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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긴급 좌담

    [2차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긴급 좌담

    남북이 제2차 정상회담을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하는 데 합의, 남북 관계에 큰 변화와 진전이 예상된다. 이에 서울신문은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주홍 경기대 국제정치학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김인철 편집국 부국장의 사회로 좌담회를 갖고 정상회담의 의의와 문제점, 남은 과제 등을 긴급 점검했다. 1. 정상회담 의의 ●사회자 2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 발표의 의의는.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북 정상회담은 2000년 처음 개최된 이후 7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정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남북 관계를 논의하는 최고위급 채널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관계를 제도적으로 발전시키는 데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1차 정상회담 당시와는 달리 정부가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 국민들도 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보다는, 성과에 대한 차분한 주문을 하는 것 같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6·15 선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약속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정상회담의 시기·장소·의제를 열어 놓고 북한의 호응을 촉구해 왔는데, 정부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지만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돼 부담을 털어내게 됐다. 그동안 장관급 회담 21차례, 장성급 군사회담 6차례 등 분야별 회담이 진행됐지만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실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상들이 만나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남북 관계의 새로운 진전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주홍 경기대 국제정치학 교수 긍정적인 의미 못지 않게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도 있다. 정상회담을 명분적으로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대북 관계를 돌이켜보면 쉽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1차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수많은 도발과 위반을 해왔다. 무엇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 즉 의제·시기·장소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정상회담은 국민적 합의와 국제 공조의 틀에서 진행돼야 효과가 있다. 국민들이 원치 않는 의제를 포함하는 정상회담은 안 된다. 현재 6자 회담 등 국제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독단적 행태의 정상회담도 경계해야 한다. 2. 다뤄야 할 의제 ●사회자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의제는 무엇인가. ●남 교수 남북 정상회담은 그 목적이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유도하는 데 있어야 한다.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안주하지 말고, 교류·협력의 범위와 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고, 이에 발맞춰 쌀·비료 지원 등도 정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전향 장기수를 북측에 보낸 만큼 납북자에 대한 성의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문서로 끝날 수 있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나 종전 선언 등은 경계해야 한다. 이는 남북은 물론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4자가 모여 논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다. 추상적 합의에 머무르는 ‘제2의 6·15선언’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통일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해서는 안 된다.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이미 합의된 것이기 때문에 협상 의제로 올려놓으면 안 된다. 국가보안법 개폐 용의를 밝힐 경우 대선이 사상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이완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이 공언하고 있는 남한의 대선 정국 개입 부분에 대한 어떤 시사점도 남겨서는 안 된다. ●김 교수 한반도 대결구도의 주체이자,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지를 서로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1차 정상회담에서 평화·군사 문제는 빠진 만큼 남북 상호 불가침에 대한 확약, 군사적 신뢰구축에 대한 의지 등을 표명하고 합의해야 한다. 지금 남북 관계는 ‘3대 경협’ 사업에 치중돼 있으며, 정치·군사·안보적 측면은 미진한 상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관계의 질적 향상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을 필요가 있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도 인도적 차원에서,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차원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고 교수 다뤄야 할 의제가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각종 실무회담이 다차원적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틀은 마련된 상황이다. 남북 교류·협력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확대발전시키느냐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정상회담의 목표를 높게 잡을 필요도 없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 이번 정부에서 모두 실천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북·미, 북·일 관계, 비핵화 이후의 한반도 질서 등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다만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북방한계선(NLL) 문제, 국군포로 문제 등은 정상회담에서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회담까지 남은 과제 ●사회자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남남 갈등, 남북 갈등의 새로운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 우리가 준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고 교수 집권 여당이 모호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 부여를 조장하는 정치 세력도 크게 이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 서로 주의하고, 역량을 집결시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의지를 모아야 한다. 정상회담을 추진한 의도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분명히 남북관계의 진전과 변화라는 객관적인 사실로 나타날 것이다. ●김 교수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정상회담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정파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에서 다소 가벼운 언행을 보이기도 했다. 정상회담에서는 국내에서 발언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표현하고 행동해야 한다. ●남 교수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유도하는 정상회담이 되기를 바란다. 이 부분이 빠진 정상회담은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통일에 대한 열정’보다는 ‘안보에 대한 냉정함’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과의 합의는 검증되지 않는 한 문서에 불과할 뿐이다.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구체성을 담아야 한다. 4.왜 또 평양인가 ●사회자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한 남북 합의서’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아예 거론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왜 또 평양인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남 교수 남북 관계는 특수 관계이다. 적이자 동지인 이중적 관계다. 다른 회담과 달리 의제, 시기, 장소가 중요하다. 동·서독, 아랍·이스라엘, 미·소 관계 모두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했다. 북한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한 것은 위기관리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시기도 중요하다. 정부가 적어도 시기에 대해서는 국민을 기만했다. 그동안 정상회담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해 왔고,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절차도 무시했다.‘깜짝쇼’처럼 진행된 것이다. 지금은 대선정국이다. 북한과 긴박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가.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을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 ●김 교수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 정부는 정상회담의 시기·장소·의제는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라 북측 요구를 수용한 것 같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정상회담이 핵문제 해결, 남북관계 발전에 필요하다는 게 전제돼 있다. 김정일 위원장 입장에서는 서울을 방문할 경우 신변안전 문제,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 등 정치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고 교수 현재 북한은 핵문제 처리과정에서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서게 된 것은 참여정부 임기 내에 2차 정상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자체를 제도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에서 각각 한 차례씩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가 됐을 것이다. 5. 개최 시기 적절성 ●사회자 대선이 4개월여 남은 상황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대선 정국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김 교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임기 말인 2002년 평양을 방문하려다 결국 무산됐다. 이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미 관계는 ‘잃어버린 10년’이 됐다. 정당한 정상회담이라면 임기에 상관없고, 임기 말이라 못할 이유도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행사인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매달려 협상 카드를 잘못 제시했거나, 이로 인한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은 불식시켜야 한다. ●고 교수 정상회담이 국내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 정상회담도 일종의 통치행위로 볼 수 있다. 대선과 관련, 정상회담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의 구도를 강화시키는 의미가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를 예상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를 제도화하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국제정세 측면에서는 BDA 문제가 해결되고 ‘2·13 합의’가 본격화되는 시기이다.6자 회담의 틀이 아니라, 남북이라는 당사자 구도로 돌리는 데 의미가 있다. 북한의 의도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종전 선언에 더 관심이 많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는 남북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워싱턴, 도쿄로 가는 데 있을 것이다. ●남 교수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을 요청한 것 같다. 이를 위해 국가정보원장이 잠행하는 형태가 됐다. 때문에 의제 선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정책적 합의’가 나와야 한다. 예컨대 핵문제 해결 방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남북만 합의한다고 풀릴 문제는 아니다. 국제 공조가 필수불가결하다. 북한은 남한을 핵문제의 당사자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남북 관계가 지나치게 앞서가면 국제사회의 공조가 깨질 수 있다고도 우려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유엔 결의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정상회담이 비밀리에 추진됐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6. 합의내용 실천 가능성 ●사회자 현 정부가 임기 말인 만큼 정상회담 합의사안에 대한 실천력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김 교수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한 실질적 이행과 집행은 다음 정부에 맡겨야 한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도 실천이 어려운 합의는 자제해야 한다. 국민들이, 다음 정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야 한다. ●고 교수 현 상황을 감안하면 남북 모두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의제를 들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운 의제로 입씨름하기보다는, 그동안 핵문제 때문에 진전되지 못한 남북 관계를 제도화하고 가속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평화관리 차원에서의 합의, 실천가능한 교류·협력, 인도적 문제 해결 등의 범위 내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남 교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일차적인 주제가 돼야 한다. 북한의 체제 안보에 초점을 맞추면 위기관리 주도권을 북측이 가져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북한은 실리가 없는 회담은 하지 않는다. 지난 7년간의 ‘공회전’ 경험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김 교수 정상회담에서는 선언보다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상회담은 막힌 부분을 풀어주고, 흐름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포괄적, 종합적, 원칙적 합의가 나와야 한다. 구체화시키는 작업은 실무회담을 통해 하면 된다. 북핵 문제는 우리가 나서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핵화 의지에 대한 재확인을 김정일 위원장 육성을 통해 전세계에 확인해 줘야 한다. ●남 교수 북한과의 합의는 행동으로 검증되지 않는 한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게 국제적인 시각이다.1차 정상회담 이후에도 서해교전, 핵실험 등이 이어졌다. 원칙적으로 합의를 하더라도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수도 있다. ●고 교수 적어도 지금은 실무 차원에서 남북 간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경색 국면이다. 때문에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해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장관회담 등이 제도화는 됐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아니면 풀지 못하는 문제들도 상당수 있다. 정리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은 가슴 뭉클한 드라마를 기다린다/이준한 인천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국민은 가슴 뭉클한 드라마를 기다린다/이준한 인천대 비교정치 교수

