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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해복구 ‘출장’ 조용한 여의도

    지난 59년 태풍 ‘사라’이래 가장 큰 피해를 끼쳤다는 태풍 ‘루사’와 이에 따른 수해가 정치권의 죽기살기식 싸움을 말렸다. 정치권은 3일 그간 쏟아내던 욕설·비방과 중상을 그쳤다.대신 물과 수건,먹을 것과 옷가지들을 챙겨 수해 현장으로 갔다.연말 대선까지 한치 양보없이 펼쳐질 것 같던 무한 정쟁이 수재민들의 극한고통 앞에 잠시 주춤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당분간 거당적인 수재민돕기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4일 예정된 의원연찬회는 무기한 연기했다.당소속 자치단체장들에게는 인근 수해지역 지원을 지시했다.아울러 최고위원들과 중진의원들로 8개 팀을 꾸려 김천,영동,김해,합천,제주,전·남북 등에 파견했다. 여성위원회는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부인인 한인옥(韓仁玉)씨 등 의원부인들로 구성된 봉사단도 현지에 보내기로 했다.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수해지역 지자체 등에 대해 이번 국감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민주당측과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럴 때일수록 행정을 총괄적으로 들여다보는 총리가 필요하다.”며 총리대행의 조속한 임명을 거듭 촉구하는 등 민주당과 정부에 대한 ‘견제’는 잊지 않았다. 민주당도 당사에서 재해봉사활동 선포식을 갖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2개조로 나눈 당직자 100여명을 이끌고 재해지역으로 향했다.이날은 병풍 공세도 없었다.노 후보와 한 대표는 충북 영동과경북 김천,강원 정선 등에서 삽을 들고 수레를 끌었다. 대선행보에 박차를 가하던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도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동해안을 찾았다.“태풍에 할퀸 국토를 직접 보기 위해”,승합차를 타고 갔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이같은 일은 당연한 것이지만,나름의 용기가 필요했던 듯하다.민주당 노무현후보는 “우리가 (수재민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을 줄 수있을지,위로를 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그러나 책상위에서 생각하는 것과 현장에 직접 가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며 지방행이 ‘현장 우선주의’에 따른 행동임을 강조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큰 도움은 안 되더라도 수재민들이 외롭지 않다고 느끼도록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진정 그런 노력을 다할지,그래서 수재민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천 김경운·이지운기자 kkwoon@
  • [사설] 화해와 절충의 정치 펴라

    이 나라의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존재는 무엇인가.야당은 관행이 된 총리서리제 때문에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호의적이지 않은 검찰간부를 인사조치하지 않는다며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을 강제처리하려 한다.정권은 유력한 대통령후보에 대해 기획수사를 한다는 ‘의혹’에 대해 오불관언이다.총과 대포가 없을 뿐 여야간의 증오는 전장의 그것보다 깊고,상대의 가슴을 향한 음모의 칼날은 소설속에서보다 더 예리해 보인다.국민들은 피곤하고,힘든 단계를 넘어 이제 정치가 무서워지고 있다. 국민들의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절충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길 촉구한다.왜 물러날 정권이 특정 후보를 흠집낸다는 의혹을 풀지 않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이제 대통령의 임기는 6개월이 못 남았다.대통령은 5년간의 재임기간을 온전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역할인 대통령선거 관리자로서의 공정·중립성을 쉬운 방법으로 입증해보여야 한다.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의 의석을 몰아준 국민의 뜻이 그 당의 대통령후보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이회창 대통령후보는 병역비리에 대해 잘못이 없다면서 그토록 검찰간부의 교체에 매달려야 하는지,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이미 관행화된 총리서리 제도를,두번이나 인사청문을 한 제도를 들어 느닷없이 헌법수호를 위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태도에 국민들은 벙벙하기만 하다. 모두가 아는 일을 본인들만 모르는 체하고 있다.대통령후보의 ‘약점’수사를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이판사판식 전쟁의 끝은 공멸뿐이다.이제 정말양측은 한발씩 물러나서 국민들의 생각이 무엇인지,이런 식의 싸움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절충해야 한다. 검찰은 병역비리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한나라당은 정말 잘못이 없다면,우리의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 씌울 정도로 엉망이지는 않은 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볼 일이다.또한 총리서리 제도를 병역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한 정쟁거리로 부각시키는 일도 그만둬야 한다.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는 쪽이 결국에는 이길 것이다.
  • [씨줄날줄] 종이없는 국감

    고위 공직자들은 주위사람들이 근황을 물으면 이따금 “국회에 나가 시달리는 것만 빼면 할 만하다.”고 말한다.장·차관 등 정무직일수록 더 실감나게 말한다.이들은 “국회에선 그저 고개숙이고,의원님들 비위 건드리지 않고,적당하게 넘기는 게 최고”라고 말한다.지난 정권 때 어느 총리는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계속 귀에 손을 대며 “잘 안들린다.”고 김을 뺐고,그래도 안되면 “자세히 알아 본뒤 다시 보고 드리겠다.”며 위기를 넘겼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가 곧 시작된다.벌써부터 공무원들은 한숨이다.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국감인 만큼 죽음의 통과의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들이다.“정치인들의 세치의 혀 대결에 죽어나는 것은 공무원”이라는 푸념도 들린다.국회가 열릴 때면 아예 국회로 출근하는 한 고위 공무원은 “온갖 루머와 공격이 넘실댈 텐데 어떻게 넘길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하지만 국감자료 준비에 눈코 뜰 새 없는 공무원들에겐 이같은 푸념도 사치다.본래 업무는 뒷전에 두고 자료 준비에 매달린 지오래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피감기관들이 국회의원 요구자료를 인쇄하는 데 든 비용만 4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자료 요구건수도 7만건 가까이 됐다.인쇄비용도 비용이지만 의원별 요구자료를 분류해 전달하는 것도 만만찮은 작업이다.임시국회 때 자료 등을 합하면 부처별로 해마다 몇 트럭 분량의 인쇄물이 해당 상임위원회에 전달된다.엄청난 비용과 시간 낭비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이번 국감 때 자료를 e메일로 받는 ‘종이없는 국감'을 추진하겠다고 한다.위원회 관계자는 “의원 요구자료는 물론 국감장의 업무보고 자료도 플로피 디스켓이나 CD롬으로 전환토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일부 지방청 감사는 화상감사도 추진하겠다고 한다.그동안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필요한 자료를 e메일로 받는 경우는 있었지만,상임위 차원에서 종이없는 국감이 추진되기는 처음이다.전체 상임위로 확대되고,정기국회나 임시국회에서도 활용되길 기대한다.종이없는 국감은 지방의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국회 때면 자료준비와 답변준비에매달리고,주요 공무원들이 모두 국회에 몰려 있어 행정이 마비되다시피 하는 낭비도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태환 논설위원 yunjae@
  • 오피니언 중계석/ 최장집교수 고대 특강-한국정당 ‘有이념 대중정당’ 바람직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 최장집)가 일반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최장집의 민주주의 특강’이 지난 21일 제6강을 끝으로 종강했다.최 교수는 이날 한국 정당체제가 내포한 문제점과 그로 인한 부작용,노무현·정몽준 현상의 실체,한국교육의 계급구조화 등에 관해 강의했다.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최장집교수 고대 특강 한국정치는 냉전·반공주의적 정당체제 속에 이어져 왔다.냉전·반공주의는 증오와 배제,비인간성을 조장하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와 만나면서 더욱 증폭된다. 이러한 정당체제는 서민·노동자 배제-민의 괴리 증대-투표 불참-기득권 유지-좁은 참여와 넓은 배제의 악순환을 낳았다. 정치인들은 항상 대안으로 ‘사회적 통합’을 강조하나,내용을 들여다 보면 지역적 통합밖에 없고 사회·경제적 근본문제는 도외시한다.사회적 갈등에 관한 근본적인 개념조차 없다. 1948년 이후 정당이 수없이 생기고 사라지면서 한국 정당정치는 결빙상태에 있으며,정당 제도화 수준은 아주 낮다.우리 정치의 쟁투를 보면 소수 엘리트의 단기적 정치목표를 위한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은 아무런 정치철학이나 이념적 정체성 없이 이전투구식으로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을 되풀이하고 있다.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거론되는 합종연횡 시나리오는 거의 인내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한다.한국 정당의 특징은 무(無)이념의 포괄적 간부정당인데,이를 유(有)이념의 대중정당으로 바꾸어야 한다. 개선도 필요하다.대표체계를 어떻게 민주화하고,서민 대중의 이익이 어떻게 대표될 수 있느냐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승자 독식의 현행 선거구도가 변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프랑스나 브라질처럼 2차 결선투표제가 바람직하다.이는 다당제와 정치연합을 가능케 하고 프랑스식 여야당 동거정부가 가능하게 한다. 아니면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의회중심제도 고려해볼 만하다.이렇게되면 군소정당도 입지를 갖게 돼 사회다원화에 기여할 수 있다.민주노동당등 군소정당이나 시민단체들도 제도적으로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꾸는 데 먼저 나서야 한다. ‘노풍’과 최근 정몽준 의원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한국적 정당체제에서만 가능한 현상이다.국민이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게 신물을 내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새롭고 신선한 것에 쏠린 에너지 폭발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즉,해결자·영웅 갈구현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결자’가 엄청난 국민적 갈구를 일정 시간 내에 채워줄 수는 없다.노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이런 측면에서 해석하면 된다.정몽준 의원도 월드컵 이후 노풍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으며,그가 자신에게 쏠린 국민적 갈망을 현실적으로 채워주지 못할 경우 지지도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사회의 근본 이슈는 중앙집중 완화,사회다원화,하위조직 민주화등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사회는 급속하게 계급구조화하고 있다.재벌 집중도 심화,금융자율화와 지식정보 산업화에 따른 새로운 계층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이는 실업과 노동문제를 야기해 서민생활의 열악화를 낳는다. 특히 교육이 계급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한국교육은 최근 신자유주의식 교육을 추구하고 있으며,경쟁원리에 의해 모든 정책이 정해진다.이는 대학서열화를 부추기고 계급구조의 문제를 낳았다. 군사정권의 정책 중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제도가 학력고사제 도입이다.학력고사제는 고액과외를 받거나,좋은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하면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해 계급구조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그러나 다시 입시제가 변하면서 지역·직능 등 환경에 의해 형성된 계급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대학교육을 맡은 교수들의 보수화도 문제다.현재 충원되는 대학교수는 대부분 한국 명문대를 나와 미국 명문대에서 석·박사를 하고,부유한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에 따라 대학교수들은 동질적으로 엘리트화했고,사회 개혁을 위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정리 임창용기자 sdragon@
  • [한·중 수교10돌] (下-1)성과와 전망.좌담

