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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혀진 전쟁… 우리와 여전히 얽혀 있다

    잊혀진 전쟁… 우리와 여전히 얽혀 있다

    베트남전쟁의 한국사회사/윤충로 지음/푸른역사/402쪽/2만 5000원 영화 ‘국제시장’ 속 덕수(황정민)는 여동생의 결혼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자청해서 베트남에 간다. 이른바 ‘파월 기술자’였다. 32만 5000명의 베트남 참전 군인 외에 6만 2800명의 파월 기술자가 있었다. 당시 미국계 회사 빈넬, 한진상사 등에 소속된 파월 기술자는 숙식 제공에 350~600달러의 월급을 받았다. 한국의 장관보다 훨씬 많은 월급이었다. 군인의 5분의1 인원에 불과한 이들 파월기술자가 국내로 보낸 돈은 1억 6600만 달러였다. 군인들의 전체 송금액 2억 100만 달러에 못지않았다. 하지만 게릴라전을 주로 하는 베트남전의 특성상 전후방이 따로 없이 위험에 노출돼야 했다. 그들의 하루하루는 노동의 나날이면서, 전투의 연속선상에 있었다. 파월기술자들은 스스로 ‘군번 없는 군인’이라고 불렀다. 베트남 전쟁은 1955년부터 75년까지 무려 20년 동안 전개됐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상징되는 이념 대결의 장이었다. 베트남으로서는 국토가 파괴되고 수많은 생명이 살상된 비극의 전쟁이었지만, 한국전쟁을 갓 마친 폐허 속 한국에는 경제 도약의 또 다른 기회였다. 총성이 멎은 지 40년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사과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호찌민 전 주석의 묘소에 참배하는 등 두 나라 관계는 정상화됐다. 과거의 전쟁을 애써 기억하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의식의 기저에 묻혀 있고, 다른 형태로 한국사회의 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인 저자는 베트남과 관련됐던 개개인의 기억을 하나씩 끄집어내며 그들의 언어와 의식을 묶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 2015년 한국사회에 여전히 드리워져 있는 베트남 전쟁과의 연관성을 확인시키고 있다. 부제 ‘잊힌 전쟁, 오래된 현재’처럼 단순히 정치, 경제, 외교의 측면만이 아닌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베트남 전쟁을 환기시킨다. 파월군인, 파월기술자, 대학생위문단, 피해 베트남인 등 55명의 생생한 진술을 담아서 참전군인의 집단 형성 과정, 그들의 극우적 정체성 획득 배경, 양국 간 반성 없는 화해가 낳는 문제점 등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파월기술자들은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1971년 9월 15일 칼빌딩에서 농성을 하다가 건물에 불을 질렀다. 농성자 63명에게 유죄가 선고됐고 한진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총탄에 맞고 돌아왔지만 뿌듯한 시절로 기억하는 ‘국제시장’ 속 덕수의 동료들이 겪은 일이었다. 1970년대부터 본격화한 국가 및 자본의 결탁체와 노동 사이에서 펼쳐진 대결의 서막과도 같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길들여지지 않은 시선으로 담아낸 ‘날것의 청춘’

    길들여지지 않은 시선으로 담아낸 ‘날것의 청춘’

    회억하는 청춘은 더없이 아름답지만, 복판에서 겪어야 하는 청춘은 고통스러움 그 자체다.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희망만큼이나 커다란 절망의 무게감에 짓눌릴 때가 많다. 그렇기에 예찬의 대상만으로 삼거나 질풍노도 같은 박제화한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청춘의 터널은 길고, 끝이 없어 보인다. 청춘에는 세상에 대한 염증과 불화, 지독한 자기혐오가 뒤따르기 일쑤다. 영화 ‘스피드’는 심장이 터질 듯 뛰어도 지치지 않는, 길 위에 던져진 청춘의 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국내보다 해외 평단이 더 주목하는 이상우 감독이 만든 첫 번째 상업영화다. 물론 금기의 영역을 넘나들며 눈치 보거나 타협하지 않는 이 감독 특유의 시선과 문제의식은 상업영화라는 분류를 무색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UC버클리주립대 영화과를 졸업한 이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를 거쳤다. ‘아버지는 개다’, ‘엄마는 창녀다’ 등 제목만으로도 도발적인 작품들은 물론 ‘바비’, ‘지옥화’ 등 연출하는 작품마다 파격적인 설정과 함께 비정상적인 인물의 역정을 통해 사회의 보편적 문제의식을 더욱 첨예화시켰다. 교토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이탈리아 지포니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았지만 흥행은 애써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이 감독이 만든 ‘스피드’는 상업영화를 표방했고, 그만의 문제의식을 비교적 순화된 표현양식으로 담았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갓 스물을 넘긴 평범할 법한 청춘이건만 면면들은 여전히 범상치 않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몸을 파는 여고생(신서현), 그 여고생에게 마음을 빼앗긴 명문대학생(변준석), 일거수일투족에 쏟아지는 대중의 시선과 개인의 정체성에 힘겨워하며 약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물간 아이돌 가수(백성현), 친구의 엄마와 연인관계를 맺고 있는 영화감독 지망생(최대환) 등이다. 그들 주변을 둘러싼 어른들 역시 극단적이지만, 사회 모순의 상징적 존재들이다. 학생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고등학교 교사들, 죽은 아들의 친구-아들을 죽게 만든 친구-와의 금기의 사랑을 천진스럽게 나누는 이(이상아), 쇠락한 아이돌 가수에게 성상납을 요구하는 기획사 대표 등은 문제의식의 보편성과 파격적 특수성 사이를 위태롭게 넘나든다.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의 청춘을 다뤘고, 통념이 허용하지 않는 금기의 내용을 곳곳에서 다뤘기에 누군가에게는 불온하거나 불편할 수도 있다. 청춘성장영화지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아직은 자본의 요구, 주류의 인식과 타협하기에 이 감독의 시선은 덜 길들여졌다. ‘피쉬2’를 통해 얼굴을 알린 신인 여배우 신서현이 섬세하면서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9월 3일 개봉.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김포에서 방글라데시 줌머족 위로음악회 열린다