    “쇼를 하라! 표가 공짜다!” 광고가 매우 재밌다. 새로운 상품으로 회사 매출도 급증한단다. 바야흐로 쇼의 계절이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의 쇼 말이다.70명이 넘는 예비 후보가, 또 대소와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이 함께 벌이는 버라이어티 쇼다. 그 가운데 압권은 단연 이랜드 쇼다. 혼동 마시라. 여기에서 이랜드 쇼는 이(李)랜드를 일컫는다. 이명박 후보 일가가 보유한 전국에 널린 80여만평의 부동산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의혹을 다룬다. 이 쇼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장면이 등장하고 돌아서면 또 다른 에피소드가 나와서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쇼가 재미있어선지 표도 아직 제일 많이 얻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이랜드 쇼가 나올지 기다려진다. 이(李)랜드 쇼의 주인공인 이명박 후보가 이(E)랜드 사태와 관련한 노동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큰 소동이 벌어졌던 제주도 후보합동연설회 전날 밤 벌어진 TV토론회에서다. 이랜드 사태와 같이 불법적인 파업은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李)랜드 주인공이 자신의 부동산에 대하여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듯이 이(E)랜드가 계약기간 만료 이전에 계약을 해지한 부당해고 문제를 일으킨 것은 모르는 듯하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는 한나라당의 경선후보 합동연설회도 재밌다. 삼복 더위 일요일에 제주도 선관위 직원이 바라보는 앞에서 예비후보가 버젓이 법으로 금지된 확성기로 옥외에서 연설을 한다. 연설회장에서는 플래카드나 피켓 등 금지된 것들이 난무하고 막대봉을 상대편을 향해 휘둘렀으며 반대파 연설도 방해받는다. 결국 연설회 일정과 형식도 달라진다. 결국 제1정당의 후보합동연설회가 깍두기 머리, 검은 양복의 어깨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목소리와 손바닥으로만 하는 쇼로 바뀐다. 소위 범여권의 쇼는 예고편이 너무 길었던지 새로운 게 하나 없다. 아니 대선과 총선 때마다 재방송한 것을 삼탕해선지 매우 식상하다. 결국 갈라섰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일부만 제외하고 거의 다시 헤쳐 모인다.1년 전부터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뿔뿔이 흩어져 각개약진하다가 선거 직전에 오픈 프라이머리로 극적인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쇼는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거나 해외토픽 난 따위나 장식하고 말 것이다. 부동산과 재산이 많다고 하니, 대통령에 당선되면 헌납하겠다는 쇼는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법과 질서를 어기는 후보나 정당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구태를 반복하는 쇼도 그렇다. 국민은 표나 거저 얻으려고 기괴한 언행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변신의 쇼를 보고자 하지 않는다. 가슴 뭉클하게 감동시킬 수 있는 드라마를 원할 뿐이다. 그런 드라마 하나다. 지난 25일 퇴임한 인도 대통령 압둘 칼람의 도도한 드라마다. 달랑 옷가방 2개 들고 취임했다가 깨끗하게 그것만 들고 퇴임한다. “목적이 있는 선물은 받지 마십시오. 그리고 훌륭한 도덕적 가치를 가진 가정을 꾸려 나가십시오.” 그의 존경스러운 인생관과 70줄 평생 행적을 엿볼 수 있는 좌우명 가운데 하나다. 대통령이 그러하니 국가의 영이 서고 운명이 달라진다. 그는 과거 5년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를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일대 도약시켰다.2020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합류시킬 기초를 닦았다는 평을 듣는다. 인도 핵 개발의 아버지인 과학자로 평소 국민의 흠모 대상이다가 국가에 봉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다시 한국이다. 국민은 표를 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 줄 것인지 자신을 점점 잃어간다. 후보들이여, 정당들이여, 마음껏 쇼를 하라! 싸구려 쇼가 아니라 국제적인 드라마를!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드라마를. 이준한 인천대 비교정치 교수
  • [22일 TV 하이라이트]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한지공예는 우리 삶 가까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의 전통한지는 통풍성이 좋고, 내구성이 뛰어나 작은 생활소품은 물론, 소반이나 반닫이 등 쓰임새가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품명품 추적대감이 재현해 본 전통 한지공예.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전통 한지공예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이 공개된다. ●최강!울엄마(KBS2 오전 8시55분) 강이네, 채린네, 은기네 가족은 방학을 맞아 함께 여행을 떠난다. 강이와 채린은 둘만의 시간을 갖으려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한강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길이 막혀 여행을 포기하고 한강으로 차를 돌린 가족들에게 딱 걸린 두 사람. 누구보다 은기는 훈이까지 알고 있는 두 사람 관계를 몰랐다는 것에 격분하는데….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1997년 다이애나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비롯해 계속되는 충격적인 예언들. 수많은 사건을 적중시킨 인터넷 세상의 예언가,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1973년 7월20일 구급실로 실려와 손 쓸 겨를도 없이 세상을 등진 사람은 시대의 영웅 이소룡이었다. 사인도 밝혀지지 않은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굿모닝 세상은 지금(SBS 오전 7시40분) ‘와이프로거’란 주부(wife)와 블로거(blogger)를 합친 신조어. 자신만의 가사비법을 블로그에 담아 스타가 된 주부를 가리킨다. 요리와 수납의 달인 현진희, 천연화장품과 비누를 만드는 강영주, 침구·커텐 DIY의 이수연 주부가 자신만의 성공담과 인기블로그를 만드는 비법을 털어 놓는다. ●사랑의 공부방-네발 자전거(EBS 오후 6시) 꼬마 어른, 권재명. 이제 겨우 열 살. 엄마·아빠의 사랑을 받지도 못한 채 가족이라고는 할머니와 네살배기 여동생 아름이가 전부이다. 그래서 일까?재명이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너무나도 성숙하다. 공부방에서든 학교에서든 발표력도 최고, 리더십도 최고다. 열 살 재명이를 성숙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8시30분) 대서양과 인도해, 지중해와 홍해로 둘러싸인 아프리카는 다채로운 문화와 종교, 언어를 가졌다. 뉴욕 흑인문화센터는 아프리카 후예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또 아프리카 대륙의 단합이라는 원대한 꿈에서 정체성을 찾는다.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꽃 피울 정치, 경제, 사회 연합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도전!1000곡(SBS 오전 8시30분) 각종 음악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정상을 달리고 있는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선배가수 원미연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다름 아닌 미모?과연 미모와 실력을 두루 갖춘 선후배의 경쟁에서 그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창력의 소유자 서울패밀리. 그들이 진짜 ‘패밀리’로 돌아왔다는데…. ●TV탐험 멋진 친구들(KBS2 오전 9시45분)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KBS 드라마의 알짜배기 NG장면을 지켜본다. 인기 드라마부터 예능 프로그램까지 이번 주,TV 속 시청자를 사로잡은 명장면도 지켜본다. 조선 후기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드라마 ‘한성별곡’의 현장에서 뒷 이야기를 들어본다.
  • 한나라 ‘이명박·박근혜 의혹검증 청문회’ 딜레마

    오는 19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를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후보측은 청문위원들의 ‘창’을 막아낼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등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양 후보측, 청문회 대비 진력 이 후보측은 청문회를 끝으로 더 이상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쐐기를 박겠다는 각오다. 청문회 준비에는 판사 출신인 주호영 후보 비서실장을 ‘청문회 대책단장격’으로 은진수·오세경 법률지원단장과 이 후보의 법률자문단인 ‘송법회’ 변호사들이 투입됐다. 친인척 관련 재산문제 등에 대한 반박논리를 다듬고 있다. 천호동 뉴타운 지정, 서초동 고도제한 해제,‘황제 테니스’ 사건 등 서울시장 시절의 의혹 제기에 대한 ‘모범답안’도 마련 중이다. 박 후보측도 이 후보측에 비해 제기된 의혹은 적으나 청문회 이전까지 박 후보 일정을 최소화한 채 청문회 준비에 진력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뒤처진 지지율을 뒤엎는 계기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율사 출신인 김재원 대변인을 비롯해 법률지원단장인 김기춘 의원과 강신욱 전 대법관이 청문회 준비를 책임지고 있다. 김병호 미디어홍보본부장 등 미디어팀은 박 후보와 직접 일문일답 방식으로 도상연습도 할 계획이다. 특정 정당이 소속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청문회를 벌이는 것은 정당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래서 이번 청문회는 앞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이어 대선후보 경선의 두 번째 분수령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의 일부가 규명된다면 당은 호평받겠지만 후보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반면 의혹이 규명되지 않으면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도저도 아닌 ‘절충형 청문회’로 끝난다면 ‘면죄부용 청문회’라는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한다. ●의혹 규명하면 당 안팎서 후폭풍 “제대로 된 청문회였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이·박 두 후보에게 제기돼 온 의혹의 진위를 가려내야 한다. 검증위 간사인 이주호 의원은 “어느 후보라도 봐주기식 청문은 없다.”면서 “밝힐 것은 밝히겠다.”고 자신했다. 검증위가 규명 작업을 통해 몇 가지 진실을 밝혀낼 경우, 후보들에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 경선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증위가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고 하더라도 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더 강하다. 특정 대선 후보에게 치명상을 안겨줄 만한 내용이라면 그것을 과연 공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의혹 해소 못하면 ‘알맹이 없는 정치쇼’ 검증위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아무런 의혹도 해소하지 못한다면 ‘알맹이 없는 정치쇼’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청문회 이후에도 양측의 검증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청문회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날 경우, 이·박 후보에게는 ‘면죄부’가 될 수 있겠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면죄부용 청문회를 통해 국민을 기만하려 들고 있다.”는 여론의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검증위는 최소한 부실 청문회라는 지적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15명의 검증위원 가운데 이주호 간사를 제외하고 안강민 검증위원장과 인명진 윤리위원장 등 14명의 검증위원들을 외부 인사로 채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울러 네티즌 질문과 상대후보측 질문도 포함시키고 청문회에 참석지 않는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에게도 의견을 묻는 등 최대한 객관성과 형평성을 기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게 검증위의 주장이다. ●양측 모두 봐주면 ‘짜고 치는 고스톱?’ 검증위의 입장에선 후보들에게 너무 가혹하지도 않고, 국민들에게도 “그만 하면 됐다.”는 평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검증위가 지난 12일 이·박 후보측에 미리 예상 질의서를 전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예상 질의서는 안강민 검증위원장 지휘 아래 검증위 산하 조사단에서 작성됐으며,A4용지 50여장, 총 300∼400여개 문항에 언론 및 국민 제보 등을 통해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을 망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검증위는 예상 질의서와 관련,“양 후보 모두에 대해 상당히 신랄한 질문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험지를 미리 주고 충분히 준비토록 한 뒤에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증위 관계자는 “수사권도 없는 검증위가 후보들에 대한 수백 가지의 의혹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검증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청문회를 통해 짚을 것은 짚고, 털 것은 털고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당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청문회인 데다 다른 당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정치 실험이니만큼 이번 청문회가 어떻게 끝나든 국민들에겐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범여·朴 연계공세” “李측 조급한 모양”

