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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서 불탄 줄 알았던 ‘효종실록’ 귀환

    日서 불탄 줄 알았던 ‘효종실록’ 귀환

    일본에서 불타 없어진 줄 알았던 조선왕조실록 ‘효종실록’ 1책(권20)이 고국에 돌아왔다.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내 문화재매매업자가 지난해 11월 일본 경매에서 낙찰받은 ‘효종실록’ 1책을 지난달 15일 경매사를 통해 구매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구매한 ‘효종실록’은 1661년(현종 2년)에 편찬된 것으로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사고에 보관되었다가 1913년 일본 동경제국대학(현 도쿄대)으로 반출됐다. 당시 같이 반출된 실록들(총 788책)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 소실됐고 ‘효종실록’도 당시 같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11월 일본 경매에 나오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효종실록’은 국보 151-3호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의 일부이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는 ‘정족산사고본’(국보 제151-5호), 부산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태백산사고본’(국보 제151-2호)과 동일한 판본이다. 내지와 본문에는 ‘동경제국대학도서인’이라는 인장이 찍혀 있다. 평창 오대산 사고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조실록은 모두 788책이었으나 관동대지진 이후 74책만 보존됐다고 전해진다. 그중 중종실록 20책, 선조실록 7책 등 27책이 1932년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으로 이관됐고 성종실록 9책과 중종실록 30책, 선조실록 8책 등 47책은 2006년 7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던 오대산사고본은 조선시대에 실록을 여러 사고에 분산해 두던 규정에 따라 2016년 74책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관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은 6월 24일까지 상설전시실에서 이번에 들여온 효종실록을 일반에 공개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푸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 구원과 애국, 18년 파워

