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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TV 하이라이트]

    ●You Soot I Shoot(EBS 오후 11시) 자국의 국제이주 노동인구가 가장 많은 아시아 국가 중 하나인 네팔의 잠재적 이주노동자인 노동아동들의 생활과 이들의 이주를 강제하는 요인들을 살펴본다. 이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한 한국의 독립영화제작자 ‘미영’은 이런 아이들의 시선을 담기 위해 사진교육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한다. ●웰빙!맛 사냥(SBS 오전 9시) 구울수록 김치 맛이 나는 돼지고기가 있다. 돼지고기가 분명한데 과연 이 돼지고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비밀이 밝혀지는 건 바로 불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서부터. 돼지갈비 속에 김치가 돌돌 말려 있었던 것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한층 업그레이드된 김치맛 나는 고기를 만든 과정이 한꺼번에 공개된다. ●박주현의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지난 월요일 친일인사 1차 명단이 발표됐다. 광복 6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친일인사 선정 작업이어서 사회적인 파장과 반발이 적지 않았다. 친일의 과거는 괴롭지만, 우리 민족이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사안이다. 친일인사 명단 발표가 갖는 의미와 파장,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MBC 오후 9시55분) 정준하,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들과 함께 나선 무전여행에서 돈 없이 음식점에 들어가 그가 했던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박희진, 어릴 적 이렇게 하면 키가 크는 줄 알았다는 엉뚱한 발상은 무엇이었는지 들어본다. 노홍철의 별난 어머니 수난시대. 대학교, 군 시절까지 어머니가 불려다닌 사연은. ●HD역사스페셜-이차돈 순교는 정치쇼였나?(KBS1 오후 10시) 스물두살의 젊은 나이에 흰 피를 흩뿌리며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이차돈. 과연 그는 불교 공인을 위해 몸을 내던진 것일까. 또 그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버렸는가. 당대 신라사회의 정치구조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온 이차돈 순교사건. 이차돈 순교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남편은 파출부 대하듯 하고, 아들은 부끄럽다며 학교에도 못 오게 해 영희는 설자리가 없다. 그런 가운데 오랜만에 만난 동창을 따라 성인나이트클럽을 가게 된 영희. 이 후 영희는 시간 날 때마다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을 찾고 부킹도 서슴지 않다가 급기야 현장에서 남편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 고이즈미 ‘깜짝쇼’ 거품 빠지나

    |도쿄 이춘규특파원|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중의원 해산→9·11총선거 실시 결정→우정민영화법안 반대파 표적공천 등 일련의 ‘깜짝쇼’ 정치수법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일본언론들이 잇달아 보도했다. 공식선거전을 이틀 앞둔 28일 현재 야당인 민주당 지지는 약간 늘어나고, 자민당이 빠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무당파층의 60% 이상이 ‘지지정당이나 후보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선거 판세는 막판에야 판가름날 전망이다. ●자민, 민주당 지지도 격차 좁혀져 아사히신문이 25·26일 실시,28일 보도한 4회째 연속여론조사에 따르면 비례대표선거에서 투표하고 싶은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이 24%로 감소했고, 민주당은 16%로 증가해 양당의 지지도 격차가 줄어들었다. 자민당은 31%(15∼17일)→27%(18,19일)→29%(22,23일)로 그전까지는 강세였다. 반면 민주당은 17%→14%→13%로 하락추세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회복되는 양상을 띠었다. 특히 민주당은 대도시 지역에서 9%→13%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자객 공천’ 등 정치 수법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가 41%로,‘공감한다.’(38%)를 처음으로 웃돌았다.‘공감한다.’는 응답은 43%→40%→41%→38%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9·11 총선에서 의석이 증가하기를 희망하는 정당 선호도에서도 자민당이 28%에 그친 반면 민주당은 25%로 올라,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가장 접근했다. 그러나 무당파층은 여전히 두꺼워 이번 조사에서도 69%에 달했다. ●고이즈미 깜짝쇼 효과 일단락? 요미우리신문은 27일자에서 고이즈미 내각지지율이 53.1%로 미세하게나마 줄고, 투표하고 싶은 정당에서 ‘자민당은 조금 감소, 민주당은 미세 증가’로 나타났다면서 “고이즈미의 깜짝쇼 효과가 일단락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의 조사에서 내각지지율은 47.7%(8,9일)→53.2%(17∼19일)→53.1%(24∼26일)로, 전회에 비해 0.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42.3%→34.1%→34.5%로 전회보다 0.4%포인트 증가했다. 투표하고 싶은 정당은 소선거구에서 자민당이 미세하게(39%→38%) 줄고, 민주당은 약간(14%→16%) 증가했다. 비례대표도 흐름이 비슷했다. 물론 민주당의 본격적인 당세회복 여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자체 집계결과 300개 소선거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접전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총선은 어느 때보다 유동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사회 개혁 이대로 좋은가/이의영 군산대 경제학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최근 우리사회에 드러나고 있는 일련의 실상들을 지켜보며 참담하고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삼성의 적나라한 정·경·언·검 유착의 실태, 두산의 형제의 난과 초법적인 가족회의의 운영, 여전한 거대규모의 불법 비자금과 분식회계, 현대의 대북사업 비리설, 경악할 만한 도청 X파일, 부동산과 건설 그리고 국책사업으로 얽혀 있는 건설족들의 복마전. 이것이 전부일 것인가. 군사정권 시절부터 민간정권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의와 개혁을 주장하며 떠들썩한 개혁정책을 내세워 왔다. 이제는 개혁이며 혁신이 피곤하다고들 말한다. 일컬어 개혁피로증후군이다. 개혁을 말하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하고, 개혁을 주장하면 반기업적이고 반시장적이라고 공공연히 몰아붙인다. 그러나 어이가 없다. 그럴싸한 개혁의 모양은 있었으나 개혁의 능력은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실세들의 본질은 여전히 전근대적이고 반시장적이다. 거대재벌들이 시장을 통한 이윤추구에 몰두하기보다는 비자금을 동원한 정경유착과 특혜를 통한 사익추구에 여전하다. 일컬어 이윤추구보다는 지대추구(rent seeking)를 지향하는 것이다. 지대추구야말로 반시장적인 행태의 전형이다. 이를 개혁하자는데 누가 반시장적이라 하는가. 재계를 대표하는 양대 조직인 전경련과 대한상의의 대표급 재벌들의 불법 비자금을 통한 지대추구적 행태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가관이다. 게다가 두산의 경우는 가족회의라는 해괴한 전근대적 모임에서 명예회장직을 해임하고 이제는 명예회장이 아니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언한다. 기업의 의사결정구조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다른 재벌들은 안 그런가. 두산사태의 당사자는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의 회장이다. 부끄럽다. 그러나 당사자는 당당하다. 전혀 죄의식이 없이 형제간의 싸움을 확대시키고 있는 듯하다. 싸움에 앞서 대한상의 회장직을 먼저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체면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두산의 박용성 회장은 바로 얼마 전 정·재계 대표인사들과 함께 투명사회협약식에 참석했다. 국민들과 대통령 앞에서 투명한 기업경영을 서약했다. 그러나 모두 다 자신의 것은 감추고 환히 웃으면서 손을 마주 잡고 ‘너나 잘 하세요.’ 거짓 맹세한 것은 아닌가. 분식회계를 대상으로 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쇼가 아니었는가. 연구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3000 달러 주변의 성장 변곡점에서는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동력산업이 관건이지만,1만 달러 성장 변곡점에서는 기업구조와 경제시스템의 효율성 개혁이 경제성장의 관건이다. 개혁과 성장의 이분법적 논란을 이제 그만 접고 재벌개혁과 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재벌의 반시장적 구조와 시장교란행위를 근절시키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창달하여 성장의 발판을 삼아야 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어두운 치부들과 앞으로 드러날 X파일의 검은 실상들을 계기로 이제야말로 우리사회 개혁의 실태를 되돌아보고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재벌개혁·경제개혁·정치개혁의 과제는 이미 충분히 논의되어 있어 이 좁은 지면에서 다시 언급할 이유가 없다. 그 동안의 논의를 토대로 이번이야말로 우리사회 발전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마지막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최근의 일련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연정’보다는 우리사회 발전을 위한 개혁의 완수를 역사가 맡긴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해 주기 바란다. 이의영 군산대 경제학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 [임영숙 칼럼] 대통령과 ‘앞으로 10년’

    [임영숙 칼럼] 대통령과 ‘앞으로 10년’

