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제국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604
  • [고든 정의 TECH+] 14nm 공정에 발목 잡힌 인텔…CPU 제국 지킬 수 있을까?

    [고든 정의 TECH+] 14nm 공정에 발목 잡힌 인텔…CPU 제국 지킬 수 있을까?

    올해 하반기 CPU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최초의 7nm x86 CPU인 AMD의 3세대 라이젠과 차세대 서니 코브 아키틱처로 무장한 10nm 인텔 CPU인 아이스레이크의 격돌이었습니다. 3세대 라이젠은 데스크톱으로 먼저 출시되고 아이스레이크는 이제 막 노트북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해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현재까지의 반응은 AMD의 완승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MD CPU는 데스크톱, 노트북, 서버 시장 모두에서 점유율이 미미했으며 신제품 출시에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습니다. 라이젠 출시 전까지는 회사가 분할 매각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나돌았습니다. 하지만 라이젠 출시 이후 AMD는 반격의 기회를 잡았으며 올해는 인텔보다 빠르게 7nm CPU를 선보이면서 시장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AMD CPU의 시장 점유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쇼핑몰에서는 인텔 CPU보다 판매량이 높은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대한 시장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편입니다. 중요한 이유는 10nm 공정과 서니 코브 아키텍처를 사용한 신제품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인텔이 발표한 코멧레이크(Comet Lake)는 저전력 노트북 시장에 6코어 프로세서를 도입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10nm 아이스레이크가 아닌 14nm 공정 프로세서라는 점이 약점입니다. 코멧레이크 S 프로세서의 경우 TDP 15W를 맞추면서 6코어/12쓰레드를 달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14nm 공정 적용으로 실제 전력 소모와 발열은 4코어 제품보다 약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LPDDR4X 2933 메모리 적용으로 전력 소모를 다소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앞서 출시한 아이스레이크와 함께 경량 노트북에 탑재될 것입니다. TDP 7W급인 코멧레이크 Y는 초경량 노트북이나 태블릿/컨버터블 PC에 탑재되는 제품으로 이 급에서 4코어/8쓰레드를 구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14nm 공정 적용으로 듀얼 코어 제품보다 전력 소모는 다소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아이스레이크와 코멧레이크 모두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출시되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CPU 성능은 사실 차이가 크지 않지만, 그래픽은 제법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아이스레이크에서 차세대 그래픽인 Gen 11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CPU의 모델 명 숫자(네 자리인지 다섯 자리인지)와 그래픽 라인업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0nm 아이스레이크와 14nm 코멧레이크의 어색한 동거는 인텔 10nm 팹의 생산량이 충분치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과거보다 인텔 CPU 판매량 자체가 늘어나 한 번에 모든 제품군을 교체하기 힘들어진 것도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모바일 부분에서는 아직 라이젠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인텔 천하가 위협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는 최근 CPU 코어 수가 대폭 늘어난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 서버 시장입니다. AMD는 3세대 라이젠을 내놓으면서 7nm 공정 도입과 함께 I/O 다이와 CPU 다이를 분리하는 독특한 구조를 선택해 쉽게 CPU 코어 숫자를 늘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올해 데스크톱 시장에 16코어, 서버 시장에는 64코어 CPU를 투입할 수 있습니다. 고성능 CPU 및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겨냥한 32코어 스레드리퍼 역시 언제든 64코어 CPU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당장 10nm CPU로 반격할 수 없는 인텔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어떻게든 14nm 공정 CPU로 버텨야 합니다. 서버 시장에는 최대 56코어 캐스케이드레이크 (Cascade Lake) CPU를 투입했는데, 14nm 공정으로 너무 많은 코어를 집적한 나머지 TDP가 400W에 달하는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내년쯤 아이스레이크 기반 서버칩이 나오기 전까지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입니다.인텔은 2017년 일반 데스크톱과 서버 시장의 중간에 있는 고성능 PC 시장을 위해 스카이레이크 X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18코어까지 코어 숫자를 늘린 것까지는 좋은데 가격대 성능비가 경쟁자인 스레드리퍼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인텔은 캐스케이드레이크 X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제품군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스카이레이크 X나 스레드리퍼 2000 시리즈 대비 가격 대 성능비가 높다고 합니다. 코어 당 성능은 크게 변화 없겠지만, 코어 숫자를 높이고 가격은 낮춘 모델로 생각됩니다. 캐스케이드레이크 X는 다음 달 공개될 예정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AMD는 7nm 공정 칩으로 대응이 가능해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됩니다. 사실 현재 인텔이 겪는 어려움은 몇 년에 걸쳐 준비된 것입니다. 경쟁사가 새로운 CPU와 미세 공정을 준비할 때 인텔은 지지부진했고 이런 상황이 몇 년간 누적되면서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하지만 인텔은 여전히 막대한 자금력과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로 차세대 미세 공정 전환을 빠르게 진행하고 새 아키텍처를 계속 개발해 경쟁사와의 차이를 다시 벌린다면 못 벗어날 위기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아무리 막강한 기업이라도 잠시 방심하는 순간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이해영의 쿠이 보노] 에하라와 에키타이

