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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100년 대기획] 日 政·官·財 54년유착 ‘지각변동’

    │도쿄 박홍기특파원│54년 동안 ‘주식회사 일본’을 경영해온 자민당 정권의 붕괴는 재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정(政)·관(官)·재(財)’의 유착구조는 뿌리째 흔들렸다. 독특한 유착은 일본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에 올려 놓았지만 현재 국민과의 괴리 속에 개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16일 출범한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은 자민당 정권과는 달리 재계와 거리를 뒀다. 하토야마 정권은 지난해 ‘8·30 총선’ 때 3년 뒤 기업 및 단체의 정치헌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뒤 정치자금규제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돈을 매개로 한 기업과 정치와의 뒷거래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권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은 지난해 11월 정부와 당에 대한 민원창구를 간사장실로 일원화했다. 간사장실을 건너뛴 민원 접수는 당연히 금지다. 오자와 간사장은 당시 “특정 부처나 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유착형 구조를 없애려면 민원을 공개적으로 처리,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민당 정권 당시 ‘정·관·재’ 관계의 핵심은 ‘족(族)의원’이다. 당의 정책부회(部會)를 통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는 의원들끼리 이루어진 모임이 ‘족’이다. 분야별로 전문성을 지닌 족의원들은 각종 인허가와 보조금 등 이익배분에 관여, 업계 단체나 이익 단체를 대변했다. 건설족, 도로족, 후생족, 문교족, 농림족 등 명칭도 다양하다. 1960년대까지 일본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관료의 역할을 정치인들이 떠맡는 하나의 정치형태다. 자민당 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족의원으로 불리는 의원들은 대체로 평균 3∼4선의 다선이다. 족의원의 ‘압력’을 받은 관료는 족의원의 입장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착은 부정부패를 피할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공식적인 창구는 일본경제단체연합(게이단렌)이다. 게이단렌에는 ‘기업이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금껏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기업에 정치헌금을 호소, 기업활동에 이익이 되는 정책을 실현토록 요구해 왔다. 자민당 정권 시절 재계의 정치헌금 가운데 97%가 자민당에 집중됐다. 때문에 현재 하토야마 정권과 게이단렌의 관계는 껄끄럽다. 아사바 유키 야마구치현립대 조교수는 “정·관·재의 유착은 새로운 변화에 적절하고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병폐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hkpark@seoul.co.kr
  • [정세욱 풀뿌리 정치] 정치인의 약속과 국익

    [정세욱 풀뿌리 정치] 정치인의 약속과 국익

    19세기 독일의 역사학자 랑케. 산책을 하던 그는 동네 골목에서 우유배달을 하는 한 소년이 넘어지면서 우유병이 모두 깨져버려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소년이 전액을 배상해야 하는 딱한 처지임을 알게 된 랑케는 소년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얘야, 내가 대신 우유 값을 물어주마. 지금은 내게 돈이 없으니 내일 이 시간에 여기로 나오렴.” 그러나 집에 돌아온 랑케는 역사학 연구비로 거액을 후원하고 싶으니 내일 당장 만나자는 독지가의 편지를 받았다. 그는 매우 기뻤지만 후원자를 만나려면 바로 출발해야 하므로 소년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랑케는 바로 편지를 써서 보냈다. “대단히 고마운 일이오나 나는 그 시간에 다른 약속이 있어서 당신과 만날 수가 없습니다.” 랑케의 편지를 받은 독지가는 기분이 나빴지만 후에 사정을 알고 나서 랑케를 더욱 존경하고 신뢰하게 되었고, 처음 제안했던 액수보다 몇 배나 되는 후원금을 보냈다고 한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글래드스턴은 영국의 국력이 한창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던 빅토리아 여왕시대에 총리를 네 번이나 지냈고, 아일랜드 자치정부를 탄생시킨 위대한 정치가였다. 하루는 그가 템스강 다리 위를 지나다가 어느 소녀가 산산이 깨진 우유병들 옆에 앉아 구슬프게 우는 광경을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우유 값을 갚아주려 했으나 마침 가진 돈이 없었다. 그는 소녀에게 다음 날 같은 시간에 그곳으로 나오라고 약속을 하고 돌아갔지만, 다음 날 국무회의가 예정보다 길어졌다.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던 그는 국무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그는 소녀의 손에 돈을 꼭 쥐어주고 두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얘야, 어렵더라도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굳세게 살아가거라.” 이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급히 돌아와 국무회의를 재개했다. 그가 ‘인민의 윌리엄’이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지지자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신중하게 약속하고 일단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킨 안창호 선생’은 독립운동가였던 도산 안창호 선생이 중국의 한 동포 어린이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하다가 일본군에게 붙잡힌 일을 쓴 글이다. 랑케, 글래드스턴, 안창호는 어린이와의 약속조차 소중히 여기고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킨 위인(偉人)들이다. 나무는 그늘을 약속하고 지키며, 구름은 비를 약속하고 지키는데, 정치인은 무엇을 약속하고 지킬 것인가. ‘약속 지키기’란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생활규범이다. 특히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의 게임’이므로, 정치인들이 한 약속은 더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정치인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정치인에 대한 신뢰와 선거를 요건으로 하는 민주정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저는 일생에 거짓말한 일이 없습니다.…약속을 못 지킨 것이지 거짓말한 것은 아닙니다.”라는 전직 대통령의 말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대(對)국민 약속은 반드시 지킬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퇴임 몇 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방북하여 부랴부랴 정상회담을 열고 국민과 국회의 동의 없이 10·4공동성명을 통해 14조 3000억원이란 천문학적 지원을 하겠다고 김정일에게 한 약속은 잘못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행정부처 이전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원안을 변경하겠다는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원안을 고수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과 갈등이 생겨 ‘미생의 약속’(尾生之信), ‘증자의 돼지’(曾參烹?) 논쟁으로 이어지더니 감정대립으로까지 치달아 국민들은 안타깝고 불안하다. 이제는 세종시 문제를 풀어낼 실질적 주역인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 서로의 입장을 직접 듣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고충과 대안을 토론하며 국익과 정치적 신뢰를 조화할 수 있는 ‘윈·윈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국가적 난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정치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 [열린세상] 신의의 정치와 계몽의 정치/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신의의 정치와 계몽의 정치/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히틀러의 독일제국이 몰락한 후에야 독일 국민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행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독일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추앙받고 있는 위르겐 하버마스나 칼-오토 아펠,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전쟁 동안 그들이 잘못된 일을 했다는 의식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독일이 국민국가의 기틀을 마련할 무렵에 독일의 대철학자 칸트는 ‘계몽’을 강조하였다. 계몽이란 미성년에서 성인의 상태로 이행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와 당시 계몽주의자들은 자유, 세속주의, 인류애, 세계주의의 가치를 중시했다. 독일제국이 유대인 학살 등 휴머니즘을 경시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역사상 전례 없는 도탄과 기아상태에서 국가 재건의 기치를 내걸면서 다른 계몽적 가치들을 무시했던 사실에 있고, 다른 하나는 이성의 ‘사적’(私的) 사용이 주도적이었던 데 반하여 이성의 ‘공적’(公的) 사용은 너무나 미미했다는 점이다. 칸트가 말한 이성의 사적 사용이란 법 규정을 기계적으로 준수하는 것이다. 공직자나 성직자는 부여된 임무를 규정에 맞게 수행할 책무가 있으며, 규정에 저항하거나 부정할 경우에는 문책을 감수해야 한다. 히틀러 제국의 대다수 독일 국민들은 이성의 사적 사용에 충실한 삶만을 살았다. 해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언급한 것은 바로 이 수준에 해당된다. 반대로 이성의 공적 사용은 규정 자체의 정당성 여부를 비판적으로 숙고하는 것이다. 전체 공동체나 세계시민사회, 그리고 진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학자는 규정이나 제도의 문제점을 성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반성적 활동은 무제한의 자유가 요구되는 ‘신성한 책무’이자, 성숙한 어른이 책임 있게 판단하는 계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건전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성의 사적 사용과 공적 사용의 조화가 요구된다. 약속이나 법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려는 태도나, 법 체계의 문제점을 반성하는 태도는 동시에 요구되는 가치들이다. 그중 하나만을 집착하면 국가적 재난과 비극이 발생한다. 그리하여 칸트는 한 시대가 다음 세대에게 잘못을 고칠 수 없게 하고 계몽을 수행할 수도 없게 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침해이며, 따라서 후속 세대들은 그런 불법적인 결정을 거부할 정당한 권리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계몽의 과정은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정권을 잡기 위해서 구상된 수도권 해체전략 카드가 차기 대권구도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로 작용하면서 정치권은 거의 코마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신의론’과 ‘국토 균형 발전론’을 내세워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결정을 고수하는 것만이 신의를 지키는 일이고, 수도권의 해체를 통해서만 국토의 균형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식의 한계가 아닐 수 없다. 먼저 국민에 대한 약속, 즉 신의는 세종시 문제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며, 다른 핵심가치에서도 존중되는가를 살펴야 한다. 따라서 정치인 박근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인으로서 성실 의무를 다하는지를 물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지지 정당을 별도로 꾸리는 것이나 당내 계파 정치인들에게 일방주의를 강요하는 것이 원칙과 신의에 맞는 일인가? 생태군락은 특정 생물 종이 가장 살기 좋은 곳에 형성된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적소(適所, niche)라고 한다. 오늘날 수도권의 번영은 지난 600년 동안 우리 민족이 일구어낸 다각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노무현 정부의 수도권 분산정책은 사회주의 국가조차도 시행한 적이 없는 과격한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유지정치가 이회창과 박근혜 두 정치인에 의하여 계승된다는 사실은 분명한 아이러니이다. 적소가 훼손되면 생태군락도 사라진다. 따라서 국토의 균형발전은 수도권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역 혁신도시의 적소성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 [객원칼럼] 네 가지 유형의 장관과 세종시