    “미국은 탄도요격미사일제한(ABM)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우리의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 동맹국에 핵공격을 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즉각 보복할 것이다.”블라디미르 푸틴(66)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소개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비위가 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전화 통화로 “만약 당신이 군비 경쟁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응수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하지만 4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끊임없이 ‘세계 질서 파괴자’란 오명을 감수하며 거침없이 서방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1조 4693억 달러(세계 12위)로 1위인 미국(19조 3621억 달러)의 13분의1에 불과하다. 국방비 지출은 692억 달러로 미국(6860억 달러)의 10분의1 수준이다. 그럼에도 푸틴 정권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15년부터는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개입해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공격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 지난달 4일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 등 여러 의혹도 사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4개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4일부터 러시아 외교관 150명을 추방했고, 러시아는 다시 이들 국가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등 서방과의 ‘신(新)냉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6월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고립을 자초하는 일련의 행보에는 푸틴의 팽창주의적 대외정책뿐 아니라 지난 18년간 러시아 사회를 이끌어 온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정서가 함축돼 있다. 2000~2008년 보리스 옐친의 뒤를 이어 러시아의 3·4대 대통령을 지낸 푸틴은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대신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5대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실세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2년 6대 대선을 통해 크렘린으로 복귀한 뒤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는, 지난 18일 76.7%의 높은 지지율로 7대 대선에 승리해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미국 시사 주간 타임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엘리트층 어느 누구도 푸틴이 2024년 이후 권좌에서 물러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임기에서 장기집권을 위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판 ‘차르’(황제) 푸틴의 집권 요인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압박을 대내 정치에 활용한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옛 소련 시절과 같은 ‘강한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국민들을 결집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선거운동 기간 러시아의 국방력을 자랑했고 언론들은 연일 미·영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위협에 대해 보도하는 등 반(反)서방 정서를 자극했다. 모스크바타임스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이중간첩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영국 조사 결과가 타당하다고 믿는 러시아인은 응답자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평론가 스타니슬라브 벨코브스키는 AFP통신에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외부 대립을 지속하면서 결속을 응축시키는, 일종의 자기파괴적 에너지로 이끌어 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국내 기반 역시 서방과 갈등이 심할수록 공고해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푸틴의 높은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수출의 80%를 원유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는 2012년 푸틴의 3선 이후 국제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2015년 GDP 성장률은 -3.7%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0.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푸틴의 국내 기반은 확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일 인터넷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보다 애국주의 정서가 강한 ‘푸틴 세대’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연말 여론조사업체 레바다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성인들의 81%가 푸틴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며 18~24세 청년층의 지지율은 86%에 달했다. 특히 ‘러시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56%에 달했으나 청년층에서의 찬성률은 67%로 높았다고 WP는 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역사상 가장 많은 외부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대가 역설적으로 푸틴의 권위주의 정부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 셈이다.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이들 세대는 푸틴 이전의 러시아를 알지 못하고 푸틴 이외의 러시아 지도자를 상상하지 못한다. 졸업 후 언론인을 꿈꾼다는 한 청년은 WP에 “스마트폰을 통해 푸틴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독립 언론의 기사를 접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 야당에 정권을 넘기고 변화를 추구했다가는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은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냉전 종식과 새로운 협력을 선언했고 2년 뒤인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역대 정부들이 러시아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지 않고 패전국 취급했다는 피해의식을 느껴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ABM 탈퇴를 선언하고 MD 구축에 나서자 이 같은 인식은 확산됐다. 푸틴은 이를 활용해 ‘러시아의 수호자’ 이미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푸틴은 특히 2008년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총리로 물러날 때부터 자신이 러시아 역사에서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를 고심했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측근인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 있던 2011년 중동에서 ‘아랍의 봄’ 열풍과 함께 리비아 무아마르 알 카다피 정권이 전복되는 것을 보고 그 배후에 서방 국가들이 있으며 서방의 다음 목표는 러시아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만이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푸틴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맞서는 공세적 방어전략에 따라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내는 단호함을 보여 줘 국민들로부터 ‘푸틴이 없으면 러시아도 없다’는 인식을 심었다. 리언 에런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월스트리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 역사를 보면 전쟁을 일으키거나 제국을 확장할 때 ‘러시아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자주 사용해 왔고 이는 푸틴의 세계관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집권 기반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러시아인의 70%가 신자인 동방정교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동방정교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근거지로 한 비잔틴(동로마) 제국(395~1453년)의 유산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스, 세르비아 등 동유럽 대다수 국가의 제1종교다. 역대 러시아 황제는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와 동방정교의 수호자임을 자처해 왔고 마찬가지로 푸틴도 동방정교의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정교회의 정치적 후광을 받았다. 2011년 11월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이듬해 세 번째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푸틴의 도움 요청을 받은 그리스 동방정교 아토스산 바토페디 수도원의 에프라임 신부는 동방정교에서 성물(聖物)로 여기는 ‘성모 마리아의 허리띠’를 지참하고 러시아로 가 39일 동안 이를 순회 전시했다. 이 기간 300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불임여성도 잉태하게 한다는 이 성물에 참배했다. 공항에서 에프라임 신부를 영접한 푸틴은 자연스럽게 이 성물의 첫 번째 참배객이 됐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TV 생중계로 러시아 전역에 방송됐고 푸틴은 성물을 러시아로 가져온 수호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012년 2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키릴 대주교는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혼돈의 상태였으나 신과 현명한 지도자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고 푸틴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차 국제 규범 위반에 스스럼없는 푸틴 정권의 성향상 신냉전은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란드의 러시아 전문가 블라디미르 이노젬세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냉전 당시 소련 지도자들과 달리 유럽의 기존 질서를 약화시킬 그 어떤 정책도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이라고 한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린세상] 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경제영토가 넓어집니다.” 2004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자 서울 광화문 네거리 대형 전광판을 밝힌 구호였다. 강대국들 틈새에 끼여 침략을 당하기만 했고 다른 민족을 지배해 본 적이 없는 약소국의 한풀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제국주의를 흉내 내는 야심으로 표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행여 한국말을 하는 칠레인이 저 구호를 본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경제영토’ 구호는 FTA가 체결될 때마다 등장했고 대한민국의 경제영토가 일본보다 넓고 세계 3위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급기야 현 정부의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까지 나서서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확장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처럼 경제적 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은 한국이 1960, 70년대 일본을 ‘경제동물’로 비난했던 상황을 떠올린다. 당시 한국은 수출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일본의 행태를 서방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비난했다. 당시 신문지면을 간혹 장식했던 ‘남파 간첩(단) 사건’ 보도에서 일제 초단파 라디오가 거의 빠짐없이 증거물로 포함됐던 것이 단초가 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이 제품들의 대북 수출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입주한 일본 기업들이 체불임금을 떼먹고 도주했다는 보도가 겹치면서 ‘경제동물’ 이미지는 강화됐다. 1980년대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는 건너뛴 채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동남아시아인들의 마음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도덕성이 결여된 ‘경제동물’의 가치관으로는 협력의 진정성을 설득할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남방정책’의 핵심도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0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였다. 최근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도 2020년까지 교역 규모를 1000억 달러 달성으로 합의한 사실이 전면에 부각됐다. ‘신남방정책’이 추구하는 “평화, 공동 번영, 사람 중심”의 소위 ‘3P 가치’가 국내에서는 적극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도 통한 대통령의 진정성이 정작 국내에서는 무의미하기 때문일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로 비난하는 편협한 일부 여론도 결국 물질주의 가치관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일본을 비난하면서 어느새 우리도 ‘경제동물’이 돼 버린 것은 아닌지. 대외 관계에서 물질주의적 지향은 국내에서의 배금주의 풍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10억원의 뇌물 수수와 350억원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세금 200만원을 빌려 달라는 자신의 운전기사를 다음날 해고했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 ‘무노조 경영’으로 악명 높은 재벌 기업은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동시에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었다. 판사 앞에서 주먹질 시늉을 하는 총수 아버지를 둔 아들이 “주주님이라 불러라”며 위세를 떨더니 급기야 여성 고문 변호사의 머리채를 흔든 다음날 그 회사 임원들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반면 연말마다 온 국민을 감동시키는 익명의 기부자들은 틈틈이 모은 현금을 기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서 온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이 벌여졌을 때에도 주로 땀 흘려 번 돈으로 사뒀던 금들이 모였던 경험도 있다. 올해 국세청이 선정한 착한 납세자들도 대부분 어려운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가 이제는 세금도 성실하게 납부할 뿐 아니라 나눔의 정도 가득한 삶을 살고 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은 총체적이다. 인간의 생활 영역을 이론적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 등으로 구분할지라도 정치활동만 하는 사람, 경제활동만 하는 사람, 문화활동만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개인은 정치, 경제, 문화활동 등을 다 한다. 그래서 각 개인의 가치관이 모든 생활영역에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개처럼 번 사람이 정승처럼 쓸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이 정승의 인간 존중 가치관을 갖도록 가정, 학교, 사회, 정부의 일치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들 제자리 찾기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들 제자리 찾기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케르스틴 뤼커·우테 댄셸 지음/장혜경 옮김/512쪽/1만 7800원이 책의 이름은 잘못 지어졌다. 적어도 저자의 의도에 따르면 그렇다. 저자들은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다가 여성의 이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한다. 역사를 하나의 퍼즐판이라고 한다면 여성에 관련된 많은 퍼즐 조각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역사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책에 따르면 거의 남자들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여자들이 역사에 기여한 것이 없는 것일까? 그럴 리가. 그들은 비어 있는 퍼즐 조각을 끼워 넣어 역사의 장면을 완성하리라 결심한다. 다행히 최근의 역사학자들은 여성의 흔적을 부지런히 찾아내고 있다. 이 책에 그 성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그러므로 이 책은 ‘여성 세계사’가 아니다. 여성만의 이야기를 모아 놓는다면 그저 분야별 역사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야심은 그보다 높다. 이 책이 지향하는 것은 ‘처음 읽는 균형 잡힌 세계사’다. 320만년 전부터 2001년 9·11 테러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해 낸 탓에 그들의 야심이 성공적으로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이 책에는 낯설지만 중요한 여성들의 이름이 실려 있다. 저자는 추가 정보를 덧붙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남성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새롭게 보기를 제안한다. 여자들의 언어는 왜 보존되지 못했을까? 왜 파내지고, 불태워지고, 누락됐을까? 왜 비잔틴제국의 황제 유스티아누스 1세는 ‘대제’라 불리며 숭앙받는데, 함께 나라를 다스렸던 황후 테오도라는 그저 ‘경기장 무희에서 황후로 신분 상승한 신데렐라’라며 홀대했을까? 왜 이베리아 왕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 니노는 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신학자들에 의해 남자로 성별이 바뀌는 수모(!)까지 당했을까?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여성이 지워져 온 과정이 드러난다. 그저 여성의 이름을 좀더 얹는 기계적 균형을 도모하지 않는다. 더 생생하게 역사를 살려 낸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해 온 두터운 문화에서는 여성에 대한 칭찬조차 비틀려 있다. 볼테르는 자신의 연인인 에밀리 뒤샤틀레의 재능에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여성이라는 유일한 결점을 가진 위대한 남성이다.” 다행히 지금 우리는 그 칭찬이, 더하여 그동안의 역사가 심히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안다. 진정으로 균형을 잡는 과정이 요원하다는 것도 안다. 이 책이 마지막에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 정부 “영토 주권 훼손 규탄”… 주한 日대사 불러 엄중 항의