    김포에서 동남아 소수민족을 위한 위로음악회가 열린다. 경기 김포시 양촌읍에는 방글라데시 치타공 지대에서 온 줌머족 약 1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방글라데시에 살면서 소수민족이라며 인종차별을 당하고, 이슬람을 믿지 않는다며 종교탄압까지 받아 본국에서 거주할 수 없어 한국으로 망명한 난민들이다. 한국에 정착하면서 낯선 문화, 환경, 언어문제, 고된 노동, 정체성 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줌머족 난민을 위로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 www.childfund.or.kr)은 오는 29일 저녁 6시부터 경기도 양촌읍사무소 3층 대회의실에서 주민 100명을 초청해 ‘공감 프로젝트, 우리동네 음악회’를 개최한다. 지역 내 읍사무소에서 그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초청하는 자리인 만큼 동네에서 모여 연주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듯이 편안한 음악회로 진행하는 것이 이번 음악회의 콘셉트다. 방송인 고현준씨의 사회로 시작되는 음악회는 공감 앙상블과 바리톤 박종원씨가 참여해 연주할 예정이며, 음악회가 끝나면 줌머전통음식을 나누고 줌머공동체의 문화를 교류하는 친목의 시간도 마련된다. 또한 가족사진 한 장 없는 주민들을 위해 ’우리동네 사진관’을 운영하는 등 강연욱 사진작가, 밥장 일러스트레이터, 태병원PD 등이 나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김유성본부장은 “현재 줌머족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부모세대와 한국에서 출생한 난민 2세가 문화적 격차로 인해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1세대는 방글라데시의 문화를 갖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대 자녀들은 한국문화를 갖고 있어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고국에서 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타국으로 망명 올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상황을 우리가 이해하고 함께 품으며 한국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는 이날 음악회를 시작으로 주민 절반 이상이 난민 및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들로 이뤄져 있는 김포지역 내 저소득가정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음식 쿠킹클래스, 사진전시회, 가족나들이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재한줌머연대(JPNK, Jumma People Network Korea) 한국에 거주하는 줌머 민족 출신들이 2002년에 결성한 인권 및 사회문화 단체. 방글라데시 치타공 산악지대 선주민인 줌머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그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써줄 것을 호소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김포시 양곡읍을 중심으로 현재 약 100여명의 줌머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자체 회비를 통해 양곡시장 부근에서 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도입국 줌머 아동 및 한국 내에서 출생한 줌머인 2세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다각적 지원과 서비스의 지원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가맹점주에게 인정받은 본사 지원관리시스템, “확신하고 창업했어요”

    가맹점주에게 인정받은 본사 지원관리시스템, “확신하고 창업했어요”