    [객원칼럼] 네 가지 유형의 장관과 세종시

    공직 생활 중 두 번에 걸쳐 장관 비서관을 지냈다. 전문 비서 출신도 아닌 사람으로서 두 차례 비서관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소중한 기회였다. 부처 업무 전반에 대한 폭넓은 파악과 더불어 장관의 조직관리 리더십과 일하는 방식, 소위 ‘장관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두 번째로 모신 장관이 부임 1년째 되는 날, 간부들이 마련한 만찬을 미루게 한 후 둘이서 저녁을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장관은 ‘오늘 내가 부처를 맡은 지 1년이 되었는데, 자네는 직접 다른 장관도 모셔 봤고 또 가까이서 여러 장관들을 보아 왔을 터이니 지근에서 나를 지켜보고 보좌해 온 입장에서 사심 없이 지난 1년간의 장관의 활동을 평가해 보라.’는 것이었다. 퍽 황송하고 당황스러운 일이었으나 워낙 진지하고 솔직한 모습에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렸다. 제가 겪어본 바로는 대개 네 가지 유형의 장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부처의 모든 정책 결정과 추진을 자기를 임명해준 대통령에 맞추고 그에 대한 충성으로 일하는 분입니다. 이 경우 정책의 옳고 그름이나 국가와 국민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오로지 임명권자에 대한 충성심이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다. 국민 섬기는 장관이 良臣 둘째, 업무수행의 비중을 자기 부처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부처중심, 조직중심에 두는 유형입니다. 이 경우 부처 이기주의 내지 자기조직 우선주의에 빠져 부처 간 협조나 국가 전체 차원의 국정 조정을 어렵게 한다. 셋째, 장관직 수행을 자기 경력이나 이미지 관리 등 자기중심에 두어 훗날 정치적 입지 강화나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장관직은 정치적 야망의 실현이나 출세의 도구가 된다. 넷째, 부처 입장보다는 비교적 전 국가적·전 국민적 차원, 즉 국무위원 입장에서 국사를 논하고 정책을 수행하는 유형입니다. 이 경우 장관은 충신을 넘어 양신(良臣)이 된다. 물론 장관의 유형을 위 네 가지로 무 자르듯이 재단하고 구분할 수는 없다. 어떤 장관이든 부분적으로는 임명권자, 자기 자신, 자기 부처, 국가와 국민 모두를 아우르고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 다만 그 무게중심과 배분의 비율을 위 네 가지 중 어디에다 더 두는가 하는 차이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 조악한 기준은 그런대로 장관을 단순하고 직핍하게 평가하는 일말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장황하게 되었다. 본론은 현재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과 관점을 유형화하여 들여다 보고 싶어서이다. 많은 사람들의 분석처럼 세종시 문제는 과거 권력과 현재의 권력, 미래 권력이 충돌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의 사회학,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 경영의 경제학,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국민 신뢰의 정치학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여와 야, 여와 여가 갈등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종시 문제는 이제 명분과 실리의 틈바구니 속에 정책의 문제가 아닌 정치의 문제로, 소신이 아닌 아집의 문제로, 타협이 아닌 승패의 문제로 변질되어 미분과 적분으로도 풀기 어려운 고차원의 복합방정식이 되었다. 여기서 세종시의 본질 문제(성격)와, 원안과 수정안의 옳고 그름(콘텐츠)을 비교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앞에 언급한 유형에 따라 세종시에 대해 주장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본다. 세종시, 이념·조직 利己 넘어야 첫째는 세종시 문제를 오로지 임명권 내지 공천권의 영향력을 가진 보스의 의향에 초점을 맞추어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유형이다. 이 경우 보스에 대한 맹목적 충성이 최고의 지향점이 된다. 다수의 정치인, 공직자들이 이에 속할 수 있다. 둘째는 내가 속한 조직과 지역, 즉 조직 이기주의와 지역 우선주의에 매몰되어 세종시 문제를 보는 입장이다. 이 경우 그 내용이 어떻든, 국가가 잘 되든 못 되든 내 조직, 내 지역, 우리 지방에 미칠 대차대조표가 판단의 최고 기준이 된다. 여당과 야당, 중앙과 지방이 충돌하고 지역과 지역, 언론과 언론, 단체와 단체가 갈등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정당, 언론, 자치단체, 사회단체의 장이나 구성원들이 자기 속마음과는 관계없이 무조건적 찬성, 무차별적 반대의 기치를 드는 경우이다. 셋째는 세종시 문제를 오로지 자신에게 미칠 유불리를 따져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나 득실 차원에서 접근하는 유형이다. 지나치게 앞장서 강경 투쟁의 선봉에 서거나 반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침묵하거나 저울질하며 세간의 논란을 교묘히 피해가는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넷째는 그래도 세종시 문제를 국가 정책적 관점에서 그 타당성과 합리성, 효율성과 균형성,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 등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요소의 범주에서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보는 입장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개인과 조직 이기주의를 어느 정도 초월해서 비교적 순수한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우다. 큰 국민은 역사를 생각한다 물론 어느 누가 세종시 문제를 자기 보스, 자기 조직, 자기 지역, 자기 이익, 국가 이익을 조금씩이나마 고려하지 않고 보겠느냐마는, 그래도 이 시점에서 우리 각자가 어디에다 그 무게중심을 두고 세종시 문제를 무턱대고 찬성하거나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냉철하게 되돌아 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내 자신은 과연 위 네 가지 유형에 비추어 볼 때 어디에 속할 것인가. 결코 무의미한 성찰이 아닐 것이다. 자기 자신의 속내는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내 주장이 과연 국민과 국가, 역사 앞에 떳떳하고 옳은 일일까 하는 데까지 이른다면 세종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한결 누그러질 것이 아닌가. 세종시 문제가 지닌 정치적 파장·후유증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세종시 결론 여하에 따라 현 정부의 국가 지도력이 상실되거나 대선후보 가시권에 있는 유력 정치인들이 치명상을 입고 낙마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 그렇듯 정쟁이 가열되면 전면에 서 있는 유력 정치인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세종시 문제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의 세종시 대첩(大捷)이 되어 전투 모드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나라가 거덜난다는 표현이나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시점에서 세종시 문제는 가장 화급하고 중요한 국가 현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온통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거나 정치인들이 사활을 걸 만큼 유일한 국가적·역사적 과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동안 우리는 많아 달아올랐고, 지나치게 흥분했고, 수없이 싸우고 갈등했다. 이제 우리 모두 국격 있는 나라의 국민답게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한 자세로 세종시 문제를 생각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보통 충신(국민)은 임금만을 생각하고, 좀 더 나은 충신(국민)은 나라를 생각하고, 더 큰 충신(국민)은 역사를 생각한다는 말이 새삼스러워지는 오늘이다.
  • [한·일 100년 대기획] 분단 떠안은 광복… 날선 이념대립이 전쟁 불러

