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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50년을 열자] 한·일, 북핵 ‘공통 위협’ 인식…과거사·독도에 발 묶인 안보협력

    [새로운 50년을 열자] 한·일, 북핵 ‘공통 위협’ 인식…과거사·독도에 발 묶인 안보협력

    “양국 간 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합시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여건이 충분히 조성돼야 합니다.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입니다. 자위대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할 때도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지금 이 자리에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나카타니) 지난 5월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양국 안보협력 관계의 현 수준을 그대로 드러냈다.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공통의 위협을 안고 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인식 차이는 안보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한·일 안보협력의 초석을 쌓은 시기는 1998년 2월 출범한 김대중 정부 때로 평가된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을 기조로 삼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협력을 얻고자 했다. 일본 측도 1998년 8월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미사일이 일본 본토 상공을 지나 태평양 쪽으로 떨어지자 미국과 미사일방어(MD) 체계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한국과도 안보협력을 촉진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김 대통령과 당시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1998년 10월 미래지향적인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 장관급, 실무 국장급, 작전부대들의 교류와 공동 훈련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999년 8월 일본 규슈와 한국 해역에서 양국 해군 함정들이 참가한 최초의 수색 구난 공동 훈련(SAREX)이 시작됐다. 양국은 격년으로 2013년까지 이 훈련을 총 8번 실시했다. 양국 국방 당국은 1999년 5월 해군과 공군의 작전사령부 간 직통전화(핫라인)를 구축했다. 김대중 정부는 이 같은 안보협력을 제도화함으로써 대북 화해협력 정책에 대한 일본 측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일본과 역사 및 영유권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잔존했음에도, 정부가 절제된 메시지를 통해 일본 측의 시정을 요구하면서 안보협력을 진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도 한·일 안보협력 관계를 격상시키고자 했다. 양국 국방 당국은 2011년 1월 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고 2012년 6월에는 일본 측과 이 협정에 공동 서명하려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 군 당국으로서는 일본과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는 취지하에 정보보호협정을 추진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유엔평화유지군 활동 시 군수물자를 상호 보완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밀실 추진 논란과 함께 국민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을 매개로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면서 얻는 이익이 일본과의 안보협력보다 더 크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현재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한·중 관계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라고 해서 한국이 안보 문제에서 중국과 공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공격 등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이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한반도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한·일 안보협력은 여전히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2일 “일본이 군국주의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위험하다는 부정적 시각이 생겼다”며 “일본은 다시 군사대국화를 추구하거나 동아시아의 패권국가로 회귀할 자원과 능력이 부족하고 미국도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일본 교도통신이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의 군사력 보유와 교전권 등을 부인하는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응답자의 60%는 ‘현행대로 존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바꿔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2%에 그쳤다. 이는 아베 신조 정권이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담은 안보법제를 개정했지만 일본 국민들은 여전히 평화의 중요성을 갈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한·일 안보협력이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처한 대외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모두 관리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고 한·일이 동맹으로서 이 역할의 일부를 담당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의 이 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집단자위권 행사를 합법화하는 길을 열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의 눈치를 모두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와 같이 미국을 매개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하되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북한에 대한 억제력, 비전통안보 이슈 위주로 안보협력을 진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린세상] 경영권 방어 수단에 대한 재논의/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경영권 방어 수단에 대한 재논의/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상당한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사실상 두 회사 간의 합병은 민생 문제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삼성그룹 계열사 간의 합병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엘리엇이라는 낯선 이름의 외국 헤지펀드의 등장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사건을 지켜보아야 했다. 막판에는 삼성 측의 적극적인 홍보뿐 아니라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분위기 덕분에 별 분쟁 없이 조용히 끝났지만 말이다. 지금까지는 주주 자본주의에 따른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행동이 일회성으로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는 종종 사건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비해 검토해야 할 분야가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경영권 방어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다. 경영권 방어수단이란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말한다. M&A가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는 인수 대상 기업 이사회의 태도에 따라 구별된다. 1990년대 이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종 내의 주요 기업을 적대적 M&A를 통해 단기간에 경쟁력 있는 거대 기업으로 키우려는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국가 간 자본 이동이 자유로워 국제적인 적대적 M&A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자본시장에서의 외부 규율 기능을 통해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기업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적대적 M&A를 통한 과도한 외부 규율은 경영진들한테 기업의 장기 이익과 배치되는 의사결정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펀드(소버린)에 의해 적대적 M&A가 시도된 적이 있다.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회계 부정이 드러나 SK그룹의 계열사 주가가 하락했는데 당시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던 SK㈜의 주가도 1만 3000~1만 5000원에서 50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즈음 소버린은 SK㈜의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으며 당시 증권거래법의 ‘5% 룰’에 따라 공시할 때는 9%가량 사들인 상태였다. SK그룹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SK 계열사를 통해 SK㈜의 주식을 매집하려 했으나 출자총액제한제도(현재는 폐지됐음)에 묶여 더 살 수 없었다. 이후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경영권 방어수단이 재벌의 소유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반대로 제도화되지 못했다. 또 2009년에는 법무부가 한국형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국무회의까지 통과시켰는데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법무부는 신주인수선택권은 적대적 M&A로부터 기업과 주주를 보호하고 기업이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 투자 및 생산 활동에 전념케 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진했지만, 지배 주주의 사익추구에 악용될 수 있다는 반대에 좌절됐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시장의 변화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거나 적대적 M&A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경영권 방어 제도의 미비로 정상적인 기업이 기업 사냥꾼 등에게 희생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경영권 방어수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자본시장에서의 시장규율 메커니즘에 따라 이뤄지는 적대적 M&A의 순기능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선진국에서처럼 공격과 방어가 공평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런 제도가 완비되면 소위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지 않으면서 기업경영권시장도 건전하게 성장할 것이다. 다만 작금의 경영권 방어수단 관련 논의를 지켜보며 우려되는 것은 지난 엘리엇 사태의 본질은 경영권 방어수단의 미비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기업 지배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경영권 방어수단은 적대적 M&A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2세, 3세로의 승계를 위해 활용되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 [사유림 경영의 길을 묻다] (상) 일본의 집약화 산림경영

