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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 재무회의] “밀리면 끝장”… 신라의 달빛 아래 선 ‘환율의 錢士들’

    [G20 재무회의] “밀리면 끝장”… 신라의 달빛 아래 선 ‘환율의 錢士들’

    ①시장친화적 개혁주의자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61)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사회주의자이면서도 시장 친화적인 개혁주의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2007년 10월부터 IMF를 이끌고 있다. 1976년 사회당에 입당한 뒤 파리 인근 사르셀시의 시장을 지냈다. 1991년 프랑스 산업부장관에 오른 뒤 1997~1999년 재무장관을 역임하며 국제경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하며 재무장관 재직 당시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 채택 협상에 관여했다. 최근 환율 전쟁과 관련해 위안화 저평가가 세계경제 긴장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해 서방 중심의 경제 논리를 드러냈다. ②경제·외교 정통한 중국통 로버트 졸릭(57) 세계은행 총재는 경제와 외교에 정통한 ‘부시 가문의 사람’이다. 부시가(家) 2대에 걸쳐 국무부 부장관 등 공직을 두루 거쳤다. 무역대표부 대표 시절엔 중국과 타이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스와스모어대에서 역사학, 하버드대에서 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그가 2007년 국무부를 떠나자 중국 외교부가 “중·미 양국의 신뢰 증진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미·중 간 환율 갈등에 대해서는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평소 “역사는 이웃을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에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자신의 경제철학을 피력했다. ③비서방 출신 첫 사무총장 멕시코 출신인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미국과 서방 지역 이외에서 선출된 첫 번째 인물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직업관료 출신으로 1994년 멕시코의 경제위기 극복에 상당한 역할을 하며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영국 리즈대에서 경제학 학·석사 학위를 딴 뒤 멕시코 국립개발은행장을 거쳐 1994~1998년 외무장관, 1998~2000년 재무장관을 지냈다. 2000년에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 경제포럼이 발행하는 월드링크지가 선정한 ‘꿈의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환율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에 재앙을 가져온다며 미국과 중국에 냉정해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④적극적 재정책 中성장 주역 셰쉬런(謝旭人·63) 중국 재무부 부장은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중국 경제성장에 공헌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0년 재정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 공공서비스 지원 확대, 농업세 폐지 등 개혁적인 정책을 주도해 왔다. 1947년 10월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에서 태어나 1967년 닝보시 진하이기계공장(鎭海機械廠)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1980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1990년 재정부 종합계획사 부사장을 시작으로 중앙금융업무위원회 부서기, 국가경제무역위원회 부주임 등을 지냈다. 2003년 중국 최고의 세무관인 국가세무총국장을 거쳐 2007년부터 재무부 부장을 맡고 있다. ⑤중국의 앨런 그린스펀 별명 저우샤오촨(周小川·62) 중국 인민은행장은 ‘중국의 앨런 그린스펀’으로 불린다. 중국 장쑤(江蘇)성 출신으로 아버지 저우젠난은 전 국가주석 장쩌민과도 인연이 깊었다. 1975년 북경화공학원을 졸업하고 1985년 칭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1년 중국은행 부행장으로 금융계에 들어왔다. 국가외환관리 국장,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요직을 거친 뒤 2002년 칭화대 동문인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부상하면서 인민은행장으로 승진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금융시장 개방과 중국은행·공상은행의 증시 상장을 주도했다. 또 위안화 고정환율제 폐지 등 시장경제 친화적 개혁을 단행해 서방으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⑥일본 제로금리 단행 시라가와 마사아키(61) 일본은행 총재는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제학 교수 출신이다.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포괄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기조로 잡고 제로금리를 단행하는가 하면 외환 시장에도 개입했다.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직후인 1972년 일본은행에 입행해 2006년까지 34년간 경력을 쌓았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땄고 교토대에서 공공정책 교육부 교수를 역임했다. 일본은행 뉴욕 주재 참사와 국제국 참사를 거쳐 국제 금융에도 조예가 깊다. 총재 취임 당시 주요 기관의 수장을 맡았던 경력이 전무해 지도력이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⑦英 고강도 예산긴축 행보 조지 오스본(39)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5월 취임 당시 만 38세로 124년만에 가장 젊은 재무장관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학생 시절부터 단짝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강도높은 예산 긴축안을 밀어붙이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벽지회사 ‘오스본 앤드 리틀’ 공동 창업자의 장남으로 명문 사립학교인 세인트폴스쿨과 옥스퍼드대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졸업 후 언론사 시험에 낙방한 뒤 방향을 정치로 틀어 1994년 보수당 연구조직에 몸담았다. 2001년 체셔 지역 하원의원이 됐으며 2004년 보수당 예비 내각의 재무장관이 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계속했다. ⑧친 월가… 아시아전문가 티머시 가이트너(49) 미국 재무부 장관은 친 월가(街) 인사로 분류되며 대표적인 아시아통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시절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주도적으로 해결했다. 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다트머스대에서 아시아학 학사, 1985년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88년부터 미 재무부에서 근무했다.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정책개발평가국장을 거쳐 2003년 42세의 나이에 IMF 외환위기를 수습한 경험을 높게 평가받아 제9대 뉴욕연준 총재에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단기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데도 깊숙이 개입했다. ⑨대공황 연구 권위자 벤 버냉키(57)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2006년부터 연준 의장을 맡고 있다. 2005년 6월부터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아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자문했다.1930년대 대공황 연구의 권위자로서 전임 의장인 그린스펀에 비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다소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성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3년 12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태어났고 1975년 하버드대 경제학 학사, 1979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FRB의 역할 등에 대해 연구했다. ⑩서브프라임 위기대응 호평 ‘유로존의 수호자’로 불리는 장 클로드 트리셰(68) 유럽 중앙은행(ECB) 총재는 프랑스의 공무원 출신이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을 인정받아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42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나 낭시의 국립광업학교를 나와 1966년 파리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딴 뒤 파리정치학 연구소, 파리 고등행정학교를 거쳤다. 금융감독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1978년 대통령 경제고문 등을 거쳐 1993년 프랑스 중앙은행의 총재가 됐다. 2003년 유럽 중앙은행의 제2대 총재로 임명됐다.
  • [열린세상] 북한의 후계 권력구도와 남북관계/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북한의 후계 권력구도와 남북관계/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최근 북한은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개최해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와 함께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과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을 부여하며 3대 권력 세습을 공식화했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공식 무대에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파격적 직책과 속도전에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각국의 반응도 상당히 당황하게 하는 것이었다. 방중 기간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높이 평가해 주목을 받은 바 있어 이번 회의에서 개혁개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철저하게 후계 권력구도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대규모 인적 개편도 이루어졌다. 124명을 선출한 당 중앙위원회를 시작으로 5명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보완했고, 17명의 정치국 위원과 15명의 후보위원을 충원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에는 기존 중앙군사위 위원이었던 리을설, 조명록 등 원로들을 퇴진시키고, 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김정은의 후견 세력을 포진시켰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최대 실세로 부상한 사람은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다. 리영호는 상장과 대장을 단기간에 거친 후에 이번에 차수로 승진해 정치국 상무위원, 김정은과 함께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선임자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당 정치국원, 당 군사위원인 것과 비교할 때 파격적인 승진이다. 리영호 총참모장과 함께 김정은 시대에 주목할 인물로는 최룡해다. 최룡해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정치국 후보위원과 비서국 비서, 군사위 위원에 동시에 오르면서 후계구도 구축에 리용호와 함께 군 장악에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는 고모인 김경희가 정치국 위원에 임명돼 고모부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 후견 세력이 될 것이다.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됐고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정치국 후보위원, 당 행정부장, 당 중앙군사위 위원에 임명됨으로써 북한의 모든 권력기관을 직간접적으로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 대표자회의를 통한 인적 개편의 특징은 후계구도를 위해 실무능력을 중심으로 개혁성향의 인사보다는 검증된 충성심을 기준으로 기용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개편은 시작에 불과하다. 김정은이 군과 당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세대교체가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 체제는 대략 두 개의 변화 시나리오 중 한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김정은 체제가 북한이 계획한 대로 중국의 지원 아래 안정적으로 구축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대교체와 더불어 경제난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개혁개방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 하나는 권력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북핵 문제 등 북·미 간의 대결구도가 심화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상승하면 북한 체제의 내구성이 심각히 악화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후계구도가 흔들리고 북한 체제에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면 중국의 역할이 체제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 같다. 북한이 3대 세습에 대한 주민의 저항과 관심을 따돌리고자 남북한의 갈등을 유도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천안함 공격도 후계구도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고, 앞으로 북한의 도발은 3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실험 및 G20 정상회담 방해를 위한 테러 시도 등을 예상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 김정일이 권력의 핵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잦은 무장공비 침투사건, 양곤 폭탄테러 등 크고 작은 무력도발을 자행했다. 김정은 후계구도의 완성을 위해 유사한 대남 위협전략이 예상된다. 3대 세습의 국내외적 비판을 모면하고 대규모 대북지원을 획득하고자 제한적이지만 대남 유화책 등 유연한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정책 향방은 권력세습이 안정화되기 이전까지는 진정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권력구도 완성을 위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대남공세가 당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 김영춘 민주 지명직 최고위원 인터뷰