    “범여·朴 연계공세” “李측 조급한 모양”

    한나라당의 양대 대선 주자인 이명박·박근혜 진영이 정치적 금도(襟度)를 벗어난 난타전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측이 ‘청와대 배후설’과 ‘범여권-박근혜 정보공유설’을 제기하면서 재점화됐다. 이 후보측은 청와대 및 박 후보측을 싸잡아 비난하며 강도높은 공세를 퍼붓고 있다. 범여권과 박 후보측의 공세를 조기에 차단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으며 당내 경선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한 듯 초강경 대처로 방향을 틀었다. 박 후보측은 청와대와 이 후보측의 맞대결 구도로 흘러가도록 방치할 경우, 국민의 관심에서 자칫 멀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전 시장측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이 후보측은 18일 친노 사조직이 ‘이명박 죽이기’를 기획하고 박 후보측이 범여권과 연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나섰다. 장광근 캠프 공동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후견인으로 하는 친노그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원군으로 하는 반노·비노 세력이 각자 독자후보를 낸 뒤 대선을 목전에 두고 극적 단일화라는 정치쇼를 통해 반전을 시도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이명박 죽이기 공작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 최태민 목사의 관계를 다룬 월간조선 최신호를 언급하면서 “정수장학회·영남대·육영재단 등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의혹의 중심에 늘 최 목사가 있었다.”며 의혹을 부추겼다. 그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최씨 일가에 의해 국정이 농단될 개연성이 없겠는가.”라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공격도 가했다. 박 후보측은 이 전 시장의 ‘여권과의 정보공유’ 발언에 대해 “금도를 넘어섰다. 좌시하지 않겠다.”며 적극 응전에 나섰다. 캠프 내 일각에선 “이 전 시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는 같은 당의 후보니까 이명박을 지켜줬다. 그런데 이게 뭔가. 박 후보가 아무리 만류해도 또다시 이렇게 나오면 나까지는 참아도 입은 많다. 이 후보가 왜 이렇게 모질게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홍 위원장은 “이 후보가 그동안 높은 지지율이 며칠새 빠지니까 조급하긴 한 모양”이라면서 “박 후보는 지지율이 이 후보의 절반이었으나 이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차별성을 내세웠다. 그는 그러나 “정치 세계에 있었던 일을 법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주 싫어한다. 공동위원장 맡는 동안 힘을 다해 막을 것이다. 이명박은 결국 본선에서 우리와 어깨동무를 해야 할 아주 소중한 자산이다.”고 말했다. 이혜훈 공동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이 시인한 위장전입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분명한 불법행위”라면서 “대통령이 되기에 부적절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은 것이냐.”며 대통령 부적격론을 제기했다. 홍희경 김지훈기자 saloo@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가끔 하늘 보며 살기

    [한승원 토굴살이] 가끔 하늘 보며 살기

    ‘하늘’이란 말과 ‘태허(太虛)’라는 말은 동의어이다. 태허는 태초로부터 텅 비어 있는 시원이다. 우리가 온 곳도 그곳이고 돌아갈 곳도 그곳이다. 어떤 일로 인해 기가 막히면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면 막힌 기가 뚫린다. 어떤 의문이 풀리지 않을 때에도 하늘을 쳐다보면 풀린다. 내가 얻곤 하는 모든 영감의 근원지는 짙푸른 하늘이다. 요즘 시장 바닥에 ‘어린’ 사람들이 들끓고 있다고 그 하늘이 말한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문에 ‘어린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실어 펴지 못할 놈이 많으니라.’라 했는데, 그 말 속의 ‘어린’은 ‘어리석은’이라는 뜻이다. 잡아놓은 물고기에게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 이 땅의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 알기를 잡아 놓은 물고기로 안다. 민심이 천심인데 하늘 알기를 우습게 아는 그들은 얼마나 어린 사람들인가.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 땅에다가 가로로 세로로 운하를 뚫겠다고 하고, 여론조사에서 항상 1등을 맡아 놓고 하는 사람과, 자기 당의 경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차기 대통령자리는 자기 것이라는 생각에 잠겨 있는 한 여인이 벌이는 샅바싸움, 뿔뿔이 흩어진 다음 다시 대통합을 이루어, 가시화해 있는 그 두 사람에게 이길 수 있는 무슨 묘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웅얼대는 우후죽순 같은 군웅들의 행태…. 저 사람들 가운데 누구를 이 험난한 바다를 헤쳐 나가는 선장으로 삼아야 할까. 모두들 대의를 가지고, 한 패거리는 이리 몰려가서 웅성거리고, 다른 한 패거리는 저리 몰려가서 웅성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디에 줄서기를 해야만 차기의 국회의원 자리가 확보될 것인가 하는 눈치작전들만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런 시쳇말들이 나돌았다. 선생을 하려면 대학교수를 하고, 군대생활을 하려면 별을 달고 하고,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원 노릇을 하여야 한다는 말.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공공의 큰 믿음과 희망을 미끼로 내걸어놓고 ‘나에게 한 표 주십시오.’ 하고 청하는 ‘구걸의 낚시꾼’, 혹은 ‘구걸의 벼슬아치’이다. 후보로 출마해서는, 표 가진 자들에게 굽실거리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미끼를 던져주며 구걸을 하지만, 당선이 된 다음에는 그 미끼들을 싸 짊어지고 여의도나 청와대로 입성하자마자,‘한푼 줍쇼’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목에 힘주고 떵떵거리며, 자기와 자기의 이익단체를 위해, 그동안에 쓴 밑천만 뽑으려고 든다.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법을, 정전기 없는 순 무명옷이나 명주옷처럼, 추울 때는 따뜻하고 더울 때는 시원하게 만들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익단체들이 찔러준 돈만큼,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고 싶으면 만들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다급하고 소중한 것일지라도 깔고 앉은 채, 자기와 제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질질 끌어가는 파렴치한 그 집단들. 지금 대통령님은 또 왜 남은 임기 동안의 다스리는 일에만 골몰하지 않고, 이미 문밖으로 나와 버린 당에 집착하고, 그 당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에게 시시비비나 하고 있는 것인가. 비자금을 잔뜩 모아 감추어 두었다가, 청와대를 떠난 뒤 물밑에서 그 비자금을 이용하여 사당을 만들어 운영관리하려 했다가 모두 실패를 했는데, 저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러는 것일까. 강을 건넌 다음에는 뗏목을 버리라고 했는데, 왜 지금까지 뗏목을 짊어지고 다니고 있을까. 금년 12월 전후에는 마음 하얗게 비우고 고향 김해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그 여러분들에게 하늘, 혹은 태허를 가끔 쳐다보며 살기를 권한다. 그 하늘이 순수해지라고, 마음을 비우라고 가르쳐주고, 권력, 그것 새털 같은 것이라고 가르쳐줄 터이므로. 소설가
  • 한나라 내분 터질까? 아물까?

    한나라 내분 터질까? 아물까?

    한나라당이 연말 대선 길목에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경선규칙을 둘러싸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대치가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강재섭 대표가 11일 정계은퇴까지 시사하는 배수진을 쳤다. 그는 오는 15일 상임전국위원회까지 자신의 중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대선주자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표직은 물론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서울시장이 이날 판문점을 찾아 남북관계 구상을 밝히는 등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가운데 박 전 대표는 자택에 머물며 특단의 반전카드 모색에 들어갔다. ■ 이명박, 판문점 JSA 방문하며 ‘마이웨이’ 한나라당이 대선 경선규칙 문제로 분란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1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하며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섰다. 전날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터라 경선규칙 공방에 빠지지 않고 정책 대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전 시장은 이날 “한반도에서 경제와 안보는 떼려야 뗄 수 없다.”며 “우리가 안보를 한번 더 다지고 그걸 뛰어넘는 평화와 번영을 이룩해야 한다.”며 판문점을 찾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이 전 시장은 상설 이산가족 상봉장의 판문점 설치를 주장했다. 그는 “판문점에 상봉장을 만들면 지금과 같이 고령인 이산가족들이 배나 비행기를 타고 금강산이나 평양까지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면서 “현재 이산가족 상봉에 1인당 9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900만원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봉장을) 남북 공동소유 형태로 하면 북한에서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도 자신들의 실상을 남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판문점에서 하면 그런 부담도 줄어들지 않겠나.”라면서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구상인 ‘MB 독트린’의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그는 “비무장지대에 평화를 상징하는 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 유스호스텔과 실내체육관 등을 만들어 남북 주민과 청소년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경선규칙을 둘러싼 당의 분열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끼면서도 “경선룰보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따까운 눈총과 당원들의 화합을 바라는 열망”이라면서 “불과 일주일 전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흔들지 말라고 했다. 나도 그것을 의식하고 조건 없이 (중재안을)수용했다.”며 현 상황의 책임을 박 전 대표측으로 돌렸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박근혜, 공식일정 취소… 특단카드 ‘장고’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11일 강재섭 대표와 경쟁자인 이명박 전 시장측의 경선규칙 중재안 강행 처리 방침에 반발, 공식 일정 대신 개인 일정만을 소화하며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었다. 박 전 대표는 서울 삼성동 자택에 주로 머물면서 지난 5일 어린이날 이후 미뤄온 개인적 약속만을 소화하며 경선규칙과 관련한 향후 상황전개에 대한 생각을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박 전 대표 본인에게 이 상황은 엄청난 도전”이라며 “당 대표와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선주자가 편을 짜서 원칙을 고수하려는 자신을 부당한 이유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 여러분들의 조언을 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치적 쇼’로 비쳐질 수 있는 행보나 이벤트를 극도로 꺼려온 박 전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추자 “경선 불참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박 전 대표가 전날 강 대표와 이 전 시장측의 중재안 처리 강행 방침에 “이런 식이라면 경선도 없다.”며 배수진을 친 점을 감안했을 때다. 이에 대해 이정현 공보특보는 “칩거나 장고에 들어가 일정을 취소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며 “원칙을 지키고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확고불변한 입장이 있기 때문에 칩거나 장고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분명하게 하지 않을 것 두 가지는 경선 불참과 탈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의원은 “헌법 같은 당헌을 부당하게 바꿔 경선을 하면 결과는 뻔하다.”며 “깨끗한 승부는 깨끗이 승복하겠지만 부당한 승부는 참여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캠프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해 경선불참 카드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철학박사 가수 1호 하춘화 (2)