    조국의 해방은 절실했고, 침략적 제국주의는 대를 이었다. 이념으로 재편된 국제 정세는 조국을 더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떠밀었다. 제국 간의 다툼과 이해관계의 공존 속에서 한민족의 평화에 대한 갈망은 깊어만 갈 뿐 아니라 요원하기까지 했다. 1945년 8월15일 오전 종로 거리 등 서울 곳곳에는 ‘정오에 중대한 방송이 있으니 국민들은 반드시 들어라.’라는 내용의 방이 붙었다. 그리고 낮 12시. 라디오 앞에 모여든 흰 옷 입은 백성들은 지직거리는 기계음 속에서 일왕 히로히토의 항복선언, 즉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하는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인다는 느릿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를 들었다. 훗날 시인 서정주가 자신의 친일 행위에 대한 변명처럼 “못 가도 100년은 가리라고 생각했던” 일본은 그렇게 패망했다. 8월6일과 9일 사흘 간격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두 발은 수십만명의 일본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일본의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게 했다. ‘각의’, ‘황족회의’, ‘어전회의’ 등을 거친 끝에 일왕은 직접 무조건 항복을 결정했다. 그리고 14일 밤 11시40분 항복선언 발표를 녹음했다. ●질곡의 씨앗이 된 비(非) 자주적 독립 광복(光復)이었다. 식민의 설움을 겪던 백성들은 라디오 방송을 들은 8월15일 그날은 감격을 애써 억눌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일제히 광장으로, 거리로, 골목으로 쏟아져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고, 환호성을 지르며 해방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다. 일본의 항복과 조선의 독립에 ‘스스로’ ‘자주’가 빠져 있었다. 충칭 임시정부의 결정으로 광복군특공대가 1년 남짓 동안 준비해왔던 국내 진공작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자력이 아닌 상태로 일본의 항복이 나왔다는 점에서 독립은 ‘비자주적’인 측면이 강했다. 중국 시안(西安)에서 훈련하다가 일본의 항복선언을 듣고 무산된 계획에 오히려 땅을 치며 통곡한 특공대원들의 모습은 한반도에 드리워진 또 다른 불안한 미래를 상징했다. 일본의 항복 소식을 접한 김구는 “이번 전쟁에 우리가 한 일이 없기 때문에 국제적 발언권이 약해질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반도의 운명은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오로지 평화와 독립만을 간절히 바랐던 한반도의 백성들은 순진했고, 침략의 이해관계와 앙상한 이념의 대립을 앞세운 제국주의에게 약소국 백성들의 순수한 열정은 안중에 없었다. 갇힌 독립투사들의 석방, 강제 징용·징병으로 끌려간 청년들의 귀환, 임시정부가 아닌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의 수립 등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분단(分斷)이라는 업보만 덤으로 떠안겨졌다. 강대국들의 협상 결과 아프리카 대륙의 여느 나라들처럼 한반도에도 뜬금없는 38선이 직선으로 그어졌고, 그해 9월 남쪽에는 미 군정이, 북쪽에는 8월 말 소련의 군정이 들어섰다. 1948년 8월 비록 단독 정부였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모양과 주체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식민의 시간은 연장됐다. ●남북으로 갈라져 연장된 식민통치 국제연합(UN)은 공식적으로 남북 총선거를 결의했다. 그러나 1948년 1월 UN 한국위원단의 입북을 소련이 거부하면서 UN은 2월 남한에서만이라도 선거를 실시하도록 다시 결의했다. 김구·김규식 등 단독 선거, 단독 정부를 반대한 정치인들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UN 한국위원회에 남북협상을 제안하고, 북쪽에도 남북 요인회담을 제안했다. 그 결과 그해 4월19일 김구와 김규식은 삼팔선을 베고 쓰러지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방북을 감행하고 남북 제 정당·사회단체대표자 연석회의, 남북요인 15인회담, 이른바 ‘4김’(김구, 김규식, 김일성, 김두봉) 회담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남과 북이 각각 단독정부를 수립하며 이러한 안간힘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날 선 이념의 대립으로 민족이 서로 적대하는 속에서 한국 전쟁의 발발은 필연이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강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독될라”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강원도가 기업유치에 제동이 걸리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강원도는 8일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춘천· 원주 등 도내 4개 시·군의 기업유치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마련 중인 개정안은 수도권에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범위를 낙후지역과 일반지역으로 차등해 적용하되, 수도권과 5대 광역시는 물론 수도권과 연접한 강원,충청지역 10개 시·군, 인구 30만 이상 도시는 낙후지역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낙후지역에는 7년간 전액, 향후 3년간 50%의 법인세 감면이 이뤄진다. 반면 일반지역은 5년간 100%, 그 뒤 2년간은 50%다. 기업도시는 신설된 기업에만 최대 7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도는 원주를 비롯해 춘천, 홍천, 횡성 등 도내 4개 시·군이 수도권 연접지역에 포함돼 원안대로 통과되면 법인세 감면혜택이 기존 최대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된다. 연말까지 완공예정인 도내 7곳의 산업입지 가운데 ▲춘천 전력·IT문화복합산업단지 ▲춘천 수동농공단지 ▲원주 문막 자동차부품 산업단지 등 3곳이 수도권 연접지역 내에 위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업도시에 입주한 모든 업체에 제공키로 했던 세제혜택을 신설 및 창업기업에만 적용토록 해, 원주 기업도시에 입주키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12개 기업 중 5곳 가량이 인센티브 제공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도는 이달 초 지식경제부와 국무총리실에 각각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수도권 연접지역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도내 정치인들도 인센티브 제공 기준을 현행 ‘2012년까지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에서 ‘기업도시 개발구역에 2012년 12월 31일까지 입주하는 기업(이전기업 포함)’으로 변경한 조세특례제한법 재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원주 등 전국기업도시 연합회는 국회 기획재정위와 기획재정부에 “기업도시 이전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소멸돼 부지매매계약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며 조세특례제한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서울광장] 부끄러운 막말공화국/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부끄러운 막말공화국/이순녀 논설위원

    조용하던 지하철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아저씨가 실수했잖아요.” “내가 왜 아저씨야. 말조심해 당신!” “아니, 누구보고 당신이래요?” 70대로 보이는 노인과 50대쯤으로 가늠되는 아주머니가 서로 언성을 높였다. 들어보니 노인은 호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확인하려고 여러 차례 손을 넣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이를 스킨십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노인은 기어이 “별 볼 것도 없는 당신한테 내가 뭣땜에…”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험악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때마침 목적지에 도착해서였는지 아주머니가 서둘러 내리는 바람에 말다툼은 거기서 끝났지만 씁쓸한 풍경이었다. 중국 당나라 말기의 재상 풍도(馮道)는 사람의 혀를 칼에 비유했다. ‘설시(舌詩)’라는 작품에서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之門)/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舌是斬身刀)/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다(安身處處)’고 했다. 입조심하라는 의미의 ‘구화지문’이란 고사성어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칼에 찔린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말에 찔린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잘 아물지 않는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말의 품위인 언품(言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요즘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너무 거칠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그것도 명색이 사회 지도층이라는 법조인, 교사의 입에서 시정잡배에게나 어울릴 법한 막말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39세 판사가 아버지뻘인 69세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면박을 주고, 검사는 조사 대상자에게 “이 XX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검사 앞에서 훈계하려 들어?”라며 모욕을 준다.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들에게 “인간쓰레기들, 바퀴벌레처럼 콱 밟아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한다. 인격침해 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실제 사례들이다. 막말하기로는 고위 공직자, 정치인도 더하면 더했지 이에 못지않다. 학자 출신의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정치인들이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계파 보스의 입장을 국민 뜻을 대변하는 의원의 본분보다 앞세우기 때문에 정쟁 문제가 됐다.”는 이른바 ‘계파 보스’ 발언으로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앞서 “세종시로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격한 표현을 써 물의를 빚었다. 새해 첫날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이 서로 삿대질을 해가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고함을 치고, ‘청와대 용역깡패’ ‘사기꾼’이란 폭언이 횡행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이런 정치인들이 예능프로그램의 막말 방송을 규제하고, 장삼이사들의 인터넷 언어를 정화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명심보감 언어편은 ‘남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남을 상하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덤불과 같다.’고 했다. 막말이 난무하는 건 그만큼 사회가 독해졌다는 얘기다.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 대신 자극적 언사로 일단 상대를 먼저 찌르고 본다. 방어와 공격을 거듭하며 강도를 높이다 보면 웬만해선 자극으로 느끼지도 않는다. 너나없이 막말을 하는 막말공화국의 오명을 뒤집어쓸 일만 남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방송사만 ‘막말 삼진아웃제’를 적용할 게 아니다. 지도층부터 보다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법관 스스로의 인성 고양 노력이 우선돼야겠지만 대한변호사협회의 주장처럼 재판 과정과 판결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판사의 막말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학생을 벌레 취급하는 교사는 교단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국회에서 상습적으로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정치인도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트콤에서 ‘빵꾸똥꾸’ 대사를 못 쓰도록 권고조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체면이 그나마 설 것이다. coral@seoul.co.kr
  • “보스 생각 따라 세종시 찬반 달라져”