    [사유림 경영의 길을 묻다] (상) 일본의 집약화 산림경영

    한국과 일본은 산림이 국토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산림 중 사유림 비율은 한국이 68%, 일본이 58%에 이른다. 대규모 녹화를 통해 울창한 산림을 보유하고 있지만, 산주(山主)들은 대체로 사유림 경영에 무관심한 편이다. ‘임업’ 자체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림경영은 건강한 숲 생태계를 유지하고 목재 비축 기지를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정부가 사유림 경영을 제2의 녹화운동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다. 정부는 산주의 관리 부담을 줄이고 사유림의 질을 높이는 등 경제림 육성을 촉진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사유림 경영에서는 소규모 산주가 많고 부재산주 비율이 높은 일본이 앞서고 있다. 집약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산림경영 현장을 찾았다. 29일 기자가 찾은 일본 기후현 에나시 가사기자이산에서는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편백나무 벌채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문량이 1300㎥ 규모로, 임도와 산림작업도 곳곳에는 직경 20~40㎝, 길이 2.4m로 정리된 편백나무 더미가 정리돼 있었다. 잘린 나무는 평균 60년생이다. 간벌 작업을 맡은 기후현 산림조합연합회 동농지소는 사업지(45㏊)에서 4000㎥의 목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지치기와 절단, 운반 등에 장비를 투입하는 등 대부분 작업은 기계화돼 있었다. 작업자는 3~4명에 불과했다. 현장 관계자는 “목재값이 낮다 보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작업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은 인공림이 전체 산림 면적의 41%인 1029만㏊로 목재 생산이 가능한 46년생 이상 산림이 51%에 이른다. 하지만 2013년 기준 목재 생산량은 2195만㎥로 자급률이 28%에 불과하다. 보유한 자원은 풍부하지만 수입재와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목재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임야청 자료에 따르면 1㏊에 삼나무 3000그루를 조림, 60년간 키워 목재 생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507만 6000엔(약 4700만원)이다. 이 중 산주가 전액 부담하는 주벌 비용을 제외한 비용(310만엔)의 68%(210만 8000엔)를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보조금을 활용해 목재를 생산하더라도 산주 수입은 27만 1000엔에 불과하다. 벌채 후 재조림 비용(자부담 40만 8000엔)조차 감당할 수 없다. 가와베 다케시 기후현 산림조합연합회 동농지소장은 “건축기법의 변화로 기둥이나 벽 등에 일본산 원목을 구조재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국산재 용도가 줄게 됐다”면서 “비용이 반영된 시장 가격이 형성돼야 하는데 가격 상승은 수입목재 사용을 늘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편백을 구조재뿐 아니라 내장재로 사용하는 등 목재 활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단순히 목재 생산이 아닌 산림의 기능 강화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 등을 내세워 2009년 산림·임업재생플랜, 2012년 산림경영계획 등을 제도화했다. 효율적인 산림경영을 위해 복수 소유자 산림을 일정 규모(30㏊) 이상으로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산림경영계획 수립에는 전문가인 산림사업플래너가 참여하는데 사업플래너는 사업 내용과 경비 및 수입 등 수지를 산출, 제시해 산주의 참여를 유도한다. 임야청은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산림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사유림 경영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사유림에 대한 경영계획을 80%까지 마무리해 국산 목재 공급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아이치현 도요타시는 산림경영이 활발한 지역이다. 도요타 지역에도 국산 목재 가격 하락과 고령화, 도시 취업 증가 등으로 한때 인공림(3만 5000㏊)의 70% 이상이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그러나 2000년 집중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한 이후 산림경영 필요성이 대두됐고 의회는 ‘숲조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사업시행을 뒷받침했다. 산림경영은 타당성 분석과 산주들의 자발적 참여가 우선돼야 한다.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산주들이 집약경영을 위한 단지화에 찬성하면 지자체와 산림조합 또는 민간사업체 등 산림사업체가 합류해 공동으로 산림경영을 추진한다. 특히 산림경영 필요성이 인정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사업플래너가 산주를 찾아다니며 참여를 유도한다. 오야마 히로아티 도요타산림조합 산림사업플래너는 “산림경영계획은 황폐지 복구와 공익적 기능 확대 방안 등을 고려해 확정한다”면서 “산림에 관심이 적은 산주와 직접 산에 올라가 상태를 설명해 이해시키는 것이 집약화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집약화 산림경영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후현의 경우 2014년 말 현재 경영계획이 작성된 사유림은 전체(68만 8000㏊)의 13%(9만 2000㏊)에 불과하다. 당초 계획(14만 500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간다 사토키 기후현 기후농림사무소 임업과장은 “집약화는 산주를 모으는 것이 관건이자 과제”라며 “산주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성공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 글 사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교통안전 행복두배] 여형구 국토부 2차관에게 들어본 실태와 대책

    [교통안전 행복두배] 여형구 국토부 2차관에게 들어본 실태와 대책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집중적인 단속, 교통시설 개선 효과가 사상자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운전자의 교통안전 의식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수준이다. 고의적인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인 보복운전, 음주운전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과 교통안전공단은 주요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알리고 지역별 교통안전 취약점을 찾아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6회에 걸쳐 싣는다. 14일 여형구 국토교통부 2차관을 만나 교통안전 실태와 대책에 대해 먼저 들어봤다. →최근 보복운전이 사회문제로 번졌다. -보복운전은 일반 교통사고와 다르다. 실수나 부주의에 따른 일반 교통사고가 아니다. 엄청난 사고를 불러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저지르는 고의성 있는 범죄행위다. 국토부도 보복운전에 대한 위험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지만 운전자의 의식이 바뀌지 않고 경찰의 단속이 지속되지 않으면 근절되지 않는다. 보복운전에 대한 언론의 집중 조명과 경찰의 집중 단속이 시작된 만큼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의미 있는 한 해였다. 1978년 이후 최초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4000명대로 낮아졌다. 4000명대가 적다는 얘기가 아니다. 마(魔)의 5000명대를 깨는 데 37년이나 걸렸다. 1970년대에는 자동차등록대수가 50만대를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의미 있는 성과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근 2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연간 630명이 감소했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빠른 감소율을 보였다. 올해 목표는 450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활동을 펼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교통안전은 인적요인, 도로요인, 자동차요인이 함께 개선될 때 가능하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에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이 적극 참여하고 언론이 적극 나서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한 덕분이다. 졸음쉼터를 늘리고 생활도로구역(주택가 주변도로 30㎞/h 제한) 확대로 도로 안전성을 개선한 것도 주효했다. 속도제한장치 설치 의무화 등 자동차 안전기준 강화도 대형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아직도 교통안전의식 수준은 선진국의 꼴지 수준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OECD 평균은 1.1명이지만 우리나라는 2배가 넘는 2.4명으로 OECD 32개 회원국 중 31위이다. →교통안전의식 수준, 특히 안전띠 착용률이 떨어지고 있다. -안전띠 착용률은 교통안전의식 수준의 바로미터다. 우리나라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2%에 불과하다. 독일(97%)이나 영국(89%), 미국(74%)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모든 자리에서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입법예고됐다. 불편하더라도 안전을 위한 생명벨트라는 생각으로 착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또한 중요하다. 고령 인구비율은 12.2%(2013년 기준)인데,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38%를 차지한다.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4500명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고가 많은 고령자 등 보행사고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노인보호구역(Silver Zone)의 사고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속 단속장비, 과속방지턱 등 안전시설을 늘리고 있다. 고령 보행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노인보호구역도 확대 중이다. 생활도로구역을 전면 확대하고, 국도 내 마을 인접 구간에 빌리지존(Village Zone)을 지정해 속도저감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의 안전 준수도 강화해야 하지 않나. -교통안전 제도를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속도를 줄이도록 운전자 주의 의무를 강화할 방침이다. 고령 운전자의 인지, 신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적성검사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사업용 자동차의 안전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뒷좌석에 안전띠 경고장치 장착 의무화를 제도화하고,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유도하고 있다. 사고발생 시 자동차 스스로 사고정보를 전송토록 하는 시스템 연구를 시작하고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시범사업도 추진할 것이다. 사업용자동차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5.8%에 불과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체의 18.1%를 차지한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비사업용보다 4배 높다. 안전점검을 내실 있게 운영, 개선 권고에 그치고 있고 실제 권고 사항의 이행 여부까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개선하려고 한다. →사업용 자동차 사고는 무엇보다 인적 요인이 크지 않은가. -사망 사고 등 중대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수종사자에 대한 안전체험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다. 운수업체에 운전자 고용 시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통안전 체험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중대 교통사고 유발자는 교통안전체험교육(8시간)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이수에 따른 제재 수단이 없어 제도 운영에 따른 실효성 확보에 한계가 따른다. →디지털 운행기록만 제대로 분석, 활용해도 운행 행태가 개선되지 않을까. -버스나 택시는 디지털 운행기록기를 모두 달고 운행한다. 화물차는 98% 정도 달렸다. 문제는 분석 능력이다. 현재 하루 20만~30만대의 기록기를 분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50만~60만대를 분석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갖춰야 100% 분석이 가능하다. 6개월마다 이뤄지는 자동차 검사 때 운행기록기를 분석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첨단 미래교통시장이 뜨고 있다.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 아닌가. -선진국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의 뛰어난 기술을 활용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2009년부터 첨단안전자동차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뿐만 아니라 교통안전공단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의 공공기관, 학계(서울대학교), 자동차제작사(현대모비스) 등 ‘정부-학계-산업계’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자율주행자동차, 자동차안정성제어장치, 자동비상제동장치, 차선유지지원장치 등을 시연했다. 첨단 안전장치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효과는 자동비상제동장치 20%, 차선유지지원장치 15% 등으로 우수하다. 이들 장치 장착을 점차 의무화할 방침이다. →교통안전, 계도로만 가능할까.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 수가 상반기에 19% 감소했다. 졸음운전 위험성 홍보가 주효했다. 하지만 점검과 단속도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2010년 서울 행당동 CNG버스 내압용기 파열사고 이후 공단의 철저한 사전 검사로 단 한 건의 파열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안전을 위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안전점검 결과 공단 검사 불합격률은 19%이고, 민간 검사기관 불합격률은 9%다. 공단이 깐깐하게 검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단이 출장 서비스를 늘려 시행하도록 했다. 철저한 검사와 함께 실효성 있는 단속도 계속돼야 한다. 교통사고를 분석, 맞춤형 단속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교통안전 당부사항은.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은 기본이다. 안전띠는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안전띠 착용은 행복을 지키는 습관이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3배 높다. 6세 미만의 자녀들은 안전띠를 착용하고 카시트에 앉혀야 한다. 운전 중 DMB 시청이나 휴대전화 사용은 운전자의 시각적 분산을 가져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 글 사진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하루 평균 살인 22명…엘살바도르를 아시나요?

