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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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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비쿼터스 정치’

    정치판이 바야흐로 ‘사이버 열국지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최근엔 사이버 정치공간을 겨냥한 ‘기술 경쟁’도 불붙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와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등은 모바일 홈페이지를 개설해 언제 어디서나 유권자들과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정치’에 첫발을 디뎠다. 급기야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다음달 초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모바일 의정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동영상·모바일 다큐멘터리 등 첨단 자료로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 ‘유비쿼터스 세상’속으로 성큼 다가간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등은 블로그 회원들에게 모바일 문자서비스(SMS)로 주요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홈페이지는 기본 사양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남녀노소 정치인을 불문하고 미니홈피(싸이)와 블로그로 세를 넓히고 있다. 최근 고건 전 국무총리가 싸이를 개설하면서 정동영 통일부·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유력 대권주자 모두 ‘싸이 정치’에 합류했다. ●고건등 유력대권주자 ‘싸이정치’ 합류 사이버 정치공간은 더 이상 진보적 인사나 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 사이트가 조사한 정당 홈페이지 접속률에서 한나라당이 최근 열린우리당을 추월했다는 발표가 이같은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나라당 의원 125명 가운데 싸이나 블로그를 개설한 사람은 118명이다. 거의 모든 의원이 이용하는 셈이다. 열린우리당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싸이만 최소 40여명의 의원이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만 등록된 의원들의 블로그만 60여개에 이른다. 일부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모바일(휴대전화)과 인터넷을 연동시켜 마침내 ‘유비쿼터스 정치’가 살갗에 다가온 느낌이다. 개별 의원만이 아니라 정당도 열기가 뜨겁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당 홈페이지에 ‘윗몸 벗은 알통 사진’을 게재하는 등 정당마다 유권자의 ‘클릭 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이다. ●홈피 유시민, 싸이 박근혜, 블로그 원희룡·전여옥 정치인의 이런 뜨거운 ‘사이버 유목’의 모멘텀은 지난 2002년 대선과 4·15 총선이었다. 두 선거에서 ‘사이버의 힘’을 실감한 정치인들에게 사이버 세계는 ‘엘도라도’였다. 사이버라는 노다지에서 금광을 캐려는 정치인의 탐험은 사이버 세계의 유행과 궤를 같이 한다. 즉 네티즌들이 홈페이지 시대에서 포털사이트 카페 시기를 거쳐 미니홈피(싸이), 블로그 시대로 ‘유목’함에 따라 정치인들의 행보도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굵고 묵직한 주제(홈페이지),1촌맺기 등 아기자기한 감성문화(싸이), 개방성이 강화된 커뮤니티(블로그)라는 각각의 특장을 적절하게 활용한 정치인도 등장했다. 네티즌 사이에는 ‘홈피는 유시민, 싸이는 박근혜, 블로그는 원희룡·전여옥’이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다. 이런 열기 속에 네티즌들의 성향도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초기엔 진보·개혁적 목소리가 높다가 차츰 보수의 주장도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정계는 지금 ‘사이버 열국지’] 방문객 280만명 박근혜 ‘싸이질 맹주’

    차기 대권주자들은 바쁘다.‘독수리 타법’으로라도 ‘밤샘 싸이질’을 해야만 10,20대 네티즌과 ‘코드’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근엄한 정장을 벗어던진 정치인들은 빛바랜 한 장의 사진과 솔직담백한 글 한 편으로 수만 청중을 모아놓고 연설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호소력있게 네티즌의 표심에 다가가고 있다. 유력한 여야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고건 전 국무총리,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경기지사, 이명박 서울시장,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모두 ‘싸이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성향, 성격, 외모가 모두 다르듯 싸이 활용법도 저마다 제각각이다. 가장 뒤늦게야 싸이에 뛰어든 고건 전 총리는 ‘늦게 배운 일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케이스. 외국 출장 중인데도 틈틈이 ‘미국에서 고건 올림’이라고 답을 올렸을 정도다. 누군가 방명록에 “5·18 때 전남도지사를 지내지 않았냐.”고 따져묻자, 고 전 총리는 즉각 게시판의 ‘GK생각(from GK)’에 “그땐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미 신군부에 반대해 사표를 낸 상태였다.”고 답했다. 그의 지지자로 짐작되는 네티즌들은 “고건님과 1촌을 맺으세요.”라며 다른 방문객을 독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싸이질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한 측근은 “한줄짜리 문장은 직접 올리지만, 보통은 비서에게 ‘구술’하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 장관은 ‘다이어리파’다. 일주일에 한번꼴로 장문의 글을 올려 네티즌을 공략한다. 내용은 “이은주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부터 입양아 문제, 한 인터넷 언론의 편향성까지 다양하다. 현안을 꿰뚫는 글은 언론을 통해 자주 기사화되고 있다.‘김근태가 들려주는 김근태 이야기’에는 어머니를 그리는 애틋한 추억부터 ‘민주화 운동’의 일화까지 담겨있다. 그는 일과를 마치고 대학원에 다니는 딸과 주로 싸이질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장관이 요즘 부쩍 대글 다는 일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면서 “딸의 코치를 받아 싸이를 둘러보면서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싸이 고수’다. 미니룸·스킨·배경음악 설정을 모두 척척해낸다. 한 측근은 “가끔씩 집에서 빛바랜 사진을 가져와 디지털 이미지로 바꾸는 스캐닝만 직원들에게 부탁하고 나머지는 다 대표가 알아서 직접 한다.”고 말했다.‘근혜이즘(ghism)’을 전파하는 이 싸이의 가장 큰 특징은 ‘1등 경쟁’이다. 박 대표가 글을 올리면 불과 1,2초 차이로 네티즌의 대글이 붙기 시작하는데,“앗싸!, 오늘 1등”,“흑, 간발 차이로 2등”,“내일은 꼭 1등할 거야.” 등의 답글이 붙는다. 박 대표는 가끔씩 싸이가족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글을 남겨 감동시킨다. 고 전 총리와 비슷한 시기에 싸이질에 입문한 손학규 지사는 ‘튀는’ 아이디어를 냈다. 매주 토요일 밤 11시부터 1시간씩 ‘손학규의 음악편지’라는 인터넷 음악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손학규 CJ’인 셈이다. 음악 중간에는 간호 조무사의 신생아 학대, 일본의 교과서 왜곡 등 현안에 대한 소신을 피력한다. 평소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사진첩의 ‘캐주얼 Sohn’ 코너에는 “막걸리를 마시고 취했어요.”라는 식으로 긴장을 푼 사진도 소개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손 지사측은 “일단은 그동안 했던 발언이나 성명서, 간단한 사진을 주로 올리지만 앞으로 다이어리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btious’라는 다소 ‘의미심장한’ 주소로 싸이를 개설한 이명박 시장은 ‘희망’,‘도전’,‘용기’ 같은 단어로 네티즌을 공략하고 있다. 홈피 주소부터 ‘대망을 품은’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ambitous’와 발음이 비슷하다. 현대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이 시장은 70년대 경제 성장기를 자주 회상하며 경제 마인드도 부각시키고 있다. 사진첩에 올린 중학교 3학년 시절의 빛바랜 사진 밑에는 영양실조로 쓰러졌던 일화를 잔잔하게 소개해 자수성가 신화를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이 시장측은 “시장이 20∼30대 취향의 노래를 즐겨 들어 배경음악에도 자주 올린다.”고 귀띔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예전에 직접 썼던 ‘개나리 아저씨’라는 수필집을 연재하고 있다.MBC기자로 취재현장을 누볐던 일화가 담겨있는데, 네티즌 호응이 높다. 지난 9일엔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때마침 돌아온 어버이날에 구구절절한 글을 올려 네티즌의 심금을 울렸다. 한 측근은 “그 글은 장례식이 끝난 뒤 머물던 산사에서 직접 써 서울로 돌아와 워드 작업을 거쳐 올렸다.”면서 “지난해 8월 입각한 뒤 일정이 너무 빡빡해 통 싸이를 돌볼 여유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담담한 글을 자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권 주자들의 측근들은 한결같이 “평소의 정치인 ○○○이나 장관 ○○○처럼 공식적이고 근엄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인간 ○○○을 보여주기엔 싸이가 제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권캠프 측에선 “이상하게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올라오는데, 싸이에는 격려글이 훨씬 많아 정치인들도 힘을 얻어 더 열심히 싸이질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홈피 옛말… 싸이·블로그→유비쿼터스로 정치권에도 이른바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가 활짝 열릴 참이다. 유력 정치인과 유권자 또는 잠재적 지지자 간에 인터넷이나 모바일, 그리고 인터넷-모바일 연동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쌍향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세상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인터넷이 일상을 점령한 상태에서 기존의 ‘오프 라인’식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유권자들이 주로 정치 콘텐츠를 온라인 공간에서 얻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또 유비쿼터스가 상징하듯 미디어 환경은 빠른 속도로 계속 변화·발전될 것이고 이에 익숙한 ‘잠재적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면 적응 전략도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의 ‘e폴리틱스(전자 정치)’도 수용자(유권자)가 찾아오는 홈페이지보다는 공급자(정치인)가 찾아가는 흐름으로 급진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상은 정보화시대의 진전에 편승하는 측면과 함께 정치문화 자체가 급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즉, 유권자와 정치인간 직접 대면에 따라 들게 마련인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열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의)단순한 양적 증가’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전자정부 솔루션 업체인 포스닥의 신철호 대표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정치인은 늘었지만 대개 자기 홍보나 카탈로그 구축 수준”이라며 “네티즌과 의사소통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갖추지 않으면 전자민주주의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고 충고한다. 이어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수용자와 교감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상위 5% 의원과 카탈로그 수준의 95% 의원의 격차는 벌어질 것이고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정치판의 디지털 격차에 대한 우려인 셈이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간큰 의원들 “싸이가 뭐야” ‘싸이가 뭐예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세계에도 민감한 정치인들이 모여 사는 여의도에 아직도 ‘아날로그형’ 의원들이 있다. 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은 인터넷정치 시대에 맞춰 홈페이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통해 유권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달랑 홈페이지 하나만 믿고 버티는 정치인이 수십명에 달한다.‘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이 서툴러서’ 등 이유도 다양하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해명은 솔직한 편이다. 김 의원측은 “의원의 일상생활이 단조로워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별로 할 말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시간도 없고, 그리고 특별히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도 이유다. 그리고 비교적 가벼운, 비공식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다. 인터넷에 익숙지 못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현재 홈페이지 관리방법을 열심히 공부 중이다. 홈페이지 안에 동영상을 설치해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보좌진에게 하는 등 요즘 들어 부쩍 인터넷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키보드 조작이 능숙하지 못해 아직도 글 올리는 것이 서툴다. 그러나 조만간 홈페이지 정복을 넘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도 진출한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홈페이지조차 오픈하지 않은 의원도 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조만간 홈페이지를 오픈한다. 유 의원측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홈페이지가 없었던 것에 유 의원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다. 열린우리당 의원 146명 가운데 정의용·조성태·조성래 의원 등 3명은 홈페이지가 없다. 당 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로 홈페이지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주요 당직자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싸이’를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와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아직 홈페이지만을 고수하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시론] 광주의 역사적 진실 규명해야/김정훈 전남과학대 일문학 교수

