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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부 부부 서기관 탄생

    기재부 부부 서기관 탄생

    기획재정부에서 7년 만에 부부 공무원이 나란히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15일 기재부에 따르면 부총리실 소속 정원(왼쪽·39) 서기관과 대외경제국 통상정책과 윤정주(오른쪽·35) 서기관 부부가 지난달 22일 인사에서 서기관으로 함께 승진했다. 행정고시 47회 출신의 정원·윤정주 서기관 부부는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친구 소개로 만나 연애 4년 만인 2008년 결혼했다. 정 서기관은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재정기획과 등을 거쳤고 윤 서기관은 국고국 국유재산조정과와 국채과, 대외경제국 대외경제총괄과에서 근무했다. 같은 부서에서 일한 적은 없다. 7살 난 아들이 있으며 부부가 바빠 윤 서기관의 어머니가 돌보고 있다. 정 서기관은 “서로 업무를 이해해 주는 부분도 많고, 같이 승진해 기쁘다”면서 “각자 맡은 일을 더 책임감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에서 부부가 동반으로 서기관으로 승진한 것은 2009년 박상영 세제실 자유무역협정관세이행과장과 장보영 예산실 예산관리과장 부부 이후 두 번째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조영삼 기재부 감사담당관실 행정사무관과 민희경 재정관리국 재정관리총괄과 행정사무관 부부도 나란히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이 부부는 2008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사시사철 제주 올레길 완주 열풍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사시사철 제주 올레길 완주 열풍

    암 투병 아버지와 함께, 미래 꿈꾸는 청춘들도, 사색 즐기는 외국인도 들판을 가득 메운 노란 유채꽃 물결, 터질 듯 말 듯 기어코 만발하겠다는 산천단 왕벚나무, 벌써 푸름을 더해 가는 가파도 청보리밭, 잔설 속에서 개화의 기회를 엿보는 한라산 선작지왓 산철쭉. 화창함을 더해 가는 서귀포 앞바다이다. 지난겨울의 쓸쓸했던 기억을 털어낸 제주의 봄은 정말 ‘봄’스럽다. 제주가 빚어내는 봄의 교향곡은 모두를 설레게 한다. 누구보다 제주의 봄을 반기는 이들이 있다. ‘꼬닥꼬닥’(‘서둘지 말고 천천히’라는 뜻의 제주어) 두 발로 여행하는 제주올레 여행자들이다. ‘올레’는 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아주 좁은 골목 비슷한 길을 일컫는 제주어다. 2007년 제주 올레길이 생긴 뒤 전국에 생긴 도보 여행길만 600여개에 이른다.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디에서나 도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제주올레 26개 전 코스를 한 곳도 빠지지 않고 걷는 올레길 완주 열풍이 불고 있다. 올레꾼들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제주를 찾아 올레길을 차례차례 걸으며 자신들의 내면과 대화하고 제주의 속살을 엿보며 도보 여행의 진수를 만끽한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따르면 제주올레 26개 전 코스를 모두 완주해 지난해 제주올레 명예의 전당에 오른 완주자는 417명이다. 제주올레 26개 코스는 425㎞로 서울~부산 간 거리(415㎞)보다 길다. 2012년 11월 제주올레 완주를 인증하는 시스템 도입 이후 2013년 287명, 2014년 308명, 2015년 471명 등 해마다 제주올레를 완주하는 ‘올레꾼’이 늘고 있다. 이들은 제주 올레길 한 길 한 길마다 색다른 풍광과 매력을 즐길 수 있다며 수년에 걸쳐 제주를 찾아 올레길을 걷고 또 걷는다. 올레길이 저마다 다른 매력을 빚어내듯 올레길 여행에 푹 빠진 완주자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지난해 8월 제주올레를 완주한 이제국(52·서울 도봉구)씨는 아버지(79), 어머니(76)와 함께 올레길을 걸었다. 때로는 외국에 사는 동생이 잠시 귀국해 함께 걷기도 했고 손자들까지 합세해 3대가 나란히 길을 걷기도 했다. 암 투병 중인 아버지와 함께 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가족 여행에서 아름다운 서귀포 칠십리 바다 해안 올레길을 시작으로 2년에 걸쳐 제주 올레길을 모두 완주했다. 이씨는 “지난 2년 동안의 제주올레는 가족이 함께한 가족의 길, 행복의 길, 연대의 길인 동시에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의 길 그리고 그동안 하지 못한 가족 간 대화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김호진(56·강원 인제군)씨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에 걸쳐 제주올레를 완주했다. 200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활동이 다소 불편해진 그는 올레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몸도 마음도 한층 좋아졌다. 올 들어서는 두 번째 제주올레 완주를 진행하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해 오른쪽에 장애가 있는 4명의 재활병원 환우들과 ‘오른쪽 사총사’라는 걷기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김씨는 “제주올레는 건강의 길이자 인생에서 진실한 벗을 얻는 만남의 길”이라며 “두 번째 다시 걷는 올레길에서는 처음에는 느끼지 못한 제주의 풍광과 속살에 푹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홀로 올레길을 걸으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 보기도 한다. 2013년 제주 올레를 완주한 박으뜸(31·서울시 서초구)씨는 20대 후반 제주 여행을 왔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올레꾼의 권유로 올레길을 처음 경험했다. 올레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취업에 대한 고민이 작게만 느껴졌다. 박씨는 “올레길을 완주하면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라는 큰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완주한 조현우(24·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씨는 대학 졸업 이후 지역기반의 사회적기업 운영이라는 꿈을 위해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제주올레가 올레길이 지나는 마을과 상생하는 최고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올레길, 게스트하우스, 올레길 동네 등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역 기반 기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조씨는 올레길을 걷듯 한 발 한 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외국인 완주자들도 있다. 일본인 히데오 후쿠모토(67)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한국 여행자에게 제주 올레에 대한 정보를 듣고 2013년 10월 제주 올레길을 모두 완주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생겨서 도보 여행에 푹 빠졌다는 히데오는 제주올레의 아름다운 풍광뿐 아니라 제주 사람들의 친절함에 반해 올레길을 완주했다고 한다. 히데오는 요즘 제주올레가 일본 규슈에 수출돼 만들어진 ‘규슈올레’ 길을 걷고 있다. 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은 “도보 여행은 더이상 육체적 건강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걷는 동안 생각들이 정리되고,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함께 걷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게 된다”며 “제주올레가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의 구석구석을 보여 줬던 것처럼, 마음의 구석구석도 들여다보게 한다”고 말했다. 올레길 코스마다 시작과 중간 지점, 종점에 설치된 올레 표식판에서 스탬프를 찍은 후 제주올레 사무국에 인증을 요청하면 완주 증서와 메달을 주고 제주올레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등재해 준다. 그동안 제주 올레 완주자는 50대가 111명, 40대 98명, 30대 79명, 60대 77명, 20대 51명, 70대 이상이 19명, 20대 이하 9명 등이다. 거주지별로는 수도권이 178명으로 가장 많고 경상권(89명), 제주도(71명) 순이다. 이들이 제주 올레를 완주하기 위해 제주를 찾은 횟수는 연평균 2~4회다. 제주의 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올레는 시흥 초등학교~광치기해변 14.6㎞의 1코스로 소요시간은 4~5시간이다. 오름과 바다가 교차로 빚어내는 풍경은 압권이다. 첫 번째 만나는 말미오름에서는 사철 푸른 시흥리 밭 풍경과 성산 일출봉, 우도 등 제주 동쪽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이어져 나타나는 알오름 정상에서는 성산포의 들판과 성산 일출봉, 다랑쉬오름 등 제주 동부의 뛰어난 풍광을 360도로 즐길 수 있다. 끝자락인 광치기 해변까지 걷는 동안 널따란 유채꽃밭을 만날 수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시리아 피흘린 5년… 25만명 사망·1130만명 유랑 생활

