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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백 검룡소에서 두물머리까지’…130㎞ 남한강 도보 순례 마친 與염태영

    ‘태백 검룡소에서 두물머리까지’…130㎞ 남한강 도보 순례 마친 與염태영

    “강과 유역공동체를 지키는 일은 우리 삶을 지키는 일이다. 국립 강 공원을 추진하겠다.” 강원 태백 검룡소에서 경기 양평 두물머리까지 7박 8일 동안 약 130㎞를 걷는 ‘남한강 도보 생명순례’를 마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내년에도 우리 강 도보순례는 계속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염 의원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강은 국립공원 지정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바다, 산, 문화재와 마찬가지로 강도 국립공원에 포함될 수 있게 법 개정 추진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염 의원은 지난 21일 남한강 발원지인 태백 검룡소를 출발해 28일 북한강과 만나는 양평 두물머리에 도착하는 도보 순례단의 공동 단장을 맡았다. 정치권에선 우원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박정·김영진·박지혜·강득구 의원과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등이 참석해 남한강의 생태와 역사·문화적 가치를 살폈다. 순례 기간, 남한강의 자연성 회복과 강문화 활성화를 위한 현장 논의도 이어졌다. 강원 영월에서는 남한강 국립공원 간담회를 열어 국립 강공원 지정의 가치와 필요성을 논의했고, 충북 충주에서는 충주댐 현장 설명회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 물관리와 남한강 유역의 지속 가능한 활용 방안을 살폈다. 경기 여주에서는 ‘걷기여행길기본법 정책간담회’를 열어 법 제정 추진 경과와 전국 걷기여행길 운영 현장의 제도 개선 요구사항을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강 도보 순례는 2005년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섬진강을 시작으로 금강·한강·낙동강·영산강까지 이어간 5대 강 도보순례의 맥을 잇는 행사다. 12년 간 중단됐던 순례는 지난해 염 의원이 이어받아 임진강에서 다시 시작됐다. 염 의원은 지난 28일 해단식에서 “남한강을 지나며 현대사의 모든 굴곡을 함께 경험했다”며 “그 환경을 미래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강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충주댐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 천하람 “사퇴 만류에도 ‘이준석 충격요법’…독자노선 좌절 없다”

    천하람 “사퇴 만류에도 ‘이준석 충격요법’…독자노선 좌절 없다”

    “이준석은 개혁신당 최고의 정치인”“경기남부벨트 갈등설은 사실 아냐”“잘 소통해 리더십 공백 해소할 것”개혁신당, 차기 전당대회 모드로 이준석 전 대표의 2선 후퇴로 위기감이 고조된 개혁신당의 천하람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31일 “개혁신당은 현재 원내에 유일한 제3지대 정당이자 정치 개혁의 상징”이라며 “개혁을 위한 도전이 이대로 좌절하지 않고 다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지와 기대를 거두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최근 당 안팎의 어지러운 사정으로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들께 깊은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개혁신당의 진로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계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의 ‘테러 자작극’에 대해선 “저희는 당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국민들께서 납득하실 만한 깊은 성찰과 대책을 내놓지도 못했다”고 인정했다. 천 원내대표는 “위기의 순간에서 이준석 대표는 당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고민하고 여러 쇄신 방안을 제안했다”며 “더 치열하게 쇄신을 위해 논의하고, 절박하게 노력하지 못한 책임, 그리고 위기 속에서 당을 유연하게 수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을 깊이 반성한다”고도 했다. 천 원내대표는 또 “소위 경기 남부를 둘러싼 갈등은 없었다”며 “이 부분이 아주 본격적으로 논의되거나 공식적인 쇄신안으로 당내에서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었다. 이준석 대표께서 일정 부분 아이디어 차원에서 언급하긴 했지만 이게 구성원들 사이에서 충분한 소통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합류설, 더불어민주당 입당설 등 여러 뒷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개혁신당에서 합당을 추진하거나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개혁신당은 창당해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치를 때마다 계속 합당설, 단일화설이 셀 수도 없이 수백 번, 수천 번 나왔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길을 걸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개혁신당의 독자노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와의 불화설에 대해선 “이준석은 개혁신당 최고의 정치인”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차기 지도부가 이 전 대표와 잘 상의해서 당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사퇴 만류에 대해선 “만류했던 것은 맞다”며 “다만 본인이 당에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 이후로도 소통하고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당헌·당규가 정한 절차에 따라 차분하고 침착하게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리더십 공백과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당의 질서와 체계를 신속하게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 [성낙인 칼럼] 극단적 분열 정치는 안 된다