    [시론] 광주의 역사적 진실 규명해야/김정훈 전남과학대 일문학 교수

    가해자의 참회와 사과도 없는데, 어찌 무턱대고 용서와 화해로 가슴 한복판에 자리잡은 응어리를 풀어헤치란 말인가.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모두 요란스레 찾아들었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한결같이 당시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달랜다며 짙푸른 5월의 광주에 발길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고 난 뒤 허탈감에 온몸이 뒤틀리는 것은 어째서일까? 광주를 찾은 386정치인들이 도우미가 딸린 단란주점에서 유흥 잔치를 벌였다던 소식에 분노를 삼키던 기억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건만 뇌리에서 그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권을 꿈꾸는 서울시장이 5·18국립묘지 유영봉안소에서 참배하고 나오다 파안대소했다는 보도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사소한 문제로 본질을 흐리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달래기 위함이라면 광주시민들에게 총구를 들이밀고 방아쇠를 당기게 한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 역사적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요란을 떨며 다들 희생당한 영령들의 사연을 듣고 위로하기 위해 5·18 묘역을 순회한다지만 정녕 광주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누구에 의해 짓밟히고 뭉개졌는지 ‘용서와 화합’이라는 미명하에 아직도 규명이 되지 않고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광주의 5월정신은 그 숭고한 역사적 의미가 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가 가고 정권이 바뀌었건만 여전히 소외받고 낙후된 지역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광주시민들이 어떤 특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국토균형발전’이라는 현 정권의 정책에서 우선권을 부여받으려 한다거나, 혹은 핍박받았던 역사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광주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생각해 보라. 아직도 밝혀야 할 진실이 남아 있는데 망월동 5월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단 말인가. 가해자의 참회와 사과도 없는데, 어찌 무턱대고 용서와 화해로 가슴 한복판에 자리잡은 응어리를 풀어헤치란 말인가. 제6회 광주인권상을 수상한 인도네시아의 와르다 하피즈 여사는 “광주는 아시아의 등대와 같은 곳으로 어둠 속에서 수많은 배와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하며 “광주정신은 앞으로도 꺼지지 않고 영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외에서도 5월의 정신을 잊지 않고 그 가치를 배우고 민주주의의 성지인 광주를 추앙하고 있건만 광주시민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분노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군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실미도 사건’과 대학생들의 강제징집을 야기한 ‘녹화사업’을 대상으로 진상규명에 임한다는 공언을 반복해왔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위원회에서 발표할 안건이라며 결정을 유보해왔다. 드디어 군 관계자 5명과 민간인 8명 등 총 13명으로 군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하는데, 과연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위원회에서는 당연히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진상규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며 하루속히 성역 없는 진상조사에 착수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방부에서 직접 망월동 5·18묘지의 관리를 맡겠다고 나서서 광주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아직 진상의 배경과 최초발포명령자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방부가 국방부장관 명의로 국회에 ‘국립묘지에 관한 기본법안’을 제출, 입법예고한 것이다. 그런 후 4·19나 3·15 묘지와 함께 공동관리를 추진하고 있다는데, 군 관련 희생자들과 민주영령들 묘지의 성격을 동일시하여 관리하겠다니 어느 나라에 있을 법한 일인가. 그보다 국방부는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매캐한 최루가스와 김밥을 눈물로 삼키며 항거하던 민주영령들과 광주시민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말이다. 김정훈 전남과학대 일문학 교수
  • [논술이 술술] 국화와 칼/루스베네딕트

