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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김홍업과 김현철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김홍업과 김현철

    김현철씨와 김홍업씨는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김영삼(YS), 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의 차남이란 점이 그렇고, 부친의 대통령 재임시절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황태자’로 불린 것도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사람의 국정 농단 사례는 이미 사실로 밝혀진 바 있다. 또 두 사람은 부친이 현직 대통령임에도 철창행 신세를 졌고, 이로 해서 YS와 DJ가 임기 마지막 해 ‘식물 대통령’이 되는,‘불효’를 안긴 것도 같다. 두 사람은 또 부친의 오랜 야당생활로 변변한 직장 한 번 가져보지 못했다. 부친의 후광에 힘입어 고향에서 정치에 입문하려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김현철씨는 2004년 17대 총선을 겨냥해 부친의 고향인 경남 거제도에 선거사무소까지 차렸다가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뒤 출마의사를 접은 반면, 김홍업씨는 민주당과 부친의 각별한 애정에 힘입어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의 4·25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이 차이점이다. 김홍업씨의 보선 출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물론 부친으로 인해 희생을 많이 강요당한 만큼 그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생각하는 동정론도 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아들로서 온갖 이권에 개입해, 결국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까지 된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다. 거기다 본인이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행동을 보여준 것 없이 정부의 사면·복권 조치를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의원 하겠다고 나선 것도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비쳐진다.‘국회의원 대물림’이나 ‘세습정치의 전형’이라는 비판론은 그래서 나온다. 무안·신안의 현지 분위기도 이런 기류와 맞닿아 있다. 아버지와 장남(김홍일 전 의원)에 이어 차남까지 당선시켜줘야 되느냐는 볼멘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리는 모양이다. 각 언론의 현지 탐방 기사를 보더라도 “이제는 DJ가 깃대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되던 시대가 아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 민주당 무안·신안지역의 당원 200여명이 김홍업씨 전략공천에 반대하며 탈당했고, 광주·전남지역 62개 시민·사회단체는 “김 전 대통령은 자식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면 안 된다.”며 출마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홍업씨의 일방적 우위로 나타나지 않는 여론조사 결과도 같은 흐름이다. 박찬종씨는 “김홍업씨의 출마는 영남지역의 일부 수구부패세력을 온존시킬 명분을 주고, 동서간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희미해져가던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가 다시 탄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한다. 동국대 박명호 교수(정치학)는 “김홍업씨가 당선되더라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역시 비판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천 신청도 하지 않은 김홍업씨를 전략공천한 민주당은 우선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대선에서 DJ의 영향력을 감안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도 마찬가지다.DJ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눈치보기에 급급한 한나라당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YS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이유가 실은 현철씨의 공천 보장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마지막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무안·신안 유권자들은 이제 더 이상 봉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오는 25일 유권자 혁명이 일어날 것인지 기다려보자. jthan@seoul.co.kr
  • ‘아시아의 도약’ 국제학술회의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부원장 마인섭)과 한국정치학회(회장 양승함)는 13∼14일 600주년기념관 제1회의실에서 ‘아시아의 도약과 미래:지구, 지역, 국가적 의의와 함의’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 [靑 “개헌발의 조건부 유보”] 대선 ‘뜨거운 감자’… 일단 덮어두기

    [靑 “개헌발의 조건부 유보”] 대선 ‘뜨거운 감자’… 일단 덮어두기

    11일 아침 국회 기자실에 뜻밖의 ‘뉴스’가 배달됐다.6개 정파 원내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기 중 개헌 발의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이 배포된 것이다. 합의문엔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의 서명이 또렷했다. 다른 당은 몰라도 기본적으로 개헌안을 정상 처리한다는 입장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끼어있다는 사실은 놀랄 만했다. 즉각 의문이 들었다. 열린우리당 수뇌부의 독자적 결단인가, 청와대와의 교감에 따른 것인가. 이에 대해 장 원내대표는 “며칠 전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개헌발의 유보에 관한 생각을 전달했고 ‘한번 고민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그 뒤로 별도로 논의하지는 못했다. 청와대에서 충격을 받았을 수는 있겠지만 잘 논의해 가겠다.”고 했다. 당·청간에 일정부분 교감이 있었거나, 최소한 사전 통보는 이뤄졌다는 얘기다. 사실 개헌안은 범여권과 야당 모두에 부담스러운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그동안 사석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을 토로해 왔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지율에 신음하고 있는데, 여론의 지지를 못받는 개헌안에 ‘올인’했다가 재기불능의 타격을 받을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당 핵심 관계자는 개헌안 유보 합의 소식에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우리당 입장이 곤란해진다. 찬성하자니 여론이 안좋은 데다 통과될 가능성도 없고, 반대하자니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양상이었다. 의원들뿐 아니라 당의장과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인 이광재 의원조차 “장 원내대표의 충정을 이해한다.”고 할 정도였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지지도가 오르고 있는 노 대통령의 상승세가 무리한 개헌안 발의로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 발의 유보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으로서도 개헌안은 버거운 사안이었다. 유리한 여론과는 별개로, 반대표를 던지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개헌 자체는 찬성하면서 시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지면, 역사에는 ‘개헌 반대자’로 남기 때문에 막상 투표에서는 반대표를 던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연설을 봉쇄하겠다고 나선 것도 표결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의 소산이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은 결국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대지 않고 그냥 두고 식히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일각에선 열린우리당이 개헌안을 유보하는 대신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 등의 처리에 있어 야당의 협조를 얻는 식으로 막후 ‘빅딜’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관측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권이 오랜 만에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고도의 정치적 타결을 이뤄낸 것은 눈길을 끌 만하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렇게 의미를 부였다.