    하루 평균 살인 22명…엘살바도르를 아시나요?

    중남미의 엘살바도르에서 인권이 위협될 만큼의 살인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국립 법의학 연구소(Institute of Legal Medicine)가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6월 엘살바도르에서 발생한 살인 등 강력범죄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총 2865명에 달하며, 지난 6월에는 677명이 피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2.6명 꼴이다. 인구 600만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나라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인에게 비교적 낯선 나라인 엘살바도르는 1970년대 말부터 내전이 시작됐다. 70년대 후반 반정부 게릴라 단체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과 정부군 사이의 본격적인 전쟁이 발발했고 이는 무려 12년간 지속됐다. 12년 동안 내전으로 최소 8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 이상이 터전을 잃었다. 이후 불안한 경제상황과 내전을 틈타 범죄조직이 범람했다. 2013년 엘살바도르 정부는 범죄조직과 휴전을 맺었는데, 범죄조직은 도리어 평화롭고 감시가 느슨한 휴전을 틈타 중무기를 사 모으고 세력을 키웠다. 지난 1월, 휴전이 깨지면서 범죄조직은 다시금 활개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불안한 심리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과거 정부-FMLN간 휴전 협상에 참여한 전직 군 관계자 라울 미한고는 “젊은 조폭들이 스스로 명성을 쌓기 위해 더 광적으로 날뛴다”고 분석한다. 꿈이 없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젊은 범죄 조직원이 돼 막막한 현실을 탈피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달 동안 무려 667명이 살해된 나라, 엘살바도르는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이면(異面)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의 엘살바도르는 사실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나라다. 면적은 대한민국 경상북도 정도에 불과해 지도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이면에는 익숙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누구나 한번쯤 읽었을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다. 생택쥐페리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그의 ‘장미’였던 아내 콩쉬엘로 드 생택쥐페리는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화산들은 생택쥐페리의 아내인 콘쉬엘로가 항상 그리워했던 고향을 그린 것이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어린 왕자’ 안에서 엘살바도르를 만나온 것이다. 국토의 90% 이상이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이 나라는 ‘화산의 나라’로 불리기도 하다. 내전으로 발전의 기회를 잃은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 일부 고온다습한 저지대를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보이고, 국토 면적이 적은 대신 하루 안에 산과 바다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엘살바도르는 중미 다른 나라들처럼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다. 국토의 12%가 커피 농장이며 여기서 만들어지는 커피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수출된다.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며 마시고 있을 커피가 엘살바도르산(産)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낯선 이 작고 먼 나라에도 한류가 있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K-Pop 등 한류 문화의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15 엘살바도르 K-POP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그 인기를 입증하는 행사들이 속속 열리고 있다. 한국과의 공통점도 있다. 엘살바도르 국민에게는 한국전쟁과 같은 내전으로 수많은 이산가족이 생겨난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았다. ▲엘살바도르에도 희망은 있다 경상남도만한 작은 땅에서 한 달에 677명(2015년 6월)이 살해된 엘살바도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치안이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치안 불안이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등 경제발전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지목된다. 가뭄 등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급증해 국민들이 먹고 살만한 길이 막막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엘살바도르에도 희망은 존재한다. 1970년대 후반 엘살바도르에서 우파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다가 1980년 암살당한 故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식이 지난 5월 열렸다. 이로서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엘살바도르 최초로 ‘복자’(福者·가톨릭에서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여 공적으로 공경을 받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존칭으로, 聖人의 바로 전 단계)에 오른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카톨릭 신도인 엘살바도르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엘살바도르 대사관 측은 서울신문 나우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제도화 된 정치 시스템과 여타 중미국가에 비해 낮은 사회적 부패 정도”를 엘살바도르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다. 국제사회를 경악케 한 살인사건 발생률은 정부-범죄조직 간의 갈등으로 야기된 것이며, 정치세력 내부적으로 좌파-우파의 대립은 존재하지만 이것이 폭력사태로 확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대립을 줄이고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각종 지원을 적극 활용해 치안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엘살바도르는 작지만 중요한 중미 국가라는 의미에서 ‘중미의 유태인’ ‘매력적인 소국’(Rincon Magico) 등으로 불린다. 성실하고 근면한 국민성을 가졌으며 생활력이 높고 손재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발전 잠재력을 디딤돌 삼아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커피의 나라. ‘어린왕자’가 사랑한 나라. 한국의 음악과 문화를 즐기는 나라. 우리에게 엘살바도르는 더 이상 낯설고 먼 나라가 아니다. 이것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엘살바도르의 평화를 호소하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하루 평균 살인 22명… ’어린왕자의 나라’ 아시나요?

    [송혜민의 월드why] 하루 평균 살인 22명… ’어린왕자의 나라’ 아시나요?

