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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매들 사이서 자란 남성이 설거지 더 안 해”

    “자매들 사이서 자란 남성이 설거지 더 안 해”

    자매들에게 둘러싸여 자란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여성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상냥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으며 결혼 이후 설거지조차 돕지 않는 가부장적인 남편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과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공동 연구진이 미(美) 정부 데이터베이스인 국가 청년층수직조사(NLSY)와 미시간대학 정치적사회화패널(PSP)을 이용해 30여 년간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과, 자매들만 있는 가정에서 자란 남성은 결혼 이후 집에서 설거지 등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을 확률이 형제들 사이에서 자란 남성보다 6.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남성은 형제들 사이에서 큰 남성보다 성향이 보수적일 확률이 13.5%나 높았다. 연구팀은 자매들밖에 없는 남성은 어린 시절부더 누나나 여동생이 집안일을 돕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여성은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을 통해 소개됐으며, 정치학 저널(Journal of Politics) 최근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한다더니…줄줄이 정치인 ‘낙하산 감사’ 선임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한다더니…줄줄이 정치인 ‘낙하산 감사’ 선임

    개인정보 유출, 고객 돈 횡령, 회사채 눈속임 판매 등 금융사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행위가 적발돼 작년 한 해 4대 금융지주사가 제재를 받은 것만 160건이다. 그런데도 금융권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인 출신 ‘낙하산’들이 잇따라 입성하고 있다. 내부통제를 강화해도 부족할 판에 ‘거꾸로 가는 금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60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총 6억 55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하나금융이 2억 175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KB금융(1억 6700만원), 우리금융(1억 4270만원), 신한금융(1억 2800만원) 순서였다. 개별 회사로는 차장급 직원이 고객 돈을 몰래 빼내 투자하다가 100억원대의 손실을 낸 하나대투증권이 신탁재산 간 자전거래 제한 위반 등으로 1억 2500만원을 부과받아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다. 건수로는 우리금융이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금융(42건), 신한금융(39건), KB금융(28건)이 그 뒤를 이었다. 위반행위 유형은 부당영업과 불완전판매(41.8%)가 가장 많았다. 은행 계열사들은 정보 관리와 방화벽 구축 등이 특히 미흡했다. KB국민은행의 사외이사 동태분석 보고서(‘ISS 보고서’) 유출 파문 등이 그 예다. 반면, 증권 계열사들은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수만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그룹과 LIG그룹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부실 판매가 여기에 해당한다. 증권사 직원이 이른바 ‘모찌계좌’로 불리는 차명계좌를 통해 자기 돈으로 주식 거래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런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사들은 한목소리로 내부통제 강화를 외쳤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이날 예금보험공사에는 문제풍 전 새누리당 서산·태안선거대책위원장이 감사로 취임했다.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나와 행정학 석사,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금융 경험은 전무하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해 전형적인 ‘자리 챙겨주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날 주택금융공사 감사에 임명된 김충환씨는 기술고시(19회) 출신으로 감사원에 오래 근무했지만 금융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다. 앞서 13일에는 박대해 전 새누리당 의원이 기술보증기금 감사로, 이틀 뒤인 15일에는 정송학 새누리당 광진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자산관리공사(캠코) 감사로 각각 선임됐다. IBK캐피탈 감사도 정치권(양종오 전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이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부대변인을 지낸 김용수씨와 윤진식 의원 보좌관을 지낸 조상훈씨는 지난해 KB금융그룹에 입성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에 발을 디뎠다고 해서 금융사 임원이나 감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전문성과 경험이 떨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금융사는 고객의 돈을 다루기 때문에 특히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렇게 감사 자리를 ‘감투’로 여기게 되면 경영진과 유착하거나 (금융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민형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라면서 “위법행위 적발 시 관련 임직원은 물론 내부감사 라인에 대한 제재 수위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참전영웅 기리고 후손 돕는 것도 국격 높이는 일”

    “참전영웅 기리고 후손 돕는 것도 국격 높이는 일”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용사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영웅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경험을 영원히 보존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참전용사의 후손들을 지원하는 사업도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활동입니다.” 미국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그들의 참전 관련 자료를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디지털박물관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미 시러큐스대 맥스웰스쿨(행정대학원) 교수인 한종우(52) ‘한국전참전용사디지털기념관재단’(www.kwvdm.org) 이사장이 벌이고 있는 야심찬 사업이다. 아주대 초빙교수로 최근 방한한 한 이사장을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참전용사·후손 지원사업의 중요성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한 이사장이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한 아카이브(기록보관소)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한·미 관계에 대한 강좌 시리즈를 마련하면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초청했고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게 됐다. 이 과정에서 참전용사들이 6·25 때 사진, 편지, 일기, 신문 등을 가지고 와 당시 자료들이 모였다. 한 이사장은 “참전용사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들의 경험과 자료를 축적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며 “내친김에 2012년 비영리재단인 한국전참전용사디지털기념관을 설립, 대학 차원의 아카이브를 디지털박물관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이 지난 2년간 미 한국전참전용사협회(KWVA) 등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한 참전용사는 180여명. 참전용사들과 이들의 가족으로부터 기증받은 당시 자료도 5000여점에 이른다. 인터뷰와 자료를 모두 디지털화해 디지털박물관에 올리자 잊혀졌던 참전용사들의 연락과 자료 기증이 쇄도하고 있다. 그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올랐는데 이들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고 있다”며 “그들을 찾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격 향상을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정부의 김치나 태권도 사업 등은 한국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참전용사 지원이야말로 가장 비정치적인 방법으로 한·미 동맹과 국격 강화, 국가 브랜드·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올해 국가보훈처 등의 지원을 받아 참전용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내 5개 지역 담당자를 지정, 참전용사 인터뷰를 강화하고 후손 참여 활동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 내 참전용사 후손 50여명을 초청해 ‘청년봉사단’을 발족했으며 올해 7월 2차 회의는 1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후손들이 직접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하고 그분들께 상을 드리는 행사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조직이 활성화하면 앞으로 전 세계 한국전 참전 21개국 후손들이 참여하는 세계조직으로 만드는 꿈도 갖고 있다. 한 이사장은 또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교류재단(KF) 등과 함께 한국 내 참전용사 후손들을 참전국이자 원조국인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에 봉사활동을 보내고, 미국 내 후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국제대학원 등에서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참전용사 후손들이 한국을 제대로 배운다면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 홍보대사가 될 수 있다”며 “그들을 통해 민간 공공외교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연 4300만원 연금 전 공군대령 노숙자 전락한 사연

    연 4300만원 연금 전 공군대령 노숙자 전락한 사연

    최고의 경력을 자랑했던 베테랑 영관급 장교가 현재는 집도 없이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자로 전락해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뉴욕데일리뉴스의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연의 주인공은 전직 미 공군 대령 로버트 프레니에르(59)다. 프레니에르는 아이티, 소말리아, 파나마 등 다양한 지역에서 파병생활을 했고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미국 통합특수전사령부(Special Operation Command-SOCOM) 사령관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의 보좌관으로 활약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군 복무 중 세 가지 분야(정치학, 형사학, 국가 안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30여년에 달하는 군 생활을 끝내고 전역한 프레니에르는 국방부 계약사원으로 근무해왔지만 2012년 계약종료 이후부터는 직업이 없었다. 물론 연간 4만 달러(약 4300만원)에 달하는 군인연금이 그에게 남아있었지만 이마저도 그가 직업을 잃은 2012년 아내와 이혼하면서 반 토막 났고 대학생인 두 아들의 학비를 빼고 나면 결국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프레니에르는 소중한 미니밴을 몰며 펜실베니아에서 거주하는 중이다. 종종 사정이 나아지면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친구 집에서 기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주변인들은 프레니에르에게 “경비원이나 청소원이라도 해보지 그래?”라며 충고하지만 그는 “지원해봤지만 다 떨어졌다”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프레니에르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내겐 수많은 경험이 있고 사랑스런 두 아들이 있으며 든든한 미니 밴도 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많기에 지금 상황을 소중히 여기려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재향군인 노숙인 연합(National Coalition for Homeless Veterans) 조사에 따르면, 5만 8000명의 전직군인들이 길거리에서 생활 중이며 이들의 비중이 미국 전체 노숙인의 13%에 해당한다. 사진=뉴욕데일리뉴스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격동의 동북아-석학에게 길을 묻다]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

