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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나만 옳다’는 생각이야말로 극단주의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나만 옳다’는 생각이야말로 극단주의

    지난 22일 영국 맨체스터의 한 공연장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22명이 사망했고 많은 사람이 다쳤다.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이슬람국가(IS)의 극단주의를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받아들여 혼자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를 자행했다. 최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의 대부분이 외로운 늑대형 테러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크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증가로 유럽 각국은 난민에 대한 빗장을 굳게 걸었고, 이는 또 다른 테러를 배태하는 슬픈 구조를 만들고 있다. 영국뿐 아니라 최근 소말리아에서도 차량 폭탄 테러가 일어나 선량한 시민들이 희생됐다. 세계는 지금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이슬람 진영의 테러 위협으로 생의 푸르른 날들을 잃어버린 한 작가가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 중 가장 도발적인 것을 취해 이슬람교의 탄생을 묘사한 소설 ‘악마의 시’로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1989년 파트와, 즉 종교 칙령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살만 루슈디가 그 주인공이다. 루슈디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탄을 대천사로 착각해 사탄의 말을 코란에 기록했다가 삭제했다는 일화를 ‘악마의 시’에 담아 냈는데, 이는 이슬람 세계의 최대 금기 중 하나다. 살해 위협은 계속됐고, 결국 루슈디는 영국 경찰의 보호 아래 숨어 살아야만 했다. 파장은 커서 루슈디뿐 아니라 ‘악마의 시’를 출간한 출판인과 번역가, 서점, 도서관도 테러의 대상이 될 정도였다. ‘조지프 앤턴’은 영국 경찰의 보호 아래 숨어 살며 자신과 작품을 지키고자 했던 루슈디의 분투가 담긴 회고록이다. 파트와는 1998년 9월 종식됐지만, 루슈디는 이후 4년 더 영국 경찰의 보호를 받았다. 루슈디는 13년이 넘는 시간을 “감옥에 갇힌 기분”의 나날이었다고 고백한다. 조지프 앤턴은 루슈디가 존경하는 작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를 조합해 만든 가명인데, 그의 실체를 모르는 주변 이웃들은 그저 ‘앤턴씨’ 혹은 ‘조’라고 불렀다. 감옥에서 벗어난 10년 후인 2012년 선보인 ‘조지프 앤턴’은 프랑스 월간 ‘르푸앵’으로부터 “스릴러이자 한 편의 서사이며 정치적 에세이이자 사랑 이야기이고 자유에 대한 송가”라는 극찬을 받았다.‘조지프 앤턴’에서는 숨어 살던 시절의 한풀이나 이슬람에 대한 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감옥과도 같은 날들을 통해 작가로서 정체성을 더욱 충실하게 다져 간 내용이 주를 이룬다. 설령 어떤 작품이 신성모독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이야기를 통제할 권리”를 누군가에게 주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다. 루슈디는 “경건하든 불경스럽든, 열광적이든 냉소적이든 그것은 열린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말한다. 삶의 환경을 떠받치는 모든 것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인간은 더 존엄해진다는 사실을 루슈디는 감옥과 진배없는 시공간에서 깨우친 것이다.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한 종교 안에서는 진리인 것이 다른 종교, 다른 세상에서는 절대 진리일 수 없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결국 진리의 과해석이 낳은 혹은 잘못된 진리를 받아들인 결과인 셈이다. 이슬람 극단주의뿐 아니다. 여타 종교의 극단주의와 원리주의가 세상을 파괴로 이끈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누누이 배워 왔다. 어디 종교뿐이겠는가.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우리 모두’가 실은 세상을 파괴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테러는 어쩌면 우리, 아니 내 마음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정치적 극단주의자 음모론에 잘 빠진다

    정치적 극단주의자 음모론에 잘 빠진다

    영화 ‘아폴로…’ 달 착륙 조작설 담아트럼프는 ‘기후변화 中음모론’ 제기 ‘아폴로 11호는 달에 간 적이 없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항공우주국(NASA)이 영화에 쓰이는 특수효과 기술로 달 착륙 과정을 조작했다.’16일에 개봉하는 영화 ‘아폴로 프로젝트’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 조작설’이라는 대표적인 음모론을 소재로 한다. 2014년 7월 NASA가 달 착륙 45주년을 맞아 달 표면에 난 발자국 영상을 공개했는데도 수그러들지 않다가 영화 개봉을 계기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모양새다. 음모론자들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의혹은 ‘달에서 찍은 사진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성조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달 착륙선이 급하게 설계된 듯 형편없다’ 등이다. 달엔 대기오염이나 인공조명에 따른 빛 산란이 없어 지구보다 훨씬 많은 별을 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더군다나 아폴로 11호의 착륙 지점은 태양이 환하게 비추는 지점이었다. 영화 ‘마션’에서 나온 화성 착륙선이 로켓처럼 매끈한 형태인 것은 화성엔 대기가 존재해 공기역학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달에는 공기가 희박해 착륙 때의 대기저항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 각 지고 투박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공기가 없다면 대체 ‘바람에 흔들리는 성조기’는 뭐란 말인가. NASA 측은 역사적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성조기가 잘 보이도록 깃대를 제작했고, 성조기 아래쪽 끝을 우주인이 건드리면서 펄럭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한다. NASA는 “우주인이 가져온 월석이 인류가 달에 다녀왔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과학적 사실에 대한 음모론을 정치인들이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장했던 ‘기후변화 음모론’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환경운동에 경도된 과학자들과 미국 산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과 NASA는 지난해 지구 전체의 온도가 역사상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지구 평균온도는 14.83도로 20세기 평균온도 13.88도보다 0.95도 높았다. 이는 1880년 NOAA가 기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고치였다. 과학적 증거가 명백히 있는데도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뭘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심리학과 얀 빌렘 판 프루이옌 교수팀은 2015년 “정치적 성향이 극단적인 사람일수록 음모론에 빠지고 맹신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사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심리학과 인성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와 미국의 성인 남녀 1200여명을 대상으로 4번에 걸쳐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지는 7단계로 구분된 이념적 성향, 성격적 극단성과 ‘미국 금융위기는 금융권과 부패한 정치인들 사이의 결탁 때문이다’, ‘이라크전엔 석유회사들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등 음모론을 얼마나 믿는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 결과 진보·보수와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경향이 강한 사람들이 음모론에 쉽게 빠져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루이옌 교수는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하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나 소식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듣고 생각하려 하기 때문에 상대의 의견에 귀를 막고 자신의 생각만을 밀어붙인다는 뜻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독일 ‘위험한 난민 솎아내기’ 박차 가한다

