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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진정한 지방자치의 출발을 기대한다/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진정한 지방자치의 출발을 기대한다/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학 교수

    민선 5기 지방자치가 막을 올렸다. 지난 15년과 다른 모습을 보일까? 구조적으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서울,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서 처음으로 단체장과 의회의 권력이 엇갈리는 여소야대의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현되는 기회가 될지, 아니면 중앙정치의 정쟁이 지방정치까지 삼켜 버리는 아수라장이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 대표들의 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의 여야 대결정치가 되풀이된다면 지방자치는 더더욱 퇴보해 중앙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기미가 보여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무상급식, 4대강 사업, 경인운하 등 선거 쟁점이었던 이슈들을 둘러싸고 단체장과 의회 간 갈등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단체장은 각종 인허가권, 예산편성권, 그리고 인사권을 동원해 자신들의 견해를 관철하려 할 것이다. 지방의회는 예산승인권, 조례제정권, 행정사무감사권 등을 앞세워 이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단체장과 의회가 기 싸움에 몰두하는 사이 민생이 오간 데 없어질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결국 민선 5기 지방자치의 성패는 행정권력과 의회권력 사이의 소통과 합의구조를 여하히 만들어 내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여소야대의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견제와 균형의 권력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 정당이 단체장과 의회 권력을 동시에 장악하였기 때문에 행정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정치부패가 만연했다. 민선 4기의 230개 기초단체장 중 40%가 임기 중 비리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숫자는 민선 1기 23명, 2기 59명, 3기 59명, 그리고 4기 94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방의원의 부패도 나을 바 없다. 광역의원의 10%, 그리고 기초의원의 20%가 임기 중 비리혐의로 처벌받았다. 반면 지난 4년 동안 광역의원 1인당 발의 조례 건수는 평균 2건에 불과했다. 도저히 일하는 의회로 평가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단체장과 의회권력이 엇갈리게 되면 서로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철저해질 것이고, 그러면 정치비리는 자연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희망의 자락을 찾자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중앙정치에서 나타나는 패거리 문화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결정하고 소속의원들에게 강요하는 중앙정치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을 결코 본받아서는 안 된다. 당론에 얽매여 스스로 독립된 대표이기를 거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방의원이 섬겨야 할 대상은 지역 국회의원이나 소속 정당이 아닌 자신들을 뽑아 준 주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정치적 사안을 정쟁과 이념의 틀로 해석하고 재단하는 소모적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자면 거시적 정치이슈가 아닌 우리 삶의 질과 직결된 생활이슈를 다루는 지방자치가 돼야 한다. 정치권력의 향방과는 직접 관련없는 생활주변의 이슈라면 서로 대화와 타협 그리고 양보가 더 쉬울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싹틀 수 있을 것이다. 정치발전의 첫걸음을 지방자치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이제껏 숱한 정치개혁이 실패한 것은 개혁방안이 개헌이나 선거법 개정 같은 거시정치 틀 안에서만 논의됐기 때문이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변화는 정치세력 간 이해관계에 밀접히 관련된 사안들이다. 그러다 보니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은 용두사미격 개혁에 그치고 만다. 사실 한국정치의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의식과 행태에 있다. 여야 간 불신의 벽이 높다. 서로 입장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대를 깔아뭉개고 제압하려는 마음이 앞서 있다. 지방자치가 열린 정치, 소통 정치의 장이 되어야 한다. 어차피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이 엇갈린 상황이니 상호소통과 합의에 실패하면 결국 남는 것은 끝 갈 데 없는 정쟁의 비극뿐이다. 민선 5기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폐단을 근절하고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토양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 “월드컵보도 심층분석·재미 돋보여”

    “월드컵보도 심층분석·재미 돋보여”

    30일 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 제37차 회의에서는 남아공월드컵 관련 기사에 대한 분석·평가가 주를 이뤘다. 다문화 가정과 관련된 기획기사와 문화 캠페인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스포츠와 문화’를 주제로 열린 회의에는 위원장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를 비롯해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청수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김형진 변호사, 이영신 이화여대 학생 등이 참석했다. 서울신문에서는 이동화 사장, 이목희 편집국장, 황진선 문화홍보국장, 서동철 편집국 부국장, 김영중 체육부장, 이경숙 편집2부 차장 등이 함께했다. ●‘울지마, 4년 뒤 더 행복할’에 가슴 찡 이문형 위원은 “스포츠는 액티브하기 때문에 신문의 한계가 분명하다.”면서도 “월드컵 기록실을 마련해 전체 일정을 알아보기 쉬웠고, 심층적인 분석기사가 돋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어떻게 돈을 벌어서 분배하는지 등 흥미유발 기사도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이영신 위원은 “1면에 월드컵 록밴드인 트랜스픽션 인터뷰를 실은 것이나 큰 사진과 함께 파격적으로 편집했던 부분이 참신했다.”면서 “칼럼이나 ‘월드컵 비타민’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해 준 노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제목에 과도하게 희망을 불어넣은 것이나, 애국심을 너무 강조했던 점, 군사용어가 많았던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청수 위원은 “박지성의 사진과 ‘울지마, 4년 뒤 더 행복할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이 1면에 나왔는데, 가슴이 찡했다.”면서 “2010년 월드컵의 사회학은 2002년과의 차이를 다뤘다. 국민의식 성숙도와 관계된 건데 서울신문이 잘 정리했다.”고 말했다. 김형진 위원은 “월드컵과 관련해 1면 톱기사 큰 제목으로 뽑은 게 5~6회 되는데 단일 스포츠로 굉장히 파격적인 대접이다.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내용을 기사로 충실하게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김형준 위원장은 “2002년 4강 전력과 이번 전력을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가졌다. 사회학자, 심리학자, 정치학자, 스포츠 전문가 등이 모여서 월드컵 좌담회를 하는 건 어떨까.” 제안했다. ●“문화사각지대 해소 캠페인 주도하길” 김형준 위원장은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기업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빈곤층에 좌석을 할당하는 캠페인을 서울신문이 주도하는 것은 어떨까.”라면서 “서울신문의 특성을 살려 66개 기초단체장별로 문화의 질을 조사해 지역별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형진 위원은 “월요일마다 연재되는 ‘고전 다시읽기’는 필자에 따라 초점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인문학과 고전을 소개한다는 기본 취지에 맞게 진지하고 소박한 글쓰기를 주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청수 위원은 “방송계 결산이 적절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자주 정리해 주면 좋겠다. 또 방학이 시작되는 만큼 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나 전시안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에 더 관심을”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형준 위원장이 “다문화 가정은 사회통합에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동화 사장도 “다문화 가정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차별이 누적되면 결국 폭발할 텐데, 다른 신문과 차별화해 보도할 방침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목희 편집국장은 “월드컵 보도방향은 ‘젊게, 감동적으로 가라. 다소 과장해도 된다.’는 거였다. 덕분에 광고카피 같은 멋진 제목이 나왔다.”면서 “우리 신문이 딱딱한 느낌이 있어서 튀어 보려는 일환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화 사장은 “월드컵은 본질적으로는 스포츠지만, 정치적·사회적 이벤트인 만큼 충분히 지면을 할애했다.”면서 “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잘 정리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부고] 채문식 전 국회의장 별세… 29일 국회장