    정운찬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정치인들이 자기 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찬반이) 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총리는 “세종시는 2002년 대선 후보(노무현 전 대통령)가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라면서 “최근 정치인들이 하는 말도 국가 장래보다는 표를 많이 얻을 것이냐, 못 얻을 것이냐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이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 같다.”며 의견을 묻자 정 총리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있다.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부결은) 상상하지 않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충청인들이 왜 정부 수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의 질문에 “충청인들도 수정안이 더 좋다는 것을 알지만 정치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원안은 껍데기”라고도 했다. 한편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창립 35주년 기념 포럼 특강에서 세종시와 관련해 “진정한 지도자는 국민을 어렵게 하는 것을 신뢰라고 강변하지 않고 진솔한 반성과 사과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용기”라면서 “잘못된 정책은 헌법이라도 국민 합의로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鄭·朴 ‘세종시’ 또 충돌

    鄭·朴 ‘세종시’ 또 충돌

    ■ 정몽준 “나라 위하면 희생해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던진 화두는 역시 ‘세종시’였다. 칼끝은 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에게 겨눴다. 정 대표는 본회의 연설을 통해 “국회의원뿐 아니라 모든 당원과 모든 것을 터놓고 짚어가며 한나라당의 세종시 처방전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작심한 듯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세종시는 ‘약속 지키기’와 ‘국가의 미래’라는 두 가치 사이의 딜레마”라면서 “과거에 대한 약속이냐, 미래에 대한 책임이냐의 윤리적이고 철학적이며 정치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약속의 준수는 그것 자체로는 선하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정 대표는 이어 “정치인들은 늘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의욕과 야심에서 국가 대사를 자기 본위로 해석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정치인들이 정말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정 대표는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와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서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여러 여건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대화로 풀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연설에서 개헌특위를 2월 임시국회에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6월 지방선거를 마치고 개헌절차에 들어간 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하자는 일정도 내놨다. 그는 또 공천개혁을 언급하며 국민참여선거인단 및 공천배심원제 추진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게는 ‘월 1회 정례 회동’을 제안했다. 지난달 원포인트 국회에서 처리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이자율을 낮추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6선인 정 대표는 첫 번째 대표연설을 앞두고 연설문 독회를 5~6차례 갖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 이사철 대표특보단장과 전여옥 전락기획본부장, 조해진 대변인을 비롯해 의원 2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박근혜 “기막히고 엉뚱한 얘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일 정몽준 대표의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대해 “‘그것(세종시 원안)은 무조건 나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세종시 문제의 본질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세종시 수정안은 ‘미래에 대한 책임’이며, 원안은 ‘과거에 대한 약속’이라는 정 대표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정 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법 원안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균형발전 등 국가 발전과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된다. 또 잘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정 대표가 전날 ‘박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도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죠. 말도 안되죠.”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친박계 의원들도 정 대표에게 일제히 불만을 표출했다. 이성헌 의원은 “당 대표로서 원안을 수정안으로 바꿔야 하는 마땅한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단지 청와대 뜻에 따라 수정안을 주장한다.”면서 “참으로 실망스런 연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기준 의원은 “정 대표가 수정안을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강조하려고 원안을 ‘과거 약속’으로만 치부한다.”면서 “미래란 과거 약속을 토대로 이뤄진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연설에 앞서 58번째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표의 본회의장 의석으로 찾아가 “생일을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박 전 대표는 “감사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야당은 정 대표의 연설에 대해 “국회 연설을 정적(政敵) 비난에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제창 대변인은 “정 대표가 집안 싸움으로 나라를 어지럽게 만든 책임은 지지 못할 망정, 국회 연설을 정적 비난에 이용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나 말해야 할 당내 문제를 왜 본회의에서 얘기하느냐.”고 따졌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길섶에서] 그들의 코드/ 박대출 논설위원

    재벌 일가의 사진이 있다. 딸들과 며느리들이 한눈에 구분된다. 닮고 안 닮고가 아니다. 미모 차이다. 어느 쪽인가는 굳이 말 안해도 된다. 옛날 얘기다. 손녀와 손자 며느리들은 달라졌다. 미모로는 찾기 어렵다. 닮고 안 닮고를 따져봐야 된다. 재벌가 사람이 들려준 우스갯소리다. 재벌과 유명 정치인들이 적잖이 사돈을 맺었다. 돈과 권력의 합세였다. 이런 정략 결혼이 바뀌고 있다. 돈과 돈의 합세다. 재벌들끼리 사돈을 선호한다. 권력의 무상함 탓이다. 잘나가던 정치인과 사돈을 맺었다가 정권이 바뀌면 피해만 입기도 했다. 정치인 사돈은 속된 말로 피곤하다는 것이다. 그 전에 재벌 모임은 부부동반이 대세였다. 요즘엔 가족 동반이 늘었다. 아들 딸들을 대동한다. 자연스레 짝짓기를 도모하려는 뜻이다. 코드가 맞아 성공 사례가 꽤 나온단다. 그들 세상의 얘기다. 화성인 바이러스란 케이블 TV 프로그램이 있다. 9살짜리 딸을 재벌가 며느리로 만들려는 엄마가 출연했다. 딸은 야무졌다. 그들 세상에 진입할까 궁금해진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오바마 VS 월가 “다보스를 잡아라”