“올해 대선이 있는 각박한 정치권에 봄비가 내렸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천사와의 포옹,악마와의 키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타결되었다. 협상 타결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원칙을 지켜내면서 이익을 관철시켰으며,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오로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이번 협상의 최대 수혜자는 노 대통령임에 틀림없다. 노 대통령은 이번 협상 타결로 그동안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혀 왔던 무능과 무업적이라는 비판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 국민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구속 등을 기억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IMF위기 조기 극복과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이에 해당된다. 이제 노 대통령도 자신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한·미 FTA 체결’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노무현표 업적 브랜드’를 만드는 데 일단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를 빌미로, 노 대통령은 개헌 발의와 남북정상회담도 추진하면서 이른바 ‘국가발전 멀티 히트’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평균 10%P 이상 대폭 상승했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조차 노 대통령을 칭찬하는 경천동지할 일도 벌어졌다. 이들 보수 세력들이 일시적일지는 모르지만 ‘노비어천가’를 부르는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과의 신경제동맹을 통해 안보위기와 경제침체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외에 진보의 칼을 빌려 진보를 죽이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노 대통령은 좋든 싫든 ‘진보로부터는 친미, 보수로부터는 친북’이라는 정체성 혼돈의 괴이한 평가에 직면하게 되었다. 노 대통령 자신은 ‘유연한 진보’를 외치며 한국판 제3의 길을 걷고 있다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진보와 보수사이에 끼인 ‘넛크래커’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한·미 FTA는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만큼 그렇게 한가하고 가벼운 과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두려운 것은 한·미 FTA속에 축복의 빛과 재앙의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악마와의 키스가 되어 경제종속과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재앙의 요소를 갖고 있고, 동시에 천사와의 포옹이 되어 생산력 향상과 산업 고도화라는 축복의 요인도 있다. 한·미 FTA가 축복이 될지, 아니면 재앙이 될지는 우리의 자세와 지혜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FTA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 의도를 갖고 접근해서도 더욱 안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국회에서 FTA의 경제적·사회적 파급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 내용과 과정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 이때만이 FTA의 파급 효과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해서 튼튼한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국회 비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 특히, 책임질 수 없는 불필요한 말을 해서 국민의 공분과 불신을 자초해서는 결코 안 된다.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재협상이 안 될 경우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이 비준하지 않을 수 있고, 과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도 미국 압력으로 개정된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그렇게 낮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향후 FTA와 관련된 언급을 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말의 일관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미 FTA가 우리 사회에 분열과 대립이 아니라 성장과 통합을 담보하는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FTA 대선지도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FTA 대선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올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의 대선 판도를 바꿀 만한 폭발력은 갖고 있을까. 양론이 있다. 우선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주장이다.FTA 타결로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失政)이 상당 부분 만회된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노 대통령 지지율은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여세를 몰아 노 대통령이 개헌과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슈에 대해 ‘막판 몰아치기’를 할 경우 반미(反美) 세력이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다시 뭉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범여권도 지금의 지리멸렬한 상태를 벗어나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고, 결과적으로 대선 정국에선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가 복원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일방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범 우파 진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이석연 공동대표가 이런 주장을 편다. 이 대표는 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뉴스의 한복판에서 국민적 관심을 끌 것으로 내다봤다. 노 대통령이 대형 이슈를 선점하는 탓에 대선주자들이 따라가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노 대통령이 대선정국의 핵심 변수란 얘기다. ‘트로이의 목마’를 거론하는 이도 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다. 노 대통령이 FTA 타결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남북정상회담으로 진보층의 지지까지 얻어 자기가 지원하는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을 말한다. 그 경우 보수진영, 다시 말해 한나라당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반면 노 대통령의 추동력이 대선 막판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세력은 지금의 지지율 상승도 ‘반짝 반등’으로 치부한다. 무엇보다 범여권의 유력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분오열돼 있는 범여권의 상황도 덧붙인다. 여러 갈래의 세력들은 주도권 경쟁과 각개 약진으로 이미 한 식구가 되기는 힘든 형국이다. 유일한 방안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는 것인데, 지금 분위기로는 이것 역시 쉽지 않다. FTA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도 걸림돌이다. 친노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인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김근태·천정배 의원을 겨냥해 용도폐기된 낡은 대원군표 안경을 쓰고 있다고 강력 비난한 데서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FTA 타결로 통합신당은 오히려 실현 불가능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대선 정국의 영향력을 배가하려 할 경우 또다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노 대통령이 대선주자가 아닌 까닭에 FTA의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비슷한 생각이다.FTA 반대론이 폭발력을 가지려면 감성적 투표를 유도해야 하는데, 이번 협상이 미국 주도의 일방적 행태로 이뤄지지 않아 2002년의 반미·민족 코드를 다시 이끌어 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의 ‘반미 학습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한·미 FTA가 아직 발효되지 않은 탓에 기대심리가 주류를 이루고 역효과 등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적 효과보다는 경제적 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결국 올 정기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의 처리 여부가 주요 포인트다.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FTA 영향력은 급격히 사라질 수 있다.FTA가 대선 지도에 어떤 궤적을 그릴지 지켜볼 일이다. jthan@seoul.co.kr
