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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린턴 “사우디 여성 운전 허용 지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존경받는 여성 지도자’와 ‘미국 최고위 외교관’이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단체 회원들이 “여성의 운전을 금지한 사우디 정부를 비판해 달라.”고 호소하면서다. 마음 같아서야 사우디 왕정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싶겠지만, 외교관으로서 전통적 우방을 쏘아붙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사우디 여성의 운전을 허(許)하라.”며 보편 인권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애써 톤을 조절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클린턴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운전할 권리를 희망하는 사우디 여성들의 캠페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여성들이 ‘여성 운전 금지제 철폐를 공개 지지해 달라.’며 그에게 서한을 보내자 공개 지지로 화답한 것이다. 사우디에서는 지난달 한 여성이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렸다가 체포된 이후 여성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클린턴 장관은 “(여성 운전금지제 철폐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행동은 용감하며 옳다. 그들의 노력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7일에도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과 통화하던 중 여성 운전 금지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논란 탓에 미국과 사우디 간 외교 균열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해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전통적 맹방이었던 양국은 올 들어 중동 지역에 ‘재스민 혁명’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의견 대립을 보이며 줄곧 마찰을 빚었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 측은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 금지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스스로 결단한 일일 뿐 미국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애써 강조했다. 사우디는 서방 세력이 개입해 자국 여성들의 반발을 부추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평소 “퇴임 뒤 대선에 나서지 않는 대신 여성권익 보호를 위해 일하겠다.”고 밝힐 만큼 여성권익운동에 적극적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한국인도 일본인도 영국인도 아닌 내 정체성은 뭘까. 한국인인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간절히 얻고 싶었습니다.” 도쿄 아오아먀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미치코’에서 남자 주인공 리하르토 역을 맡고 있는 신원(24·일본명 신겐)씨는 혼혈 한국인 4세다. ●재일학자 故 신기수 선생의 외손자 한·일 관계사 분야에서 저명한 재일 학자로 알려진 고(故) 신기수 선생의 손자다. 신 선생은 ‘에도 시대의 조선통신사’ 등 한·일 관계 저서 22권과 ‘해방의 그날까지’ 등 기록영화 10여편을 남겼다. 하지만 신씨의 아버지는 영국인이어서 서양인의 외모를 지니고 있다. 런던에서 태어난 신씨는 10세 때까지 영국에서 지냈고, 이후 일본 고베에서 생활했지만 2002년 외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뿌리를 찾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외모가 서양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헬로’라고 말을 걸어 왔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남들이 그렇게 봐 주지 않아 정체성에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며 청소년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와중에 한·일 관계 연구에 평생을 바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아 재일 한국인에 대한 고민까지 더하게 됐다. 당시 고베 아시아 미나미 고교에서 호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행선지를 한국으로 급히 바꿨다. 한국말을 전혀 못했지만 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03년 우여곡절 끝에 서울 중동고 3학년에 전학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모두가 살갑게 대해줘 ‘아 이게 핏줄 의식이구나’라고 깨닫게 됐다.”는 그는 “선생님들이 체벌을 주면서도 저는 제외하려 했지만 오히려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받을 정도로 ‘한국식 동료의식’에 푹 빠져 지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년간 지낸 신씨는 이때 깨달은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일본에서도 한국식 이름을 자신있게 드러내 놓고 활동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 세계진출 기여하고 싶어” 와세다대 1학년 때 뮤지컬 ‘렌트’(Rent) 오디션에 합격해 무대에 선 뒤 영국국립연극학교(RADA) 워크숍을 이수하는 등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9월 입학한 뉴욕의 명문 연극학교 ‘슈라이버 스튜디오’에 다니다 뮤지컬 ‘미치코’에 캐스팅됐다. 오는 12월부터는 뮤지컬 ‘로키 호러 쇼’에서 주인공 로키 역을 맡게 된다. 배우 조승우와 정용석 뮤지컬 감독의 팬이라는 신씨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해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궁궐장식’ 펴낸 허균 민예미술연구소장

    [저자와 차 한 잔] ‘궁궐장식’ 펴낸 허균 민예미술연구소장

    문화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눈앞의 형상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과 뜻을 보라는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문화재를 대할 때 외형만의 천착과 표피적 바라보기에 치우치기 십상이다. 최근 책 ‘궁궐장식-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상징하다’(돌베개 펴냄)를 낸 허균(64)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은 그런 측면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발로 뛰어 전국 문화재의 속살을 알기 쉽게 드러내 보이는 문화재 길라잡이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흔치 않은 인물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편수연구원,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감정위원·심사평가위원을 지낸 그의 전공은 한국미술사(홍익대 대학원)다. 전공 때문인지 그는 전문가들로부터 “주제넘게 문화재의 영역을 침범하느냐.”는 지적을 숱하게 받았단다. 그가 펴낸 책들을 보면 그가 지향하는 바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사찰장식-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전통 문양’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한국의 누와 정’ ‘서울의 고궁산책’…. 전문가와 사가들의 질시와 빈정에도 그의 주장은 또렷하다. “어차피 당시대를 살지 못했다면 문화재의 직접적인 기록과 그 언저리에 묻힌 것들을 통해 실체를 밝혀야 합니다. 문화재의 형상을 뛰어넘어 그 배후를 속속들이 알아내려는 연구는 학제와 전공과는 상관없는 것입니다.” 우리 눈앞의 문화재는 유형물이지만 그것을 만들고 그 자리에 있게 한 것은 사람인 만큼 그 사람의 미의식과 철학을 더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 궁궐에 담긴 경천애민 정신 새 책 ‘궁궐 장식’을 출간하게 된 배경도 바로 조선 궁궐에 담긴 상징이며 조형물의 숨은 뜻 찾기에 있다. “조선 궁궐은 큰 틀에서 유교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문화재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유교 철학·유교 윤리가 몸에 밴 조선 왕이며 사대부들이 궁궐 곳곳에 세우고 가꾼 전각과 장식들엔 유교 양식의 건축물을 뛰어넘는 철학과 미의식이 고스란히 담겼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백성들이 겪는 농사의 어려움을 생각하자며 경복궁 천추전 서쪽 뜰에 세운 흠경각이며 하늘을 관찰하기 위한 창경궁의 관천대, 바람을 읽기 위한 경복궁·창경궁의 풍기대를 단지 건축물로만 볼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경천애민의 정신을 살펴보자는 말이다. 경복궁 근정전 주변의 12지상과 사신상은 중국 궁궐에선 찾아볼 수 없는 조형물이고 궁궐 정전의 어좌 뒤편에 펼쳐진 그림인 일월오봉병도 성리학적 배경의 산수풍광이지만 자연의 도(道)를 담은 독특한 우리 전통산수화 양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는 선조들의 철학 만나는 매개체 결국 그의 지론은 한군데로 모인다. 역사와 내력도 중요하지만 그 진면목을 밝히고 이해하는 쪽으로 문화재를 보는 안목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 궁궐을 다룬 연구만 하더라도 대부분 건축구조와 기법 중심으로 치우쳐 정작 궁궐에 담긴 상징이며 배후의 진실은 도외시되기 일쑤란다. “문화재는 선조들의 정신·철학과 만나는 결정적인 매개체입니다. 문화재를 통해 선조들의 생활철학과 사고구조, 미의식을 제대로 알아내는 방법이 결국 나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지름길이죠.”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與 全大 화두 ‘변화·개혁’… ‘친보수 vs 좌클릭’ 7인 경쟁 시동

