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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사냥개와 꽃게/이목희 논설위원

    이전 정치인들은 그래도 풍류가 있었다.4자성어로 정치소신을 밝히고, 정치판을 풍자하곤 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사인여천(事人如天)은 널리 알려진 것이다.4자성어의 대가는 김종필씨. 줄탁동기( 啄同機) 조반역리(造反逆理) 사유무애(思惟無涯) 등 정치권을 빗대는 촌철살인의 말을 다수 남겼다. 가장 세간에 오르내린 4자성어를 내놓은 이는 김재순 전 국회의장. 김영삼 대통령 당선을 위해 불철주야 뛰었으나 재산공개 덫에 걸렸다. 당시 주돈식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의원직 사퇴를 강요받고 남긴 한마디가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사냥이 끝나니 충직한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뜻. 대통령단임제 도입 후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며 토사구팽이 단골로 등장했다. 그제는 한나라당에서 토사구팽 논란이 있었다. 권영세 전 사무총장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사냥개에 비유하면서 복귀 반대를 천명했다. 나아가 꽃게 불필요론을 들고 나왔다. 산 오징어를 소비지까지 생생하게 운반하려면 꽃게를 함께 넣어줘 긴장시켜야 한다는 이방호 전 사무총장의 말을 꼬집은 것이다. 이재오·이방호 옹호론자들은 사냥개가 아직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권 전 총장의 탈당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들이 보면 그들이 그들일 듯싶다. 권력싸움을 하더라도 점잖게 4자성어나 들먹이는 게 그래도 낫다. 직설적으로 사냥개, 꽃게 운운하면서 격조없이 싸우니 더 눈총을 받는다. 김재순씨에 이어 재산공개 여파로 정계를 떠난 이가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었다. 박 전 의장은 한참을 버티다가 물러났다. 나름 억울하다는 생각에 버텼겠지만, 토사구팽보다 멋진 4자성어를 생각하느라고 그랬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당시 박씨가 고심끝에 내놓은 4자성어는 격화소양(隔靴搔痒). 신을 신은 채 가려운 발바닥을 긁어보아야 아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지금 한나라당 인사들이 하는 모양새가 바로 격화소양이다. 경제가 추락하고 민생이 어렵다. 그런 와중에 세다툼이라니…. 국민들의 발바닥이 미치도록 가려운데 무얼 하는 건지.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상대는 사냥개와 꽃게가 아니라 국민이란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어린이 책] 부패·부조리·이기심 맵짜게 풍자

    유머와 기지로 중무장한 우화집 한 권이 멀리 터키에서 날아왔다.‘개가 남긴 한 마디’(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이종균 그림, 푸른숲 펴냄)에는 다양한 세상풍경을 맵짠 풍자정신으로 은유한 우화 15편이 묶였다. 지은이 아지즈 네신은 이미 국내에 엄마팬층을 거느린 인기작가.‘당나귀는 당나귀답게’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은 어린이들이 많다. 이번 책 역시 시대와 국경에 제한되지 않은 보편적 주제들을 동원했다. 부패한 관료, 부조리한 사회구조,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물 군상이 엎치락뒤치락 이야기를 엮는다. 표제작은 탐욕에 눈먼 관료를 조롱하는 우화다.14년 동안이나 함께 살았던 개가 죽자 장례식을 성대히 치러준 남자. 개의 장례는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어서 남자는 재판관 앞에 끌려간다. 큰 벌을 내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재판관을 달랠 길이 없을까. 죽은 개가 재판관 앞으로 금화 500냥을 남겼노라고 얼떨결에 거짓말을 둘러댄다. 그러자 돌연 태도를 바꾼 재판관의 말.“고인이 무슨 말을 더 남겼나요? 제발 하나하나 다 읊어 주시오. 고인의 유언을 모조리 실행합시다.” 이 말고도 이야기들의 주제어는 여럿이다. 어처구니없고 살벌한 정책을 버젓이 추진하는 정치가들, 양치기의 핍박을 견디다 못해 결국 늑대가 돼버린 어린 양, 잘못된 일은 모두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비양심적인 사람들···. 어린이들에게 우화는 주제를 에둘러 넘겨짚는 힘을 키워 준다는 데에 큰 매력이 있다. 터키에서는 1958년 첫 출간된 아동 ‘고전’이다. 초등생.89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일그러진 美정책에 대한 비판

    최근 매스컴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전세계, 그리고 한국의 금융 불안 소식으로 온통 떠들썩하다. 사실 이렇게 피부로 느끼기 전까지 사람들은 시장 만능주의, 주택 거품, 전쟁에 목숨거는 백악관의 행태에 대해 그저 술자리 안주 정도로 이야기를 나눠 왔을 뿐이다. 하지만 주식이 반토막나고 물가가 나날이 오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표정은 달라졌다. 그리고 심각하게 묻고 있다.“지금 미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유나영 옮김, 이후 펴냄)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책이다. 미국의 대표적 좌파 역사학자인 저자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 44편을 묶은 이 에세이집에서 줄곧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과 향방에 대해 비판한다. 대통령 선거 관전평과 결과 분석 등 워싱턴의 중앙 정치를 다룬 1부에서부터 “전 지구적 자본주의는 우리 모두가 인질로 묶인 폭주 기관차다.”라는 선언적 명제를 내세운 5부까지 책 전반을 꿰뚫는 주제는 간명하다.21세기 미국은 로마제국 말기와 같은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국의 ‘생얼굴’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까닭과 그 수혜자들, 인위적인 인종 청소로 내몰린 뉴올리언스의 빈곤과 인종 문제, 자본주의의 책임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북극 빙하·석유 고갈·혹서 같은 자연재해 참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전작 ‘조류 독감’‘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 등에서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들었던 저자는 이 책에서도 깊은 식견과 통찰로 ‘미국의 일그러진 얼굴’을 설득력있게 경고한다. 역자가 “혀가 얼얼해질 정도”라고 칭송한 신랄한 유머와 풍자까지 곁들여져 마치 한편의 따끈한 드라마를 접하듯 술술 읽힌다.1만 8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2008 美 대선] 캐리커처에 담긴 판세

    [2008 美 대선] 캐리커처에 담긴 판세

    “캐리커처 없는 미국 정치는 상상할 수 없다.”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은 15일 유명 정치인의 얼굴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캐리커처’의 마력에 대해 ‘정치적 얼굴’을 폭로하는 데 캐리커처보다 더 좋은 매체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미 정치인들과 그들의 캐리커처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정치인들의 캐리커처는 그 어떤 사진이나 영상보다도 절묘하게 정치인을 그려내는 게 특징이다. 캐리커처는 원래 ‘과장하다’라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됐다. 머리 모양, 제스처, 언변 스타일까지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독특한 개성을 과장하거나 생략함으로써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한다. 캐리커처는 때로 정치적 예언을 한다. 담낭 수술을 받았던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6년 우연히 수술 자국을 노출했다. 수술 상처를 포착한 뉴욕 리뷰의 만화가 데비이드 레빈은 존슨 대통령의 캐리커처에다 수술 상처를 그려 넣었다. 레빈의 캐리커처는 수술 자국을 묘사한 걸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존슨 대통령의 수술 상처를 베트남 지도 모양으로 묘사했고 존슨 대통령은 1968년 베트남 확전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재선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미 대선 구도가 종반전으로 치달으면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왼쪽) 공화당 후보의 캐리커처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 후보의 캐리커처는 가늘고 길쭉한 얼굴과 옆으로 돌출된 큰 귀가 특징이다. 반면 존 매케인 후보는 얼굴을 가득 채운 주름에 지나치게 과장된 볼살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뉴욕 옵서버는 1면에다 두 후보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옵서버는 유명한 TV 드라마 ‘스타트렉’을 패러디해 두 후보를 그렸다.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승기를 잡은 오바마는 차분하고 명철한 대원으로 나오는 미스터 스포크로, 매케인은 다혈질적인 커크 선장으로 묘사됐다. 제목은 “논리적으로 행동하세요 선장님!” 미 CBS와 뉴욕타임스가 10~13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53%의 지지율을 기록해 39%의 지지율을 얻은 매케인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 65명이 공개적으로 오바마 지지를 선언해 매케인과 공화당을 궁지로 몰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분노작렬’ 대통령에 던지는 질문, 장미란이 해라?

