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특수」에 가속이 붙는다/「정상회담」이후 한ㆍ소 경제교류전망
◎정부차원 부축… 3년내 교역규모 20억불로/투자협정등 「안전판」 긴요… 명분ㆍ실리 조화를
한소간의 경제협력이 마침내 본궤도에 진입하게 됐다.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역사적인 한소정상회담에서 완전한 수교와 경제,과학,기술분야 등에서의 협력증진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양국 경제관계는 이제까지의 소극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이륙」 단계에 돌입했다.
○대소투자 더 활성화
노ㆍ고르바초프회담을 계기로 한소경제관계는 민간차원의 교류에서 벗어나 정부차원의 새로운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됐고 양국간의 교역과 우리 기업들의 대소투자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산청이 소련과 조속한 시일내에 양국의 민간상사들끼리 체결한 계약을 정부가 승인,정부간 어업협정을 체결키로 하는등 정부차원에서 경협을 뒷받침할 방침이며 소련측도 우리나라에 자국의 첨단기초과학 신기술품목 1백개와 특허품목 25개 등의 기술합작을 공식제의함으로써 과학기술협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 7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국상품전시회에는 16개 참가업체가 전시기간중 약 9백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나 지난 3일 서울에서 폐막된 소련상품전시회 기간중 소련의 참가업체들이 약 3천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실적을 올려 이제까지 대기업위주의 대소교역이 중소기업체들로까지 대폭 확산되고 있다.
이번 한소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간 교역규모는 2∼3년내에 20억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소교역규모는 6억달러로 전년대비 1백6.9%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4월중에도 수출 1억3천7백만달러,수입 1억1천3백만달러 등으로 지난해의 갑절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서 노ㆍ고르바초프회담이 호재로 작용,한소간의 올해 교역규모가 11억달러에 이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게되면 소련은 불과 2∼3년내에 캐나다,영국,프랑스 등을 제치고 미국,일본,독일,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5위 수출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금결제가 걸림돌
정부가 그동안 꾸준하게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여파로 3∼년전부터 한소간의 경제교류가 확대돼 왔으나 실제 교역량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들어 소련의 외환부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소련에 상품을 수출하고도 받지 못하는 대금이 3천만∼4천만달러에 이르러 대소교역상 수출대금의 결제가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련에서는 수입대금의 미상환등 대외신뢰도 저하에 따른 부작용을 정부차원에서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양국간 경협의 장애물이 제거되고 고무적인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노ㆍ고르바초프회담으로 한소양국은 조만간 수교실무교섭과 함께 양국통상장관회담등 공식창구를 통해 양국간 투자보장협정 및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각종 경제협정을 체결,경협에 따른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마음놓고 소련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시베리아 개발사업참여 등 소련자원의 공동개발이 본격 추진될 공산이 크다.
국내 기업의 대소수출은 이제까지의 소비재위주에서 앞으로 전자ㆍ전기제품 및 부품,자동차부품류 등의 수출 비중이 대폭 확대되는 방향으로 수출구조가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소련은 그동안 사회주의경제체제를 유지해 오면서 생필품등 소비재산업이 크게 뒤떨어져 1차적으로는 생필품의 대소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치약ㆍ비누ㆍ고무장갑ㆍ섬유제품ㆍ신발ㆍ금속제양식기 등의 소비재가 소련의 생필품 긴급수입으로 수출이 급증하고 있고 종전까지는 간접교역형태로 이루어지던 VTR등 가전제품 및 전자부품은 올해부터 직교역형태로 전환되면서 본격적인 수출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수출구조도 바뀔 듯
그러나 대소경협에 성급한 기대는 절대금물이며 국내기업들의 소련과의 경제교류는 돌다리도 두드려 가는 식으로 신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대소투자시에는 외국의 실패사례를 참고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5월말까지 소련정부에 등록한 1천7백여건의 합작투자계약가운데 현재 가동중인 것은 80여건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경제적 동물로 불리는 일본이 유독 시베리아진출만은 꺼리고 있는 현실을 냉철히 분석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업체 과당 경쟁 금물
이와 함께 국내 업계가 소련이 새 시장이라고 수출상품값을 제대로 못받거나 덤벙대며 과당경쟁을 벌이는 것은 절대금기라는 지적이다. 경협에 관한한 아쉬운 쪽이 소련이기 때문에 제값받고 상품을 팔고 수입할 때도 국내업체들끼리 서로 싸우는 추태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지리적인 인접성과 양국의 경제구조가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에서 한소경협의 여건이 괜찮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교와 경협이 서로 교환되는 것이 아닌만큼 정상회담이후 경협을 위한 정부차원의 협의는 물론,기존의 민간경협창구를 통한 대소접촉에서 신중하면서도 명분과 실리의 균형있는 조화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