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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 (3) 이인영 486그룹 단일후보

    [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 (3) 이인영 486그룹 단일후보

    이인영 전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의 ‘뜨거운 감자’다. “하청 정치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소장파) 그룹은 그를 단일후보로 ‘옹립’하며 독자 정치의 깃발을 들게 했다. 486 후보 간 단일화 과정은 기대만큼 아름답지 못했고, 아직 단일화가 완성되지도 않았다. 발가벗고 당권 투쟁을 하는 전대에서 독야청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다른 후보들과의 대립이나 협력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그가 어떤 전술을 쓰느냐에 따라 전대 판세가 요동칠 수도 있다. 14일 제주도당 대회에 참가해 쟁쟁한 선배 정치인들과 표 대결을 벌인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미완의 단일화, 숨가쁜 유세 일정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놀랍게도 차분했다. →당내 전·현직 486 의원들이 단일후보로 추대했지만, 단일화가 아직 매듭지어지지는 않았다. -조금 더 지켜 보자. 최재성 의원이나 나나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본인으로의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나. -나는 줄곧 우리 그룹을 신뢰했고, 그들의 결정에 나를 맡겼다. 단일화 논의에서 개인적인 주장을 펼치지 않았다. 동료들이 공동으로 결정했고 합의한 것이다. 합의 정신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단일화 논의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는데.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노출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잘 되면(단일화가 되면) 누구도 못한 일을 우리가 해낸 것이 된다. →왜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나.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가치를 나는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본다. 2012년 정권교체는 절박한 문제다. 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이 분열해선 승산이 없다. 지금부터 통합을 준비해야 하는데 양쪽의 접합면을 내가 비교적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진보 정당이나 진보적 시민운동 세력에게 좀더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세력이 민주당의 미래에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의 통합까지도 생각한다는 뜻인가. -나의 핵심공약이 민주·진보 대통합당이다. 그 길을 열어 보겠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담대한 진보를 얘기한다. -애초 내가 구상한 것을 그분이 가져갔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진보적 가치가 공유되고 넓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민주당 전체로 확산되고 있지 않나. →손학규 전 대표도 이 전 의원과 연대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있다. 특정 후보와의 연대를 고려하고 있나. -다른 후보와의 연대는 없다. 특정 계파나 지도자와 연계되지 않고 가치 중심으로 통합하자는 게 486의 결심이다. 누구누구의 편이라고 가르는 줄 세우는 문화를 넘어서야 한다. →이 전 의원에게 김근태 상임고문은 어떤 의미인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을 마치고 감옥에 갔고, 석방된 뒤 처음 들어간 재야단체가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이다. 그때 김 고문이 정책실장이었다. 재야와 제도정치권에서 함께하면서 노선과 방향이 서로 어긋난 적이 없다. 역사의 정도를 걷는 분이고, 존경하는 분이다. →전대협 시절의 시대정신과 지금의 시대정신은 어떻게 다른가. -당시의 정신은 자주·민주·통일이었고, 민족민주운동이 중심이었다. 이 정신을 계승하되, 지금에 맞게 새롭게 발전시켜야 한다. 진보정치가 그 핵심이다. →지도부 입성이 목표인가 당 대표가 목표인가. -둘 다 1차 목표는 아니다. 우선 진보적 가치를 당에 뿌리내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 →486은 어떤 정치를 꿈꾸는가. -경쟁만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성공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서로 협력하고 양보해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더 합리적인 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좋은 사회, 좋은 리더십을 만들고 싶다. →민주당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나. -서민·중산층이 민주당의 모습을 보고 속 시원해하지 않는다. 마음속에 와닿지 않는 것이다. 진보개혁적인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지도부도 눈높이를 낮춰야 핵심당원, 기층당원이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 새로운 당원이 모인다. 또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새 인재가 들어온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윤희석, 아저씨로 변한 나를 꿈꾼다(인터뷰)

    윤희석, 아저씨로 변한 나를 꿈꾼다(인터뷰)

    윤희석,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에서 건강한 빛이 역력했다. 활짝 웃을 때 반전처럼 등장한 하얀 이에서는 순박함이 보였다. 하지만 두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가지런히 넘길 때 그는 성 정체성을 의심케(?)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캐릭터를 향한 밀도 강한 몰입이었다. 수개월 전에 끝낸 공연의 흔적은 아직 그를 감싸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평생 이뤄야 할 업적을 이미 다 해치운 듯 배시시 웃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윤희석은 아직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의 활약도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무대에서 첫 출발을 했고,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성장해가는 중이다. 그렇다고 조바심을 내거나, 욕심이 앞서지 않는다. 돌아가더라도, 혹은 늦더라도 이 길을 가고 있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 “최근에 끝낸 드라마 ‘구미호 여우 누이뎐’에서는 색다른 경험을 했어요. 그전에 팬들이라고 하면 딱 팬층이 정해져있었는데, 역시 드라마의 파급효과가 상당하네요. 초등학생 어린 팬부터 중장년층 아주머니들까지…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신기하고 재밌고, 쑥스럽기도 하고 그래요.(웃음)” 윤희석이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는 순간부터 그건 곧 대중과의 소통이었다. 그걸 거스르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또 드러낼 수 있는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마주하는 상대들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고, 자극을 전달하며 끊임없이 존재감을 익혔다. “뮤지컬 ‘헤드윅’ 공연을 하면서 윤도현 형이 무조건 트위터를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솔직히 그 이유를 몰랐는데, 제가 해보니까 미니홈피랑은 또 다르게 재미있어요. 기계에 대한 욕심이 없었는데, 자꾸 스마트폰을 보게 되고. (손에 들고는)이놈 참 괜찮아요.” 윤희석을 아는 사람은 그의 이름과 함께 뮤지컬 ‘헤드윅’을 동일선상에 올려놓는다. 그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너지가 무대 위에서 발현됐다. 트렌스젠더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수개월 전 캐릭터에서 빠져나왔음에도 쉽사리 놓지 못하고 있었다. “전 ‘헤드윅’을 할 때 마다 감히 ‘내 연기인생의 절정을 이 작품을 통해 완성시켰다’고 생각했죠. 솔직히 전 뮤지컬 장르를 제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연기도 노래도 춤도 다 섞여 있어서 하는 제 입장에서는 왠지 모를 갈증을 느끼게 되거든요. 좀 더 밀도 있는 장르를 하고 싶어요. 한 가지에 몰입하면서…” 윤희석은 요즘에도 순간순간 신기하다.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의 얼굴로 화면에 모습을 비추는 일은 실현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배우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제 얼굴이 못나서 배우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실제로도 무시를 당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 역시도 화면매체에서 활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외모로만 평가받는 게 싫었습니다.” 윤희석과 장동건의 출발점은 비슷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인 두 사람은 연기를 향한 열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윤희석에게는 외모 콤플렉스가, 장동건에게는 대한민국 대표미남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저는 안 되고, 장동건만 연기를 할 수 있는 시대였어요. 사실 좌절도 많이 했었죠. 그러다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어요. 영화배우 송강호, 월드스타 비가 그 역할을 해준 거죠. 다양화를 선호하고, 새로운 걸 추구하는 시대가 되니 저도 배우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좋은 시기를 타고 난거죠. 하하” 윤희석을 짓누르는 콤플렉스는 성형수술에 대한 막연한 욕심도 품게 했다. 하지만 배우에게 콤플렉스는 필요악이 될 수 있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극복하기 위해 발생하는 에너지가 연기 인생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시스템이 바뀔 수 없다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저는 아저씨가 되고 싶어요.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판타지 속 아저씨 원빈이 아닌 손현주 선배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그런 아저씨요. 옆집에 실제로 살고 있을 그런 친숙한 느낌의 배우요. 뭐 실제로도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서 예쁜 아이들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린 아저씨도 되고 싶네요. 하하”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이대선 기자 ▶ 엠넷, 4억 명품녀 김경아 조작설 반박 "4가지 증거 확보"▶ 유재석, 김태희 매력에 시크남 변신 실패한 사연▶ 이선균+최강희, 빗속에서 ‘벼락키스’…’쩨쩨한 로맨스’▶ ’30대’ 김나영, 사람들이 ‘20대’로 알고 있는 사연 공개▶ ’쪼쪼 브라더스’ 뇌구조 공개…김현중 머릿속에는?▶ 한국계 힙합그룹, 美빌보드 21위 돌풍 ‘성공시대’
  • 경기도 전역 10개 축으로 개발