    가수 하춘화씨는 1955년 6월28일, 부산 초량동에서 태어났다. 철강선 제조업체 동아제강의 설립자였던 부친 하종오씨는 한때 야당 정치에 몸담았다가 5·16 이후 서울로 무대를 옮긴다. 그때서야 둘째딸 춘화양의 노래솜씨가 주위에 소문이 나 ‘신동’이었음을 알게 된 부친은 가수 고복수씨가 운영하던 동화음악예술학원에 등록, 본격적인 노래공부를 시킨다. “춘화는 유년시절부터 놀랍게도 일본 노래, 특히 미소라 히바리 노래까지 곧잘 따라 불렀어요. 동화예술학원에 들어간 이후에도 숙소가 있던 청진동 여관에서부터 명동의 학원까지 걸어다니면서도 단 한차례 거른 적이 없었을 만큼 매우 열정적이었지요.” 첫 독집음반을 발표하던 1961년 12월, 공교롭게도 ‘아동복리법’이 공포된다. 때문에 음반발표 가수로서 한국연예협회가 발급하는 ‘가수증´을 취득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랐다.‘만 14세 이하의 어린이에게는 곡예를 시킬 수 없다.’는 아동복리법 조항 때문. 부친은 ‘노래활동과 곡예는 엄연히 다른 분야’라는 청원서를 내고 결국 정회원 가수증이 발급됐다. 아울러 ‘단발머리 시대’에 초·중·고 시절을 보내며 학업과 무대를 동시에 병행했던 하춘화. 헤어스타일만큼은 늘 한결같이 ‘긴 머리’였다. 이 또한 부친의 의지였다. 그런 덕분에 하춘화의 연예활동은 가속도를 내며 ‘물새 한 마리’ ‘잘했군 잘했어’에 이어 1972년 예그린의 뮤지컬 ‘우리 여기 있다’와 영화 ‘세노야 세노야’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재능을 선보였다. 이어 ‘연포 아가씨’ ‘영암 아리랑’ ‘하동포구 아가씨’ 등 지방 소재의 노래를 히트시키며 펼쳐진 전국 순회 ‘하춘화 리사이틀쇼’는 항상 만원사례. 아울러 TBC,MBC 10대 가수상을 연속 7년과 8년동안 수상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부친은 주변의 시각에 대해 점차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연예활동은 학업 소홀로 이어지는, 이른바 ‘10대 소녀가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탓이었다. 때문에 부친은 누구보다도 엄하게 부족한 학업과 인성에 대한 교육을 하춘화씨에게 강조했다. 이 덕분일까. 하춘화는 그 흔한 스캔들 한번 없는 가수 중 한명이다. 1972년부터 취로사업장용 손수레와 새마을공장 등에 재봉틀을 기증한 것으로 시작된 그녀의 선행은 그동안 각 단체로부터 120여차례 감사패를 받았을 정도다. 현재 국내 연예인 중 최다 봉사활동자라는 영예를 안았다. 심지어 지난 2001년 데뷔 40주년 기념공연에서 1억 5000만원의 수익금 전체를 결식아동 소년소녀가장 돕기 성금으로 기증했다. 그해 정부로부터 옥관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후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데뷔 45주년 공연에서도 개런티를 포함해 수익금 전액을 환경미화원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기탁했던 미담을 남겼다. 이같은 하춘화의 46년간 일거수일투족 기록을 메모해온 부친은 이를 단행본으로 발간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가요비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데스크시각] 한나라당의 ‘정치감각’/곽태헌 산업부장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알 수 있는 몇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지난 2002년 9월30일 당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충청권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공식으로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현실성이 없는 공약”이라며 무시했다. 한나라당의 첫 반응은 “서울의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서울에 집없는 유권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서울의 집값이 떨어진다고 했으니…. 한나라당은 어설프게 대응한 것을 알았는지 다음날에는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면 금융기관들이 부실해져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금융시스템 붕괴는 와닿지 않았다. #사례2 비슷한 시기에 이번에는 한나라당에서 군복무기간을 2개월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먼저 내놓았다. 군 복무기간 단축, 예비군과 민방위대원 편성연령 인하 등은 선거때마다 나오는 표를 겨냥한 단골 메뉴들이다. 당장 민주당 박주선 제1정조위원장은 “국방부에 문의한 결과 ‘2개월을 단축하면 매년 2만 2000명의 병력이 부족해지고 연 4000억원의 추가예산이 든다.’고 하더라.”면서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방 전투력을 급격히 약화시키는 복무기간 단축은 시기상조”라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한술 더 떠서 복무기간을 4개월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사례3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11월26일 ‘청년 100인 이회창 후보를 검증한다’는 TV 프로그램에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현재 내는 돈(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인데, 받는 돈은 소득의 60%여서 국민연금은 2034년이면 적자가 나게 돼 있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보통 내는 돈은 소득의 15%로, 받는 돈은 소득의 40%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 내고 덜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날 민주당은 예상대로 “우리는 현재처럼 하겠다.”고 나왔다. 더 걷지도 않고, 덜 주지도 않겠다는 말이다. 현 정권은 집권뒤에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국민연금을 바꾸려 하고 있다. 지난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렵게 타결됐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다소 보완해야 한다는 토를 달았지만 한·미 FTA에 적극 찬성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무슨 정책이나 제도로 이익을 볼 계층은 뚜렷하지 않다. 또 이익을 볼 계층은 결속이 잘 되지도 않는다. 반면 피해가 예상되는 쪽은 확실한 편이다. 당연히 단결도 잘 된다. 지난 주말 성묘를 겸해 고향을 찾았다.“이명박과 박근혜도 (FTA에)찬성한다는데…. 농민표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야.” 숙부의 말씀이었다.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원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FTA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 자리를 줬던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정치란 이런 것이다. 요즘 한 통신회사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쇼를 하라.” 소위 3불정책(기여입학제·대학별 본고사·고교 등급제)을 보완하고 싶어도 표를 생각한다면 대선주자들은 입을 닫고 있는 게 낫다.‘양심’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표를 더 얻고 싶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 돈 있는 사람들보다는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는 못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의 선거판에서 정직과 양심은 아직까지는 덕목이 아니다.2002년이나 5년이 지난 지금이나 한나라당의 정치감각은 변한 게 없다. 곽태헌 산업부장 tiger@seoul.co.kr
  • [美프로야구 산업현장을 가다] (하) 구단과 지역사회