    최근 잇따른 극단주의 테러에 노출된 독일이 난민 신청으로 유입된 이주민들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부 장관은 이주민들의 추방에 대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테러 종합대책을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골자는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연계된 난민 등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이주민들을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솎아낸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독일 실정법을 위반하거나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난민 신청자들을 지금보다 훨씬 신속하게 추방할 사법 절차가 마련된다. 외국인 범죄자나 잠재적 테러리스트와 같은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인물을 누구나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당국에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난민 신청이 거부된 뒤 임시로 머무는 이주자들, 특히 가짜 신원정보를 제시했다가 발각된 이들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S처럼 해외에서 전투를 벌이는 무장세력에 가담하는 이중국적자들에 대해서는 독일 국적을 박탈하기로 했다. 극단주의자를 골라내기 위해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처럼 이주민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검열하는 방안도 안보대책의 하나로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 전역에 걸쳐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웹사이트인 이른바 ‘다크웹’ 감시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 채용도 늘린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연방 경찰 인력 3천250명을 포함해 국가 안보 관련 일자리 4천600개를 추가로 창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이 같은 긴급대책은 최근 극단주의를 추종한 난민 신청자들이 잇따라 잔혹 행위를 저지르면서 입안됐다. 지난달 독일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주자가 통근열차에서 도끼를 마구 휘둘렀고 시리아 출신 이주자는 음악축제장 근처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렸다. 이들 사건 모두 IS가 배후를 자처해 독일도 극단주의 테러의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누구도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 한다”며 대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나치 전체주의 영향으로 중앙집권과 정부 감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중앙정부 권한이 제한됐던 독일에서 정부가 정보 수집력을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범죄자로 의심되는 환자 정보를 정부에 제공하지 않은 의사를 처벌하는 안을 독일 정부가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독일에서는 나치 시절 의사들이 범죄에 연루된 경험 때문에 의사가 환자 개인정보를 기밀로 유지해야 한다. 이에 데마지에르 장관은 “정부는 환자를 보호하는 원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의사들이 환자가 위험한 인물이거나 범죄를 저지를 것 같다고 판단하면 정부에 알려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주자들의 최근 테러는 난민을 포용하는 정책을 펼쳐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정치적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에 이주한 외국인은 역대 가장 많은 110만명에 이르며, 독일 정부는 난민 신청 44만2천건을 접수했다. “이민자들이 독일 사회에 잘 동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포용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이들 테러를 기점으로 12% 포인트나 깎였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다수당인 기독민주당(CDU)은 테러 여파로 내년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한편 무슬림 여성의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거나 이중국적 제도를 전면 폐기하자는 제안은 이번 종합대책에서 제외됐다. 연합뉴스
  • [파리 연쇄 테러] 접점 못 찾는 안보 vs 인권… 테러 범위도 논란

    [파리 연쇄 테러] 접점 못 찾는 안보 vs 인권… 테러 범위도 논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380여명의 사상자를 낸 무장 테러의 여파로 국내에서 테러방지법 입법 논란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처음 발의됐다가 폐기를 반복해 온 국내 테러방지법 입법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짚어 본다. ●미국 9·11테러 이후 14년째 발의·폐기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 발의된 테러방지법은 2013년 3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한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 등 총 5개다. 국가정보원 직속 대테러센터를 두고 테러 위험인물의 통신·출입국·금융 거래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게 법안들의 주된 내용이다. 대테러 활동은 사전 정보 입수가 핵심이기 때문에 근간이 되는 법안이 마련되면 정보 인권 침해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테러방지법 입법 추진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도 파리와 같이 민간인을 겨냥한 ‘소프트 타깃 테러’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슬람국가(IS)는 물론이고 과거 알카에다도 한국을 타격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은 “2004년에는 알카에다 2인자인 알자와리가 알자지라 TV에 나와 한국을 일본, 필리핀과 함께 타격 대상 2순위로 지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보 인권 침해·안보 명목 정치적 남용 우려 국내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등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파리에서 테러를 자행한 범인들 중 일부는 벨기에와 프랑스 등 유럽 현지에서 나고 자란 이민자”라며 “국내에도 사회 불만 계층이 많아지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 1월 IS에 가담한 김모(18)군처럼 ‘외로운 늑대’들이 출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주의 가치 훼손을 무릅쓰고서 테러방지법 입법을 강행할 만큼 국내 무장 테러 발생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발의된 테러방지법을 검토했던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반(反)서방, 반기독교를 주창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수년 안에 우리나라 및 일본 등과 동아시아에서 테러를 자행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테러 컨트롤타워 제3 조직 신설도 대안” 국가 안보와 개인 정보 보호 중 어느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찬반론자 간에는 시각차도 크다. 일각에서는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테러방지법이 정치적 권력에 의해 남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정보인권연구소 이사)는 지난달 유럽사법재판소(ECJ)가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대테러법을 근간으로 미 정부에 제공하는 개인 정보 때문에 유럽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당한다고 보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정보 이전 협정인 ‘세이프 하버’ 협정을 무효 판결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국내 대테러 컨트롤타워로 국정원이 아닌 제3의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학회장은 “정보를 다루는 전문 기관이 지휘권을 잡는 게 맞지만 정치적 남용이 우려된다면 독립 기관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사설] 파리 테러 계기로 테러방지법 적극 추진해야

    이슬람국가(IS)의 극악무도한 ‘파리 테러’를 계기로 대(對)테러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테러 청정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세계 도시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테러 확산으로 더이상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더욱이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전쟁의 동맹국으로 분류돼 테러단체의 표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의 대외 이미지는 친미 국가, 기독교 선교, 그리고 한류문화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정보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IS 동조자 5명을 적발했고 한국인 2명이 IS 가담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실도 공개했다. 더이상 국제 테러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서방 각국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선 2001년 9·11테러 직후 애국법과 반테러법을 신속하게 통과시켜 영장 없이 테러 용의자를 구속하고 통화 내용을 감청할 수 있게 했다. 우리의 경우 당장 국회에 계류 중인 테러 방지 관련법 처리가 관건이다. 여당은 국가정보원을 테러 방지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로 하는 관련 법안 통과를 다짐하고 있고, 야당은 강력한 저지 의지를 밝히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테러는 한 번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져 사전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우리도 미국의 9·11테러 직후인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기관 주도로 첫 법안이 발의된 이래 14년간 테러 방지 관련 법안들이 당리당략에 막혀 국회에 계류 중이다. 19대 국회에도 테러 방지 관련 법안 5건이 제출된 상태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테러 방지 관련법의 경우 감청·구금 등 테러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의 기능과 권한을 대폭 강화해 ‘제2의 국가보안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야당과 일부 사회단체의 강한 의구심 때문이다. 국정원이 그동안 정치적 공작이나 개입 논란을 일으켜 스스로 의구심을 키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테러방지법 자체를 막는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다.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독소 조항이 있다면 사전에 검토해 삭제하고 국정원의 작위적 개입이 우려된다면 이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만들면 될 일이다. 국가 안위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초당적 대처를 통해 국민적 불안을 덜어 주는 것이 수권 정당으로서 가야 할 길이다.
  •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프랑스는 혼자가 아니다” 테러 위협 공동대응 ‘한목소리’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프랑스는 혼자가 아니다” 테러 위협 공동대응 ‘한목소리’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15일(현지시간) 터키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1999년 출범한 G20 정상회의에서 테러에 대한 국제 공조가 긴박하게 논의된 것은 처음이다. 의장국인 터키는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주재하는 업무만찬의 의제를 테러리즘과 난민 위기로 정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를 계기로 주요국 정상들은 테러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특별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로 했다. 16일 발표될 공동성명에는 시리아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것과 함께 난민 재정착 문제,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이 참석했다.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내에서 테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참석을 취소했다. 개막 기자회견에서 반 총장이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주요국들이 더욱 협력해서 테러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테러 척결 의지를 밝혔다. 반 총장은 국제적으로 시리아 사태 해결에 대한 절박함이 되살아난 점을 환영하면서 전 세계가 수년에 걸친 갈등을 넘어 폭력을 외교적으로 종식할 수 있는 ‘드문 순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안탈리아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고 IS 격퇴전, 시리아 해법 등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파리 테러와 지난달 터키 수도 앙카라 테러를 ‘문명 세계 공격’으로 규정하고 “우리의 IS 척결 노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적 테러리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입장은 G20 정상회의에서 매우 강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에르도안 대통령과 시리아 군사개입 등을 논의하며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정상들과 별도 회동을 가졌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프랑스는 혼자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회의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 캐머런 총리와 메르켈 총리 역시 테러 대응 방안을 교환할 방침이다. 미국과 러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17개국 외무장관과 유엔 특사, EU 외교안보 대표 등은 전날 빈에 모여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법 일정표에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 등 각국의 입장이 달라 이날 업무만찬 이후 채택할 공동성명에는 선언적 내용만 담길 것으로 보인다. 빈 회담에서도 시리아 해법의 핵심 쟁점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편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2020년 하계올림픽·패럴림픽(도쿄) 등의 국제행사 개최를 앞둔 일본 정부도 이번 테러로 긴장하고 있다. 올해 초 고토 겐지 등 일본인 인질 2명이 IS에 희생된 뒤 일본 정부가 강경한 행보를 이어 왔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美 대사 피습 한반도에 영향 없도록 대처해야