    [격동의 동북아-석학에게 길을 묻다]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강한 일본’을 표방한 아베 정권은 올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여 한국·중국과의 관계에 먹구름을 한층 드리우고 있다. 데라시마 지쓰로(67)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으로부터 2014년 ‘아베호’가 이끄는 일본의 운명과 동북아 정세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데라시마 이사장은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글로벌 감각을 지닌 석학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한국·중국·미국이 모두 적어도 올봄까지는 참배가 없을 것이라고 봤지만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본인들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이 갖는 공통의 역사 인식이 있는데,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란 것이다. 일본은 도쿄 재판을 받아들이고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으며 국제사회에 복귀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한 “일본의 속내는 예전의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나는 평화를 사랑하고,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도 언급했지만 야스쿠니 신사는 알링턴 국립묘지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 참석하기 위해 방일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미국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지도리카후치 전몰자 묘역에 참배한 것은 “우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일본인에게는 그런 감각이 없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마치 독일의 지도자가 히틀러 묘역을 참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A급 전범 중에 일본인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은 점점 불안해진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면 A급 전범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 아베 총리가 국가의 지도자로서 ‘존숭의 염’을 표한다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는 4만 9000명의 한국·타이완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존숭의 뜻을 나타낼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일본인 참전자들은 유족 연금 등 일정한 배상을 받고 있지만 그들은 잊혀졌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은 올해 자신의 본색을 전면에 드러내겠다는 의지로도 읽히는데, 아베 총리가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헌법 개정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나. -헌법을 절대로 고쳐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도 자주 헌법을 수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전후 일본이 평화 국가로서 쌓아 온 헌법은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지금 전후 민주주의의 시련을 겪고 있다. 전후 태생이 전체 인구의 80~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질문받고 있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어떤 일본을 물려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헌법을 개정해 옛날의 일본으로 회귀시키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자는 생각은 분명히 좌절될 것이라고 본다. 전후 일본을 짊어지고 온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외부적으로도 중국이 대국화를 진행하고 있고, 미국은 ‘아시아 중시 외교’에도 불구하고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동북아의 상황이 안정적이지는 않다. 올해 한·중·일과 미국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일본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연대한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미국은 일본을 위해 자국 청년의 피를 흘려 가며 중국과 전쟁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미국은 일본으로부터의 기대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가 일본의 실효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중국의 입장도 배려하기 위해 영유권과 관련된 중국의 입장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이런 미국과 일본의 온도차는 지난해 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논란에서 훌륭하게 입증됐다. 미국이 유사시에 일본을 지켜 줄 것이라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한국의 대통령 역시 경제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중국 편에 서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외교를 하고 있다고 보는데, 과도한 기대와 과도한 의존은 어느 나라에도 실수라는 것을 한국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최근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도 저서를 통해 같은 내용을 얘기했다. 지금 일본에서는 ‘미·중 신냉전시대’가 오기 때문에 미국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런데 미·중 대립의 시대가 온다는 인식은 매우 어설프다. 미·중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심화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돋보이게 하고, 미국 역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힘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냉전시대의 미·소 양강 구조나 미국의 1강 지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다극화 구조 등으로 설명할 수 없다. 세계는 ‘무극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극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일은 상호 네트워크형 발전의 틀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상호의존’이다. 삼성, LG 등 대기업은 일본의 소재나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여기까지 성장했다. 일본도 주변에 한국, 타이완 같은 산업국가가 있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 타이완은 상호 의존의 네트워크 안에 있다. 서로 적대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할 게 아니라 상호 협력해야 한다. ‘단계적인 접근법’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는데, 부정적인 얘기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가 나는 사안부터 힘을 합치는 식이다. 유럽에서 배울 점이 많다. 프랑스와 독일도 오랜 기간 동안의 증오로 절대 화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출발해 지금은 유럽연합(EU)으로 통합하지 않았나. →2014년 동북아의 키는 누가 쥐고 있나. -러시아다. 러시아가 태평양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한·중·일 삼각 구도에 러시아가 가세해 게임이 더 복잡해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약 380조원을 투입하는 극동 및 바이칼 지역 개발 프로그램을 승인했으며 극동 시베리아 송유관 개발방안 등을 통해 동북아 에너지 통합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현재 원유·LNG 전체의 10%를 넘어섰고, 2020년까지 2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세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한국 언론에는 처음 말하는 것이다.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와 6~7년 전에 만났을 때 그가 “북한 문제는 별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냉전 시대 북한은 뒤로는 중국과 소련을 두고 있었고, 김일성 주석의 사상에 공명하는 세계의 젊은이가 있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나 체 게바라처럼 세계 젊은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정당성’을 부여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냉전이 끝나고 20년 동안 북한은 급속하게 정당성을 잃었다. 2014년 북한은 점점 정당성을 잃고 부유하고 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중국의 영향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군사 독재국가의 방향으로 향하는 지금 북한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없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의 시각으로 보면 중국의 주변 국가가 되고 있다. 글 사진 도쿄 황성기 특파원 marry04@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데라시마 지쓰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비평가 중 한 명이다. 다마대학 학장, 미쓰이물산 전략연구소 회장 등을 겸임하고 있고 방송과 신문 등을 통해 현안을 명쾌하게 풀어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1947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 정치학과 학·석사를 수료하고 1970년대 엘리트들이 몰렸던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에 입사했다. 뉴욕 본점 정보담당 과장과 워싱턴 사무소장을 지내며 1990년대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 근무를 마치고 1998년 ‘국가 논리와 기업 논리’라는 책을 펴내 주목받았다. 2009년부터 다마대학 학장, 2010년부터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 日 41개 지방의회 “특정비밀보호법 철폐하라”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강행처리한 특정비밀보호법에 대해 41개 지방의회가 철폐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냈다. 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홋카이도, 후쿠시마, 나가노, 오키나와 등 14개 현 41개 시정촌(일본 기초자치단체) 의회에서 특정비밀보호법 철폐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가결해 참의원이 이를 수리했다. 참의원 사무국에 따르면 특정 법률에 반대하는 의견서가 지방의회에서 이렇게 많이 가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특정비밀보호법의 원론적 검토, 신중한 운용을 요청한 의회도 이와테현과 니가타현 의회를 비롯해 17개 도도현(일본 광역자치단체)의 68개 의회에 달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특정비밀보호법은 기밀 누출로 국가 안보에 지장을 준 공무원을 최장 징역 10년형에 처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으로, 지난달 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야당은 물론 국민 여론도 좋지 않았으나 참의원에서 다수를 점한 자민·공명당이 밀어붙였다. 의견서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 의회가 국회 및 정부 기관에 제출하는 서면으로, 국회가 이에 대답할 의무는 없다. 다만 특정비밀보호법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임을 방증하는 것으로, 오는 24일 소집되는 정기국회에서 또 한번 안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카치호 대학의 고노이 이쿠오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의 반대를 누르고 강행 체결한 법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민심이 드러났다. 성실하게 대응할 수 없다면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제3의 길’ 석학 인터뷰(상)] “사회통합·다양성은 배치되는 개념 아닌 민주주의 양대 토대”