    [글로벌 인사이트] 시리아 피흘린 5년… 25만명 사망·1130만명 유랑 생활

    2011년 3월 15일 시리아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며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발생 5년을 맞았다. 초반 반독재 투쟁의 성격을 띠었던 거리 시위에 이슬람 종파 간 갈등,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및 강대국의 개입 등이 얽히면서 내전으로 비화됐다.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한 난민들은 유럽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국제사회의 중재에도 시리아 평화회담은 진척을 보이지 않아 내전의 끝은 아득히 멀어 보인다. 최근 시리아 분할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중동 국가들은 이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중동의 반정부 시위 물결인 ‘아랍의 봄’ 영향으로 시리아에서는 남부 도시인 데라에서 청년 15명이 “국민은 정권을 무너뜨리길 원한다”라는 구호를 벽에 낙서했다. 시리아 당국이 이들을 체포해 고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011년 3월 15일 수도 다마스쿠스, 데라 등 주요 도시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권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3월 18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시위에 발포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반정부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시리아 시민들이 분노한 배경에는 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과 부패, 종파와 민족에 따른 차별, 그리고 개혁 실패로 인한 경제 위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대통령직을 세습한 알아사드는 영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 출신으로 아버지보다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 활동을 부분적으로 자유화하고 시장경제로의 개혁과 경제 개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반발로 정치 개혁은 무산됐으며,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그의 경제 개혁은 소득 불평등만 확대시켰다. 시리아 국민의 74%를 차지하지만 시아파 주도의 정권에서 배제됐던 수니파의 오랜 불만은 경제 악화로 더욱 고조됐다. 민주적 개혁, 정치범 석방, 부패 척결 등을 정권에 요구하던 시위대는 4월에 접어들며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알아사드 정권도 시위 진압을 위해 기갑부대를 동원하면서 5월 말 민간인 사상자는 1000여명에 이르렀다고 BBC가 전했다. 시위대에 대한 정권의 무력 행사가 거세지면서 정부군에 대항해 무기를 든 시민군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정권 지지 기반인 군대에서도 이탈자가 발생했다. 7~8월에 이르러 반정부 무장단체인 자유시리아군과 국내외 반정부 인사들이 주도한 시리아국가위원회가 결성되는 등 반정부 세력이 조직화되면서 내전이 본격화됐다. 2012년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수니파 국가와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면서 반정부군은 정부군과 무력으로 맞설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게 됐다. 알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세력과 민간인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시리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실시하지 못하자 이들 국가가 개별적으로 반정부 세력 지원에 나선 것이다. 걸프 연안 국가들은 반정부 세력의 무기 구입을 재정적으로 지원했으며, 터키는 자유시리아군을 지지하며 군사작전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미국도 2012년 7월 자유시리아군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민간단체로 승인했다. 반면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에 재정적·군사적으로 지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013년에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이에 시리아 내전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자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13년 시리아 영토의 60%가 반정부 세력의 손에 떨어지자 정부군은 이란, 헤즈볼라, 그리고 시아파 민병대의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때 반정부군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의 테러와 과도정부 역할을 했던 시리아국가위원회의 내부 갈등으로 정부군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변수가 시리아 내전에 등장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IS는 2014년 6월 칼리프 국가를 선언하고 8월 시리아의 락까를 점령해 사실상의 수도로 삼았다. IS가 전 세계를 상대로 잔혹한 테러를 저지르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넓히자 미국은 2014년 8월 알아사드 정권 대신 IS 격퇴로 전략을 수정하고 IS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러시아도 2015년 9월부터 대IS 공습에 나섰으나,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IS가 아닌 반정부 세력을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IS 격퇴에 힘을 쏟는 사이 알아사드 정권은 올해 초부터 반정부 세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반정부 세력의 핵심 근거지인 알레포까지 압박해 들어갔다. 시리아 내전 5년 동안 사망자 수는 25만명을 넘어섰다고 BBC가 전했다.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내전 발발 전 2300만명에 이르던 시리아 인구 중 절반가량이 거주지를 잃고 난민으로 전락했다. 이 중 650만명은 국내에서 유랑 생활을 하고 있으며, 480만명은 유럽 등 국외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의 70%가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3분의1가량이 생존에 필요한 식품조차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리아를 떠난 480만명의 난민 가운데 지난해 100만명가량이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유럽 또한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시리아 난민의 급증으로 반이민 정서가 유럽 각지에 팽배해지면서 극우 세력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각국이 난민 유입 저지를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유럽 통합의 근간이었던 각국 간 자유로운 이동 보장이 흔들리고 있다. 유엔이 주도하는 시리아 평화회담이 14일(현지시간) 열렸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평화회담 개최를 위해 지난달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내 임시 휴전에 합의했으나,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상대방이 공격 행위를 해 합의를 깼다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정치를 전공한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휴전 합의로 시리아 내전의 강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내전 상황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IS와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 격인 알누스라 전선이 평화회담에서 배제돼 회담의 실효성이 낮고, 회담 당사자 간 이해관계와 목표가 매우 달라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재 서방 등 미국과 수니파 온건 반정부 세력은 알아사드 정권의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이란·시리아 정부는 정권 교체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시아파 정부, 수니파 반군, 쿠르드족이 시리아를 삼분하는 플랜B 계획이 미국 정부와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평화회담을 주도하는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13일 “평화회담에서 정치적 해결안을 성공적으로 도출하는 것 외에 실제 가능한 플랜 B는 없다”고 못박았다. 서 교수는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가 임의로 설정한 국경을 따라 다양한 종파와 민족을 불안정하게 아우르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시리아의 3분할론을 받아들일 리 없다”면서 “시리아가 내전으로 분할된다면 이웃 중동 국가들도 국내 여러 종파와 민족의 독립 또는 자치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충돌하는 제국(리디아 류 지음, 차태근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세기 영국과 중국 두 제국이 어떻게 조우하고 충돌했는지 역사적 흔적을 추적해 나간다.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연구한 저자는 제국이 충돌할 뿐 문명은 충돌하지 않는다며 기존 인식을 뒤엎는 생각을 전개한다. 문명의 충돌이란 제국의 실질적인 욕망을 문명 간의 차이로 투사한 것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정치·경제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제국 간의 충돌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제국의 기록물에 대한 인식론적이고 윤리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근대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484쪽. 2만 5000원.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김상준 지음, 보아스 펴냄) 그리스 신화를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개하며 그 속에 담긴 심리학적 상징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사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신들은 결코 지고지상하지 않으며 지극히 감정적이고 인간적이다. 그리스 신화가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는 그것이 상징적인 인간 역사이며 우리의 무의식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 주장이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원초적인 심리학의 조각들을 찾아 우리 내면에 감춰진 다채로운 인간 심리를 조망한다. 304쪽. 1만 4000원.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권기영 지음, 푸른숲 펴냄) 이 책은 1917년 중국의 신문화운동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중국이 선택해 온 길을 ‘마르크스’(사회주의)와 ‘공자’(전통문화)라는 두 가지 문화 코드로 분석해 21세기 중국을 전망한다. 마오쩌둥부터 후진타오까지 중국 정부가 어떤 사회주의식 문화 전략을 구사해 왔고 국가 발전 측면에서 문화를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 중국 현대의 문화사 같은 책이다. 2001년부터 10년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을 지낸 저자가 중국의 변화가 우리에게 위협일지 기회가 될지 문화를 통해 중국을 읽고 조망한다. 312쪽. 2만원. 5년 후 세계 위기는 공평하게 다가온다(김상철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중국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고, 유가 하락은 물론 달러와 환율도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세계 경제의 화약고가 되고 있고,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은 답보 상태다. 불확실해지는 세계 경제 기류 속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의 경제 현안과 미래 전망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한국의 생존 전략을 소개한 책이다. 코트라 출신의 미래 경제 전문가인 저자는 생동감 있는 필체로 300여컷에 달하는 세세한 경제 지표를 제시하며 이해를 돕는다. 560쪽. 1만 9500원. 친구지옥(도이 다카요시 지음, 신현정 옮김, 새움 펴냄) 과도하게 몰입된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서 느끼는 중압감 등 일본 젊은 세대의 내적 실체를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이다. 사회로부터 자신을 격리하는 은둔형 외톨이부터 이지메라는 지뢰를 밟지 않기 위해 눈치 보는 교우 관계, 자살 소녀들의 내면 풍경, 자기 가치의 확인 수단이 된 스마트폰 등 온·오프라인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 현상과 원인을 ‘친절한 관계’라는 개념을 키워드로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친절한 관계는 대립의 회피를 최우선으로 하는 젊은이들만의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284쪽. 1만 3000원.
  • 안동·예천 경북신청사 개청식…새 천년 경북시대 개막