    정부 “영토 주권 훼손 규탄”… 주한 日대사 불러 엄중 항의

    정부는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왜곡 교육을 강화한 일본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이 확정된 데 대해 30일 일본 정부에 엄중 항의했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를 해 독도 관련 역사 왜곡 내용을 담은 고교 학습지도요령이 발표된 데 대해 항의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이런 정부 입장을 전달했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항의했다. 교육부도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역사 왜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라며 “우리의 영토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초·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역사 왜곡을 심화·확대하며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부정하고,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려는 억지 주장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또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등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역사인식에 근거해 제국주의 침략사의 어두운 과거를 반성·사죄하라”며 “근린 국가 간의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데 국제적 이해와 협조를 배려하는 ‘근린제국 조항’도 적극적으로 이행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트럼프식 포함(砲艦) 외교, 포문 여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트럼프식 포함(砲艦) 외교, 포문 여나?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 외교적 마찰이 있거나 협상이 진행 중일 때 주로 군함을 이용해 적국에게 무력시위를 함으로써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외교정책이다. 제국주의 시기 횡행했던 이러한 외교는 우리나라에게도 신미양요나 제너럴셔먼호 사건 등을 통해 익숙하게 알려진 개념이다. 사실 이러한 외교정책은 현대에 들어와서도 강대국에 의해 종종 사용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이 항공모함을 보내 상대국을 압박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포함외교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 역시 북한이 큰 도발을 자행할 때마다 한반도 인근을 찾아오는 미 항모전단을 보며 이러한 포함외교를 상당히 자주 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오는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러한 포함외교, 그것도 매우 고강도의 포함외교에 서서히 시동을 거는 움직임이 포착되어 트럼프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해군은 관할구역에 따라 동태평양의 제3함대, 대서양의 제4함대, 중동의 제5함대, 지중해의 제6함대, 서태평양의 제7함대 등 5개의 함대를 두고 있다. 통상 약 90~100여 척의 전투함이 해외 전개(Deployment) 상태에 있는 미 해군은 연일 분쟁으로 시끄러운 중동의 제5함대와 유럽·북아프리카 일대를 관리하는 제6함대에 약 20%, 서태평양 일대를 담당하는 제7함대에 약 70%의 전력을 배치해 운용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해군력 배치에도 일종의 법칙이 있다. 이슬람 무장세력 창궐이나 시리아 내전, 예멘 내전 등 분쟁이 끊이지 않는 제5함대 해역과,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중국의 남중국해 팽창 등으로 안보 불안 요소가 끊이지 않는 제7함대 해역에는 반드시 힝공모함 전단을 배속시켜둔다는 점이다. 이러한 항모전단은 함대 전투력의 핵심으로써 평시 무력시위를 통한 분쟁 억제 등의 상황 관리를, 유사시 항공모함 타격전단이 갖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분쟁지역을 제압해버리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여의치 않아 항모를 배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강습상륙함에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얹어 항모전단의 ‘대타’로 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미 해군 전력 배치에 이상한 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시리아 내전, 후티 반군에 의한 예멘 내전의 격화 등 중동 정세가 아직도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5함대 소속 항공모함 타격전단이 중동을 비운 것이 확인된 것이다. 미 태평양함대는 지난 27일, 시어도어 루스벨트(USS Theodore Roosevelt, CVN-71)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한 제9항공모함타격전단(Carrier Strike Group 9)이 서태평양 해역의 제7함대 작전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제9항모타격전단은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와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E-2C 호크아이 2000 조기경보기 등을 보유한 제17항모비행단(Carrier Air Wing 17)을 싣고 호위함으로 1척의 이지스 순양함과 3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대동한 채 7함대 구역에 들어왔다. 제5함대에 배속된 항공모함이 제7함대 작전구역에 들어온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 루스벨트 항모전단의 전개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전개 시점이다. 루스벨트 항모는 작년 10월 모항인 샌디에이고를 출항했다. 통상 해외 전개 주기가 6개월임을 감안하면 아직 해외 전개 일정이 2개월 남았다. 루스벨트 전단 후속으로 중동 지역에 전개할 해리 S. 트루먼(USS Harry S. Truman, CVN-75) 항공모함은 최근 해외 전개를 위한 최종 훈련인 COMPTUEX(Composite Training Unit Exercise)를 마치고 미국 동부 노포크(Norfolk) 기지에서 출항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중동 해역에 진입하려면 아직 한 달은 더 지나야 한다. 시리아와 예멘, 사우디, 이라크 문제 등으로 혼란스러운 중동 지역에 무려 한 달 이상 항모 공백 상황이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제5함대 항모를 빼서 제7함대 구역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더 이상한 것은 제7함대에 항모가 부족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원래 제7함대에 배속된 로널드 레이건(USS Ronald Reagan, CVN-76) 항공모함은 이달 초부터 다음 달 말까지 약 2개월 일정의 정기 정비를 받고 있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칼 빈슨(USS Carl Vinson, CVN-70)을 중심으로 한 제1항공모함타격전단이 지난달부터 이미 제7함대 구역을 순찰 중이고, 2월에 F-35B를 싣고 신규 배치된 와스프(USS Wasp, LHD-1) 원정타격전단(Expeditionary Strike Group)과 교대해 미국 본토로 돌아갈 예정이던 본험리처드(USS Bonhomme Richard, LHD-6) 원정타격전단도 일정을 바꿔 오키나와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7함대 작전구역 안에는 핵항모와 이지스함으로 구성되는 3개의 항모타격전단, 대형 강습상륙함과 약 2000명의 해병 강습부대, 이지스함으로 구성되는 2개의 원정타격전단 등 5개의 타격전단이 들어와 있는 걸프전 이래 최대 규모의 해군력 집중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여기에 미국 서부 해안에는 존 C. 스테니스(USS John C. Stennis)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하는 제3항모타격전단이 대기 중이다. 스테니스 항모는 올 하반기 해외 전개가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전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COMPTUEX를 위해 전단을 구성하는 주요 호위함들이 모두 출항 준비를 마치고 항모와 함께 대기 중이기 때문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한반도 인근으로 올 수 있다. 한반도 인근에서 미국이 군사행동을 결심할 경우 최대 4개 항모전단과 2개 강습상륙함 전단이 투입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미 해군의 이러한 공격적인 함대 운용은 최근 매파 일변도로 구성되고 있는 트럼프의 외교안보라인 구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미 합의에 따라 이들 항모전단과 원정타격전단은 4월 한미연합 KR/FE 훈련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멀지 않은 해역에 북한 전역을 몇 시간이면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의 대규모 함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김정은의 깜짝 방중은 미국의 이러한 압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정은은 중국의 뒤에 숨어 미국의 압박을 피해보고자 하겠지만 그는 이번에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원하는 트럼프는 포함외교가 먹히지 않을 경우 그 포함의 포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김정은을 향한 미국의 포격을 막아줄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열린세상] 페이스북 제거 운동에 동참하고 싶으신가요?/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페이스북 제거 운동에 동참하고 싶으신가요?/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디지털 시대에 개인은 종종 무기력하다. 개인은 디지털 세계에서 활동하고, 교류하고, 또한 소비하는 동안 자신의 정보와 활동 기록을 고스란히 남기지만 비밀을 보장받지도 못하거나 활동 기록을 통제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해킹당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해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고객정보를 해킹당한 업체가 사과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만 이미 개인의 정보는 디지털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어떤 계기로 신상정보나 사적인 자료가 공개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채 2차, 3차 피해를 감내하며 살게 된다.이번에 더욱 심각한 사건이 터졌다.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유리하게 사용됐다는 스캔들이 터졌다.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그 정보가 선거운동에 활용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5000만 이용자의 성향, 즉 ‘좋아요’를 누르는 페이지, 친구 관계 등의 내용에 따라 그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가짜뉴스, 정보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연결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스캔들이 터진 이후 트위터에서 페이스북 제거 운동(#deletefacebook)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서 자유로워진 후 얼마나 좋아졌는지 증언하는 사용자, 이 운동에 동의하지만 막상 없애려니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갈지 걱정된다는 사용자 등 페이스북 제거 운동을 둘러싼 논쟁이 활발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페이스북을 제거하는 5가지 단계”라는 기사를 실었다. 페이스북 계정으로 편하게 가입했던 앱이나 웹사이트, 페이스북에 저장돼 있는 사진 또는 개인 자료 등을 어떻게 단계별로 정리할 수 있는지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페이스북 제거 운동이 앞으로 얼마나 확산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보여 주는 분명한 교훈은 개인이 더는 디지털 세계의 ‘객체’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서 ‘회원 가입’ 절차를 통해 가입을 허락받아 왔고, 우리의 정보와 활동 내용 등을 고스란히 디지털 업체의 손에 맡겨 왔다. 그들이 우리 정보를 해킹당해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해도 침묵했으며 뉴스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편집하면 그냥 받아들였다.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 남긴 무수한 흔적은 ‘빅데이터’로 축적됐고, 그들은 그것을 무기로, 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제국을 구축했다. 유럽연합(EU)은 약 두 달 뒤인 5월 25일을 기점으로 ‘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시행한다. 가장 큰 특징은 개인에게 자신의 정보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보에 대한 주권을 가진다는 의미는 디지털 업체가 자신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며, 그에 대해 보고받고, 자신에 관한 정보를 회수할 권리(잊힐 권리)를 가지며, 자신의 정보를 옮길 권리를 갖는다. EU 국민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은 기업의 국적을 막론하고 정보보호담당관(Data Protection Officer)을 두어야 한다. EU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기는 기업에 대해서는 2000만 유로(약 264억원) 또는 글로벌 매출의 4% 중 더 큰 금액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 법이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지는 큰 관심의 대상이다. EU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최근 발표된 헌법 개정안에 정보문화향유권과 함께 자기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새롭게 추가한 것은 좋은 출발이다. 법 개정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정보에 대한 개인의 주권 의식이다. 역사상 가장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이 EU에서 발효될 예정이고, 그 시행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발생한 세계 최대 디지털 제국에서의 개인정보 스캔들. 과연 페이스북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사용자들의 ‘제거 운동’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제거할 수 없다면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디지털 시대의 주권 찾기, 더는 미룰 수 없다.
  • ‘특전사 선배’ 문재인 대통령 “아크부대는 태양의 후예”