    與 全大 화두 ‘변화·개혁’… ‘친보수 vs 좌클릭’ 7인 경쟁 시동

    2주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의 화두는 단연 ‘변화·개혁’이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군들 모두 새로운 가치 및 정책을 바탕으로 당의 환골탈태를 내세웠다. 40~50대로 낮아진 연령대, 중립성향을 자처하며 탈(脫)계파·화합을 주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통분모가 많은 후보들인 만큼 이번 전대는 후보들 간 차별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원희룡(47) 의원은 전대 출마와 동시에 내년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직전 사무총장으로서 책임론에 몰릴 것을 대비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원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면서 “지역구(서울 양천구을)는 참신한 인재에게 양보하고 우리 당이 총선에서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선주자들과 발이 부르트도록 뛰겠다.”고 밝혔다. 이어 출사표를 낸 3선의 권영세(52)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연 지 1년도 안 돼 또 전당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전 지도부 출신 후보들을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화합형 당 대표’를 내건 권 의원은 “계파에 얽매이지 않고 중도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해 온 화합형 지도자는 권영세가 유일하다.”며 중립성향을 강조했다. 후보들의 차별화 전략은 특히 정책대결에서 선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서민 정책, 공천개혁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한 미묘한 입장차가 계파성향을 드러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박진·원희룡·나경원 후보의 경우 보수 정체성에 무게를 둔 반면 남경필·권영세·유승민 후보는 눈에 띄는 좌클릭 정책들로 개혁성을 강조했다. 반값 등록금 이슈에 대해서는 홍준표 의원은 등록금 차등화제를 내세웠고 원희룡·나경원 의원은 등록금 인하와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남경필 의원은 내년부터 대학등록금 45%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고, 권영세 의원도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에 적극적이다. 대구 출신의 유승민 의원을 제외한 6명의 후보가 수도권 출신이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도 큰 변수가 됐다. 남 의원은 출마선언 일성으로 주민투표 반대 의사를 밝혔고, 권 의원도 “무상급식은 의무교육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주민투표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당 대표 출마를 고심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날 불출마 뜻을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성명을 내고 “7·4 전당대회는 철저한 반성과 희생을 통해 국민에게 한나라당의 미래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라면서 “모든 후보들이 책임 있는 정당, 화합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분골쇄신할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특파원 칼럼] 태극기와 성조기/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태극기와 성조기/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태극기를 밟고 찍은 사진이 한국에서 논란이 된 모양이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둘로 갈려 있었다.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태극기를 짓밟다니, 대한민국을 떠나라.”라는 비난과 “별걸 다 트집 잡는다. 그럼 태극기를 엉덩이에 두르는 것은 괜찮으냐.”라는 두둔이 드잡이하고 있었다. 내 알량한 분석력을 총동원해 판단하건대, 한 전 총리가 고의로 태극기를 밟은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아마도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의식하느라,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석에 헌화하느라 태극기에 신경을 쓰지 못한 듯하다. 정말 작심하고 모독하고 싶었다면 굳이 신발을 벗고 태극기 위에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적어도 잠재의식 속에서라도 그가 태극기를 무시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다른 사람 같으면 태극기를 밟거나 엉덩이로 깔고 앉았더라도 실수로 봐줄 수 있지만, 한 전 총리는 통혁당 사건으로 복역했던 전력으로 미뤄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의 잠재의식 속에 정말 ‘태극기 무시’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의 모습에서 태극기에 대한 극진한 애정이 묻어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극진한’이라 함은 부모님 영정만큼, 아니면 자신이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의 영정만큼 끔찍이 위한다는 의미다. 만약 그랬다면 아무리 경황이 없더라도 태극기에 발을 올려놓는 일은 저어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어떤가. 고백하건대, 나 역시 태극기를 극진히 예우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경일에는 ‘애국심을 꼭 표현해야 맛인가.’라는 자의적 논리로 국기 게양의 귀찮음을 합리화했고, 평소 태극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월드컵 응원할 때나 돼서야 맘 떠난 애인 손잡듯 찾는 게 태극기였다. 왜 그랬을까 ‘분석’해 보니 과거 군사정부 시절 강요된 애국심에 대한 무의식적 반발심리였던 것 같다. 그때는 길을 걷다가 저녁 무렵 애국가가 울리면 그 자리에 부동자세로 서서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를 웅얼거리던 시대였다. 민주주의도 자라고 나도 자랐지만, 태극기에 대한 나의 정서는 유년기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나는 미국에 와서 ‘개과천선’했다. 미국 국민의 성조기 사랑은 가히 설화적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공사장 타워크레인 꼭대기에 성조기를 꽂아놓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중고차 판매장에 진열된 수백대의 차 하나하나에 성조기가 붙어 있는 모습도 봤다. 이러니 미국에서는 따로 국경일에 국기를 내걸라고 계도할 필요가 없다. 미국인의 이런 태도는 세계 최강대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일류대학, 일류직장에 다니면 자랑하고 싶은 심리다. 미국인들에게 있어 성조기 사랑은 불온한 파시즘이나 유치한 우상숭배가 아니라, 국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끌어올림으로써 행복감을 느끼는, 유쾌한 ‘퍼포먼스’인 셈이다. 삼류대학, 삼류직장에 다닌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지는 것처럼 삼류국가 국민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국기를 자랑스러워할 수 없다. 성조기를 자랑스러워하는 미국 공사장 노동자가 태극기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한국의 화이트칼라보다 더 행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국기 홀대는 자신을 홀대하는 것이고 국기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인 것이다. 만약 북한 인공기를 너무 흠모한 나머지 태극기에 정이 안 가는 분이 정말 있다면, 그 마음 씀이 너무 박절하다고 말하고 싶다. 태극기는 남북이 분단되기 훨씬 전부터 우리와 가시밭길을 함께한 ‘겨레의 조강지처’이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의 혈서를 받은 것도 태극기였고, 유관순 누나가 아우내장터에서 손에 들었던 것도 태극기였다. 지난주에는 프랑스의 한류팬들이 우리보다 더 열렬하게 태극기를 흔들었다. carlos@seoul.co.kr
  • [시론] ‘문화재 환수’가 겨레의 단합 계기되길/혜문 스님·조선왕실의궤환수委 사무처장