    중남미의 엘살바도르에서 인권이 위협될 만큼의 살인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국립 법의학 연구소(Institute of Legal Medicine)가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6월 엘살바도르에서 발생한 살인 등 강력범죄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총 2865명에 달하며, 지난 6월에는 677명이 피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2.6명 꼴이다. 인구 600만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나라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인에게 비교적 낯선 나라인 엘살바도르는 1970년대 말부터 내전이 시작됐다. 70년대 후반 반정부 게릴라 단체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과 정부군 사이의 본격적인 전쟁이 발발했고 이는 무려 12년간 지속됐다. 12년 동안 내전으로 최소 8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 이상이 터전을 잃었다. 이후 불안한 경제상황과 내전을 틈타 범죄조직이 범람했다. 2013년 엘살바도르 정부는 범죄조직과 휴전을 맺었는데, 범죄조직은 도리어 평화롭고 감시가 느슨한 휴전을 틈타 중무기를 사 모으고 세력을 키웠다. 지난 1월, 휴전이 깨지면서 범죄조직은 다시금 활개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불안한 심리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과거 정부-FMLN간 휴전 협상에 참여한 전직 군 관계자 라울 미한고는 “젊은 조폭들이 스스로 명성을 쌓기 위해 더 광적으로 날뛴다”고 분석한다. 꿈이 없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젊은 범죄 조직원이 돼 막막한 현실을 탈피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달 동안 무려 667명이 살해된 나라, 엘살바도르는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이면(異面)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의 엘살바도르는 사실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나라다. 면적은 대한민국 경상북도 정도에 불과해 지도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이면에는 익숙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누구나 한번쯤 읽었을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다. 생택쥐페리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그의 ‘장미’였던 아내 콩쉬엘로 드 생택쥐페리는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화산들은 생택쥐페리의 아내인 콘쉬엘로가 항상 그리워했던 고향을 그린 것이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어린 왕자’ 안에서 엘살바도르를 만나온 것이다. 국토의 90% 이상이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이 나라는 ‘화산의 나라’로 불리기도 하다. 내전으로 발전의 기회를 잃은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 일부 고온다습한 저지대를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보이고, 국토 면적이 적은 대신 하루 안에 산과 바다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엘살바도르는 중미 다른 나라들처럼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다. 국토의 12%가 커피 농장이며 여기서 만들어지는 커피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수출된다.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며 마시고 있을 커피가 엘살바도르산(産)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낯선 이 작고 먼 나라에도 한류가 있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K-Pop 등 한류 문화의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15 엘살바도르 K-POP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그 인기를 입증하는 행사들이 속속 열리고 있다. 한국과의 공통점도 있다. 엘살바도르 국민에게는 한국전쟁과 같은 내전으로 수많은 이산가족이 생겨난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았다. ▲엘살바도르에도 희망은 있다 경상남도만한 작은 땅에서 한 달에 677명(2015년 6월)이 살해된 엘살바도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치안이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치안 불안이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등 경제발전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지목된다. 가뭄 등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급증해 국민들이 먹고 살만한 길이 막막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엘살바도르에도 희망은 존재한다. 1970년대 후반 엘살바도르에서 우파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다가 1980년 암살당한 故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시복식이 지난 5월 열렸다. 이로서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엘살바도르 최초로 ‘복자’(福者·가톨릭에서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여 공적으로 공경을 받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존칭으로, 聖人의 바로 전 단계)에 오른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카톨릭 신도인 엘살바도르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엘살바도르 대사관 측은 서울신문 나우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제도화 된 정치 시스템과 여타 중미국가에 비해 낮은 사회적 부패 정도”를 엘살바도르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다. 국제사회를 경악케 한 살인사건 발생률은 정부-범죄조직 간의 갈등으로 야기된 것이며, 정치세력 내부적으로 좌파-우파의 대립은 존재하지만 이것이 폭력사태로 확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대립을 줄이고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각종 지원을 적극 활용해 치안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엘살바도르는 작지만 중요한 중미 국가라는 의미에서 ‘중미의 유태인’ ‘매력적인 소국’(Rincon Magico) 등으로 불린다. 성실하고 근면한 국민성을 가졌으며 생활력이 높고 손재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발전 잠재력을 디딤돌 삼아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커피의 나라. ‘어린왕자’가 사랑한 나라. 한국의 음악과 문화를 즐기는 나라. 우리에게 엘살바도르는 더 이상 낯설고 먼 나라가 아니다. 이것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엘살바도르의 평화를 호소하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초등생 학폭, 중·고생보다 빨리 는다

    초등생 학폭, 중·고생보다 빨리 는다

    서울 서초구의 A초등학교에서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자폐 아동에 대한 동급생 폭력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이 중·고교보다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교육부의 2013~2014년 학교급별 학교폭력 현황에 따르면 학생 1000명당 2013년 0.77건이던 초등학교 학교폭력 건수는 지난해 1.02건으로 32.5% 늘었다. 이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교폭력 증가율인 각각 9.3%, 16.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초등학교 폭력 피해 학생은 2013년 1000명당 0.78명에서 지난해 1.00명으로 2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학교 학교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0.9% 감소한 것과도 대비된다. 조수철 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인터넷과 게임 등을 통해 폭력에 노출되는 연령대가 어려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폭력적인 일들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초등학교부터 교내 폭력에 대한 예방 교육과 상담, 치료 등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폐 아동 폭력 사건의 사례에서 보듯 자폐 장애 학생들이 ‘왕따’와 폭력 문제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조 전 교수는 해당 사건에 대해 “상황을 살펴봐야겠지만 아스퍼거증후군의 특성을 볼 때 고지식하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자폐의 가장 큰 증상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 아동이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미로 놀렸을 때 화내거나 슬퍼하는 일상적 반응을 보이지 않아 주변 친구들이 큰 죄의식 없이 괴롭혔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무엇보다 교사가 평소 생활 속에서 괴롭힘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해당 초등학교에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현재 피해 아동 부모와 가해 아동들의 부모는 인터넷에 각각 글을 올리며 공개적으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 아동 부모가 지난달 초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가해 아동들이 ‘촉법 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연령에도 못 미쳐 수사 없이 사건 자체는 각하됐다. 이 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는 K(42·여)씨는 “큰아이가 5년 동안 장애 학생과 같은 반을 해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자폐 아동에 대한 폭력 사건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C(37·여)씨는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장학관과 장학사, 인권조사관 등 5명을 해당 초등학교에 파견해 전면적인 조사에 나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진술서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보고서 및 피해 학생 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학교 측의 문제점과 처리 공정성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A초등학교는 피해 및 가해 아동의 접촉 금지를 결정했지만 피해 아동 부모가 반발해 해당 사건을 재심하기로 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마스크 착용방법 따라 바이러스 차단효과 두 배