    “왜 물대포는 파란색인가요? 온국민을 한나라당 당원으로 만들려는 건가요?” “조만간 제2의 IMF가 닥칠 것 같네요.엔을 사둘까요∼ 달러를 사둘까요?” “귀하가 이용하셨던 업소 중에 서비스가 가장 괜찮았던 곳은 어디였나요? ①막 문닫는 장안동 ②부산(어청수 동생네) ③양재동 영일빌딩 ④코리아나호텔” “님의 배후는 보기 중 몇번인가용? ①뉴라이타 ②딴나라당 ③쪼쭝똥 ④오사까 ⑤뿌시뿌시 ⑥하늘에만 계시는 님” “아직도 못생긴 마사지걸이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런데 왜 못생긴 대통령은 서비스가 안 좋은 건지?” KBS는 오는 9일 밤 10시에 100분간 1TV를 통해 생방송될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 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질문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접수하고 있다. 3일 현재 5000여개가 등록된 네티즌들의 질문 가운데는 기지가 넘치거나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청와대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작성된 게시글은 글을 쓴 사람과 제작진만이 열람할 수 있어 일부 네티즌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제목은 모든 사람들이 제한없이 읽을 수 있어 눈치 빠른 네티즌들은 질문 제목을 통해 정치풍자의 재능을 맘껏 뽐내고 있다. 네티즌들의 질문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 토로와 비난 일색이어서 ‘넷심’이 현 정권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음을 간파할 수 있다. “현 경제 상황과 약속한 주가지수 3000의 실패에 어떠한 대책을 가지고 계시고,책임소재를 어떻게 (설명)하실 것인지가 궁금합니다.”와 같은 진지한 질문도 없지 않다. 하지만 “강만수랑 사귀는것 아닙니까?”,“소망교회+한나라당 지지자+경상도+뉴라이트+MB팬클럽만 국민ㅋ”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더욱 악화된 경제 상황과 인사난맥상을 꼬집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밤10시에 방송 한다면서요? 님(닉을 몰라서…)은 ‘얼리버드’라 일찍 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질문1.노무현 대통령님이 정말 컴터 고장 내고 갔나요??”,“여기서 말 잘못하면 모니터에서 물 뿜어져 나오나요? 물대포 막 쏜다던데….” 등 네티즌들이 대통령에게 던지는 재기발랄한 질문에 게시판을 열람한 네티즌들은 “웃다가 화내다가를 계속 연발하고 있다.”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초청 패널에 장미란 선수를 추가 출연시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송 제작진이 적절하지 않다고 거부하자 청와대측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유명인사·개그맨·연예인·올림픽 스타’를 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부 검토한 뒤 장미란 선수를 언급했지만 KBS 쪽에서 부담스러워해 ‘KBS 뜻대로 하라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통령과의 토크쇼 프로그램은 제작만 KBS가 하고,KBS를 포함해 MBC SBS YTN MBN도 같은 시각 동시 생중계를 하기로 해 전파낭비란 지적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은 정은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고 유창선 정치평론가(정치분야)·엄길청 경기대 교수(경제분야)·이숙이 시사IN 기자(사회분야) 등 3명의 전문가패널,100명의 국민패널이 참석해 진행될 예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佛, 달라이 라마 열풍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정치인들이 파리를 방문하고 있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려고 경쟁하듯 나서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달라이 라마와 만남을 피했다고 비판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연히 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인데, 일간 리베라시옹 등 현지 언론들은 약간 풍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와의 회동에는 주로 좌파 성향의 인사들이 적극성을 보인다. 선두 주자는 지난해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이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낭트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회동에는 사회당 소속의 장마르크 에로 시장도 동석할 것으로 알려진다. 낭트는 티베트 사태 당시 중국에 항의하는 뜻으로 시청에 티베트 깃발을 게양한 곳이다. 라마 야드 인권 담당장관도 15일 오전 TV에 출연,“달라이 라마와 만나고 싶어 그의 측근과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도 “20일 낭트에서 달라이 라마와 만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두 장관 모두 좌파 성향의 인사로 사르코지 대통령의 좌우를 아우르는 ‘개방 인사’로 입각했다. 달라이 라마 열풍은 앞서 13일 상원에서도 나타났다. 프랑스 의원들은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취재 카메라를 의식한 듯 달라이 라마 주위에 몰려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vielee@seoul.co.kr
  • 용왕은 청황제·토끼는 조선백성?

    용왕은 청황제·토끼는 조선백성?

    ‘수궁은 조선을 짓누르던 청나라이고, 산 속은 부패한 조선의 계급사회이다. 용왕은 청나라 황제로 백약을 마다하고 산 속 토끼의 간, 즉 조선 백성의 목숨을 약으로 달라는 것이다.’ 국립창극단이 새달 2∼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가족창극 ‘토끼, 용궁에 가다’는 그동안의 ‘수궁가’와는 달리 토끼를 재치 있으면서도 정의롭게 표현한다. 연출을 맡은 류기형 민족예술단 우금치 대표는 “가장 나약하고 겁 많은 짐승인 토끼는 이리저리 뺏기고 당하고 산 민초들의 상징”이라면서 “그런 토끼가 영특한 꾀로 수궁의 용왕을 희롱하니 원작은 통렬한 정치세태 풍자극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이 작품은 세태 풍자로 내용을 엮어가면서도, 사설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고 익살을 곁들여 어렵게 생각하는 판소리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무대 위에 50석 남짓한 ‘용궁석’을 따로 마련했다. 김형철과 남해웅이 자라, 나윤영과 서정금이 토끼 역을 맡았다. 평일 오후 7시30분, 수·토요일은 오후 3시와 7시30분, 일요일은 오후 3시.2만∼5만원.(02)2280-4294.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예수 모욕?…기독교 풍자 그림 러서 논란

    예수 모욕?…기독교 풍자 그림 러서 논란

    미키마우스 얼굴을 하고 제자들에게 설교하는 예수… 러시아에서 보수교회에 반대하는 ’적대적 기독교’ (christianity-offensive)전시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곳은 모스크바에 위치한 안드레 사카로브 박물관. 박물관 관장 유리 사모두로브는 프랑스 24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교회가 정부와 손잡고 러시아 사회의 지배 권력이 되려한다.”며 “적대적 기독교 전시회는 이를 저지하려는 일종의 시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그림들은 지배세력화 되고있는 보수교회에 대한 풍자”라며 “러시아 정부는 현대미술의 풍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곳 안드레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공간”이라며 “금지된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과 NGO단체들을 돕는 차원에서 전시를 개최한 것”이라고 전했다. 안드레 사카로브 박물관은 지난 2003년에도 ‘조심해, 종교야’(Careful Religion)라는 전시회를 열어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러시아 법원이 기독교 모욕에 대한 책임을 예술가가 아닌 박물관에 부여했기 때문. 유리 관장은 “이번이 두 번째이기 때문에 철창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도 내가 러시아 예술에서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France 24에 소개된 반 기독교 전시 그림들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지아 기자 skybabe8@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세태 꼬집는 연극, 관객은 즐겁다