  • [씨줄날줄] FTA 대연정/이목희 논설위원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보수진영간 대연정 비슷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착시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일시적 정책동조는 가능할지 몰라도 대선까지 이어지는 연정, 연대는 불가능하다. 설령 노 대통령이 큰 그림을 그리더라도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받아들일 리 없다. 그보다는 중도를 향한 수싸움이 깔렸다고 분석하는 게 옳다.2002년 대선에서 경제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반미(反美)로 진보와 함께 중도표 일부를 흡수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경제를 떼놓고 중도를 설득하기 어렵다. 경제개발을 앞세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중도를 넘어 진보표까지 잠식하고 있다. 한·미 FTA 이니셔티브는 한나라당의 중도 독점을 깰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다운스는 산토끼·집토끼 이론을 실증적으로 정리했다. 정권교체가 빈번한 민주국가에서 중간좌표에 머물고 있는 유권자를 누가 더 잡느냐에 따라 선거 승패가 결판난다. 좌·우, 진보·보수 정당의 정책이 결국 비슷해지곤 하는 이유가 된다. 집토끼는 어차피 찍게 마련이니까, 집에 가까이 있는 산토끼를 끌어들여야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 변신도 산토끼용이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FTA에 반대하는 범여권 후보들에 비해 한수 위라고 본다. 정동영·김근태·천정배씨는 정보와 승부사 감각에서 대통령을 따라가지 못한다. 한·미 FTA의 후유증이 있더라도 그것은 다음 정권의 얘기다. 기대를 부풀린다면 범여권에게 꽃놀이패가 된다. 참여정부를 경제파탄의 주범이라고 몰아붙이기 힘든 국면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유력 주자간 중도표를 둘러싼 머리싸움이 치열해질 것이고, 대통령의 심중에 올라타는 이가 범여권의 대표주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기회에는 위기가 따르는 법. 노 대통령이 중도·보수로 과도하게 기울면 집토끼가 도망간다. 청와대가 어제 개헌 발의 방침을 강조한 것은 집토끼 단속용이다. 큰 방향성을 지키며 중도를 잠식하는 정치기술이 필요하다. 최고 정치고수를 가리는 본무대가 드디어 펼쳐지고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최태환칼럼] 감동도 메시지도 없는 대선정국

    [최태환칼럼] 감동도 메시지도 없는 대선정국

    최근 한 언론이 한국정치학회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71%가 올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가 눈길을 끈다.‘한나라당 후보의 인기’ 때문으로 보는 이는 3%에 불과했다.85%가 ‘노무현 정권 실정’때문이라고 봤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만 드러난 상황이다. 감동이나 감명의 메시지가 없다는 의미가 함축됐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얼마 전 “통합은 심봉사 눈을 뜨듯 감동을 줘야 한다.”고 했다. 범여권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는 그다. 그는 “악수만 있을 뿐 그랜드 비전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기성 정치세력·후보군에 대한 폄하다. 그의 발언엔 과장과 거품이 담겼다. 하지만 일정 부분 공감이 간다. 기성정치에 대한 거부감이다.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대감이다. 대선 정국이 눈앞이다. 하지만 미래 가치나 새로운 시대정신을 지향하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경쟁 상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고, 반사 이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당이든, 제3 세력이든, 예비후보든 마찬가지다. 국민들 가슴에 닿을 리 없다. 정치 세력의 흐름을 보면 두 축이다. 반한나라당·한나라당 포위의 흐름이 한 축이다. 노무현 정권의 부정과 배척이 또 다른 축이다. 정반대 축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네거티브 효과에 기대를 건다.‘반한나라당’은 범여권 통합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든 통합신당파이든 민생정치연합이든 지향점이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DJ도 거들었다.‘선 후보단일화 후 신당’ 훈수이다. 하지만 반한나라당의 논거가 명쾌하지 않다. 지금까지 목소리를 보면 그렇다. 일각에선 독재, 반민주, 반개혁, 반통일 세력이라 비난한다. 작위적이고 관념적이다. 민주 대 반민주, 개혁 대 반개혁, 통일 대 반통일의 대결 주장이 공허하다. 시대착오다.“노무현 정부는 실패했다. 내용도 없으면서 다시 모여 재집권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다.”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말이 오히려 공감이 간다. 대척점의 한나라당도 미래비전이 빈곤하긴 마찬가지다.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의 대결 목소리만 요란하다. 사사건건 충돌이다.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는 건 당연하다. 당도 다를 바 없다. 노 정권의 ‘진보좌파, 아마추어리즘’ 이미지 부각만 있을 뿐이다. 대안이나 미래가치가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근 ‘7·4·7 신화’를 들고 나왔다.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신뢰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둘 다 경제와 실용의 의지를 내세운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철학이나 미래비전이라 하기는 어렵다. 이들 캠프 사람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제도권 바깥에서는 통합과 제3의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비노무현, 반한나라당의 기치다. 하지만 대안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잡히지 않는다. 치열하고 절박한 메시지가 없다. 기존 정치권의 거부감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승부를 걸겠다면, 기만에 불과하다. 미래 비전과 철학의 빈곤은 선거를 포퓰리즘 경연장으로 만들 수 있다. 중도와 통합, 경제를 내세운 껍데기 공약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다시 세몰이, 지역대결, 계층대결의 구도로 갈 가능성이 보인다. 새로운 인기투표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한국 정치의 퇴보이고 불행이다. yunjae@seoul.co.kr