    올해는 유독 일본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이 일어났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여전했고, 독도와 역사 교과서 문제가 일본과의 갈등을 더욱 깊게 했다. 돌아보면 우리에게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인지 우리는 일본과 아주 오랫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왔지만, 실제 그들의 역사와 문화의 특징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주 적다. 근대 이전에는 해안을 약탈하던 ‘왜구’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다. 근대 이후에는 우리 나라를 강점해 무자비하게 수탈했던 ‘침략자’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현대에는 ‘소니’와 ‘도시바’ 등 다양한 상품들의 이미지로서만 단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화 ‘러브레터’나 ‘이웃집 토토로’ 등에서 나타났던 따뜻하고 평화스러운 일본의 이미지와 ‘야스쿠니 신사’와 ‘이종격투기’가 보여주는 뻔뻔스럽고 호전적인 모습을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한 우리의 지극히 피상적이고 낮은 이해는 그들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감정적인 거부감만을 키우며, 문제 해결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루스 베네딕트가 쓴 이 책은 일본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보아야 할 책 가운데 하나다. 베네딕트는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 6월, 미 국무부의 의뢰를 받아 일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이 전쟁 막바지에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맞은 적은 미국인의 사고와 문화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척 낯설고 이질적인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네딕트는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의 패턴을 탐구하기 위해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진행한다. 이 연구는 1945년 ‘일본인의 행동 패턴’이라는 보고서로 나타났고, 이를 바탕으로 1946년 ‘일본 문화의 패턴’이라는 부제를 달고 쓰여진 것이 ‘국화와 칼’이다. 이 책은 외적인 생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 민족의 문화 패턴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기초한다. 베네딕트는 일본인의 문화 패턴을 찾아내기 위해 전쟁 중에 나타난 일본인의 행동은 물론 일본인의 계층구조 의식의 형성과 변화 과정 등을 분석하며,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 방식의 특징을 살핀다. 이를 통해 일본인은 어떤 경우에 예의를 지키고, 어떤 경우에 수치심을 느끼는지 등 평균적인 일본인의 습관과 행동 양식을 설명하고 있다. 제목의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두 가지 상징이다. 그것은 서구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일본인의 ‘이중성’을 나타낸다. 매우 절제되고 겸손한 행동 양식을 지니고 있는 국민이 동시에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리는 호전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은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베네딕트는 그러한 이중성이 모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이를 근거로 일본 문화의 패턴을 이해하려 한다. 한편 이 책은 당시까지 인디언 등 원시부족 생활을 주로 연구하던 문화인류학의 연구 대상을 산업사회로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베네딕트는 전쟁 때문에 일본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고 여러 문서와 기록, 증언 등에만 의존해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해석 작업은 이후의 연구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이 책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여러 한계가 드러난다.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양의 모습으로 지나치게 단순화돼 서술한 경향도 없지 않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일본에 대한 실체적 이해보다 미국인의 사고 속에 자리잡은 일본관에 대한 서술로 읽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인들의 사고 및 행동양식, 문화와 사회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나름의 구실을 충분히 하고 있다. 게다가 서구, 특히 미국의 일본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정세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미·일 동맹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과 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독서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고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슬픈 열대(레비스트로스·한길사), 문화의 수수께끼(마빈 해리스·〃), 성과 속(미르치아 엘리아데·〃), 이미지와 상징(〃·까치글방) -기출논제:한국외국어대 2004학년도 정시 논술, 서울교대 2003학년도 정시 논술, 부산대 2002학년도 정시 논술 ●생각해보기 -이 책은 일본 문화의 특징을 어떻게 서술하고 있나. -일본과의 역사적·영토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문화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자.
  • [열린세상] ‘고건 현상’ 고건 때문이 아니다/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고건 전 총리는 모든 종류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1순위로 꼽힌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그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는 26.2%로,2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16.6%)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기존 정당들 사이에서도 그의 인기는 높다. 중부권 신당이나 민주당에서 그와 선을 대려 하고 있으며, 최근 박근혜 대표까지 그를 영입할 수도 있다고 나섰다. 열린우리당의 한쪽에서도 ‘작업 중’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그는 이달 초 이른바 싸이월드에 입성했다.‘레츠 고’. 그의 홈피 주소다. 그가 가고 싶어하는 곳이 어디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홈피를 방문하는 젊은이들의 수도 적지 않다.‘고사모’ 활동도 활발해졌다. 언론은 그가 몇명의 대학생들과 맥주 한잔 마시는 것도 빼놓지 않고 보도한다. 고건에 대한 기존 정당들의 러브콜이나 대중적 인기는 그의 장점을 말해주는 걸까. 오히려 단점을 드러내주는 지표는 아닐까. 분명한 것은 기존 보수정치의 실패가 고건에 대한 기대로, 러브콜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고건 현상’은 고건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여야 거대 보수정당이 국민의 신망을 받는 후보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반사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언론은 ‘고건 현상’의 역사적·구조적 배경보다는 고건 개인의 장점 또는 특성을 분석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안정성·중도성향 높은 점수’(한겨레신문 5월17일자)라는 식의 제목뽑기가 그것이다. 고건이 후보로 될까 안 될까, 후보가 되면 이길까 질까, 이런 게 언론의 관심이다. 물론 정치인들끼리의 ‘대선 게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거기서 그친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는 어떤 정치적 이념 또는 노선을 가진 사람인가. 그는 색깔을 가지고 있기나 한 사람인가. 민주노동당을 빼놓고 모든 정당이 선을 대려고 하는 것도 그의 무색성(無色性)과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 물론 기존 정당들도 피차간에 별로 다를 바 없는 보수 정당들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박세일 사단이 만들어내고 한나라당이 공식 채택한 ‘공동체 자유주의’-박근혜 대표는 4·30 재보선 직후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를 다시 강조한 바 있다-와 열린우리당이 말하는 ‘중도개혁’은 언술 수준뿐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거의 같은 얘기다. 군사쿠데타가 난 1961년 고시에 합격한 그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노무현 정권 때까지 공직 생활을 해왔다.“2007년 이후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는 대통령의 상이 ‘행정 달인’, 다시 말하면 행정실무가형이 돼선 안 된다. 역대 정권을 겪으면서 요직을 거친 것은 그가 정치철학이 없는 실무 스타일의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한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정당이 만들어지고 깨지는 과정 가운데 단 한차례도 이념과 정책의 차이나 동질성이 그 요인으로 작용된 적은 없다. 선거 승리는 지역 방정식이라는 공학 정치의 결과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따라서 기존 보수정당들이 싸움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정책이나 이념, 비전과는 전혀 관계없이 어떤 후보하고라도 손잡을 수 있다고 덤벼드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정책·이념적으로 ‘미분화’한 원시적인 지역정당 체제가 만들어낸 ‘웃기는 비극’이다. “3김정치 이후 공황 상태에 직면한 보수 정치권이 차세대 지도자를 키워내지 못한 결과가 고건 인기의 배경이다.(대선이 후보나 정당의)정책·이념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이기기 위한 게임에 불과하다. 국민만 불쌍하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말이다. 보수 정당에 대한 비판은 말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적 정치의 실천을 통해 진정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런 비극적 정치가 지속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는 민주노동당의 책임도 의석수 이상만큼 있다. 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 [서울광장] 포퓰리즘의 제도화/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포퓰리즘의 제도화/이목희 논설위원

    학창시절에 가졌던 의문이 있었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아테네의 직접민주정치를 왜 중우정치(衆愚政治)라고 폄하했을까. 스승 소크라테스가 민중에 의해 처형당했다고 그럴 수가 있는가. 그의 철인정치(哲人政治)라는 게 결국 스스로의 권력욕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기자가 된 뒤 몇번의 대선과 총선을 취재하면서 플라톤이 가졌던 고민의 일단을 이해하게 됐다.100%는 아니지만, 대체로 표를 많이 얻는 정치인은 얼마쯤 사기꾼 기질을 갖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정말 잘하리라 기대되는,‘철인’에 가까운 인물은 주요 정당의 후보조차 되지 못하곤 했다. ‘민주정치는 차선이고, 다소는 비겁한 제도다.’ 어쭙잖은 결론을 내려봤다. 모두의 참여가 보장된 투표 결과는 사후에 잘못이 판명되어도 공동책임으로 미루면 그만이다. 그래도 대의민주정치에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를 여지가 직접민주정치보다는 적은 편이다. 선거 때는 온갖 공약을 남발하지만 당선된 뒤에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5년마다 치열한 대선을 치르면서 정책혼란이 이 정도인 것은 ‘당선자의 변심’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요즘 플라톤의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 정치판이 포퓰리즘의 물결로 보이는 탓이다. 인터넷의 획기적 발달과 수시 여론조사는 포퓰리즘의 일상화를 가져왔다. 국적법개정안을 둘러싼 홍준표 의원의 행동에서 보듯 인터넷 여론을 장악하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 대선주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정치인들이 대중영합주의의 유혹을 강력히 느끼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으로 대표되는 구(舊)포퓰리즘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상 직접민주정치의 부활이다. 여야 정당이 인터넷 의존도를 높이고, 리플에 휘둘리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터넷을 먼저 활용한 열린우리당은 벌써 부메랑을 맞았고, 뒤늦게 시작한 한나라당은 아직 재미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을 지양하라.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살려 책임정치를 하라.’는 원론이 먹혀들까. 차라리 포퓰리즘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제대로된 직접민주정치로 승화시키는 게 낫다. 크게는 헌법이 손질되어야 한다. 조만간 본격화할 개헌논의에 직접민주정치 요소를 대폭 반영하는 방안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줄이고, 국민의사를 직접 묻는 범위를 확대해 보자. 현행 헌법은 외교·국방·통일·국가안위 관련 정책을 대통령만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규정했다. 이를 일정 숫자 이상 국민의 요구가 있으면 국민투표가 가능하게 바꿔야 한다. 국회나 주요 정당에 발의권을 줘도된다. 수도이전은 물론, 대북지원·국가보안법에서 교육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건이 국민투표에 회부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모성보호법을 국민투표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 비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대선·총선·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책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강국이다. 객관적 관리가 보장된다면 큰 돈 안 들이고 전체 국민의사를 묻는 게 가능하다. 선관위는 2012년 총선부터 인터넷투표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그보다 빨라질 수 있다. 다음 헌법개정에서 전자(電子)민주주의를 체계화한다면 한국은 새로운 정치제도를 만든 국가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개헌에 앞서 당장 포퓰리즘의 순기능을 살리는 게 쉽지 않다. 정치지도자가 선동한 것인지, 실제 밑바닥 여론인지 헷갈린다. 인터넷 여론몰이꾼을 골라내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 찬반 논거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1000명 안팎을 대상으로 급조된 여론조사도 한계가 있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검증과정을 길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익명성에 숨어 부르르 끓어오르는 인터넷 단기여론으로 입법이나 정책방향이 결정되어선 안 된다. 진정한 국민공감대를 위해 참고 기다리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불법대선자금’ 모두 풀려나