    [성낙인 칼럼] 극단적 분열 정치는 안 된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단적 분열을 끌어들인다. 이 와중에 정치지도자의 위기는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로마 황제보다 더 강력하기에 ‘선출된 군주’(elected monarch)로 일컫는 미국 대통령도 그리 존경받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치게 거칠고 변동이 심해서 갈피를 잡기 어렵다. 그런데 세계 경제 수도인 뉴욕시장에 2025년 약관 34세의 민주사회주의자 만다니가 등장했다. 우간다 태생인 그는 민주당 안에서도 가장 좌파적이다. 보건·의료·식품·교통·주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민의 일상에 공공정책을 접목한다.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가장 자유주의적인 미국에서 사회주의적 정책을 구현한다. 준재벌 트럼프와 아프리카 이민자의 후손인 만다니는 서로 접점을 찾기 어렵다. 차기 대통령선거 진출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민주주의의 고향이라는 영국은 총리가 지난 10년간 6번이나 교체되어 정치 불안정이 계속된다. 역대 최장수 국왕인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후 왕실의 권위도 예전만 못하다. 백색 인종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1980년생 인도계 수낙 총리는 2년 만에 사임했고, 후임 스타머 총리도 2년 만에 물러났다. 2026년 노동당 출신의 버넘이 제81대 총리로 취임했다. 31세에 하원의원으로 입성한 이후 맨체스터 시장을 거쳐 총리가 된 그는 노동당 출신답게 진보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에 전통의 보수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프랑스는 드골의 ‘위대한 프랑스’라는 구호 아래 의원내각제의 병폐를 시정하고자 1958년 제5공화국이 탄생하였다. 2000년 헌법개정으로 5년 중임의 대통령직선제를 채택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집권 정당이 소수파로 전락해 의회 불신임에 따라 잦은 총리 교체로 정권이 불안정하다. 파리시장은 뉴욕시장이나 서울시장처럼 야당이 계속 장악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라인강의 기적을 통해 1989년 흡수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독일도 숄츠 총리가 별다른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에 따른 에너지 파동으로 경제적 불안정에 허덕이고 있다. 20세기 말 러시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인민민주주의는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공산주의 종주국 러시아는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인민민주주의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우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의 정치적 불안정과 최고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위기는 자유민주주의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현대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대한민국 또한 정치적 리더십의 위기에 봉착한다.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두 번이나 탄핵으로 파면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장기 집권의 폐해를 시정하려는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에 10년 주기로 대선 때마다 정권이 교체된다. 그만큼 정치지도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징표다. 게다가 대통령 임기 중 실시되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동시 지방선거에서 여야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와 같은 정치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불안정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밑자락을 깔아 준다. 미국에서 마가(MAGA)로 상징되는 가장 보수적인 대통령과 그에 적대적인 가장 진보적인 뉴욕시장이 공존하는 현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프랑스도 온건 보수와 중도 진보 사이에 이어지던 정권교체가 최근에는 2차례에 걸쳐 진보 후보는 사라지고 극우파가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그나마 그동안 작동하던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의 경쟁 틀이 깨져 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극단주의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의 거친 행태가 자칫 극단 세력에게 밑자락을 깔아 주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합리적인 보수와 진보가 경쟁해야 국가의 안정을 구축할 수 있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
  • 부의 집중·패권 충돌·극단 정치… 1920년대가 보내온 ‘경고’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부의 집중·패권 충돌·극단 정치… 1920년대가 보내온 ‘경고’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미중 패권경쟁, 100년전과 닮은꼴‘군함·석유’ 대신 ‘반도체·AI’로 맞서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위기 불러극단주의·문화 충돌 ‘반작용’까지대공황·세계대전 필연적 역사 아냐‘불안한 번영’의 경고 외면한 대가중산층 경제·다자주의 질서 재정립‘자유주의 복원’으로 파국 막아야역사가 필요한 시대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과 노동시장의 지형을 재편하며 화이트칼라 일자리마저 위협하고, 무역과 기술을 넘어 군사와 이념의 영역으로 확산되는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대상으로 부상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극우 정당과 포퓰리즘 세력이 주류 정치로 복귀하는 반면 미국 Z세대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과 기술 권력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이는 변화들이 이제는 하나의 시대적 위기 속에서 얽히며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느 것이 결과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책 하나, 정치인 한 명을 탓하는 진단으로는 이 복잡한 국면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흐름의 끝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적 극단화, 패권 충돌이라는 낯설지 않은 궤적이 어른거린다. 낯선 시대를 이해하려면 먼저 닮은 시대를 찾아야 한다. 미래는 반복되지 않지만 구조는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이해하는 데 특히 유용한 시대적 나침반이 바로 1920년대다. ●美서 주목한 1910년대론·1930년대론 현재 미국 학계는 1920년대보다 1910년대와 1930년대에 더 주목한다. 예일대 교수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지금을 1차 세계대전 전야에 견준다. 강대국의 세력균형이 흔들리고 민족주의와 경제적·인종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다. 그는 지금의 다극화가 1914년 이전의 불안정한 세력균형과 닮았다고 본다. 존스홉킨스대 교수 할 브랜즈는 대공황과 파시즘이 부상한 1930년대를 지목한다. 그는 중국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지금을 그 도전이 본격화되는 국면으로 읽는다. 두 견해는 서로 다른 시대를 호출하지만 국제질서의 불안정을 강대국 간 힘의 이동과 수정주의 세력의 도전에서 찾는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국제정치라는 단일 축만으로는 불평등과 독점, 금융 불안정, 문화적 충돌 같은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위기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브랜즈의 1930년대론은 파시즘의 부상을 강조하지만 그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공황이라는 경제위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국제정치학은 강대국 간 힘의 재편을 설명하는 정교한 이론을 갖추고 있지만 자본주의 내부의 균열을 분석하는 축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 빠진 축을 채워 줄 역사적 참조점이 1920년대다. 미국에서 1920년대는 흔히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로 불린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 시대를 ‘재즈 시대(Jazz Age)’라고 명명하고 대중화했다. 유럽도 비슷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그린 파리와 드라마 ‘바빌론 베를린’이 재현한 베를린에서는 예술과 대중문화가 도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쟁 뒤 경제적 번영과 대량소비가 확산되고 도시문화는 새로운 해방감을 누렸다. 그러나 그 화려함 아래에서는 국제질서의 재편과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의 패권이 저물고 미국의 힘이 부상했지만 권력의 이양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워싱턴 해군군축조약과 국제연맹이 상징하듯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힘의 재배분은 진행 중이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되고도 국제연맹 가입을 거부하며 패권국으로서의 책임을 주저했다. 지금의 미중 경쟁 역시 기존 패권국의 우위가 흔들리지만 신흥국이 기존 질서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과도기라는 점에서 닮았다. 1920년대 군함과 석유를 둘러싼 경쟁의 자리에는 오늘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와 배터리가 놓여 있다.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유사성도 뚜렷하다. 미국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920년대 말 다시 1차 세계대전 이전의 18~19% 수준에 이르렀다. 포드의 대량생산 체제 아래 ‘모델 T’가 대중 자동차로 자리잡으면서 소수의 거대 기업이 다수의 소비를 조직하는 산업 구조가 확립됐다. 할부 구매와 신용을 동원한 주식 투자가 확대됐고 과도한 부채와 투기는 금융 붕괴의 파괴력을 증폭시켰다. 피츠제럴드의 1925년작 ‘위대한 개츠비’가 화려함 아래 감춰진 공허를 그렸다면, ‘바빌론 베를린’은 그 이면의 정치를 보여 준다. 1929년 베를린의 재즈클럽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동안 거리에서는 공산주의자와 극우 세력이 충돌했다. 미국에서도 재즈 시대의 열기는 이민 배척주의, KKK의 재부흥, 적색공포와 나란히 존재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로 모습을 드러낸 극우 세력도 전쟁의 상처와 경제 불안, 불평등, 민족주의가 결합하며 성장했다. 지금도 플랫폼과 AI 붐을 이끄는 빅테크 기업의 천문학적 기업가치와 부의 집중은 1920년대를 연상시킨다. 동시에 예술과 문화는 인간의 정체성과 새로운 생활양식을 둘러싼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주의가 중산층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문화적 진보주의가 이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공동체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의 극우 정당 약진과 미국의 포퓰리즘 부상 속에서 인종과 이민, 젠더와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두 번의 전환이 겹친 시대 1920년대와 지금의 유사성을 관통하는 첫 번째 개념은 ‘패권전이’다. 강대국 간 힘의 배분이 재편될 때 기존 패권국은 쇠퇴하고 신흥국은 부상한다. 어느 쪽도 질서를 온전히 주도하지 못하는 과도기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두 시기는 모두 미완의 전환 국면에 서 있다. 국제질서에 패권전이가 있다면 자본주의 내부에도 정치와 경제의 국면 전환이 존재한다.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의 정치순환론은 1920년대가 미국 정치의 어떤 국면이었는지를 보여 주고, 피터 터친의 구조인구학 이론은 그 국면에 축적된 불평등과 엘리트 경쟁이 어떻게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다. 역사학자 슐레진저는 미국 정치가 ‘공적 목적’과 ‘사적 이익’ 사이를 한 세대 안팎의 주기로 오간다고 보았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1920년대는 진보주의 시대의 개혁이 후퇴하고 방임과 사적 이익이 지배한 국면이었다. 그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가 대공황을 거치며 뉴딜이라는 새로운 공적 목적을 불러냈다. 터친이 ‘종말의 시대(End Times)’에서 제시한 구조인구학 이론(Structural-Demographic Theory)으로 보면, 1920년대 미국은 기존 질서의 균열이 정치적 불안과 폭력으로 분출한 전환기였다. 진화생물학자 출신으로 역사동역학을 연구해 온 터친에 따르면 대중의 생활수준이 정체되는 가운데 엘리트 지망자가 늘어나고 한정된 지위와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면 사회의 구조적 압력도 높아진다. 두 이론을 함께 읽으면 지금의 불안은 구조적 패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국제정치체제의 패권전이와 자본주의체제의 국면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며 임계점에 가까워지던 시대가 1920년대였다. 지금 그 두 전환이 다시 겹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1920년대가 주는 시대적 교훈 1920년대가 주는 진짜 교훈은 파국이 예정된 운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무솔리니의 1922년 로마 진군과 히틀러의 1923년 뮌헨 폭동은 파시즘의 부상을 알렸지만 아직 독재의 완성은 아니었다. 무솔리니의 일당독재는 1926년에야 확립됐고 히틀러의 뮌헨 폭동은 실패로 끝났다. 파시즘의 부상과 독재의 완성 사이에는 경로를 바꿀 시간이 있었다. 대공황도 필연은 아니었다. 1929년 주식시장 폭락으로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미국의 긴축적 대응은 경기침체를 악화시켰다. 이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높이면서 위기는 세계적 대공황으로 확산됐다. 세계대전의 발발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1938년 뮌헨협정에서 히틀러를 저지하는 대신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 병합을 허용했다. 그러나 유화정책은 전쟁을 막지 못했고, 히틀러는 이듬해 체코슬로바키아를 해체한 뒤 폴란드를 침공했다. 1930년대의 파국은 경고가 없어서가 아니라 경고를 거듭 외면하고 대응을 미룬 결과였다. 2020년대가 1920년대와 닮았다면 이 역사는 예언이 아니라 파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미리 바꾸라는 경고다. 현재와 같은 혼란 속에서 완성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자유주의의 복원이다. 국내 정치에서는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의 제도와 규범을 지켜야 한다. 경제에서는 자유주의를 시장방임과 동일시하지 않고 부의 집중을 완화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 사회적 이동성을 뒷받침하는 중산층 경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 국제 정치에서는 강대국의 일방주의와 충돌을 완충할 국제기구의 조정 기능과 중견국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적 자유, 중산층 경제, 다자주의 국제질서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자유주의 질서다. 개츠비가 밤마다 바라보던 초록빛은 희망인 동시에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신기루였다. 1920년대의 사람들은 그 불빛을 좇느라 발밑에서 커지던 균열을 보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초록빛을 좇는 일이 아니다. 이미 도착한 역사의 경고 신호를 읽고 파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바꾸는 일이다. 1920년대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도 바로 그곳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법무 김승원·재경 이형일… 2년차 중폭개각 ‘승부수’