    김영춘 민주 지명직 최고위원 인터뷰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내정된 김영춘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손학규 대표의 첫 인선 작품이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데다 탈당 전력까지 있는 그를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뒷말이 많다. 최고위에서는 당원이 아닌 김 내정자의 인준을 놓고 절차상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도 최고위원직 만류”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국정당·정책정당을 만들고, 야권통합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인선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손 대표가 전당대회 이틀 뒤 직접 연락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언을 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최고위원) 얘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주위의 반대도 많았다고 했다. 김 내정자는 “아내와 친지 모두 하지 말라고 했다. 16년간 서울 광진(지역구)을 다져왔는데 왜 어려운 길을 가느냐고 말렸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왜 제안을 받아들였냐고 묻자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손 대표가 논리를 잘 만들어서 얘기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와의 인연을 묻자 “같이 한나라당에 있었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내정 과정에서 ‘봐주기용’ 아니냐는 오해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손 대표는 최고위에서 김 내정자를 “전국 정당화, 정권 교체, 민주진보진영 대통합에 적극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김 내정자가 2012년에 부산에 출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발언은 부산에서 오랜 기간 기반을 다져온 지역위원장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역 기여도에 대한 비판이다. 김 내정자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사실 민주당 사정을 잘 모른다.”며 부산지역위원장들을 만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영과 같은 총학회장 출신 김 내정자는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그룹의 선두주자인 이인영 최고위원과 같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계파는 다르지만 486에 대한 기대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6대·17대 국회의원으로서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창조한국당 등 여러 차례 당적을 바꿨지만 제대로 능력이 부각되지 못했던 김 내정자는 지난 2년간 회오리치는 정계 중심에서 물러나 마음을 다스렸다고 했다. 골초였지만 담배도 끊었다. 조만간 ‘인간들의 국가, 시민을 위한 정치학 입문(가제)’이란 400쪽짜리 책도 펴낸다. 구혜영·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주말화제]공개 오디션 ‘슈퍼스타K’ 색다른 시각

    [주말화제]공개 오디션 ‘슈퍼스타K’ 색다른 시각

    케이블TV의 대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시즌2) 열기가 뜨겁다. 오는 22일 가려지는 단 1명의 우승자에게는 가수 데뷔 기회와 상금 2억원이 주어진다. 급기야 MBC 등 지상파 방송사도 ‘따라 하기’에 나섰다. 오는 11월 일반인 대상 공개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로 한 것.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역은 가수에서 아나운서, 디자이너, 모델, 요리사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가 폴 포츠나 수전 보일을 배출한 것처럼 시청자들은 또 하나의 감동 신화를 꿈꾸며 채널을 고정시킨다. 그러나 과연 감동만이 존재할까. ‘슈퍼스타K’로 대표되는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른 시선에서 접근해 봤다. ●정치학 : 공정사회를 향한 열망? ‘슈퍼스타K’의 핵심 인기 비결은 시청자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참여가 아니다. 탈락과 생존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담당한다. ‘슈퍼스타K’만 하더라도 대 국민 인터넷 투표 10%, 문자 투표 50% 등 총 60%가 시청자 몫이다. 전문가보다 시청자의 눈이 관건인 셈. ‘공화(共和)주의’가 읽힌다는 주장의 근거다. “공화주의는 소통, 참가, 공존을 지향한다. 진부할 수 있는 이념임에도 사람들이 ‘슈퍼스타K’에 환호하는 것은 그것이 공정사회를 향한 열망의 리트머스지이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오디션 프로라는 가상 공간은 대리만족의 공간이 된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말이다. ●성공학 : 성공 신화는 합당한가 오디션 프로의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은 참가자에게는 인생 역전을, 시청자에게는 대리 만족을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자본주의 체제 유지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반인의 성공 스토리에 환호하는 것은 신분 상승에 대한 로망이요,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라는 분석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자본주의는 평범한 사람의 성공 신화가 없으면 유지될 수 없는 체제다. 일반인들이 꿈을 이룬다고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며 “누구든지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전제 이면에는 그렇지 못할 경우 그냥 참고 살아라 하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학 : 공정의 탈을 쓴 비공정 일부 학자들이 오디션 프로에 시큰둥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 없고 ‘백’ 없어도 실력만 있으면 된다는 모토는 얼핏 공정하게 들린다. 그러나 우승권에 든 참가자들은 대형 연예기획사 식의 트레이닝과 이미지 메이킹, 몸 관리 등을 받는다. 가수를 뽑는다기보다 또 다른 형태의 연습생을 뽑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저렴하게 신인을 발굴해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값싼 포맷(형식)일 뿐”이라며 “도전과 모험, 꿈으로서의 문화적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가족학 : 감추고 싶은 가족사까지 들추기 오디션 프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 성공 요인은 감동이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뒷이야기가 별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수준이 거의 폭력에 가깝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감동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참가자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정신병력이나 가족사까지 헤집어 놓기 때문. 첫 시즌 우승자인 서인국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폐지 줍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그런 말이 오르내린다는 사실이 무척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이 교수는 “대 국민 오디션 프로는 영화 ‘트루먼쇼’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대형 쇼”라고 냉소했다. ●경제학 : 먼 수지타산 낮은 효율성 우승상금 2억원을 벌려면 음반을 몇 장이나 팔아야 할까. 중견 가수의 평균 사례를 감안해 앨범 제작비 총 4억원, CD 한 장당 4000원의 수익(가수 몫은 400원)이 남는다고 가정해 보자. 10만장은 팔아야 제작비가 회수된다. 가수가 2억원을 챙기려면 50만장은 더 팔아야 한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10만~20만장을 넘기기 힘든 요즘 가요시장에서 ‘하프 밀리언셀러’를 낸다는 것은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며 “경제학적으로는 효율성이 낮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홍지민·이경원기자 icarus@seoul.co.kr
  • “요즘 미스에이·시스타에 반했어요”