    [부고] 채문식 전 국회의장 별세… 29일 국회장

    채문식 전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구로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86세. 채 전 국회의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8대 신민당 전국구 의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9·10대 신민당 경북 문경·예천 지역구 의원, 11·12대 민정당 문경시·예천군 의원, 13대 민정당 전국구 의원을 지냈다. 11대 후반기(1983∼1985년) 국회의장으로 입법부를 이끌었다. 채 전 의장은 여야를 넘나들었지만, ‘반골 정객’으로 기억된다. 그는 2001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을 이끌어 온 것은 시류를 거스르고픈 반동 기질이었다.”고 회고했다. 20대 때 청년 군수로 시작해 내무부 재정과장까지 지낸 그였지만 정치 활동은 여당보다 야당이었다. 5·16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공화당의 공천 제의를 받았으나 거부하고 야당인 신민당을 택했다. 야당 대변인까지 맡았으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옹호’하는 쪽이었다. 이 때문인지 198 0년 신군부가 들어서자 야당 옷을 벗고 여당 의원으로 변신했다. 국가보위입법회의에 구 야당 대표격으로 참석한 뒤 민정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했다. 4선 의원으로 11대 국회의 의장에 올랐고, 민정당 대표도 역임했다. 특히 4선 국회의장 등극은 2006년 4선의 임채정 국회의장이 등장할 때까지 23년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1992년 김영삼 최고위원이 민자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 그는 새한국당 창당에 참여했으나 당이 와해되면서 정계를 은퇴했다. 이후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헌정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정계 원로로 조용히 말년을 보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29일 오전 국회 잔디광장에서 국회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대전국립묘지. 유족으로는 경철·경원·경호·경탁씨 등 3남1녀가 있다. (02)2072-2091∼2.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부고] 김유탁 전 국회의원

    [부고] 김유탁 전 국회의원

    김유탁 전 국회의원이 27일 오전 10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85세.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7~10대 의원과 민주공화당 기획조사부장, 중앙당기위원 및 선거대책위원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영수(창일정공 대표)·성수(충남대 교수)씨 등 2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발인은 30일 오전 7시30분. (02) 3010-2230.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급식의 정치학 해외에서의 논점은 ‘무상’이 아니었다

    급식의 정치학 해외에서의 논점은 ‘무상’이 아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른 방식의 먹을거리 체계를 위해 포크를 들고 투표하고 있다.” ‘행복한 밥상’,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의 책을 펴낸 미국 작가 마이클 폴란의 얘기다. 학교 급식의 중요성과 함께 이 문제가 정치권에서 중요한 의제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 역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전국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가 ‘무상 급식’이었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든 없든, 유권자들에게 학교 급식은 후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그리고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6곳 광역단체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무상 급식 공약을 앞세워 교육감에 당선됐다. ‘좌파적 포퓰리즘’, ‘공짜 점심’, ‘부자 급식’ 등의 반대 논리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투표함에 투영된 민심은 뚜렷했다. 학교 급식과 관련된 다양한 요구와 주장은 우리나라만의 현실이 아니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서 진행됐던 학교 급식의 성공 사례와 한계, 역경 극복사례 등을 충실히 소개한 책이 나왔다. ‘학교급식혁명’(케빈 모건·로베르타 소니노 지음, 엄은희 등 옮김, 이후 펴냄)은 지속 가능한 먹을거리 체계를 마련하고, 학생들의 건강은 물론, 선순환적인 지역사회 경제의 건강, 지구 환경의 건강을 모두 지켜내기 위해 학교 급식 개혁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 급식 제도의 정착이 정치 영역에 있음을 분명하게 명시한 것이다. 공동저자인 케빈 모건과 로베르타 소니노는 영국 카디프 대학의 도시 및 지역계획학부 교수다. 6년 전부터 학교 급식과 지속 가능한 먹을거리 체계의 구축 방안 및 여러 나라의 학교 급식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학교 급식 해결책의 핵심적 방법으로 ‘공공 조달’, 즉 국가 내지 지방정부가 구매력을 사용해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한 건강권이자 교육권이라는 전제 아래서다. 여기에 ‘공짜 점심 논란’ 정도의 의제는 끼어들 틈이 없다. 오히려 장애물은 다른 데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가장 논쟁이 됐던 사안 중 하나는 ‘과연 지방정부 혹은 교육청이 지역산(産) 사용을 명시할 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가.’이다. 영국의 조달 담당자들은 “EU 규정이 공공계약에서 지역산 사용을 명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시한다. 미국 농무부도 “연방 조달 규정이 국가나 지역의 지리적 선호를 명시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고집한다. 신자유주의 흐름이 아이들 식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차별 급식을 시행하는 미국 뉴욕에서는 6~11세 어린이의 4분의1이 비만으로 분류된다. 저급한 패스트푸드에 무방비로 노출된 차별 급식이 한 요인이다. 반면 유엔(UN) 자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 3억 5100만명의 학령기 어린이가 만성적으로 굶주리고 있으며 해마다 60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기아로 사망한다. 이유는 극명하게 다르지만 학교 급식의 전면적 개혁 필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이미 2000년 전에 “복지가 최상위의 법이다.”고 설파했다. 키케로의 후예들이 사는 지금의 로마에서는 학교 급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 급식 담당 부서가 따로 있어 신선한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제공하며, 수확에서 소비까지 걸리는 시간과 거리(푸드 마일)를 확인해 준다. 세계 최초의 시도다. 유전자조작(GMO) 먹을거리와 냉동 채소 사용도 엄격히 금지한다. 책의 결론은 간명하다. 정책의 우선 순위를 학교 급식 개혁 등의 복지로 돌리지 않는 한, 개발도상국가 어린이들이 겪는 만성적인 굶주림 혹은 선진국 어린이들이 겪는 비만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경제적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경남 합천군은 초·중·고에서 친환경 무상 급식을 전면 시행하고 있다. 합천군수는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는 “2차선 도로 1㎞ 깔 돈이면 충분히 가능한 제도”라고 강조한다. 돈이 넘쳐나서가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아이들의 교육권으로서 건강한 급식 실현에 뒀다는 얘기다. 그리고 한가지, 책은 줄곧 ‘먹거리’로 표기하고 있다. 이미 생활 속에 파고든 단어이지만 국립국어원은 ‘먹을거리’를 정확한 표현으로 삼고 있다. 먹거리든, 먹을거리든, 아이들의 건강권 및 교육권과 직결된 만큼 학교 급식은 지켜내야 할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1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實錄, 한국전쟁] 이승만 휴전반대·북진통일 주장… 美 친위쿠데타 검토

