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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제주 해군기지의 쟁점과 사실관계/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제주 해군기지의 쟁점과 사실관계/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고대녀라고 불리는 야당 비례대표 후보가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해 인터넷은 아수라장이 되어 국민들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4·11 총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위협들을 미리 대비하여 후손들에게 튼튼한 대한민국을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만드는 해군기지가 정치인들의 정쟁 소재가 된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기에는 몇 가지 쟁점이 있는데, 2005년부터 제주 해군기지 관련 활동을 해왔던 필자가 사실관계를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구럼비 바위가 무엇인가? 강정마을 앞의 바위로 된 해안이 어느 날부터 구럼비 바위, 구럼비 해안이라고 불리며 희귀한 것처럼 가공되더니, 이제는 이 바위가 아예 신령스러운 것처럼 발전해 버렸다. 그 역사는 2008년 외부에서 개입한 시민단체가 구럼비 바위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고,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폭침되던 그날 모 신문이 ‘신비하기 그지없는 구럼비’라는 표현을 쓰며, 휴전선도 아닌 한반도 가장 아래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난 기사를 쓰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구럼비는 제주도 전역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이다. 당연히 강정마을에도 많이 있다. 또 강정마을 앞에 있는 바위는 화산의 용암이 흘러내려 바닷물에 응고된 찌꺼기이다. 이런 용암 찌꺼기는 제주도 전역에 산재해 있다. 하나도 특이할 것이 없던 이 바위를 외부에서 개입한 운동가들이 바위 근처에 있는 식물 이름을 따 ‘구럼비’라는 이름을 붙여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몇 년 만에 이렇게 발전한 것이다. 둘째, 미군기지가 될 것인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다. 일본 요코스카에 9000명의 미군이 주둔하는데 면적이 무려 490만평이다. 제주도 동쪽의 일본 사세보에 30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하는데 그 면적이 200만평이 넘는다. 미군이 주둔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육·쇼핑·주거·위락시설 등 그들이 가족들과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기지들이 이처럼 큰 것이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는 14만 6000평에 불과하다. 조감도를 보면 우리 해군시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데 미군시설을 만들 데가 어디 있나? 미군 100명도 주둔할 자리가 없는 곳이 바로 제주 해군기지다. 셋째, 대형 크루즈선이 입항하기 힘든가? 배가 항구로 들어와 접안하려고 하면 선회해야 한다. 자동차를 주차할 때 차가 왔다 갔다 할 공간이 필요한 것처럼 항구도 배가 선회할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중해의 작고 오래된 항구에 접안해야 하는 크루즈선들은 제자리에서 배를 360도 회전시켜 접안하는 기능이 있다. 이를 트러스트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항구의 선회공간이 배 길이의 1.2배만 되어도 얼마든지 접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는 선회장이 현존 최대급 크루즈선인 퀸메리2호보다 1.5배 크며 국무총리실의 권고에 따라 서쪽 돌출형 부두를 접이식으로 만들기로 하였으니 선회장 면적은 약 1.8배에 달하게 되어 여유 있게 접안할 수 있다. 넷째, 찬성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안보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제주 해군기지가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이다. 2005년부터 제주도 현지의 찬반 양론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고, 이를 참여정부가 밀어붙여서 2007년에 공사 결정을 한 것이다. 당시 이 계획을 성사시킬 때의 총리가 현재 야당 대표인 한명숙 대표이며, 또 다른 야당 공동대표인 유시민 대표는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제주 해군기지를 강력하게 지지하였다. 또 현재 야당인사 중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정동영 의원은 그때의 여당 대표였으니 이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우리 군은 그동안 오직 대북 전력 확충에만 매달려 왔다. 하지만 이제 나라가 좀 커져서 우리 후손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 방법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게 바로 제주 해군기지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자들에게 수천년을 주변국 눈치보며 살았던 우리가 또 그런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좋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 [커버스토리] 새누리 ‘지방자치’ 보강…민주당 ‘법조인’ 수혈중

    [커버스토리] 새누리 ‘지방자치’ 보강…민주당 ‘법조인’ 수혈중

    한 달 남았다. 11일이면 4월 총선이 꼭 한 달을 남겨 놓게 된다. 여야의 본격적인 혈투가 전국 246개 선거구에서 막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주요 정당의 총선 후보 공천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상대 패도, 내 패도 거의 다 꺼냈다. 이제 승부만이 남았다. 여야는 과연 어떤 전사(戰士)들을 내세워 어떤 전략으로 싸울 것인가. 서울신문이 9일까지 확정된 새누리당의 공천자 135명과 민주통합당 공천자 149명을 들여다본 결과 여야는 분명한 ‘전략’을 후보 공천의 이면에 심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누리당은 지역밀착형 후보들을 앞세운 ‘지상전’,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초점을 맞춘 ‘공중전’이다. ‘여당은 조직, 야당은 바람’이라는 총선 공식마저 떠올리게 한다. 새누리당은 ‘지방자치’를 보강하고 나섰다. 지방정치인들을 다수 공천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과거 새누리당의 대표 직군인 법조인을 대거 영입했다. 서울신문이 공천 신청 때 제출한 신상 자료를 바탕으로 각 당 공천자들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은 법조인 대신 시장, 구청장과 같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정치인을 대거 내세웠다. 전체 공천자의 11.9%를 차지하는 16명이 기초단체장 출신이다. 새누리당은 대신 법조에서의 ‘새 피 수혈’은 사실상 중단했다. 단 5명의 새 법조인만 공천했다. 3.4%다. 반면 민주당은 새로운 율사 11명의 출마가 확정됐다. 전체 공천자의 7.4%를 차지한다. 법조인은 낙선하더라도 당의 훌륭한 법률 자문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당으로서는 상당한 화력을 확보한 셈이다. 향후 검찰 개혁 등 대여 공세의 선봉에 설 진용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과 달리 관료 출신들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찬밥’이다. 특히 민주당은 새로 영입된 공무원·관료 출신을 다 합해도 2.7%, 4명에 불과하다. ‘관료당’이라던 별명이 어울리지 않게 됐다. 여야가 올해 초 앞다퉈 강조하던 2030세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20대는 새누리당에서 단 1명만 공천이 확정됐고, 민주당은 그마저 없다. 30대는 새누리당이 2명, 민주당이 3명이다. 40~50대는 여야 모두 80% 안팎이었다. 새누리당은 40대가 27명(20.3%), 50대가 76명(56%)이었고 민주당은 40대가 61명(41.2%), 50대가 60명(40.5%)이었다. 2030세대가 이들 기성 정당을 외면한 탓도 있고, 여야가 그만큼 젊은 세대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여심’(女心)에 대한 호소는 민주당이 더 적극적이었다. 20명을 공천해 여성 비율을 13.4%로 끌어올렸다. 새누리당은 9명으로 6.7%에 불과했다. 19대 국회는 ‘다양성’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게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67.4%(91명)를 기성 정당인과 전·현직 국회의원으로 채웠다. 민주당은 73.2%(109명)다. 교수·연구원, 기업인, 문화체육예술인, 언론인, 전문직 등은 각각 모두 한 자리 숫자였다. 계파 싸움의 치열함은 숫자로는 보기 쉽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친박근혜계가 40명(29.6%), 친이명박계가 37명(27.4%) 정도로 분류된다. 민주당은 범친노계가 74명으로 49.7%를 차지했고, 486그룹이 50명(33.6%), 친정세균 그룹이 21명(14.1%) 등이다. 손학규·정동영계 등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강주리·허백윤기자 jurik@seoul.co.kr
  • [제주 해군기지 충돌] “정부책임자 코빼기도 안보여… 책임 떠넘기나”