    지금 국민은 대통령과 여당이 권력구조 논쟁보다는 경제, 교육, 외교안보 등에 혼신의 힘을 쏟기 바라고 있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한국의 잃어버린 세월’로 빨려들어가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보도를 읽으면서 몇달전 만난 한 기업인을 떠올렸다.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재벌급 기업의 회장이 된 그는 정치와 언론에 대해 지독한 불신감을 나타냈다.“정치 기사는 안 읽습니다. 한두번 속아 보았나요. 요란하게 보도된 정치문제 대부분이 깜짝쇼로 끝난 게 얼마나 많습니까.”정치권의 이른바 쟁점 만들기와 그에 따라 춤추는 언론보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었다. 그 기업인은 최근 며칠동안 대서특필된 연정론과 정치구조 개편 논의에 대해 아마도 ‘깜짝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엊그제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겠다.”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면서 이는 “문제의 중요성과 기울이는 정성을 다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연정에 대한 금기만 사라져도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부결 이후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연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 8일자 사설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결국 지난 며칠동안 실체가 불분명한 연정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를 더 확산시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나는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구조 개편은 여당 내부에서 계속 연구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서울신문 사설도 밝혔듯이 지금 국민은 대통령과 여당이 권력구조 논쟁보다는 경제, 교육, 외교안보 등에 혼신의 힘을 쏟기 바라고 있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한국의 잃어버린 세월’로 빨려들어가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지난 임기는 경제적으로 이미 잃어버린 세월로 치부되고 있지 않은가. 미국 경제는 지난 1973년부터 95년까지 22년간의 구조조정기를 거쳐 이제는 고성장, 낮은 물가, 그리고 고용창출이라는 신경제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도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다시 일어서고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올해 들어서야 “앞으로 10년이 중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첫 1년을 제외한 나머지 4년과 노 대통령의 지난 2년반동안 우리 사회와 경제의 구조조정에 실패했고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임기 중반을 맞아 국정전반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자리라고 미리 예고됐다. 그런 만큼 앞으로 10년에 대한 고민, 그 슬기로운 극복을 위한 우리 국민과 사회, 기업역량 결집의 필요성과 방안에 대한 대통령의 적극적인 언급을 기대했으나 실망했다. 부동산 투기, 서울대 입시 문제 등 당장의 현안도 중요하다. 그러나 거대한 블랙홀로 일컬어지는 중국의 부상 속에서 좁아지는 한국 경제의 입지와 높은 실업률,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통일비용과 북한 핵문제 등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더욱 깊이 모색해야 할 때이다. 자본이 중심이었던 산업사회에서 사람이 중심인 지식사회로 어떻게 이행해 갈 것인지, 사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투자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지금 정책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은 또 잃어버린 세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대통령은 “올해 경제성장률 3.8%를 나쁘다고 보지 않고 상당히 잘 관리되고 있고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에 대한 지나친 비관주의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을 경계한 것이겠지만,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정치구조 개편의 중요성보다는 ‘앞으로 10년의 중요성과 (여기에)기울이는 정성’에 대해 이야기했더라면 많은 국민이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논설고문ysi@seoul.co.kr
  • [CEO 칼럼] CEO퇴진의 미학/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CEO 칼럼] CEO퇴진의 미학/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중국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에 장승요(張僧繇)라는 화가가 있었다. 그는 궁중 화가로 일을 하면서 금릉(현재의 남경)에 있는 사찰인 안악사 주지의 정중한 부탁으로 절의 벽에다 용을 그려 주게 되었다. 이윽고 두 마리 중 한 마리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번개가 번쩍이고 뇌성이 치더니 그 용이 살아나서 하늘로 승천해 버렸다. 이것이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즉 가장 요긴한 곳과 때에 맞춰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내용의 고사다. 할리우드 서부영화인 1960년대 ‘셰인’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당시 인기배우 아란 랏드가 주인공 카우보이 역을 멋지게 해냈다. 재빠른 솜씨의 총놀림으로 맞대결에서 최후의 악당 두목까지 쓰러뜨렸다. 그런 뒤 그는 황혼을 향해 미련없이 말고삐를 거머쥐고 표표히 떠나는 라스트 신은 관객을 뭉클하게 감동시켰다. 요컨대 CEO는 떠날 때를 알고 또 끝맺음이 좋아야 한다. GE의 CEO 자리를 물러난 천하의 잭 웰치도 심심찮게 뒷소리가 들린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당한 전관예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 소송을 당한 사생활 때문에 더욱 시끄러워졌다. GE로부터 받는 연간 1000만달러의 연금 외에 GE소유 전용 제트기도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GE소유의 아파트도 웰치는 공짜로 제공받고 있다. 심지어 화장지와 신문 구독료와 레스토랑 식사비까지 회사로부터 지불받고 있다. 그래서 20년간 쌓아올린 ‘웰치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알렸다. 그래도 쩍하면 국민의 피와 땀인 공적자금을 집어먹었으면서도 뻔뻔하게 호화판 생활을 즐기는 상당수 한국의 대기업 CEO들보다는 낫다. 감옥을 들락거리는 국가 최고경영자에 이르면 할 말이 없다. 이런 판국에 ‘아름다운 은퇴’로 CEO의 끝맺음을 보여준 미래산업의 정문술 전 사장의 사례는 멋진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잘 나가는 알짜 기업을 평소 ‘투명경영’을 강조해오다 몇 해전 전문경영인에게 전격적으로 바통을 넘겼다. “제가 한 은퇴 결단을 ‘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솔직히 ‘수렴청정’의 유혹도 받았지만 신앙으로 극복했습니다. 아직도 눈을 감아야 지휘봉을 놓는 창업주들이 많습니다.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이지요. 회사가 ‘자기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기업 활동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지만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자선문화를 개발하는데 매일 매일을 바쁘게 보낼 예정입니다.” 설사 어려움을 겪더라도 항상 활기찬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KSS해운 박종규 전 사장도 전문경영인에게 CEO자리를 멋지게 물려줬다. 박세일 전 국회의원이 정책정당의 꿈을 안고 정치에 입문했다가 당 정책의장직을 사임하고 끝내 탈당이라는 수순으로 국회의원직을 버렸다. 그가 지키고자 한 정책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더라도 정책에 직책을 걸고 퇴진을 결행(決行)한 것은 장쾌하다. 이로써 한 국회의원은 사라졌으나 새로운 정치가는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사즉생(死卽生)-죽는 것이 곧 사는 길’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아쉬운 때다. 토머스 모어(1477∼1535)는 영국이 낳은 인문주의 사상가요, 대법관이자, 정치가였다. 그는 헨리8세가 영국교회의 수장이 되려는 야심에 반대하다가 참수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1935년 로마 가톨릭 교회에 의해 성인의 반열에 올려졌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⑤- 현대중공업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⑤- 현대중공업