    프랜차이즈 가맹점 오픈은 창업상담부터 계약, 인테리어 공사 후 매장 오픈까지 한 달에서 한달 반의 기간에 걸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햅쌀베이크치킨전문점 ‘땡큐맘치킨’ 수원광교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정훈 점주 역시 이와 비슷한 오픈 과정을 거쳤지만 그에게는 남들에겐 없는 또다른 과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본사와의 창업 상담 전 1년 간 자체적으로 가졌던 땡큐맘치킨 브랜드 사전 공부기간이다. 실패 없는 창업을 위해서 그 정도 노력은 필수라고 말하는 장정훈 점주의 창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지난해 초, 국내 유명 호텔 관리소장 10년차의 장정훈 점주는 모처럼만의 휴일을 맞아 친구와 집 근처 치킨집을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맥주를 안주 삼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주문한 치킨이 나왔고 별 생각 없이 치킨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던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치킨의 바삭함과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대화도 잊은 채 치킨 맛에 빠져들다보니 어느새 접시는 비워졌고 치킨에 매료된 그는 매장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땡큐맘치킨(Thank u mom)’이라는 브랜드 네임이 눈에 들어왔다. 장정훈 점주와 땡큐맘치킨의 운명적인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막연하게 장사를 하고 싶다는 꿈은 있었지만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장사는 조금 더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그였다. 하지만 땡큐맘을 만나고 나서 자기도 모르게 퇴근 후에 땡큐맘치킨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수시로 드나들며 뉴스 기사, 고객들이 남긴 블로그 후기를 찾아봤다. 그리고 휴일마다 각 지역의 땡큐맘치킨 매장을 직접 방문해 메뉴를 시식해보고 점주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두 달쯤 땡큐맘치킨에 매진해서 지내다 보니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섰다. 브랜드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분들의 만족도와 본사를 향한 깊은 신뢰, 또 가맹점을 대하는 본사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이후로도 한참의 시간을 직장 생활과 땡큐맘 창업 준비를 병행하며 보냈다. 그렇게 1년여 간의 준비를 마치고 본사 ㈜이루에프씨의 문을 두드렸고 자금이 부족하지만 대출을 희망하지 않는 장점주를 위해 본사는 중고 기물을 구매 대행, 교육비 할인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매장 오픈 일주일 전까지 직장 근무를 병행해 오픈 교육을 제대로 수료하지 못한 장점주에게 추가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멘토 점주를 배정, 현장감 있는 교육 및 적응력을 키워줬다. 오픈 후에도 본사의 각 부서 직원들의 방문점검이 끊이지 않았다. 교육팀과 인테리어팀, 창업지원 본부에서 매장을 방문했다.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며 생긴 개선사항을 체크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힘썼으며 담당SC가 주 2회 방문하며 특별관리를 실시했다. 장 점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을 함께 강구했다. 까다롭지만 점주를 배려하는 본사의 교육을 통해 장 점주는 다시금 땡큐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땡큐맘치킨 수원광교점은 오픈한지 이제 한달 남짓한 새내기 매장이지만 주변에서는 벌써 대박매장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아파트 상가 내 입지한 탓에 공사 기간 내내 오픈 일자를 묻는 주부 및 아파트 주민들의 문의가 이어진데다 오픈한 이후에는 카페 못지 않은 깔끔하고 화사한 인테리어 덕분에 여성 고객을 비롯 가족단위 고객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햅쌀파우더를 입혀 신안 천일염으로 맛을 내 오븐에 구운 건강한 치킨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고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 홍보가 더해져 단골고객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장 점주는 “3년 이내에 지금 매장 크기의 2배 매장으로 확장 이전해서 더 많은 고객들에게 땡큐맘치킨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코리아그랜드세일, 내실을 다지자/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코리아그랜드세일, 내실을 다지자/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판이 커졌다. 2011년 55개 업체가 참여했던 첫 행사 이후 5회 만에 외형이 여섯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 이야기다. 올해는 300개 업체의 3만 2000여 업소가 참여했다. 이쯤 되면 우리가 늘 마주치는, 알 만한 브랜드 거의 대부분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겠다. 보도자료도 앞다퉈 쏟아진다. 관광 관련 업체들이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 참여한다며 내는 자료들이다. 아마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 부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계속해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언급하자, 눈치 빠른 업체들이 알아서 열심히 자료를 쏟아내는 모양새다. 급작스레 이벤트가 시작되다 보니 일정 부분 혼선도 따르는 듯하다. 한겨울 관광 비수기, 그러니까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안 들어오던 시기에 초점을 맞췄던 행사가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8월로 앞당겨지면서 그간 겨울철 대표 축제로 쌓아놓은 브랜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메르스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50% 이상(7월) 줄고, 내수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일 때, 관광객 유치와 내수 경제 활성화란 두 가지 토끼를 겨눌 만한 행사로 여겨졌으니, 당국으로선 무릎을 탁 칠 묘안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방문위원회는 연일 즐거운 비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실 그간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효용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한데 위원회만의 행사가 아닌 범정부 차원의 행사로 격상되면서, 몇 년 내리 안 풀리던 문제들이 한 번에 해결되고, 내·외국인들의 행사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확실히 자리잡을 기회니 말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나라 안팎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참여와 파격적인 혜택은 외국인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가별로 타깃을 정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고도 했다. 이제 기대에 부푼 외국인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꼼꼼한 일본인의 경우 벌써 예산 세우고, 코리아 그랜드 세일 홈페이지에서 할인 쿠폰 출력해 차곡차곡 모아두지 않았겠나. 범정부차원의 행사에 우리도 참여한다는 홍보만이 능사가 아니다. 참여업체 본사뿐 아니라 일선 매장까지 일관된 목소리와 직원 교육, 손님을 맞는 응대 매뉴얼 등이 유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방문위 또한 곳곳에 휘날리는 분홍 포스터만으로 몫을 다한 건 아니다. 참여 지자체 역시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교육과 모니터링으로 기쁜 마음으로 찾은 손님이 실망해 발길을 돌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 작은 매장까지 물어물어 찾아와 꼬깃꼬깃해진 쿠폰을 내미는 이들이 기분 좋게 매장을 나서게 하는 일, 그게 바로 아시아 제일의 쇼핑 관광 목적지를 표방하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첫 번째 조건이다. 아울러 외연이 크게 확장된 이번 행사가 지속적인 ‘규모’의 행사로 자리잡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멍석을 깔았다면 신명나게 놀고 가는 것은 업체 각각의 몫이다. angler@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인공장기, 어디까지 왔니?…뇌도 바꿀 수 있을까