    법무 김승원·재경 이형일… 2년차 중폭개각 ‘승부수’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을 지명하는 등 6명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경제 부처 장관은 내부 승진으로 채웠고 범여권 의원들이 장관과 청와대 수석으로 발탁됐다. 지지율 약세 중에 인적 쇄신으로 분위기 전환을 하되 기존 국정 기조를 크게 바꾸진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6명의 장관 후보자 등 인선을 발표했다. 김 후보자 외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형일 재경부 1차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지명됐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홍지선 국토부 2차관, 공석이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재선의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재선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다. 이 대통령은 또 공석이었던 AI미래기획수석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에는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을,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는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을 각각 내정했다. 대통령 정무특보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위촉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개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사의가 지난주 수용되면서 개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일각에선 법무부와 중기부 등 소규모 개각에 그칠 것이란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의 국정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6명의 장관을 일시 교체하는 중폭 개각이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장관 교체 규모는 전체 정부 부처 19곳 가운데 약 3분의1에 해당한다. 이번 개각은 공석인 곳을 제외하면 중요 개혁 작업이 이뤄지던 부처의 수장들을 교체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최근 국정 지지율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동산 세제를 담당한 재경부, 부동산 공급을 주도하는 국토부 장관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또 3군 사관학교 통합 작업이 한창 추진 중인 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교체됐다. 다만 이 같은 인적 교체가 국정 기조의 변화로 해석될 여지는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재경부와 국토부 장관은 차관을 승진시킨 만큼 정책 일관성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의 책임을 물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청와대 3실장은 모두 유임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개각으로) 지지율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은 별로 없다”며 “어쨌든 이제 내부 혁신과 쇄신, 신발 끈 묶는 것을 한번 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개각 배경을 설명했다. 기본소득당과 혁신당 등 범여권 인사들을 두루 기용한 점도 눈에 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우리가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며 “왼쪽을 더 함께 품고 가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대거 열리게 되면서 여야 대치는 더욱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개각으로 정기국회에서는 개혁 입법과 800조원이 넘는 예산안 처리 외에 6건의 청문회까지 진행된다. 6명의 후보자 가운데 현역 의원이 3명이라 청문회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이번 개각을 “민심과 정반대로 가는 좌클릭·방탄 대리인 개각”이라고 혹평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대적 인적쇄신을 통한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해 온 야당으로서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집권 2년 차 국정기조는 오직 ‘공소취소’임을 확인한 ‘국정테러 개각’”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부적격 후보들은 반드시 걸러 내겠다고도 경고했다.
  • [데스크 시각] 트럼프의 ‘반공’, 윤석열의 종북세력

    [데스크 시각] 트럼프의 ‘반공’, 윤석열의 종북세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조지아주 애틀랜타 고등학교 유세에서 민주당을 향해 “그들은 단순한 좌파나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니라 하드코어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불과 일주일 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연설에서는 “공산주의 위협이 역사상 미국에 가해진 진주만 공습이나 9·11테러보다 더 큰 단일 최대 위협”이라며 내부의 적을 먼저 소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1950년대도 아닌 2026년 미국 한복판에서 공산주의의 부활이라니. 트럼프가 꺼낸 것은 실재하는 정적이 아니라 미국인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냉전의 유령이었다. 공산주의 망령의 소환은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났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평소 입버릇처럼 외쳤던 반국가·종북 세력의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에 투입돼 헌법기관을 무력화하려던 시도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그의 주장이 안보 위협 때문이었는지, 정치적 수세를 벗어나기 위함이었는지는 이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재판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이처럼 권력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적을 불러내 비상한 조치를 정당화한다.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지적했듯, 대중을 통제하려는 권력에게 적의 실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적이 존재한다’는 서사의 영향력만이 관건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 트럼프의 이런 주장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사회주의로 몰아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결국 트럼프의 ‘공산주의자’도, 12·3의 ‘반국가세력’도 분단의 트라우마와 냉전의 기억이라는 익숙한 재료를 빌려와 위협을 극대화한 결과물이다. 두 사례는 겉으로는 국가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뒤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는 점도 소름 끼치게 닮았다. 12·3 당일 계엄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운 조치가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것이다. 트럼프는 더 노골적이다. 공산주의로부터 미국을 지키겠다면서 정작 대내적으로는 정부가 시장가격과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국가 자본주의적 행보를 서슴지 않는다. 자국 기업 인텔에는 반도체 보조금을 정부 지분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했다. 동맹국과 다른 나라를 향해서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그의 관세 정책에 위법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과 며칠 만에 다른 법 조항을 근거로 10% 관세를 강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트럼프를 ‘계획경제주의 총사령관’으로 명명하며 전통적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이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 모델을 모방하고 있다고 꼬집은 이유다. 물론 두 사례의 결말이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계엄 선포로부터 채 다섯 달이 지나기도 전에 대통령을 전격 파면했다. 국회와 사법부 그리고 한겨울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증명해 보였다. 반면 8월 말 미국은 아직 그 결말을 알 수 없는 안갯속 정국 한가운데에 있다. 카를 마르크스는 일찍이 정치적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싸움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 역사적 투쟁의 언어와 상징을 빌려와 무대에 올린다고 통찰했다. 공교롭게도 오늘날 공산주의라는 유령을 다시 무대에 세워 위기를 연출하는 이들의 행태가 역설적으로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의 예언을 입증하는 셈이다. 실체 없는 적을 불러내 권력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면, 이를 감시하고 검증하는 일 역시 모든 시민이 치러야 할 몫이다. 누가 적을 정의하는가, 그리고 그 정의를 누가 검증하는가. 이 질문 앞에 2024년 12월의 서울도, 2026년 11월의 워싱턴도 함께 서 있다. 최재헌 국제부 차장
  • 쇼츠에 중독된 시대… ‘경청의 정치학’을 고민하다

    쇼츠에 중독된 시대… ‘경청의 정치학’을 고민하다

    화음 아닌 ‘다양한 목소리’에 집중작가 각자 호흡·목소리 지키며 점유옛 부산남고 등 3곳서 46개 팀 전시선박 수리 공장 등 전시관으로 변신 부산비엔날레가 65일에 걸친 화려한 여정을 시작했다. 29일 개막한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불협하는 합창’으로, 소리가 사람들을 모으고 저항과 연대의 기억을 축적해 온 순간을 포착한다. 개막 전날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아말 칼라프 공동 전시감독은 “주제에서 말하는 합창은 화음이 아닌 다성(多聲), 즉 다양한 목소리를 의미한다”면서 “작가들이 자기의 소리를 잃고 전체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호흡과 목소리를 지키며 점유해 나가는 과정을 뜻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알고리즘, 자극적인 이미지, 쇼츠 콘텐츠로 인해 무엇하나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에 무언가에 다시 집중해 보는 ‘경청의 정치학’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이번 비엔날레는 부산현대미술관, 스페이스 원지, 옛 부산남고 등 세 곳에서 22개국 46개 팀(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초 학교가 영도구에서 강서구로 이전하며 빈 공간으로 남았던 옛 부산남고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캔버스이자 주크박스로 변신했다. 학생들이 떠난 운동장, 과학실, 학생식당, 구름다리 등에는 장소의 맥락과 주제 의식을 살린 작품들이 들어섰다. 박현성 작가는 옛 학생식당에 ‘우리는 차가운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떨고 있었지’라는 작품을 설치해 바다 생물에 점령당한 학교의 모습을 연출했다. 푸른빛이 감도는 암실 속 얽혀 있는 배관과 조각은 메아리와 균열음과 만나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몽골 작가 얀찬호롤 에르데네바야르는 버려진 교실에 칠판과 의자를 활용한 작품을 전시했다. 인조모피, 케이블타이, 이빨 등이 의자 좌판과 다리를 점유하고 칠판에 부착된 거울 파편들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간을 감시한다. 동시에 의자 곳곳에 솟아난 야생의 뿔은 오랜 시간 응축된 저항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과거 선박 수리 공장이자 창고였던 스페이스 원지의 높은 층고와 널찍한 공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녹슨 벽면으로 작가들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아낸다. 과거 선원으로 일했던 필리핀 작가 조아르 송쿠야는 ‘선원직 프로젝트’를 통해 갑판 위의 생활과 노동에 대한 기억을 회화, 드로잉, 사운드로 풀어냈다. 전시장을 찾은 송쿠야는 “과거 선원으로 부산항을 비롯해 울산, 인천에 온 경험이 있다”며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제3세계 국가들에서 온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세계 경제를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출신 작가 조타 몽바사는 바닷물에 염색한 천, 부산 앞바다에서 수중 마이크로 채록한 소리, 영도구립여성합창단의 목소리, 보랏빛 조명을 한데 모아 바다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을 권한다. 메인 전시장인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 입구에서는 민중가요 앨범 커버를 담은 깃발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에블린 사이먼스 공동 전시감독은 “바다를 오가며 배를 짓고 고기를 잡던 이들의 노동요부터 무가(巫歌), 민중가요, 나이트클럽 음악에 이르기까지, 음악은 공동체의 삶에 리듬을 부여하고 관계를 잇는 매개체였다”며 “부당 해고에 맞선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 농성부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촛불 집회, K팝 응원봉 시위까지 체제에 맞서 목소리를 낸 한국인의 역동적인 서사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줄기”라고 설명했다. 쉽게 길들지 않고 제도권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전시장 곳곳에 스며 있다. 류성실 작가는 산업용 리프트에 청소년 합창단원 마네킹을 실은 ‘만 가지 꿈’을 통해, 자원이 부족한 한국 사회가 고도성장을 위해 사람을 자원화했던 역사를 비판적 시선으로 짚어낸다. 영국 작가 타이 샤니는 대형 벽 조형물의 12개 창문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사운드 설치 조각을 통해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 속 저항의 울림을 다시금 환기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오는 11월 1일까지 이어진다.
  • 美 매체 “MBK, 中 네트워크 깊이 편입…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막아야”