    #1982년 5월 19일 ‘기업인’ 정몽준씨에게 생애 최고의 날일 것 같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날 현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고,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사장에 그를 앉히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때가 그의 나이 31세. 현대그룹 후계구도에서 형들보다 한발 늦게 출발한 몽준씨가 가장 먼저 부친에게 인정받은 비결은 뭘까. 고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립 25주년 행사에서 그 배경을 자세하게 풀어놓았다.“어떻게 보면 파격적이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저서 ‘기업경영이념’을 읽어보면 우리나라의 어떤 젊은 경영진보다 확실히, 모든 것을 잘 분별해서 회사를 끌고 나갈 겁니다. 우리 아이들간에도 서열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가족회의를 열어 몽준 사장이 충분히 직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결정을 했습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이에 앞서 몽준씨가 미국 MIT 석사학위 논문을 보완한 경영서적 ‘기업경영이념’ 서문을 읽고 “정말 잘 썼다.”며 “사장 자리에 앉아도 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몽준씨는 훗날 가장 아끼는 그의 저서로 ‘기업경영이념’을 꼽으면서 “서문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곁들이기도 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부친에게 기업가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던 점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2002년 12월 18일 ‘정치인’ 정몽준씨에게 생애 최악의 날일지 모른다. 그는 이날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의 공조 파기를 선언, 사실상 ‘백의종군’의 첫 발을 내디뎠다. 정권의 공동 주인으로 향후 5년간 막강한 정치적 실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마다한 셈이다. 이 때가 ‘하늘의 뜻을 알수 있다’는 지천명(知天命)을 갓 지난 나이(51)였다. ●아버지에게 바가지 씌운 아들 정몽준(54). 현대가(家)의 여섯번째 아들.5선의 중진 의원.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산규모 재계 9위(지난해·공기업 제외)인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지분 10.80%). 국내 재벌가에서 정 의원만큼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도 드물다. 일각에서는 “잘난 집안에 태어나 순탄하게 성장한 대가”라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정 의원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산에서 3년 가량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 장충초등학교와 중앙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의 초등학교 동기 동창이다. 그는 초·중학교 시절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이 심했다고 한다. 중학교 담임 선생이었던 임환씨는 “몽준이는 놀기를 좋아해 친구들과 수업을 빼먹고 야외로 놀러갔다가 종아리를 맞기도 했다.”면서 “전혀 부잣집 티를 내지 않았으며, 학교 도서관을 지을 때 시멘트 1만포대를 지원받은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가 고 정 명예회장임을 알게 됐다.”고 술회했다. 정 의원의 학생시절 별명은 ‘꺼벙이’다. 큰 키에 소탈하고, 겸손하지만 우유부단하다는 뜻에서다. 그러나 부친한테는 다른 형제처럼 어려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곤 했다. 부친에게 ‘바가지’ 씌운 일화 한 토막.1970년대 초반 어느 날. 정 의원은 아버지에게 한잔 쏘겠다며 명동 생맥주 골목으로 모시고 갔다. 고 정 명예회장은 오랜만에 접하는 생음악과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에 흥에 겨워했다. 자리가 파할 무렵, 정 의원은 아버지에게 “1차는 제가 샀으니,2차는 아버지가 사시라.”고 제안했다. 고 정 명예회장도 유쾌한 기분으로 흔쾌히 응했다.2차 행선지는 정 의원이 정한 강남의 한 술집. 그러나 2차가 끝나고 계산서를 받은 정 명예회장은 술값에 놀랐다. 먹은 것에 비해 족히 여섯배의 술값이 청구됐기 때문. 그렇다고 재벌 회장이 술값을 놓고 시비를 걸기도 뭐했지만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종업원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아드님이 전에 드셨던 외상 술값까지 계산하라고 해서 그렇게 됐습니다.”“허허 이것 참….”고 정 명예회장은 아들에게 된통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 의원은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대에 진학했다. 고 정 명예회장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울산으로 변형윤, 이현재 교수 등 당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초청해 크게 ‘한턱’을 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우리 몽준이가 혹시 사무착오로 합격한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면서 우리 아들을 잘 지도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고 한다. 현대 고위 관계자가 밝힌 허물없는 부자관계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일화는 이렇다.“한번은 고 정 명예회장이 아들들과 골프를 치는데 티샷을 하고는 먼저 그냥 걸어갔습니다. 다른 아들들은 머뭇거리다 채를 들고 뒤따라 가는데 유독 정 의원만 얼른 공을 놓고 티샷을 했죠. 그러자 고 정 명예회장이 ‘저놈∼.’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짓더라고요.” ●아내 자랑하는 ‘팔불출’ “나는 나의 아내가 고맙고, 때로는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친구들은 종종 내가 대통령 감이라기보다 내 아내가 ‘퍼스트 레이디’ 감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아내는 바쁜 나의 생활을 잘 이해해 주고, 조용히 내조를 하는 스타일이다. 아내는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한다. 밖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정 의원이 그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밝힌 부인 김영명(49)씨에 대한 평이다. 정 의원은 1978년 여름 넷째 형수(이행자·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 부인)의 중매로 영명씨를 미국에서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의 첫 인상은 이랬다. 영명씨는 “우선 키(정몽준 182㎝·김영명 174㎝)가 커서 좋았어요. 제 키가 큰 편이라 어머니가 ‘너는 키 큰 신랑감이 없으면 시집도 못 갈거다.’고 곧잘 농담을 하곤 했어요. 첫 인상은 나이 차이가 다섯살이나 나서 그런지 듬직했어요. 믿고 의지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벌가 사람답지 않게 소탈한 것도 좋았고요.” 정 의원은 “약속 장소에 나갔는 데 키 큰 여자들이 쭉 지나가기에 미국 사람들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나에게 오더라고요.”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이들은 틈틈히 테니스를 치며 1년 가량 연애끝에 잠시 귀국해 서울 정동교회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영명씨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2남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부친의 외교관 활동 덕분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7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살았다. 미국 웨슬리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했다. 웨슬리대학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온 전통의 명문 대학이다. 영명씨는 외교관인 부친을 닮아 사교성이 뛰어나다.‘88 서울올림픽’ 유치전에서는 고 정 명예회장을 현장에서 보좌했고,1992년 대선 때는 변중석 여사를 대신해 시아버지의 파트너 역할을 했다.‘2002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부인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행사장에서는 미소와 화술로 친분을 쌓기도 했다.‘미스 스마일월드컵’이라는 애칭은 이 때 얻었다. 이 때문인지 정 의원의 부인 자랑은 유별나다.‘김영명이 없으면 오늘의 정몽준도 없다.’는 우스갯말이 떠돌 정도다. 그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계속되는 자랑 하나.“아내는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 유머를 곁들인 자연스러운 영어는 외국에서 처음 만나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할 때 곧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곤 한다. 그동안 4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아내는 아이들이 크자, 뜻있는 분들과 함께 우리의 ‘옛’것을 ‘올’바로 알자라는 의미를 가진 ‘예올회’를 만들어 문화재 보존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명씨가 밝힌 애처가 해프닝은 이렇다.“첫 아이를 가졌을 때였어요. 입덧이 심했던 제가 걱정스러웠던지 남편은 며느리들만 모인 자리에 와서는 제게 ‘밥 먹었니.’하고 묻는 거예요. 좀처럼 없는 일이라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한마디 때문에 남편은 ‘애처가’라는 별명을 얻었죠. 그 꼬리표는 지금까지 따라 다닙니다.” 그도 신혼 초에 시아버지인 고 정 명예회장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철부지 며느리 시절, 저는 식사 중에도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데 불쑥 끼어들어 참견을 하곤 했어요. 아버님이 어느 날 저에게 ‘밥 먹을 때 말을 많이 안하는 게 좋은 거다.’며 조용히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자녀는 2남2녀. 장남인 기선(23)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올 초 아버지의 뒤를 이어 ROTC 장교로 임관했다. 장녀 남이(22)씨는 연세대를 휴학하고, 현재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유니버시티에 유학 중이다. 차녀 선이(19)씨도 미국 디어필드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 막내 예선(9)군은 경기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영명씨는 늦둥이인 막내 임신과 관련해 병원에서 무안당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임신해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잖아요. 한번은 의사가 ‘아들이 없으세요. 왜 이렇게 애를 많이 낳으세요.’라고 물어 난감한 적이 있었어요.” 시중에는 예선이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축구 예선전이 한창일 때 태어나서 이름을 예선이라고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 의원은 최근 ‘예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의미와 돌림자 ‘선’을 합쳐 예선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정치인 정몽준 “내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 것은 11대 국회의원 선거 때였고,1984년 12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출마하려고 했다. 그런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가 나가면 여당 의원이 떨어진다고 나가지 말라고 했다. 결국 나는 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단념해야 했다. 하지만 공적 서비스를 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생각은 내가 지금까지 흔들림없이 지켜온 가장 기본적인 정치철학이다.”정 의원이 밝힌 정치 입문의 배경이다. 정 의원은 1988년 울산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지금은 5선의 중진 의원으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한때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반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본 정치인 정 의원은 어떨까. 지난 대선기간 내내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던 정 회장도 ‘피’는 어쩔 수 없었던지 그 속내를 내보인 적이 있었다.“몽준 의원은 우리 형제들 가운데 제일 똑똑하고 잘 생겼다. 미국 MIT 대학원도 졸업하고,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잘 치렀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 발언 이후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정치인 정 의원의 평판은 극과 극을 달린다. 일각에서는 직선적이고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그를 보좌했던 비서관의 얘기다.“정 의원은 성격이 급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정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합리적이고 매너가 깨끗하다는 평이다.“정 의원은 서구식 매너가 몸에 배어 있다. 직원들이 떠나는 차에 인사를 하면 ‘왜 차에다 대고 절을 하느냐. 하지 말라.’고 말린다. 또 비서를 시키지 않고 직접 자신이 동료 의원에게 전화를 한다.”며 다른 전직 비서관이 전했다. ●현대중공업의 핵심 브레인 민계식(63)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가장 부지런한 CEO, 백발의 마라토너 CEO로 불린다. 아침 6시 출근, 새벽 2시 퇴근하는 일과를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비서를 퇴근시키고 저녁 6시부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새벽까지 사업구상이나 신제품 개발 계획에 열중한다. 그의 이런 노력은 국내외 학술지 및 학술대회에 150편의 논문을 발표토록 했으며,48건의 국내 및 국제특허를 보유토록 했다. 우주항공학 및 조선공학(석사), 해양공학(박사) 등을 넘나드는 그의 해박한 전문지식은 현대중공업의 연구개발(R&D) 부문을 업그레이드시켜 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 부회장은 또 6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최고기록은 2시간 23분 48초. 비록 20대 초반 시절에 일궈낸 기록이지만 지금도 2시간대의 기록을 내고 있다.42.195㎞의 완주기록도 100회를 넘었다. 유관홍(60) 현대중공업 사장은 그룹내에서 경영 합리화의 귀재로 통한다.1999년 침체에 빠진 현대중공업 건설장비부문의 사업본부장을 맡아 세계 각지를 직접 뛰는 영업활동을 전개,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 결과 만성적자였던 건설장비 부문을 2001년 국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국내 1위의 건설장비 업체로 탈바꿈시켰고, 중국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하는 중국 최대의 건설장비 공장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이런 경영능력을 두고 지난해 6월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유 사장을 ‘기업회생 전문가’라고 평했다. 이연재(63)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은 1976년 현대중공업 간부로 입사한 이래 30년간 조선과 해양플랜트의 해외영업 부문에서 일해 왔다.1999년 부도 위기에 처했던 옛 한라중공업을 현대중공업이 위탁경영하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돼 흐트러진 조직을 안정시켰다. 단기간에 70여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중단된 사원 복지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여 사원아파트와 스포츠문화센터 등을 조성했다. 파산 직전까지 이르렀던 회사를 2001년부터 4년 연속 흑자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최길선(59)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최 사장은 설계·생산·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조선 현장에서 33년을 보낸 최고의 조선전문 경영인이다.‘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아래 내실을 강조한다. 최 사장은 올해 슬로건을 ‘창사 30주년, 새로운 도약의 해’로 선포하고, 선박 60척 생산체제 구축을 마련하는 등 제 2도약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현대중공업 탄생 일화 ‘옥스퍼드 박사가 낳은 현대중공업’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평소에 즐겨 썼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곳이 현대중공업의 설립 신화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고 정 명예회장의 ‘원맨쇼’였다. 고 정 명예회장은 1971년 조선소 차관 도입을 위해 영국 런던의 바클레이즈 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듣도 보지도 못한 한국의 작은 회사가 언감생심 어딜 넘보는 것이냐.’는 바클레이즈 은행의 태도에 기가 질렸다. 그렇다고 포기 할 수는 없었다. 그가 기댄 곳은 당시 기술협조 계약을 맺은 영국의 A&P 애플도어 엔지니어링사. 그는 500원짜리 지폐로 애플도어사의 롱바톰 회장을 감동시켰다.“이것은 한국 지폐입니다. 여기 그려진 것이 거북선이죠. 한국은 이미 1500년대에 이런 철갑선을 만든 실적과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의 조선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1800년대이니 한국은 무려 300년이나 앞선 셈입니다.” 그는 롱바톰 회장의 도움으로 바클레이즈 은행 부총재를 만났다. 그러나 콧대 높은 영국 은행의 부총재를 설득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옥스퍼드 박사’ 일화는 여기서 나왔다. 고 정 명예회장은 ‘전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어제 제가 이 사업계획서를 들고 옥스퍼드대학에 갔더니 한번 들쳐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주더군요.”라고 말했다. ‘옥스퍼드 유머’에 부총재는 껄껄 웃으며 “옥스퍼드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도 이런 사업계획서는 못 만들거요. 당신은 그들보다 훨씬 더 훌륭합니다. 당신의 전공은 유머 같소. 우리 은행은 당신의 유머와 함께 이 사업계획서를 수출보증국으로 보내겠소.” 고 정 명예회장은 ‘거북선 지폐’와 ‘옥스퍼드 박사’로 바클레이즈 은행 벽을 넘었지만, 아직 영국 수출보증기구(ECGD) 총재의 보증을 받아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그러나 이것도 울산의 초라한 백사장 사진 한장 들고 그리스 선사인 ‘선 엔터프라이즈’사의 리바노스 회장을 설득, 선박을 수주 계약함으로써 무사히 통과했다. 이로써 세계 조선 역사상 최초로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동시에 진행하는 신화가 나오게 됐다. 고 정 명예회장과 리바노스 회장이 당시 맺은 인연은 지금도 대(代)를 이어 지속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MJ 처가의 ‘화려한 혼맥’ 정몽준 의원의 처가인 고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가계도를 보면 한국 상류사회의 ‘족보’를 엿볼 수 있다. 슬하에 2남 4녀를 둔 고 김 장관과 송두만(83) 여사는 자식교육 뿐 아니라 혼사까지 성공한 케이스. 자녀 모두 외교관 출신인 부친의 영향으로 영어와 일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외국의 명문대를 졸업했다. 특히 장녀인 영애(60)씨와 차녀인 영숙(59)씨는 일본 최고의 여성 사립명문인 세이신대학을 졸업했다. 장남인 대영(57)씨는 미국의 암허스트대학을 졸업했으며, 차남인 민영(51)씨는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자녀 가운데 재계 가문으로 시집간 이는 삼녀인 영자(55)씨와 막내인 영명(49)씨. 영자씨는 GS그룹의 허씨가인 허광수(59)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결혼했다. 허 회장의 형제로는 허남각(67) 삼양통상 회장과 허동수(62) GS칼텍스 회장이 있다. 또 허창수(57) GS그룹 회장과는 사촌간이다. 허 회장의 부친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은 LG그룹 경영의 한 축을 맡았던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맏형이다. 고 허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삼성물산의 창립멤버로 참여,LG 구씨가와 손잡은 고 허준구 명예회장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영명씨는 정몽준 의원과 1979년 결혼, 현대가의 일원이 됐다. 이로써 고 김 장관의 집안은 국내 대재벌인 삼성과 현대,LG,GS가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차녀인 영숙씨는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지낸 손원일 제독의 장남인 손명원(64)씨와 결혼했다. 손씨는 30대 초반에 ‘손컨설팅 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현대미포조선과 쌍용자동차, 맥슨전자에서 CEO(최고경영자)를 역임했다. 그는 현재 스카이웍스솔루션 코리아 고문이다. 장녀인 영애씨는 자수성가한 국제 금융계의 거물급 인사로 미국 모건스탠리의 부사장이다. 남편인 최융호(62)씨는 해양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제너럴 마리타임 사장이다. 장남인 대영씨는 부친인 고 김 전 장관의 아호(海吾)를 딴 해오실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차남인 민영씨는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부인인 정다미(44)씨도 명지대 교수다. 김 전 장관의 집안은 또 언론계와도 각별하다. 손녀 사위들이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 셋째 사위인 허 회장의 장녀인 유정(31)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준오(31)씨와 결혼했다. 둘째 사위인 손 고문의 차녀인 정희(31)씨는 1999년 헤럴드미디어 사장인 홍정욱(35)씨와 화촉을 밝혔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마우이 갈까…오아후 갈까

