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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윤여준 영입에 ‘시끌’

    文, 윤여준 영입에 ‘시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윤여준(73)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하면서 빚어지는 불협화음이 만만찮다. 2006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서울시장 선거를 총괄한 이력 때문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민주당 너무한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내 의원 상당수도 우려를 표했다. 문 후보의 보수인사 영입으로 야권 내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문 후보는 26일 선대위 산하 ‘민주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에 윤 전 장관을 전격 발탁했다. 문 후보 측은 두 적수인 새누리당 박근혜,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겨냥한 ‘외연 확장’ 인선이라는 점에 무게감을 실었다. 중도보수층까지 끌어안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된 파격 인사라는 평이다. 문 후보 대선기획단 박영선 기획위원은 “문 후보는 이념, 지역, 당파 등으로 쪼개진 한국 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이제는 서로 상생하고 공존하는 통합의 지혜를 찾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윤 전 장관과 인식을 같이했다.”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박 위원은 “윤 전 장관은 문 후보의 살아온 길이 항상 공익을 위한 것이었으며, 사사롭지 않고 헌신적인 사람 가운데 안정감 있는 문 후보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의 기용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가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에 걸쳐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1997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는 등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보수진영의 대표적 전략기획통으로 꼽혀 온 인물인 까닭에서다. 강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윤 전 장관은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거를 총괄한 사람이고 지금 대선은 새누리당 집권을 막기 위한 것인데, 어떤 명분과 전향의 과정 없이 민주당이 그를 덜컥 끌어들이다니….”라면서 “정치는 철학과 과정이 중요하다.”는 글을 올려 문 후보의 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캠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윤 전 장관이 새누리당뿐 아니라 안 후보의 ‘멘토’로도 일해 봐 두 후보를 잘 아는 정치권의 유일한 책사라는 점은 장점”이라면서도 “문 후보는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후보 측은 윤 전 장관의 역할론에 선을 긋고 나섰다. 한 핵심 인사는 “윤 전 장관은 직책대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일 뿐 선거 전략·기획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국민통합은 진보, 보수를 따로 따질 일이 아니다.”면서 “지금 여도, 야도 국민통합을 하자는 것 아니냐. 오히려 저 같은 사람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공기업 미래경영]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공기업 미래경영]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올해를 미래 경영의 토대를 마련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그동안 쌓인 의료·복지 분야의 인프라를 활용,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종정 이사장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을 돌보는 사업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고 이를 굳건히 해 나가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면서 “지난 30여년간 의료, 복지 인프라 확립을 위해 양적 성장을 이뤄 온 만큼 이제 전문성과 인프라를 활용한 지속 발전 경영을 위해 노력하자.”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훈공단은 ‘통합의료복지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통합서비스전담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기존 조직의 개편과 조정을 통해 의료, 복지 등 현장 업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새로운 비전에서는 보훈 가족의 의미가 ‘참전용사’에서 ‘애국자’로 바뀐다. 아울러 보훈공단은 열린 고용과 동반 성장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TV 방송의 공개 채용 프로그램에 출연, 특성화고교생 2명을 채용했다. 한편 보훈공단은 전국 5곳에 각각 3000병상 규모의 보훈병원을 운영한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3)안철수의 측근 (상)용인술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3)안철수의 측근 (상)용인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캠프를 들여다보면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하다. 정치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고도의 착지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개방성을 갖춘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다 보니 최정점의 안 후보가 독단으로 흐르면 오히려 폐쇄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구조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 ‘탈이념적 용인술’ 역시 제3지대 후보로서 외연을 확장할 수단은 되지만, 안 후보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함정이 될 수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안 후보가 캠프 인물로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서울대 출신의 법조인과 유학파, 경제관료, 교수 등을 중용하는 건 탈정치적 행보의 일환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펙 위주의 ‘엘리트주의’나 ‘정치적 선민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의구심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 4개월 전인 지난 5월의 일이다. 현재 캠프 핵심이 된 A씨는 안 후보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는 색다른 ‘면접’을 치렀다. 안 후보는 그 인사에게 통상적인 질문이 될 수 있는 고향이나 출신 학교는 묻지도 않은 채 제일 먼저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설명하며 의견을 구했다. A씨는 ‘호구 조사’가 생략된 안철수식 면접을 치른 후 안 후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면접을 통과했고, 안 후보의 지근에서 대선 행보를 돕고 있다. ‘학연·지연·혈연’ 등 이른바 3연(緣)을 묻지 않는 면접을 거친 인사는 그뿐만이 아니다. 안 후보가 조직 내 ‘라인 형성’을 극도로 경계해 안철수 캠프에는 학연·지연·혈연을 고리로 한 연줄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영포(영일·포항)라인’처럼 지역 등을 기반으로 한 핵심 실세들이 없고 역설적으로 ‘연줄의 힘’을 통해 만들어지는 조직력도 없다. 여느 대권주자들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라인, 실세, 조직이 전무한 ‘3무(無)’ 캠프다. 안 후보가 코드에 맞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영입부터 인선까지 직접 챙긴 ‘안철수의 사람’만이 있다. 공적 라인에 직접 검증한 인사를 앉혀 자신의 의사가 왜곡되거나 초기 구상안이 틀어지는 일이 없도록 완벽을 기하려는 안 후보의 ‘결벽증’마저 느껴진다. ‘3무’는 업무와 기능을 중심으로 캠프 구성원들이 팀제로 얽혀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형 대선조직을 가능하게 한다. 안 후보는 출마 전부터 선대본부장이 명령을 하달하는 기존 정치권의 수직적 체계를 벗어나 이런 형태의 대선조직을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 개방성·참신성·전문성이 안철수 캠프가 내세우고 있는 강점이다. ●이상·현실 괴리 사이 ‘외줄타기’ 하지만 뒤집어 보면 캠프 구성원 모두가 수평적 관계에 놓인 가운데 안 후보 홀로 정점에 서 있는 구조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안 후보를 가운데 두고 팀장과 팀원들이 바퀴살처럼 뻗어 있는 ‘방사형’이다. 구성원들은 기업 부서처럼 기능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계돼 있고 끈끈한 연줄이 없다 보니 구심점과 공유하는 가치는 오로지 ‘안철수’뿐이다. 후보 하기에 따라, 특히 후보가 마지막 순간 독단을 내리려 한다면 개방성이 순식간에 폐쇄성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구조다. 후보에게 조언할 최측근 그룹도 없고, 견제할 2인자도 없다. 안 후보의 경제멘토로 주목받았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공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 조언자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 후보와 막역한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을 최측근으로 꼽는 사람도 있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는 그도 알지 못했다. 안철수 캠프 팀장급 회의의 대부분은 박선숙 총괄본부장이 주재한다. 연관성 있는 팀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 이를 조정, 관리하는 역할이다. 팀장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권한도 주어진다. 그러나 캠프 관계자는 25일 “충분히 반영하고 고민하되 최종 결정에는 후보의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논쟁이 벌어지면 어떻게 교통정리를 하느냐.’는 물음에 “지금까지 논쟁을 벌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 구성원의 생각이 ‘안철수의 생각’과 일치하거나 논쟁이 붙을 만한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 없었거나 혹은 이에 대한 토론이 심도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 후보의 대외적 이미지는 ‘불통’이기보다는 일단 ‘소통’에 가깝다.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참석자들과 교감했고 안랩 최고경영자(CEO) 시절에는 사원들과 하루에 한번씩은 면담했다고 한다. 대선출마 직전까지 그는 전국을 돌며 밀도 있게 사람을 만나고 대선 도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고독함을 자처하는 스타일로 비친다. ‘안철수 비토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불통’ 아닌 ‘불통’의 단적인 예로 꼽는 것이 바로 휴대전화다. 억양과 목소리 톤을 통해 감정까지 전달되고 때로는 불편한 말도 들어야 하는 ‘날것’ 그대로의 휴대전화 대신, 정제된 문장이 오가는 이메일만으로 ‘일방적 소통’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연줄을 멀리하거나 2인자 행세를 하려는 ‘킹메이커’를 가차없이 내치는 행동 패턴은 권력 욕구나 완벽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안 후보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자신의 행보에 대해 언론에 이런저런 말을 하자 “저는 나름의 판단이나 역사의식이 있다.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시는 분은 300명 정도 된다.”며 정치권의 대표적 선거전략가인 윤 전 장관을 300명 중 1명으로 만들어 버렸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실세에게 영향과 간섭을 받으며 자신의 판단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상황을 못 견딘다는 얘기다. 안 후보 주위에 각 분야의 엘리트는 많지만 정치적 동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든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라인업’을 원천 봉쇄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라인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조직 안에 세력이 형성된다는 것이고, 이 세력의 입김이 거세지면 안 후보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라인을 만들었다며 안랩의 한 간부를 자른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돌이켜 보며 “라인을 만드는 사람, 그래서 조직을 해치는 사람에겐 가차없다.”고 강조했다. 참모진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다. 안랩에서 안 후보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했던 박근우씨는 마감일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가 안 후보로부터 “어제까지 보고를 기다렸지만 아무 답변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제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겠습니다.”란 ‘통첩’을 받았다고 한다. 영입 대상의 성향은 진보·중도·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와야 하는 만큼 의식적으로 진보·중도·보수 간 균형을 맞춰 영입하려는 뜻이 엿보인다. 아직 캠프 가동 초반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모피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전 경제부총리와 손잡은 것처럼 무소속 후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외연을 넓히고 캠프에 중량감을 더하기 위해 코드만 맞다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영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탈정치적 중용… 엘리트주의? 일부에선 안 후보의 ‘탈이념적 용인술’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체성’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 후보는 폭넓게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야권 전체적인 합이 진보적 가치이고 진보 정체성을 강조하는데 이것과 다르게 가면 지지층을 결합할 때 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민주당·새누리당 사람들을 제외하고 캠프를 소수로 꾸리려다 보니 일명 ‘사’자 돌림으로 통하는 퀄리티가 좋은 시민 사회 계열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가 지향하는 정치 색깔과도 맞지 않다.”며 “‘안철수가 과연 민주적이냐. 박근혜보다 엘리트주의를 지향하는 게 아닌가’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송수연기자 hjlee@seoul.co.kr
  • 安, 내일 노 前대통령 묘역 참배