    ‘특전사 선배’ 문재인 대통령 “아크부대는 태양의 후예”

    “여러분은 국민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태양의 후예’입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아크 부대는 대한민국 군의 자랑이자 한국과 UAE 협력의 상징”이라며 “아크부대의 존재로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고, 형제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군복 차림의 문 대통령은 이날 현지 파병부대인 아크 부대를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조준경을 바라보며 사격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975년 육군에 입대해 특전사에서 복무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엊그제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왕세제도 아크 부대가 양국 간 협력의 차원을 높여준 주춧돌이라고 아주 높이 평가하며 고마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랍어로 ‘형제’라는 뜻을 지닌 아크 부대는 평시에 UAE 특수전 부대의 교육훈련 지원과 연합훈련 등 군사교류 활동을, 유사시에는 UAE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특전사에서 군 복무를 한 문 대통령은 특전사 출신이 주축이 된 아크 부대 장병들을 ‘후배’라고 부르며 “내 나라를 떠나,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이역만리 사막에서 고생하는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여러분이 이곳에서 흘린 땀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크 부대는 시대가 요구하는 강한 군대, 신뢰받는 군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군대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으며, 국방 교류협력에서도 새로운 모범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국에서는 우리 군의 역사를 독립군, 광복군으로부터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며 “우리가 독립군과 광복군을 기억하며 애국심과 자긍심을 갖듯이 여러분의 후배들도 여러분을 자랑으로 여길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조국에 젊음과 열정을 바친 여러분들의 빛나는 얼굴을 늘 기억하고 여러분이 꼭 지키고 싶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과 함께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여러분을 사랑하고, 국민이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해외에서도 달달한 눈빛

    해외에서도 달달한 눈빛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UAE에 진출해 활약 중인 청년 취업자와 소상공인, 기업인과 원전 근로자, 의료인 등 재외동포 13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문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이번 UAE 방문을 통해 양국관계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점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된 것으로 알려진 비공개 군사MOU 문제로 인해 한때 ‘국교단절’까지 거론됐던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두 나라 관계는 특별하고 굳건하다. 지난 일로 양국은 더욱 신뢰하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이제 ‘아크(형제)부대’의 이름 처럼 100년을 내다보는 진정한 형제국가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UAE에게 동아시아 최고의 협력 파트너이고, UAE는 한국에게 중동지역 최고의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또 양국 간 갈등설에 대한 보도를 언급하며 “왜곡된 보도들이 많아 혹시 현지 동포 여러분이 불안해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다.두 나라 사이의 우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현중 민주평통 중동협의회 수석부회장은 건배사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영광을 위하여’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은 ‘스마일’(스쳐도 웃고, 마주쳐도 웃고, 일부러라도 웃자는 뜻)로 화답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淸, 국경 획정에 조선 대표 배제해 역관이 참석… 백두산에 정계비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淸, 국경 획정에 조선 대표 배제해 역관이 참석… 백두산에 정계비