    충격적인 주한 미국대사 피습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의 긴밀한 공조로 굳건한 한·미 동맹의 저력을 보여 주고 있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위기의 상황에서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대범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우리 국민들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미 대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리퍼트 대사 역시 수술 후 “한국인들에게 이번 일을 잘 극복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싶다”는 말을 전하면서 양국 간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가 변함 없음을 강조했다. 한·미 양국 정부 모두 이번 사건을 극단주의자의 돌출 행위로 규정하고 정치적 해석의 개입을 조기에 차단하고 있어 이 사건이 한·미 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당·정·청도 어제 이번 사건을 종북 세력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배후와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한편 한·미 동맹에 훼손이 없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초유의 사태인 만큼 그 후유증이 잠복기를 거쳐 서서히 나타날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양국 정부의 차분한 대응과 달리 9·11 테러 트라우마를 앓는 미국민들의 반응은 다소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대사가 끔찍한 공격을 당하고 피신하는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반복 전달되면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도 우려된다. 양국 정부의 노력과 희망과 달리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최근 웬디 셔면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덮고 가기’ 발언 파장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터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도 여전하다. 양국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한국 내 반미 여론의 확산 가능성이다. 가뜩이나 셔먼 발언에 은근히 마음이 상한 상태라 이번 사건이 반미 감정에 불을 붙이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테러범인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는 범행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 반대를 들었다. 게다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남한 민심의 반영’,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징벌’ 등 자극적 용어로 국내 극단적 반미주의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외교사절에 대한 가해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지 용납될 수 없는 사안임에도 북한이 이번 사건을 왜곡·날조하는 것은 스스로 비이성적인 정치집단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60년 넘게 유지해 온 한·미 동맹은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처럼 한층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확신하지만 이번 사건이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세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가 남남 갈등으로 번진다거나, 또 다른 반미 폭력행위로 이어진다면 양국 정부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테러범의 범행 동기와 배후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도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할 것이다.
  • [美대사 피습 파장] “개인의 극단 행동… 비 온 뒤 땅 굳듯 한·미 동맹 더 강화될 것”

    [美대사 피습 파장] “개인의 극단 행동… 비 온 뒤 땅 굳듯 한·미 동맹 더 강화될 것”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에 대해 전직 주한 미대사들과 전문가들은 충격과 우려를 표하면서도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 출신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한국학 부소장은 5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리퍼트 대사의 피습은 불행한 일이지만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더욱 공고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용의자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 등을 주장한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은 자신의 공격에 대한 각종 이유를 내놓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그의 공격을 지지했으니 한·미 당국이 리퍼트 대사에 대한 치안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대사는 서울신문에 보내온 논평에서 “이같이 끔찍하고 충격적인 공격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그러나 한·미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도 “이번 사건으로 불필요한 감정들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양국이 앞으로 동맹 관계를 심화하고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는 “리퍼트 대사가 불행한 사건 앞에서 용기 있는 태도를 보여 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이것이 양국 관계를 오히려 공고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한 미대리대사 출신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리퍼트 대사에 대한 비겁한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한국 정부가 안보와 미국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은 “이번 사건은 한·미 관계를 균열시키려는 남북한 내 세력의 주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야만적이고 비겁한 행동의 결과로 오히려 한·미 유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극단주의자의 소행이지 한국 국민에 의한 정치적 행동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 같은 극단주의 앞에서 양국 동맹은 더욱 강건해질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번 사건을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고 논평한 것을 거론하며 “오히려 한·미 합동훈련이 정당화되고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한국 국민이 보여 준 반응을 볼 때 이번 사건은 한·미 동맹의 틈새를 노출하거나 한·미 합동훈련에 대한 불협화음을 조장하기보다,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서린 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미국인들은 국가 간의 관계와 한 개인의 비정상적 행동을 분별할 줄 안다”며 “미국은 이런 점에서 차분하고 절제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부원장은 “워싱턴의 모든 사람이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결국에 가서는 한·미 동맹이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
  • ‘푸틴 정적’ 크렘린궁 인근서 피살… 러 정국 암살설 회오리

    ‘푸틴 정적’ 크렘린궁 인근서 피살… 러 정국 암살설 회오리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6) 전 부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피살돼 러시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배후가 누구냐를 두고 정국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시민 7만여명은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서 넴초프 초상화를 들고 “나는 결코 두렵지 않다”는 구호를 외치며 그를 추모하는 행진을 벌였다. 연도에 있던 시민들도 “그는 러시아의 미래를 위해 산화했다”, “그는 러시아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흔들며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현지 경찰은 시위 참여 인원을 1만6000명으로 추산했다. 앞서 넴초프는 지난달 27일 밤 11시 40분쯤 여자 친구인 우크라이나 모델 안나 두리츠카야(25)와 함께 모스크바 크렘린 인근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다리 위를 걷던 중 지나던 차 안의 괴한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내무부는 “괴한들이 흰색 승용차를 타고 넴초프에게 접근해 6발 이상의 총격을 가했고 그중 4발이 그의 등에 맞아 즉사했으며 함께 있던 여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두리츠카야는 다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건을 청부 살인이자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며 “연방수사위원회와 연방보안국, 경찰청 등의 수장들이 직접 사건을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괴한이 이용한 차량은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지만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때문에 푸틴의 ‘정적’인 그의 살해 배후를 두고 갖가지 억측이 무성하다. 연방수사위는 사건의 가능한 몇 가지 동기들을 추적하고 있다. 우선 특정 세력이 러시아 정치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고자 저질렀을 가능성과 30살 연하의 우크라이나 여성과 동행했던 점을 부각해 넴초프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 있다. 유대계인 그가 파리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비난한 데 분노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살해했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또 넴초프가 친서방 성향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권을 지지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세력이나 러시아 내 과격 민족주의 세력이 그를 응징하려 했을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증거 공개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마르킨 수사위 대변인은 “국내 정치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도발과 사업상 이권 분쟁, 개인적 원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소행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사위가 넴초프 피살 사건의 배후가 크렘린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일부러 불식시키기 위해 이슬람 과격 세력을 내세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넴초프는 지난해 10월 주간지 소베세드니크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정권에 대한 반정부 행위로 인한 살해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야권은 사건을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드미트리 구트코프 야권 운동가는 “의심할 여지 없는 정치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야당인 야블로코당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당수도 “최악의 범죄”라며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은 현 정권에 있다”고 비판했다. 넴초프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때인 1990년대 후반 부총리를 지냈다. 2000년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권위주의와 부패,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등에 대해 비판을 제기해 온 인물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커버스토리] ‘극우 요람’도 태초엔 진보였다