    지난 10년간 경제분야의 급성장을 이룩한 한·중 양국은 이같은 관계 진전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방안 모색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국제질서 속에서 한·중 관계의 정치·안보분야 자리매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대한매일은 외교통상부 박준우(朴晙雨) 아태국 심의관과 문흥호(文興鎬)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중국학과),윤동훈(尹東勳) 전자산업 진흥회연구소장을 초청,한·중 수교 10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관계 발전 방안을 짚어보는 좌담을 가졌다. ◆문흥호 교수 = 수교 전에도 활발했던 경제교류가 정치관계 회복의 도화선이 됐다.지리·경제적 특성상으로 볼 때 한·중 수교는 늦은 감이 든다.오랜 단절 뒤에 맺은 수교여서인지 변화는 한꺼번에 찾아왔고 부작용도 뒤따랐다.성과 평가와 함께 향후 10년을 위한 준비,예측이 중요하다. 한·중 수교의 밑거름은 경제였지만 이제 우리는 정치적 선린관계에서 안보적 동반관계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그러나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중국이 남북한 사이에서 세력 균형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준우 심의관 = 한·중 수교는 냉전종식이라는 세계사적인 흐름에서 우리정부가 당시 추진한 북방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 시작된 양국관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98년 10월 중국 방문으로 한·중 협력동반자 관계설정에 합의했고,이어 2000년 10월 중국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방한으로 정치외교·문화·군사 등을 포괄하는 전면적 협력 관계로 확대됐다.앞으로 군사안보 등 전면적 협력 관계로 양국 관계 발전을 추구중이다. ◆윤동훈 소장 = 한·중 수교 10년의 경제적 의의는 중국이 우리의 시장 경제에 편입됐고,우리 역시 중국의 시장 경제권에 편입됐다는 것이다.이로써 세계 4대 강대국 시장은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주무대가 됐다. 중국은 현재 세계 공산품 생산량의 5%를 점하고 있다.앞으로 10년 뒤에는 20%를 점해,미국 생산량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자료도 있다. 대(對)중국 교류에서 우리는 지리적 이점뿐만 아니라,문화적인이점을 함께 갖고 있다.우리는 중국과 동양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디지털 시대 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전자·통신 분야다.중국 수출액 중 전자부문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92년도 전자부문 대 중국 수출액은전체 수출액중 2.5%였으나,지난해엔 22.5%였다.조만간 대 중국 수출량이 대미 수출량을 추월,중국이 교역 면에서 1등 경제 파트너로 등장할 것이 예상한다.앞으로 중국은 우리의 최대 경제시장이 될 것이다. ◆문 교수 = 중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조만간 중국시장에서 흑자를 내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80년대 중국인들은 한국 대기업을 경제발전 모델로 삼았지만,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 발전모습을 표본이라 생각지 않는다.중국을 우리 ‘시장’으로만 보는 시각에는 한계가 있다.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박 심의관 = 중국과의 관계가 가까워짐에 따라 문제점도 생기게 마련이다.통계를 보면,지난해 홍콩을 포함한 대중 수출입에서 우리는131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이같은 흑자가 IMF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중국은 한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관련,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정부에 무역불균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마늘 문제 등 통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양국이 첨예하게 갈등을 겪고 있는 게 이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마늘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느냐.”며 정부를 비난하지만,가까운 나라일수록 작은 문제에서 마찰을 겪는다.원래 이웃나라와는 크고 작은 문제에서 이해관계가 걸려,싸움이 잦고 국민감정이 쉽게 촉발되곤 한다.미국과 캐나다도 우리가 모르는 조그만 분쟁들을 많이 겪었다.중국과의 통상현안이 발생할 때마다,너무 정부가 무능하다고 비난만 하지 말고,이웃나라와는 가깝기 때문에 문제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 ◆문 교수 = 마늘 문제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과 한국내 부처간 책임 공방을 볼때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정치 논리가 우선돼서는 곤란하다.앞으로 중국산 쌀 수입등 더 큰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그 때마다 특정 정당 혹은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해서는 안된다.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장기적인 차원에서 근본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윤 소장 = 한국과 중국은 전통적으로 마찰이 많았다.중국의 외교 원칙은 원교근공(遠交近攻)이다.중국 주변 국가들은 중국에 상하관계로 복종하든지,아니면 전쟁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바야흐로 시작될 경제통상전쟁의 성격을 국민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미국의 어느 통상 책임자는 “외국과 경제 협상을 할 때보다 국민에게 비준을 받을 때 두 배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우리 정부의 외교 담당자들은 외국 정부와 경제협상을 벌일 때 드는 노력의 두 배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이제까지 그 투자가 미흡했다고 본다.이 때문에 외무담당자들은 적진에서 큰 공을 세우고도,국내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받은 경우가 많았다. ◆박 심의관 = 문화 분야 교류도 크게 발전했는데,특히 대중문화 교류 차원에서 한류(韓流) 열풍이 있는 게 사실이다.그러나 중국 13억 인구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서방 풍조에 익숙지 않은 일부 중국 청소년들이 한국 가수·연예인들에게 열광하는 것이다.아마도 오랜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같아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한류의 도화선은 H·O·T 등 대중가수들과 연속극이다.‘사랑이 뭐길래’ 등 몇몇 인기 드라마는 중국에서 몇번씩 재방영이 되기도 했다.어느 중국 친구는 “중국의 연속극은 주로 상하이 등 잘 사는 지역을 배경으로 유복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뤄,나같은 서민의 삶과 유리된 것 같아 재밌지 않았다.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3세대,4세대가 한 집에 사는 등 리얼한 서민의 삶을 보여줘 친근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높은 문화적 자존심이 있는 국가이다.한때의 한류로 문화적인 오만을 갖고 접근한다면,큰 잘못이다.한류가 너무 과대포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 교수 = 한류 열풍은 젊은이들이 열풍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21세기 한·중관계의 청신호라 할 만하다.이제 문화교류는 대중문화에서 고급·전통 문화로 확산돼야 한다.문화관광부 주도 아래 다양한 문화행사를 체계적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다.자칫 잘못하면 상업적으로 흐려지기 쉽기 때문에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관광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중국인 가운데 해외여행이 가능한 사람이 우리나라 인구만큼이나 된다는 분석도 있다.한국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여행 아이템 개발이 절실하다.한국관광은 일본이나 미국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싸구려관광’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학생교류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중국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현재 중국내 한국 유학생수는 2만 2000여명이고 한국내 중국 유학생은 2000년 1600명에서 2001년 3200명으로 늘어났다.양적 팽창에도 불구,교육의 질은 낮다. 중국인 교수들은 한국 유학생(학부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한국어로 떠들거나 술을 마시느라 수업을 빼먹기 일쑤라며 유학생들의 질을 문제삼고 있다.개선돼야 할 문제다. ■좌담자 ◆박준우 - 외교부 아태국 심의관 ◆문흥호 - 한양대 국제대학원교수 ◆윤동훈 - 전자산업 진흥회연구소장
  • [2002 대선 대해부] 鄭風 허실과 신당/ 바람직한 짝짓기

