 출발해야 질병으로 인해 사람이 아픈 것처럼 ‘새집증후군’,‘빌딩증후군’,‘교실증후군’ 등으로 표현되는 실내공간 건강 이상 증후군(症候群) 문제는 도로변 자동차 대기오염의 영향과는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실내의 건축자재와 마감재, 실내에서 사용되는 방충제, 방염 처리제, 플라스틱 제품 등에 포함되어 있는 화학물질 등이 서서히 발산되어 나타나는 실내공기 오염은 비록 저 농도라고 하나, 장기간에 걸쳐 노출되면 시민의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점차 확인되고 있다. 일례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피부병을 앓게 된 어린이와 그 가족이 신축아파트 건설업체와 관할 자치단체를 상대로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한 건축 마감재 교체비용과 위자료 지불을 조정·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건설업체로 하여금 일부 비용을 배상하도록 결정하였다. 이는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 때문에 발생하는 ‘새집 증후군’에 대해 배상 결정이 내려진 사례이다. 향후 이와 유사한 분쟁이 잇따를 전망은 명약관화하다. 근래에 실내공기청정기의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실내 공기질은 시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점차 인식되고 있다. 왜냐하면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주택, 직장, 학교, 자동차 안 등 다양한 실내공간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개방성이 적은 실내공간에서 오염된 실내 공기에 노출됨으로써 호흡기 질환, 인체의 생화학적 부작용, 호흡기관의 자극 등과 같은 건강피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서울 실내공기의 현주소 시민들은 과거 자동차 및 굴뚝오염에 비해 실내 공기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었다. 그러나 최근 ‘새집증후군’ 인식과 경험 사례가 보도됨에 따라, 실외오염에 못지않게 실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시민의식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응답시민의 43.4%는 주택의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해 평당 3만∼7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을 지불할 만큼, 친환경 건축자재의 사용 의사를 피력했다. 또한 공동주택의 준공시기별 실내 공기질에 대해 시민들은 입주 3년 이내에서는 오염물질 방출 건축자재의 사용에 의해, 그리고 3년 이후에는 환기 불충분 및 외기 대기오염에 의한 영향이 높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지하역사, 지하상가, 백화점, 병원 등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지금에 비해 더욱 집중적인 규제 및 유도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일부 시설에서 부유세균(공기오염물중에 떠다니는 세균)이 법상 유지기준 800CFU/㎥(1㎥ 당 세균 군집수) 이상으로 검출되는 사례도 간혹 있다. 이에 향후 신축 공동주택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의 쾌적한 실내 공기질 수준을 확보하고 시민건강 위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려 깊은 실내 공기질 관리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다시 말해 서울시 다중이용시설 유형별 실내 공기질 관리현황을 파악하고, 폭넓은 실험측정으로 실내 공기질 기초자료 체계를 구축하며, 실내 공기질 수준을 감안한 유지 및 권고기준 설정을 통한 적정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 실내 공기 관리 아직은 걸음마 걸음마 단계에 있는 국내 실내 공기질 관리에서 가정, 산업, 그리고 서울시 이해관계자가 함께 눈 여겨 보고 실천하여야 하는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친환경 건축물 인증, 건축자재 품질인증제 정착시켜야 공기환경과 관련된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는 건물의 벽체 천장 바닥에 쓰여지는 최종 마감재와 내장재 등이 환경마크 기준에 얼마만큼 적합한가, 그리고 환기구 설치 및 환기설계는 적정한가를 평가하는 제도이다. 특히 접착제, 도장재료, 바닥재, 벽재, 목재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의 발생량에 따라 건축물 환경 등급을 평가·인증함으로써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게 된다. 실내 공기질 수준은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건축자재의 사용과 적정 환기에 의해 크게 좌우되므로,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에 서울시는 새로 건축되는 다중이용시설 및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건물의 설계·시공 단계에서 친환경 건축자재의 사용을 유도 또는 권고해 실내공기오염 저감에 기여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건설업계에서는 시민이 기대하는 만큼 친환경건축자재를 우선 사용하여 ‘새집증후군’ 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축건물의 건축자재 사용내역, 공기질 측정결과 공개 현행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 제13조(보고 및 검사 등) 규정에 의해 시·도지사는 다중이용시설의 소유자 또는 신축되는 공동주택의 시공자로 하여금 실내 공기질 관련 자료를 보고받거나 검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서울시는 다중이용시설 및 신축 공동주택에 대하여 