    “아무리 표가 급해도 이럴 수가 있습니까.” 8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만난 50대 주민은 해군기지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잦은 말 바꾸기에 신물이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정마을을 찾아와 제주 해군기지는 꼭 필요하다며 협조를 구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필요없다는 식이니 그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지난 7일 강정마을을 찾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제주 해군기지 공사는 어떤 재앙을 초래할지 모르는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노무현 정부 총리 시절에는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강정마을 주민들의 협조를 구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정치인들이 지금 와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정부는 당초 약속한 대로 크루즈선이 드나드는 민·군 복합항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일부 정치인들이 해군기지만 건설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해군기지 논란과 관련, 일부 정치인의 무책임한 발언과 간섭 등에 제주도도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우근민 지사는 최근 “정치인들도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주민들을 자극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정치인의 말 바꾸기 등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책사업인데도 정부 책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주민은 “국책사업인데 정부 책임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제주도에만 문제 해결을 떠넘기는 인상이 짙다.”면서 “그동안 주민들이 대화를 요구해도 ‘반대는 있기 마련’이라며 정부 책임자는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강정마을에 공권력이 전격 투입된 후 반대 시위가 악화됐지만 해군기지 관련 정부 책임자가 제주를 찾은 것은 지난해 10월 해군참모총장이 신임 인사차 제주도청을 방문한 것이 고작이다. 해군기지 건설 주무 부처인 국방부의 김관진 장관은 취임 후 단 한번도 제주를 찾지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관련 부처 장관의 제주 방문과 강정마을 주민과의 대화 등을 요청했으나 중앙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총선 격전-관심지 2곳 민심 르포] “둘다 출중하지만 급조된 후보… 인물보다 당보고 찍겠다”

    [총선 격전-관심지 2곳 민심 르포] “둘다 출중하지만 급조된 후보… 인물보다 당보고 찍겠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는 부산 사상과 함께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다. 친박(박근혜)계 6선인 새누리당 홍사덕 의원과 민주통합당 4선의 정세균 의원이 격돌한다. 두 중진은 양당의 텃밭인 대구와 전북을 포기하고 상징성이 있는 종로를 택했다. 두 사람의 어깨에는 비단 종로의 승패만 걸린 게 아니다. 총선까지 남은 30여일간 펼쳐질 두 사람의 우열은 서울의 나머지 47개 선거구는 물론 113개 수도권 선거구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멀게는 12월 대선에까지 너울이 이어질 수도 있다. 홍 의원이 공천을 받은 지 하루 지난 6일 종로의 민심을 살폈다. ‘정치 1번지’에 대한 정치적 자긍심과 빈부의 차가 큰 지역 특성에 대한 경제적 아쉬움을 함께 품고 있는 주민들은 모처럼 펼쳐질 중량급 대결에 한껏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정치1번지 주민답게 정치적 호불호를 뚜렷이 나타냈다. 종로에서 맞붙게 되는 여야의 두 중진 후보에 대한 인지도는 높았다. 하지만 종로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관리를 맡고 있는 이종훈(50)씨는 “정세균은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했던 사람이고 홍사덕은 MBC에도 나온 사람 아닌가.”라면서 “걸출한 사람들이 우리 지역 후보가 된 것 같다. 둘 다 출중하다.”고 호감을 나타냈다. 두 후보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명확히 갈렸다. 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황광용(65·구청 도로과 공공근로자)씨는 “정세균은 순수하고 깨끗한 면이 있어서 말하는 것을 보면 때가 많이 묻지 않았다.”고 좋게 평가한 반면 “홍사덕은 닳고 닳은 사람인데, 세파를 많이 겪었고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사람 다루는 데 노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홍사덕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부 박윤정(46)씨는 “정세균은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인 데 반해 홍사덕은 패기있고 정직한 이미지다. 그동안의 행보는 둘 다 상당한 경력들을 갖고 있어 비교하기 어렵고 성격으로 봤을 때에는 홍사덕이 낫다.”고 평가했다. 선거 때마다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펼쳐 온 지역답게 정당 선호도도 팽팽하게 갈렸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한동(42)씨는 “어느 당이 잘한다 말하기는 어렵고 새누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은 노조 쪽에 가깝다.”면서 “쟁취니 투쟁이니 뭔가 남에게서 뺏으려는 느낌이라 싫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강모(56)씨는 “새누리당은 현재 상당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쇄신 확률이 높고, 친노계 위주의 민주통합당은 보복성 정치 가능성이 있다. 정권 탈취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한 뒤 “공천 물갈이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박근혜에게 몰릴 것이다. 민주당은 개혁이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반면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영조(52)씨는 “이명박 정권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안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지금 욕을 먹고 있지 않나. 인물도 중요하지만 난 당을 보고 뽑는다. 이번에는 민주당 정세균”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 대신 제3당을 찍겠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창신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유용빈(49)씨는 “정세균이나 홍사덕이나 다 마찬가지다. 기존 정치인들이 싫다.”면서 “서민들을 위해서 잘해 줄 사람이 필요하고 그래서 난 제3당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했다. 고령인구가 많은 탓일까. 청년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전화로 연결된 회사원 김의현(28)씨의 답변은 정치1번지의 엇갈린 표심과 고심을 함축하고 있었다. “둘 다 급조된 사람들 아닌가요. 차라리 지금 의원인 박진이 나왔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정당은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데, 사람은 홍사덕이 나아 보입니다.” 토박이들이 많고, 그만큼 오래도록 한 곳에서 ‘정치’를 지켜봐 온 주민들이라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인식도 남달랐다. 강수씨는 “공천은 의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한테 따라 붙는 식솔들, 측근들 전부가 달려 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면서 “한 명의 의원이 물갈이되면 그 아래 줄줄이 딸린 사람들도 다 바뀐다. 전부 유착 관계가 있기 때문에 누구를 뽑을지 신중해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황비웅·송수연·최지숙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시장에서 진품 찾기가 어려울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시장에서 진품 찾기가 어려울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정치인의 장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정치시장의 객주(客主)에서는 장날에 내다 팔 물건 고르기의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해 보인다. 창고에 쌓아 둔 물건 중 좋은 것은 내다 팔고 상한 것은 버려야 하는데 선별 방법이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정치고객인 국민의 편에서는 썩은 물건에서 나는 악취가 진동하는데 정치객주와 마름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알고도 모른 척하는지 모르지만 악취가 나는 곳을 살피면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는데 말이다. 객주와 마름들의 물건 선별은 악취라는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영남 물갈이, 호남 물갈이, 현직 25% 탈락과 같은 매우 감성적인 기준들이다. 이것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고, 진품을 고르기가 어렵다. 감성적인 기준으로 공천을 하니 반발이 심하고, 정략적으로 접근하니 누구는 되는데 나는 안 되느냐고 소리가 커진다. 객관적인 사실을 기준으로 상하고 썩은 물건을 골라내려면 적어도 두 가지 기준은 준수해야 한다. 첫째, 정치꾼 골라내기이다. 정치창고의 악취는 정치꾼에게서 나온다.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 중에는 정치꾼, 정치인, 그리고 정치지도자와 같은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정치꾼은 당선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당선되면 지역주민과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개인의 이익 채우기에 바쁜 부류이다. 또한 이들은 권모술수를 프로로 착각하며 질적 수준이 매우 낮다. 본인은 예외라고 하겠지만 현직 정치인 중에는 정치꾼이 많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둘째, 멍든 물건 골라내기이다. 멍든 과일을 창고에 두면 쉽게 썩는다. 정치인들 가운데 멍든 과일이란 범법자, 국민의 기본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자들이다. 국민이면 적어도 지켜야 할 국방 및 납세 의무를 게을리한 사람이 피선거권을 향유할 권리가 있을까. 공직 임명에서도 이 잣대가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에게는 더욱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현 정권을 비판한 사안 중 하나가 ‘안보라인’에 군대 가 본 사람이 없는 인사였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이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두가지 기준으로 안 될 물건을 골라내면 정치시장에서 진품을 찾는 작업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약 100년 전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주창하면서 정치의 본질을 협상의 기술로 정의했다. 협상은 혼자서 외롭게 내리는 결단이 아니라, 다수의 중지를 모아 결정을 내리는 집단 의사결정이다. 정치인은 협상의 달인이어야 하며, 사익 추구에 이 기술을 활용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공익 창출에 활용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인이다. 전문인은 프로 정신을 갖춘 사람들이다. 프로 정신이란 공정하게 경쟁하고 경쟁에서 지면 깨끗이 승복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말한다. 또한 정치의 관객인 국민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날치기, 농성, 의장석 점거에 더해 이단옆차기도 등장했고 이젠 최루탄도 등장했다. 프로가 뛰는 운동경기에서는 규칙을 어기면 퇴장인데 이런 기막힌 행동으로 레드카드를 받은 정치인이 없는 무대가 프로 정치무대일까. 이번에 이들이 다시 설치는지 두고 볼 일이다. 정치인 선별에 기준으로 삼을 만한 또 다른 학자가 있다면 헤럴드 라스웰이다. 그는 “누가 무엇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얻도록 하는” 과정을 정치라고 했다. 정치 현장에 대입하면 국민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적절한 시기에 다수가 동의하는 방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줄 아는 것이 정치란 뜻이다. 정치인이면 갖추어야 할 기본기이다. 격이 높은 정치 지도자는 그저 나오지 않는다. 라스웰 방식의 기본기를 갖춘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가운데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래야 나라도 잘되고 국민도 행복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 현장에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어야만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으로 득실거린다. 적어도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는 베버의 협상기술과 라스웰의 정치 지향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정치시장의 물건으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나를 두고… 룰 어긋나면 승복못해”