    ■新黨, 정책·이념 차별화 돼야 ◇이념·정책노선 다른 집권연합은 국민적 공감 얻기 어려워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과 정계개편이라는 이름의 ‘연합게임'이 시작되고 있다.이번 KSDC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로 이회창 후보를 추월한 정몽준 의원은 정파를 넘나들며 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이번 조사결과 분석에서 나타났듯이,정 의원에 대한 지지는 이념과 정책노선에서 비롯되는 견고함은 없다.하지만 ‘정풍'(鄭風)이 불고 있고 정 의원이 선거연합게임의 주역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신당에 무임승차하는 것과 독자신당 창당을 저울질하다가 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과의 ‘합의파동' 이후 신당 창당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물론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박근혜·이인제·이한동 의원,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포함하는 이른바 5자(者)연대에 참여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더구나 정 의원 자신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나라당으로부터의 ‘연락'을 기대하는 듯한 발언까지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정 의원의 무색무취한 연합게임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무소속,무검증,무임승차? 기성 정당에 대한 반(反)정당 분위기와 정치적 냉소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무(無)소속,무(無)검증에서 비롯된 참신성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과연 정의원은 국민들 머리 속에서 어떤 인물로 그려지고 있을까? ▲민주당 중심의 신당 ▲독자신당의 창당 ▲5자연대 등 세 가지 연합 시나리오를 유권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치지도 그림의 위치에서 볼 수 있듯이,정 의원은 노무현 후보와 함께 가기에는 이념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너무 동떨어져 있다.유권자들에게 각인된 정 의원의 행적과 이미지가 민주당의 이념과 노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정치지도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정몽준-박상천 합의파동 이후 민주당 내에서 ‘왜 신당을 해야 하냐.' ‘신당은 꼼수다.' ‘왜 재벌2세 출신의 정몽준과 무원칙하게 연합해야 하느냐.'는 등의 정체성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정 의원이 남북대화나 구조조정 등에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자성론이 나오고,정 의원에게 민주당 의원 113명이 망신당했다는 자괴감까지 토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의원이 노 후보의 장벽을 넘어 신당에 무임승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반 이회창(反 李會昌)과 비 노무현(非 盧武鉉)인 5자 연대 역시 쉽지 않을 것임이 예고되고 있다.정치지도는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이 정치사를 통해 느끼고 경험한 이념적 의미를 요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5자 연대는 노무현-정몽준 연합보다는 정치노선 면에서는 일견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그러나 이인제 의원과 정몽준 의원은 물론 5자간의 정책적·정서적 거리감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반 이회창 5자 연대 역시 유권자의 생각을 반영한 연대라기보다는 정치인들간에 자리를 나누는 정략적 야합이라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크다. ◇5자 연대,유권자들의 생각과 달라 유권자들은 5자 연대를 영남과 충청,경기를 포함하는 지역연합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이러한 지역연합은 5자의 중앙 부근에 위치한 이회창 후보와의 지역기반 경쟁이 불가피하다.현재 이회창 후보가 이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5자 연대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다.5자 연대와 이회창후보의 보수진영 경쟁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현재 정 의원의 지지기반은 젊은 층에서 노무현 후보와 중첩되는 양상이지만,정 의원이 5자 연대에 나설 경우 이들의 정치지도상 위치는 궁극적으로 영남과 보수층에서 이회창 후보와 경쟁하게 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낸다.이 경쟁에서 역시 현재는 이 후보의 상대적 우위가 공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5자 연대가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정 의원이 진지하게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면 정 의원의 선택은 좌회전해서 노무현 후보와 경쟁하느냐,우회전해서 5자 연대를 통해 이회창 후보와 경쟁하느냐에 있다.물론 일단 독자신당을 창당하는 방법도 있지만,이 경우에도 정 의원은 당의 노선을 분명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정 의원은 월드컵을 통해 국민 모두를 기쁘게 할 수는 있었지만,정치에서 모두를 기쁘게 할 수는 없다.정책과 연계되지 않은 ‘정풍'(鄭風)은 허상일 뿐이고,노선 없는 정치는 인기 위주의 이미지 정치에 지나지 않는다.이제 정몽준 의원의 오리무중 연합게임은 막바지에 다다랐다. ■여론조사 상세분석/ 鄭 지지율 한달새 6%P 껑충 대한매일과 KSDC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의원이 오는 12월의 대통령선거에서 제 3후보로 출마할 경우 29.3%를 얻어 한나라당 이회창(26.9%) 후보와 민주 신당 노무현(17.3%)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를 7월의 조사와 비교해 보면 대선 후보 가상대결 추이에서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 발견된다.한 가지 특징은 이 후보와 노 후보의 지지도는 동반하락한 반면 정 의원의 지지도는 계속해서 상승했다. 이 후보의 지지도는 7월보다 9.8% 포인트,노 후보의 지지도는 5.3% 포인트가 각각 떨어졌다.반면 정 의원의 지지는 6%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살펴보면,20대에서 정 의원의 지지도가 16.7% 포인트 급상승한 반면 이 후보의 지지는 11.2% 포인트가 낮아졌다.30대에서도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정 의원의 지지는 5.9% 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 후보와 노 후보의 지지는 각각 7.9% 포인트와 4.3% 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에서는 후보별 지지도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이 후보의 핵심지지 연령층인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도가 18.7% 포인트 하락했지만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지지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과 영남지역에서 정 의원 지지도 상승이 주목할 만하다.서울과 인천·경기지역에서 정 의원의 지지는 각각 8.5% 포인트와 6.4% 포인트 상승했다.반면 이 후보의 지지는 각각 9.6% 포인트와 8.1% 포인트 떨어졌다.한편 영남지역에서도 이 후보의 지지도 하락과 정 의원의 지지도상승 현상이 뚜렷했다. 이 후보는 7월까지만 해도 자신의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50% 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8월 조사에서는 대구·경북에서 41.9%,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38.1%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반면 정 의원의 지지도는 대구·경북에서 8.5% 상승했고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는 27.3%로 7월보다 4.7% 높은 지지를 받았다.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은 호남지역에서 정 의원의 지지가 33.5%로 노 후보(31.1%)보다 2.4% 포인트 앞섰다는 점이다.이러한 결과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신당에 정 의원이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여겨진다.8월 조사에서 나타난 또다른 특징은 무응답층의 규모가 크게 늘어난 점이다.7월 조사에서는 무응답층의 규모는 17.4%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6.4%로 9% 포인트높아졌다. 특히 ▲중졸 이하의 저학력층(41.3%) ▲1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38.3%) ▲호남지역(31.7%) 등 친여(친 민주당) 계층과 ▲50대 이상의 고연령층(36.2%) ▲전문직(37.5%)에서 부동층의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이러한 결과는 여야간 5대의혹 및 3대 공작 제기 등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면서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혐오가 증폭된 결과로 여겨진다. ■유권자 정치지도 분석/ 盧·李후보 좌우대칭 형태 최근 대립구도 극명히 표출 다차원 척도법에 의해 형상화된 한국의 정치지도는 오늘의 한국정치를 마치 사진 찍은것처럼 보여준다.이 지도상의 평면공간은 이념적 의미를 가지는데,공간이론에서 이념은 유권자 개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정치환경을 이해하는 데 활용하는 도구다. 정치지도는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각각 좌우에 위치시킴으로써 유권자들이 인지하는 최근의 여야 대립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도상의 붉은선은 대북지원정책에 대한 찬반으로 좌우를 각각 진보와 보수로 구분한다.각 정치인을 이 선에서 직각으로 이어보면,대북지원 정책에서 이회창 후보,자민련 김종필 총재,이인제·박근혜 의원 등은 상당히 보수적이다.정몽준·이한동 의원,고건 전 서울시장은 중도 내지 온건한 진보다.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후보는 진보적 인사로 자리매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녹색선은 경제 측면에서 분배와 성장의 정책 차원으로 역시 좌우를 진보와 보수로 구분한다.대북지원정책에서 중도적 입장에 있는 정몽준 의원이 경제정책에서는 성장위주 정책으로 치우친 것으로 인식된다.반면 김종필 총재와 이인제 의원은 중도적 위치에 속한다. 파란선은 영·호남의 지역구도를 보여준다(왼쪽은 지지기반이 호남,오른쪽은 영남).또 지도상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우측 상단 지역은 충청권의 영역이다.여기서 가장 큰 특징은 지역주의가 여야 대립구조와 거의 유사한 갈등구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의는 여전히 지배적인 균열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현재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궁극적으로 지역연합의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크다.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무응답층이 많아 정치지도에서 빠졌다. 한편 신당 창당과 정계개편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최근의 정치기류 속에서 유권자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정치지도는 앞으로의 정국을 전망하고 정당,정치인들의 정략적 움직임을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92·97년 연합 교훈/ 선거승리 노린 연대 국정운영 실패 초래 ◇대통령 선거와 집권 연합의 실패 대통령제의 가려진 장점 중 하나는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커다란 연합이 형성된다는 점이다.물론 이러한 연합은 선거 승리를 목표로 한 집권연대의 성격을 가지지만,다른한편으로는 선거를 통해 효율적인 국정운영의 주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의미도 함께 갖는다.선거연합이 선거 승리 이후 얼마나 잘 유지되느냐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양대 정당구도가 공고하지 못한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집권연합의 유지 여부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연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정운영의 책임을 다한다면 대통령제는 높은 수준의 국정수행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선거연합이 집권 이후 붕괴될 경우에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그렇기 때문에 선거연합은 이념과 정책노선에 기초한 공고한 연대기반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지난 92년 대선에 앞서 형성된 노태우-김종필-김영삼의 연합과 9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이른바 DJP연합(김대중-김종필-박태준)은 집권을 위한 선거연합의 성격을 가진다.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중간매개자 역할을 한 이 두 선거연합은 집권 초·중반에 붕괴됨으로써 결국 실패한 연합이 되었고,궁극적으로는 국정수행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위기를 초래하였다. ◇무원칙한 연대는 국정운영의 실패 초래 이러한 두 선거연합의 실패는 우리 정치에 값진 교훈을 주고 있다.무엇보다도 인물과 지역중심의 연대가 주는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는 인물간의 친소관계나 감성에 바탕을 둔 연합은 그만큼 쉽게 붕괴될 수밖에 없다.인물간의 합의는 선의의 협력을 바탕으로 하지만 개인 수준의 선의는 사소한 이해관계에 의해서도 쉽게 나쁜 감정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3김(金)간의 연합과 결별과정은 이념과 정책노선의 합리적 조율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결여된 인물연합과 지역연합이 국정운영과 정치발전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 기대와 예측을 무시한 정략적 연대는 국민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나라와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국정실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3김의 성공과 실패를 목격한 우리 국민들이 집권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형태의 무원칙한 집권연합에 또다시 나라의 미래를 맡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 장관해임안 법무부·검찰 반응/ “”검찰중립 훼손”” “”장관고집 때문””

    23일 한나라당이 김정길 법무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자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한나라당의 정치공세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적절치 못한 인사가 결국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자책론’도 제기됐다. 이날 해임건의안 제출 소식이 전해지자 법무부와 대검의 간부들은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의 유임 등 전날 단행된 평검사 인사에 따른 파문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앞으로 닥칠 혼란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이번 해임건의안 제출이 ‘검찰에 대한 엄포’수준이 아니라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을 보유한 한나라당이 실제로 김 장관의 해임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더욱 침울한 표정이었다. 김 장관은 “야당의 거센 반발은 예상했지만 정치권에 의해 검찰 인사가 흔들리는 전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이명재 검찰총장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검의 고위 간부는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법무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한 것을 놓고 야당이 해임건의안까지 제출한 것은 지나치다.”면서 “이 땅의 정치인들 가운데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병풍’수사는 검찰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검찰이 뚜렷하게 잘못한 것도 없다.”면서 “박 부장이 수사하는 것이 문제라면 앞으로 정치적 사건은 배당을 국회에서 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법무부 관계자는 “제발 정치권이 눈앞에 놓인 이해 득실보다 국익을 우선시한다는 마음으로 법무부와 검찰이 바로 서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장관의 판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관은 먼저 위기를 맞고 있는 검찰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면서 “상당수의 법무부·검찰 간부가 박 부장의 전보를 요구한 것으로 아는데 김 장관이 지나치게 고집을 부린 것같다.”고 질책했다.재경지청의 한 소장 검사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든 수사의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면서 “겨우 안정과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법무부와 검찰이 이번 사태로 다시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장택동 조태성기자 taecks@
  • [씨줄날줄] ‘잘 가라 지역감정’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랐으나 고등학교는 외지에서 다닌 사람이 있다.또 한사람은 외지에서 왔으나 그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했다.이 두 사람이 싸운다면 그 지역 사람들은 누구 편을 들까? 지난번 지방선거 때 아랫녘 어느 소읍에서 있었던 토박이론의 쟁점이었다.이 싸움에서 지역주민들은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 손을 들어주었다.그땅에 태를 묻은 사람이 ‘박힌돌’이라는 촌로들의 사발통문이 대세를 갈랐다. ‘종파주의’를 철저하게 배격하는 북한 사회에서도 지역주의가 있을까.물론 선거야 있지만 대결 없는 선거이기 때문에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말 것도 없다.하지만 지역감정이 근원적으로 없어진 것이 아니다.러시아 벌목장에 가면 원초적인 지역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있다.동향출신의 당 비서나,지배인(행정책임자) 및 행정기술 관료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벌목장에 가기 전부터 연줄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벌목공들끼리도 지역으로 나뉘어 편을 가른다는 것이다.특히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별명이 통용되는데,이를테면 함경도 사람들이 평안도 사람들을 가리켜 게으르고 얌체 같대서 ‘노랭이’ 혹은 ‘북데기’(얻을 것이 없다는 뜻)라고 부르는가 하면 평안도 사람들은 함경도 사람들을 영악하고 나서기 좋아한다는 뜻으로 ‘짤락이’라고 부른다는 것. 이처럼 북한사회에 남아 있는 지역주의는 한국사회의 이 고질병이 실은 오랜 문화적 전통과 토양을 갖고 있음을 말한다.고향 까마귀가 반가운 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구약시대 이스라엘 민족도 지역을 나누어 싸운 흔적이 있다.그런데 우리만 지금도 이 정서가 진리를 덮고 정의를 앞지른다.오랜 세월 이동이 없는 농경사회인 데다 강과 산맥,길과 재를 경계로 도를 가르고 읍·면·동의 경계를 그어 지역 정서가 깊어질 수밖에 없었음인가. 어제가 옛날인 이 눈부신 변화의 시대에 시인,가수들이 지역주의 청산 깃발을 들고 순회공연에 나선다니 한편 가슴 찡하고 한편 서글프다.5t트럭을 가설무대 삼아 제주·목포·부산·대구·강릉·구례·하동을 돌며 벌이는 거리공연은 ‘잘 가라 지역감정’이라는 주제만 아니면 낭만도 있어 보인다.안치환 장사익 김용택 정호승,등장하는 면면도 재미와 감동이 있을 터.정치인들,‘망국병’ 어쩌고 입에 발린 소리 접어두고 이 축제에나 한번 다녀오는 것이 어떨지. 김재성 논설위원
  • [열린세상] 우익과 이민 노동력