    [송혜민의 월드why] 인공장기, 어디까지 왔니?…뇌도 바꿀 수 있을까

    최근 미국 오하이오대학 연구진이 태아의 뇌와 거의 동일한 두뇌를 실험실에서 배양해내는데 성공했다고 밝혀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성인의 피부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특정한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발현시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만능줄기세포)로 변형한 뒤, 이를 실제 뇌가 가진 신호회로와 각기 다른 세포를 갖출 수 있도록 배양했다. 실제 뇌의 신경회로 및 면역세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나 자폐증 등 뇌 질환과 관련한 연구 및 약물 실험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인공 뇌가 사람에게 실제로 이식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미 전 세계 의학계에서는 늙고 병든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인공장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장기 개발‧생산 방식의 차이…3D프린터 vs 세포배양 인공장기의 개발 방식은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되며 각광받기 시작한 3D프린터 방식과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세포 배양 방식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3D프린터'는 본래 기업에서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개발됐지만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의료계에서도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밀도 면에서는 다른 인공장기 개발 방식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일명 '맞춤형 장기’로 불리기도 하는 3D프린터 인공 장기는 생체 친화성 또는 생분해성 고분자를 이용한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골자로 한다. 이론적으로는 3D프린터로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장기 중 하나인 심장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으며, 가장 보편화 된 3D프린터 인공 장기로는 인공 관절, 인공 뼈 등을 들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네덜란드 유트레히트대학에서는 3D프린터로 만든 두개골을 만성 골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이 환자는 수술 뒤 시력을 완전히 회복했고, 두통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 사라지면서 직장생활도 가능해졌다. -'세포 배양' 인공장기는 실제 세포를 하나의 장기로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주로 줄기세포나 피부 세포를 이용한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인공 장기는 환자와 유전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적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줄기세포 인공장기는 3D프린터 인공장기 연구에 비해 역사가 길고 상당한 수준까지 진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 의학센터 연구진이 배아줄기세포와 역분화줄기세포에 세포를 성장시키는 성장유도 단백질을 넣은 지 6일 만에 둥근 형태의 상부 위장체가 형성됐으며, 9일째에는 진정상피 상태까지 성장했다. 34일째에는 줄기세포가 인간의 위장 내부 조직성장,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질환에 인간의 위와 유사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밖에도 미국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 망막을, 스웨덴에서는 기관암 환자의 몸에 꼭 맞는 인공 기관을 배양해 이식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3D프린터로 인공장기 연구와 세포배양 인공장기 연구는 인공 장기를 인간에게 적용한다는 점에서 같은 목표를 공유하지만, 연구의 기초가 디바이스(기구)냐 생체냐 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최근에는 이러한 생명공학과 재생의학이 서로 결합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를 3D프린터와 접목해 보다 정교하고 사람과 싱크로율이 높은 인공장기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인공장기 연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을까? 늙고 병든 장기를 건강한 인공장기로 ‘자유롭게 교체’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대부분의 인공장기들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긴 하지만, 이중 일부는 실제 환자들에게 상당부분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인공방광의 경우 방광암으로 방광을 제거한 환자들에게 이식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를 배합해 더욱 정교한 인공 방광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연골도 가장 전도유망한 인공장기 중 하나로 꼽힌다. 노년층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관절이나 연골을 인공관절‧인공연골로 교체하는 것은 수요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높은 만족도를 낼 수 있을 정도까지 수준이 향상됐다. 간이나 신장, 심장, 위장 등의 장기를 대체하는 인공장기는 여전히 실험실 내부에만 존재하거나 몇몇 특수 케이스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현실이지만, 전문가들은 불과 50~100년 이내에 마치 고장 난 부품을 새 부품으로 바꾸듯 인공장기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위의 방식을 이용해 만들어진 인공장기들은 직접 사람의 몸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제약 산업이나 약물 테스트에 필요한 정도까지는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유임주 교수는 서울신문 나우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과학의 발전은 생각보다 빠르다. 50~100년 이내에는 일부 인공장기들을 어렵지 않게 이식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는 실제 장기의 크기에 못 미치는 소규모 인공장기들이 주로 연구되고 있다. 소규모 간 등은 약물 테스트에 매우 유용하다. 사람의 간을 흉내내는 인공 간이 있으면 약효가 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그것을 이용해 약물을 개발하거나 검증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부학적으로 인공장기 연구부문에서 가장 어려운 장기는 뇌라고 볼 수 있다. 원시적인 형태의 신경조직이 뭉쳐져 있는 인공 뇌 정도는 가능할 수 있지만 고차원적인 사고수준을 가진 뇌는 만들기 어렵다. 뇌는 가장 힘든 마지막 단계”라고 덧붙였다. ▲뇌가 나인가, 몸이 나인가…‘신인류’ 정의 필요할 수도 전 세계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공장기 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상당한 기술력과 자본을 요하는 이 분야에는 기술적 난제와 더불어 도덕적 논란이 뒤따른다. 예컨대 뇌를 이식할 경우 뇌에 입력된 콘텐츠의 주인이 나인지, 몸이 나인지, 아니면 뇌 자체가 나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즉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차원적인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뇌가 아닌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장기이식이나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기계적인 인공장기를 이식받는 경우에도 ‘인간’이라는 정의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인류가 인공장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신인류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라면서 “하지만 기술이란 것은 진보하게 되어있고, 기술이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영화 ‘더 게임’(2007)은 가난한 젊은이와 뇌를 바꾸고 젊은 육체를 가지게 된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뇌 이식수술을 통해 두 사람의 뇌가 바뀐 뒤 뇌의 주인이 육체를 지배한다. 영원한 젊음 또는 허무맹랑한 영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솔깃할 만한 스토리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더 이상 영화 속 스토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인공장기의 수혜를 톡톡히 입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뭔가 아쉽더라니… 깜짝 영상 놓쳤구나

    뭔가 아쉽더라니… 깜짝 영상 놓쳤구나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본 뒤 극장에 불이 켜지고 스크린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온다고 곧바로 일어서서는 안 된다. 21인 1역, 혹은 100명이 넘는 우진이를 만난 어리둥절함과 함께 베테랑 광고 연출자였던 백종열 감독의 잔잔하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에 홀렸던 마음을 추스르며 서둘러 극장 밖을 나섰다가는 ‘깜짝 쿠키 영상’을 놓치기 십상이다. 영화 본편에 등장하지도 않았던 배우 이경영이 나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흘리며 우진이가 갖고 있는 출생의 비밀을 알 수 있게 한다. 엔딩 크레디트는 단순히 영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장치가 아니다. 누가 출연했고, 누가 대본을 썼고, 투자자는 누구인지 등 영화 제작과 관계된 이들의 이름을 줄줄 나열하기 위한 것만도 아니다. 연출을 맡은 감독은 후반 작업(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음악과 색채, 또 다른 영상 등을 통해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영화 미학과 철학의 마지막 조각을 채울 수 있는 장면을 담아내곤 한다. 이는 관객들에게도 영화 감상의 마지막 2%를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억지로 엉덩이 눌러 앉힌 채 눈치 보며 주섬주섬 일어날까 말까 고민해야 하는 영화 감상의 에티켓쯤은 아닌 게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러브 앤 머시’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비치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이 늙수그레해진 얼굴을 드러낸다. 최근 가졌던 실황 공연 영상에서 영화의 원제가 된 ‘러브 앤 머시’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올해 개봉한 작품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암살’은 약산 김원봉과 백범 김구가 먼저 스러진 독립운동가를 위해 촛불에 불을 붙이고 술잔에 술을 따르는 장면을 끝으로 엔딩 크레디트가 이어진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는 않았다. 브람스의 헝가리안 무곡 17번을 편곡했다. 나라 잃은 백성이 바라는 해방과 독립이라는 절절한 염원을 담았기에 그저 벅차오르는 여운을 느끼는 수밖에 없다. 관객들 사이에서 ‘다시 보기’ 열풍이 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000만 관객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베테랑’은 엔딩 크레디트에서 황정민과 유아인, 오달수, 유해진, 장윤주까지 영화 속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빠른 비트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팀 베테랑’과 함께 팝아트 형식으로 담았다. 사회 특권계층에 대한 비판이라는, 자칫 진지하고 뻔해질 수 있는 부분을 류승완 감독의 시원한 액션으로 가볍게 상쇄했듯 엔딩 크레디트까지 이미지와 음악 중심으로 경쾌하게 풀어 나갔다. 27일 개봉하는 ‘아메리칸 울트라’ 또한 ‘미국식 병맛(황당한 설정과 전개) 영화’답게 코미디, 로맨스 등을 적당히 버무려 놓더니 마지막 순간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주인공 마이크(제시 아이젠버그)가 영화 속에서 그리곤 했던 원숭이 만화가 엔딩 크레디트에서 드디어 튀어나와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변신해 화려하고 참신한 원숭이 액션을 선보인다. 마지막 순간까지 B급 ‘병맛’ 스파이액션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베테랑’ 홍보를 맡고 있는 신보영 퍼스트룩 실장은 “영화 제작 마케팅 관계자들 입장에서 엔딩 크레디트는 영화와 관련된 세부 전문가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들어 있는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디자인, 음악 등의 미학적 요소와 재미 요소를 숨겨 놓는 등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관객들도 끝까지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엔딩 크레디트는 영화 제작에 관련된 모든 참여자와 그 내용들을 기록한다는 측면만으로도 충분한 정보이자 재미가 될 수 있다”면서 “메이킹필름이 더 큰 인기를 모았던 과거 청룽(成龍)의 영화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영화감독들이 엔딩 크레디트에 큰 공을 들이는 만큼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영화가 끝난 게 아니라는 인식이 영화 관람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 多樂房] ‘미라클 벨리에’