    安, 내일 노 前대통령 묘역 참배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2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예정이다. 추석 이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지난 19일 출마선언 후 정치적 상징성을 띨 수 있는 곳은 일단 거리를 둬 왔던 안 후보가 야권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는 24일 국민대 무인차량로봇 연구센터를 방문해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혁신 경제 시스템’을 한국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안 후보는 이날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다 보니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과제로 떠올랐는데, 저는 한 걸음 더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면서 “경제민주화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뒷받침되면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등 새로운 도전을 통해 혁신이 탄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혁신’을 키워드로 청년창업사관학교, 수원 못골시장, 국민대 무인차량 로봇 연구 센터 등을 연이어 방문했다. 안 후보 자신이 성공한 벤처 최고경영자(CEO)였던 만큼 우선 ‘일자리’ 등 경제 정책을 강조한 행보로 보인다. 안철수식 ‘혁신 경제론’을 주도할 인물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안 후보의 싱크 네트워크인 ‘내일’을 이끌면서 안 후보의 경제 정책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안 후보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거론됐던 이헌재 전 경제 부총리는 한발 물러나 경제 전반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홍 교수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우선 경제 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린 후 추석 끝나고 나서 충분히 국민께 설명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내일’은 향후 ‘복지’, ‘정치 혁신’ 등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안 후보의 공약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송규봉 전 참여정부 청와대 사회행정관은 이날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한편 조광희 비서실장은 이날 선거 캠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안 후보 측을 대신해 중앙선관위를 방문, 안 후보의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4회) 문화의 중심, 미래로 향하는 도서관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4회) 문화의 중심, 미래로 향하는 도서관

    도서관을 ‘불멸의 지식 창고’, ‘책 읽는 소리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역마다 작은도서관 수를 늘리고 공공도서관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3회에 걸쳐 도서관 기획을 진행하면서 만난 전문가들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독서의 해’ 캠페인이나 ‘작은도서관 진흥법’(8월 18일 시행)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독서율을 높이는 바탕으로서 도서관 문화를 정착시키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 7월 발표한 도서관·독서문화 활성화 종합 계획은 주목된다. 현재 868개인 자치구 중심의 생활밀착형 도서관을 2030년까지 1372개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올해 160억원으로 시작해 2015년 348억원까지 매년 순차적으로 지원 규모를 늘려 4년간 총 988억원을 투입해 공공도서관 24곳과 작은도서관 75곳을 새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민 1인당 장서 2권 이상, 도서관 운영 질 향상, 사서 채용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도서관을 마을공동체의 거점으로 만들고, 시민 독서량을 연평균 20권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주로 도시개발과 건설 사업에 투입했던 서울시의 그동안 행보에 비춰 볼 때 파격적이다. 더불어 책과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기반이 돼 상당히 현실적인 방안이 나왔다고도 할 수 있다. ●사서 인원수도 크게 부족 전국적으로 작은도서관(건물 면적 33~264㎡, 기본 장서 1000권 이상)은 3300여곳에 달한다. 그러나 시설이 낙후되고 도서 구입비가 한 해 300만~400만원에 불과한 곳이 허다하다. 한 해 많아야 200~300권을 사는 셈인데, 이마저도 비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시설 개선이나 인력 확충, 도서문화 프로그램 등에 투자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황광선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사무국장은 느티나무도서관이 140㎡ 남짓한 작은도서관으로 시작했던 것을 예로 들며 “작은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책 책임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도서관에 책꽂이와 책상만 둘 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도서관이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문화복합공간으로 역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정 규모와 수준의 시설,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은 세우는 것보다 제대로 운영하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사서의 역할과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는 사서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서 채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은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다’<서울신문 9월 12일자 22면>에서 살펴봤다. 사서 채용 규정은 도서관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어떤 인력을 얼마나 선발해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행정기관의 총액인건비제도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지자체를 비롯해 행정기관들이 당장 급한 인력 충원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중시’되는 사서 채용에는 소극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서관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미 채용한 사서 인력이 전문성을 갖추도록 재교육하는 사서 연수원을 세우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상복 대진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서 채용만큼 중요한 것이 사서 연수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도서관 업무를 사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서관 본래의 정체성과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사서가 돼야 한다.”면서 “도서관이 보유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가공하고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이들 전문 집단에 대한 재교육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사서 재교육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나 사설 교육원에서 개별적으로 하는 실정”이라면서 “국가 차원의 사서 교육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전자책보다 종이책 확보가 기본 도서관이 우수 자료와 정보를 수집·보존하고 이를 제공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도서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당사자들은 예산 부족을 탓하기 일쑤다.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도서 구입비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전 예산 수준만이라도 유지하면서 꾸준히 도서를 구입하면 보유 도서량을 확실하게 늘릴 수 있다.”면서 도서 구입 예산을 줄이는 현실을 경계했다. 이어 “전자책 구입을 많이 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도서관을 이용하게 하려면 역시 인쇄물(종이책)을 구입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렵거나 깊이 있는 내용의 장서를 도서관이 확보해 질적인 측면을 보강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자료 공유에도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도서관이 자체 보유한 장서를 전자책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이를 외부와 공유하면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국가지식포털과 같은 자료 공유 시스템을 이용해 보는 원문도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난 자료나 국가 소유 장서로 제한된다. 시의적절한 최신 자료는 거의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모든 자료에 대해 저작권을 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저작권도 일종의 나눔 기부로 생각하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나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정보 소외 계층에게만이라도 우선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여성 장애인 출산휴가 기간 ‘배려’ 해야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 하는 8월 의정모니터에는 모니터요원들이 현장 곳곳을 누비며 발굴한 시정 개선 의견이 53건 접수됐다. 19일 모니터 심사위원회는 이를 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산하기관에 전달했으며 이 중 5건을 우수 의견으로 선정했다. 이철호(38·노원구 중계4동)씨는 “여성 중증장애인의 출산 경험률이 96.7%에 이르는 데에서 보듯 출산을 원하는 장애인 가정은 많은데 출산휴가를 쓰기가 쉽지 않다.”며 “일괄적으로 출산휴가를 3개월로 산정할 게 아니라, 장애 여성은 장애 특성을 감안해 출산휴가 기간을 산정하는 심사·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명순(54·동작구 흑석동)씨는 “식당과 길거리 포장마차에 가보면 ‘오뎅, 닭도리탕’처럼 일본식으로 잘못 표기된 메뉴판은 지적해주고 올바른 표기법을 알려주는 매뉴얼을 작성·배포해 우리 정체성을 찾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재한(24·동작구 사당3동)씨는 “지하철6호선 공덕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는 구간에는 계단만 설치돼 있어 여행용 캐리어를 가지고 이동하기가 어렵다.”며 “캐리어를 끌 수 있는 비탈길을 설치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포함한 공항 이용객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난희(40·강서구 화곡본동)씨는 “현재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물건 담을 봉투로 판매하고 있다.”며 “이를 확대해 일반 중·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쓰레기봉투에 물건을 담아 팔면 소비자들도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고 관련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자연환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8월에는 ‘한강 수상시설 이용 활성화 방안’이 지정 주제로 제시됐다. 이에 조정훈(39·서대문구 연희동)씨는“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뗏목이나 나룻배 체험시설과 더불어 장터를 조성하면 전통문화체험 기회뿐 아니라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렇게 달라졌어요 지하철역 은행·우체국 입점 적극 검토 지난 7월 의정모니터를 통해 제시된 의견에 대해 서울시 및 시 산하기관은 타당성을 따져 시책 추진에 반영하거나 장기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역에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은행과 우체국을 유치해달라.”는 의견에 대해 “현재 유사 시설을 운영 중”이라며 “계약기간 종료 후 시중은행 등이 입점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시 교육청은 “EBS와 입시정보 책자를 통해 고입·대입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의견에 대해 “현재 각 부서에서 시기에 따라 안내 책자를 배부하고 개인별 맞춤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며 “향후 EBS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고 회신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못믿을 국책연구기관 KDI