    안동·예천 경북신도청에서 ‘새 천년 경북시대’를 개막하는 행사가 열렸다. 경북도는 10일 안동시 풍천면 도청 앞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20여개국 주한 외국 대사, 지역 기관·단체장과 주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경북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청사 개청식을 가졌다. 행사는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표지석 제막, 기념식수, 개청식,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의 친필로 ‘경상북도청’이란 글자를 새긴 표지석은 본관 동편에 폭 3.3m, 높이 2.7m의 문경산 화강암으로 설치했다. 이어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을 기념 식수했다. 기념식수에 사용하는 흙은 전국 17개 시·도와 경북 23개 시·군의 흙을 모아 국민 대통합과 도민 화합 의미를 담았다. 본 행사인 개청식에는 새 청사 건립의 상징성과 미래 비전을 담은 영상 상영, 김관용 도지사의 개청사, 장대진 도의회 의장의 환영사, 박 대통령 축사, 도립국악단의 축하 공연, 300만 도민 희망을 담은 풍선 1만 2000개를 함께 날리는 희망 퍼포먼스 등으로 이어졌다. 김 도지사는 “도청 이전은 300만 도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결집된 에너지로 이뤄낸 역사적인 쾌거”라며 “앞으로 경북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국민통합과 균형발전에 앞장서면서 한반도 허리 경제권의 중심 역할을 다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북이 안동·예천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것을 축하한다”면서 “경북에서 시작된 혁신과 창조의 기운이 대한민국 곳곳으로 퍼져 나가 중흥을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염원했다. 개청식에 맞춰 도청 본관 로비에는 ‘민족문화의 원류 삼국유사 목판으로 되살아나다’라는 주제로 삼국유사 목판 복원사업과 신라 천년 역사·문화를 집대성한 신라사대계(新羅史大系) 편찬사업 진행 상황을 전시했다. 경북도청은 1314년 고려 충숙왕 원년 경상도를 개도한 지 702년, 1896년 대한제국 칙령으로 경상북도를 개도한 이래 120년, 1966년 대구시 북구 산격동으로 청사를 이사한 지 50년 만에 새 터전으로 옮겼다. 1981년 대구시가 경북도에서 분리된 이후 도청 소재지와 관할구역 불일치에 따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도는 낙후한 북부권 발전을 앞당겨 도내 균형발전을 꾀하고 한반도 허리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도청 이전을 끝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글로벌 경제] 부패 스캔들 속 무능 정부… 벼랑 끝 내몰린 ‘삼바 경제’

    [글로벌 경제] 부패 스캔들 속 무능 정부… 벼랑 끝 내몰린 ‘삼바 경제’