    집권을 하려면 우파가 돼라.신세기 벽두 유럽이 주는 메시지였다.1999년 오스트리아,덴마크,노르웨이,이탈리아,포르투갈,네덜란드에서 우파 정당들이 집권을 했고,2000년에는 아스나르가 이끄는 스페인 인민당이 재선에 성공했다.미국에서도 공화당의 부시 2세가 백악관에 진입했고,멕시코에서는 코카콜라 사장을 역임한 기업인 출신 폭스가 제도혁명당의 장기집권에 막을 내리고 권좌에 올랐다. 올해 프랑스 선거에서는 시라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이 의회에서도 다수파가 되었고,좌파는 형편없이 깨졌다.9월 선거를 앞둔 독일의 경우도 사민당 정부가 물러나고 기민당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건재하지만,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운 ‘제3의 길'은 결국 대처주의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미테랑,블레어,클린턴,슈뢰더,달레마 등의 중도파 내지 중도좌익 정당들이 이끌던 구미선진국들의 정치가 왜 이렇게 급변했을까? 이상하게도 이들 우파 정당에서 이데올로기적 동질성을 찾아보긴 어렵다.어떤 정당들은 유럽주의를 지향하는 반면 다른 정당들은 국가주권을 강화하고자 한다.어떤 정당들은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반면,다른 정당들은 비인습적 가족도 용인할 뿐 아니라 개인적 권리를 신성시한다.어떤 정당들은 민영화를 통해 국가가 경제 영역에서 퇴각할 것을 주장하지만,다른 정당들은 농민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불하고자 한다.그렇다면 무엇이 우익 정당들로 하여금 권좌에 다가서게 하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이민 문제이다. 세계화와 더불어 이민 노동력의 이동도 활발하다.살기 힘든 동유럽,아프리카,중근동,카리브해의 사람들은 기회를 찾아서 북유럽 국가로 향하고 있다.아시아 국가의 노동력도 기회를 찾아 세계를 헤맨다.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의 포도밭 농사는 이미 이민 노동력이 장악한 지 오래다.OECD 국가들에 이민 노동력이 미친 영향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만약 1950·60년대에 유럽 경제에 이민 노동력의 대규모 흡수가 없었더라면 심각한 인력난을 겪었을 것이라고 경제사가들은 말한다.이 시기의 지속적인 성장,낮은 인플레이션,완전 고용은 부분적으로 이민 노동력에 의해 뒷받침되었다고 킨들버거는 말한 바 있다. 노동시장의 구인난이 임금 상승의 압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았지만,계속 유입된 이민 노동력이 그 압력을 해소시켜 주었다는 설명이다.캘리포니아의 농업과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미국이 선진국 가운데 대단히 저렴한 불법 이민 노동력에 무제한 접근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라는 점이다. 노동력 이민의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경기가 침체되거나 실업이 증가할 때 이민 노동력에 대한 내국인들의 적개심은 순식간에 정치화된다.스킨 헤드가 등장하고,르펜 같은 극우파 정치인도 공화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 쉽게 표를 얻게 된다.우파 정치인들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증가하는 범죄율이 불법 이민 노동력 때문에 생긴 것이라 역설한다.이민문제가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돌출하지 않았던 미국에서도 9·11 테러 이후 국가 방위와 시민의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국가 부문의 퇴각을 주장해온 신자유주의자들이나 우익 세력은 지난 25년동안 좌익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시장의 승리를 자축하는 이 시점그들은 다시 슬그머니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국가만이 국경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수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모양이다.게다가 농업부문에 보조금을 주고,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 조치도 남발한다.자유주의는 쉽게 우익들이 재정의하는 국익에 밀린다. 바야흐로 이민의 시대이다.자랑스러운 우리 이민 공동체 이야기도 많다.그렇지만 우리 땅에 들어와서 우리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는 다른 나라 이민 노동력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도 절실하다.정부도 시민사회도 모두 힘쓸 일이다. 이성형/ 세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열린세상] ‘반민주파’의 아우성

    이름을 잘 짓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이름은 어떤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떤 대상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때는 이름을 아무렇게나 붙여도 상관없겠지만,다른 사람과 어떤 대상에 대해 소통하고자 할 때는 그 대상과 들어맞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물'을 ‘불'이라고 우기며 다른 사람과 ‘불'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건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잘못된 것이지 않은가? 이런 당연한 말을 새삼스럽게 하는 까닭은 도무지 당연하게 받아들일수 없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요즘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분명히 국민들은 노무현씨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뽑았다.잘 알다시피 이 과정에 어떤 하자도 없었다.다시 한번 말하겠다.노무현씨는 국민들이 직접 뽑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이다.이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게 된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민주적 발전이었다. 그러나 후보를 정치인들이 멋대로 선정하고 추대하게 된다면,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의 정치적 의미는 크게 줄어들고 만다.민주당의 ‘국민경선제'가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그것은 대통령 후보의 선정과 추대 자체를 민주화시킨 대사건이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노무현씨는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이다.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는 과정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그러나 노무현씨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고 해서 그의 정적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그들은 노무현씨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말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언론은 그들에게 ‘반노파'니 ‘비노파'니 하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이런 이름은 노무현씨를 중심에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그런 점에서 요동치는 정세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지만,그러나 이런 이름은 어렵사리 이루어진 우리 정치의 발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다.그것은 ‘물'을 ‘불'이라고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정말로 중요한 것은 노무현이라는 개인이 아니라 노무현씨가 대통령 후보로 뽑힌 과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반노파'니 ‘비노파'니 하는 사람들은 이런 과정의 의미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다.요컨대 그들은 어렵사리 이루어진 민주주의의 발전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그들을 ‘반노파'니 ‘비노파'니 하고 부르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그들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부정하는 ‘반민주파' 혹은 ‘비민주파'로 불려야 옳다.국민의 뜻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으려 하는 사람들을 이 이름이 아닌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룬 그 당에서 스스로 그 발전을 부정하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이런 잘못된 일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소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이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급기야 ‘노무현 죽이기'의 양상을 보이게 된 것은 정말로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국민들이 뽑은 대통령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대통령선거에 임하지는 않고,‘정권 재창출' 운운하며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 후보를 하루빨리 갈아치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당이나 계파나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이 점에서 ‘국민경선제'는 분명히 역사적 사건이었다.이 사건의 의미를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이 사건의 의미를 잘 살리기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이름을 올바로 붙이는 것은 세상을 올바로 보기위해 깨끗이 창을 닦는 것과도 같다.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그들은 ‘반노파'나 ‘비노파'가 아니라 ‘반민주파'거나 ‘비민주파'로 불려야 한다. 홍성태/ 상지대교수 사회학
  • [열린세상]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

    초등학교 시절 거의 매일 아침 키 큰 친구들과 상급생들 속에 끼어 높은 문방구 진열대 위로 손을 최대한 뻗어 주인 아저씨에게 무슨 물건을 달라고 소리쳤지만 아저씨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쳐다보지도 않아서 수업 시간에 늦을까봐 걱정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누구에게나 초등학교 시절 준비물을 마련하지 못해 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을 맞았거나 야단을 맞을까봐 초조해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 준비물 마련 때문에 동분서주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다음 날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은 하루 전에 아이들에게 고지되고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준비물을 사러 매일 문방구를 헤맨다.취업한 어머니는 귀가한 후 저녁 늦게 숙제 봐주랴 준비물 챙기랴 바쁘다.어머니가 바빠서 자녀를 돌볼 수 있는 겨를이 없거나 가정이 문제를 겪고 있거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학교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이때 학교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거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아이들을 벌주고 야단쳐서 어려움을 가중시키거나,문제아로 취급한다.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기피되어 이들이 학교를 싫어하게끔 되는 데에는 준비물 문제가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필요한 준비물을 일괄해서 구입하여 지급하고 있다.그 비용은 물론 부모 부담이지만 적어도 준비물을 매일 챙겨야 하는 수고는 덜어 주고 있다.그러나 의무 교육인 초등학교에서는 일부학교를 제외하고는 학교가 준비물을 준비하는 배려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도 그 비용을 지원할 태세가 되어 있지도 않다.영국의 경우 교과서는 물론이거니와 학교에서 학생들이 쓰는 노트와 연필,스케치 북,색종이 등 학업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국가에서 제공한다.진정한 의무 교육은 이러한 배려와 물품제공까지도 포함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가지고 오라는 준비물은 한번 쓰고 나면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것도 많다.그 한 예가 물체주머니이다.각종 재료와 모양으로 된 여러 가지 물체를 모아 놓은 이 주머니는 한번 쓰면 그만이고 학년이 올라가면 또 다른물체주머니를 사야 한다.버리는 것도 일이지만,그 많은 초등학생들이 한번쓰고 모두 버리고 그 다음 해에는 같은 학년의 아이들이 똑같은 물건을 또다시 사서 쓰고 버리니 이 얼마나 커다란 낭비이며 환경 오염행위인가.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준비물 문제는 얼핏 생각하면 아주 사소한 문제이고 아주 개인적인 일 같이 보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준비물 때문에 수많은 어린이들이 걱정하고 선생님께 야단맞아 좌절하고 그래서 학교 가기를 싫어하게 되거나 그 부모들,특히 취업한 어머니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가 환경 오염마저 가중시킨다면 이것은 분명히 정치적인 것이다. 학교 운영비는 학교장의 의지만 있으면 학생들의 준비물 마련에 쓰여질 수있는 경비이고 일부 학교에서는 부분적으로 쓰고 있다.지난 지방선거 열풍이 한창 불고 있을 때 학교 운영비가 학교장의 개인적인 용도로 쓰여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고,그 후 서울특별시의 작년 예산 중에서 교육관련 예산에서 불용액이 가장 컸다는 보도가 또한 있었다.그런데도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의 공약사항이나 여성단체가 요구한 사항 가운데 초등학교학생들에게 준비물을 제공하기 위한 예산 배정에 관련된 것은 없었다.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고 사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사안을 해결하면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싫어하거나 교사를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 것이고,학부모,특히 취업하는 어머니들도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또한 물자를 절약하게 되고 환경 오염을 줄이게 된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닐까?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지방정부가 들어선 지도 두 달이 가까워간다.지방자치의 일선에 선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하고 또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되기를 바라며,그렇지 못하면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채택해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김경애/ 동덕여대 교수 여성학
  • [대한포럼] 신당이 가야할 길