    제40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5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한다. 올해 포럼은 ‘더 나은 세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디자인하고, 다시 건설하자’를 주제로 정하고 최근 몇 년간의 국제 경제·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난해 코펜하겐 회의를 통해 전 지구적 의제로 부상한 기후변화 대응 문제, 대지진의 참사를 겪은 아이티 재건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강력한 은행 규제정책은 이번 포럼에서도 주요 관심 사안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1일 월가 대형 은행의 자기자본투자를 제한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시키는 등 대대적인 금융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가의 주요 은행 경영진들은 이미 다보스포럼에서 금융개혁안을 저지하기 위한 로비전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은행 규제안을 다보스포럼에서의 여론전을 통해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를 비롯한 국제적 논쟁으로 확대시켜 이를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은행 대표들이 규제 당국 관계자나 정치인들을 만나 로비를 벌일 계획”이라고 전하며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했다. 국제 경제 위기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쏟아부은 대규모 재정 지출에 따른 국가 채무 불이행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다보스포럼 주최 측은 포럼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중남미 국가를 포함한 상당수 신흥시장과 일부 선진국도 국가 채무 불이행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바 있다.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다니엘 호프만 취리히 파이낸셜 서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부채가 과도하게 지속될 경우 선진국들은 높은 실업률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불안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면서 “두바이와 그리스가 이러한 위기에 대한 명백한 전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기후변화협약에 이어 다보스에도 세계 30여국의 정상과 세계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 1400명 등 2500여명의 인사들이 포럼에 참석함에 따라 성과 없이 막 내린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후속 논의도 이어질 예정이다. 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적인 협력 체계가 만족스럽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 이번 다보스포럼을 통해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아이티 재건 문제 논의 계획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개막 연설에 이어 28일 G20 정상회의 의장국 자격으로 특별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리커창 중국 부총리 등 각국 정상 및 정계 인사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 등 경제계 주요 인사들도 대거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친이는 릴레이 국정보고회, 친박·야당은 협공제안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의 입법예고 절차에 들어가자 여야의 발걸음은 한층 빨라지고 있다. ●鄭 “과거 아닌 미래 내다봐야” 친박 압박 한나라당은 정부의 입법예고에 맞춰 신중하게 여론 수렴에 나서는 한편 홍보전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25일 서울시당 강북권 국정보고대회를 연 한나라당은 다음달 설 민심을 잡는다는 목표로 27일에 충북, 28일과 29일에 각각 경기 동북권과 서남권, 다음달 2일 광주·전남, 3일 전북, 4일 강원, 5일 울산·경북에서 잇따라 국정보고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정몽준 대표는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인들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본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정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설전으로 더욱 격화된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입법예고 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으로의 당론 변경을 추진하는 이상 당내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許 “부부신뢰 깨지면 가정유지 어려워” 당장 서울시당 국정보고대회에서 친이계와 친박계 지도부가 정면 충돌하는 등 계파간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부부 간에도 신뢰가 깨지면 절대 행복할 수 없고, 가정 유지조차 어렵다. 하물며 정당은 유권자와 신뢰관계를 매개로 해 표를 달라는 것 아니냐.”면서 “역대 대선 결과 충청권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권을 창출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상수 원내대표 등 친이계가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다함께 힘을 실어야 한다.”, “신뢰도 중요하지만 국가 장래를 내다봐야 한다.”며 수정안 지지를 당부한 직후였다. ●丁 “선전포고 … 여러정당과 연석회의” 야당은 정부의 입법예고 계획 발표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맹공을 펼쳤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은 마이다스의 손처럼 손만 대면 갈등을 야기하는 갈등 제조기”라고 비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정운찬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수용토지 원소유주들의 환매청구권 행사 지원 등 원안사수를 위한 전략 수립을 위해 다른 야당은 물론, 친박계 의원들까지 포함해 여러 정당·정파의 연석회의가 필요하다.”고 ‘협공’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25일 이명박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전문가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국정운영을 평가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가 정책을 여론몰이로 강행하려는 것은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유지혜 허백윤기자 wisepen@seoul.co.kr
  • [정세욱 풀뿌리 정치]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금하라/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정세욱 풀뿌리 정치]기초단체 선거 정당공천 금하라/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이 계속 일고 있다. 견실한 당원층이 두꺼운 정당, 당의 의사결정이 민주적·상향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당이라야 정당공천제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들은 이와 거리가 멀다. 구미제국의 정당과 달리 실질적 당원이 없고, 1인 또는 소수의 지배세력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비민주적 정치집단이 우리 정당들이다. 엄격히 말하면 정당의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불량정당’에 해당된다. 이런 정당이 ‘민주정치는 정당정치’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당공천제를 강행하면 국회의원 후보는 당이나 계파의 보스가, 지방선거 후보는 당협위원장(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을 하게 되고, 결국 국회의원은 당의 실력자에게, 지자체의 장과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종속되고 만다. 우리의 정치현실이 바로 그렇다. 국회의원 후보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상향식 공천은 각 정당의 재량에 맡겨서는 실천할 수 없다.”며 “상향식 공천을 법에 강제조항으로 규정해 당내 몇 사람이 쥐고 있는 공천 권한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다. 한나라당 내 문제들의 뿌리를 캐면 계파 갈등으로 이어진다. 세종시 법안의 국회 심의와 지방선거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 국민도 당도 없고 ‘오직 계파가 있을 뿐’이라는 계파지상주의는 더 심화될 것이다. 지방선거후보 공천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예비후보들은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수억원대의 공천헌금을 내야 한다. 정가(定價)는 없고 더 많이 내는 사람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당이 매관매직을 한다고 국민들은 강하게 비판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 거액의 공천헌금은 재임기간 부정부패를 유발할 소지가 높다. 실제로 민선 4기에 형을 받거나 자진 사퇴한 기초단체장 36명(230명의 15.7%) 중 공사낙찰이나 인·허가 등에 따른 금품수수 사례가 절반에 달했는데, 그 원인의 일부는 공천헌금 때문이었다. 지방의원들은 당원협의회 운영비는 물론 정치자금과 총선·대선 때마다 선거자금도 내놓아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조폭의 보스처럼 받들고 그 앞에서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온갖 궂은 일을 챙겨야 하고 호출이 있으면 의회의 회의 중이라도 달려가야 한다. 국회의원이 서울에서 귀향하면 공항이나 역에 출영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지방선거를 지역일꾼을 뽑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정당의 권력쟁취와 당세확장을 위한 선거판으로 인식한다. 구청장을 뽑는 한 보궐선거에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지원조를 편성해 몰려가 한편에서는 ‘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다른 편에서는 ‘당리당략만 일삼는 야당에 대한 응징’이라고 외쳤다. 국회에는 수백건의 법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개점 휴업상태였다. 물량공세도 엄청나고 매스컴도 난리법석을 떨었다. 선거 결과 공석이 된 구청장 한 명을 뽑았다. 이런 지방선거가 바람직한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주류인 ‘386그룹’ 인사들을 6·2 지방선거와 관련된 조직에 전진 배치하면서 “6월 지방선거는 대회전인 만큼 선거승리를 위해 최적의 인력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혀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일환으로 보았다.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정당공천제가 필요하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은 가소롭다. 지금까지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형사처벌을 받았을 때 정당이 책임을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금지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의 시행 여부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정당의 구조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자기 철밥통을 쉽게 내놓겠는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독도는 일본에 양보할지언정 기초자치단체장 공천권은 내놓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국회의원의 이기심에 대한 우려가 한낱 기우이기를 바란다.
  • [검찰·법원 충돌 격화]법체계 혼란 사전차단 포석

    [검찰·법원 충돌 격화]법체계 혼란 사전차단 포석

    검찰이 ‘국회폭력’으로 기소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1심에서의 무죄판결과 용산참사에 대한 항소심의 수사기록 공개 결정을 두고 재판부를 반박하는 등 검찰과 법원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법해석을 두고 검찰이 법원에 불신감을 드러내며 유례없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강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과 재정신청 사건에서 수사기록 공개 결정은 법과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대검은 15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강 의원의 무죄) 이것이 무죄이면 무엇을 폭행이나 손괴, 방해 행위로 처벌할 수 있겠나.”라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용산 수사기록 공개와 관련, “법 해석은 판사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입법 취지를 봐서는 수사기록이 공개돼서는 안 된다.”며 “즉시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냥 재판받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재판부와의 정면충돌을 감수하면서 강공책을 선택한 것은 최근 이완된 사회 분위기를 타고 법체계가 흔들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검찰은 그동안 용산사건을 ‘경찰의 진압작전’과 ‘망루농성 화재’로 별개 취급해 수사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망루농성자들을 기소했고, 8월에는 경찰 진압작전 지휘라인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을 처분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끊임없이 두 사건을 엮으려 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이 입증되면 용산참사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기록 공개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를 고소·고발인도 당사자에 관한 수사기록만 볼 수 있고, 재정신청 사건에 대해서는 이마저도 금지시켰던 것을 들고 있다. 이유는 고소·고발 남발을 막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강 의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방에서의 강 의원 행동이 폭력적이고 위협적이었다고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회 파행 상황에서 그 정도 행동은 정치인들 간에 항의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판단했다.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이 적법하지 않았고, 적법하지 않는 행위에 항의하다보면 그 정도는 가능하다는 판단까지 깔려 있다. 한편 수사기록 공개에 대해 검찰의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법원의 수사기록 공개가 위법하다는 검찰의 주장이 인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열람·등사는 ‘항고’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결정’이 아니라 재판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재판장의 ‘처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의신청은 가능해도 항고 대상은 아니라는 시각 때문이다. 이번 법원과 검찰의 공방은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가 돼온 용산참사 재판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향후 형사재판에서 수사기록 공개를 둘러싼 권한과 의무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쉽게 봉합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태성 김지훈기자 cho1904@seoul.co.kr
  • [특파원 칼럼] 재외동포 두개의 투표권 딜레마/김균미 워싱턴특파원

    [특파원 칼럼] 재외동포 두개의 투표권 딜레마/김균미 워싱턴특파원

    새해 벽두부터 미국 내 한인사회가 들썩거리고 있다. 오는 2012년부터 재외국민들에게 참정권이 부여돼 국회의원 비례대표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과 함께 공관투표만을 허용하는 현행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다. 각종 한인단체들은 신년하례회나 모임 등을 통해 어렵게 얻어낸 참정권을 통해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 며칠 전 LA총영사관 앞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미주동포참정권실천연합회와 미주한인회총연합회, LA한인회 등이 모여 재외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하는 우편투표 실시와 비례대표 5석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에서는 지난 9일 미주수도권 한인공명선거 감시관리연합회가 발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워싱턴을 방문한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13일 한인 단체 대표 40여명과 만나 재외국민 투표권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한인 대표들은 제한된 투표장소와 방법 등 불합리한 점들을 지적하며 보완을 요구했다. 미국 이민 107년을 맞아 미국 주류사회 진출을 확대하고 차세대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한인사회의 체계적인 노력과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한 한인 정치인의 배출이 아닌, 미국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과 한인들의 투표 참여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시됐다. 이를 위해 한인들의 시민권 취득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예외없이 나왔다. 현재 미국 한인 사회는 두 개의 투표권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민 역사 107년에 단 한 명의 연방 하원의원만 배출한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한인 1.5세나 2세들의 행정부 진출이 늘어나면서 한인 사회는 한껏 고무돼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에 마크 김이 당선된 뒤 여세를 몰아 제2, 제3의 마크 김을 배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재외국민 투표권 개정 요구에 묻히는 듯해 안타깝다.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미국 사회에서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날로 높아지는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은 역설적이기도 하다. 한국의 선거에 관심이 높은 계층은 아무래도 이민 1세대들이다.반면 1.5세나 2세 이상은 미국 정치 참여에 훨씬 관심이 높다. 세대별로 정치와 사회참여의 대상이 확연하게 갈린다. 영주권을 갖고 있는 한인들은 과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미국 사회 참여를 할지, 아니면 떠나온 고국의 돌아가는 상황에 관심을 갖고 참정권을 유지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떠나온 고국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인 측면도 있고,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재외국민 투표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국내 정치인들의 미국 방문이 빈번해지고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승부가 50만표 내외 차이로 갈리면서 700여만 재외동포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287만여명의 표심이 중대한 변수로 부상하면서 미주 한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인 셈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각당이 판세를 고려한 ‘전략적인 결정’을 할 것이 명확해지면서 한인회나 각종 단체장 자리를 놓고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다. 4년마다 부는 한국의 과열 선거바람이 미국을 비롯해 재외동포들이 많은 곳에까지 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거의 매년 선거바람이 분다. 2년마다 실시되는 연방 상하원선거와 주의회, 지방선거 등 한인들의 한 표 권리 행사가 절실하다. 오는 11월에도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한국의 재외국민 투표제도가 안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인 연방 하원의원,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한 명이라도 더 빨리 배출하는 것이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진정한 권익 보호를 위해 더 시급하지 않을까. km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검찰, 자신을 수사하는 게 개혁/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 자신을 수사하는 게 개혁/이기철 사회부 차장