    새누리당이 5일 2차 공천 명단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대폭 물갈이가 예상되는 ‘텃밭’ 영남권은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명단 발표를 앞두고 공천이 이미 확정됐다거나 탈락됐다는 괴소문들이 떠돌면서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초조감의 발로인지,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최대한 말을 아끼려 했다. 그러나 일부는 공천에서 최종 탈락하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부산 중·동구 연제 등 추가 거론 영남권에서는 현역 25% 컷오프를 적용하면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제외하고 최대 50%까지 물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산 중·동구와 연제구, 부산진갑, 해운대·기장을 등이 추가로 전략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는 분위기다. 친이(친이명박)계 4선인 부산 중·동구의 정의화 국회의장 직무대리는 4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여론조사 등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럼에도 공천에서 배제하려 하겠느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PK 중진 “뚜껑 열어봐야”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지역으로 분류됐다는 소문을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부산의 한 중진의원은 “내 지역구를 전략지역으로 선정한다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애써 자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지역으로 분류될 거라는 소문에 대해 “실제로 그렇게 될지 뚜껑을 열어 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반발했다. 현역의원 공천 배제가 50~70% 정도 될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 대구·경북(TK)의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당내 뚜렷한 경쟁자도 없고 이미 당에서 조사한 지지율이나 경쟁력, 교체지수 결과대로라면 전략지역으로 선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1차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지역구의 일부 현역의원들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상당수는 최종적으로 공천에서 배제될 경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친이계 3선인 울산 남구갑의 최병국 의원은 “잘못된 전략은 수정돼야 한다. 공천위가 룰에 어긋나는 판단을 했다면 승복할 수 없다.”면서 공천 탈락 시 무소속으로 출마할 의사를 내비쳤다. ●일각선 “무소속 출마 글쎄…” 한 친박계 의원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낙천한 사람들은 섭섭할 것이고, 이런저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느냐.”면서 “극단적으로는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6대 총선에서도 김윤환 전 의원 등 낙천당한 정치인들이 민국당을 만들어 도전했지만, 모두 참패한 전례가 있다.”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유권자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황비웅·허백윤기자 stylist@seoul.co.kr
  • [시론] 꽃과 정치/김대우 시사평론가

    [시론] 꽃과 정치/김대우 시사평론가

    당당하게 선 화환들에 달린 이름표. 이를 보며 흐뭇해하는 표정들은 예식장 앞이나 출마 후보자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이나 다를 바 없다. 어전에서 머리 조아린 중신들처럼 서열 따라 세우는 줄. 그 순서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곧 한국 정치다. 주인도, 객도 후일을 위해서 대리 참석한 화환의 직책과 성명을 꼭 입력해 둘 필요가 있다. 당사자는 모르는데 제 돈으로 주문해 앞줄로 모신 실세의 화환이 있는가 하면, 이름 띠를 일일이 풀어서 별실에다 전시해 두는 정성도 보인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뿌듯함으로 중독된 정치. 그것도 부족해서 주머니에 꽂아주는 꽃 한 송이. 알량한 그 꽃이 곧 귀하신 신분의 비표(秘標)다. 단상의 정치인들 가슴에 꽃이 안 보이면 그는 그 행사장에 굳이 가지 않았어도 될 존재였다. 박수와 꽃다발에 유독 약한 군상들. 호명 순서가 밀리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기에 사회자는 긴장되고 행사는 지루하다. 한정된 시간만 개화하고 어김없이 고개 숙이는 꽃. 뻣뻣한 목에 힘이 빠질 때쯤 퇴장해야 하는 정치판. 계절 따라 꽃이 지듯이 세월 따라 명성도 지나니. 그렇게 꽃과 정치인은 지는 사이클이 같다. ‘살아서 돌아오라’고 주는 출정 길의 꽃다발과 생환을 축하한다고 가슴에 안기는 결전 후의 꽃다발. 조상의 이름과 선산을 팔고, 학력과 경력을 세탁하여 가족을 거리로 내몰고 치른 승전식의 인증 샷, 그 필수 액세서리의 대미가 바로 중앙당 현황판의 ‘당선 확정’ 꽃 한 송이다. 선거는 입문에서 퇴장까지 꽃으로 시작하고 꽃으로 끝나는 셈이다. 알고 보면 꽃이나 정치나 다 바람이 키운 산물로, 꽃이 영원히 사랑받는 것은 긴 시간 숨었다가 잠시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줄기 바람에 흩날리며 사라지는 꽃의 일생이 무상한 정치 인생과 닮았다. 늘 피어 있는 꽃이 눈길을 끌 수 없듯이 정치도 일상이 되면 관객들이 외면하는 지친 굿판이나 다름없다. 웅크림이 오랠수록 도약은 높고 침묵은 웅변보다 강하고 잠적이 노출보다 심각한 뉴스감인데, 정작 그걸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소수가 선택되고 다수가 물갈이되며 받는 상처. 검증받으면서 덧나는 숨기고 싶었던 흔적들. 이 모든 것들이 한바탕 바람으로 딱지가 되어 아무는 날까지 생소한 애송이와 노회한 원로들이 벌일 숙명의 땅따먹기. 다들 정치에 발목 잡힌 인연으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영혼들이다. 한 정당의 환골탈태 과정은 결국 오래 기여해 왔던 낯익은 동지들에 대한 구조조정이니 무대를 내려오면서 어찌 회한과 상처가 없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도종환의 시처럼 흔들리지 않고 하는 정치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몸을 담은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기세등등하게 앞자리에 진열됐던 간판 상품도 어느 순간 재고로 전락하여 뱃전으로 추락한다. 그나마 온전하게 성명을 보전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도 영광이다. 포토라인에서 ‘기억에 없다’거나 ‘할 말이 없다’로 마무리되는 실세정치의 공식. 언제나 ‘어느 선까지 불 것인가’란 문제만 남는다. “오늘 이후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한다. 우린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그러니 당신도 나를 모른 체하라.”는 비정의 정치. 공천이 칼자루였던 구시대는 가고 그걸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만큼 진행되는 변화도 실은 놀라운데 더 큰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에 눈치 보며 끌려가야 하는 수동의 정치. 그래서 권력은 시장에 넘어간 지 오래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강제로 꽃을 피우려 든다면 결국엔…. 갈수록 여의도는 뜨거워지고 상처받은 영혼은 늘어날 것이다. 불판처럼 달아 오르다가 이내 식을 그 혼돈의 현장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용감한 신인들. 상처받지 않고 정치하겠다는 것은 가랑이 젖지 않고 맨발로 강을 건너겠다는 것. 시인 엘리엇이 말한 ‘가장 잔인한 달 4월’은 이미 강 건너 언덕에서 기다리고 있다.
  • 국립해양조사원 부산 이전에 인천 ‘울상’