    마스크 착용방법 따라 바이러스 차단효과 두 배

    똑같은 보건용 마스크라도 착용 방법에 따라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효과가 두 배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메르스 등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많은 의료진에 대해서는 올바른 마스크 착용을 위한 ‘밀착도 검사’와 교육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르스 확진 환자 182명 중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하고도 감염된 의료진은 전체의 11%(20명)에 이른다. 대기환경 측정업체 APM엔지니어링은 지난 25일 결핵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국립 A병원과 대학부속 B병원 등 두 병원 의료진에 대해 마스크(N95) 밀착도 전수 검사를 한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이 검사는 ‘마스크 안’과 ‘마스크 밖’의 에어로졸(20나노 크기의 미세입자) 개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A병원 의료진의 경우 마스크 밖의 에어로졸 분포가 마스크 안보다 150배, B병원은 80배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마스크의 감염원 차단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뜻으로, A병원 의료진에 나타난 효과가 B병원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는 얘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00배를 합격 기준으로 마스크 밀착도의 적합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APM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결핵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A병원은 7년 전부터 의료진에 대한 마스크 밀착도 검사를 하고 착용법도 교육해 에어로졸 차단 효과가 높았다”며 “B병원 의료진은 밀착도 검사와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차이가 크게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착용을 권장하고 있는 N95 마스크는 필터를 통해 미세입자 95%만을 걸러주기 때문에 마스크만으로 완벽하게 외부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는 없다. 한돈희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제조된 마스크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며 “마스크를 두 손으로 압박하고 숨을 쉬는 방식으로 스스로 공기가 새는 공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올바른 마스크 착용을 위한 마스크 밀착도 검사는 대다수 국가에서는 법제화돼 있다. 미국은 1969년부터 호흡기보호법을 통해 의료진은 1년에 한 번 이상 마스크 밀착도 검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도 강제 규정으로 명시하고 있고, 메르스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의료 종사자의 마스크 밀착도 검사 지침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기준 601조에 ‘고효율 호흡보호구 착용만 권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시론] 국회법 개정 논란과 공익/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시론] 국회법 개정 논란과 공익/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지난달 29일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의아스러운 것은 청와대와 여당 간에 이처럼 상호 의견 교류가 없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정치역학이 물밑에서 작동하는지 일반 국민으로서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국정을 함께 이끌어 가야 할 두 중심축 간에 빚어지는 현재와 같은 소통 부재와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될 국정 운영 차질은 결국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수정안이 수용되면 앞으로 국정 운영에 큰 변화가 초래될 것처럼 우려하는 시각도 납득하기 어렵다. 개별 법률에 대한 시행령의 위법 여부를 야당 단독으로 결정해 행정부에 그 시정을 ‘요청’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행정부가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닌 터에 ‘입법독재’ 운운은 지나친 기우로 들린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좀 더 거시적인 맥락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란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공익 실현을 위한 제도들의 총합이다. 여기서 ‘명목상’이라는 접두사를 넣은 이유는 국가가 반드시 공익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란 자본가를 돕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좌파 이론이나, 자익 추구를 위한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추진되는 국가 정책이 국익에 비합리성을 초래할 뿐이라는 우파 이론이 예다. 실제로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국가가 군주나 특정 종교 혹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존재했던 경우가 허다했다. 정치행정의 근대화는 국가가 이처럼 특수이익을 넘어 공익을 도모하는 제도적 총체가 되도록 하기 위한 개혁 과정이었다. 그런데 공익이 무엇인가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수긍하고 따를 수 있는 개념 정의와 기준 설정이 쉽지 않다. 공익이란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을 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개인주의, 자유주의 시각과 단순히 개인이익의 합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일반이익’을 찾아 그것을 구현해야 한다고 보는 집단주의, 공동체주의의 시각이 대립한다. 개인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이 구현되도록 하려면 그들의 이익이 상호 조정을 거치면서 상향적으로 결집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집단과 정당을 매개로 해 의회가 이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국가 기구로 진화했다. 마치 ‘진흙탕을 헤쳐 나아가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다원주의적인 의회 과정으로부터 일반이익의 구현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일반이익으로서의 공익 구현은 개인들의 단기적 이익과는 한 단계 거리를 둔 행정부가 구조적으로 더 적합하다. 국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기구보다는 뒤에서 예산·조직 등을 배당하는 중앙관리기구들이 전체 이익 챙기기에 더 유리하다. 그러나 행정부가 일반이익을 정의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보편적 기준을 어떻게 확보한다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일반이익의 이름하에 그들 자신 혹은 조직의 이익을 끼워 넣는 문제도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서로 대칭적인 이 두 시각의 공익을 절충하기 위한 제도화가 이뤄졌다. 자유주의 국가로 시작한 미국이 행정국가로 진화한 것, 국가주의 전통의 독일과 프랑스가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해 온 것이 예다. 우리는 강력한 집단주의와 국가주의가 배태된 나라다. 특히 자유주의가 위축되고 국가주의가 성행했던 15년(1972~1987)을 거친 이후 자유주의 확대와 국가주의 이완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이번 국회법 개정 논란은 이와 같은 큰 흐름의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미시적 불협화음의 하나로 이해된다. 결국 행정부와 입법부가 견제와 절충과 협력에 의해 개인이익과 일반이익의 조화를 꾀하는 운영의 묘가 관건이다. 이번 국회법 개정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정치인들의 노력을 당부한다.
  • 서울 지하철 버스 요금 27일부터 인상 “광역버스 450원 인상”

    서울 지하철 버스 요금 27일부터 인상 “광역버스 450원 인상”

    서울 지하철 버스 요금 서울 지하철 버스 요금 27일부터 인상 “광역버스 450원 인상” 서울시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27일 첫차부터 각각 200원, 150원 인상된다. 서울시는 18일 물가대책심의위원회에서 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이 통과됨에 따라 27일 첫차부터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인 기준 지하철 기본요금은 1050원에서 1250원으로, 간·지선버스 요금은 105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된다. 심야버스 요금은 1850원에서 2150원으로, 광역버스 요금은 1850원에서 2300원으로 인상된다. 마을버스 요금은 150원 오른 90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은 성인 요금에만 적용되며 어린이와 청소년 요금은 동결된다. 또 오전 6시30분 이전 교통카드를 이용해 탑승하면 기본요금을 20% 할인해주는 ‘조조할인제’가 도입된다. 시는 대중교통 이용자의 약 3.5%가 조조할인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 영주권을 가진 65세 이상 외국인에게도 내국인처럼 무임승차가 적용된다.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2012년 2월 이후 3년여만이다. 요금 조정안은 서울과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동시에 시행된다. 이번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앞서 시민단체 등에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지난 12일 열렸던 물가대책심의위원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요금 조정안에 대해 찬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다시 열린 물가대책심의위원회에서도 진통 끝에 동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울시의회는 대중교통요금 조정을 위해 시의회의 의견을 듣기 전 공청회와 토론회 등 시민 의견 수렴절차를 의무화는 내용의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서울시는 이런 여론을 반영, 지난달부터 요금 제도 개선방안 수립 등을 위해 시민단체와 노동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태스크포스에서 운송원가 등 대중교통 관련 정보 공개, 요금조정 절차 제도화 등을 논의한 뒤 11월 혁신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메르스 사태 속에 요금을 인상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요금 인상은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를 시행하는 경기도와 인천, 코레일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라며 “경기도와 인천 등이 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서울만 요금 인상을 보류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 지하철 버스 요금 27일부터 200원, 150원 인상 “대체 왜?”

    서울 지하철 버스 요금 27일부터 200원, 150원 인상 “대체 왜?”

    서울 지하철 버스 요금 서울 지하철 버스 요금 27일부터 200원, 150원 인상 “대체 왜?” 서울시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27일 첫차부터 각각 200원, 150원 인상된다. 서울시는 18일 물가대책심의위원회에서 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이 통과됨에 따라 27일 첫차부터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인 기준 지하철 기본요금은 1050원에서 1250원으로, 간·지선버스 요금은 105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된다. 심야버스 요금은 1850원에서 2150원으로, 광역버스 요금은 1850원에서 2300원으로 인상된다. 마을버스 요금은 150원 오른 90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은 성인 요금에만 적용되며 어린이와 청소년 요금은 동결된다. 또 오전 6시30분 이전 교통카드를 이용해 탑승하면 기본요금을 20% 할인해주는 ‘조조할인제’가 도입된다. 시는 대중교통 이용자의 약 3.5%가 조조할인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 영주권을 가진 65세 이상 외국인에게도 내국인처럼 무임승차가 적용된다.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2012년 2월 이후 3년여만이다. 요금 조정안은 서울과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동시에 시행된다. 이번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앞서 시민단체 등에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지난 12일 열렸던 물가대책심의위원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요금 조정안에 대해 찬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다시 열린 물가대책심의위원회에서도 진통 끝에 동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울시의회는 대중교통요금 조정을 위해 시의회의 의견을 듣기 전 공청회와 토론회 등 시민 의견 수렴절차를 의무화는 내용의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서울시는 이런 여론을 반영, 지난달부터 요금 제도 개선방안 수립 등을 위해 시민단체와 노동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태스크포스에서 운송원가 등 대중교통 관련 정보 공개, 요금조정 절차 제도화 등을 논의한 뒤 11월 혁신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메르스 사태 속에 요금을 인상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요금 인상은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를 시행하는 경기도와 인천, 코레일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라며 “경기도와 인천 등이 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서울만 요금 인상을 보류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역의원들은 사각지대… 실효성 논란