    [‘제3의 길’ 석학 인터뷰(상)] “사회통합·다양성은 배치되는 개념 아닌 민주주의 양대 토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철학이나 정치사상은 낡은 학문으로 굳어졌다. 사회주의 체제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획기적인 새 이론도 등장하지 않자 정치학은 과거의 사례를 연구하거나 현실을 해석하는 데 집중하는 학문으로 폄하됐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치는 ‘철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안에 맞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혐오성 짙은 행위로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회체제나 세계를 보는 시각에 근본적으로 메스를 대려고 하는 도전적인 학자도 드물다. 이탈리아의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81)와 미국의 마이클 하트(53) 듀크대 교수는 이 같은 정치철학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 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2000년 펴낸 ‘제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 속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제국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항할 세력으로 ‘다중’(多衆·Multitude·지배계급을 제외한 공동행동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들이 책에서 주장한 ‘미국 중심의 신제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세계적인 반발의 징조’는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제국’은 전 세계 30개국에 출판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두 사람은 ‘다중’, ‘공통체’로 이어지는 이른바 ‘제국 3부작’을 잇따라 펴내며 자신들의 사상을 펼쳐 나갔다. 한국사회에서도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이들의 사상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네그리는 ‘지성인들의 지성’으로, 하트 교수는 ‘지성계의 샛별’로 추어 올려졌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였다. 당시 나이와 성별을 특정 지을 수 없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 대해 학자들은 뚜렷한 근거를 대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새롭게 주창한 계층인 ‘다중’과의 유사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중’은 프랑스 파리 지하철 시위, 월가 점령 시위 등 과거와 다른 형태의 시위를 주도하는 주체로 평가받았고, 일부 학자들은 최근 한국 대학가를 강타했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역시 ‘다중’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분위기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말 하트 교수와 수차례에 걸친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세계 정세에 대한 평가와 민주주의에 대한 하트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다. 하트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회 통합’과 ‘다양성’에 대해 “두 가지는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며 둘 모두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하트 교수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저서 ‘제국 3부작’은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하기보다는 가설에 가깝다. 하지만 진보 지식인 계층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럴듯한 얘기를 담아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인간은 남의 생각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다. 우리가 하는 얘기들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공유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한동안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나 대중의 움직임에 대해 마땅히 해석할 방법을 찾지 못해 왔다. 제국 3부작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철학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예를 들어 슬라보이 지제크가 철학자로서는 비정상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역시, 그가 대중적인 얘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제국’이 출판된 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 10년간 일어난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는 얼마나 예측에 가깝게 진행됐는가. -‘제국’의 시작은 일방적인 방식으로 국제적 사안을 지시할 수 있는 전통적인 형태의 ‘국민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미국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의 종말을 고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10년간 미국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국제적 헤게모니는 끊임없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실패가 명확한 증거다. →여전히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 -미국은 국제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전통적인 동맹과는 다른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네그리와 나는 ‘제국’에서 세계화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권력 네트워크’가 새롭게 형성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미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과 같은 초국가적 기관, 국가 또는 대륙 간 자유무역협정, 주요 기업 및 기타 다양한 세력을 포괄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보는 시각이다. ‘국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또는 ‘국가는 계속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전통적인 시각으로는 안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지나치게 크고 거대한 담론이다. 그렇다면 세계를 어떻게 봐야 한다는 것인가. -개별적이기보다는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특히 정치는 일방적이지 않다. 국가들, 그중에서도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지배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이 관계가 변해갈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지배 형태를 알아내는 것뿐 아니라 이런 지배에 공격을 가하고 도전할 수 있는 적절한 정치적 수단을 창안하고 구성하는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노동권은 약해진 반면 복지는 전 세계에 걸쳐 축소되는 추세다. 성장을 위해 자국 사회를 재구성한 독일 같은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둠에 따라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과 상당수 경제학자 등은 우리에게 두 가지 경제적 선택이 있다고 말한다. 민영화와 탈규제라는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 또는 공공재산을 국가가 통제하는 케인스·사회주의 논리를 택하라고 한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의 병폐가 국가통제라는 약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사회주의 정책이 유발한 문제가 민영화로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둘 다 죽은 생각이라고 본다. 어느 쪽도 스스로 제시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둘의 목표는 모두 ‘경제 발전’, ‘적절한 수준의 고용’, ‘경제적 복지와 자유’인데 둘 다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미 죽은 두 생각이 세계에서 온갖 종류의 재앙을 불러일으키며 계속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좀비 같은 생각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네그리와 나는 이 같은 죽은 생각은 완전히 묻어버리고, 경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아직은 뚜렷한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에서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목소리와 ‘사회적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민주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사회적 통합은 통합을 ‘동질화’로 볼 때만 다양성에 모순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똑같이 행동하거나 살아가고, 동일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동질화이지 통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사람들이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동일해질 필요나 똑같이 행동할 필요가 없다. 물론 동일한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이 같은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협력해서 다양성을 보완해 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적 토대다. →‘다중’은 기존의 잣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집단행동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월가 시위나 촛불 시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에 ‘다중’의 힘은 역부족이 아닌가. -사회의 변화는 한번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움직임을 하나의 차원으로 보면, 보다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재스민 혁명이나 월가 시위는 형태나 참여자들은 다르지만 기존에 구축해 놓은 사회체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면 다르지 않다. 성공한 혁명이나 시위라고 해도 그게 끝은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체제는 또다시 도전을 받는다. 과거에 비해 독자성을 가진 개인들이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도 한데 모여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이미 ‘다중’이다. →네그리와는 이탈리아와 미국이라는 상이한 환경, 30년에 이르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함께 생각하고 글을 써 왔다. 2010년 네그리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나와 하트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하나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기본적으로 난 네그리의 영향을 받아 이 세계에 들어왔고, 그를 존경한다. 차이점이 없지는 않지만, 이 같은 차이는 우리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20년 이상 계속 생각을 지속적으로 나눴고, 언제나 책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의 우정이 근본이고, 책은 그 부산물일 뿐이다. 자르브리켄(독일)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마이클 하트 교수는 정치철학자, 문학이론가. 1960년 출생.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안토니오 네그리의 책을 읽고 정치철학으로 방향을 바꿔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듀크대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질 들뢰즈,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2000년 네그리와 함께 ‘제국’을 출판하면서 세계 지성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디오니소스의 노동’, ‘제국의 새로운 옷’, ‘다중’, ‘공통체’ 등을 네그리와 함께 썼다. 미네소타출판사의 ‘경계 너머의 이론들’의 책임편집자다. ‘제국 3부작’의 마지막이자 종합편인 ‘공통체’는 새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 [격동의 동북아 석학에게 길을 묻다] 조지프 나이 美 하버드대 석좌교수

    [격동의 동북아 석학에게 길을 묻다] 조지프 나이 美 하버드대 석좌교수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일방 선포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장성택 처형,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와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이 숨가쁘게 이어지면서 세밑 동북아시아는 격랑에 휩싸인 형국이었다. 2014년에도 중국의 패권주의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충돌하고, 여기에 일본의 우경화와 북한의 도발 우려가 어지럽게 얽히면서 동북아 정세는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석학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새해 동북아 정세를 심층 진단·전망해 본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더라도 안보적 측면에서는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이익일 것이다.” 조지프 나이(76)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중 사이에서 위치 설정에 고민하는 한국을 향해 이렇게 충고했다. 그는 또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국이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이 교수는 인터뷰에서 중국의 힘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을 추월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면서 미·중 간 ‘신(新)냉전’이 도래할 것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동조하는 등 북한 정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 북한에 대한 압박을 꺼리는 중국의 대북 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국력신장에 따른 패권주의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충돌하면서 신냉전이 도래했다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미·중이 신냉전에 진입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두 나라는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갈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소련과 다르고, 지금의 미·중 관계는 과거 미·소 관계보다 훨씬 더 복잡다양하게 얽혀 있다. →장래에 중국이 경제적·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하나. -앞지르지 못할 것이다. 국민총생산(GNP) 면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수도 있지만 국가의 수준을 가장 정확히 나타내는 척도인 1인당 GNP 면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군사력 면에서도 향후 수십년 안에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은 전통적 동맹인 미국과 국력이 급신장하는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두 나라와 모두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한다. 다만 중국과는 경제적 기회를 위해 좋은 관계를 갖더라도 안보에 관한 한 동맹인 미국과 관계를 갖는 게 더 이익일 것이다. →지난 10월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해 파문이 일었는데, 중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중국의 의도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일본을 압박하고 해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관련국들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CADIZ를 발표한 것이다. →중국의 일방적 CADIZ 선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보나. -중국이 CADIZ로 선포한 해당 상공은 여러 나라에 의해 공유되는 곳이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은 타당했다. 또 미군의 B52 전략 폭격기가 중국에 통보하지 않고 즉각 해당 지역을 비행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아베 신조 정권 들어 일본 정부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 추구에 대한 한국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고 있는데.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것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민족주의 분출에 대응한 미·일 동맹 협력의 측면에서 필요하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미국의 승인 아래 행사된다면 한국은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한국은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우경화로 치닫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나. -적어도 김정은 정권 아래서는 핵을 포기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본다. 더욱이 그동안 6자회담 당사국이 합의했던 북핵 포기 방안은 제대로 된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행동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이 적절하다고 보나. -그렇다고 본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했는데 이번 사건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까.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장성택에 대한 사형이 김정은의 권력 장악을 강화해 줄 것이라는 분석과 궁극적으로 김정은의 권력을 감소시켜 개혁을 촉발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리는 만큼 섣부른 추측을 삼가고 싶다.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미·중은 협력할까, 충돌할까. -이 문제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에도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다. 따라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관련국이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 통일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곧 통일이 되길 희망한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아래서는 힘들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전 통보 없이 핵실험을 일삼는 등 말을 듣지 않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넌덜머리가 났고, 이에 따라 중국의 대북 정책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실제 지난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의 대북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맞서는데. -중국은 늘 대북 정책에서 두 가지 목표를 견지해 왔다. 첫째는 한반도 비핵화이고 둘째는 갑작스런 북한 정권의 붕괴에 따른 북·중 국경의 혼란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두 번째 목표가 첫 번째 목표를 압도해 왔다. 나의 저서 ‘권력의 미래’(The Future of Power)에서 나는 이런 중국의 딜레마가 북한에 미약한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썼다. 즉 북한이 붕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중국이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물론 최근 북한이 지역 충돌, 즉 핵실험, 미사일 발사, 대남 도발 등에 중국이 개입하도록 위협하는 리스크를 불사하면서 중국 지도부는 넌덜머리를 냈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중국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나는 중국이 북한에 가하는 압력에 여전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국의 비정상적인 이중적 시스템, 즉 일당독재의 정치 시스템과 자본주의적 경제 시스템의 양립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나는 중국의 시스템이 붕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참여 확대 욕구가 커질 텐데 이런 기류에 중국 지도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다. 연간 1인당 GNP가 1만 달러에 가까워지고 중산층이 커짐에 따라 정치 참여 욕구는 더 커지고 전체주의적 통치는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단적인 예가 한국이다. 한국은 이와 관련해 위대한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다. 한국은 경제적 번영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 발전, 즉 선거를 통해 정부를 바꿀 수 있는 민주주의를 성취했다. 타이완도 비슷하다. 한국이나 타이완보다 훨씬 덩치가 큰 중국에 어떤 정치적 변화가 도래할지 정확히 예측하긴 힘들다. 다만 나는 중국 지도부가 더 많은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조지프 나이는 누구 미국 뉴저지주 출신으로 명문 프린스턴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과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국제정치학계의 대표적인 진보주의 이론가로, 정통 보수주의 학자인 ‘문명의 충돌’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와 대비되기도 한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낸 조지프 나이는 요즘 많이 통용되는 ‘소프트 파워 국가론’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경제력 등 하드 파워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강제력보다는 매력과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국력을 말한다. 조지프 나이는 2011년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에 꼽히기도 했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이해하는 모든 길은 조지프 나이로 통한다”고 평했다.
  • 올 7급 국가직 수석합격 ‘아빠’ 정태영씨의 수험생활