    [이해영의 쿠이 보노] 에하라와 에키타이

    도쿄생 에하라 고이치(江原綱一ㆍ1896~1969)와 평양생 에키타이 안(한국명 안익태ㆍ1906~1965). 두 사람의 관계는 어쩌면 근대 이후 한일 관계사의 가장 괴이하고, 희비극적인 한 대목일지 모른다. 꽤 오랫동안 에키타이의 행적을 추적해 온 나는 최근 3건의 원본 문서들과 한 건의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접할 수 있었다. 이 문서는 미 CIA 문서고에서 기밀 해제된 것들이다. 문서 중 하나는 전쟁 중인 1944년 4월 18일자 ‘터키에서의 일본 첩보·선전활동’에 관한 보고서이고, 다른 하나는 1945년 1월 30일자 ‘스칸디나비아에서의 일본 첩보활동’에 대한 보고서다. 전자는 미 전략첩보국(OSS) 이스탄불지부가, 후자는 영국 정보원이 생산한 것이다. 세 번째 문서는 종전 이후인 1949년 11월 18일자 미 육군 유럽사령부 정보국이 미 합참 정보국장에게 보낸 ‘전시 독일의 외교·군사 정보활동’이라는 보고서다. 그리 보면 마지막 보고서가 가장 정확하고 포괄적인 셈이다. 전시 일본의 재유럽 첩보활동의 본부는 베를린에 있었다. 2차 대전 직후 일본은 처음에는 ‘간첩활동의 수도’라 불리던 포르투갈 리스본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태평양전쟁이 확전되면서 포르투갈의 식민지를 위협하게 되자 마찬가지 중립국인 터키 이스탄불로 이동한다. 하지만 터키마저 연합국으로 기울자 스웨덴의 스톡홀름을 미·영 첩보전의 기지로 활용했다. 일본 첩보활동의 동선을 미국은 매우 촘촘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나라의 첩보 라인이 이렇게 ‘탈탈 털리는’ 경우는 드물다. 오직 패전이라는 상황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에하라의 회고에 따르면 에키타이안은 1941년 말부터 1944년 4월까지 자신의 베를린 사저에 기거했다고 했다. 안익태가 나치 독일의 제국음악원 회원증에 기재한 주소지가 바로 이 사저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에하라 고이치는 누구인가? 나와는 다른 시기에 또 다른 이유로 에하라 고이치를 추적한 학자가 있다. 북텍사스대학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음악학 교수 팀 잭슨이다. 잭슨 교수는 에하라가 하얼빈 소재 731부대의 20세기 최악의 전쟁범죄와 연루돼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1938년 에하라가 독일로 건너간 뒤 731부대의 생체실험 정보를 독일과 공유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아우슈비츠 등에서의 생체실험과 731부대의 그것은 에하라를 고리로 해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말이다. 잭슨 교수와 서로 자료를 공유해 온 내 쪽에서도 확인해 본 결과 에하라는 1935~1937년 하얼빈의 총무처장으로 있다가 1937년 7월 1일자로 하얼빈 부시장으로 승진한 뒤 1년 뒤 베를린 주재 만주국공사관 참사관으로 파견됐다. 731부대가 일왕 히로히토의 칙령에 의해 본격적으로 하얼빈으로 확장 이전된 때가 1936년이다. 만주국의 직제는 이른바 일만정위(日滿定位) 원칙 곧 일계(日係)와 만계의 직위가 정해져 있었다. 일본의 괴뢰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성장, 시장이나 공사 등은 만계에 할당하고 그 아래에 일계를 배치했는데 실세는 당연히 일계였다. 중앙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총무청(처) 중심주의를 기본으로 해서 인사ㆍ재정, 특히 모든 기밀업무를 총무(청)처장이 관장했고, 그 배후에는 관동군이 있었다. 그렇게 보면 에하라가 하얼빈 시절 직간접적으로 731부대와 연관됐을 가능성은 아주 농후하다. 위에서 말한 1949년 보고서에 따르면 에하라는 “재독 일본 첩보망의 총책”이었다. 이 진술은 페터 바이라우흐 나치 독일의 SS 해외첩보부(SD) 소련·일본국장에게서 나온 것이다. 독일과 소련은 군사동맹이었지만, 1943년 8월 이후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자 상호 첩보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에하라는 1945년 1월의 영국 첩보부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당시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핀란드의 만주국공사관 참사관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1949년 보고서만큼 정확한 정보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국 첩보원은 그가 일본과 러시아 간 협상을 담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OSS 이스탄불지부에 따르면 당시 일본은 베를린에서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약 300명의 정보망을 운용하고 있었다. 에하라 고이치는 외교관이라는 합법적 신분으로 위장한 ‘화이트’였다. 그의 집에 주소지를 둔 에키타이 안은 추축국과 나치 점령국을 돌면서 나치와 일제의 전쟁 수행을 음악으로 응원했다. 에키타이 안이 안익태다.
  • 소련 비밀 품은 2000㎞ 러시아판 ‘카타콤’

    소련 비밀 품은 2000㎞ 러시아판 ‘카타콤’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지하 무덤 ‘카타콤베’의 구간 길이는 각각 300㎞, 500㎞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 시청 사이의 직선거리가 약 325㎞라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오데사엔 러시아의 비밀스러운 과거를 품은 2000㎞ 규모의 지하도시가 있다. 5일(현지시간) CNN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오데사의 지하 미로를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하도시는 출입구만 1000개에 달할 정도로 넓고 복잡하다. 관광지이면서도 ‘자격이 있는 가이드의 동행 없이는 입장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다. 이 러시아판 카타콤이 로마와 파리의 카타콤베와 가장 다른 점은 죽은 사람을 묻는 데에 사용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지하도시는 18세기말 오데사가 생길 당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고, 세 개 층에 걸쳐 확산됐다. 시작은 채석장이었다. 오데사가 1819년~1859년 거대한 성장을 경험하며 지상엔 높고 훌륭한 저택이나 궁전의 수요가 늘어났다. 훌륭한 건물을 짓기 위해선 훌륭한 석재가 필요했고, 오데사는 땅을 파 나가기 시작했다. 궁전의 수만큼 많은 채석장이 지하에 생겨났다. 석재 때문에 파기 시작한 땅굴은 이후 러시아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도시가 되고 방공호가 되기도 했다. 지하 도시를 체험한 CNN 취재진은 내부 온도가 13도에 불과해 추웠으며 냉전시대 핵 벙커, 대피소 등이 처음 눈에 들어왔다고 썼다. 벙커 안 공기는 퀴퀴했으며, 녹슨 소련 시대의 장비과 전선 조각, 엔진실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채석장 지역엔 벽면에 석탄 그림이 새겨져 있고 비문이나 상징, 그림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벽엔 그림을 설명하는 날짜, 방향, 욕설 등이 있었다. 오데사 카타콤에선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상자로 추정되는 부패한 시신이 발견된 적도 있다. 당시 동료와 함께 시신을 발견한 뎀비츠키는 유골을 가방에 넣어 경찰에 가져갔다. 하지만 경찰은 발견 지역이 2차 세계대전 박물관의 관할구역이라는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뎀비츠키에 따르면, 박물관 역시 시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았으며, 그는 “카프카적인 방식으로 가이드가 시신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시내를 돌아다닌 끝에 검찰이 인수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야기는 소련 비밀 경찰 기관인 NKVD에 관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 연방(소련)에 속했던 2차 세계대전 당시, NKVD 요원 32명은 1941년 오데사를 점령하고 있던 나치의 루마니아 동맹을 무너뜨리라는 지령을 받고 이 카타콤에 투입됐다. 수년 동안 국가기록 보관소에 잠자고 있다가 최근 대중에게 공개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바깥에 나와 햇빛을 본 요원은 단 한 명 뿐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오데사와 모스크바 출신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경쟁적인 이들 그룹 사이의 긴장감은 끝내 연쇄적인 배신과 총격으로 이어졌다. 많은 구성원들이 처형됐으며, 나머지는 병으로 죽었다. 결국 1943년엔 각 그룹 지도자들만 남았는데, 오데사 그룹의 지도자가 모스크바 지도자에게 치명적인 총격을 가한 뒤 9개월 동안 혼자 땅굴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는 땅 위로 올라왔다 1944년 다시 땅굴로 보내졌고 수류탄 폭발로 숨졌다. CNN에 따르면 아직도 지하 도시의 많은 구간들이 미개척 상태로 남아있다. 공개 일정이 끝날 때쯤 뎀비츠키는 투어가 전체 구간의 1%도 안 되는 약 3㎞만을 지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공개된 지역에선 채석장 시절부터 러시아제국, 소련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고 보도는 전했다. 이 카타콤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며 50년 이상 연구한 리오니드 애슐렌코는 책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전경하의 시시콜콜-케이블카