    [實錄, 한국전쟁] 이승만 휴전반대·북진통일 주장… 美 친위쿠데타 검토

    한국전쟁의 발발과 전개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남한정부는 어떤 역할을 했으며, 어떻게 평가받을까. 북진통일을 외친 이승만은 한국전쟁 발발을 논하는 장에서 반짝 등장하지만, 한국전쟁 과정에서는 언급이 미미하다. 존재감이 없다. 러시아나 중국, 심지어 미국 자료들도 한국전쟁의 주역으로 이승만을 취급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의 남쪽을 지배하고 있던 남한 정부와 이승만은 단지 전쟁을 획책한 북한 김일성과의 비교 대상으로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휴전협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이승만의 극렬한 휴전반대가 주요 변수로 급부상했다. 이 시기 평양과 모스크바, 베이징 그리고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오간 각종 자료를 분석해 보면 ‘이승만’이라는 이름 석 자의 등장 빈도가 갑자기 높아졌다. 특히 1953년 6월18일 반공포로 2만 7000명의 전격적인 석방이 준 충격파는 컸다. 휴전협정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평양이 발칵 뒤집혔다. 영국의 처칠 총리는 아침에 면도하다 이 소식을 보고받고 얼굴을 벨 정도였다. ●‘미국의 남자’ 이승만 美와 애증 미국은 진퇴양난이었다. 미국 국내의 들끓는 휴전여론과 달리 중국과의 휴전협상은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한국정부와의 관계는 이승만의 휴전반대로 말미암아 담벼락 위를 걷는 아찔한 상태였다.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간행한 ‘한국전쟁’에 따르면 “예측할 수 없고, 변덕스러운 이승만 정부의 자세와 행동이 특별히 어려웠다. 이러한 것들은 회담에 역기능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협상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떤 점에서 이 대통령의 조치는 유엔군사령부의 군사적 입장을 위태롭게 하기도 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승만은 어떤 종류의 휴전협정도 반대했다.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오로지 남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원했다. 그는 ‘중국군의 완전한 철수, 북한 공산당 해체, 인민군 무장해제’ 등을 협상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승만은 1951년 7월 “유엔군이 한국의 분할에 동의하지 않는 것을 보장해 달라.”라는 서한을 트루먼 대통령에게 보냈다. 트루먼은 이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협조를 요청하는 답신을 보냈다.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 합참보고서는 1952년 초 뉴욕 출신의 저명한 천주교 인사인 스펠만이 한국을 방문, 무초 미 대사와 벤플리트 8군 사령관이 함께한 자리에서 이승만이 “미국의 모든 천주교인이 한국에 휴전이 없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정보를 싣기도 했다. 미국입장에서는 수용 불가능한 무리한 요구였다. 미국이 한국의 지도자로 선택한 ‘가장 미국적인 한국인’인 이승만은 그를 키워준 미국을 거역하고 있었다. 소련이 김일성을 북한지도자로 지목한 것처럼 이승만도 미국에 의해 선택되고 키워졌다. 이 시기 이승만을 묘사한 미국 측 자료는 온통 노회, 변덕, 아집, 독선 같은 단어로 도배돼 있었다. 전쟁발발 이전 이승만을 접촉한 한국주둔군 사령관 하지는 “솔직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불안하며, 야비하고, 부패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악평했다. 이승만을 바라보는 미국의 우려가 오래됐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승만은 ‘미국의 남자’였다. 1905년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선발돼 백악관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을 방문해 인연을 맺었다. 미국이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중단할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랐지만, 그때 이미 미국은 일본과 ‘가쓰라-태프트 조약’을 맺으려고 작업 중이었다. 서로 필리핀과 대한제국에 대한 재량권을 인정하는 조약이었다. 이승만은 하버드대학에서 수학하고 나서 프린스턴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훗날 대통령이 된 윌슨의 제자가 됐다. 윌슨은 이승만을 ‘미래 한국의 독립을 위한 구세주’라고 부추겼다. 이승만은 윌슨이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파리평화회의에 참석하려 했으나 미 국무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지 못했다. 이승만과 미국은 애증의 관계였다. 미국 지도부는 민족주의자인 동시에 기독교인인 이승만이 미국식 종교와 정치 기조를 따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승만의 마음속에는 미국에 대한 배신과 위선, 불신의 불씨가 자라고 있었다. ●이승만 ‘북진통일’ 정치적 구호 이승만의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인 ‘북진통일’은 남한주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와 호응을 받았지만 득보다 실이 컸다. 김일성의 남한공격 본능을 자극하는 구실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스탈린으로부터 원조받은 무기와 군수물자로 완전무장한 북한 인민군과 비교하면 남한의 군사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전쟁발발 당시 한국군은 자신을 지키기에도 역부족인 상태였다. 전쟁 열흘 전인 1950년 6월15일 미 국방부에 보고된 군사고문단 보고서에는 ‘한국군은 가까스로 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장비와 무기 대부분은 쓸모가 없었고, 방어능력도 기껏 보름 정도’라고 기술돼 있다. 실제 인민군이 보유한 소련제 T34전차의 위력 앞에 한국군은 맥없이 무너졌다. 구형 바주카포는 무용지물이었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준비한 김일성의 남침에 비해 이승만의 북진통일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다. 한국전쟁은 이승만의 의도와는 달리 종결을 향해 달려갔다. 미국 공화당이 1952년 7월 아이젠하워를 대통령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대세는 군사적 종결이 아닌 정치적 종결, 즉 휴전 쪽으로 기울었다. 대통령 후보자 아이젠하워는 같은 해 10월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명성을 걸고 한국전쟁을 조기에 명예롭게 종결짓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은 한국전쟁을 끝내는 일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젠하워가 당선됐다. 그는 12월2일 극비 한국방문길에 올랐다. 미 행정부 수뇌부는 남한의 정치적 위기는 전적으로 이승만으로 말미암아 일어났다고 여겼다. 이 같은 위기가 휴전협상뿐만 아니라 38도 상에 진행되고 있는 군사작전마저도 위협한다고 보았다. 실제 이승만은 1952년 국회 간선을 통한 재선이 어렵게 보이자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이른바 ‘발췌개헌’을 꾀했다. 임시수도인 부산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대파를 제거했다. 한국군 전투부대를 철수시켜 계엄군으로 사용하려 했다. 이종찬 육군참모총장이 나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인의 군대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했으나 이승만은 막무가내였다. 전쟁을 끝내고 싶은 미국에 이승만은 골칫거리였다. 1953년 미국과 중국의 협상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지만, 미국과 이승만 정부와의 사이는 또 다른 고비를 향해 뒤틀려 갔다. 이승만은 4월5일 “판문점에서 무엇이 일어나든 관계없이 우리의 목표는 똑같다. 우리의 변함없는 목표는 한국을 남으로부터 압록강까지 통일시키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승만은 아이젠하워에게 “유엔군사령부가 중국군이 압록강 이남에 잔류하는 것을 허용하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한국군을 유엔군사령부에서 철수시킬 것이며 단독으로 싸울 것”이라는 내용의 최후 통첩장을 보냈다. ●아이젠하워 한때 李 제거 계획 워싱턴은 이승만을 휴전협상의 훼방꾼이자 위협세력으로 간주했다. 특유의 허세라고 판단하면서도 극단적인 조치로까지 몰고 갈 것으로 예측했다.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승만은 클라크 사령관과의 회담에서 “당신들은 모든 유엔군, 모든 경제원조를 철수시킬 수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처음부터 민주주의가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의존한 것이 우리의 실수였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협력하겠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면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승만은 6월6일 ‘선(先) 한미방어조약 체결, 후(後) 유엔군과 공산군의 상호철군’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반쪽 휴전이나 평화보다는 싸움을 택한다.”라는 예의 벼랑 끝 외교전을 펼쳤다. 클라크 사령관은 “이 대통령은 송환 불원 한국인 포로를 경고 없이 석방할 수 있다.”는 예언에 가까운 메시지를 워싱턴에 보냈다. 포로경비부대 대부분이 한국군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유엔군은 이를 막을 수단이 없었다. 클라크 사령관의 예언대로 이승만이 반공포로를 석방하자 아이젠하워는 이승만 제거를 검토했다. 미국 수뇌부는 당시 한국에 임시군사정부를 수립하는 극비의 군사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반공포로 석방 다음날인 6월19일 자 미국 국가안보회의 비망록에 따르면 아이젠하워는 “위험을 없애는 가장 빠르고 유일한 길은 쿠데타”라면서 “이는 확실히 고려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군사자문 기구인 합참은 1952년부터 쿠데타 계획을 세워 놓았다. 합참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은 6월27일 벤플리트 장군에게 이 계획을 통보했다. 한국육군과 참모총장은 유엔군사령부에 충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밀해제된 미국 합참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을 어떤 구실을 붙여 서울로 초대한다. 유엔군사령부가 부산으로 이동하여 주요 지지자들을 체포하고, 주요시설을 방호하며 한국육참총장을 통하여 기존 계엄령을 장악한다. 이 대통령에게 계엄령을 종결토록 요구한다. 만일 거부하면 외부와의 통신을 차단한 채 연금하고, 요망되는 포고령은 협조적인 것으로 예상하는 국무총리가 발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李 재선 이후 美와 화해모드 다행히 워싱턴의 친위 쿠데타계획은 불발됐다. 현실론을 내세운 참모들의 설득으로 강력한 경고수준에서 그쳤다. 한국 국회도 대통령 직선제 헌법개정을 승인했다. 계엄령은 해제됐고 이승만은 제2대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화해모드로 전환됐다. 미국은 손을 들었다. 미국은 휴전동의를 얻고, 이승만은 그 대가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보호우산을 제공받는 선에서 양국의 갈등은 마무리됐다. 아이젠하워는 “한국의 통일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계속 추구한다. 휴전협정 수락 직후에 상호방위조약을 협상한다. 전후 경제원조를 계속한다.”라는 세 가지 조치를 약속했다. 이승만은 극단적인 휴전반대와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초강수를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이끌어냈다. 허물도 컸지만, 오늘의 한국이 있게 한 주춧돌을 놓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한국전쟁의 산물인 한·미동맹은 단순한 양자동맹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지역동맹”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를 저지하고, 중국을 봉쇄하면서, 일본을 견제하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동맹이라는 것이다. 노주석 논설위원·윤샘이나기자 joo@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세대교체론의 정략적 접근을 경계하며