    올 7급 국가직 수석합격 ‘아빠’ 정태영씨의 수험생활

    학원가에서 내년 7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준비 전략을 수험생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시험 합격자는 어떻게 공부했을까, 궁금증이 인다. 올해 7급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에서 수석 합격한 정태영(41·외무영사직)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해서 네 살 난 딸을 데리고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정씨는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전념했다. 정씨는 “가족을 책임지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라도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고용 환경이 더욱 안정적인 공직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면서 “학창 시절에 꿈꿨던 외교 업무에 대한 향수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아이를 키우는 일에 최대한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일일 계획표를 만들어 매일 꼬박꼬박 실천했다. 하루의 시작은 딸을 낮 9시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일이었다. 그런 뒤 곧바로 동네 인근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오후 12시까지 약 3시간 동안 국어, 영어, 제2외국어를 학습했다. 오전 학습과 점심 식사까지 마친 후 정씨는 이어 한국사와 헌법을 공부했다. 그러다 시곗바늘이 오후 4시를 가리키면 자리에서 일어나 딸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딸과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아이와 놀아주면서 직장에서 돌아오는 아내를 위한 저녁 식사 준비에 돌입했다. 가족과 저녁을 다 먹은 다음에는 다시 도서관에 가서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국제법과 국제정치학 과목을 학습했다. 정씨는 상식을 쌓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와서는 뉴스를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필기시험 준비로 자칫 세상사에 관심이 멀어지게 되면 혹시 필기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면접시험 준비가 힘들어질 거라 생각했다”면서 “잠들기 1시간 전에는 신문을 꼭 보고 잤다”고 전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올해 7급 국가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일은 지난 6월 22일이었다. 이번에 정씨는 시험일에 맞춰 ‘6개월 학습 전략’을 세우고 시험을 준비했다. 정씨는 “초반 2개월간 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각 과목 기본 수험서를 1회씩 독파하는 일에 집중했고 그 후 4개월 동안에는 줄곧 문제풀이에 집중했다”면서 “중반 2개월 기간에는 7급 공채시험 기출문제를, 후반부에 가서는 예상 모의고사 문제집과 더불어 지방직·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및 각종 고시(사법시험, 입법고등고시 등) 기출문제를 있는 대로 살폈다”고 덧붙였다. 또 정씨는 “시험 하루 전에는 시험 당일과 똑같은 시간과 순서에 맞춰 쉬지 않고 7개 과목(필수과목 6개, 선택과목 1개) 140개 문제를 모두 풀면서 최종 점검했다”면서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르는 문제의 답을 찍어서라도 제한 시간을 정하고 그 안에 답안지 작성을 끝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늦깎이 수험생과 아빠로서의 역할을 병행하며 약 1년 6개월을 공무원 시험공부에 투자한 끝에 정씨는 합격으로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떠올리며 합격을 향한 절박한 마음으로 수험 기간을 버텼다”는 정씨는 다른 수험생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되도록 한 번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다.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이를 놓고 주위에서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번의 도전으로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공부한다면 분명 합격의 기쁨을 품에 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광장]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진경호 논설위원