    ‘11석 대 2석’ 8·8재보선의 민주당 참패는 노무현 대통령후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스스로 ‘운명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토로할 만큼 벼랑끝에 선 절박한 심정이리라.국민경선을 통해 노풍(盧風)을 일으키며 일약 정치권의 중심에 우뚝섰던 노 후보의 추락은 마침내 민주당의 해체와 신당창당으로 귀결될 것 같다.노 후보가 창당에는 투항하면서도 여전히 후보직 사퇴에는 버티고 있지만,그를 괴롭히는 여론지지도가 그를 어디로 내몰지 아무도 모른다.정치는,특히 한국정치는 요즈음 날씨처럼 변화무쌍하기 이를 데 없는 까닭이다.달리보면 민심의 흐름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신당창당의 본질은 재집권에 있다.신당론은 노 후보로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여서 끝내는 노 후보의 사퇴에 칼 끝이 향하게 되어있다고 봐야 한다.노 후보는 국민경선 방식으로 재경선을 하되,그 절차가정해지면 그때 가서 사퇴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하지만 반노(反盧) 진영이 이를 기다려 줄지 의문이다.후보직이 퇴락한 영광이긴 하나,그것도 기득권이라면 기득권이기 때문이다.또 흥행성을 위해서는 모양새를 그럴듯하게 갖추는 게 필수조건이므로 가파른 상승세인 정몽준 의원과 대권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이한동·박근혜 의원등을 어떻게든 신당잔치에 끌어들여야 할 판이다. 신당이 정치인들의 새로운 결사체임을 직시할 때,흥행성 하나만을 고려한다 해도 그 가는 길이 험로임을 예고한다.이들 차기군은 정치이념과 노선,그리고 자라온 정치토양이 달라 공통점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유일한 출구가 ‘반 이회창 세력의 결집’이다.국민의 눈을 피해 밀실의 ‘정치공작적’ 거래와 흥정을 주고받을 공산이 없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더욱이 노 후보는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정통성을 갖춘 후보로,경선 이후 설령 그의 정치적 궤적에 많은 오류가 있었다 할지라도 중도하차에는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신당은 무엇보다 국민 설득과 이해를 최우선의 명분으로 해야 할 것이다.그러지 않고서는 국민경선을 거치더라도 ‘반짝 인기’에 머물 수밖에 없다.1991년 3당합당 이후철저하게 갈라선 DJ와 YS를 한데 묶는 ‘신민주연합’을 시도할 만큼 한때 파죽지세였던 노풍도 민의의 현란한 가변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거품으로 막을내릴 위기에 내몰려 있는 것 아닌가.정당정치 개혁의 성공적인 실험으로 찬사를 받던 국민경선제로 이뤄진 후보선출도 지금에 와서는 이 모양인데,술수와 계산에 의한 신당창당으로는 현 상황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긴 눈으로 보면 역사에는 변칙이 없다.통하지도 않는다.정치부 기자를 오래 하다 이제는 은퇴한 한 선배는 “정치판에서 초기에는 음모성 술수가 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결국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숱하게 목도했다.”고 체험을 토로한 적이 있다.현 정부들어 ‘언론문건이다.’‘뭐다.’ 해서 많은 문건들이 폭로되고,정치권을 뒤흔들어 놓았으나 실행되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신당창당은 국민의 눈을 아주 오래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버리고 접근해야 한다.돌이켜 보면 국민 여론수렴 없이 밀실에서 이뤄진 ‘내각제 개헌 합의’라는 DJP간의 족쇄가 현 정부의 오늘의 처지를 낳게 한 첫 단추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제 민주당은 신당창당이라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막 건너려는 중이다.소수정권을 극복하고,다수 확보라는 강한 유혹으로 창당한 민주당이 노풍으로 한번 반짝하는가 싶더니,이제 막 한국정당사의 뒷장으로 넘어가려는 판이다.앞으로 논의가 계속되겠지만,또다시 국민경선을 할지,아니면 추대로 뽑을지 지켜볼 일이다.후유증을 생각하면 선출 방식이나 모양만이 능사가 아니다.무엇보다 제세력간 밀실속의 담합이라는 구태가 사라져야 한다.신당으로 가는 길이 이해다툼이 아닌 명분과 실리,정당한 절차의 절묘한 합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양승현 논설위원yangbak@
  • ‘역사의 종언’ 저자 후쿠야마 교수 강연

    이라크 공격 여부를 놓고 미국의 일방주의가 또다시 유럽 지성들의 비판의 도마위에오르고 있다.명저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의 저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견과 갈등이 단순히 미국의 외교정책 때문이 아니라 양측의 세계관 차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데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진단한다.후쿠야마 교수의 최근 호주 멜버른대 강연 ‘서방의 균열인가(The West may be cracking)’를 요약소개한다. 오사마 빈 라덴,알 카에다,탈레반 정권 등으로 상징되는 급진 이슬람주의가 서구 자유 민주주의에 대해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도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급진 이슬람주의가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대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비이슬람교도뿐만 아니라 이슬람교도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량파괴무기들로 무장한 광신적 이슬람교도들의 협박은 이념투쟁에서 단기적 위협은 될지언정 장기적으로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 9·11테러의 충격도 결국은 현대화하고 국제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9·11테러 이후 유럽국들은 미국의 대테러전을 돕겠다며 미국에 자발적 지지를 보냈다.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알 카에다와 탈레반 정권을 성공적으로 제압한 뒤반미주의 논의가 분출되고 있다.지난 1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이란,북한을 ‘악의축’이라며 경고하자 유럽의 정치인들과 대중들은 미국의 태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역사는 서구의 가치와 제도,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서구적 실용주의의 승리로 결론지어졌다.냉전시대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공유된 가치를 근거로 한 동맹으로 종식되었다.그러나 미국인과 유럽인들의 세계를 보는 시각에는 큰 격차가 생겨났고 공유해 온 가치관도 급격히 소멸되고 있다. ‘서구(West)’라는 개념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세계화를 둘러싼 분열은 ‘서구와 나머지 사회’가 아닌 ‘미국과 나머지 사회’로 새로운 구분을 만들어낼 것인가? ‘악의 축’발언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제기된 이슈들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국제법과 관련한 모든 부분에 초점이맞춰졌다.지구온난화방지협약의 파기,리우 지구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생물다양성 협약 승인거부,미·러간 탄도탄요격미사일감축(ABM)협정의 파기,미사일방위(MD)체제 추진,관타나모 기지에 수감한 알 카에다 포로에 대한 처우,국제전범재판소 무용론 등이 그것이다.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미국의 가장 심각한 일방주의는 독단적 침공을 통해서라도 이라크의 정권교체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 표명이다.악의 축 발언은 미국의 외교 정책이 전쟁억제에서 테러리즘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제공격 정책은 지난 6월 부시의 미 육사(웨스트포인트) 졸업연설에서 더욱 구체화됐다.부시 대통령은 “대테러전은 방어로는 한계가 있다.테러가 발생하기 전에 맞서 무력화시켜야 한다.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계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은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앞으로 몇년간은 골치 아플 게 확실하다.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합법성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이견이다.미국인들은 어떤 민주주의의 정통성도 개별 국가의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어떤 국제기구가 가진 합법성은 계약과 합의에의한 것이며 그러한 합법성은 소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국제 공동체가 부여한 민주적 합법성을 개별 국가의 합법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는다.그러므로 구 유고슬라비아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했던 것은 단순히 국가간 합의에 의해서가 아닌 보다 큰 국제 공동체의 의지와 규범에 따랐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연합은 인구 3억 7500만명으로 GDP가 10조 달러에 이르는 공동체다.미국은 인구 2억 8000여만명에 GDP가 7조 달러다.유럽은 미국보다 국방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유럽은 국방에 전체적으로 1300억 달러를 사용하는 반면 미국은 3000억 달러를 사용한다.9·11테러 이후 국방비는 더욱 늘어났다.미국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자유방임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유럽인들은 20세기초 폭력의 역사를 잊지 않는다.그들은1950년대에 유럽연합을 세우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들 스스로 다자간 질서와 원칙을 공유하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9·11테러 이후 세계를 더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그들은 사담후세인 같은 지도자가 테러리스트들에게 핵무기를 넘겨줄 것이며 그러한 테러는 서구문명 전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그리고 선제공격으로 테러를 막을 수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9·11테러는 오사마 빈 라덴이 운좋게 성공시킨 테러라고 믿는다.때문에 그러한 테러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과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때문에 유럽인들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불필요하다고 여긴다.단지 중동과 걸프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 때문에 미국이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2002년에 나타난 미국과 유럽의 이러한 균열은 부시 행정부와 9·11사태 이후 세계정세의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보다 넓은 서구문명 내의민주적 합법성에 대한 다른 인식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다. 정리 강혜승기자 1fineday@
  • 책/ 베트남-10000일의 전쟁/ 추악한 미국 명분없는 전쟁

    한국인이 이 책을 두려움없이 읽을 수는 없다.명분없는 ‘가해자’였기 때문이다.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마이클 매클리어의 책을 통해 우리를 그곳에 있게 한 미국과 그 위정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며,우리의 과오에 대해서도 참회해야 한다. 1969년 9월3일.베트남의 독립영웅 호치민은 60년간 계속해온 투쟁의 생을 접었다.79세인 그가 남긴 유언은 “단결하라.”는 한마디뿐이었다.한명의 혈육도 두지 않고 평생 혁명전선을 누빈 그가 남긴 것은 10평짜리 누옥에 책 20권,타이프라이터 1대가 전부였다. 그러나 베트남 인민의 영혼 속에서 지금도 ‘해방 베트남’을 온몸으로 교시하는 그는 결코 죽지 않았다.베트남에서는 그가 생전에 좋아했다는 ‘메기조림’까지도 전설이다.“폭격을 해라.그러면 웅덩이가 파여 연못이 생길 것이다.우리는 그 연못에서 자란 메기를 잡아먹고 통일을 위해 목숨바쳐 투쟁할 것이다.”이렇게 해서 베트남 독립투쟁의 상징으로 인민의 식탁에 올랐다는 ‘메기조림’이다. 사실 베트남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결정은 과욕이었고,오판이었다.프랑스를 위시한 유럽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팽창주의는 ‘주워먹기 쉬운’아시아를 겨냥했고,이런 유럽의 동태가 필연적으로 미국의 잠든 탐욕을 일깨운 것. 1945년,당시 프랑스와 일본이라는 두 골리앗에 맞서 힘겨운 게릴라전을 치르던 호치민은 미국을 향해 “제발 프랑스 식민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호치민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공산주의는 새로운 베트남 건설에 걸맞지 않는 이데올로기”라고 고백하기까지 했다.혁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이념조차 기꺼이 버리겠다는 한 민족주의자의 애원이었다. 그러나 유럽 팽창주의에 자극받은 미국은 식민지에 대한 허기를 채우려고 베트남의 독립 열망을 외면했다.‘호치민은 인도차이나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공산주의자’라는,처칠과 드골의 농간이 결정적으로 먹혀들었다.CIA전신인 미군 OSS(전략사무국)대원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며,호치민과 루스벨트정부의 메신저로 활약한 아르키메데스 패티 소령이 “미국의 얼굴에 남은 지울 수 없는 화농 자국”이라고규정한 베트남전쟁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박해를 피하느라 구엔 타트 탄이라는 본명 대신 호치민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이 왜소하고 깡마른 인도차이나의 민족주의자는 식성좋은 미국의 눈에 맞춤한 먹거리였다.남베트남의 부패한 독재정권을 비호하고 나선 미국은 거침없이 이 작고 가난한 나라를 침탈했다.미군이 이 전쟁을 통해 베트남에 퍼부은 800만t의 폭탄은 제2차 세계대전때의 그것보다 4배나 많았다. 또 베트남에 발을 디딘 미군 54만명 가운데 5만7000명이 밀림에 뼈를 묻었다.베트남인은 200만명이 넘게 살육당했다.그러고도 미국은 30년 동안 이 먹거리를 해치우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들어야 했다. 전쟁중 서방기자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북베트남의 거점 하노이를 방문할 수 있었고,호치민 장례식에도 참석한 캐나다의 방송기자 매클리어는 그러나 이곳에서 죽어간 미군이 모두 가해자는 아니라고 말한다.지금의 우리처럼,그들도 이 전쟁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고 믿기 때문이다.유명한 케산전투에서 해병의 지휘관이던 데이비드 론스 대령도 “우리는 정치인들이 가라고 해서 갔고,싸우라고 해서 싸웠고,철수하라고 해서 철수했다.”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매클리어는 베트남전쟁을 베트남만의 전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20세기 후반의 세계사를 뒤흔든 베트남·한국전에 이어 걸프만 소말리아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불가피하다.’는 명분으로 군사개입을 자행해 온 미국이 공공연히 또다른 ‘개입’을 도모하기 때문이다.베트남에서 대리전을 치르며 까닭 모를 피를 흘린 우리가 또다른 미국의 ‘개입’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클리어는 말한다.“베트남전쟁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진실은,너무나 많은 진실이 너무 오랫동안 은폐돼 왔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그가 이책에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많은 사실을 담았다는 점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李후보 “병역 비리땐 은퇴” 韓대표 “증인 몇명 더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8·8 재보선을 하루 앞둔 7일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각각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 등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서울 종로 등 전국 13곳에서 8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정국은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저나 제 아내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고 불법이나 비리를 저지른 적은 결코 없다.”며 “아들의 병역을 면제받으려고 불법이나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있다면 대통령후보 사퇴는 물론 깨끗하게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이 정권은 마치 무슨 비리나 은폐가 있었던 것처럼 추악한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면서 “국민을 속이는 비열한 정치공작을 단죄하지 못하면 우리 정치에 희망과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이 정권은 지난 5년간 병역과 관련된 사건을 샅샅이 뒤졌다.”면서 “검찰은 진실을 밝히는데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화갑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씨가 직접 병역면제 청탁을 위해 1000만원 이상의 돈을 건넸다는 증언이 있다.”며 “김대업(金大業)씨 이상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사람 있으며,필요하고 때가 되면 공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한 대표는 “이 후보는 검찰수사가왜곡되고 진상규명이 한없이 지연되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에 응해야 한다.”면서 “사회지도층 인사의 병역비리사례는 있었어도 이를 은폐하려고 대통령 후보와 부인,친인척과 측근 정치인들이 총출동한 사례는 없었다.”며 ‘은폐' 7대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단장인 이재오(李在五)의원은 “서울지검 특수1부 박영관(朴榮琯) 부장검사는 김대업씨를 수감기간에 특수 1부로 모두 149회나 출근시켰다.”고 주장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2002 대선 대해부] 97년 선거분석과 전망