    [시론] ‘문화재 환수’가 겨레의 단합 계기되길/혜문 스님·조선왕실의궤환수委 사무처장

    지난 11일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을 축하하는 국민환영 행사가 경복궁에서 열렸다. 하루 앞선 10일에는 한·일도서협정이 발효돼, 일본 궁내청이 소장한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1205책의 도서도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약탈 문화재의 연이은 귀환으로 ‘문화재 환수 운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정부도 ‘민·관 협력 문화재 환수 전담 기구’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이미 문화재청은 6명으로 구성된 ‘국외문화재팀’을 발족, 해외 문화재 반환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환수’ 문제는 아직까지 그다지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어떤 문화재를 우선적으로 환수해야 하는지 문제가 결정되어 있지 않다.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가 수십만점이라지만 모두 환수 대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환수 대상 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불법적 유통경로’를 추적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불법적 유통경로를 규명한 대상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직지심경과 같은 문화재는 안타깝게도 ‘불법거래된 문화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현재까지 문화재 환수 성적도 저조하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돌려받은 문화재를 제외하고 우리가 돌려받은 국보급 문화재는 2006년 일본 도쿄대학으로부터 환수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이 유일하다. 그나마 귀국 직후 고궁박물관에서 두 달 동안 전시된 뒤 서울대 규장각으로 옮겨져 지금까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환수된 문화재의 관리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도쿄대로부터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이 돌아오자 서울대 규장각은 겉 표지에 ‘규장각 장서인’을 날인, 국보 훼손이 아니냐는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6·25 당시 미군이 약탈했던 ‘명성황후 표범 카펫’은 1951년 미국 정부가 우리정부에 반환했으나 지난해까지 행방이 묘연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국민감사’를 청구하자 부랴부랴 소재 파악에 나섰고 그제서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60년 만에 발견되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 문화재 환수에 대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었다. 문화재 전문가라는 학자들과 정부 관료, 시민운동가들이 모여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분들의 발표와 주장을 들어보아도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문화재 환수 운동은 상대가 있는 운동이고, 그 상대란 것이 대개 선진국이기 때문에 신중한 대응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응책의 골자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렇게 신중하고 예의바른 노력으로 인해 환수된 문화재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검증된 적 없는 이론에 불과하거나 외국의 사례를 분석하는 초보적 수준에 불과한 이야기임을 증명한다. 이런 미숙한 상황에도 불과하고 침략으로 약탈당했던 문화재들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놀라운 변화이다. 이것은 우리가 먹고 살기 급급했던 시절을 넘어서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좋은 신호이다. 남북으로 분단된 민족이 ‘한마음’으로 단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문화재 환수’ 운동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외세에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는 문제에는 남북한과 해외동포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뭉칠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에 되돌아올 예정인 일본 궁내청 조선왕실의궤에 관한 소식을 일본의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북한에서도 의궤 반환문제를 중요한 소식으로 전하고 있다고 한다. 빼앗긴 문화재의 제자리 찾기가 분열된 우리 민족의 제자리 찾기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발원(發願)한다.
  • [테마로 본 공직사회] 세대별 女공무원 3인 그들에게 공직사회는

    [테마로 본 공직사회] 세대별 女공무원 3인 그들에게 공직사회는

    공무원 시험은 국가직·지방직 가릴 것 없이 여풍(女風)이 거세다.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근무 행태나 공직문화는 아직 남성 일방으로 흐를 때가 많다. 반면 여성들이 분발해야 할 부분도 많다.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공무원 주자 3명에게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그녀들은 누구 김경희(56) 경기도 비전기획관(부이사관)은 1973년 경기도 광주군 5급 을(현재 9급 공채)에서 시작해 현재의 자리까지 올랐다. 올해 신설된 비전기획관은 경기도 내에서도 핵심 요직. 도의 미래 비전과 종합기획 등을 관장하며 100여명의 직원들을 지휘하는 자리다. 신영숙(43) 행안부 연금복지과장이 1994년 행시 37회로 임용될 당시 300여명 동기 중 여성은 그를 포함해 8명에 불과했다. 현재 행안부 내 2명의 여성 과장 중 한 사람이다. 나주희(31) 행안부 주무관(7급)은 5년차 신세대 공무원. 그가 일하는 인사기획관실은 부처 내 ‘꽃보직’으로 꼽히는데 15명 중 7명이 여성이다. ●거쳐온 길과 승진 김 기획관은 1987년 내무부 최초의 여성 공무원이다. 당시만 해도 타자수 같은 기능직은 있어도 일반직 여성은 전무했다. 그녀는 걸어다니는 ‘주민등록 사전’이었다. 당시 국가행정전산망 사업 중 핵심이었던 ‘주민등록 양식 전산화’가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조언을 구할 선배도, 여성 동료도 없었다. “일에선 가장 전문가인데도 민원전화만 받으면 ‘남자 직원 바꾸라’는 소릴 듣던 때였죠.” 이런 분위기는 신 과장 세대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조직에 순화하기 위해 여성성이 부정돼야만 했다.”고 돌아봤다.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상대하는 직원·민원은 40대 이상 ‘아저씨’였기 때문. 사회적 직위와 개인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도 겪었다. 신 과장은 “(여 선배가 없어) 전략적 학습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사무관 때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만큼 노력했고 이제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했다. 나 주무관은 “아직 젊다 보니 조직 안에서 나이·경력에 밀릴 때가 있다.”면서 “가장 필요한 건 업무적 논리다. 내세울 게 없기 때문에 근거법령 등을 정확히 알고 일하면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질게 일해도 발탁 승진 따윈 기대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김 기획관은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못 박았다. “제가 동기들보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똑같이 국장급이다. 일 잘하는 여성이라고 발탁됐으면 오히려 주위에 얼굴도 안 서고 동기들에게도 미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 지원해 달라 1999년 출산한 신 과장은 임신 7개월 때까지도 주변에서 모를 정도였다. 그는 “제가 유난스러웠던 게 아니고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일을 제대로 못하거나 주변에 폐를 끼칠까 봐 그랬다.”면서 “당시만 해도 청사 안에 배가 불러 다니는 여성도 없었다. 사무실 흡연으로 피해도 많이 봤다.”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축복받아야 할 임신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출산휴가가 당시 두 달이었는데 40여일 만에 출근했고 육아휴직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신청하면 경력을 아예 포기하는 걸로 간주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정책·균형인사에 박차가 가해지고 실제로 여성 공무원도 늘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바뀌었다. 나 주무관은 “저희 연차는 남자라도 결혼하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일 끝나고 ‘직퇴’(바로 퇴근)가 철칙이다.”고 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아내·엄마의 일을 위해 가족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은 잘못됐다. 국가에서 대신 떠맡아 줘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제는 리더십 함양 ‘여성리더’가 아닌 ‘리더’로 거듭나려면 조직관리 능력은 필수다. 신 과장은 “무조건 카리스마가 능사가 아니고 여성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마냥 휘어잡는 것보다 소통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서 “여성은 공사구분이 확실한 것도 큰 장점이다.”고 했다. 그러나 훈련도 필요하다. 김 기획관은 “아직 학연·지연으로 얽힌 공직문화에서 비공식적 네트워크 확장도 중요하다.”면서 “기관장의 정치철학, 비전을 꿰뚫어보며 세상 보는 눈을 넓히는 노력을 후배들이 계속 해 달라.”고 주문했다. 남성 친화적인 사고도 중요하다. 김 기획관은 “우리(여성)만 생각하면 안 된다. 신세대는 성별 관계없이 이기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나는 공(公)이 앞선다고 본다. 그래야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으로 갈수록 여성 간부는 한 기관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다. 여성가족부가 좀 더 공격적으로 들이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과장은 “밀려드는 일에 쫓기다 보니 후배들을 지원해 줄 겨를이 솔직히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나 주무관 역시 “배우고 싶은 선배들은 많은데 조직적인 멘토링 지원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중독성 있는 공연… 감정 연기 즐거워”