    마우이 갈까…오아후 갈까

    펼쳐진 블루의 향연에, 눈이 시원해진다. 머릿속까지 파란 물이 들 것 같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그 속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 깊은 푸른 빛을 가진 하늘, 눈부신 햇살, 바다냄새를 가진 바람, 알록달록 시원한 알로하 셔츠, 빨간색 플루메리아를 머리에 꽂은 신비로운 폴리네시아 여인, 다양한 레저시설과 해양스포츠…. 하와이가 아니라면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어디선가 앤디 윌리엄스의 ‘하와이언 웨딩송’이 흘러나와 준다면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다. ■ 오픈카 타고 마우이 갈까 우선 마우이(Maui)의 지도를 한번 보자. 두 개의 섬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 전성기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급 얼굴선에 가는 목선, 요염하게 오른쪽으로 몸을 살짝 비튼 여인의 상체 같지 않은가. 지도로도 아름다운 곳,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파란 물빛이 사랑스러운 곳, 실제로 접하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마우이다. 미국의 10대 아름다운 지역의 하나로 선정됐다는 게 헛말이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종합 리조트, 카아나팔리 빼어난 계곡과 산세로 ‘계곡의 섬’이라는 별명이 붙은 마우이는 세계적인 리조트와 골프코스, 해변이 모여 있는 관광 천국이다. 어딜 가나 숨막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뚜껑’이 열리는 오픈톱 렌터카를 타고 30번 도로를 따라 관광객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카아나팔리(Kaanapali)로 향한다. 옛 아시아 이주노동자에 의해 제당업이 발전했다가 40여년 전부터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돼 고급호텔 체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리조트가 모여 있다. 로맨틱하고 신비로운 바다를 끼고 골프장, 쇼핑센터, 포경산업 전시관인 웨일러스 빌리지(Whalers Village) 등이 줄지어 있는 이곳은 가히 와이키키의 라이벌이다. ●달을 보는 듯, 미래를 보는 듯 세계 최대의 휴화산인 할레아칼라(Haleakala) 분화구에서 마우이의 첫 태양을 맞았다. 새벽 3시부터 서둘러 30번·37번 도로를 번갈아 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가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구름보다 높은 3055m 지점이라 날씨가 확실히 서늘하다. 두꺼운 점퍼가 그립다. 조금씩 해가 떠오른다. 구름이 많아 명확히 동그란 모습은 아니지만 예의 그 웅장함으로 주변을 물들인다. 처음 하와이에서 접한 바다의 다양한 푸른 빛과 대조되는 강렬한 레드다. 더 잘 보이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니 숨이 찬다. 산소 부족이거나, 숨막히는 장엄한 일출 탓이거나. 태양빛을 받아 분화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태양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주민들의 불평에 섬의 신 마우이가 태양을 잡아 가두어 ‘태양의 집’이라 불린다는, 전설처럼 신비롭고 거대한 분화구(바닥까지 700여m에 이르기도 한다.) 주위에 크고 작은 분화구들이 주변에 모여 있다. 흡사 달의 표면과 같은, 지구가 아닌 듯하다. 스탠리 큐브릭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촬영지로 선택했을 만큼 환상적이다. ●역사가 어우러진 곳 할레아칼라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곳이 마우이 서쪽,‘비를 내리는 곳’이라는 이아오밸리(Iao Valley)다. 하와이의 8개 섬을 통합한 카메하메하(Kamehameha)왕과 마우이 군사가 격전을 벌인 곳이다.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군사의 영혼들이 떠돌아 저녁 7시면 문을 닫는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울창한 열대 우림, 현란한 산세, 바늘을 닮아 ‘이아오 니들’이라 부르는 뾰족한 봉우리 등은 늘 구름으로 덮여 약간은 음산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에 더욱 강하게 취한다. 계곡 아래에는 한국 이민 100주년(2003년)을 기념한 한국공원이 있어 친근하다.30번 도로를 타로 달리면 마우이 관광의 중심지이자 하와이 왕조시대의 수도 라하이나(Lahaina)를 만난다. 약 40년 전부터 ‘국립역사보호지역’으로 지정돼 도시 전체의 역사적 건물을 복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도시 중심의 가장 큰 밴연나무(보리수의 일종)는 나뭇가지가 땅으로 떨어지며 뿌리를 내려 마치 수십개의 나무가 심어진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한몸이다. 무려 800평짜리 그늘을 만드는, 나무만으로도 자연 지붕을 가진 공원이 된다. ●마우이 노카 오이(마우이는 최고다) 31번 도로를 따라 ‘천국’이라는 뜻의 하나(Hana)를 향해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멋진 전망이 끝없이 펼쳐지는 최고의 해안도로다. 와일레아(Wailea) 앞바다의 초승달 모양의 섬 몰로키니(Molokini)에서 즐기는 스노클링은 해양스포츠의 천국 하와이에서도 손꼽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 렌터카 이렇게 빌리세요 렌터카로 돌아다녀도 헤매지 않을 수 있는 곳이 마우이다. 그만큼 도로망이 간결하다. 택시와 셔틀이 있긴 하지만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자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렌터카를 이용한다. 공항을 벗어난 모든 관광객들이 향하는 곳이 있다. 졸졸 따라가면 알라모, 허츠, 달러 등 렌터카 회사 데스크가 나란히 나온다. 그곳에서 각 회사 셔틀버스로 사무실까지 이동한다. 하와이에서 차를 빌릴 때는 국내 운전면허증, 여권, 신용카드만 있으면 된다. 하와이에선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없다. 현금으로 결제할 때 비싼 보증금을 내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게 좋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가면 더 저렴하다. 알라모(www.alamo.co.kr) 한국사무소에서 예약하면 15∼20%정도 가격이 떨어진다. 종합보험에도 가입돼 있어 더욱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 세브링급의 스포츠카를 하루 빌릴 경우 일반(자차보험)은 100달러선, 패키지(종합보험, 추가운전자 등)는 150달러선, 보험패키지(종합보험)는 110달러선 정도의 비용이 든다. 시내의 제한속도는 보통 25∼35마일(40∼60㎞), 프리웨이에서는 55마일(90㎞) 정도다. 관광객들에게도 과속 단속이 심하니 제한속도에서 5마일(8∼10㎞)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 바람타고 오아후 갈까 ‘하와이에 다녀왔다.’는 것이 정말 하와이에 간 것일까? 하와이는 하와이 제도의 가장 큰 섬인 빅 아일랜드의 본래 지명이고, 대부분의 관광객이 하와이를 처음 접하는 곳은 제도의 8개 섬 중 하나인 오아후(Oahu)다. 와이키키, 호놀룰루가 있고 전체인구의 80%가 모여 사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오랜 비행으로 여행 전부터 피로가 몰려온다면 먼저 늘 바람이 부는 ‘누아누팔리(Nuuanu Pali·바람산)’에 들러보자. 안경까지 날려보낸다는 이곳에 오르면 호놀룰루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바람만큼 시원한 전망이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한다. ●오아후의 역사에 젖고 하와이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 오아후에는 주정부청사와 이올라니 궁전((Iolani Palace) 등 하와이의 역사적인 건물이 몰려 있다. 특히 ‘신성한 새’의 의미를 가진 이올라니 궁전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1882년 지어진 미국의 유일한 궁전이거니와, 뒤쪽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커다란 밴연나무나 야자수 사이사이 보이는 높다란 건물 등 주위의 조경도 뛰어나 기념촬영 장소로도 좋다. 유명한 진주만도 하와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1941년 일본이 2시간 동안 90여척의 미군함을 공격해 태평양전쟁을 발발시킨 20세기 대사건의 현장이다. 이곳에 지어진 애리조나 기념관에는 당시의 사진, 기념물, 전사자의 명단 등이 전시돼 있다. 와이키키 주변의 칼라카우아(Kalakaua) 거리는 오아후의 오늘이다. 화려한 밤거리에 마냥 즐거운 젊은이, 흥겨운 힙합래퍼, 길거리 마사지사와 화가 등 하와이의 젊은 문화가 펼쳐진다. 면세점 DFS갤러리아, 세계 브랜드 상점들이 가득한 쇼핑천국이다. ●푸른 바다에 젖고 세계적인 해변 와이키키는 명성 그대로다. 시내를 바라보면 세계적인 호텔이 즐비하고, 푸른 바다는 한가롭게 일광욕을 하기에도, 좀더 먼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232m 높이의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는 오아후의 명소다. 길이 잘 닦여 새벽 산책삼아 올라가기 좋다. 새벽에 오른 정상에는 하루를 밝히는 벅찬 일출, 서서히 빛을 받으며 드러나는 와이키키, 깊은 파란색을 품은 하늘과 바다 등 자연의 선물이 준비돼 있다. 오아후 끝자락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에서는 꼭 스노클링을 즐기자. 땡볕 아래 줄을 서서 입장권을 끊고,9분짜리 영화를 본 뒤 해변까지 걸어가는 과정이 무려 30분. 살짝 짜증나는 이 과정을 견디면 아름다운 해변이 반긴다. 산은 두팔로 해변을 감싼 듯 펼쳐져 있고, 바닷물은 세상 모든 블루톤을 표현한다. 바다 속에는 산호초와 수십종의 열대어가 코 앞에 어우러져 수중카메라를 갖고 있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 서핑 명소인 선셋 비치(Sunset Beach)가 있는 북쪽 해안에서는 집채만 한 파도에 대항하는 서핑광의 도전을 구경하자. ●폴리네시아 문화에 젖다 폴리네시아 민족의 생활상을 재현시켜 놓은 폴리네시안 민속촌은 관광객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다.5만여평의 넓은 부지에 사모아, 뉴질랜드(마오리), 피지, 하와이, 마르케사스, 타히티, 통가 등 남태평양 7개 제도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연한다. 민속촌을 가로지르는 수로를 따라 펼쳐지는 민속춤 공연과 사모아 쇼는 강력추천. 특히 사모아 쇼는 나무 마찰로 불을 만들고, 작은 돌멩이 하나로 딱딱한 야자수 열매를 반으로 쪼개는, 원시의 모습 그대로다. 한국말도 곧잘 하는 연기자는 3분마다 폭소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폴리네시아 민속촌이 낮에 보는 문화관광이라면 알리카이(Aliikai) 선셋 크루즈는 저녁 노을이 지는 선상에서 즐기는, 문화관광의 하이라이트다. 근사한 저녁 뷔페와 하와이안 밴드의 리듬감 있는 음악, 태평양 수평선을 따라 하와이 시내를 물들이는 일몰, 연이어 하나 둘 불이 켜지며 만들어내는 하와이의 야경은 이국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미리 알고 가세요 하얏트 리전시 와이키키는 대부분의 객실에서 멋진 해변을 볼 수 있다. 자체 운영하는 레스토랑 ‘차오메인(Ciao Mein)은 요리경연대회에서 수상한 맛있는 메뉴가 가득하다. 해변가 식당으로 유명한 셰라턴 와이키키를 비롯해 하와이 프린스 호텔, 퍼시픽비치 호텔 등이 추천 호텔. 마우이에서는 카아나팔리에 있는 하얏트 마우이, 웨스틴 마우이, 쉐라톤 마우이, 앰배서더 호텔, 마우이 메리어트 등을 추천할 만하다. 하와이의 한식당은 한국인 입맛에 맛는 요리를 제공한다. 호놀룰루 시내의 ‘신라원’(808-944-8700)은 갈비, 찌개, 냉면, 돌솥밥 등 한국의 거의 모든 음식이 준비돼 있다. 폴리네시아 민속촌 근처의 ‘레인보 캐슬’(808-293-9145)에서는 식당과 면세점을 함께 운영한다. 마우이의 유일한 한식당 ‘이사나’(808-874-5700)는 육류와 찌개류를 제공한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일품. 하와이 전문 여행사 블루하와이(www.bluehawaii.co.kr)는 마우이 3박, 오아후 1박 등 4박6일 일정의 ‘하얏트클럽 6일’ 상품을 내놓았다. 오아후·마우이의 하얏트 리전시 호텔 숙박, 루아우쇼와 몰로키니 스노클링이 포함돼 있다.220만∼242만원선이다.(02)319-0022. 하와이(오아후·마우이)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난해함 벗은 도발적 신체극