    세태 꼬집는 연극, 관객은 즐겁다

    “조 앞에 쪼매난 식당이 보이지요? 조기가 이명박 대통령께서 얼마 전에 해장국을 드신 식당입니다. 쇠고기 선지가 아주 일품인기라예.” 뉴스 멘트나 정오 라디오 프로그램의 콩트가 아니다. 요즘 대학로 공연 무대에서 주고받는 대사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 대기업의 비자금 의혹 등 최근 시사 이슈들이 공연계 도마에 올랐다. ●美 쇠고기·비자금의혹…시사에 빠져드는 무대 연극 ‘돌아온 엄사장’(8월3일까지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 극장)의 첫 장면. 울릉도 유람선 안에서 가이드 성효는 관광객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선지국을 드신 식당’을 선전한다. 극 끝에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구호 중 하나였던 “쥐새끼를 때려잡자.”는 대사도 등장한다. 내용은 다르지만 미묘한 뉘앙스는 관객들 사이에 암묵적인 공감대를 안기며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또 포항 시장선거에 출마한 엄 사장은 일갈한다.“나 방통대 수료했는데 선거벽보에 방통대라고 썼다고 학력 위조했다고…. 내가 거 졸업했다고 쓴 것도 아니다.”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학력위조 파문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연극 ‘도덕적 도둑’(9월7일까지·대학로 허밍스아트홀)은 단박에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국회의원 집에 숨어든 도둑이 TV를 켜자 이런 뉴스가 흘러나온다.“팔성 그룹의 비자금 구입의혹 미술품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수돗물’이 지난달 미국 뉴욕으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별검사팀은 어제 신소영 동미갤러리 대표가…” 199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다리오 포의 희극을 각색한 이 작품은 비도덕적인 권력층과 이를 묵인하는 세태를 꼬집는 풍자극.‘도덕적 도둑’의 배우들은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연습시간마다 정치, 경제 등 시사공부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최신 시사는 배우들에게 애드리브로 적극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헤드윅 콘서트’ 무대. 존 카메론 미첼은 우스꽝스런 행동을 한 자신을 가리키며 “미친소.”라 외쳐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살해 용의자를 찾는 뮤지컬 ‘쉬어매드니스’(오픈런·대학로 예술마당)는 공연 때마다 최근 이슈를 반영한다. 용의자로 추궁받는 미용사 토니는 형사에게 이렇게 항변한다.“내가 뭐하러 미용실 가위로 죽였겠어요. 차라리 미국산 쇠고기로 곰탕을 끓여 죽이든가 하지.” ●권위주의 현실…관객은 카타르시스에 빠져 관객들의 반향은 크다.‘쉬어매드니스’의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의 관계자는 “공개된 자리에서 요즘 세태를 짚어내다 보니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호응도 크고 더 쉽게 극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평론가 정성희씨는 “갑갑하고 억압적인 요즘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이런 형식을 요구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풍자극의 본질에 맞는 진지한 문제의식 없이 ‘인용’ 수준에서 그친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연극평론가 김명화씨는 “70∼80년대 마당극이나 제도권 연극의 경우처럼 연극은 예전부터 반골정신을 지녀 왔다.”며 “공연은 살아있는 현장을 반영하며 동시대 관객들과 교감해 왔지만 공연의 주제나 형식과 상관없이 일회성 즐거움만 주려하면 작품을 깎아 먹을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웹 2.0세대의 달라진 시위문화

    KBS 1TV ‘문화지대’는 13일 오후 11시30분 어느 때보다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보다 시의성 있고 깊이 있는 내용을 준비했다. 먼저 연속기획 ‘도시의 미래, 디자인’을 이날 처음 선보인다. 제1편 ‘한국, 도시 디자인 열풍에 빠지다’는 지난해 10월 세계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서울이 올 9월 디자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노력들을 살펴본다. 전국의 다른 지자체들 역시 디자인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간판과 거리를 정비하는 등 최근 일고 있는 공공디자인 열풍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두 번째 코너 ‘웹 2.0 세대, 시위 문화를 바꾸다’는 한 달 넘게 전국의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촛불시위 현장을 들여다본다. 촛불시위는 과거의 시위와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들에서부터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들, 배낭을 메고 나온 가족들까지 참여자들은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다. 또 마치 축제를 즐기듯 즉석 공연을 벌이거나 각자의 휴대폰, 노트북, 카메라 등으로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정치적 선동이 빠진 자리에는 자발성 넘치는 패러디와 풍자가 들어차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크게 변모하고 있는 시위 문화의 의미를 분석한다. 세 번째 코너는 ‘함성호의 수작-자연예술가, 임동식’편.1981년 ‘자연에 나를 던진다.’는 뜻의 ‘야투’라는 미술운동그룹을 결성하기도 한 임동식은 자연을 향한 경외감, 인간 본연에 대한 향수 등을 작품으로 표현해온 작가. 자연과 인간, 예술을 하나의 수평적 관계로 바라보는 작가를 시인 함성호가 만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특별기고-‘6·10촛불집회’에 부쳐] 대통령은 성의껏 들어라/한상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한국 정치는 왜 이리도 험난한 대결의 연속인가. 6·10 항쟁 21주년을 맞이하여 많은 시민들은 이제 막 출범한 정권이 빠져드는 거대한 소용돌이와 위기의 끝이 어디인지 놀라움과 불안 속에 지켜보고 있다. 과거에 그랬듯이, 공권력과 시민의 대치 과정에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감정이 더욱 격화되어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난국을 수습하고 국론을 통합하는 탁월한 능력의 정치적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현 집권세력에는 큰 재앙이 아닐 수 없고 국민에게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전망이 흐린 이유는 문제를 최종 해결해야 할 대통령 자신이 이번 쇠고기 파동과 그 이후 상황전개의 정점에 있다는 점이다. 국민적 불신과 저항의 칼날이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집권초기에 이런 위기를 자초한 정부는 그동안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여러 원인이 있지만 나는 제도정치와 시민사회의 증가하는 균열에 주목하고 싶다. 민주화 20년,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많은 금기와 성역들이 무너졌고 세계 최첨단의 인터넷 문화가 꽃을 피우면서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회문화의 급격한 변동은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와 거리응원에서 모습을 드러낸 후 오늘의 촛불시위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정치의 행태는 아직도 고루하고 낡은 습속에 빠져 있다. 이른바 ‘실용’을 내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이번 쇠고기 파동을 낡은 이념의 잣대로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 문제는 진보·보수를 넘어서는 문제다. 위험사회에 직면하여 시민들이 이끄는 새로운 생명정치의 현장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소중한 잠재력을 보지 못한 채 낡은 이념의 틀로 덧칠을 하려다 과거에는 상대를 좌파로 몰아 이득을 보았지만 이번에는 낭패를 당했다. 시민들이 유머와 풍자로 정부를 비웃고 있기 때문이다. 배후 세력을 거론하는 것도 과거 공안정치의 유물에 가까운 것이다. 진정한 실용정부라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실용을 내걸면서도 지난 10년을 ‘좌파’ 정부로 낙인찍어 모든 것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고자 했다. 여기에 모순과 단견이 있으며 치밀한 준비 없이 이념적으로 너무 빨리 질주하다가 많은 분야에서 빨간등이 켜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되돌아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소통의 어려움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좋은 정책을 가지고도 소통에 실패하여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언론과의 갈등이 작용했다. 그러나 자신의 개혁의지가 옳고 선하며 정의롭다는 집권층의 신념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선과 악을 나누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강하면 소통은 장애에 부딪친다. 이명박 정부는 어떠한가. 과거의 정부는 언론권력의 대명사로 거론되던 신문들과 대결하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했다면, 오늘의 정부는 아예 이들 신문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보다가 민심을 수습하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재빨리 간취해야 할 신문의 안테나가 이토록 무뎌진 것은 이명박 정부에 불행한 일이다. 이들이 정부를 난관에서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치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통을 위해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대화하는 것이다. 대화의 핵심은 상대의 말을 성의껏 듣는 것이다. 그래서 공통분모가 발견되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 난관이 해소되고 신뢰와 소통의 새로운 정치가 시작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대통령이 이 길을 열어야 한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 친숙한 캐릭터+순수미술…만화도 예술!