    올 GDP 성장률도 마이너스 예상…대공황 후 2년 연속 역성장 전망리우올림픽 대규모 투자도 부담 지난주 브라질 증시는 역설적으로 2008년 이후 최고의 한 주를 보냈다. 닷새째 이어진 가파른 상승 랠리로 MSCI브라질지수는 전주 대비 무려 23% 상승했다. 8년 만의 최고 주간 오름폭이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도 초강세를 띠었다. 달러당 3.75헤알까지 올라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수년째 경제가 비틀거리던 브라질에서 외환과 주식 시장을 ‘반짝’ 끌어올린 동력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대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정치·경제적 위기에서 구해 줄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브라질이 정부 지출 제약과 투자 붕괴,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추락이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에 휘말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했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고성장을 이어 온 브라질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3.8%를 기록했다.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6년 만이지만 수치상으론 디폴트를 선언한 1990년(-4.3%) 이후 25년 만에 최악이다. 문제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올해 GDP 성장률도 -3~ -4%대로 예상돼 대공황이었던 1930년대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이 예상된다. 올 8월 개막되는 리우올림픽을 위해 지난 수년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전망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세계 GDP 순위가 7위에서 9위로 밀렸다고 전했다. 브라질의 지난해 명목 GDP는 5조 9043헤알(약 1844조원)이었다. 경제가 더 나빠진 것은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줄이면서 해고 노동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금리가 오른 반면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최대 돈벌이 창구가 흔들렸다. 외신들은 삼바 경제 추락의 가장 큰 이유로 정치적 부패를 꼽고 있다. 지난해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에서 불거진 부패 추문은 최대 투자은행인 BTG팩추얼까지 확산되며 정·재계를 동시에 마비시켰다. 페트로브라스의 시장 가치는 지난해 71억 달러 감소했고 주가는 27%나 폭락했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로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GDP의 1% 수준인 271억 달러가 증발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추문의 중심에 자리한 호세프 대통령의 정치적 무능이 경기 침체를 고착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GM은 65억 헤알(약 2조원)의 투자 계획을 재고할 계획이며 브라질 대형 철강사인 우지미나스도 휘청이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지난해 임명한 호아킴 레비 재무장관은 재정수지 적자 확대를 해결한다며 경기 부양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브라질에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을 부여했다. WSJ는 호세프 대통령이 지지층 유지를 위해 과감한 긴축정책을 거부해 경제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렸다고 평가했다. 최악의 늪에 빠진 브라질을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경제가 조만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스스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경기불황을 깨기 위한 동력을 상실한 상태라는 진단이다. 지난주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를 방증하듯이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14.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추가 긴축이 불황을 악화시킬 것이란 조바심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IMF는 브라질 경제가 스태그네이션(장기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침체 양상이 2017년까지 이어지고, 2021년까지 성장률이 2%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부고] ‘원전연주’ 지휘자 아르농쿠르 별세

    [부고] ‘원전연주’ 지휘자 아르농쿠르 별세

    ‘원전연주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한 세계적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난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자택에서 평화롭게 별세했다고 그의 부인 앨리스가 6일 밝혔다. 86세.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족 출신인 고인은 1929년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모친은 이 제국의 레오폴드 2세 황제의 5대손이다. 고인은 1948년 빈 음악아카데미에서 첼로를 공부하고 1952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이끄는 빈심포니오케스트라에 첼리스트로 들어가 1969년까지 활동했다. 고인은 젊은 시절부터 작곡된 시대의 연주법과 악기를 활용해 고전음악을 연주하는 ‘원전연주’에 천착했다. 1972년 밀라노 피콜라 스칼라 극장에서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율리시스의 귀환의 지휘를 맡아 첼리스트가 아닌 지휘자로 데뷔했다. 1989년 18년에 걸쳐 바흐 칸타타 전곡을 녹음하면서 원전연주의 거장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됐다.
  • ‘이란 제재 위반’ 中 업체 금수 조치된 北과도 거래

    미국 정부로부터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수출 규제 조치를 받은 중국 통신장비 기업 ZTE가 북한 등과도 거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상무부는 ZTE에 미국산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에 사전 수출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는 조치를 8일부터 실시한다고 로이터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장비 및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인 ZTE는 미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아 수출 규제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ZTE가 대이란 수출 금지령을 어기고 미국 기업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어치의 제품을 구입해 이란 통신사에 공급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미 상무부가 조사를 위해 입수한 ZTE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ZTE는 이란뿐만 아니라 북한 등과도 거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8월에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ZTE가 이란, 수단, 북한, 시리아, 쿠바 등 금수 조치된 주요 국가와 모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모두 미국산 부품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금수 조치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미국 수출관리규정에 따르면 수출 통제국으로 지정된 북한, 이란 등에 미국산 제품을 수출, 재수출하려는 업체는 미 정부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국내법으로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데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우리는 미국이 잘못된 조치를 중단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훼손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부고]

    ●권정식(전 효성여대 약학과 교수)씨 별세 봉주(제이피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씨 부친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3410-6905 ●홍명식(울산녹십자약국 대표)씨 모친상 수용(동아일보 논설위원)재용(부산진신경정신과 원장)혜경(연세대 교수)상현(대검찰청 법무관)씨 조모상 6일 대구파티마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53)956-4445 ●신주학(스타제국 대표)씨 모친상 6일 평택 제일장례식장, 발인 8일 오전 8시 (031)611-1144 ●정동성(서울경제신문 마케팅국 관리부장)동규(토미타코리아 과장)씨 부친상 유용종(동일석유 대표)정윤규(교촌치킨 동양미래대학점 점장)김대영(신한금융투자 신한PWM 프리빌리지강남센터 부지점장)씨 장인상 이명선(금천구보건소 보건의료과 주무관)씨 시부상 6일 안성성모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31)671-6001 ●김효중(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장)씨 모친상 이은경(봉덕초 교사)씨 시모상 6일 대구의료원, 발인 8일 오전 8시 (053)560-9581 ●안수민(전자신문 정보사업국 부국장)씨 장모상 5일 경희대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958-9547 ●고정호(양구 용하중 교사)씨 별세 길옥자(춘천 상천초 교장)씨 남편상 고려진(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씨 부친상 심상대(매일경제 편집부 기자)씨 장인상 6일 춘천 강원효장례식장, 발인 8일 오전 9시 (033)261-4441
  • [고전으로 여는 아침] 한 조각 글이 영웅·악마 가른다