    “요즘 미스에이·시스타에 반했어요”

    “이효리가 최고예요.” “요즘엔 미스에이랑 시스타가 좋아요.” “샤이니, 세븐 같은 남자가수도 인기예요.” 일본·중국·태국에서 온 스무 살 안팎의 소녀들에게 좋아하는 한국 가수를 묻자 시끌벅적해졌다. 각기 다른 이유로 서울에 왔지만 한국대중가요(K-POP)에 빠졌다는 한 가지 이유로 외국인 댄스 동아리에 가입한 ‘한국 가요 광팬’들이다. ●팀원 28명… 1주일에 2시간씩 춤 연습 6일 낮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에서 만난 톈란(23·여·중국), 쑹셴(18·여·중국), 시바타 유나(18·여·일본), 완비사 바이통(23·여·태국), 스루가 기미코(37·여·일본) 등 외국인 댄스동아리 팀원들은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축하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이들은 인기 걸그룹 f(x)의 ‘누예삐오’와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에 맞춰 춤을 선보였다. 외국인 댄스동아리 ‘이화 댄싱 퀸’은 2005년 시작됐다. 한국 댄스가수를 좋아하는 동아시아 출신 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뒤늦게 이대 언어교육원에서 이 사실을 알고 전문 댄스강사 수업을 지원해 주고 있다. 모두 28명의 팀원이 1주일에 한번, 2시간씩 춤을 연습한다. 요즘 연습하는 곡은 미스에이의 ‘배드걸굿걸’과 세븐의 ‘디지털바운스’. 외국인 댄스동아리라고 해서 장기자랑에 나올 법한 수준으로 얕보면 큰코다친다. 시바타와 완비사의 경력이 화려하다. 시바타는 “일본에서 아이돌그룹 ‘SU4’로 활동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완비사는 태국에서 전문 백댄서로 활동했다. 완비사는 “한국 춤은 어려운 기술이 많아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가수 日서도 한국말로 불렀으면” 춤으로 뭉쳤지만 이들의 꿈은 다양하다. 톈과 쑹은 한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는 게 소망이다. 시바타와 완비사는 가수, 백댄서로 계속 활동할 계획이다. 최근 한국 걸그룹이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 가수들은 노래·춤을 다 잘하고 수준이 높으니까 일본에서도 한국말로 부르면 좋겠어요. 한국말로 가요를 불러야 노래 맛이 살거든요.”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시론] 스웨덴 진보정당의 실패/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턴대학 정치학 교수

    [시론] 스웨덴 진보정당의 실패/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턴대학 정치학 교수

    스웨덴의 총선이 끝났다. 우익 4개 정당의 연합정권이 정권을 유지했음에도 과반수의 표를 얻지 못하면서 정치의 불안정 요소는 더욱 커졌고, 좌익계열 3개 정당의 연합전선이 43%밖에 얻지 못하면서 정권탈환에 실패한 틈을 극우정당이 비집고 들어서 균형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 우익연합정권이 서브프라임사태에서 번진 경제위기를 어느 나라보다도 슬기롭게 잘 대처한 것은 선거 결과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프레드릭 라인펠트 정권이 재정위기에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스웨덴 경제는 큰 피해 없이 재정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반면 좌익계열의 대안이었던 모나살린 사민당 당수의 인기는 라인펠트 총리와 비교해 40% 이상의 차이로 나락에 떨어지면서 고대하던 정권교체에 실패하고 말았다. 좌익계열이 집권에 실패한 또 하나의 원인으로 사민당의 지지기반 몰락을 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40% 중반의 지지기반을 가졌던 사민당은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다당체제 하의 평범한 정당으로 전락했다. 1932년부터 1976년까지 44년 동안 장기집권하며 복지국가를 가능하게 했고, 1920년부터 2010년까지 90년 가운데 65년을 집권했던 세계 최우량 정당이 이제는 보수정당에 제1당 자리도 위협 받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보통선거제가 처음 실시된 1920년 이후 가장 낮은 30%의 턱걸이를 했다는 점은 이제 사민당 단독의 정권창출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민당의 몰락 원인을 찾다 보면 앞으로 스웨덴 정치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다. 사민당은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전통적 좌익정당의 정책만 남발하면서 두꺼운 표밭인 중산층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사민당은 부유세와 주택세 부활, 사회적 약자의 보조금 인상, 유류세 인상 등 기존 좌익정책으로 유권자를 공략했지만 스웨덴 전체 유권자의 4분의1이 밀집해 있는 스톡홀름, 예테보리, 말뫼 등 3개 도시에서 큰 차이로 패배했다. 그중 심각한 것은 스톡홀름에서 보수당이 얻은 40%의 절반밖에 얻지 못하였고, 전통적 표밭이었던 예테보리와 말뫼에서도 1당 지위를 보수당에 내주었다. 이같은 결과는 곧 서비스업종과 정보기술(IT)과 연관된 신지식산업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과 2개 대도시에서 사민당이 전통적으로 펴온 사회적 약자 위주 세제정책이 더 이상 인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스톡홀름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변화하면서, 젊은 유권자의 녹색당 지지도 상승이 사민당의 몰락을 부채질한 결과를 가져왔다. 경제위기에 대한 사민당의 해법은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경제활동에 복귀, 생산에 참여시키면 된다는 안일한 시각에서 출발했고, 분배정책에 있어서도 가진 자가 더 희생해서 복지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로빈후드 방식을 택했다. 반면 중산층은 좌익계열 정당의 세금폭탄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선거를 통해 명확히 표현한 셈이다. 이제 스웨덴 정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우익정부의 지배체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인지는 사민당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모나살린 당수를 중심으로 개혁을 이끌어 가되, 전통적 지지층을 끌어안으면서 신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책 어젠다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도부에 더 많은 젊은 층을 수혈하고 대도시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도 주요 관심사다. 수도권에서 민심을 얻지 못하면 사민당의 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녹색당 및 좌익당과 공조체제를 파기하는 것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사민당만의 독특한 도시개발 정책, 즉 젊은 유권자들의 일자리 창출, 중산층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분배정책이 아닌 사회 각계층의 자발적 복지기여 모델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4년 후 집권이냐, 아니면 제2당으로의 고착화냐를 가름할 것이다.
  • 北 3대세습 외국 전문가에 듣는다