    인천에 있는 해양 관련 국가기관(본원)인 국립해양조사원이 오는 10월 부산으로 이전한다. 이와 함께 부산 정치권이 인천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마저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인천의 해양 관련 기관들이 줄줄이 부산으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임주빈 국립해양조사원 원장은 28일 “정부 방침에 따라 조사원이 오는 10월 부산으로 이전하게 됐다.”면서 “부산 신청사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정부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2005년부터 국립해양조사원 이전 등을 추진해 왔다. 국립해양조사원은 부산시 영도구 동삼혁신도시에 새 청사를 마련하고 이전한다. 1984년 인천시 중구 항동에 문을 연 국립해양조사원은 우리나라 해역에 대한 측량과 관측·조사를 펴 군(軍) 및 각종 연구소에 제공하고, 해도(海圖) 등을 만드는 중요 해양기관이다. 현재 직원 97명이 근무하고 있다. 부산에는 국립해양조사원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한국해양연구원(현재 경기 안산시 소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서울 마포구 상암동) 등 국가 해양기관들이 속속 이전된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가족들 때문에 부산보다는 인천에 있는 게 편리하다.”며 “하지만 정부의 방침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산 출신 정치인들이 국립해양연구원 부산 이전에 맞춰 인천지하철 1호선 동막역 인근에 자리한 극지연구소도 부산으로 유치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출연硏 개편, 정치 이슈화 아쉽다… 과학은 정치와 멀어져야”

    “출연硏 개편, 정치 이슈화 아쉽다… 과학은 정치와 멀어져야”

    “과학기술은 정치와 좀 멀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출연연구소 개편 같은 중요한 문제를 정치 이슈화해서 찬성과 반대를 오락가락하는 과학기술자와 그걸 이용하는 정치인들.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다음 달 1일로 취임 1주년을 맡는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국과위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년여에 걸쳐 법안이 마련된 ‘출연연 단일법인화’가 2월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5월 국회에서 다시 법안 통과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또 “과학자들이 시대가 변한 걸 너무 모른다.”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16조여원에 이르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조정과 배분, 출연연 구조개편 등을 진두지휘한 김 위원장의 소회와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대담 박홍기 사회부장 →출연연 단일법인화가 2월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오랜 기간 공들인 작업인데. -3년 동안 민간위원회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출연연 단일법인화를 주장했고, 부처 간 이견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 간신히 법안이 만들어졌다. 정책연구만 4번이나 진행됐다. 출연연에서는 부처들이 이기주의를 내세워 단일법인화를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합의가 이뤄지니까 연구소들이 ‘우리는 가장 전통 있는 연구소다.’, ‘우리는 제일 큰 연구소다.’라면서 반대하기 시작했다. 결국 의견이 흩어지니까 국회도 애써 추진하려는 의지가 없어진 거고…. →연구소나 연구원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원 입장에서는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불안감이 가장 큰 것 같다.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혁명적인 변화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 출연연 개편은 혁명적인 변화가 아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변화다. 정치 이슈화시켜서 다루면 절대 안 된다. 과학기술은 정치와 멀어져야 한다. 정권이나 대통령이 누구인가 하는 부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컴퓨터를 리셋하듯이 5년마다 과학기술을 리셋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나. -플랜B도 국회 상정과 법안 통과다. 5월에 다시 국회가 열리면, 국회의원들도 좀 여유로워지지 않겠나. 그때까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도 계속할 계획이다. →국과위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중점적으로 진행해온 부분은.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규모는 정부 16조원, 민간 40조원으로, 세계 7위 수준이다. 하지만 R&D 사업을 30여개 부처에서 나누어 수행하고 있고, 핵심인 출연연은 27개로 분산돼 있다. 융합연구의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렵고, 유사중복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이게 바로 국과위가 출범한 이유고, 지난 1년간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왔다. →중복투자를 어떻게 효율화하고 있는지. -정부 R&D 예산은 2008년 11조원이었는데, 2012년에는 16조원이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예산을 따내기 위해 각 부처에서 원하는 연구사업 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나눠주면서 전체적으로 난삽했던 측면이 있다. 연구 성과와 국민의 체감은 확실히 다르다. 경제적인 혜택으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연구 성공이 산업화가 되려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건너야 한다. 95%는 죽는다. 지금까지는 연구비가 급증해왔기 때문에 원하는 연구를 다 지원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넘어가면 꺾이는 시점이 올 것 같다. 결국 여태껏 했던 것보다 훨씬 치밀하게 보고 조정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특정 분야에 연구비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위해서는 그걸 설득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어야 한다. 올해 우선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부분은 태양광, 로봇, 바이오다. 삭감보다는 연구 과제를 조정하고 중복 부분을 합쳐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처럼 기초과학에 대한 신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기존 연구자들에게는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과학벨트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과 가속기에 내년부터 6000억~7000억원씩이 새로 들어간다. 하지만 전체 예산이 그만큼 쉽게 늘어나는 건 아니니까 조정이 있을 수밖에 없고, 기존 연구영역에서 나눠 써야 한다. 다만, 국가적 기조는 명확하게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대학·출연연 연구가 개방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는데. -197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달러였는데 지금은 2만 달러다. 문제는 10년 가까이 2만 달러에서 정체돼 있다는 거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한 사람이나 한 개의 연구분야로는 살 수 없다. 전기와 기계가 합쳐져야 전기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연구 주체들이 개방하고 협력하는 것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 같은 맥락으로 문과, 이과도 없어져야 하고 제도도 바꿔야 한다. 과학을 많은 사람들이 공부할수록 합리적인 사회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 제도로는 미국 하버드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아도 중학교에서 물리 가르치면 불법이다. 이런 것들이 다 벽이다. 연구소 간의 벽, 연구소와 대학 간의 벽, 사회적 통념에 대한 벽을 모두 허물어야 한다. →이번 정권 들어서 과학기술계가 홀대받는다는 불만이 많다. 과학기술부를 부활시켜야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우선 과기부가 생긴다고 해도 국과위는 존치하는 것이 맞다. 전체 부처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직접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과기부가 한다면 불합리하지 않은가. 전체 R&D 중 교과부의 영역은 현재 25~30% 수준에 불과하다. 과기부 부활은…, 글쎄. 꼭 과기부가 과기부라는 부처의 역할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 이름의 부처가 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국민들이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집권자가 반영했다는 뜻 아닌가. 외교부나 할 수 있는 일을 통일부라는 이름의 부처가 별도로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과학자들이 이번 정권에서 교과부와 과기부가 합쳐지는 과정이나 그 이후에 섭섭했던 부분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도 변해야 한다. 과기계는 박정희 시대의 향수에 지나치게 젖어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홍릉(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근을 지나다가 방문해서 금일봉을 하사하던 시절이 아니다. 과학자라고 해서 특별히 대접받기를 원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과학계 원로의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복지의 시대라고들 한다. 하지만 과학은 미래 복지다. 한국은 지나치게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도구로만 생각해 왔다. 경제가 꽤 먹고 살게 되니까, 발전을 이끌고 온 과학의 리더십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과학기술은 분명 미래에 혜택을 갖고 온다. 사실, 수천년간 인문사회가 인류를 이끌어 왔지만, 불과 수백년 동안 과학이 일궈낸 것들을 봐야한다. 지금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미래에 우리와 후대가 누릴 혜택이 될 것이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김도연 위원장은 누구]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르노자동차 중앙연구소 연구원, 아주대 공대 조교수를 거쳐 1982년 서울대 공대로 옮겼다. 세라믹 소재의 미세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규명하고 이를 이용한 소재를 개발, 세계적인 학자 반열에 들었다. 재료미세조직창의연구단장, 서울대 공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첫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이어 울산대 총장과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대한금속재료학회 학술상, 서울대 공대 훌륭한 교수상,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받았다.
  • “디도스 테러 강씨, 與에 온라인 카지노 양성화 로비 벌였다”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 때 이뤄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사이버테러와 ‘온라인 카지노 양성화’ 사이에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로 공격해 구속된 IT업자 강모씨가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의 비서 공모씨를 통해 여당 정치인들에게 온라인 카지노 양성화 법안 통과를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이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안과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연루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입수했다.”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대형 선거들을 앞두고 사행성 불법 도박을 합법화해 주는 대가로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하려 했을 수 있다고 보고, 이날 법사위에 상정된 사행성 온라인 도박사업 허가 내용이 담긴 개정안과 함께 디도스특검법 상정을 보류시켰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정밀 조사해 조만간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열린세상]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한 정치의 역할/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한 정치의 역할/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2012년 벽두부터 국회의장의 매표사건, 민주통합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공약 등 복잡한 문제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임진년은 원래 이렇듯 많은 사연을 부르는 해인가. 지금으로부터 7갑자(420년) 전인 1592년 임진년에는 임진왜란이, 1갑자(60년) 전인 1952년 임진년은 6·25전쟁의 한복판이었다. 2012년 임진년에도 어떤 큰일이 일어날 전조는 아닌지. 그러나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이 반듯한 정의로운 공동체가 돼야 한다. 정의로운 공동체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반듯한 삶의 모습을 고민하며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작동하는 사회다. 정의로운 공동체의 핵심 조건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정치고, 정치인이다. 공동선의 지향은 정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위한 정치는 이념적으로는 의견을 달리하더라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게 그 역할이다. 이것이 바로 공동선의 정치이다.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해서는 공동선과 같은 질문들이 정치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정치는 토론이 아니라 걸핏하면 현장투쟁에 매몰된다. 정치인들은 추문이나 음모를 제기하면서 자극적인 기사 생산의 선봉에 서 있다. 이에 따라 정치는 시민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계가 되었다. 정치인들은 득표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말에만 귀 기울이고 다른 쪽은 외면한다. 결국 정치는 자유, 정의, 인권, 공동선과 같은 공동체의 핵심적 가치에 대해 대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정치는 도덕성을 잃고 불신을 받고 시민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며 시민과 괴리되었다. 원래 정치인들은 공동체 모든 영역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예컨대 성직자, 교수, 시민단체(NGO) 운동가, 기업인, 법조인 등 특정 직역의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해당 영역의 문제에만 목소리를 낼 것을 약속하고 그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다. 검사는 범죄에 대해서 수사로 말하고, 판사는 법적 분쟁에 대해 판결로써 말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며, 교수는 끊임없는 연구로 후학들에게 장래 희망을 제공해 줌을 임무로 한다. 같은 이치로 성직자는 영혼의 구제에 대해 말할 때 아름답고, 과학자들은 신기술을 선사할 때 국민들이 감동한다. 환경운동가들도 정치가 아니라 환경 개선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때 국민들은 고마워한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인은 경제, 군사, 사회, 문화, 종교, 환경, 자유, 정의, 인권 등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껏 발언할 권한과 책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잘못이고, 일면은 맞지만 나머지는 틀렸다거나, 의견은 맞지만 실천 방법은 법치주의의 절차적 정의에 맞지 않다고 질책을 하는 등으로 사회에서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증대된 역할과 함께 NGO의 부정직함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그 경우에 시민단체가 꺼려할 것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틀린 것은 틀리다고 소신을 밝혀야 할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많은 우리의 정치인들은 양심과는 무관하게 정당의 이념에 맞는 쪽으로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분명히 소속정당의 이념에 맞는 사회단체의 경우에도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는 잘못인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건만, 평범한 일반시민들도 분노하고 개탄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아예 귀를 닫아 버린다. 많은 경우에 정치인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모른 채 뒤돌아선다. 그것은 분명 정치인이 공동체주의적 정의 실현을 외면하는 것이고, 그러한 잘못된 행동에 따른 불이익은 결국 일반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반쪽에만 귀 기울이고 나머지 진실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공동체가 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치인들은 건설적인 토론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맞는 것은 맞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분명하게 의견을 개진해 주어야 건전한 공동체로 발전한다. 정치인들이여! 이념과 주의를 초월하여 공동체의 정의를 위해 매사에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시어머니의 역할을 포기하지 말라.
  • “제주 해군기지 문제 당사자 해결 원칙 적용”