시설별 관리자, 시설 위치 등의 일반현황, 실내 공기질 측정 기록 등을 수집·정리해 실내공간 공기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실내 공기질 측정·보고와 관련하여 시청·자치구 홈페이지를 통해 항상 공개해 해당 시설의 소유자·관리자가 실내 공기질의 수준을 유지·권고기준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 또는 다중이용시설을 신축하는데 이용되는 건축자재 및 내장재 사용 내역을 시민이 사전에 알 수 있어야 한다. #실내 공기질 관리 지침서 적극 활용 일상적인 거주 및 업무공간에서 실내공간 공기질 수준을 적정하게 관리하거나 유도할 수 있는 생활안내서 또는 실내 공기질 관리 지침서가 현재 구체적으로 작성·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실내 공기질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정보 및 개선방법 등을 담은 생활 안내서, 실내 공기질 관리인·건물주를 위한 관련법규 및 효율적인 관리방법 등을 알려주는 실내 공기질 관리지침서의 제작·활용이 필요하다. #실내 공기질 관리를 통합하는 지혜가 필요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일원화된 통합 관리를 통해 실내 공기질 관리 지침을 개발해 실내공기 중의 오염물질 측정과 분석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관리지침은 실내 공기질 관리에 기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은 새집증후군 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 관련업계 등이 참여하는 ‘건강주택연구회’를 조직하여 범정부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내 공기질 관리업무가 환경부, 보건복지부, 건교부, 교육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에서 분산 관리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해서는 법적·제도적으로 통합된 관리주체의 일원화가 바람직하다. 김운수 서울시정개발 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부장
  • “56년 國·共내전 끝냈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 공산당과 타이완 국민당이 60년 만에 양안 적대관계 종식과 전면적인 경제교류 추진을 골자로 한 ‘3차 국·공합작’을 성사시켰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롄잔(連戰) 타이완 국민당 주석은 29일 오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역사적인 ‘국·공 수뇌회담’을 갖고 이같은 5개항의 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양안 적대관계 종식 추진 두 수뇌는 이날 1시간40분에 걸친 회담 끝에 ▲양안 적대관계 종식 및 평화정착 추진 ▲대화 회복 및 국민복지 증진 모색 ▲군사충돌 방지 및 상호 군사신뢰 시스템 구축 ▲경제 전면교류 ▲국제보건기구(WHO) 등 타이완의 국제활동 참여 협력 ▲양당의 정기 교류 추진 등 ‘국·공 5대 합의’를 도출했다. 국·공 수뇌회담은 1945년 8월 장제스 국민당 주석과 마오쩌둥 공산당 주석이 충칭에서 회담한 이후 60년 만에 이뤄졌다. 중국 언론들은 롄잔의 중국 방문을 양안의 ‘평화 여행’으로 명명하고 49년 분단 이후 법적으로 지속됐던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상태가 56년 만에 완전 종식됐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중화민족 진흥 역설 당 총서기 신분으로 회담에 임한 후 주석은 회담에 앞서 “타이완 독립에 반대하는 어떤 정당과 단체와의 교류와 대화도 환영한다.”고 강조한 뒤 국민당을 창건한 쑨원(孫文)의 구호를 빌려 중화민족의 위대한 진흥을 이룩하자고 역설했다. 롄 주석은 이에 “이미 흘러간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미래를 향한 기회는 붙잡을 수 있다.”고 화답했다. ●미완의 성공 양당의 이날 합의는 적대관계 청산과 화해를 위한 첫걸음으로써 양안 교류확대를 위한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양당간 합의가 실행에 옮겨지기 위해선 타이완 집권 민진당의 승인과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진당이 정국 주도권을 국민당에 넘겨주면서 ‘국·공합의’를 전격적으로 승인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산당 역시 타이완 독립세력을 고립시키고 반국가분열법 통과로 거세진 타이완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공합작을 활용한 측면이 적지 않다. 회담 결과가 ‘공동 언론발표문’ 형식으로 나온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상하이(上海) 동아연구소 후링웨이(胡凌) 부소장은 “국·공 교류 등을 포함해 제도화된 교류체제를 갖추기 위해선 반드시 집권당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롄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베이징대학에서 40여분간 ‘자유 사상, 포용, 현상유지, 양안 호혜를 통한 윈-윈과 평화 견지’ 등을 주 내용으로 강연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한이 형제의 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타이완 정부 “도움 안될 것” 타이완 정부는 이번 수뇌회담이 양안간 긴장을 완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중국 정책 담당기관인 대륙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양안)관계개선에 진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또 롄 주석이 회담에서 타이완에 대한 전쟁 위협을 줄이도록 후 총서기를 설득하지 못했고 타이완에 대한 미사일 위협이나 적대행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공산당에 납득시키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은 여론이 ‘분리 독립’이 아닌 평화정착으로 흐를 경우 당장 올 연말 지방선거가 위험하다. 천 총통이 다음달 5일 대륙을 찾는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을 통해 후 주석에게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타이완 언론들이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oilman@seoul.co.kr