    [커버스토리] ‘극우 요람’도 태초엔 진보였다

    정치적 보수성과 극단적 반(反)호남 정서, 막장 유머로 대표되는 B급 문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읽는 ‘3대 코드’다. 역설적으로 일베의 DNA는 진보 성향 사이트였던 ‘디시인사이드’(디시)에서 이식됐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일베 회원들은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혐오 발언을 쏟아내며 이목을 끌었고 하루 이용자가 가장 많은 유머 사이트가 됐다. 일베의 탄생과 성장사를 짚어 봤다. [태동기] 진보와 토론서 승리 ‘여옥대첩’으로 보수화 ‘일베 전선은 디시연방공화국에서 인기 있는 물건들을 훔쳐 와 시작됐다.’ 일베의 탄생과 성장을 그린 웹툰 ‘일베연대기’에 표현됐듯 일베는 사실상 디시가 뿌리다. 1999년 개설된 디지털카메라 정보 사이트 디시는 이후 정치·스포츠·게임을 아우르는 종합 커뮤니티가 됐다. 2004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탄핵 무효 시위를 벌이는 등 진보 성향이 두드러졌다. 진보 사이트가 어떻게 보수 사이트의 모태가 됐을까. 결정적으로는 2004년 11월 ‘여옥대첩’이 단초가 됐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소속이던 전여옥 당시 의원이 진보 성향의 디시 정치사회갤러리(정사갤) 이용자들과 토론을 벌여 ‘완승’을 거두자 보수 성향 네티즌들은 ‘대첩’으로 불렀다. 이후 정사갤은 보수화됐다. [변화기] “기아 우승 싫다”…다른팀 팬들 호남 비하 일베의 동력인 ‘지역감정’ 역시 디시의 ‘야구갤러리’(게시판)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일베 연구로 서울대 석사학위를 받은 김학준씨는 “2009년 광주 연고의 기아타이거즈가 우승하면서 기아팬이 들뜨자 이를 거북해한 다른 팀 팬들이 호남을 비하했고, 반호남 정서가 정사갤 등으로 퍼졌다”고 설명했다. 전라도 사람을 ‘홍어’로 낮춰 부르는 문화도 이때 시작됐다. 일베 특유의 B급 문화 역시 디시의 코미디갤러리(코갤)에서 비롯됐다. 일베를 분석해 경희대에서 석사 논문을 쓴 조용신씨는 “디시를 이용하던 악플러들이 코갤에서 활동하며 패드립(패륜드립의 준말·부모 험담 등을 소재로 한 농담)과 신상털기 문화 등을 낳았다”고 말했다. 디시를 주름잡던 극단적 성향의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만든 건 2007년이다. 김씨는 “패드립 등이 흔해지자 관리자가 문제가 된 게시물을 예고 없이 삭제했는데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이 쌓이던 ‘일간 베스트 게시판’에 부적절한 글이 많았다”고 말했다. 디시 이용자 중 일부는 삭제당하기 전 콘텐츠를 옮겨 놓을 대피소의 필요성을 느껴 ‘일베거라지’(ilbegarage·게시물을 대피해 놓는 차고라는 뜻)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가 2011년 ‘일간 베스트저장소’로 개편됐다. [성장기] 이슈 생산하며 존재감…방문자4000배로 2011년 1월 월간 순 방문자 수는 500명이 채 안 됐다. 하지만 2년 뒤인 2012년 12월 월간 방문자가 211만명까지 치솟았다. 정치·사회 현안이 있을 때마다 민감한 이슈를 생산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덕이다. ‘문재인 명품 의자 논란’이 대표적이다. 2012년 11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의자에 앉아 연설문을 검토하는 모습의 TV 광고가 방영되자 일베에는 ‘700만원이 넘는 미국산 임스 라운지 체어’라는 지적이 올라왔다. 서민적 이미지를 내세웠던 문 후보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이후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과 5·18 폭동 발언 논란(2013년 5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과 국정원 댓글 파문(2013년 6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발표(2013년 8월),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2013년 9월) 등 주요 국면마다 혐오 감정과 보수층에 대한 지지를 담은 글이 집중 게재됐다. ‘일탈’도 늘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터진 4월 16일부터 지난 8월까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내용이 담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삭제 조치된 게시물이 172건이나 됐다. 예컨대 “세월호 침몰 때 승객 탈출을 돕다 숨진 승무원 박지영씨에 대해 “홀어머니 모시고 살기 싫어서 단원고 학생들을 순장시켰다”는 게시글 등이 문제가 됐다. 김씨는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천안함 유족보다 세월호 유족들이 더 보상받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베 이용자들의 전형적인 사고 패턴”이라고 말했다. 디시 사이트에서 받아들인 일베 사이트의 ‘작동 원리’는 이용자들의 경쟁을 부추겼다. 조씨는 “더 주목받으려면 더 자극적인 글을 올려야 하는 것이 일베의 생리”라고 설명했다. 분야별 게시판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은 일간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하고 회원 등급도 올라간다. 극우 색깔을 드러낸 글 외에도 선정적 콘텐츠가 일베에 넘쳐나는 이유다. [쇠퇴기?] ‘폭식 퍼포먼스’ 이후 하락…“힘 떨어질 것” 그렇다면 일베의 미래는 어떨까. ‘폭식 퍼포먼스’ 이후 하락세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폭식 투쟁 등을 계기로 소수 극단주의자들이 떨어져 나가는 등 분화가 일어나면 커뮤니티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때 유행했던 ‘싸이월드’가 명성을 잃었듯 커뮤니티에도 생로병사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유머’를 기반으로 한 일베에서 ‘재미없다’는 얘기가 나오면 하향세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들레헴의 화해

    베들레헴의 화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 중동 순방에 나섰다. 바티칸과 교황은 “기도하는 자의 성지 순례”라며 종교 행사로 선을 그었지만 종교적, 정치적 전쟁으로 얼룩진 중동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지를 피하기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영토 분쟁 지역과 가톨릭·동방정교회·유대교·이슬람교 갈등 지역을 방문해 화해와 평화를 설파하고 있다. 첫날 요르단 암만의 시리아 난민촌을 방문한 그는 사실상 종파 분쟁인 시리아 내전에 대해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교황은 “수많은 난민의 유입에 따라 인도주의적 비상 상황을 맞게 된 요르단을 국제사회가 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며 협력을 호소했다. 둘째 날인 25일에는 팔레스타인이 통치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했다.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팔레스타인을 직접 방문한 교황은 그가 처음이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교황이 베들레헴 구유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을 바티칸에 초대하고 싶다”고 밝히자 양측은 즉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아바스 수반의 대변인은 “(바티칸에서의) 정상회담이 6월에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페레스 대통령 측은 “교황의 초청을 환영한다. 대통령은 평화를 가져오는 모든 방안을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교황은 아바스 수반을 만난 뒤 난민촌으로 향했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이동해 역대 교황 중 최초로 ‘헤르츨의 무덤’에 헌화한다. 유대계 언론인 테오도어 헤르츨은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 운동)의 창시자로 유대 국가 건설을 주장한 인물이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가진 ‘마가의 다락방’(시나클)을 방문해 미사를 집전한다. 가톨릭,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 성지로 여기는 만찬방에서 교황이 미사를 개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교황은 이번 순방에서 오랜 친구인 아르헨티나의 유대교 랍비, 이슬람교 지도자와 동행했다. 바티칸은 교황이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공식 일정에 동행하는 것은 최초라고 밝혔다. 종교적 분쟁을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또한 예루살렘에서 동방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총대주교와 만나 가톨릭과 동방정교회 간의 우호 선언에 서명할 계획이다. 1054년 전 종교적 원칙 문제로 갈라진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관계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의 광폭 행보가 긴장 완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특히 헤르츨 무덤 방문, 마가의 다락방 미사 등에 대해 각각 이해가 다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불만이 크다.이스라엘 경찰은 극단주의자 15명에 대해 교황 방문지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으며 교황 방문지에서 시위 중인 극단주의자 26명을 체포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한국 정치·경제적 성과’ 세계의 칭찬 릴레이