    [영화 多樂房] ‘미라클 벨리에’

    프랑스 파리 근교의 시골 마을에 사는 ‘폴라’는 청각 장애 부모를 둔 건청인 자녀(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로서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래들과 달리 농장 일부터 치즈 사업까지 부모님을 거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폴라는 유쾌하고 따뜻한 부모님과 남동생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 교사인 ‘파비앙’이 파리 음악 학교 오디션을 제안하자 그녀는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족들과 음악에 대한 열정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뜻하지 않게 딸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폴라의 부모님도 마음이 복잡하다. 십대 청소년이 가족으로부터 심리적, 물리적으로 독립하게 되는 영화는 많이 만들어져 왔지만 ‘코다’의 사춘기를 묘사한 영화는 흔치 않다. ‘미라클 벨리에’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대변인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지고 성장하게 되는 코다의 특수성을 잘 보여주면서도 그 무게감에 함몰되지 않고 자녀의 독립이라는 보편적 상황으로 확대시켜 공감대를 형성한다. 모든 가정에서 통과의례처럼 겪게 되는 부모와 자녀의 이별이 벨리에 가족에게는 생각보다 빨리, 갑자기 찾아왔다는 점 그리고 이들의 남다른 유착 관계가 그 이별을 조금 더 어렵고 아프게 만든다는 점 등이 다를 뿐이다. 네 식구의 아침 식사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은 폴라의 부모님이다. 엄마는 수화로 종일 수다를 떨 만큼 쾌활하고, 유머 감각과 뚝심을 겸비한 아빠는 청각 장애를 그저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일 만큼 지혜롭다. 그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처럼 자신도 시장이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당당하게 시장 선거에 입후보하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 미녀와 야수를 연상케 하는 외모의 벨리에 부부는 이제껏 영화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장애인 캐릭터들로서 영화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폴라는 초경, 첫사랑, 몰랐던 재능의 발견 등 동시에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수화로 부모님과 타인의 대화를 도왔던 폴라가 자신의 선택과 감정을 전달하고 의견을 조율해 가는 과정은 진정한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상기시킨다. 폴라의 성장과 독립도 다른 십대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님과 자신의 차이를 드러내고 설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음악영화의 공식에 무리 없이 편입되지만 ‘미라클 벨리에’는 흥미롭게도 음악을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게 만듦으로써 스스로를 차별화시킨다. 영화에 삽입된 ‘미셸 사르두’의 노래들은 최대한 담백하게 편곡됐는데, 덕분에 폴라의 상황과 심정을 드러낸 가사가 명료하게 와 닿는다. 절정부에서는 심지어 벨리에 부부의 청각에 이입해 아예 음악을 소거해 버리는 대담한 시도도 등장한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지 못하는 기분, 그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이보다 강하게 느끼도록 만들 수 있을까. 웃음과 눈물이 기분 좋게 교차되는 작품이다.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정치의 ‘보이는 손’이 양극화·파편화 문제 풀어야”

    “정치의 ‘보이는 손’이 양극화·파편화 문제 풀어야”