    “중독성 있는 공연… 감정 연기 즐거워”

    ‘헤드윅’. 남자배우 4명(조정석, 최재웅, 김동완, 김재욱)이 번갈아 주인공을 맡는 뮤지컬이다. ‘미모’도 용호상박이고 연기 색깔도 저마다 개성 있다. 대략 난감. 누구를 인터뷰해야 하나. ‘공연 좀 보러 다닌다.’는 사람들에게 추천을 부탁했더니, 의외로 압도적인 답변이 나왔다. “헤드윅의 정석은 뭐니뭐니 해도 조정석이지.” ●“내가 봐도 예쁠 때 있어… 남성 관객이 엉덩이 만지기도” 인터뷰에 앞서 공연을 봤다. 왜 사람들이 그를 ‘뽀드윅’(뽀얀 피부와 애교 넘치는 발랄함에서 비롯된 애칭)이라고 하는지 단박에 느낌이 왔다. “분장한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예쁘다고 느낀 적이 있다.”는 조정석(31). 동반 캐스팅된 김동완(그룹 신화 출신)이 “헤어진 여자친구와 닮아 깜짝깜짝 놀란다.”고 고백했을 만큼 그는 예쁘다. 몸 동작도 요염하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폭발적이다. 그를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헤드윅’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2006년, 2008년, 그리고 올해…. 중독성이 있는 공연이에요. 계속 하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컨트리나 블루스 등 (극 중) 노래들도 참 좋아요.” 그는 뮤지컬 배우 송용진(200회 이상) 다음으로 ‘헤드윅’을 가장 많이 한 배우다. 헤드윅은 성 전환 수술에 실패한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가수 이름이다. 한마디로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영혼이다. 감정 표현이 쉽지 않은 캐릭터라는 뜻이기도 하다. “배우는 감정 노동을 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좀 예민한 편이라 힘든 느낌은 없어요. 작년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우울한 소년(모리츠)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도 오히려 즐겁고 잘 맞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픔, 슬픔, 이런 감정선을 관객들이 읽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척 즐거워요.” ●“몰입은 힘의 원천… 양면성 있는 영화 캐릭터 해 보고 싶어” 정작 그 자신은 시원시원하게 얘기하지만 작품 속에서 갖는 헤드윅의 비중은 무겁다. 주인공이 공연 진행과 노래를 도맡아 2시간가량 끌고 가는 콘서트형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객은 헤드윅이 웃으면 따라 웃고, 화를 내면 같이 분노한다. 객석을 동화시키는 ‘힘의 원천’을 물었다. “헤드윅이라는 인물에 100% 몰입하는 것?(웃음) 일단 무대에 올라가면 조정석이 아닌, 헤드윅에 철저히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면 버림받은 헤드윅의 분노, 삶의 슬픔, 이런 느낌이 본능적으로 전해져 와요.”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관객 의자 팔걸이에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며 야한 몸동작을 하는 대목이 있는데 언젠가 한번은 남성 관객이 제 엉덩이를 만져 무척 당황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노련해져 웬만해서는 당황하지 않습니다(웃음). 아, 브래지어 속에 넣은 토마토를 끄집어내 던지며 절규하는 장면이 있는데 토마토가 없어져 혼난 적도 있어요.” 그는 2004년 데뷔했다. 8년째 뮤지컬 배우로 살면서 눈물 삼킨 날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家長)이라 늘 뭔가에 짓눌리는 느낌이 있고, 단독 주연(원 캐스팅) 공연을 할 때는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가장 힘든 건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입니다.” 그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뮤지컬, 연극, 드라마를 종횡무진 오가고 있는 조정석. 일흔 넘은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배우야.”라고 주위에 자랑할 때 무척 행복하단다. 그에게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영화배우다. “원래 꿈이 영화배우였어요. 서울예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제 공연을 본 어떤 기자 분이 트위터에 ‘조정석 심장에는 마그마가 있는 것 같다. 끓어오르는 에너지로 그가 사이코패스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올렸는데 양면성이 있는 캐릭터로 영화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뮤지컬 ‘헤드윅’은 8월 21일까지 서울 삼성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볼 수 있다. 5만~6만 5000원. (02)3404-4311.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세계 인문학 고전 읽기의 새 지평 열다

    “한국 인문학 연구 수준의 진전을 확인했습니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과 한길사가 함께 만든 ‘문명텍스트’ 총서를 출판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책을 만들려고 해도 연구자가 흔치 않아 출판사 혼자 하기 어려웠던 기획”이라고 소개했다. 먼저 9권이 발간된 ‘문명텍스트’ 총서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인문한국(HK)문명연구사업단이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되었나’를 주제로 인문학 고전들을 번역하고 해설한 책이다. 산스크리트어부터 중세 프랑스 도시까지 다양한 전공을 가진 24명의 연구자는 3년이 넘는 기간에 매주 공동 세미나를 열어 동서양의 고전을 해석했다. 문명 연구에 참여한 이혜경 연구교수는 “서양에서는 문명이 이성에 의한 인간의 발전이었다면 동아시아로 와서는 부국강병의 도구로 변질됐다.”고 화두를 설명했다. ‘문명텍스트’ 총서는 각 문명의 고전을 번역한 1단계 작업에 이어 앞으로 6년간 2단계로 문명의 교류와 충돌을 연구한다. 3단계에서는 한국적 문명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문명텍스트’ 총서를 통해 번역된 고전은 10세기 후반 헤이안 시대 일본 여성의 일기문학 작품인 ‘가게로 일기’, 몽골의 영웅 서사시 ‘장가르 1’, 페미니스트 여성 지리학자가 쓴 ‘페미니즘과 지리학’ 등 대부분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여기에 청나라 황종희가 쓴 ‘맹자사설’, 독일의 신학자 헤르더가 1774년 익명으로 발표한 ‘인류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역사철학’, 17세기 영국 내전 시기에 나온 팸플릿을 엮은 ‘자유의 법 강령’, 15세기 조선 최고의 지성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소혜왕후가 편역한 ‘내훈’ 등도 같이 번역됐다. 동양과 서양은 물론 몽골, 아랍, 아프리카 등 때로 주목받지 못했던 세계 여러 문명의 고전이 소개될 예정이다. 20여년간 ‘그레이트 북스’란 시리즈로 고전을 소개한 김언호 대표는 “인문학의 수준 향상은 풍부해지고 다양해진 주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읽기가 귀찮을 정도로 많이 달린 주석이 책의 질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주석은 번역이 아니라 새로운 저술작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자책 등을 통해 학술 서적의 대중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인문학은 우리 사회에 학습 과제를 던져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게끔 한다.”며 “인문학 연구는 한 사회를 반듯하게 일으켜 세우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는 외국 고전 번역으로 이뤄졌지만 ‘문명텍스트’ 총서는 앞으로 연구서의 비중을 점차 높여 한국의 새로운 인문 정신을 정립하는 것이 목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가장 미국적인… 가장 고흐다운…