    ‘한국 정치·경제적 성과’ 세계의 칭찬 릴레이

    ■캐머런 英 총리 “경제강국 韓, 등불 같아”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성과에 대한 세계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국을 “열린 정부로 국가 발전을 이끈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캐머런 총리는 31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개최된 ‘열린 정부 파트너십’ 국제회의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한국을 ‘세계의 등불’이라고 소개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개막 연설에서 투명한 정부가 21세기 성공 국가의 필수조건임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 네번째 경제강국인 한국은 말 그대로 등불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한국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로 청소년 독서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고 평균 수명이 81세라는 점 등을 덕목으로 꼽았다. 또 휴전선으로 분단된 한반도 상황을 언급하며 남북한의 격차가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도 밝혔다. 그는 “한쪽은 개방적인 민주주의 실천으로 활기찬 시장 경제의 성공을 이끌었지만 다른 쪽은 폐쇄적이고 부패한 독재체제로 경제가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리적 위치와 자연환경, 종교는 국가의 번영과 무관하다”면서 “투명한 정치 체제가 뒷받침하는 개방된 경제야말로 국가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아랍권 방송 편집장 “중동은 韓 성공 배워야”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아 영문판의 파이살 J 압바스편집장이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의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격변기의 중동국가들이 한국의 사례를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압바스 편집장은 ‘한국으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과 중동국가들이 모두 20세기 초반 경제 혼란, 정치 불안 등을 겪었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동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민주주의에 생소했고 경제·산업 측면에서도 서구에 한참 뒤처져 있었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처참하게 실패한 중동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모두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안타깝게도 중동의 대다수 국가에서는 (한국처럼) 여성을 국가 수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고사하고 아직 자유선거를 논의하는 것조차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한·중동 협력포럼에 참석했다는 압바스 편집장은 “지금까지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전통을 자랑스럽게 지키면서 현대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존경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서구적인 것을 반대하는 중동의 극단주의자들에게 한국은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Weekend inside] 아랍 동성애자에겐 머나먼 ‘사랑의 봄’

    [Weekend inside] 아랍 동성애자에겐 머나먼 ‘사랑의 봄’

    중동 권력 지도를 바꾼 ‘아랍의 봄’이 성적 소수자에겐 ‘혹독한 겨울’이 되고 있다. 개인의 신념과 성적 취향이 존중되는 사회가 들어서길 기대했던 튀니지, 이집트 등 혁명의 진앙지에서 권력을 잡은 강경보수파가 종전의 동성애 금지법을 유지한 채 탄압의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함마디 지발리 튀니지 총리는 기존의 반(反)동성애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총선 전만 해도 집권 엔나흐다당 지도자들은 동성애자의 존엄성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대부분인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로 이는 ‘공약’(空約)에 그쳤다. 심지어 인권장관인 사미르 딜루는 지난 4일 TV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치료가 필요한 성도착증”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튀니지의 동성애자들은 대부분 희망을 버리고 고국을 등지려 하고 있다. 국제동성애인권위원회(IGLHRC)의 호세인 알리자데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적 자각이 보수적인 이슬람법의 해석을 강화하고 성 문제를 더 억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웹사이트 ‘중동 동성애’(GME)의 댄 리타우어 편집장은 “시리아 등 중동에는 동성애자가 정권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사회 변혁이 성적 소수자에게 부메랑이 된 대표적인 나라는 이라크다. 2003년 미국 침공 이전 이라크정권은 독재국가였지만 성적 풍습까진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이라크 사회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의심만 받아도 살해, 납치, 강간, 고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3년 이후 700명 이상이 죽임을 당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성애 탄압국으로 낙인찍혔다. 국제동성애협회(ILGA)에 따르면 동성애가 불법인 나라는 2011년 현재 76개국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선 전체 국가의 50%,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터키, 요르단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동성애를 ‘범죄’로 보아 금지한다. 특히 이란,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남수단, 모리타니 등 5개국은 동성애자를 사형으로 다스린다. 나이지리아와 소말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사형을 선고하기 일쑤다. 동성애가 합법인 나라에서는 우회적으로 성적 소수자를 괴롭힌다. 요르단에서는 남성들이 어울리는 현장을 급습해 불법 음주 혐의를 씌우는가 하면 터키에서는 당국이 이들을 철저히 감시한다. 터키에서는 2008년 동성애자인 20대 아들을 아버지가 ‘명예살인’이라는 명목으로 살해하는 참극도 벌어졌다. 정치적 억압으로도 악용된다. 유력한 차기 총리감이던 안와르 이브라힘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2차례나 동성애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1998년 부총리 퇴임 이후 동성애자로 몰려 6년간 옥살이를 하다 무죄로 밝혀져 석방된 그는 2008년 다시 전 보좌관의 고발로 기소됐다가 지난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아랍 청년들이 동성애 인권운동을 펴는가 하면 동성애 금지가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코란(이슬람 경전)은 동성애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슬람권의 오랜 편견은 쉽게 거둬지지 않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고급차 67대 불지른 20대 남성…왜?

    독일에서 지난 수개월간 고급차를 포함한 각종 차량에 불을 지른 상습 방화범이 붙잡혔다고 23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빌트 등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 주 범죄수사국(LKA·이하 경찰)이 지난 5개월간 고급차 67대를 포함한 차량 100대 이상에 불을 지른 20대 무직 남성을 체포했다. 조사 결과, 용의자는 지난 6월 이후 아우디와 BMW,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고급 명차 67대에 불을 질렀으며, 자택 주변에 주차됐던 차량 35대에도 방화했다고 진술했다. 이들 외신에 따르면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는 차량 방화가 급증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19일 치러진 지방선거를 겨냥한 일부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체포된 용의자는 부자에 대한 질투와 좌절감에 따른 행동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는 범행 동기로 “빚을 안고 있는 자신의 인생이 비참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좋은 차를 가진 사람들이 행복해 미웠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베를린 차량 방화사건은 470건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모방 범죄나 다른 이유를 가진 추가 용의자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 수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경찰 측은 전했다. 한편 독일 경찰당국은 연방 기관에 원조를 요청하고 첨단 장비와 열 감지 카메라를 탑재한 헬기를 도입해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지구촌 테러공포 확산] 전문가가 본 지구촌 동시다발 테러 원인·해법