    여야가 선거 때마다 ‘고질병’처럼 등장하는 지역감정 조장 발언 등을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은 처벌을 피해 갈 여지가 적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정치권이 처벌의 ‘사각지대’가 될 경우 실효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새누리당 진영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특정 지역이나 사람을 비하 또는 모욕한 사람에게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현역 의원도 예외일 수 없지만 면책특권이 주어진 탓에 빠져나갈 구멍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현역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됐을 때만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법을 위반해 과태료가 부과되더라도 정치 활동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을 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공개석상에서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발언 등을 했을 경우 민·형사상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가 가능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현직 의원의 경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매번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동료 의원 봐주기 논란’과 함께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종북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혐오 발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지만 야당에 유리한 이념적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숙한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한 입법이라기보다는 특정 진영을 비판하는 발언을 제재의 표적으로 삼았다는 이유에서다. 호남과 진보 진영을 공격하는 발언만 처벌 대상으로 삼고 ‘수구 꼴통’ 등 보수 진영에 대한 혐오 발언에는 관대한 게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발언을 적극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호남에만 치우치고 다른 지역을 비하하는 것을 처벌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인의 발언은 다른 어떤 말보다 파급력이 강하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2012년 11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을 비판하며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막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은 주로 정치 이슈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 속에 많이 포함돼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홍어’(전라도), ‘개쌍도’(경상도), ‘멍청도’(충청도) 등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이 난무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메르스 비상-경제 타격] “감염병 즉각 대응팀 상시 기구화 하겠다”

    [메르스 비상-경제 타격] “감염병 즉각 대응팀 상시 기구화 하겠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전담하고 있는 전염병 관리 및 예방·방역 활동이 전문가로 구성된 즉각 대응팀에 맡겨지고 이 대응팀은 정부 내 상시기구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대처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 “전문가 중심의 즉각 대응팀이 상시적으로 감염병 대응의 핵심기구가 될 수 있도록 제도화시켜 질병과 감염에 대한 보다 완전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면서 “갑작스러운 해외 감염병에 대비해서 역량 있는 역학조사관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고 실험실의 감염병 진단장비 등 진단 역량을 강화하는 것, 또 감염병 확산 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음압격리병상 확충 등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9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보건안보구상에서 감염병 대응이 중요한 핵심 어젠다로 논의될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국경을 넘나드는 감염병에 대한 각 국가의 경험과 대응체계를 공유하고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한 “지금 메르스에 대한 철저한 방역과 종식이 가장 큰 당면과제이지만 메르스 사태가 끼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극복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휴업 중인 학교들도 이제 의심자 격리, 소독 강화, 발열 체크 등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하고 정상적인 학사 일정에 임해 주길 부탁드린다. 경제계도 투자, 생산, 경영 활동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특히 소비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확진 환자 증가세는 줄고 있지만 지금이 고비”라며 “정치권과 언론 등 모두가 국민에게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전 국가적으로 전력투구하는 만큼 조만간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고 국민생활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며 또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낯선 이방인의 입이 되는 사람들

    낯선 이방인의 입이 되는 사람들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면서 외국인이 가해자나 피해자, 원고나 피고로 등장하는 민·형사 사건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형사범의 경우 2009년만 해도 전체의 0.9%(2만 3418명) 수준이었지만 2013년에는 그 비중이 1.4%(3만 681명)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 등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어 통역인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전국 법원에는 약 1600명의 통역인이 등록돼 있다.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수랭 오트공바야르씨, 법원에서 등기우편 왔습니다. 서명하세요.” 집으로 법원 소환장이 날아왔다. 배달하는 사람의 눈길이 왠지 따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소환장은 그의 일감이다. 올 초 서울대에서 사회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은 몽골인 수랭(41)은 현재 법원의 통역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집으로 온 한글 소환장을 몽골어로 번역해 다시 법원으로 보내야 한다. 최근 들어 몽골인이 연루된 사건이 증가하면서 번역과 재판 참석 등 수랭의 업무가 크게 늘었다. “몽골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같은 민족으로서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객관성을 잃으면 안 되죠. 공정한 수사나 재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형사범 2013년 1.4%인 3만여명 전국 법원에 등록된 외국어 통·번역인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비롯해 힌두어, 미얀마어, 카자흐스탄어 등에 이르기까지 29개 언어 1581명이다. 법원은 10여년 전부터 해마다 정식으로 법원 통역인 지원을 받아 심사를 거쳐 등록하는 것을 제도화했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1년에 한 차례 등록 통역인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있다. 일본어 통역인 고영미(34)씨는 “법원 통역을 7년째 하고 있는데, 판사님과 초빙교수님의 특강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등록 통역인 수를 늘리며 외국인 재판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당 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이 드문 경우에는 수랭처럼 한국어를 잘하는 현지 출신 외국인에게 맡기기도 한다. 아프리카 언어처럼 특정 언어로 진행되는 사건이 거의 없는 경우는 여전히 등록 통역인 없이 그때그때 추천 절차를 거친다.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통해 한국으로 압송돼 재판받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재판 단계에서 좀 더 수준 높은 통역을 위해 영국 정부에까지 소말리아어 통역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소말리아 해적 땐 英정부에 통역인 요청 법원 통역은 통상 공소장 번역에서 시작된다. 번역에는 소정의 용역비가 지불된다. 서울중앙지법 기준으로 한글을 해당 언어로 옮기면 장당 3만원, 외국어를 한글로 번역하면 장당 2만원이 지급된다. 재판에 들어가 통역을 하면 기본 30분에 7만원, 이후 30분마다 5만원이 추가되고 여비가 따로 지급된다. 구치소로 피고인 접견 등을 갈 때에도 별도의 통역료가 붙는다. 언뜻 적지 않은 금액인 것 같기도 하지만 통역인들 사이에서는 “보수가 몇 년째 변함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통역인은 “외국인 재판이 늘어나고 있지만 통역인 공급은 더 많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또 “최근에는 취업난 때문인지 통·번역대학원 출신 통역인이 부쩍 늘었다”며 “대학원에서 법원 통역 관련 수업을 들으며 모의재판에도 참여해 봐 요새는 금방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역 수요가 적은 언어의 경우 법원에 등록만 돼 있고 통역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유능하다고 알려진 일부 통역인에게만 일이 몰리기도 해 등록만 된 채 좀처럼 ‘실전’ 경험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법원 통역 2년차인 김혜림(34)씨는 이제 법정에서의 통역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낯선 법률용어에 두려움이 컸지만 법률용어집을 찾아보고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실력을 다졌다. 김씨는 “재판장과 검사, 피고인 사이에서 단순 통역 이상의 소통을 돕는 일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언부언 두서없이 말하는 피고인의 진술을 잘 정리해 판사·검사에게 전해야 하고 반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사·검사의 말을 쉬운 말로 풀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말하려는 본래 의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특정 언어·통역인에 몰려 ‘부익부 빈익빈’ 아무리 경력이 오래돼도 피하고 싶은 분야나 사건들은 있는 법이다. 예컨대 군사 전문용어가 쏟아지는 방위사업 비리 사건이나 경제·특허 등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의 재판은 워낙 까다로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려는 사람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통역인은 “전문 분야 사건의 경우는 해당 분야의 전문 통역사를 구하는 게 공정한 재판과 법원의 명예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딱 맞는 통역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취업난에 통번역대학원 출신 많아져 법원 통역은 통역인들의 세계에서 우선적으로 선호되는 일은 아니라고 한다. 생소한 법률용어를 익혀야 하고 다른 일반적인 통역보다 책임감이 커야 하는 데 반해 이에 걸맞은 처우는 따라 주지 않는 편이라는 게 그들의 말이다. 통역인들은 법원 통역인 지원에 자격 조건 등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력서 제출만으로 지원할 수 있어 특별한 검증 절차가 없다 보니 법원 측에서 통역의 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올해부터 법원이 등록 통역인들에게 범죄 경력 조회 동의를 구하는 등 변화도 있었다. 지난해 수원지검에서 외국인 마약사범의 통역을 맡았던 사람이 외국인에게 자신이 수사 편의를 봐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금품을 받아 챙긴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의자 신분인 외국인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한 사기 범행이었다. 법원 통역만의 보람도 있다. 김씨는 “외국인 피의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측면도 있는데 그들이 합법적 권익을 챙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거수기 전락 사외이사 이유 있었네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교체될 확률이 찬성표만 던진 사외이사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재훈·이화령 연구위원이 27일 내놓은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2년 상위 100위(매출액 기준)의 비금융권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한 사례는 9101개 안건 가운데 33건(0.4%)에 불과했다. 이 기간에 한 번 이상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15개 기업에서 모두 59명이었다. 이렇게 반대한 사외이사는 ‘끝’이 좋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안건에 반대한 사외이사는 그렇지 않은 사외이사보다 이듬해에 교체된 비율이 2배 높았다. 안건에 반대하면 사외이사를 그만두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그나마 최고경영자(CEO)와 학연·지연 등의 관계가 있으면 교체 확률은 줄었다. CEO와 같은 지역 출신일 경우 사외이사 교체 확률은 타향 출신의 60%였다. 특히 고등학교 동문이면 교체 확률이 비(非)동문의 50%로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대한 CEO 개입을 차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사외이사 후보를 복수 추천으로 제도화하고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자투표 의무화와 대리투표 도입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소셜데이팅’ 해보셨나요… 2명 중 1명은 속았네요