    [김형준 정치비평] 세대교체론의 정략적 접근을 경계하며

    6·2 지방선거 후 한나라당 내에서 세대교체론이 부상하고 있다. 소장파가 중심이 된 여권의 세대교체론은 한나라당에 대한 20~30대 젊은 층의 민심 이반이 직접적 원인이다. 민주당 ‘486 정치인’의 부상도 자극제가 되었다. 선거 직후 방송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소속 야당후보들은 젊은 층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압도했다. 20대 연령층에서 야당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은 62.7%인 반면, 한나라당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은 33.0%였다. 30대 연령층에서는 야당 후보 대 한나라당 후보 평균 득표율은 67.7% 대 28.6%였다. 2007년 대선 직후 한국선거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0대에서 44.0%, 30대에서 51.5%를 득표했다.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21.3%와 21.2%를 득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년6개월 만에 발생한 충격적인 민심 이반 결과를 접한 한나라당이 생존을 위해 세대교체론을 제기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MB)의 “여당도 젊고 활력있는 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라디오 연설 발언은 세대교체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MB의 이런 발언은 분명 향후 국정운영과 정권 재창출 전략과도 일정 부분 맞아떨어진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는 MB일 수도 있다.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함께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정국 주도권을 잡고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고 했던 MB의 구상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피해자이다. 그런데, 야당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MB가 대선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수혜자라 할 수 있다. MB와 박근혜 전 대표는 지방선거 전까지 독자적으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이런 믿음 때문에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은 끊임없이 싸우면서 파국적 균형상태가 고착화되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 민심은 변화했고, 야당의 득표력은 입증되었다. 누구를 당선시키게 할 수는 없지만 누가 당선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을 갖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 결정적인 순간에 야당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면 최대 피해자는 여당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1997년 대선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김영삼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었던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했던 전례가 있다. YS가 DJ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다양한 대선후보군을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긴다. 이것이 세대교체론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잘못되면 여당 비극의 씨앗으로 잉태될 수도 있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세대교체론은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대교체론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한국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정략적인 의도로 세대교체론에 접근해선 안 된다. 세대교체는 권력자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정치인 스스로가 실력을 입증하면서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세대교체는 결과가 되어야지 누군가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세대교체론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참회와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평소 권력에 기웃거리며 계파 정치에 안주한 사람, 교묘하게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색깔론에 매몰되었던 사람들은 세대교체론을 들먹이기 전에 반성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셋째, 세대교체는 단순한 연령의 교체가 아니라 사고의 교체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젊어도 사고가 경직되고 배타적이며 투쟁지향적이면 교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사고가 유연하고 포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 융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세대교체론을 접하고 있는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단순한 연령 교체가 아니라 퇴보를 넘어 저질화하고 있는 한국 정치를 정상화시키는 것임을 정치권은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 국·영문 창작동화 ‘낙동강’ 출간

    라종일 우석대 총장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국·영문 합본 창작 동화 ‘낙동강’을 출간했다. 정치학 박사로 김대중 정부시절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안보보좌관, 주영·주일대사를 역임한 저자는 우리 전래 설화를 바탕으로, 외국어로 동화를 창작해 왔다. ‘낙동강’은 2009년 ‘비빔밥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낙동강을 배경으로 삶을 영위해 가던 평범한 민중들이 현대사의 격랑에 휩쓸리는 모습을 성찰적 관점에서 그려냈다. 모두 7부로 구성돼 있으며 삽화는 오정현 우석대 아동복지학과 교수가 그렸다. 출판기념회는 24일 오후 3시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다.
  • ‘갈팡질팡’ 세종시 모두가 패자였다

    ‘갈팡질팡’ 세종시 모두가 패자였다

    세종시는 모두를 패자로 만든 게임이었다. 세종시를 기획한 전 정부도, 수정하려던 현 정부도, 세종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던 정치권, 그리고 지역주민들까지…. 지난해 9월 정운찬 국무총리가 행정부처 이전이 핵심인 세종시 건설 계획을 수정할 뜻을 공식화한 뒤부터 우리 사회는 소모적인 논쟁에 빠져들었고, 극심한 지역대결과 정치대결도 겪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은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되면서 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세종시 논란이 낳은 ‘국책사업 불신’ 후유증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왜 이 지경이 됐나 세종시 수정안이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 국책사업의 한계가 꼽힌다. 김민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는 “세종시의 근본 문제는 정치적 목적의 산물이라는 데 있다.”면서 “국책사업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계획되면 다음 정권에서 부정되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정치 게임으로 인해 원안과 수정안의 본래 의미가 사라졌다.”면서 “정부는 국민적 동의를 구하고, 국회에서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보였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개인은 국가의 정책을 보며 미래 계획을 세우고 예측가능한 삶을 만들어야 하는데, 세종시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 법도 바뀐다는 불신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잃었나 세종시 논란으로 국가 정책의 신뢰는 곤두박질쳤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정안이 부결됨으로써 정치 및 정책이 신뢰를 잃었고, 정치와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오류에 의해 국민들은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불했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세종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9개월 간 세종시에 ‘올인’하다 보니 국회기능이 마비되고 행정도 파행을 거듭했다.”면서 “대통령이 임기 내 모든 사업을 끝낸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정책을 추진할 때도 의혹·불신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그나마 우리가 얻은 결론은 국책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교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정치인 및 통수권자의 정책 판단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알게 한 슬픈 사건”이라면서 “국책사업의 범주를 명확히 하고, 요건과 검증 절차를 거친 정책만 국책사업의 틀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국책사업관리법, 갈등조정법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특히 “세종시 원안을 추진할 때도 수도권에 있는 기능을 빼어내 채우는 방식이 아닌 수도권을 능가하는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도 “대형 국책사업은 30~40년간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시 수정법안이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 상임위 처리 결과와 상관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 절차를 강행할 예정이어서 여야간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 국토해양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을 기립표결 방식으로 표결한 결과 전체 위원 31명 가운데 찬성 12명, 반대 18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일명 ‘스폰서 검사’ 특검법도 법사위에서 처리됐다. 이창구·주현진·강주리 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인터뷰 “7·28 재보선 4대강 저지후보 공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인터뷰 “7·28 재보선 4대강 저지후보 공천”