    25일부터 천년고도 경주에서 한국학 세계학술대회가 사흘 일정으로 열린다. 2007년부터 2년에 한차례씩 개최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학술대회에는 26개국의 한국학 전공학자 130명과 국내 교수 210명, 대학원생 93명 등 433명이 ?한국사회와 정치 ?북한과 남북관계 ?개발도상국 비교정치 ?시민사회와 정당 ?지구화와 지방화 ?여성정치 등 13개 분야별로 한국학 관련 학술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최진우 한국정치학회장(한양대 정외과 교수)을 만나 대회의 의미와 한국 정치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한국학 세계대회의 가장 큰 의미를 꼽는다면. -우선 규모 면에서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로는 최대의 행사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과 대립의 양상을 국내 학자들 뿐 아니라 외국 학자들의 눈으로 들여다 보고 해소 방안을 학술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만큼 외국 학자들이 우리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보다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학 학술대회를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하는 게 이채롭다. -한국학의 연구 목적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사, 문학, 언어,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사회과학적 탐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인문학 중심 한국학 연구의 지평을 넓혀 사회과학적 접근을 접목함으로써 한국학 연구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 점이 이번 학술대회의 또 다른 의미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양극화(polarization)와 파편화(fragmentation)다. 정치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 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어느 사회나 갈등과 분열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우리나라는 계층 문제, 지역 갈등, 이념 대립이 중첩돼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북한이탈주민 등의 증가로 사회적 다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잠재적으로 정체성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 노년층의 빈곤화 등으로 중산층이 위축되면서 자칫 희망의 실종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다면 양극화와 파편화는 대립과 분열의 심화, 사회적 불안정성의 증가, 사회적 활력의 감소, 경제적 생산성의 저하, 대립의 격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양극화와 파편화의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극화, 파편화를 줄여나갈 해법을 제시한다면. -양극화와 파편화의 문제는 시장메커니즘의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정치메커니즘의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치적 개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무엇보다도 경쟁의 공정성과 결과의 공평성이 인정될 때 생성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이 사회적 합의의 기반 위에서 이뤄진다면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합의의 문화가 구축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려면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함양하는 민주주의 교육,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경우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도 정치교육이 송두리째 빠져 있거나 아니면 지극히 왜소화돼 있다. 대학교육에서도 정치외교학과나 국제관계학과를 제외하고는 정치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다. 많은 선진국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자국의 정치제도와 과정에 대한 기본적 지식, 그리고 민주시민의식의 함양을 위한 수업을 하고 있고 대학과정에서도 정치학 개론이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치학회 차원에서 올해 상임위원회의 하나로 교육위원회를 설치했다. 정치 교육 활성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전통적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민주정치 체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기존의 계급적 균열구조의 기반 위에서 형성, 유지돼 온 양당체제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회적 다양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균열구조가 등장하고 있는 추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노동계급의 강력한 등장으로 정당체제가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 어쩌면 지금도 정당체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양화돼 가는 유권자의 요구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양당체제보다는 다당제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다당제를 지향한다면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편도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대폭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진경호 기자 jade@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초급간부 인력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초급간부 인력

    지난해 6월 강원 고성 육군 22사단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동료 병사 5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사건 당시 GOP 소초장(소대장) 강모 중위는 인접 소초로 지원을 요청하겠다며 현장에서 달아났다. 그는 인접 중대에서 GOP소대장으로 근무하다 수류탄을 분실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경기 연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이 선임병들의 폭행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당시 관리·감독의 책임자인 유모 하사는 오히려 “가르쳤는데도 안 되면 때려서라도 고쳐야 한다”며 선임병들의 폭행을 조장했다. 유 하사는 평소 자기보다 나이가 세 살 많은 주범 이모 병장과 어울리며 하급자인 이 병장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등 이 병장에게 휘둘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과연 우리 군 초급 간부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해한다. 군 당국은 2025년까지 29.2%인 간부 비율을 42.5%로 늘리고 부사관을 3만여명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군이 무턱대고 간부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부적격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의 간부 인력 획득 정책은 ‘대량 획득-단기 활용’ 체제로 집약된다. 장교의 80%는 단기 의무복무자에 의존하고 있고 부사관도 단기 의무복무자가 68%에 달한다. 초급 간부의 상당수가 3~4년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지만 그만큼 함량 미달 간부가 양산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병사들과 군에 돌아온다. ●병사들보다 학력 낮은 부사관들…지휘 어려워 실제로 지난해 육군 전체 병영 사고의 41%는 초급 간부들의 소행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에 따르면 부사관의 경우 2013년 3335명이 가혹행위, 성추행, 복무규율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이 밖에 현역복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돼 전역하는 간부들도 2011년 198명에서 지난해 399명으로 2배 늘었다. 일반 공무원 조직에서는 말단 하위직까지 대부분 대학 졸업자들로 충원이 되지만 군에서는 여전히 하향 평준화된 인력들이 간부를 구성하는 형편이다. 지난해 부사관 중 4년제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인원은 4%에 불과했다. 반면 병사의 51%가 4년제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으로 나타났다. 부사관들의 학력이 낮다고 단순히 함량 미달이라 규정하긴 힘들지만, 자신보다 학력이 높고 심지어 나이도 많은 병사를 관리하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군의 한 예비역 간부는 “문제는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직업군인이 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라면서 “궁여지책으로 병사들이 원하면 6개월 복무 연장할 수 있는 전문하사 제도를 만들었지만 한 달 급여 140여만원에 불과한 이 제도에 수준 높은 청년들이 얼마나 지원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군 적성’ 맞는 우수 초급장교 확보도 어려워져 초급장교의 경우 올해 3월 합동임관식에서 임관한 6478명 가운데 학군단(ROTC) 출신이 83%로 가장 많았고 514명(7.9%)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출신, 3사관학교 출신이 491명(7.6%)으로 나타났다. 박효선 청주대 군사학과 교수는 “수능 성적으로 단순히 분류하면 초급장교 인력들은 평균 5등급, 부사관은 평균 7.5~8등급이며 소수의 사관학교 출신 초급장교들만 평균 1~1.5등급”이라면서 “첨단 전투력을 운영해야 하는 군의 구조상 이들이 계급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군에서 가장 우수한 자원인 사관학교에 대한 회의도 확산되고 있다. 군인의 위상이 드높던 1960~70년대 사관학교는 소위 ‘가난한 집 수재’들이 진학하는 파워 엘리트의 산실이었다. 특히 현재 장성들의 주축을 이루는 육사 38기(1978년 입학)는 졸업하고 장교로 일정 기간 복무하면 5급 공무원(유신 사무관)으로 특채해 준다는 모집요강을 보고 육사에 입교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본격화된 1980년대 육사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48기가 입학하던 1988년 유신 사무관 제도도 폐지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공무원과 군인이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심화되며 사관학교의 인기는 다시 높아졌다. 문제는 전투를 해야 하는 군 조직이 관료화됨에 따라 사관학교 졸업자들이 복무여건과 군인으로서의 정체성에 회의를 느끼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군사관학교 출신 초급장교들이 임관 후 5년차에 전역하는 비율이 2010년 4.2%에서 2014년 14.6%로 늘었다. 한 위관급 장교는 “사관학교에 진학할 당시 군인의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 안정적 직업을 갖기 위해서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면서 “장교가 된 이후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는 군 생활에 회의를 많이 느껴 전역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그동안 예산확보를 전제로 한 전력증강을 필두로 그다음이 부대 개편, 병력 구조 조정이라는 순차적 대응을 제시했고 초급 간부 자질 향상은 뒷전이었다. 군은 간부들의 인성과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자 올해부터 부사관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육군 부사관 양성기간을 12주에서 16주로 늘리고 타인 배려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육사는 지난해부터 뒤늦게 입학 정원의 20%를 학업(수능) 성적과 무관한 ‘군 적성 우수자’로 뽑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군의 중추가 될 우수 초급간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통영서 개최