    못믿을 국책연구기관 KDI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5%를 제시했다. 기존보다 1.1% 포인트나 낮췄다.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불황이라는 태풍의 강도가 예상보다 거세고 그에 따라 우리 역시 내수와 수출, 투자 등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세 기둥이 더욱 많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하지만 KDI가 불과 4개월 만에 전망치를 1% 포인트 넘게 내린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등의 입김에 밀려 애초 성장률을 너무 높게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DI는 17일 경제전망 수정치 발표를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5월 20일) 3.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올해 3, 4분기에는 전기 대비 각각 0.5%,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률 역시 종전 4.1%에서 3.4%로 0.7% 포인트 내렸다. KDI는 지난 5월 ‘올해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뒤 내년엔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가 이번에는 ‘올해 성장세가 상당폭 둔화하고, 내년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부정적인 색채를 더했다. 올해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1.9%, 3.4%다. 종전 전망치보다 각각 0.8%, 0.6% 포인트 낮춰 잡았다. 올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 역시 저조한 수준인 각각 2.9%, 0.2%로 예측했다. 상품 수출(물량기준) 증가율도 올해 2.7%로 둔화될 것으로 봤다. KDI는 정책 권고에서 “내년에는 중기 계획상의 지출증가율(5.1%)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 둔화에 따른 수입 감소를 용인하는 수준으로 설정, 경기 둔화를 완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균형재정에 집착하지 말고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KDI의 수정 전망은 상당한 ‘뒷북’이다. 국내 민간 연구기관들은 전망치를 이미 2%대로 끌어내렸다. 무디스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리면서도 성장률 전망은 2.5%로 각각 낮췄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책기관인 KDI가 학자로서의 소신 대신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지’에 밀려 지난 5월 너무 높은 수치를 내놓았다.”면서 “국내 최고의 브레인 집단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려면 정치 논리에 휩쓸려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하반기에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정책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2%대 중반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두걸·김양진기자 douzirl@seoul.co.kr
  • 安, 5·18묘지 참배로 ‘대선행보’ 시작… 야권주자 정체성 선언

    安, 5·18묘지 참배로 ‘대선행보’ 시작… 야권주자 정체성 선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국립 5·18민주묘지를 전격 참배하며 사실상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이 출마 선언 직후 참배하는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것은 안 원장 스스로 대선 출마 결심을 확고하게 굳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더욱이 야권의 텃밭이자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광주를 방문한 것 자체가 야권 주자로서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안 원장의 동생 상욱씨는 지인들에게 “(안 원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뒤 대선 출마를 최종 결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유민영 대변인 등 측근 5명과 함께 5·18 희생자 영혼결혼식의 주인공이자 항쟁 당시 광주 시민군의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박관현 열사, 언론인 송건호씨의 묘에 들러 참배하는 등 1시간가량 묘역에 머물렀다. 현장 사진 속 안 원장은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홀로 묘 앞에 서서 상념에 젖은 얼굴로 묘비에 새겨진 글귀를 유심히 읽고 있었다. 표정에는 비장감도 흘렀다. 그는 방명록에 “고이 잠드소서”라고 적고 유영봉안소를 천천히 둘러본 뒤 추모탑에 꽃다발을 놓고 참배했다. 또 추모관을 찾아 전시 자료를 살펴보기도 했다. ‘특별히 가고 싶은 묘역이 있느냐.’는 묘지 관리소 직원의 질문에는 “아는 사람은 많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문은 묘지관리소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비공개로 이뤄졌다. 참배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광주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변인은 전격적인 방문에 대해 “오래전부터 5·18묘역을 조용히 방문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마침 오늘 시간이 났던 것뿐이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광주행을 사실상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출정식으로 받아들였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대선에 나갈 분이 5·18묘역을 방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출마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영향을 미칠 호남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라는 말도 나온다. 광주는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이지만 안 원장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호남 지지층을 끌어안고자 대선 출마에 앞서 호남 유권자들에 대한 ‘신고식’ 성격의 정치 행사를 가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부 일정을 자제하고 출마 선언문을 구상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2∼13일 이틀간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5% 포인트) 결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 안 원장은 45.1%의 지지율을 기록해 박 후보(45.4%)를 0.3% 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세계 역사·문화에 콤플렉스가 숨어 있었네

    “한국인들은 우리 도미니카인들에게 ‘희망의 얼굴’입니다. (중략)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정신이 한국을 짧은 기간에 이처럼 발전시켰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 과정을 연구한 전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엑토르 갈반의 말이다. 필연적으로 ‘졸속의 원리’를 동반해 ‘한국병’으로까지 취급받던 ‘빨리빨리 문화’가 지구 저편의 나라에서는 오히려 경제 성장의 비결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특정 문화를 하나의 잣대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좋은 예다. 특히 인터넷 등 방송 통신 기술의 발달로 동서양의 문화가 순식간에 뒤섞이는 요즘에는 지구촌 문화를 폭넓게 이해해야 서로 간 오해를 줄이고 동반성장도 꾀할 수 있다.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연구하며 세계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온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낸 ‘세계 문화의 겉과 속’(인물과 사상사 펴냄)은 한국을 중심에 놓고 세계 각 문화를 비교, 소개하고 있다. ‘세계 문화 총정리’란 출판사의 표현처럼, 강 교수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담은 책에서 한국과 세계 문화를 이리저리 엮어 심리적 배경과 이데올로기의 뿌리를 더듬는다. 책은 900쪽에 달할 정도로 두툼하다. 개인주의-집단주의, 차이-관용-신뢰, 시간, 공간, 감정-습관-인생관, 권위-서열-차별, 수치심-죄의식-극단주의, 인종-민족-다문화주의, 정체성, 주체성, 국가-국경-세계화, 문명과 종교, 언론과 정치, 대중문화 등 큰 카테고리를 14장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담았다. 강 교수는 머리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성을 전제로 세계를 열심히 공부하고 이해하고 경험하자는 뜻”이라고 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한국과 세계의 비교를 통해 한국 문화의 명암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책은 이 같은 비교 과정을 통해 ‘빨리빨리’에서부터 ‘키치의 제국’ 면모까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우리 내면의 모습과 세계의 문화에 대한 넓은 시야를 전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한다. 예컨대 다른 나라의 ‘콤플렉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문화·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살피라고 충고한다. 미국엔 역사 콤플렉스, 캐나다엔 정체성 콤플렉스, 이스라엘엔 포위 콤플렉스가 있듯, 지구상에 콤플렉스 없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다른 특징들도 소개된다. 스위스에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가 가장 많은 이유, 영국 ‘신사’들이 ‘섹스 눈요기’에 집착하는 원인, 일본에만 섬나라 근성이 존재하는 까닭 등 각 나라가 다양한 문화적 색깔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해 나간다. 3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경쾌·감성적 터치로 18년째 하모니 “서울에 그만 오라 할 때까지 오고파”