    [美프로야구 산업현장을 가다] (하) 구단과 지역사회

    “신시내티의 한 해는 레즈 팀의 개막경기와 함께 시작된다.”1919년 창단한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 팀은 신시내티와 함께 성장해 온 지역 경제의 발자취이자, 지역 역사의 상징이다. 지역 주민들의 구심점이고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나의 메이저리그 팀이 어떻게 도시와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무형의 산업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 지역 정부와 시민들은 이런 자산을 어떻게 가꾸며 키워 나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신시내티(미국 오하이오 주) 이도운특파원|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 팀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신시내티대 경제센터의 제프 렉스하우젠 부소장은 “2003년 조사 결과 레즈가 2억 5300만 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면서 “올해는 3억달러(약 2800억원)가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원정팀도 게임마다 21억원 뿌려 그는 레즈가 1년에 81차례의 홈 경기를 치르며, 게임마다 원정팀이 가져 오는 소득효과만 220만달러(약 21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개막전이나 플레이오프처럼 중요한 경기의 경우는 게임당 350만달러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한다. 렉스하우젠 부소장은 인기있는 팀이 신시내티로 원정 올 경우 선수와 구단 관계자, 언론인 등을 포함해 하루에 무려 8000개의 호텔 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정팀을 따라오는 팬들의 숫자는 제외한 것이다. 프로 스포츠 팀은 마치 자석처럼 주변 지역의 주민을 끌어 당기는 힘이 있는 셈이다. 렉스하우젠 부소장은 경기 수입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발생한 경제효과도 엄청나다고 설명했다.2000년 이후 오하이오 강변의 사실상 버려진 지역에 경기장 건설을 계기로 무려 18가지 개발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신시내티 시에 총 55억달러(약 5조 1300억원)의 효과를 가져 왔다는 것이다. ●기업과 고객을 이어 주는 수단으로 신시내티 상공회의소 레이몬드 버즈 마케팅 매니저는 “미국 도시는 메이저 및 2,3등 도시로 나뉘며, 분류 기준은 메이저리그와 프로풋볼리그(NFL)팀을 보유했느냐 여부”라면서 “미국인에게는 메이저 도시에 살려는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신시내티를 중심으로 한 ‘대 신시내티’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인구는 총 200만명 정도로 미국 내에서 25번째 규모이지만 야구와 풋볼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 도시라는 것이다. 버즈는 “매일 아침 미국의 모든 신문은 스포츠 면에 메이저리그 스코어를 싣는다.”면서 “신시내티가 뉴욕이나 시카고,LA와 같은 대도시와 나란히 적혀 있는 점수 표를 보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1등 도시에 산다는 정서적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시내티 상공회의소의 닐 헨슬리 비즈니스 유치 담당 소장은 “프로 스포츠 팀은 대기업 고객과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를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프록토 앤드 갬블(P&G)과 크로거, 옴니케어처럼 ‘포천 500’에 포함된 글로벌 기업들이 9개나 신시내티에 본부를 둔 것은 레즈와 벵갈스 같은 프로 스포츠 팀이 없다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개막전 20년 개근 관중, 전광판에 이름올려 환대 |신시내티(미국 오하이오 주) 이도운특파원|지난 2일 이른 아침. 신시내티의 경찰은 도심 주요 도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을 차단했다. 오전 10시쯤부터 텅빈 도로 양옆 보도는 신시내티 레즈팀의 유니폼과 붉은 셔츠를 입은 주민들로 가득찼다. 오전 11시. 신시내티 시 북쪽에 자리잡은 ‘핀들리 마켓’에서 둥둥거리는 북소리와 함께 함성이 퍼져 나왔다.88년째를 맞는 핀들리 시장의 ‘레즈 개막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것이다. 핀들리 시장은 1855년 설립된 오하이오 주의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19세기에 건설된 오하이오 재래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이다. 신시내티 상업의 상징, 핀들리 시장은 1919년부터 시의 또다른 상징인 레즈 팀의 개막 경기에 맞춰 시장 상인과 주민, 학생, 정부 공무원과 기업들이 참여하는 퍼레이드를 개최한다. 로버트 픽퍼드 핀들리 시장 대표는 “신시내티의 봄은 레즈 팀의 개막경기 퍼레이드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개막 경기일은 신시내티의 공식 휴일이다. 레즈 팀이 신시내티 주민들과 함께 해온 역사는 이날 오후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개막경기에서 ‘수치’로 증명됐다.3회가 끝난 직후부터 야구장 전광판에는 가장 오랫동안 개막경기에 나온 팬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20년 ‘개근자’들로부터 시작된 명단에 한해, 한해가 보태지기 시작했다. 수백명의 이름이 전광판에 오른 뒤 무려 71년 동안 개막경기를 거르지 않고 찾은 매리 스톨이란 팬의 이름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경기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루이스·베벌리 돌린 부부는 각각 60,61년째 개막경기 참석자였다.1945년 이후 시즌 티켓(한 시즌의 모든 홈 경기를 볼 수 있는 티켓)을 보유해온 돌린 부부는 애리조나에서 조경사업을 하는 큰아들과 대학생인 손자를 데리고 경기장에 나왔다. 올해 76세인 루이스는 “야구야말로 가족과 함께 오후와 저녁을 가장 신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베벌리는 “야구 시즌에는 쇼핑, 수영 대신 야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돌린 부부는 지난해 레즈 팀의 스프핑 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 주 사라소타에 콘도를 장만했다. 레즈의 훈련을 지켜보며 휴가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하워드 윌킨슨 정치 담당 기자는 야구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신시내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곳이 야구장”이라며 “정치와 프로야구는 추악한 인간의 쇼비즈니스”란 공통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레즈 팀 선수들은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소득세 없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주에 거주지를 두고 있다. 이 점은 늘 팬들의 불만사항이라고 홍보 담당 카렌 포거스 부사장은 지적했다. dawn@seoul.co.kr ■ “야구는 지역인 단합 원천 정치와의 연관 철저 배제” |신시내티(미국 오하이오 주) 이도운특파원|“야구를 정치에 이용한다고? 어림도 없죠.” 마크 멀로리 신시내티 시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은 야구에 정치가 개입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선거가 있는 해에는 시구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멀로리 시장은 신시내티 지역에 뿌리를 둔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2005년 첫 흑인 시장에 당선됐다. ●개막전에 정치인 시구자 많아 ▶레즈 팀의 개막전에는 유난히 정치 지도자들의 시구가 많지 않았나.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3년에, 딕 체니 부통령이 2004년,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시구를 했다. 체니 부통령이 시구를 할 때는 일부 야유가 나왔다. 그러나 지닌해 부시 대통령이 시구를 할 때는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경기장을 찾아준 국가원수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그것이 야구 팬들의 정치 의식이다.(오하이오는 최근 몇 차례의 미 대선에서 플로리다와 함께 승패를 판가름했던 곳이다.) ▶시에 야구팀이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미국에서는 프로스포츠 팀을 보유해야 ‘진짜 도시’로 간주된다. 신시내티에는 레즈와 함께 프로풋볼리그(NFL)의 벵갈스도 있다. ▶야구가 주민들을 통합시키는 역할도 기대하나. -팀 역사상 최고의 스타였던 피트 로즈 선수를 예로 들겠다. 신시내티가 고향인 로즈는 보통 키에 덩치도 크지 않고, 빠르지도 않으며, 파워도 뛰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인 4256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우리는 그것을 신시내티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로즈가 성공한 것은 단지 매 경기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신시내티가 지향하는 것이다. ●저소득층 자녀에 VIP석 무료 배정 ▶팀 성적이 안 좋으면 오히려 사기가 떨어질 텐데. -물론 성적이 좋은 것만 못하다. 그러나 많은 팬들이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게임을 즐긴다.(그러나 신시내티의 풋볼 팀 벵갈스가 지난 몇년간 계속해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NBC의 토크쇼 호스트인 제이 레노가 단골 놀림거리로 삼자 멀로리 시장은 전화를 걸어 자제를 요청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게임을 보지 못하는 팬들도 있을 듯하다. -모든 게임마다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가장 좋은 자리 16석을 무료로 배정한다. 멀로리 시장은 지난 2일 신시내티 레즈와 시카고 컵스의 개막경기에서 시구를 했다. 멀로리 시장의 시구는 홈플레이트에서 오른쪽으로 3m나 벗어나는 최악의 투구였다. 그런 모습이 스포츠 채널 ESPN에 방송되자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멀로리 시장은 ABC 방송의 토크쇼에까지 초대됐다. 의도했든, 안했든 결국 멀로리 시장은 야구 때문에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dawn@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惠而不知爲政(혜이부지위정)

    중국 고대 정(鄭)나라의 대부(大夫) 자산(子産)은 어진 재상으로 이름이 높았다. 어느 날 그는 진수와 유수를 지나다가 백성들이 걸어서 냇물을 건너는 것을 보고 측은히 여겨 자기 수레를 빌려줘 건너게 했다. 물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러나 맹자는 자산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자산은 은혜롭기는 하나 정치를 할 줄 모른다.11월에 사람들이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를 놓고,12월에 수레가 지나다닐 수 있는 큰 다리를 놓으면 백성들이 물을 건너기 위해 근심하지 않게 될 것이다.군자가 정치를 공평하게 하면 길을 가면서 사람을 물리쳐도 좋을진대 어찌 사람마다 건네줄 것인가.” 농한기를 이용해 겨울에 다리를 놓으면 백성들이 물을 건너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맹자가 보기에 자산의 행위는 은혜롭기는 하지만 정치는 아니었다.요컨대 큰 정치가라면 보다 대국적인 데 착목해야 한다는 얘기다.‘맹자’ 이루장구(離婁章句) 하편에 나오는 고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일부 정치인들이 보여준 단식정치 행태가 혜이부지위정(惠而不知爲政)이라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현 정권에서 당·정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 한·미 FTA 체결에 맞서 단식의 구태정치를 재연한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하다.‘조공협상’‘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자학적 표현을 쓰는가 하면,“나를 밟고 가라.”는 순교자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마이너스 FTA’는 안된다는 모호한 수사를 남발하며 줄타기 정치를 일삼는 이도 있다. 정작 국익을 앞세워 말해야 할 때는 침묵하다가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치(正治)’가 아니다. 원칙 없는 널뛰기 정치요, 인기를 구걸하는 소극(笑劇)정치일 뿐이다. 대의를 헤아리지 않는 기회주의적 포퓰리즘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백남준이 ‘쇼를 해라!’라고 했다면, 필자는 ‘정치를 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jmkim@seoul.co.kr
  • [[한·미 FTA 협상 시한 D-2]] 정치권 ‘FTA 공방’ 격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단식 의원들의 처신에 대한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FTA 찬성 의원들은 28일 단식 의원들에 대한 비판에 속속 가세했다. 운동권 출신인 열린우리당 송영길 사무총장은 “국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정부보고를 분석하고 국민에게 다가가야지, 국민 편가르기에 편승하는 즉자적 대응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경제관료 출신인 통합신당모임의 강봉균 의원도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분들이 반대를 하려면 개방을 확대하지 않고서도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도 “참여정부에서 여당 의장과 장관을 지낸 두 사람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무대에 올랐지만 희극이 돼 관객들이 웃고 있다.”며 “너무 배가 불러 잘못된 꿈을 꾼 것 같은데 단식을 계기로 꿈을 깨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과 민생정치모임(선도탈당그룹) 천정배 의원은 반박에 나섰다. 김 의원은 “백번 양보해서 ‘대선용 정치쇼’라 해도, 쇼라도 해서 협상력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박근혜·이명박 두 주자는 ‘마이너스 쇼’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도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해 7월 FTA 관계장관회의에서 대통령에게 투자자-국가 중재제도의 위헌성과 심각성을 제기했고, 당 복귀 후에도 FTA 토론회 등을 통해 마지노선을 제시해왔다.”고 소신 바꾸기란 비판을 반박했다.김상연 김지훈기자 carlos@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獅子身中蟲(사자신중충)