    경기도 전역이 장기적으로 10개 축으로 나뉘어 특화 개발된다. 도는 2020년을 목표로 하는 도 종합계획을 수립해 도 의회의 의견 수렴, 토론회 등을 거쳐 올해 말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도 발전전략과 관련한 최초 법정 계획이 될 이 종합계획은 정부의 국토종합계획에서 다루지 못하는 도내 전 지역의 부분별·지역별 구체적 발전계획을 담게 된다. 도는 현재 이 계획의 비전을 ‘환황해권의 중심, 더불어 사는 사회’로, 4대 목표를 ▲대한민국 성장의 선도지역 ▲참살이가 보장되는 복지공동체 ▲건강한 녹색사회 ▲살고 싶은 문화생활 공간으로 잠정 설정했다. 또 8대 기본전략으로는 세계에 개방된 글로벌 국제교류거점, 동북아 신성장 산업의 중심, 수요자 중심의 통합 복지체계 완성, 동아시아 교육허브 및 평생교육 기반조성, 수도권 광역 및 녹색 교통체계 완성 등을 선정했다. 도는 이 기본전략에 과천정부청사 부지를 포함한 공공기관 이전 예정지의 활용 방안, GTX 건설 방안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안을 포함할 계획이다. 아울러 도 전역의 공간구조를 ▲경원축(의정부·양주~동두천~연천) ▲경의축(고양~파주·문산~개성) ▲북부동서축(파주·문산~의정부·양주~가평) ▲경인국제비지니스축(김포~인천~안산) ▲서해안축(시흥~안산~화성남양~평택항) ▲경부축(성남~화성 동탄~오산~평택) ▲동부내륙1축(성남~광주~이천) ▲남부동서축(안산~수원~용인~이천) ▲동부내륙2축(남양주~양평~여주) ▲경춘축(남양주~가평)으로 나눈 뒤 각 축을 특화 발전시킬 예정이다. 경원축은 DMZ접경벨트, 경의축은 남북경협벨트, 서해안축은 석유화학·제철 물류벨트, 경부축은 디스플레이·IT 산업벨트, 동부내륙1·2축은 반도체·의료산업·문화관광벨트, 경춘축은 레저·관광·교육벨트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이달 중 도의회에 계획안을 보고하고, 다음달 중순 경기개발연구원·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과 공동 토론회를 개최해 최종 발전계획안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 국토해양부에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계획안은 국토부로부터 승인받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되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며, 도의 각종 개발계획은 물론 일선 시·군 개발계획의 기본 자료가 된다. 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도의 계획은 개발 위주의 물리적 개념을 중심으로 수립돼 왔으나 2020 종합계획은 한강과 임진강 등 강 유역별·지역별 발전계획 등은 물론 도의 정체성과 다양성, 역사성 등을 모두 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암벽타는’ 이효리, 등산복도 섹시하게…“멋스럽게 즐겨”

    ‘암벽타는’ 이효리, 등산복도 섹시하게…“멋스럽게 즐겨”

    섹시퀸 이효리가 입으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평범한 옷도 한껏 매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의상으로 바뀌고 마는 것. 이효리는 최근 ‘휠라 스포트’ 광고를 촬영했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그답게 광고 속에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표현했다. 여느 모델들과 달리 이효리는 등산복마저도 자기 스타일화 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 활동성이 높아야 하는 등산복은 외형의 꾸밈보다 기능성이 커야하지만, 그녀가 입었을 때는 세련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휠라 스포트 측은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면서도 삶의 여유를 멋스럽게 즐길 줄 아는 이효리의 이미지가 브랜드 콘셉트와 잘 부합된다”며“브랜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어필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효리의 사진을 접한 팬들은 “뭘 입어도 패셔니스타답다”, “저 암벽은 어느 산인가? ㅋㅋ 내가 입는다면 어떨까?”, “나도 이효리처럼 뭘 입어도 예뻤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 = 휠라 스포트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MC몽, 첫 심경고백 "생니 안뽑았다. 오명 벗을 것"▶ 현승희 ‘슈퍼스타K’ 탈락에 네티즌 "JYP가 키워라" 청원▶ 숙면가희 부활..이번엔 ‘영웅호걸’서 졸아 ‘폭소’▶ 송지효-개리, 수상한 관계 "친하지만 전화번호…"▶ 김종민, 참았던 눈물 쏟아…"자진하차 없다"▶ 정준하, 손스타 인증샷 덕에 도박루머 벗어
  • 외교관 자녀들 ‘화려함 뒤의 그늘’

    외교관 자녀들 ‘화려함 뒤의 그늘’

    푸른 잔디가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에서 뛰놀기, 쾌적한 교실에서 영어로 공부하기…. 외교관 자녀들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화려한 삶의 이면엔 짙은 그늘도 있다. 알고 보면 많은 외교관들이 자녀 교육 문제로 속을 썩이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잦은 근무지 변경으로 자녀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것이다. 외교관은 보통 3년 단위로 국내와 해외 근무를 교대로 반복한다. 국내에서 전학을 가도 적응이 힘든 데 언어와 사람, 환경이 전혀 다른 곳으로 3년마다 옮기는 것은 ‘극과 극 체험’처럼 성장기 자녀들한테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유럽에서 근무하다 한국에 들어온 A외교관의 자녀는 한국 학교에 적응을 못해 A씨 부부가 학교에 불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A씨 자녀는 외국에서 형성된 가치관을 잣대로 한국 학교의 불합리함을 못 참고 걸핏하면 선생님들한테 이의를 제기하면서 분란을 일으켰다. 이 자녀가 하도 교무실을 찾아오는 바람에 선생님들 사이에 별명이 ‘또 왔어?’였을 정도라고 한다. 외교관 자녀를 향한 가장 큰 부러움은 외국에서 ‘살아있는 영어’를 배울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실제 영어권에서 자란 외교관 자녀 중엔 영어를 원어민만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자녀들은 영어를 잘하는 만큼 한국어 실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한국어가 중요한 외무고시 합격이 쉽지 않다.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사건처럼 자녀에게 외무고시라는 정공법 대신 특혜를 주려는 유혹에 빠지는 데는 이런 속사정도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비(非)영어권 외국에서 자란 자녀들은 영어 실력도 썩 좋지 않다. 예컨대 폴란드에서 근무하는 경우 영어로 수업하는 외국인 학교를 다니더라도 그리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3년 체류할 때를 빼곤 쓸 기회가 거의 없는 폴란드어도 잘하기 힘들다. 결국 한국어도, 영어도, 폴란드어도 제대로 못하는 ‘언어 결핍자’가 될 수도 있다. 요즘은 특히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보다 근무환경이 좋은 외국이 몇 되지 않는다. 또 한국의 영어 교육 환경이 좋아져서 전체 과목으로 따지면 외국 근무가 별로 유리하지도 않다. 더욱이 요즘 외교관들은 아프리카, 중남미 등 이른바 험지(險地) 근무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외교관 본인만 외국에 나가고 아내와 자녀는 한국에 남는 역(逆)기러기 가정이 늘고 있다. 한 외교부 간부는 “외교관 중 ‘자식농사’에 성공한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빅3 국민검증 거쳐야 대선후보… 반총장 영입도 검토”