    美 매체 “MBK, 中 네트워크 깊이 편입…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막아야”

    미국 외교전문매체 FPJ, ‘공급망 안보의 중심, 소유권 문제’ 기고문 게재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74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 크루서블’과 연계 조명 MBK의 중국 자본·네트워크 긴밀성 지적하며 국가 안보 차원의 통제 필요성 제기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는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미국 외신 기고문이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저널(Foreign Policy Journal·FPJ)의 티모시 메이슨 선임기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급망 안보의 중심에 있는 소유권 문제(The Ownership Question at the Heart of Supply-Chain Security)’라는 제목의 특별 기고문을 게재했다. 메이슨 기자는 기고문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미국 테네시주에서 추진 중인 74억 달러 규모의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을 핵심 사례로 다뤘다. 그는 “해당 사업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공급망 자립을 목표로 추진하는 협력 프로젝트”라며 “완공 시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주요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기고문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MBK·영풍 측의 과거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메이슨 기자는 “현재 MBK와 영풍은 테네시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앞서 이들 경영진은 전략 자산을 미국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이 한국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구상에 공개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MBK의 중국 사업 네트워크와 출자자 구조에 대한 깊은 우려도 드러냈다. 기고문에 따르면 MBK는 베이징 보웨이(Beijing Bowei), 선저우주처(CAR Inc) 등 중국 내 기업들과 깊숙이 연결된 거래를 이어왔으며 스스로도 한국·일본과 함께 중국을 3대 핵심 시장으로 꼽고 있다. 아울러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MBK의 6호 펀드 전체 규모 중 약 5%를 출자했다는 점도 명시됐다. 메이슨 기자는 “업계에서는 MBK가 영풍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 경영권을 잡을 경우 탈(脫)중국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넓게 형성돼 있다”면서 “한미 양국의 공급망 정책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무게감을 감안할 때 MBK의 소유 및 지배구조 생태계를 더욱 엄격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지정학적 위기가 현실화되면 정치적 의도가 없어 보이는 경영·소유 구조조차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과거 독일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엘모스(Elmos) 반도체 공장의 중국계 자본 매각을 차단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 역시 MBK·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차단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MBK 측은 그간 제기된 CIC 연계설과 관련해 “CIC는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의 다수 운용사에 투자를 진행하는 출자자에 불과하다”며 “6호 펀드의 나머지 출자자 역시 각국 연기금과 글로벌 기관투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출자자가 개별 투자 결정이나 대상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 “정책도 상품, 세비가 아깝지 않다는 말 듣는 의회 만들 것”…김현정 강남구의회 부의장 [의정 인터뷰]

    “정책도 상품, 세비가 아깝지 않다는 말 듣는 의회 만들 것”…김현정 강남구의회 부의장 [의정 인터뷰]

    “초심의 열정과 3선의 경륜을 바탕으로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대변자 역할을 하겠습니다.” 서울 강남구의회 제10대 전반기 부의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된 김현정(47·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당을 떠나 ‘구민의 행복’이라는 의원들 공동의 목표이자 교집합을 찾아내 조율하고 중재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면서 “기초 의회는 주민의 신뢰가 중요하다. 주민들로부터 세비(歲費)가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듣는 의회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의장은 “집행부와는 늘 균형 잡힌 시각에서 ‘생산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하되, 구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정책과 예산이라면 언제든 전폭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항공에 입사해 11년간 여객마케팅부에서 고객의 애로사항 해소와 소통 업무를 맡았다. 2018년 강남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주민과의 소통 및 정책 홍보, 행정 감시 활동을 펴고 있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그의 각오는 자신의 이름을 닮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그릇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라는 의미를 담은 불교 용어다. 지난 27일 부의장 집무실에서 만나 의회 운영과 지역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기업 마케터 경험이 의정활동에 어떤 강점으로 작용했나. 국내 대표 항공사 여객마케팅부에서 11년간 체득한 ‘고객 중심 사고’가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정책도 일종의 ‘상품’과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조례라도 구민이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복잡한 행정 언어를 주민 눈높이에 맞춘 ‘수요자 중심 언어’로 바꾸어 소통했습니다. 이러한 실무형 소통 방식이 제 지역구인 압구정·청담동 주민들과 깊은 신뢰를 쌓고 3선에 성공한 가장 큰 자산이 됐습니다. 특히 기업 마케팅의 핵심은 정확한 데이터 분석과 비용 대비 효과(ROI)의 극대화입니다. 이를 의정활동에 대입해 구청의 방대한 예산 집행 과정에서 선심성·일회성 사업을 걸러내고, 구민의 세금이 낭비 없이 쓰이도록 철저하게 검증하는 확실한 나침반이 됐습니다. - 스스로 꼽는 가장 뜻깊은 조례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미래 산업 기반 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입니다. 강남구는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분야에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혁신의 중심지입니다. 기업 마케터 출신으로서 이러한 지역적 강점을 극대화하고 강남의 미래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 핵심 기술 기업에 특화된 체계적인 지원 체계와 기본계획 수립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 조례를 통해 관내 유망 스타트업과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첨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기업들의 혁신 기술을 구정에 접목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주민들께서 일상에서 스마트도시 강남의 변화를 체감하고 지역 경제가 더욱 역동적으로 살아나는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에 관심이 많은데. 강남구가 잘사는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화려한 이면에는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가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지난 제9대 후반기 복지문화위원장을 맡아 취약계층의 삶을 보듬는 데 집중했습니다. 먼저 생명 존중과 자살 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전면 재정비했습니다. 제가 대표 발의한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생명지킴이 활동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또 보건소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부족했던 자살 예방 담당 인력 확충을 관철했고, 복지와 금융 시스템을 연계해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다졌습니다. 또 1인 가구 급증과 고독사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위험 가구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스마트 안부 확인 시스템 확대를 지원하는 등 기술과 복지를 결합한 안전망을 안착시켰습니다. 아울러 ‘장애 진단비 지원 조례’나 ‘자립 준비 청년 자립 지원 조례’ 등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입법 조치를 통해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 강남구의 문화·관광 자원 가치를 높이는 데도 관심이 많은데.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 항공사에서 신규 노선을 만들 때 ‘어떤 콘텐츠와 스토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이 오게 할 것인가’를 먼저 고려합니다. 강남을 찾는 관광객들이 단순히 보고 지나치는 관광이 아니라, K-컬처 인프라와 결합한 야간 문화재 전행, 전통문화 체험 행사를 확대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강남을 글로벌 ‘K-정주형 문화 관광 도시’로 한 단계 진화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봉은사, 선정릉 등 강남이 보유한 유구한 역사문화 유산과 압구정·청담동의 현대적 트렌드를 융합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 문화 벨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 집행부 견제와 협치, 그리고 의회 내부 소통은. 정당을 떠나 ‘구민의 행복’이라는 공동 목표이자 교집합을 찾아내 조율하고 중재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구민의 복리 증진이라는 원칙 위에 서면 집행부와의 관계든 여야 간의 소통이든 해법은 언제나 명확해집니다. 이념이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무조건 반대하거나, 반대로 맹목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는 지양해야 합니다. 집행부와는 늘 균형 잡힌 시각에서 ‘생산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하되, 구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정책과 예산이라면 언제든 전폭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당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김현기 구청장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서울시의장을 지내셔서 지방의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분입니다. 이재진 의장과도 조율을 잘하고 있습니다. 의회 내부에서 여야 간 이견이 생길 때마다 부의장으로서 각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3선 의원 경륜을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포용적인 리더십으로 협치를 이끌겠습니다. - 지역의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현재 압구정동과 청담동의 경우 시급한 현안은 ‘주민의 삶의 질을 바꾸는 도시 공간의 재창조’와 ‘교통 및 경제 인프라의 정상화’입니다. 먼저 압구정 아파트 지구의 재건축을 ‘주민 중심의 정교한 속도전’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압구정 재건축은 단순히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을 넘어 강남의 백년대계를 그리는 가장 핵심적인 과업입니다. 강남구의 신속 화합(신화) 프로젝트 과정에서 주민들의 정당한 목소리와 재산권이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서울시 및 구청과의 행정 절차를 촘촘하게 조율하겠습니다. 과도한 규제는 완화하되 공공기여와의 합리적인 균형을 잡아 압구정이 최고 품격의 명품 주거단지로 신속하게 거듭나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또 청담·압구정 주민들의 숙원인 교통망 인프라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겠습니다. 주간사 사태 등으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위례신사선 청담사거리 역 등 광역교통망 확충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감시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아울러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청담동 명품거리와 압구정 로데오 등 지역 골목상권의 부활을 위해 제가 앞서 다져놓은 4차 산업 기술을 행정 서비스와 골목 마케팅에 접목해 주민들이 일상에서 스마트도시의 편리함과 경제적 활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겠습니다. - 주민들에게 어떤 의원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늘 주민 가까이에서 애환을 듣고, 막힌 행정의 혈을 뚫어주었던 ‘실무형 해결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초심의 열정과 3선의 경륜을 합쳐 주민이 가장 신뢰할 수 있었던 확실한 대변자로 평가받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자 가장 큰 소망입니다. - 마지막으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며 다짐과 약속은. 진정한 의회다움을 회복하고 더 유능한 의회로 보답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강남구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신 구민 여러분의 성원과 사명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전반기 부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신 만큼, 오만하지 않고 더 겸손하게 현장을 지키겠습니다. 구민 여러분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강하고 유능한 강남구의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 박유진 서울시의원 “지역공영방송 TBS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일도 마다 않을 것”