    경쾌·감성적 터치로 18년째 하모니 “서울에 그만 오라 할 때까지 오고파”

    1988년 일본 재즈 시장을 공략할 유럽의 젊은 재즈 뮤지션을 찾고 있던 프로듀서 마코토 기마타는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카렐 보에리를 발견했다. 당시 그와 활동하던 프란스 판 호벤(49·베이스)·로이 다쿠스(48·드럼)와 함께 트리오를 결성, 데뷔 앨범 ‘노르웨이언 우드’를 발표했다. 유러피언재즈트리오(EJT)의 시작이다. 퓨전 재즈에 더 끌렸던 보에리가 데뷔 앨범을 발표한 뒤 팀을 탈퇴하면서 EJT는 늪에 빠졌다. 하지만 1995년 피아니스트 마크 판 룬(45)을 영입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비틀스·아바의 팝 명곡부터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등 클래식 넘버들을 출렁거리는 스윙감과 경쾌하고 감성적인 터치로 들려주는 이들에게 한국과 일본 재즈팬들은 열광했다. 10년 연속 한국 공연을 위해 12일 내한한 이들을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3년 이후 해마다 한국 공연을 해 온 이들은 입국한 지 5시간쯤 지났을 뿐이지만 이미 적응을 끝낸 눈치다. 판 룬은 “유럽은 경기 불황으로 사람들도 도시도 침체했는데 서울은 활력이 넘친다. 벌써 날 자극한다.”며 웃었다. 장난꾸러기인 다쿠스는 “3명 모두 10년 전 처음 왔을 때와는 아내(혹은 여자 친구)가 다 바뀌었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한국에서 계속 공연할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판 호벤 역시 “한국에서 ‘이젠 됐어. 너희 그만 와도 좋겠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계속 오고 싶다.”고 거들었다. 수많은 밴드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데 18년째 하모니를 맞추는 비결은 뭘까. 판 호벤과 다쿠스의 첫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30년 인연이다. 다쿠스는 “판 호벤과는 대학 1학년 때부터 함께했다. 학교는 달랐지만 재즈 클럽에서 서로 존재를 알고 있었고,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공연을 같이 해 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아니스트를 물색하고 있을 때 디지 길레스피와 쳇 베이커의 매니저를 했던 클럽 사장이 판 룬과 해 보라고 권했다. 명성은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비로소 우리의 사운드와 정체성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한 번의 갈등도 없었다고 했다. 다쿠스는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건 결혼과 같다. 함께 있을 때 음악적으로 더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판 호벤은 “음악에 대한 격렬한 논쟁은 있지만, 감정이 틀어진 적은 없다. 6개월쯤 쉬다가 손발을 맞춰 봐도 어제까지 합주했던 것처럼 편하다.”고 말했다. 판 룬도 “다른 음악가들과 트리오를 하면 항상 튀고 싶어 안달이 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셋이서 어떤 음악을 만들어 낼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생각하는 재즈의 매력이 궁금했다. 마크는 “즉흥성”이라고 단언했다. 미리 편곡하고, 연습해도 막상 무대에 오르면 순간의 느낌과 분위기에 따라 80%는 달라진다고 했다. 판 호벤은 “재즈를 들을 때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고 했다. 다쿠스는 “멤버들과, 때론 청중과 서로 대화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게 재즈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EJT의 10번째 내한 공연은 오는 1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들은 “10번째 공연인 만큼 노래와 귀여운 춤을 시도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2만 2000~8만 8000원. (02)720-393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문이 만난 사람] 칠순의 도보 여행가이자 작가 황안나씨