    우근민 제주지사는 24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 관광미항)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해군기지는 ‘당사자 해결의 원칙’이 적용돼 사실이 왜곡되지 않아야 하므로 외부에서 온 분들이 활동하는 것을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정당과 정치인들도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우 지사는 “제주 해군기지는 정부가 당장은 예산 사정 등이 어렵더라도 100년, 1000년 후의 미래비전을 가지고 민군복합항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당초 정부가 제주도민에게 약속한 15만t급 크루즈 선박의 이용이 가능한 형태로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지법 형사1단독 이용우 판사는 이날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이다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문정현(72) 신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생명의 窓] 생명의 합창/차동엽 인천 가톨릭대 교수·신부

    [생명의 窓] 생명의 합창/차동엽 인천 가톨릭대 교수·신부

    지난 15일, 제6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필자가 오스트리아 빈 대학 유학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전헌호 신부가 인문사회과학분야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까닭이다. 필자는 이 상 공모 때 전 신부를 추천하는 글을 써 드렸다. 존경하는 신부님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결과까지 좋으니 무척 기뻤다. 그날 행사의 주최 기관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2008년부터 매년 12월 첫 일요일을 ‘생명수호주일’로 지정하고 교회 안팎에서 생명수호운동에 앞장서 왔다. ‘생명의 신비상’은 그 의지적 노력의 일환으로 인간생명의 존엄성 수호와 난치병 치료연구 지원을 위하여 생명과학 및 인문사회과학 학술분야, 그리고 활동분야에서 관련 공로가 큰 연구자(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그 공로를 치하하고 격려하고자 제정했다. 축하하러 간 자리에서 되레 보너스 한 다발을 받아왔다. 바로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이 뿜어낸 감동이었다. 그중 전 신부의 소감에 이은 명강연 요지는 이랬다. “내 몸에 어느 한 요소도 아무런 이유 없이 존재하지 않듯,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도 존재 이유가 있다. 약 38억년 전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고 신의 도움으로 이 생명체들은 진화과정을 통해 대를 이어 왔다. 이 생명의 끈이 오늘날 나에게까지 이어져 내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축복 아닌가. 내 안에 우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집적되어 있다. 나야말로 우주의 중심이며 주인공이다. 내 생명 하나를 살리기 위하여 온 우주가 동원되어 시중들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나의 존재 이유와 가치는 충분하다. 명예, 권력, 돈, 미모, 튼튼한 근육 등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하고 경이롭다. 나는 살아 있는 이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가진 부자이기에 이웃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다. 따뜻한 마음과 맑고 밝은 미소, 시간을 줄 수 있고, 말을 들을 수 있고, 인정하고 위로하고 칭찬할 수 있다. 세상의 많은 고통들에도 나는 행복할 이유를 충분히 지니고 세상 한가운데서 이렇게 오늘을 살고 있다.” 강의를 듣는 동안 그의 표현 하나하나가 침묵 중에 꿈틀대고 있던 생명의 경외를 소생시켰다. 그의 유별난 생명사랑에서 필자는 카오스를 방불케 하는 오늘 우리 현실의 출구를 보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 폭력, 자살, 막말녀, 노인 및 약자 폭행 등의 뉴스가 미디어를 장식한다. 총선과 대선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그 대책들이 무차별 공약으로 남발되고 있다. 그 가운데 옥석이 가려지고 좋은 제도와 법안들이 도입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진정한 해법에 목말라 있다. 소프트웨어를 바꾸지 않고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으로만 문제해결을 하려 한다 해서 될까? 필자는 생명, 곧 삶에 대한 소프트웨어가 혁신적으로 바뀔 때 하드웨어의 개선이 유의미하게 된다는 생각이다. 생명 존중 및 인권을 최우선시하는 가치관이 우리의 의식 안에 뚜렷하게 형성되는 것이 제도 개선에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도덕이나 윤리 교육 대신 철학 교육의 도입을 권하고 싶다. 전자는 주어진 윤리 규범을 주입식으로 강요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잘 프로그램화된 철학 교육은 질문을 통하여 능동적으로 윤리 도덕의 가치와 필요성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그동안 우리에게 가치관 교육이 없었던 게 아니다. 문제는 주입식으로 또는 객관식으로 가르치다 보니까 그것이 사유를 통해 내재화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시험 점수는 높지만 행동거지는 엉망인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이에 반해 철학은 물음의 학문이다. 물음은 사유를 요구하고, 사유는 결과적으로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깨달아 얻은 지식은 곧바로 행동이 된다. 봄이 성큼 다가오면서 생명의 소리가 환상적인 합창으로 들려온다. 정치인들이 저잣거리의 아우성 사이로 들려오는 저 경탄할 약동에도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 김두관 “MB 심판론 보다 정책 승부로…민주, 통큰 양보로 야권연대를”

