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올인전략’과 ‘테마공천’
나이 지긋한 한 어른이 ‘올인 전략’은 뭐고,‘테마 공천’은 뭐냐고 묻는다.올인 전략은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하는 것이며,테마 공천은 그럴듯하게 보이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대답했다.이번 총선에서 정당들이 ‘테마로 올인’하려고 한다는 설명을 덧붙여서….반응은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이 한마디였다.
설 연휴를 전후해 올인이니 테마니 해가면서 정치권이 소용돌이치고 있다.이 대목에서 테마는 깜짝쇼라는 이벤트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며,올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그래서 정치권의 소용돌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치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총선승리만 좇고 있는 것처럼 보여 씁쓰레하다.
지난 연휴기간동안 정치권은 민심 살피기에 주력했다고 한다.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소방서,용산역,노숙자와 독거노인 시설을 방문했고,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은 시장,장애인 합숙시설,영등포역,보육원,소방서를 방문했고 환경미화원들과 거리를 청소했다.이들이전하는 민심은 한결같이 ‘체감경기가 최악’이라는 것이다.설 연휴가 아니더라도 그늘지고 소외된 곳을 찾고,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는 것이 정치다.
이번 설은 경기도 좋지 않았지만 육류나 가금류 등 먹을거리마저도 탐탁지 않아 차례상을 더욱 썰렁하게 했다.민심을 보자.민심은 살기가 힘들고 정치는 혐오스럽다는 것이다.기업하기 어렵다느니,장사가 잘 안된다느니 하는 얘기 뒤끝에는 정치 얘기가 꼬리를 문다.대부분의 결론은 정치가 잘못하니까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정치가 다 뒤집어써야 할까마는 사상최대인 20명 가까운 현역의원들이 불법과 비리로 감옥에 갔거나,갈 예정이고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또 정치권은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말만 앞세웠지 선거가 3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정치자금법,선거법,정당법 등 관련법을 아직 단 한줄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더 가관인 것은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설연휴를 전후해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107건 162명이 경찰에 적발된 것.정치권도 문제지만 일부 출마예상자들까지 이 지경이라니.정신 못차리는 정도가 아니라 정신 나간 일이 아닌가.
올인인지 테마인지 몰라도 이제는 지역구 이동이 유행이다.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대구에서 출마한다고 선언한 것을 계기로 민주당의 호남 지역구 중진들이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배수진이건,살신성인이건간에 발상의 전환만큼은 신선해 보인다.과거 지팡이를 꽂아도 당선시킬 수 있었다던 지역정치와 보스정치,명예회복을 핑계로 한 옥중출마,내가 아니면 마누라라도 당선시키는 대리정치 풍토는 사라졌다.그래서 지역주의 패권과 기반이 없는 곳에 출마해서 심판받는다는 것이 감상적 차원에서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보자면 불안하다.살지도 않고 연고도 없는 곳에서 무엇을 심판받겠다는 것인지.전국적인 인물이라서? 유권자들을 저울질해 보기 위해서? 그래서 당선되면 유권자들의 의식이 깨어있고,낙선하면 지역감정으로 몰아붙일 텐가.유권자들은 헷갈린다.국회의원은 대략 10만명에서 30만명에 이르는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자리다.또 이번 총선에서는 정당을 선택하는 1인2표제가 보장되어 있다.전국적인 인물이라면 전국구도 있을 텐데….
어쨌든 정당들은 정치전략에 민심을 맞추려 하지 말고,민심에 정치전략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