    “빅3 국민검증 거쳐야 대선후보… 반총장 영입도 검토”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처럼 보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2인자’로 알려졌던 박 대표는 민주당이 7·28 재·보선에서 패배, 비대위 체제로 접어든 이후에는 사실상 당의 ‘1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당의 간판급 정치인들이 총출동한 전당대회 관리와 각종 인사청문회 준비, 대여 협상 및 대 언론 창구 등의 업무가 모두 박 대표에게 쏠렸다. “혼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박 대표는 때로는 ‘강력한 중립자’로서, 때로는 ‘노련한 협상가’로서 당 안팎의 공격과 비판을 막아내고 있다. 박 대표는 역대 정권의 2인자 가운데 유일하게 정치의 중심에 남아 있는 인물이다. 인터뷰는 10일 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박 대표는 기대했던 대로 민주당 내부 문제는 물론, 여야 관계와 2012년 총선·대선 등 다양한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답변했다. ■ 당의 진로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이 끝났다. 그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486(소장파) 후보 3명이 전원 컷오프를 통과한 것은 민주당에 깜짝 놀랄 정도의 희망이 아직 있다는 뜻이다. 과거 야당의 전당대회에서는 항상 ‘젊은 피’가 수혈돼 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계기가 없었다. 다행히 3명이 본선에 올라 흥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세균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등 ‘빅3’ 중에 한 사람이 컷오프됐으면 더 흥행이 됐을 텐데 아쉽다. →‘빅3’ 중에 한 명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진로가 크게 달라질까. -우선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 후보가 다 나왔기 때문에 전대 관심도는 높아졌다. 그런 면에서 국민적 지지가 여전한 추미애 의원이 컷오프된 게 굉장히 아쉽다. 세 분 중에 한 분이 대표가 될 확률이 높긴 하다. 서로 경쟁하고 충돌하며 당원과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인정받으면 대선 후보가 되고, 못 받으면 탈락한다. 경쟁을 하고서도 적당한 사람이 없다면 외부 인사를 영입할 수 있는 틀이 마련돼야 한다.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보다 낮은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민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인물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는 용꿈을 꾸는 사람들이 실제로 경쟁하고 움직이는데, 민주당은 그게 안 보이니 인적 빈곤에 대한 실망감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나는 원내대표가 됐을 때 첫마디로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했다. 다행히 집단지도체제가 됐기 때문에 이제 지도부 안에서 경쟁과 충돌이 이뤄지면 인물과 당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다. 정당 지지도는 인물에 귀결된다.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나은 차별적인 경쟁력이 있나. -아무래도 우리 기반은 중산층과 서민이고, 복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젠다 선정은 잘하지만 실천은 안 된다. 요즘 친서민 정책을 들고 나왔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기업 정책을 쓰지 않았나. 친서민 정책을 한다면서 실행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가짜 친서민 정책이다. →서울신문이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를 했더니 민주당 내 후보들은 지지율이 낮게 나왔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야당 후보로서도 높은 지지율이 나왔다. 반 총장 영입 가능성이 있나. -그럴 가능성도 있다. 유엔 사무총장 직을 잘하고 계신 분께 누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든 걸 다 생각해야 한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송영길·이광재·안희정 등 젊은 정치인들이 부상했다. 그들이 2012년 대선을 이끌 수 있을까. -민주당은 국민과 당원의 힘으로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송영길·안희정·이광재 시·도지사에게 2012년은 좀 빠르지 않을까? 유권자들이 광역단체장으로 당선시켰는데, 2년 만에 대권 나온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분들이 밖에서 지도자로 잘 크고, 당내에선 ‘빅3’와 40대가 경쟁하면 국민들이 결정할 것이다. →대표께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특별히 좋아한다는 얘기가 많다. 젊은 시·도지사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안 지사가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 안 지사는 문제점을 잘 꿰뚫어 보고, 정면 돌파를 할 줄 안다. 항상 도전한다. 이광재 강원지사는 지혜가 번뜩이고, 이슈 선점을 잘한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송영길 인천시장은 우리 당 정체성에 가장 맞는 사람이다. →한나라당에서는 김두관 경남지사를 잠재적 경쟁자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다. -김 지사는 현장 경험이 많고 결단력이나 추진력이 좋다. 민주당의 정신적 당원이다. →혼자 너무 많은 일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나의 본업은 원내대표이고, 비대위 대표는 부업이다. 이제 며칠 안 남았다. 내가 열심히 하니까 처음에는 당 대표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더라. 그러나 최대한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고, 이젠 아무 잡음도 없다. 당 대표 할 생각 전혀 없고, 오직 민주당을 위해서만 일한다. 어떤 목적을 갖고 원가계산을 한다면 후배들을 다그칠 수는 없지 않겠나. ■ 정치 현안 →사정 정국 얘기가 나돌았는데, 우려가 되나. -사정당국이 요즘 민주당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 같다. 우려하고, 주시한다. 그런데 자기들 눈에 든 들보는 못 본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을 자주 얘기하고, 박 대표도 화답을 했다. 개헌의 불씨가 계속 이어질까. -이재오 장관은 많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성이 없다면 내가 원내대표로 있는 동안은 협력할 수 없다.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는 멍석이라도 깔아줘야 한다. 우선 여권이 4대강 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왜 국회 검증특위를 묵살하나. 홍수 기간만이라도 공사 중단하고 함께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공사를 꼭 대통령 임기 내에 마칠 필요도 없다. →왜 4대강을 개헌과 연계하나. -여권이 원하는 것은 다 하고, 야권은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라는 것이냐. 개헌이 백년대계라면 왜 임기 초에 추진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특정인의 대권 가도를 막고 권한을 축소하려 하면 안 된다. 야당에도 숨 쉴 공간을 줘야 한다. →세종시 문제가 2012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다시 논란이 될까. -이미 끝난 문제다. 후보 때 수차례 약속하고 당선돼서 안 지키면 나라 꼴이 되겠나. →외교 현안이 산적한데, 외교통상부 장관의 공석이 우려스럽다. 야당이 협조할 사안은 없나. -청와대가 발표한 청문회 자가 검증표를 보니 후임을 선임하기가 꽤 힘들 것 같다. 자승자박이 될 것이다. 과거 청와대 있을 때 총리 후보 72명을 놓고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 기피 등의 잣대를 들이댔더니 71명이 탈락이었다. 우리는 지금 가장 유능한 외교부 장관이 필요하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도랑에 든 소다. 이쪽(미국)에 있는 풀도 뜯어야 하고, 저쪽(중국)에 있는 풀도 먹어야 한다. 왜 한쪽만 자꾸 뜯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강성종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처음으로 갈등을 겪었다. 두 분의 신뢰 관계에는 변함이 없나. -나를 굉장히 옹졸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김 원내대표가 합의를 지키지 않아 사과했고, 나는 아무 얘기도 안 했다. 우리는 당당하게 임했다. 앞으로 잘해야지, 이미 끝난 문제를 더 얘기할 필요는 없다. →4대강, 세종시, 친서민, 공정사회 등 최근의 정치이슈는 모두 여당이 이끌어가고 있다. 야당은 이슈를 선점할 능력을 상실한 것인가. -여권은 저작권료도 내지 않고 우리 것을 잘 갖다 쓴다. 친서민 정책, 공정한 사회는 우리가 먼저 추진한 것이다. 여권은 친서민 정책을 한다면서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풀었다. 보금자리 주택은 어떻게 됐나. 물가,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에 개선된 게 있나. 자기 자식들은 특채로 뽑으면서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 만들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 ■ 정부 평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인가. -대북정책이다. 경제는 무너져도 살릴 수 있지만 남북문제는 한 번 무너지면 죽는다. 남북문제는 곧 경제이기도 하다. 왜 거꾸로 가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 대통령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보나. -꼭 했으면 좋겠다. 올해가 기회다. 우리(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에 해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대북특사를 보낸다면 누가 적절할까. -대북특사는 이명박(MB) 대통령의 ‘육성’을 그대로 전달할 사람이 가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간다고 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MB의 말이라고 믿겠나.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가는 게 좋다. 누가 봐도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로서 남은 임기를 같이할 사람이 가야 한다. 우리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다면 100%로 돕겠다. →이명박 대통령 정책 중에 잘하는 것이 있다면. -선뜻 안 떠오른다. →현 정부에서 임무를 잘 수행한 장관은 누구인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잘 했다. 복지정책에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고, 야당과도 열심히 소통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비록 야당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지만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운이 좋은 것 같다. 어쨌든 그분이 들어가서 경제가 좋아졌다. 윤 장관 총리설이 있는데, 그러면 재정부 장관 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임태희 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등 청와대 3기 참모진은 야당과 소통을 잘하고 있나. -이전보다는 노력하는 것 같다. 소통이 잘 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화는 한다. ■ 차기 대선 →2012년 대선의 승부를 가를 이슈는 무엇일까. -남북문제, 복지, 경제 3가지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얼마나 크다고 보나. -지방선거에서 가능성을 봤다. 우리가 얼마나 혼을 바쳐서 국민 속에 뛰어들어가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열린다. →총선과 대선에서 박 대표의 역할은. -집권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 나의 소명은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끝났다. 다시 문화부 장관을 하겠나. 아니면 도로공사사장을 하겠나. →한나라당에서는 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강적이라고 보는가. -그건 예수님도 모른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9년10개월 동안 1위를 달리다 두 번이나 떨어졌다. 이인제 의원도 민주당에서 4년6개월 1위 후보였는데 막판에 후보가 되지 못했다. →한나라당 예비 후보로 누굴 주목하나. -많다.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이고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재오 특임장관도 나올 것으로 본다. 이 장관이 나오면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재오 장관에게 90도 인사를 받으며 어떤 느낌 받았나. -호의로 받았다. 선거 때부터 그렇게 해왔으니까 하는 거겠지. 그러나 머리를 바짝 숙이면서 속으로는 모든 생각을 할 것이다. 그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국민에게 물어봐야 하겠지. →민주당의 2012년 총선 공천은 누가 하나. -새 규정에 따라 이번에 선출될 대표는 대선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 그러니 차차기 대표가 할 것이다. 그런데 차기 대표가 대권을 포기하면 대표를 2년간 하게 된다. 그가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대선에서 야권 대통합이 가능한가. -대통합을 하면 이기고, 안 하면 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작품인가. 아니면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쟁취한 것인가. -두 분이 합작한 게 아니겠나. 그러나 그 비율이 어떨지는 내 입으로 얘기할 수 없다. 노 대통령측 분들 생각도 또 있을 테니…. ■ 나의 고백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아닌 정치인 박지원으로 독립할 생각이 없나. -독립하고 싶다고 해서 독립이 되겠나. 지금 내가 비대위 대표와 원내대표를 맡고 있지만, 그것은 김 전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는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잘한 것 5가지를 꼽는다면. -당시 우리는 5년간 세계적 특종 5개를 제공했다. 첫째가 외환위기 극복, 둘째가 남북정상회담, 세번째가 월드컵 신화, 네번째 정보기술(IT) 강국, 마지막이 노벨평화상이다. 4대 연금 확대, 기초생활보장제 실시 등 우리나라에서 복지 정책이 처음으로 실행된 것도 큰 성과다. →대북송금 문제로 투옥됐었는데, 아직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원망하나. -전에는 많이 원망했다. 지금은 우리(민주당)의 대통령인데 어떻게 원망할 수 있겠나. 노 전 대통령께서도 나에게 ‘이제 끝내자’고 하셨다 →언론인들과 친분이 두터운 정치인이다. 언론관은 무엇인가. -정치인과 언론은 서로 긴장하고 활용하는 관계다. 우리가 국민여론을 살필 때 언론이라는 매체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언론에 최선을 다해서 나를 설명하고, 최대한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를 습득할 뿐이다. 나는 언론인이 전화하면 99% 받거나 콜백을 한다. 요즘 의원들 가운데 기자들의 전화를 안 받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 분들은 서비스 정신이 없는 것이다.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나. -밤 12시 전에 집에 들어가면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탄다. 요즘은 너무 바빠서 운동을 못한다. 아직도 내가 파워가 있는 줄 알고 밤 늦게 찾아오는 이가 많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전에 둘이 화해했다고 했는데, 진정 화해한 것인가. -난 안 했다고 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맘대로 혼자 말씀하시고, 나중에는 곧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았나. 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에도 화해 분위기는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늘 사람을 보내 ‘내가 외환위기를 초래한 게 아니라고 DJ가 공식적으로 말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럼 누가 환란의 주인공인가. 세상 살면서 다 화해하고 살면 예수님이나 부처님이지. 화해를 하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한 뒤 더 이상 말(비난)을 안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언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난한 적 있나. 정리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연극리뷰] ‘썽난 마고자’

