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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정치가 국민 위해 존재하는가”

    “지금 정치가 국민 위해 존재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휴가 이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치권에 ‘쓴소리’를 내놓았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이 잘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해 봐야 할 때”라고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경제활성화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면서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이것을 전부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인가.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여권의 7·30 재·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확인된 민심의 소재가 경제 살리기와 민생 안정에 있는 만큼 여론의 지지를 토대로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날 “말로만 민생, 민생 하면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손발을 꽁꽁 묶어 놓고 경제가 안 된다고 한탄만 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자문해 봐야 할 때”,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으로 판단을 잘못해 옛날 쇄국정책으로 기회를 잃었다고 역사책에서 배웠는데 지금 우리가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는 등 정치권을 향해 수위높은 표현을 쏟아냈다. 여권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이러한 공세적 어조가 청와대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최근 2기 내각을 출범한 박 대통령이 이제는 경제와 민생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낀 가운데 정쟁 등에 매몰돼 주요 경제활성화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여의도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해야 경기를 살릴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법안들이 국회에서 계속 잠자고 있다”며 “여야를 떠나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박 대통령이 호소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19개의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일일이 열거하고 그 내용과 통과의 당위성 등을 강조했고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도 8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각종 법안의 처리가 일자리 창출로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의 효자 노릇”(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1만 7000개 일자리 창출”(관광진흥법), “창업자들이 애타게 통과를 기다리는 법”(자본시장법), “크루즈 한 척 취항 시 연간 9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크루즈법),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법”(마리나 항만법)이라고 언급하며 개별 법안마다 의미를 부여해 법안 처리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덩샤오핑 드라마에 ‘금기 인물’ 자오쯔양 첫 등장… 톈안먼사태 직시?

    덩샤오핑 드라마에 ‘금기 인물’ 자오쯔양 첫 등장… 톈안먼사태 직시?