    ‘불법대선자금’ 모두 풀려나

    법무부는 20일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구속 수감 중인 김영일 전 한나라당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를 30일자로 가석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정치인들은 모두 옥살이를 벗어나게 됐다. 지난해 5월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 1년만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행형 성적이 우수하고, 가석방조건을 채워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석방 대상과 결정은 형기의 3분의1 이상을 복역하고 행형 성적이 우수하면 법률상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항소심에서 주요 정치인의 형량을 대폭 낮춘 데 이어 이번 가석방도 ‘원칙 없는 정치인 봐주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과 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11억여원,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의 형이 각각 확정됐다. 이들 외에 불법대선자금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이 확정된 사람은 최돈웅 전 한나라당 의원,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의원, 최도술씨, 안희정씨 등이다. 이 가운데 형량을 모두 복역한 사람은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안씨뿐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외국인 노동자와 친구하자”

    “외국인 노동자와 친구하자”

    “그들은 귀한 손님”(구삼열 아리랑TV 사장)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케어링(Caring) 코리아’로”(도영심 대사)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용경 KT 사장)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호스트패밀리(Host Family)’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이렇게 말하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주문했다.‘호스트패밀리’란 우리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안기 위해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본뜬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우리나라 사람이 자매결연을 맺고 인간적인 교류를 가져서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자는 취지다. 총대는 아리랑TV가 멨다. 이런 취지에 공감해 선뜻 손 들고 나선 사람이 적지 않았다. 아리랑TV측이 밝힌 명단에 따르면 김덕규 국회 부의장을 비롯, 유력 정치인들이 줄을 이었고 어윤대 고려대 총장,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등 학계 인사들도 눈에 띈다. 아리랑TV는 이런 열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22일 서울 등촌동 88올림픽 체육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한마당 행사도 기획했다. 호스트패밀리 100쌍 출범과 함께 문화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 것. 이날 호스트패밀리 1호로 KT 이 사장과 자매결연을 맺은 하룬(36·방글라데시)은 “부모와 친구가 생겨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을 불법체류자들은 호스트 패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로 불리는 김해성 목사도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른바 ‘공식’ 운동의 한계라면 한계다. 호스트패밀리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은 아리랑TV 내 사무국으로 연락하면 된다.(02)-3475-5208,5056.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씹으면 씹을수록 비리네

    [박은영의 DVD 레서피]씹으면 씹을수록 비리네

    남해 청정해역에서 잡아 말린 삼천포 쥐포는 붉고 두툼하며 결에 따라 쉽게 찢어진다. 석쇠 위에 놓고 녹녹하게 구우면 말랑하고 쫄깃한 육질에서 씹을 때마다 달콤하고 깊은 맛의 육즙이 흘러나온다. 질긴 어육을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오징어와 달리, 쥐포는 씹는 감이 좋아서 오래 씹어도 달고 부드럽다. 씹는 일만큼 익숙한 일도 없다. 음식은 물론 정치인들, 탈세를 일삼는 부자들, 양심 없이 행동하는 이들은 씹히게 마련이다. ‘공공의 적’은 강철중이라는 인물을 통해 통쾌함을 안겨줬다. 돈만 알고 도덕을 모르는 인간을 잘근잘근 씹는 과정을 보여줬달까.‘공공의 적 2’는 전편에 비해 씹는 강도가 덜하다.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강철중은 날렵한 턱선과 비상한 기억력을 자랑하는 강력계 검사다.“형이 오늘은 기분이 나쁘지 않거든∼.” 하며 17대 1의 개싸움을 벌이던 질기고 쌩쌩한 강철중의 디테일은 모호해졌다. 대신 거대 사학재단의 비리 이사장부터 부패 국회의원까지 싸잡아 수갑을 채우는 시원한 결말이 있다. 정치인들의 비리가 문제인 것은 우리만은 아닌 모양이다. 시리즈물 ‘웨스트 윙’은 미국 백악관을 조명한다.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 비리, 사건들을 참모진이 헤쳐 나가는 과정이 전개된다. 성조기가 휘날리며 시작하는 인트로는 정치 드라마의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들큼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지만 전반적인 짜임이 탄탄하고 곱씹는 맛도 그럴듯하다. ●공공의 적 2 속편을 기획하면서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누가 공공의 적인가?”라는 문제였다고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기 위해서 좀 더 힘 있는 자를 악당으로 점찍었고 그에 따라 강철중의 지위도 승격되었다. 기본 구도는 전편과 유사한데, 좀 더 고급스러운 배경이라는 것이 2편의 다른 점이다. DVD는 1편보다 한결 매끄럽게 출시되었다. 영화가 어떻게 기획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촬영되었는지를 단계별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부가영상은 심도 있으며 화질과 사운드도 좋은 편이다. 별도로 수록된 김상진·장윤현 감독의 부분 연출 장면 제작과정도 흥미롭다. ●웨스트 윙 시즌 4 ‘웨스트 윙’은 백악관 비서실의 간부들이 근무하는 곳을 일컫는 용어다. 제목이 말하듯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지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참모들이다. 이번 시즌에선 대통령의 재선 과정이 전개된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관계가 수직이 아닌 수평적으로 표현되며, 자유롭게 의견과 농담이 오가는 모습이 이상적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보는 시리즈로 유명세를 탔으며, 탄핵되었을 때 인용했던 ‘California 47th’ 에피소드가 이번 시즌에 있다.‘The Letter of the World’에서는 4년간 엘 고어 수석 연설문 작가로 있었던 엘리 애티의 음성해설도 있다.
  • ‘칩거’ 안희정씨 직격 인터뷰