    검사가 과연 한 식구인 검사를 수사해 단죄할 수 있을까? 형식상으로 가능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게 키워드로 떠오른 검찰개혁의 방향이다. 지난해 5월, 엄청난 충격파를 던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노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발된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 수사팀 전원에 대해 ‘죄가 안됨’ 또는 무혐의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홍만표 수사기획관이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과 노 전 대통령 딸의 미국 주택구입 사실 등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가 목적이어서 수사의 필요성도 없다고 봐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내린 결론을 요약하면 범죄 혐의가 일부 발견됐지만 ‘죄가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법조계는 물론 일반인들의 비판이 거세다. ‘1억원대 명품시계’ 발언과 같은 피의자의 인격을 모욕적으로 훼손하는 피의사실 공표까지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발표한 날, 모임에서 만났던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 인권보호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이미 예상했던 결론”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검찰 스스로 법이 규정한 피의사실 공표죄를 쓸모없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그 직무를 통해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자신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면 피의사실 공표죄는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1억원대 명품시계 건을 누설한 ‘나쁜 빨대’는 찾아내지도 못했다. 검찰은 나쁜 빨대를 찾아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검찰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죄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자의적 설명일 뿐이다. 죄가 되고 안 되고는 검찰이 예단할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가리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검찰이 검찰을 상대로 한 이같은 고소·고발 사건이 2008년 475건이었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158건이었다. 그러나 단 한 건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런 데서 검찰에 대한 불신의 싹이 튼다. 일반인들이 색안경을 쓰고 검찰 수사를 ‘해석’하고, 정치인들은 철저하게 이를 활용한다. 지난 연말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꼭 그렇다. 검찰 불신은 일반인에게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검찰 사정을 잘 아는 변호사 역시 대체로 검찰을 믿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선호·우윤근 의원 등의 설문조사 결과, 변호사 76.1%가 검찰 수사관행이 부적절하며, 68.9%는 피의자에 대한 검찰의 태도가 비인간적인 경우 많다고 답했다. 검찰도 잘못할 수 있다. 이를 검찰도 인정해야 한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을 닮는다.”는 니체의 말처럼 검찰이 사회의 거악( 巨惡 )과 싸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악을 닮는다. 검찰의 오류를 좀 더 엄정한 시각에서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국민을 위해서다. 수사권을 경찰에 나누는 것이나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을 검찰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다. 검찰은 조직이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가 돼야 한다.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어떤 기관도 수사할 수가 없다. 또 재판에 부칠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소권도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검찰은 슈퍼맨과 같은 무소불위의 조직이다. 검찰엔 ‘크립톤’과 같은 약점도 없다. 이러니 암만 포청천 같은 검찰이라도 팔이 안으로 굽듯, 제식구를 감쌀 수밖에 없다. chuli@seoul.co.kr
  • 금융위기 이후 佛·英·日 등 12개국 토빈세 검토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세금이 탄소세인 것처럼 지구촌의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자 하는 세금이 토빈세다.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토빈세 도입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토빈세 도입 문제는 정상회의 합의문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G20 정상 공동 명의로 국제통화기금(IMF)에 토빈세 도입에 관한 연구·검토를 요청했다. IMF는 오는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브라질 거래세 부과·타이완 핫머니 유입 억제 토빈세 도입 논의는 수십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 1995년에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진 7개국 정상회의(G7) 의제로 상정됐다. 유럽 각국에서는 토빈세 도입 운동을 목적으로 국제금융과세연대(ATTAC)가 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와 소수 정치인들만 지지했을 뿐 주류 의제가 되진 못했다.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 이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해 12월 토빈세가 세수를 높이는 데 유용하다며 IMF에 토빈세 도입을 검토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금융규제를 터부시하는 성향이 강한 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도 지난해 11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자본통제가 지옥에서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 12개국은 지난해 10월 경제학자 9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를 설립해 세계 모든 금융거래에 0.005%의 토빈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0.005%만으로도 해마다 300억유로(약 50조원)를 거둘 수 있다.”며 이 자금을 저개발국에 지원하자고 강조했다. 신흥경제국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강력히 규제하는 중국이 전 세계 금융위기를 무난히 넘겼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다. 브라질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채권과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2% 거래세를 부과한다. 과도한 외화자금 유입이 헤알화 강세로 이어져 수출에 압박을 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타이완은 지난해 11월 핫머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해외 자금이 정기예금에 돈을 넣고 이자와 환율 차이에서 나오는 이익을 노리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美도 변화 움직임… 일부 의원 법안 준비 토빈세는 국제공조 없이는 도입이 쉽지 않다는 중요한 약점이 있다. 국제자본이 토빈세가 없는 다른 나라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토빈세를 도입한 나라만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토빈세 도입을 주저하게 된다. 1984년 스웨덴이 토빈세 모델을 본떠 증권거래세를 도입했지만 거래량이 급감하자 결국 1991년 폐지했던 사례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 토빈세를 도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 준다. 또 다른 걸림돌은 미국이다. 세계 최대 금융 대국인 미국은 금융거래 위축을 우려한다. 지난해 G20 회의에서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하루 단위 금융시장 활동에 세금을 물릴 계획이 없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의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토빈세 도입 법안을 준비하는 등 변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조세회피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용어 클릭] ●토빈세 미국 경제학자이자 198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 단기자본 이동에 세금을 물려 그 돈을 저개발국 지원에 쓰자는 것이었다. 그는 국제투기자본(핫머니)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 때문에 각국 통화가 급등락해 통화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토빈세를 제안했다. 그는 “급작스럽게 돌아가는 국제금융시장의 톱니바퀴에 모래를 약간 뿌려야 한다.”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 [줌인 아시아] 필리핀 총기소지 금지법

    필리핀을 찾은 외국인들은 조금 당황스러워할 것 같다. 필리핀 전역에 물샐틈없이 검문소가 들어서 검문을 강화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는 ‘총기소지 금지법’이 발효됨에 따라 오는 5월10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총선·지방선거 등 3대 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3500여개(마닐라 90개 포함)의 검문소를 설치, 10만명의 군경을 동원해 철통 같은 검문검색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경찰 당국은 이날 하루 동안 비번이면서도 총기를 소지한 군경을 포함해 불법 총기 소지자 18명을 긴급 체포했다. 레오나르도 에스피나 경찰 대변인은 “총기 소지자들의 대부분이 ‘총기소지 금지법’ 발효 사실을 몰랐다고 선처를 호소하고 있지만, 결코 이 같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리핀의 이 같은 방침은 무엇보다 이번 3대 선거를 앞두고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는 선거테러를 뿌리뽑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지난 2004년 3대 선거에서는 선거테러로 200명 가까이 사망했고, 2007년 총선과 지방선거 때에는 100명 이상 숨졌다. 더욱이 올들어서도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사무실 4곳이 공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선거테러가 만연해 있다. 필리핀 정부는 특히 선거기간 정치인들의 총기소지 금지뿐 아니라 보디가드 채용도 규제하고 있는 이번 ‘총기소지 금지법’이 전국 132개에 이르는 지방 토착 정치세력의 사병집단 해산에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거테러의 대부분이 불법무기를 소지한 이들 세력 간의 다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필리핀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마긴다나오 주에서 발생한 최악의 정치테러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역 유력 정치인 안달 암파투안 주니어가 자신의 사병 수백명을 동원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상대편 후보 측을 습격해 57명이 목숨을 잃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해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물론 사병집단 해산에 대한 이면에는 현재 여당의 인기가 낮아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 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여당이 이를 통해 야당의 힘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한·일 100년 대기획] “큰 고통받은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반드시 털고 가야”

    [한·일 100년 대기획] “큰 고통받은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반드시 털고 가야”