    친숙한 캐릭터+순수미술…만화도 예술!

    “어? 만화도 예술이네!” 새삼 이런 감탄사를 자아내게 할 덩치 큰 전시가 한창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2008 크로스컬처-만화와 미술전’에는 만화의 성찬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만화를 그저 만화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복적 미술의 한 코드로 그것을 십분 활용한 기지가 곳곳에서 번득이고 있다. 29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제목에서 엿보이듯 만화와 순수미술이 연대를 모색한다. 참여작가는 모두 26명. 이들이 내놓은 150여점의 작품들을 일별하면 현대미술 속에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만화 이미지가 얼마나 많이 차용돼 왔는지를 눈치채게 된다. 전시의 묵직한 함의를 떠나 일단 감상이 즐겁다. 친숙한 만화 캐릭터들을 통해 드러나는 메시지는 십중팔구 세태풍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해지는 작품들이 태반이다. 작가 성태진은 30∼40대에게 추억의 만화 주인공으로 남은 ‘로보트 태권브이’를 동원했다. 그의 목판부조 작품에서 태권브이의 얼굴로 양복을 입고 서있는 사나이는 그러나 가만히 뜯어보면 맨발의 초라한 실업자이다. 태권브이를 주인공으로 바꿔 뭉크의 ‘절규’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현대인의 소통부재를 패러디한 작품 ‘절교Ⅱ’도 흥미롭다. 현실이 힘겨워지면서 한때 동심을 자극했던 만화 주인공들도 기력이 예전같지 않다. 현태준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톰은 소시민으로 전락한 영웅을 웅변했다. 왕년의 날렵함은 온데간데없이 하루하루 힘겹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나약한 도시인의 면모 그 자체이다. 회화, 판화, 만화, 설치 등 장르의 제한도 없다.‘우주소년 아톰’은 작가 김을의 자화상으로 들어왔다. 작가의 주름진 얼굴로 환치된 ‘우주화가 김을’은 속절없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미키마우스가 권력과 정치에 대한 날선 비판정신을 보여주는 장치가 됐는가 하면,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는 꿈과 희망의 주인공이 아니라 왜곡된 현실의 표상으로 둔갑했다.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등을 외눈박이로 그린 김두진의 작품 앞에선 원작만화의 달콤한 낭만은 철저히 차단된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명품 옷을 걸치고 나와 너도 나도 명품족이 된 세태를 통박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다.‘재미있는 체험교실’에 참여하고 싶다면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를 참고하면 된다.(02)580-1279.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문화마당] 사월혁명에 생각나는 대중가요/이동순 시인·영남대 국문학 교수

    [문화마당] 사월혁명에 생각나는 대중가요/이동순 시인·영남대 국문학 교수

    사월혁명이 나던 해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대구의 2·28을 도화선으로 해서 마산을 거쳐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던 사월혁명. 이후 나는 사리분별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외쳤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그들이 뿌렸던 깨끗하고 순결한 피의 의미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차츰 알게 되었다. 4·19를 겪으며 문단이 정신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오히려 대중문화의 첨단이라 할 수 있는 가요계에서 놀라운 작품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가수 남인수가 취입한 음반 ‘사월의 깃발’은 지금 들어도 놀랍다. 당시 학생들이 뿌렸던 혈흔을 강하게 연상시키려는 듯 음반의 상표를 붉은 빛깔로 처리하였다.SP음반으로 발매된 이 음반을 들어보면 마치 씩씩하고 격렬한 분위기의 행진곡을 듣는 듯하다. 사월의 깃발이여 잊지 못할 그 날이여/ 하늘이 무너져라 외치던 민주주권/ 그 주권 찾은 날에 그대들은 가셨나니/ 임자 없는 책가방을 가슴에 고이 안고/ 눈물 눈물 눈물 속에 어린 넋을 잠재우리 손인호가 불렀던 ‘남원 땅에 잠들었네’도 사월혁명을 다룬 특별한 노래이다.3월15일 선거 당일에는 마산에서 학생들이 데모를 벌였고, 자유당의 작태를 목격한 시민들도 선거포기선언을 한 민주당 당사 주변에 모여 “협잡선거 물리치자.”라고 외치면서 학생 데모에 합류하였다. 경찰과 자유당 정권은 이를 무자비하게 탄압하여 많은 사상자와 행방불명자가 속출하였다. 흉흉한 풍문은 마산시민들을 극도로 흥분시켰다.4월11일, 그동안 행방불명이 된 마산상고생 김주열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무참하게 살해된 시체로 바다에서 발견되었다. 전국의 학생과 국민들의 흥분은 극에 달하였다. 가요 ‘남원 땅에 잠들었네’는 이러한 역사적 경과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사월혁명을 다룬 가요가 썩 드문 현실 속에서 이런 작품의 출현은 놀라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가수 손인호의 거의 절규에 가까운 창법과 호소력이 느껴지는 애절한 분위기로 이 노래는 취입되었다. 대개 구체적 사건이나 실명을 다룬 노래들은 그리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거나 유행을 타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노래 또한 앞의 ‘사월의 깃발’과 마찬가지로 가요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대중적 유행을 탔건 못 탔건 간에 우리가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당대의 삶을 얼마나 어떻게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진지한 삶을 살아갔던가 여부를 추적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가요는 때로 민중의 갈망이나 당대 정치현실을 은근한 풍자와 암시의 수법으로 담아서 구체적 내용을 반영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손인호가 불렀던 ‘비나리는 호남선’과 박재홍이 불렀던 ‘유정천리’의 경우가 바로 그 표본이 아닌가 한다.‘비나리는 호남선’은 1956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발매된 작품으로 대중들은 1960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세 중 세상을 떠났던 해공 신익희 선생의 정치적 불운을 담아서 추모곡으로 노래가사를 바꾸어 불렀다. 가련다 떠나련다 해공 선생 뒤를 따라/ 장면 박사 홀로 두고 조 박사도 떠나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당선 길은 몇 구비냐/ 자유당에 꽃이 피네 민주당에 비가 오네 오늘의 우리 가요들은 이런 역사와 정신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가? ‘4월학생혁명기념탑’ 앞에 서서 나는 돌덩어리에 새겨진 다음 구절을 큰 소리로 읽어본다.‘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되살아 피어나리라.’ 이동순 시인·영남대 국문학 교수
  • [총선 D-12] 각당 표밭갈이 스케치