    올해, 다시 말해 5년마다 한 번씩 맞는 새 정부 출범 첫해인 올해에도 어김없이 대통령을 묘사하는 키워드는 ‘불통’이 될 모양이다. 야당은 연신 주술을 외듯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불통’을 읊조리고 있고, 안녕들 하신지 묻기 바쁜 세상은 온통 ‘불통’이란 단어로 안부를 전한다. ‘불통’은 이제 세상의 모든 모순과 불의, 그리고 내 고단한 삶의 시발(始發)을 뜻하는 모태어가 된 듯하다. 억울할 법도 해 보인다. 불통이라니, 아니 얼마나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박 대통령의 입을 대신하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그 큰 입으로 ‘자랑스러운 불통’이라는 형용모순의 해괴한 표현까지 끄집어낸 걸 보면, 그래서 뭇매를 자청한 걸 보면 청와대의 분기탱천이 가늠된다. 박 대통령이 정녕 ‘불통령’인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시장과 산업현장 등을 돌며 만든 박 대통령의 ‘깨알수첩’과 네티즌들의 거친 욕설까지도 끌어안은 청와대 홈페이지, 그 어느 정부에서보다 많은 성과를 거둔 민원해결 실적 등은 청와대가 주장하듯 분명 ‘소통의 증거들’이다. 역사와의 대화 못지않게 바닥 민심과의 소통을 무겁게 생각하는 게 정치인 박근혜의 캐릭터인 듯도 하다. 그러나 정작 소통은 이런 ‘증거’가 아니라 ‘인식’에 의해 존재 여부가 가려진다. 소통이라 말하고 불통이라 듣는다면 둘의 관계는 불통이다. 투입요소가 아니라 산출 결과에 의해 소통과 불통이 결정되는 것이다. 대중권력에 기반한 현대 정치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초인적 능력을 발휘한다 한들 대중이 외면하면 그만이다. 정치학자 노이슈타트의 말처럼 ‘설득’(소통)과 ‘흥정’(정치력)의 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리더십이 빛을 보는 것이다. 정치학자 그린슈타인이 2000년 펴낸 역저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있어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부터 빌 클린턴까지 11명의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대중과의 소통’, ‘조직·인사 능력’, ‘감성지능’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분석한 이 연구에서 대통령 평가는 결국 소통에서 갈렸다. 조직·인사 능력이 형편없었던 루스벨트와 별다른 실적도 없고 사생활이 문란하기 짝이 없던 존 F 케네디, 정치 경험이 일천한 로널드 레이건이 역대 가장 뛰어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건 바로 대중과의 소통과 정치력에서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통찰력과 조직관리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나 상황파악 능력이 뛰어났던 리처드 닉슨 등이 인색한 평가를 받은 것도 소통에서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취임 첫해 성적표가 50% 안팎의 지지율로 마무리될 듯하다. 한국 갤럽의 지난 16~19일 조사에선 48%, 리얼미터의 16~20일 조사에선 51.8%로 국정지지도가 내려앉았다. 대선 때 얻은 득표율 51.6% 언저리를 맴도는 수치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열 달 동안 쉼 없이 달렸건만, 5차례의 해외 순방 등을 통해 26개 나라 정상과 30차례에 걸쳐 회담하고 이를 통해 그들과 신뢰를 쌓고, 그 힘으로 북한발 안보위기와 요동치는 동북아의 격랑을 헤쳐왔건만, 게걸음 치던 경제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건만,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시큰둥하다. 게다가 불통이란다. 시쳇말로 본전도 제대로 못 건진 셈이다. 불통 비난에 담긴 메시지는 둘 중 하나다. 소통 방식이 잘못됐거나, 야당의 덧씌우기 공세에 패했거나…. 무엇이든 새 정부의 청와대는 프레임 전쟁에서 지고 있다. “공약의 완급을 조절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공약 파기”라는 야당의 딱지 붙이기에 파묻혔고, 작금의 철도파업 논란의 와중에선 ‘공기업 민영화’가 이제 더는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금기어가 돼 버렸다. 이 홍보수석은 국정 홍보와 대통령 이미지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억울해할 게 아니라 긴장해야 할 때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을 자처한다면 말이다. jade@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지난 12일 북한의 사실상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세계의 이목이 북한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젊은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보며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장성택의 처형이 북한을 새로운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북한에서 대규모 숙청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에서 일어날 후폭풍과 남북 관계, 나아가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2년을 맞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최근 인민군 설계연구소와 마식령 스키장 등 각종 위락시설을 돌아보며 장성택 처형이라는 ‘큰 사건’을 마무리하고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듯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대한 실적 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평양발 소식은 북한이라는 특수체제로 인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혼돈’과 ‘혼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정은 체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그에 따른 남북 관계는 향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박재규(경남대 총장) 전 통일부장관을 만났다. 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남북장관급회담 남측수석대표, 대통령자문 통일고문 등을 지낸 바 있어 누구보다도 북한 권력층의 내부 사정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먼저 장성택 처형과 관련된 얘기부터 나왔다. →북한은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장성택을 실각시킨 지 4일 만인 12일 장성택을 신속히 처형했습니다.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영도체계 확립’을 부각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장성택 관련 당·정·군 인맥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정풍과 인사쇄신의 숙청작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 체제에서의 ‘유일영도’를 거부하는 자는 처벌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지요. 다시 말해 최고 영도자에 대한 도전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을 신속한 진행으로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처형에 대한 정당성 확보 및 1인 절대 지배체제의 확립을 도모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성택의 죄목을 보면 ‘국가전복’ 혐의가 있습니다. 이는 장성택이 쿠데타 등 정변을 일으키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12월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목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보다 더 무거운 ‘국가전복 음모’로 최고 권력 찬탈을 기도했다는 것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 군사재판 판결 내용입니다. 즉 국가전복 음모를 위해 ‘불순 이색분자’ 등을 주요 직책으로 끌어들여 무리를 규합했으며, 장성택의 우상화를 꾀했고 당의 방침보다 장성택의 말을 더 중시해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하고 있지요. 이렇게 구체적 죄목으로 볼 때 이는 1인 영도체제에 반하는 것으로 북한의 정치체제 현실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장성택 처형이 북한 내부 정치체제의 안정과 경제개발 추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대남 및 대외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장성택 제거 이후 그동안 경제개발의 여러 부문에서 추진해 오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핵 문제 등의 걸림돌로 외자유치 및 대외 경제협력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정치적 숙청의 회오리는 경제개발 추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외관계 또한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 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이며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대외적인 상황과 연계해 출로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내부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외·대남 관계에서 의외로 유연한 자세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이 부인 김경희 비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요. -장성택의 숙청에도 불구하고 김경희는 ‘백두혈통’인 김일성의 딸이라는 점에서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김 비서는 최근 건강도 좋지 않아 조용히 지낼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희와 장성택 사이에 외동딸이 있었으나 프랑스 유학 도중이던 2006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아마 유일한 혈육인 딸이 살아 있었다면 장성택과 김경희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장성택과는 몇 차례 만난 인연도 있다. 이와 관련, 2005년 남북정상회담 5주기 행사차 방북했을 때 박 총장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장성택 선생은 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2002년 경제시찰단 당시) 남쪽에 내려갔을 때 폭탄주를 많이 마셔서 건강이 안 좋아 휴양차 보냈다. 건강이 회복되고 있으니 곧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몇 개월 후 장성택은 다시 당으로 복귀했다. →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한 지 2년이 됩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진행된 ‘김정은 체제’ 구축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김정일에 비해 짧은 후계 구축 기간과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2년 만에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됩니다. 후계 권력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에는 중국의 협력과 김정은 후견 세력(김경희, 장성택, 최룡해 등)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미 아버지 김정일이 2009년부터 차분하게 권력세습과 관련한 갖가지 준비를 철저히 했고 아버지 사망 이후 신속하게 최고 영도자로서 모든 권력의 지위를 승계했지요.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이제 당·정·군에 대한 ‘김정은 리더십’의 홀로서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 수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엘리트들의 수직적 균열 가능성은 낮지만 급격한 권력 엘리트의 부침으로 인한 엘리트 집단 간 수평적 균열 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김 제1위원장의 최우선 관심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마디로 말해 ‘유일영도체계’ 구축과 경제건설입니다. 이는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군사적 대결 태세와 함께 경제강국을 통해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재건 및 인민경제 향상에 주력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단기적인 체제의 안정과 장기 집권의 토대를 구축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경제 분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위락시설 및 마식령 스키장, 세포등판 건설 등이 북한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요. -북한이 처한 현실, 즉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외자유치의 한계, 단기적으로 주민생활 향상 효과를 보여줘야 하는 현실적 조건 등을 고려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을 통해 뭔가 달라졌다는 변화를 구체적·체험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락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비해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적·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국제사회 고립에서의 탈출, 경제난 해소 등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북·중 협력관계를 통해 각 분야에서 출로를 모색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요. →미국이 북한의 선행조치를 강조하는 등 6자회담 재개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북핵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국가 기본전략으로 채택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에 따라 핵 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한편 체제안정 보장 및 경제지원을 위해 미국 등을 향해 협상을 꾸준히 요구하겠지요.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과의 대화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합니다. 6자 회담 재개를 놓고 남·북·미·중 간 각축이 심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내부 정세도 중요한 변화의 요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남북 상호간의 신뢰 형성은 ‘과정’이 필요한 것이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북아 안보 구도 및 환경의 변화로 주변국들 간 이해와 대립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볼 때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요. 박근혜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긴 안목을 갖고 원칙을 유지하면서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인도적 사업, 민간차원의 교류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김정은 정권은 핵개발에만 의존해 경제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비핵화의 방향에서 체제안정 및 경제회복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관련국들의 협력 없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은 성공할 수 없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요즘 근황을 물었더니 “김 제1위원장이 ‘큰일’을 저질러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여러 군데 특강을 가야 하고 간담회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네요”라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재규 前 장관은 1944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 정치학과 졸업(1967년),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졸업(1969년), 경희대 정치학박사(1974년) 등을 거쳤다. 이후 경남대 교수(1973∼1985년), 경남대 총장(1986~1999년), 한국대학총장협회장(1997~1999년),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1999~2001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2000년), 남북장관급 남측수석대표(2000~2001년), 대통령자문 통일고문(2006, 2008, 2011~2013년),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2005~2009년), 동북아대학총장협회 이사장(2003~2010년) 등을 역임한 뒤 현재 경남대 총장을 비롯해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육군사관학교 자문위원, 주한 미군사령관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상훈으로는 미국 뉴욕 언론연구위원회 공로상(1980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 세계 체육지도자상(1996년), 제1회 한반도평화상(2004년), 아름다운얼굴 교육인상(2004년), 대한민국 녹색 경영인 대상(2010년, 교육부문)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북한사회의 구조적 분석(1972년), 북한평론(1975년), 북한정치론(1984년), 북한의 신외교와 생존전략(1997년), 북한의 딜레마와 미래(2011년) 등이 있다.
  • [지방시대] 영충호 시대를 기대하며/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영충호 시대를 기대하며/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인간 세상은 1000년 전이나,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요즘 나는 지금부터 2397년 전에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정치학’ 책을 읽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내려 갈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도 2000년 전과 오늘날의 세계가 똑같을 수 있을까 하고 감탄한다. 그 시대에도 가장 심한 증오의 대상이 된 것이 고리대금이었으며, 모든 종류의 재산 획득 기술 가운데 고리대금이 가장 자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에서는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또한 민주정체의 토대는 자유이고, 자유는 민주정체에서만 누릴 수 있으며 모든 민주정체가 추구하는 목표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는 대목에서 역시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철학자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열세 살에 과거에 장원급제한 것을 시작으로 스물아홉이 될 때까지 아홉 번이나 과거에 응시해서 모두 장원급제를 하고, 나중에는 왕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었으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백성들을 보살피는 데 헌신적이었던 학자가 있다. 평생 청렴을 넘어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녹봉까지 퍼주며 살았기에 사망한 후에는 수의를 남에게 빌려 입었던 학자가 있다. 그는 서른여섯 살에 청주 목사가 됐고, 부임하자마자 4가지 규칙, 즉 서로에게 착한 일을 권하고, 잘못된 일은 서로 고쳐주고, 서로 바른 예절로 사귀며, 어려운 일을 서로 돕자는 향약을 반포했다. 더불어 백성이 지킬 10가지 규칙을 함께 반포하면서 스스로 지켰고 모든 일을 백성 입장에서 처리했던 학자가 있다. 바로 율곡 이이다. 신사임당 아들로 더 잘 알려진 그가 청주 목사를 지내면서 펼친 행정은 3년 후 황해도 관찰사로 가면서도 이어졌다. 덕분에 청주는 조선에서 가장 살기 좋은, 착한 마음과 아름다운 행실이 넘쳐나는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요즘 전국적으로 ‘영충호 시대’라는 표현이 회자하고 있다. 언뜻 낯선 느낌도 있지만 갈등, 대립, 분열을 떠올리는 영호남이라는 말에 비추어보면 왠지 정감이 가기도 한다. 영남과 호남의 중간에서 충청이 조정하고 중재하며 화합을 이끌어낸다는 의미도 있고, 그동안 당연시 여겨져 왔던 수도권 우선이라는 독선적 논리에 대해 충청, 영남, 호남이 힘을 모아 강원과 제주를 포함한 전국 균형 발전을 선도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왕 시작된 영충호 시대라면 과거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성장과 발전만 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보다는 서로 돕고, 예의를 갖추고, 착한 일을 권하는 옛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그것도 가장 살기 좋고, 착한 마음과 아름다운 행실이 넘쳐 나는 도시인 청주가 새로운 국가운영의 패러다임이 될 영충호 시대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충청도는 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나와 내 가족이 살고 있는 청주는 더 느린 것 같다. 자신의 이익과 주장을 앞세우려는 사람에겐 빠른 것이 좋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함께 가려는 사람에겐 느린 것이 좋기 때문이리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함께 보듬고 가는 영충호 시대를 기대한다.
  • “장성택 일당 숙청작업 길게는 2~3년… 공포정치 지속”