    300여년 전인 숙종 38년(1712) 조선과 청 사이에 국경 분쟁이 발생했다. 압록강변 위원군에서 조선인과 청인 사이에 살인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청나라 건륭제(乾隆帝)는 오라총관(烏喇總管) 목극등(穆克登)을 보내 두 나라의 경계를 확정 짓게 했다. 숙종은 조상들의 산소 이장 문제로 원주에 가 있던 박권(朴權·1658~1715)을 접반사(接伴使)로 삼아 함경감사 이선부(李善溥)와 함께 국경을 획정하게 했다. 그러나 박권, 이선부 등은 목극등이 늙었다면서 따라오지 말라고 하자 주저앉았고 중인 역관 김경문(金慶門) 등만 따라갔다. 조선의 공식대표 없이 역관만 참석해 세운 것이 ‘백두산정계비’(이하 정계비)다.사헌부 장령 구만리(具萬里)가 “경계를 정하는 막중한 일”을 소홀히 했다면서 박권, 이선부의 파직을 요청한 것은 당연했다. 정계비는 “서쪽은 압록이 되고, 동쪽은 토문(土門)이 되니 강이 나뉘는 고개 위(分水嶺上)의 돌에 새겨 기록한다”는 내용인데, 토문이 어느 강인가를 두고 지금껏 논쟁 중이다. 중국의 주장대로 토문이 두만강이면 간도땅이 중국령이 되는 반면, 한국의 오랜 주장대로 토문강이 만주를 흐르는 송화강 지류라면 간도가 한국령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교육청 자료집 사건 2012년 6월 경기도교육청 소속 교사 17명이 ‘동북아 평화를 꿈꾸다’라는 자료집(이하 ‘자료집’)을 발간했다. 그러자 같은 해 9월 6일 동북아역사재단이 ‘경기도 교육청 발간 자료집 검토 내용 송부’라는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다. 공문으로 보냈다는 것은 동북아역사재단(이하 동북아재단)의 공식 견해라는 뜻이다. 재단은 “(‘자료집’의) 고조선과 간도문제에 대한 서술 내용 중 일방적 주장이나 사실적 오류가 상당수 발견돼 이에 대한 보완 또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고 주장했다. ‘자료집’의 어떤 내용이 ‘사실적 오류’라는 것일까? “(‘자료집’은) 백두산정계비의 토문강을 중국 측에서는 두만강으로, 조선 측에서는 송화강의 지류로 인식했다고 서술하고 있음. 그러나 백두산정계비 건립 당시 청 측과 조선 측 모두 토문강과 두만강이 같은 강이라고 인식하였으며, 토문강과 두만강이 다른 강이라는 인식은 18세기 후반에 제기됨. 따라서 백두산정계비의 토문강이 송화강이라는 인식에 근거하여 한·중 영토 문제를 제기하는 ‘자료집’의 간도문제 서술은 전반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음.”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 평화를 꿈꾸다’에 대한 분석)‘자료집’에서 토문강이 만주를 흐르는 송화강의 지류라고 말했는데, 두만강이 맞다는 것이다. 흡사 중국 동북공정 소조에서 보낸 항의문 같지만 중요한 것은 동북아재단이 중국의 항의를 받고 보낸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보낸 공문이라는 점이다. 그럼 비를 세울 당시 청나라와 조선이 모두 토문강을 두만강으로 인식했다는 동북아재단의 주장은 사실일까? ●왜 백두산에 정계비를 세웠나? 정계비 건립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비판론이 고조됐다. 조선과 명 사이에 맺은 공식 국경선, 즉 윤관이 ‘고려지경’(高麗之境)이라는 비석을 세운 두만강 북쪽 700리 공험진 선춘령에 세웠어야지 왜 백두산에 세웠느냐는 비판이다. 정계비를 세울 때 생존했던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은 ‘윤관비’(尹瓘碑)에서 ‘목극등이 와서 정계비를 정할 때 왜 서희가 소손녕에게 윤관의 비를 가지고 따진 것처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역사학자였던 순암 안정복(安鼎福·1712~1791)은 ‘이가환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계비는 “분계강(分界江)을 한계로 삼아서…두 나라의 국경을 삼았습니다…그 강은 두만강 북쪽 300여리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두만강 북쪽 300리만 국경으로 삼아 그 북쪽 400리 땅을 버렸다는 비판이다. 규장각 검서관이었던 성해응(成海應·1760~1849)은 ‘목극등 정계비 발(跋)’에서 “토문강은 두만강이 아니다. 강 북쪽의 여러 강을 왕왕 토문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토문과 두만이 다르다는 것이다. 성해응은 또, ‘공험진 변(辨)’에서 “‘금사’(金史) 및 청나라 사람들이 그린 지도를 보니 두만강 북쪽과 수빈강(현 수분하) 남쪽을 토문강이라고 통칭했다”고 말했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 때부터 줄곧 두만강으로만 표기하다가 숙종 18년(1692)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 찬선 이현일(李玄逸)의 상소문에 토문(土門)이 처음 등장하는데, 두만과 토문을 달리 표기하고 있다. 순조 8년(1808)에 편찬한 ‘만기요람’(萬機要覽)은 ‘백두산정계’조에서 “‘여지도’(輿地圖)에 분계강(分界江)이 토문강의 북쪽에 있다 했으니 정계비는 당연히 여기에 세웠어야 한다. 또 비문에 이미 동쪽은 토문강이 된다고 했으면 토문강의 발원지에 세워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백두산정계비를 두만강 북쪽 700리 선춘령에 세우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토문강은 두만강 북쪽이라고 생각했다. ●간도는 무조건 중국 것이라는 재단 어느 나라 국가기관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동북아재단의 주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료집’은) 간도협약이 사실상 무효이고 간도는 한국의 영토임을 증명하기 위해 백두산정계비를 국제법상 유효한 국경조약으로 서술하고 있음. 그러나 백두산정계비가 건립된 시기는 국제법적 인식이 등장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국제법적 기준을 바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함.”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 평화를 꿈꾸다’에 대한 분석) 일제가 청과 맺은 간도협약과 조선이 청과 맺은 백두산정계비 중 간도협약만 국제법상 유효라는 주장이다. 일제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후 간도파출소를 설치해 간도를 관할하다가 1909년 9월 남만주 철도 부설권과 무순(撫順)탄광 채굴권을 얻는 대가로 간도협약을 맺어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줬다. 청나라가 철도부설권 등을 주고 간도영유권을 샀다는 것은 청나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제가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한 후 맺은 불법조약이니 당연히 무효다. 그런데도 동북아재단은 거꾸로 정계비는 무효이고 간도협약이 국제법상 유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송화강의 여러 지류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일도백하, 이도백하… 식으로 분류하는데, 오도백하가 토문강이다. 이 사실은 일제 간도파출소에서 작성한 지도에서도 명백하다. 그러나 동북아재단은 일제가 청과 맺은 간도협약만 국제법적으로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민국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을 쓴다. ●대한제국에서 파견한 북간도관리사 고종 20년(1883) 서북경략사(西北經略使) 어윤중(魚允中)은 함경도 종성 사람 김우식(金禹軾)과 백두산정계비를 조사하고 청나라 돈화(敦化)현에 ‘토문강과 분계강 이남 강토에 대한 옛 지도 모사본과 새 지도’ 등을 보내면서 간도가 누구 소유인지 공동조사하자고 요청했다. 청나라는 꼬리를 내리고 회피했다. 토문강이 송화강의 지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종 22년(1885)에는 외교를 총괄하는 독판교섭통상사무(督辦交涉通商事務) 김윤식(金允植)이 청나라 총리 원세개(袁世凱)에게 공문서를 보내, ‘토문강은 두만강 이북의 강’이라고 주장했다. 이때는 청나라가 대원군을 납치해 간 임오군란(1882) 이후로서 청나라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때였는데도 이런 주장을 한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광무(光武) 7년(1903·고종 40)에는 의정부 참정 김규홍(金奎弘)이 고종에게 ‘백두산정계비’를 세운 이후 “토문강 이남 구역은 우리나라 경계로 확정됐다”면서 간도시찰관 이범윤(李範允)을 북간도 관리에 임명하자고 주청했다. 대한제국은 이범윤을 북간도 관리(管理)로 임명해 간도에 상주시켰고, 간도 백성들은 대한제국에 세금을 납부했다. 그로부터 6년 후인 1909년에 일제가 간도협약으로 몰래 팔아먹은 것이다. 남북이 분단된 지금 중국에 간도를 돌려달라고 공식 제기할 상황은 아니지만 간도에 대한 역사주권만은 확고하게 정립해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늘 중국과 일본의 입장만 대변해 온 동북아역사재단을 국민들의 상식적인 역사관에 맞게 처리하는 일이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 매화가 수놓은 꽃담… 창덕궁 낙선재 후원의 호사

