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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에 화살 박힌 청둥오리, 석 달 만에 구조된 사연

    머리에 화살 박힌 청둥오리, 석 달 만에 구조된 사연

    체코에서 석궁 화살이 머리에 꽂힌 청둥오리 한 마리가 석 달 만에 구조된 사연이 전해졌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이브닝스탠다드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체코 주도 플젠에 있는 라드부자강에서 현지 동물보호단체 직원들이 이같은 피해를 당한 수컷 청둥오리를 거의 3개월 만에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머리에 화살이 꽂힌 이 오리는 지난 4월 중순 라드부자강에서 목격되기 시작했다. 화살은 오리의 목에서 눈 밑까지 관통해 있는 상태였다.시민의 신고로 당시 구조 작업에 나선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오리를 포획하려고 했지만, 매번 실패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구조 작업에 참여한 카렐 마콘은 “청둥오리를 구조하기 위한 포획 작전은 지난 4월 20일 처음 시작됐었다. 그런데 오리는 우리가 다가가자 날아가 버렸고 곧 우리의 존재를 인식했다”면서 “매번 포획에 실패해 치료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들 구조대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청둥오리가 털갈이를 시작해 날개깃이 몽땅 빠져 일시적으로 날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 이들 자원봉사자는 구조 성공 당일 세 사람이 팀을 짜서 새로운 포획 작전을 시작했다. 그것은 두 사람이 카약을 타고 강에서 청둥오리를 한 쪽으로 몰고 남은 한 사람이 그물을 던져 포획하는 것이었다.당시 그물을 들고 오래 포획을 담당한 카렐 마콘은 “오리가 궁지에 몰려 땅위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난 서둘러 그물을 던졌고 오리 포획에 성공했다”면서 “이때는 타이밍도 운도 모두 우리 편이었다”고 설명했다.결국 청둥오리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졌고 엑스선 촬영 결과 화살만 제거하면 충분히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수의사에 의해 화살 제거 수술을 받은 오리는 건강 상태가 양호해 이미 서식지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둥오리에게 누군가가 석궁으로 화살을 쐈다는 점에서 현지에서는 또다른 범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체코에서는 석궁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사용법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지 네티즌들은 “석궁을 즉각 규제해야 한다. 구하기 쉬우니 동물 학대에 쓰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오리를 석궁으로 노리다니 인간은 역시 잔인하다”, “또다른 동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어떻게든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Desop Plzen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공장서 나오는 미세먼지, 오염물질 물방울로 한 번에 제거

    공장서 나오는 미세먼지, 오염물질 물방울로 한 번에 제거

    국내 연구진이 물방울을 이용해 공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친환경재료공정연구그룹과 중소기업 한국이엔지와 함께 공장 배기가스를 물 속에서 기포형태로 변환시켜 먼지와 원인물질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마이크로버블시스템’을 공동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장이나 발전소 굴뚝에서는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그리고 이들로 인한 2차로 생성되는 미세먼지까지 나온다. 이런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가스를 촉매에 통과시켜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선택적 촉매환원법, 석회와 반응시켜 황산화물을 줄이는 습식 석회석고법 같은 기술이 있다. 그러나 두 기술 모두 설비 규모가 크고 고가의 촉매와 석회석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며 처리과정에서 폐기물이 대량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오염물질을 한 번에 제거하기 힘들다. 연구팀은 가스를 물 속에 녹여 탄산방울보다 작은 100만분의 1m에 해당하는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기포를 만드는 마이크로버블 기술에 주목했다. 기포가 작을수록 가스와 물이 닿는 표면적이 넓어져 반응성이 증가하고 정전기로 인한 인력이 크게 작용해 먼지와 유해물질을 흡착하는 효과가 우수하다.연구팀은 배출구에 위치한 송풍기를 이용해 기체를 흡입하면서 물과 충돌을 일으켜 기포를 만들어 냈다. 또 고성능 카메라와 영상분석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마이크로버블 생성 정도를 측정하고 전산유체역학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물의 높이, 유량, 버블 크기 등 이상적인 운전조건을 도출해 10~50㎛ 크기의 기포를 균일하게 만들어 내도록 했다.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진 기술을 활용해 1분당 1만ℓ의 배기가스를 물 속에 통과시켜 PM10 수준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시제품을 개발했다. 시제품은 지난 4월 울산에 위치한 제지업체에 설치됐는데 실증 테스트에서 미세먼지 99.9%,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91.9%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형태 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이번 기술은 국내 중소기업이 보유한 마이크로버블 원천기술을 연구원에서 미세먼지 저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해 만든 성과라는데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수돗물 못 믿겠다” 불안감 확산...샤워필터·생수 매출 급증

    “수돗물 못 믿겠다” 불안감 확산...샤워필터·생수 매출 급증

    인천, 경기에 이어 서울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방과 화장실 수도꼭지에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를 설치하거나 생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4~19일 인천 지역에 있는 동인천·계양·연수·인천공항·검단점의 수도 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86.7% 급증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마트는 총 30여종의 필터 제품을 판매 중이다. 홈플러스는 인천 서구에서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난 13일부터 1주일간 샤워 필터·녹물 제거 샤워기 등 수도 용품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특히 인천지역 관련 제품 매출은 265%나 올랐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주방용 필터와 정수 필터, 샤워 필터 판매량이 전월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25.9%, 124.8%, 60.7% 늘었다. 온라인쇼핑몰 위메프도 같은 기간 샤워기 필터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작년 동기 대비 1천716%나 폭증했다. 옥션과 G마켓에서도 샤워기 필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60%, 510% 늘었다.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유충 발견 사고가 접수된 지역에서 생수 매출도 급증했다. 이마트는 지난 14~19일 인천 지역 점포의 생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1% 늘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가 접수된 인천 서구와 부평, 계양, 강화 등에 있는 점포 50곳의 이달 15~19일 생수 판매량이 지난주 같은 기간 대비 191.3% 증가했다. 특히 대용량인 2L 생수 매출이 251.5% 늘며 소용량인 500mL 생수 매출 증가율(169.4%)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수돗물 대용으로 생수를 구매하려는 고객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CU도 이달 14~9일 인천 서구 점포들의 생수 매출이 전주 같은 기간 대비 50% 늘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하수구에 무심코 버린 약이 수돗물로 다시 돌아온다