    6·2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변했다.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답게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가득하지만 웃음 뒤끝에는 전에 없던 ‘결기’가 묻어난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로 끝나던 애매한 화법은 ‘맞습니다. 아닙니다.’로 단호해졌다. 1시간 남짓 계속된 인터뷰에서도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정치적 라이벌이 누구냐고 묻자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했고, 당내 비주류들의 임시지도체제 구성 요구에 대해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직 대선 출마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의 표정에서 당 대표 이상을 꿈꾸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는 20일 저녁 5시부터 6시10분까지 민주당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서울신문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이뤄졌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지방선거 승리 이후 당이 어떻게 변했나. -생명력이 복원됐다. 그동안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고, 지지도도 낮아 활력이 없었지만, 지방선거를 계기로 달라졌다. ‘우리가 잘하면 2012년에 정권을 탈환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방선거를 통해 영남 등 취약지역에 크고 작은 교두보를 만들었다.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이끌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이 있나. -결과적으로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췄다. 한나라당도 호남에서 선전했다. 고무적이다. 앞으로 2년 뒤 한나라당의 지방자치와 민주당의 지방자치가 다르다는 것을 생활정치 차원에서 보여주겠다. 중앙당-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을 확실하게 연계시켜 공약이행을 독려하겠다. 지방자치학회 및 정치학회 등과 협약을 맺어 우리당이 차지한 지자체를 철저하게 감시하겠다. →선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혀 민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국정쇄신 요구를 바로 수용하면 우리가 굉장히 힘들 텐데, 전혀 아니다. 국민들은 아직 심판이 부족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치권의 화두가 된 세대교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대교체는 언제나 국민이 해 왔다. 정당이나 대통령이 하는 게 아니다. 세대교체라는 말 자체에는 거부감이 있지만, 우리당의 젊은 세대들이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들이 차세대 주자로 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내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이가 젊다고 쇄신은 아니다. 생각이 옳아야 한다. →7·28 재·보궐 선거는 지방선거의 연장선에 있나. 아니면 새로운 게임인가.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민심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민주당도 집안싸움이나 하느냐, 아니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느냐에 따라 민심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민심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한다. →재·보선 공천의 원칙이 있나. -지역마다 다르다. 전국선거는 당이 일정한 컨셉트를 만들어 치르는데, 재·보궐 선거는 케이스마다 다르다. →은평을에는 한나라당에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혁진영이 매우 많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재오 위원장이 4대강 전도사 역할을 했으니, 4대강 반대 민심이 뭔가를 요구할 것이다. 그 요구에 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4대강 사업 반대 민심을 대표할 만한 인물을 후보로 내세우겠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할 용의도 있다. →야권연대는 재·보궐 선거에서도 계속되나. -원칙은 유지할 것이다. 그런데 야권연대가 전국선거에서는 용이하지만, 재·보선에선 굉장히 제한적이다. 나누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가. -대운하로 의심되는 높은 보 건설과 과도한 준설은 안 된다는 것이다. 치수사업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치수사업을 전 정권보다 열심히 하겠다면 그건 용인할 수 있다. 원래 국민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정책과 정당을 동조화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4대강의 경우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반대한다. 국민의 70%, 모든 야당, 4대 종단이 반대하는 사업이 어디 있었나. 여권은 과거의 무리한 정책 추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정 대표는 4대강을 왜 반대하나. -청계천이 박수를 받은 것은 콘크리트를 걷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대강은 콘크리트를 바르는 사업 아닌가. →세종시 문제는 다음 대선에서도 계속 이슈가 될까. -이미 끝난 문제다.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본회의 표결을 부추기는 것은 국회법 정신에 어긋난다. 국회는 청와대의 ‘2중대’가 아니다. →여권은 원안대로 추진되면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이른바 ‘플러스 알파’는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원안으로 충분하다. 원안을 규정한 법과 시행 방안에 이미 교육, 과학, 문화 발전 방안이 다 들어 있다. 원안과 ‘원안+알파’는 사실상 같은 것이다. 균형발전 원칙에 따라 추진하면 된다. →이번에 당선된 진보 교육감과 협력할 것인가. -우리당이 조만간 꾸릴 ‘참 좋은 지방정부위원회’와 정책 협력을 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다수당이 된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 등은 어차피 해당 교육감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개헌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여권이 진짜 개헌을 하려는 것인지 의구심이 있다. 안을 가지고 나와 토론해야 하는데, 안도 없으면서 얘기를 꺼내니 국면 전환용으로밖에 안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잦은 정권교체가 우려되는 의원내각제보다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민주당이 대북정책에 기여할 방법은 없나. -기여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이 정권이 남북관계를 너무 파탄지경으로 만들었다. 정부의 지원은 물론 민간의 인도적 지원조차 다 막았다. 남북관계는 안보의 문제이자 경제의 문제다.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 논란이 많았다. 개선책은 없나. -공안통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100번 여론조사를 해도 소용이 없다.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좀처럼 정치적 의사를 밝히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져 여론조사가 부정확해졌다. 응답률이 너무 낮은 여론조사 결과는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 →2012년 대선에 출마하나.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수권정당 건설이 먼저다. 그래야 후보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정치적 라이벌은 누구인가. -야당 대표인 이상 나의 파트너는 대통령이다. 그러나 경쟁자는 나 자신이다. 어떻게 준비하고, 결심하느냐 역시 나와의 싸움이다. →당내 비주류 측이 임시지도부 구성, 집단지도체제 구성, 당권·대권 분리 등을 주장하고 있다. -임시지도부 구성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가능하면 피해야 할 사안인데, 선거에 승리하고 임시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집단지도체제로는 강한 야당을 만들기 어렵다. 당권·대권 문제는 대권 후보 선출을 위한 공정 경선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온화한 이미지인데, 거친 한국 정치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 -예전엔 강하게 생긴 사람이 득을 봤는데, 요즘은 국민 친화적인 사람도 정치하는 데 별 불편이 없다. 정리 이창구·유지혜기자 window2@seoul.co.kr
  • 정책학자 피터 딜레옹 美콜로라도大 교수 방한

    정책학자 피터 딜레옹 美콜로라도大 교수 방한

    “갈등은 정책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민주적 절차를 지키며, 사업 과정에서도 반대론자들과 끊임없이 숙의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2일 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의 틀에 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터 딜레옹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갈등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정책역량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며 갈등을 관리하는 기본전략으로서 ‘사전관리’와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결정과 집행 등 정책과정에서 민주성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온 원로 정책학자인 딜레옹 교수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한국정책학회가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하는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한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바로 사전적 절차와 민주적 절차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전에 아무리 잘 예측하고 분석하더라도 집행과정에서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그럴 때 중앙정부는 한발 물러나 재평가를 해 보고 그 평가 결과에 따라 정책을 다시 조정하려는 ‘평가에 따른 의사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갈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는 그는 특히 ‘협력적 거버넌스’ 개념을 제시했다. 거버넌스란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조정 방법’을 뜻한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시의회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지만 시장 자리는 1994년부터 공화당 소속인 경우여서 지방정부에서 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다른 정당인 경우는 언제건 발생할 수 있다. 여대야소와 여소야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딜레옹 교수는 이에 대해 “상호간 정책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장점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의견대립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장점과 단점을 한마디로 설명하긴 힘들다. 중요한 건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딜레옹 교수는 4대강사업이나 세종시 문제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의견차이가 큰 사업의 경우 지방정부가 반대할 수 있는 범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헌법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을 어떻게 설정했는지가 관건”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다만 “미국에서는 교육이나 인종문제, 자연재해처럼 주정부 정책이 미국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빼고는 연방정부가 주정부 정책에 간섭하지 않고 대신 연방정부 차원의 사업에 지방정부가 간섭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본 헌법에 의하여 미국 연방에 위임되지 아니하였거나, 각 주에 금지되지 아니한 권한은 각 주나 국민이 보유한다.’는 수정헌법 제10조 규정에 의거한다.”면서 “연방정부가 필요에 따라 의견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그건 간섭과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약력 ▲1969년 미국 UCLA 정치학 박사 ▲1981~1985 랜드연구소 연구원 ▲1985년~ 콜로라도주립대(덴버 캠퍼스) 교수 재직 ▲2000년 미국정책학회 해럴드 로스웰상 수상 ▲2008~ ‘정책연구’ 공동편집장 ▲저서 : ‘민주주의적 정책이론’ 등 단독저서 6권과 공저 4권
  • 죽음앞에 선 다섯명의 기괴한 이야기