    [총선 D-12] 각당 표밭갈이 스케치

    18대 국회의원을 뽑는 4·9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한나라당·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등 주요 정당은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일제히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돌풍의 주역’이 될 만한 스타급 정치인의 지원 유세가 뒷받침되지 않는 데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정책 공약까지 뚜렷하게 제시된 게 없어 대다수 정당 후보들이 선거전 초반 표심 잡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여야 모두 공천 내홍을 겪으면서 무소속 출마가 잇따라 적과 동지를 구분할 수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합민주당 개성 경협직원 철수 이슈화도 수도권에서 이번 4·9 총선의 사활을 걸고 있는 통합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새벽 0시 서울 동대문의 한 쇼핑몰 야외공연장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민주당 상임 선대위원장인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막고 건강한 민주주의, 건강한 사회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견제론을 내세웠다. 첫 지원 유세를 마친 손 대표는 자신의 출마 지역구인 서울 종로로 달려갔다. 이어 다시 당으로 돌아와 선거대책회의에 참석, 선거전략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견제론’과 함께 정책적으로는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총선 핵심 쟁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한나라당 김택기 전 의원의 금품살포 사건은 민주당에 예상치 못한 호재가 됐다. 손 대표는 “차떼기 망령이 사라지기도 전에 돈선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나라당에 일격을 가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한나라당 돈다발살포사건진상조사단’을 구성키로 했다. 개성공단 남측요원 철수 요구도 지지세력의 결집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의 섣부른 실용논리가 민족적 대사를 그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의 뒤 손 대표는 다시 지역구 표밭 다지기에 들어갔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전국을 누볐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지도부의 모습이다. 손 대표의 자리는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이 채웠다. 강 위원장은 오전 서울 종로 동묘역 구민회관 앞에서 가진 손 대표의 ‘출근 인사’에 동참한 뒤 서울 성동을과 서대문갑 선거구를 찾아 각각 임종석, 우상호 의원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경제 살리라고 뽑았지 형님 모시고 정권을 주물러 공천전쟁 일으키고 나라를 농간하라고 뽑지 않았다.”면서 “행복한 삶을 위해 제1야당 통합민주당을 여러분의 힘으로 키워주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한나라당 지도부 대전서 ‘昌의 반칙’ 맹공 한나라당 지도부는 27일 첫 유세지로 총선 최대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충청권을 찾아 ‘중원(中原)’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대전시당 강당에서 열린 첫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선진당과 이회창 총재에게 맹공을 퍼부으며 ‘자유선진당 바람’ 차단에 주력했다. 안상수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은 “선진당이 몇 석을 얻는다 하더라도 국회의원 몇 명 가지고 국회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군소정당의 한계를 부각시켰다. 정진석 충남도당 공동선대위원장도 “이 총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스토킹을 중단하라.”며 “박 전 대표는 누구처럼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반칙을 일삼고 분열주의의 중심에 서는 정치지도자가 아니다.”라고 이 총재를 비꼬았다. 선대위회의를 마치고 충남 공주·연기를 찾은 강재섭 대표도 ‘선진당 힘빼기’에 동참했다. 강 대표는 “시시하고 힘없는 야당으로는 지역 현안 사업인 행복도시의 추진이 어렵다.”며 “선거 때만 반짝하고 나온 자유선진당은 거대한 국책사업을 추진할 힘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힘이 없어 작은 정부 실현도 이루지 못했다.”며 “여러분이 뽑아준 이명박 머슴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국에 새끼 머슴들을 절반 이상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충청 기세우기’ 발언도 잇따랐다. 공주 산성시장 유세에서 강 대표는 “충청도도 제대로 된 중심·주류 세력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충남 공주·연기에 2명의 국회의원을 바친다.”고 역설했다.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8번을 받은 정진석(공주·연기) 의원과 이 지역 출마자 오병주 후보자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이어 “강창희 최고위원이 이번에 당선되면 6선의원”이라며 “그러면 그분이 한나라당 최고 다선 의원이 되고 국회의장이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친박 연대 비례대표 공천 논란속 한나라에 화살 친박연대는 27일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잡음 속에서 4·9총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서청원 대표는 함승희(서울 노원갑), 박성희(경기 부천 원미을)·박원용(안양 동안갑) 후보 지역을 돌며 맹렬하게 지원유세에 나섰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를 비난한 것과 관련, 서 대표는 “자기들이 잘못하고는 박 전 대표를 공격하는 것이 후안무치하다.”고 쏘아붙였다. 부산에서는 친박 무소속 연대인 김무성(남구을), 유기준(서구), 유재중(수영구), 이진복(동래구), 강동훈(진갑) 후보가 합동 출정식을 가졌다.5명은 모두 기호 7번을 받았다. 친박연대 일부 당직자들은 이날 비례대표 1번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 출신인 양정례(30·여)씨를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서 대표 측근들을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선정자들은 활동을 오래 했던 분들로 엄격히 심사했다.”고 해명했다. 울산 남갑에서는 친박연대 이수만 후보가 등록 하루 만에 가족들이 만류한다며 사퇴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민노·진보신당 비정규직 해결 다짐… ‘돈다발’ 맹공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생 야당·진보 야당’을 선포하며 선거운동 첫날을 맞았다. 천영세 대표는 27일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중인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 2주 만에 코스콤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고 비판하면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서울 중앙대에서 “등록금 상한제와 국가책임후불제로 등록금을 150만원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고, 동작을에 출마하는 김지희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섰다. 오후에는 강세 지역인 울산 북구를 방문해 이영희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진보신당은 심상정·노회찬 공동상임대표 등 지도부와 당 관계자들이 참석해 노 공동상임대표의 출마지역인 서울 노원구 마들역에서 총선 승리 선포식을 가졌다. 심 공동상임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대선공약 뒷감당을 위해 희생당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며, 바로 이 대한민국의 총선 전략이 대운하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선포식에선 한나라당 김택기 후보의 ‘돈다발’ 살포 사건을 풍자한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당 지도부는 29일엔 심 공동상임대표가 출마하는 경기 고양 덕양갑에서 집중 지원유세를 갖는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자유선진당 “충청기반 미래세력 될 것” 바람몰이 자유선진당은 선거운동 첫날 정치적 텃밭인 충청권에서 바람몰이에 나섰다. 자유선진당은 간판인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 이용희 공동선대위원장이 자신들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선거운동과 지원유세에 나섰다. 비례대표 후보인 조순형 공동선대위원장은 서울에 머물며 신은경(중구)·강삼재(양천갑)후보를 지원했다. 자유선진당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충청권에 머물며 세 확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회창 총재는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예산·홍성에서 “충청도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미래를 열어가는 주도세력이 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충청권의 맹주가 되겠다는 자유선진당의 목표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국회 들어가 1등 국회의원이 되겠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심 대표와 함께 충남에 머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상대로 확실한 수성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심 대표도 지역구인 충남 공주·연기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이 총재와 함께 충남 사수에 나섰다.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 민주당과 함께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충북에서 보은·옥천·영동에 출마한 이 공동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각 후보들이 거리유세에 나서며 표심잡기에 들어갔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9) 찰스 호히 아일랜드 前 총리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9) 찰스 호히 아일랜드 前 총리