    [달콤한 사이언스] 하수구에 무심코 버린 약이 수돗물로 다시 돌아온다

    집 안 정리를 하다보면 병원에서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구입한 약이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남은 약들을 무심코 개수대, 하수구에 버리거나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물이나 토양으로 약물이 스며들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원칙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먹다 남은 약은 약국에 반납해 폐기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렇게 버려진 약이 강으로 흘러들어 수돗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부산 수질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뇌전증 치료약인 가바펜틴이라는 의약품이 먹는 물 원수에 존재하고 염소로 수처리하는 과정에서 독성을 지닌 부산물로 변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 및 수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에 실렸다. 가바펜틴은 뇌전증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데 국내외 하수나 상수원에서 빈번하게 검출되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팀은 낙동강 유역 하수처리장과 강물, 먹는 물 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미량의 오염물질을 모니터링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낙동강 유역 하수 유출수와 낙동강 물에서 가바펜틴이 광범위하게 검출됐고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정수장 원수에서도 발견했다. 동시에 정수장에서 염소 수처리 과정에서 가바펜틴이 다른 물질로 변환되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가 가바펜틴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것을 연구팀은 처음 확인했다. 또 가바펜틴의 분자가 염소와 빠르게 반응해 다른 물질로 변환된다는 것을 실험실에서 확인했고 가바펜틴-니트릴 부산물이 정수장 물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가바펜틴-니트릴 부산물이 정수장의 후속공정에서 대부분 제거돼 무해한 수준으로 농도가 낮아진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윤호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되는 의약품과 인공합성화합물이 수처리공정에서 변환돼 먹는 물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에 의미가 있다”라며 “미량으로 존재하는 오염물질이라도 물 속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변환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인간이 미안해”…거대 향유고래, 그물에 묶였다 구사일생(영상)

    “인간이 미안해”…거대 향유고래, 그물에 묶였다 구사일생(영상)

    지중해의 한 섬 주변에서 거대한 향유고래가 낚싯줄에 걸려 몸부림치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난 18일, 지중해에 있는 이탈리아령 섬으로, 시칠리아섬에서 약 50㎞ 떨어진 곳에 있는 에롤리에제도에서 그물에 몸 전체가 휘감긴 채 고통스러워하는 향유고래 한 마리가 발견됐다. 이를 처음 발견한 관광객들이 현지 해안경비대에 신고했고, 해안경비대 소속 다이버와 생물학자들이 곧장 현장으로 출동해 고래의 상태를 살폈다. 경비대 측에 따르면 발견 당시 향유고래는 온몸에 그물이 감긴 탓에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다이버들이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위험한 상황이었다. 당시 다이버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머리끝부터 꼬리 끝까지 그물에 묶인 향유고래가 벗어나기 위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꼬리 부분에 상당한 양의 그물이 묶여 있어 헤엄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다이버들은 조심스럽게 향유고래에 다가가 칼로 낚시 그물을 끊어내기 시작했고, 다행히 향유고래는 큰 부상 없이 건강하게 먼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에롤리에 제도에서 같은 이유로 향유고래가 구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현지 해안경비대는 이미 3주 전에도 그물에 몸이 묶인 또 다른 향유고래를 구출해 먼바다로 내보냈었다. 해안경비대 측은 “일부 어민들이 불법으로 낚시 그물을 던져놓는 일이 많아, 경비대는 낚시 그물과의 전쟁을 치러왔다”면서 “불법 낚시 그물에 걸리면 안 되는 해양 동물이 우연히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낚시 그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동물이 끊이지 않는 일은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환경문제로 떠올랐다. 국제포경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버려지거나 불법으로 놓은 낚시 그물로 목숨을 잃는 고래류 해양 동물은 적어도 30만 마리에 이른다. 바다거북이나 바다표범, 바닷새 등의 피해까지 합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 에올리에 제도 해안경비대 측은 “올해 들어서만 총 100㎞ 길이에 달하는 불법 그물을 제거했다”면서 “해양 동물들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불법 낚시 그물 사용을 더욱 엄격히 감시할 것”이라고 전했다.사진=AP 연합뉴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In&Out] 수도권 허파 파헤쳐 집값 잡겠다는 정부/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In&Out] 수도권 허파 파헤쳐 집값 잡겠다는 정부/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정부가 초강력 대책이라고 자처한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돼 22번째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다주택자 보유 주택들은 매물로 나오지 않고, 서울 집값은 오르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집값 안정과 투기 근절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지만 이미 반복되는 정책 실패를 지켜본 국민은 이를 믿지 않는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의 오락가락 행보를 보면 이 정부에 그린벨트에 대한 철학이 있기나 한 것인지 실망스러울 뿐이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지속 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 넘겨주기 위한 중요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번번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논리에 의해 그린벨트가 훼손됐다. 지난 정부에서도 판교와 마곡, 위례 등 수많은 그린벨트를 훼손해 신도시를 개발, 수십만채가 공급됐다. 하지만 강제 수용한 논밭·임야를 비싸게 민간에 되파는 땅장사, 집장사 탓에 원가보다 비싼 판매용 아파트만 잔뜩 공급됐고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율은 20%에도 못 미쳤다. 땅장사, 집장사로 공기업과 민간 건설업자가 가져간 이익은 막대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 결과 판교신도시에서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가져간 부당이득은 6조원이 넘는다. 위례신도시에서는 건설업자가 부풀린 건축비로 소비자에게 바가지 분양해 2조원의 이익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년간 그린벨트 훼손으로 주택은 500만채가 증가했지만, 이 중 절반인 260만채는 다주택자에게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무주택 서민들은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 가격, 늘어나지 않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어느 때보다 심각한 주거 불안에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인데도 또다시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에 서민 주거 안정과 집값 거품 제거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정부 실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회도 아직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이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에 분노하는 이유는 서민 눈높이에서 집값 폭등을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여서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가 집값을 낮출 수 있는 근본 해법을 제시하고 관련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우선 다주택자들이 사재기한 수백만채의 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과 대출 특혜를 폐지하고, 이미 특혜를 누려 온 다주택자들에게도 소급 적용해야 한다. 용산정비창 부지 등 국공유지는 공공이 직접 개발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도 평당 500만원대 주택을 서울에서 공급할 수 있다. 민간 아파트도 선분양한다면 당연히 분양가상한제를 의무화해 바가지 분양을 막아야 한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을 늘리는 방식은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을 파괴하는 것이지 결코 집값을 잡는 해법이 아니다.
  • “그린벨트 다음세대에 물려주는 게 도리… 부서별 이견 조정 필요”