    전경하의 시시콜콜-케이블카

    전남 목포에 7일 전국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개통한다. 길이가 바다 위로 0.82㎞, 육지 위로 2.41㎞로 총 3.23㎞다. 이 케이블카는 시속 12㎞로 움직이며 다도해 위를 지나간다. 유달산 승강장에서 내려서 정상까지 가는데 10분이 걸린단다. 평소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등산시간이 80분쯤 줄어든다. 그 덕에 노인이나 어린이, 장애인들도 쉽게 정상에 갈 수 있을 거다.스위스쪽 알프스산맥 쉴터호른에 가려면 지상에서부터 케이블카를 여러 번 갈아타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중간중간 케이블카를 갈아타는 곳은 그 나름대로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 곳에서 내려서 다음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관광객들도 있다. 프랑스쪽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몽블랑산에도 케이블카가 있지만 한국 관광객에게는 쉴터호른이 더 인기가 높다. 중국의 삼림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장자제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가 있다. 장자제도 한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할 지 여부를 두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환경부가 조만간 동의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설악산의 두번째 케이블카가 된다. 첫번째 케이블카는 1971년부터 설악동과 권금성 사이 1.1㎞를 운행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고 한병기 전 유엔대표부 대사가 사업허가를 받았다. 한 전 대사는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첫 부인인 김호남씨 사이에서 태어난 박재옥씨와 결혼했다. 이 케이블카 사업은 운영권 기간 제한이 없고, 매년 수십억원의 흑자에도 공원관리 등에 별다른 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케이블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켰다. 설악동 케이블카가 성공하자, 강원도와 양양군은 1982년부터 꾸준히 제2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해왔다. 논쟁의 핵심은 환경 보호다. 설악산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국제적으로 우수한 생태계를 가진 것으로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국립공원, 천연기념물, 유전자원보호림, 백두대간보호지역 등으로도 지정돼 있다. 40여년간 관련 법이 바뀌고, 강원도와 양양군도 케이블카 사업 현황을 바꿔왔다. 그 결과 2017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으로 사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행심위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 분과위원회 위원 10명 중 2명이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참가단체에서 이사장 등을 역임해 설치 반대 결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2019년 1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도 설치를 주장하는 쪽의 승리였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로 우려되는 환경 훼손은 멸종위기종인 산양 서식지와 해당 지역의 식생이다. 케이블설치를 찬성하는 쪽은 관광산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주장한다. 산양 서식지와 식생을 최대한 보존하고 누구나 설악산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기술이 발달해서 그런 방법이 있을 거 같은데 양쪽 다 자기 주장만 고집하다가 케이블카 설치 논쟁만 하지 않을까 착잡하다. 전경하 논설위원 lark3@seoul.co.kr
  • 조선의 식민지 수혜론 모순 폭로한 일본학자

    조선의 식민지 수혜론 모순 폭로한 일본학자

    일본학자가 본 식민지 근대화론/도리우미 유타카 지음/지식산업사/298쪽/1만 8000원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경제를 바라보는 일본의 인식은 철저하게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요약된다. 일제가 한국의 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수혜론이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을 빚는 ‘반일종족주의’도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다. 조선이 혜택을 받아 발전했다면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은 왜 그토록 가난에 허덕였을까. ‘일본학자가 본 식민지근대화론’은 발전과 가난의 모순을 파고들어 식민지근대화론의 허구를 입증한다. 식민지근대화에 의문을 품어 연구에 천착해온 도리우미 유타카 한국역사연구소 상임연구원이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을 보강해 단행본으로 내놓았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가난이 일제의 철저한 군사력과 계산된 정책에 의한 것임을 폭로한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주목한 점은 조선총독부의 비호를 받은 토목 청부업자들이다. 일본 청부업자들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부를 독식했고 그 밑에서 일한 조선 노동자들은 일본인에 비해 값싼 임금에 허덕였으며 그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실상의 수탈이 만연했다고 주장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공업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일제는 잠재적 경쟁국으로서의 조선을 저지했고 단일 농업(모노 컬처)과 수리조합사업에 국한한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 정책의 산물이 바로 철도 부설과 산미 증식이다. 실제로 저자가 제시한 조선총독부 통계에 따르면 한일병합 이후 해방까지 영선비·토목비·철도 건설 및 개량비·토지개량비·사방사업비 등 토목관련비 합계가 조선총독부 재정 지출의 20%를 차지했다. 그 막대한 지출에 혜택받은 한국인 청부업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일제는 군사력을 배경으로 대한제국과의 계약을 완전히 무시했고 일본인 청부업자들이 공사를 독점했다. 조선인 노동자의 임금은 하루 30~50전으로 일본인 노동자의 4분의1 정도에 그쳤다. 그 차이만큼 일본인 청부업자가 합법적으로 착취한 셈이다. 책은 식민지근대화론의 상대적 개념인 수탈론의 섣부른 강조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이제 수탈의 정의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정치 권력에 의한 경제 영역에의 부당 관여·개입,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부당한 방치, 부작위 등을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일제강점기 경제 연구가 진전되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덕수궁·창경궁서 한가위 보름달 보세요

    음악회·수문장 교대의식 등 행사 마련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도 즐길 수 있어 문화재청은 추석 연휴인 12~15일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무료로 개방한다고 3일 밝혔다. 평소 시간제 관람으로 운영하는 종묘는 자유 관람을 할 수 있다. 덕수궁과 창경궁 야간 관람도 무료다. 다만,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과 창덕궁 후원 관람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고궁과 왕릉을 찾은 관람객을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린다. 경복궁에서는 대취타 정악과 풍물 연희를 공연하는 고궁음악회, 궁중 약차와 병과를 선보이는 생과방 체험, 수문장 교대의식을 운영한다. 창덕궁에서는 봉산탈춤과 줄타기가 벌어지고, 덕수궁에서는 전통춤 공연 ‘풍류’와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 행사가 관람객을 맞는다. 창경궁 고궁음악회, 종묘 모형 만들기도 진행한다. 종묘에서는 15일 ‘해설과 함께하는 종묘 모형 만들기’를 한다. 연휴 기간에 다양한 전통 민속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덕수궁과 세종대왕유적관리소에서는 제기차기·투호·윷놀이·팽이치기 등을 준비했고, 12~14일 충무문 앞 광장에선 굴렁쇠 굴리기·전통 딱지치기 등 민속놀이 마당을 펼친다. 충남 금산군 칠백의총관리소도 같은 기간 민속놀이 체험 행사를 연다.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은 7일과 14일 송편 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3~14일 ‘해양문화재와 함께하는 민속놀이 체험’을 마련했다. 섬마을에서 행해졌던 명절 민속행사를 소개하는 민속 행사 사진전과 대형윷놀이, 대보름 강강술래 등을 진행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도쿄올림픽 조직위 “욱일기 허용”에 외교부 “일본 역사 직시하라”

    도쿄올림픽 조직위 “욱일기 허용”에 외교부 “일본 역사 직시하라”