    [고전으로 여는 아침] 한 조각 글이 영웅·악마 가른다

    조선 후기 명재상이었던 채제공이 붓을 사용할 때 경계해야 할 일에 대하여 적은 글입니다. 붓을 사용한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말인데,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글을 통해 소식을 듣고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며,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역사를 기록하였습니다. 공자는 ‘춘추’라는 역사책을 쓰면서 의리를 기준으로 인물을 평가하여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역사의 심판을 받게 하였습니다. 역사 속의 수많은 문인은 자신이 쓴 글이 빌미가 되어 죽음을 맞았으며 어떤 경우에는 죽은 뒤에 문제가 되어 관이 파헤쳐지고 시신이 갈기갈기 찢기는 부관참시의 형벌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기에 백성을 계몽시키는 수단도 글이었고 일제 침략기에 일본 제국주의를 선전하며 백성을 현혹시킨 것도 글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현대사에 들어선 독재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고 왜곡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정권에 비판적인 글을 썼던 수많은 지식인을 탄압하였습니다. 과거에는 글을 생산해 내는 역할이 언론인과 지식인 정도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인터넷 시대인 오늘날은 각기 영향력은 달라도 읽고 쓸 줄 아는 모든 사람이 글의 생산자가 되었습니다. 한 조각의 글로 인해 평범한 사람이 순식간에 영웅도 되고 악마도 되는 세상입니다. 때로는 그 글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글은 그만큼 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 매 순간 쏟아지는 글자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붓놀림은 과연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채제공(蔡濟恭·1720~1799) 조선 후기의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본관은 평강. 71세에 좌의정이 되었을 때에는 정조의 절대적인 신임 아래 우의정과 영의정 없이 혼자 3년간 정승의 자리에 머물면서 국정을 도맡아 처리하였다. 문집으로 ‘번암집’이 전한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www.itkc.or.kr) ‘고전산책’ 코너에서는 다른 고전 명구나 산문, 한시 등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치평론집 출간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치평론집 출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4일 자신의 정치수상록이자 평론집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를 출간했다. ‘한국정치는 왜 바뀌지 않는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는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스탠퍼드대 초청으로 강연한 ‘한국정치와 차기 대통령 선거’ 전문과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정치수상 등이 담겼다. 지난 2년간 언론매체에 기고한 칼럼들도 별도의 해설과 함께 실렸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진행될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정치의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정치제도 개혁과 지도자의 리더십에 관해 대안도 제시했다. 이 전 의장은 앞서 수필집 3권과 리더십의 관점에서 비잔틴 제국 멸망사를 다룬 ‘술탄과 황제’ 등의 저서를 펴냈다.
  • 女 보시게… 대세는 ‘여톱 뮤지컬’

    女 보시게… 대세는 ‘여톱 뮤지컬’

    ‘레베카’ 신영숙·차지연·장은아 선도… ‘맘마미아’ 최정원 등 실력파 대거 출연 개막 앞둔 ‘마타하리’·‘위키드’ 역시 옥주현·박혜나 등 흥행 이을 것 기대 ‘오빠 부대’로 상징되는 뮤지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배우들을 주역으로 내세운 뮤지컬(이하 여톱 뮤지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업계 안팎에선 아직 여톱 뮤지컬 시장이 완전히 형성된 건 아니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또 다른 세대로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올해 여톱 뮤지컬은 ‘레베카’가 선도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신영숙·차지연·장은아 세 배우가 흥행을 주도했다. 뒤를 이어 3년 만에 공연된 ‘맘마미아’가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맘마미아’는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로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 신영숙, 김영주, 홍지민 등 실력파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마타하리’와 5월 대구에서 먼저 선보이는 ‘위키드’도 여톱 뮤지컬의 흥행을 이어갈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총살된 물랭루주의 무희 마타하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옥주현·김소향이 팜므파탈의 대명사로 통하는 마타하리 역에 캐스팅됐다. ‘위키드’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 스토리 이전 내용을 다룬 뮤지컬로, 차지연·박혜나·정선아·아이비가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에 우정을 나눴던 두 마녀 엘파바 역과 글린다 역을 각각 열연한다. 아직 주역 여배우가 결정되지 않은 ‘아이다’ 등 대작들도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여톱 뮤지컬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50·60대가 주요 관객인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20·30대 여성들이 주소비층인 데다 여기에 10대 ‘팬덤’ 문화가 뮤지컬과 결합되면서 뮤지컬은 ‘우리 오빠 보러 가는 장르’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여톱 뮤지컬은 2012년 오스트리아 제국 최후의 황후 이야기를 그린 ‘엘리자벳’이 서막을 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후 ‘아이다’, ‘위키드’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여톱 뮤지컬 시장을 견인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멋있는 남자 배우가 나오는 작품과 달리 멋진 여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상대적으로 흥행이 된 게 많지 않다”면서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관객들도 성숙해지면서 남성 얘기에 몰두하는 맹목적인 ‘팬덤’에서 벗어나 공감할 수 있는 여성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여톱 뮤지컬을 이끄는 배우들 중에는 임혜영, 차지연, 박혜나 등 1982년생 동갑내기 10년차 배우들이 눈에 띈다. 차지연은 ‘라이온킹’으로, 박혜나는 ‘미스터 마우스’로, 임혜영은 ‘드라큘라’ 체코 버전으로 2006년 각각 뮤지컬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여톱 뮤지컬 현상을 세대 이동으로 풀이했다. 패티김, 곽규석, 윤복희 등 스타급 배우들이 주류를 이룬 1세대, 남경주, 최정원 등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활약한 2세대, 김소현·류정한처럼 성악 전공 배우나 김준수 같은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 등 다양한 장르의 체험을 갖고 있는 배우들이 나온 3세대를 거쳐 이전엔 각광받지 못했던 여배우들이 스타로 떠오르는 4세대로 뮤지컬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 원 교수는 “우리나라 뮤지컬은 외형적으론 팽창했지만 그동안 남성 배우 중심의 획일화된 작품이 주를 이뤘었는데, 올해 여톱 뮤지컬이 흥미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면서 ”가창력과 연기력, 매력을 갖춘 여배우들이 나오면서 뮤지컬 시장의 외연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마산헌병분견대 ‘日 만행 알림이’로

    마산헌병분견대 ‘日 만행 알림이’로

    경남 창원시 마산 합포구 월령동 3가 도심에 있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 헌병대 건물인 마산헌병분견대가 일제의 가혹·탄압 행위를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조성된다. 경남 창원시는 29일 문화재청 소유인 마산헌병분견대 건물을 국·도비와 지방비 등 모두 3억원을 들여 일제 만행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며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산헌병분견대는 일본이 헌병대 주둔을 위해 1926년 건립했다. 붉은 벽돌과 기와지붕으로 된 지하 1층, 지상 1층 건물로 부지는 936㎡이다. 해방 전까지 일본 헌병대는 우리나라 곳곳 헌병분견대 건물에 주둔하며 애국지사와 독립투사를 탄압했다. 헌병분견대는 일제 잔학상의 상징으로 꼽힌다. 마산헌병분견대 건물은 해방 뒤 옛 보안사령부 마산파견대가 사무실로 쓰기도 했다. 각종 단체가 사무실로 사용하다 지금은 비어 있다. 마산헌병분견대는 현재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제시대 헌병분견대 건물로 건축사적·역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2005년 9월 14일 마산헌병분견대 건물을 등록문화재 제198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창원시는 마산헌병분견대 건물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현장을 보존한 가운데 당시 일제 헌병대가 마산헌병분견대에서 저질렀던 각종 만행을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조성해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병선 창원시 문화재관리 담당은 “일제 헌병대가 각종 가혹행위를 했던 당시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재현하고 관련 사진과 각종 자료도 수집·전시해 오는 10월쯤 문을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女톱 뮤지컬 봇물, 뮤지컬 시장 새로운 변화 시작됐다