    난해함 벗은 도발적 신체극

    도발적인 상상력과 대담한 표현, 현실에 밀착한 메시지. 현대무용의 혁신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그룹으로 손꼽히는 영국 신체극단 ‘DV8’을 특징짓는 요소들이다. 무엇보다 ‘춤은 일상의 움직임을 담아야 하고,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기본 철학에서 드러나듯 이들의 춤은 골치아프거나 따분하지 않다.‘현대무용=난해함’으로 여겨 지레 겁부터 먹는 무용 초심자들에겐 귀가 솔깃할 만한 반가운 얘기다. 피나 바우슈가 이끄는 ‘탄츠테아터’처럼 연극과 무용의 벽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온 신체극단 ‘DV8’(예술감독 로이드 뉴슨)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오는 31일부터 4월2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작품은 ‘저스트 포 쇼(Just for show)’. 안무가 로이드 뉴슨이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이번 서울 공연이 세계 초연 무대다. ‘일탈하다(Deviate)와 ‘춤과 영상(Dance&Video)’의 두가지 의미를 지닌 ‘DV8’은 1986년 창단됐다. 호주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로이드 뉴슨은 무용수를 뽑는 오디션에 선발된 것을 계기로 영국에서 무용 공부를 시작했고, 수년간의 무용수 생활 끝에 뜻맞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다. 추상성을 배제하고, 일상적인 동작과 연극적 제스처를 과감히 끌어들인 그의 안무는 기존 무용 관습에서 신선한 파격이었다. 늙고, 뚱뚱하고, 신체적 장애를 지닌 무용수들도 거리낌없이 무대에 세웠다.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발언은 현실과 유리될 수 없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환기시켰다.1988년작 ‘데드 드림스 오브 모노크롬 멘’은 동성애를 다뤄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고,1995년작 ‘엔터 아킬레스’에서는 중산층 사회의 허위의식을 꼬집었다. 신작 ‘저스트 포 쇼’도 허위와 가식으로 포장된 현대 사회를 향한 신랄한 조롱을 담고 있다.“우리는 ‘좋은 사람’보다는 ‘잘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거짓말도 하고 허풍도 떤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는 게 안무가의 설명. 허상과 실재의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기존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환상적인 영상과 정교한 무대연출로 시각적 자극을 더할 예정이다. 공연에 앞서 무용영화 ‘삶의 대가(The cost of living)’무료상영회가 21∼25일,28∼30일 오전11시 영국문화원에서 마련된다. 공연은 31·4월1일 오후 8시,4월2일 오후 6시.3만∼7만원.(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두 거장감독 ‘스릴러 대결’

    영화사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큰 발자국을 남긴 거장 감독의 스릴러물이 오는 11일 나란히 개봉한다.‘양들의 침묵’조너선 드미 감독은 ‘맨츄리안 켄디데이트’에서 정치 스릴러의 진수를 선사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스파이더’에서 정신분열자의 1인칭 시점을 좇는 심리 스릴러를 펼쳐 보인다. 독특한 문법의 이 스릴러들은 지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정치음모 좇는 스릴러 걸프전증후군, 기억조작, 정치음모 등 영화 ‘맨츄리안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가 아우르는 소재는 광범위하다. 하지만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한 개인의 추적이라는 스릴러 형식을 기둥줄기 삼아, 다양한 소재로 가지를 쳐 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만만찮은 소재를 산만하지 않게 요리해 내는 영화는 애국주의로 포장된 정치적 야욕에 대한 비판이자, 과학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애국심에 대해 연설하는 걸프전 참전용사 벤 마르코 소령(덴젤 워싱턴). 겉모습과 달리 그는 전쟁이 끝난 지 12년이 지나도록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전쟁의 추악한 이면을 들추는 반전영화처럼 운을 떼는 영화는, 이내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으로 무대를 옮긴다. 벤은 걸프전 당시 공을 세운 부하 레이먼드 쇼(리브 슈라이버)를 추천해 훈장을 받게 했고, 레이먼드는 이를 발판삼아 정치계에 입문한다. 레이먼드의 어머니이자 상원의원인 엘리노어(메릴 스트리프)는 “국민은 전쟁영웅을 원한다.”는 논리로 아들을 부통령 후보에 올린다.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판의 모습은 ‘왝 더 독’‘프라이머리 컬러스’류의 정치풍자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기억조작이라는 소재를 불러들이며 과학과 주체의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음모를 파헤치려는 자와 음모의 제공자가 모두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면 누가 어떻게 이 사건을 파헤칠 수 있을까. 이성의 힘을 지닌 주인공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보통의 스릴러와 달리, 지금까지 영화를 지탱해온 주체를 지우는 영화는 대신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전쟁, 정치, 과학이라는 다양한 문제를 돌아 인간으로 회귀하는 영화의 시선에는 비판의 칼날과 동시에 결코 세뇌될 수 없는 인간의 그 무엇에 대한 희망이 담겼다. 원작은 리처드 콘돈의 베스트셀러 소설.15세 관람가. ●머릿속 미로찾는 스릴러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기차에서 내린다. 무언가를 찾으며 중얼중얼 걸어가는 품새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고 그가 찾아간 곳은 어딜까. 영화 ‘스파이더’(Spider)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기에, 초반부에는 무수한 의문부호만 남긴다. 남자의 정신세계는 안개처럼 뿌옇게 가리워져 있고, 관객은 그 안개를 하나 둘 걷으며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 여정에 동참하는 순간, 여러 갈래의 미로는 나름의 찬란한 빛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주인공 남자인 스파이더(랄프 파인즈)가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다가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로 윌킨슨 부인이 운영하는 사회복귀시설에 들어온 것이라는 윤곽을 알게 될 즈음, 결코 한가지로 해석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거리를 거닐다가 30년전 자신이 살던 집 앞에서 과거와 맞닥뜨리는 스파이더. 스파이더의 머릿속 여행이기에 과거의 일들은 현실이 되어 그와 공존한다. 배관공인 아버지(가브리엘 번)와 조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어린 스파이더는, 아버지가 자주 가는 술집에서 매춘부 윌킨슨과 마주친다. 가정적인 어머니에게 싫증을 느끼던 아버지는 매춘부와 바람이 나고 어머니를 죽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스파이더의 눈에는 복지시설의 윌킨슨 부인조차 매춘부의 얼굴로 보인다. 어쩌면 매춘부와 어머니도 동일 인물일지 모른다. 영화에서 무심코 흘려보낸 단서들이 하나둘 뇌리를 스치면서 다양한 해석의 갈래를 뻗게 한다. 어린 시절 각인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심리 보고서이자, 부모의 섹슈얼리티 앞에서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매력적인 배우 랄프 파인즈의 변신과, 정숙한 부인과 천박한 매춘부의 1인 2역을 연기한 미란다 리처드슨의 연기가 눈에 띈다.18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오늘의 눈] 어수선한 본회의장/박준석 정치부 기자