    ■올 대선 어떻게 되나/ 호남 盧지지율 97년 DJ의 절반수준 1997년 대통령 선거와 비교해 볼 때 다가오는 12월 대선에서도 영호남이 중심이 되는 지역주의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회창,노무현,정몽준 후보가 출마하는 가상 3자 구도에서 영남지역 무응답층에 대한 단순 평균 방식을 적용하여 후보별 득표율을 계산해 보면 이 후보61.1%,노 후보 15.8%,정 의원은 23.1%를 각각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97년 대선 3자구도에서 영남지역의 경우 이회창 후보 59.1%,김대중 후보 13.5%,이인제 후보 25.1%의 실질 득표율과 거의 비슷하다. 즉 영남지역에서 97년과 같은 특정 지역후보 편중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지난달 대한매일과 KSDC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의 경우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45.2%로 97년 김대중후보가 얻은 94.4%의 절반 이하의 지지를 받고있는 반면 제3후보인 정몽준 의원은 23.5%로 97년 이인제 후보가 얻은 1.5%의 득표율을 압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호남지역에서 제3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8·8 재보선 이후 대선구도가 새롭게 정립되고 과거 DJ가 이끌었던 민주당의 지역 대표성을 갖는 후보가 부상할 경우 그 후보에 대한 표 쏠림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충청지역의 경우 97년과 비교해 볼 때 독특한 양상이 발견된다.97년대선 당시 이 지역에서 충청출신인 이회창 후보에 대한 선호율은 16.5%에 불과하고 반감률은 51.2%에 이르러 이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3배 이상 많았다.하지만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충청지역의 이 후보 지지도는 38.9%로 노무현(12.7%)후보,정몽준(31.4%) 의원 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충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인식되었던 JP와 이인제의 부침으로 이후보가 충청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다시 말해,이번 대선에서는 충청지역에서의 지역주의 투표행태 여부가 대선 전체의 지역주의 판도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97년에는 DJ,JP와 같은 정치인에 의한 호남·충청의 지역연대가 이루어졌지만 이번대선에서는 유권자에 의한 영남·충청의 지역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 흐름/ DJ 94.4% 기록적 지지율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는 지역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서 지역주의란 지역별로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가 집중되는 현상을 의미한다.지난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당시 신한국당(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38.8%,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40.3%,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19.2%의 지지를 얻었다. 이를 지역별로 살펴볼 경우 영남지역에서 이회창 후보는 전국 득표율보다 20.3% 포인트 높은 59.1%를 득표한 반면,김대중 후보는 13.5%라는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편 이인제 후보의 경우 전국적 지지율보다 다소 높은 25.1%를 득표했다.결국 영남지역 유권자의 절대 다수가 영남지역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이회창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호남지역의 경우 지지편중 현상은 더욱 극심했다.호남지역에서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각각 3.3%와 1.5%라는 미미한 지지를 얻은 반면,김대중 후보는 무려 94.4%라는 기록적인 지지를 얻은 것이다.지역을 대표하는 자민련이 독자후보를 내세우지 못한 충청지역의 경우 지역출신인 이인제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26.6%)를 얻었고,이회창 후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27.4%)에 그쳤다.그러나 충청지역의 경우 특정 후보의 지역 지배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감정문제점/ 후보경선제도 脫지역화에 도움 올해 12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여느 때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국민들이 큰 박수를 보낸 유권자가 직접 참여하는 경선으로 선출된 양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상대적으로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운 배경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1987년 대선 이후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지역주의의 완화와 이에따른 3김(金)식 정치의 종식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양당의 대통령후보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여전히 지역연합의 선거전략을 통한 대선 승리라는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다. ■정책경쟁 방해/ 지역갈등이 건전한 정책대결 막아 정책대결을 기반으로 견고한 양당제를 유지하고 있는 영·미의 경우에도 완전한 정책정당화는 쉽지 않다.영·미와는 달리 지역갈등이 정책대결을 막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선진국조차도 정책정당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교훈 삼아지역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 사회에 적합한 정책경쟁구도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1987년 이전의 민주 대 반민주의 논쟁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확대·발전된 시민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다차원적인 균열구조가 형성된 우리 사회에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쟁점으로서 한계를 지닌다.진보와 보수를 둘러싼 이념 논쟁 또한 우리 유권자들의 의식구조를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다. 따라서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특정 쟁점에 대한 관심과 그 선호의 강도를 기초로 하여 보다 다양한 정책적·이념적 경쟁을 집약·표출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다차원적인 균열구조를 제대로 반영하고 궁극적으로 지역준거적정치행태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상향식 공천 부재/ 중앙당 밀실공천이 지역주의 고착 지역주의는 우리의 정치제도적 특성들과 구조적으로 결합되어 정책정당화를 저해하고 있다.미국의 예비선거와 같은 상향식 공천제도의 부재는 국회의원과 국회의 자율성을 손상시키고 지역주의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즉 선거구민이 아닌 중앙당의 밀실공천에 의해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1인 보스중심의 중앙당이 지역주의 선거전략을 펴더라도 재공천과 재선을 위해 저항하기 힘들다. 미국에서도 지역의 정당조직을 장악한 보스가 주지사와 상원의원보다 강력한 권력을 가지게 되자 정당개혁의 일환으로 예비선거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우리도 권력을 독점한 중앙당이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제의 도입과 이를 통한 정책갈등 해소의 장으로서 국회의 기능회복이 절실하다. ■영국과 미국의 지역주의/ 정책구도 양당제 확고 지역주의는 정치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정치현상이다.영국의 경우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는 세계골프대회와 월드컵 축구대회에 개별 팀으로 참여할 만큼 지역성이 역사적인 뿌리를 지니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스코티시 민족당은 스코틀랜드에서,플레이드 웨일스인당은 웨일스에서 안정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건국 초기에는 버지니아를 중심으로 한 큰 주와 뉴저지를 중심으로 한 작은 주들간의 갈등,20세기 초반 제조·금융업의 동북부와 농업의 남부지역 사이의 갈등,최근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남부·북동부지역,공화당을 지지하는 중서부·서부지역이 이해관계를 달리하고 있다. 지역주의의 존재 자체는 반드시 한 사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지역성을 토대로 한 균열구조가 존재하지만 정책대결의 견고한 양당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동질적인 문화와 사회구성을 형성하고 있는데도 지역을 준거로 하는 정치행태가 정당들이 정책이나 이념을 중심으로 조직화되는 것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즉 정치인들이지속적으로 지역주의를 득표의 전략으로 활용하고,유권자들은 이념적·정책적 쟁점이 빈약한 상황 속에서 지역주의를 투표의 준거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투표는 지난 4·13총선에서 극에 달하여 영남의 경우 한나라당이 65석 중 64석,호남에서는 입당을 공약한 4명의 무소속 후보를 제외한 모든의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1인2표제 도입 바람직 지역주의는 또한 단순 다수 소선거구제와 결합되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소선거구제는 인물 중심의 투표를 유도하고 많은 사표를 발생시켜 지역주의 투표성향을 유지·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1997년 총선에서 영국의 보수당은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서 20% 가량의 득표를 하고도 한 개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하였다. 우리의 경우 비례제 의석의 비율을 현행보다 대폭 높이고 1인2표제를 도입한다면 정당들이 이념적·정책적 경쟁구도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6·13지방선거의 광역의회 비례대표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총 73석 가운데 8.1%인 9석을 차지한 것은 1인2표제를 기반으로 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유권자의 합리성을 자극하여 정책정당의 출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이다. 이와 더불어 명부의 작성에 유권자의 의사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는 개방형 비례제는 중앙당이 공천권을 쥐고 권력을 집중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감정 선호·반대 혼합/ 호남 70% 反李 영남 33% 反DJ 1997년 대선에서 나타난 지역주의 선거구도는 흔히 호남에서의 김대중 선호와 영남에서의 ‘반(反)DJ’ 정서가 결합하여 나타난 결과로 평가된다.즉 호남지역의 높은 김대중 후보 지지는 김 후보에 대한 선호의 표현인 반면,상대적으로 높은 영남에서의 이회창 후보 지지는 김대중 후보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97년 대선 직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에서 실시한 면접조사는 이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역에 관계없이 한국 유권자의 대다수는 선호하는 후보뿐만 아니라 명확히 싫어하는 후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보다 구체적으로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후보는 누구였습니까?”라는 질문과 “선생님께서 가장 싫어하는 후보는 누구였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1207명) 가운데 75.3%에 해당하는 909명이 두 가지질문 모두에 특정 후보를 언급해 혼합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좋아하는 후보만을 언급한 선호성향의 응답자는 12.6%,가장 싫어하는 후보만을 언급한 반대성향의 응답자는 2.2%인 것으로 조사됐다.물론 지역별로 본다면 호남·충청지역의 경우 반대성향의 응답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지역적으로 혼합성향의 비율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며,영남지역 반대성향 응답자가 모두 김대중 후보를 싫어한다고 응답한 것도 아니다. 또한 이 조사결과에 기초해 볼 때 호남지역에서 김대중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호남 유권자들의 압도적 다수가 김대중 후보를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이회창 후보를 싫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후보가 김대중 후보라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36.2%인 437명이었다.반면 141명의 호남지역 응답자의경우 95.7%인 135명이 김대중 후보를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했다.전국적인 선호에 비해 무려 59.2% 포인트나 높았다.이와 달리 호남지역 응답자 가운데 이회창 후보를 선호하는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한편 호남지역 응답자의 대다수에 해당하는 70.9%(100명)의 응답자가 가장 싫어하는 후보로 이회창 후보를 언급했다.이는 전국 평균보다 무려 36.6% 포인트나 높은 수치이며,당시 이회창 후보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팽배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97년 대선조사에 기초해 볼 때 영남지역의 이회창 후보에 대한높은 지지는 ‘반DJ’ 정서에만 의존했다기보다,오히려 호남지역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이회창 후보에 대한 선호가 상당 정도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조사결과에 따르면 이회창 후보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응답자의 29.7%인 359명이었다.반면 영남지역 응답자(총 349명)의 경우 이보다 16.7% 포인트 높은 46.4%가 이회창 후보를 가장 좋아한다고 응답했다.김대중 후보를 선호한다는 영남지역 응답자는 9.2%에 불과하다. 한편영남지역 응답자 가운데 33.5%(117명)는 가장 싫어하는 후보로 김대중후보를 꼽았다.이는 김대중 후보를 가장 싫어하는 후보라고 밝힌 전국 응답자의 비율 22.0%에 비해 11.5% 포인트 높은 비율이지만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은 아니다.
  • [오늘의 눈] 한나라 ‘검찰독립’ 의지 있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수사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최근 공세를 보면 과연 정치권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에 의지를 갖고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 지난 1일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의원 등 10명이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을 방문해 “이 사건을 서울지검 특수1부에서 수사하면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검찰이 이 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하자 한나라당은 5일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1부장 등 2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검찰수사에 대한 명백한 ‘외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정치권의 검찰에 대한 간섭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불리하다 싶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검찰을 공격해 왔다.지난 4월에는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한나라당 의원 4명이 이총장을 방문해 이 후보의 20만달러 수수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설훈(薛勳)의원에 대한 신속한 수사 등을 요구했다.5월말에는 김홍업(金弘業)씨의 소환시기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가 이 총장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이어 민주당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내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체제를 지원하는 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고,한화갑(韓和甲) 대표는 “검찰총장도 야당이 전화하면 답을 주고 친절하게 한다.”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정치권만 탓할 일은 아니다.검찰이 그동안 잘못한 일도 적지 않다.그러나 정치권은 검찰이 흔들릴 때 중립을 지키라고 떠들던 때를 잊었는가.언제 그랬냐는 듯 정치인들은 검찰 청사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압력을 넣고 있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검찰이나 말로는 중립,중립하면서 스스로 중립을 해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정말 보기 싫다.‘정치인 출입엄금’이라고 검찰총장실 문에 써붙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검찰은 법대로 공정하게 수사하면 되고,정치인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수사에 응하면 될 일이다.더 이상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수사에 간섭해서는 안되겠다.검찰이 바로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정말 바로 서는지 지켜 보자. 장택동 사회교육팀기자taecks@
  • [2002 대선 대해부] 역대선거와 지역주의