    女톱 뮤지컬 봇물, 뮤지컬 시장 새로운 변화 시작됐다

     ‘오빠 부대’로 상징되는 뮤지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배우들을 주역으로 내세운 뮤지컬(이하 여톱 뮤지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업계 안팎에선 아직 여톱 뮤지컬 시장이 완전히 형성된 건 아니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또 다른 세대로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올해 여톱 뮤지컬은 ‘레베카’가 선도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신영숙·차지연·장은아 세 배우가 흥행을 주도했다. 뒤를 이어 3년 만에 공연된 ‘맘마미아’가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맘마미아’는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로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 신영숙, 김영주, 홍지민 등 실력파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마타하리’와 5월 대구에서 먼저 선보이는 ‘위키드’도 여톱 뮤지컬의 흥행을 이어갈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총살된 물랭루주의 무희 마타하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옥주현·김소향이 팜므파탈의 대명사로 통하는 마타하리 역에 캐스팅됐다. ‘위키드’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 스토리 이전 내용을 다룬 뮤지컬로, 차지연·박혜나·정선아·아이비가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에 우정을 나눴던 두 마녀 엘파바 역과 글린다 역을 각각 열연한다. 아직 주역 여배우가 결정되지 않은 ‘아이다’ 등 대작들도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여톱 뮤지컬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50·60대가 주요 관객인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20·30대 여성들이 주 소비층인 데다 여기에 10대 ‘팬덤’ 문화가 뮤지컬과 결합되면서 뮤지컬은 ‘우리 오빠 보러 가는 장르’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여톱 뮤지컬은 2012년 오스트리아 제국 최후의 황후 이야기를 그린 ‘엘리자벳’이 서막을 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후 ‘아이다’, ‘위키드’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여톱 뮤지컬 시장을 견인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멋있는 남자 배우가 나오는 작품과 달리 멋진 여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상대적으로 흥행이 된 게 많지 않다”면서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관객들도 성숙해지면서 남성 얘기에 몰두하는 맹목적인 ‘팬덤’에서 벗어나 공감할 수 있는 여성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여톱 뮤지컬을 이끄는 배우들 중에는 임혜영, 차지연, 박혜나 등 1982년생 동갑내기 10년차 배우들이 눈에 띈다. 차지연은 ‘라이온킹’으로, 박혜나는 ‘미스터 마우스’로, 임혜영은 ‘드라큘라’ 체코 버전으로 2006년 각각 뮤지컬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여톱 뮤지컬 현상을 세대 이동으로 풀이했다. 패티김, 곽규석, 윤복희 등 스타급 배우들이 주류를 이룬 1세대, 남경주, 최정원 등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활약한 2세대, 김소현·류정한처럼 성악 전공 배우나 김준수 같은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 등 다양한 장르의 체험을 갖고 있는 배우들이 나온 3세대를 거쳐 이전엔 각광받지 못했던 여배우들이 스타로 떠오르는 4세대로 뮤지컬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 원 교수는 “우리나라 뮤지컬은 외형적으론 팽창했지만 그동안 남성 배우 중심의 획일화된 작품이 주를 이뤘었는데, 올해 여톱 뮤지컬이 흥미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면서 ”가창력과 연기력, 매력을 갖춘 여배우들이 나오면서 뮤지컬 시장의 외연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꽃은 많을수록 좋다(김중미 지음, 창비 펴냄) 인천 만석동 빈민지역인 괭이부리말에서 30년째 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를 운영하며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쓴 저자가 그 세월을 에세이로 엮었다. 저자는 스물넷의 나이에 동네에 들어가 공부방을 차리고 정착했다. 10여년 뒤 동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썼고,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저자는 더욱 피폐해진 가난한 내 이웃들에 대한 변호 의식을 담담히 소개한다. 돈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임을 일찌감치 깨우친 아이들을 아프게 이야기하며 교육 현실을 고민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를 비판한다. 384쪽. 1만 4500원. 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이태호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조선 시대는 초상화의 르네상스기였다. 이 시기에는 한국 미술사 사상 가장 많은 초상화가 그려졌고, 예술성 높은 명작들이 쏟아졌다. 왕의 얼굴을 기록한 어진부터 공신과 문인의 영정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은 시대의 얼굴을 손으로 기록했고, 초상화를 통해 인물들의 정신을 발현했다. 저자는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다”라는 인식 아래 치밀하게 그려진 조선 시대 후기의 초상화들을 통해 당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시대상과 초상화의 변화, 한국적 리얼리즘을 전하고 있다. 424쪽. 2만 3000원. 덩샤오핑 제국 30년(롼밍 지음, 이용빈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 덩샤오핑(鄧小平)의 이면을 다뤘다. 미국, 대만 등에서 중국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저자는 덩샤오핑이 중국 개혁의 선구자로 평가받지만, 반대로 민주와 자유를 두려워한 독재자였다고 말한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단지 경제 영역에만 한정됐을 뿐, 정치를 비롯한 다른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보수파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을 제대로 인식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특히 덩샤오핑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중국은 여전히 100% ‘덩샤오핑 제국’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480쪽. 4만 5000원. 예술 판독기(반이정 지음, 미메시스 펴냄) 미술 평론가인 저자가 문화계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정치적 소재와 주제를 문화의 범주로 끌어들여 예술을 비평하고 있다. 이 점이 이 책의 매력이자 차별점이다. 책 제목은 무언가를 예술로 만드는 조건의 기록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예술 정의의 불가능성에 ‘힘입어’ 판독 대상을 예술보다 언론보도, 영화, 광고, 상품 등에서 찾았고 이들로부터 예술됨을 읽으려 했다고 적었다. 예술이 어려운 이유는 예술과 현실을 구분 지어 사유하려는 집단 체면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저자는 서구에서 고안한 미적 유행을 흉내내어 자국에서 독점적 명성을 얻은 사례 등 예술 권력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360쪽. 2만 2000원. 몇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가와타 후미코 지음, 안해룡·김해경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재일 1세대 할머니 29인의 삶을 담은 기록이다. 일본 언론인으로 빈곤과 성노예제 문제에 천착해 온 저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 일본으로 건너가 어린 노동자로, 아내로, 어머니로, 여성으로, 식민지의 설움과 전쟁의 참혹성을 겹겹으로 견뎌낸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전쟁과 식민지의 참상은 한 줄의 사건으로 접하지만 이 책은 남성들이 말하지 않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문제의식과 특히 일본인이야말로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로 이들의 삶을 기억하자고 되뇌고 있다. 344쪽. 1만 5000원.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짜장면과 탕수육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짜장면과 탕수육