    |더블린(아일랜드) 김태균특파원| 아일랜드는 ‘경제 기적(奇蹟)’이란 게 무엇인지 현실에서 보여준 살아있는 표본이다.‘서유럽의 병자(Sick Man)에서 켈틱 타이거(Celtic Tiger·켈트의 호랑이)로’,‘후진 농업국에서 선진 지식강국으로’ 등 다양한 변화의 수사(修辭)가 아일랜드에 따라붙는 이유다. 기적의 중심에 1987년부터 92년까지 총리(티샤흐)를 지냈던 찰스 호히(Charles Haughey)가 있다. 호히는 87년 3월 전체 의석의 과반이 안되는 ‘여소야대(與小野大)’로 3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했다.‘피나 폴(공화당)’의 당수로 이미 79∼82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냈던 그는 당시 경제파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업률 17%의 ‘만신창이 경제´ 경제는 만신창이였다. 직전 해인 86년 실업률은 17%나 됐고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80년대 연 평균 국가 총 파업일수는 36만여일(개별공장 파업의 총합)이나 됐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를 넘어서 정부는 예산의 35%를 이자 갚는 데 쏟아부었다.73년 가입한 유럽경제공동체(EEC) 회원국들은 아일랜드를 EEC의 지진아로 여기고 있었다. 호히는 재정 건전화와 사회안정,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외국자본 유치 등을 경제회생의 실천목표로 잡았다. “국가재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공공서비스가 약화돼도 어쩔 수 없다.” 무자비할 정도의 정부예산 삭감이 시작됐다. 교육·농업·사회복지가 초긴축 재정의 1차 타깃이었다. 공무원 수와 그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정부지출을 억제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이를 통해 저금리를 유도함으로써 기업환경과 해외자본 유입을 활성화하자는 생각이었다. 그해 10월에는 노조, 기업, 농업 등 각계 대표들을 한 자리에 불렀다. 정부가 세금을 내릴 테니 기업은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해 경제회생에 동참하라고 설득했다. 산고 끝에 첫 번째 사회연대협약인 ‘국가재건프로그램(PNR)’에 합의가 이뤄졌다.3년간 임금인상률 2.5% 이내 제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외자 유치로 내부 성장동력 확충 호히는 동시에 더블린의 부두가(도크랜드)에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해외 금융자본 유치를 통해 내부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뜻이었다. 과거 제조업체에 한해서만 10%의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던 해외자본 유치 인센티브를 IFSC에 입주하는 외국 금융기관에도 적용했다.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 현재 IFSC에는 시티그룹, 코메르츠방크,ABN암로,JP모건, 메릴린치 등 전 세계 450개 금융기관이 들어와 1만명이 일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촉진법 제정, 외국자본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 외환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도 만들어갔다. ●작년 GDP 5만8883달러… 영국 압도 이런 노력 덕에 지난 20년간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GDP 증가율은 86년 0.4%에서 88년 3.0%,90년 7.7%로 급격하게 안정을 찾았다.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외자유치 효과가 본격화하고 지식산업의 성장이 가속화하면서 95년 9.6%,97년 11.5%,99년 10.7%로 성장률이 더욱 뛰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발표기준 아일랜드의 1인당 명목 GDP는 5만 8883달러로 800년간 식민통치를 했던 영국(4만 5301달러)을 압도했다. 유럽에서 아일랜드보다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뿐이다. 과거 호히와 함께 근무했던 조지 쇼 총리실 경제정책국장은 “호히의 업적은 외자유치, 규제완화 등 미래를 내다본 정책에도 있지만 더욱 큰 것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람들을 경제회생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도록 인도하고 조정해 간 특유의 추진력과 카리스마”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국민 모두가 함께 일군 경제회생 |더블린 김태균특파원|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면 우리(야당)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지 않겠다. 또 올바른 정책이라면 우리가 다시 집권해도 이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해 3월에 집권한 찰스 호히의 ‘피나 폴(공화당)’이 경제개혁 방안을 하나 둘 내놓고 있던 1987년 9월2일,‘피나 게일(민주연합당)’의 당수 알란 듀크스는 더블린 남부 탈라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이른바 ‘탈라 선언’.1922년 ‘아일랜드 내전’(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북아일랜드 처리 문제를 놓고 아일랜드인끼리 벌인 전쟁)에서 맞붙은 이후 계속된 양측간 극심한 대립이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는 호히의 선제적 유화책도 중요한 이유가 됐다. 호히는 자기가 총리가 되기 직전 집권당이었던 피나 게일의 정책들을 대부분 이어받았다. 야당시절 반대했던 정책들조차 일부 실행에 옮겼다. 해묵은 정쟁은 경제파탄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호히가 경제 최우선 정책의 돛을 올렸어도 야당과 기업·노조·농민 등의 호응이라는 순풍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적은 없었을지 모른다. 특히 야당의 도움은 결정적이었다. 여당이 공공지출 삭감과 임금인상 억제 등 인기없는 정책을 펼 때 이를 정권탈환에 이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여당을 도왔다. 이때 수립된 전통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됨으로써 아일랜드 경제에 대한 안팎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3년에 한번씩 사회연대협약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노·사·정이 보여준 양보와 합의의 미덕도 귀한 밑거름이 됐다. 임금인상·근로조건 등을 둘러싼 노·사 이견으로 사회연대 시스템 자체가 깨질 뻔한 상황이 여러번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며 정부의 중재를 수용해 원만한 타결을 지었다. 존 던 아일랜드 상공회의소장은 “사회연대협약은 여당과 야당, 기업과 노조 등 개별주체들이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windsea@seoul.co.kr ■ 찰스 호히는 누구? |더블린 김태균특파원|찰스 호히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자국에서는 ‘지난 반세기 가장 강력한 아일랜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호히를 논할 때면 항상 ‘카리스마(charisma)’와 ‘논쟁적(controversial)’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정계의 거목으로 선진국 진입의 길목을 열었다는 평가 못지 않게 검은 돈과 여성편력 등 부정적 이미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호히는 1925년 아일랜드 북부의 낙후된 지역 캐슬바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회계학과 법학을 공부한 그는 51년 유력 정치인 숀 레마스(59∼66년 총리 역임)의 사위가 되면서 정치와 연을 맺었다.57년 33세 나이로 더블린에서 의원이 된 뒤 92년 정계를 떠날 때까지 총리만 3차례(79∼81년,82년,87∼92년) 지냈고 법무장관(61∼64년), 농업장관(64∼66년), 재무장관(66∼70), 보건·사회복지장관(77∼79년)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의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세번째 총리 재임 때였지만 이 기간은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날들이었다. 그동안 누적됐던 각종 스캔들이 한꺼번에 분출됐기 때문이다. 호히는 재계 인사들과 오랫동안 청탁과 뇌물의 고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출처가 모호한 돈으로 대저택에 살면서 밤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화려한 사교생활을 했다. 여러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도 잇따라 폭로됐다. 풍자만화가들은 호히를 딸기코의 알코올 중독자나 호색한으로 자주 묘사했다. 91년에는 10년 전 언론인 도청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정부각료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면서 호히는 92년 2월 불명예스럽게 정계를 떠났다.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지만, 그들은 모르네. 더 이상은 그만…” 호히는 마지막 의회 연설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 나오는 주인공 오셀로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했다. 호히는 2006년 6월13일 80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일랜드 정부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러주었다. windsea@seoul.co.kr
  • 한국계 코미디언 중동서 인기