    김두관 “MB 심판론 보다 정책 승부로…민주, 통큰 양보로 야권연대를”

    범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민주통합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내세운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대해 완곡하게나마 제동을 걸었다. 상대방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좇는 네거티브 전략 대신 민주당의 정책을 내세워 승부하는 포지티브 선거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민주당에 입당한 김 지사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MB(이명박) 정부 실정에 기대어 비판하면서 집권하려고 하는데 우리의 정책을 제시해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파상 공세에 나선 한명숙 대표, 문재인 상임고문 등 민주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발언이다. 김 지사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간 총선 연대 논의에 있어서도 “국민들은 민주당이 ‘통 큰 양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 즉 2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보당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의 일원으로 참여했지만 대선 가도에 있어서 잠재적 경쟁자인 문 고문과는 다른 색깔의 정치를 펼쳐 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뷰는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장, 군수, 행자부 장관, 도지사로 도전한 원동력은 뭔가. -군수, 도지사 등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면 즐겁게 도전했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일에 즐겁게 도전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을 좋게 평가해 주는 것 같다. →민주당 입당이 도지사 출마 때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받아들인다. 그러나 정치에 있어서 집단지성은 당이다. 집단지성을 모아 국정을 이끄는 거다. 정당이 신뢰를 못 받는 면도 있지만 참여 정치가 중요하다. →민주당 입당이 결국 대선 도전의 길 닦기 아닌가. -민주통합당이 시민사회와 한국노총, 혁신과 통합, 기존 민주당 등 여러 정파와 세력들이 함께하는 것이어서 이 흐름에 함께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핵이라고 봐 함께하게 됐다. →대선 도전 기회가 오면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는 주간지 보도가 있다. -아무리 김두관이 모자란 사람이지만 주간지 기자와 둘이 마주앉아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는가. 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리고,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따뜻해야 하는데 시골 촌놈이라고 그렇게 야박하게…. 한 대 패주고 싶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시대 정신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 민주화가 일부 후퇴했지만 1987년(개헌) 이후 정치의 민주화는 완성됐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가 이뤄져야 내용 면에서 완성이 된다. 신(新) 3균(均)주의에 관심이 많다. 지역균등 발전, 사회균등 발전, 남북균등 발전이다. 새로운 지도자는 그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내의 유력 대권주자는. -손학규 전 대표와 문재인 고문, 정동영 전 최고위원, 정세균 전 대표….밖에 있지만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참여한다면 민주 진영의 유력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총선을 통해 주목 받는 정치인들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 지사가 경제나 복지에는 좀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남만이 특별하게 하는 노인틀니보급사업이 있다. 너무들 좋아한다. 다른 곳에서 벤치마킹도 한 걸로 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16개 시·도립 병원에 대해 간병인 사업도 하고 있다. 병원도 좋고, 환자도 좋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내 자랑 같지만 복지만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경제에 있어서도 기업 하기 좋은 경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제도 잘하는 도지사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참여정부 실정에 대해 공동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했고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도 했다. 참여정부의 공과에 일정 정도 책임 없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느냐. 성찰과 반성을 통해 참여정부를 뛰어넘어야 한다. 민주진보진영이 총선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 참여정부의 공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이나 새누리당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책으로 지지를 받아야 한다. 실정에 기대어 집권하고, 이를 비판하면서 또 집권하는 악순환의 흐름을 끊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큰 나라다. 국정을 분담해야 한다. 내각책임제로 가야 하지만 국민들이 동의를 안 하니 적어도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 권력구조가 바람직하다. →개헌이 가능한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정동영 후보가 다 임기 내 개헌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못 지켰다. 개헌해서 당연히 권력구조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기술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차기 정부를 만드는 대통령과 당이 1년 내에 개헌을 해야 한다. →대선주자 문재인 상임고문의 자질을 어떻게 보나. -민주진보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다. 총선을 잘 마치고 대선까지 잘 마쳤으면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원장과도 같이할 수 있다고 했는데. - 살아온 과정이나 철학, 가치관이 상당히 달라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철수 원장과 힘을 합칠 용의는. -안 원장이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큰 역할을 해 주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정치권에서 자꾸 정치 참여 여부를 밝히라고 하는데 역할을 할 때가 온다면 안 원장이 참여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바깥에서 도와줄 수도 있다고 본다. 야권에 직접 참여하면 더 좋고, 직접 참여할 수 없다면 민주진보진영이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거들어 줬으면 한다. →최근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 논의를 어떻게 보나. -진보 진영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야 이해관계, 현안을 모을 수 있다.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즉 20석 확보가 중요하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통 큰 양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열에 일곱을 내줘서라도 야권이 단일화해야 한다.’는 유지를 남겼다. 대통합은 나중 일이고 총선에서는 야권 연대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 →총선에서 부산·울산·경남의 성적표를 점친다면. -부·울·경에서는 15석을 희망하는데 쉽지 않다. 야권이 10석 정도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명숙 대표가 원내 1당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열심히 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썩어도 준치라고 기반이 워낙 좋다. 기득권도 있고 인물 면에서도 앞선다. 새누리당이 쉽지는 않은 당이다. →정치권이 대오각성할 일이라면. -도지사를 하면서 보니 공약하지는 않았지만 훨씬 중요한 게 있더라. 그 일을 우선 열심히 하는 게 맞다. 이익집단의 요구에 의해 만든 공약도 있는데 이는 실천하기 어렵다. 여기에 매이면 유권자의 기대치만 높여 놓는 결과가 된다.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 있는데 우리 정치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이 정도라는 솔직한 고백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기대치만 너무 높이면 정치에 대한 불신만 낳게 된다. 복지 공약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국민적 기대 수준을 매우 높이는 게 된다. 기대 수준을 높이고 실천적으로 담보가 안 되니, 이런 나쁜 놈들, 사기꾼 이렇게 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이후 솔직하게 우리 정치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이 정도라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기대수준을 낮춰야 한다. 이춘규 선임기자·이현정기자 taein@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컴퓨터 게임천국의 재앙과 극복