    [김문이 만난 사람] 칠순의 도보 여행가이자 작가 황안나씨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길에서 길을 묻고, 길을 찾는다. 발끝에 의지한 채 무작정 길을 떠난다. 그러다 보면 뭔가 얻어지고 깨닫는 것이 생겨난다. 하여 요즘 들어 ‘걷는다는 것’에 대한 명상과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건강을 찾으려는 까닭도 있지만 자신의 걸어온 발자국을 생각하고, 또 혼자서 ‘내 안의 길’을 찾으려고 떠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새는 날개가 있어 높이 날아야 하고, 동물은 네 다리가 있어 뛰어다녀야 하고, 인간은 두 다리가 있기에 걸어야 오래 산다는 말도 있지 아니한가. 작가이자 도보 여행가로 잘 알려진 황안나(72)씨의 경우는 특별하다. 우선 환갑을 훌쩍 넘긴 65살에 혼자 걷기 시작했다. 해남 땅끝에서 임진각까지 23일 만에 국토종단, 67살 때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를 거쳐 임진각까지 이르는 길을 118일 동안 걸었다. 그렇게 국토 일주는 2차례, 남해안 섬길도 여러 차례 걸었다. 지리산, 한라산 등 웬만한 산은 다 올랐다. 이뿐이 아니다. 동티베트, 스페인 산티아고, 아이슬란드 등 48개국 오지를 도보로 여행했다. 그러면서 ‘내 나이가 어때서’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엄마 나 또 올게’ 등의 책을 써서 화제가 됐다. ‘내 나이 어때서’는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칠순을 훨씬 넘긴 지금에도 그는 배낭을 메고 혼자 걷고 글을 쓴다. 왜?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내 한 카페에서 황씨를 만났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 배낭을 멘 모습이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걷는 것이 습관이 돼서 늘 이런 차림이라며 웃는다. 금방이라도 어디로 떠나갈 듯한 분위기였다. “월요일(10일) 아침부터 여수 금오도를 한 바퀴 돌고 나서 고흥반도 쪽으로 죽 걸어볼 예정입니다. 중간중간에 강연요청도 있고, 지자체에서 새로난 길이 있으니 함께 걸어보자는 요청도 있고 해서 다시 남해안 길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약속된 일정 때문에 27일까지는 서울에 와야 합니다. 사실 저는 별로 잘나지도 않았는데 결혼식 주례, 강연 등 불러주는 곳이 많네요. 그 약속을 지키고 나서 다시 남해 해안길을 11월까지 걸을 예정입니다.” 국토 종단 얘기가 나왔다. 지난 4월 황씨는 고성~동해~남해~서해길 코스로 두 번째 국토 일주를 했다. 여기에다 거제도, 완도, 진도, 강화도 해안길까지 한 바퀴 돌았다. “하루에 100리, 그러니까 40㎞는 걸었어요. 숙소를 못 정하는 날에는 50㎞는 걸어야 합니다. 국도로만 걸으면 우리나라 전체 해안선 둘레 길이는 4000㎞가 됩니다. 섬까지 포함하면 더 길지요. 아침 6시부터 걷고 밤이면 찜질방이나 모텔에서 잡니다. 배낭 무게는 비상약, 간식거리, 갈아입을 옷, 카메라 등을 포함해 15㎏ 정도는 됩니다. 보다시피 제 체구가 왜소하잖아요. 처음에는 무거웠는데 이제는 어디에 가든 자신 있어요.(웃음)” 지난 7월에는 아이슬란드 해안선 도보여행을 마쳤고 8월에는 동티베트 길을 2주 동안 걸은 것도 그런 자심감에서였다. 우문일까. 걷는 이유를 물었다. “저는 강연을 할 때 ‘길은 인생과 똑같다’고 합니다. 노년층에게는 ‘생각을 바꿔라’, 주부들에게는 ‘자신을 감동시키는 일을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그러면서 가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길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합니다. 제 경험으로, 잘못 들어간 길일지라도 좋은 인연이 많았습니다. 한번은 동해안 길을 걷고 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걸었지요. 혼자 사는 할머니를 만나 하룻밤 같이 잤습니다. 어찌나 자상한지 이튿날 할머니하고 바닷가에 나가 다시마와 미역을 함께 말리면서 아름다운 인연을 맺기도 했습니다.” 걷게 된 사연을 다시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황씨는 57살 때 홀로 앉은 교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득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다. “그동안 저는 정체성이 없이 엄마 노릇, 선생 노릇, 아내 노릇…노릇만 해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는 내 노릇해 보자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날로 집에 가서 남편한테 상의를 했더니 ‘그러세요. 그동안 고생많았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이튿날 바로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정년을 7년 정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변의 반대도 많았지만 그렇게 훌훌 털고 일어났습니다.” 다음 한 일이 미뤄왔던 건강검진이었다. 재검사 항목이 많이 나왔다. 가까운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2시간 반 동안 산을 오르내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년이 지나자 체력에 자신감이 생겼다. 홀로 지리산 종주를 했다. 이후에는 산악회에 가입했고 환갑 나이를 지날 때까지 지리산만 무려 7번 종주했다. 우리나라의 이름 있는 산은 거의 다녔다. 이때마다 항상 선두에서 걸었다. 2004년에는 국토종단은 물론 4대강길까지 걸었다. 적막강산이라는 말이 있다. 혼자 걸을 때 무슨 생각을 할까. “걷노라면 막막하지만 발끝에서 전해져 오는 말할 수 없는 전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며 웃는다. 황씨는 원래 작가가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박봉으로 가정을 꾸려 나가는 춘천역장이었던 아버지의 권유로 교사가 되기 위해 춘천사범학교에 진학했다. 졸업후 교사를 하면서 주로 문예반 아이들을 가르쳤고 학교에서 교지를 담당했다. 여성지 등 잡지에 글을 보내면 곧잘 게재될 정도로 작가적 기질을 틈틈이 발휘했다. 아울러 6남매 중 맏딸로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 23살에 결혼한 황씨는 남편의 사업이 잘되지 않아 빚 갚기에 바빴다. 이런 생활이 30년 가까이 계속됐다. “정말 한많은 세월이었습니다. 남편은 양계, 조경, 서점, 택시운전 등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그 기간 동안 절대빈곤으로 살았지요. 그렇게 하다가 영세한 공장의 경비원으로 다시 시작했고 이어 아주 작은 욕실 용품 수출공장을 개업했습니다. 다행히 사업이 잘 풀려 50살 되던 해에 빚을 거의 다 갚고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황씨가 57살에 용기를 내고 사표를 던질 수 있었던 것도 남편의 재기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도보 여행가로서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작가로 데뷔한 것도 이때였다. 전국의 산과, 국토종단을 하면서 느낀 에세이 ‘내 나이가 어때서’(2005)라는 책이 대형 서점에 진열된 것을 보고 눈물겹도록 감동을 받았다. 이어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2008),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쓴 ‘엄마 나 또 올게’(2011) 등을 잇따라 펴내면서 여고생 때 가졌던 작가의 꿈을 50여년 만에 이루는 감격을 맛보았다. 이후 언론사 인터뷰와 TV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도보 여행가이자 작가, 방송인, 강연자로 자연스럽게 이름을 알렸다. 내년 5월에는 길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펴낼 예정이다. “가방 끈 짧은 할머니가 쓴 책인데 많이 봐 주셔셔 고맙지요 뭐. 사실 학교를 그만두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지금처럼 인생 2모작을 하면서 살아갈 줄은 몰랐습니다. 운전면허는 50대에 땄고 카메라는 70살에 배웠습니다. 사진 찍고 블로그에 올리고 젊은이와 카톡도 합니다. 걸어 보니까 젊어지는 것 같아요.” 황씨는 정신없이 다녔던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진정한 자아를 찾았다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다시 황씨에게 길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길은 인생의 실마리다. 길이 길을 가르쳐 준다. 길은 꿈이요 도전이자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며 웃는다. 또 있다. 길로 인해 남편과의 새로운 연애에 빠졌다고 했다. “(부부가)둘이 살지만 결국 누군가는 혼자 남게 됩니다. 그때에 대비해 홀로서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저 때문에 홀로서기를 마스터했습니다. 또 제가 집을 떠나 보니 남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더라고요. 새삼 연애시절 생각도 나고, 남편이 해주는 계란찜도 너무 맛있고, 서로 감동하며 제2의 신혼처럼 지내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둘이 배낭 메고 도보여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황씨는 평소 ‘때문에’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오늘도 걷는다. 세계 최고령의 킬리만자로 등정 계획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하나다. 선임기자 km@seoul.co.kr ■황안나 도보여행가는 정년 7년전 사표… 67살에 동해~서해 해안선 4000㎞ 홀로 걸어 1940년 개성에서 맏딸로 태어났다. 본명은 황경화(黃慶花)이며 광복되던 해 아버지를 따라 월남했다. 1959년 춘천사범학교 졸업 후 강원도와 인천 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지냈다. 1998년 정년을 7년 앞둔 57살에 사표를 내고 도보여행가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지리산과 한라산 등 국내의 유명산 종주를 시작으로 몽골, 바이칼,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 네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 등을 도보로 여행했다. 65살 때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도보로 완주했고 67살 때에는 동해~남해~서해까지 해안선을 따라 4000㎞를 홀로 걸었다. 2007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아들, 며느리와 같이 걸었으며 2010년 봄 100㎞ 울트라 걷기대회에 참가해 46위로 완주했다. 황씨의 블로그 ‘맛있게 살기’는 하루 5000여명이 드나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주요 저서로는 ‘내 나이가 어때서’,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엄마 또 올게’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강연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정치 노예 남아있는 北에 자유의지 불어넣어야”

    “정치 노예 남아있는 北에 자유의지 불어넣어야”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자본의 억압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북한과 같이 ‘정치적 노예’가 남아 있는 곳에 자유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아프리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이지리아 출신의 월레 소잉카(78)는 제78회 국제펜(PEN)대회에서 연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4일 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탈북 문인으로 구성된 ‘망명 북한 작가 펜센터’ 가입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북측 망명 작가들과 잇따라 회동 중인 소잉카에게 한반도는 여지껏 국가의 폭력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공간이다. 그는 ‘죽은 사나이’ ‘죽음과 왕의 마부’ 등을 쓴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다. 11일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에서 만난 소잉카는 “나이지리아와 한국은 유사한 식민 경험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 더 강한 언어·민족적 동질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소잉카는 아프리카 서부에 뿌리를 둔 요루바족 출신. 요루바족은 식민시대를 거치며 각 나라로 흩어졌고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됐다. 그가 특정 언어를 고집하지 않고 영어로 글을 쓰는 이유다. 집필한 작품들도 종족의 정치적 통일이 아닌 문화적 동질성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한국 문학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분단 국가인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싶다.”면서 “예전에는 고은 시인 등의 작품을 즐겨 읽었는데 최근 탈북 작가들의 체제 고발 작품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한국이 노벨문학상 작가를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해선 “반드시 상 때문에 글을 쓰는 건 아니다.”라면서 “무명 작가들 중에 정말 글 잘 쓰는 사람이 많다.”고 겸손해했다. “남이 인정하든 아니든 꾸준히 같은 길을 걷다 보면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잉카는 자신의 20대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고백했다. “식민지에서 태어나 좌절과 암울을 곱씹으며 키운 꿈은 무척 위험했고 이때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결국 인생의 르네상스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다양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인터넷은 어떤 공간일까. 소잉카는 “인터넷은 문학에 영향을 끼쳐 사람들은 아이패드를 통해 문학작품을 읽고 친밀감을 높인다.”면서도 “인터넷은 문맹률을 낮추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책으로부터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쓰지는 않지만 아랍의 봄을 불러와 이집트와 리비아 등지에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데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복잡한 시대에 문학작품이 삶의 장식품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글 사진 경주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26)‘개화파’ 김옥균 vs ‘그를 죽인’ 홍종우