    [지구촌 테러공포 확산] 전문가가 본 지구촌 동시다발 테러 원인·해법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테러. 테러는 누가 왜 저지르는 것일까. 테러를 막기 위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는 안전한 것일까. 국제안보분야 전문가들의 진단을 들어봤다. ●누가 테러를 저질렀나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송유관 폭파에 대해 예멘의 지방 부족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알카에다 입장에서 예멘 남부 사막지대에 있는 송유관을 파괴하는 것이 무슨 정치적 이득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알카에다를 만악의 근원으로 보는 것은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면서 “차분하고 명확한 근거와 준거를 갖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소행이라고 본다.”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원하는 것은 이슬람 가치 훼손에 대한 문제 제기다. 그건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누가 그들을 테러로 이끄는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예멘, 아프간, 파키스탄, 수단 등에서 젊은이들을 테러로 이끄는 공통분모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세계적인 양극화로 인한 소외”다. 그는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소외되는 ‘실패 국가’ ‘취약 국가’가 발생하고 그 속에서도 소외되는 집단들의 불만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21세기 테러리즘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 집단은 취약 국가의 부유층한테선 자금을 지원받고 빈곤층에선 인력을 공급받는다.”고 말했다. 서 교수도 “테러는 사회·경제·정치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 운동가들 상당수가 대학 출신 실업자들”이라면서 “중동 국가들 대부분이 독재 치하에 있다는 점과 희망이 없는 젊은 세대의 저항이 맞물리면서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테러 대응 해법은 무엇인가 이 실장은 “테러는 일국 차원의 대응으론 효과가 없다.”면서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근본적으로 테러라는 게 사회 저층의 불만 표출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개발 지원,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이 아프간에 집중하자 테러 세력이 이젠 예멘으로 흘러가는 ‘풍선 효과’가 존재한다.”면서 “세계 차원의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단언했다. 서 교수도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폭탄 제조법을 익힐 수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결국 예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한국도 이제는 소외 계층이 일으키는 테러 문제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중동 출신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확대하고 차별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G20 회의에 어떤 영향 미칠까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 체계를 뚫고 한국에 입국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뿐더러 정보 당국의 시야 안에 있다.”면서 “한국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도 “송유관 폭파는 G20 개최 자체에 대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서울회의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슬람권 평화활동가 시각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자업자득’이라며 피랍인들을 향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역할론과 책임론을 두고 ‘반미운동’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군사대응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가족들은 그때마다 피가 마른다. 이슬람권에서 평화활동을 해온 청년 운동가 두 명이 만났다. 안영민(36) ‘경계를넘어’ 활동가와 이동화(33)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두 사람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레바논 등 분쟁지역을 오가며 평화운동을 해왔다. 이동화씨는 최근 무슬림이 됐다. 피랍사태를 지켜본 두 사람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입말 그대로 옮겼다. ●“‘람보’ 기대하는 건 인질 죽으란 말” 이동화:“잘됐네”“이번 기회에 순교하면 되겠네”…. 피랍사실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 반응이 이랬잖아. 너무 놀랐어. 냉소를 넘어 거의 증오에 가까웠어. 안영민:국제평화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 기독교의 봉사활동을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 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오직 ‘미전도 종족’이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으니까. 이:내가 2005년 요르단에 머무를 때 정말 화났던 게 뭐였냐면 말야. 이라크에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선교사들 중 일부는 한국 강남쯤 되는 곳에서 호화롭게 살면서 가난한 무슬림을 하찮게 보는데, 정말 기가 막히는 거야. 안:그렇다고 ‘너희가 선교하러 갔으니까 너희 책임이다.’라는 건 너무 가혹하지. 이:형 말이 맞아. 비판할 건 비판해야겠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잖아. 지금은 비판보다는 생명을 걱정하는 게 우선이니까. 안:더 심각한 건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납치된 사람들이 미국인이나 프랑스인이었어도 그런 말이 나왔을까. 아닐 거야. 하지만 실제 군사작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야. 지금은 말뿐이지만, 상황이 장기화돼서 더 이상 기다려도 소용없다고 판단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밀고 들어갈 수도 있어. 이:미국은 그렇다 치고 한국 네티즌들이 군사작전 운운하는 게 더 놀랍지. 할리우드 인질구출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 현실에서 람보를 기대하는 건 말 그대로 ‘인질 다 죽어라’잖아. 안: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미국 책임론’을 반미로 몰아가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냐?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지? 사실 아프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 사람 목숨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이:정부 협상력이 제대로 안 통하는 거 봐. 벌써 두 사람이 죽었어. 사람들이 미국을 거론하는 건 미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인 데 말이야. ●“국내 무슬림 희생양 돼선 안돼” 안:언론에도 아쉬운 점이 있어.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가로운 요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미국이 아프간에 들어간 이유가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때문이란 사실, 한국인은 두 명이 죽었지만 그간 미국과 나토군의 폭격으로 죽어간 아프간 국민이 수만명이었다는 사실 등도 한번쯤 보도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이:속보도 중요하지만 아프간 정부-탈레반, 아프간 정부-미국, 탈레반-미국 간의 역사·정치적 배경을 함께 짚어줬다면 독자들이 피랍사태의 전후 맥락을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안:얼마 전 부산에서 술 취한 사람이 이슬람사원 유리창 깨고 그랬다면서? 무슬림으로서 어떻게 생각해? 이:내 무슬림 친구들이 정말 우려했던 게 바로 그거야. 왜 한국 사람들은 탈레반을 무슬림과 동일시하냐고 그래. 자기들도 탈레반이 싫고, 아랍권에선 탈레반을 무슬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억울하다는 거야.‘우린 한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와서 깽판을 쳐도 한국 사람 전체를 욕하진 않는데, 왜 한국 사람들은 탈레반의 행태를 두고 이슬람 전체를 욕하냐’는 거지.9·11사태 이후 ‘무슬림=테러, 코란=칼’로 각인된 이미지 탓이 크다고 봐. 안:탈레반은 정말 나쁜 짓 많이 했지. 사람도 많이 죽였고, 여성 인권도 억압했고. 하지만 탈레반은 무슬림의 일부분일 뿐이야. 언론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원리주의자’‘근본주의자’란 표현인데, 자꾸 이 부분만 부각되니까 결국 이게 전부인 것처럼 되는 거야. 이:2003∼2004년 이라크 전쟁 때 현지에 있었는데, 더 이상 최악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너무 평안한 거야. 도대체 알 수 없는 평안의 정체가 뭘까 궁금했어. 결국 찾은 답이 무슬림이란 종교였어. 난 총도 안 쏘고 폭탄도 안 터지는 한국에서 늘 머리가 깨지는 듯 했는데…. 내가 무슬림이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그들의 실제 삶을 봤기 때문이야. 안:아프간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국에 많이 전해야겠다고 생각해. 이슬람제국 건설이 아닌 여성인권과 민주주의를 원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까 자꾸 오해가 생긴다고 봐. 그 오해를 없애는 게 우리 할 일이기도 하고. 정리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아프간 정부 권한없단 말만…”