  • [열린세상] 바이오 연료의 명암/이성형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바이오 연료의 명암/이성형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유럽연합은 2010년까지 회원국들의 수송연료 가운데 바이오연료의 비중을 5.75%로 높인다고 한다.2020년까지 20%까지 높아진다. 우리에겐 ‘석유중독’에 빠진 미국과 대비되는 ‘그린 유럽’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미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바이오디젤이 팔리고 있다. 독일에는 1000개가 넘는 바이오디젤 주유소가 있고, 네덜란드가 투자한 최초의 바이오연료정유소가 공사중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될 43만t의 팜유로 4억ℓ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고 한다. 네덜란드도 올해 40만t의 팜유가 에너지 생산에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25만t은 수입할 예정이다. 전력회사 비옥스 베베는 팜유로 가동하는 4개의 발전소를 지어서 주변국에 전력을 팔려고 한다. 유럽연합의 회원국들은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급, 최소한 혼합비율의 의무화 등의 조치를 취해 바이오 연료 보급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바이오연료가 환영받고 있다.2006년 신년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2025년까지 바이오 연료 상용화 등의 시책을 통해 석유 수입량을 현재의 25%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연료로 ‘석유 중독’도 해소하고, 농가소득도 보전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대책인 듯이 보인다. 자국에 풍부한 옥수수와 콩을 이용한 연료 생산이 고유가 덕분에 점차 경제성을 띠는 듯 보인다. 선진국들이 2020년의 미래를 짜고 있을 때 제3세계의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지구의 벗’ 등 세계 유수 환경단체들이 ‘바이오연료, 다가올 재앙’이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에 당장 바이오 연료의 수입과 수출에 대한 모든 보조금과 지원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유럽연합의 바이오 연료 대책은 제3세계에 대재앙이며,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거의 없다고 한다.‘수입하거나 수출된 바이오 연료는 녹색도 아니고, 전혀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란다. 그것은 남측 국가들에 강요하는 ‘또 다른 형태의 식민주의’이며 ‘지구의 기후체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팜유나 대두 플랜테이션이 확산되면서 삼림이 벌채되고, 토지집중이 가속화된다. 자연히 소농이나 원주민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미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지에서 토지를 둘러싼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둘째, 주곡 생산 농지에 환금작물을 심으면, 전 세계에 식량수급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급격한 가격등락으로 저소득층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에탄올 정제용 수요 때문에 옥수수의 국제가격이 급등하자 멕시코인들의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연초에 ㎏당 5페소에서 15페소로 폭등한 바 있다. 멕시코시티에는 12만명이 동원된 국내소요가 있었다. 셋째, 단작농업이 증가하면 인권 침해도 심각해진다. 이미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에는 노예제에 가까운 노동관행,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 폭력적 토지갈등, 농약 과다 살포에 따른 건강 피해 등이 보고된 바 있다. 넷째, 식량과 경합 관계에 있는 옥수수나 콩은 유전자 변형 종자로 생산한다. 바이오 연료 수요가 늘면 유전자 변형 종자의 확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를 비교적 엄격하게 금하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왜 제3세계에는 강요하는 것일까. 다섯째,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거의 없다고 한다. 삼림벌채를 포함한 토지의 용도 변경, 바이오 연료의 생산, 정제, 사용의 전 과정을 고려하여 온실가스 방출량을 계산하면 화석연료 사용 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생태학자들의 주장이다. 심각한 것은 동남아 팜유로 만든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 방출량보다 2배에서 8배나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그린 유럽’의 이미지는 갑자기 허망해진다. 유엔의 밀레니엄개발계획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선진국들은 자신의 입을 배반하고 있다. 이성형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후보와 측근 사이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후보와 측근 사이

    대선 국면에서 각 후보와 캠프 측근들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 또 의사결정 구조에서 후보의 비중은 얼마나 되나. 이것이 후보 지지율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까. 올 대선을 향해 뛰는 각 후보의 캠프를 들여다 보면, 후보가 측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행태는 대략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측근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되 결정은 후보가 직접 내리는 유형이다. 둘째는 측근들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는 햄릿형이다. 세번째는 아예 측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유형이다. 첫째 유형은 YS(김영삼 전 대통령)형이라고도 하는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가깝다.YS형은 측근들에게 거의 모든 것을 위임하되, 최종 결정은 자신이 내린다. 이 전 시장 캠프에선 예상치 못한 돌출 발언으로 측근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장면을 보기 어렵다. 사전 회의에서 충분한 의견 개진이 있었던 탓이다. 이 전 시장이 주재하는 캠프 회의에서 측근들은 허심탄회하게 자기 주장을 펼친다. 한 핵심 측근은 “우리는 마음껏 의견 개진을 하고 있다.”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 뒤에 결정은 이 전 시장의 몫이다. 특이한 것은 이 전 시장이 ‘여의도풍(風)’의 아이디어나 보고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권에 물들어 있는 행태를 싫어한다. 아직까지 캠프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기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조중빈(정치학) 국민대 교수는 “이 전 시장은 국회의원 생활을 6년 했지만,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은 ‘정치 신인’으로 국민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결국 정치인이면서 정치인답지 않은 행태가 이 전 시장의 고공행진 비결이 아닐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전체적인 틀은 이와 비슷하다. 측근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다만 의사결정이 이 전 시장에 비해 늦은 편이다. 또 하나 박 전 대표가 비선조직의 의견을 좀 더 비중있게 듣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보수와 중도를 왔다갔다 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비선조직의 작동은 후보의 일관성과 정체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귀가 얇은 ‘이회창형’과도 통한다.”고 말했다. 햄릿형은 김근태 의원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해당된다. 측근들의 의견에 휘둘리는 형이다.‘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과 통한다. 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치면 어쩔 줄 몰라한다. 더욱이 측근들의 의견이 극과 극을 달릴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맥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뚜렷한 이미지 구축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측근 의사 무시형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해당된다. 한나라당 탈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핵심 측근은 “탈당과 관련해 캠프 인사들은 적지 않은 무력감을 느꼈었다.”고 토로할 정도다. 손 전 지사는 측근들의 얘기는 듣지만 중요한 결정 때엔 자신과 절친한 지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같은 유형에 따라 지지율도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강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에게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통치권자가 되면 훨씬 중요한 결정을 수시로 내려야 하는 까닭이다. 김형준 교수는 “어떤 리더십을 가졌느냐에 따라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극복 방법에서 큰 차이가 난다.”면서 “아직 우리 정치는 리더십에 대한 전형이 확립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YS형이 바람직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잘 참고했으면 한다. jthan@seoul.co.kr