    “그린벨트 다음세대에 물려주는 게 도리… 부서별 이견 조정 필요”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서울신문 창간 116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 문제와 관련해 “정부 여당이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면서 “부서별, 개인별 입장이 다른 것을 엇박자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여권 내에서 다른 얘기가 나오는데. “정부에서 정책을 결정하려면 정부 내 소통, 당정 간 소통이 이뤄지고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당정청 회의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지난 15일쯤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때문에 각자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당연히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엇박자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당정 협의나 당정청 논의를 통해 이견을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총리의 생각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복원이 불가능하다. 저는 그린벨트 해제 반대다. 그런데 공급은 늘려야 하기에 오히려 저는 용적률을 상향하고 층고 제한을 풀고 역세권이나 이런 곳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 그리고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신혼부부나 청년 주택을 늘리고 싶다. 집은 좀 높이 지었다가도 50년, 100년 지나면 다시 지어야 하고 그때 너무 높았다 하면 낮추면 된다. 하지만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고 나면 복원이 안 된다. 우리 다음세대에 그린벨트를 물려주는 게 앞세대의 도리라는 게 제 개인적인 소신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치권 이견으로 출범 시한을 넘겼는데. “공수처는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면서 일단 입법을 했는데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고 벌써 15년이 넘은 숙제다. 장시간 논란 끝에 큰 진통을 겪고 입법이 됐으니 일단은 시행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15년 된 과제인데 더 미룬다고 명쾌하게 공감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산고 끝에 나오게 됐으니 일단 시행을 하고 우려하는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보는 게 지혜롭다. 가능한 한 빨리 공수처를 출범하고 제 역할을 하는지 못하는지 심판을 받아 봐야 한다. 국민이 심판할 거다. 실행을 해보니 이게 문제다 하면 법 개정 등을 통해 고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니 그때 논의할 일이지, 시행도 하기 전에 다른 방안 얘기가 나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지난 총선 당시 여당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 문제를 거론했는데 구체적 계획이 있는지. “국토균형발전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공공기관 추가 이전 문제는 국민 공론화 과정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추진 방향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행복도시특별법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다. 세종청사 옆에 국회 이전에 대비한 공터도 마련했는데. “행정 비효율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국회 세종의사당의 설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 차원에서 이전 규모와 입지를 결정하면 정부에서는 차질 없이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 이를 계기로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뉴딜은 미래 대한민국 청사진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은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청사진이다. 경제위기 극복, 경기 진작과 동시에 사회구조의 일대 변혁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을 보면 탈탄소가 강조되고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는 비전도 포함돼 있다. 노사관계나 고용안전망, 상병수당, 전국민 고용보험 등 지금까지 추진했던 것보다 진일보한 내용이다. 더 긴 시간을 갖고 국민과 소통하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게 최선인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앞으로 계속 보완하며 국민과 소통하면서 완결성도 높이려고 한다.” -신산업에 대한 규제혁신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 1월 취임 때도 말씀드렸지만 신산업에 대한 규제혁신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정부의 사활을 걸고 있다. 규제개선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 조율의 어려움, 신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 공무원의 소극적인 태도를 들 수 있다. 신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업 혁신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수요자 중심의 규제혁신을 위해 공무원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적극행정이 공직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1.5% 인상 결정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활동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 얘기할 상황이 안 된다. 어떻게 고통을 분담해야 할까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대통령 공약도 잘 지켜지기 어렵게 돼 가고 노동자들에게도 미안하지만 도리가 없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얼마나 힘들게 결정했겠나. 경제주체들은 수용하면서 빨리 더 큰 파이, 성과를 만들어 과실을 나누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노사정 합의, 민노총 대의원대회 추인 기대 -최근 노사정 합의가 무산돼 유감을 표명했다. “어려운 논의 과정을 거쳐 잠정 합의를 도출하고 노사정의 최종 서명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불참해 안타깝다. 하지만 대의원대회에서 추인을 하려고 하는데 그 부분에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부는 합의한 내용을 최대한 이행하고자 노력하겠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어떻게 보나. “처음 미투 사태가 나왔을 때 우리 사회가 큰 변화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아직도 부족한 측면이 많지 않은가 반성하게 된다.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상황이지만 이번 사건을 미래를 위한 좋은 계기로 삼아야겠다. 상황 수습에 급급하기보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성찰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계기로 꼭 활용됐으면 좋겠다.” -기업과 정부를 두루 경험했는데 기업과 비교해 공무원 조직의 장단점과 공공부문 혁신의 방향은. “코로나19 대응에서 공직자들이 보여 준 헌신과 희생은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는 원동력 중 하나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규정과 통제에 익숙한 공직사회는 기업에 비해 유연성이 부족하고 법령에 직접 근거가 없으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 소극적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경직된 문화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공직부문 혁신은 유연성을 강화하고 변화 속도를 따라잡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적극행정이 핵심이다. 적극행정 문화가 확산돼야 공공부문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주택 문제로 승진 심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공직자들이 있는데. “우리 사회의 부동산 문제가 오랫동안 병적인 과제로 지속돼 왔다. 고위공직자나 사회 지도층 인사,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들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해야 한다. 세종시로 이사할 가능성이 없으면 어차피 세종시 집은 살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답이 나온다.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부동산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그런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소유가 부동산 대책 마련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런 걸림돌을 제거하고 동참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 ●코로나 총리면 어떠냐, 제 역할 하는 것이 중요 -지난 14일로 총리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요즘 별명이 ‘코로나 총리’다. “취임과 거의 동시에 터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면서 힘들어하는 국민들 모습에 가슴 아팠던 순간들이 많았고 당초 목표했던 일들을 마음껏 해보지 못한 점은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 비롯된 패러다임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방역이 곧 경제다. 하지만 방역을 당국이나 의료진이 다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국은 국민 모두가 방역사령관이다. 개개인이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면 우리는 방역 모범국으로, 또 경제 모범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총리로서 위기 극복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코로나 총리’면 어떠냐.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인천 수돗물서 유충 계속 나와…강화에서도 1곳 확인

    인천 수돗물서 유충 계속 나와…강화에서도 1곳 확인

    인천 지역에 공급된 수돗물에서 유충이 계속해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 인천시는 현장 조사 결과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서구 15곳과 강화군 1곳에서 유충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19일 밝혔다. 같은 기간 서구 22곳과 강화군 2곳에서는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 신고가 추가로 접수됐다. 강화군에는 그동안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 신고 37건이 접수됐지만, 인천시의 현장 조사에서 실제 유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화군은 유충이 계속해 발견되고 있는 서구 지역과 같은 공촌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유충 발견 건수는 지난 15일 55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16일 21건, 17일 17건, 18일 16건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인천시는 서구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 날벌레가 알을 낳으면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들이 수도관로를 거쳐 각 가정 수돗물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인천시는 서구 공촌정수장 여과지와 가정집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의 유전자를 분석해 둘 다 같은 종으로 확인했다. 시는 정수장과 배수지를 청소하고, 관로 이물질 제거 작업과 수돗물 소화전 방류 등을 하며 수질 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월드피플+] 27년간 접힌 채 살았던 中 ‘폴딩맨’, 수술 후 인생역전 (영상)

    [월드피플+] 27년간 접힌 채 살았던 中 ‘폴딩맨’, 수술 후 인생역전 (영상)