    외교부 “시정되도록 관련 부처와 노력할 것” 2020 도쿄 하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일본 군국주의 상징으로써 전범기로 간주되는 욱일기를 응원에 사용하는 것을 제재 없이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욱일기가 올림픽에서 사용되지 않도록 시정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3일 SBS 보도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SBS의 질의에 대한 공식 답변 서한을 통해 “욱일기는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막을 이유가 없다”면서 “욱일기 자체는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금지 품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욱일기라는 것이 주변 국가들에 과거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일본 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일본 측이 겸허한 태도로 역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관련 사항이 시정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함께 계속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스포츠 이벤트를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는 것은 스포츠 윤리 규정 등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며 “보도를 보니 (대한체육회에서) 패럴림픽 메달에 대해서도 시정해달라고 며칠 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편 주일 한국대사관에 총탄과 협박문이 배달된 것과 관련해 “어느 나라건 외국 공관의 안전과 안녕은 중요한 문제”라면서 “우리 공관의 안녕, 안전뿐만 아니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일본 측에서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일본 경찰과 협조해 대사관 시설 경비를 강화하고 공관원에 대해 신변 안전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특파원 칼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반가운 이유/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반가운 이유/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청와대가 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처음에는 한미동맹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컸지만 지금은 한국 정부의 결정을 응원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자국 이기주의 민낯을 드러내며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압박’을 넘어 ‘겁박’을 서슴지 않는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일 간 지소미아 체결을 압박했던 미국은 당연히 지소미아 유지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 사실이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미 외교·안보 라인이 서울과 도쿄를 오가면서 지소미아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는 한국 정부의 주권적 결정이다. 한국과 일본이 협정을 맺은 것이고, 한국이 협정을 더 연장하지 않은 것뿐이다. 절차상 하자도 없다. 그런데 제삼자인 미국의 대응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즉각 한국 정부에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했으며, 이례적으로 이를 주한 미대사관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한국어로 번역해 올리기까지 했다. 미국은 이어 자국 마음대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시한을 공식 종료일인 오는 11월로 못박았다. 또 ‘한일 갈등이 청와대와 도쿄의 인사들 간에 이뤄진 것’이라며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누가 봐도 ‘서울과 도쿄 인사들’이라는 표현이 맞지 청와대와 도쿄는 서로 격이 맞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미 정부는 심지어 매년 두 차례 정기적으로 전개해온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비생산적’, ‘문제 해결 악화’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자기들의 동북아 전략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한국이 자국 영토를 지키기 위해 하는 독자적 군사훈련까지 딴지를 건 것이다. 이는 ‘동맹 경시’를 넘어 ‘내정간섭’ 수준의 압박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일본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사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 사태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미국은 원인을 제공한 일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비판하면서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있다. 독도를 비롯한 동해를 지키기 위한 정기훈련마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도가 ‘자신의 땅’이라고 억지 부리는 일본 주장에 손을 들어줄 생각이 아니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국 경시’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뉴욕 아파트 임대료 114.13달러(약 13만원)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방위비로)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를 받는 게 더 쉬웠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억양까지 흉내냈다. 그는 지난 2월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서명 직후 ‘한국에 전화 두어 통으로 5억 달러를 더 내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완전한 돈 낭비’에 ‘최근 훈련은 필요 없었다’는 등 막말을 이어 가고 있다. 물론 한국 측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도록 하기 위한 압박 의도겠지만 50년 한미동맹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경제력이나 국방력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뒤떨어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또 당분간 한미 관계가 매끄럽지 않을 수 있고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미국과 일본의 이런 제국주의적 태도를 묵인하고 끌려다니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아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에 ‘할 말을 한’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반갑다. hihi@seoul.co.kr
  • 文 “일본 정직해야… 수시로 말 바꾸며 경제보복 합리화”

    文 “일본 정직해야… 수시로 말 바꾸며 경제보복 합리화”

    日관방 “국제법 위반 해결하라” 강변문재인(얼굴) 대통령이 29일 “일본은 정직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문 대통령이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일본의 도덕성 부재를 직격하는 ‘정직’이란 화두를 꺼낸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경제보복의 이유조차도 정직하게 밝히지 않고 있고, 근거 없이 수시로 말을 바꾸며 경제보복을 합리화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변명하든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시킨 것이 분명한데도 (부정하는 것은) 대단히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갈등의 책임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해 국가 간 약속을 저버린 한국에 있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명분 없는 경제보복으로 신뢰를 훼손한 일본이 적반하장격으로 한국 책임론을 들먹이는 상황에서 과거사에 대한 성찰만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태도 또한 정직하지 못하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행한 과거사가 있었고, 그 가해자가 일본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첫 희생이 됐던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브리핑에서 “한국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을 삼가겠다”면서도 “한국 측에 일련의 대법원 판결로 만들어진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해결하라고 계속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문 대통령 “수시로 말 바꾸는 일본…정직해야 한다”

    문 대통령 “수시로 말 바꾸는 일본…정직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내년도 예산안 의결을 위해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변명하든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한 게 분명한데도 대단히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은 정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은 경제 보복의 이유조차도 정직하게 밝히지 않고 있고, 근거 없이 수시로 말을 바꾸며 경제보복을 합리화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한일관계 악화 원인을 안보상의 이유,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대응 등으로 오락가락하며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를 일삼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 갈등의 원인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해 국가 간 약속을 저버린 한국에 갈등의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태도 또한 정직하지 못하다”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행한 과거사가 있었고, 그 가해자가 일본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덧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첫 희생이 됐던 독도는 자신의 영토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변함없다”면서 “일본은 과거사를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해 세계와 협력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며 “모든 나라가 부끄러운 역사 갖고 있고 한국도 외세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운 역사가 있지만,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할 때 우리는 거듭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것은 끝없는 일로, 한 번 반성을 말했으니 반성을 끝냈다거나 한 번 합의했으니 과거가 지나갔다고 끝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독일이 과거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시시때때로 확인하며 이웃 유럽국가와 화해하며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가 됐다는 것을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결국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시행돼 매우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능히 헤쳐나갈 수 있다”며 “정부는 다각도로 대비책을 준비해왔고, 우리 경제·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준비한 대책을 빈틈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제조업 등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기회로 삼고,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대응한 조치도 당당히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의 경제 보복 와중에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담아 예산을 편성한 만큼 앞으로 과정이 중요하다”며 “사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이었고, 일본의 보복이 그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에 대한 폭넓은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앞으로 있을 국회 예산심사가 국민 눈높이에서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국회의 이해·협조를 얻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분단국가서 태어나… ‘잘려나간 팔’ 상실·아픔 기억”

    “분단국가서 태어나… ‘잘려나간 팔’ 상실·아픔 기억”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0개 넘는 상을 받았는데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제 활동과 작품,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이라 의미가 더 각별합니다. 5개로 분열된 분단국가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저처럼 한국인들도 ‘잘려 나간 팔’에 대한 고통과 상실을 기억하고 계시죠. 그래서 어떤 지역 작가보다 제 정체성과 이어진 이호철 작가가 가깝게 느껴지네요.” 매년 가을 노벨문학상 시즌이면 후보로 호명되는 소말리아 출신 작가 누르딘 파라(74)가 서울 은평구가 주관하는 제3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을 찾았다.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는 제국주의의 폭력과 억압에 힘없이 찢어지는 조국을 밀도 높은 언어로 쌓아올린 소설 ‘지도’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약이 없거나 말라리아에 걸리는 등 아주 사소한 것으로 목숨을 잃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달리 지금껏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글을 쓰며 불의와 싸우고 모든 인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문학이라는 바다에 제 창조물이라는 작은 물방울을 떨어뜨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가 50여년간 지역에서 살며 집필 활동을 해 온 고 이호철 선생의 문학 세계와 통일을 희구해 온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7년 제정한 상이다. 구가 미래 통일 시대에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한 상인 만큼 수상자는 언어, 국경의 경계를 뛰어넘어 분쟁, 난민, 차별, 폭력, 전쟁, 젠더 등의 문제에 대해 문학적으로 실천해 온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은평구가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이호철 선생께서 병상에서 투병하시면서도 강한 의지로 노력을 기울여 주신 덕분이었다”며 “그의 정신을 되새기는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통해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널리 퍼뜨리고 문학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특별상에는 쇠잔해 가는 농촌 공동체의 삶을 해학과 활력 넘치는 문체로 그려온 김종광(48) 작가가 선정됐다. 김 작가는 “이 시대 양심과 상식을 지키는 유일한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게 문학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학계에서 농촌소설을 쓰는 5%의 작가로서 앞으로도 농촌에서 치열하게 살고 계신 분들의 삶을 써 나가겠다”고 했다. 시상식은 이날 오후 서울혁신파크에서 ‘통일로 문학 페스티벌’ 개막식과 함께 치러졌다. 파라 작가는 축제 기간인 29일 오후 3시 서울기록원에서 한국 독자들과 문학으로 교감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시흥시, 맑은물사업소·대기정책과 등 신설… “시민안전 최우선”