    [연극리뷰] ‘썽난 마고자’

    먼저 자문자답 하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했나. ‘산업화 세대의 신화’라는 사람에게. 개인적인 기대를 꼽으라면 그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 세대의 빛나는 신화를 뒷받침한, 묵묵한 일꾼들을 위무(慰撫)해줄 의무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그럴 기미는 별로 없어 보인다.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노인들에게 공돈을 못주겠다고 하더니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마저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단다. 비교해보자. 대통령이 휴가지에 들고갔다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예를 든다. 조던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던 것은 ‘다섯 명이 빨간 공 적당히 튀기면서 주고받다가 그물에 집어넣는 기술을 높게 쳐주는 사회 덕분’이다. 경쟁을 이겨낸 자유시장의 영웅은, 그 경쟁의 장을 제공해주는 사회적 조건과 배경 덕을 본다는 얘기다.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워런 버핏도 자신의 부와 명성에 대해 “금융·주식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 태어난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조던은 세금을 더 내고, 버핏은 아낌없이 재산을 기부한다. 일본 자민당의 전후 50년 집권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전쟁세대를 깍듯이 모셨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2차대전 총동원 체제를 겪고 피폭까지 당했던 그 세대들의 노고에 ‘복지’라는 이름으로 국가 차원의 보상을 제공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체성과 고도성장 신화를 칭송하는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식민지, 분단, 전쟁, 개발독재 시절을 살아낸 산업화 세대들에게 어떤 보상을 제공했던가. 그들 중 일부는 지하철이나 동네어귀에서 폐지를 줍고 있다. 다음달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무대에 오르는 ‘썽난 마고자’(민복기 작·연출, 극단 차이무 제작)는 이 문제를 다룬다. G20(주요 20개국) 회의를 앞두고 정부는 탑골공원 성역화 작업에 나선다. 실제 목적은 ‘국격’을 위해 허름한 차림의 노인네들을 탑골공원에서 몰아내자는 것이다. ‘썽’이 난 탑골공원 ‘마고자들’은 철거반대 투쟁에 돌입한다.작품이 너무 무거울 것 같다고? 그런 걱정은 접어도 좋다. 순도 100% 코미디다. 현실 풍자가 강렬해 공연 내내 마음껏 웃겨준다. 특히 탑골공원 사수를 위해 골리앗 농성, 아니 ‘등나무 휴게터 농성’을 벌이는 전직 선생님 황 영감(이중옥), 방앗간 사장 이 영감(송재룡), 마도로스 출신 성 영감(성요한), 미모의 최 여사(공상아)가 선보이는 앙상블은 최고다. 애드리브마저도 능청스럽다. 그 중에서도 김 여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인 3명이 선보이는 만담 장면은 백미로 꼽을 만하다. 동시대를 다루는 예술은 반시대적이라는, 프랑스 문학 비평가 롤랑 바르트의 명제도 함께 음미해보길. 2만~2만 5000원. (02)747-101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삼국유사 골든벨 퀴즈’ 인기