    경내 관청인 궐내각사 탐방 프로그램도 봄꽃으로 화사하게 단장한 궁궐에서 특별한 봄을 만끽할 기회가 마련된다. 평소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창덕궁 낙선재 후원이 새달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문화재청은 전문 해설사와 함께 후원 일대를 돌아보는 특별관람을 오는 29일부터 새달 28일까지 매주 목~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진행한다. 낙선재는 조선 제24대 임금 헌종(재위 1834∼1849)이 1847년 서재 겸 휴식 공간으로 지은 건물이다. 이듬해 각각 헌종의 후궁인 경빈 김씨와 순조 정비인 순원 왕후를 위해 세운 석복헌과 수강재도 딸려 있다. 낙선재는 고종 황제의 막내딸 덕혜 옹주를 비롯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가족들이 1989년까지 머물렀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별관람에 참가하면 헌종과 경빈 김씨의 일화를 비롯해 낙선재의 건축적 특징, 낙선재 권역에서 1989년까지 살았던 대한제국 황실 가족의 이야기를 해설사로부터 들을 수 있다. 매화가 흐드러진 계단식 화단과 각종 무늬로 치장한 꽃담은 낙선재 후원 관람의 백미다. 더불어 창덕궁 안에 있는 관청인 궐내각사를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운영된다. 조선시대에는 주요 관청이 궁궐 밖에 있었으나 임금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업무를 하는 관청은 궁궐 안에 세워졌다. 서적을 검토하고 필사하는 검서관이 일하던 검서청과 임금의 말이나 명령을 대신해서 짓던 예문관, 궁중의 약을 만들던 내의원 등이다. 해설사로부터 각 관청의 역할과 기능, 관청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를 듣고, 검서청 누마루에 올라 궁궐의 풍광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제국주의 문화 침략” 北노동신문 남한 문화 맹비난

    “제국주의 문화 침략” 北노동신문 남한 문화 맹비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오는 4월 초 평양에서 열릴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비판하며 민족음악 발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노동신문은 24일 김원균 명칭 음악종합대학의 박형섭 실장이 쓴 ‘민족음악을 발전시키는 것은 사회주의 문명강국 건설의 중요한 요구‘라는 제목의 논설을 게재했다. 북한에서 민족음악은 전통음악과 이를 기초로 창작된 음악 등을 포함한다. 이번 논설은 조용필과 이선희, 걸그룹 레드벨벳 등 대중가수들이 중심이 된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남한 문화의 유입을 견제하려는 성격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민족음악을 적극 발전시키는 것은 혁명적인 사회주의 문학예술의 힘으로 부르주아 반동 문화를 짓눌러버리기 위해서도 매우 절박한 문제”라면서 “제국주의 원수들은 우리 내부에 썩어빠진 부르주아 사상문화를 퍼뜨림으로써 인민들의 민족성을 흐리게 하고 사상 의식을 마비시켜 사회주의 제도를 허물어보려고 그 어느 때보다도 악랄하게 날뛰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같은 날 노동신문에 실린 ’과학자, 기술자들은 당과 혁명을 보위하는 전위부대, 전초부대‘라는 논설에서도 “제국주의자들의 반동적인 사상문화는 오늘날 침략의 주역”이라고 비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권력 키워드로 인간·역사를 논하다