    질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한 탓에 27년간 상체를 완전히 구부린 채 살아야 했던 중국의 40대 남성이 수술로 새 삶을 시작했다. 일명 ‘폴딩맨’(folding man)으로 불린 남성 리화(46)는 27년 전인 19세 당시,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은 후부터 상체가 서서히 굽기 시작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해 점차적으로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강직성 척추염은 만성적인 척추관절병 중 하나다. 진단 이후부터 리 씨의 상체는 점차 구부러지기 시작했고, 10여 년 전부터는 상체가 완전히 접힌 채 불편한 삶을 살아야 했다. 허리가 점차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이마가 무릎에 닿을 정도까지 구부러졌지만 경제적 사정이 열악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허리를 바로 펴지 못하는데다 머리가 거꾸러진 상태였기 때문에 걷고 입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어머니의 간병을 받았지만 머리와 무릎의 틈이 고작 1.9㎝에 불과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난해 인생을 바꿀만한 기회를 얻었다. 광둥성 선전시의 한 병원이 그에게 수술을 제안했고, 리 씨와 어머니는 고향인 후난성 남부에서 멀리 떨어진 선전까지 이동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선전시의 한 병원 의료진은 구부러진 그의 척추를 바로 세우는 수술을 진행했다. 척추 사이에 죽은 신경들을 제거하고, 척추부터 허리와 가슴, 목에 이르기까지 직립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형물을 장착하는 큰 수술이었다. 세 차례의 수술이 끝난 지난해 9월, 리 씨는 26년 만에 처음으로 몸을 완전히 편 채 누울 수 있었다. 부가적인 수술과 치료가 이어졌고, 마지막 수술을 끝으로 그는 앞을 바라본 채 서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최근 공개된 영상은 보조기구에 의지한 채 걷는 훈련을 하는 리 씨의 모습을 담고 있다. 현지 의료진은 “비록 수십 년간 제대로 쓰지 못해 약해진 팔 근육도 재활하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이미 스스로 일어나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덕분에 지난달 퇴원을 허락했다”고 밝혔다. 현재 리 씨는 고향인 후난성으로 돌아가 작은 가게를 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아직 치료와 재활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전과는 완벽하게 달라진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인간이 미안해”…페트병 쓰레기에 목 끼인 여우 구조

    “인간이 미안해”…페트병 쓰레기에 목 끼인 여우 구조

    사람이 버린 페트병 쓰레기에 머리가 끼인 채 목숨을 위협받던 여우가 구조됐다. BBC 등 영국 현지 언론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동물보호단체 RSPCA는 잉글랜드 햄프셔주에 있는 포츠머스의 한 대로변에 구조가 필요한 여우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관계자들은 수컷 여우 한 마리가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에 머리와 목이 끼인 채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확인했다. 여우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고, 페트병에 끼인 목은 부어있었다. 또 목과 머리에 깊은 열상이 있었고, 전문가들은 이 상처가 잘라진 페트병을 목에서 빼기 위해 애쓰다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동물보호단체 측은 곧바로 수의사에게 여우를 데려갔고, 무사히 목에서 족쇄와도 같았던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할 수 있었다. 찢어진 상처는 꿰맨 뒤 소독해주었고, 이후 보호센터에서 며칠 동안 회복을 위해 입원했다. 여우는 무사히 건강을 되찾았고, 동물보호단체 측은 여우가 발견된 곳에서 가까운 야생에 여우를 풀어주었다. 한 관계자는 “그러한 끔찍한 상태에서 발견됐지만, 무사히 목숨을 건지고 자신이 속한 곳(야생)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RSPCA의 야생동물 책임자인 애덤 그로건은 BBC와 한 인터뷰에서 “쓰레기는 야생동물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라면서 “나는 우리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쓰레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수많은 동물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쓰레기가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지적은 셀 수없이 많이, 자주 쏟아졌다. 지난 3월에는 태국의 한 어촌에서 구조된 바다거북의 배에서 길이 30㎝에 달하는 대형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바다거북은 이 쓰레기 탓에 극심한 소화불량과 변비를 겪었고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 건강상태가 악화됐었다. 비슷한 시기, 캐냐 코스트주 주도 몸바사의 한 공원에서는 기린 한 마리가 목에 자동차 바퀴로 쓰이는 고무 타이어가 걸린 채 발견돼 구조대가 이를 제거해주는 구조작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브라질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 습지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지고 노는 재규어가 포착돼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하수도로 전파되는 항생제 내성균, ‘이것’ 때문에 제거 힘들다 (연구)

    하수도로 전파되는 항생제 내성균, ‘이것’ 때문에 제거 힘들다 (연구)

    올해 최악의 전염병은 두말할 필요 없이 코로나19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코로나19 하나만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나 인플루엔자, 그리고 에볼라 같은 신종 전염병의 당연히 큰 위협이긴 하지만,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 역시 심각한 보건 위기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의 발명은 백신의 개발과 함께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극적으로 낮추고 인류의 평균 수명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의학적 성과였다. 하지만 세균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세균 역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 이에 맞서 과학자들도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지만, 항생제 개발 속도보다 내성균 출현 속도가 빨라지면서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21세기 의학이 당면한 최대 문제가 됐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 질환을 지닌 환자 증가로 감염병에 취약한 인구는 늘었는데, 세균 감염을 치료할 항생제가 무력화된다면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치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성균 출현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항생제 내성균이 예상외의 장소에서 번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하수도에서도 많은 항생제 내성균을 볼 수 있다. 환자들이 복용한 항생제가 대변 및 소변을 통해 배출되거나 혹은 반복적인 항생제 노출에 의해 자연스럽게 내성을 확보한 장내 세균이 하수관을 타고 들어오는 것이다. 미국 럿거스 대학의 연구팀은 하수관에서 다수의 내성균을 포함한 생물막 (biofilm)을 발견했다. 생물막은 세균이 분비한 여러 가지 유기물과 다수의 세균으로 구성된 막으로 위험한 외부 환경에서 세균을 지켜주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세균과 유기물이 풍부한 하수관은 본래 생물막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장소로 이번 연구에서는 적지 않은 내성균이 하수관에 생물막을 만들어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생물막에서 증식한 세균은 다시 하수를 타고 자연계로 들어가 강과 호수, 토양으로 흘러간다. 현재는 일부 연구자 외에는 주목하는 사람이 없지만, 미래에 심각한 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같이 제시했다. 주기적인 하수도의 세척 및 소독은 모든 종류의 생물막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하수도의 소재에 따라 소독 효과가 달랐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보다 PVC 소재의 생물막 제거 효과가 뛰어났는데, 표면이 매끈한 PVC의 특징상 생물막이 숨을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수도를 통한 내성균 전파를 억제하는 데 유용한 정보로 판단된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점점 더 인류를 옥죄어 오는 심각한 보건 문제다. 내성균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신중하고 정확한 항생제 사용은 물론 자연계로 항생제 내성균이 퍼지는 경로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긴스버그(87) “은퇴 안해”-영국 여왕(95)은 100세 참전용사에 기사 작위