    가장 미국적인… 가장 고흐다운…

    미국과 프랑스 미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전시가 각각 열린다.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 소장품들이 한국 나들이를 한 것.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과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각각 관람객을 맞고 있다. -덕수궁미술관 ‘휘트니미술관전’ 11일 덕수궁미술관에서 시작되는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 : 휘트니미술관전’은 제목 그대로 아시아 최초로 휘트니미술관의 미국 현대미술품들을 집중 전시한다. 휘트니미술관은 미술관 가운데서도 가장 미국적인 미술관으로 꼽힌다. 현대미술에서 이름 높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국제적 성격을 강조한다면, 휘트니미술관은 1930년 출범 때부터 미국 작가 지원을 위해 미국 현대미술품만 수집하겠다고 공언했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 ‘아메리칸 아이콘과 소비문화’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미국을 상징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를 드러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익히 알려진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비롯, 웨인 티보와 제프 쿤스 등의 작품이 선보인다. 2부 ‘오브제와 정체성’은 일상과 개인사에 집중한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이 나선다. 3부 ‘오브제와 인식’에서는 일상용품을 비현실적 시공간에 배치해 독특한 의미를 생산해 내는 클래스 올덴버그 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이런 현대미술을 많이 접해 봤다면 특별 섹션인 ‘미국 미술의 시작’(American Modernism)에 시선을 줄 만하다. 20세기 초입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나서기 전 급속한 경제개발과 뉴딜정책,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풍경을 고스란히 화폭에 옮긴 존 슬론,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등의 대표 작품이 나온다. 9월 25일까지. 1만 2000원. (02)2022-0600. -한가람미술관 ‘오르세미술관전’ 오르세미술관은 널리 알려졌듯 파리 센 강변의 폐철도역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단순히 폐철도역을 재활용해서가 아니라, 인상파 화가들이 기차로 상징되는 현대문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루브르박물관의 인상파 화가 작품을 집중적으로 옮겨둔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오르세미술관 소장품 전시는 한국에서 세 번째. 이전에는 회화가 30~40점 정도만 전시됐다면 이번엔 회화 73점을 비롯, 사진 자료까지 포함해 모두 134점이 전시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오르세미술관이 대대적인 수리 작업에 들어가면서 해외 전시에 잘 내놓지 않던 작품들까지 내놓게 된 덕분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이란 전시 제목을 받쳐 주는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고흐는 이 작품과 함께 ‘별이 빛나는 밤’(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아를,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소장) 등 별이 있는 밤 풍경 그림을 석 점 남겼는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 작품이 인상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초기 인상파의 정신적 지주이자 “천사를 그릴 테니 천사를 가져다 달라.”고 했던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여자 성기를 적나라하게 그린 ‘세상의 기원’, 딱히 인상파라고 하긴 어렵지만 인상파와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밀레의 ‘봄’ 등도 함께 전시된다. 인상파라도 인물화를 잘 그리지 않았던 모네의 초기 인물화 ‘고디베르 부인’처럼 이색적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9월 25일까지. 8000~1만 2000원. (02)325-1077~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7000개 피어싱·초록색 얼굴 ‘피오나 공주’ 시집갔다

    “외모가 아닌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았다.” 영화 ‘슈렉’의 피오나 공주처럼 얼굴을 초록색 문신으로 물들이고, 온몸 곳곳에 7000여개에 달하는 피어싱을 한 40대 브라질 여성이 지난 8일(현지시간) 한 남성의 부인이 됐다. 6924개에 달하는 피어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피어싱을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일레인 데이비슨(46)은 지난 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전직 공무원 더글라스 왓슨(60)과 정식 부부로 거듭났다. 신랑과 신부는 전혀 딴판인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얼굴에만 192개의 피어싱으로 장식한 데이비슨과는 달리 더글라스는 평범한 짙은색 양복에 피어싱은 단 하나도 하지 않은 것. 그러나 두 사람은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식 내내 팔짱을 끼고 키스를 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스코틀랜드로 이민가 간호사로 일했던 데이비슨은 “몸을 이용한 예술로 정체성을 찾겠다.”는 목표로 7000개의 달하는 피어싱을 했다. 몸에 하고 있는 피어싱의 무게만 3kg로, 2000년 5월 데이비슨은 기네스기록까지 거머쥐었다. 데이비슨의 모습은 화려함을 뛰어넘어 자칫 괴기해보이기도 하지만 왓슨은 이런 그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고 밝혔다. 왓슨은 “15년 전 글래스고에 있는 커피숍에서 처음만난 뒤 줄곧 함께 했다.”며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지만 그녀의 마음은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데이비슨을 두고 고통을 즐기는 ‘패티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그녀는 “피어싱은 고통스러운 작업일뿐 그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면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몸에 예술을 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23년 정치師弟 ‘마이웨이’

    23년 정치師弟 ‘마이웨이’

    “인생의 스승 같은 분이다.”(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유시민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정치인이다.”(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해찬(얼굴 왼쪽)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오른쪽) 국민참여당 대표는 23년 동안 정치적 ‘사제관계’를 맺어 왔다. 1988년 당시 초선의원이던 이 전 총리의 보좌관으로 유 대표가 결합하면서부터다. 두 사람은 참여정부에서 각각 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며 친노(親) 진영의 대표 인물로 꼽혔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유 대표의 누나인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 이 전 총리 캠프의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012년을 앞두고 정치권 지각변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이 전 총리는 야권 대통합을, 유 대표는 진보정당과의 소통합을 택했다. 친노 시민정치운동 단체인 ‘시민주권’의 상임대표인 이 전 총리는 지난 5일 충남 아산의 한 호텔에서 워크숍을 갖고 이달 안에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국민운동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시민주권 사무총장인 김형주 전 의원은 “야권의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대통합으로 가는 모멘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함께 ‘미래의 진보, 유시민·이정희 대담’이라는 책을 오는 16일 출간한다. 언론에서 나눈 대담과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담았다고 한다.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최근 유 대표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과거를 묻지 않겠다. 참여당과도 통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공저’는 야권 통합 논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독자파는 “결국 진보대통합이 유시민·이정희 프로젝트였느냐.”며 반발했다. 대통합파도 “2012년 승리를 위해선 소통합이 아닌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 전 총리와 유 대표는 앞서 참여당 창당과 4·27 김해을 재·보선에서도 꽤 먼 거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친노 핵심 관계자는 “두 사람은 여전히 신뢰하는 사이다. 목표는 같지만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문성근 “총선 출마 가능성 열어두겠다”

    문성근 “총선 출마 가능성 열어두겠다”