    오는 22일 중국 개혁·개방의 선구자인 덩샤오핑(鄧小平) 탄생 110주년을 맞아 중국중앙(CC)TV를 통해 방영 중인 덩샤오핑 드라마에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서기가 나올 예정이라고 홍콩 명보(明報)가 10일 보도했다. 자오쯔양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무력진압에 반대했다가 총서기직에서 쫓겨난 뒤 죽을 때까지 가택연금을 당한 ‘비운의 지도자’로 중국에서는 공식 언급이 금기시되는 인물이다. 명보는 “자오쯔양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시대 상황에서 중요한 지도자였기 때문에 그가 나오는 장면을 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드라마가 극중 역사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이름과 직함을 표기하는 자막을 넣는 것과 달리 자오쯔양이 실명 처리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라마에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문혁)을 공개 비난하고 톈안먼 학생 시위에 불을 댕긴 중국 개혁의 상징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와 문혁을 주도한 ‘4인방’ 제거에 앞장선 화궈펑(華國鋒) 전 국가주석도 등장한다. 이들이 중국 TV 드라마에서 제대로 다뤄진 것도 처음이란 설명이다. 48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1976년 ‘4인방’ 제거를 기점으로 덩샤오핑이 정권을 잡은 뒤 1984년 전국에 걸쳐 개혁·개방을 실시할 때까지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1~2회에서는 “마오쩌둥이 문혁 주도를 지시했지만 거부했다. 문혁은 중국을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덩샤오핑의 대사를 통해 문혁을 비판한다. 또 훗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勛) 전 국무원 부총리가 선전(深?)을 개혁·개방의 1번지로 만들자고 덩샤오핑에게 건의한 배경이 되는 1976년 중국 인민들의 대규모 홍콩 밀항 사건도 비중 있게 다룬다. 사회과학원 출신의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후야오방, 시중쉰 등 개혁·개방을 주도한 원로 정치인들을 긍정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이 정권이 개혁·개방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 주려는 것”이라면서 “자오쯔양 등장은 역사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지만 재평가 기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정치인의 영화 관람에 담긴 뜻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영화 ‘명량’을 관람한 데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인제 최고위원도 7일 명량을 관람하겠다고 밝히는 등 영화관에 정치인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왜 이렇게 다들 갑자기 ‘영화 마니아’가 됐을까. 정치인들은 영화를 볼 때에도 ‘정치적으로’ 본다는 얘기가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리더십이나 스토리에서 전해지는 감동의 잔상을 자신의 이미지로 부각시키려는 계산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영화 명량 관람 사실을 널리 알리는 정치인은 온 국민이 추앙하는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과 리더십이 자신에게 투영되길 바랄 성싶다. 앞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지난해 초 미국에서 귀국길에 “영화 ‘링컨’을 감명 깊게 봤다”고 했었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위상을 미국 노예 해방의 주역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 오버랩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인들의 영화 관람은 지지층 결집용으로도 활용된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영화 ‘광해’를 관람한 뒤 “인간적인 왕의 모습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봤다”며 눈물을 흘려 지지층의 호응을 불렀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전엔 ‘서편제’, 퇴임 후엔 ‘태극기 휘날리며’, ‘화려한 휴가’, ‘왕의 남자’ 등 흥행 대작 위주로 관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도가니’를 관람한 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군 폭력, 드러난 내용이 아닌 본질에 주목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군 폭력, 드러난 내용이 아닌 본질에 주목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언론에 투영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대응, 그리고 여론의 변화를 관찰했다. 특징이 드러났다. 먼저, 정치권은 분노했다. 상징적인 사례가 집권여당 대표의 반응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방장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다 책상을 세 차례나 내리쳤다고 한다. 사건의 성격을 살인사건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월요일 아침 이 기사를 읽으면서 김 대표에 대한 유권자의 호감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를 끝내고 가진 5일 국무회의에서 윤 일병 사건과 유병언 일가에 대한 부실 수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 조간신문의 머리기사 제목처럼 대통령의 ‘서릿발’에 놀란 육군참모총장과 경찰청장은 그로부터 7시간 만에 사표를 던졌다. 당장 5일 저녁 TV 메인뉴스와 6일 아침 조간신문들은 대통령의 문책성 경질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지난 6일 청와대 대변인은 참모총장과 경찰청장 자리는 1초도 비워둘 수 없는 중요한 자리이므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대통령은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입장까지 발표했다. 이제 언론은 후임자 인선과정이나 주요 후보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뉴스를 접하는 순간 왜 육참총장과 경찰청장만 사의를 표명했을까 의아했다. 전 국방장관이나 법무장관, 검찰총장도 다 책임질 위치에 있다는 게 보편적 인식 아닌가. 이들 국가적 사건 앞에서 그 원인이나 해결책을 다루는 뉴스가 부족해지고, 대신 고위직 책임 묻기에 관한 기사들이 넘치게 되면 대통령의 조치는 강력한 리더십 행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만큼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전략적으로 뉴스를 관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당한 만큼의 잔혹한 폭력을 대물림하는 못된 관행, 허술한 장병 관리 실태, ‘마음의 편지’나 지휘관 상담 같은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구조, 폐쇄적이고 불합리한 군문화 등이 군 폭행사망사고와 총기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반시민과 전문가들은 군이 민간의 참여를 수용해야만 구조적 문제점들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군사법제도를 개편해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고, 군사범죄를 제외한 구타 및 가혹행위는 일반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하며, 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군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시민사회는 주장한다. 하지만 군은 군내 폭력 및 총기 사고 예방을 위한 주요 대책으로 현역 복무 부적합 병사의 전역절차 간소화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의 구조적 원인 해결보다는 효율적 병사 관리에 더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군내 폭행과 총기난사 사고는 특정 정부하에서만 발생하지 않았고, 사고발생 때마다 다양한 해결책이 제안됐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가령, 2005년 28사단 GP 총기난사 사건 뒤 국방부는 병사들의 기본권 보호 장치인 군사 옴부즈맨을 국회에 둬 외부의 감시를 받겠다고 스스로 제안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2011년 김포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이후에는 군인권법 제정 등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방부와 군은 인권을 개선하고 국민의 감시를 받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어겼고, 그런 국방부와 군을 국회는 제어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윤 일병 폭행사망 사고의 책임은 정치권에도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뉴스의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시민들은 군 문화의 어떤 요소가 정상적인 젊은이들을 폭력적인 괴물로 변하게 하는지 알고 싶다. 상관과 지휘관이 폭력 유발 요인들을 통제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힘에 부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지 묻고 싶다. 발본색원보다는 축소은폐에 집착하는 군 수뇌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정치인들은 정파적 이익을 초월해 군 내의 권력 남용 및 오용을 통제할 의도나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언론은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말이나 행동에 반응하는 대신 시민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뉴스는 드러난 내용이 아닌 사안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 [윤일병 구타사망 파문] 책임감도 자의식도 없다… 軍은 흉포화된 ‘한국사회 자화상’

    [윤일병 구타사망 파문] 책임감도 자의식도 없다… 軍은 흉포화된 ‘한국사회 자화상’

    요즘 우리 병사들은 왜 이렇게 잔인해졌을까.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례에서 드러나듯 최근 군대 내 가혹행위가 갈수록 잔인성을 더해가고 있다. 과거 구식군대에서도 구타와 얼차려가 횡행하긴 했지만 2000년대 이후 일어난 가혹행위 사례는 특히 성기와 항문을 학대하고 인분을 먹게 하는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엽기적 양태를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신문이 5일 전문가들의 견해를 청취한 결과 다양한 원인 진단이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의 20대가 살아온 환경은 물질적 여건은 개선됐지만 우리 사회 폭력의 잠정적 수위는 더 흉포화됐다”며 “인터넷 등 각종 매체의 발달로 해외의 엽기적인 사례가 여과 없이 전파되면서 폭력의 수위가 높아지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학습·모방 효과가 커졌다”고 말했다. 또 “일상의 재미가 없는 군 조직 자체의 폐쇄적인 특성과 특유의 계급구조 속에서 선임병은 후임병을 괴롭히는 데서 쾌감을 느끼고 인간의 본성인 ‘왕따’를 극대화하는 구조”라면서 “가정에서 귀하게 자란 아들들은 군 조직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범죄사회학) 교수는 “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사회가 그만큼 폭력에 둔감해졌다는 뜻”이라며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구조 안에서 업무 효율을 올리기 위해 아랫사람을 각성시켜야 한다는 논리와 분위기가 지배적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980~90년대 군대 내 가혹행위는 치약 뚜껑이나 철모에 머리를 박는 정도로 가래를 핥게 하는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내 교육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인들이 표를 얻는 수단으로 군 복무 기간을 21개월로 단축시킴에 따라 만성적 병력부족 현상이 나타나 예전 같으면 징집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질 낮은)인력들이 대거 입대한 측면도 있다”면서 “관심 병사 증가 추세도 결국 병력 부족에서 오는 현상으로 복무기간을 다시 24개월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 후반 군 생활을 했다는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한국사회의 교육과 공공성 부족을 반영한다”면서 “사회에서는 유별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막상 군에 와 보니 히틀러가 유대인을 미워했듯 상식적인 행위 범주를 벗어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학자는 “괴롭힘 현상은 대부분 사회문화적 규범이나 책임감, 자의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인분을 먹이고 가래침을 핥게 하는 극단적인 행동이 나온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군중심리 비슷한 자의식이 형성돼 책임감이 분산돼 나타난 현상으로 약자를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청년들이 폭력에 많이 노출됐고 군 조직이 가진 위계적이고 억압적인 속성과 결합해 나타난 사회병폐로 봐야 하겠으나 이 현상이 일반화된 것인지는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떨고 있는 정치권… 김민성 ‘입’ 어디까지 열리나