    긴스버그(87) “은퇴 안해”-영국 여왕(95)은 100세 참전용사에 기사 작위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87) 미국 대법관이 은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95) 영국 여왕은 국민건강서비스(NHS) 의료진을 위해 3279만 4701 파운드(약 496억 657만원)를 모금한 톰 무어(100) 예비역 육군 대위 겸 참전용사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전해진 노익장들 소식이다. 이번 주 병원에 입원했다가 하루 만에 퇴원해 또다시 ‘오뚝이 투혼’을 보여준 긴스버그 대법관은 간암이 재발해 화학 치료를 받고 있지만 지난 5월의 입원과 최근 입원한 것은 암과 관련이 없으며 다만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법원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난 5월 19일부터 시작한 항암 치료 결과 간에서 병변을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앞으로도 2주에 한 번씩 화학요법 치료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을 통해 “난 내가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한 법원 구성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나는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지난 7일 가장 최근의 검사에서 간 병변이 상당히 감소하고 새로운 질병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암치료를 잘 견디고 있으며 현재 치료의 성공에 고무돼 있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명해 1993년 대법관이 된 긴스버그는 암 치료를 네 차례나 받았다. 지난해 췌장 종양 외에도 1999년 대장암, 2009년 췌장암으로 치료를 받았다. 그녀는 2018년 12월에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폐 수술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명의 대법관을 보수 인사로 채워 5-4로 기울어진 대법관 진용에서 그래도 꿋꿋하게 맨 왼쪽에서, 27년을 건강한 현역으로 버티고 있다.바다 건너 영국 런던 서부의 윈저성에서는 아버지 조지 4세의 검을 힘겹게 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보행기를 밀며 잔디 정원으로 나온 무어 할아버지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고 어깨에 검을 얹어주는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여왕이 코로나19 봉쇄 이후 처음 민간인을 대면한 행사란 의미도 있었다. 다만 무어 할아버지의 가족만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고 사진만 공개됐다. 무어 할아버지는 “절대적으로 각별한 날이다. 이렇게 지체 높은 상을, 그것도 여왕 폐하께 직접 받다니, 누가 이보다 더한 것을 바랄 수 있겠는가? 오늘은 내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날”이라고 들떠 말했다. 여왕은 “당신이 그렇게나 많은 돈을 모금해 매우 고맙다”고 짤막하게 치하했다. 할아버지는 지난 4월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NHS 의료진을 위해 모금을 하기로 했다. 자신의 엉덩이 골절과 암 치료를 헌신적으로 도왔던 고마움에 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1000 파운드(약 152만원) 모금을 목표로 보행 보조기에 의존해 집 뒤 25m 길이의 정원을 100바퀴 걷기로 했는데 150만명의 마음을 움직여 목표 금액의 3만 2000배 이상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이날 아침 윈저성의 로열 롯로지에서는 베아트리스(31) 공주와 부동산 재벌 에두아르도 마펠리 모치(35)의 결혼식이 열렸다. 둘은 원래 지난 5월 29일 예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봉쇄령 탓에 연기했다가 이날 사전 예고 없이 여왕과 부군 필립(99) 공, 아버지 앤드루 왕자, 어머니 사라 퍼거슨 등 가까운 가족들만 참석한 채 조그만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장소는 왕위 계승 서열 9위인 신부가 어릴 적 살았던 곳이며 지금도 부모들이 지내는 곳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4일부터 30명 미만의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치를 수 있게 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알아서 척척 ‘더샵 디어엘로’, 똑똑한 아파트로 조성

    알아서 척척 ‘더샵 디어엘로’, 똑똑한 아파트로 조성

    대구광역시 동구 동신천연합 주택재건축 사업인 ‘더샵 디어엘로’가 격이 다른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똑똑한 아파트를 선보인다고 밝혀 주목된다. 포스코건설은 특히 자사의 주택분야 스마트기술인 아이큐텍(AiQ TECH)’의 ‘AiQ home 시스템’을 도입해 입주민의 주거쾌적성을 극대화 한다는 계획이다. AiQ home 시스템은 포스코건설이 건설업계 최초로 론칭한 주택 분야 스마트기술이다. 인공지능(AI)과 지능적인 감각(IQ)을 융합한 기술로, 더샵 클라우드 플랫폼을 중심으로 카카오, SKT, 삼성전자 플랫폼과 연동돼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대 내 각종 기기와 네트워크 시스템 정보를 음성인식 앱이나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어할 수 있고, 안전 시스템, 에너지 절감 시스템등이 도입된다. 더샵 디어엘로의 AiQ home 시스템은 크게 ‘AiQ Convenience(컨비니언스)’, ‘AiQ Safety(세이프티)’, ‘AiQ Health(헬스)’로 구분된다. 먼저 AiQ Convenience(컨비니언스)는 편의 시스템이다. 다양한 플랫폼 연동 서비스를 통해 음성이나 문자제어(카톡)로 조명이나 난방, 환기 제어, 주차위치, 택배도착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테블릿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세대기기제어 및 정보확인이 가능하며, 공동현관 출입 자동인식과 지하주차장 주차위치 인식 및 확인도 가능하다. AiQ Safety(세이프티)는 입주민의 안전을 365일 지켜주는 특화 보안 시스템이다. 단지 출입부터 가구 출입까지 단계별 3선 보안체계를 구축한 ‘더샵 지키me’ 서비스를 비롯해 승강기내 범죄예방에 최적화된 승강기 안전시스템, 지능형 영상 분석이 가능한 CCTV등이 도입된다. 마지막으로 AiQ Health(헬스)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고 입주민의 건강한 주거환경을 높여주는 시스템이다. 세대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 확인 및 절감가이드를 제공하며, 사용하지 않는 가전기기에서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통합스위치를 통해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승강기 미 운행 시 미세한 바이러스 및 세균을 제거하는 UV-C LED 살균조명 시스템과 환기와 공기청정을 동시에 실현하고, 초미세먼지까지 막아주는 빌트인 청정환기 시스템(유상옵션), 공기의 통로인 덕트를 깨끗하게 해주는 항균 황토덕트 등이 적용된다. 실제 단지는 다양한 특화설계가 도입된 조경설계와 커뮤니티를 선보인다. 먼저 조경은 ‘녹음 가득한 힐링문화단지’를 콘셉트로 석가산, 페르마타 가든, 팜가든, 어린이 물놀이장 등을 구성한다. 또 커뮤니티 시설로는 실내골프연습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힐링필라테스존, 어린이집, 키즈라이브러리, 맘스카페 등을 제공한다.한편 더샵 디어엘로는 포스코건설이 올해 대구광역시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더샵 아파트다. 지상 최고 25층, 12개동, 전용면적 59~114㎡, 1,190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760세대다. 단지는 대구의 새로운 중심이자 신흥주거타운으로 떠오르는 동대구역세권과 수성구생활권을 모두 누릴 수 있어 쾌적한 주거여건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KTX/SRT 동대구역, 대구 지하철1호선, 버스터미널 등이 있는 복합환승센터와 가깝고, 인근에는 효신초등학교가 도보권에 자리해 안심 통학이 가능하다. 또 수성구 학원가가 인접하고, 대구의 금융, 의료, 행정, 법률 인프라가 밀집된 범어네거리도 가까워 더욱 편리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샵 디어엘로의 견본주택은 대구광역시 동구 신천동(대구지하철 동대구역 2번 출구 또는 신세계백화점 인근)에 마련되며, 이달 중 오픈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7년간 접힌 채 살았던 中 ‘폴딩맨’, 수술로 허리 펴고 새 삶 (영상)