    시흥시, 맑은물사업소·대기정책과 등 신설… “시민안전 최우선”

    경기 시흥시가 50만 대도시 행정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민선7기 주요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제2차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28일 시흥시에 따르면 이번 조직개편안은 2020년 시정과제와 비전을 중점에 뒀다. 시는 시민 안전문제에 보다 적극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구상했다. 우선 전국적으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욕구가 늘어나자 4급사업소인 ‘맑은물사업소’를 신설했다. 맑은물사업소는 시민들이 믿고 마실 수 있는 물의 통합적인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수돗물의 전반적인 질적 혁신을 추진한다. 미세먼지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시화산업단지의 환경 관리를 수행할 ‘대기정책과’도 신설했다. 지역 내 하전을 체계적으로 정비·관리하기 위해 생태하천과를 신설하고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과 녹지를 전문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녹지과를 새롭게 조직했다. 더불어 빅데이터·ICT 기술을 활용한 농축산업 전반의 스마트화 추세에 따라 농업분야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소장 직위를 4급으로 올려 축수산과를 신설하고 농업과·농업기술과는 편제했다.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복지도시 구현을 위해 복지관련 조직을 확대 신설했다. 시흥시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은 올해 7월 말 기준 5만 4463명이다. 시흥시 전체인구 12%로 전국 5위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다른 지방정부와 손잡고 외국인 주민의 행정수요 인정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늘어나는 외국인 주민의 행정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외국인주민과’를 신설했다. 급증하는 고령화 추세 및 장애인등급제 폐지로 인한 행정수요 증가에 따라 노인장애인과를 노인복지과, 장애인복지과(신설)로 분과했다. 늘어나는 보육행정 수요와 아동학대 예방 등 입체적인 아동 행정 수립의 필요성이 높아져 여성·아동·보육 기능을 재편해 종전 여성가족과·아동보육과를 보육정책과와 여성아동과로 편제했다. 또 전국적으로 자치교육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시흥형 교육자치 모델을 구현하고 청년관련 정책과 사업의 통합적인 관리를 통해 시흥 청년들의 보다 나은 삶을 응원하기 위해 종전 교육청소년과를 교육자치과와 청년청소년과(신설)로 분과했다. 과단위로는 50만 대도시 진입에 따른 예산·재정·법무 행정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예산법무담당관을 신설했다. 아울러 체계적인 지적 정보 관리 체계 구축 및 활용을 위해 종전 민원지적과를 민원여권과와 토지정보과로 분과했다. 경제국은 경제문화국으로 변경해 문화·체육·관광 분야 융합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28일 입법예고를 거쳐 다음달 18~20일 열리는 제269회 시흥시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시의회 최종 의결시 행정기구는 2국 9과가 증설되며, 총 정원은 1301명에서 1549명으로 증원된다. 임병택 시장은 “지난 1차 조직개편때 조직 안정화에 초점을 뒀는데, 이번 2차개편은 2020년 시정과제 확산기에 발맞춰 시정비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신설과 인력보강에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시민요구를 다양하게 고려해 시정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볼거리·놀거리 프로 118개 운영… 국내최고 생태 예술놀이터 ‘시흥갯골축제’

    볼거리·놀거리 프로 118개 운영… 국내최고 생태 예술놀이터 ‘시흥갯골축제’

    다음달 20~22일 경기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생태 예술놀이터’를 주제로 시흥갯골축제가 열린다. 윤희돈 시흥시 경제국장은 27일 시청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제14회 시흥갯골축제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유일의 내만갯골에서 펼쳐지는 시흥갯골축제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갯골과 염전 등을 테마로 하는 시흥시 대표 축제로, 누구나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생태예술 문화의 장이다. 특히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 우수축제’와 경기도 ‘경기관광 대표축제’로 선정돼 대외적으로 그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14회를 맞이한 올해는 시흥갯골축제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나아간다는 목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14만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주민 참여 기반을 넓히고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생태예술축제의 가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먼저 올해 축제추진위원회는 지역 전문가와 시민 13명으로 확대 구성했다. 지역 청소년·단체가 ‘시흥댄서래퍼’와 ‘시흥싱어’, ‘갯골아트마켓’ 등을 통해 축제를 직접 주도한다. 또 ‘갯골지기’라는 자원봉사 브랜드를 도입해 해마다 1000여명 자원활동가가 축제에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기존보다 확대한 20개 존에서 118개가 운영된다. ‘갯골패밀리런’과 ‘갯골퍼레이드’는 수년째 이어지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갯골놀이터’와 ‘소금놀이터’ 등 7개 생태체험 놀이를 비롯해 11개 구역에서 ‘어쿠스틱음악제’ 등 생태예술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갯골패밀리런’은 기존 하루에서 3일간으로 확대운영한다. 금요일에는 몸이 불편한 분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무장애 버전인 ‘갯골프리런’을 추가했다. 더불어 관람객이 직접 소품을 만들고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갯골드레스룸’을 신설하고, ‘갯골달빛난장’과 ‘갯골달빛야행’ 야간 프로그램을 확대해 방문객들이 야간에도 즐길 수 있게 준비했다. 시는 축제를 찾은 이들이 ‘시흥화폐 시루’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루 교환처를 확대 배치한다. 또 먹거리 부스와 체험 부스에서 지류 시루와 모바일 시루 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할 예정이다. ‘시흥시티투어’는 축제 기간 총 5차례에 걸쳐 갯골생태공원을 경유한다. 축제 이후에도 오이도와 월곶, 삼미시장 등 거점 관광지를 방문하도록 연계 운영한다. 윤희돈 경제국장은 “시흥갯골축제는 내만갯골이라는 특수성에다 옛 염전 정취를 살린 콘텐츠, 환경보호축제로 해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갯골축제가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한일 간 역사·영토문제 ‘日 도발’ 뒤엔 美 묵인·방조 있었다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한일 간 역사·영토문제 ‘日 도발’ 뒤엔 美 묵인·방조 있었다