    짜장면은 마음 저편에 떠오르는 추억이다. 어릴 적 가족 외식 땐 이만한 맛이 없었고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눈을 마주하며 웃음꽃을 피우게 하던 성찬이다. 중년이 되고도 그 느끼한 기름 맛이 가끔 생각나는 것은, 한국인의 ‘국민 음식’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탕수육 한 접시를 곁들이면 부러울 게 없다. 그러나 짜장면과 탕수육에는 중국인들의 고단한 역사가 담겼다. 짜장면의 유래를 따지다 보면 1882년 구한말 임오군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식 유신(維新) 움직임 탓에 형편없는 처우를 받던 조선군 병사들이 무장봉기를 하자 일본군은 유혈 진압을 했고, 이에 맞서 청나라 군대가 한반도에 진주했다. 이후 중국과의 교역이 크게 늘었는데, 주로 산둥 지역 상인들이 인천항을 통했다. 인천항에는 중국에서 온 일용 노동자들도 많았다. 이때 산둥식 된장을 밀국수에 간단히 비벼 먹는 음식이 등장한다. ●중국집 2만 4000여곳… 화교 500여곳 운영 산둥 출신 중국인의 음식점은 춘장에 물을 타서 푼 뒤 양파와 돼지고기 등을 넣고 단맛의 소스를 곁들인 짜장면을 탄생시켰다. 산둥 된장 본래의 짠맛을 줄이고 달짝지근하고 구수한 맛을 더했다. 그러나 중국 화교는 1940년대 최대 8만여명에 이르다가 남북이 분단되고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하나둘씩 한국을 떠났고, 1960~70년대에는 우리 정부가 그들의 재산권 행사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면서 눈물을 훔치며 돌아갔다. 또 1990년대에는 중국 인민국 수교와 대만의 국교 단절로 귀향 행렬이 계속된다. 중국인들이 떠난 음식점은 한국인들이 인수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중국집 2만 4000여곳 가운데 화교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5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탕수육도 물고 뜯기는 19세기 제국주의 패권 다툼 시절에 탄생한 음식이다. 대영제국의 기세를 자랑하던 영국은 청나라에서 수입한 차와 도자기, 비단 등에 열광했다. 영국은 동양의 신기한 물건들을 수입하면서 매년 막대한 양의 은을 지불했으나, 나중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무역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녹말 등 입혀 튀긴 돈육 포크 쓸 수 있게 고안 그러자 영국 상인들은 몹쓸 꾀를 냈는데, 식민지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귀해진 은 대신에 지불 대금으로 유통시킨 것이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백성들의 아편 사용을 금지시키고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압수해 불에 태웠다. 결국 영국과 중국 사이에 아편전쟁이 터졌고, 1842년 해전에서 패전한 중국은 강화조약을 통해 영국인들의 상주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땅에서 마치 주인처럼 굴던 영국 상인들은 중국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불만이었고 젓가락을 쓰는 음식 문화도 마땅치 않았다. 눈치만 살피던 중국인들은 하는 수 없이 돼지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썰어 간장, 생강, 후추 등으로 밑간을 하고 계란 흰자와 녹말가루를 푼 물로 튀김옷을 입혀 튀겼다. 소스는 녹말가루와 설탕, 간장 등을 푼 물에 버섯, 당근, 오이 등 채소와 식초를 넣어 만들었다. 탕수육은 ‘달고 신맛이 나는 고기’라는 뜻이다. 또 포크로도 충분히 찍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이후 탕수육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에도 전해져 고급 청요릿집에서 맛볼 수 있게 된다. 졸업식 날 어머니가 사주신 짜장면과 탕수육은 그동안 학교생활을 잘해줘 고맙고 기특하다는 애정이 담긴 부모님의 마음이다. kkwoon@seoul.co.kr
  • [손성진 칼럼] 애증의 중국 사용법