    박유진 서울시의원 “지역공영방송 TBS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일도 마다 않을 것”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3선거구)은 지난 27일 진행된 제339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오세훈 시장을 향해 존립 위기에 빠진 TBS의 조속한 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하며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TBS 162명의 임직원들이 2년째 월급도 받지 못한 채 벼랑 끝에 서 있다”며, 특정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이유로 35년 역사의 공영방송 존립 자체를 파괴한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오 시장을 향해 “한국인의 중심 채널이 KBS라면, 서울시민의 중심 채널은 TBS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가가 승인한 소중한 공공재인 주파수를 방치하고 파괴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답변 과정에서 “당시 자신은 TBS 폐지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적이 없으며, 인내심을 갖고 대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박 의원은 “그렇다면 당시 지원 폐지 조례가 올라왔을 때 시장으로서 재의요구권을 왜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며, 말로만 우려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했다고 질타했다. 이날 박 의원은 TBS의 정상화를 이끌어낼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우선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를 되찾기 위해, 신임 이사회가 꾸려지는 대로 행정안전부에 재지정 절차를 조속히 밟아줄 것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결단하면, 12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2027년 TBS 정상화 지원 조례 통과를 완수하겠다”며 오 시장의 전향적인 결단과 추진을 촉구했다. 이에 오 시장은 “TBS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공정한 방송 의지를 천명하고 시민 여론 수렴 등 공론화가 전제된다면, 시의회와 함께 마음을 모아 정상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시정질문을 마치며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문제 해결에 있다. 서울시민에게 지역공영방송을 다시 돌려드릴 수 있다면, 우리가 못할 일이 무엇이겠냐”라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한편,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한 ‘서울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정상화 촉구 결의안’을 오는 9월 1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할 계획이다.
  • 생활인구 100만·동아시아 해양허브… 돛 올린 ‘목포 대전환’

    생활인구 100만·동아시아 해양허브… 돛 올린 ‘목포 대전환’

    노후된 상권 정비·지역상품권 확대고하도 글로벌 미식관광벨트 추진연간 1000만 여행자 머무는 도시로목포신항 미래산업 배후단지 구축국립목포대 병원 유치에 역량 결집맞춤형 돌봄·AI행정 서비스도 확대대한민국 해양·무역의 서막을 열었던 개항도시 전남광주 목포시가 침체된 도시의 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적 대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27일 목포시에 따르면 민선 9기 출범에 맞춰 ‘생활인구 100만, 동아시아 해양허브 목포’가 새로운 시정 목표로 최종 확정됐다. 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대 시정 방침과 22대 추진 전략, 그리고 구체적인 100대 추진 과제를 발표하며 대대적인 도시 체질 개선에 나섰다. 1897년 개항 이래 한반도 해양·무역의 중심이자 인재의 요람이었던 목포는 최근 심각한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주인구 20만명 선이 무너진 데다 청년층의 역외 유출, 기존 산업 기반의 약화가 겹치며 도시 성장 동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동부권의 중심 도시 순천의 전체 면적 5.7% 수준에 불과한 협소한 도시 행정구역은 그동안 독자적인 산업단지 확보나 주거 인프라 확장에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해 왔다. 목포시는 광주·전남 행정통합이라는 커다란 대전환의 흐름을 위기이자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신안, 무안 등 인접한 서남권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광역 연대를 공고히 하고 바다를 통해 동아시아 주요 도시들과 직접 연결되는 해양 중심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 정주인구 증가라는 기존 정책의 한계를 넘어 통근·통학·관광·체류·관계인구를 종합적으로 흡수하는 ‘생활인구 100만명’ 체제를 구축하고, 연간 ‘1000만 여행자’가 머무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시정 운영 철학으로는 ‘쑥쑥(경제·인구 성장), 튼튼(재정·안전 강화), 착착(복지·행정 추진)’이라는 3대 핵심 기치를 내걸었다.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 지원과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 하당 상권의 복합 재생 사업을 본격화하고 유달산 달성공원 인근의 노후 상권에 대한 소규모 정비 개발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로 했다. 가계 부담을 줄이고 지역 내 소비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목포사랑상품권 1000억원을 발행하며, 소상공인을 위한 공공배달앱 수수료 지원 정책도 한층 확대한다. 이동노동자를 위한 안전·복지 인프라 구축과 함께 도심 내 상가 및 주거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주차장 5000면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시민과 방문객의 생활 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목포의 최대 자산인 ‘바다’와 첨단 기술의 융합에 집중할 계획이다. 목포신항을 중심으로 든든한 배후단지를 구축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스마트그린 산단 조성 및 친환경·저탄소 항만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수산물 분야에서는 ‘K김’ 수출 5000억원 시대를 열기 위해 국제 마른김거래소를 본격 가동하고 수산식품수출단지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유통·가공 플랫폼을 다진다. 여기에 K해양 방위산업인 함정 MRO(정비·보수·점검) 시장을 적극 선점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창업 지원 허브 및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AI 분산에너지 실증 기반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는 체류형 관광지’로 관광 산업의 패러다임도 대대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목포형 문화도시 2.0 추진,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가입, 근대역사문화유산 글로벌 관광특구 지정을 통해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적인 관광 자원화한다. 고하도 일대에는 역사·치유 정원을 조성하고, 국제적 행사 유치가 가능한 마이스(회의·여행·컨벤션·전시) 센터 구축과 ‘12달 미식 살롱’ 운영으로 서남권을 대표하는 글로벌 미식관광 벨트를 구현한다. 시민이 체감하는 포용적 복지 안전망 구축에도 행정력을 집중한다. 서남권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숙원 사업인 국립목포대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유치에 전방위적 역량을 결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돌봄 부문에서는 ‘목포형 365 통합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1인 가구를 위한 스마트 안심 돌봄 서비스를 확대한다. 연중무휴 24시간 어린이집 운영, 손주돌봄 지원제도 도입, 어르신 공공일자리 확대, 성평등 및 젠더폭력 대응체계 강화 등을 통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돌봄 및 복지를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시는 첨단 AI와 디지털 기술을 공공 서비스에 적극 도입해 행정의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재정위기 극복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한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건전재정을 확립하고 청렴도 1등급 달성을 목표로 투명한 행정도 구현하기로 했다. 시는 시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시정에 직접 반영하는 상시 소통 채널 ‘목포행 아이디어열차’를 가동하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관 조성 및 김대중 평화·인권 글로벌 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해 도시의 역사적 가치를 세계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민선 9기 목포대전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비전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면밀한 재정 계획과 단계별 이행 로드맵이 뒷받침된 현실적인 집행 계획”이라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4년 뒤 시민들에게 ‘민생과 경제를 확실히 살려낸 일 잘하는 시정’으로 분명한 평가를 받겠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지도부 중심으로 일치단결…내부 분열은 적”