    사자는 백수의 왕이다. 그 위세에 눌려 다른 짐승들은 감히 죽은 사자에게도 접근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자의 몸 속에 저절로 생긴 벌레들은 그 시체를 깨끗이 먹어 치운다. 불법(佛法)을 해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외도(外道, 불교 이외의 다른 교)나 천마(天魔)가 불법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던 불제자가 타락해 스스로 불법을 해치는 것이다.‘범망경(梵網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애꿎은 산사에서 몽니를 부리며 ‘숨바꼭질 정치’를 벌이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자신을 키워준 친정을 짓밟고 어떻게든 정치생명을 연장해 보려는 그 꼴이 마치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 같다. “나는 민주화 운동 14년 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정치학 교수 출신 정치인. 경선패배가 두려워 자신이 주인이라던 당을 뛰쳐나가며 현란한 둔사를 늘어놓는 기만적인 분식(粉飾)정치가 과연 민주의 이름에 어울리는 것인가. 바닥을 맴도는 초라한 지지율이 남의 탓인가. 정당정치의 기본인 경선 자체를 거부하고 세몰이 정치 타령만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구태 중의 구태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이 벌여온 이미지 정치쇼에 쏟아부은 시간의 몇%나 낡은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바쳤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봐야 한다. 이기는 법만 배웠지 아름답게 지는 법은 배우지 못한 삼류 정치꾼의 저질 해프닝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손 전 지사는 탈당 회견에서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를 동시에 꾸짖으며 언감생심 역사의 위인을 들먹였다. 백범 김구 정신을 따르겠다느니,21세기 주몽이 되겠다느니…. 정치는 세 치 혀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하는 데도 민주의 룰은 지킨다. 국민의 정치허무주의, 정치냉소증이 도질까 걱정이다. jmkim@seoul.co.kr
  • 유익한 정보·재미로 女心 잡는다

    30대 여성들의 힘이 커지고 있다. 정치, 사회분야 뿐 아니라 각종 드라마나 뉴스에서도 30대 여성 연기자와 앵커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방에서도 TV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아버지의 권력이 어머니에게 넘어간지 오래다. 이런 흐름에 맞춰 30대 여성을 겨냥한 채널간 경쟁이 불붙고 있다. 온미디어 스토리온이 30대 여성을 위한 채널로 탈바꿈하자 기존 채널인 CJ미디어의 올리브네트워크가 새 단장을 하며 맞불을 놓았다. 올리브네트워크는 25∼39세 여성층의 요구에 부합한 프로그램 자체 제작편성을 35%에서 50%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19일 전면개편을 맞아 톱모델 박둘선과 개그맨 정성호가 진행하는 버라이어티쇼 ‘겟 잇 뷰티2’(매주 목요일 밤 12시), 연애심리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애불변의 법칙 플러스´(매주 금요일 밤 12시) 등을 새롭게 편성한다. 뮤지컬 배우 박해미가 진행하는 시사 리얼리티 프로그램 ‘판도라의 상자’(매주 월요일 밤 12시), 의류 리폼 방법을 알려주는 ‘디자인 잇 유어셀프2’(매주 수요일 오후 3시) 등 다양한 제작물을 선보인다. 또한 ‘레이첼 레이 쇼’ ‘타이라 쇼2’ ‘패션 불변의 법칙2’ 등 해외 최신 리얼리티 및 토크쇼 프로그램들을 편성한다. 시간대별로 나눠 오전 7시∼낮 12시 ‘굿모닝 올리브’, 밤 11시∼새벽 1시 ‘올리브 프라임’, 새벽 1∼3시 ‘올리브 시네마’로 편성을 달리한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사설] 이해찬씨 방북결과 소상히 밝혀라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결과를 둘러싼 억측이 분분하다. 청와대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대통령 특사설이 끊이질 않는다.DJ(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일정에 합의했다는 관측도 있다.6월 중 부시 미 대통령이 참여하는 남·북·미 3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남북정상회담이든,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든 그것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앞당기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다만 유념할 점은 그 추진 과정이 투명하고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소모적 갈등과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전 총리는 방북 결과를 소상하게 국민에게 밝힐 의무가 있다. 북측 인사들과의 논의 내용을 일부 공개했으나 실체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남북정상회담만 해도 그는 평양 방문 직후 “4월 이후 적절한 시기에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했으나 어제 귀국해서는 “전적으로 내 의견일 뿐”이라고 수위를 낮췄다. 회담 일정을 조율한 것인지, 회담을 제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국외자처럼 전망을 해봤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국민을 우롱한다는 느낌마저 갖게 하는 발언이다. DJ 방북을 논의한 대목은 더욱 혼란스럽다. 정부와 사전에 조율한 것인지, 그렇다면 정부의 구상은 무엇인지, 반대로 조율하지 않았다면 이 전 총리는 무슨 자격으로 DJ 방북을 논의했고, 결과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일각에선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놓고 참여정부와 DJ측이 경쟁적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남북문제를 범여권 통합 등 국내 정치와 연결지어서는 안된다. 남북대화 추진의 신뢰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남남갈등을 부추김으로써 남북관계를 왜곡시키고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된다. 남북대화를 대선으로부터 떼어놓아야 한다. 무조건 발목을 잡아서도,‘깜짝쇼’로 재미 좀 보려 해서도 안된다. 정부가 먼저 유혹을 떨쳐내기 바란다.
  • [데스크시각]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강동형 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인은 정치가 제일 썩었다고 침을 뱉으면서도 기존 정치판의 문화에 저항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배척하는 사기극을 천연덕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그렇게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아 놓고서도 개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진 않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100% 전가시킨 다음에 다음 쇼를 기다린다. 나는 이러한 국민 사기극을 끝장낼 것을 제안한다.’(강준만 지음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한 담화를 발표하던 날 먼지가 쌓인 책장을 다시 펼쳤다. 노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나온 책이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은 시점에서도 그 내용이 구구절절하다. 우리 동네 횟집 사장님은 장사가 안 되거나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육두문자를 동원해 대통령을 나무란다. 계절적으로 장사가 안 되는데도 대통령 탓이다. 이치에는 맞지 않지만 확신에 찬 모습이다. 횟집 사장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우리의 자화상이다. 누구도 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변에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구가 더러 있는데 모임에서는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아이스 맨’으로 통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맹목에 가까울 정도의 불신과 냉소가 대통령에 대한 일상적인 표현 방식이 돼버렸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진실을 보고 있으며,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노력은 하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많은 시민사회단체 및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해 “공감하지만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옳은데 시기는 다음 정권이 적절하다는 이야기다. 논점이 ‘개헌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헌 시기’에 맞춰져 있다. 개헌 내용과 개헌 시기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에 대한 토론은 배제되고 시기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톨스토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와 중요한 사람, 중요한 일에 대해 ‘지금 내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듯이 우리에게 ‘지금’은 가장 소중한 시간이요, 시기이다.‘적절한 시기’,‘다음 정권’은 상대적 개념이다.‘국민의 정부’에서 개헌 문제가 나왔을 때 “개헌은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이 순리다.”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결국 이 말은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개헌의 성패 여부를 떠나 개헌 내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시에는 1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현안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원회수시설의 광역화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가까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시설 인근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지만 다수의 주민들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동안 ‘내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덕분이다. 이밖에도 용산기지 활용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 현대차 노사문제, 화장장 건설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 개발과 환경보전 등 우리 사회에는 서로 이익이 상반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방식이다. 반목과 질시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마침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이석연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대표 등 입장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지난 10일 한자리에 모여 “시대정신을 앞장서 구현해야 할 종교 시민사회지도자들이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한다.”고 고백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와 같은 관용과 이해의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강동형 지방자치부 부장 yunbin@seoul.co.kr
  • [20&30] 대선축제로, 그와 같이가자 젊음아!