    한완상 전 부총리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신년특집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서로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부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를 희망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일왕의 방한 문제에 대해 “방한한다면 방문 자체로 그쳐서는 안 되며 역사적이어야 한다.”면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순종의 묘에 참배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일왕의 방안을 전제로 “100년 전 병탄의 부당성 등 일본의 잘못을 정중하고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고 말했다. 다음은 대담 형식으로 구성한 두 원로의 인터뷰다. │도쿄 박홍기특파원·서울 홍지민·강병철기자│ →한국(일본)에게 일본(한국)은 무엇인가. 한완상 전 부총리 일본은 20세기 초부터 36년간 한국을 식민지로 삼아 억압·수탈·차별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데다 아시아에 속하면서도 서구 열강에 속해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나라다.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 일본과 한국은 무척 깊은 역사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본은 한국을 침략, 식민지화했다. 반성해야만 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봐도 한국은 일본에게 대단히 중요한 이웃 나라다. →지난 100년간 한·일 관계는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 전 부총리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있었다. 1910년 한일병탄이 이뤄졌다. 늑약의 1조는 ‘통치권을 완전히 영구히 일본 황제에게 이양한다.’이다. 519년 조선 왕조가 끝나는 순간이다. 1936년 일본은 내선일체를 외쳤다. 창씨개명, 한글사용 금지 등도 강요했다. 문화와 민족혼마저 빼앗는 통치를 시도했다. 태평양전쟁에 패전한 일본은 승전국인 미국과 함께 한반도의 분단에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 전범국인 일본은 통일된 자유 국가로 남고, 식민지로 질곡의 세월을 겪어야 했던 한반도는 갈라져 있다. 100년을 되돌아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와다 명예교수 단적인 예로 조선은 식민지였기에 일본에 저항하지 못하고 침략전쟁에 말려들었다.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가장 큰 죄다. 1945년 한국은 독립을 맞았지만 일본은 침략과 식민 지배에 사과하지 않았다. 역사 자체를 내동댕이쳤다. 때문에 일본은 그때의 역사를 잊고 살아오게 됐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맺었는데 그 당시에도 과거의 반성 없이 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은 엄청난 노력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일제 강점이 현재 한국인이나 일본인에게 미친 영향은. 한 전 부총리 한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인 상처, 충격을 줬다. 씻기 힘든 수치심과 분노다. 백색(서구) 제국주의의 흐름을 타고 등장한 황색(아시아) 제국주의의 제물이 된 사실에 대한 울분과 함께 민족자주의식이 형성됐다. 해방됐을 때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말자. 일본이 일어난다. 조선은 조심해라.’라는 민담을 들었다. 백색·황색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일본을 향한 불신과 거부감이 한국인의 성격 속에 내면화된 것이다. 와다 명예교수 일본은 한국에 대한 병합(와다 명예교수의 표현대로)한 사실을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잊으려 했고, 실제 잊어버렸다. 그런 탓에 일본 젊은이들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었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길 정도다. 반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역사다.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받은 사람의 고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또 지나쳐 버리고 싶어 한다. 한국을 병합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의 생활 속에서는 별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인은 분명하게 한국인의 감정을 읽어야 한다. 한 전 부총리 너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에게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라는 건 정말 잔인한 일이다. 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가장 큰 고통을 받은 두 부류가 위안부와 강제 노동자다. 합리적으로 털고 가야 한다. 경제적 보상 이전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잘못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시인 받아야 한다. 또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도 있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람직한 미래는 가능한가. 한 전 부총리 가능하다. 19~20세기는 서세(西勢)의시대였다. 19세기는 팍스브리태니카 시대, 20세기는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였다. 21세기는 동세(東勢)의 시대다. 동세의 기운을 정보기술(IT) 혁명이 활성화시키고 있다. 줄씨알(네티즌)이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데다 연대 강화도 쉬워졌다. 동세의 기운이 솟구치고 있다. 21세기에 일본과 한국, 중국까지 평화의 중심세력으로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글로벌 이슈, 즉 기후나 테러 등 어떤 문제에서든지 굉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일간 평화 강화에 반하는 열악한 조건의 존재가 냉전벨트다. 한국 정부의 힘만으로 해체할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이 필요하다. 북한 경제에 대한 대국적인 지원은 한반도 냉전을 해체하는 출발점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 북·일, 북·미 관계 정상화가 쉬워질 것이다. 한국, 미국, 일본 정부가 함께 한반도 냉전 체제를 확실히 깨 21세기에 세계에서 냉전체제가 종식됐다는 선언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와다 명예교수 미래를 생각하면 일본과 한국은 자국의 테두리만이 아니라 지역적인 공동 번영, 공생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만 한다.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에서도 한국은 중심에 서서 추진자, 대안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일본도 성심성의껏 힘을 보태는 게 한·일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섬나라다. 한국은 반도국으로 대륙과 맞닿아 있는 만큼 지리적으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요한 위치에 있다. 과감하게 말하면 한국과의 협력 없이 일본의 미래는 없다. →국제 사회에서 한·일의 경쟁과 협력은 필연적이다. 한 전 부총리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문화 기술(CT) 분야는 일본과 격차가 없다. 서로 협력하며 경쟁할 수 있다. 협력 없는 경쟁은 금물이다. 21세기는 협력을 통한 경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처럼 서로 먹고 먹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 실제 엇비슷한 수준의 IT, 동물 복제 등에서 강한 BT, 특히 한류로 대변되는 CT는 일본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또 제조업, 조선, 자동차 분야 등도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 와다 명예교수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서로 이끌고 격려해야 한다. 뒤처진 부분은 서로 배우면서 따라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서로 돕고 협력하면서 앞으로 나가길 바란다. 달리 말해 모든 것은 한 가지 사안 속에 경쟁, 협력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어떤 것은 경쟁, 어떤 것은 협력이라는 식으로 이분화할 게 아니다. 조화시키며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는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한·일 양국의 국민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와다 명예교수 과거 역사에 대해 반성하도록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으면 한다. 인내심을 갖고 말이다. 한국의 노력 덕에 일본에도 여러 변화가 가능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흘린 땀에 비해 일본 전체적으로는 크게 변하지 않는 점도 알고 있다. 초조하기도 하고, 불만이 있는 줄도 잘 안다.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한국을 여러 면에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인은 과거의 역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역사는 역사대로 놓아두고 미래로 나갈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 더더욱 과거 문제를 인식하려고 힘써야 한다. 한 전 부총리 일본은 한반도에서 저지른 부당한 조치들을, 최소한 독일이 연합국에 보여줬던 수준으로 시인했으면 좋겠다. 독일 정부는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고개를 숙인다. 나치 전범에 대해서는 시효가 없다. 일본이 왜 못하는지 안타깝다. 일본 지식인들의 말처럼 늘 아시아를 넘어 서구를 좇는다면 적어도 독일 수준으로는 가야 한다. 불행한 역사는 청산해야 한다. 양국에는 이를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 한국 쪽에도 식민지는 한국을 근대화시킨 시기라고 긍정하는 일부 지식인·정치인들이 있다. 일본에도 이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우파들이 있다. 친일 세력과 일본의 보수적 민족주의 세력의 냉전적 연대와 연계를 어떻게 성숙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다. 이런 것을 위해 한·일간 여러 차원에서 교류·협력이 필요하다. 와다 명예교수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하토야마 담화’가 발표되기를 희망한다. 무라야마 담화는 침략과 조선지배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하는 내용으로 발표됐다. 담화가 나온 이후 일본 국회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병합을 강제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대등한 입장에서 체결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다. 담화로부터 15년이 지났다. 적잖게 훼손됐다. 그러나 식민지화가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 등에 대한 역사연구는 꾸준히 진행됐다. 병합은 한민족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에 의해 강제됐다. 따라서 ‘하토야마 담화’에는 진정한 의미의 역사적 판단을 담아야 한다.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병합 100년은 상징적으로 아주 좋은 계기다.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이 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 전 부총리 젊은 세대는 조부모·부모 세대가 이룬 성취, 즉 독립운동, 민주화,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요 문제는 좋은 직장과 안정된 삶 등 개인 중심적인 복지다. 어느 나라나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분단의 아픔, 억울함에 대해 체계화되고 설득력 있는 지식을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됐으면 한다. 젊은이들은 지식을 획득하는 속도나 양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인터넷 시대에 새로 깨우쳐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와다 명예교수 젊은이들이 옛일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사회에 있어서든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태평양전쟁을 잊지 않도록 젊은 세대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사람들이 역사의 연구,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 역사란 건망증이 심하다. 방치해 두면 잊혀진다. 따라서 자국만이 아닌 넓은 범위에서 지역적 협력을 통해 건망증을 방지해야 한다. 한 전 부총리 일본 젊은이들은 조상들이 제국주의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10여년 전 중국 창춘(長春)에서 겪은 일인데 일본 청년이 위화관에서 인체실험인 마루타 전시를 보고 기절한 일이 있었다. 자기 조상들의 만행을 믿지 못해서다. 일본 교육이 문제다. 불과 할아버지 세대에 있었던 반인류 범죄인데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대문 역사박물관에 있는 독립투사의 고문받는 모형을 보고도 충격을 받는다. 양국 청년들이 서로 불행했던 과거 역사를 정확하게 알고 서로 용서해 주는 두 민족 간의 정신적 트라우마(충격)를 극복하는 치유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일 청년들의 교류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비정부기구(NGO)나 종교단체도 앞장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을 한국에 초청하겠다고 했는데. 한 전 부총리 일왕 초청엔 두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100년 전 병탄의 부당성 등 일본의 잘못을 정중하고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그래야 한·일, 북·일 관계 모두에 도움이 된다. 동아시아공동체에도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일왕의 가계는 한민족의 조상에 닿는다. 종묘에서 경의를 표하고, 특히 100년 전 병탄과 105년 전 늑약 때 가졌던 고종황제, 명성황후, 순종의 아픔 등을 되새기고 참배했으면 한다. 대학생들과 자유로운 간담회를 갖는 것도 좋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일왕 초청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와다 명예교수 천황은 일본 국민의 상징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전쟁이 끝날 당시 지금의 아키히토 천황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신춘 휘호로 평화를 염원하는 글자를 썼었다. 마음이 깃든 휘호라고 본다. 천황은 히로히토 전 천황이 방문할 수 없었던 중국도 찾았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를 방문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단 한국 방문 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역사적이어야 한다.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순종의 묘에 참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2010년에 실행된다면 매우 뜻깊을 것이다. 2010년은 10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마지막 기회의 해다.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문제도 병탄 100년을 맞는 시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한 전 부총리 하토야마 정권이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려면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방북 의사가 있다고 했다. 북한 지도자와 허심탄회하게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앞장섰으면 한다.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하토야마 정권의 노력은 긴요하다. 역사적인 성취를 하려면 대북 관계를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통해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하면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부분이 식민지 청산문제다. 과감한 사죄와 적절한 보상조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1965년 한·일 기본조약보다 훨씬 평가받는 북·일 기본조약이 나오고, 하토야마 정권이 주창하는 동아시아공동체가 구축될 것이다. 하토야마 정권은 동아시아의 비핵화도 강조해야 한다. 동아시아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함께 해야 할 과제다. 와다 명예교수 일본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는 실현돼야 한다.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고 100년이 된 이때 피해를 입은 국가의 반쪽과 아무것도 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다. 어떻게 해서든 국교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이 옳다. 교섭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불행하게도 북한의 핵개발이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그러나 국교 정상화를 절차적으로 본다면 북한의 핵포기와 국교 정상화 추진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 병합 100년이라는 측면에서 절호의 타이밍이다. 일본은 국교 정상화를 한 뒤 과거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경제협력을 약속할 수 있다. 경제 원조를 갑자기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국교정상화 뒤라면 자연스럽다. 그러면 남북대화에도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본다. 통일은 필연적인 것이며 머지않은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전제는 모든 과정이 완전히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 부총리 북·일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은 분명하다. 일본이 6자회담 밖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꺼낼 경우, 북한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권고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일본에 대해서도 납치문제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새로운 채널을 가동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hkpark@seoul.co.kr ●한 前부총리는 1980년대 초까지 저항적 지식인의 대표적 인물이다. 제5공화국이 끝나도록 금서였던 저서 ‘민중과 지식인’은 운동권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다. 사회과학자이면서 교육, 정치, 종교계 등을 넘나들었다. 시민단체인 경실련에도 관여했다. 교수 시절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두 차례 해직과 복직을 거듭한 데다 수형 생활을 하기도 했다. 문민 정부와 국민의 정부 등 2대 정권에서 통일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한성대 등 3개 대학의 총장도 지냈다. 최근에는 언론, 논객, 시민과 대화한 내용을 묶으며 YS(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MB(이명박 대통령)까지 돌아보는 대담집 ‘우아한 패배’를 출간했다. ●와다 하루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학자이자 한반도 전문가다. 1960년 도쿄대 문학부를 졸업, 66년부터 도쿄대 강단에 섰다. 소련사와 북한 현대사가 전공이다. 1970~80년대 일본 지식인으로서 민주화 운동 때문에 투옥된 김대중·김지하씨 등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1980년 김대중씨 사형 선고와 관련, 교수 신분으로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조만간 러·일전쟁을 중심으로 1875~1904년의 역사를 다룬 저서를 상·하권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틈나는 대로 대장금, 태왕사신기, 주몽 등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혁명 1991’, ‘역사로서 사회주의’, ‘조선전쟁’ 등 30권 이상의 저서를 집필했다.
  • [특파원 칼럼] 한일 병탄 100년과 ‘하토야마 담화’/박홍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일 병탄 100년과 ‘하토야마 담화’/박홍기 도쿄 특파원