    2005년 첫 임시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는 지금 대정부질문이 한창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불러놓고 정치·경제·사회·외교 등 국정 전반을 점검하는 자리로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 스스로가 대정부질문을 무시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시간대에 기자회견, 세미나, 공청회를 중복해서 배정해 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본회의가 시작되는 오전 10시에 시간을 맞춰 시급하지도 않은 기자회견을 여는 ‘눈치 없는’ 의원들도 있다.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이틀째인 16일 당차원이나 국회의원 개인차원에서 개최되는 모임이 10여개에 달했다. 이 때문에 본회의장은 들락날락하는 의원들로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물론 참석률도 떨어져 60여명의 의원들만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임을 이유로 아예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의원들도 있었다. 질문자의 준비 부족도 대정부질문의 질을 떨어뜨렸다. 준비한 원고를 책 읽듯이 읽는 수준에 그친 의원도 있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해 어설픈 질문을 해놓고 해당 국무위원이 목소리를 높여 해명을 하면 주눅이 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해찬 총리는 의원들의 질문내용과 관련,“신문에 보도된 기사내용을 모아서 하는 수준인지, 생각하면서 하는 수준인지 유심히 들으면서 메모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원들로서는 모욕적인 말이지만 자업자득인 셈이다.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의원들도 대정부질문 자체에 그리 관심이 없는 듯했다. 졸거나 주위 의원들과 잡담을 나누는 것이 거의 일반화된 모습이다. 대정부질문은 묻는 의원과 답하는 국무위원의 ‘투맨쇼’로 전락한 듯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정부질문 무용론이나 개선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의원들에게 있어 대정부질문은 선거를 위한 ‘사진용’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보다 효율적으로 고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준석 정치부 기자 pjs@seoul.co.kr
  • [홍석현 주미대사 발탁] 盧대통령 인사 ‘코드’서 ‘실용’으로

    |가고시마 박정현특파원|19일로 대통령 당선 2주년을 맞는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관과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전격 발탁한 것을 정·관계 등에서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보수언론의 오너이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기 때문이다.2년 가까운 집권기간 동안 줄곧 ‘코드 인사’를 강조해온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홍 회장을 주미 대사로 발탁한 것은 노 대통령 특유의 깜짝 승부수로 해석할 수도 있고, 언론관과 기업관 변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밝힌 홍 회장 발탁의 배경에서 미국관의 변화도 감지된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앞으로 대미관계를 공고히 해야 하고, 이는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노 대통령이 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비서실장은 “양국이 정부 차원의 관계는 매우 돈독해지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미국 사회의 여론과 지식인 중에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다소 좋지 않은 것이고, 이를 바로잡고 고양시켜야 한다.”면서 ‘깜짝 놀랄 만한 빅카드’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17일 보도된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이유에 대해 “미국에 안보·경제면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한·미간 특별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연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연말에 산업공단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 방문을 ‘정치적인 쇼’라면서 거부했던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자이툰 부대를 ‘깜짝 방문’한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런 일련의 변화가 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이후에 ‘관용의 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한민국이 관용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관용정치’를 화두로 꺼냈다. 상대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세상의 가치와 원리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 ▲동시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관용의 의미를 정의했다. 홍 회장의 발탁 배경도 이런 범주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노 대통령은 다음날 CBS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도 “관용의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 많은 불안과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관용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들이 두달 뒤 집권 3주년 진입 과정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jhpark@seoul.co.kr
  • 따뜻해진 ‘얼음공주’ 박근혜 대표, 체험정치 시동

    따뜻해진 ‘얼음공주’ 박근혜 대표, 체험정치 시동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달라졌다. 우선 세밑을 앞두고 ‘체험 정치’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삶의 현장을 직접 겪어보겠다는 취지다. 잠깐씩 사진이나 찍는 ‘쇼’보다는 주부들과는 김치를 담그고, 노숙자와는 장시간 대화도 나누면서 평범한 일상을 배워가겠다는 뜻이다.‘성곽’에 둘러싸인 ‘얼음 공주’의 이미지만으로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동료 의원의 마음도, 유권자의 지지도 더욱 넓히기 어렵다는 판단으로도 읽힌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최근 시작된 ‘일요일 정치’를 ‘체험 정치’의 예고편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14일 설명했다. 일요일이면 약속을 잡지 않고 일주일 동안의 언론 보도와 정책보고서 등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던 박 대표가 지난달부터 이 휴식을 반납했다는 것이다. 당직자들과 부지런히 식사 자리도 마련하고, 당 행사도 일일이 챙기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예고도 없이 미니홈피 200만번째 접속자인 권아름(19)양 등 네티즌과 ‘깜짝 번개’를 시도했다. 한 시간 가까이 웃음보를 터뜨려가며 요즘 젊은층의 사고 방식과 말투 등을 ‘공부’했다. 이들과 함께 영아원에서 5시간 넘게 일한 것은 체험정치의 본격판인 셈이다. 아직 방영되지 않았지만 KBS-TV의 아침 프로그램 녹화도 마쳤다. 솔직 담백한 답변으로 주부 방청객의 웃음을 사고 피아노 연주로는 박수를 잔뜩 받았다는 후문이다. 정치적 보폭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수시로 동료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때로는 의원회관으로 직접 찾아가 ‘긴밀한’ 부탁도 한다. 이르면 이번 주에는 교도소로 면회를 간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김영일·최돈웅 전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 등을 위문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창(昌) 계열’ 인사도 다독여 나가겠다는 취지다. 밤늦게까지 국회 대표실을 지키는 것 역시 전에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법사위 회의실에서 보초 서는 동료 의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주말 저녁을 한턱 내며 다독였다는 얘기도 자주 들린다. 지난 9월 동료 의원들이 공정거래법 개정안 때문에 정무위 회의실을 밤샘 점거했을 때는 박 대표가 전화 한통 해주지 않아 섭섭했다는 의원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라는 평가다. 대표직에 처음 취임했을 때는 술자리에서 잔도 권하지 않아 ‘썰렁했다.’는 뒷얘기도 오갔지만, 요즘엔 박 대표가 먼저 건배를 제의해 놀랐다는 얘기가 많다. 그가 개발한 건배사는 ‘하나가’를 외치면 좌중이 ‘되자.’고 답하고 다시 ‘우리는’을 외치면 나머지 사람들이 ‘하나다.’라고 답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사회가 온통 세대로, 이념으로 분열하고 갈등을 일으키니까 우리라도 하나가 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도 모두 안고 가자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라는 당내 지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듯하다. 소신과 다른 말을 듣게 되면 즉석에서 상대의 면전에 대놓고 “그런 건 아니죠.”,“아니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라고 정색하는 바람에 머쓱함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임시국회가 끝나면 당 안팎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표 흔들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든든한 바람막이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곁들여진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옐로카드’ 받은 막말정치

    ‘옐로카드’ 받은 막말정치

    16일 국회 본회의장에 ‘옐로 카드’가 등장했다.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벌이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을 향해 노란색 질의서를 들어보인 것이다. 주 의원이 정동영 통일부장관에게 “쓸데없이 여기저기 다니지 말고, 통일부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질책한 직후였다. 한나라당 의석에선 껄껄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은 “너무 저질이야.”, 김형주 의원은 “당신이야말로 핑크 콤플렉스야.”라고 고함쳤다. 여당 의원들은 또 “시끄러워.”,“당신 아직도 검사야?”,“깡패야!”라고 외쳤다. 16일 막을 내린 대정부 질문은 끝까지 막말과 고성으로 점철됐다. 평소엔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던 금배지들도 본회의장에만 들어가면 소리를 질러댔다.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의록만 살펴봐도 막말 정치의 수준은 도를 넘는다. 특히 야당 의원 질의 도중에 마이크가 두번이나 꺼진 지난 12일 회의록에는 ‘장내 소란’이라는 단어가 무려 28차례나 등장했다. 국회 속기과 한 직원은 “의원 여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시끄럽게 떠들 경우 ‘장내 소란’이라고 기록한다.”고 말했다. 의장에게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발언대 근처로 뛰어나온 의원의 발언과 속기사가 발언자를 확인한 경우에는 “(열린우리당)노현송 의원 의석에서-어른한테 예의를 못 지켜! 어른한테 예의도 못 지키느냐고!”라는 식으로 기록된다. 이런 것만 97개가 됐다. 누가 발언했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입 닫아.’라고 말한 의원 있음”,“‘하지마.’라고 말한 의원 있음” 등으로 기록되는데 이것만 49차례였다. 이 가운데 “야, 차떼기당!”,“수백억씩 해 처먹고….”,“투표 참석한 의원들 다 사퇴해.” 등의 막말이 눈에 띄었다. 특히 이날 회의록 31∼32쪽은 단연 ‘백미’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사법쿠데타’를 천명한 뒤 장내가 ‘소란’해졌고,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과 주성영 의원이 발언대로 뛰어오며 “의사진행 발언을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은 “내려와! 여기는 주성영 의원 쇼하는 자리가 아니야. 이병석 의원, 여기가 당신 쇼 자리가 아니에요.”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앞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발언 때는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이 “나와! 내려와!”라고 외쳤고, 이에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누가 반말하냐. 반말하지 마.”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반말 안 하게 내려와.”라고 외쳤다. 누군가는 “오렌지 반말하게∼”라고 말하자, 남경필 의원이 발끈해 “누가 그러냐? 백원우? 반말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 방송사의 카메라에 녹화됐을 정도다. 이같은 구태에 대해 열린우리당 최성, 한나라당 고진화, 민주노동당 심상정,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16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일부 초선 의원이 인신공격이나,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면서 “진정한 의회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막말 정치는 국민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라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이 스스로 국민 앞에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지연 김준석기자 anne02@seoul.co.kr
  • [부시 재선] 투표율 36년만에 60%돌파