    대통령 선거는 일종의 ‘정치 축제’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 ‘정치 축제’에서 20∼30대 젊은이들은 ‘주변인’에 불과했다. 젊은이들이 기성 정치인을 좋아하는 것은 이를테면 ‘젊음에 대한 배신’이었으며,‘터부’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 현재 20∼30대의 모습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예비 대선주자의 팬클럽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호불호(好不好)를 숨기지 않는다. 또 젊은이답게 지역이나 학벌 따위에 신경쓰지 않고, 직접 예비 대선주자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고건·김근태·박근혜·손학규·원희룡·이명박·정동영(가나다 순) 등 예비 대선주자 7인의 팬클럽에서 활동하는 20&30의 눈으로 예비 대선주자들을 살짝 엿봤다. 김기용 서재희기자 kiyong@seoul.co.kr ■김근태 팬 ‘김친’ 김비오씨 “우리 ‘대장’님은 너무 점잖아서 문제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공식팬클럽 ‘김근태친구들(이하 김친)’의 회장인 김비오(38)씨는 이렇게 운을 뗀다.2005∼2006년 전국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김근태 의장과는 한층 친밀해졌다.“대학교 때부터 대장님을 알고 있었죠. 민주주의 역사를 되돌려보면 우리 대장님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되더라고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참 순한 사람이에요.” 김씨는 인간적인 김 의장의 모습에 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회원 한 명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때 대장님이 병원으로 직접 달려가 가족에게 위로를 전했어요.” 김씨는 이같은 김 의장을 대선주자라는 느낌보다 형님이나 아버지처럼 생각한다. 김씨는 “대장은 회원 2000명의 이름을 다 기억한다.”면서 “행사장에서 꼭 대장이 먼저 와서 아는 체하고는 고맙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박사모 정함철씨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에서 활동하는 정함철(34)씨는 2004년 3월30일 오후 10시를 잊지 못한다. 이날 당 정강 정책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박사모’ 회원으로까지 가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3년간 정씨는 ‘박사모’의 중앙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에는 박 전 대표를 따라 강원도 춘천까지 가기도 했다. 당시 정씨는 북핵 사태를 염려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예비군복에 전투모까지 갖추고 따라 다녔다. 정씨는 “박 전 대표가 공항에서 군복을 입은 내 모습을 보곤 흠칫 놀라더라.”면서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어요.’라고 내게 말해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정씨가 가장 행복하게 기억하는 박 전 대표와의 한순간이다. 정씨는 “수많은 ‘근혜님’ 지지자 가운데 하나인 나를 기억해 주는 자상함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고건 팬 대학생 김다미씨 “탄핵 발표가 나자마자 헌법 책부터 보셨대요. 총리가 대통령 임무를 대행한다는 얘기는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본 뒤 차근차근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 안보부터 챙겼다고 하셨어요.” 희망연대 대학생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단비(23·여)씨는 지난해 9월 고건 전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생생한 경험담에 입이 딱 벌어졌다. 그는 “‘행정학의 달인’이란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토록 침착하고 치밀하게 대응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행정학을 전공한 김씨는 “정치적 지지자보다는 같은 전공자로서 존경심이 앞섰어요.”라면서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4∼5차례 고 전 총리를 직접 만나봤다는 김씨는 그의 정치 색깔보다 행정력과 인간적인 면모에 더욱 반했다고 말했다. “곧은 심지로 청렴하게 일하는 점은 제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이상향’에 가깝죠.” ■손학규 팬 ‘山♥’ 김진환씨 평소 사회·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아 하루에 신문 3∼4개씩을 꼬박꼬박 읽는다는 김진환(27)씨는 두 달 전부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팬클럽인 ‘민심산악회’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신문에 등장하는 모든 대선 주자의 장단점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이 시대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이 손 전 지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전 동티모르 봉사활동 과정에서 본 손 전 지사의 ‘땀에 젖은 바지’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평화 메신저’라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씨는 당시 동티모르에서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건설하는 작업을 손 전 지사 등과 함께 하게 됐다.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젊은 사람들도 그늘을 찾아 쉬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많았다. 그런데 손 전 지사는 일을 쉬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손 전 지사의 행동에는 ‘정치적 쇼’가 전혀 없다.”면서 “다만 직접 모범을 보이고 앞장서려는 리더십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팬클럽 정유진씨 “외모만으로 따지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사실 ‘비호감’이잖아요. 하지만 알면 알수록, 만나면 만날수록 ‘호감’의 비중을 커지게 만드는 것이 이 전 시장의 최대 장점이자 매력이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팬클럽 가운데 하나인 ‘명박이랑 대학생’에서 활동하는 정유진(24)씨는 처음엔 이 전 시장이 무서웠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유머와 배려가 넘쳐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많은 여대생들이 당시 이명박 시장과 함께 청계천을 탐방하고,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면서 “이 시장은 ‘햇볕에 여학생들 얼굴이 타면 안 된다.’면서 많은 학생들을 일일이 신경 써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이 전 시장은 분위기를 맞출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맥주 500㏄를 ‘원샷’하라는 학생들의 짓궂은 요구에 흔쾌히 응하기도 한 것. 정씨는 당시 이 전 시장의 모습에서 패기와 열정을 느꼈다고 한다. ■정동영 ‘정통사’ 김다미씨 “‘정샘’의 매력요? 부드러운 카리스마죠.”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부르는 애칭 ‘정샘’이 서울 서부지역 대표 배선장(37·사단법인 자녀보호운동본부 사무총장)씨에게는 너무 자연스럽다. 그만큼 그를 친근하게 느껴서다. 지난 대선 때 그는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경선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을 보며 정 후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항상 양보하는 자세로 대화를 통해 다양한 가치와 사고를 한 방향으로 끌어 모으고 해결책을 찾는 점이 정샘의 큰 장점이죠. 북핵 문제도 평화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달 지지 모임에서 주관한 워크숍에 정 후보가 함께한 점도 인상 깊게 남았다. 그는 “정치인들이 으레 그렇듯이 워크숍 장소에 잠시 들렀다가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1박 2일 동안 자리를 내내 지켜 참석자들을 모두 감동케 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팬카페 김진경씨 “‘꿈이 사무치면 이루어진다.´이 말이 제 가슴을 쳤습니다.” 원희룡 의원의 팬카페 ‘I Like Won´ 회장 김진경(26·충남대 언론정보 4학년)씨는 ‘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는 책을 읽은 뒤 원 의원의 지지자가 됐다. 팬카페를 만든 이유도 “누구나 원희룡을 알면 좋아하게 되기 때문에 널리 알리고 싶어서”라고 설명한다. 그의 팬카페가 다른 대선 주자와의 팬카페와 다른 것은 회원들이 젊다는 것. 회원들의 나이는 대부분 19세에서 39세다. 또 정당에 대한 지지보다 원 의원에 대한 지지로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정치색도 다양한 편이라고 그는 자랑한다. 그가 꼽는 원 의원의 최대 장점은 ‘탈권위성´. 그는 “카페 모임에서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얘기하고, 영화 스타워즈의 광선검을 직접 챙겨와 회원들에게 내보일 정도로 소탈하고 권위적이지 않다.”면서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화이트헤드를 만나다

    “한 해에 두 번밖에 연주회를 갖지 않는 정말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한 해에 200회나 연주하는 직업적인 연주가보다 낫다는 것을 보상해줄 만한 어떤 정신적 법칙 같은 것이 없을까요?(루시언 프라이스)” “나는 그것이 바로 인생의 영원한 비극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때로는 뛰어난 자질이 그것보다 뒤떨어진 자질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화이트헤드)”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누구인가. 영국의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로서 케임브리지대 강사를 거쳐 런던대에서 응용수학 및 이론물리학 교수를 지냈다. 정식으로 철학교수가 된 것은 63살의 나이에 미국 하버드대의 초청을 받은 뒤였다. 이후 12년간 철학을 강의했으며, 미국의 6대 고전철학자 중 한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화이트헤드와의 대화(궁리 펴냄, 오영환 옮김)’는 신문 ‘보스턴 글로브’에서 50년간 주필을 지낸 루시언 프라이스가 철학자와의 13년간 계속된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신문의 큰 활자 표제가 왜 그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가요?(화이트헤드)” “그런 것들은 기사를 팔려는 광고판 같은 것이지요.(프라이스)”“종종 그런 것들이 신문의 내용을 오해하게 만든다는 인상을 줍니다.(화이트헤드)” “그런 것들은 마치 콜로세움의 현대판 순교자와 야수의 쇼 같다는 인상을 주는 날이 종종 있기도 하지요.(프라이스)” 이처럼 철학자와 신문사 주필간의 대화는 화이트헤드의 어린시절부터 2차 세계대전을 지휘했던 영웅들의 인물평, 철학, 문학, 과학, 종교, 미술, 음악, 교육, 정치 등 13년의 세월만큼이나 다양하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는 비판적인 관점도 있다. 이 책은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가장 훌륭한 독일 책이 거기에 있었다.”라고 선언한 에커먼의 ‘괴테와의 대화’를 모델로 하고 있다. 독단적인 사고를 경계하는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교육관, 현대 세계에서의 과학의 위치, 경험 속에서의 미학의 역할, 문명의 의미 등에 대해 온화한 인간미를 바탕으로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번역자인 오영환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화이트헤드의 사상은 21세기 문화 생활에 점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모든 정밀 사상은 추상적이며, 모든 과학적 설명 체계는 형이상학적 배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그의 학설은 근대 과학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2만 8000원.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큰바위 얼굴,어디 없나/강지원 변호사