    인구 2만여명의 전국 초미니 지방자치단체인 경북 군위군에 전국 각지의 고교생 등 무려 1000여명이 한꺼번에 몰린다. 군이 오는 12일 군위읍 삼국유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할 ‘제2회 삼국유사 골든벨 퀴즈 대회’를 앞두고 최근까지 전국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참가자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 83개 고교에서 516명이 신청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 고교생으로 참가를 제한했던 지난해 첫 대회 76명보다 무려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여기에다 학부모와 교사 등 500여명도 같은 날 대회 참가 학생들과 함께 군위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고교생 등이 한자리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올해 대회 참가 신청자들을 지역별로 보면 경북이 11개 고교 166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 10개교 111명, 서울 및 부산 각 5개교에서 84명과 16명, 충북 3개교 23명, 전북 및 경남 각 2개교에서 27명과 7명, 강원·경기·인천·전남·충남 각 1개교 2~10명 등이다. 모두 자발적인 참가자들로, 군은 이들의 대회 참가를 위해 별다른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 입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은 골든벨을 울리는 최후의 1인에게 지급하는 최고 70만원 정도다. 군이 이번 대회를 위해 한 것이라곤 처음으로 전국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삼국유사 골든벨 퀴즈대회라는 판을 벌린 것이 고작이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국유사에 대한 퀴즈대회가 전무했던 데다가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고장이 군위(인각사)라는 역사적 사실이 전국의 고교생들에게 어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국유사 골든벨 퀴즈대회는 청소년들에게 민족의 정체성과 근원을 밝혀주는 최초의 저술이자 문화 콘텐츠의 보고인 삼국유사의 다양한 가치를 일깨우고자 마련됐다. 문제는 삼국유사 권장도서를 중심으로 출제되며, 예선을 거친 50명의 본선 진출자 중에서 골든벨을 울리는 최후의 1인을 선발하게 된다. 장욱 군위군수는 “우리 청소년들이 삼국유사 골든벨 대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면서 “내년부터 행사를 초·중등학생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그 집’ 헐려도 화폭은 기억한다

    ‘그 집’ 헐려도 화폭은 기억한다

    집이 헐리고, 거리가 바뀌고, 도시가 달라진다. 누군가에겐 개발과 성장의 과정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 뿌리 뽑히는 아픔이다. 그리고 여기, 속절없이 사라지는 공간의 기억을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10년째 재개발, 뉴타운 지역을 사진으로 찍어온 강홍구 작가와 1년간 서울 가리봉동 조선족 문화를 기록해온 이수영·리금홍 작가다. 이들의 개인전이 나란히 열리고 있다. ●10년째 재개발 지역 풍경 작업 가회동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강홍구 작가의 ‘그 집’전은 서울 불광동 재개발 지구와 은평 뉴타운, 세종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의 종촌리 등에서 찍은 사진 30여점이 선보인다. 얼핏 보면 재개발 현장의 황량한 풍경을 담은 컬러 사진 같지만 실제는 흑백으로 프린트한 사진 위에 부분적으로 잉크나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것이다. 주인이 떠난 빈집은 흑백으로 남겨 두고, 주변의 나무에 녹색의 색감을 더한 작품들은 사진도 그림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처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효과를 낸다. 흑백 사진이 완전히 퇴색해 버린 과거의 느낌이라면 이 사진들은 차마 떨쳐버릴 수 없는 추억에 대한 아련한 느낌이 강하다. 작품마다 흰색 물감을 흘려 일종의 표식을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우연히도 이사가는 곳마다 재개발 지역이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작가는 9일 “사진은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뻔뻔함과 공식적인 성격이 강한데 사라진 집과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사진 위에 색을 입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작가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회화를 전공했다. 재개발 현장을 찍는 작업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듯싶다. 그는 “10년 했으니 이제 그만 이별하고, 새로운 작업을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10월3일까지. ●조선족 거리 1년간 체험·기록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거리마다 중국어 간판이 넘쳐난다. 구로구 가리봉동의 조선족 거리 풍경이다. 이수영과 리금홍 작가는 지난 1년 이 거리를 쏘다니며 온갖 음식을 맛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1.5평짜리 쪽방을 얻어 한 달간 직접 살기도 했다. 한남동 공간해밀톤에서 18일까지 열리는 ‘가리봉동 진달래반점’전은 작가들이 몸으로 체험한 기록들을 관객과 공유하는 장이다. 전시장은 설치미술과 자료들을 모은 아카이브로 구성됐다. 가리봉동에서 먹었던 음식물을 말려서 전시하고, 다양한 향신료를 한곳에 모아 조선족의 음식문화를 간접 체험하도록 했다. 양고기 꼬치구이의 고향을 찾아 지난봄에 비행기, 기차, 버스를 갈아타고 중국 옌지와 신강, 우루무치까지 다녀온 여정을 영상 작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조선족 이주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체험하기 위해 솥단지를 옆에 끼고 사막과 황무지를 건넜다. 이주의 고단한 풍경은 냄비, 칼, 국자 등 온갖 세간에 비행기 수화물표를 붙인 설치작품으로 표현됐다. 전시장 한쪽에는 두 사람이 가리봉동에서 즐겨 찾던 진달래반점의 내부를 재현했다. 진달래반점에서 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녹취해 DVD로 만들기도 했다. 이수영 작가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가리봉동이 사라질 때까지 가리봉동 기록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공간해밀톤은 한남동 제일기획 인근에 있는 대안 전시공간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민주 빅3 기싸움 키워드

    민주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정세균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간의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8일 정동영 고문의 출마선언을 끝으로 ‘빅3’는 전당대회에서 서로를 공격할 ‘키워드’를 드러냈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상대의 약점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정체성 경쟁이 불붙었다. 정 고문은 출사표에서 담대한 진보 노선, 당의 정통성 회복,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강조했다. 진보와 정통성을 부각시킨 것은 한나라당 출신인 데다 중도의 입장에서 실사구시를 강조하는 손 전 대표를 공격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당원의 권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정 전 대표가 최근 2년 간 당권을 장악했지만 당원 관리에 소홀해 당세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하기 위함이다. 반면 정 전 대표는 출사표에서 ‘선당후사’와 ‘대선후보군 육성’, ‘정치적 신의’를 부각시켰다. 손 전 대표와 정 고문이 당의 미래보다는 대권에 관심이 많아 대표가 되면 줄세우기만 할 것이라는 비판인 셈이다. 또 정 전 대표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한 번도 배신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한나라당 시절 두 전직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손 전 대표와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했던 정 고문의 과거를 들춰내기 위한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집권 의지’, ‘잃어버린 600만표’ 등을 키워드로 택해 출사표가 흡사 대선 출마선언문처럼 보인다. 당권 후보 가운데 지지도가 가장 높다는 것을 강조해 2012년 대선의 유일한 대안이 자신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동시에 정 전 대표에게는 ‘약한 관리형 대표’라는 이미지를 씌우고, 정 고문을 향해선 ‘최대 표차로 패했던 대권 후보’라고 공격할 뜻을 분명히 했다. 600만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득표 1200만표와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얻은 600만표의 차이를 가리킨다.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모닝 토크]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장