    ‘칩거’ 안희정씨 직격 인터뷰

    “아버지 세대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준 덕분에 우리는 낮은 수준이지만 이웃과 공동체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생계의 시대가 아닌 가치의 시대가 온 것이다.” 참여정부 탄생의 주역, 노무현 대통령의 386 최측근,‘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대표되던 안희정(40) 전 새천년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자신이 천착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인간적·시민사회적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경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우리 세대의 숙제”라는 부연설명과 함께였다. 그는 “인간의 역사가 승자독식의 적자생존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공동체적 삶과 민주주의적 가치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싶은 심산인 듯했다. ●“공동체적 삶 속 경제발전 이뤄야” 지난 4월 최장집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에 객원연구원으로 등록한 안씨는 아직 ‘칩거’ 중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창업공신이자, 단짝이던 이광재 의원이 ‘유전게이트’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안 전 부소장의 근황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그래서 약속을 잡지도 않고 무작정 고려대로 간 지난 4일, 허탕을 치고 돌아오려는 길에 짙은 감색 점퍼에 노트북 가방을 맨 채 교정을 바쁘게 걸어가는 그와 마주쳤다. 그는 “찾아온 손님이니까 반갑게 맞겠지만, 인터뷰는 응하지 않겠다.”며 탐탁지 않아 했다. 지난 9일 다시 조교실로 찾아갔을 때도 그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거듭 자신에 대한 ‘무관심’을 부탁했다. ●내 앞의 도랑을 뛰어넘어야… 안씨에 대한 세인들의 주된 관심은 ‘정치권 복귀’ 문제다. 현재 그는 공무담임권이 제한돼 있다. 그러나 ‘8·15광복절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도 그에겐 부담이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12월13일 형기 만료로 출소했다. 그는 “궁수가 과녁 앞에서 떨리는 가슴을 누르고 과녁을 맞힐 수 있는 것은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나도 사람인데 활시위를 들면 가슴이 떨리지 않겠나. 그 떨림을 누르고 제대로 시위를 당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민의 일단을 털어놓았다. 이런 알듯 모를 듯한 비유도 했다.“가수가 앨범 2∼3장 내놓은 뒤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면, 그 다음엔 기획자로 얼른 돌아서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정치인·경제인들이 위기를 극복할 때 국민들이 박수를 치는 것은 그의 용기와 능력이 시대정신과 맞닿아 공명하기 때문”이라면서 “내 앞에 깊고 넓은 도랑이 놓여 있고, 언젠가는 그 도랑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나 도랑을 내가 뛰어넘는다고 과연 국민들이 박수를 쳐줄까.” 하고 자문자답하기도 했다.1년의 감옥살이 이후 줄곧 그를 괴롭히는 ‘화두’인 셈이다. 89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시작해 16년간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그는 학교로 돌아가 일주일에 3일 공부를 한다. ●“정책중심의 노무현식 정치 확산” 여의도 밖으로 나온 그에게 정치권은 어떻게 보일까. 그는 여의도의 정치를 “‘관계의 정치’‘조선시대식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한국은행권이 유통돼야 하는 21세기에 조선의 상평통보가 유통돼서야 되겠느냐.”며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즉 “정치인들이 관계 속에서 안주한 과거의 방식에서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전화를 할 것인가, 책을 읽을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에 비유했다. 이와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90년대 당시 노무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할 때 ‘현실이냐, 정책이냐.’에 대한 갈등이 많았단다. 후원회가 끝나고 나면 보좌관들은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시라.”라면서 두툼한 후원인 명단을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여러분이 써준 보고서나 책을 읽을까 생각했다.”며 “꼭 전화를 해야 하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노 대통령의 집권 이후로 정책·이슈 중심으로 점차 전환되는 ‘노무현식 정치’가 확산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 정책과 이슈는 또한 민심(民心)을 살피는 가운데 나올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안씨는 “2005년 ‘한국호’는 돛대가 부러질 만큼 거세게 부는 개혁의 바람을 받으면서 전환기를 건너가려 하고 있다.”면서 “거친 물살을 돌파하려면 노젓는 힘에 달려 있는데, 그 힘은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정치권과 국민들이 똘똘 뭉친 ‘세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정책·이슈 중심으로 정치 행위가 이뤄질 때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결함·실수에 대해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도 했다. 무대 위에서 가창력 뛰어난 가수가 무대 밖에서 성격 좋은 가수보다는 더 사랑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떤 빌딩’을 세울 것인가 참여정부에 대해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한 최초의 정부”라고 주장하면서 “기초공사가 거의 끝났지만, 그 위에 어떤 빌딩을 세우냐는 것은 다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 빌딩이 어떤 크기, 어떤 모습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정치권은 “왜 우리는 민주주의를 하려고 했는가, 민주화된 한국에서 민주주의적 가치는 무엇이고, 또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답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60년대 일본 학생운동권인 전공투(전학공투회의)가 72년 지방선거에서 ‘환경과 복지’를 내세워 의석의 40%를 장악하는 등 전면에 나섰지만, 중앙정치의 세력으로 떠오르지 못해 70년대 말 기성 정당에 모두 흡수돼 버렸던 역사를 환기시켰다. 한국의 개혁세력은 ‘다행히’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자신들의 뜻을 정책을 통해 축적해온 만큼 새로운 방향,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그 전제가 맞다면)그래서 차기 정권도 개혁세력의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출범에 큰 기여를 한 그의 이같은 주장이 적중할지, 아니면 희망사항에 불과한지는 현재로선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무엇을 위한 효율성인가가 무시된 채 오로지 효율성·경제성만 강조되는 현실에 대한 그의 불만은 현시점에서도 분명하게 읽혀졌다. 그는 “가치있는 분야라고 해도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분야는 없애 버리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꼭 옳은 방향이냐.”고 반문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국제플러스] 쑹추위 “타이완 독립은 막다른 길”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을 방문중인 쑹추위(宋楚瑜) 타이완 친민당 주석은 11일 천수이볜(陳水扁) 총통과 집권 민진당이 기도하는 타이완 독립을 ‘절망으로 향하는 막다른 골목’이라고 주장했다. 쑹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의 칭화(淸華)대학에서 가진 강연을 통해 “양안 동포와 정치인들은 보다 큰 지혜를 가지고 양안 중국인 스스로의 문제를 함께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이완 의식’과 ‘타이완 독립’을 하나로 볼 필요는 없다.”며 “타이완 의식은 긴 역사의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타이완의 정서지만 타이완 독립은 타이완을 중국에서 떼어내려는 기도”라고 지적했다.
  • 한류열풍에 가려진 열악한 기초예술현장