    ■‘지역거래' 정치인/ “우리가 남인가” 박정희·3金이 조장 한국사회에서 ‘지역주의’와 관련된 관심은 주요 선거를 치를 때마다 크게 일어난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는 낙선운동,선거법 개정,후보자 정보공개 같은 선거운동 방식이나 선거풍토의 변화로 한국선거사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지역주의의 경향은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지난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와는 달리 부산,대구를 비롯한 영남 지역 65개 선거구중에서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이 당선됐으며,호남에서는 민주당 소속 후보이거나 ‘당선 후 민주당 입당’을 공언한 친여 무소속후보들이 당선됐다.이같이 선거결과의 지역적 편중성은 한국사회에 있어서가장 심각한 갈등과 대립의 한 단면임이 틀림없다. 지역주의라는 심리적인 현상이 사회적으로 고착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 같은 특정한 매개체를 필요로 한다.박정희와 3김이라는 특정한 인물들이 바로 그러한 매개체 역할을 담당했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없다.박정희 정치가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을 동원한 첫번째 인물이었다면,3김은 바로 지역을 담보로 하는 거래의 정치인들이었다. 1997년의 대선에서 나타난 DJP(김대중-김종필)연대는 바로 그러한 정치인간의 지역거래였던 것이다.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바로 그러한 거래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역대 대선에선/ 67년 대선때부터 ‘동서균열' 우선 이러한 정치분야에서 나타나는 지역주의 현상을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살펴보자.1948년 정부수립 이후 모두 열여섯번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그가운데 아홉번은 직접선거였고,나머지 일곱번은 간접선거였다.따라서 대통령선거에서 ‘지역’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는 선거는 아홉번의 직접선거로 볼 수 있다.이중에서도 이승만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1950년대의 두번의 선거와 부정선거로 무효화된 1960년 선거를 제외한 여섯번의 선거에서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이 나타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지역주의적 투표는 최초에는 남북을 축으로 이뤄졌다.1963년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 후보는 서울,경기,강원 등 중부권에서는 30∼40%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으나,영호남 지역에서는 50∼60%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반면에 윤보선 후보는 중부권에서는 50∼60%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영호남 지역에서는 30∼40%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196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최근 지역주의의 핵심인 영호남간의 대립,즉 동서를 축으로 하는 지역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영남에서는 박정희 후보가 이전 선거보다 10% 포인트 이상 더 얻어 65% 이상의 높은 지지를 확보한 대신에,윤보선 후보는 호남에서 8∼10% 포인트 더 높은 약 45%의 지지를 확보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이렇게 동서를 축으로 하는 지역주의적 투표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1971년 대통령선거에서 영호남의 지역주의적 투표는 더욱 두드러졌다. 박정희 후보는 강원,충청,영남에서,김대중 후보는 서울과 호남에서 각각 65%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이후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도 이러한 지역주의적 투표는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1987년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는서울,호남,경남을 제외한 지역에서,김영삼후보는 경남,김대중 후보는 호남에서,김종필 후보는 충남에서 각각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이러한 경향은 김영삼,김대중 두 후보가 격돌한 1992년 선거에서도 이어졌다.1997년 대선 역시 강한 지역주의적 대립구도를 극복하지 못한 지역패권연대에 의해 승패가 갈리고 말았다. ■역대 총선에선/ 13대 첫 표출… 고착화 추세 대통령 선거에 비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타나는 지역주의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역시 점점 더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1985년 1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각 지역별 지지율에서 뚜렷한 지역격차를 발견하기 어렵다.지역보다는 도시와 농촌으로 구별되는 지역규모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역대 선거에서는 대체로 도시화가 많이 진전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야당지지가 강하고,도시화 정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여당지지가 강한 ‘여촌야도(與村野都)’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도시와 농촌으로 구별되는 투표경향이 특정 연고지를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3대(1988년) 국회의원 선거이다.제3공화국 이후 결집되어 있었던 야당세력은 민주당과 평민당으로 나눠지게 되었고,이 선거에서 호남은 김대중 총재의 평민당에,부산은 김영삼 총재의 민주당에 높은 지지를 보였다.이러한 경향은 14대(1992년),15대(1996년),16대(2000년) 등 세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욱 강해지는 양상으로 계속 이어져 왔다. 16대 선거에서는 적어도 국회의원 선거에서만은 지역주의적 성향이 대통령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대구,경북지역에서까지 지역주의적 투표가 강하게 나타났다. ■지역주의 정치의 해법/ 정책중심 선거전략 ‘급선무' 지역주의 강화에 매개체 역할을 담당했던 3김식 정치가 서서히 막을 내려가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3김정치의 여진이 남아있는 현실이다.또한 아직도 많은 유권자들이 지역을 축으로 하여 정치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따라서 현실정치에서는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선거전략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효율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많은 정치엘리트가 이러한 지역감정의동원이라는 효율적인 수단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주의에 의한 균열현상은 정치과정의 합리성을 떨어뜨린다.정치과정에서 이념이나 정책은 후퇴하고 지역성이 강조된다.21세기의 국가경쟁력은 정치과정의 합리성이 전제될 때 강화될 수 있다.지역성이 강조되는 정치과정을 가지고는 정치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착화되어 있는 지역주의를 일시적인 한두 가지 정책을 통해 쉽게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역대 정부가 지역주의 타파라는 공언을 해왔으나 결코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적합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장기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실용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지역을 담보로 한 정치인들간의 거래에 의해 어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국민들은 또 다른 실패한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대통령 실패의 결과는 국민 모두의 고통이기 때문이다.여야 대통령후보는 지역주의를 활용하는 쉽고 단순한선거전략을 버리고 초지역적인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선거전략을 수립하여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길 바란다. ■유권자에 미치는 영향/ ‘지역 프리즘' 통해 우리정치 현실 이해 지역주의는 한국의 정치현상을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두이다. 그동안 지역주의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대부분의 논의가 거시적,역사적 차원에서 이뤄져왔으며 미시적 차원에서의 경험적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물론 정치적으로 중요한 것은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지역주의,즉 지역주의적 정당구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 현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수준에서의 지역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지역주의가 유권자 개개인 수준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선행돼야만,거시적 차원에서의 지역주의 현상에 대한 근거있는 논의가 가능하다. 개인적 차원에서 볼 때,유권자가 출신 지역을 사랑하고,자기 지역 출신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이러한 지역주의에 기반한 투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미국,영국 등 거의 모든 민주국가에서 발견된다. 한국 지역주의의 문제는 이러한 지역주의적 투표가 단순히 자기 지역 출신후보에게 표를 많이 주는 차원을 넘어서,자신의 출신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현상으로 공고화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영남지역 유권자의 상당수는 충청 출신인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며,그가 이끄는 한나라당에 표를 던진다. 이는 거시적으로 보면 지역주의적 정당구도가 자리잡았음을 의미하며,미시적으로는 많은 유권자의 정치적 사고와 판단의 기저에 ‘지역’이라는 변수가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지역은 유권자들이 정치적 세상을 바라보는 프리즘이 되어 버린 것이다.마치 서구 사회의 유권자들이 보수-진보라는 이념을 통해 정치를 바라보듯이,한국의 많은 유권자들은 지역을 통해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후보평가 어떻게/ 영남유권자 상당수 “李가 盧보다 개혁적” 지역주의에 대한 기존의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실제로 많은 유권자들에게 있어서 지역주의 감정은 그들의 정치적 정서와 평가에 영향을 미치며,궁극적으로 그들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일례로 1997년 대선 당시 전라도인에 대한 거부감이 약한 유권자일수록 김대중 후보나 그가 이끄는 정당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또한 이들 유권자들은 김대중 후보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나타냈고,궁극적으로는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하는 양상을 보였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판단에 있어서 지역 변수가 갖는 지배적 위상은 지난달초 실시한 대한매일·KSDC 조사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영남 출신유권자들은 이회창 후보의 자질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고,반대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은 노무현 후보의 자질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다(대한매일 7월18일자 참조).유권자가 어느 지역 출신이냐에 따라 대권 후보의 자질에 대한 평가와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영남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이회창 후보의 개혁성향을 노무현 후보의 그것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 노 후보의 개혁성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반대로 이 후보는 노 후보에 비해 보수적인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일반적 인식과 달리 상당수 영남 유권자들은 이 후보를 보다 개혁적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이라는 지배적 변수에 의해 유권자의 개혁성향이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영남 출신의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에게 있어서 개혁이란 “무능하고 부패한 김대중 정부의 퇴출”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지역정당의 문제점/ 타협점 없어 지역갈등 심화 왜 이처럼 지역주의가 우리 정치 현실에 고착화되었는가.왜 많은 유권자가 지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정치를 보게 되었는가.많은 설명이 가능하지만 역시 거시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정당간의 정책적 차별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민주화 이전에는 여당과 야당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여당은 정치적 안정 위에 경제발전을 일관되게 주장했고,야당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외쳤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이러한 정당간 정책적 차이에 근거하여 정치를 바라보고 투표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가 되면서 여야간 정책적 차이가 사라지게 되고,‘지역’이지배적 변수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념을 기반한 정당의 대결은 특히 양당제의 경우 타협점을 찾기 쉽다.즉양당은 선거에서 보다 많은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극단적인 보수 혹은 진보적 입장보다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이념과 비교해 볼 때 지역이라는 갈등구조가 갖는 결정적인 취약점은 중간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호남과 영남의 중간점은 대체 무엇인가.타협점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간 갈등과 대립은 격화되기 쉬운 것이다. ■공동 집필자 약력 대한매일이 민영화 원년을 맞아 선거보도에 일대 혁명을 가져오기 위해 기획·보도중인 ‘2002 선거대해부’시리즈 이번 주제는 ‘선거와 지역감정’입니다. 지역감정의 실체는 무엇이고,이번 대선에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이번시리즈의 테마입니다.이번 시리즈 역시 ‘대한매일 2002년 대선 선거조사위원회와 조사분석위원회’ 위원들이 공동집필했습니다.공동집필자 약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명진(李名鎭) 국민대 교수·미국 아이오와대 사회학 박사 ■윤종빈(尹種彬) 명지대 교수·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박사 ■김욱(金旭) 배재대 교수·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김영태(金榮泰) 목포대 교수·독일 베를린자유대 정치학 박사
  • [편집자문위원 칼럼] 편견·차별의식 타파 앞장을