    죽음앞에 선 다섯명의 기괴한 이야기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사니까. 처음에는 실제로, 그 다음에는 회고담으로. 처음에는 어설프게, 그 다음에는 논리적으로.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삶이란 모두 이 두 번째 회고담이다. 삶이란 우리가 살았던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이란 다시 잘 설명하기 위한 기억이다.” (김연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가운데) 두산아트센터가 기획한 한·중·일 연극시리즈 ‘인인인(人人人)’의 마지막 편으로, 다음달 11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인어도시’. 연못가 인근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을 날만 꼽고 있는 환자 다섯 명이 기괴한 경험들을 통해 ‘논리적인 회고담’에서 ‘어설픈 실제’로 거슬러 가는 과정을 다룬다. ‘논리적 회고담’의 세계는 선악이나 호오 따위야 손쉽게 가를 수 있지만, ‘어설픈 실제’의 세계에서는 이게 딱 떨어지질 않는다. ‘기억의 정치학’이니 하는 거창한 말들이 생기는 이유다. 극 막바지에 먼저 세상을 뜬 시인 이씨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이들에게 “선과 악, 좋고 싫은 것, 잘하고 못한 거, 그런 것들 다 무시하고, 그대로를, 온전한 나를 인정해. 헛된 바람 다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라는 헛웃음을 보내는 이유다. 하기사, 이유 없이 태어난 주제에, 죽을 때 가서야 꼭 논리적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심보 자체가 고약할는지 모른다.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이 자기가 죽어야 할 이유를 국민교육헌장 읊듯 읊어대는 것은 논리적 수긍이라기보다 결심 선 자들의 자기최면이다. 극은 기묘한 환상극이다. 휴대전화도 잘 안 터지는 외딴 곳에 수용된 5명의 병자가 연못에 산다는 아귀, 그러니까 배고파 죽은 귀신이 자기들을 잡아먹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쓸리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못은 넘칠지도 모르는데 무대 왼쪽 화면으로는 기괴한 영상이 나타나고 미쳐가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한다. 끝에 가서 무대 자체가 한 척의 배로 변하기도 한다. 20여명의 호스피스들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튼실한 기초자료를 모아서인지 극본 자체도 촘촘하니 완성도가 높아 뵌다. 그럼에도 극의 파괴력이 생각만큼 크진 않다. 처음부터 아귀의 공포를 던져 놓고 시작했기 때문에 중간에는 각자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면서 인물들의 감정선이 출렁이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게 인어의 기나긴 대사 ‘한 방’으로 처리된다. 때문에 이런저런 연극적 설정이 때론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고선웅 연출의 트레이드 마크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라지만, 최소한 톤이나 완급조절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00억 부동산 카이스트에 쾌척

    100억 부동산 카이스트에 쾌척

    “저희의 작은 기부가 앞으로 한국경제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과학도들에게 유용하게 쓰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천식(86)·윤창기(82)씨 부부가 18일 카이스트(KAIST)에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조씨는 “나이도 들고 생활에 여유도 있는 상황에서 재산을 어떻게 써야 보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한국경제를 짊어질 과학도를 지원하는 것이 긴 안목으로 볼 때 국민경제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재들이 모인 KAIST를 지원하면 보다 효과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여기에 모인 학생들이 내로라하는 과학기술 전공 학생들이기 때문에, 기부 금액은 많지 않지만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부는 이날 KAIST를 방문한 것이 처음일 정도로 KAIST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그런 부부가 KAIST에 기부의사를 밝혀온 것은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의 한 동네에서 이웃으로 지내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이 학교에 기부했다. 조씨 부부는 자식들을 다 키운 뒤부터는 육영사업이나 사회복지사업을 통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겠다고 생각해 오던 중 김 대표가 KAIST에 기부한 것을 보고는 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가족들도 격려해 줬다.”며 자신의 결정에 따라 준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조씨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한국은행 이사와 옛 은행감독원 부원장, 태화방직 사장, 한국정보통신 사장, 일본 야스다신탁은행 서울지점 고문 등을 지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분석철학자의 눈으로 애덤 스미스 다시보기

    자유방임 시장주의자로만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재해석에 기댄 책이 또 나왔다. 영미 주류철학인 분석철학의 대가 힐러리 퍼트남이 지은 ‘사실과 가치의 이분법을 넘어서’(서광사 펴냄)다. 분석철학은 알려졌다시피 사실과 가치의 엄격한 분리를 통해 논증의 명료성을 추구한다. 분석철학 입장에서 가치란 철학적 연구 대상에도 끼지 못하는 무의미한 진술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분석철학자들은 윤리학을 기피하고, 또 기피하는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한다. 그 자신이 분석철학자인 퍼트남이 이런 분석철학적 태도에 대해 도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가치판단적인데 이를 외면하다보니 분석철학 자체가 빈곤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연구실에 둘러앉아 자기네들끼리만 놀고 있다는 것이다. 퍼트남은 이런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 경제학을 가져온다. 분석철학과 경제학은 과학적 순수논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런 까닭에 별 쓸모가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흔히 “경제는 경제 논리에 따라서”라고 하면, 싫건 좋건 간에 돈의 논리에 따르라는 뜻이다. 돈덩어리라는 놈이 움직이다 보면 다리에 차여 죽거나 궁둥이에 깔려 죽는 사람도 나오지만, 뭐 어쩔 도리 있겠느냐는 얘기다. 순수논리가 비현실을 넘어 폭력성을 띠는 이유다. 따라서 퍼트남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이 품고 있는 기존 경제학에 대한 분노를 끊임없이 빌려온다. 센의 주장을 퍼트남 식으로 압축하자면, 경제적 법칙이라는 ‘사실’은 사회적 복리 증대라는 ‘가치’에 의해 얼마든지 재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 후반부로 갈수록 퍼트남과 센의 주장이 섞이면서 “윤리학과 경제학·정치학을 격자화하는 것을 멈추고, 스미스가 경제학자의 본질적인 임무로 보았던 사회적 복리에 대한 이성적이고 인간적인 평가로 되돌아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5장 ‘선호의 합리성에 관하여’는 아예 자유주의 정치학과 경제학의 ‘일란성 쌍둥이’인 선호집합적 모델과 합리적 선택이론을 싸잡아 비판대 위에 올린다. 퍼트남과 센의 이런 태도는 ‘애덤 스미스=자유방임경제학자’라는 기존 해석이 틀렸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미 단초는 있었다. 지난해 사망한 좌파학자 조반니 아리기는 2007년작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21세기의 계보’를 통해 애덤 스미스 주장의 핵심은 시장이 제멋대로 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가 아니라, 국가가 시장을 잘 부려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기업가의 이윤은 극도로 낮추고, 노동자 임금은 최대한 끌어올리라고 국가에 권했다. 국내시장의 과도한 경쟁을 줄여줘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출현해 그 대기업들이 떨어뜨린 떡고물을 받아먹고 살 수 있다는, 자칭 시장주의자들의 적하효과론(trickle-down)과는 정반대되는 얘기다. 이런 해석을 ‘좌파적 오독’으로 격하하고 싶다면, ‘애덤 스미스 구하기’라는 책도 참고할 법하다. 애덤 스미스 연구자 조너선 와이트가 소설 형식을 빌려 쓴 이 책에서 애덤 스미스가 후대 사람들이 자신을 이기심과 시장을 찬양한 사람으로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낙담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감정으로 엿보는 지구의 미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의 이 말 한마디는 서구 근대인의 사고 방식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인간은 ‘이성’(理性)을 가지고 있기에 생각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기에 ‘합리적으로’ 선택한다. 신(神) 앞에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 믿었던 당시 사람들에게 인간 이성의 위대함을 설파했다는 사실은 서구 역사에 방점을 찍었다. 수학과 물리학, 경제학 같은 학문이 발전한 게 바로 이 합리성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됐던 까닭이다. 국제정치학이라고 다를까. 인간 개개인으로 구성된 국가는 철저히 합리적이고, 철저한 계산을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식의 전제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미국이 중동을 향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석유’ 자원에 대한 상대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계산된 행동이라는 주장도 이런 식의 합리적 선택론을 전제한다. 하지만 곱씹어 보자. 과연 우리는 합리적으로만 선택하는 존재일까. 오히려 이성보다 감정에 휘둘릴 때가 많지 않은가. 프랑스 국제문제연구소 연구고문인 도미니크 모이시의 저서 ‘감정의 지정학’(랜덤하우스 펴냄)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국제정치학과 지정학에서도 감정은 여전히 의사결정 과정에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다만 이성에 밀려 그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을 뿐. 모이시는 아시아는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희망’의 감정을, 이슬람은 역사적 몰락과 쇠퇴에 대한 두려움으로 ‘굴욕’의 감정을, 서구는 도전하는 아시아와 이슬람의 위협에 ‘공포’의 감정을 느끼는 이른바 ‘감정이 폭발하는 세계’가 돼 버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감정은 국가 혹은 지역의 흐름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분석 방식은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유사하다. 하지만 헌팅턴이 아시아와 이슬람 문명 환경 속 서구 문명의 딜레마를 묘사하며 ‘문명’이라는 합리적 근거를 제시했다면, 저자는 노골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의 충돌’을 설파한다. 합리성 중심의 전통적인 연구 흐름에 충분히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1만 3000원.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대북정책 변화 올까’ 전문가 진단