    [부시 재선] 투표율 36년만에 60%돌파

    2일 실시된 미국 대선은 1968년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어서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 ABC방송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이번 투표율이 1960년의 63%에 근접할 것으로 보도했다.NBC 방송은 투표자가 1억 1750만∼1억 2100만명으로 58∼60%의 투표율을 기록, 지난 1968년 60.84% 이래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2000년에는 1억 500만명이 투표해 51.3%의 투표율에 그쳤고 96년에는 49.1%에 불과했다. 우선 선거 이슈를 둘러싸고 미국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는 점이 선거율 급상승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라크전을 비롯한 대테러전쟁에 대한 태도가 첨예하게 대립했고 동성결혼, 낙태 등 민감한 문제가 선거 이슈로 등장하면서 분열을 더욱 깊게 했다. 미 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양 후보의 비방전에다 갈등을 부채질하는 TV쇼, 영화까지 등장하면서 정치로 인해 인간관계까지 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묘사했다.1968년 투표율이 높았던 것도 베트남전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잇따른 테러와 이라크전, 경제불안 등으로 ‘위기의식’이 높아진 점도 투표율을 높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가안보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고, 선거전 막바지에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경고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위기의식이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케리 TV토론서 뒤집기 성공?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지난달 30일 열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간의 첫 TV토론이 미국 대선전의 흐름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케리 후보가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가 실제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TV토론 효과 드러나 토론회가 끝난 30일 밤부터 2일까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013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케리 후보가 47%의 지지를 얻어 45%를 기록한 부시 대통령을 역전했다.지난달 초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을 앞선 여론조사 결과는 거의 없었다. 특히 이번 뉴스위크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4%가 두 후보의 TV 토론을 모두 또는 일부 시청했다고 밝혀 토론회가 지지율 변화의 중요한 요인이 됐음을 시사했다.토론을 본 응답자 가운데 61%는 케리 후보가,19%는 부시 대통령이 토론회의 승자였다고 각각 평가했다.부시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도는 46%로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처음 50% 밑으로 처졌고 그의 재선을 원하지 않는 응답자가 48%로 원한다는 응답자 46%보다 많았다.그러나 그의 재선 가능성에 관해서는 55%가 “재선될 것”이라고 전망해 “재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 29%를 압도했다. ●양당 선거전략도 변화 민주당은 첫 토론회에서 사실상 승리한 기세를 몰아 실업과 의료 등 국내 현안을 놓고 부시 대통령을 몰아붙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고용과 의료보호 등 사회정책에서 부시 행정부가 저지른 실정을 구체적인 수치로 지적하면 부시 대통령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민주당측은 공화당이 덧씌운 ‘변덕쟁이’라는 이미지가 첫 토론회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공화당측은 ▲TV토론에서의 우열은 실제보다 과장됐고 ▲케리의 지지세 회복은 선거 말기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2일 접전지역인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케리 후보가 국가안보를 ‘아웃소싱(외부에 맡기는 것)’하려 한다고 비난했다.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는 미국이 병력을 사용하기 전에 세계적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대통령이 할 일은 국제 여론조사가 아니라 미국을 방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에 깜짝쇼 나올지도” 공화·민주 양당은 앞으로 두 주일 사이에 대선의 승부가 사실상 갈릴 것으로 관측한다.민주당측에서는 “노회한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이 10월말에 ‘깜짝쇼’를 벌일지도 모른다.”고 경계하고 있다.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를 포함한 대형 이벤트를 터뜨린다는 것이다. dawn@seoul.co.kr
  • 부드러운 부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월 이후의 선거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이달말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집권 2기의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그러나 지금까지 추진해온 안보와 경제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깜짝쇼’를 벌일 수는 없기 때문에 주로 현재의 정책을 어떻게 새롭게 포장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보험이나 동성애자 결혼,줄기세포 연구 등 사회적인 현안에서 부시 대통령이 좀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부시 대통령의 선거 캠프는 전당대회에서 집권 2기 청사진이 나온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00년 대선을 앞둔 전당대회 당시 부시 후보는 ▲세금 ▲공공교육 ▲사회보장 ▲의료체제 등에 대한 개혁을 공약했다.공화당 지도부는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가 존 케리 후보의 ‘강인함(strength)’을 부각했다면,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부시 대통령의 ‘온정(compassion)’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이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채택될 정강정책에도 동성애자 결혼과 이민자 제한 등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정치보좌관인 칼 로브는 “민주당 전대에서 케리 후보가 실패한 부분은 ‘과거’에 집착해 ‘미래’를 제시하지 못한 점”이라고 주장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후보 수락연설에서 미래지향적이고 낙관적인 의제를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정부가 엄청난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접전지역인 위스콘신주 출신의 폴 라이언 의원은 “정부가 화성탐사 같은 사업에 돈을 많이 쓰는 데 대해 지역주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연설자들을 통해 민주당의 케리 후보를 주요 정책에 대해 말을 바꾸는 불안정하고 믿을 수 없는 인물로 확실하게 낙인찍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특히 전당대회장 주변에서 벌어질 대규모 시위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자들”로 몰아붙일 계획이다. dawn@seoul.co.kr
  • 男·시골 女·도시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 대선 레이스에서 부시와 케리는 누구를 ‘타깃’으로 삼아 선거전략을 짤까. 18일 위스콘신대 부설 닐센 모니터 플러스가 양측의 정치광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시 진영은 남성과 시골에,케리 진영은 여성과 도시에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TV 광고의 경우 부시 진영은 ‘뉴욕경찰’ 등의 프로그램에 광고를 붙인다.보수적인 중·장년층 남성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도 깔고 있다.케리측은 이같은 프로그램에 광고를 보내지 않는다.케리측이 남성 유권자들을 무시하진 않지만 부시에 비해 노년층과 젊은층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 반면 케리 진영은 ‘재판관 주디’ 등 서민들의 삶을 다루는 법정 드라마에 광고를 붙인다.여성들이 가장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다.부시 진영보다 이같은 드라마에 광고를 붙이는 비율이 4배나 된다.특히 케리 진영은 ‘스티브 하비 쇼’ 등 흑인들이 주요 시청자인 프로그램에 집중한다.케리 진영 당료인 맨디 그런왈드는 “부동층을 위한 전략이며 특히 여성들은 최종 결정이 늦어 집중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정치광고는 플로리다·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 10여개 접전 지역에 집중됐다.그러나 부시 진영은 시골지역이나 도시 근교지역에,케리 진영은 대도시 지역을 공략한다.예컨대 같은 오하이오주라도 부시측은 리마와 같은 농촌에,케리측은 데이턴과 같은 대도시에 광고를 보낸다. mip@seoul.co.kr
  • 무어 ‘화씨 9/11’ 22일 국내 개봉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Fahrenheit 9/11)이 22일 국내 개봉된다.‘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미국의 총기규제법을 통렬하게 고발했던 풍자감각을 감독은 유감없이 다시 발휘했다.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뼘의 보호막도 없이 스크린 위에서 발가벗겨진다. 부시를 쏘아보는 영화의 삐딱한 시선은 당황스러울 만큼 노골적이다.2000년 미국 대선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플로리다 재검표 소동으로 이의제기를 시작한다.부정 시비로 얼룩진 선거전,계란세례 속에 백악관에 입성하는 대통령 차량행렬 등 카메라는 ‘안티(anti)부시’를 작정한 듯 외친다. 백악관의 주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까지 감독이 얼마나 힘들게 다리품을 팔았을지 여실하다.부시의 대통령 자격에 부적격 판정을 내린 영화는 곧 9·11테러와 부시 일가의 뿌리깊은 커넥션을 까발리는 ‘본론’에 들어간다.테러의 진상을 밝히기 전에 빈 라덴의 미국내 친척들을 서둘러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시킨 의문점 등 음모론을 들추는 데 주력한다. 감독은 폭소를 동반한 풍자와 블랙유머로 앵돌아앉은 관객들까지 살살 달래나간다.아버지 조지 W.부시 대통령때부터 비롯된 사우디 석유재벌과의 유착,사업파트너로서 빈 라덴 가문과의 각별한 유대관계 등이 다양한 자료화면들을 통해 논리를 확보해가는 식이다. 부시의 음모론에 동조하든 않든 관객들의 뇌리에서 부시는 볼품없이 희화화된 몇몇 장면으로 각인될 듯하다.홍보물 촬영을 위해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부시가 9·11테러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반응.멀뚱멀뚱하게 클로즈업된 표정으로 아이들 앞에서 동화책만 뒤적이는 모습은,‘이미지 정치’ 이면의 무기력한 대통령을 극단적으로 폭로하는 설정이다.지구촌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어이없게도 부시는 골프채를 잡는다.“내 샷 좀 보쇼!” 중반을 넘어서면서 영화는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의 추악함을 고발하는 데 2라운드를 할애한다.예의 그 텁수룩한 행색으로 감독이 직접 현장인터뷰에 나서기도 한다.전쟁을 정당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공포정치’가,국민들의 관심을 얼마나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놓는지 증언하기위해 시민들 속으로 카메라를 옮긴 것.이른바 ‘애국법’으로 시민들이 서로를 감시하는 웃지못할 사건들까지 조명된다. 음악을 들으며 기계적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미군 병사,‘알라’를 울부짖는 이라크 여인,불타 매달린 미군 시체들,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미국 여인….뉴스 속의 단편적 사건들이 기승전결 틀거리를 갖춘 다큐멘터리를 빌려 강렬한 메시지로 되살아났다. 전쟁의 구린 이면을 들춘 어두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멘터리가 대중의 폭발적 동조를 얻어낸 데는 특별한 ‘레서피’가 있다.코믹패러디물 뺨치게 익살스러운 내레이션,감독의 논리를 대변하며 적재적소에 절묘하게 배치된 영상자료들은 2시간3분 동안 딴생각을 못하게 만든다. 제목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SF소설 ‘화씨 451’의 패러디.책읽기가 금지된 미래사회에 소방관들이 책을 불사르는 소설 내용을 은유해 감독은 “9/11은 진실이 불타는 온도”라고 설명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辛의장도 ‘이미지 정치’