    [모닝 토크]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장

    “지금 모두들 스마트 TV에 대해 말을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2012년에 스마트 TV 시장을 둘러싸고 큰 싸움이 벌어질 것입니다.” ‘윤TV’ ‘미스터 디지털TV’.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을 일컫는 수식어다. 그는 최지성 현 대표이사와 더불어 2006년 삼성전자가 ‘보르도 TV’를 앞세워 아날로그 TV 시대의 ‘거인’ 소니를 추월하고 TV 시장 선두에 오르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상상 이상으로 편리하게 진화” 2007년 부사장 승진 이후 2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뒤에도 발광다이오드(LED) TV와 3차원(3D) 입체영상 TV 등 ‘메가 히트작’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삼성전자를 디지털 TV 시대의 ‘절대 강자’로 올려놨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한 독일 베를린 국제 가전전시회(IFA)에서 인터넷과 TV가 결합된 스마트 TV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윤 사장이 7일 ‘스마트 TV 포럼’의 초대 의장으로 취임한 것도 이런 성과가 반영된 결과다. 윤 사장의 스마트 TV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전시회 현장에서 만난 윤 사장은 2012년에야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좀 더 쉬운 스마트 TV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술개발과 제품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 TV는 개인이 사용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달리 가족들이 함께 보는 기기입니다. 쉽게 스마트 TV를 조종하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이 때문에 리모컨 등 주변 기기들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편리하게 진화할 것입니다. 거기에서 이 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입니다.” ●제품 출시 삼성이 가장 빠를것 3D TV와 마찬가지로 스마트 TV의 실제 제품 출시도 삼성전자가 가장 빠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사장은 “올 4분기까지 제대로 된 스마트 TV를 출시하는 회사는 삼성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올해 TV 제품의 50%에 스마트 기능을 장착하고, 내년에 나오는 TV 대부분에는 3D와 스마트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들의 스마트 TV에 대한 생각도 내비쳤다. 윤 사장은 “IFA에서 구글 TV는 여전히 실체가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경쟁사들이 순위 경쟁 때문에 마음이 급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활용하면 이용자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겠지만 반대 급부로 향후 콘텐츠 공급을 통한 광고 수익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윤 사장은 이어 “10년 뒤에는 TV 자체가 미디어가 되면서 삼성전자가 TV 세트를 판매하는 것보다 스마트 TV에서 즐기게 될 영화 등 콘텐츠 공급 수익이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콘텐츠 개발사 등과의 협력 체제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텐츠는 당장 스마트 TV 시장에서의 성패뿐 아니라 장기적인 부가 수익 창출을 위한 열쇠라는 뜻이다. 다만 “전자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소프트웨어 중심 회사로 변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과거 소니처럼 영화사 등을 사들이는 등 급격한 체질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베를린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지방시대] 세계속 한국인, 현주소 점검할 때/이병화 조선대 경제학 교수

    [지방시대] 세계속 한국인, 현주소 점검할 때/이병화 조선대 경제학 교수

    한국은 이제 경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것이 수두룩하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선박 건조량, 초고속 인터넷 사용률 등 세계에서 1위인 부문을 다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한국인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몇 년 전 대장금, 겨울연가 등 우리 드라마가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키며 한류 붐을 일으키더니 이제 한국의 샤이니, 빅뱅 등 아이돌 보이 그룹과 소녀시대, 카라 등의 걸 그룹이 뛰어난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케이 팝을 유행시키며 전 세계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우리는 현재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역동적으로 우리의 재능과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한때 광활한 만주벌판을 누비던 선조들의 기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 우리민족의 강역이 한반도로 축소된 데 대해 아쉬워했다. 우리의 강역은 축소됐지만 우리의 활동공간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넓어졌다. 그래서 몇 년 전 한 경제포럼에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버거스텐 소장은 한국이 이룩한 놀라운 경제발전을 높게 평가하면서 앞으로 한국경제보다 한국인의 경제로 시야를 넓혀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일랜드도 좁은 국토의 한계를 넘어 세계로 활동공간을 넓힌 나라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19세기의 대기근 때에 100만명 이상이 미국·캐나다 등으로 이주했으나, 이런 대규모 이주로 인해 아일랜드 문화가 널리 퍼지게 됐다. 이스라엘의 국토면적은 우리나라의 5분의1에 불과하지만 유태인들은 전 세계의 대표적인 금융, 미디어 기업들을 소유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유태인들은 학문의 영역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세계인구의 0.2% 미만으로 지금까지 22%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중국의 객가인(客家人)이 유태인과 비슷하게 끈끈한 연대를 유지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은 당나라 말기에 황하유역에서 중국 남부로 이주하여 어렵게 공동체를 유지하며 정착했다. 그후 일부는 또다시 동남아 여러 나라로 흘러 들어갔지만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으로 그들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고난을 이겨냈다. 그 결과 중국의 덩샤오핑, 싱가포르의 리콴유, 타이완의 리덩후이 등의 인물을 배출하고 현재 동남아 화교 경제권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한반도의 반쪽만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그리고 자생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우리의 성공 스토리는 과거 고난과 역경을 함께 이겨내며 형성된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강한 연대의식을 밑거름으로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여 이룬 성과이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역사의 주역이 됐다. 11월 초 한국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가 한국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그동안의 규칙준수자(rule taker)로부터 규칙제정자(rule setter)로 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변화된 세계 속의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을 다시 생각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지키고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 보아야 할 때이다.
  • 안상수 “과천 공동화대책 세워라”

    안상수 “과천 공동화대책 세워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5일 정부과천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과천시의 공동화와 정체성 변화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에 ‘과천청사 이전 후속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촉구했다. 과천은 안 대표의 지역구이다. 안 대표는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국회는 세종시에 무엇을 담을까만 고민했을 뿐, 세종시로 중심 기능을 모두 보내고 텅 비게 될 과천시에 대한 논의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0일 세종시 이전 대상인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에 관한 고시’를 발표, 세종시 정부청사 이전을 가시화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과천에 있는 7개 정부부처와 10개 공공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할 방침이다. 안 대표는 “정부가 중요한 국가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이해 당사자인 과천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빠른 시일내 결론을 내려 과천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고 예측가능한 청사진을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금 당장 준비하지 않으면 과천은 오랜 기간 공동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회 제출 후 1년 넘게 잠자고 있는 ‘정부과천청사 이전에 따른 과천시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세종시 관련법과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과천의 도시 기능에 대해서 그는 “우리나라 전체에 이바지할 수 있는 최첨단 연구·개발(R&D) 및 기업도시로 구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강신익 LG전자 사장, “세계 시장 주도권…스마트TV 등 차별화 기회”

    강신익 LG전자 사장, “세계 시장 주도권…스마트TV 등 차별화 기회”

    “‘나노(NANO) 풀 LED TV’로 대표되는 기술선도형 전략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을 위한 마케팅을 강화해 현재의 사업 환경을 차별화의 기회로 삼을 것”[서울신문NTN 김진오 기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 강신익 사장은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10’ 전시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세계 TV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대와 브랜드 차별화에 박차를 가한다고 설명했다.강 사장은 “수년간 축적해온 풀 LED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나노(NANO) 풀 LED TV외에도 사용자 편의성을 갖춘 스마트TV 등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혁신적 제품을 앞세워 LG TV만의 정체성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강 사장은 이어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과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구매력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 중국,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중장기 관점, 업계 최고의 수익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목표로 프리미엄 제품·마케팅으로 본격 승부에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강 사장은 또 “상반기 환율, 부품 부족 등 외부환경의 영향이 있었지만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고 외부환경이 개선 기조에 들어선 하반기에는 LED LCD TV와 3D TV 등 대형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를 통해 연초 설정한 2천900만대의 평판TV 판매목표를 계획대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 사장은 덧붙였다.한편 LG전자는 LCD TV를 2011년 세계시장에서 3천50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약 15% 이상으로 높일 목표로 평판TV 판매량을 최대 4000만대로 확대해 선두권(Top Tier)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김진오 기자 why@seoulntn.com
  • LG電, ‘스마트 TV’ 내년초 콘텐츠 파트너쉽 구축·전용 어플 확보