    [최동호 새벽을 열며] 컴퓨터 게임천국의 재앙과 극복

    한국은 세계 제일의 게임천국이다.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이 각종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이제 뉴스가 되지 않는다. 게임산업을 육성시켜 세계적인 게임왕국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컴퓨터게임으로 인해 대학 입시 실패는 물론이고 인생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쉽게 게임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그 반복성이 주는 중독성 때문일 것이다. 게임 중독은 마약 중독보다 더 무섭다. 이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큰 사회적 문제이다. 게임 속에서 그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세계이다. 게임 중독자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이 게임에 빠질수록 점점 더 가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살아갈 능력을 상실하고 자폐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그들의 내면을 지배하는 것은 살인과 폭력 그리고 성적 자극이다. 그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그 자극이 없으면 긴장감도 사라져 생의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컴퓨터게임의 부정적 영향 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에서부터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컴퓨터게임은 두뇌 발달을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하고 성격을 왜곡시키는 커다란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학부모들이 먼저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동시에 학교 수업시간에도 무절제하게 폭력적인 게임에 접근하는 통로를 차단하고 일정한 방법을 통해 접근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통제만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컴퓨터게임을 개발해서 어느 하나의 게임에 몰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게임 중독의 결과를 우리는 지금 사회 도처에서 볼 수 있다. 학생 폭력의 근원은 게임 중독에서 유래한다. 고급 아이템 구매를 위한 금전적인 문제가 게임 중독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빈발하는 폭력 사태는 일부 학생들의 탈선적 행동이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집단행동에 가깝다. 동료 학우들의 집단적 폭력으로 인해 자살자가 속출하자 갑자기 국가지도자가 요란스러운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고, 경찰은 책임자 척결을 약속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한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게임 중독의 또 다른 현상 중 하나는 언어 폭력의 만연이다. 한국어의 품위는 사라지고 반말과 막말이 범람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인터넷 공간은 말할 나위도 없고 방송 용어나 신문잡지 등 그 어디에서도 말과 글을 순화시키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누가 더 과격하게 막말을 쓰느냐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학교 사회에서 아주 어렵게 체벌 금지를 시행하니 다시 찾아온 것은 더욱 고질적인 폭력의 문제다.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는 힘을 청소년들이 갖도록 기성세대가 길러주지 못한다면 얼마 후 우리는 게임 중독의 수렁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과 살아가야 할 것이다. 건강한 지성과 감성을 지닌 세대를 길러내지 못한 국가는 미래가 없다. 무한경쟁의 시대일수록 그 경쟁을 이겨내는 저항력을 길러야 한다. 청소년 시절 사색하고 성찰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게임에 빠져 있는 시간을 줄이고 문학 작품을 읽거나 음악이나 그림 등 예술 작품을 자주 접하도록 하면서 폭 넓은 인문학적 지성을 함양해야 한다. 폭력게임의 프로그램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평생 마약보다 더 심한 정신적인 자폐증을 앓게 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사회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한다. 총선에 나선 정치인들이 표심잡기에 혈안이 되어 국민에게 아첨하는 선심 공약만을 남발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헌신하려고 한다면 미래의 국가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들을 위한 진정한 대책 하나라도 제대로 마련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 그리스 두번째 ‘미션 임파서블’

    21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가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하면서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는 뇌관이 일단 제거됐다. 다음 달 11일까지 민간채권단의 국채교환이 마무리되면 그리스는 다음 달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145억 유로(약 21조 5700억원)의 국채를 무리 없이 상환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공은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해야 하는 그리스로 넘어갔다. 하지만 2010년 1차 구제금융 때도 약속했던 긴축목표를 지키지 못했던 그리스가 이번 지원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4월에는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가 이끄는 과도 연정을 교체할 총선도 예정돼 있어 긴축 이행이 쉽사리 이뤄지진 않을 전망이다. 당장은 유럽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게 급하다. 13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를 거쳐 타결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안은 유로존 각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23~24일 핀란드, 27일 독일, 28~29일 네덜란드 의회에서 표결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남유럽 지원에 대한 반감이 큰 북유럽 국가,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은 그리스의 긴축 능력에 회의적이라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얀 케이스 드 예거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회의 직전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가 아테네에 상주하면서 3개월마다 한 번씩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그리스를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의 자생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도 해소해야 한다. 그리스에 돈을 대주는 트로이카 자체도 그리스의 부채 감축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로이터가 입수한 EU 내부 문건에 따르면 트로이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그리스의 부채 비율이 201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78%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2020년 16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까지 GDP 대비 120.5%의 부채 비율을 지켜야 한다는 목표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그리스가 구조조정과 민영화 등 개혁작업을 계속 지연시키면 경기가 더욱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그리스는 24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수혈받아야 한다. 구제금융 조건으로 앞으로 수개월간 그리스 정부는 더 강퍅해진 긴축안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스 국민들이 이를 어디까지 감내해 줄지, 새 정권이 이에 맞서 어느 정도 긴축 이행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마리 디론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유로존 정부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자국 국민이 수용할 더 강화된 긴축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총선에서 선출된 새 정권이 두 목표를 성사시키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그룹에서는 특별계정으로 구제금융 일부를 관리하자는 독일의 제안과 개혁 이행을 감독할 EU 집행위원회와 유로존 전문가의 상주도 포함돼 있어 ‘경제주권 침해’에 대한 국민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는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한 실탄 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24~26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IMF 확충 방안이, 다음 달 1~2일 EU 정상회의에서는 영구적인 구제금융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의 대출 여력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서울광장] ‘누가 되나’에서 ‘누굴 뽑을까’로/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가 되나’에서 ‘누굴 뽑을까’로/임태순 논설위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까이로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10개월 지나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그래서인지 국민의 눈과 귀는 온통 선거, 특히 대선에 쏠려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끝날 때쯤 되면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될 것 같아.’, ‘누가 되지.’ 하고 묻는다. 또 ‘박근혜는 괜찮아.’, ‘요즘 문재인이 뜬다는데 어느 정도야.’, ‘손학규는 어때.’, ‘안철수는 나와 안 나와.’ 등의 질문도 단골 메뉴다. 국민은 왜 누가 되느냐에 그렇게 관심을 가질까. 다음 5년간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 만큼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말처럼 그 자체로 재미가 있다. 당내 경선, 여론조사의 등락, 후보자 토론회, 선거유세 등 상황에 따라 판세가 요동치고 수시로 변하니 이보다 더 흥미 있는 드라마도 없을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게임을 계속 관전하려면 정보 습득이 필수적이다. 또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궁금증도 작용한다. 직장 동료, 친구 등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서 자신의 결정에 대한 판단 자료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음증’은 판단의 잣대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대세에 편승해 적당히 따라가겠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여기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심리도 엿보인다. 누가 되느냐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다시 도입된 이후 줄곧 이어져 왔으니 4반세기가 지났다. 국민의 대선에 대한 열기나 열정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만 결과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새 지도자는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발하지만 끝날 때가 되면 측근·친인척 비리와 실정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다. 여에서 야로, 야에서 여로 정권이 서로 바뀌면 정치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새로 정권을 잡은 여당은 ‘그동안 당한 분풀이를 하겠다.’며 더욱 다양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야당을 못살게 군다. 야당도 ‘집권 시절 우리도 당했으니 너희도 맞 좀 봐라.’ 하며 더욱 진화된 방법으로 발목을 잡는다. 이러니 정치의 생산성이 높을 리 없고, 정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게 된다. 한국 정치가 낙후된 것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유권자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야당의 투쟁을 훨씬 더 선호한다. 타협하고 절충하면 야합했다느니 야성(野性)을 잃었다며 비난한다. 유권자들이 대화와 타협보다 대결과 충돌에 더 박수를 보내니 싸움국회, 막말국회, 의장석 점거 등의 극한행동이 끊이지 않는다. 의원들은 또 국민이 선거 때 잠깐 정신을 차렸다가 선거가 끝나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치매’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위헌소지가 높은 카드수수료법, 저축은행법을 입안할 리 있겠는가. 또 지키지 않을 믿거나 말거나식 공약을 남발하고 후손들을 빈털터리로 만드는 사탕발림 복지정책도 주저 없이 내놓는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이젠 좀 유권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누가 되나’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누굴 뽑을까’로 의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귀찮더라도 공약을 세밀히 분석하고 의원들이 지난 4년간 무엇을 했는지 공부하고 평가해야 한다. 누가 당선이 됐는지 ‘결과’에만 관심을 기울일 게 아니라 당선되고 나서 뭘 했는지 ‘과정’도 따져 봐야 한다. 정치발전은 유권자들의 의식과 궤를 같이한다.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으면 정치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동안 국민은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에 취해 정치를 손가락질해 왔다. 그러나 그 절반의 책임은 우리들에게 있다. 어리석고 변덕스러운 게 또 대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선거는 유난히 ‘표(票)퓰리즘’이 부산을 떨고 있다. 이럴 때는 국민이라도 똑똑해야 한다. stslim@seoul.co.kr
  • [지방시대] ‘탈토건 시대’로의 전환을 꿈꿔 본다/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지방시대] ‘탈토건 시대’로의 전환을 꿈꿔 본다/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2007년 대선의 최대 쟁점은 ‘한반도 대운하’사업이었고, 이명박(MB) 대통령 집권 이후 이 사업은 ‘4대강 사업’으로 변경되어 22조원의 국민 혈세를 투자,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이 사업을 미화했지만, 야당이나 시민환경단체에서는 환경과 생명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토건사업’으로 규정하고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현 정부 정책 중 가장 논란이 거듭되었던 사안이었다. 현재 목포에서 제주까지 연결하는 고속전철(KTX) 해저터널 건설계획이 있다. 전남 도지사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 사업 추진을 주장했고, 이에 정부가 한국교통개발연구원 등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사업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사업 내용은 목포와 제주 사이 167㎞를 해저로(정확히는 목포에서 해남 66㎞는 지상, 해남에서 완도~보길도 28㎞는 해상교량, 보길도에서 제주 73㎞는 해저터널) 연결하는 계획이다. 완공되면 시속 350㎞의 KTX로 서울에서 제주를 2시간 26분, 목포에서 제주는 40분에 주파한단다. 사업기간 11년에 약 15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된다면 세계 최장 해저터널이 된다. 이 사업의 취지를 보면 달콤하다. ‘낙후된 호남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지역균형발전의 계기‘ ‘한국의 역사와 지도를 바꾸는 사업’이고, ‘해저터널 기술개발의 노하우를 축적하면 향후 수출까지 가능하다.’고 일부 정치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전북의 새만금간척사업과 현재 진행되는 MB 4대강사업은 대표적인 토건사업으로 환경생태계 파괴 논란을 거듭하고 갈등과 대립을 야기했다. 이러한 사업들도 취지나 내용을 보면 ‘KTX 목포~제주 해저터널사업’과 엇비슷했다. 사전에 충분한 검증 없이 선거공약으로 출발하여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KTX 목포~제주 해저터널 사업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현재의 타당성 조사도 심도 있는 검토를 외면하고 토건 시각에서 밀어붙이기로 진행될까 우려된다. 사업의 취지가 미사여구로 치장되어 있으나 막대한 혈세가 투자되고, 생태환경이 파괴되고, 사경을 해매는 농어촌 경제에 보탬이 안 되며, 당면한 청년 일자리 창출이나 실업문제 해소에도 보탬이 될지 알 수 없다. 성장과 개발지상주의, 속도주의 등 토건경제의 속성이 보인다. 추가 개발의 도미노 현상도 일 것이다. 더욱이 목포~제주 KTX 해저터널이 없어도 전국에서 제주로 연결되는 항공편이 있고, 전남만 하더라고 목포·완도·장흥·여수 등에서 제주를 연결하는 선박이 많다. 이 지역들마다 제주로 연결하는 항로를 중심으로 관광 진흥을 위한 다양한 구상도 하고 있다. 천문학적 예산을 투자하고 지도를 바꾸면서까지 KTX 해저터널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 금년 두 차례 선거에서 토건사업 공약이 활개를 칠 가능성이 있다. 해저터널을 비롯해 신규 고속도로나 KTX, 항만, 신공항 건설 등이 그것들이다. 국가 재원이 농어촌 경제와 중소기업·도시 자영업을 살리고, 녹색산업 육성과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데 적극 투자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탈토건 시대로의 전환은 절실히 요청된다.
  • “할당제 역차별 주장은 기성정치인 기득권 꼼수”