    권력 키워드로 인간·역사를 논하다

    역사 권력 인간/정승민 지음/눌민/288쪽/1만 5000원중국 첫 황제 진시황(秦始皇)의 절대 권력을 꿈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스탈린을 모델로 한 종신집권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제국 미국의 부활을 외치는 안하무인의 통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보통신(IT) 혁명과 이성의 시대에 진입한 지도 한참인 현대의 민주적 권력자들이 과거의 절대 권력을 꿈꾸는 건 명백한 역사의 후퇴다. 근대를 지나 현대사회에서 목도되는 이 같은 ‘전근대성(前近代性)으로의 회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거대하고 묵직한 제목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신간 ‘역사 권력 인간’에서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엿볼 수 있다. 역사를 만들어 가는 건 인간이지만 그 개별 주체들을 움직이는 건 촘촘히 얽히고설킨 권력의 작동 방식일 게다. 저자는 권력이란 키워드로 인류의 고전과 문제작, 사건들을 들춰내고 엮어내 인간의 운명과 역사의 궤적을 탐색한다. 최초의 역사서를 저술한 헤로도토스를 통해 인간의 이야기가 갖고 있는 생명력을 환기하는가 하면, 나폴레옹, 히틀러, 프랑코 등 근대 괴물들의 몰락에서부터 트럼프, 시진핑, 푸틴에 이르기까지 현대 권력자들의 본질도 파고 든다. 책은 병역 면제자인 트럼프를 ‘치킨 호크’(‘닭’ 수준인 인물이 ‘매’보다 더 강경하고 호전적인 행동을 선동하는 현상)에 빗대 비판하고, 집권 도구로 반부패 칼을 휘두르는 시진핑의 자승자박 가능성도 짚는다. 이상적인 모범 답안이지만 저자가 안착하는 권력 종점은 ‘시민’, 즉 ‘피플 파워’다. 현대사회는 절대 권력의 지배를 부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과 2017년 촛불시위를 비교하며 권력의 주인공은 저항하고 견제할 줄 아는 자유로운 시민이라는 걸 역설한다. 책은 1차 사료 격인 소설, 전기, 취재기, 여행기, 회고록, 신문 기사를 살피며 파편화된 인물과 사건을 병렬 연결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시도를 한다. 저자는 “얼음장 같은 역사의 밑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범인과 위인들의 비범한 노력이 복류하고 있다”며 “권력이 만들어낸 야만과 암흑의 시간에서도 새벽을 열어온 사람들이 저술한 고전과 문제작의 가치는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장제원 “결코 잊지 않겠다” 무슨 다짐?... 이 전 대통령과 어떤 인연이길래

    장제원 “결코 잊지 않겠다” 무슨 다짐?... 이 전 대통령과 어떤 인연이길래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인 장제원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이 순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으면서 그와 이 전 대통령의 인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장 의원은 학교법인 동서학원으로 동서대학교, 부산디지털대학교, 경남정보대학교 등 사학법인을 운영한 장성만 목사의 차남이다. 아버지 장성만은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형은 현재 동서대학교의 총장을 지내고 있는 장제국이다. 장 의원은 부산에서 출생했다. 서울에서 여의도중학교, 여의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또 뉴라이트부산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프로그램에 패널로 자주 출연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08년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어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부산 사상구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하였으나, 낙천하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새누리당을 탈당하여 바른정당에 입당했으나, 보수단일화를 통해 정권창출을 하기 위해 2017년 5월 바른정당을 탈당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 美 철강 ‘관세 폭탄’ 4월말까지 잠정 유예

    김현종 본부장 “협상 계속할 것”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명령의 시행을 하루 앞두고 한국을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관련해 영구적인 해결책(permanet solution)을 찾는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중단(pause)을 승인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와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관세면제 대상 국가는 기존에 일시면제 혜택을 받았던 캐나다, 멕시코 외에 한국,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등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한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 “4월 말까지 ‘잠정 유예’됐다”며 “영구 면제를 위해 미국 통상당국과 조건 협상을 계속 해야한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중단을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면제 리스트에) 2개의 나프타 국가가 있다. 또 유럽,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그리고 확실히 한국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면제 결정이 ’영구 면제‘인지 아니면 영구 면제를 협상하는 기간 관세 부과를 일시면제 형식으로 유예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앞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전날 하원 세입위 청문회에서 철강 관세 부과 면제 논의를 대상 국가들과 4월말까지 마무리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김 본부장을 비롯해 외교통상라인이 워싱턴에서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등을 상대로 철강 관세 면제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설득전을 펼쳐왔다.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속보]“한국, 미 철강 관세폭탄 면제”

    [속보]“한국, 미 철강 관세폭탄 면제”

    한국이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을 피하게 됐다고 AFP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AFP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등 7개국이 관세부과 대상국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 철강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행정명령은 23일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외교통상라인이 워싱턴에 총출동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상대로 철강 관세 면제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전방위 설득전을 펼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성희 김동준 측 “‘마스터키’ 이후 친해졌을 뿐” 열애설 부인

    고성희 김동준 측 “‘마스터키’ 이후 친해졌을 뿐” 열애설 부인

    고성희, 김동준 측이 열애설에 대해 빠르게 부인했다.21일 가수 겸 배우 김동준 소속사 메이저9 측은 “고성희와의 열애설은 사실 무근이다. 두 사람은 친한 동료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배우 고성희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측 또한 “(지난 1월 종영한) SBS ‘마스터키’가 끝나고 두 사람이 친해진 것은 맞지만 열애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동준은 지난 2010년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다. 이후 ‘후유증’, ‘히어 아이 엠’, ‘숨소리’ 등 곡을 발표했으며 솔로로도 활동했다. 또한 드라마 ‘빛나라 은수’, ‘블랙’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고성희는 지난 2013년 영화 ‘분노의 윤리학’으로 데뷔한 뒤 드라마 ‘미스코리아’, ‘당신이 잠든 사이에’, ‘마더’ 등에 출연해 인기를 모았다. 오는 4월에는 KBS2 ‘슈츠’에 출연한다.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음악 천재 뛰어넘은 연기 천재