  • [FTA 시대-향후 절차·협상 주역들] 야전사령관 김종훈·커틀러 ‘골격’ 만들어

    [FTA 시대-향후 절차·협상 주역들] 야전사령관 김종훈·커틀러 ‘골격’ 만들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우리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 여기에 이혜민 한·미 FTA기획단장 등은 지난 14개월 동안 한·미 FTA협상을 이끌어온 주역들이다. 각자가 맡은 역할은 조금씩 달랐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협상을 책임졌다. ●김현종 vs 바티아 김현종(48)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39) 미 USTR 부대표는 미국 컬럼비아 법대 동문으로 변호사와 대학교수를 지냈다. 김 본부장은 비(非)고시·비(非)관료 출신으로 참여정부의 대외통상정책을 총괄한다. 컬럼비아대학에서 국제정치학 학·석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대학 법대를 졸업,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1985년부터 미국 월가의 로펌에서 활동하다 1989년 귀국, 국내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1993년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정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외교통상부 ‘WTO 분쟁해결 대책반’ 고문변호사로 위촉되면서부터.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4년간 수석법률자문관으로 활동했다. 대통령 인수위 시절 통상현안 보고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눈에 띄어 2003년 5월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발탁됐으며 2004년 7월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FTA 협상 개시 승인을 받아낸 산파역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바티아 부대표는 부시 행정부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인도계 미국인이다. 프린스턴대학과 런던 정경대, 컬럼비아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2001년 부시 행정부에 들어오기 전까지 워싱턴 유수의 로펌에서 국제항공·국방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변호사였다. 상무부를 거쳐 교통부에서 차관보로 일하면서 중국·인도 등 20여개국과 항공협정을 성공적으로 타결지어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종훈 vs 커틀러 한·미 FTA협상의 야전사령관인 김종훈(55) 대사와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1년 넘게 협상 상대로 일하면서 인간적 신뢰도 두텁게 쌓았다. 반백의 바짝 마른 김종훈 수석대표는 외모에서부터 강인하고 솔직하다는 인상을 풍긴다. 협상 원칙과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말을 극도로 아낀다. 협상을 씨름과 등산 등에 비유하는 특유의 어법으로 화제다. 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을 지냈으며 2005년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실무를 담당한 고위관리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1983∼88년 상무부에서 근무하다 1988년 무역대표부로 자리를 옮긴 뒤 20년간 통상교섭 업무를 담당해온 베테랑이다.2004년 6월부터 한국과 아시아 등 APEC 소속 21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IT와 통신, 투명성, 반도체 양자 협상으로 잔뼈가 굵었다.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냉철한 협상가와 9살짜리 아들을 둔 어머니의 따뜻한 면모를 꾸밈없이 보여줘 인상적이었다. ●협상단의 ‘입’ 이혜민 단장 이혜민(50) FTA기획단장은 상품분과장으로 김종훈 수석대표를 도와 협상단을 이끌어왔다. 협상단의 ‘입’으로 대외창구 역할을 전담해왔다. 북미통상과장과 OECD 공사참사관·지역통상협력관을 지냈다.1998년 한·미투자협정(BIT)과 99년 쇠고기협상, 유럽연합(EU)과의 지적재산권,APEC 무역투자 협상 등에 참여했던 외교통상부내 대표적인 통상전문가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대선정국 FTA 파괴력은

    2008년 한반도는 어디를 향해 갈까. 그 이정표는 오는 12월 한국의 17대 대선에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내년 2월 출범할 새 정부의 이념 정체성과 정책 지향점이 우리의 생존전략과 발전 모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가치를 잠식하는 양극화 해소와 계층간 이해가 첨예한 각종 정책 조율, 한국 실정에 맞는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 수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조치 마련, 남북·북미 관계의 평화적 주도권 확보, 중·일의 영토·군사 패권 저지 등에 새 정부의 철학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연말 대선이 선군(先軍)체제 10년을 맞는 북한의 행보나 내년 11월 실시될 미 대선 결과와 맞물려 한반도의 운명을 가늠할 3대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다. 남·북·미의 ‘선택’이 상호 조응한다면 우리 사회의 실질적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앞당기는 호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1일 “2007년 대선은 87년 이전 산업화와 87년 이후 민주화 20년을 결산하는 선거”라면서 “양극화 제어와 성장 잠재력 확충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민주화 이후 국가 비전대결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무적인 현상은 최근 한·미 FTA, 대북관계,3불(不)정책 등을 중심으로 대선 주자와 각 정파가 활발한 정책대결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4월의 첫주는 지난주에 이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FTA 격론으로 긴장감이 팽팽하다. 양국 정상까지 나선 신경전은 협상 평가 작업과 후속대책 논란으로 이어질 움직임이다. 협상 과정에서 찬반론으로 나뉘어 분화현상을 보인 범여권의 동선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FTA발(發) 헤쳐 모여’ 움직임에 시동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진보진영이 FTA 이슈를 반전의 기회로 삼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찬성론자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 등 반대론자가 정책 이질성을 확인하면서, 진보세력 결집 효과가 오히려 약화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설왕설래 속에 전문가들은 한·미 FTA 이슈가 대선 막판까지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제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대선 최종단계로 갈수록 남북정상회담 등 다른 국면으로 바뀔 것”이라면서 “다만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지역별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진보성향의 참여정부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한·미 FTA가 2002년 대선 당시 효순·미선양 사망사건처럼 반미·민족 코드로 유권자의 감성적 투표행위를 자극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미 FTA를 ‘경제살리기 시도’로 여기는 막연한 기대감이 확산되거나, 미국이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 시점인 6월 이전 새로운 카드로 한국을 압박해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한다면,FTA 이슈가 후보와 정파간 정책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변수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ckpark@seoul.co.kr ●서울신문은 이번 달부터 매주 초 지난주의 정국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한 주의 정국 흐름을 내다보는 ‘박찬구 기자의 정국 뷰’ 코너를 신설해 연재합니다.