    LG電, ‘스마트 TV’ 내년초 콘텐츠 파트너쉽 구축·전용 어플 확보

    [서울신문NTN 김진오 기자] LG전자는 내년 평판TV 판매량을 최대 4000만대로 확대해 선두권(Top Tier)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할 계획이다.LCD TV는 내년 세계시장에서 3천50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약 15% 이상으로 목표치를 높였다고 5일 밝혔다. 이 같은 판매 목표는 올해 2천500만대 대비 40% 늘어난 것.LG전자는 2011년 세계 LED LCD TV 시장이 일반(CCFL) LCD TV 시장 규모를 넘어서 3D TV 시장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련 제품 판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대형화를 주도할 계획이다.LG전자는 전체 LCD TV 판매량 중 LED LCD TV가 차지하는 비중을 60%로 확대했다.‘나노 기술’을 적용한 화질과 디자인을 구현한 프리미엄 TV 나노(NANO) 풀 LED TV 라인 업을 대폭 늘려 글로벌 출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스마트 TV의 경우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친화적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또한 2011년 초 지역별로 인기 있는 120개 이상의 프리미엄 콘텐츠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TV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대거 확보해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다.강신익 LG전자 사장은 “수년간 축적해온 풀 LED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나노(NANO) 풀 LED TV외에도 사용자 편의성을 갖춘 스마트TV 등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혁신적 제품을 앞세워 LG TV만의 정체성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PDP TV는 3D PDP TV 등 전략 제품과 50인치 이상 대형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판매량을 올해 400만대에서 내년 500만대로 늘리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김진오 기자 why@seoulntn.com
  • 한국전쟁 속 만주 조선인

    한국전쟁은 북한의 인민군과 남한의 국군이 각각 중국과 미국을 등에 업고 벌인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이 전쟁에 뛰어든 또다른 한국인이 있었다.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사라진 만주 조선인이 그들이다. ‘또 하나의 한국전쟁’(염인호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은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사의 일부가 된 만주 조선인들의 삶과 투쟁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옌볜, 지린, 무단장시 등 현지에서 발행된 한글신문들, 중국 당국의 문서 자료 등을 통해 만주 조선인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만주 조선인들은 일제 시기 3·1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 강한 조국애와 민족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다. 해방 전 중국 관내 지방과 소련에서 활동하던 조선의용군·동북항일련군 출신의 조선인 지도자들은 해방과 함께 만주로 들어와 조선인사회를 이끌었다. 이들은 만주를 조국통일 역량의 산실로 키우자며 만주 기지론을 주창했다. 국공내전을 통해 청년들을 단련시켰고, 북한과 옌볜 각지에 정치군사학교를 설립해 혁명간부를 양성했다. 이렇게 단련된 만주 조선인부대는 1949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입북했다. 1950년 6월25일 새벽 남진한 북한 인민군 21개 연대 가운데 10개 연대는 만주 조선인 부대였다. 이들의 입북을 중공의 파병으로 간주해온 기존 견해와 달리 저자는 조선인의 귀환이라고 주장한다. 전쟁 초반 북한 인민군에게 유리했던 전세가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역전되고, 이어 중국 인민지원군이 참전하면서 만주 조선인사회에는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국공내전을 지원한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특수한 지위를 인정받았던 만주 조선인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중국 내 여타 소수민족과 마찬가지로 중국 일반 사회에 흡수됐다. 한편 재중 한국독립당의 우익세력도 만주 조선인에 대해 북한과 비슷한 맥락의 통일전략을 지니고 있었다. 중국과 합작해 민주세력을 마련해놓고 남한과 호응해 북한의 공산세력을 몰아낸다는 전략이었다. 만주의 국민당 점령지역 곳곳에서 한독당은 조선인 사회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 그러나 1947년 공산당의 하계 공세 이후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결정적인 수세에 몰리자 한독당의 활동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1948년 고립된 채 중공군에게 포위된 선양시 인근 국민당 지구 조선인들은 대탈출을 감행했다. 1만여명의 탈출자들은 톈진에서 배를 타고 남한으로 귀국했고, 남겨진 민주자위군 대원들은 중공군의 포로가 되었다. 3만 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유럽의 지성에 듣는다] (2) ‘과학적 유신론’ 英 세계적 신학자 맥그래스

    [유럽의 지성에 듣는다] (2) ‘과학적 유신론’ 英 세계적 신학자 맥그래스

    “스티븐 호킹이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 등을 통해 불을 지핀 무신(無神) 논쟁에 당대 최고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가세하면서 유럽이 유신론과 무신론의 거대 논쟁에 또다시 휩싸였다. 2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은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새로운 저서 ‘그랜드 디자인’ 출간소식을 일제히 톱뉴스로 싣고, 그가 우주는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우주의 탄생에 신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호킹의 주장은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한 서구사회에 다시 한번 충격을 던졌다. 현지 언론들은 호킹의 발언과 함께 일부 신학자나 로마 교황청의 반박 기사를 다뤘으나 호킹의 발언이 미친 충격과 반향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믿음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라는 식의 반박은 각종 물리학·수학 수식으로 무장한 호킹의 주장을 압도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호킹의 발언이 알려진 이날 당대 최고의 신학자이면서 ‘과학적 무신론’에 대해 과학적 근거로 종교의 가치를 입증하는 유일한 인물로 꼽히는 앨리스터 맥그래스(57) 킹스칼리지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영국은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소식에 대해 맥그래스 교수는 “과거 신의 존재를 인정했던 호킹이 정말 무신론으로 생각을 돌린 것이라면, 유감스럽게도 그의 시각은 틀렸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9일 책이 출간돼 봐야 알겠으나 호킹의 발언은 ‘신의 섭리를 개입시키지 않고도 우주 창조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언론이나 출판사들이 그의 발언을 완벽한 무신론으로 호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신론의 입장을 취하던 호킹이 입장을 바꿀 만큼 새로운 발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발견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해석의 문제이자 개인의 시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가 우주탄생의 근본원리라고 주장하는 M이론이나 다우주론은 예전부터 있었고, 완전한 이론도 아니다.”라면서 “뉴턴이 그랬고, 아인슈타인이 그랬듯 과학이 추구하는 진리는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하지 않은 이론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에 이어 새로운 무신론의 리더가 등장한 데 대해서는 “우려와 함께 반가운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과학이 종교를 공격하면 종교도 그에 걸맞게 존재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믿으라는 식으로는 과학적 무신론에 대항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옥스퍼드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맥그래스 교수는 과학과 종교의 공존을 모색해 온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종교는 과학이 발견한 것들을 무시하거나 궁금증을 억누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오히려 수많은 과학자들은 신을 믿을수록 신의 뜻을 알기 위해 연구에 매진한다.”고 강조했다. 성공회 사제이기도 한 그는 한국 기독교에 대해 “놀랄 만큼 발전했지만 아직 어리고 자기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특히 “서구교회에서는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 집단적 문화가 아주 강한 것이 한국 교회의 특징”이라며 “공동체의 순기능을 강화하고 폐쇄적인 면을 견제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라고 조언했다. 런던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100% 오렌지 주스는 없다”