    27년간 접힌 채 살았던 中 ‘폴딩맨’, 수술로 허리 펴고 새 삶 (영상)

    질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한 탓에 27년간 상체를 완전히 구부린 채 살아야 했던 중국의 40대 남성이 수술로 새 삶을 시작했다. 일명 ‘폴딩맨’(folding man)으로 불린 남성 리화(46)는 27년 전인 19세 당시,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은 후부터 상체가 서서히 굽기 시작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해 점차적으로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강직성 척추염은 만성적인 척추관절병 중 하나다. 진단 이후부터 리 씨의 상체는 점차 구부러지기 시작했고, 10여 년 전부터는 상체가 완전히 접힌 채 불편한 삶을 살아야 했다. 허리가 점차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이마가 무릎에 닿을 정도까지 구부러졌지만 경제적 사정이 열악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허리를 바로 펴지 못하는데다 머리가 거꾸러진 상태였기 때문에 걷고 입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어머니의 간병을 받았지만 머리와 무릎의 틈이 고작 1.9㎝에 불과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난해 인생을 바꿀만한 기회를 얻었다. 광둥성 선전시의 한 병원이 그에게 수술을 제안했고, 리 씨와 어머니는 고향인 후난성 남부에서 멀리 떨어진 선전까지 이동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선전시의 한 병원 의료진은 구부러진 그의 척추를 바로 세우는 수술을 진행했다. 척추 사이에 죽은 신경들을 제거하고, 척추부터 허리와 가슴, 목에 이르기까지 직립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형물을 장착하는 큰 수술이었다. 세 차례의 수술이 끝난 지난해 9월, 리 씨는 26년 만에 처음으로 몸을 완전히 편 채 누울 수 있었다. 부가적인 수술과 치료가 이어졌고, 마지막 수술을 끝으로 그는 앞을 바라본 채 서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최근 공개된 영상은 보조기구에 의지한 채 걷는 훈련을 하는 리 씨의 모습을 담고 있다. 현지 의료진은 “비록 수십 년간 제대로 쓰지 못해 약해진 팔 근육도 재활하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이미 스스로 일어나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덕분에 지난달 퇴원을 허락했다”고 밝혔다. 현재 리 씨는 고향인 후난성으로 돌아가 작은 가게를 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아직 치료와 재활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전과는 완벽하게 달라진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부캐 몰라?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부캐 몰라?

    독일 50대 남성 우베 발트너‘차에서 노래하는 인스타 황제’멀티 페르소나 현상 곳곳 관측사회적 가면 강요 문화 균열싹쓰리 등 부캐 속속 등장 #1. 독일의 한 광고대행사 공동대표인 우베 발트너(57)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89만명에 이른다. 2018년 9월부터 출퇴근길 자신의 차 안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50대 남성의 꾸밈없는 표정, 새로운 음악에 대한 도전 정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창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다. 미국의 R&B 가수 크리스 브라운, 유명 힙합 가수 드레이크도 그의 온라인 친구다. 발트너 대표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런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일관성과 행운이 결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래를 즐기는 나의 다른 모습처럼 첫인상만으로는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또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50대여,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배워라.” 젊은이들에게도 “인터넷에서 여러분이 하는 일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찾고 이들과 소통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2. 서울 A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김진영(47·가명)씨는 사범대를 졸업한 뒤 다시 대학에 들어가 동양화를 전공했다. 2005년 교단에 선 뒤에도 그림을 그렸다. 200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7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소통에 관한 주제를 주로 다뤘다. 올 겨울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활용된 아이패드를 이용한 작품 전시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김씨는 15년 전과 지금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시선’이라고 말한다. 그때는 학교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말을 아꼈다. 전시장에서 수학 교사라고 굳이 소개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데 김씨는 10여년 전 교원 연수에서 처음 접한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면서 수학과 미술을 같이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씨는 “(두 영역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고정관념”이라면서 “충분히 공존할 수 있고 서로 다르지 않다. 결국 그게 다 ‘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족, 학생, 동료 교사들도 이런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바라본다”며 “세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최근 자신의 여러 모습을 상황에 맞게 다채롭게 표현하는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내 안의 여러 자아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세대의 등장,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의 출현,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전환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사람들이 써 온 ‘사회적 가면’을 눈치 보지 않고 벗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연예계에 ‘부캐’(부캐릭터) 열풍이 부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나’라는 사람에게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이 있는데도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역할, 모습만을 강요해 왔다. 한 사람의 개성보다는 출신 학교, 고향, 직업 등 배경과 집단적 규범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 내지 못하면 “너무 튀는 것 아니냐”며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 일쑤였다.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5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회사에서의 내 모습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434명(77.6%)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남성보다는 여성, 40대 이상보다는 20대에서 그런 현상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상시 모습과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모습에 맞추기 위해서”란 답변이 41.2%를 차지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란 의견이 절반(54.4%)을 넘었고, 그 이유로는 ‘개인 특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61.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가면을 강요하는 문화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상징적 사건 중 하나로 펭수의 등장을 꼽는다. 사람들은 초반에 펭귄 모습을 한 펭수 그 자체보다 펭수 안의 사람이 누군인지에 주목했다. 그러다 직설적이고 당당한 펭수의 말에 귀 기울이며 펭수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를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펭수는 그냥 펭수’라는 것이다. 이성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펭수 현상은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가 전면화되고 가시화된 것”이라면서 “이러한 실험이 사회에서 용인되는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후 연예계에서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유재석), 둘째이모 김다비(김신영)처럼 기존 캐릭터와 다른 부캐 연기를 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됐다. 이른바 ‘부캐 놀이’가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 낸 것은 자신 안에 있는 다른 자아를 꺼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얻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최근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비·정지훈)으로 구성된 그룹 ‘싹쓰리’에 대한 인기도 같은 맥락이다. 부캐는 부수적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란 의미로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통용돼 왔다. 과거엔 익명성에 기대 나의 부정적이고 은밀한 모습을 몰래 꺼내 놓는 듯한 이미지가 있었다면, 최근 부캐 현상은 나의 장점, 개성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승구 서울대 미술대학 외래교수(작가)는 자신의 논문 ‘사회적 가면의 이탈·회귀를 위한 디지털 설계와 제어’에서 “최근 가면에 가려진 자아성을 노출시키려는 개인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과거에는 가면 뒤에 숨거나 가면을 제거하려는 개인들로 양분된 경향이 있었다”면서 “수많은 개인들이 가면의 착용과 해체를 반복하면 그러한 개인을 포용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은 확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일반인 중에도 자신의 다양한 자아를 발산하는 사람이 많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상일(28)씨는 소셜벤처기업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사내에서 그는 ‘알파카’란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직장을 나서는 순간 ‘윤망’이란 닉네임을 쓰는 사진작가로 변신한다. 김씨는 대학 때부터 인물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취미를 넘어 일상이 됐다. 다른 작가들과 함께 매달 하나의 주제로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모아 전시회도 연다. 그런데도 전업으로 삼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에 찍기 싫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다. 김은하(34·가명) 변호사는 지난해 5월 ‘밀키웨이’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했다. ‘먹고 마시는 즐거운 인생’이란 소개 글에서 알 수 있듯 맛집 탐방 후기 글이 주를 이룬다. 와인 사진도 종종 올린다. 블로그 활동과 변호사 업무를 ‘분리’하기 위해 블로그에 직업을 공개하진 않았다. 김 변호사가 블로거가 된 이유는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공부하기 위해서다. 사진보다 글에 초점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에 팬도 늘고 있다. 하루 방문자는 400~500명. 많을 때는 1000명이 방문한다. 김 변호사는 “누군가 내 글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을 누를 때 ‘내 글이 인정받는다’는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에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 꾸미는 게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을 ‘괜찮은 사람, 멋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2030 세대에서 이러한 시도를 존중해주는 문화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SNS 계정을 다양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나타난 원인”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연결 상황에 맞게 정체성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새끼 코끼리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힘 모아 구출한 인도 주민들