    “좋지, 나도 그 꿈 하나 믿고 저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올라왔어. 그냥 공짜로 올라온 거 아냐.” 1997년 도시화의 광풍이 몰아치던 일산신도시, 재개발이 확정된 한 허름한 건물 옥상에서 ‘가족들과 작은 식당 차려서 오순도순 살고 싶다.’던 꿈을 전한 조직원 막동이(한석규)에게 보스 배태곤(문성근)이 건넨 말이다. 영화 ‘초록 물고기’에서다. 막동이의 허리를 안고 “인생에 공짜는 없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던 영화배우 문성근(58)씨.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로도 유명한 그가 요즘 가슴 밑바닥에 감춰 두었던 꿈을 펼치고 있다.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유쾌한 백만민란 대표일꾼.’ 배우 직함 대신 내민 새로운 직책이다. 백만민란은 야권 단일연합정당 운동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직후 문 대표가 처음 제안했다. 현재 회원은 약 16만명이다. 지난 1일 일산의 한 식당, 3일 여의도 63빌딩 근처 커피숍, 그리고 4일 일산동구청 근처 한 커피숍에서 세 차례에 걸쳐 문 대표를 만났다. 26년 동안 영화(연극)배우로 살았던 문 대표가 야권 단일정당 운동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무대가 아닌 골목과 거리를 누비며 꿈꾸는 세상은 또 무엇일까. →백만민란이라니, 너무 선동적이지 않은가. -정당 민주화를 통해 전국 정당을 이루고 2012년에 민주진보 정부를 수립하자는 운동이다. 2012년은 민주진보 진영에게 중요한 해다. 대선 이전에 총선부터 단일 정당이 돼야 다수당이 될 확률이 높다. 국민이 참여하는 정당 구조가 돼야 지속 가능하다. →민주당은 기득권 포기를,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의 비민주적 운영을, 진보정당은 정체성 훼손을 우려한다. 현실화가 쉽지 않은데. -야권이 합의할 수 있는 정책이 많아졌다. 남북대화하듯 포용하면 된다. 그동안 단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 정치는 연애다. 탈락한 후보 쪽 지지자들은 내 후보처럼 단일후보를 지원하지 않는다. 진보대통합 후 민주당과의 선거연대, 연립정부를 전제로 한 선거연합은 한계가 있다. 민주당과 나중에 선거연대하면 전국 정당이 어렵다. 경선하면 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도 기득권 포기가 아니다. →단일 정당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나. -당론을 강제하지 않으면서 합의할 수 있는 만큼만 합의하고 합의가 안 되는 것은 정파로서 경쟁하자는 것이다. 정파등록제(소수 정당 정체성 보장제)와 복수정파제를 도입하면 된다. →왜 배우인 문성근이 굳이 나섰나. -나는 참여정부 5년 내내 비켜 있었다. 산만 다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문화제 때 참여정부를 다시 생각했다. 서거 15분 전 집 앞에 있는 풀을 가지런히 뽑았던 그 마음을 떠올렸다. 죽어서도 역사 속에서 살아 있겠다는 것, 남은 우리들에게 지역구도 극복의 역사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 아니었을까. 민주정부 10년 동안 정치권의 경쟁과 갈등과 분열과 재결합 과정에 전혀 관계하지 않았다. 그래서 특정 정파를 도우려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배우는 체제에 대한 무게를 덜 느끼고 윤리도 뒤집어 본다. 이 운동은 일종의 배우적 상상력이다. 문 대표는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친 고 문익환 목사 얘기가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 전 대통령과는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명동사건)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문 목사가 민주화 투사로 전환한 해다. 노 전 대통령은 문 목사 방북 사건 변호를 맡아 달라고 찾아갔을 때부터 각별하게 지냈다. 문 목사가 신학자에서 운동가로, 문 대표가 영화에서 정치로 뛰어든 시기가 공교롭게도 일치한다. 58세 때다. 아버지의 유일한 흠결은 1987년 양김(김영삼·김대중)의 분열을 막지 못한 것이라고 문 대표는 말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문 대표는 “이 운동을 성공시키는 데 할 일은 모두 다 감당하겠다. (그 일이 무엇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고 다짐했다. ‘꿈 하나 믿고 저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다.’던 배우 문성근의 ‘초록 물고기’가 어쩌면 ‘정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 대표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이신범 전 의원에게 당시 거주하던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빌려 줬던 기억, 2008년 노 전 대통령에게 부산시장 출마를 권유했던 일화도 들려줬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씨줄날줄] 제3의 성(性)/이춘규 논설위원

    성(性) 정체성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용어도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성전환자, 동성애자(게이·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이 혼용되고 있다. 양성인, 반음양이라는 용어도 있다. 문화·생물학적 기준에 따라 용어가 다르다. 유전자는 남성이지만 여성의 신체를 가진 남성가성 반음양(半陰陽)도 있다. 반대도 있다. 반음양은 인터섹스라고도 한다. 유전자, 염색체, 생식기 등 일부 또는 전부가 전형적이지 않다. 신체의 외형적인 특징만으로는 남성, 여성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상태가 많다. 그래서 반음양만을 제3의 성으로 분류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반음양도 대다수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회문화적인 영향 때문이다. 2005년 독일에서 행해진 조사에서 반음양(성분화질환자) 439명 중 자신을 “남자도 여자도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은 9명에 불과했다고 위키피디아는 밝혔다. 430명은 스스로를 남성이나 여성으로 인식했다. 당사자들도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성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했다. 반음양의 의학적 원인은 성염색채 이상이 많다. 태아 발달 도중 모체의 호르몬 이상이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남녀 양성의 특질을 겸비했거나, 유전자상 성별과 육체의 성별이 통상의 조합과 반대인 경우도 있다. 트랜스젠더(성동일성장애)는 라틴어로 ‘극복한다.’ 등을 의미하는 ‘트랜스’에 영어 ‘젠더’(성)를 합성한 용어다. 사회문화 규범상 성 역할에서 일탈 경향을 보이는 개인, 단체, 행동 등을 지칭한다. 트랜스젠더들은 동성애자, 양성애자로도 인식된다. 남성·여성이란 사회적 성역할 관념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 소수자들의 인권은 1980년대 이후 향상되고 있다. 용어도 세분화되고, 성전환 수술 후 성별을 바꿀 수 있는 나라도 늘었다. 네팔이 세계 최초로 성 소수자를 ‘제3의 성’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지난달부터 인구총조사를 실시 중인 네팔 중앙통계국은 성별 구분 항목에 성전환자나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이 남성, 여성 외에 제3의 성을 스스로 택해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개인이 시민권 증명서상의 성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2007년 네팔 대법원 판결의 첫 후속조치이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1시 40분) 이완씨는 4년 전 운영하던 봉제공장의 문을 닫았다. 빚만 남았다. 그리고 현재 다섯 아이들과 함께 그 공장에서 살고 있다. 사업 실패 후 의욕을 잃고 거의 폐인처럼 지내기도 했던 이완씨. 1년 전부터는 부인과 함께 다시 봉제공장에 취직해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 다시 희망은 찾아올 수 있을까. ●생활의 발견 오감도(KBS2 오전 9시) ‘오감도’는 요일별 섹션에 맞는 전문 진행자를 기용하고, 진행자의 캐릭터를 활용해 정체성을 확보했다. 젊은 주부를 대상으로 아침시간대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전하는 신개념 정보 버라이어티쇼다. 목요일엔 MC이자 탤런트인 변정민이 진행자로 나선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시간, 신선한 트렌드 정보를 전한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대가족 장려 위원회’ 공모전에 참가하는 학원 선생들. 김 집사는 학원 선생들을 김 원장의 대가족인 것처럼 거짓말을 해서 공모전에 제출한다. 그렇게 하여 김 집사가 쓴 대가족 사연 공모에 마침내 1등으로 당첨되어 기뻐한다. 하지만 김 원장은 집으로 취재 오겠다는 위원회의 요청을 받고 당황하고 만다. ●미소코리아(SBS 오후 6시 30분) 서울에서 가까운 주말 여행지는 없을까. ‘미소코리아’에서 강 따라 국도 따라 떠나는 1박 2일 주말여행 코스를 공개한다. 엽기 발랄 장영란, 상큼 발랄 홍수아, 엉뚱 발랄 사유리가 제안하는 1박 2일 여행코스인 경기도 남양주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그리고 강원도와 경기도 사이에 있는 북한강 따라 떠나는 경춘 국도 여행을 함께한다. ●동물일기(EBS 밤 8시) ‘동물일기’는 아이와 동물의 만남을 통해 소중한 우정을 그려낸 프로그램이다. ‘동물일기’가 이번에는 이 세상 모든 개들의 꿈인 ‘도그 쇼’에 도전한다. 주인공으로는 9살 소녀 핸들러 서연이. 지켜야 할 많은 규칙과 연습 앞에서 과연 서연이는 잘 해낼 수 있을까. 또 함께 도그쇼에 출전할 동물 친구는 과연 누가 될지 함께해 본다. ●생명(OBS 밤 11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 응급실. 갑작스러운 사건이나 사고로 인해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가족들과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의료진들의 이야기. 메디컬 다큐 ‘생명’에서는 응급실 24시 이야기와 질병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함께 전달한다.
  • 북한인권법 고리로 대북지원 길 열리나