  • “日 위안부문제 사과·배상해야” 캐나다 의회도 ‘위안부 결의안’ 추진

    |워싱턴 이도운 특파원·외신 종합|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군대 위안부 동원 부정 발언이 국제사회로부터 된서리를 맞고 있다. 피해국 정부·언론은 물론 미국의 유력지들이 연일 비판하고 있고, 캐나다 의회도 미 의회에 이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 중이다. 같은 전범 국가로 이웃 피해국과 과거사 정리를 철저히 한 독일도 목소리를 높였다. 캐나다 신민당 소속 웨인 마스턴 의원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캐나다 하원 외교·국제개발위원회 산하 인권 소위 표결에서 찬성 4, 반대 3표로 가결돼 상임위에 회부됐다. 결의안은 위안부 만행에 대한 사과는 물론 피해여성에 대한 ‘합당하고 명예로운’ 배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 피터 매케이 외무장관에게 일본 총리와 의회에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결의안을 발의한 마스턴 의원은 “2차 대전 당시 일제 위안소에서 성노예로 학대당한 수만명의 여성들에게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사죄하고 배상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 발의자인 돈 블랙 의원은 “역사를 부인하는 건 정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28일 ‘역사적 태만’이란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아베는 능력이 부족한 총리”라고 혹평하고, 과거 성노예였던 70,80대 할머니들에게는 상처를 주지만 일본 국민의 절반에게는 민족주의적인 발언이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비열한 계산으로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위안의 말’(Words of Comfort)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이 또다시 진실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놀라운 것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한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 전임자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로 악화된 주변국들과의 관개 개선에 나섰던 아베 총리가 이런 터무니없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제럴드 커티스 미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 발언은 총리 자신의 위상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외교 관계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dawn@seoul.co.kr
  • 공무원에 정치학 특강?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은 27일 “5년마다 반복되는 책임정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며 정략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날 정부대전청사 7개 외청 사무관 이상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참여정부 4년간의 성과와 과제’라는 특강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박 수석은 특히 전날 해양수산부 특강과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부분을 언론 비판에 할애했다. 일부 언론사를 겨냥해 ‘불량상품’,‘밤의 대통령’,‘정치집단’ 등으로 표현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인사부분을 집중 공격하는데 이는 권력형 게이트가 없다 보니 임기 말을 앞두고 인사부분에 집중되는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는 개방형 인사제를 왜곡하는 프레임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박 수석의 열변(?)과 달리 호응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최근 공직의 화두인 공무원 퇴출제 등 관심 사안이 달랐고 내용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정치학 강의였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공무원은 “인사수석에게서 듣기에는 어색한 강의”라며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한·미FTA 끝내기 협상대표 김현종·바티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끝내기 협상은 김현종(48)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맡는다. 두 사람은 미국 컬럼비아 법대 동문으로 뒤늦게 공직에 진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대학교수를 지낸 점도 닮은 꼴이다. 우리 사회 못지않게 미국에서도 동문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같은 인연은 분명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다. 김 본부장과 바티아 부대표는 한·미 FTA협상 개시 이후 13개월 동안 가장 빈번하게 만나 현안을 조율했던 당사자들이다. 때문에 상대방의 요구와 상황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바티아 부대표에 대한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총평은 “터프(tough)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사람”으로 종합해볼 수 있다. 두나라 통상장관들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치 양보없는 협상전을 펴겠지만 그렇다고 논리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본부장은 알려진 대로 비(非)고시·비(非)관료 출신으로 참여정부의 대외통상정책을 총괄한다. 컬럼비아대학에서 국제정치학 학·석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대학 법대를 졸업,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1985년부터 미국 월가의 로펌에서 활동하다 1989년 귀국, 국내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1993년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정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외교통상부 ‘WTO 분쟁해결 대책반’ 고문변호사로 위촉되면서부터. 이후 WTO에서 4년간 수석법률자문관으로 활동했다.2003년 5월 통상교섭본부 조정관으로 영입된 뒤 이듬해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전임자인 황두연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김 본부장에 대해 “협상장에서는 상황판단력과 직결되는 통상전문지식, 토론·설득·끼어들기·화제전환 등을 능란하게 주도하는 어학능력이 무엇보다 요긴한데, 김 본부장은 둘 다 출중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바티아 부대표는 부시 행정부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인도계 미국인이다. 프린스턴대학과 런던정경대, 컬럼비아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다.2001년 부시 행정부에 들어오기 전까지 워싱턴 유수의 로펌에서 국제항공·국방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잘 나가던’ 변호사였다. 처음 상무부에서 수출통제 업무를 전담하는 부차관으로 일하다 2003∼2005년 교통부 차관보로 승진한 뒤 중국·인도 등 20여개국과 항공협정을 성공적으로 타결지어 능력을 인정받았다.USTR에서는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담당하며 노동·환경·의약품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열린세상] 경선룰 선관위에 맡겨야/윤성이 경희대 정치학 교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마침내 한나라당을 탈당하였다. 사실 손 전 지사의 탈당은 그리 충격적인 사건도 아닐뿐더러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대선주자들의 탈당과 연대파기에 대해 이미 몇 차례 학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열린우리당이나 통합신당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민주화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이같은 후진적 정치행태가 계속되는 것은 왜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이번 손학규 탈당사태에 대한 잘못된 여론읽기 방식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손학규 탈당 직후 모든 언론과 여론의 관심은 향후 판세변화 전망에 쏠렸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이 이명박, 박근혜 중 어느 후보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의 움직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이 주요 관심사였다. 