    곧 2009년도 역사 속에 묻힌다. 1990년부터 1999년까지는 90년대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는 뭐라 부를까. 전반적으로 삶이 녹록지 않았던 탓에 ‘제로 연대(00년대)’쯤은 어떨까 싶다. 새해는 2010년, 100년 전의 10년대가 다시 돌아온다. 1910년, 한국으로서는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아픔의 역사, 일제에 강점을 당한 해다. 때문에 새해는 여느 해와 다르다. 한·일 간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되짚고 가야 하고, 갈 수밖에 없는 원년이다. 일본은 조용하다. 가끔씩 정치인들에게서 ‘한일병합(倂合) 100년’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100년 전의 역사는 강제가 아닌 합법적인 절차를 밟았다는 억지 논리 아래 강점, 병탄(倂呑)이 아닌 병합이라고 버티는 게 일본이다. 한·일 간의 극명한 시각차다. 그러나 일본도 한국에 신경을 곧추세울 건 뻔하다. 한국이 되새기는 일제강점 100년의 추이와 강도에 따른 대응책을 찾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일본이 먼저 답을 내놓아야 한다. ‘과민한 한국’으로 치부하면서 지금처럼 ‘무신경한 일본’의 태도로 일관해서는 곤란하다. 새해는 상징성이 큰 해인 까닭이다.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라는 입에 발린 외교적 수사에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폄훼하는 것만은 아니다. 무라야마 담화는 15년간 너무 진정성이 훼손됐다. 1995년 8월15일 담화가 발표되던 당일 각료 8명이 보란 듯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는가. 자민당 정권 땐 공공연히 국회 안에서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망발도 일삼지 않았던가. 연립정권에서 소수로써 한 축을 맡았던 사민당 출신인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담화가 지닌 태생적 한계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최근 “기본적인 노선은 지켜졌다고 본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사’를 꺼내고 있다. 지난 10월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땐 “역사를 직시하고 해결해 갈 용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11월15일 싱가포르의 강연에선 “여러 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에게 커다란 손해와 고통을 준 지 6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진정한 화해가 달성됐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과거사의 청산이 불충분하다는 인식의 표명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패전 50년을 정리한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미래의 한·일 100년을 향한 ‘하토야마 담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말이 아닌 실천의 담화다. 100년 전 강점의 비윤리, 비합법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병탄의 폐해를 청산하는 길을 닦아야 한다. 위안부, 징병, 강제 노역 등 수많은 강점의 상처를 가진 개개인들에게 ‘납득할 만한’ 사죄와 보상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엔 남과 북이 따로 없다. 1965년 한·일협정 때 “끝난 일”이라고만 강변할 일이 아니다. 국가가 아닌 개인의 청구권은 살아 있다. 단적인 예로 10대 소녀들을 일본에 강제로 끌고가 공장에서 일을 시킨 뒤 65년이 지난 최근에야 조롱하듯 달랑 연금 99엔을 던진 짓은 ‘끝난 일’이 아님을 자인한 것이다. ‘하토야마 담화’는 새해 벽두가 아니라도 좋다. 8월15일 광복절도, 8월29일 병탄일도 있다. 다만 새해가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 스스로의 역사 대청소는 미래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사(役事)다. 말끔히 씻어내고 털어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실질적인 동반자적 관계로 나가는 지름길이다. 더불어 하토야마 총리가 주창한 동아시아공동체의 구축을 위해 거쳐야 할 과정임에도 틀림없다. 한·일 관계의 역사적 전환을 맞는 새해가 되기를 힘줘 갈망한다. 박홍기 도쿄 특파원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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