    오렌지를 보면 입에 침이 괸다. 조건반사다. 비슷한 이치로, 오렌지 주스를 떠올릴 때면 물방울 송글송글 맺힌,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노란색 액체가 눈앞에 떠다닌다. TV광고 등을 통해 거의 조건반사에 이를 정도로 ‘학습’됐기 때문이다. 오렌지 주스는 오렌지 원형에 가까운 음료라고, 그러니 아무 의심하지 말고 ‘신선한’ 비타민C를 마시라고 말이다. 과연 그럴까. 오렌지 주스는 정말 그렇게 신선하고 순수한 먹거리일까. 업체들이 광고하는 ‘순수한’(pure), 혹은 ‘100%’ 오렌지 주스 뒤에 흰색 가운을 입은 수많은 연구진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오렌지 주스의 비밀’(앨리사 해밀턴 지음, 신승미 옮김)은 바로 이 오렌지 주스의 이면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춰낸다. 저자가 오렌지 주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하나로 모아진다. “유명 음료업체들의 오렌지 주스에서 연상되는 싱그러움과 상큼함이 실은 신중하게 제작된 기만적인 광고로 인해 조작된 이미지”이며 “주부가 시장에서 산 오렌지를 직접 짠 것 외에 ‘순수’하거나 ‘100%’인 오렌지 주스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각종 상품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사는 우리가 광고 이미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먹거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의 건강, 더 나아가 생존에까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오렌지 주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1961년 벌어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오렌지 주스 정체성 표준 개발 공청회’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마련된 기준이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청회 동안 정부와 업계 등은 ‘오렌지 주스 제품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요소, 공정, 첨가물은 무엇인가.’ 등에 초점을 맞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963년이 되어서야 FDA는 36건에 달하는 ‘결론’들을 도출해 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결론들이 업계의 이기적인 주장들을 막지는 못했고, 그로 인해 오렌지 외의 성분이 분명 들어가 있는데도 ‘100% 오렌지 주스’라고 당당히 표기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렌지 주스의 역사’는 결국 ‘오렌지 주스 마케팅의 성공사(史)’였던 셈이다. 책은 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NFC’(비농축과즙) 오렌지 주스의 진실, 음료업체 양대 산맥인 코카콜라와 펩시가 자회사를 내세워 벌이는 ‘오렌지 전쟁’ 등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1만 3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한국현대미술 뿌리를 찾아서…

    한국현대미술 뿌리를 찾아서…

    신학철의 ‘유월항쟁과 7, 8월 노동자대투쟁’ 작품 옆에 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그림 ‘명부시왕오도전륜대왕도’가 걸려 있다. 민중미술의 대표작가 신학철의 그림은 기득권자들의 탐욕과 눈먼 권력 아래 신음하는 민중의 애환과 희망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명부시왕오도전륜대왕도’는 지옥의 재판을 형상화한 그림. 현세의 업보가 내세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란히 걸린 두 그림을 보노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시공을 초월해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춘추(春秋)’전은 한국현대작가 11명의 작품과 고미술 작품 12점을 짝지워 보여준다. 공자가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 ‘춘추’에서 빌려온 제목에서 드러나듯 한국현대미술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다. 학고재갤러리 김지연 큐레이터는 “고미술을 통해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한편 박제된 고미술을 미술현장으로 불러내 현재성을 획득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고미술과 현대작가를 묶는 연결 고리는 작가의 작업 태도나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주제의식 등 형식과 내용 모두에 주목했다. 조각가 정현의 인물 조각은 몽인 정학교(1821~1914)의 ‘죽석도’와 형태상으로 놀랄 만큼 닮았는가 하면, 차고 이지러지는 달빛을 받으며 밤바다 위로 미끄러지듯이 흘러가는 배 모습을 담은 한계륜의 영상 작업에선 조선후기 황산 김유근(1785~1840)이 먼 산을 바라보며 배를 타는 강태공의 모습을 그린 ‘소림단학도’의 정서가 그대로 배어난다. 전통 산수화의 다시점과 전체 시점을 사용해 붉은색 산수화를 그리는 이세현의 그림은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와 묶였고,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고려시대 ‘암굴수월관음보살도’는 이용백의 그림과 쌍을 이뤘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02)720-152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글로벌 나눔 바이러스 2010] 경기창작센터 ‘우리시대 다문화’展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의 레지던시(주거 및 창작 공간)인 경기창작센터에 지난해 12월 반가운 손님이 왔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팔레 드 도쿄가 운영하는 레지던시 르 파비용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태국 작가 아피찻뽕 위라세타쿤도 르 파비용에서 작품 활동을 한 미디어 아트 작가다. 국내외 작가 15명은 옛 경기도립 직업전문학교를 고친 스튜디오에 머물며 경기 원곡동의 이주민 공동체와 다문화적 도시화 과정에 주목했다. 프랑스, 콜롬비아, 스페인,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은 지난 6월27일까지 한 달여 동안 ‘우리 시대 다문화’란 제목으로 경기도 미술관과 원곡동 제3 어린이 공원 등에서 전시와 퍼포먼스를 펼쳤다. 원곡동 중앙로는 ‘다문화 음식거리’로 유명한데, 태국 음식·중국 음식 등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파는 식당 180여개가 몰려 있다. ‘우리 시대 다문화’전에서 음식 배달 퍼포먼스를 펼친 작가는 한쪽 다리가 부러져 다리가 세 개밖에 없는 상에 음식을 차렸다. 원곡동에서 벌어진 마을 잔치는 받칠 다리 하나가 부족해서 위태로웠지만 음식상 위에서 피어나는 웃음꽃은 다른 동네잔치와 다를 바 없었다.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기획한 큐레이터 박만우씨는 “안산에서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권 착취, 인종차별, 폭력 등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프랑스처럼 우리만의 개방과 공존의 논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미술이 답을 줄 수는 없지만 새로운 감수성과 시각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외 프로젝트로 ‘아즈바이 춤 한번 추실라우?’란 제목의 퍼포먼스를 진행한 주희란 작가는 중국동포 노인회가 이미 원곡동 만남의 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교댄스 프로그램에 무대와 조명을 설치했다. 최현주 작가는 독일에서 유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느끼는 언어의 혼란, 그 안에서의 소통 가능성에 대한 작업을 바벨을 거꾸로 표기한 ‘레밥’이란 작업으로 풀어냈다. 파리의 르 파비용 창작센터에서 온 베네수엘라 작가 호르헤 페드로 누네즈는 안산 지역의 상가에 버려진 네온사인과 형광등을 재활용하여 다문화적 공간을 ‘조명’했다. 콜롬비아의 안드레아 아코스타는 버려진 소파들과 잡초를 촬영해 안산과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머무를 수 있는 권리’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0년 역사의 르 파비용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앙쥐 레치아 관장은 “미술인들이 요구하는 철학자, 사회학자, 도시건축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프로그램을 꾸린다.”며 “그동안의 국제 교류프로그램은 아르헨티나, 베트남의 메콩강, 일본의 규슈 지방 등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는 참여작가들로 하여금 생활공간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체성이라고 믿는 것을 이질적인 타자와 마주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만드는 예술 작업을 ‘커뮤니티 아트’라고 하는데, 이러한 지역 밀착형 예술은 미술의 정의뿐 아니라 일상까지도 바꾼다. 한국화를 그리는 박능생 작가는 서울 독산동 금천예술공장 작업실에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와 자녀를 초대했다. 작가는 그들에게 붓을 잡고 색을 칠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내 고향 집’ ‘내가 꿈꾸는 집’이라는 주제로 타일에 그림을 그리게 했다. 다문화 가정의 꿈을 엿볼 수 있는 이 타일 그림들은 금천예술공장의 벽에 ‘금천-삶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전시됐다. 흔히 커뮤니티 아트는 벽화를 연상하기 쉬운데 역시 금천예술공장에서 작업하는 리금홍 작가는 조선족이 많이 사는 동네 풍물을 직접 체험하는 ‘가리봉 동네 한 바퀴’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소통’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업 결과물을 내놓듯 커뮤니티 아트는 벽화처럼 한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의 과정이다. ‘구석진 곳에 관심을 두고 배려하는 예술’인 커뮤니티 아트를 통해 다문화 가정은 한국 사회에서 정체성을 발견하고, 참여하는 작가들은 새로운 깨달음과 즐거움을 얻게 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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