    北 3대세습 외국 전문가에 듣는다

    “나이와 경험이 꼭 중요한 건 아니다. 후계자의 능력은 정권을 잡은 뒤의 행태로 판단해야 한다.”이스라엘 내 최대 싱크탱크인 텔아비브대학 국가안보연구소의 마크 헬러(64) 연구실장은 30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미디어홍보센터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 후계자인 김정은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재단 초청으로 전날 방한한 헬러 실장은 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중동을 비롯한 세계 안보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김정은 세습이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개인적인 능력과 성향을 파악하기 전엔 속단하기 어렵다. 후계자가 실력이 있는지는 정권을 잡은 뒤 행태를 보고 나서야 판단이 가능하다. 대부분 처음에는 실수할 수 있고 무능력을 표출할 수 있다. →김정은이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력 도발 등 모험주의에 빠질 우려는 없을까. -타당한 걱정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후계자는 전임자보다 약하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부주의한 액션을 취하는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1인 독재를 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한테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 평양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다고 반드시 무책임할 것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김정일은 나이와 경험이 많아도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테러 가능성을 분석할 때는 테러 동기를 갖는 누군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 G20에 참석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에도 이슬람 테러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테러 가능성도 있을까. -한국 정부의 위신을 떨어뜨린다는 목적으로 가능하다. →천안함을 북한이 공격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승계 과정에서 시도된 도발일 수 있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궁금한 것은 이것이 일회성인지, 지속적인 계획에 따른 도발인지 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 사회는 무력 보복에 회의적이었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러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는가. -정부로서는 전쟁 위험이 높아질지 아닐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기본 원칙은 도발이 일회성인지, 지속되는 것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성이라면 시간을 두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도발이라면 응당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란이 북한에 핵 기술을 이전한다고 보나. -정황으로 보면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확증이 없을 때는 의구심의 대상이 신뢰할 만한지 아닌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이란과 북한은 못 믿을 나라다. →이란이 핵무기 보유 의도가 있다고 보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순히 에너지 개발 차원이라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요구를 회피할 필요가 있겠나. →2020년까지 중동에 핵 보유국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있는데. -이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주변국도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보유하려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지금 요르단·이집트·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여러 국가에서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핵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언제든 무기 전환이 가능하다. →북한 핵 문제는 중국의 비협조적 자세로 해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도 결국 한계를 느끼고 지쳐서 북한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비슷한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북한은 결국 무너지게 돼 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해줄 조언이 있다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며 군사력을 유지하고, 미국과 가깝게 지내며 이스라엘처럼 같은 비전을 공유한 나라와의 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대통령, 차라리 로또로 뽑는게 어때?

    대통령, 차라리 로또로 뽑는게 어때?

    정당에 대한 불신 증가, 투표율 저하 등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 징후로 꼽히는 것들이다. 어떤 탈출구가 있을까. 여기 대담한 제안이 있다. 민주주의(Democracy) 대신 ‘대표표본주의’(Demarchy), ‘주사위주의’(Klerostocracy) 혹은 ‘로또주의’(Lottocracy)는 어떨까. 대표자를 뽑는 선거 따윈 집어치우고 국민들 가운데 임의로 선정한 대표표본에게 통치권을 위임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사위나 로또로 통치자를 뽑아보자는 것이다. 평소 하는 행태로 봐서는 그다지 나를 대표해주는 것 같지도 않은 후보나 정당을 고르느라 골머리 썩일 필요도 없고, 후보자 시절을 까맣게 잊은 당선자들의 행태를 보고 열 받을 일도 없으니 말이다. 막가자는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 책 ‘민주사강’(김갑수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을 통해 왕사오광 홍콩 중문대 교수가 진지하게 내놓은 제안이다. 왕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 정치학과에서 10년간 교수 생활을 한 정치학자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가 책 전반에 걸쳐 미국식 민주주의에 비판적인 로버트 달 예일대 교수의 주장을 수차례 인용한다는 점이다. 중국 학자의 ‘중국 옹호+미국 때리기’ 측면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민주주의 근본개념을 파고 드는 급진적 문제 제기만큼은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먼저, 왜 선거 대신 추첨인가. 왕 교수는 아테네 민주정은 계급제 때문에 불완전했고, 현대 민주주의는 보통선거권 덕분에 좀 더 완전해졌다는 상식을 뒤엎는다. 민주주의는 민중(Demos)의 직접 지배(Cracy)를 뜻한다. 여기서는 ‘지배하는 자가 지배 받는다.’는 동일성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선거에 나올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근사한 학위가 있거나, 줄 잘 대서 공천 잘 따내거나, 돈이 많거나, TV에 얼굴을 자주 디밀었던 사람이 아닌 이상 출마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당선은 더 어렵다. 그러나 추첨을 하면 못난 사람, 조금 덜 배운 사람 등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가 돌아간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추첨으로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아테네 민주정이 더 민주적이다. 비록 노예와 여성을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의 선거제도 역시 이미 돈과 명성 등의 기준으로 수많은 예비후보자들을 탈락시킨 상태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참가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추첨제가 낫다는 주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왕 교수는 ‘추첨은 민주정에, 선거는 귀족정에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계몽사상가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논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그 원인을 민주정의 공포에서 찾는다. 당시 지식인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머릿수가 많은 노동자·농민층이 의회를 장악해 혁명적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정치참여 욕구를 적당히 받아들이면서 순치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바로 오늘날 현대인이 소중히 여기는 ‘자유’ 민주주의, ‘간접’ 민주주의, ‘헌정’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 ‘선거’ 민주주의, ‘다원’ 민주주의라는 게 왕 교수의 진단이다. 예컨대 미국은 영국 왕이 싫어 독립전쟁을 치렀으면서도 ‘의회에 맞설 수 있되 세습하지는 않는 왕’을 대통령이란 이름으로 만들었고, 귀족도 없으면서 각 주(州) 간 균형이라는 명분으로 상원을 만들고, 헌정주의란 이름 아래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위헌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사법부에 부여했다. 한마디로 하원의 입법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따라서 왕 교수는 현대 민주주의를 ‘거세된’ 민주주의, ‘순한 양으로 길들여진’ 민주주의라 부른다. 왕 교수의 결론은 중국이 민주주의를 하려면 미국식 민주주의 말고 좀 더 노동자·농민의 이익에 걸맞은 방식의 민주주의를 찾아야 한다는 데 도달한다. 문제는 ‘방식’이다. 대표표본주의, 주사위주의, 로또주의가 정말 가능할까. 반사적으로 현실성이니 전문성이니 하는 반론이 튀어 나온다. 왕 교수는 반문한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기에 가장 엄밀해야 한다는 법원의 재판에서도 이미 이런 요소들이 배심제라는 이름으로 도입됐거나, 도입되고 있지 않으냐고. 시민의 상식, 그게 바로 민주주의 기반 아니더냐고.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황식 봐주기 팔 걷은 민주당?