    8월 최강의 무더위 속에서도 한국민은 ‘열공’ 중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상 문제로 맥이 빠지긴 했지만, 열기가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논란으로 열공은 더 깊어졌다. ‘도대체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이제는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로 주제는 확장됐으며 가쓰라·태프트 밀약, 샌프란시스코 조약, 한일협정 그리고 지소미아로 심화됐다. 공교롭게도 일본을 파고들면 들수록 나타나는 게 미국이었다. 한국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역사문제, 영토문제를 따져 보아도 미국이 있고, 일제가 조선을 병탄할 수 있게 길을 터준 곳에도 미국이 있었다. 일본이 ‘침략전쟁’을 부인할 수 있게 하고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일제하 강제동원과 인권유린에 대한 배상을 거부할 빌미를 준 데에도 미국이 있었다. 특히 최근 한일 간의 첨예한 마찰 속에서 미국이 보인 태도는 미국으로 눈을 돌리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일본의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의 8월 11일자 보도(“‘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을 지지했다”)처럼 미국은 일본의 도발을 묵인 혹은 방조했다.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2일 이런 문답을 했다. “7월 초 미국에서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는가?” “(국제 협상에서) 무언가를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 (중략) 1905년 고종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려는 일본의 행위를 제지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가 ‘호구’가 되지 않았는가.” 맞다, 한국은 참으로 오랫동안 ‘호구’였다. 1905년 5월 24일 쓰시마해협에서 일본의 연합함대는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대파했다. 양국은 종전협상을 서둘렀다. 7월 27일, 필리핀으로 가던 미국의 육군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일본에서 가쓰라 다로 일본 총리를 만났다. “한국은 러일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자 귀결이다. (중략) 확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쓰라의 말에 태프트는 적극 동의했다. “일본의 동의 없이는 어떤 대외조약도 체결할 수 없을 정도의 (한국에 대한) 보호조치를 확립하는 것이….” 가쓰라가 답례했다. “필리핀은 미국과 같은 나라가 통치하는 것이 일본에 유리하다.” 비망록을 전달받은 루스벨트는 31일 회답했다. “협의 내용은 전적으로 옳다. 내가 확인했다는 사실을 가쓰라에게 전달하시오.” 이 전문은 8월 7일 전달됐다. 고종은 8월 4일에야 이승만을 통해 ‘일본의 주권 침해를 막아 달라’는 밀서를 루스벨트에게 전달하려 했다. 미국 정부는 접수를 거부했다. 한 달 뒤 1905년 9월 5일 포츠머스조약이 체결됐다. 조약에는 태프트와 가쓰라의 비망록에 담긴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도 감독 보호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일본은 외교권 박탈을 압박했다. 고종은 10월 호머 헐버트를 통해 다시 또 밀서를 보냈다. 미국은 이번에도 접수를 거부했다. 11월 17일 결국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됐고, 대한제국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했다. 고종은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호소하는 밀서를 헐버트를 통해 보냈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 미국은 오히려 대한제국의 공사관을 퇴거해 달라는 일본의 요구를 가장 먼저 수락했다. 36년 뒤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침공했고, 미국은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했고, 강화조약 협상에 들어갔다. 미국은 일본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키려 했다. 이 전쟁에서 미군 15만 6000여명을 잃었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동아시아의 정세가 급변했다. 1949년 6월 중국 공산당은 대륙을 사실상 장악했다. 그해 8월 29일 소련이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이듬해 6월 25일 북한이 남침했다. 이제 미국의 위협은 소련과 중국이었다. 미국은 돌연 일본의 무력화 대신 재건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일본 열도만큼 소련과 중국을 봉쇄할 기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조약에서 미국은 전쟁 피해에 대한 일본의 배상 책임을 면제했다. 침략국으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독도나 ‘북방 4개 섬’ 등 영토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주장을 반영했다. 일본의 재무장도 용인했다. 미국은 대신 미일 안보조약과 행정협정을 통해 일본 열도를 미군기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1951년 9월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그로 말미암아 영토 분쟁과 역사 분쟁 등 동북아시아에 온갖 부정적 유산을 남겨 놓았다. 연합군에게 독도는 애당초 한국령이었다. 연합군은 일본의 행정구역에서 독도를 제외했다. 1946년 6월 공표한 연합군 최고사령관 각서 1033호는 일본 선박의 독도와 그 주변 12해리 이내 출입을 금지했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독도를 포함했다. 이 식별구역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미국의 강화조약 1~5차 초안에도 독도는 한국령이었다. 일본령으로 둔갑한 것은 동북아 정세가 바뀐 1949년 말부터였다(6~9차 초안). ‘역사적 이유’와 ‘냉전적 상황’를 거론했는데, 한반도가 공산화될 경우 독도가 한국령이어선 일본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였다. 영국과 호주가 반대하자 미국은 1951년 5월 최종안에서 ‘독도’에 대한 언급을 아예 빼버렸다. 한국의 이승만 정부는 1951년 7월에야 미국에 문의했다. 딘 러스크 국무차관보의 회신은 참담했다. “우리가 아는 정보로는 독도가 한국의 영토로 취급된 적이 없었으며,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했다고 볼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로 티격태격했다. 그러나 미국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미국은 오로지 중국과 소련의 봉쇄에 몰두했다. 한국과 대만, 필리핀 등에 일본과 평화조약을 맺을 것을 압박했다. 한국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부정적 유산에 걸려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박정희의 군사쿠데타는 미국에 다행이었다. 박정희는 만주군 하급장교 출신으로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 일본과 일본 수뇌부를 깊이 존경했다. 술에 취하면 일본 군가를 부를 정도였다. 게다가 박정희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박정희는 얼렁뚱땅 한일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역사문제나 영토문제에 대해 일본이 멋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청구권 자금이 아니라 ‘경제협력 및 지원’ 명목으로 무상 원조 3억 달러, 차관 2억 달러를 받았다. 뒷돈으로 정치자금 6600만 달러를 챙겼다. 수지맞는 장사였다. 미국으로서도 만족이었다. 중국과 소련를 봉쇄할 수 있는 체제가 완성됐다. 요즘 미국은 일본과 경제전쟁을 벌이는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비 폭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의 특별한 행태는 아니다. 저급할 뿐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일 뿐이다. 그는 한국 정부를 이렇게 조롱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닐 때)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 그에게도 한국은 최고의 호구였다. 이용 가치가 없는데도 주한미군을 유지할 미국이 아니다. 한국을 전진기지로 활용해서 얻는 미국의 이익은 막대하다. 미국 의회는 주한미군의 철수 시 이를 대체할 항공모함 전단을 운용해야 하는데, 운용비용이 지금의 주한미군 주둔비의 10배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특별접근프로그램은 북한 미사일 발사 탐지 시간을 알래스카 기지의 15분에서 7초로 단축한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무기는 덤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67억 3100만 달러어치에 이른다. 그래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같은 이는 장담한다. “미국더러 주한미군을 빼라고 해도 미국은 빼지 않을 것이다.” 지소미아는 미국의 관심사였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국민 몰래 체결하려다 들통나 실패했다. 미국은 만만한 박근혜 정부를 채근해 2016년 지소미아를 체결하도록 했다. 지소미아만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배상 등 역사문제의 담합도 채근했다. 정부는 단돈 10억엔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과 한국민의 자존심을 팔아넘겼고,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막기 위해 사법부를 농단했다. 미국은 정의의 사도도 수호천사도 아니다. 미국은 그저 미국인의 미국일 뿐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지소미아 종료를 ‘한국의 주권 선언’이라고 한 것에 수긍이 가는 까닭이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같은 듯 다른 은퇴