    한류열풍에 가려진 열악한 기초예술현장

    대학로 흥행연극 ‘관객모독’에 출연중인 배우 전수환(40)씨. 그는 요즘 무대에 설 때마다 뿌듯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낀다.3년여의 외도 끝에 돌아온 연극무대가 한없이 감사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엔 가족을 속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괴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극단 76단에 입단해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며 무대밥을 먹은 지 20여년. 무작정 좋아서 뛰어든 일이라 수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밥벌이는 포장마차 등 아르바이트로 대신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두 아이가 태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해 2∼3개 작품에 출연해서 받는 돈은 고작 600만∼700만원. 여기저기 빌린 생활비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악물고 무대를 떠났다.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난생 처음 월급이란 걸 받았다. 그렇게 3년을 일해 빚을 거의 다 갚을 때쯤 딴 마음이 생겼다. 지난 연말 극단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망설임없이 회사를 그만뒀다. 아내에게는 ‘잘렸다.’고 거짓말했다. 아내는 지금도 그가 새 직장을 잡을 때까지만 연극무대에 서는 줄 알고 있다. 언제 들통날지 모를 상황에서도 그는 “무대에 서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며 미소지었다. 전씨의 사례는 2005년 대한민국 연극인들의 실상이자, 한류열풍의 그늘에 가려진 국내 기초예술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한류를 이끈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들이 ‘문화산업’의 주역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소설가, 시인, 화가, 공연예술인들은 생계를 걱정하며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게 우리 문화계의 양면적인 현실이다. ●4대보험 ‘사각’… 고용·산재가입 10% 미만 지난 6일 한나라당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연극배우의 현실과 발전방향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선 벼랑 끝에 몰린 연극인들의 육성이 거침없이 터져나왔다.‘에쿠우스’ 등 수많은 연극과 TV드라마, 영화에 출연해온 중견 배우 강태기(54)씨. 그는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노동판이나 아르바이트 현장을 전전하는 배우들이 허다하다.”면서 “부를 누리거나 융숭한 대접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문제에 신경쓰지 않은 채 창작예술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김지숙(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씨는 “연극계가 어렵다는 얘기는 수십년 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젠 정말 절벽앞에 선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연극협회가 지난해 9월 전국 연극인 6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는 이같은 현실을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조사 당시 연극인들의 월평균 소득은 23만 2000원. 일반 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56만 7000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작품당 평균 수입은 55만 7100원. 응답자의 41%가 임시직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극배우협회가 지난 연말 배우 300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더 열악하다. 월 평균수입이 10만원도 안된다는 응답이 65%를 넘었다. ●“생존권 보장을” 지난 한달 파업도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회안전망 제도인 4대 보험(고용, 산재, 의료, 국민연금)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 연극협회 조사에서 93%는 산재보험에,92%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미납률과 의료보험 미가입률도 각각 67%와 40%에 달했다.‘직업은 있지만 직장은 없는’연극인들의 비참한 현주소다. 배우협회가 ‘관객을 볼모로 삼는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지난 4월 한달간 ‘파업’을 감행한 것은 이런 절박한 현실인식에 따른 최후의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배우들의 집단행동은 그 순간마저도 어쩔 수 없이 생계를 택해야 하는 배우들의 대거 이탈로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허현호 배우협회장은 “‘춥고 배고픈’이라는 수식어를 멍에처럼 짊어지고 사는 연극인들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위안삼았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은 물론 연극인들만의 것은 아니다. 문학, 미술, 전통예술, 무용 등 기초예술 장르 전반에 걸친 공통된 문제다. 국악인 김덕수씨는 “전국 20여개 한국음악과에서 매년 1000명에 가까운 졸업생들이 배출되지만 취업은 가뭄에 콩나듯 하는 실정”이라며 “소수를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로 전업하거나 시간당 2만원 내외의 중·고교 특기적성교육 강사로 생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권기금 지원 받아 ‘가뭄에 단비’ 현장 예술인들의 절박한 비명에 정부와 정치권도 서서히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로또복권 등으로 조성된 복권기금 446억원이 문화예술진흥사업에 투입된 것은 아쉬운 대로 타는 가뭄 끝에 만난 단비였다. 한나라당에 이어 열린우리당도 지난 6일 문화예술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정치권의 관심도 달아오르고 있다. 허현호 배우협회장은 이날 오전엔 한나라당 토론회에, 오후엔 열린우리당 문화특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느라 바빴다. 정략적인 접근이라는 비아냥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전시성 행정 대신 기초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지원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발언은 그나마 실낱 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2003년, 세계 대표적 공연예술축제인 프랑스 아비뇽축제가 공연예술인들의 파업으로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년에 507시간 이상을 일하면 일년치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던 것을 열달반 동안 같은 시간 일해야 8개월치 실업수당을 받도록 법을 개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연차 서울에 체류중인 영국 연출가 글렌 월포드는 “영국에선 배우, 연출가, 스태프가 참여하는 조합이 정당한 임금 지급과 시간당 보수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로선 갈 길이 먼 셈이다. 문화관광부 김영산 기초예술과장은 “오는 7월 문예진흥원이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면 좀더 실효성 있는 지원이 마련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예술교육에 힘을 기울여 문화예술향수층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튼튼한 뿌리 없이는 아름다운 꽃과 탐스러운 과실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자연의 이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수입 1% ‘아름다운 기부’ 기초예술의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연극인 스스로가 발벗고 나섰다. 연극인들의 복지를 위한 재단이 20일 오후 6시 문예진흥원 대극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연극인복지재단은 기초예술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열악한 제작 여건으로 빈사 상태에 빠진 연극인들을 지원하고자 만든 모임. 지난해 11월 재단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 배우 박정자씨를 대표로 뽑았다. 추진위원으로는 김미혜 한국연극학회장,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 이종훈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 윤석화 월간 객석 대표 등 15명의 연극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단의 대표적인 사업은 연극인 1%기부 운동. 연극배우들은 출연료, 극단이나 기획사는 매표 수입의 1%를 자발적으로 재단에 기부하는 운동이다. 출범을 앞두고 박대표 개인 후원 모임인 꽃봉지회와 극단 자유 이병복 대표, 그리고 배우 윤석화씨가 각각 1000만원을 기부해 총 3000만원의 기금이 모인 상태다. 재단은 이 기금을 토대로 연극인 기금을 위한 공제회 설립, 연극인 생계지원, 연극인 자녀 학비지원, 의료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박 대표는 “재단의 설립은 연극인 모두를 위한 희망의 첫걸음이자 연극인 스스로 현실 개혁의 주체가 되는 중요한 터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20일 열리는 출범식에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정·재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기초예술 살아야 문화산업도 성장” “그동안 ‘순수예술’로 불러왔던 핵심 장르를 ‘기초예술’의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그 중요성을 널리 인식시켰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심재찬(연극 연출가)기초예술살리기범문화예술인연대 공동상임집행위원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갈수록 황폐해져 가는 문화적 토양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면서도 막상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무기력했던 예술인들이 마침내 머리를 맞대고 분야별 실태조사와 대안 마련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큰 역사적 사건이라는 것. 지난해 4월 출범한 기초예술연대에는 장르와 이념적 성향 등을 뛰어넘어 60여개 문화예술단체가 한마음으로 참여했다. 그는 “문화산업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산업적이지 않은 분야들은 불필요하다는 식으로 오도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기초예술연대의 출범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현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예술현장의 실태가 심도있고 현실감있게 파악된 적이 없고, 그로 인해 문화정책 또한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졌다는 데 대한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기초예술연대는 지난 한해 연속포럼을 통해 내부적으로 장르별 현황과 정책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국회와 문화관광부, 문예진흥원 등을 상대로 새로운 예술정책 설정을 촉구하는 등 외부 활동에도 힘을 기울였다. 심 위원장은 “초반엔 기초예술은 물론이고, 예술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정치인들을 보면서 ‘아,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다.”면서 “지속적인 설득 끝에 로또기금을 문화예술계로 끌어들인 건 대단한 성과였다.”고 돌아봤다. 향후 기초예술연대의 과제는 조만간 전문민간인으로 새롭게 구성될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현장 중심의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 그는 “창작의 질을 높이는 방안과 예술교육의 정착이 궁극적인 해결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美 여론조작 ‘블로거’ 고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도 이른바 ‘인터넷 알바’가 판치고 있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여론을 ‘조작’하는 정치 블로거(인터넷의 미니홈페이지 격인 블로그에 전문적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지난해 11월2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 가운데서도 민주당 상원 대표인 톰 대슐이 출마했던 사우스다코타주는 초접전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승리는 “대슐은 의회에서 부시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는 정치 공세를 효과적으로 편 공화당 존 튠 후보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선거 뒤 튠 후보의 선거자금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공화당측이 이 지역의 유명한 블로거 두 명에게 3만 5000달러(3500만원)를 지불한 사실이 밝혀졌다. 두 사람이 블로그에 올렸던 대슐 후보 비판기사는 이 지역 신문에 집중 소개돼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공화당측은 “두 사람을 선거 컨설턴트로 고용했을 뿐 블로그에 올린 글과는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대슐측에서는 “눈가리고 아웅”이라면서 “대슐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고용된 것이 분명하다.”고 비난했지만 이미 선거는 끝났고 법적으로 처벌할 규정은 없었다. 이같은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자 연방선관위는 지난 3월 정치 전문 블로거들에 대한 자금 조사에 들어가려다 유보했다. 정치인들은 선거자금을 모두 공표하지만, 블로거에게는 그같은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자금지원을 받는 사실을 스스로 공표하는 블로거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개하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 로욜라 법대의 리처드 하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고용된 블로거가 특정 후보를 예찬하고, 상대 후보를 흠집내는 정보를 인터넷에 뿌려대도 아무도 그같은 사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방선관위측은 “최근 들어 정치인들이 인터넷에 관심을 보이면서 블로거를 직접 고용하는 것과 인터넷 컨설팅을 받기 위해 고용한 사람이 블로거인 것 사이의 구분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규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치 블로거들은 “블로거란 원래 정치적인 시각, 다시 말하면 편향성이 확실한 사람들”이라면서 “그런 성향을 감추려는 블로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돈을 받고 교묘하게 여론을 조작하려는 블로거가 있다면 블로거들이 나서 추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치인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기술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어떤 식으로든 고용된 블로거는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연방선관위 주변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dawn@seoul.co.kr
  • 미·러 핵감축 나서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2일(현지시간) 시작된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개막연설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 데 이어 일부 서방 국가들까지 이런 입장에 동조해 주목된다. 이란·북한 등의 핵개발 억제와 제재에 이번 회의의 초점을 맞추려던 미국의 구상이 첫날부터 어긋난 것이다. 더 나아가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재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란 “우라늄 농축하겠다” 카말 카르자이 이란 외무장관은 3일 열린 이틀째 회의에서 “모든 국가는 핵기술을 개발할 권리가 있다.”면서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평화적인 핵기술 개발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난 총장은 2일 “핵 없는 세상을 진정 원한다면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핵물질 감축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첫걸음이 돼야 한다.”면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기 가입 약속을 재확인하고 냉전의 두 라이벌은 핵탄두를 수천개가 아닌 수백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체결된 모스크바조약은 미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2012년까지 핵탄두를 각각 1700개와 2000개로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난 총장은 이란 등을 겨냥,“평화적 목적의 핵개발을 구상한다면 무기 제조에도 혼용될 수 있는 개발 방식을 고집해선 안 된다.”고 못박고 “이들 나라가 핵물질 농축이나 재처리 시설 개발을 포기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이란과 북한, 평화적 핵개발도 금지” 강성 발언 그러나 미국 대표로 나선 스티븐 레이드메이커 국무부 차관보는 “우리는 핵무기 감축을 위해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우리의 노력이 마무리되면 1990년대 배치된 전략 핵탄두의 80%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란과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연구와 개발도 일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독일의 주요 정치인들은 이날 NPT 회의 개막에 발맞춰 서유럽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들을 즉각 회수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독일에 150기를 비롯, 서유럽 전역에 480기의 미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또 한국 대표인 천영우 외교부 외교정책실장은 3일 기조연설에서 “미국 등의 감축 노력이 냉전 이후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더 적극적인 감축 노력을 주문했다. 천 실장은 또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핵물질 농축 및 재처리 기술의 이전 금지와 관련,“이를 일절 금지하자는 미국의 주장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선거와 철새/정해구 성공회대 한국정치 교수