  • [의회] 기발한 정책제안에 ‘음메 기죽어’

    [의회] 기발한 정책제안에 ‘음메 기죽어’

    의회가 집행부를 이끌어 간다. 최근 서울시의원들이 시민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을 잇따라 찾아내며 시정에 반영토록 하는 등 집행부를 압도하고 있어 지방의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배수관 교체 지원’ 등 눈길 지난 11일 서울시는 낡고 오래된 옥내배수관 교체비용을 지원키로 한다고 발표했다. 시민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만한 정책이다. 이번 정책은 서울시의회 김성구 의원(한나라당 은평3)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타당성을 제시해온 덕에 이뤄진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조규성 의원(한나라당 양천2)이 이행강제금에 대한 감면조치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을 파헤쳐 건물주가 감액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조 의원은 이를 조사하기 위해 3개월 동안 무려 5만여부의 건축물 대장을 확인했다고 한다. 관계공무원의 법령 미숙지가 원인이었음을 밝혀내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까지 제시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밖에도 이정선 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이 서울시정책의 수립·시행과정에 성(性)별영향평가제를 도입토록 했고, 김유현 의원(한나라당 마포4)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개선토록 하는 등 서울시의 주요 정책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 1000만명에 이르는 서울시의 정책결정과정은 여론수렴-계획(방침)수립-조례 등 자치법규 작성-조례규칙 심의-의회 이송(안건심의 및 의결)-집행부-조례규칙심의-공포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의원 발의 따른 제도화 사례 점증 이는 여론수렴에서부터 계획·시행 등 새로운 정책 수행을 위해 집행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전담하고 의회는 단지 심의, 허락만 해주면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원발의나 정책제안 등으로 의회에서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을 먼저 제시하고 집행부가 타당성을 검토해 이를 제도화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정책을 제시하는 의회기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정책연구실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 50여명을 확보,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제 154회 임시회에서 김기성 의원(한나라당 도봉3)이 주장한 ‘개발권양도제 도입 방안’도 바로 의회의 정책연구기능 확충에 따른 산물이다. ●정책발굴 노력 계속 올들어서는 용산구의회, 성동구의회 등 자치구의 기초의회에서 이같은 정책연구 기능을 확충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올 상반기동안 의원 및 외부전문가의 연구과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윤학권 의원(행정자치위원회)은 이번주에 열리는 제155회 회기동안 ‘지방의회의 결산검사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발표하고 ▲김유현 의원(환경수자원위원회)-서울자연환경에 맞는 환경생태계획 수립 및 대기권 개선대책 ▲김배영 의원(행정자치위원회)-서울시 체납세액 회수방안 ▲이정선 의원(교육문화위원회)-서울시학교 복합화 시설 업무 일원화 방안 ▲부두완 의원(보건사회위원회)-자원봉사 실적제도 도입 및 자원봉사 활성화방안 연구 등이 올 상반기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또 안두순 교수가 ‘서울시 투자사업의 타당성 심사기준 모색’을 주제로 이달에 의회 정책연구실에서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고, 다음달에는 남황우 교수가 ‘재산세 파동의 시사점과 문제점’을 정책연구과제로 발표하는 등 올 상반기 동안 모두 7명의 외부 전문가들이 서울시의회에 새로운 정책을 제시키로 예정돼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가정방문…일부 학교 “불허” vs 교사 “강행”