    같은 듯 다른 은퇴

    LG트윈스 동료 류제국(왼쪽·36)과 이동현(오른쪽·36)이 같은 시기 전혀 다른 은퇴 소식을 전했다. 류제국은 지난 21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로 나서 2와3분의2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3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국 이 등판이 마지막이었다. 류제국은 22일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23일 이를 수용했다. 변변한 입장 표명조차 못한 불명예 퇴진이었다. 올 시즌 류제국은 승운이 지독하게 따르지 않으며 평균자책점 4.22로 2패만 떠안았다. 고교 졸업후 미국 무대에 진출했던 그는 2013년 한국에 복귀하며 그해 12승으로 LG의 가을야구를 이끈 기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 류제국의 내연녀로 알려진 인물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류제국과의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구설에 올랐다.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었지만 류제국의 부적절한 처신에 비난이 이어졌고 결국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이동현은 지난 2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8회 초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통산 700경기 출장이자 은퇴전이었다. 이동현이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700경기를 은퇴의 기준으로 정한 이동현은 이후 구단 측에 깜짝 은퇴 의사를 전했다. 구단에서는 이동현과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달라며 은퇴를 보류했지만 본인의 뜻은 확고하다. 2001년 데뷔 때부터 LG에서만 뛴 이동현은 세 번의 팔꿈치 인대수술로 굴곡이 많은 선수생활을 했다. 헌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만큼 구단은 이동현에게 남은 기간 1군과 동행하라고 배려했고, 이동현을 떠나보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1500년 넘도록 물위에서 굳건히…화려했던 번영 간직한 물의 도시

    1500년 넘도록 물위에서 굳건히…화려했던 번영 간직한 물의 도시

    물의 도시엔 ‘~의 베네치아’라는 표현이 늘 붙는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북방의 베네치아,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북유럽의 베네치아, 중국 쑤저우는 동방의 베네치아. 그런 식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답게 인파로 북적거렸다. 아슬아슬해 보일 정도로 건물은 기울어져 있었다. 건물 틈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벽에 Y자로 된 두꺼운 쇠붙이를 더덕더덕 붙인 모습은 흔하다. 물에 맞닿은 벽은 더 낡아서 군데군데 떨어져 나갔다. 1500년이 넘도록 물위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던 베네치아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어서 아무리 낡았어도 마음대로 건물에 손을 대지 못한다. 오버 투어리즘과 환경 파괴가 심해 도시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이 매력적인 도시를 여행지 리스트에서 빼놓을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낡음 자체로도 너무나 매력적이니까. 최근 베네치아 시장은 유네스코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올려 달라는 요청까지 했을 정도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왜 물위에 살게 됐을까? 5세기 중반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훈족이 쳐들어올 무렵, 이탈리아 북동부에 살던 사람들은 아드리아해 석호(潟湖)의 섬으로 피란을 왔다. 인구가 늘어나고 땅이 부족하자 6세기부터는 바다 위에 나무 말뚝을 촘촘히 세워 기단을 쌓고 돌을 얹어 건물을 지어 올렸다. 임시 피란처가 도시가 돼버린 것이다. 유럽을 넘어 동방까지 쥐락펴락하던 강력한 해상 경제력은 터전을 일궈낸 강인한 생활력에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베네치아를 이루는 118개의 섬은 400여개 다리로 이어져 있다. 골목도 좁고 미로처럼 이리저리 얽혀 있다. 어깨를 부딪혀 가며 사람만 겨우 다닐 뿐 차 한 대도 지날 수 없다. 베네치아에선 물이 길을 대신하고 배가 차를 대신한다. 수상 택시와 수상 버스, 곤돌라가 도시의 교통수단일 뿐이다. 처연하게 늙어가는 도시에서 화려했던 시절을 엿볼 수 있는 곳은 산마르코 광장이다. 산마르코 대성당 입구에 있는 청동 말들은 십자군 전쟁 때 이스탄불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온 것이다. 십자군 전쟁으로 막대한 부를 손에 쥔 베네치아는 산마르코 성당과 두칼레 궁전을 건설하기 시작했으며 번영은 오래갔다. 1720년에 오픈한 ‘카페 플로리안’은 당시 유일하게 여성의 출입을 허가한 카페였기 때문에 카사노바가 자주 드나들었다. 현재 운영하는 이탈리아 카페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다. 비싼 커피값에 자릿세까지 내면 서울의 5성급 호텔에서 커피를 두 잔 마실 값이 나오지만 악사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면서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말았다. 죄 많은 카사노바가 여성들에게 용서받은 것은 아마도 부드러운 커피 한잔과 낭만적인 음악 덕분 아니었을까?
  • 류제국, 갑작스러운 은퇴 발표 ‘진짜 이유는?’

    류제국, 갑작스러운 은퇴 발표 ‘진짜 이유는?’

    LG 트윈스 투수 류제국(36)이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다. LG는 23일 “류제국이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류제국은 22일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수용했다. 2001년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류제국은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으로 LG에 지명된 뒤 2013년에 입단했다. 류제국은 136경기 출장해 735.1이닝을 던져 통산 46승 37패 평균자책 4.66의 성적을 남겼다. LG는 지난 22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류제국을 1군에서 말소했다. 어깨 통증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류제국은 전날 KIA전에서 2.2이닝 동안 5안타(1홈런) 2볼넷 3삼진 3실점 한 후 교체됐다. 이후 컨디셔닝 코치를 통해 부상을 확인한 것을 알려졌다. 지난해 허리 수술 이후 1년간의 재활을 거쳐 올 시즌 복귀한 류제국은 “최근 몸상태가 안 좋아졌다”며 은퇴 결심의 이유를 밝혔다. 류제국은 “선수 생활 동안 팬 여러분께 너무도 과분한 사랑을 받은 점, 가슴 깊이 감사 드린다”고 구단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한편 류제국은 최근 사생활 문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제국 끌려간 ‘장물 문화재’ 총 없는 전쟁