    ‘악의 축(Axis of Evil)’.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중동에서 활약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코미디언 정원호(23)씨가 속한 ‘스탠드-업 코미디’팀의 이름이다. 정씨는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요르단에서 교육을 받아 아랍어와 영어에 능통하다. 한국어는 자기소개와 인사말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원래 악의 축 팀은 미국을 주무대로 활약했던 3인조 정치 풍자 스탠드-업 코미디 팀이었다.‘악의 축’은 2002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와 이란, 북한 등 이른바 미국이 정한 ‘테러국가’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 팀은 이집트, 이란, 팔레스타인계 등 중동계 미국인 3명으로 구성돼 미국 순회공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악의 축 ‘멤버’ 중 북한이 빠져 ‘2%’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북한 사람을 찾던 이 팀은 중동 순회공연을 앞두고 사우디 국영방송 mbc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하던 정씨를 2개월 전에 영입했다. 정씨는 “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정치적 풍자가 가득한 코미디”라며 “중동과 다른 지역 사람들의 인식의 간극을 메우고 ‘아랍인=테러’라는 편견을 깨뜨리며 아랍사람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게 쇼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중동에서 테러와 폭탄, 부시 대통령 등 정치적 소재를 희화화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정씨는 악의 축의 일원으로 지난해 말 두바이를 비롯, 레바논 베이루트, 이집트 카이로 등 중동을 돌며 관객 2만명을 동원, 흥행에도 성공했다. 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그는 “아랍인이 낯선 한국에도 아랍인의 이미지가 폭력적이라고 잘못 전달되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말했다.두바이 연합뉴스
  • 올해의 사자성어 ‘自欺欺人’

    2007년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선정됐다.‘자기기인’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주자의 어록을 집대성한 책 ‘주자어류’(朱子語類)와 각종 불경(佛經)에 등장한다. 교수신문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전국 국·사립대 교수회 회장 등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기기인’이 뽑혔다고 23일 밝혔다. 교수신문은 설문조사를 위해 성균관대 안대회(한문학) 교수 등 7명의 학자로부터 사자성어를 2개씩 추천받았으며, 이중 5개를 추려내 설문을 실시했다. 자기기인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 또는 도덕 불감증 세태를 풍자하거나 망언(妄言)을 경계하는 성어로 널리 쓰인다. 주자는 ‘주자어류’에서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짓이 심해진 것이다.’고 했다. 불서 ‘법원주림’(法苑珠林)에서는 ‘망언하는 자는 자신을 속이고 또한 남을 속인다. 망언하는 자는 선한 근본이 없어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길을 잃는다.’고 했다. 안 교수는 “자기기인은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라면서 “지난 1년 내내 한국사회를 뒤흔든 학력위조, 논문표절, 정치인과 대기업의 도덕 불감증 등도 분수를 모르는 탐욕에서 기인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안 교수와 함께 사자성어를 추천한 성환갑 중앙대 교수는 “자신이 믿지 않는 말로 남을 속인다기보다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자기기인’의 세태를 비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토요영화]프라이머리 컬러스

    ●프라이머리 컬러스(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 유명 인권운동가를 할아버지로 둔 잭 스탠튼(존 트래볼타)은 야망 넘치는 미국 남부 주지사다. 조부의 기질을 타고난 덕분에 정치적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그의 곁에는 아내이자 조력자인 수전(에마 톰슨)이 있다. 이렇게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지만, 백악관 주인을 장담하기엔 아직 지지도가 그다지 높지 못하다. 이에 잭은 보좌진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정치가도에 뛰어든다. 경쟁 후보들끼리 치열한 선거전이 시작되고, 후보들은 서로의 과거와 최근 행적들을 들추어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 잭의 치명적인 사생활도 낱낱이 까발려진다. 그런 와중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당내 최고 유력후보였던 해리스가 라디오 방송 중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하차하게 된 것. 이를 대신할 사람으로 피커(래리 해그먼)가 떠오르는데, 그는 해리스에 대한 동정표까지 얻으며 파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잭이 정치생명까지 위협받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전과의 관계마저 위태로워지나, 수전은 이내 남편의 방패막이 되어 그를 옹호하려 애쓴다. 잭의 보좌진들도 곧 피커에 관한 추문을 알아내 반전을 노린다. ‘프라이머리 컬러스’(Primary Colors)는 언뜻 빌 클린턴과 힐러리를 떠올리게 한다. 원작소설은 1996년 2월 익명으로 발표됐다. 저자는 뉴스위크 기자였던 조 클라인으로,1992년 대통령 예비 선거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1998년 소설이 영화화될 무렵, 공교롭게도 당시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연일 빌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을 보도하고 있었다. 덕분에 언론의 주목을 받은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그러나, 보다 적나라하게 스캔들의 메커니즘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졸업’‘워킹 걸’‘너 어느 별에서 왔니?’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언제나 미국사회의 단면을 그려왔던 마이클 니콜스 감독은 이 작품에서 정치풍자물에 대한 감각을 자랑했다.2000년대 들어 ‘위트’‘클로저’ 등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최근 톰 행크스 주연의 ‘찰리 윌슨의 전쟁’으로 변함없는 연출력을 발휘한 그가 앞으로는 또 어떤 세계를 펼칠지 주목된다.12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5년만에 돌아온 늘근도둑이야기