    음악 천재 뛰어넘은 연기 천재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지!”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비교되며 질투와 열등감의 대명사가 된 살리에리는 무대에서 절규한다. 신의 선택을 받은 ‘천재’와 신을 저주하는 ‘범재’의 대립적 서사는 예술로 변주됐고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심리학 용어도 낳았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최우수 작품상 등 아카데미 8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아마데우스’(1984)를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 놓은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 신성로마제국의 궁정 악장인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희곡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음악극 요소를 극대화한 형식적 차별화가 돋보인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교향곡 25번 등 6인조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원곡을 연주하고, 음악감독 채한울의 창작곡을 배우들이 노래하면서 연극·뮤지컬 혼합 장르의 신선한 실험을 보여준다. 죽음을 앞둔 노년의 살리에리(한지상·왼쪽)가 “모차트르는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으로 막을 연다. 극은 모차르트(조정석·오른쪽)의 생애를 회상하는 살리에리의 시선을 통해 전개된다. 음악에 대한 욕망과 성실함으로 황제의 궁정 악장이 된 살리에리는 빈에 온 모차르트의 공연을 보고 단숨에 그의 천재성에 매료된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경배할수록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끼는 살리에리는 현실을 증오하고 신을 저주하게 된다. 연극 ‘트루 웨스트’(2011) 이후 7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조정석은 순수와 방탕의 양극단을 오가는 천방지축 모차르트에 빙의됐다. 특유의 하이톤 웃음소리와 섬세한 감정선을 드러내며 캐릭터 연기의 귀재임을 입증한다. 이에 못지 않게 진가를 드러낸 배우는 한지상이다. 출연 회차마다 만석을 기록하는 조정석의 인기 속에서 관객들이 발견하는 배우가 한지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나 역시 평범함 속에 출발했기 때문에 살리에리의 마음이 와 닿는다”고 하던 그는 ‘인생 캐릭터’가 된 살리에리 역을 탁월하게 소화해 호평받고 있다. 특히 150분(인터미션 20분) 내내 단 한 번도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고 엄청난 대사와 내레이션, 능청스러운 유머와 고뇌, 모순적인 감정들을 쏟아내는 그는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무대를 꽉 채운다. 특히 조정석과 한지상의 찰떡 같은 케미스트리는 ‘브로맨스’ 드라마인양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 밖에 극 중 오페라 가수 ‘카테리나 카발리에리’ 역을 맡아 무대를 압도하는 ‘아리아’를 부른 손의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치열한 드라마를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농축한 이지나의 연출력도 빼어나다. 굳이 지적하자면 무대 뒤편에 어중간하게 자리잡은 6인조 오케스트라를 무대 전면으로 끌어냈다면 음악극으로서의 매력이 제고되지 않았을까. 모차르트를 죽여서라도 그 이름 옆에 기억되는 불멸의 존재를 꿈꾼 살리에리. 세계적인 ‘앙숙’으로 회자되는 두 사람은 실제 서로를 증오했을까. 일단 러시아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퍼트린 살리에리의 독살설은 후대 연구에서 거짓으로 판명됐다. 모차르트는 생전 “내가 빈에서 출세하지 못한 건 살리에리가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투덜댔고, 살리에리 역시 “나만 모차르트를 싫어한 게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모차르트 사후 230여년 만에 두 사람의 관계는 극적으로 반전된다. 2015년 11월 체코 프라하의 음악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오필리아의 건강을 위하여’라는 칸타타 악보가 발견됐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공동으로 작곡한 진본 악보로 확인되면서 둘은 ‘적’이 아니라 친구였다는 게 밝혀졌다. 살리에리 역으로 지현준, 한지상, 이충주, 모차르트 역의 조정석, 김재욱, 성규 등 화려한 ‘트리플 캐스팅’을 자랑한다. 오는 4월 29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 6000~9만 9000원. 1577-3363.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중앙부처 공무원 10명 중 6명 “유연근무 해봤다”

    중앙부처 공무원 10명 중 6명 “유연근무 해봤다”

    시차 출퇴근형 이용 60% 최다 이용률 통계청·금융위·국세청順 당일 신청 가능해지면서 급증 지난해 정부부처 공무원 10명 중 6명이 유연근무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근무제를 당일 신청할 수 있게끔 하는 등 복무제도를 개선한 덕에 이용자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20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47개 중앙부처 공무원 가운데 1년에 12회 이상 유연근무제를 이용한 공무원은 11만 61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앙부처 공무원(17만 4949명)의 66.4%다. 아울러 전년도 이용자 3만 7301명(이용률 22.0%)보다 2배(7만 8830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유연근무제란 근무형태를 개인·업무·기관별 특성에 맞게 다양화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획일화된 근무 대신, 주 40시간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근무하는 제도다. 2011년 도입된 이 제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시차 출퇴근형 이용자가 6만 9744명(60.1%)으로 가장 많았고, 근무시간 선택형(4만 2470명), 스마트워크형(1591명), 시간제 근무(1503명), 집약근무형(616명), 재택근무형(204명), 재량근무형(3명) 순으로 많았다. 신청 사유를 보면 효율적 업무수행이 38.5%로 가장 많았고, 출퇴근 편의가 19.1%, 임신·육아는 6.7% 순이었다. 부처별 이용률은 통계청이 93.6%로 가장 높았다. 금융위원회(90.8%), 국세청(89.6%), 기상청(87.4%), 기획재정부(87.3%), 해양경찰청(84.1%), 국방부(83.7%), 인사혁신처(83.1%), 식품의약품안전처(80.6%)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유연근무 이용이 활성화된 데는 유연근무를 당일에도 신청할 수 있게끔 한 덕이 크다는 게 인사처의 설명이다. 이전에는 유연근무를 하려면 전날까지 신청해야 했지만, 지난해 4월 20일부터는 당일 신청해도 유연근무를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아울러 2016년 12월 21일부터는 점심시간 전후 1시간을 붙여 최대 2시간 안의 범위에서 유연근무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박제국 인사처 차장은 “대국민 행정업무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근무형태를 정해 부서장에게 신청, 승인을 받으면 유연근무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철강 때문에 졸속 한·미 FTA 개정 안 된다

    미국의 수입산 철강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사흘 앞두고 정부 당국자들이 ‘한국산 면제’를 위한 막판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양국의 철강 관세 문제가 곧 풀릴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지난주에 견줘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대미 무역 협상단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 협상이 끝난 뒤 “양측이 집중적인 협의를 통해 이슈별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이뤘다”면서 “긍정적인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통상 당국은 ‘실질적 논의의 진전’이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관세 부과를 시작하는 23일(현지시간) 전에 한국이 예외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 역시 양국 고위급 채널을 통해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측이 철강 관세를 무기로 FTA 개정 협상과 연계하려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양국 통상 현안의 출구 찾기 전략일 수 있다. 철강 관세폭탄 면제와 FTA 쟁점 사이에 ‘원샷 딜’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갑작스럽게 제기된 일도 아니다. 파국을 막고 절충점을 모색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대상에서 한국이 빠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겠는가.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이 철강관세 면제국 지위를 얻는 대신 FTA 협상에서 자동차나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을 미국 측에 양보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이 FTA 재협상 초반부터 자동차 비관세 장벽 해소와 농업 분야 원산지 규정 강화를 집요하게 요구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자칫 철강 관세 때문에 그보다 훨씬 많은 무역쟁점이 걸린 FTA 개정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개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철강 관세를 피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것은 맞지만 다른 품목이 언제 또 미국 측의 관세 부과 대상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현시점에서 관세 예외국으로 완전히 인정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설득은 계속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미국이 철강관세 면제조건으로 이런저런 요구를 쏟아내는 상황이라면 조급하게 FTA 협상을 끝낼 일이 아니다.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해 이뤄지는 주먹구구식 FTA 개정은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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