    여성가족부가 주최하는 ‘제15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가 경남 통영시 국제음악당에서 33개국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6~28일 개최된다.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코리아 70년, 한인 여성과 함께 열어갑니다’를 주제로 광복 후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한인 여성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과제를 점검한다. 오는 26일 열리는 개회식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축사하며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새 시대·새 희망을 여는 화합과 소통의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어 1930년대 10대 소녀로 항일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오희옥 지사가 대담자로 참석해 여성 항일 독립운동가의 삶 등을 밝히는 특별세션이 진행된다. 이 세션에는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과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한 시집을 지은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이 각각 좌장과 발표자로 참석한다. 특별세션 후에는 소통·화합, 역사, 양성평등, 문화, 복지 등 5가지 소주제별로 토론하는 글로벌여성리더포럼이 진행된다. 소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글로벌여성리더포럼은 올해 처음 신설됐다. 행사 2일차인 27일에는 소그룹 형태로 모여 국내외 여성이 교류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프랑스 오페라한글학교 교감으로 재외동포 2세에 한국어를 지도하고 있는 유승희 씨, 태국에서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로 활동하는 홍지희 씨 등이 참가해 자신의 성공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또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 국적인 팜티느아 씨는 한·베트남가족협회 여성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우리나라 다문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마지막으로 28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 진행된다. 이번 행사의 부대행사로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사진 50여점과 일본군 위안부 주제의 평화나눔콘서트 ‘2015 합창’ 수상작 등이 전시된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는 2001년 여성부 출범과 함께 재외 한인 여성의 정체성을 높이고 국내외 한인 여성 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시대] 인도는 CEO를 수출한다/이옥순 인도연구원장

    [글로벌 시대] 인도는 CEO를 수출한다/이옥순 인도연구원장

    1970년대 어떤 인도인은 이렇게 말했다. 강대국 미국은 코카콜라와 IBM을 수출하지만 제3세계 인도는 구원과 평화를 수출한다고…. 물질적 잣대로만 매겨진 가난한 제3세계의 이미지를 부정하고 인도문명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기발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오늘날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적 슈퍼파워로 부상하는 인도는 또다시 물질이 아닌 무형의 수출품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수많은 다국적 기업, 특히 21세기의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최고경영자의 기술과 경영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세계 최대의 테크놀로지기업 구글의 최고경영자에 43세의 인도인 엔지니어 순다르 피차이가 임명되면서 이런 경향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앞서 인도인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에 올랐으니 인도인이 세계적인 IT업계 양대 산맥의 최고봉을 차지한 셈이다. 이러한 ‘사건’을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순 없다. 더구나 작년 인도인들이 아도베시스템과 핀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IT 기업 노키아의 최고경영자에도 오른 터라 기술자를 꿈꾸는 인도의 젊은이들이 희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덕분에 글로벌테크노 세상에서 두각을 보이는 자국민 출신에 대한 인도인의 자긍심은 더없이 높아졌다. 그들의 기쁨은 모든 인도인의 기쁨이다. 피차이의 승진 소식을 들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가장 먼저 피차이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축하인사를 건넸다. 모디 총리는 오는 9월에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방문할 때 피차이와 MS의 나델라를 만날 예정이다. 사실 세계 테크놀로지의 허브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야말로 능력과 꿈을 가진 인도인 기술자들의 진출로 큰 수혜를 본 곳이다. 미국의회가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정도로…. 그렇다면 인도인들이 변화무쌍한 글로벌 IT 기업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한두 가지로 답할 순 없다. 대체로 영어에 능통하고 겸손하며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이 공통으로 짚이는 그들의 덕목이다. 영국 한 대학의 연구조사를 보면, 인도인 경영자들은 개인적으론 겸손하지만 전문적인 것엔 의지가 강하다. 이 역설적 조합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피차이나 나델라는 모두 인도에서 나서 자라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 미국으로 갔다. 인도 과학기술 교육의 수준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사와 문화를 공부한 내가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건 글로벌 세상에서 살아남는 인도인의 생존능력이다. 그들은 언어와 종교, 문화와 인종 등 모든 것이 복수인 세상, 즉 다양성이 역사의 상수인 땅에서 부대끼며 살아왔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세상에서 살아가기엔 최적이다. 게다가 800년간 외국의 지배를 연이어 받은 인도인들은 어려운 상황을 잘 참고 견디며 받아들이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즉 적응력이 뛰어나다. 물론 그러한 능력을 가진 인도인이 다국적 기업이 아닌 인도에서 성과를 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도 많다. 모디 총리도 왜 인도에선 구글과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피차이 등의 성공은 미국이었기에 가능하다고 불만을 섞어서 말한다. 인도에선 구글의 기업정신을 기대할 수 없고, 능력을 가졌다 해도 공평한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인도는 지금 변하고 있고 변화를 희구하는 젊은 세대의 요구를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훌륭한 인적자원을 가진 우리도 인도처럼 글로벌테크노 세상에서 활약하는 엔지니어들을 많이 냈으면 좋겠다.
  • “중.고교 과정부터 올바른 정치교육 이뤄져야”