    떨고 있는 정치권… 김민성 ‘입’ 어디까지 열리나

    여야 현역 의원 5명이 비리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수사 대상 정치인이 더 확대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돈을 제공한 김민성(55)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이사장과 삼표이앤씨 이모 전 대표가 비교적 적극적으로 금품 공여 사실에 대해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입’이 어디까지 열릴지 관심이 쏠린다. 김 이사장의 경우는 그야말로 태풍의 핵이다. 검찰 관계자는 5일 “지난 6월 김 이사장의 횡령 등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입법 로비 단서가 발견돼 내사를 진행했다”며 야권이 제기하는 물타기 의혹 등을 적극 반박했다. 김 이사장은 검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 김재윤(49), 신학용(62) 의원에게 법안 개정을 로비하며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로 교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신계륜 의원과 김 의원에게 각각 수천만원을, 신학용 의원에게는 1300만원대의 금품과 상품권 등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이사장이 교명에서 ‘직업’을 빼 4년제 정규대학처럼 보이게 하려고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을 청탁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개정안은 지난해 9월 당시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은 신계륜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김 의원도 참여했다. 신학용 의원은 교명 관련 상임위인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법안 통과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세 의원 모두 김 이사장과 친분이 깊다. 신계륜 의원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 장모씨, 김 이사장, 김 의원, 전모 전 의원과 함께 오봉회 친목모임을 만들어 활동했다. 신학용 의원은 올해 열린 이 학교 학내 행사에 참석, 축사를 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혐의를 다 검토했다”며 신계륜 의원 등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또 김 이사장이 의원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남긴 문자메시지와 돈을 건네는 영상이 찍힌 폐쇄회로(CC)TV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발의자가 20여명에 이르고 김 이사장이 평소 정치권 쪽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 왔다는 점에서 김 이사장이 빼돌린 학교자금 수백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정치권 로비에 추가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 학교 학내 행사에 여당 원외 원로인사와 현 의원, 야당 전 의원 등이 참석하는 등 김 이사장은 평소 정치권 및 교육계 인사들과의 교류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룡(69) 새누리당 의원의 1억 6000만원 수수 의혹도 철도 부품업체인 삼표이앤씨 이 전 대표의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 전 대표의 추가 진술에 관심이 쏠린다. 삼표이앤씨를 ‘측면지원’해 준 정치권 인사가 조 의원뿐이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금배지 겨눈 檢… ‘유병언 헛발질’ 출구찾나

    금배지 겨눈 檢… ‘유병언 헛발질’ 출구찾나

    검찰이 여야 정치인들을 동시에 대거 소환조사하는 것은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정점인 정치인 사정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실패에 이어 피살된 강서구 재력가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장부 검사’ 추문까지 겹쳐 사실상 사면초가 상태였던 검찰이 정치권 사정으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미니 중수부’라 불리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 2부가 김진태 총장 취임 이후 장기간의 침묵을 깨고 정치권 사정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현역 여야 의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권에 메가톤급 핵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30 재·보선 등 정치권 수사의 장애물도 사라졌다.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를 수사 중인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6일 조현룡(69)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 조사하고, ‘교피아’(교육+마피아) 비리를 수사 중인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신계륜(60)·김재윤(49)·신학용(62)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진술만으로 부르지는 않는다”(조 의원 관련)거나 “혐의가 중하다”(신계륜·김 의원 관련)는 검찰 관계자의 이례적 발언에서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까지 읽힌다. 한 검찰 관계자는 “뇌물과 직무 관련성 쪽을 봐야 할 것”이라며 이들의 대가성 있는 사전·사후조치까지 확인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십억원의 학교 자금을 횡령한 김민성(55) 이사장 등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신계륜 의원과 김 의원에게 금품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각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야당 간사를 지낸 신계륜 의원과 김 의원이 환노위 시절 교명에서 ‘직업’을 뺄 수 있도록 환노위 법안을 개정하면서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는 환노위 소관으로 현 공식 교명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다. 신학용 의원의 혐의도 김 이사장 등에 대한 조사에서 포착됐지만 앞선 두 의원과는 혐의가 일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용 의원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공교롭게도 김 이사장은 지난 6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조 의원은 철도부품업체 삼표이앤씨에서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8년 8월부터 3년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는 측근 김모씨를 통해, 2012년 4월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에는 조카이자 운전기사인 위모씨를 통해 삼표 측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은(65) 새누리당 의원의 처리 여부도 주목된다. 박 의원은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와 장남의 자택에서 각각 출처가 불분명한 3000만원과 6억여원이 발견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 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관정)도 피살된 재력가 송모(67)씨가 남긴 ‘매일기록부’에 정치인 4명의 이름과 금액이 기록돼 있는 것을 계기로 이들의 금품 수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버려야 얻는다”