    “장성택 일당 숙청작업 길게는 2~3년… 공포정치 지속”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그 일당에 대한 숙청 작업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3년까지 이어지면서 ‘공포정치’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한 장성택이 주도하던 대외 협력, 경제 개혁·개방 조치가 후퇴하거나 유보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피비린내 나는 숙청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당근’이 주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혹독한 검열과 통제가 북한 사회를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지적됐다. 장성택 일당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은 단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로 이어지겠지만 동시에 불안정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탈북자 1호 박사(정치학)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장성택의 여독(餘毒)을 청산하는 과정은 지방당까지 뿌리를 뽑는 정풍운동으로 이어질 텐데 그 과정이 빨리 정리되면 체제 이반이 줄어들면서 권력 기반이 강화되겠지만 역으로 (1997~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숙청 작업인) 심화조 사건처럼 길어지면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이어 “북한 주민의 김씨 왕조에 대한 충성심이 옅어지는 가운데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권력 엘리트들과 주민들은 김정은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당과 인민이 분리된 상황에서 체제 저항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장성택 세력 숙청 효과는 제한적이며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장은 김정은 중심의 일사불란한 체제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권력 암투가 진행될 수도 있다”면서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잣대는 핵·경제 병진정책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경제 개혁·개방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록 성과는 없었지만 나진·선봉지구와 황금평 사업 등 북·중 경제 협력을 주도한 인물이 장성택인 만큼 중국의 지원이나 투자도 주춤할 가능성이 크고, 누구도 북한에 섣불리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개혁·개방을 입으로는 얘기하겠지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핵·경제 병진정책은 박봉주 총리와 내각을 중심으로 계속될 것”이라면서 “중국은 장성택의 숙청과는 무관하게 김정은이 북핵 현안 등에서 따라준다면 지원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숙청의 후폭풍은 북한 사회의 공기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조 교수는 “이번 사건은 2인자를 마음대로 처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그만큼 김정은이 불안하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혹독한 사회 통제가 예상되고, 주민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외부 도발이나 핵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 원장은 “분위기는 경색될 테지만 김정은이 일종의 ‘3S 정책’으로 주민을 달래려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누가 국론을 분열시켰나/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가 국론을 분열시켰나/문소영 논설위원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나라에서 살았던 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 헌법과 법에 대한 상식적인 해석이 사라진 이상한 나라 말이다. 음지에서 궂은일을 해야 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전면으로 나와 정치적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일삼았다. 주적을 북한으로 재설정했다지만, 공작 대상을 주권자인 국민을 향한 것은 아닌가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다. 청와대 등 권부에서 일했던 공무원들은 검찰총장의 혼외자식으로 지목된 소년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위헌·위법행위라고 비판하면,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반박한다. 적반하장에 답답한데, 대통령은 걸핏하면 ‘국론 분열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서릿발 같은 발언을 한다. 마치 카드 나라 여왕이 특별한 이유 없이 목청을 높였던 “처형하라”(off with his head)를 연상시킨다. 국론 분열을 좌시할 수 없다는데, 대체 어떤 국론을 어떻게 통일해야 한다는 건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선거 개입을 했는데 전혀 불공정 선거가 아니었다고 국민이 입을 맞춰야 할까. 검찰이 재차 변경한 공소장에 따르면 국정원이 121만건이 넘는 댓글 공작을 했다는데 ‘일부 국정원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국정원장의 주장에 동의하는 게 국론 통일인가. 나라를 지키고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대비하라고 발족시킨 군 사이버사령부가 야당 대선 후보를 폄하하고 나쁜 정치인이라고 트위터를 하고 이를 대량 확산시킨 행위를 칭찬해야 할까. 법원의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실 역시 ‘개인적 일탈’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찰떡같이 믿어야만 국론이 통일된다는 건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조선시대처럼 국왕이 “네 죄를 네가 알렸다”하면, 사대부들이 부복한 뒤 머리를 땅에 찧으면서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소인을 죽여주옵소서”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을 가진 나라에서 대통령과 국민의 관계가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시대착오적 망상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부·여당의 정책은 모두 시시비비의 대상이다. 국민이 판단해 반대할 만한 정책은 반대할 것이고, 반대에도 정부·여당이 개선하지 않는다면 선거에서 야당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국민주권 시대다. 흔히 민주주의의 적은 공산주의가 전부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민주주의의 적은 전체주의다. 이 전체주의에 1945년 한계를 드러낸 나치와 같은 극단적 국수주의체제나 역시 1989년 11월 종말을 고한 공산주의, 근대에 몰락한 왕권신수설에 의거한 절대왕정이나 봉건체제 등이 속한다. 츠베탕 토도로프 프랑스 국립 고등연구원 명예연구원장은 ‘민주주의 내부의 적’이란 책에서 민주주의 핵심을 다원주의라고 했다. 권력 획득의 과정이 비록 정당했다고 해도 민주주의 제도 구축과 최종 목적,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이 다원주의, 다양성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일사불란할 수도 없고, 일사불란해서도 안 된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 예일대 명예교수도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민주주의 체제는) 사회질서의 결함 즉 혼란·갈등이 불가피하지만, 일사불란함이 없어도 비민주주의 체계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국론이 분열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전제는 잘못됐다. 서로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 갈등은 당연하다. 이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서 합의해야 하는데, 그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나를 따르라고 소리칠 것이 아니라, 따라갈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정부와 의견이 다르거나 기분 나쁜 발언을 했다고 배제하거나 정치적으로 탄압해서도 안 된다. 불법적인 과거 정부기관의 행위라도 현직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이 맞다. 더 늦기 전에 잘못을 시인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symun@seoul.co.kr
  • 한국정치학회장에 최진우 교수