    [선택! 역사를 갈랐다] (26)‘개화파’ 김옥균 vs ‘그를 죽인’ 홍종우

    ●혁명가 인정받는 ‘김옥균’ vs 테러리스트 된 ‘홍종우’ 정부 차원에서 주요한 역사적 개념을 규정하는 북한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갑신정변을 ‘근대 부르주아 혁명운동’으로 변경했다. 한국에서 김옥균(金玉均·1851~1894)과 갑신정변에 대한 견해는 연구자들 간에 일치하지 않으나 대체로 근대국가 수립을 위한 최초의 혁명적·진보적 개혁운동으로 보고 봉건제 청산을 위한 ‘위로부터의 개혁’을 전개하였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일본이라는 외세 동원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변혁 주체로서의 역할은 인정하는 편이다. 반면 이와 대비시켜 우리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홍종우(洪鍾宇· 1850~1913)는 대다수 사람들이 갑신정변 주도 인물인 김옥균 암살범이자 독립협회와 대척점에 있던 황국협회를 주도하던 반(反)개화, ‘테러리스트’로만 이해하고 있던 인물이다. 당연히 그 평가는 부정적이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보수반동 성향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갑신정변’ 3일천하… 실패한 비운의 개화파 김옥균 조선을 개혁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일으킨 1884년 갑신정변이 3일 천하로 끝난 뒤 반역자로 처단된 고균(古筠) 김옥균. 권력과 세력을 잃고 망명지를 떠돌다가 목숨을 잃고 주검마저 능욕을 입은 비운의 개화파…. 갑신정변의 실패는 정변의 주체들과 일정 부분 이해를 같이했던 윤치호의 아버지이자 군부대신 등 고위관료를 역임한 윤웅렬도 예견하고 있었다. 그는 갑신정변의 실패 요인을 다음의 여섯가지로 꼽았다. 1. 군주를 위협한 점 2. 외세를 믿고 의지한 점 3. 민심이 따르지 않은 점 4. 청국의 군사력을 과소 평가한 점 5. 왕과 왕비의 의향을 어긴 점 6. 당붕(黨朋)의 도움 없이 일을 조급하게 처리한 점 갑신정변의 행동대장으로서 정권의 핵심인사 살해에 앞장섰던 서재필은 후일 회고담에서 실패 원인을 ‘민중의 무지몰각’에 돌리고 있다. 그는 광범위한 민중의 원동력과 잠재력을 믿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매도했다. 정변은 국민적 동의 없이 진행된 것이다. 후일 김옥균은 일본을 ‘이용’했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용당한 것이고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봉건제도 청산을 위한 노력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상대적으로 제국주의 침략 세력에게는 관대하거나 이를 생각하지 못한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와 친한 일본인들은 후쿠자와(福澤諭吉), 도야마(頭山滿), 고도(後藤像二郞) 등 ‘대아시아주의자’이자 한국 침략을 적극 옹호한 인물 일색이었다. 말년의 김옥균은 이른바 삼화주의(三和主義)에 심취해 있었다. 그는 ‘흥아지의견’(興亞之意見)에 기초해 이를 설명했는데, 그 골자는 ‘삼국제휴 서력방알’(三國提携 西力防?)을 통해 아시아를 부흥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제창하게 된 것도 정신적 스승인 후쿠자와의 영향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흥아지의견’은 현재 남아 있지 않아서 과연 김옥균이 후쿠자와와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삼국이 대등한 관계에서 평화롭게 공존공생하자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904년 러일전쟁 직후 그동안 일본에 망명했던 갑신정변과 을미사변 관련자들은 모두 귀국하여 복권되고 식민지 시기 대다수는 친일의 거두로서 식민지 지배의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김옥균에게는 유신(維新)을 처음 제창한 사람이고 문명의 선각자로서 충달공(忠達公)이라는 시호가 융희 4년(1910) 7월 27일에 추증되었다. 김옥균 추종 세력은 이후 1920년대에 들어와서도 그의 이전 활동을 과장·미화하였다. 식민지 시대 말기에 이르면 일제는 만주 침략을 시작으로 대륙 침략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대동아공영권을 통한 아시아 지배와 조선 민중에 대한 무제한의 통제 명분을 김옥균이 주장한 삼화주의에서 찾았다. 김옥균의 삼화주의는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숱하게 왜곡되어 갔다. ●홍종우, 실정 맞는 근대화 추구… 佛르피가로도 ‘개화인사’ 인정 경기도 몰락한 선비의 가문에서 출생한 홍종우는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빈곤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중 1886년 3월부터 프랑스행을 결심하여 1888년 나가사키와 규슈, 오사카를 거쳐 도쿄에 도착했다. 이어 1890년 12월 파리로 들어갔다. 그는 프랑스 유학 후 거의 2년 동안 파리 기메박물관에서 연구보조자로 활동하면서 춘향전, 심청전, 직성행년편람(直星行年便覽) 등 한국의 고전과 점성술책, 일본과 중국의 고전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일에 종사했다. 홍종우는 프랑스어 번역본 ‘다시 꽃이 핀 마른 나무’(심청전)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공화국에 사는 데 습관이 된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우리 선조가 세운 정부 형태에 우리가 집착하는 것을 탓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이것은 기질의 문제이다. 기후가 국민의 관습에 끼치는 영향은 오래전에 증명되었다. 그 누구도 인디언들이 에스키모인과 같이 옷을 입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라마다 다른 정체(政體)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정부 형태를 유지하면서, 이번에는 우리가 유럽문명을 이용하고자 한다. 이 일에 있어 우리를 돕고자 하는 자들에게 우리는 존경과 애정을 바칠 것을 미리 약속한다.” 홍종우의 정체관이 그간의 시대 담론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목표는 조선의 전통과 서양 문화를 조화·절충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대중을 계몽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성리학적 질서와 체제를 유지하고자 했던 척사위정론자들과 다른 것이었으며, 민족 주체성과 민족 문화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화 지상주의론자와도 구분되었다. 1893년 귀국을 결심한 그는 그해 12월 일본에 도착하였다. 이때 고종의 밀명으로 도쿄에 온 이일직과 만났고, 그로부터 김옥균 암살을 제의받게 된다. 홍종우는 김옥균을 만나 프랑스 정국을 소개하고 세계 대세와 동양 정세를 논하는 한편 그의 상하이행을 유도했고 상하이 동화양행에서 김옥균은 결국 홍종우가 쏜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즉사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국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는 아관파천 이후부터다. 그는 국왕을 황제로, 세자를 황태자로 높이는 한편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건원 연호를 ‘광무’(光武)로 정할 것을 건의하였다. 이는 대한제국 수립과 황제 즉위식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홍종우는 대한제국 성립 당시 비서원승으로 활약한 이래 각 방면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전반적인 개혁을 주장하였다. 경제 문제에 관한 개혁론은 대외적으로 열강의 조선 이권 침탈에 대한 절대불가론으로, 내적으로는 국가재정의 확충과 국내 상인의 몰락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론인 보호주의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은 한러은행 설치 반대, 외상의 도성 개잔(開棧)과 내지행상 반대, 절영도 석탄고 임대 및 광산이권 양도 반대, 조선 연해어업 및 홍삼 사매(私買) 반대, 방곡실시, 광무연호 주조, 상권보호 등이다. 정치·사회 문제에 관한 개혁론은 군주권의 절대화, 군권(軍權)의 확립과 군사권 간섭 반대, 각부 고문관과 각국 공사의 내정 간섭 반대, 불평등 조계 개정, 만국공법의 철저한 준수, 공정한 인사정책, 민선의원(民選議院) 설립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근대적 지도체제의 확립을 위해서는 정부의 자립과 과감한 개혁이 이를 보조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러일전쟁을 거쳐 1910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이 식민지가 되자 그는 ‘개화당의 영수’ ‘조선독립의 혁명가’ 김옥균 암살범으로 다시 각인되었고, 근대화를 저해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그는 명실상부한 개화인사였다. 프랑스 저명 신문 르피가로지도 그렇게 보고 있다. 잘 알다시피 홍종우는 프랑스 최초의 한국 유학생이자 많은 부분 우리 실정에 맞는 근대화를 도모하였다. 그가 수구파라는 결정적인 근거도 없고 그 역시 수구적인 언급을 한 바 없다. ●편견 지우고 입체적으로 보아야 김옥균과 홍종우는 조선을 근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같다 하더라도 양자 간에는 분명한 대립각을 갖고 있었다. 김옥균과 달리 홍종우는 조선이 근대국가로 이행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외국으로부터의 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자주적 근대화를 추진하려고 했다. 그는 조선의 역사와 현실을 서구에 알리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선에서 근대화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것이다. 현실 사회에 대한 객관적 인식의 부재 상태에서 문화적 전통과 제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서구 및 일본의 제도를 무차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그 나라의 발전에 커다란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김옥균처럼 문명개화를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보면서 제국주의 이웃 강국을 끌어들여 근대화를 달성하려는 방식은 정당화되기 힘들다. 만약 그럴 경우에는 자칫 국가를 상실할 위험이 뒤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갑신정변 당시와 지금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의 국제 정세는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조재곤(동국대학교 연구교수)
  • “울려라~ 삼국유사 골든벨”

    “울려라~ 삼국유사 골든벨”