    박근혜 “지도부 중심으로 일치단결…내부 분열은 적”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어려운 때일수록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해 18분 동안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19일 정점식 원내대표가 대구 달성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초청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한나라당 연찬회 참석이 마지막이었고,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연찬회 후 새누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바 있다. 무대에 오른 박 전 대통령은 “지난주 원내대표께서 방문해 참석을 부탁하셨을 때 선뜻 대답하지 못했으나, 진정 어린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 힘을 보태기 위해 왔다”며 “소수 야당으로서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신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당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먼저 포기하면 국민들도 여러분을 포기할 것”이라며 “진심을 다하면 다수당이 될 수도 있고, 정권을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고 격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며, 당내에서 신의가 없으면 그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면서 “진정성이 없으면 잠시는 세상을 속일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당이라는 둥지가 흔들려 깨지면 여러분의 미래도 같을 것”이라며 “소수일수록 뭉치고 단합해야지, 다수를 상대로 힘에 부치는 상태에서 분열까지 하면 그 싸움은 보나 마나 한 결과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밖의 적을 상대로 싸울 때 내부 분열만큼 무서운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서로를 증오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연찬회를 계기로 여러분의 동지애가 좀 더 두터워졌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어려운 때일수록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서 나아가야 한다. 지도부도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잘 헤아려서 당을 이끌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장동혁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보수 정당의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북한이 두 국가론을 명시하고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위기 상황일수록 보수 정당이 국가 안보에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평화는 원한다고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최선의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보듬는 것”이라며 “국민이 좋아졌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제 회복은 진정한 회복이 아니다. 실현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 실천하는 것이 자유우파 정당의 정의”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출구 전략, 이거였나…“중국 때문에 이란에 졌다 할 것” [핫이슈]

    트럼프 출구 전략, 이거였나…“중국 때문에 이란에 졌다 할 것”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쟁의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교착에 빠진 가운데, 전쟁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국제커뮤니케이션그룹(CICG)이 운영하는 논평 플랫폼 차이나포커스는 이번 주 논평에서 “미국 언론들은 이란 전쟁의 성공 여부가 중국의 협력 여부에 달려 있다는 식의 서사를 구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왕따’ 작전을 실시하며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3차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미국 안팎에서는 중국의 협조 없이는 해당 전략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차이나포커스는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실패하면 중국 탓일 것이라는 변명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정책 실패에 대한 희생양을 찾고 제재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나 유가 변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해당 플랫폼은 이란이 미국의 숱한 제재에도 굴복하지 않은 지난 역사를 근거로 제시했다. 차이나 포커스는 “현재 미국과 미국 언론의 태도는 자국 제재의 근본적인 실패를 은폐하려는 시도”라며 “1979년 이후 수십 년간 강화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다. 최근의 조치는 실질적인 효과를 지닌 경제적 무기라기보다는 정치적 제스처이자 억지력에 가깝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제재는 평화를 가져올 수 없고, 강압은 결코 존경을 얻을 수 없다”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 결과는 미국이 일방적인 압력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 전쟁과 관련해 중국을 굴복시키려는 시도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나무에 오르는 것’과 같다”며 “이번 ‘경제적 왕따’ 작전은 국제 관계 역사상 또 하나의 어처구니없는 드라마와 같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이란 임무 완수” 선언미국의 ‘경제적 왕따’ 작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이란 전쟁과 관련한 ‘임무 완수’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은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 옆에 ‘임무 완수, 2026’(Mission Accomplished, 2026)이라고 적힌 그림을 담고 있다. 왼쪽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임무 완수 실패, 2001-2021’이라고 적힌 그림이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데일리뉴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임무 완수’를 선언했지만, 이 전쟁은 인기가 없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을 통해 세운 목표 중 어느 하나라도 달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승리 선언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영구 폐지, 이란의 이웃 국가 공격 방지, 테러 대리 단체 자금 지원 차단 등 그가 제시했던 핵심 전쟁 목표에 대한 뚜렷한 진전 없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 교체를 공언했지만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아들인 무즈타바 하메네이가 이후 권력을 잡았고 이란 정권은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라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권력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란 외무부, 미국 추가 제재에 “허풍” 비판한편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대이란 추가 제재와 국제적 압박을 ‘허풍’이라고 일축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6일 SNS를 통해 최근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허풍’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이 대이란 공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바레인의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바레인과 이란 간 실질적인 경제 교류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스포츠·학술 교류를 중단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바가이 대변인은 해당 교류는 이미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지적하며 “미국이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대상에 다시 제재를 부과하고 ‘허울뿐인 조직’을 ‘동맹’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메시지 역시 오락가락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27일 회담 자체를 비판하는 자국 내 여론과 관련 국영 통신사 IRNA에 “협상은 후퇴의 신호가 아니다”라며 “전쟁의 성과를 공고히 하고 적들이 계획한 심각한 재앙으로부터 나라를 안전하게 이끌기 위해 권력의 수단을 수호하고 보호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강경파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대변인을 통해 “이란과 오만의 영토인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해 각자 국가의 몫(통행료)과 그 수익에 대해 합의했다”며 “미국이 양해각서(MOU)로 복귀한다면 합의된 틀 안에서 해협을 개방할 수 있다”고 요구했다. 이어 “미국이 조건을 수용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된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패배하느니 차라리…푸틴, 전술 핵무기 카드 ‘만지작’ 우크라 공격 확대 [핫이슈]

    패배하느니 차라리…푸틴, 전술 핵무기 카드 ‘만지작’ 우크라 공격 확대 [핫이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결론짓고 공격 강도를 더욱 높일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 일각에서 전술 핵무기 사용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 시간) 크렘린궁과 가까운 세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전쟁의 추가적인 확전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크렘린궁의 소식통들은 블룸버그 통신에 “러시아가 키이우, 특히 수도 중심부와 우크라이나 다른 도시 기반 시설 목표물에 대한 강력한 재래식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협상 시도가 사실상 결렬되었고 양측은 원점으로 돌아갔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제재로 인한 경제적 압력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시설과 물류망 공격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 소식통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나토의 소행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회원국들이 키이우에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후의 수단으로 결국 전술 핵무기 사용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러시아 당국자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을 계속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는 패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아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사실상 러시아가 최후의 수단인 핵무기까지 선택지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이는 서방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전술 핵무기는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이나 제한된 전장에서 적의 군대, 기지, 군사 시설 등을 타격하며 전략 핵무기와 달리 사거리가 짧고 위력이 낮다. 그러나 전술 핵무기 역시 도시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며 이로 인한 방사능 오염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성은 극히 낮다”면서 “핵무기 금기를 깨는 데 드는 정치적 비용은 매우 클 것이며 모스크바가 미사일 공격 강화 등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긴장 고조의 여지가 있는 한, 핵무기 사용이라는 문턱을 넘을 동기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 광주비엔날레 32년 ‘민낯’…국제행사에 걸맞은 조직인가