    계절의 변화에 따른 철새들의 이동을 보노라면 매우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환경 변화에 따른 생존의 도모를 지역 이동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마도 수천년, 수만년 대대로 내려오는 경험의 누적을 통해 그러한 생존 전략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특히 그들이 장거리 비행을 버티어내는 한편 그 먼 여정에서도 결코 길을 잃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경이스러움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철새 현상은 인간사에도 존재한다. 선거 때마다 철새 정치인이나 철새 정당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새의 이동이 경이스럽고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인간사의 철새 현상은 우리로 하여금 매우 짜증스럽게 한다. 그런데 현재 4·30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도 어김없이 그 철새 현상은 다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그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역은 충청 지역이다.‘중부권 신당’을 만든다며 심대평 충남지사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이 자민련을 탈당했을 뿐만 아니라, 염홍철 대전시장 역시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명수 전 충남부지사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섰다가 자민련의 당적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도중하차한 것은 안타깝기보다는 오히려 한심스러워 보인다. 중부권 신당이 과연 철새 정당 이상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중부권 신당이 등장한다 할지라도 철새 정당 이상은 되지 못한다고 본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아래로부터의 국민 요구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으로서의 대의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 이해’가 거론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역 이해가 꼭 지역정당에 의해 보호되는 것은 아니며, 지역 이해의 명분도 사실은 몇몇 정치인들의-그것도 그 정치생명이 다해가는 몇몇 지역정치인들의-사적 이해를 감추기 위한 포장일 뿐이다. 사태의 성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중부권 신당의 등장을 막아보겠다고 무리를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말이 아니다.4·30 선거를 앞두고 국회 과반 의석 복귀라든지, 중부권 신당 등장 저지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체면 저 체면 안 가리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큰 정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무능은 신행정수도 문제로 인해 충청 지역에서 그 지지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정치 엘리트를 발굴하고 양성해 내지 못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결과가 선거에 직면,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이자 제1의 정당으로서의 체면까지 구기면서 무원칙하게 철새 정치인들을 끌어오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의 정당정치에서 많은 이합집산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정당이 쉽게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지역주의 정치가 등장했지만 이제 그것은 급속히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있다. 그래도 충청 지역의 자민련이 근 20년을 버틴 것은 지역주의 정치의 부상에 편승한 탓이다. 그러나 지역주의 정치의 내리막길에서 자민련이 붕괴하고 있는 마당에 중부권 신당이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은 우리의 정치발전 수준을 모독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그것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점이다. 왜? 정당의 운명과 성공보다, 자신들의 사적 이해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그것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선진정치가 운위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철새 정치인들의 퇴행적인 시도에 왜 호응해주어야 하는가? 그들의 주장은 철 지난 유행가일 뿐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한국정치 교수
  • 의원 80명 야스쿠니 참배…두 얼굴 일본

    |도쿄 이춘규특파원|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2일 과거사를 사과한 데 이어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동중국해 개발에 대해서도 중국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발맞춰 중국 정부는 반일시위 및 일본 상품 불매운동 중단을 촉구했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일본 국회의원 모임’ 회원 80명은 ‘춘계 대제’에 맞춰 이날 아침 합동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 중국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이 23일 열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란 말을 들었다.”면서 구체적인 정상회담 시간 조정을 위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혀 중·일 정상회담이 23일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중의원의장 등 78명이 자민당 이날 와타누키 다미스케 전 중의원 의장과 고가 마코토 전 간사장 등 집권 자민당 소속 78명, 제1야당인 민주당 소속 하라구치 가즈히로 중의원 의원 등 2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각료로는 아소 다로 총무상과 내각부·방위청 부대신 등 정무관(정무차관급) 3명이 참배했다. 후지이 다카오 부회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참배를 둘러싸고 중국에서 반일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우리는 두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인근 국가와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순수한 기분으로 참배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더 큰 이익을 무시한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동중국해 문제해결 가닥 일본 정부는 동중국해 자원개발문제에 대해 중국이 제안한 ‘공동개발협의’에 응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중국의 일방적인 개발에 반발, 공동개발 제의를 일축하고 협의 이전에 우선 개발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왔다. 일본 정부가 뒤늦게 공동개발협의에 응하기로 한 것은 중국이 개발중단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부존자원 관련 자료 제공도 거부한 채 독자개발을 계속하자 이대로 가면 일본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일 관계 개선도 염두에 둔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대신 동중국해 전체를 공동개발 대상으로 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안보리 확대 美 입장 변화 조짐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미지근한 입장이었던 미국은 태도를 바꾸고 있다. 오시마 겐조 유엔주재 일본 대사는 21일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확대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킴 홈스 미 국무부 국제조직담당 차관보는 지난 19일 “우리는 유엔 개편 제안에 대해 어떤 특별한 계획이나 조건도 승인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사무총장이 권고한대로 9월까지 안보리 개편에 대해 광범위한 공감대를 얻는 방안을 배제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taein@seoul.co.kr
  • [4·30재보선 표밭 민심] (5) 경북 영천

    [4·30재보선 표밭 민심] (5) 경북 영천

    “이번엔 ‘바꿔서 집권당 덕 좀 보자.’는 민심도 분명히 있다.” 경북 영천의 한 개인택시 기사는 지역의 재선거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주장했다. 지난 12년간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줬는데 지역인구는 8만명이나 줄었고, 교통 요충지였던 영천 주변에 우회도로가 형성돼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지역경제가 낙후돼 도저히 먹고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경북 영천 완산시장 내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임치훈(34) 약사는 “선거 초반에는 ‘이래서는 안되니 바꾸자.(한나라당이) 해준 것이 뭐가 있냐.’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역풍이 불면서 뒤집히는 것 아니냐.”며 “여당 우세라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관전평을 내놓았다. 선거 중반인 22일 현재까지는 막대기를 꽂아도 한나라당이면 당선된다는 TK(대구·경북)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보다 정당 지지도가 많게는 10% 이상 높게 나타나는 ‘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진 열린우리당 정동윤 후보의 ‘지역개발’공약이 한나라당 정희수 후보의 ‘지역연고’보다 더 먹혀드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단 한석도 얻지 못한 TK에서 교두보를 확보, 전국정당으로 도약할 계기를 잡기를 기대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이 발밑에서 허물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다소 당혹해 하고 있다. ‘영천5일장’에서 야채장사를 하는 윤모(30)씨는 “영천의 인구가 19만명까지 늘었다가 수년새 11만명으로 줄었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못해서 타지로 다 떠나서 그렇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후보가 아니라 당보고 찍는다.”고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지원유세를 들은 이씨 할머니(70)는 “좀 바꿔야 해. 이번만은 결판이 난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그는 “옛날에 무조건 한나라당 찍었는데 지역 경제가 나빠져서 살 길이 없다. 아파트도 입주가 안돼 텅텅 비었다. 앞으로 자식들을 믿고 살 수도 없는데….”하며 말끝을 흐렸다.‘당 바꿔타기’를 강조하던 이 할머니는 그러나 대화가 길어질수록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는 “나라 경제가 나쁜데 누가 들어간들 (지역경제가) 달라지겠나.”면서 “박 대표가 연설은 참 잘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박수도 안치고 반응이 옛날같지 않다.”면서 씁쓸한 듯 입맛을 다셨다. 영천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이 일본과 다르려면/김민환 고려대 언론학 교수