    지난달 31일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정계 은퇴를 전격 선언하자 찬사가 쏟아졌다. 7·30 재·보선에서 낙선한 그가 그나마 가진 모든 걸 내던지는 모습을 보이자 “아까운 인물”이라는 호평 일색이다.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전남에서 패배를 각오하고 일전을 불사했던 이정현 의원도 일약 스타가 됐다. 그가 만약 훨씬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서울 동작을 출마를 끝내 고집했다면, 설사 그곳에서 당선됐더라도 지금만큼 주가가 올라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의 동작을 출마 호소를 끝내 뿌리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 당 관계자는 3일 “당이 어려운 때 자기 살 궁리만 한 사람을 앞으로 누가 도와주겠느냐”고 힐난했다. 지금 김 전 지사의 처지는 차라리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경우만도 못한 것처럼 보인다. 새정치연합 기동민 전 동작을 후보가 ‘23년 지기’인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의 반발을 무릅쓰고 ‘동작을 전략공천’을 수락한 것도 견물생심형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기 전 후보가 만약 ‘국회의원이 못 되더라도 의리를 택하겠다’며 동작을 공천을 거부했다면 지조 있는 정치인으로 칭송받았을 텐데, 지금은 모든 걸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광주 광산을에서 당선됐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도 의원 배지 때문에 명예를 잃은 축에 속한다. 정치인들은 평소 “버려야 얻는다”는 말을 곧잘 하지만 막상 의원 배지가 눈앞에 아른거리면 견물생심을 뿌리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미 달고 있는 의원 배지를 내던지고 불모지인 부산에 도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버리기 정치’ 경지가 새삼 높아 보인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유명인 사인 받기는 ‘옛말’…지금은 ‘셀피(selfie)시대’!

    유명인 사인 받기는 ‘옛말’…지금은 ‘셀피(selfie)시대’!

    휴대전화 등으로 자기 모습을 촬영하는 ‘셀피’(selfie. 셀카의 영어식 표현)가 위력을 더해가면서 유명 인사와 팬들의 전통적 교류 수단인 ‘사인’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4일 런던 극장가 운영진들의 말을 빌려 요즘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팬들이 요청하는 셀피 촬영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셀피의 유행으로 사인이 소멸돼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 서부의 극장가 웨스트엔드에 극장 여러 곳을 운영하는 캐머런매킨토시사(社)의 닉 애럿 이사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가 부상하면서 셀피가 사인을 완전히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컨트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앞면 카메라가 있는 아이폰이 발명된 이후 사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사인은 이제 완전히 한물 간 구식이 됐다”고 말했다. 셀피는 시간과 장소,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은 물론 각국 정상 등 정치인들에게까지 가는 곳마다 셀피 요청이 쇄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고의 셀피 스타로 꼽힌다. 2002년 호주의 온라인 포럼에서 처음 등장한 셀피라는 단어는 인스타그램과 플리커, 트위터 등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SNS가 확산하면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옥스퍼드 사전을 출간하는 옥스퍼드대학 출판사는 지난해 11월 셀피가 이전 1년간 SNS에서 급격히 사용이 증가하면서 ‘자가촬영사진’을 뜻하는 일반적인 줄임말로 자리매김했다며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푸틴 대항’ 폴란드 사과 한 알 더 먹기 운동

    폴란드산 과일과 채소의 러시아 수출이 막혀 재고가 쌓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폴란드에서 사과 재배 농가를 돕기 위한 ‘하루에 사과 한 알씩 먹기’ 운동이 호응을 얻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주 유럽연합(EU)의 추가 경제 제재를 받자 러시아 제재에 목청을 높인 폴란드에 대해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과일 및 채소 수입 금지를 단행했다. 러시아가 표면상 위생을 문제 삼았지만, 폴란드는 EU 추가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여기고 있다. 이에 대해 폴란드의 한 언론인이 사과를 먹는 장면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며 ‘하루에 사과 한 알 먹기’ 운동을 제안하자 많은 이들이 호응해 범국민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에는 ‘사과를 먹어 푸틴 골려주기’라는 이름의 계정이 등장, 불과 몇 시간 만에 1만7천건의 ‘좋아요’가 붙었다. 이 소식이 폴란드 일간지의 주요 기사로 등장하자 폴란드 농업장관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잇따라 동참을 선언하고 사과 먹는 사진을 올렸다. 폴란드 최대 슈퍼마켓인 ‘폴로마켓’은 “범국민적인 사과 소비 캠페인에 동참한다”고 밝히면서 사과를 주재료 한 각종 요리법을 소개했다. 이 운동을 제안했던 언론인 그세고르즈 나바츠키는 “호응이 이렇게 높을 줄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폴란드의 연대 정신이 살아있고, 우리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모두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사과 생산량의 75%를 러시아에 수출하지만, 이번 금수 조치로 사과 재배 농가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일본의 ‘소녀시대 비밀결사클럽’ 아시나요