    민주당이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을 담당할 청문위원들 가운데 동향(同鄕)·동문(同門)을 배제한다고 밝혀놓고도 동문인 정범구 의원을 청문위원으로 선정했다. 앞서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가 ‘청문회 적극 협조’를 언급한 뒤여서 ‘김황식 봐주기’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여야 간 청문회 일정 합의가 이례적으로 신속히 결정됐고, 심사경과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일정까지 일사천리로 확정된 데다 ‘무사 통과’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까지 겹쳐 민주당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무사통과’ 기정사실화… 민주 부담 19일 야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의원과 김 후보자는 독일 마르부르크필립대학에서 비슷한 시기에 유학했다. 정 의원은 1979년부터 이 대학에서 수학하며 정치학 석·박사를 획득했다. 김 후보자는 1978~79년 연구원 등의 형태로 고위공무원 최고 정책과정(디플로마 과정)을 수료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정 의원을 굳이 청문 위원으로 채택해야 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유학 시절 알고 지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대학 동문이라는 관계 자체가 청문회 준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친분 관계를 떠나 의원실의 부담만으로도 충분히 청문위원 저촉 사유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비대위대표 “교체는 글쎄” 정 의원 측은 “청문위원 채택시 국내 대학 연관성만 조사하고 국외 대학은 조사를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추천을 받은 정 의원이 김 후보자와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는지 몰랐다.”면서도 위원 교체에는 “그럴 필요까지 있겠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박 대표는 “정범구 의원은 통일·외교·안보 등 정책검증 능력이 뛰어난 만큼 그 분야를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씨줄날줄] 중도저파(中道低派)/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술자리의 화두는 단연코 ‘중도저파(中道低派)’였다. 새로 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황식 감사원장이 2004년 썼다는 말이다. 그는 당시 광주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법원 내부 통신망을 이용해 “모든 면에서 극단을 싫어한다. 스스로 중도이기를 바란다.”는 글을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어 “중도좌파냐 중도우파냐고 동문(東問)한다면 중도저파라고 서답(西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입을 뗀 이는 한학자 A였다. 그는 사람들이 유학의 최고 경지인 ‘중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데나 쓴다고 비판했다. 중도의 ‘중(中)’은 가운데라는 뜻이 아니라 적중(的中), 곧 ‘딱 들어맞는다’라는 의미라는 것. 따라서 중도는 ‘도(道)에 딱 들어맞게 행동하는 상태’이므로 그로써 완성된 거지 좌우·고저에 쏠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도에 저파를 붙이다니 해괴한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한학자의 사설이 길어지자 정치학 교수인 B가 말을 끊었다. 유학에서 중도의 원뜻이 무엇이든, 지금 중도좌파니 중도우파니 하는 말은 정치학에서 개념이 정립된 용어이다. 중도좌파면 좌우의 대립에서 균형을 지키면서도 좌익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정파, 중도우파는 그 반대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한학자의 낯빛이 점차 붉어지는 걸 보고 언론인 C가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그래, 중도라는 훌륭한 정신을 이 시대에 되살리지 못 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중도 좌파·우파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중도저파’를 잠시 용인하고 그 말이 내포한 의미부터 따져보자고 제안했다.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던 문인 D가 입을 열었다. “이념적으로 좌우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중도요, 그 시선은 이 사회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두겠다고 저파라 했으니 자세는 좋구만.”이라고 했다. 몇 차례 설왕설래가 있은 뒤 좌중은 결론을 내렸다. 6년 전에 이미 중도저파를 논했으니 세태에 영합해서 나온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잖아도 좌·우파 갈등이 심각한 판에 새 기치를 들었으니 일단 지켜보기로 하자. 그래서 그가 말한 대로 행동하면 그때 가서 중도저파를 ‘제3의 길’쯤으로 인정하자고 했다. 말미에 누군가가 덧붙였다. “참신한 40대라더니 까보니까 구악(舊惡) 찜 쪄먹은 신악(新惡)도 있었잖아. 어쨌거나 그만도 못 하겠어?” 사람들은 그저 쓴웃음만 지으며 얼른 술잔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민주당 전당대회의 한계와 기대

    [김형준 정치비평] 민주당 전당대회의 한계와 기대

    민주당 새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주자들이 혼신을 다하며 대회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혼란스러운 대회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계파 간 타협에 의해 전당대회 룰을 정하면서 기존의 단일성 집단체제를 순수집단체제로 전환시켰다. 따라서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 선거를 통합해서 실시하고, 대표 선출방식은 대의원 70%와 당원 여론조사 30%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고 표방했던 민주당이 대표를 선출하는 데 국민이 없는 희한한 경선을 만들었다. 언제부터 민주당이 국민을 배제하고 두려워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수권 정당임을 포기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이것은 분명 대세에 역행하는 것이며, 국민 참여 경선제의 역사와 전통을 만든 민주당과는 참으로 거리가 먼 행태이다. 경선에서 국민을 배제한 것 못지않게 놀라운 사실은 민주당이 예비경선의 순위를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1인3표제로 실시한 예비경선에서 9명이 통과했다. ‘순위 비공개’는 예비경선 전에 정한 규정이어서 순위를 밝힐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정부, 여당을 향해서는 투명과 정보 공개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편의주의에 따라 사실을 숨기고 감춘다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민주당이 원칙과 신뢰, 정도의 정치를 지향한다면 사실을 왜곡해서도 안 되지만 있는 사실을 숨겨서도 안 된다. 국민들을 무시하고 배제하는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우선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등 빅3가 반성해야 한다. 자신들은 철저하게 ‘나눠먹기 정치’를 하면서 어떻게 변화와 쇄신을 거론하고, 정권창출의 기수가 되겠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이런 내재적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단순한 당 대표를 선출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첫째, 전략적인 차원의 계파 간 합종연횡이 아니라 가치를 중심으로 한 미래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분명, 대의원 1명이 2표를 행사하는 전당대회 투표방식에 따라 계파 간 짝짓기가 이뤄질 것이다. 벌써부터 ‘정세균-최재성’, ‘손학규-박주선’, ‘정동영-천정배’ 연대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식의 동맹으로는 대의원의 표를 얻을지는 모르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진보적 가치를 포용한 ‘공정사회론’을 제기했다. 진보세력이 추구하는 가치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도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공정사회론의 진정성을 비판하기보다는 이것과 경쟁할 수 있는 민주당만의 가치와 비전이 부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야당의 역사성이 살아 숨쉬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민주당은 줄곧 ‘행동하는 양심’의 김대중 정신과 ‘사람다운 세상 만들기’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이런 정신들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후보들 간에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 정책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포지티브 선거를 지향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많은 주자들이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경선이 끝나면 민주당 정권 창출을 위해 함께 갈 사람들이다. 승리만을 의식해 경쟁 후보를 음해하는 네거티브 전략에만 의존할 경우, 경선은 진흙탕 싸움이 되면서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자가 되기 쉽다. 후보들은 전당대회가 당내 통합을 위한 축제의 장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의 씨앗으로 잉태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숙되기 위해서는 여당과 야당 모두 강해져야 한다. 야당은 약하고 여당이 강하다든지, 반대로 여당은 약하고 야당만 강하면 절대로 정당정치는 발전할 수 없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이러한 ’여야 강강론‘의 전기(轉機)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 “美공화 상원서도 다수당 될 듯”

    올 11월2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뿐 아니라 상원에서도 다수석 확보가 유력시되는 등 미국 정치지형에 변화가 일 조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며 민주당의 입지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공화당에 뒤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7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자리를 차지할 것이 유력한 공화당이 상원에서도 5~10석가량을 늘려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들은 대부분 재선이 가능한 반면 아칸소와 콜로라도, 캘리포니아, 네바다, 워싱턴 주의 민주당 소속 현역 상원의원들은 재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민주당 현역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노스다코타와 인디애나 주 등에서도 공화당이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원 의석 분포는 민주 57석, 공화 41석, 친(親) 민주 성향의 무소속 2석이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255석으로 178석의 공화당보다 77석이 많아 공화당은 39석을 추가하면 다수당이 된다. 최근 미 정치학회(APSA) 연례 총회에 발표된 11월 중간선거 결과 예측에서도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전망 속에서 오바마의 최측근으로 정권인수 팀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 진보센터 회장은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후 백악관 내부에서 자기 성찰과 함께 부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 특히 재계와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방식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백악관 참모의 인적쇄신과 다수당이 될 공화당과의 협력을 통한 국정 운영 모색 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각종 개혁법안을 추진하면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온 금융회사나 기업들과의 관계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국가 이미지 올라가야 세계적 인물 탄생”

    “국가 이미지 올라가야 세계적 인물 탄생”