    ‘2012 삼국유사 골든벨 퀴즈 대회’가 전국 고교생들의 한마당 축제로 펼쳐진다. 경북 군위군은 오는 8일 군위읍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에서 전국 161개 고교 9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삼국유사 골든벨 퀴즈 대회’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올해 4회째다. ‘삼국유사 골든벨 퀴즈 대회’는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인 군위에서 해마다 열리는 삼국유사 문화축전행사의 하나로, 전국 고교생 가운데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룬다. 행사는 우선 오전에 삼국유사 관련 권장도서 내용을 중심으로 한 예선(필기시험)을 통해 본선 진출자 50명을 가린다. 오후에는 본선 진출자 중에서 골든벨을 울리는 최후의 1인을 선발하게 된다. 본선 진출자들은 삼국유사사업추진위원회가 단군신화부터 신라·백제·가야의 설화와 역사, 향가, 불교사(佛敎史) 등 삼국유사에 담긴 방대한 자료에서 출제하는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대회를 치른다. 최우수상인 골든벨 등 수상자 9명에게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경북도지사상, 군위군수상 등의 상과 함께 총 800만원의 장학금이 주어진다. 특히 이번 대회는 참가자들이 각종 공연과 체험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성악가 초청 공연을 비롯해 클래식 기타 및 플루트 연주,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노래와 게임 실력을 선보이는 장기자랑대회 등이 펼쳐져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삼국유사 목판 탁본 체험과 우리 농산물 시식회도 곁들여진다. 군위 주민들도 올해 처음으로 행사 지원에 나섰다. 25가구가 서울과 경기, 제주 등 원거리 참가자 120여명의 편의를 위해 1박 2일 무료 숙박을 제공키로 했다. 장욱 군수는 “대회를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한·일 軍교류 중단… 동북아 안보지형 ‘흔들’

    독도 갈등으로 한국과 일본의 군사교류가 중단되면서 동북아 한·미·일 안보협력 기조가 위기에 봉착했다.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가 최근 “한·일 간 일련의 긴장 사태는 미국 등의 우려를 초래했다.”며 한·일 양국 정부에 자제를 촉구할 정도로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한·일 간 전례 없는 외교갈등으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 즉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통한 중국의 포위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자위대는 3∼6일 한국 공군의 남부 전투사령관을 초청하는 지휘관 교류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한국 측의 의향에 따라 중단됐다. 3일부터는 한국 해군 교육사령관의 방일도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됐다. 오는 10월 한국 해군의 제1함대 사령관이 일본을 방문해 해상자위대와 교류할 예정이지만 일정이 유동적이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고급 지휘관을 양성하는 지휘 막료 과정의 학생들은 오는 18일부터 한국을 방문해 교류 활동을 할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오는 7일부터 해병대의 독도 상륙훈련 등을 포함한 독도 방어훈련을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해군 1함대사령관이 주관하는 이번 훈련에는 3200t급 한국형 구축함과 1800t급 호위함, F15K 전투기 등이 참가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지난달 31일 서울과 도쿄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 간 회동, 안호영 외교통상부 1차관과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의 면담이 주목받는다. 한·일 간 외교 갈등을 통제 가능한 범위로 ‘관리’하겠다는 의미가 적지 않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2일 “총선을 앞둔 일본 정객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해야 하는 영토나 과거사 문제를 양보할 가능성은 없어 단기간 내에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외교채널을 가동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동북아 뇌관인 북한문제에 대해서 공조의 움직임이 읽혀진다. 한·일 양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는 사흘간의 북·일 정부 간 회담 직후 전화통화를 통해 대북 공조 방안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일본 수석대표인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지난달 31일 우리 측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북·일 회담 결과와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한·일 양국은 독도 및 과거사 문제와는 별개로 대북 공조를 비롯한 한·일 간 협력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달 안에 예정된 북·일 본회담 전후로 임성남 본부장의 일본 방문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 정권 들어 편향적인 미·일 중심의 안보 전략 자체가 한계를 갖고 있어 균형 외교가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외교)는 “동북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안보와 경제 부분의 다자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구도”라고 밝혔다. 동북아 갈등이 증폭될수록 보수회귀 세력들의 발언권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독도문제와 일왕사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극우세력들의 강경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 교수는 “한·중·일 3국은 동아시아 공동체로 발전해야 하는데 민족주의 강화, 정치권의 영토분쟁화 탓에 분쟁이 이어지고, 이는 결국 각국 극우세력에만 이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중국식 국민교육 도입 반대” 홍콩주민 4만여명 또 시위

    중국 공산당 정치체제의 우수성을 담은 ‘중국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을 앞두고 홍콩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홍콩 당국은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과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홍콩 주민 4만여명이 지난 1일 정부청사 앞에서 ‘중국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 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국제뉴스 전문 채널인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FI)이 2일 보도했다. 시위는 지난 7월 말에 이어 두 번째로 3일 또 한 차례 예정돼 있다. 시위대는 자유,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홍콩의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중국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침례교 목사인 주야오밍(朱耀明)은 자신을 소년 공산당 조직인 소년선봉대 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중국 공산당의 애국 교육은 전형적인 우민화 교육이다.”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전쟁과 분단, 한국의 시뻘건 속살 드러내다

    전쟁과 분단, 한국의 시뻘건 속살 드러내다

    “글쎄요. 회전이랄까, 유행이랄까. 화단도 너무 흐름이 빠른 것 같아요. 새로운 게 뭐 있느냐는 얘길 자꾸 듣다 보면 아, 나도 그러면 바뀌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답변이 선선했다. 새로운 작품을 보니 신학철 작가가 떠오른다고 하자 딱히 부정한다거나 뭔가 다른 접근법임을 애써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럼요, 저도 아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라고 받아넘긴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거리낌 없이 다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다. 한술 더 떠 “붉은 산수 때도 중국 그림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뭘.”이라며 씩 웃어 버린다. 이세현(45) 작가. 10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본관과 신관을 통틀어 전시한다. 전시가 이렇게 대규모로 이뤄진 까닭은 그놈의 인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의 바쁜 전시 일정 때문에 이번 전시가 국내에서 여는 첫 개인전일 뿐 아니라 그간 변신을 위해 별러 왔던 신작을 동시에 선보이는 자리다. 본관에는 기존 연작 시리즈, 신관에는 신작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작가는 홍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17년 가까이 무명으로 지냈다. 그림은 물론 조각, 설치, 드로잉 등 안 해본 게 없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가슴은 무너졌지만 그래도 기댈 곳은 작품뿐. 전 재산을 털어 영국으로 떠났다. 마지막 도전지 영국에서 그만 대박이 터졌다. 첼시예술대학원 졸업 전시에서 작품이 다 팔려 나가더니 입소문이 나 각종 전시에 불려다녔다. 세계적인 컬렉터인 울리 지그가 직접 런던 작업실에 찾아와 작품을 사 가기도 했다. 거기에다 미국 페이스갤러리에서 그의 작품 3점을 판화로 제작하기까지 했다. 국내에선 익숙지 않은 이름이라 조용히 넘어갔지만 페이스갤러리는 검증된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만 다룬다.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에 이어 두 번째였을 뿐 아니라 젊은 작가를 택했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화젯거리였다. 작품의 어떤 점이 관심을 끌었을까. 역시 답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 군 복무 시절 야간 투시경으로 우리 산하를 봤던 경험을 살려 그 느낌대로 고향 통영 앞바다를 그렸다. 단, 녹색이 아니라 붉은색으로 그렸다. 그리고 그 속에다 분단, 전쟁, 군사 문화, 급격한 근대화가 낳은 을씨년스러운 풍경들을 섞어 넣었다. 한국의 시뻘건 속살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낸 것이다. 울리 지그도 그의 작품을 수집한 이유로 “분단의 비극성을 정면으로 다룬 작가를 찾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붉은 산수’ 혹은 ‘비트윈 레드’(Between Red) 연작의 탄생이다. 대작인 데다 세필로 붉은색 한 가지만으로 장시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은 그야말로 악전고투다. 최신작에서는 변신이 뚜렷하다. ‘붉은 산수’ 연작이 수평적인 공간성이 두드러진다면 이번에 내놓은 ‘분재 산수’는 수직적인 시간성이 돋보인다. 풍경 속에 녹아 있는 듯 펼쳐져 있던 이런저런 한국 현대사의 흔적들이 이번엔 분재 모양으로, 수직적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도 인공적인 냄새가 가득 풍기는 ‘플라스틱 가든’이다. 혹시 피비린내 나는 슬픈 역사를 인위적으로 꺾어 넣어 억지로 저렇게 아름다운 분재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지 되묻는 듯하다. 웃긴 건 그 분재를 담은 그릇이 고무 대야라는 점이다. 성공한 역사, 위대한 역사라는 공치사들이 그렇게 유치하고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것은 아닌지 되묻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림 외에 설치 작품도 있는데 ‘무릉도원’이 눈에 띈다. 철근 기둥 위에다 시멘트 집을 얼기설기 엮었는데 위태롭고 불안해 보이는 그 모습이 현재의 우리 아니겠느냐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02)739-493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여의도 첫 쇼핑몰 ‘IFC몰’ 개장… 직장인 사로잡을까