    일본의 ‘소녀시대 비밀결사클럽’ 아시나요

    일본 도쿄의 전형적인 서민 거리, 나카노의 토요일 밤은 더위를 잊기 위해 한 잔 하러 나온 사람들과 야키토리(일본식 닭꼬치) 굽는 냄새로 가득 찼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가면 나오는 작은 술집 ‘바 스타일’. 11년째 영업하는 이곳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평소에는 솔과 디스코 음악을 트는 평범한 바이지만 6개월에 한 번 ‘소녀시대 비밀결사클럽’으로 변신하는 것. 그날만큼은 가게를 온통 소녀시대 사진으로 장식하고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소녀시대에 대해 얘기하는 ‘소녀시대의 밤’ 이벤트를 연다. “이번 영상은 정말 귀중한 거네요. 멤버들이 저런 얘기를 털어놓는 건 처음 봐요.” 지난 2일 오후 10시. 50㎡ 남짓한 바에 모인 7명의 손님은 TV 화면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지난달 23일 일본에서 첫 발매된 소녀시대 베스트 앨범에 딸린 멤버들의 인터뷰를 보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잘 하지 못하는 소녀시대 얘기를 맘껏 할 수 있어서 온다고 손님들은 입을 모았다. 가슴에 ‘티파니 팬’이라는 배지를 자랑스레 달고 있는 바 주인 이마이 구니히로(53)는 2012년 5월부터 ‘소녀시대의 밤’을 열었다. 이날이 다섯 번째 밤. “돈보다는 취미로 기획한 이벤트”라지만 매상이 결코 다른 날보다 줄어들진 않는다고 한다. 암약하고 있는 소녀시대 팬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이벤트를 위해 홋카이도에서 왔다는 대학생 와타나베 가즈키(20)는 요즘 한·일 관계가 장기간 얼어붙으면서 “왜 하필이면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느냐”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 일본의 연말 가요축제인 홍백가합전을 비롯해 일본 지상파 TV에 한류 아이돌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섭섭하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회사원 고토 다쓰히코(48) 역시 “한국 아이돌 좋아한다고 ‘반일(反日)’한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서현이 한 말을 전해줘요.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고. 그래도 정치인들 때문에 문화 교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지금이 많이 답답하긴 해요.” 묵묵히 고토의 얘기를 듣고 있던 주인 이마이도 “정말 슬픈 일”이라며 거들었다. “어쩌다 보니 좋아하게 된 대상이 한국의 아이돌일 뿐이죠. 소녀시대가 일본 TV에 자주 나오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글 사진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이제 대구·경북이 응답할 차례다/김상연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이제 대구·경북이 응답할 차례다/김상연 정치부 차장

    서울신문 정치부는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기간 경향(京鄕)에 산재한 15개 선거구 중 10곳에 민완 기자들을 급파했다. 현지 표심을 생생하게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5개 선거구(영남 2곳, 호남 3곳)에는 파견하지 않았다. 영호남은 보나 마나 선거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었다. 기자를 파견한 10곳에 포함된 유일한 영호남 지역구가 바로 전남 순천·곡성이었다. 이곳을 포함시킨 이유는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단 1%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기자를 파견하지 않은 5개 선거구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1%도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선거 때마다 ‘묻지 마 몰표’를 던지는 이른바 텃밭에는 기자뿐 아니라 당 지도부도 잘 가지 않는다. 선거 막판 순천·곡성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중진들이 허겁지겁 내려간 것은 텃밭의 흔들림이 서울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순천·곡성의 이변을 계기로 영호남 유권자들은 ‘묻지 마’ 식으로 던지는 몰표가 과연 자신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지 냉철하게 따질 때가 됐다. 매번 앞장서 새누리당에 몰표를 주는 대구의 경제는 지난 20년간 계속 침체돼 왔고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전국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새정치연합에 몰표를 던지는 전남은 인구가 계속 줄어 선거구가 갈수록 통폐합되고 있다. 반면 오락가락하는 표심으로 정치인들의 애를 태우는 충청도는 여야의 구애(求愛) 경쟁이 치열하다. 여야의 공약 경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인구도 늘고 있다. 독재 정권 때는 특정 지역에 비균형적으로 예산을 몰아줄 수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그런 일방적 특혜가 힘들게 됐다. 그런데도 과거 독재 정권과 사악한 정치인들이 심어 놓은 지역감정의 덫에 얽매여 묻지 마 몰표를 던진다면 현시대에서 구시대를 사는 격이다. 특정 지역 유권자들이 몰표를 던지면 그 덕에 권력을 잡은 일부 엘리트만 국가 요직을 독식한다. 몰표를 던지는 사람은 배고프고 몰표를 받아먹는 정치인만 배가 부른 불평등한 요지경이 반복된다. 미국도 선거는 늘 일부 부동층주(swing state)에서 판가름 난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들은 부동층주만 발이 닳도록 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때 골수 공화당주들에는 단 한 번도 유세를 가지 않았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 미국에서 최근 부동층주가 늘고 있다. 과거엔 부동층주가 10곳 안쪽인 경우가 많았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부동층주가 최대 15곳까지 늘었다. 인구 구성이 다양해지고 유권자들의 실리 투표 경향이 짙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심지어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가 20년쯤 지나면 민주당주로 변모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민주당 출신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백주에 대로에서 암살당했던 텍사스가 민주당주가 된다면 그 자체로 놀라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꼭 미국의 추세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이번 순천·곡성발 이변이 일시적 돌연변이가 아니라 저주받은 지역감정을 허물어뜨리는 거대한 혁명의 서곡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사고’를 친 순천·곡성 유권자들은 아무리 칭송하고 고무해도 지나치지 않다. 순천·곡성 유권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대구·경북 유권자에게도 똑같은 경의를 표할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carlos@seoul.co.kr
  • [7·30 재보선 후폭풍-지역구도 타파] 대구 門 노크 김부겸 ‘제2의 이정현’ 되나