    “한국이 어디 있느냐고, 남태평양의 어떤 섬이냐고 할 때는 기가 찹니다. 국가 이미지가 올라가지 않으면 세계적인 인물이 탄생하기 어렵습니다.” 위대한 어머니이자 세계적 석학인 전혜성(81) 박사가 신간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중앙북스 펴냄) 출간에 맞춰 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팔순 넘은 나이에도 현역 활동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며 공부와 연구, 봉사를 멈추지 않는 전 박사는 6명의 자녀가 모두 미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큰아들 고경주씨는 미국 보건부 차관보로, 셋째아들 고홍주씨는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법률 고문으로 인사 청문회를 통과해서 인준됐다. 전 박사는 “미국에서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 인정받기를 고대하면서 수십 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비교문화학자로서 아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든든한 뿌리를 내린 것은 학수고대하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194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30여명의 대가족을 꾸렸지만, 전 박사는 여든 살이 되던 지난해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비영리 노인 복지시설인 휘트니 센터로 이주했다. 어머니를 모시겠다며 집수리까지 한 딸의 만류를 뿌리치고 휘트니 센터로 옮긴 까닭은 “나이가 들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심이고 삶을 간소화하는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휘트니 센터에서도 전 박사는 여유롭게 휴식만 취하지는 못했다. 휘트니 센터 내 살고 있는 아파트를 한국 가구와 한지, 비단, 병풍, 반닫이로 꾸며 한국문화관으로 만들었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강좌를 개설했으며 성신여대와 협력해 한복을 소개하는 패션쇼도 열었다. 노인 복지 시설에서도 한국 문화를 알리려고 바쁘게 사는 전 박사처럼 휘트니 센터에 사는 노인들도 새로운 것을 배우며 사회에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전직 정치학 교수는 환경을 위해 깡통을 줍고, 전 박사의 친구 캐서린은 인형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었다. 뜨개질 모임에서는 담요나 모자를 떠서 3000여개를 기증했다. ●美 노인복지시설서 한국문화 전도사로 전 박사는 “가치 있는 삶은 장례식에서 관을 닫았을 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며 “노인들의 지혜를 재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계속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 당장 죽음을 맞는다 해도 크게 아쉽지 않다는 전 박사는 그 순간까지 변함없이 하던 일을 하며 지내기를 희망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그는 1989년 세상을 떠난 남편 고광림 교수의 비문도 미국 사람들의 비문 경향을 조사하고 연구한 다음 태극 문양을 새겨서 완성했다. 전 박사는 건강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G20, 세대간 소통의 기회로 삼아야 /조화순 연세대 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G20, 세대간 소통의 기회로 삼아야 /조화순 연세대 정치학 교수

    기성세대에게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성과를 꼽으라면 아마도 올해 11월에 개최될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유치일 것이다. 1950년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했고, 1997년 국가적 금융위기를 극복했으며, 1995년에야 일종의 선진국의 상징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수 있었던 한국의 입장에서 G20의 유치는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G20에 대해서는 세대에 따라 국민적 관심과 호응이 다르다. 최근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명박 정부와 연관된 주제어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다른 주제어에 비해 G20은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G20에 대한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장년층과 노년층은 높은 관심을 표명한 반면 많은 20대는 관심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G20 정상회의에 대해 세대에 따라 관심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노장년층과 청년세대가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1950년대 폐허 속에서 근면과 희생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G20의 개최는 감회가 남다르다. 가난의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믿었고, 독일광부로, 중동 건설노동자로 돈을 벌러 떠나야 했다. 빈곤과 궁핍을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근대화 세대에게 한국이 세계 금융협력의 지도자로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얼마나 가슴이 찡한 일인가? 반면 청년세대는 근대화 세대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 세계화의 화두 속에서 고용 없는 성장과 청년실업의 문제를 온몸으로 느끼는 이들에게 중요한 화두는 취업이다. 근대화 경험이나 전통적 가치관이 힘을 발하지 못하고 자신들을 88만원 세대로 비하하는 이들은 개인적인 자유와 생존의 문제가 아닌 이야기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들 세대 사이에서 근대화 세대의 경험을 자식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소위 386세대는 세대를 연결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화세대는 근대화 권력이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고 근대화 세대를 공격하는 데 치중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G20 정상회의와 같은 국가적 행사가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G20 정상회의에 대해 세대 간 인식의 균열이 나타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는 세대가 서로에 대한 도전과 저항 속에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설계하고 융합할 때 변혁과 발전의 궤적을 기록한다. G20의 역사적 의미가 빛을 발하려면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 속에서 노년층과 청년층을 아우르는 역사적 공감과 인식의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세대 간 갈등이 큰 화두인 한국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화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며칠 전 1960년대 서독의 경제원조를 이끌어 낸 백영훈 박사와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80세를 넘긴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은 근대화 세대이다. 그는 1960년대 해외 원조가 끊긴 상황에서 서독에 보낸 광부와 간호사의 월급을 담보로 차관을 들여온 이야기, 수출을 위해 어머니들의 머리카락을 잘라 가발을 만들고 쥐를 잡아서 코리안 밍크라는 이름으로 수출했던 감격을 열정적으로 털어놓았다. 자칫 진부하게 들릴 수 있었던 60년대 이야기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고 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것은 이야기의 저변에 깔려 있는 근대화 세대의 공동체에 대한 희생과 역사적 소명의식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시대마다 국가적 화두는 다르지만 모든 세대는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 한국의 근대화 세대가 어떤 역사적 소명 속에서 한국을 발전시켜 왔고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을 계기로 이것이 어떻게 청년세대의 역사적 소명과 연결될 수 있는지 세대 간 소통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세대는 그들의 할아버지 세대처럼 지난 세월을 돌아보고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 한국이 지구공동체를 위한 국제규범의 형성에 참여하는 G20을 계기로 한국의 국가적 화두와 비전이 정립되고 미래가 설계되는 세대 간 소통이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 ‘90도 인사’의 정치학…이재오 ‘깍듯한 인사’ 해석 분분

    ‘90도 인사’의 정치학…이재오 ‘깍듯한 인사’ 해석 분분

    요즘 여의도에서는 “90도로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인사가 아니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지난 7·28 재·보선에서 당선된 뒤 만나는 사람마다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깍듯이 인사하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다. 이른바 ‘이재오식 인사법’이 유행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31일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에 이어 지난 1일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까지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언제든 유권자들 앞에 고개 숙이는 국회의원들에게도 ‘90도’는 낯선 각도다. 특히 박지원, 박근혜 두 사람은 이 장관이 결코 ‘편하게’ 대할 수 없는 상대들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의 굽혀진 허리에 담긴 속뜻을 읽어내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친 이재오계인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90도 인사가 익숙하지 않으면 현기증도 생기는데 이 장관은 몸에 배어 있고, 진심이 실리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재오식 인사’에 대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최근 어떤 수석이 ‘이 장관의 90도 인사는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더니, 이명박 대통령은 오히려 ‘그러냐’고 반문하면서 아주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장관과 껄끄러웠던) 박 전 대표도 웃지 않았나.”고 말하면서 “그런 이유 등으로 이 대통령이 이 장관을 무척 아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친 박근혜계인 구상찬 의원도 전날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에게 건넨 90도 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 의원은 “이제 ‘겸손 모드’로 가겠다는 뜻이 진정성 있게 읽혔다.”면서 “진정성이 없으면 그런 머리 숙임이 장난처럼 보인다. 쇼 같으면 상대방이 바로 느낀다.”고 말했다. 구 의원은 “나도 지역구에 가면 90도까지는 못 하지만 허리를 최대한 숙인다.”면서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의 말을 들을 자세가 돼 있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유권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인사하면 안 된다.”면서 “한두 번 해야지 매번 그런 모습을 보이면 진심이 아닌 것이 티가 난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냈다. 너무 지속적인 연출이 가식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장관의 인사법에 대해 “정치적으로 연출한 상황”이라면서도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는 의지는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대중들은 ‘실세라는 사람이 저렇게 자기를 낮추네’라고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쇼’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이 장관이 대중의 눈을 엄청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이 장관이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세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따라서 그동안 관계가 좋지 않았던 인사들에게 ‘관계를 개선하자,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90도 바람을 불러일으킨 이 장관 측에서는 “지난 재·보선 때부터 낮은 자세를 보이기 위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진 특임차관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고위공직자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국민들도 좋아한다.”면서 “늘 그렇게 90도로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기조를 유지하고, 진정성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통화 중이던 김 차관이 마침 옆에 있던 이 장관에게 “허리는 안 아프시냐.”고 묻자 이 장관은 “이제 습관이 돼서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수화기를 통해 들렸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기억의 장소’ 통해 민족의 역사 되살린다