    ‘소셜데이팅’ 해보셨나요… 2명 중 1명은 속았네요

    온라인으로 이성을 연결해 주는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용자 2명 중 1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비용과 편리함 때문에 새로운 연애 트렌드로 각광받아 온 소셜데이팅이 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기 위해선 안전수칙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25일 최근 1년 이내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이용한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8%(249명)가 이용 도중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소셜데이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웹페이지 등 온라인으로 이성을 연결해 주는 소개팅 서비스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소셜데이팅 업체는 170여개다. 시장 규모는 200억∼500억원, 회원수는 33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운영자가 이용자의 이상형 상대를 찾아주는 ‘1대1 주선’과 이용자가 하루에 일정 수의 이성을 소개받고 그중 한 명을 선택하는 ‘선택형 주선’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다. 1인당 지불한 서비스 이용 대가는 월평균 1만 8398원이었다. 본인이 ‘선택’한 상대로부터 ‘맞선택’을 받기까지 평균 3.5회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상대방으로부터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 받은 경우”가 24.4%로 가장 많았고,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정보 유출(16%), 금전 요청(10.2%) 등의 순서였다. 응답자의 38.4%(192명)는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허위를 입력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허위 입력 정보로는 ‘외모’(19%)가 가장 많았고, ‘직업’과 ‘성격 또는 취향’(15.4%), ‘학력’(12.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외모를 허위로 입력한 이용자(95명) 중 절반 이상은 연예인, 꽃, 동물 등 본인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사진을 등록하고도 프로필 심사를 통과했다고 답했다. 소비자원이 회원수 상위 5개 소셜데이팅 업체를 대상으로 본인 인증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3곳은 본인 인증을 가입 단계에서 필수 절차로 채택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2곳은 선택 사항이거나 인증 절차가 아예 없었다. 장은경 소비자원 서비스조사팀장은 “프로필 정보 확인 및 본인 인증 시스템의 제도화가 시급하다”면서 “이용자들도 연락처, 주소 등 개인정보는 비공개로 설정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단독] “소문날라”… 성 고충 상담관 찾는 이 없다

    “성희롱 사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편히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경찰관서에 성 고충 상담관을 2명씩 두고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찰청 기자간담회에서 강신명 청장은 이렇게 밝혔다. 헬스장에서 여대생을 성추행한 경사, 순찰차 안에서 새내기 순경을 성추행한 경위 사건 등으로 논란이 일던 때였다. 하지만 강 청장의 언급은 성 고충 상담관들의 상담 실적이 거의 전무하다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19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전국 지방경찰청 성 고충 상담관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상담 사례는 전체 통틀어 1건이 전부였다. 성 고충 상담원 제도는 2008년 시행령으로 제도화된 뒤 2013년 공포된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전체의 94.7%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으로 확대 설치 됐다. 여성가족부가 정한 공식 명칭은 ‘상담원’이지만 기관에 따라 ‘상담관’으로 부르는 곳도 있다. 경찰청 복무관리계 관계자는 “다른 기관에 비해 경찰 기강이 세고 교육도 철저히 해 피해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상담원 선정 기준과 자격 요건을 각 기관 자율에 맡기다 보니 대부분 전문 상담사가 아닌 동료 직원들이 임명되고 있다. 전국 공공기관 상담원 중 관련 교육을 받은 비율도 53.9%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상담원들의 전문성이나 비밀 보장을 확신하지 못하는 조직 구성원들이 상담원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여성의 비중이 적은 조직에선 더욱 그렇다. 한 여경은 “전문 상담원도 아닌데 잘못 얘기했다간 소문만 날 것”이라면서 “설령 앞으로 피해를 당하더라도 성 고충 상담원에게 도움을 청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경은 “우리 경찰서 여성 상담원은 같은 경찰도 아니고 일반직 공무원이라 속내를 털어놓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성 고충 상담원들의 실적이 없는 것은 경찰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기간 여가부에 등록된 각 공공기관의 성 고충 상담원 자료에서도 16개 지방검찰청과 17개 지방교육청의 상담 건수는 0건이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상담 실적 등록이 의무 사항이 아닌 만큼 상담을 하고도 입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실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현장 점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대학을 제외한 일반 공공기관에서는 상담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여가부의 관리와 지원도 구멍이 많다. 공공기관의 성폭력 예방 활동을 평가할 때 성 고충 상담원을 지정했는지만 확인할 뿐 이들의 활동 유무는 평가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매년 이들을 통한 상담이 전국에서 총 몇 건이 이뤄졌는지조차 집계되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제도가 있다고 해서 책무를 벗은 것처럼 여겨선 안 된다”면서 “관리가 잘 되고 있어야 신뢰가 쌓여 실적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는 역차별” 종합건설사 반발 확산