    “또 하루를 넘겼지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닷새째인 23일 협상 시한이 세번째 연장되자 온 한국민이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이 제시한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재소자의 맞교환 요구를 거부하면서 짙은 한숨도 터져 나왔다. 이날 현지언론 등을 통해 탈레반과 한국 정부의 직접 협상론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요구에 이어 ‘경제적 보상’이 주요 조건으로 부상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 양 갈래로 협상 전선을 확대한 점, 인질들에 대해 비교적 양호한 대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방 협상의 시간을 번 만큼 가시적 성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탈레반이 재차 협상 시한을 연장하면서 피랍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띌 가능성이 커졌다. 혼선 속에서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적어도 탈레반이 협상을 통해 실익을 챙기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한국인 인질 23명과 탈레반 수감자와의 맞교환 요구이다. 수감자 석방은 아프간 정부의 주권 문제이지만 미국·영국 등 주둔 연합군의 막후 입장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압둘 하디 칼리드 아프간 내무차관이 인질과 수감자 교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탈레반 대변인 유수프 아마디는 “인질과 동수인 수감자 23명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아프간) 정부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는 권한이 없다고만 말한다.”면서 “그들은 협상의 전권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거점 지역인 남부 카라바흐 부족장 등 부족 원로를 중개인으로 내세운 협상이 기대와 달리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사태 장기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탈레반은 3차 시한인 23일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11시30분)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면서 국면은 다시 바뀌었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이날 “우리가 한국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는지 알리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협상 시한을 24시간 연장하면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의 직접 접촉을 또 다시 촉구했다. 시선은 아프간 정부를 배제한 채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꺼내놓을 구체적인 주문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나토가 주도하는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댄 맥닐 사령관은 “극단주의자들과의 직접 협상은 좋은 생각이 아니며 납치를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기 때문에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날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와 인터뷰에서 “한국인을 수용한 각 그룹마다 자살폭탄 대원이 배치돼 있다.”면서 “이들 대원은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고 있다.”고 인질 감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만약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는 모험을 감행한다면 인질 처형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군 병력이 진입할 경우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따라서 아프간 군 당국 등이 섣불리 구출 작전에 나설 경우, 끔찍한 인질 처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 대변인은 “우리는 개로 하여금 사람을 물도록 하는 기독교도나 유대인이 아니다.”고도 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머리 잘린 마호메트라니…

    독일의 한 극장이 무슬림의 분노를 우려해 오페라 공연을 취소한 데 대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비난하는 등 정치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예술의 자유가 침해됐을 뿐 아니라 무슬림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았다는 것이다. 베를린의 도이체오퍼 극장은 26일(현지시간) 모차르트의 1781년 오페라작 ‘이도메네오’의 11월 공연을 갑자기 취소하면서 “보안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대 크레타섬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2002년 초연 때도 주인공 이도메네오왕이 포세이돈과 예수, 부처, 마호메트의 잘린 머리를 들어 보이는 장면이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메르켈 총리는 27일 일간 노이에 프레세 회견에서 “공포에 의한 자기 검열”이라며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를 두려워해 점점 더 후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내무장관도 “(공연 취소는) 미친 짓”이라고 말했고 마리아 뵈머 통합담당관은 “무슬림 전체를 폭력 혐의자로 모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무슬림중앙협회의 아이만 마지멕 사무총장은 “종교적 광신자들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라 보안 당국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월드이슈] 차별받는 이민 2·3세 ‘자생적 테러범’으로