    여야 원내대표가 ‘북한민생인권법’을 6월 국회에서 법사위에 상정하기로 함에 따라 이 법을 고리로 대북 원조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8월 처음 발의된 이후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 중 하나였다. 한나라당은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법으로 북한을 인권 탄압 국가라고 명시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못하고 있다.”면서 “보수정권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북한 고립을 가속화시키는 악법”이라고 반대해 왔다. 이번에 상정하기로 한 ‘북한민생인권법’은 두 진영의 대립을 절충한 것으로 여당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야당은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한나라당의 신주류로 부상한 소장파는 그동안 북한인권법 처리와 인도적 지원 재개를 동시에 하자고 주장해 왔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홍정욱 의원은 31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것과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모두 ‘인권’의 문제”라면서 “대북 지원을 법으로 정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결단을 내리고, 인권법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견에는 황우여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 대다수가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실제 통과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여야 내부에서 모두 반발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한 의원은 “북한 ‘퍼주기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애초의 북한인권법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이날 의원 워크숍에서 ‘북한민생인권법’을 당론으로 저지해야 할 법으로 꼽았다. 한편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6일부터 17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식량상황을 조사할 예정이어서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따르면 EU 산하 인도지원사무국(ECHO) 소속 직원 5명으로 구성된 방북단이 12일간 병원과 고아원을 방문해 주민, 당국자 등과 면담을 한다. 마코 카푸로 ECHO 북한담당관은 “조사단이 활동을 마치면 바로 내부 검토를 거쳐 2~3주 내에 식량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구·윤설영기자 window2@seoul.co.kr
  • 中 국가박물관서 명품브랜드 전시회 ‘논란’

    중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국가박물관에서 외국의 명품브랜드인 루이뷔통 특별전을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복수의 현지언론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국가박물관은 지난달 31일부터 8월 30일까지 ‘뤼이뷔통 예술의 시공 여행’이라는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에는 루이뷔통 157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총 면적 4000여 ㎡의 대형 전시실 4곳에서 가방, 핸드백, 의류 등 각종 명품 패션 액세서리 20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국가박물관에서 외국 명품 브랜드와 관련한 전시를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중국인들은 “사치를 조장하고 국격을 떨어뜨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베이징대학의 한 교수는 “비상업적 문화증진에 힘써야 할 국가박물관이 상업브랜드 전시회를 유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며 국가박물관의 루이뷔통 특별전 유치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일부 네티즌은 “해외 문화와 브랜드에 폐쇄적인 태도는 중국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도 좋지 않다.”면서 “중국 대형백화점 어딜가도 볼 수 있는 유명 브랜드의 전시회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가박물관은 이번 특별전 유치에서 평소보다 높은 대관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국가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회는 우리 박물관의 새로운 정체성을 선보이고, 루이뷔통의 역사와 창조성이 결합된 새로운 전시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따로국밥’ 다문화주의 실패 ‘ 섞어찌개’ 혼종성이 답이다