    ‘대북정책 변화 올까’ 전문가 진단

    6·2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패배함에 따라 천안함 사태 이후 강경 일변도이던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변화가 올까. 전문가들은 거시적이고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할 정부의 대북 정책이 선거에 의해 좌지우지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과 이번 선거가 천안함 국면에서 치러진 만큼 표출된 민의를 반영해 향후 정부가 천안함 외교나 대북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방선거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은 사실이나 선거 결과를 통해 반드시 대북정책을 변경해야 할 이유는 없다.”면서 “이번 선거는 현 정권과 국민 간의 소통의 부재, 국정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은 민의가 반영된 것이지 특정 정부 정책을 바꾸기 위한 민심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 그중에서도 대북 정책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기보다 북한이라는 상대를 고려한 것”이라면서 “상대인 북한의 큰 변화가 없는데 갑자기 선거 결과를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판단,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나라의 안보와 안전”이라면서 “북한 스스로 추가 도발 등을 운운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는 가운데 선거 결과만 갖고 정부의 대북정책의 방향을 변경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지방선거 결과가 야당의 승리로 나왔다고 해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뀐다면 남측 스스로 북측에 우스운 꼴을 보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대북 정책은 국내 정치 환경 및 정치 구조 변화 등 내부적 큰 요인에 의해 바뀌는 중장기적인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특히 외교안보 정책 가운데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대북정책은 국제사회의 정세 변화 등의 요인에 의해 변경돼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가 천안함 사태라는 중대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치러지긴 했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대북 정책이 변화된다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등이 선거 때마다 변화돼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선거 결과를 볼 때 바뀌어야 한다.”면서 “천안함 사건과 같은 안보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은 대북 정책의 경직성에 대한 국민의 비판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남북 간 대립과 대결구도를 강화시키고 있는 정부의 현 대북정책이 실용과 유연성 위주로 변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예고한 대북심리전 등 불필요한 갈등 발발 요인을 자제하고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고 협상과 협의를 통해 북핵 문제 등을 풀어 나가는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20대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천안함 사건 등으로 안보정국 분위기가 되면서 한반도 긴장 지수가 높아졌지만 과거와 달리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쟁 분위기 등에 반대, 대결국면의 대북정책을 구사하는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는 민심을 표출했다. 이를 받들어 정부는 대결보다는 대화와 평화 위주의 대북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가 대북정책을 판단하는 선거는 아니었지만 천안함 사태 등을 주시하며 안보 과잉의식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민의 감정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대북정책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면서 “특히 정부의 대북정책은 너무 강경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모든 남북관계를 설명하는데 북한의 비핵화를 인정하는 시점과 과정의 기준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가 밝힌 대북조치 가운데 북한이 무력 도발을 예고한 대북심리전 등은 사실상 불필요한 남북 간 긴장고조를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다.”면서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방향을 바꾼다기보다는 대결보다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부분적으로 바꿔야 할 부분은 변화시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열린세상] 한·일·중 정상회담의 성과와 다자협력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한·일·중 정상회담의 성과와 다자협력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한·일·중 3국이 제주도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3개국의 협력 및 발전의 비전과 미래상을 담은 한·일·중 협력 비전 2020을 발표하였다. 비전 2020은 3국 협력관계의 제도화, 공동번영을 위해 경제 및 환경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 등을 2020년도까지 달성한다는 구체적 목표와 미래상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비전 채택은 3국의 공동이익과 동아시아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3개국의 역량을 보다 집중, 협력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한·일·중 공통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제주도 3국 정상회담의 핫이슈는 천안함 사태였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를 보는 일본과 중국의 시각은 판이하게 달랐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천안함 사건으로 생긴 엄중한 영향을 해소하고 긴장을 점차적으로 완화하며 특히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대북조치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하는 전략적 모호함을 견지하였다. 반면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천안함사태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한국의 조사결과 발표와 대응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정부의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적극적 협력과 조치는 일본 민주당 정부가 추구하는 동아시아 중시 외교정책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읽을 수 있다. 민주당 정부는 대미 편중외교에서 벗어나 일본 대외정책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및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위상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현 밖 이전 문제가 무효화되면서 대등한 미·일관계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리고 하토야마 총리가 사임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아시아 국가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일본의 정책은 여전히 큰 과제이고 간 나오토 새 총리 체제에서도 지속될 것이다. 반면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한국과의 관계, 그리고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야 하는 G2 책임론 등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그러면서도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은 책임 있는 국가”라며 “국제합동조사단과 각국 반응을 중시하겠다.”고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중국은 한반도 내에서 발생하는 북한의 무력도발 등의 이슈가 남북한의 문제로 한정될 경우는 항상 북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지만, 한반도 문제가 국제화할 경우 국제사회의 여론에 편승하거나 객관적 입장에 서려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3국의 정상이 회의를 마치면서 채택한 공동언론발표문에 천안함 사태 관련 내용을 담은 것은 우리 외교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지만 한국·일본·중국의 복잡한 국가이익이 교차하는 동아시아에서, 그것도 합의하기 매우 힘든 안보문제를 의제로 삼아 한·일·중 3국이 모이는 다자회담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이해를 발표문에 담았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처가 남북한의 문제 또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주로 다루어져왔다. 그러나 한·일·중 정상회담이 정착화되고 서울에 상설사무국이 설치되는 등 다자협력이 제도화되는 단계에서 동북아 안보의 실질적 당사자인 3국이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다룬 것은 북핵문제의 6자회담 이후 안보문제의 동아시아 다자협력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한·미동맹과 함께 한·일·중 다자협력의 제도화는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한국외교의 역량을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국제 제도이다.
  • 신자유주의경제학 뒤집기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이며 핵심적인 재정정책 중 하나다. 2012년까지 16조 9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34만개를 만들고, 4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간 홍수 피해액과 복구비로 쓰이는 7조원의 돈도 크게 감소된다고 한다. 경제살리기 효과가 있다는 명분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21세기 한국경제가 이러한 토건사업으로 고용과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구조인지 논란이 여전하다. 또한 생태 환경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유·무형 문화유산의 안정적 보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근거가 되는 천연자원인 물을 황폐하게 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정부와 여당이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데, 야당뿐 아니라 경제학자, 환경생태론자, 종교인들까지 나서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왜일까. ●IMF ‘가짜 만병통치약’ 같은 정책 아시아를 강타한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네시아에서 극빈층의 식료품 및 연료 보조금을 철폐하는 정책을 펼쳤다. 한국에서도 경기 하강 징후가 뚜렷함에도 과열 때나 어울리는 고금리 정책을 고집했다. 적절한 제도의 틀을 갖추지 않은 채 공기업 민영화도 밀어붙였다. 결국 인도네시아에서는 빈민층 폭동으로 많은 사회적 자본이 파괴됐고, 한국의 공기업은 해외자본 또는 민간자본으로 넘어갔다. 그 결과 한국 사회의 공공성은 효율성과 수익성 앞에 무릎 꿇고 현저히 위축되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단의 경제학’(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지음, 노승영 옮김, 시대의창 펴냄)은 경제정책은 상충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철저히 ‘선택의 문제에 의한 것’이며 민주주의 운영 질서가 중요한 부분인 탓이라고 설명한다. 일부 경제 관료들과 IMF만 이를 무시하거나 나라별 특성을 외면한 채 ‘가짜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쏟아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책에 따르면 고용과 성장, 실업률, 빈곤, 불평등 같은 문제들은 따로 떨어져서 존립할 수 없으며, 포괄적인 하나의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여러 정책적 선택의 장단점과 효과에 대해 분석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누가 결정을 내리는가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대안은 언제나 존재하며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다. 그래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전문가들과 경제관료들에게만 경제정책을 맡겨둘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민주주의가 새삼스럽게 강조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개도국 무시한 ‘워싱턴 합의’에 맞서 책은 ‘워싱턴 합의’에 반대하는 전 세계 학자들의 공동 연구 결과물이다. ‘워싱턴 합의’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IMF와 세계은행이 20년 넘게 전 세계에 강요해온 낮은 인플레이션, 긴축재정, 민영화 등의 정책을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상징과도 같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사무차장, 리카르도 프렌치데이비스 칠레대 교수 등을 비롯한 경제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은 2000년 전 세계 네트워크 모임인 ‘정책대화구상’(IPD)을 결성했다. 이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상징되는 IMF와 세계은행이 강요해온 많은 정책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IPD가 남다른 이론, 새로운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사회 후생을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극대화하는 것’이 경제정책 수립의 목표임을 얘기한다. 경제학을 접하며 처음 배웠던 초심의 명제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정책의 또 다른 목표는 민주주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결국 앞에 놓인 수많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초심의 목표 자체에 충실할 수 있는 여러 주체들 간의 대화와 소통을 주문하는 것이다. 자칫 목표와 수단을 혼동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는다. 예컨대 ‘물가 안정’은 효율성 증대와 장기 성장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문장과 문체는 조금 딱딱한 느낌이지만 주요 개념을 상세히 설명하고 경제정책, 자본시장 자유화 정책 등 주요 논점과 과제에 대해 경제학의 보수파, 케인스학파, 비정통파 등 여러 계파의 논리와 태도를 비교하며 쉽게 풀어 썼다. 1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51년만에 통합