    정치 지도자가 자신의 위상을 부각시키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 ‘민생현장 방문’,즉 ‘이미지 정치’일까.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취임후 처음 17일 현장으로 나갔다.강원도 강릉의 수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간 것이다.이런 행보가 새삼 눈에 띄는 이유는,그가 평소 ‘쇼 프로’성 정치보다는 ‘다큐멘터리’류의 정치로 승부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신 의장은 지난달 19일 취임 일성으로 “언론·사법개혁 등에 당력을 집중,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화려하지는 않지만,내실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그의 선언은 “한번 탈레반(신 의장의 별명)은 영원한 탈레반”이라는 평가까지 끌어냈다. 정동영 전 의장과의 차별성을 은근히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였다.하지만 17일 신 의장의 민생행보에서 정 전 의장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신 의장이 현장을 택한 것은 ‘리더십 부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취임후 그의 리더십은 줄곧 정통성 시비에 시달렸다.전당대회 경선 2위로서 의장직을 ‘승계’했다는 사실은 ‘모반’의 구실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반대파들은 장외에서 끊임없이 그를 흔들어댔다.설상가상으로 6·5재보선 참패와 당·청 혼선은 그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가하기에 이른다. 이쯤되면 뭔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지 모른다.그는 일단 ‘현장’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기로 작심한 것 같다.자연스럽게 ‘정동영식 정치’의 아류가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그러나 한 측근은 “총선 때의 민생행보가 정 전 의장 개인에 맞춰진 것이었다면,신 의장의 행보는 당 분과위 활동의 일환,즉 시스템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전환시대의 뉴리더십] ② 정동영

    ‘조종사 정동영’은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그의 시선은 발진 준비를 완료한 갈색 전투기에 꽂혀 있었다.한겨울의 칼바람이 목에 감긴 빨간 머플러를 흔들어 때렸지만,그는 오히려 흥분을 억누르느라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마침내 조종석 뒤칸에 몸을 실은 정동영은 활주로 끝에 선 수행원들을 향해,좀더 정확하게는 그를 겨누고 있는 카메라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 장면을 위해 그는 오랫동안 연습한 배우 같았다. 지난 1월20일 경기도의 한 공군부대 활주로에서 찍힌 이 사진은 정동영이 의장으로 있던 내내 열린우리당 대변인실에 걸려 있었다.그날의 공군부대 방문은 설 연휴에 장병들을 위문하는 행사였다.그런데 며칠 전부터 정동영은 굳이 ‘전투기 탑승’에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참모들에게 “꼭 비행기를 탈 수 있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동영의 모습에서 ‘기꺼이 미디어 상품이 되고자 한 최초의 정치인’으로 꼽히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젊고 화려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케네디.정동영은 과연 ‘한국의 케네디’를 꿈꾸는 것일까. ●“보이는 것에 집중하라” 정동영은 지난 1월11일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선출됐다.그런데 전날 그의 참모들은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그들은 남대문시장을 헤집고 다녔다.정동영이 의장에 뽑힌 뒤 하게 될 ‘민생행보’를 위해 일찍이 사전답사에 나선 것이다.의장에 선출되자마자 정동영은 노란 점퍼를 입고 새벽부터 재래시장을 누볐다.중국 칭다오(靑島)의 공단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일정도 감행했다.그의 ‘이미지 정치’는 당사를 여의도 고급빌딩에서 영등포의 폐(廢)공판장 부지로 옮긴 데서 절정에 달했다.불법자금이 창당자금으로 흘러들었다는 뉴스가 나온 바로 다음날 아침 그는 “오늘부로 당사 퇴거를 명한다.”고 전광석화처럼 선언했다. 정동영의 이미지 정치는 정적(政敵)과 여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하지만 그는 ‘큐(Q)사인’을 멈출 의향이 없었다.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시장바닥을 무턱대고 돌아다닌다고 재래시장이 살아나느냐.”고 몰아붙였지만,그는 “정치인이 재래시장에 관심을 갖는 게 뭐가 나쁘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고는 며칠 뒤 국회로 전국의 재래시장 상인들을 불러모아 한바탕 ‘눈물바다’를 만들어냈다.어느날 택시기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정결의’도 했다.“나는 전에 골프도 치고 폭탄주도 마셨다.그런데 시장상인과 서민들을 만나면서부터 많은 반성을 했다.이제 정치하는 동안에는 골프를 안 치겠다.”3위권에서 맴돌던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정동영 의장 취임 이후 1위로 치솟았다.“정동영식 정치가 먹힌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급기야 한나라당이 벤치마킹에 나섰다.박근혜 대표는 파란 점퍼를 입고 당사를 천막으로 옮겼으며 시장을 돌았다. 이쯤되면 무작정 “쇼한다.”고 깎아내릴 수만도 없다.운동권 출신의 당직자 A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과 행동으로 권위주의를 깼다면,정동영은 이미지로 권위주의와 결별한 것이다.국민이 원하는 스타일에 자신을 맞춘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눈높이로 내려왔다는 얘기가 된다.어떤 의미에서는 ‘포스트 노무현 시대’의 공백을 대체할 리더십의 전형이 될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미지 정치는 더 이상 정동영의 전매특허가 아니다.더욱이 ‘스타성’에 있어서는 이미 박근혜 대표가 그를 추월했다.정동영이 올초 한 여고에 특강을 갔다가 학생들로부터 “뭐하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것은 충격이었다.지금 정동영은 이미지 정치와 명예로운 결별을 하든지,아니면 ‘새로운 버전’의 걸출한 이미지 정치를 다시 출시해야 하는 기로에 선 셈이다. ●“대세를 읽어라” 정동영은 결정적 타이밍에 폐부를 찌르는 발언으로 대세에 몸을 싣는 천부적 정치감각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2000년 말 최고 실세인 권노갑씨를 치받으면서 중진의 반열에 오른 이래 그는 정치적 고비마다 승리하는 편에 서서 이슈를 선점했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 중진과 소장파가 당권을 놓고 치열한 세싸움을 벌일 때 정동영이 소장파의 총대를 메고 노 대통령의 정치적 사부인 김원기 의원을 밀어낸 것은 그가 보여준 정치감각의 백미였다. 당직자 B씨는 “이미지 정치도 자질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정동영에게 탁월한 정치적 식견이 없었다면 그렇고 그런 얼굴마담 역할로 끝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정동영에겐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른다.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대선때 노무현 후보의 연설을 들으면 그 주장이 맞고 그르고를 떠나 뭔가 찌릿찌릿한 게 있었다.그런데 정 의장은 처음 몇 마디 듣고 나면 지루해진다.한마디로 감동이 없다.” 그런 정동영이 기자들에게 처음으로 ‘찌릿찌릿함’을 선사한 적이 있다. 4월말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선명한 이념 정립을 맹렬히 요구하는 일부 당선자들에게 그는 이렇게 일갈했다.“미국의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정강정책을 정하는 전형적인 실용정당이다.공화당에 비교하면 진보적이지만,유럽의 사민당에 비해선 보수적이다.규제 철폐는 서구 입장에서 보면 보수가 될 수 있지만,우리의 입장에선 진보가 될 수 있다.개혁을 진보와 동일시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6·5 재·보선 지원유세를 끝낸 뒤 쉴 틈도 없이 지난 7일 일본 방문에 나선 것도 최근 ‘공부’에 대한 그의 왕성한 의욕을 보여준다. 그는 도쿄에서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도쿄대 총장,아사히신문 사장 등을 만난다.주말에 잠시 귀국한 뒤 바로 미국으로 떠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연방 상·하원 외교위원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정동영식 제3의 길 당시 워크숍에서 정동영은 단호하게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했다.이런 정동영식 실용주의 노선은 빌 클린턴이나 토니 블레어가 주창한 ‘제3의 길’을 연상시킨다.하지만 두 정상이 중도노선을 표방했을 때의 당내 형편과 지금 열린우리당의 상황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당시 미국 민주당은 24년 동안 대통령을 단 1명밖에 배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잃고 있었고,영국 노동당도 19년 넘게 야당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반면 지금 열린우리당의 주류는 정권 재창출과 총선에서의 압승으로 이념에 자신감이 넘치는 상황이다.이 때문에 정동영식 제3의 길은 대통령선거 본선에서는 몰라도,당내 경선과정에서는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정동영으로서는 모험을 감행한 셈이다. 더욱이 클린턴은 중도로 옮겨와서도 노년층 의료보험과 교육예산,환경보호 등 민주당의 전통적 핵심 어젠다를 결코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당심(黨心)을 잃지 않았다.그렇다면 정동영이 고수할 핵심 어젠다는 무엇일까.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약력 ▲1953.7.27 전북 순창 출생 ▲1969 전주고 ▲1972 서울대 국사학과 ▲1976 영국 웨일스대 석사 ▲1978 문화방송(MBC) 보도국 기자 ▲1995 MBC 뉴스데스크 앵커 ▲1996 새정치국민회의 입당 및 대변인 ▲1996 15대 국회의원 ▲2000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2000 16대 국회의원 ▲2004.1 열린우리당 의장 ▲2004.4 총선 선대위원장 및 비례대표 후보 사퇴 ▲2004.5 의장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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