    새끼 코끼리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힘 모아 구출한 인도 주민들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던 코끼리가 주민들 덕에 무사히 구조됐다. 1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인도 서벵골주의 한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구덩이에 빠진 새끼 코끼리를 구했다고 전했다. 구덩이에 거꾸로 빠진 코끼리는 허공에 다리를 휘저으며 괴로워했으며, 주민들은 밧줄과 막대기를 이용해 구조에 나섰다. 밧줄은 코끼리 다리에 묶었고 막대기는 지렛대로 삼았다. 그렇게 한참을 애쓴 덕에 코끼리 몸이 뒤집히면서 구출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 순간 몸이 뒤집힌 코끼리가 허겁지겁 줄행랑을 쳤다. 그 바람에 놀란 주민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달아나던 코끼리는 곧 안정을 되찾고 고마움을 표하듯 주민들을 돌아본 뒤 숲으로 돌아갔다. 주민들도 그런 코끼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10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구덩이에 빠져 옴짝달싹 못 하게 된 코끼리는 구조당국과 주민이 힘을 보탠 덕에 3시간 만에 야생으로 돌아갔다.2016년 람가르지역에서 구덩이에 빠졌던 새끼 코끼리도 주민들이 구했다. 코끼리는 당시 60마리 무리 중 홀로 구덩이에 빠졌으며, 어미와 다른 코끼리 8마리가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주민들은 어미 코끼리가 밤새 구슬피 울어 가보니 새끼가 구덩이에 떨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는 다소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북수마트라주 랑캇 리젠시의 한 마을에서 구덩이에 빠진 새끼 코끼리가 숨을 거뒀는데, 새끼가 속해있던 코끼리 무리가 구덩이를 사람들이 놓은 덫으로 오해해 마을을 습격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주 당국은 구덩이는 덫이 아니라 나무 그루터기를 제거하면서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덩이 함정은 원시시대부터 활용된 것으로, 동물이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의 구덩이를 파서 굴러떨어지게 한 뒤 가둬버리는 사냥 방식이다. 이번에 코끼리가 빠진 구덩이가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인도 정부가 코끼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만큼 밀렵 때문일 경우 처벌 가능성이 높다. 인도에서는 밀렵과 전기 감전, 열차 충돌 사고 등으로 매년 코끼리 여러 마리가 희생되고 있다. 2011년 이후 목숨을 잃은 코끼리만 700마리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시흥·화성시에서도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시민들 불안감 호소

    시흥·화성시에서도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시민들 불안감 호소

    인천에 이어 경기 시흥시, 화성시에서도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가 지자체에 잇따라 접수됐다. 16일 시흥시 하상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오늘 아침에 중학생 아들이 세수하기 위해 세면대에서 수돗물을 틀었는데 살아 있는 유충이 나왔다”며 시에 신고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화성시 동탄 B아파트 내 두 세대 부엌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2∼3㎜ 크기의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지자체에 접수됐다. 해당 아파트로부터 30㎞가량 떨어진 마도면 화성직업훈련교도소 화장실 수돗물에서도 나방파리 유충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신고가 접수된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과 배수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도내 곳곳 수돗물에서 이물질 신고 잇따라각 지자체, 수질 검사 요청한 가정 수돗물 채취해 검사 이같이 인천에 이어 도내 곳곳의 수돗물에서 유충이나 유충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신고되면서 각 지자체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수원시상수도사업소에는 인천의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언론 보도 이후 1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유충이 나올까 겁난다. 검사해달라”는 내용의 시민 민원 140여건이 접수됐다.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유충이 실제로 나왔다는 신고는 한건도 없었지만,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수돗물 검사 요청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민원을 제기하거나 수질 검사를 요청한 가정에 출동, 수돗물을 채취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각 정수장과 배수지 등에 대한 긴급 점검에도 나섰다. 용인시 관계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에게 ‘용인시는 정수장에서 표준공정(여과재와 모래 혼합) 여과와 맛·냄새를 제거하는 고도정수처리를 하고 있어 유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군포시 관계자도 “인천의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온 사실이 알려진 뒤 시민들이 많이 예민해진 것 같다”면서 “정수팀 직원 6명이 가정을 랜덤으로 방문해 수돗물 유충 검사를 하고 있다. 아직은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는 없다”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건강한 장이 동안(童顔) 만든다…장내미생물의 노화조절 메커니즘 발견