    ‘기억의 장소’ 통해 민족의 역사 되살린다

    최근 수년간 한국 역사학계의 유행 키워드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기억’이다. 옛일을 기억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역사의 영역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한국 현대사 때문에 제대로 된 문헌기록이 없다 보니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육성증언을 듣는 방식의 연구방법이 제기됐다. 일제시대 위안부, 한국전쟁 때 양민학살, 광주민주항쟁의 참상 등이 모두 이런 연구 방식으로 복원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항기억에만 의존한 이분법적 태도가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억의 정치학에서 기억의 문화학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기억’이란 화두를 던진 학자는 프랑스의 피에르 노라다. 노라의 역작 ‘기억의 장소’(나남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1984년부터 1992년까지 역사학자 120여명의 논문을 담아 모두 7권으로 출간된 책이다. ‘역사’ 대신 ‘기억’을 전면에 내세운 이 작업은 역사학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한국에서는 특히 구술사 연구자들에게서 각광받았다. 이번 번역본은 30편 정도의 논문을 뽑아 모두 5권(공화국, 민족, 프랑스들 1~3)으로 정리했다. ●기억의 장소란 국기·에펠탑 등 포괄하는 이름 기억의 장소란 특정 장소를 지칭한 게 아니라 민족의 얘기가 스며든 국기, 노래, 행사장, 길거리 이름과 각종 기념 동상 같은 것들을 포괄하는 이름이다. 때문에 이 책은 한국에서 ‘기억의 터’로 불렸고, 최근 일본에서는 ‘기억의 장’으로 번역됐다. 노라의 관심사는 이런 기억의 장소를 통해 민족적 기억을 재구성해 내는 것. 번역 작업을 총괄지휘한 김인중 숭실대 사학과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노라가 내세우는 ‘기억’이란 무슨 뜻입니까. -프랑스적 맥락입니다. 프랑스는 1789년 프랑스혁명과 이후 공화국 수립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나라예요. 그렇다 보니 역사 연구도 1789년 이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마치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말하는 분위기였어요. 개개인의 기억이 프랑스혁명이라는 역사와 일치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1970년대에 무너집니다. 역사는 단절된 채로 내팽개쳐지고, 그 자리는 개개인이 가진 별개의 기억이 차지합니다. 그래서 노라는 흔히 접할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에펠탑, 국가 등에 대한 개인의 기억을 통해 프랑스의 역사를 복원해내자고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1970년대에 역사와 기억의 분리가 일어난 배경이 있습니까. -프랑스는 원래 가톨릭 농업국가예요. 그런데 산업화로 인해 농민인구가 10%대로 떨어집니다. 집단기억을 가진 농민층이 붕괴한 것이지요. 또 마르크스주의와 드골주의 모두 한계를 드러냅니다. 좌우파의 기둥이 사라져 버린 거죠. 한마디로 잘 먹고 잘살게는 됐는데 공유하는 기억들이 파편화돼 버렸다는 겁니다. ●‘민족주의 없는 민족 건설’ 바람직 →개인의 기억을 민족의 기억으로 모으는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해외에서도 그렇고, 국내에서도 그렇습니다. 노라는 정치적 우파인가요. -한국적인 맥락에서는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노라가 몇몇 논쟁에서 우파적 주장을 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사실상 좌우파 구분이 무의미한 사회입니다. 한국적 좌우파 개념에 매이면 책에 담긴 풍부한 논의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노라가 보기에 탈민족론이 문제 삼은 민족주의는 파시즘으로 상징되는 19세기 유럽 우익 민족주의일 뿐입니다. 다양한 민족주의가 있는데 그것 하나만 딱 집어낸 뒤 모든 민족주의는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노라는 프랑스혁명이 이상으로 삼았던 민주적이고 민중적이고 진보적인 민족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걸 ‘민족주의 없는 민족 건설’이라 부릅니다. 파괴적이고 전투적인 민족주의를 빼버리고 문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는 민족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노라의 작업이 마무리된 시점인 1992년을 봐 주세요. 이때 유럽연합(EU)이 구체화됩니다. 그런데 하나의 국가처럼 움직이겠다는데 구성원들은 동질적 감정을 못 느낍니다. 오히려 예전에 국경에 막혀 있던 사람들끼리 부딪치다 보니 민족주의 감정이 더 강화됩니다. 노라의 작업은 프랑스혁명을 강조하는 프랑스 특수주의보다 유럽 문명 일원으로서의 프랑스를 내세웁니다. 다른 민족과의 갈등요소를 줄이는 것이지요. 사실상 최근 상황을 예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5권의 제목이 복수형인 프랑스‘들’인 것은 그런 뜻입니까. -네.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기억을 통한 민족주의의 평화적 재구성인 셈인데,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얼까요. -요즘 추세는 극단적 세계화입니다.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의 시대지요. 국가, 민족, 공동체 같은 거보다 개인의 취향이나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좋은 말로 코스모폴리탄의 등장이지요. 한없이 자유로워진 것은 맞는데 그럴 경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너와 내가 이 땅에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이냐는 게 문제가 됩니다. 더구나 한국에서도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프랑스의 경험을 깊이 음미해볼 구석이 있다고 봅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객원칼럼] 희망, 두려움, 그리고 모욕의 정치학/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객원칼럼] 희망, 두려움, 그리고 모욕의 정치학/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프랑스의 유명한 정치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도미니크 모이시 교수는 ‘감정의 지정학’이라는 저서에서 대부분의 국가(국민)들은 ‘희망’, ‘두려움’, ‘모욕’이라는 세 가지 감정 중 하나에 속해 있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이러한 세 가지 감정이 국가 간의 충돌을 일으키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인도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희망’의 감정에 푹 빠져 있고, 아랍을 비롯한 이슬람국가들은 서방국가들과의 오랜 반목으로 인하여 심한 ‘모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욕’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대한 극단적인 미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두려움’의 감정에 가득찬 국가들로는 과거에 영화를 누려왔던 미국과 유럽 등을 꼽았는데, 이는 자신들의 정체성 혼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모이시 교수는 세계가 앞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 지도자들이 지금과 같은 현상유지(status quo)가 계속되면 대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변화’를 모색하여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모이시 교수의 논리는 국제정치학적인 관점에서 논한 것이지만, 우리네 정치 현실과 꼭 들어맞는 구석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이명박 정부는 누가 뭐라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틈만 나면 ‘더 큰 대한민국’을 외친다.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공황 속에서도 재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11월에는 선진국들의 모임인 G20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정도로 한국의 세계적 역량이 커지게 되었다며 국민의 기대를 잔뜩 부풀리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강행되고 있고, 이는 관광자원의 개발과 함께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야권은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4대강 개발사업은 민의를 거스르는 것이고 생태계를 파괴해 환경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 큰 대한민국’ 또한 한낱 허울에 불과하고, 날이 갈수록 서민경제는 피폐해져 결국 빈부 양극화라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잔뜩 ‘겁’을 주고 있다. 내심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다음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김대중·노무현 정권 사람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과거정권을 철저히 짓밟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 되어 버렸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정권을 걸고 추진해 온 대북 ‘햇볕정책’은 이제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한 전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모욕’을 당했으니 이를 갈며 다음 기회를 보고 있을 것이 뻔하다. 이러한 세 가지 감정이 지배하는 정치 환경에서는 모든 것이 제로섬(zero-sum) 상태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모든 기회를 총동원하여 상대방을 한방에 날려버리겠다는 공격정치만 난무하는 것이다. 사실 지난주 개최된 국회 인사청문회도 후보자들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실제로는 임명권자를 크게 한방 먹이겠다는 한판의 증오 정치적 측면이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이러한 감정의 정치학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권을 움켜진 여권은 좀더 과감한 소통을 통해 대다수가 함께 꿈꿀 수 있는 공동의 ‘희망’을 도출해야 하고, 야권은 국민을 겁주는 ‘두려움’의 정치에서 제발 좀 벗어나 선의의 ‘경쟁’ 정치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욕’을 느끼고 있는 세력에게도 과감한 화해의 손길을 보내야 자신들도 앞으로 ‘모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주의를 논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러한 감정의 골을 메우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든 서로 입장만 바뀔 뿐 희망, 두려움, 모욕의 악순환은 지루하게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 주민감사청구제 효과 ‘톡톡’