    [손성진 칼럼] 애증의 중국 사용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은 분노 이상의 감정이 솟구치게 한다. G2를 넘어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오만방자함이랄까. 중국의 이런 무례한 언사는 물론 처음도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대만 총통 취임식에 참여하려던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가지 말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사례가 있다. 2013년 중국 정부가 우리에게 ‘필리핀에 전투기를 수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필리핀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다. 중국은 왜 일개 외교관의 내정간섭성 발언을 우리에게 멋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되는 게 외교의 생리라지만 속국 취급했거나 적대적 관계였던 역사,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네티즌들은 ‘삼전도 굴욕’을 거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추 대사의 발언이 보도된 24일은 바로 그 일이 있었던 날이다. 379년 전인 1637년이다. 조선의 인조는 청군 앞에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즉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렸다. 중국의 애초 요구는 죽은 사람처럼 두 손을 묶고 입으로는 구슬을 물고서 항복하라는 것이었다니 보통 굴욕이 아니었다. 청의 전횡은 구한말에 극에 이르렀다. 26세에 ‘감국’(監國)이란 칭호를 달고 조선에 온 위안스카이의 횡포를 본 윤치호는 “(청에 비하면) 일본의 지배는 견딜 만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사대주의에 빠져 있었던 조선과 21세기 한국의 대중 관계는 같을 수는 없지만 최근 동향을 보면 국민들이 흥분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중국은 한반도에 전쟁이 전개되는 것을 반대하지만 만약 발생하면 상대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썼다. 마치 6·25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북한 편에서 한국을 공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환구시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스스로 ‘애독자’라며 힘을 실어 주었다. 청대처럼 중국은 한국을 속국(屬國), 번국(藩國)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래에도 함께 가야 하는 중요한 동반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수출액 5270억 달러 가운데 4분의1인 1370억 달러는 중국에 수출한 금액이다. 자동차, 반도체, 화장품 등 주요 품목의 생산과 판매에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나라다. 2018년이면 중국 관광객 1000만명이 한국을 찾아 돈을 뿌릴 것이다.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는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중국의 ‘중화주의 코스프레’에 콤플렉스를 느낄 필요도 없고 말려들 이유도 없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다. 경제적 의존도를 의식해서인지 중국의 결례 행위를 못 본 척하며 넘겨 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비슷한 국력의 일본에는 할 말은 하면서도 유독 중국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신사대주의’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중공군’이 아니었으면 한반도는 분단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65년 전의 상황은 이미 역사가 됐다. 그러나 변한 듯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국가 관계다. 적이 동지가 됐지만 언제 또 적이 될지도 모르는 게 엄준한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철저히 실리외교를 펴야 한다. 전쟁도 치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만 신의와 도덕을 따지고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다. 한쪽으론 꾸짖고 대들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어르고 달래고, 챙길 것은 챙기는 ‘이중 플레이’를 서슴없이 보여 줘야 한다. 경제적 협력과 외교적 대립이 양립할 수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중국이 영토와 인구, 국내총생산(GDP)에서 비교할 수 없는 대국임은 분명하지만 대국을 능가하는 소국은 얼마든지 있다. 중국과의 전쟁에서 당당히 겨뤘던 베트남, 아랍제국에 홀로 맞서는 이스라엘이 그렇다. 중국에게 한국은 건드리면 골치 아픈 존재가 돼야 한다. sonsj@seoul.co.kr
  • [서울광장] 기로에 선 한국, 길을 묻다/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로에 선 한국, 길을 묻다/강동형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여전히 냉전시대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로 시야를 넓히면 남과 북은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패권) 싸움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최근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동북아 정세에 변화가 감지되고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에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취재차 미국을 방문했다. 이때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중 하나는 미국 싱크탱크들의 일본에 대한 불만이었다. 중국에 대비해 일본의 재무장이 필요한데 시민사회의 반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놓고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비판했는데 그들은 오히려 “미국은 일본이 재무장하는 것은 돕지만 핵무장까지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를 설득하려 들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필리핀 수비크만에 미군이 다시 주둔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15년이 지난 2016년 2월 23일 현실은 어떤가. 일본은 군사대국이 됐고, 보통 군대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생각한 것보다는 시간이 걸렸지만 필리핀 상황은 더 극적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인 1월 14일 필리핀 정부는 미국에 24년 만에 미군이 주둔할 기지 8곳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과의 오래전 대화 내용을 떠올리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구상이 이제 끝내기 단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이 소련 붕괴 이후 ‘고독한 슈퍼파워’의 지위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미국 독자적으로 ‘세계 평화의 파수꾼’을 자임하기에는 군사력이나 비용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은 이에 따라 유럽에서의 미·영 동맹처럼 동아시아에서 미·일 동맹을 통해 이 지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미국과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중국은 어떤가. G2 국가이긴 하지만 미국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뒤떨어진다. 중국은 동남아에서 동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토 분쟁을 겪으며 지역 패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필리핀이 미국에 군사기지를 내준 것도 중국의 위협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 북핵 문제에서는 명분상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북한 편에 서서 미국과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리는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 방안을 놓고 미국 측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의 회담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틈바구니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의 균형·실리 외교를 추구해 왔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해 안보를 튼튼히 하고,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통해 경제교류를 확대했다. ‘안미경중’은 미국과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중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섭섭해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고, 중국이 싫어하는 사드 배치도 추진하고 있다. 균형과 실리정책이 작동하려면 균형추가 기울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따른 사드 배치 공론화로 중국이 반발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상황도 슬기롭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역량이다. 한반도 위기를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습관도 길러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힘이 없거나 대외 정책이 명분과 실리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전쟁을 겪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우리 땅과 바다에서 일어났다. 냉전 시대에는 한국전쟁을 치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도 힘이 없거나 명분론에 매달렸을 때 발생한 참화들이다. 패권시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균형과 실리외교’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남과 북의 대치 상황에서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실패의 역사를 거울삼아 ‘경계인의 지혜’를 구했으면 한다. yunbin@seoul.co.kr
  • 듣지 못하는 그녀의 삶…듣고 싶은 그녀의 음악

    듣지 못하는 그녀의 삶…듣고 싶은 그녀의 음악

    “청각을 잃게 되면서 나는 더 잘 들을 줄 아는 사람(a better listener)이 됐다.” 언뜻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를 현실로 이뤘다. 열두 살 때 청각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스타 타악기 연주자로 세계 무대를 누비는 에벌린 글레니(51)다. ‘듣지 못하는데 연주가 가능한가’라는 의문은 그의 행보 앞에서 간단히 지워진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1000명의 드럼 연주자들을 이끌고 오프닝 곡을 연주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대중 음악가(아이슬란드 가수 뷔욕, 미국 가수 바비 맥퍼린)들과의 협업 등 연간 100여건의 연주회를 치른다. 지금껏 30개가 넘는 음반을 낸 그는 1989년 그래미상(최우수 실내악 연주 부문), 지난해 폴라음악상 등을 수상했다. 연주뿐 아니라 음악 교육, 강연 활동 등도 활발해 2007년 대영 제국 훈장 2등급(작위급)을 수여받았다. 다음달 내한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글레니는 “청각을 상실함으로써 음악을 더 잘 이해하고 음악과 더 긴밀하게 연결됐다”고 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교육의 힘’을 꼽았다. 여덟 살 때부터 귀에 이상을 느낀 그는 열두 살 때부터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타악기에 담뿍 빠져들었을 때였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초등학교 때 선생님 덕분이었어요. 선생님이 팀파니를 치는 동안 저는 연습실 벽에 손을 대고 음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걸 처음 배웠죠. 어떤 음은 손가락을 얼얼하게 만드는 정도였는데 어떤 음은 몸 전체로 퍼져 나갔어요. 제 몸이 공명하는 방처럼 울린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몸 전체를 거대한 귀라고 생각하고 써 보니 내가 원하는 대로 소리를 다룰 수 있더라고요.” 그는 연습실 벽에 머리를 대 보거나 손이나 팔로 울림을 느끼는 등 몸 전체의 촉각을 통해 소리에 대한 감각을 발전시켰다. 무대나 녹음실에서 ‘맨발의 연주자’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루는 선생님이 드럼 스틱도 없이 작은북 하나만 집에 가져가 보라고 했어요. 북을 두드려도 보고 긁어도 보다가 어떻게 습득했느냐고 하시길래 나도 모르겠다고 했죠. 그러자 선생님께서 ‘이제 폭풍의 소리를 내 봐라, 속삭이는 소리도 내 봐라’고 하셨어요. 그때 불현듯 내가 머릿속에 그림을 연상하며 소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음악 세계가 열린 날이었죠. 이후 지금까지 쭉 소리를 향한 탐험을 해 온 거예요.” 좌절은 없었을까. 그는 “귀로만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땐 낙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보청기 같은 보조 기구에 의지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리가 왜곡되거나 고통스럽게 들렸다. 외려 보청기를 벗어던지자 자유가 찾아왔다. 글레니는 타악기 수집광으로도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2000여개의 타악기를 사 모았다. 우리나라 국악기도 소장하고 있다. “수년 전 BBC 다큐멘터리 ‘위대한 여행’(Great Journeys) 촬영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악 명인들을 만나 한국 전통음악을 접했는데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었어요. 그때 구한 멋진 악기들을 지금도 갖고 있답니다.” 그는 다음달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704회)에서 조지프 슈완트너의 ‘타악기 협주곡’을 협연한다. 요엘 레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섭외로 내한하는 그는 “음악으로 터뜨리는 불꽃놀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2만~10만원. (02)6099-7400.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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