    어린 소년 어니스트는 어느날 해질 무렵 집 앞에 앉아 어머니에게서 그 골짜기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적인 예언을 듣는다. 언젠가 저 호수 건너 바위언덕에 새겨진 큰바위 얼굴과 꼭 닮은 훌륭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감동을 받아 그런 인물을 만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큰바위 얼굴은 항상 고결하고 온화한 모습을 하고 그에게 스승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걸출한 인물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온 마을이 들썩였다. 게더 골드. 그는 엄청난 부자였지만, 길가의 거지에게 동전 몇 닢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 수많은 전쟁을 겪은 장군이었다. 또 올드 스토니 피즈. 말 잘하는 정치가로 오직 한 치의 혀로 청중에게 그른 것도 옳게 보이게 하는 힘을 가졌다. 막 대통령 추대 움직임까지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내 실망했다. 마지막으로 시인. 그는 글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고백한다. 자신은 생각과 생활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시인은 외친다.‘보시오. 어니스트야말로 큰바위 얼굴과 같습니다.’그러나 그는 아직도 자기보다 더 현명하고 착한 사람이 큰바위 얼굴 같은 용모를 가지고 쉬 나타나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이었다. 부자의 재산, 장군의 칼, 정치가의 혀, 시인의 일상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돈·권력·명예·인기 같은 것들은 우리네 삶의 진실함과 선량함과 아름다움과 어떤 연관을 가져야 할까. 때는 바야흐로 추수의 기쁨이 넘칠 깊은 가을인데도 온 나라, 온 세상은 소란스럽기만 하다. 누구 때문일까. 벌써부터 대통령 자리,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치판이 지각변동으로 뒤집히기 시작하는 듯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또다시 신당이다, 창당이다, 재창당이다 하며 법석이다. 그렇다면 묻는다. 당신들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기에 허구한 날 집구석 타령만 하는가. 집구석 뜯었다 고쳤다 한다 해서 어디 사람이 바뀐다고 하던가. 또어떤 이들은 툭하면 외국에 나가서 몇달씩 있다 오거나 또 지방을 싸돌아다니며 정책구상을 한다거나 민심탐방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묻는다. 당신들은 도대체 지금까지 외국에 안 가서, 또 지방에 안 싸돌아다녀서 정책구상도 없고 민심도 몰랐단 말인가. 그 바쁜 시기에 외국의 지도자들이 이렇게 국내외로 싸돌아다녔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도무지 진실하지가 않다. 온통 쇼에다 추악한 욕망에 얄팍한 잔머리 굴리기만 횡행하고 있다. 경제판도 가관이다.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데는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도 크다. 그러나 경제는 어디까지나 경제인의 몫이요, 우리 소비자 국민의 몫이다. 우리가 언제 정치꾼들의 말을 믿어 덕 본 적이 있던가. 아예 우리는 몰라라 하고 제 공장 열심히 돌리고 열심히 노동하는 것이 제일이다. 분식회계하지 않고 투명하게 윤리경영하며 이웃과 함께 하는 기업,‘뗑깡’부리지 않고 기업과 상생하며 일의 보람을 찾는 노동자들은 없는가. 세상이 어지러울 때일수록 사람들은 모세 같은 인물이 바람처럼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서민생활이 도탄에 빠지고 국내외에서 엄청난 불안이 엄습해 올수록 이 위기에서 우리를 구출해 줄 인물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는 그런 인물은 결코 나타나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세상을 구출하는 것은 어떤 한 인물이 아니라 우리네 한 사람 한 사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제 더이상 모세 같은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지 말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모세가 되고 큰바위 얼굴이 되자. 큰바위 얼굴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우리 안에 있다. 우리네 각자가 주인공이므로 부디 제 갈 길에서 자신만의 큰바위 얼굴을 찾자. 그리하여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 그것이 바로 우리의 소명이 아닌가 한다. 강지원 변호사
  • [美중간선거 현장을 가다](중)미국선거를 만드는 사람들

    [美중간선거 현장을 가다](중)미국선거를 만드는 사람들

    |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주)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도 선거의 주역은 유권자와 후보들이지만 선거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드는 조연들의 역할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하고, 관심 대상이다. 교회와 목사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하면, 기업들도 사업에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공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후보들의 득표력을 올려준다는 정치 컨설턴트와 선거의 판세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방송의 공정성을 중시” 유권자와 후보를 연결하는 우선적인 매개체는 물론 언론이다. 미 NBC 방송의 미네소타 지역 방송국인 WCCO TV의 패트릭 케슬러 기자는 매일 아침 자신을 “뚱뚱하고 땅딸한 백인 대머리”라고 묘사하는 ‘성난’ 유권자들이 보낸 이메일을 열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150∼200통씩 배달되는 이메일의 절반은 “공화당 후보에게 편견을 갖고 보도를 했다.”는 비판이며, 나머지 절반은 “민주당 후보를 폄하하는 보도를 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케슬러 기자는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은 전날 뉴스 리포트에서 내가 어느 후보에게 몇초를 할애했고 어느 후보 이름은 몇번 언급했는가까지 지적한다.”면서 “대부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나 각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인터넷 시대가 오고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선거와 관련한 1차 정보는 이미 ‘홍수’를 이루고 있다.”면서 방송기자의 역할은 그처럼 많은 정보를 여과(Filtering)해서 “정말 중요한 뉴스는 이것”이고 “저 후보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유권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보도국에서 뉴스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많은 토론을 하고 있다.”면서 “기자도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객관성보다는 공정성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미네소타의 일부 신문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신문이 지지해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시 드랙은 없다.” 최근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가 여론조사다. 미네소타 대학 정치 및 정부 연구센터의 소장인 래리 제이콥스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사회적 이슈로, 민주당은 경제적 이슈로 승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보 이슈도 중요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공화당이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고,‘이라크전’에서는 민주당이 유리해 서로 상쇄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지지하는 56%의 유권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민주당은 미네소타 주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과 의료보험 분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제이콥스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유권자들의 선택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른바 부시 드랙(Bush Drag)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이콥스 교수는 선거 테크닉 측면에서는 공화당이 앞서 있다고 분석한다. 공화당은 유권자들의 상품 구매 행태까지 분석해 선거운동에 적용할 정도다. 예컨대 민주당 유권자 가운데 낙태에 비판적인 서적을 구입한 사람을 찾아내 낙태라는 이슈만으로 그 사람을 집중 공략한다는 것이다. 제이콥스 교수는 부시 정부가 선거 막판에 오사마 빈 라덴을 잡아들이는 등 ‘깜짝쇼’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같은 이벤트가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친기업적 후보에게만 기부한다.” 선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미 상공회의소의 더그 룬 미네소타주 지부장은 “기업친화적이고 보수적인 재정관을 가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룬 지부장은 “상공회의소가 마치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지만 우리는 당을 지지한 적은 없다.”면서 “공화당 후보든 민주당 후보든 과거의 투표기록과 발언 등을 분석해 70% 이상 우리 입장과 일치하면 지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지지를 결정하면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회의소 회원들에게 지지를 요청하고 해당 후보의 공약과 정책도 홍보한다. 룬 지부장은 제6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미셸 바크만 후보의 경우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해 기업을 잘 이해하고, 세금 감면과 건전한 재정을 주창하기 때문에 지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dawn@seoul.co.kr ■ 미네소타가 중요한 이유 |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 선거 때마다 워싱턴의 중앙 정가와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찾는 미네소타주의 정치 분석가는 배리 캐슬먼이다. 캐슬먼은 미니애폴리스의 커피 전문점에서 기자와 만나 미네소타주가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네소타주의 수도 세인트폴에서는 2008년 대통령 선거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리적으로 미네소타는 오른쪽에 접해 있는 위스콘신과 남쪽에 붙은 아이오와와 함께 ‘북부 3각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세 주를 합친 대통령 선거인단의 수는 27석. 미국 대선의 대표적인 승부처인 플로리다나 오하이오주보다 많다. 세 주는 지리적으로 인접해서인지 선거 성향이 비슷하다. 특히 지금까지 공화당에도, 민주당에도 표를 몰아주지 않아온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서도 미네소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왔다가 최근들어 공화당이 지지층을 늘려가는 형세여서 두 당이 모두 사활을 걸고 이 지역을 잡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2008년 미국 대선의 승부처는 북부 3각 벨트, 그 중에서도 미네소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캐슬먼은 예측했다. dawn@seoul.co.kr ■ ‘政·敎 분리주장’ 그레고리 보이드 목사 인터뷰 |세인트폴(미국 미네소타주) 이도운특파원|“교회가 정치적 권력을 추구하면 스스로 붕괴하고 맙니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세인트폴에 자리잡은 우드랜드힐 교회의 그레고리 보이드 목사는 “종교와 정치는 엄격하게 분리돼야 한다.”면서 “신자들에게도 이번 선거에서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양심의 판단에 따라 투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드 목사는 미국 내의 복음주의 대형교회(Evangelical Megachurch)의 목사들 가운데는 드물게 ‘정교(政敎)분리’를 주장하는 인물이다. 보이드 목사는 미네소타주립대학을 졸업하고 예일대와 프린스턴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세인트폴의 베텔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다 4년 전 목사가 됐다. 선거를 앞두고 보이드 목사에게도 다른 대형교회의 목사들처럼 예배 시간에 ‘보수적 가치를 내건 후보’를 축복해 주라는 주변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생존했던 시기에 그 지역에서는 정치적 격변이 일어났다. 하지만 예수님은 한번도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복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기독교 국가’ 건설론에 동의하지 않는가. -종교는 정치에서 깨끗하게 손을 떼야 한다. 기독교 국가라는 구호를 내리고 미국의 대외적인 군사활동에 대한 환호도 걷어야 한다. 미국의 힘은 다른 나라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이라크 전을 지지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나. -칼을 들면 십자가를 잃게 된다. 복음주의자들 가운데 부시 대통령을 돕는 것이 기독교도의 의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언제 예수가 전쟁을 지지하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동성애와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동성애는 신의 뜻에 거스르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가 섹스 문제를 도덕적 이슈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또 성경은 살인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낙태는 그런 점에서 죄가 된다. 그것은 탐욕이 죄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것을 어떻게 투표행위로 연결시키느냐 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자들 가운데 당신의 생각을 바꾸려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물론이다. 그들 가운데 교회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5000명의 신도 가운데 1000명이 떠났다. 그러나 미국 정치의 양극화에 대해 신물을 느끼는 신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동성연애자인 신자들이 결혼한다면 주례를 서줄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아마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이 종교를 정치에 이용한다고 생각하나. -개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정치인들은 늘 종교를 이용해 왔다. 정치인들은 연설을 할 때 성경 구절 하나씩은 꼭 인용하지 않는가?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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