    주민감사청구제 효과 ‘톡톡’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인 주민감사청구제도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비뚤어진 행정에 대한 지적은 어떤 형태로든 상당부분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감사청구제는 자치단체의 잘못을 고치기 위해 상급기관에 감사를 청구하는 제도.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에선 300명, 그밖의 시·군·구에선 200명 안팎의 서명을 받으면 된다. 부문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한 주인의식 탓에 신청 건수는 많지 않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광역자치단체에 청구된 주민감사는 모두 202건. 10년간 연평균 16.8건, 시·도별 연평균 1건을 조금 웃돌았다. 대전시와 제주도엔 단 1건도 없었다. 대전시 감사 관계자는 “서명을 받도록 한 기간만 3~6개월이 걸리는 등 절차가 번거롭다.”면서 “집단행동이 더 빠르다는 생각에 감사청구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에 들어가기 전 각하된 사례는 48건. 이중 절반 정도는 서류를 갖추지 못한 경우였다. 따라서 혈세 관리를 감시한다는 자세로 꼼꼼히 대처하면 효력은 더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으로 가는 게 능사는 아니어서 여론과 시스템에 호소하는 특장점을 지녔다. ‘머슴’을 자처하며 일제히 출범한 민선5기 들어 주민감사 청구제는 더욱 주목을 받는다. 서울에서는 2007년 13건으로 처음 두 자릿수를 보인 뒤 2008년 21건, 지난해엔 32건을 기록했다. 구의회 의정비 인상 및 외유성 해외 연수, 단체장 공로 수상 등 청렴과 관련해 감사를 청구한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대부분 기초단체장들이 물갈이된 점에 견줘 시사하는 게 적잖았다. 대구시의 경우 2006년 이종화 북구청장의 업무추진비에 대한 주민감사청구가 눈길을 끌었다. 주민들은 그가 2005년 96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직원격려용으로 부당하게, 신용카드 아닌 현금으로 사용해 횡령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나 이 구청장 등 5명이 징계받았다. 시민단체들은 다음 단계로 주민소송을 추진했다. 인천 연수구 주민 256명은 2007년 한 구의원이 ‘공무원 한마음 체육대회’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물품 145만원어치를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구입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직원혁신 화합 수련회’ 행사 대행업체 선정과정에도 개입했다며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결과 구 직원 2명이 경징계되고 3명은 훈계를 받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다소 치사해 보이기까지 한 해당 구의원의 월권을 통한 이익 추구가 주민들의 공분을 일으켜 감사청구에까지 이르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감사 청구가 소송으로까지 번져 이긴 사례도 나왔다. 2005년 ‘순천 동천하도정비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주민들이 전남도에 감사를 청구했다. 당시 전남도 심의위원회는 각하결정를 내렸다. 그러나 주민들은 행정소송으로 승소 판결을 받았고, 전남도는 특별감사를 실시해 순천시 공무원 12명을 문책했다. 경희대 NGO대학원 하승우(정치학) 교수는 “다른 장치와 달리 범위에 한정받지 않고 신청 절차도 쉬운 수단이지만 처벌수위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흡족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그러나 “내가 뽑은 공직자가 나와 우리 동네의 삶을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경종을 울리며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데 아주 유용한 제도임엔 틀림없다.”며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해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힘받는 간 총리-외면받는 오자와

    다음달 14일 예정된 일본 집권당인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간 나오토(왼쪽) 총리의 재선이 유력하다. 간 총리와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 민주당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오른쪽) 전 간사장의 출마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24일 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 지지를 호소했으나 하토야마 전 총리가 간 총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동시에 당 대표 경선에서 신중하게 대응 할 것을 주문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오자와 전 간사장이 경선에 출마할 경우 당이 분열될 우려가 있는 데다 정권교체의 원동력이었던 오자와 전 간사장이 대표 경선 과정에서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 두 번째인 60여명의 의원그룹을 이끌고 있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오자와 전 간사장의 경선 출마를 만류함에 따라 오자와 전 간사장이 직접 경선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하토야마 전 총리의 측근인 나카야마 요시카츠 전 총리 보좌관은 25일 오전 오자와 전 간사장 측에 “하토야마 그룹은 오자와 전 간사장의 출마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조만간 대표 선거 출마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거취를 밝힐 것으로 관측됐던 이날 오전 ‘오자와 이치로 정치학원’ 강연회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의 출마를 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지 않고 있는 까닭에 직접 출마가 곤란할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초선 의원들도 잇따라 간 총리의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도쿄신문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간 총리의 유임을 지지하는 의견이 50%를 넘고, 오자와 전 간사장이 정치자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당내에서 ‘오자와 대망론’이 세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日민주 차세대 주자들 “간 총리 지지”

    日민주 차세대 주자들 “간 총리 지지”

    다음달 14일 민주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간 나오토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간 물밑 세력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간 총리는 재선을 위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의 연대는 물론 당내 차세대 주자들의 지지를 넓혀가는 등 ‘대세론’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당내 중·참의원 413명 중 150명의 의원을 거느린 오자와 전 간사장도 직접 출마를 저울질하며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간 총리는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지지세력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마에하라 세이지(왼쪽) 국토교통상, 오카다 가쓰야(오른쪽) 외상,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 등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차세대 주자들도 차기 대권 경쟁을 유보하고 9월 대표 경선에서 간 총리 지지를 위해 결속하고 있다. 이들은 포스트 트로이카(오자와-하토야마-간)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보고 당내 최대 실세이자 백전노장인 오자와 전 간사장과 싸우는 간 총리에게 힘을 몰아준 뒤 내전이 평정되면 전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반(反) 간’ 기치를 내건 오자와 전 간사장도 오는 22~25일 스터디 그룹 ‘오자와 이치로 정치학원’을 열어 세 결집에 나선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직접 출마도 검토하고 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심사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남아 있어 발목이 잡힌 상태다. 하라구치 가즈히로 총무상, 가이에다 반리 중의원 등이 대타로 거론되고 있지만 간 총리와 비교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점이 오자와그룹의 고민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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