    |파리 함혜리특파원|지난 10일 적발된 항공기 연쇄 테러 음모는 겉으로는 유럽 사회에 동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민 2세들이 ‘자생적 테러리스트’로의 변신을 꿈꾸며 끔찍한 계획을 모의했다는 점에서 지구촌의 공포를 더욱 키웠다.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축구 문화를 즐기는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로 이들은 유럽 문화에 결코 동화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공격 같은 ‘순교의 길’을 걷고자 했다는 것이 영국 경찰이나 미국 국토안보부 등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음모 용의자들이 실제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었는지, 이들과 알카에다를 섣불리 연결지으려는 데 정치적 저의가 깔린 것은 아닌지, 이들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실제로 테러를 저지르기 직전 단계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물론 이들이 출현할 수밖에 없는 유럽과 미주 대륙의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바꿔야만 이들을 근절할 수 있다는 반성과 교훈은 논란과는 별도의 몫으로 남는다. ●테러리스트는 이웃에 있다 런던 동부 외곽에 있는 퀸즈로드 104번지. 이슬람 모스크 맞은편의 허름한 벽돌집 앞을 경찰관 2명이 지키고 서 있다. 파키스탄인들이 드나드는 미장원 바로 옆의 이 집에서 런던발 항공기 폭파 음모의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인 의과대학생 와히드 자만(22) 가족이 살고 있다. 와히드의 친구인 아민은 “어릴 때부터 줄곧 알고 지냈지만 그는 성실하고 조용하며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이라며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네 식품점 주인도 그에 대해 “정치에 별로 관심 없으며 다른 젊은이들을 잘 도와주던 착한 무슬림 청년’이라고 말했다. 와히드처럼 평범한 겉모습의 이들 자생적 테러리스트와 알카에다를 연결짓는 고리는 이들이 대부분 파키스탄계 이민 2세들이며 파키스탄으로부터 테러 실행 자금을 전달받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용의자 일부는 지난해 7·7 런던테러 실행범인 시디크 칸, 세자드 탄위르와 비슷한 시기에 파키스탄 종교학교 ‘마드라스’에 다닌 것으로 영국 경찰은 보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음모를 사전 분쇄하는 데 공이 큰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당국은 자신들이 직접 검거한 7명 중 이번 음모의 주동자격인 라시드 라우프(27)와 마티우 라만(29)이 알카에다 고위직과 연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라우프는 2004년 4월 영국 버밍엄에서 숙부가 피살된 사건 직후 출국했으며, 파키스탄에서 인터넷을 통해 영국의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영국 경찰은 테러범들을 급습한 현장에서 자살 공격을 다짐하는 ‘순교 테이프’를 발견했으며, 이같은 방식은 9·11과 비슷한 알카에다 특유의 방식이라고 밝혔다. 미국 CNN은 16일 이번 테러 음모의 실행 자금으로 지난해 파키스탄 지진 구호자금이 지원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수사당국의 전언을 전하고 있다. ●종교적 극단과 정부에 대한 증오의 결합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라임 알라프 연구원은 “영국의 다문화 모델이 이제 이민 가정의 자녀에게도 정착됐음을 보여준다.”며 “모두 영국식 교육을 제대로 받았고, 사회 적응도 훌륭하게 하고 있던 젊은이들이 영국을 왜 공격하는지가 큰 의문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자생적 테러가 고착화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이민 2,3세들이 느끼는 차별과 사회에서의 소외감을 들 수 있다. 런던 동부의 무슬림 거주지역인 월섬스토에 사는 이브라임은 “영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이곳에서 학교에 다녔고 영어도 완벽하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완전히 영국 사회에 동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내 무슬림 청년의 실업률은 25%에 달한다. 같은 또래의 영국 젊은이 실업률이 2.8%인데 비하면 매우 높다. 파키스탄 이민자들의 극단에 가까운 종교적 보수성과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좇는 영국 정부에 대한 증오심도 자생적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 파키스탄이나 카슈미르 출신 무슬림들의 경우, 여자들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사원에도 출입할 수 없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젊은이들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부시 행정부와 공동전선을 구축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혹은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점에 적개심을 품고 있다. 지난해 런던 7·7 테러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160만명의 영국내 무슬림 가운데 20%는 자폭 공격을 가하는 범인들의 심경에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선 70%가 테러에 관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할 용의가 있지만,18%는 영국이란 나라에 대해 어떤 충성심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슬람 학교의 한 교사는 “부모 세대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영국에 이민와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 것을 추구한다.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통해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접하면서 그들처럼 적(미국과 영국)을 상대하면 안된다고 결심한다.”고 말했다. ●알카에다와 성급한 연결은 잘못 그러나 알카에다와 이들을 연결짓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알카에다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분쇄하기 전의 조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나아가 알카에다가 이미 국제적인 규모의 테러를 조직할 수 있는 힘을 잃고 사회운동의 ‘두뇌´로 전환했다는 분석으로 나아간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테러조직을 이해하며’라는 저서를 낸 마크 세이지먼은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이슬람식 사회운동에 뛰어들고 있으며 알카에다는 다만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역시 CIA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한 적이 있는 마이클 슈어는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훈련이나 자금 모집을 통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관계가 지휘나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이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우리는 알카에다가 지휘계통을 갖춘 조직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그러나 지휘도 없고 통제도 없는 맹목적인 모방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논리다. lotus@seoul.co.kr ■ 인터넷서 모의·폭탄제조법까지 익혀 ▶자생(homegrown) 테러란. -2001년 미국의 쌍둥이 빌딩 등을 폭파한 9·11 테러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의해 일어났다면 자생 테러는 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사람이 국제조직과 연계하거나 영향을 받아 자국민을 상대로 공격을 자행하는 경우다.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와 지난해 런던 7·7 테러 등이 대표적이다. ▶활동 특징은. -인터넷 등으로 원활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인터넷은 국제 정세를 배우고 폭탄 제조법까지 습득하는 총체적 학습장이다. 이들의 방에선 자살폭탄 ‘순교자’의 비디오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지난 6월 사전에 적발된 캐나다 테러처럼 토론토 교외에 군사훈련 캠프를 차리기도 하지만 외국에서 훈련을 받고 오는 경우도 많다. 파키스탄 이슬람 학교 ‘마드라스’가 원리주의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누가 테러리스트가 되나. -어려서 이민을 왔거나 태어난 이민 2세들이 정체성 위기를 겪다가 국내·외의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접촉,‘지하드(성전) 세대’가 된다. 일부는 유복한 가정의 자녀들로, 캐나다 테러의 경우 중산층 10대가 5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이웃들은 이들이 원래 평범했다고 증언한다. 마드리드 테러의 한 가담자는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었고 거사일 직전에도 데이비드 베컴으로부터 사인을 받아낼 정도로 이슬람 원리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슬람 원리주의는 축구와 음주, 돈벌이를 싫어한다. ▶이들은 왜 테러에 가담하나. -전문가들은 무슬림 이민사회의 높은 실업률 등 ‘통합 실패’를 꼽는다.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앵그리 영 무슬림’을 낳고 있다. 영국에선 ‘파키, 파키’라며 연거푸 말하는 것은 파키스탄 등 아시아계 이민자를 경멸하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 등의 편향된 중동 정책이 기름을 붓는다. 이라크 전쟁은 테러 분쇄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바로 그 전쟁 때문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다시 과격 조직에 가담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국제조직과의 연계는. -알카에다는 더이상 단순한 테러조직이 아니다.1979년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시 오사마 빈 라덴이 만든 알카에다는 이제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신 반미·반이스라엘·반서구·반세계화 등을 의미하는 넓은 의미의 사회운동 ‘카에디즘’이 더 무섭게 번지고 있다. 알카에다의 직접 지휘를 받지 않고도 카에디즘을 신봉하며 그들의 수법을 따라한다. ▶자생 테러의 심각성은 어디에. -미국과 그 우방국은 9·11 이후 테러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자생 테러는 도처에서 터지고 있다. 나라 안에서 싹트는 ‘적’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기는 더 어렵다. 시민들의 공포감은 그만큼 더 커지고 이질적 사회집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따돌림도 자라난다. 서구의 무슬림 사회는 또다른 테러의 피해 집단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상대적으로 감시 소홀한 여성 가담늘어 ‘테러리스트들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10일 영국에서 적발된 항공기 연쇄 테러 용의자 24명 가운데 3명의 여성과 어엿한 직업을 가진 중년 남성, 대학 교육까지 마친 청년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어느 순간 테러리스트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6일 지적했다. 이들은 극단주의자로 분류되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테러리스트로 쓰임새가 넓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여성이 테러에 관련된 것은 “우리들이 테러리스트에 대해 가졌던 기존 관념을 모두 내던지는 것”이라고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싱크탱크 란드 법인의 정책 분석가 파르하나 알리는 말했다. 런던 동부 월섬스토에서 체포된 코사르 알리(23)는 생후 8개월된 사내 아기를 둔 어머니였다. 영국은행은 지난주 그녀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그녀는 남편 아메드 압둘라 알리와 함께 구금됐다. 이들 부부는 액체 폭탄을 젖병에 넣어 기내에 들어가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란드 법인의 알리는 “최소한 3명의 여성 자살폭탄 테러범이 이라크에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미군 호송대에 자폭공격을 가했던 벨기에 여성은 최초의 서양인 여성으로 성전이란 이름 아래 테러를 감행했다.”고 말했다. 알리는 “여성도 남성처럼 분노하고 환멸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은 권력 기관의 감시를 덜 받기 때문에 테러리스트 집단에게 “훌륭한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슬림 극단주의 집단에서 여성들은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지도자로 활동하기보다는 자금을 운반하거나 급사로 일하며 무기를 나르는 일 등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정보기관 요원들은 이번에 검거된 여성들이 항공기 테러 음모를 꾸민 조직의 일원일 것이라고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 기술(IT)과 같은 보조 업무에 얼마든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기가 자폭 공격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거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공항 보안요원들은 승객들이 갖고 오는 젖병에 폭발성 물질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맛보아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하리리 암살에 시리아 개입”

    TEXT 유엔이 지난 2월 발생한 라피크 알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 암살사건에 시리아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시리아에 대한 제재방안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4개월 동안 이 사건을 조사해온 유엔 조사단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 사건을 “테러 행위”로 정의한 뒤 “최고위급 시리아 안보관리들의 승인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2월14일 발생한 하리리 암살사건은 레바논의 이른바 ‘백향목 혁명’을 촉발시켰으며 29년 만에 시리아군의 완전 철수,6월 총선에서 반시리아계 야당연합의 승리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하리리가 암살당하기 전 시리아와 레바논 정보당국이 전화도청을 통해 그를 감시했고, 사고현장 근처에서는 통신안테나가 전파방해를 받았다고 밝혔다.“지난해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군의 레바논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뒤 레바논과 시리아의 고위 관리들이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을 결정했다.”는 레바논 거주 시리아인의 진술도 시리아 개입의 근거로 제시했다. 또 같은해 8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하리리와 만난 자리에서 친시리아계인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의 임기를 3년 연장할 것을 제의했으나 하리리가 강력 반대한 뒤 시리아 정보당국이 하리리에게 경고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조사가 사실상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매형이자 시리아 정보당국 책임자로 권력 2인자인 아세프 샤우카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 보고서를 계기로 시리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조사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찾아냈으며,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시리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하고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유엔 안보리는 오는 25일 데틀레프 메흘리스 조사단장으로부터 정식 보고를 받는다. 신문은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 유엔 안보리가 시리아에 경제·외교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 협상과 중재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다음주 레바논에 대한 시리아의 간섭 중단 및 무장 해제를 요구한 안보리 결의안 1559호를 시리아가 준수했는지를 조사한 보고서가 유엔에 제출될 예정이어서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시리아 공보장관은 유엔 보고서에 대해 “시리아 정부에 적대적인 인사들의 주장만을 근거로 작성된 정치적 성명”이라고 비난했다.장택동기자 외신종합 taeck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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