    광주비엔날레 32년 ‘민낯’…국제행사에 걸맞은 조직인가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을 열흘 앞두고 ‘대만 파빌리온(Taiwan Pavilion)’ 명칭 변경 논란으로 전시 파행 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봉합됐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이 제출한 변경 승인 신청을 수용해 파빌리온 명칭을 ‘대만 파빌리온’으로 확정했고, 지연됐던 작품 반입과 설치 작업도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무게는 단순한 명칭 논란을 훌쩍 넘어선다. 광주비엔날레가 32년 역사와 회당 1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국제 미술행사의 조직·행정 시스템이 과연 세계 무대에 걸맞은지, 그 근본을 되묻는 사건이었다. 화려한 외형 뒤에 감춰져 있던 기형적 조직 구조, 미숙한 불통 행정, 그리고 지휘부의 무책임한 방관이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단은 그간 대만 측과 협의해온 ‘대만관’ 명칭을 돌연 ‘NTMoFA 파빌리온’으로 바꾸겠다고 통보했다.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은 “사전에 논의된 국가명이 일방적으로 삭제됐다”며 강력 반발했고, 논란은 곧 ‘정치적 검열’시비로까지 번졌다. 재단은 “NTMoFA가 기관 자격으로 참여해 올해 초 전시 계약을 체결한 만큼 기관명을 표기한 것”이라는 방어 논리를 폈지만 파장은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 18일께 국내에 반입된 대만 측 작품은 정작 예정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5관에 한동안 짐조차 풀지 못한 채 대기해야 했다 ▒ 27개국을 떠맡은 계약직원 고작 2명 이번 ‘대만관 사태’는 극도로 취약한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조직 구조와 주먹구구식 인력 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초대형 국제행사를 지탱하는 재단의 비엔날레 담당 인력은 3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단기 계약직으로 운영돼, 핵심 업무의 연속성이 매 회기마다 단절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이번에 외교적 마찰이 된 대만 파빌리온 담당 부서의 실상은 더욱 참담하다. 기존 계약직 6명 가운데 5명이 지난해 일제히 퇴사해 업무 인수인계가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공백을 지난 3~4월 부랴부랴 배치된 신규 계약직원이 메웠다. 또한 2명의 계약직 직원이 대만을 비롯한 27개국·기관과의 소통과 행정 실무 전체를 감당해 왔다. 전문 인력의 부재와 소통 체계의 붕괴가 이번 사태를 예견된 인재(人災)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제 미술행사의 속성상 참여국·기관·큐레이터와의 협의는 장기간 축적된 경험과 지속적인 관계 관리 위에서만 굴러간다. 담당자가 짧은 주기로 교체되면 협약의 맥락, 과거 협의 이력, 기관별 민감 사안이 온전히 승계될 수 없다. 대만관 명칭 논란 역시 이 같은 조직적 취약성이 의사결정 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20대 실무자 ‘총알받이’…숨어버린 수뇌부 국제적 신뢰가 걸린 사안임에도 재단 최고위층의 대응은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의 표본이었다. 외교적 갈등이 확산되고 전시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순간까지도,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은 언론이나 유관 기관 앞에 나서 사과하거나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실무 미숙을 성토하는 외부 목소리에 대해서는 올해 채용된 20대 실무직원을 앞세우는 이른바 ‘방패막이’ 처사가 되풀이됐다. 결재 라인의 부장과 대표 등 정작 책임져야 할 임직원은 뒤로 숨은 채 사태를 관망했다는 것이 내부 증언이다. 이로 인해 재단 안팎에서는 “수뇌부가 책임은 지지 않고 자리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통탄이 터져 나왔다. 이번 대만관 사태의 파장이 큰 것은, 최종 책임 소재와 의사결정 구조가 여전히 안갯속에 있기 때문이다. 대만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누가, 어떤 판단으로 명칭 변경을 결정했는지, 그 과정에서 상급자 결재와 법률·국제협력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재단의 설명은 아직 없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겸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장은 2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 대만사태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광주로서는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예술 영역에 정치나 행정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일로 광주의 대외 이미지가 훼손된 데 대해 사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급한 불은 껐지만,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9월 5일 개막해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파빌리온 프로젝트에는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이 참여한다 광주비엔날레. 1995년 첫 회를 연 이래 광주비엔날레는 국내를 대표하는 국제 미술행사로 성장했으나, 규모의 성장에 걸맞은 조직·행정 체계는 아직도 뒤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냉정한 결론이다. 광주비엔날레가 국제 교류와 파빌리온 업무처럼 전문성과 연속성이 생명인 영역까지 단기 계약직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유사한 혼선은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대만관 사태는 하나의 명칭을 둘러싼 갈등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국제행사를 설계하고, 누가 협약을 관리하며,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가-조직의 기본기를 정면으로 묻는 사건인 것이다.
  • 국방부 “국군사관학교 창설로 전작권 전환 후 합동성 강화”

    국방부 “국군사관학교 창설로 전작권 전환 후 합동성 강화”

    “학령인구 감소 대응·경쟁력 향상”“미래전 대비와 맞지 않아” 반론도고성·욕설 난무… 행사 내내 소란 국방부가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첫 공청회를 26일 열었다. 국방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합동성 강화 등 추진 배경을 설명했지만 현장에선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등 행사 내내 소란이 벌어졌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정책 발표에서 “민간 대학은 이미 지방 통폐합을 하고 있어 사관학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2040년에는 학령인구의 45%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또 각 사관학교의 입학 성적 하락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언급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합동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김 실장은 “설문조사 결과 미국은 전쟁을 통해 합동성이 5단계 수준까지 습득됐지만 한국은 2단계인 (각 군 사이) 정보 공유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예산 비효율도 배경으로 들었다. 그는 “육사 일부 건물은 70년이 넘었고 해마다 각 학교에서 곰팡이가 핀다는 등 보수해 달라는 예산만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두진호 한국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북한군은 러시아 파병 이후 연합·합동 작전 능력이 배가하고 있다”며 “북한의 합동성을 압도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사관학교 통합 논의의 정치적 맥락은 대통령 발언이 아닌 대선 공약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미래전 대비의 우선순위는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 유·무인 복합체계, 각 군 전문 전력과 교리 발전이어야 한다”며 “미래전 대비를 위한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작권 회복 이후 대비 차원이란 설명에도 “현재 장교단과 교육체계로는 전작권을 행사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조기홍 예비역 해군 대령은 “민간 교수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현 사관학교 체제하에서도 교수 처우 개선 등을 통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김 실장 발표에 앞서 발언 기회를 얻은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은 “울분을 토하는 분을 깡패라고 하시는 분이 있는데 사관학교를 통합하려고 하는 정부가 깡패”라며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받아들여 기본계획을 수정한 뒤 다시 의논하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청회는 반대 측의 극심한 반발로 시작부터 파행 위기를 겪었다. 김 실장의 발표 도중 고성과 욕설이 여러 차례 오가자 참다못한 김 실장은 “욕하지 마십쇼. 욕하시려면 끝나고 하십쇼”라고 말했다. 김 실장이 사관학교 입학 성적 하락을 거론하자 참석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료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발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공청회에는 육·해·공 총동창회 관계자, 사관학교 생도 및 학부모, 국회 국방위원회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과 선착순으로 신청한 300여 명 방청객도 참석했다. 안규백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찬반 의견 등을 계속 수렴해 10월쯤 세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복원…개막앞두고 파행 위기 넘겼다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복원…개막앞두고 파행 위기 넘겼다