    “할당제 역차별 주장은 기성정치인 기득권 꼼수”

    “여성할당제가 역차별이라고요? 돈정치·계파정치로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준 기성정치인들이 국회의원이라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꼼수죠.”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처장은 “국회 의사결정에서 소외됐던 여성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할 때 장애인·여성·아동·청소년 등 소수자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고,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무관심을 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밝힌 의사결정부분 성평등 점수는 19.2점(전체 62.6점)에 불과,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부문 성평등 지수가 해마다 조금씩 개선되는 것과 대비된다. 또 인위적인 여성 할당이 보다 능력 있는 정치인들의 정계 진출을 막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언제 소수자 정치 참여 문제가 가만히 기다려서 해결된 적이 있느냐.”면서 “유럽도 지금은 여성국회의원 비율이 40%가 넘지만, 이렇게 되는 데는 할당제가 도입되고도 30~50년의 긴 세월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정당들이 평소에 여성 정치인을 발굴해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선거 때만 되면 여성정치인이 없다는 핑계만 댄다.”면서 “여성할당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사회활동이 더 자유로운 남성들이 정치를 독점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정치를 해서 바뀔 수 있는 사회문제로 ▲불안정한 일자리 ▲부족한 보육시설 ▲열악한 주거환경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46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것이 안정된 일자리 문제였다.”면서 “여성들이 바라는 것은 높은 임금보다는 한달에 100만원이라도 20~30년 정도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자리였다.”고 말했다. 또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때도 단순히 수를 늘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성들이 주거공간에서 느끼는 일상적인 폭력에 대한 공포를 줄이는 방향이 돼야 한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여성의 정치 참여는 단순히 생물학적인 면에서의 여성을 정계에 많이 진출시키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면서 “구태의연한 정치, 기득권을 위한 지금의 정치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여성 정치참여 해외사례

    여성 정치참여 해외사례

    여성 정치인의 비율은 유럽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훨씬 높다. 유럽은 30%를 넘지만 미·일에서는 10% 선에 그친다. 특히 복지국가로 평가받는 북유럽은 40%를 웃돌고 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것이 북유럽 여성 정치인의 비율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의원 전원을 정당명부식의 비례대표로 뽑는 북유럽 스웨덴의 경우 여성 국회의원이 45%를 넘는다. 이웃 핀란드는 42.5%, 노르웨이는 39.6%로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자극을 받은 영국이나 프랑스는 여성 정치인 비율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0년 ‘남녀동수공천법’을 제정했다. 영국 노동당은 1997년 총선 당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여성 후보자만 공천한다.”고 선언한 뒤 101명을 당선시키는 등 여성들의 현실정치 참여가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미국은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현재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여성은 17명(17%)이고, 하원도 전체 의원 435명 중 여성은 73명(16.8%)에 불과하다. 비교적 진보 성향의 민주당에 여성 의원이 훨씬 많다. 상원의원 중 여성은 민주당이 12명, 공화당이 5명이고 하원은 민주당 49명, 공화당 24명이 여성이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 공화 양당은 역대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경제난으로 가계가 팍팍해져 주부들의 불만이 커진 데다 ‘워싱턴 정치’가 국민에게 반감을 사면서 상대적으로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인식되는 여성 후보가 표심을 끌어당기기 더 쉬울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의 주도 아래 지난해 말부터 일찌감치 여성 후보 모집에 나섰다. 공화당의 아성인 네바다주, 매사추세츠주, 위스콘신주 등의 상원의원 선거를 겨냥해 민주당 현직 여성 하원의원들을 ‘전략 공천’했다. 공화당도 전 하와이 주지사와 전 뉴멕시코 주지사 등 여성 후보들을 전략 공천하고 나섰지만, 민주당만큼 활발하지는 못하다. 하원의원 선거구에서도 상당수를 여성 후보로 채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첫 올랜도 여성 경찰청장인 발 데밍스와 이라크전 참전용사 태미 덕워스, 그리고 톰 비색 현 농무장관의 부인 크리스티 비색 등을 후보로 영입했다. 일본에서는 남성 우위적 문화 탓에 여성들이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다. 중의원(하원)에서 여성 의원은 전체 480명 중 11.3%인 54명에 불과하다. 여성 의원 비율 순위는 전 세계 186개국 가운데 121위다. 전문가들은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여성 리더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할당제를 통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높일 것을 주장한다.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경우도 전문성보다는 방송사 아나운서나 미녀 커리어우먼 등이 주목을 받는다. 이들은 2009년 중의원 총선에서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이 발탁했다고 해서 ‘오자와 걸’로 불렸다. 고이즈미 전 총리 시대에는 ‘고이즈미 미녀 자객’으로 통했다. 따라서 여성 정치인들을 전문성보다는 흥미 위주로 전락시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은 여성 의원 수를 일정한 비율 이상으로 하는 여성할당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쿄 이종락·워싱턴 김상연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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