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신문, 지역감정 조장 지나치다
●한국언론재단 영호남·충청권 종합지 1월 보도행태 분석 한국언론재단(이사장 金文元)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영남권 9개,호남권 8개,충청권 4개 등 영·호남 및 충청권의 21개 종합일간지 보도량 및 보도내용 을 분석한 ‘지방신문의 지역관계 보도행태-영남·호남·충청권 신문 심층분석’이라는 보고서를 3일 발표했다.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지방신문이 지나치게 정치지향적이며,지역관계 기사를 배경 설명 없이 스트레이트로 단순하게 처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또 갈등적 성격의 기사가 많고,그 내용도 권역 별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보고서 내용을 간추린다.
지역간 갈등을 다룬 지역관계 기사는 호남권 319건(1개 신문당 평균 39.8건),영남권 296건(〃 32.9건),충청권 94건(〃 23.5건)으로 조사됐다.
또 특정 정치사안을 전후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경찰청장이 전격 경질된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사이에 전체의 13.5%인 96건,야당의 마산 장외집회 계획이 발표된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전체의 19.7%인 113건,25일부터27일까지 3일간전체의 29.5%인 209건이 집중됐다.집중도는 영·호남권 신문 간에 일치하고 있다.
기사는 스트레이트가 60.5%인 429건으로 가장 많고 해설·분석 14.4%(102건),사설 9.0%(64건),만화·만평 7.9%(56건),칼럼·논단 5.4%(38건)의 순이었다.영남권은 스트레이트 비율이 66.9%로 높은 반면 사설(7.8%),칼럼·논단(4.1%),만화·만평(3.0%)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내용을 보면 야당 장외집회에서 나온 지역차별 주장과 그에 따른 여야 공방에 관한 것이 전체의 22.0%인 15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지역차별에 대한 내용과 그 대책을 함께 다룬 기사가 15.2%인 108건을 차지했다.
특정 지역 내 경제지표나 생활환경상의 상대적 취약성을 다룬 기사와 지역감정 해소대책에 관한 기사는 각각 14.1%와 11.3%였다.대기업 빅딜에 따른 유업비어의 전파와 동요 및 그에 대한 반발 등을 다룬 기사는 7.1%였다.
지역관계 기사는 크게 보면 정치적 내용이 79.1%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지역간 교류(6.8%)와 지역경제 및 생활(14.1%)을 합쳐도 20.9%에 불과해비정치적 분야의 지역관계 뉴스는 아주 적다.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과 같은 일반적 분류가 무의미할 정도로 정치중심적일 뿐 아니라 대기업 빅딜과 같은 문제도 정치적 내용과 맞물려 보도됐다.정치적 기사는 영남권에서는 야당의 장외집회와 그에 따른 여야 공방이 31.1%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았다.반면 호남권에서는 장외집회 개최와 관련한 여야 공방에 관한 기사가 12.
9%로 적은 대신 호남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공직자 인사와 관련된 기사가15.0%나 됐다.
지역관계 기사 중에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큰 갈등적 성격의 기사가 52.6%(373건)로 많았다.중립적 기사는 35.0%(248건),화합적 기사는 6.8%(48건),상대적 열등을 지적한 기사는 5.1%(36건)였다.상대적 열등 성격의 기사가 영·호남권과 충청권 주민들의 갈등은 직접 내포하고 있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전국 단위와 비교해 상대적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기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기사의 57.7%가 갈등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국제뉴스에 관한 연구에서 갈등적 기사가 40%선에 머물고 있으며 이같은 비율에 대해서도 많은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내 지방신문의 지역관계 기사에서 갈등적 기사가 50%를 넘는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다.
갈등적 기사는 같은 권역의 신문 간에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지역 언론 사이에 공조성이 높다는 사실은 각 지방에 많은 수의 신문이 존재할당위성을 약화시킨다.현재 “지방신문 시장의 규모에 비추어 볼 때 신문의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 속에서도 많은 수의 신문이 존재의의를 갖는것은 언론의 자유와 사상 및 의견의 다양성 보장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언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호남권 독자의 중앙지 구독률이 58.5%인 데 반해 지방지 구독률은 9.9%에 불과하다.따라서 지방독자들이 다른 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중앙지는 정보원(源) 또는 의제 설정자로서 지방지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월 만화·만평 내용 지역감정 등 지역관련 보도에 있어 만화나 만평이 기사나 사설·칼럼보다더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 한달동안 영·호남권 신문의만화·만평은 장외집회 25건,지역감정 26건 등 모두 51건을 다루었다.호남권 신문이 38건으로 영남권 신문(13건)보다 훨씬 많은 만화·만평을 실었다.
장외집회에 대해 총 21건의 만화·만평을 게재한 호남권 지방신문들은 집회를 비판하는 성격의 만화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특히 李會昌 한나라당총재를 19차례 등장시켜 주요 비판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비해 4건을 게재한 영남권 지방신문들은 장외집회에 대해 상대적으로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지역감정과 관련해서도 호남권 신문들은 모두 17건의 만화·만평을 실었다.
총 9건을 게재한 영남권 신문들은 영남민심 및 지역정서 문제와 여권의 영남민심 잡기에 대한 노력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李鍾洛■1월 사설·칼럼 내용 1월의 지역관계 사설·칼럼 수는 ▒지역감정(유언비어) 37.2%(32건) ▒공직자 인사(경찰총장 경질) 32.6%(28건) ▒장외집회(마산·구미) 16.3%(14건)▒대기업 빅딜(현대전자-LG반도체 대우전자-삼성자동차) 14.0%(12건)였다.
권역별로는 호남권 48.8%(42건),영남권 37.2%(32건),충청권 14.0%(12건)의순이었다.
논조를 보면 “유언비어의 생산자이며,지역감정의 근본 원인 제공자는 바로 정치권이므로 정치개혁을 통해 망국적 지역감정을 타파해야 한다”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영남권에서는 지역정서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 사설·칼럼이 일부 있었으며,호남권에서는 역차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논지가 일부 있어 대조적이었다.
지역감정 관련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는 영남지역보다 오히려 호남지역 신문이 지역감정 관련 사설·칼럼을 더 많이 게재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공직자인사와 관련한 사설·칼럼은 모두 15개 신문에서 28건을 게재했다.사설은 15건,칼럼은 13건이 실렸다.호남권 신문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호남지역 신문이 공직자인사 문제를 더 많이 다룬 이유는 호남출신 경찰청장의 경질과 대통령의 ‘지역편중인사’의 지적에 따른 호남지역의 ‘인사역차별’ 논쟁이 호남지역에서 활발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장외집회와 관련해 지역감정을 논한 신문은 영남권 5건,호남권 6건으로 나타났다.이에비해 충청권 신문들은 장외집회와 관련한 사설이나 칼럼을 전혀게재하지 않았다.
이런 보도행태를 미뤄볼 때 장외집회와 관련,지역감정에 대한 논의는 영남과 호남지역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됐고 이들 두 지역간의 갈등관계가 표출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LG반도체 회사가 있는 충청지역과 삼성자동차와 관련이 있는 영남지역과 달리 지역의 이해관계가 적은 호남지역 신문은 대기업 빅딜과 관련된 사설·칼럼을 전혀 게재하지 않은 점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