    [7·30 재보선 후폭풍-지역구도 타파] 대구 門 노크 김부겸 ‘제2의 이정현’ 되나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의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영호남 지역 분할 구도 정치에 금을 가게 하는 사건으로 31일 받아들여졌다. 지역 구도 정치의 타파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이 당선인은 1995년 1회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의원에 출마한 것을 시작으로 4번째 지역 구도에 도전해 19년 만에 꿈을 일궈냈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짙은 전남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처음이다. 현재 지역 구도 벽에 도전하는 ‘제2의 이정현’은 다수다. 특히 전남처럼 지역색이 짙은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19대 총선과 6·4 지방선거 때 대구에 출마해 40%대 득표율로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전남 지역에서 여당 의원이 배출된 만큼 20대 총선에서는 대구 출신인 김 전 의원이 고향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남에서도 지역 분할 구도 정치 타파의 물꼬가 트인 만큼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압박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영호남이지만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옅은 전북과 부산·경남은 이미 지역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1988년 이후 전북에서는 1992년 여당인 민주자유당 양창식(남원) 의원, 1996년 신한국당 강현욱(군산) 의원이 각각 당선된 바 있다. 부산·경남에서도 부산의 문재인(사상구), 조경태(사하구을) 의원과 경남의 민홍철(김해갑) 의원이 현재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17, 18대 때는 최철국 의원이 상대 당 텃밭인 김해을에서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총선 때 지역 구도 정치의 벽을 깨겠다며 상대적으로 쉬운 서울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 북·강서을에 도전해 낙마했으나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과 함께 네티즌들이 ‘노사모’를 조직해 마침내 2002년 대선 때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역 분할 구도 정치는 1971년 영호남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은 대통령 선거에서 본격화된 뒤 1987년 1노(노태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출마한 대선에서 더욱 노골화됐고 이후 해당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분점하며 지역주의가 고착화됐다는 평이 많다. 지역 구도 정치를 깨기 위해서는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키는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 선거구제를 도입하거나, 소선구제의 경우 지역구에 출마했다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제도적 대안이 거론된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속보] 손학규·임태희·김두관…거물들 줄줄이 ‘굴욕’

    [속보] 손학규·임태희·김두관…거물들 줄줄이 ‘굴욕’

    7·30 재보궐 선거에서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야권에서는 손학규 전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 정장선 전 의원 등이 탈락했고 여권에서는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경기 수원병(팔달)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는 최총 개표 결과 45.0%의 득표율로 52.8%를 얻은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 7.8% 포인트 차 패배를 했다. 경기 김포에서 의석에 도전한 새정치연합 김두관 전 지사는 43.1%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53.5%)에 10% 포인트 이상 밀리며 낙선했다. 역시 새정치연합 후보인 정장선 전 의원(42.3%)도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52.1%)에 뒤졌다. 경기 수원정(영통)의 새누리당 후보 임태희 전 비서실장도 45.7% 득표에 그치며 52.7%를 얻은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에 패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6·끝) 국가 100년 미래 전략을 갖춰라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6·끝) 국가 100년 미래 전략을 갖춰라