    여의도 첫 쇼핑몰 ‘IFC몰’ 개장… 직장인 사로잡을까

    정치와 금융 1번지인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 최초의 쇼핑몰 IFC(국제금융센터)몰이 30일 개장했다. 국제적 스타일을 표방한 만큼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가 총집합했고 홀리스터 등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 1호점으로 깃발을 꽂았다. 커리어우먼 등 직장인들의 지갑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IFC몰에는 110개의 매장이 있다. H&M, 자라, 유니클로 등 3대 글로벌 SPA 브랜드는 물론 바나나 리퍼블릭,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빈폴 등 인기 브랜드가 즐비하다. 아베크롬비&피치 계열의 영캐주얼 브랜드인 홀리스터와 화덕 피자로 유명한 외식업체 SG다인힐의 ‘꼬또’가 첫 국내 매장을 열었다. 대형 서점인 영풍문고와 3차원(3D) 입체 사운드 시스템이 전관(9개)에 장착된 CGV 영화관도 자리했다. IFC몰의 자산관리 담당 안혜주 AIG코리안부동산개발 전무는 “내부에서 쇼핑, 영화, 식사까지 끝낼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이 사계절 내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총면적 7만 6021㎡의 IFC몰은 지하 1~3층으로 구성돼 있지만 몰의 입구인 ‘글라스 파빌리온’이 17m 높이의 유리 천장 역할을 하고 있어 내부가 밝다. 자연 채광으로 전기료를 절감하고 확 트인 둥근 삼각형 동선으로 공간감을 넓혔다. 매장 규모나 디자인이 제한적인 백화점과 달리 에잇세컨즈, 아디다스 등은 2개 층의 복층 구조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매장 입구도 브랜드 정체성이 뚜렷이 드러나도록 보석업체 스와로브스키의 경우 수정 모양의 인테리어를 적용했고 미국 업체인 홀리스터는 대형 브라운관을 벽 전면에 배치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의 영상을 보여주는 등 차별화를 시도했다. IFC몰은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과 연결된다. 다음 달 9일까지 공중 퍼포먼스 그룹 ‘반달루프’의 야외 공연과 레이저쇼, 할인 행사 등 그랜드 오픈 페스티벌을 연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교수가 자살할 정도면/최용규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교수가 자살할 정도면/최용규 사회2부장

    벌건 대낮에 막걸리병을 싸 들고 집에 들어가는 염 교수의 심정은 어땠을까. 세 병이나 들고 아파트 방문을 열었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두 병을 비웠다. 손님이 온 것도 아닌데 혼자 마시겠다고 막걸리 세 병을 사 간 것부터가 예삿일은 아니었다. 크게 취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승과 하직할 자신이 없었나 보다. 염 교수는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의 죽음은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큰 파장을 몰고왔다. 염 교수는 꾹꾹 눌러 참아왔고, 부인에게조차 말 못할 참담함을 자신을 버리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 시대 지방대학의 교수가 처한 비참한 현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고발한 것이다. 재앙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교수확보율을 들이대며 대학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을 때부터 예견됐다. “이러다 큰일 나지, 사람 잡지.” 하는 우려가 염 교수 사건으로 현실화됐을 뿐이다. 이런, 사람 잡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염 교수는 줄을 섰다고 봐야 한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걱정했을 법할 일을 이 장관이 몰랐을 리 없다. 몰랐다면 장관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큰 감투를 주겠다고 해도 덥석 받을 일이 아니다. 알았다면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다.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대학이라는 게 무엇을 하는 곳인가. 또 대학교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취업률을 가지고 대학 서열을 매기는 나라는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없다. 미국도 그렇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잣대로 대학을 후려친다. 대학이 뭐하는 덴가. 교육과 연구가 본령이다.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이것이 고루하고 한심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과거의 대학이 그랬고 현재의 대학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대학의 가치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못하게 한다는 말이 더 정확하고 솔직하다. 입학할 때부터 이런저런 것 해야 취업하기 좋다 이런 식이다. 이 같은 풍토에선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미래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꿈이다. 염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 서예 하고 한문학 하는 교수다. 제대로 정신이 박혔다면 조선시대 선비정신을 계승했다고 봐야 한다. 고지식한 것은 당연하다. 현란하지 못하고, 능글능글한 웃음도 없을 터. 취업기술자보다는 백면서생 쪽에 훨씬 가까웠을 그다. 그런 그가 취업률 압박에 시달렸다면 정체성 혼란이 오는 것은 필연이다. 대학교수란 도대체 뭔가라는 실존적 고민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런 정체성 혼란이 교수 승진과 생존권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의 정신은 피폐해지고, 삶은 퍽퍽했을 것이다. 대학교수가 취업을 시키는 사람인가. 아니다. 굳이 취업과 연관시킨다면 취업을 준비시키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논문 한 편 더 쓸 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키라고 죈다면 이게 정상이겠는가. 대학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짓이다. 언론에 터져나오는 지방대 교수의 현실을 보면 초등학교 교사만도 못하다는 자탄이 틀린 소리도 아니다. 교육과 연구는 뒷전에 밀렸다. 취업을 못 시키면 교수직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이런 가공할 공포는 다름 아닌 정부가 조성했다. 교과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대출제한대학이라는 낙인은 대학의 본령인 연구와 교육을 박탈했다. 주홍글씨가 새겨진 대학에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는 원서를 넣을 리 없다.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과 교수. 국립 타이완 사범대에서 석사,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실력 있는 역사학자다. 그 역시 “얼마 전부터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말은 충격적이다. 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이런 일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그의 탄식은 비단 도 교수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 교수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이쯤 되면 대학에 대한 교육권력의 폭력이 도를 넘은 것이다. 가정사나 치정문제도 아니고 대학교수가 자살할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ykchoi@seoul.co.kr
  • “게이 알려지면 전역해야 하나요”

    “게이 알려지면 전역해야 하나요”

    “군대에서 게이(남성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되죠. 전역조치를 당하나요.” 입대를 앞둔 남성들은 누구나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남성 동성애자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성을 강요하는 군대는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사회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청소년수련원.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가 게이 예비입영자들을 위해 이틀간 인권캠프를 마련했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행사로, 입대를 앞둔 남성 동성애자들이 군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상황에 대비하고 입대 전 그들의 고민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서울, 대전, 대구 등 전국에서 온 참가자 23명은 사는 곳이나 하는 일은 각각 달랐지만 고민은 같았다. ‘과연 내가 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수업이 시작되자 고민이 쏟아져 나왔다.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 “동료를 좋아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등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질문들이었다. 이들 대다수는 군 생활 중 자신의 성 정체성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알려진다고 한들 누구 하나 도움을 줄 리 없는 데다 따돌림이나 괴롭힘만 심해질 것 같아서다. 실제 지난 2006년 한 동성애자가 부대 내 상담 과정에서 커밍아웃(성 정체성을 스스로 밝히는 일)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곧 부대 전체에 퍼졌다. 심지어는 “동성애자임을 입증하고 싶으면 동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찍어 오라.”는 명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황당하지만 군의 현실이다. 이날 캠프에는 이미 병역을 마친 5명의 예비역들도 후배들에게 군 생활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함께했다. 올 초에 전역한 A(22)씨는 “본의 아니게 커밍아웃을 하면서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부적응자 캠프에 참석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군 생활을 했다.”면서 “혼자 참아내기 어려운 일인 만큼 부대 안에서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 달 초 입대를 앞둔 B(20)씨는 “뜻밖에 많은 정보를 얻게 돼 군 생활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면서 “함께 고민을 나눌 친구들을 만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C(21)씨는 “군대에서도 우리 같은 성 소수자를 동료로 받아 줄 수 있는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동성 성행위를 뜻하는 ‘계간’(鷄姦)을 하게 되면 군 형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된다. 군기문란과 전투력에 부정적인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게 국방부측 설명이다. 글 사진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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