    소규모 복합공사 규모를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는 정부 방침에 일반(종합)건설업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소규모 복합공사는 2개 이상의 전문공사가 복합된 공사임에도 예외로 전문건설업자에게 입찰 참가를 허용하는 제도다.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상하수도 공사, 도로 포장 및 보수 공사 등이 해당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전문건설업체의 복합공사 진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작은 공사임에도 공종이 복합됐다는 이유만으로 종합건설업체에만 일감을 주는 것은 전문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이고 하도급 다단계를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일반건설업체의 모임인 대한건설협회는 “종합과 전문업종 간 영업범위(시공자격) 제한을 규정하면서 전문업체의 종합시장 진입만 허용하는 것은 일방적 업역 잠식의 제도화일 뿐 규제완화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종합건설업체를 규제하려고 도입된 제도를 오히려 확대 적용하려는 것은 종합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되레 규제 강화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 추진 과정에서도 종합업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전문업계의 주장만 수용했다고 반발했다. 건협은 또 “소규모 복합공사를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종합업체의 연간 피해액이 18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국토부의 전망은 전문업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수치에 불과하다”면서 “실제 피해액은 2조 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협은 법개정 추진을 포기할 것을 주장하며 13, 19일 각각 정부세종청사와 국회에서 지방 종합건설업체 근로자 수천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항위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내삼 건협 부회장은 10일 “전문업체와 종합업체의 영업범위와 시공자격, 설립 기준이 엄격히 제한됐는데 종합건설사의 업역에 전문건설사의 진입만 일방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한쪽 업역을 잠식하는 것이지 규제완화가 아니다”라면서 “발주 단계부터 종합과 전문업체 가운데 한쪽에만 발주를 하는 시스템이어서 발주처에 대한 로비와 청탁이 난무하고 비리를 키우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소규모 복합공사 규모를 입법 예고안보다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연금개혁 후폭풍] 복지부, 국민연금 100년 뒤 상황 가정 보험료 2배 인상 추계

    [연금개혁 후폭풍] 복지부, 국민연금 100년 뒤 상황 가정 보험료 2배 인상 추계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2028년 이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문제를 놓고 야당과 정부가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야당은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0.01%로 1.01% 포인트만 올리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복지부는 보험료율을 당장 18.85%로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 다 재정추계상으로는 맞는 주장이다. 다만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보험료율 계산이 나온 것이다. 야당은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가정했다. 보험료율을 현재 9%대로 유지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056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지금부터 1.01% 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4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복지부의 주장은 2100년 이후까지 연금 기금을 유지할 경우, 즉 약 100년 뒤의 상황을 가정해 추계한 것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연금제도를 유지하려면 어차피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하지만 100년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데 당장 보험료율을 18%로 올려야 한다는 것은 과장된 얘기”라며 “이런 식으로 위기의식을 조장하면 재정프레임에 갇혀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 상태에서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율을 25.3%로 올리고 2083년에는 28.4%로 또 올려야 한다는 복지부의 주장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이는 기금이 바닥나 아무 준비 없이 지금의 부분적립 방식을 부과방식(매년 노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을 젊은 세대에게 걷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남은 기간에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조금씩 올리고 수익률을 높이면 이런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이런 보험료율 인상 폭은 여러 경우의 수를 대입해 계산한 것으로 정확한 것도 아니다. 연금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 보험료율을 9%로 유지해도 2060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이 경우 후세대가 짊어져야 할 보험료율은 2060년 21.4%, 2083년 22.9%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둘 때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릴 경우 후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매우 커진다는 복지부의 우려에는 전문가들도 공감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 보험료가 증가해도 직장인은 사업주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지만, 보험료 전액을 자신이 내야 하는 영세자영업자는 노후 소득을 위해 현재 삶의 질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금 고갈은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급여를 받는 사람은 늘어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금 상태로 2018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가 되며 2026년에는 20%가 돼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50년에는 37.3%가 노인인 나라가 된다. 따라서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2060년쯤 적립한 기금을 모두 쏟아부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정책적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기금 고갈 시점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비록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만 되면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재설계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장기적 재정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틀을 제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독일·미국 등 다른 선진국의 공적연금 명목소득대체율도 우리와 같은 40% 수준이라고 얘기하지만 단순 비교는 무리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연금에 40년간 가입했을 때의 소득대체율을 말하는데, 선진국의 평균 연금 가입기간은 30~35년으로 40년에 가까워 명목소득대체율과 실질소득대체율이 대체로 일치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평균 연금 가입기간은 15년 정도이며 2050년이 돼야 평균 23년이 된다. 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고용시장이 불안정해 실질소득대체율은 반 토막이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실질소득대체율은 23% 수준이며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7%가 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신뢰 추락·개혁안 진통…금감원 ‘내우외환’ 몸살

    신뢰 추락·개혁안 진통…금감원 ‘내우외환’ 몸살

    진웅섭 원장이 이끄는 금융감독원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감사원의 ‘경남기업 외압 결론’에 감독기관으로서의 신뢰와 사기는 추락했다. 옛 수장과 임원은 수사 대상에 올랐고 고심 끝에 내놓은 ‘금융검사 개혁안’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와 보조를 맞추느라 야심 차게 구상했던 ‘혁신’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 청구를 놓고 고심 중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심 청구는 문책 요구를 받은 기관장의 이름으로 한 달 안에 해야 한다. 억울하다며 재심을 청구하자니 감사원에 ‘반기’를 드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외압’을 인정하는 꼴이 돼 고민스럽다. 지난 23일 감사원은 “금감원이 금융권에 경남기업을 특혜 지원하라고 압력 넣은 게 인정된다”며 담당 팀장(당시 기업금융개선국 팀장)의 문책을 요구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문책 지적을 받은) 당사자 의사가 확실해야 기관 이름으로 재심을 청구하는데 아직 아무런 얘기가 없다”면서 “(재심을 하면 안 된다는) 견해도 일부 있지만 (명예가 걸린 만큼) 당사자 의사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기업 구조조정은 전임 원장(최수현) 때 이뤄진 일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뻗칠지 몰라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조직의 수장 이름까지 오르내리니 분위기가 이래저래 침울하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에 대한 징계도 철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사회 안건자료 등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금감원이 박 전 부사장에게 내린 중징계(감봉 3개월) 제재가 과도하다며 취소하라고 서울고등법원이 전날 판결해서다. 상고할 가능성이 높지만 체면은 이미 구겨졌다. 집안도 시끄럽다. 야심 차게 내놓은 ‘검사 개혁안’이 실효성 논란에 부딪쳐서다. 금감원 실무자들은 ‘원칙에 따라 검사했다면 해당 금융사에서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조항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감원 수뇌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연내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은행 검사를 담당했던 한 금감원 직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증권 사태 등을 거치면서 면책조항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반대 여론과 국회 벽 등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고 환기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면책 조항을 만들기보다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나 요구에 대해 거부하고 신분 보장 등을 통해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진 원장의 직속부대인 금융혁신국을 두고도 말이 많다. 애초 혁신국은 업계와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선제적으로 발굴,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금융위 현장점검단 ‘서포터’로 전락했다는 냉소가 나온다. 금융위가 현장점검단이 수집한 금융권 건의사항을 금융혁신국에 넘겨주며 “2주 안에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뒤치다꺼리는 우리에게 시키고 생색은 금융위가 내려 한다”며 “시간에 쫓겨 설익은 밥이 나오면 그 책임도 죄다 금감원이 뒤집어쓰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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