설문조사도 예상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와 가상대결 결과를 살펴보거나, 탈당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사태에 대한 여론의 관심과 고민이 향후 선거판세의 변화에 머물러서는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였다고 할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민주주의 원칙을 둘러싼 소모전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않고서는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이 한 발짝도 더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대한 고민과 논의도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였으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두고 ‘보따리장수 정치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발언의 진위와 배경은 차치하고, 이번 사태의 문제점만은 정확히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손전 지사는 한나라당의 패거리 정치와 수구적 행태를 더이상 견딜 수 없었다고 했지만, 며칠 전까지도 ‘9월 40만명’ 경선 룰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후보 진영과 힘겨루기를 하였다. 몇 달 동안의 이전투구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해지자 결국 탈당함으로써 정당정치의 질서를 파괴하였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은 결국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규칙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모든 정당의 경선규칙이 선거 때마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다. 더 큰 문제는 경선의 시기와 방법이 사실상 후보들 간의 힘겨루기를 통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경선규칙 결정에 정략적 요인들이 작용하게 되고 자신에게 불리한 규칙이 만들어지면 아예 판을 깨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경선 시기와 방법을 둘러싸고 정당과 후보자들이 몇 달 동안 쓸데없는 소모전을 벌이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경선규칙 결정권을 정당이나 후보자가 아닌 중앙선관위원회와 같은 제3의 기관으로 넘겨야 한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당사자들이 해결하게 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주 의회가 예비선거 시기와 방법을 결정한다. 또한 예비후보자 등록시기도 앞당겨야 한다. 현행 선거법에는 대선 240일 전부터 예비후보가 등록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예비후보 등록 마감시기를 명시하면서 그 시기를 대폭 앞당기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정략선거와 바람선거를 차단하고 정책선거에 필요한 충분한 후보검증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손학규 탈당사태가 이번 대선의 향방이 아닌 한국 민주주의와 선거정치 제도화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물꼬를 터주길 기대한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학 교수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獅子身中蟲(사자신중충)

    사자는 백수의 왕이다. 그 위세에 눌려 다른 짐승들은 감히 죽은 사자에게도 접근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자의 몸 속에 저절로 생긴 벌레들은 그 시체를 깨끗이 먹어 치운다. 불법(佛法)을 해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외도(外道, 불교 이외의 다른 교)나 천마(天魔)가 불법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던 불제자가 타락해 스스로 불법을 해치는 것이다.‘범망경(梵網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애꿎은 산사에서 몽니를 부리며 ‘숨바꼭질 정치’를 벌이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자신을 키워준 친정을 짓밟고 어떻게든 정치생명을 연장해 보려는 그 꼴이 마치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 같다. “나는 민주화 운동 14년 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정치학 교수 출신 정치인. 경선패배가 두려워 자신이 주인이라던 당을 뛰쳐나가며 현란한 둔사를 늘어놓는 기만적인 분식(粉飾)정치가 과연 민주의 이름에 어울리는 것인가. 바닥을 맴도는 초라한 지지율이 남의 탓인가. 정당정치의 기본인 경선 자체를 거부하고 세몰이 정치 타령만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구태 중의 구태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이 벌여온 이미지 정치쇼에 쏟아부은 시간의 몇%나 낡은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바쳤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봐야 한다. 이기는 법만 배웠지 아름답게 지는 법은 배우지 못한 삼류 정치꾼의 저질 해프닝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손 전 지사는 탈당 회견에서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를 동시에 꾸짖으며 언감생심 역사의 위인을 들먹였다. 백범 김구 정신을 따르겠다느니,21세기 주몽이 되겠다느니…. 정치는 세 치 혀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하는 데도 민주의 룰은 지킨다. 국민의 정치허무주의, 정치냉소증이 도질까 걱정이다. jmkim@seoul.co.kr
  • ‘BDA 송금 지연’ 6자 발목

    |베이징 김미경특파원·서울 서재희기자|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동결자금 2500만달러의 북한 계좌로의 송금작업이 당초 알려졌던 21일 이뤄지지 않고 지연되면서 제6차 6자회담이 ‘2·13합의’ 이행을 위한 협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회담 참가국들은 회기를 하루 이틀 더 연장키로 했다.6자회담 참가국들은 회담 3일째인 이날 잇단 양자회동에 이어 오후 늦게 수석대표회의를 갖고,BDA문제 해결 및 비핵화 초기조치 이행 등을 협의했으나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늘(21일)까지 BDA 북한 돈이 기술적인 문제로 송금되지 못했다.”며 “휴회를 하자는 참가국이 없어 회기를 연장, 하루 이틀 더 회의를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BDA 북한자금 송금과 관련, 북측으로부터 50개 계좌 소유주의 계좌이체 신청을 받는 문제와, 당초 북·미간 송금하기로 한 중국은행이 돈을 받는 것을 꺼리는 등 기술적인 문제가 겹쳐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도 당장 휴회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며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BDA 동결자금만 받게 되면 실질적인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내일(22일)이라도 BDA문제가 해결되면 실질적인 협의가 시작될 수 있고, 시작이 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천 본부장은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오찬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모든 나라들이 북한이 원하는 계좌에 돈을 보내려고 애를 쓰는데 보낼 수 없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며 “돈이 보내지지 않는 한 북한을 협상장에 끌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며 협상 진전이 어려움을 시사했다. 한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학과 총동창회 월례 조찬강연회에서 “북한은 골치 아프고 알 수 없는 집단이며 그런 과정에서 외교는 ‘대실패’와 ‘구미에 맞지 않는 결과’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지 딱 맞는 뭐를 가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핵보유 배경은 복합적인 만큼 ‘외과 수술식’ 접근방법은 적합지 않고 입체적 접근방법이 필요하며 이런 데 한·미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chaplin7@seoul.co.kr
  • ‘孫風’ 태풍? 미풍?