    일부 학교에서 학생 가정방문을 둘러싸고 학교측과 교사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2001년 3월부터 가정방문운동을 펴고 있는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올해에도 학교별로 맡고 있는 학급에서 가정방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 가정방문을 막아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15일 “일부 학교에서 학교장과 부장급 교사들이 가정방문을 저지하고 있다.”면서 “교사의 양심을 걸고, 교육적 필요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가정방문을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좋은교사운동’은 지난 2000년 ‘기독교사연합’에서 이름을 바꿔 재출범했으며,5000여명의 교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가 가정방문을 부활시키고 있는 이유는 학생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아 학생 지도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학교측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가정방문을 반대하고 있다. 가정방문 과정에서 촌지를 주고 받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고, 여러가지 문제로 폐지된 뒤 공식 제도화되지 않은 가정방문을 학부모들이 꺼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J고 교장은 “가정방문은 촌지 등 여러가지 문제점 때문에 오래 전에 폐지됐다.”면서 “특별한 문제가 있는 학생도 아닌, 반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교사들은 몇년 동안 잡음 없이 하고 있는데도 과거의 잣대로 막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가정방문을 다녀오면 아이들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면서 “가정방문은 아이들과 교사간의 신뢰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처음엔 ‘그런 걸 왜 하느냐.’고 말하던 아이들도 가정방문 후에는 좋아한다.”면서 “게다가 희망자에 한해 실시하고 있는데 왜 문제삼는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가정방문을 받아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호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서울 문래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상숙(41·여)씨는 “처음에는 가정방문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가정방문후 선생님이 편하게 느껴져 앞으로는 아이 문제에 대해 망설임 없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무적인 가정방문은 80년대 중반∼90년대 초 각종 폐해로 폐지됐다. 현재 가정방문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며 학생 지도에 필요한 경우에는 허용된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실시하는 가정방문을 막을 이유가 없다.”면서 “가정방문은 교사 교육활동 중의 하나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만중 대변인은 “단순한 상담활동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3·4월 방과 후 시간을 고스란히 투자하면서 순수한 교육적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가정방문을 왜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률적인 가정방문의 부활은 적절하지 않지만 원하는 교사들이 학교측과 갈등 없이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가정방문은 순기능뿐만 아니라 역기능이 있는 만큼 교사와 교장 입장 모두 이해된다.”면서 “가정방문은 자율적으로 실시하되 절차나 방법에 대한 것을 일선 학교에 맡기지 말고 교육청 차원에서 정책적인 지침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사설] 檢·警의 경쟁적 인권보호 다짐

    검찰과 경찰 등 최근 수장이 바뀐 두 권력기관이 잇따라 인권보호를 다짐하는 약속을 내놓았다. 국민의 공복 신분에도 불구하고 국민위에 군림하여 국민을 한없이 왜소하게 만들었던 두 기관이 인권존중의 시대적 요구에 맞춰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수사권 독립을 놓고 두 기관이 힘겨루기를 하고있는 상황에서 경쟁적 선언에 대한 의구심 또한 고개를 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두 기관은 다짐을 제대로 실천해야 하겠지만 국민이 왜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지도 헤아려야 한다. 추호라도 다른 속내가 있다면 반성할 일이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인권 존중의 선진검찰 구현’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불구속 수사의 최대한 확대, 자백위주의 수사방식 지양, 과학적 증거확보, 형벌에 앞선 설득과 중재의 중요성 등 새 검찰 총수가 역설한 것은 국민이 새시대 검찰상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바다. 제도화를 통한 정착을 기대한다.‘인권검찰’선언이 권력으로부터의 검찰독립 명제를 흐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있지만 두 가치가 양립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권 없는 정의 없고 정의 없는 인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어제 발표한 인권보호 종합추진계획 역시 획기적 경찰활동 개선책을 담았다. 밤샘조사 금지, 범죄피해자 정신피해 치료서비스 제공, 피해자와 가해자의 직접대면을 막기 위한 화상대질조사실 설치 등은 그동안 경찰수사에 쏟아졌던 불만을 일거에 풀어줄 수 있는 내용들로 평가된다. 인권침해로 얼룩졌던 유치장 환경도 개선될 모양이다. 그러나 제도들이 실효를 거두려면 일선경찰의 의식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의식 업그레이드 대책이 없는 것은 아쉽다.‘인권검찰’‘인권경찰’이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수사상의 인권보호는 선진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두 기관의 인권보호 다짐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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