    “Chosun을 Josun으로 바꾸느라 얼마나 번거로웠는지 아십니까. 앞으로 더 이상 그런 일은 안 했으면 합니다.” 미국 보스턴미술관의 ‘한국실’ 관계자는 2012년 기자에게 이렇게 푸념했다. 조선왕조의 영문 표기를 ‘Chosun’에서 ‘Josun’으로 바꾸라는 한국 정부의 ‘지시’에 한국실과 한국 작품의 영문 표기를 모조리 교체하느라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는 불만이었다. 미국인의 귀에는 별 차이도 없는 표기를 굳이 많은 돈을 들이면서까지 바꾸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정권에 따라 혹은 정책 담당자에 따라 나라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들을 너무 쉽게 바꾼다. 정권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멀쩡했던 정부 부처가 사라지고 생경한 이름의 부처가 새로 생긴다. 정부 부처의 이름이 바뀌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책의 콘텐츠를 고민하기에 앞서 정부 조직 개편과 이름 바꾸기에 혈안이 된다. 이전 정권의 색깔을 최대한 빼고 새 정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욕심에서다. 내무부에서 행정자치부를 거쳐 행정안전부로 개명했던 부처가 박근혜 정부 들어 단어 순서만 바꿔 안전행정부가 된 것은 거의 병적인 개명 집착증이라 할 수 있다. 안전을 중시한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이름을 바꾸는 데 수억원의 비용이 들었다는 추산이 있다. 부처 간판부터 명함까지 모조리 다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 놓고도 정작 안전은 소홀히 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반면 미국은 새 정부가 들어서도 정부 부처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1903년 설립된 상무노동부가 1913년 상무부와 노동부로 분리된 뒤 두 부처는 100년 넘게 같은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 외교관은 “정부 부처가 명멸하고 이름이 바뀔 때마다 해당 국가 상대역(카운터파트)에게 새 명함을 건네며 부처가 바뀐 이유를 설명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역사는 70년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을 망각한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도 정권이 바뀌어도 면면하는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전통을 제대로 수립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각료를 새로 지명할 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각료 후보자를 소개하며 지명 이유를 설명한다. 각료를 교체할 때도 국민들에게 떠나는 각료의 공적을 일일이 설명하는 게 불문율이다. 한국 대통령은 어떤 때는 직접 시정연설을 하고 어떤 때는 국무총리에게 대독하게 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반면 미국 대통령은 매년 의회에 나와 직접 시정연설을 한다. 시정연설에는 반드시 대통령 부인이 참석한다. 한 외교관은 “평소에는 그토록 으르렁대던 미국 정치인들이 시정연설차 의회에 입장하는 대통령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오랜 시간 기립박수를 보낼 때는 미국의 전통과 저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아베 “한·일 관계 개선 노력” 朴대통령 “위안부 문제 해결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방한 중인 마스조에 요이치 일본 도쿄도지사를 접견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두 나라 사이의 문제일 뿐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이므로 일본이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함으로써 잘 풀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일본 정계 인사를 접견한 것은 지난해 2월 대통령 취임식 이래 1년 5개월여 만이다. 이날 접견은 일본과의 대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며 상식 있는 일본 정치인들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 초청으로 도쿄도지사로는 18년 만에 공식 방한한 마스조에 지사를 청와대에서 만나 “(일본) 정치인들의 좀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해 양국 관계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올바른 역사 인식 공유를 위해 힘써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마스조에 지사는 “일본 내 일부 ‘증오 발언’은 매우 부끄러운 행위로서 도쿄도에서는 오는 가을 인권 주간을 설정해 인권 계몽 노력을 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러한 증오 발언이 계속되면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며 적어도 지사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도쿄 거주 한국인 등 외국인의 안전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방한 직전 아베 신조 총리와의 면담에서 ‘한·일 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아베 총리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며 방한 시 대통령 예방이 성사되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신의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마스조에 지사 접견과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박 대통령의 (위안부 관련) 발언은 일본 국내의 반발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의 메시지에 대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며 어려움이 있을 때야말로 교류와 (정상) 회담을 해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朴 “일본군 위안부는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