    제국 끌려간 ‘장물 문화재’ 총 없는 전쟁

    열강, 로제타석 등 식민지 유산 약탈 시장국·원산국 셈법 복잡 반환 난관 한국 소장한 실크로드 벽화도 거론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김경민 지음/을유문화사/372쪽/1만 6000원 문화재에 대한 정의는 국내법, 국제법에 따라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불변의 공통점도 있다. ‘국가 혹은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물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문화재를 약탈당한 이들 입장에선 자신의 혼이 담긴 역사와 문화를 통째 도둑맞았다는 생각을 갖는 게 당연하다. 2011년, 무려 145년 만에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를 대하던 우리의 심정을 떠올리면 알기 쉽겠다.외규장각 의궤가 우리나라로 반환되긴 했지만 소유권까지 이전된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5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한 일괄 대여 형식’으로 돌아왔다. 우리 입장에서는 수탈했으니 돌려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한데 그런 단순 논리로는 문화재 반환 문제를 풀 수 없다. 각국의 이해와 셈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새 책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는 이 같은 문화재 수탈과 반환에 얽힌 역사를 짚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 책이다. 과거 문화재 약탈을 주도했던 서구 열강과 오늘날 수많은 문화재를 구매할 힘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대개 일치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벨기에 등이 이른바 ‘문화재 시장국’이다. 일본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반대편에 있는 이집트, 인도, 그리스 등은 ‘문화재 원산국’이다. 여기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저자는 그 가운데 ‘시장국’을 영국으로, ‘원산국’을 인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으로 한정해 논지를 펼친다. 이 사례들이 문화재 약탈사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판단에서다. 영국을 꼽은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어떤 열강보다 넓은 식민지를 가진 ‘제국적인’ 국가다. 주목받는 유물도 그 어느 나라보다 많다.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된 ‘로제타석’, 영국 왕실 왕관에 장식된 인도와 파키스탄의 코이누르 다이아몬드, 범아프리카 차원의 반환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베닌 왕국의 베닌 브론즈 등이 대표적이다.제국주의 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 원산국과 시장국 사이의 첨예한 입장 차이는 ‘소리 없는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정치·외교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과 그리스 사이의 ‘파르테논 마블’ 논쟁이다. 영국의 귀족 토머스 브루스가 1800년대 초 파르테논 신전을 해체한 뒤 200t에 달하는 대리석 조각을 당시 세계 최강이던 해군 함정에 실어 영국으로 옮긴 사건으로, 문화재 약탈에 개인뿐 아니라 영국 정부의 영향력이 방대하게 작용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각국의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여전히 약탈의 합법성과 취득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여러 근거 중 핵심은 “19세기 약탈을 20세기 법으로 단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만 시장국이 아니라는 것도 중요한 근거다. 쉽게 말해 여러 시장국이 있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다. 책 말미에 시장국으로서 한국의 문제를 지적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은 실크로드 문화재를 1500점가량 소장하고 있다. 그중 50여점이 세계 최고 수준의 벽화다. 반면 중국 신장 투루판 등 현지의 벽화들은 안료가 지워지는 등 훼손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일각에서 반환 논의가 이어지는 이유다. 저자는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았던 이탈리아의 성공 사례를 본보기 삼아 반환 문제에 나서자고 주장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2030 세대] 제국의 역설/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2030 세대] 제국의 역설/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러시아와 터키 사이, 험준한 캅카스산맥에 조지아라는 나라가 있다. 작지만 따뜻한 남쪽에 산맥과 바다를 끼고 있어 물산이 풍부하고, 여러 민족이 오가던 문명의 교차로라 남다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나라다. 이 때문에 조지아는 과거 소련에 속했을 때도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무척이나 인기가 많던 관광지였고, 소련이 해체되고 독립한 뒤에는 터키, 서유럽, 한국 등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지난 7월 말에 바로 이 조지아를 여행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여행 전에 남모를 걱정이 살짝 있었다. 여행 한 달 전 6월 말에 이 나라에서 대규모 반러 시위가 일어났는데, 마침 내가 이 지역에서 쓸 줄 아는 말은 러시아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과거 러시아와 소련의 지배를 받은 조지아는 독립 이후에도 러시아와 꾸준히 갈등을 빚어 왔고, 자국 내 소수민족 문제로 2008년에는 서로 전쟁까지 치르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었다. 전쟁 후 조지아는 나라 이름도 러시아식인 ‘그루지야’에서 영어식 ‘조지아’로 바꿔버렸다. 이런 나라에서 외국인 여행객이 러시아어를 쓰면 알아들으면서도 싫어하지 않을까? 다행히 이 걱정은 기우였다. 대개 조지아인들, 특히 거의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잘하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우리가 러시아어를 쓰면 신기하고 재밌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청년층으로 갈수록 러시아어 구사자는 줄어들었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대규모 반러 시위가 일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 청년층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나라의 숱한 풍경에는 여전히 200년에 걸쳐 러시아인들과 주고받은 애증의 관계가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 요컨대 내가 조지아에서 보고 온 것은 제국의 유산, 그 양면성이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박물관에 가면 소련의 통치가 조지아에서 얼마나 가혹하고 억압적이었는지를 묘사한다. 하지만 그 억압을 수행한 인물인 스탈린이 조지아인이었다. 그는 변방에서 태어났지만, 러시아 제국 질서를 통해 세계의 절반을 거머쥘 수 있었다. 제국은 힘으로 다양한 민족을 복속시키고, 동시에 수많은 민족 사이에서 통용될 ‘제국 문화’를 만들어낸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제국이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제국의 양면성’에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이제 조지아보다는 러시아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 한국의 산업과 대중문화는 세계를 누비고, 도시는 아시아 각지의 이주자를 빨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작게나마 새로운 표준을 설정하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식민지는 없는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조지아에서도 자주 눈에 띈 삼성과 BTS를 보며 그 생각은 굳어졌다. 제국과 식민지의 경험에서 다른 것을 배울 때도 된 것 같다. 앞으로 한국인들은 영향력에 수반되는 책임, 선망에 따라오는 증오를 이해해야만 하니까.
  • 쌍대박 꿈꾸는 류, 최종 고비는 ‘악의 제국’

    쌍대박 꿈꾸는 류, 최종 고비는 ‘악의 제국’

    사이영상을 향하는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라는 마지막 고비를 넘을까. 류현진은 24일(한국시간) 오전 11시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양키스전에 선발 등판한다. 상대 선발은 9승6패 평균자책점 4.53의 제임스 팩스턴(31)이다. 류현진의 양키스전은 2013년 6월 20일 이후 6년 만으로 당시 6이닝 3실점으로 패배했다. 양키스는 올해 류현진이 상대하는 팀 중 가장 강력하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양키스는 22일 현재 83승45패 승률 0.648로 다저스(84승44패 승률 0.656)에 이어 전체 승률 2위다. 22일 기준 팀타율 0.272(메이저리그 3위), 득점 753점(1위), 홈런 229개(2위) 등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해 어느 투수에게나 부담스러운 상대다. 다만 양키스는 팀 평균자책점이 4.52(전체 16위·아메리칸리그 6위)로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올 시즌 42홈런을 날리며 홈런왕과 MVP를 동시에 노리는 코디 벨린저(24) 등 타자들이 얼마나 터져주는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류현진은 지난 16일까지 평균자책점 1.45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메이저리그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방문경기에서 5와3분의2이닝 4실점의 아쉬운 투구로 위기를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균자책점도 1.64로 높아졌다. 류현진은 지난 6월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4이닝 7실점으로 한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지난달 31일 다시 찾은 쿠어스필드를 6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며 사이영상 판도를 바꿔놓은 바 있다. 마지막 고비를 얼마나 잘 넘어가는지가 남은 시즌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MLB.com이 이날 류현진을 내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뒤흔들 투수로 전망한 가운데 양키스의 강타선마저 침묵시킨다면 초대박의 꿈도 한결 가까워지게 된다. 류현진으로서는 양키스전이 사이영상과 FA 대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쇼케이스’ 무대가 된다. 올 시즌 9승 무패 평균자책점 0.81로 극강의 성적을 보이는 안방경기 등판이라는 점도 류현진에게는 고무적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