    ‘孫風’ 태풍? 미풍?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선정국에 어느 정도로 파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그가 범여권의 대선주자 자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탈당 직후 실시된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후보 가운데서는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한나라당에서는 3등을 면치 못했던 그가 범여권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단숨에 선두를 차지한 것이다. 범여권 후보가 부진한 현실에서 손 전 지사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확인한 셈이다. ●여론조사 호남·충청 긍정 평가 손 전 지사는 특히 범여권 민심의 핵인 호남과 중도성향의 충청지역에서 여론조사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파괴력’을 어느 정도 예고했다. 하지만 그가 최종적으로 범여권의 대선주자를 꿰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거나 “극히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낙관하기엔 현재 그의 지지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는 탈당 전에 비해 단순 지지도가 2∼3%포인트 정도 올랐다. 하지만 선두권인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서는 여전히 한참 뒤처져 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고원 선임연구원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제치는 노풍(盧風)이 가능했던 것은, 노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된 게 결정적이었다.”면서 “그런 면에서 손 전 지사의 파괴력을 낙관적으로 보긴 힘들다.”고 진단했다. 손 전 지사의 탈당 명분이 약하다는 점도 속단을 주춤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손 전 지사는 경선구도가 불리해 탈당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지지율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지지도 한계 “한두달 고비” 따라서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뭔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한두 달 안에 두자릿수 이상 인상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힘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손 전 지사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빈사상태에 빠진 범여권에 불쏘시개 역할만 하고 고만고만한 후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손 전 지사 탈당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과 한명숙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장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의 지지율은 일제히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 컨설턴트 김윤재 변호사는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가 유권자들에게 범여권에 대한 가능성을 자극하면서 범여권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수혜를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손학규의 선택과 운명

    손학규 전 지사가 ‘새로운 정치질서 창조’를 내세우며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했다.‘이인제 학습 효과’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탈당 배경을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몇가지 추론이 존재한다. 첫째,‘지각변동론’이다.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선언 이후 한나라당으로 힘이 쏠리는 비정상적인 대선지형 속에서 ‘여당 대 야당’의 원래 구도로 돌아가려는 반발력이 생겨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손 전 지사가 결국 지각변동의 진앙이 된 것이다. 둘째,‘2002년 대선 학습효과론’이다.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게임에서 보듯이 소수의 정치세력을 갖고 있으면 언제든지 대선 과정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잘못된 학습효과가 작동한 것이다. 일단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할 경우, 선거 막판에 범여권 또는 심지어 한나라당으로부터 후보 단일화 게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셋째,‘신서부 벨트 필승론’이다. 호남과 충청 외에 수도권을 결합하는 중도통합 개혁세력은 궁극적으로 영남 수구보수 세력에 의존하는 한나라당에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의 부산물이다.“DJ의 대북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손 전 지사의 도발적인 발언은 결국 호남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었고,“정운찬, 진대제와의 드림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충청과 수도권을 묶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손전 지사는 일단 ‘비우리당-반한나라당’을 기치로 제3세력을 규합해 신당 창당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선거구도는 자연스럽게 한나라당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될 전망이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돌이킬 수 없는 국민기만과 자기부정이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평소 탈당 이야기만 나오면 “내 입을 보지 말고 내가 살아온 길을 보라.”고 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한나라당 워크숍에서 “정도를 걷고 당이 화합하고 하나로 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참으로 ‘손학규의 헛소리’에 국민은 농락과 기만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말이 조석으로 변해서야 어떻게 ‘새로운 문명의 시대에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는가. 손 전 지사에게 정중하게 묻는다.9월-40만명의 경선룰이 받아 들여졌으면 한나라당은 ‘미래, 평화, 통합의 새 시대를 여는 정당’이고,8월-20만명의 룰을 받아들인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군정의 잔당들’인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를 역임했던 손 전 지사는 솔직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전형적인 기회주의 행태이자 자신의 역사에 침을 뱉는 자기부정의 극치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손 전 지사의 정치실험이 자신의 호언대로 ‘21세기의 주몽’으로 승화될지, 아니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제2의 이인제’로 끝이 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빈약하고 편의주의적인 논리로는 결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손 전 지사의 정치실험 속에 긍정의 역사의식과 국가발전 비전을 갖춘 철학과 민심과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는 과학이 살아 숨 쉬면 천당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반대로, 철학도 없고 과학도 없이 오로지 허황된 권력만을 좇으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좋든 싫든 손 전 지사가 시도한 어설픈 정치실험의 운명을 바라보는 기구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 [피플 인 포커스] 핀란드 총선 재집권 성공 마티 반하넨 총리

    |파리 이종수특파원|18일(현지시간) 실시된 핀란드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마티 반하넨(51) 총리는 중도좌파 연정을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집권 중도당, 보수당과 1석차 승리 중도당 원내 의장을 거쳐 2000년 부당수,2003년 6월부터 총리직을 맡았다. 높은 대중적 지지에 감세정책 등으로 경기를 호전시키고 고용 창출에 힘써 실업률을 낮춤으로써 표심을 잡았다. 지난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 환경정책 및 평화유지 활동 등을 통해 외교적 역량도 인정받았다. 그의 집권 중도당은 이날 총선에서 23.1%의 득표율로 51석을 얻었다. 의석은 4석 줄었지만 제1당을 유지, 다시 연정 구성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22.3%의 득표율로 10석 늘어난 50석을 확보한 보수당의 부상으로 중도우파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도좌파에서 중도우파 연정으로 구성은 바뀌게 되겠지만, 사회복지모델을 근간으로 한 기존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BBC 등은 전했다. ●중도우파 연정구성 가능성 커 여·야 정책 쟁점이 두드러지지 않은 이번 선거에서 핀란드 ‘제1의 섹시남(男)’으로 꼽히는 그의 매력은 여성표를 끌어 모으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2005년 스튜어디스 출신의 부인과 이혼한 뒤 전처 소생 자녀 2명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끊이지 않는 염문과 구설에 올랐으나 정치적 인기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IQ와 국부(國富)’의 저자로 유명한 정치학자 타투 반하넨이 그의 아버지다. 중도당 청년동맹 위원장, 언론인 등을 거쳐 1991년 의원에 당선돼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에 들어섰다. 환경문제에 적극적이며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을 벌였다.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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