    한국정치학회장에 최진우 교수

    한국정치학회는 최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2015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8일 밝혔다. 최 교수는 한국유럽학회 회장, 연정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 [2013 공직열전] (35) 환경부 (상) 본부 실·국장 간부들

    [2013 공직열전] (35) 환경부 (상) 본부 실·국장 간부들

    1990년대 초만 해도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환경부의 위상은 약했다. 두 차례 낙동강 수질오염(페놀) 사고를 겪으면서 환경 업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1994년 환경처에서 환경부로 격상됐다. 내년이면 정부 부처로 승격된 지 20년이 된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부처와 비교해서 규모가 왜소하다. 본부는 장·차관과 2실·10국으로 이뤄졌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타 부처의 견제를 심하게 받는다. 따라서 각종 실무 협상에서 전면에 나서는 실·국장들의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본부 실·국장 12명의 면면을 소개한다. 이재현 기획조정실장은 환경부의 국정과제를 총괄해서 진두지휘하는 정책통으로 불린다. 재정기획관, 기후대기정책관, 상하수도정책관 등 본부 주요 보직과 영산강청장, 낙동강청장을 역임했다. 탁월한 추진력으로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2010년에는 부처 내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환경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2000년부터 3년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근무한 글로벌 환경 전문가이며, 이때 고(故) 이태석 신부와 맺은 인연으로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백규석 환경정책실장은 빠른 정책 판단력과 식견을 가진 환경행정 전문가란 평을 듣는다. 청와대 선임행정관, 자원순환국장, 자연보전국장 등을 거쳤다. 눈치가 빠르고 꼼꼼한 성격으로 후배들로부터 깐깐하다는 소릴 종종 듣지만, 업무 흐름을 빨리 파악하는 감각과 협상 능력을 지녔다. 화학물질 안전대책, 환경오염 피해 구제 등에 대한 정책을 안착시켜야 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윤성규 장관과 함께 양 실장 모두 기술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서울과 인천의 물이용부담금 납부 거부 문제를 해결한 오종극 물환경정책국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물 전문가이다. 그는 “4대강 유역 관리는 곧 파트너십에서 나온다”며 무엇보다 현장을 중시한다. 본인 스스로 퇴근 후에도 대외 활동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정책기획과 보고서 작성의 달인으로 손꼽힌다. 이찬희 자연보전국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쌀집 아저씨’란 소릴 듣는다. 실력을 겸비한 글로벌 환경전문가로 ‘외유내강형’ 리더로 꼽힌다. 최근 사육곰 처리 대책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상배 상하수도정책관은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을 중시하는 시원한 업무 스타일로 직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전국의 노후된 상하수관교체 사업과 토양·지하수 오염대책 업무를 맡고 있다. 남광희 기후대기정책관은 산전수전 다 겪은 야전 사령관이다. 공보과장, 기획재정담당관, 대구환경청장을 거쳤다. 지난달 열렸던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한·중 장관회의의 산파 역할을 했다. 친화력과 소통하면 이윤섭 환경정책관을 떠올린다. 통이 크고, 두둑한 배짱으로 업무를 밀어붙여 추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우’로 착각할 만큼 매력적인 목소리 때문에 덕을 보기도 한다. 나정균 환경보건정책관은 소탈하면서도 은근히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최근 최대 현안으로 대두된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은 휴일도 반납하고 여러 날 직원들과 함께 밤을 새우면서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박광석 자원순환국장은 정치학을 전공했음에도 대기 분야에 강하다. ‘수도권 대기 개선대책’을 수립한 공로자로 꼽힌다. 당시 서열을 깨고 대기정책과장으로 발탁돼 화제가 됐다. 빠른 판단력을 가졌고, 친화력과 협상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유제철 국장은 환경정책과 국제적인 역량과 소양을 갖췄다는 판단에서 최근 국제협력관이 됐다. 영어로 환경정책을 소개하는 외부 강의를 단골로 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소탈한 성격으로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 홍정기 대변인은 멀티플레이어란 소릴 듣는다. 기획·예산 업무에 잔뼈가 굵은 기획통이자, 원만한 대인 관계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박광석·유제철 국장과 함께 행시 동기이다. 이희철 감사관은 유연성과 융통성을 부리지만 논리와 원칙을 중시한다. 매달 1회 이상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운동 마니아로 업무도 은근하면서 끈기 있게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전문가들이 바라본 선발시험 성격·향후 대비 요령

    전문가들은 기존 외무고시와 비교하면서 올해 처음 시행된 국립외교원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의 출제 유형을 분석하고 향후 학습법을 진단하는가 하면 새로 마련된 시험 전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일반외교 분야 응시자 대상으로 진행된 제2차 시험 전공평가에 대해 이상구 합격의법학원 강사는 “국제정치학은 국제정치 현상과 이론을 중심으로 출제됐고, 국제법의 경우 국제법 자체 내용을 묻는 문제가 많았다”면서 “이는 기존 외무고시와 차이를 드러낸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정치학 과목은 그동안 외무고시에서 ‘이론 적용 및 비평’에 초점이 맞춰졌던 영역이다. 국제법 과목도 마찬가지로 조약 내용을 묻기보다는 ‘법 적용’을 요구하는 문제가 주를 이뤘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그런데 이번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는 각 과목과 관련한 지식 자체를 서술하는 게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강사는 “만일 올해와 같은 출제 형태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국제법을 공부할 때 조약에 대한 세세한 암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뒤 “국제정치학 공부는 국제정치 이론 및 현상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이론의 적용 등도 같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외무고시를 공부하던 방식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학도 위 두 과목과 출제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지훈 합격의법학원 강사는 “(경제학도) 외무고시와 똑같은 형태의 사례 관련 문제가 나왔다”면서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달라졌지만 내용 면에서는 거의 같아 전부터 외무고시를 보기 위해 경제학, 국제경제학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에게는 변화가 거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강사는 “이제 1회만 시행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학 전공평가에서도 충분히 원론적인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제학의 기본적인 모형, 그래프 분석 및 수식 도출을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새롭게 선보인 학제통합 논술시험이 과연 ‘논술시험’으로 적합했느냐를 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 강사는 “논술은 서술자의 주관적 판단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이번 논술시험은 관련 지식을 평가하는 데 치중했다”면서 “시험 취지에 맞게 각 논제와 관련한 지식뿐만 아니라 합리적 대안 및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도록 출제 방향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방향으로 논술시험이 출제될 경우를 대비해 윤 강사는 “전공과목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한 뒤에는 국제 정치와 관련한 언론 보도 등을 보면서 어떤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한지, 해당 이슈가 갖는 함의는 무엇인지, 이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첫 국립외교원 후보자 선발시험 수석 합격자 홍다혜씨 합격 수기