    1959년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고작 83달러였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 당시의 궁핍이 어느 지경이었는지 알고도 남는다. 문제는 가난이 아니라 그것이 해소될 전망이 도무지 없어 보였다는 사실이다.6·25 이후의 베이비붐으로 어린아이가 늘어 살림살이 전망은 앞이 캄캄할 따름이었다. 장면 정부 시절에 경제개발 계획을 세우고자 했지만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국자를 곤혹스럽게 한 것은 북한의 존재였다.5개년 계획이 끝나는 시점의 경제지표를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높여 잡아도 북한이 1959년에 이미 달성한 바에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허다했다. 그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북한은 가난해서 거지가 득실거린다.”는 대민 선전이 뿌리째 흔들릴 판이었다. 그러나 60년대에 우리나라는 몸에 밴 오랜 궁기(窮氣)를 떨어내고, 세계 자본주의사에 남을 만한 기적을 이루었다. 무엇이 우리 경제에 기적을 안겼는가? 그 이유로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른바 베트남 특수이다.1965년부터 1972년까지 베트남 전쟁으로 우리가 벌어들인 총 수입은 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바람에 1인당 GNP는 1964년에 105달러였으나 1973년에는 373달러로 300%이상 증가했다. 베트남 특수로 우리 산업기반 자체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베트남 파병으로 미국의 신뢰를 얻어 외자도입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렸고, 그로 인해 정유·화학·시멘트·철강 등의 전략적 기간산업의 설비 구축에 성공할 수 있었다.6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서 우리 기술로 냉장고와 텔레비전 수상기를 만들어냈을 때 국민은 그런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감격했다. 그런 기쁨은 만약 베트남 특수가 없었다면 아마 최소한 몇년은 더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베트남 특수의 성과는 외형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베트남에서 쌓은 우리 토목 건설의 경험은 1970년대 이후 중동 등 각지에서의 해외건설 붐을 가능하게 했다. 더구나 우리 기술자들이 베트남으로 중동으로 진출하면서 경제활동의 범위가 그야말로 지구적으로 확장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소득이다. 우리가 60년대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데에 베트남 특수가 기여한 바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우리로 하여금 느닷없이 베트남 특수를 생각하게 한 것은 일본이다. 일본 역시 이웃나라의 전쟁 덕을 톡톡히 본 나라다.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경제상태가 말이 아니었지만 한국전쟁 특수로 단숨에 2차대전 이전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켜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기고 나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쟁 덕으로 다시 일어섰으면서도, 일본은 우리 가슴에 끊임없이 못을 박는다. 총리라는 분은 잊을 만하면 신사를 참배하고, 정객들은 시도 때도 없이 망언을 내뱉는다. 일본에도 한류가 통하고, 그래서 이른바 ‘욘사마 붐’이 일고, 그 여파로 요즘도 남이섬이 통째로 일본 관광객 차지가 되어 있는 사실에서 일본 국민의 정서가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지만, 일본의 우파 정치인들, 우파 지식인들은 그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기 일쑤다. 그들은 2세에게 일본인으로서 긍지를 갖게 하는 데 우리나라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속좁은 일본에 대해 우리가 모멸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우리가 베트남을 위해 무엇을 도울까를 아울러 생각해야 한다.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 교수
  • [인간시대]‘…역사와 정치를 본다’ 펴낸 조광권 서울시 교통연수원장

    [인간시대]‘…역사와 정치를 본다’ 펴낸 조광권 서울시 교통연수원장

    ‘몽유청계천도(夢遊淸溪川圖).’ 낭만적인 청계천변을 5년째 꿈꾸는 조광권(59) 서울시교통연수원장은 이른바 ‘청계천 멀티플레이어’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위원, 청계천포럼(www.reseoul.c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청계천 강의를 한다. 최근 ‘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는 책을 펴내면서 역할이 또 하나 늘었다. ●‘복원시민위’ 위원·인터넷 포럼 운영·대학 강의… 조 원장이 청계천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소설가 박경리씨 등이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다. 특히 박씨는 문학평론가인 아버지 조연현(81년 작고)씨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알아왔다. “박경리 선생님이 청계천 복원운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의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에서처럼 청계천이 한때 아낙네들의 빨래터였고 아이들의 놀이터였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떠오른 거죠.” 조 원장은 이듬해 토지문학관에서 청계천 복원과 관련된 심포지엄을 연다는 얘기를 듣고 방청객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정책팀장을 맡고 있던 조 원장은 “멋진 아이디어가 실현되려면 행정력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 고건 시장은 청계고가 보수에 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시에서도 청계고가를 없애면 교통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논란은 뒤로하고 일단 청계천 복원의 필요성 알리기에 나섰다. ●관련 기록·자료 남겨야 2002년 이 시장이 당선된 뒤 조 원장은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에서 부위원장으로서 서울시 실무진과 시민들 사이에 다리 역할을 했다. 동시에 일지를 쓰고 관련 자료를 모아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다. 청계천 복원 사업의 입안단계부터 일련의 과정을 담은 책을 내기로 마음 먹었다. “굵직굵직한 사업에 대한 기록·자료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것은 공문서가 전부죠. 하지만 공문서는 공(功)에 치우치기 쉽고 사업에 대한 배경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개발시대에는 자료를 정리할 여유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 원장은 청계천 복원 과정 이외에도 조선시대 청계천을 준설했던 영조의 정치철학을 책에 담기로 했다.96년 서울시에서의 공직생활을 접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조선시대 정치인들의 정치철학에 대한 공부를 했던 것과 청계천에 대한 관심을 접목시킨 것이다. 영조가 청계천을 준천하는 과정을 담은 ‘준천사실(浚川事實)’, 준천의 절차 규정인 ‘준천사절목(浚川司節目)’, 영조가 세손인 정조를 대동하고 광통교 석축을 살펴보며 지은 ‘어제준천명병소서(御製浚川銘幷小序)’ 등을 탐독했다. “영조는 개천(開川·청계천의 옛 이름) 준설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백성들을 부려야 한다는 점을 고민했습니다. 절대왕권을 세습한 군주였는데도 백성을 생각하며 공사를 벌였던 거죠. 오늘날 민주주의에서도 백성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되새겨봐야 합니다.” ●주변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오는 10월 청계천 복원공사의 준공을 앞두고 소회를 물었더니 “청계천 복원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단순한 물흘리기가 아니라 주변 개발을 친환경적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개발 문제를 놓고 이해 관계자들끼리 첨예하게 대립을 할 겁니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청계천의 모습이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글 사진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日과 함께 사는 건 전세계에 불행”

    “日과 함께 사는 건 전세계에 불행”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전 세계에 큰 불행”이라고 지적했다고 독일의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8일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10일부터 시작되는 독일 국빈 방문을 앞두고 서울에서 가진 FAZ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태도는 인류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맞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FAZ는 인터뷰 기사를 이날자 1면과 5면에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인들이 과거의 침략 전쟁을 왜곡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면서 “이 문제에 한국 사람들이 민감한 이유는 일본이 젊은 세대들에게 역사를 미화시키는 잘못된 교육을 할 경우에 미래에 대한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대단한 모욕을 가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노 대통령은 “현 상태에서 회담을 특별히 제안하지는 않겠다.”면서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회담을 제의해올 경우 언제 어디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통일을 거론할수록 통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통일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한국의 통일정책의 첫 단계는 남북한 연합으로 유럽연합(EU)에서의 국가간 관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통일방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어 “아직은 이런 시기가 오지 않았다.”면서 “안정된 평화구조가 어떤 관념적인 통일계획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미국 클린턴 정부 시절에 국방장관과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국간 상호신뢰가 실제로 확보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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