    건강한 장이 동안(童顔) 만든다…장내미생물의 노화조절 메커니즘 발견

    국내 연구진이 장내미생물이 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갖고 있는 것이 노화를 막고 동안(童顔)의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전문연구단은 예쁜꼬마선충과 대장균을 이용해 장내 미생물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에 실렸다.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약 100조 개로 인간 세포보다 10배 이상 많다. 인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미생물은 장내미생물인데 이들은 나이나 건강상태, 식사습관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이 숙주 수명을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대장균(장내미생물)과 예쁜꼬마선충(숙주)을 이용해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예쁜꼬마선충의 수명 증가는 HNS 유전자 변이 대장균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DNA 구조를 변형시키는 HNS 단백질이 제거된 변이 대장균에서 유해성 대사 물질(MG)의 양이 감소함을 발견했고 이 대장균을 섭취한 예쁜꼬마선충에서 새로운 노화조절 경로가 조절됨에 따라 수명이 10~20% 정도 연장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해성 대사물질은 활성산소처럼 생체 내 단백질이나 유전물질의 변형을 일으켜 파킨슨병, 당뇨병 등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장내미생물에서 발생한 유해성 대사물질이 숙주의 세포신호전달 경로를 조절해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권은수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장내미생물에 의해 특이적으로 조절되는 새로운 노화조절 경로를 처음 발견한 것”이라며 “노화에서 장내미생물의 새로운 역할과 분자기전을 확인함으로써 유해성 대사물질을 낮추는 것이 당뇨와 퇴행성신경질환 같은 노인성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박원순 성추행 의혹을 마주한 ‘권력’의 네 가지 오류 [아무이슈]

    박원순 성추행 의혹을 마주한 ‘권력’의 네 가지 오류 [아무이슈]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은 우리 사회에 작동 중인 ‘권력’의 힘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180석의 거대 여당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으로 불러 논란을 샀으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던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의혹이 정치적 용도로 기획됐다는 ‘공작설’까지 제기 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박 시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업무나 회식 등에서 적극적으로 여성을 배제하자는 ‘펜스 룰’이 화제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앞으로 이어질 고발을 ‘입막음’하려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력형 성범죄를 마주한 권력이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각종 논란을 종합했다.하나, 언어의 함정… 2차 가해 ‘피해 호소인’ 더불어민주당은 피해 여성을 꾸준히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 발표 자리에서도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여성가족부와 이낙연 의원 등은 ‘고소인’이라는 단어를 썼다. 민주당 송갑석 최고 위원은 이러한 용어 사용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지만 ‘호소인’에는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판단이 내포된 용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자체를 ‘2차 가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과거 학교나 여성운동 등에서 피해 호소인 이라는 용어가 쓰인 적은 있지만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 되면서 피해자를 호소인 등으로 언급한 경우는 거의 없다. 피해 호소인은 가해자 측에서 주로 사용했던 단어다. 법무법인 현백의 김보람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피해호소인 등의 표현은 생소한 단어”라면서 “수사단계에서도 피고소인 혹은 피해자라고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2018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 역시 당시 고소인 김지은씨를 ‘피해자’로 불렀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피해 호소인’ 호칭을 ‘피해자’로 바로잡았다. 둘, 선택적 분노… 내 편 가르기로 입막음 ‘선택적 분노’가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검찰·연극계 등의 미투 운동에 지지를 보냈던 여권 인사들의 미온적인 반응 때문이다. 성범죄 기준도 진영 논리에 따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고인 감싸기가 ‘연대’를 기반으로 힘을 얻었던 미투 운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14일, 당 대표는 15일에서야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당 대표의 사과는 사태 발생 후 5일 만이다. 2018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의 폭로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민하게 움직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더 많은 말하기가 필요하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에 연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 정책 특별자문관 검사 역시 ‘공황장애’를 이유로 이번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대학 교수는 “진보의 가치는 존중돼야 하는데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도덕적 신뢰성을 상실해 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위기와 충격을 다루는 과정에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인 민주당이 앞으로 지지층을 모으기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셋, 펜스 룰… 피해자에게 책임 떠넘기는 혐오 “기관장의 비서진 중 여성 인력을 모두 배제하자”다는 식의 ‘펜스 룰’도 고개를 들고 있다.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인터뷰에서 유래한 용어로 성추문을 피하기위해 적극적으로 여성과의 교류를 끊는다는 의미다. 펜스 룰은 범죄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여성의 자유로운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핑계로 작용할 수 있다. 펜스 룰이 언급 되는 것 자체가 여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회 여성 근로자들이 만든 페미니스트 조직 ‘국회페미’는 지난 12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국회 내부에서 여성 보좌진 채용을 앞으로 고심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다”면서 “성별을 이유로 업무를 제한해 여성을 조직에서 더 낮은 지위에 가둔다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사라지기는커녕 더 음성적이고 악질적으로 퍼져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펜스 룰의 함정은 성범죄의 피해자가 늘 여성이라는 편견에 기초한다는 것”이라면서 “성범죄는 사회적 지위의 차이를 악용해 약자를 착취하는 범죄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남성도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여성만 배제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넷, 공작설… 합리적 의심이라 믿는 가짜뉴스 SNS에서는 “박 시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람이 나경원 전 의원 비서. A일보 문모씨가 알려준 내용”이라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가짜 뉴스였다. 이번 사건이 여권 대선 주자를 제거하기 위한 보수진영의 기획이라는 ‘꽃뱀 설’도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고소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거나 “4년간 침묵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식의 2차 가해에 해당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는 절실함으로 고발에 나선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 교수는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에 대해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나올 여러 고발에 입마개를 씌우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청계·관악산 매미나방 극성 민원 잇따라…과천시 끈끈이 설치 등 방제 강화

    청계·관악산 매미나방 극성 민원 잇따라…과천시 끈끈이 설치 등 방제 강화

    산림병해충이 급증하자 경기 과천시가 청계, 관악산에 대한 방제 강화에 나선다. 시는 두 곳 등산로에 물리적 매미나방 방제를 위해 수목에 끈끈이를 설치했다고 16일 밝혔다. 매미나방은 나뭇잎을 갉아먹어 산림을 훼손하고, 매미나방 유충 털이 피부에 닿으면 빨갛게 부어오르고 가려운 증세가 나타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역에 있는 산을 찾는 등산객이 늘면서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매미나방은 보통 겨울에 추위로 많은 알이 죽는데, 지난해 겨울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부화 개체 수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는 산림병해충예찰단, 산사태예방단, 산지정화감시원 등 모든 인원을 동원해 매미나방 퇴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독나방과 곤충인 매미나방은 5월 중 부화해 6월 중순까지 나뭇잎을 먹고 성장한다. 7월 초순경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우화한다. 주로 나무껍질에 알을 낳고 월동 후 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는 매미나방이 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초 대대적으로 알집을 제거했다. 부화 이후에도 유충과 매미나방에 대한 방제작업을 지속적으로 집중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체 수가 많이 증가한 매미나방을 제거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끈끈이는 보통 참나무시들음병 방제를 위해 나무 한 주에 감아 나무 속에 유충을 잡는 용도로 사용한다. 시는 이를 나무 두 주에 걸쳐 넓게 둘러 날아다니는 나방을 잡는다. 이 방법은 살충제를 살포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한번 감아놓으면 나방을 지속적으로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계균 과천시 공원농림과장은 “나방 방제뿐만 아니라 알집도 꾸준히 제거해 청계산과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더욱 쾌적하게 등산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하겠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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