    개막을 열흘가량 앞두고 전시 파행 우려를 낳았던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논란이 대만 측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명칭 문제로 발이 묶였던 작품 반입과 설치도 재개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대만 측과 협의해온 ‘대만관(Taiwan Pavilion)’ 명칭을 지난 6월부터 국립대만미술관(NTMoFA) 명칭으로 바꾸면서 불거졌다.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은 당초 합의한 명칭을 재단이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단은 지난 1월 체결한 협약의 계약 당사자가 국립대만미술관이고, 파빌리온을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원칙에 따른 표기라고 설명해왔다. 정치적 검열이나 외부 개입과는 무관한 행정·협약상의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명칭 변경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급속히 확산됐다. 대만 측 참여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대만’이라는 이름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라진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국내에서도 광주민족미술인협회 등이 재단의 책임 있는 해명과 명칭 복원을 요구했다. 특히 전시 준비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단순한 명칭 논란을 넘어 개막 준비 문제로 번졌다. 국립대만미술관 작품은 지난 18일께 국내에 반입됐지만, 25일 현재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5관에는 설치되지 못했다. 해외 작품의 경우 통상 개막 수주 전부터 반입과 설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늦어진 것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 역시 명칭 문제가 정리돼야 전시 공간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작품 설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대만 문화부는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늦어도 26일까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고 ‘대만관’ 명칭으로 설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재단이 대만 측 요구를 수용하면서 막혔던 협의에도 돌파구가 마련됐다. 재단은 관련 합의 내용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과 공유하고 전시장 사용과 작품 설치를 서두를 방침이다.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둔 만큼 남은 일정은 빠듯하다. 작품 설치뿐 아니라 조명·동선·작품 설명 등 현장 작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 명칭 논란으로 소진된 행정력을 전시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조직 운영과 대외 소통 체계에도 과제를 남겼다. 국제 미술행사를 표방하는 광주비엔날레에서 해외 참여기관과의 명칭·계약 문제를 개막 직전까지 매듭짓지 못하면서 행정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전문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와 해외 기관과의 지속적인 소통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논란을 정치적 외압이나 검열 문제로 단정할 만한 객관적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역시 전시 내용과 작가의 창작 활동에는 개입하지 않았으며, 이번 사안은 파빌리온 참여 주체와 공식 홍보물 표기를 둘러싼 행정·협약상의 이견이라고 설명해왔다. 파행 위기를 넘긴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싱가포르 작가이자 기획자인 호추니엔이 내건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퇴…“자강·쇄신안, 당내 호응 얻지 못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퇴…“자강·쇄신안, 당내 호응 얻지 못해”

    13개월 만에 당대표 사퇴“지방선거 후 자강·쇄신 고민”“당 안에서 제안 호응 얻지 못해”“가로막지 말고 자리 비우는 게 맞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7월 대선 패배 후 대표직을 맡은 후 13개월 만이다. 2024년 창당 후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치렀으나 위기에 빠진 당의 쇄신 방향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해 물러났다. 이 대표와 함께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최고위원 등 지도부도 총사퇴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개혁신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지방선거 이후 석 달 남짓, 저는 당의 자강과 쇄신을 위한 고민과 제안을 해 왔다. 그러나 당 안에서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누구의 탓도 아니다. 설득해 내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표인 저에게 있다”며 “우리 앞에는 미룰 수 없는 정치 일정이 놓여 있다. 정치의 시간은 누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방향에 대한 합의 없이 그 일정을 맞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오히려 당내 다른 구성원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가로막고 있었다면 그 자리를 비우는 것이 제가 당을 위해 선택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소통관을 떠났다. 개혁신당은 6·3 지방선거에서 ‘99만원 공천 실험’ 등을 시도했으나 경기 화성시의원 1인 당선 외에는 광역·기초단체장 등 전멸 성적을 냈다. 특히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는 초유의 ‘테러 자작극’을 벌였고, 개혁신당이 가장 공을 들였던 경기지사 선거도 득표율 4.32%를 얻는 데 그쳤다. 지방선거 이후 별다른 쇄신 방안을 내지 못하면서 내부 갈등도 심각했다. 수면 아래에서 ‘심리적 분당’ 수준으로 악화하던 갈등은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거취까지 거론되며 폭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당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상견례 약속도 취소했다. 이 대표의 사퇴로 일단 개혁신당은 천하람 원내대표의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개혁신당은 “천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실시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청년들 잇는 ‘찐 연결망’ 구축… 대구·경북 ‘기회 밀도’ 높인다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청년들 잇는 ‘찐 연결망’ 구축… 대구·경북 ‘기회 밀도’ 높인다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대구·경북을 청년이 머물고 성장하는 지역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선 청년 간 ‘기회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울신문과 삼성이 공동 주최한 ‘대구경북 청년포럼- 청년과 함께 그리는 대구경북 청사진’에서 나왔다. 기업 유치나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도시 공간과 네트워크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청년 정책을 발굴하고 수립하는 데 있어 청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5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추경호 대구시장과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송규종 삼성물산 사장, 지역 청년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조강연 ‘청년의 내일이 시작되는 곳, 대구·경북 청년 청사진’에서 “청년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일자리 자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장 가능성과 선택지가 풍부하기 때문”이라며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늘리고 지식이 교환되는 ‘연결된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 교수는 2015년 70만 5000명, 69만 3000명이던 대구와 경북의 청년(19~39세) 인구가 2023년 각각 58만 5000명, 52만 9000명으로 급감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청년들이 꼽은 수도권 이주 원인은 직업, 교육, 주택 순으로 나타났으며 지역 청년이 체감하는 생활 여건에서도 격차가 드러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강래 교수는 “대구는 일자리와 소득, 문화 및 관계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고 경북은 일자리와 더불어 교통·생활 인프라, 문화적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이 시급하다”며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도시의 조건과 지역경제를 혁신하는 도시의 조건이 정확히 일치하는데 핵심은 바로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라고 분석했다. 마 교수는 특히 대구와 경북이 청년 중심의 혁신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고밀(Density) ▲다양성(Diversity) ▲소통(Networking)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뭔가 성장하고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청년에게 주는 게 중요하고 그러려면 청년 간의 접촉이 늘어야 한다”며 “대구·경북이 청년에게 강한 연결망을 제공하고 우연한 기회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혁신적 접촉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청년 유출을 막고 지역의 내일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청년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닌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성민 대구시 청년특보는 “지금까지 나온 청년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았던 건 청년의 삶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정책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정부와 정치권에서 청년의 목소리에 가장 많이 귀 기울이는 시대인 만큼 그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은 “‘청년·미래세대 영향평가’를 도입해 주요 정책을 수립할 때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창식 대구청년센터장은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적인 주거,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등을 갖춰서 청년이 대구·경북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와 경북에 필요한 것은 ‘정책을 연결하는 통로’라는 주장도 나왔다. 안병욱 경북청년센터 팀장은 “경북은 22개 시군에 대학과 기업, 청년지원기관, 정책 자원이 분산돼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앞서 추 시장은 축사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청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현실이라 우리 공직자들에게도 정책을 만들면서 공급자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수요자인 청년을 중심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며 “그런 이유로 시장 직속 청년특보를 신설했고 이번 포럼에서 나온 청년의 목소리도 시정에 적극 반영해 청년이 정책을 주도하고 꿈을 펼치는 ‘청년 성장도시 대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 부지사도 “청년이 직접 지역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정책을 함께 설계해 나가는 소통의 장이야말로 청년 정책의 출발점”이라며 “경북도는 청년 소통 기반 조성, 지역대학과 연계한 창업과 일자리 연계 등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성수 서울신문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대구와 경북이 함께 그리는 ‘초광역경제권’은 행정의 경계를 넘어 산업과 교통, 주거와 문화가 하나로 이어지는 신성장 거점의 시작”이라며 “청년의 절실한 목소리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이를 스스로 체감하는 경험이야말로 지역에 청년을 뿌리내리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씨줄날줄] 북극항로

    [씨줄날줄] 북극항로

    2020년 9월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는 그해 북극 해빙이 374만㎢까지 녹아 1979년 기록 시작 이후 두 번째로 작은 면적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지구는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8조t의 얼음을 잃었으며, 이 중 북극 해빙이 7조 6000억t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줄어들면서 북극해를 통과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바닷길이 넓어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7~10월에 주로 이용했던 북극항로는 이제 연간 5~6개월 운항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2040년쯤이면 운항 가능 기간이 8~9개월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변화가 북극에는 환경위기로 나타난 반면 해운업에는 새로운 물류시장을 열어 준 셈이다. 지난 22일 부산신항에서 2758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유럽을 향해 출항했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배는 원래 부산에서 출항해 서쪽 인도양을 지나 아프리카 대륙의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이 배는 북동쪽으로 출발해 러시아 북쪽 연안을 따라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북극항로로 시범운항할 예정이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약 2만㎞를 항해해야 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 3000㎞로 7000㎞(35%)가량 짧다. 그만큼 운항 기간과 연료비를 낮출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시 레전드’ 선사의 시험운항에 이어 올해 8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닝보~북유럽 노선을 주 1회씩 8차례 운항하며 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30년 북극항로 정기 상업운항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연안을 타고 가는 북동항로는 러시아 정부의 통항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 대가를 지불한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복잡한 국제정치 역학관계를 뚫고 나가야 하는 ‘외교안보 쇄빙선’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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