    얼마 전 택시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민심을 읽으려면 택시를 타거나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듯이 택시기사는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쉴새없이 정치인들과 현 정권을 성토하는 데 열을 올렸다.대부분 공감할 만한 내용인지라 가끔씩 맞장구를 쳐주면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 기사 아저씨 왈,현 정권이 들어선 후 시행한 수많은 정책 중 가장 불만스러운 것이 여성부 신설이란다.민족이 남북으로 분단되고,분단된 반쪽이 또 다시 동서로 나뉘어 지역감정이다,뭐다 해서 삿대질하며 싸우는 것도 꼴불견인데 이제는 남성과 여성조차 대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여성에 대한 차별을 막고,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려는 기본적인 노력조차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구나하는 생각에 혼자 씁쓸히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의 뿌리는 무척이나 깊고 질기다.그리고 또다른 모습으로 끊임없이 왜곡되고 재생산된다.이 ‘왜곡된 편견’은 그 전처럼 노골적이지 않아서 우리가 미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7월30일자 대한매일 19면의 ‘난 당당하게 일하고 사랑한다’라는 기사를 보면 ‘(드라마나 문학)작품 속의 여성은 그 시대 여성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맞는 말이다.그리고는 뒤 이어 ‘요즘 드라마 속의 여성들을 살펴보면 이 시대 여성에게 요구되는 상을 발견할 수 있다.’며 여주인공들의 예를 드는데,그 예로 든 여성이 다름 아닌 ‘예쁘고 능력있는 것은 기본이고,드럼을 연주하고,살사도 잘 추는 등 재능과 취미를 갖고’ 있으며,심지어 아버지에게 복수하려고 아버지의 새 부인을 괴롭히는가 하면,이복동생의 약혼자를 유혹해 뺏기도 하는 여성이다. 필자가 보기엔 그것이 결코 이 시대 여성에게 요구되는 상이 아니다.물론 그 기사는 과거처럼 남편에게 순종하고,주어진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현모양처’형 여성을 아직도 선호하는 ‘고루한’ 남성들에게 ‘이제 세상이 변했으니,너희도 변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그러나,‘예쁘지도 않고 특별한 능력도 없으며,살사도 못 추지만’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려는 보통의 여성들에게 이런 글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혹시 암암리에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왜곡된 편견을 갖게 하지는 않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조금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편견과 차별이라고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단어가 인종이다. 8월2일자 대한매일 국제면 머릿기사의 제목은 ‘팔,외국인도 무차별 테러’였다.그러나 똑같이 무고한 민간인들의 생명을 앗아간 행위일지라도,이스라엘군의 무차별 살상행위는 ‘공습’일 뿐이고(7월24일자 9면),팔레스타인인들의 행위는 ‘무차별 테러’로 표현된다.이러한 작은 표현의 차이가 반복되다 보면 독자에게 이스라엘의 살상행위는 군사작전 중에 일어난 ‘있을 수있는’ 일이고,팔레스타인인들은 곧 테러리스트라는 편견을 무의식 중에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혹자는 너무 지엽적인 것을 문제삼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앞서 말한 대로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의식은 이처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게 된다. ‘작지만 강한’ 신문은 이처럼 작게 느껴지는 부분부터 꼼꼼히 되돌아보고 조금씩 바꿔 나갈 때만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재훈(인권.평화 국제연대 상임간사)
  • [열린세상] 우리 정치의 ‘도그 데이’

    열대야가 견디기 쉽지 않다.올 복더위는 더 유난스럽다는 느낌이다.이런 때 우리는 흔히 구탕(狗湯)을 시식(時食)으로 찾는데,요즘 같은 혹서기를 서양 말에서 ‘도그 데이(dog days)' 라고 부르는 게 재미있다.어원을 보면 시리우스라고 하는 ‘개별(天狼星)' 이 뜨는 시기에서 유래됐다는 것이지만,무덥고 불쾌지수 높은 ‘도그 데이' 는 막말로 ‘개 같은 날' 이다.우리말의 느낌 그대로가 더 잘 어울린다. 삼복더위를 가리키는 서양 말 ‘도그 데이' 를 ‘개 같은~' 식의 우리 어감으로 공감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더위 탓만이 아니다.날이 가고 달이 가도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 채,날이면 날마다 되풀이되는 여야의 정쟁을 이 무더위 속에서도 보기 때문이다.할말이 아닌 줄 알지만,그야말로 개판이다.더위가 짜증을 내게 하기에 앞서 정치,정치인,정치인의 말이 백성의 가슴에 울화를 치밀게 한다. 정치인들 말에 의하면 우리 정치에서는 모든 현상이 ‘공작' 이고 ‘시나리오' 이며,‘음모' 아닌 것이 없다.여성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준을 부결시킨 정당들은 마치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아이들처럼 “내 뜻은 그게 아니었어.” “저쪽의 공작이고 음모야.” 식의 한심한 발뺌에 허둥댔다.“내가 했다.” 는 없고 “네가 했다,네가 책임져라.”만이 판을 치는데,사실은 결과가 부결로 끝난 이 초유의 인사 청문회야말로 대결의 정치만을 일삼던 우리 국회가 모처럼 보여준 생산적인 정치의 모습이었다는 것이 뜻있는 이들의 평가다. 문제는 공작설,음모설을 들먹여 새로운 정쟁의 소재로 삼는 행태다.“우리 당은 지도부가 찬성표를 던졌는데도 결과적으로 부결된 것은 상대당의 겉다르고 속다른 공작 탓이다.” 또는 “다수당의 독선과 독주가 국정혼란과 표류를 불렀다.” 등의 ‘네 탓' 공방이 그것이다.이런 공방은 거의 공식이고 체질이다.“우리 당이 부결시켰다.”고 당당히 평가를 구하거나,앞으로 더 생산적인 인사청문회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좋은 경험이 되었다는 따위 당위론,혹은 설득의 논리는 아예 없다. 정당간의 싸움닭 현상은 그 근본 원인이 오로지 올 연말의 대선 전략에 있음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우리의 모든 정치는 대선에서 표를 얻는 데에만 집중돼 있다. ‘8·8재보선을 넘어서 대선으로!', 그것이 장상 총리 내정자의 낙마를 가져온 한 가지 ‘정치적 요인' 도 된다. 본인의 흠결이 가장 큰 낙마의 원인이지만,일부 의원들의 ‘장상 때리기' 는 실은 ‘DJ 때리기' 였고 그것은 명백히 재보선-대선 전략에 근거하는 것이다. 인준 파동의 한쪽에서 터진 ‘역사교과서 편향기술' 소동도 대뜸 음모론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음모와 공작과 ‘네 탓' 의 말다툼 사이에서 정작 중요한 것,본질적인 것,반드시 물어야 할 책임은 잃어버리고 희석되고 실종된다. 요즘 서점에 가면 월드컵 코너가 있다.태극전사의 저서,기록 사진집도 있지만 주종을 이루는 책은 ‘히딩크 CEO론' 같은 경영서적들이다.그 한편에 ‘작지만 강한 나라,네덜란드' 라는 신간도 자리 잡고 있다.남한 국토의 절반도 못되는,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작은 나라' 가 어떻게 일류 선진국이 되었는지,이 나라를 강소국(强小國)이게 하는 도덕적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가령,지난 8년간 연립내각을 이끌어온 빔 코크 총리가 지난 4월 내각총사퇴-은퇴 선언을 하면서 “우리는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책임을 진다.”고 했는데,그 말은 1995년 보스니아 내전에서 세르비아계 군인들이 저지른 민간인 7500명 대학살 사건에 대한 네덜란드의 ‘국가적 책임' 을 진다는 뜻이었다는 것이다.네덜란드는 그때 평화유지군으로 현지에 있었으나 임무수행 능력이 부족한 100여명의 병력으로 그 비극을 막지 못했다.그 자책으로 그로부터 7년 뒤에 정권과 그 자신의 정치생명까지를 던진 것이다. 네덜란드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 사람들이 거실의 커튼을 활짝열어 그 안의 생활을 드러내 보이며 산다는 사실에 놀란다.부끄러움이 없고 단정하며 청결하다.‘개 같은∼' 복더위 속에서 어느새 실종되는 지난 6월의 ‘대∼한민국' 열정과 우리 정치의 무한-무책임 정쟁을 근심한다. 정달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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