    朴 “일본군 위안부는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마스조에 요이치 일본 도쿄도지사를 비공개 접견하며 일본군 위안부가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라고 말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의 바로미터가 위안부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접견은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8·15를 앞두고 마스조에 지사를 ‘고리’로 서로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 차원의 성격도 짙다. 특히 박 대통령이 마스조에 지사에게 “(일본)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양국 관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역사 문제가 중심이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아베 총리에 대한 메시지이자 일본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낸 대목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점에서 박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는 1년 5개월 전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식에 참석한 아소 다로 부총리와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모리 요시로 전 총리 등 정계 중진들과 접견한 자리에서도 올바른 역사 인식과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 등을 당부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등의 과거사 해결이 한·일 간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무게를 실은 셈이다. 이는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면서도 과거사 도발로 국면을 경색시키는 패턴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우리 외교 당국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냉정한 기류다. 우리의 대일 외교도 양국 경색 국면을 완화하는 차원의 접촉면은 확대하되 위안부 문제 해결이 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된다는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마스조에 지사를 통해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조속한 양자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의 메시지에 과거사 현안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제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가시적인 국면 전환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한·일 정상이 내놓을 8·15 메시지가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스조에 지사는 제1차 아베 내각에서 후생노동상을 지냈으나 도쿄도지사 명패에 한글 이름을 병기할 정도로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꼽힌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데스크 시각] 타이완에 위로를/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타이완에 위로를/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일전에 타이완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벌인 ‘안녕, Korea’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단일국가에서 열린 관광 홍보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주최 측의 자화자찬이 아니더라도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휴일인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그것도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도심까지 부러 나와 행사를 관람하려는 현지인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이게 저 유명한 ‘한류’의 힘일 터다. 현지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감정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외려 호감에 가까웠다. 이 대목이 다소 의아했다.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 여성 태권도 선수가 실격패당한 뒤 촉발됐던 반한감정을 여태 기억하고 있는 터라 더욱 그랬다. 굳이 예를 들자면 타이완 사람들에게 일본은 듬직한 장남, 한국은 차남이었다. 말 안 듣고 마음에 안 드는 행동만 일삼는 데도 딱히 미워할 수 없는 둘째 같은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 연원을 찾자면 1992년 타이완과의 외교관계 단절사태까지 거슬러 올라야 한다. 현지에 파견된 한국 측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당시 한국은 중국과 새로 외교관계를 맺고, 타이완과 단절을 선언하기 전날까지도 타이완 측에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다 이튿날 느닷없이 국교단절을 선언했으니 타이완으로선 믿는 도끼에 제대로 발등을 찍힌 기분이었을 것이다. 차라리 일본처럼 단교 사실을 분명히 했더라면 그들이 받는 배신감은 덜했을 수 있다. 당연히 타이완 사람들이 한국인에 대해 갖는 감정도 적개심에 가까운 분노였을 텐데, 이를 타이완의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여태 이용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한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본의 우익들과 비슷한 작태다. 한데 타이완 민중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저 그들의 선동적 구호에 응하는 시늉을 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지난 23일 타이완에서 항공기 사고로 쉰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궂은 날씨에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이 같은 참사가 빚어진 듯하다. 지금부터 꼬박 100일 전, 그러니까 우리 국민 모두가 세월호 참사로 비탄에 빠져 있을 때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건넸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게 그리 중요할 것도 없다. 이번 기회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대한민국이 그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걸 직설적으로 표시하면 어떨까. 한국과 타이완은 지금 무역대표부 정도의 외교 관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뜻을 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관광공사가 타이베이 번화가에 세운 ‘코리아 플라자’에 애도 현수막을 내건다거나, 혹은 출입문 등 사람들의 눈에 확 띄는 곳에 리본 등을 달아 위로의 뜻을 표시하는 건 어떨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충격과 비통에 빠진 그들에게 건넨 작은 위로가 양국 우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류에 대한 반작용으로 종종 발생하는 혐한류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타이완 사람들을 두고 흔히 ‘마음은 어른인데 몸은 어린아이’라고 표현한다. 너른 중국 본토를 호령하던 기상은 가슴에 있는데, 실제 몸은 작은 섬에 매여 있다는 은유다. 가뜩이나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에서 걸핏하면 태풍 등 자연재해로 참담한 상황을 겪은 그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 angler@seoul.co.kr
  • 박 대통령, 25일 도쿄도지사 접견… 경색된 한·일관계 풀까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방한 중인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를 접견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마스조에 지사 측의 희망에 따라 예방을 추진 중”이라면서 “마스조에 지사는 서울시 초청으로 도쿄도지사로서는 18년 만에 공식 방한했다. 한·일관계가 경색 국면인데도 불구하고 양국 지자체 간에 좋은 교류와 협력이 이뤄져 양국 국민 간 우애가 증진되고 관계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취임 초기 이후 일본의 고위급 인사를 단독 면담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 이번 접견을 허용한 것은 상식 있는 일본 정치인들은 만난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스조에 지사는 제1차 아베 내각의 후생노동상 등을 거쳤지만, 아베 총리의 최측근은 아니며 지한파 또는 친한파로 분류된다. 대학교수와 정치 평론가 등을 거쳐 2001년 참의원으로 중앙정계에 발을 들여 놓은 뒤 2007년 재선에 성공했다. 도쿄도지사의 서울 공식 방문은 1996년 아오시마 유키오 전 도쿄 도지사 이후 18년 만이다. 지난 23일 방문한 마스조에 지사는 이번에 ‘서울특별시-도쿄도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마스조에 지사가 아베 총리의 친서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마스조에 지사가 지난 23일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 나도 동석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세월호 100일-허탈] “재난대응 개선 없이 갑론을박만… 국민 불신 해소 시급”

    [세월호 100일-허탈] “재난대응 개선 없이 갑론을박만… 국민 불신 해소 시급”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재난대응시스템 구축과 ‘관피아’ 척결 등을 외치고 있지만 100일이 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마련된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과 관피아 척결에 필수적인 공직자윤리법과 부정청탁금지법도 국회에 제출됐지만 한 달이 넘도록 갑론을박만 거듭되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세월호 100일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들어봤다.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와 행정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동시에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행정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까지 정치 쟁점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한 진척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참사 이후 쏟아져 나온 대책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가장 시급하게 진단하고 시행해야 할 것인가’를 정하지 않아 실질적인 대책 수립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밀하게 참사의 원인을 진단해야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데 지금은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싸움에 참사가 악용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00일이라고 하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참사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보여주기를 위한 감성적·피상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도 “정부가 참사 이후 대책을 내야 한다는 조바심 탓에 막무가내로 대책을 만드는 데만 몰두한 탓이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건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근본 처방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함께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대책들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재진단을 통해 후속조치와 보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와 별개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 및 책임소재 등을 진단해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작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시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불신 해소를 위해 관련 대책 마련 과정에 국민, 외부 전문가를 참여토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무현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히 해양경찰, 소방방재청을 흡수해 재난을 총괄한다는 국가안전처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직 체계나 관할 업무 등에 대한 밑그림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안전 업무의 기능 강화와 소속 공무원들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후속대책 마련이 논의돼야 한다”며 “국가안전처가 대통령 담화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드러난 재난 대응체계에 대한 진단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피아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이나 정부조직법 등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김영란법 같은 경우 사문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청탁 행위에 대한 감시 및 관리·감독 인력 증원 및 윤리 교육 강화 등 법 제정에 따른 후속 조치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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