    서울대 정치학과와 외교학과가 3일 서울 신림동 교수회관에서 통합 출범식을 갖고 51년 만에 ‘정치외교학부’로 통합했다. 출범식에는 이동화 서울신문 사장(외교 59학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정치 57), 김형오 전 국회의장(외교 67), 한갑수 한국산업경제연구원장(정치 52),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외교 84),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정치 54) 등 정·관·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두 학과는 1959년 외교학과가 설립되면서 나뉜 후 그동안 독자적인 학문을 추구해 왔으나, 최근 국내·국제 정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학문 간 융합을 지향하는 추세에 따라 51년 만에 통합하게 됐다. 두 학과는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 ‘정치외교학부’로 통합·선발하며, 선발인원은 종전보다 20명 늘어난 74명이 될 전망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데스크 시각] 민심 독해(讀解) /이지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민심 독해(讀解) /이지운 정치부 차장

    민심(民心)을 오독(誤讀)한 대가는 크다. 한나라당은 지금 그걸 확인하고 있다. 3일 아침 회의 참석차 여의도 당사로 몰려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다시피 했다.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을 내준 국회의원들은 2012년 총선에서 공천도 어려울지 모른다. 앞서 한나라당은 2004년에도 ‘민심 오독’으로 큰 대가를 치렀던 적이 있다. 그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의 전면에 서 있었고, 이를 두고 여야 간에 논쟁이 한창이었다. 험한 대치가 이어졌고, 민심은 야당인 한나라당에 있는 듯했다. 각종 여론조사가 그렇게 속삭였다. 이에 힘입어 한나라당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과일을 땄다. 그리고는 이어진 총선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봐야 했다. 한나라당이 놓친 것은 ‘민심의 평균’이었다. 지지와 반대가 각각 50%라고 해서 민심의 평균이 정중앙에 위치하지는 않는다. 55일 수도, 45일 수도 있으며 이 범위 밖에 놓여 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여론 조사 숫자는 그것을 말해주지 못한다. 그것을 읽는 것이 정치의 몫이다. 당시 민심은 ‘적당히 겁만 주고 견제하라.’는 쪽에 가까웠다. 틀린 문제는 또 틀리기 쉽다. 잘못 읽은 민심은 잘못 읽힌 채로 계속 지나가기 쉽다. 6·2 지방선거에도 해당된다. 6·2 지방선거가 끝나니 민심(民心)과 표심(票心)이 거론되기 시작한다. 2일 밤~3일 서울신문에 의견을 전달한 전문가들은 선거의 밑바닥에는 ‘천안함 사건’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요약해 보면, “천안함 사건으로 안보 의식이 작동해 여권 대세론이 형성됐다가 이에 대한 반발로 역풍이 불어 여당이 참패했다.”는 것이다. 천안함에서 시작해서 천안함으로 끝났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는 일단 정답으로 보이지만, 정치인들에게만은 아니다. 이런 답으로는 민심의 평균을 읽을 수 없다. 천안함 북풍이 어디로 와서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찾아야 그 평균값을 낼 수 있다. 우선 역풍의 실재값을 찾아야 한다. 그 역풍의 내용이라는 것이, (1)천안함 사건 발표를 믿지 않는 국민들이 늘어났다는 얘기일까? (2)천안함 사건 발표는 믿되 북풍(北風)을 부채질하는 정부가 미웠다는 것인가? (3)너무나 불안하니 더 이상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라는 뜻인가? 한 정치학과 교수는 “이제 군대에 가야 하는 젊은 대학생들과 그들의 부모가 여당을 지지하면 전쟁이 날 것 같으니 야당을 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여기에 ‘가중치’를 부여하면 그 편차는 더욱 커진다. 예컨대 천안함과 북풍에 관련된 일련의 일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층은 누구인가? 20~30대뿐인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강남3구를 제외하고 서울 전역에서 밀리거나 접전을 벌인 것이 20~30대만의 힘 때문인가?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도리어 “40대가 돌아선 탓”이라고 진단하고 있으며, 나아가 “50~60대의 이반에서 야기됐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이쯤 되면 헷갈려지기 시작한다. 아예 (4)“처음부터 북풍이라는 게 미풍일 뿐이었는데도, 정부와 보수 언론들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천안함 사건이 선거의 본질을 가리고 착시현상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저 ‘정권 심판론’이고 ‘견제 심리’였다는 말에 가깝다. 한바퀴 돌아 다시 원점 근처로 돌아온 셈이다. 무엇이 진실에 가까울까? 너무 복잡한가? 그래서 ‘선거란 원래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펼쳐지는 종합 작품’이라 할 것인가? 민심 해독의 의무는 한나라당에만 있는 게 아니다. 승리한 민주당과 야당은 지금 받아든 것이 ‘내 성적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심 해독에 전념할 때다. 표를 던질 때 유권자의 생각과 마음은 저마다 다르겠으되, 그 평균을 이루는 큰 물줄기는 분명 존재한다. ‘사람의 마음은 깊지만 명철한 자는 그것을 길어낸다.’고 했다. 누가 그것을 길어내 우리의 갈증을 적셔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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