    ‘따로국밥’ 다문화주의 실패 ‘ 섞어찌개’ 혼종성이 답이다

    프랑스 ‘부르카 금지법’(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은 퍼주기 복지정책으로 경제가 거덜난 데 따른 우경화 때문인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 각국 정상들이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좋다는 다문화주의를 폐기한다니 우경화도 보통 우경화가 아니다. ●“다문화주의는 관용 빙자한 방치” 그런데 이게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다. 유럽 지식인들은 다문화주의를 미국식 인종 차별주의와 비슷하게 여기면서 본디 비판적이었다. 미국의 백인 주류층이 소수 민족에 ‘너희들은 너희들끼리 모여서 잘 살아라.’라고 얘기하는 것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이 다문화주의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관용을 빙자한 방치’라는 얘기다.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오래 전부터 ‘따로국밥’ 격인 미국식 다문화주의의 대안으로 ‘섞어찌개’인 혼종성(hybridity)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과 부르카 금지법은 다문화주의에서 혼종성으로 유럽의 정책 기조가 본격 이동하는 징후로도 해석될 수 있다. 쉽게 말해 다문화주의라는 이름으로 이슬람계 이주민들이 도시 외곽 슬럼가에 옹기종기 모여 살게 내버려 둘 것이냐, 아니면 그들에게도 공화국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이슬람 테두리를 일정 정도 벗겨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혼종성 자체는 무조건 긍정적인가. 이런 논의에 관심이 있다면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이 오는 3~4일 서울 신촌 이대 LG컨벤션홀에서 여는 국제학술대회 ‘문화 혼종성과 유동적 정체성’(Cultural Hybridity and Migrating Identities)을 지켜볼 만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논문은 클레어 알렉산더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교수의 ‘결혼 시장 : 젠더화되는 문화혼종성’이다. 알렉산더 교수는 3년에 걸친 실증연구 결과를 토대로 혼종성 자체는 중립적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혼종성 형성에도 전통의 힘 작용” ‘부르카 금지법’에 대한 비판은 간단하다. “신사적이고 합리적인 백인 남성이 황색 남성에게서 황색 여성을 구해주는 이미지”로 쓰일 위험성을 부각시킨다. 황색 인종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백인 남성이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는 백인 남성들에게 ‘문명화 사명’이라는 임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식민주의적 발상이다. 그러나 이런 다문화주의적 비판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부르카에 여성 억압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억압받는 여성들이 스스로 발언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나, 또 그렇게 나온 발언은 무조건 긍정적인가라는 것도 문제로 남는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혼종성이라는 것도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왜곡되기 마련이며, 이 왜곡된 혼종성조차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다문화주의의 잘못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알렉산더 교수의 지적이다. 알렉산더 교수는 이 지점에서 결혼을 통해 영국으로 이주한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실제 인터뷰 자료로 드러낸다. 이젠 영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전통 문화로 되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영어를 못한다거나 바깥에서 나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집에 갇히거나 얻어맞는 여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혼종성의 형성에도 기존 전통의 힘이 여전히 작용한다는 얘기다. 이런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알렉산더 교수는 “그동안 혼종성은 종종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개념으로 각광받아 왔지만 혼종성 그 자체는 문화적 차이를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하며, 민족과 문화의 순수성이라는 본질주의적 개념을 강화하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혼종성을 약한 버전과 강한 버전으로 구별하자.”고 제안한다. 약한 혼종성이 “단순히 문화가 뒤섞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강한 혼종성은 “문화적 만남이 발생시키는 논쟁적인 영역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깊게 논의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이 강한 혼종성 영역이라는 얘기다. ●‘백색신화’ 로버트 영 기조강연 앞서 학술대회 기조강연은 ‘백색신화’(White Mythologies)라는 저서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후기식민주의자 로버트 영 미국 뉴욕대 비교문화학 석좌교수가 맡는다. 기조강연 주제는 ‘혼종성과 문화 번역의 타자성’(Hybridity and The Otherness of Cultural Translation)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입양인들이 정체성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입양인들이 정체성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입양인들이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오는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세계한인입양인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다니엘 리(33·한국명 이남원)는 이번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소개했다. 최근 스톡홀름에서 만난 그는 미국 등 각지에서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입양인이 4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입양 관련 국제행사로는 가장 큰 규모다. 올해 스웨덴 한인입양인협회장을 맡아 야심차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재정난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회 예산은 100만 스웨덴 크로나(SEK·약 1억 7000만원)이지만, 현재 확보한 재원은 15만 SEK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만나 지원을 부탁해 5000달러 정도는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지만 그 뒤로 답이 없다.”면서 “스웨덴 주재 한국 기업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입양인 이야기만 들어선 안돼” 그는 “한국 정부는 성공한 입양인의 이야기만 들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외국에 사는 일종의 ‘교포’라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우리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입양인의 성공 스토리만을 발굴해 홍보하려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또 “유럽인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미혼모와 입양아 지원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 틈틈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회를 통해 ‘나는 (한국인과 스웨덴인) 둘 다인가, 아니면 그 어느 쪽도 아닌가’를 묻고자 한다.”면서 “이번 대회의 주제는 바로 ‘정체성’”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스톡홀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그는 “어릴 적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다 무술을 익혔다.”면서 “어린 마음이었지만 태권도가 한국과 자신을 잇는 끈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어디에 있어도 호랑이는 호랑이” “숲속에 있어도, 동물원에 있어도 호랑이는 호랑이입니다. 한국에 있든, 스웨덴에 있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마지막 말 한마디에는 30여년 전 자신을 버린 모국의 의미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스톡홀름 안석기자 ccto@seoul.co.kr
  • “女정치인, 男보다 수십배 감시받아 나는 모르는게 많아 단순하게 살아”

    →정치가 약자를 도울 수 있을까. -조직된 소수가 조직돼 있지 않은 다수를 이기는 사회, 목소리가 큰 쪽으로 쏠려 있는 사회의 균형을 잡는 게 정치다. →비정치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여성 정치인은 남성이 겪어야 할 수십 배의 질시와 감시를 받는다. 춥긴 춥더라. 사력을 다해 버텼다. 남성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자동으로 정보를 제공받는다. 따뜻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하다. 나는 모르는 게 많아 단순하게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비정치적일지 모른다. →당직 개편 때마다 대변인 1순위다. 왜 번번이 거절했나. -(한참 생각하다가)독립된 대변인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의 대변인이라는 인식을 받을 것 같았다. 내가 또 대변인을 하면 민주당 인력 풀을 깎아 내릴 수도 있다. →현재 민주당은 수권 능력이 있나. -집권 10년간의 역량이 축적되지 못했다. 정권 교체를 하려면 정책, 예산, 인사 등 구체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 안 그러면 집권 이후가 문제 된다.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의 상실감을 보라. →전략홍보본부장에 임명됐다. 인재영입 대상과 기준은. -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국민이 주목하는 분들은 결심을 안 해 준다. 두 번의 데드라인이 남았다. 6월까지 입당하면 지역구 선정이 가능하다. 야권연대가 일단락되면 웬만한 경쟁력으론 힘들다. 40~50대,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분, 국민의 신뢰를 받는 분들이 좋겠다. 20대 비례대표는 무리다. →정체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당 노선은 어떻게 가야 하나. -유권자의 내면에 진보와 중도가 공존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우리 당 의원들은 참여정부 수준이면 괜찮다는 데 70% 정도 동의한다. 미국에 다 주고도 통과시켜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곤혹스러운’ 진보를 하는 건 감수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늘 쌈박하고 멋지기를 바란다면 정치를 하면 안 된다. →민주당과 야권의 대권주자는 누가 좋은가. -손학규 대표와 야권주자들이 온전하게 인정 못 받고 있다. 야권이 힘을 합치면 그때 보자는 시그널이다. 손 대표가 야권 승리의 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결선 링에 오를 거라고 보나. -끝까지 못갈 가능성이 있다. 공멸의 공포가 크면 박 전 대표는 후보가 된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경쟁력은 지는 경쟁력이다. 가장 쉽고 편안하게 이길 수 있었던 2007년 대선에서 후보가 되지 못했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나.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당이 필요로 하고 기회가 닿으면 피할 생각이 없다. 어떤 면에서 정치는 노력이 아니라 숙명 같은 게 아닌가 싶다. →정치를 언제까지 할 건가. -길이 끝날 때까지 갈 것이다. 얼마나 쓸모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를 곱씹는 게 내 정치의 시작이자 끝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박선숙 의원은 ▲1960년 경기 포천 출생 ▲서울 창문여고·세종대 역사학과·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민족민주운동연구소 부소장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 ▲제8대 환경부 차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객원교수 ▲대통합민주신당 제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공동 전략기획본부장 ▲민주당 홍보미디어위원장,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간사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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