    첫 국립외교원 후보자 선발시험 수석 합격자 홍다혜씨 합격 수기

    “저 역시 앞서 합격한 선배들의 수기를 읽으며 공부 방향을 잡고 힘을 냈던 시절이 있습니다. 다른 수험생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이 있으니 제 경험은 여러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제47회를 끝으로 내년부터 사라지는 5급 외무직 공개경쟁 채용시험인 ‘외무고시’를 대신해 국립외교원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이 첫선을 보였다. 이번 시험을 통해 통일부 공무원과 해외 유명 경영대학원(MBA) 출신 등이 외교전문 분야를 통해 합격하는 등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재가 충원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우수 외교 인력을 선발하고자 마련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 전체 수석으로 합격한 홍다혜(24·일반외교 분야)씨는 “외교관이 되기 위해 지금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계실 모든 수험생분들을 응원한다”면서 조심스럽게 본인의 학습 방법 및 응시 경험을 소개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은 세 관문으로 구성된다. 제1차 시험(필기)은 공직적격성평가(PSAT)와 검정시험 대체 과목(한국사, 영어, 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PSAT는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영역에서 응시자의 능력을 평가한다. 1차 시험 학습시 가장 중요한 점으로 홍씨는 “기출 문제를 철저히 분석하는 일”을 꼽았다. 홍씨는 학원에서 제공하는 PSAT 관련 강의로 기본기를 익힌 다음 기출문제를 지속적으로 풀면서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에 꼼꼼히 정리했다.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자료해석 영역은 매일 계산 문제를 풀면서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한 답을 구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홍씨는 “1차 시험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는 새로운 문제를 접하기보다는 기존에 풀었던 문제를 복습하면서 시험 감각을 유지하려 했다”면서 “시험일에 긴장하지 않도록 익숙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살피면서 안정감을 찾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전했다. 홍씨는 제2차 시험(필기)일에 전공평가 시험(국제정치학·국제법·경제학 과목으로 일반외교 분야 응시자에게만 해당)과 학제통합 논술시험(1, 2로 구성)을 봤다. 이 중 ‘학제통합 논술시험’은 기존 외무고시에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 신설한 전형이다. 축적된 기출 자료가 없다보니 안전행정부 사이버 국가고시센터에 등록된 예제를 통해 예상 문제를 가늠해볼 수밖에 없었다. 홍씨는 “과거 외무고시의 2차 논술시험은 각 전공과목에서 다루는 여러 개념 및 쟁점을 따로 공부해도 됐지만 새로 생긴 학제통합 논술시험은 국제정치학, 국제법, 경제학 모두와 관련된 문제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도 “세 과목이 함께 다룰 수 있는 주제를 궁리하는 중에도 각 전공과목 내용을 충실히 숙지하는 일은 기본이다. 마치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고 짚었다. 그는 공부 모임을 통해 학제통합 논술시험 아이디어를 얻었고, 시험 직전에는 학원에서 만든 모의시험 문제를 구해서 대비했다. 특히 논술시험의 과목당 시간이 외무고시는 2시간이었지만,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은 1시간 30분으로 줄어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처음 등장한 통합 논술시험 문제들 중 하나에 대해 홍씨는 다음과 같이 접근했다. “한 가지 현상을 세 전공과목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제가 봤던 학제통합 논술시험 2의 문제2를 풀 때 교토의정서 이행 단계와 교정적 조세(환경오염과 같은 부정적 외부효과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규제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걷는 세금)의 의미를 설명한 다음, 배출권 거래제도와 교정적 조세를 경제학적·국제법적 관점에서 비교·평가했습니다. 이어 (국제정치학 관점에서)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입장 차이를 서술한 다음 현실주의적, 자유주의적 시각에서 해결 방안을 적었습니다.” 마지막 제3차 시험은 면접 시험이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면접 방식은 외무고시와 같다. 홍씨는 “일주일에 2회씩 30분 단위로 다른 2차 시험 합격자들과 외국어토론 면접 등을 연습했다”면서 “외교역량평가 토의면접과 외국어토론 면접 등 집단토론에서는 개인의 능력을 내세우기보다 구성원 간 협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팀워크를 발휘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역량면접 중 개인발표를 잘하기 위해 발표문 작성 연습 및 효과적인 말하기 연습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함께 면접 시험을 대비했던 구성원들로부터 여러 지적을 받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홍씨는 수험생 시절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빡빡한 공부 일정을 세우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행여 체력이 떨어질까봐 비타민제와 영양보충제, 홍삼식품 등을 항상 곁에 두고 생활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그는 결국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 최종 합격했다. 그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도움을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는 외교관이 되겠다. 언제나 상대방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과 나라에게 봉사하는 외교관이 되는 것이 내 꿈”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한민국 이념 갈등, 오스트리아 ‘중도 통합’에 답 있다

    대한민국 이념 갈등, 오스트리아 ‘중도 통합’에 답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계, 시민사회, 지식인 그룹 등이 모두 양보 없이 첨예한 이념대립으로 갈등만 연출할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선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가 힘듭니다. ‘중도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 교육부장관을, 노무현 정부 때 교육부총리를 지낸 안병영(72) 연세대 명예교수(행정학)는 스스로의 이념적 지향성을 ‘중도 개혁’에 둬 왔다. 하지만 중도의 공간이 빈약한 풍토에서 그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우파는 그를 좌파로 여겼고, 좌파는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래서 더 자유로운 측면도 있었다”고 회고했지만 중도 세력이 설 자리가 없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그에게 큰 숙제를 안겼다. 2006년 정년퇴임 뒤 강원 고성에서 7년째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최근 펴낸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문학과지성사)는 중도 통합 리더십의 실현에 대한 그의 오랜 염원을 담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그는 “요즘 정치인들은 당리당략과 눈앞의 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다. 자기를 던져야 하는데 그런 희생정신과 대타협 문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참고할 모델로 중도 개혁 정치를 통해 유럽의 변방국가에서 강소부국으로 도약한 오스트리아를 제시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안 전 부총리는 1965~1970년 장학생으로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당시 유럽의 주변부에 위치한 지정학적 요건과 2차 대전 이후 전승국들에 의해 분할 점령돼 공산화 위협을 받는 등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오스트리아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통일과 경제발전, 정치적 민주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배경에 관심을 가졌다. 2011년 여름 오스트리아를 수십년 만에 다시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중도 통합형 오스트리아 국가모델’ 이론을 정립하고 집필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모델은 현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의 독창적인 이론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모델을 관통하는 정신으로 ‘합의’와 ‘상생’을 꼽았다. 특히 이념갈등에서 벗어나 좌우가 대연정을 구성해 국정을 관리하는 ‘합의제 정치’와 노사정이 협의를 통해 경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파트너십’이 오스트리아의 번영을 이끈 쌍두마차라고 분석한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성공은 이념적 양극화와 정치적 극한 대결로 점철됐던 제1 공화국의 실패 위에서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물론 오스트리아 모델을 그대로 우리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정답도 아니고, 올바른 태도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갈등 관리와 체제 통합, 미래 비전과 관련해 오스트리아 모델에서 창조적 상상력과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중도 통합형 국가모델은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에 치우친 영·미의 처방이나 스웨덴 등 북유럽의 진보적 처방보다 우리에게 더 적합하다”고 했다. 책은 2011년과 2012년 겨울에 절반씩 원고를 집필해서 2년에 걸쳐 완성했다. 텃밭 100평과 과수원 200평의 농사를 아내와 단둘이 짓느라 농번기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안 전 부총리는 “농한기에는 오롯이 집필에 열중하고, 농번기에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글쓰는 환경은 아주 좋다”며 웃었다. 이어 “서울에서 살 때는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빴는데 이곳에선 내가 온전히 내 삶을 주관할 수 있는 데다 자연이 주는 영감과 충족감이 대단하다”고 귀농생활 예찬론을 펼쳤다. 조만간 귀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인생 3모작’에 관한 책을 낼 예정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서류 미비 이민자 고통 누군가는 말해야… 옳은 일이라 두렵지 않았다”

    “서류 미비 이민자 고통 누군가는 말해야… 옳은 일이라 두렵지 않았다”

    “옳은 일이었기에 두렵지 않았습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민법 개혁 관련 연설을 하는 도중 “이민자 1150만명의 추방을 멈춰 주세요”라고 소리치며 설전을 벌였던 한인 남성 홍주영(23)씨는 2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11세 때 미국에 건너온 홍씨가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해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다. 홍씨는 지난해 UC버클리대를 졸업하고 올해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정치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소리칠 때 두렵지 않았나.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미국 대통령에게 소리치는 건 분명 떨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서류 미비(불법체류) 이민자’로서 겪은 개인적 고통과 추방되고 억류된 이민자들의 절규가 용기를 줬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 지지한다는 응원이 답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진실을 말한 걸 알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많은 이민자가 추방됐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소리친 것이다. →오래전부터 이민자 추방 반대운동에 앞장서 온 것으로 아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나. -서류 미비 이민자로서 나는 제대로 된 직업이나 운전면허증을 가질 수 없고 정부로부터 금융지원도 받을 수 없다. 이런 고통에 대해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추방되는 게 두렵지 않나. -물론 두렵다. 한인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말하려 하지 않는데 그러면 안 된다.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서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본인이 서류 미비 이민자 신분이란 건 언제 알았나.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우울했다. →미국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서울 효창동에 살면서 리라초등학교에 다니는 등 중산층 가정에서 살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이 파산했고 설상가상 부모님이 헤어졌다. 2001년에 어머니가 누나와 나를 데리고 미국에 관광비자로 와서 체류기간을 넘기게 됐다. 현재 어머니(58)와 누나(28)는 식당 종업원 등 고된 일을 하고 있다. 2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불법체류자라 미국으로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생각에) 갈 수 없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민자의 존엄과 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긴 싸움이 될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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