    5년만에 돌아온 늘근도둑이야기

    “이분들은 영화에서 조연이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늘 주연이었죠. 제가 무임승차하는 겁니다.”(김지훈) “제가 ‘700만 배우’ 아닙니까. 감독이 걸음마 수준이니 안아줘야죠. 하하”(박철민) “감독님 전화 받고 고민 없이 한다고 했습니다. 영화의 인연이 연극 무대로 그대로 이어진 거죠.”(박원상) 지난 여름 충무로를 뜨겁게 달군 세 남자가 대학로에 떴다. 영화 ‘화려한 휴가’로 700만 관객을 끌어모은 김지훈(36) 감독과 이 영화에서 코믹 조연 ‘인봉’과 ‘용대’로 나와 관객을 울리고 웃겼던 박철민(40)·박원상(37). 이들이 ‘연극열전2’의 두 번째 작품 ‘늘근도둑 이야기’로 다시 손을 맞잡았다. 프로그래머로 나선 배우 조재현으로부터 “무조건 해야 돼.”라는 말을 듣고 김지훈 감독은 연극계 최고 흥행작 가운데 하나로 재미있게 봤던 ‘늘근도둑’을 즉각 떠올렸다. 캐스팅 고민이 있을 리 없었다.700만 흥행작의 감독은 연극 무대 첫 데뷔를 위한 든든한 ‘언덕’을 이미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연극 ‘밥’을 보고 반한 이후 무한 신뢰를 쏟고 있는 노련한 배우이자 애교 많은 형인 박철민은 2003년에 이어 다시 한번 ‘덜 늙은 도둑’으로 무대에 선다. 옆에 앉은 박원상이 “이번엔 아예 날로 드시고 계시죠.”농담을 하자 “예. 저 회 좋아합니다.”라고 받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더 늙은 도둑’이 될 박원상은 또 어떤가. 수많은 영화에 얼굴을 내민 그는 극단 ‘차이무’ 소속 단원으로 이번 연극의 원작자 겸 연출가 이상우가 아끼는 배우.‘늘근도둑’의 무대에는 처음이지만 스태프로 여러 차례 발을 담가온 베테랑이다. 김 감독의 “무임승차”라는 말이 두 배우를 향한 괜한 공치사가 아니다. 연극계 흥행작 가운데 하나를 골랐는데 부담감은 없을까. 게다가 세 사람을 보는 관객의 눈높이도 예전과 같지 않을테니 말이다.“익숙한 작품이라는 게 어쩌면 장애가 될 수 있죠. 새롭게 해야 된다는 강박증을 느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큰 틀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2003년의 웃음과 2008년의 웃음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박원상) “작품에 대한 허락을 받기 위해 이상우 선생님과 등산을 했는데 ‘마음껏 해체해 보라.’는 말씀을 들었죠. 하지만 이 작품은 워낙 탄탄해서 어설프게 손 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퓨전 음식이 웬만해선 맛있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김지훈) ‘늘근도둑’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명성을 얻었다. 할 말 못하던 시대, 비루한 인생을 사는 두 명의 도둑이 지체 높은 권력자들을 ‘까고 또 까면’ 관객들의 묵은 체증은 시원하게 풀렸다. 김지훈 감독은 “지금은 말 못 할게 없지 않나. 그래서 요즘 그렇게 했다가는 도리어 교조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풍자의 날카로움보다는 행복의 날카로움을 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강도가 칼을 들면 흉기가 되지만 요리사에게 칼을 주면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나오지 않습니까.(두 사람을 가리키며)여기 솜씨 좋은 주방장들이 있으니 (연극의)맛이 제대로 나오지 않겠어요?” 김 감독의 말에 박철민이 “으흠∼. 그럼, 그럼”하면서 나이 든 면장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하는 대로 다 받아주고 쪽쪽 빨아들이는 스폰지 같은 사이”라는 세 사람의 이구동성은 “행복하다.”이다.“여행, 등산을 가거나 할 때는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서 갈 수 있지만 일에서는 그렇게 못하잖아요. 그런데 동생이지만 친구 같고 형 같은 지훈이, 원상이와 함께 작업하니까 이번 크리스마스는 한결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박철민은 또한 이 연극은 자신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며 꽉 찬 객석을 상상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빙그레 웃었다. 99년 연극 ‘왜 변학도는 향단이에게 삐삐를 쳤나’로 첫 호흡을 맞추며 “인생의 스승”이 된 박철민으로부터 “밥 먹듯 술 먹고 날 밤 새우는 걸 배웠다.”는 박원상도 “개인적으로 내년의 시작을 연극으로 하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졌다. 연극은 놀이인데 두 달 동안 재미있게 놀거리가 생겼다.”며 흐뭇해한다. 늘 꿈 속에서 자신이 만든 연극의 관객이 되었던 김지훈 감독은 이제 곧 현실로 다가올 순간을 결혼식에 비유했다.“선 자리에서 살짝 본 신부의 모습이 어떻게 얼마나 예뻐졌는지 온전히 볼 수 있는 결혼식장에 가는 기분이랄까요?(웃음)” 4년 만에 시즌2를 선보이는 ‘연극열전’은 ‘연예인 열전’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스타 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향후 상승한 기대치를 어떻게 채우겠냐며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라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지훈 감독이 “연극판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초반 배우의 힘은 중요하다. 스타를 연극과 관객을 연결하는 소통의 다리로 봐줬으면 한다.”고 하자 박원상도 “배우는 연극을 좀더 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도구다. 행복을 느낀 관객이라면 열전이 끝나도 무대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마디 보탠다. “배우들과 함께 호흡해 나가는 법을 새롭게 배워 ‘익사이팅하고 판타스틱하다.’”는 김 감독은 앞으로 연극을 또 올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떤 작품에 욕심이 가냐고 묻자 “가족 행복을 주제로 한 창작극을 한번 해보고 싶다.”며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는다. 옆에 두 배우의 한 목소리가 이어진다.“감독들에겐 아직 연극과 영화 사이의 경계가 남아 있습니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연극으로, 말하자면 거꾸로 온 최초의 사람이죠. 이제 그로 인해 물꼬가 트였으면 합니다.” 세 사람의 우정과 의리로 빚어지는 ‘늘근도둑 이야기’는 내년 1월4일부터 3월9일까지 서울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에서 공연된다.(02)766-6007.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늘근 도둑’ 이 무슨 말 하기에 - 부패 권력 풍자 ‘통쾌’ 도둑의 어눌한 변명과 그 속에 담긴 부패한 권력자를 향한 뼈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작품이다. 도둑의 어눌한 변명과 그 속에 담긴 부패한 권력자를 향한 뼈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회 ‘짬밥’보다 형무소 ‘콩밥’ 먹은 그릇 수가 더 많은 늙수그레한 도둑 2명이 주인공. 초파일 특사로 풀려나오지만 제 버릇 개 못 주고 지체 높은 ‘그분’의 음습한 미술관으로 들어가는데, 값비싼 그림을 몰라보고 금고만을 찾아 우왕좌왕하다 결국 경찰서로 다시 잡혀간다.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행위를 꼬치꼬치 캐묻는 수사관에게 둘러대는 이들의 어눌한 변명과 그 속에 담긴 부패한 권력자를 향한 뼈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작품이다. 코미디 연극의 기치를 내걸고 원작자 이상우와 여균동 감독, 배우 문성근이 주축이 돼 창단한 ‘차이무’가 선보인 첫 코미디. 1989년 6공정권 때 초연된 이래 문민정부 시절인 1996년 명계남·박광정·유오성,1997년 정은표·박진영·이대연이 출연해 권위주의의 잔재를 꼬집었고,2003년 다시 한번 연극화됐다. 당시 참여정부 출범이라는 정치 상황 속에 무대에 오른 명계남과 박철민은 현란한 애드리브로 다시 한번 세상사를 비틀었다. 시대도 달라졌고 하니 이번에는 사회·정치에 대한 일차원적인 풍자에서 벗어나 좀더 인간적인 이야기를 부각시킬 태세다. 19년 전 나왔는데 신통하게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공교롭게도 배경이 ‘미술관’으로 요즘과 딱 맞아떨어진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책꽂이]

    ●고향 하늘 아래 노란꽃(류전윈 지음, 김재영 옮김, 황매 펴냄) ‘핸드폰’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작가 류전윈(劉震雲)의 데뷔작. 쑨원의 신해혁명부터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중국 정치권력의 변동 과정을 풍자한 소설.1만 2000원.●한달 후 일년 후(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 펴냄) ‘슬픔이여 안녕’으로 유명한 프랑스 여성 작가의 소설.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여주인공 조제가 좋아한 책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각자 애인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을 가슴에 품는 아홉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본질과 인생의 덧없음을 그렸다.9000원.●절벽(장석주 지음, 세계사 펴냄)시와 소설, 산문과 평론의 경계를 넘나들며 글을 써온 시인의 13번째 시집.‘그믐밤이다, 소쩍새가 운다.’‘작약 꽃대가 두 뼘 넘게 올라왔다.’‘산 자들이 내는 울음소리가 풍년이었다.’등 56편이 실렸다. 살아 있는 것들의 ‘죽음을 인식한 삶’과 관련된 시어가 자주 등장하는 점이 특징.6000원.●자전거 소년기(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권영주 옮김, 비채 펴냄) 자전거를 매개로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소년의 삶을 그린 청춘 성장소설. 스포츠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도쿄로 올라온 18세 소년 쇼헤이의 인생 여정을 그렸다.“실연, 좌절, 눈물 따윈 자전거 타고 언덕을 올라가듯 넘어가버리는 거야”라는 메시지가 울림을 남긴다.9500원.●가타부츠(사와무라 린 지음, 김소영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평범한 일상 속에 선과 악, 사랑, 양심 등의 문제를 다룬 단편 모음집.‘주머니 속의 캥거루’ ‘무언의 전화 저편’ 등의 글이 실렸다. 제목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 착실하고 품행이 바른 사람이라는 뜻.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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