    25일부터 천년고도 경주에서 한국학 세계학술대회가 사흘 일정으로 열린다. 2007년부터 2년에 한차례씩 개최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학술대회에는 26개국의 한국학 전공학자 130명과 국내 교수 210명, 대학원생 93명 등 433명이 ?한국사회와 정치 ?북한과 남북관계 ?개발도상국 비교정치 ?시민사회와 정당 ?지구화와 지방화 ?여성정치 등 13개 분야별로 한국학 관련 학술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최진우 한국정치학회장(한양대 정외과 교수)을 만나 대회의 의미와 한국 정치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한국학 세계대회의 가장 큰 의미를 꼽는다면. -우선 규모 면에서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로는 최대의 행사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과 대립의 양상을 국내 학자들 뿐 아니라 외국 학자들의 눈으로 들여다 보고 해소 방안을 학술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만큼 외국 학자들이 우리의 고유 문화와 전통을 보다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학 학술대회를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하는 게 이채롭다. -한국학의 연구 목적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사, 문학, 언어,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사회과학적 탐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인문학 중심 한국학 연구의 지평을 넓혀 사회과학적 접근을 접목함으로써 한국학 연구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 점이 이번 학술대회의 또 다른 의미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양극화(polarization)와 파편화(fragmentation)다. 정치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 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어느 사회나 갈등과 분열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우리나라는 계층 문제, 지역 갈등, 이념 대립이 중첩돼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북한이탈주민 등의 증가로 사회적 다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잠재적으로 정체성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 노년층의 빈곤화 등으로 중산층이 위축되면서 자칫 희망의 실종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다면 양극화와 파편화는 대립과 분열의 심화, 사회적 불안정성의 증가, 사회적 활력의 감소, 경제적 생산성의 저하, 대립의 격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양극화와 파편화의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극화, 파편화를 줄여나갈 해법을 제시한다면. -양극화와 파편화의 문제는 시장메커니즘의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정치메커니즘의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치적 개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무엇보다도 경쟁의 공정성과 결과의 공평성이 인정될 때 생성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이 사회적 합의의 기반 위에서 이뤄진다면 정치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합의의 문화가 구축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려면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함양하는 민주주의 교육,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경우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도 정치교육이 송두리째 빠져 있거나 아니면 지극히 왜소화돼 있다. 대학교육에서도 정치외교학과나 국제관계학과를 제외하고는 정치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다. 많은 선진국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자국의 정치제도와 과정에 대한 기본적 지식, 그리고 민주시민의식의 함양을 위한 수업을 하고 있고 대학과정에서도 정치학 개론이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치학회 차원에서 올해 상임위원회의 하나로 교육위원회를 설치했다. 정치 교육 활성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전통적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민주정치 체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기존의 계급적 균열구조의 기반 위에서 형성, 유지돼 온 양당체제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회적 다양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균열구조가 등장하고 있는 추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노동계급의 강력한 등장으로 정당체제가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 어쩌면 지금도 정당체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양화돼 가는 유권자의 요구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양당체제보다는 다당제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다당제를 지향한다면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편도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대폭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진경호 기자 jade@seoul.co.kr
  • [새 영화] ‘피케이:별에서 온 얼간이’

    [새 영화] ‘피케이:별에서 온 얼간이’

    문학평론가 백낙청이 1970년대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에서 선언하듯 밝힌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명제는 문화계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통용돼 왔다. 외래의 문물에 맞서 고유 문화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감하겠다는 당당함이 담겨 있었다. 한데 이는 오히려 ‘발리우드’(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인도 영화에서 더욱 극적으로 확인된다. 영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이하 ‘피케이’)는 지금, 인도가 품고 있는 가장 인도적인 문제와 고민, 현실을 담아 내고 있으면서도 바깥 문화권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의식에 맞닿는 지점을 확보하고 있다. 신(神)의 나라 인도에서 종교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하지만, ‘피케이’는 신성(神性)의 문제와 함께 외면하고 싶은 인도의 현실을 외계인의 시선을 빌려 때로는 조롱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비판한다. 비합리적이거나 비인간적인 인도 사회의 여러 모순들은 128분의 시간 내내 유쾌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다뤄진다. 영화의 기본 구도부터 엉뚱하다. 외계인 피케이(아미르 칸)는 인도땅에 착륙하자마자 우주선과 교신할 수 있는 리모컨을 도둑맞는다. 도둑맞은 물건을 수소문하니 들리는 대답은 한결같이 “신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대체 어떤 신을 말하는지 그는 알 수가 없다. 힌두교, 기독교, 가톨릭, 불교, 시크교, 이슬람교 등을 오가며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인도사회에 만연한 종교 차별, 인간이 배제된 종교, 헌금에만 집착하는 위선적 종교 지도자 등 아픈 지점을 콕콕 찔러댄다. 또 간디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은 지폐가 아니면 쓰레기 취급하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도 넌지시 꼬집는다. 막바지에는 코미디영화답지 않게 종교의 기능과 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도발적이고도 위험한 질문까지 던진다. “신에게 기도하라”는 종교 지도자의 말 앞에 피케이는 이렇게 답한다. “나도 기도하고 싶다. 그런데 누구에게 해야 하나. 인간을 만든 신에게 말인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신에게 말인가.” ‘피케이’는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개봉한 뒤 이전까지의 인도 박스오피스 순위를 모두 갈아치웠다. 인도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할 만한 관심을 모았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와 ‘박물관이 살아 있다’, ‘엑소더스’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붙어서 오직 272개의 상영관으로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9위를 차지하는 등 300만 달러 가까운 흥행성적을 냈다. 또 역대 중국 내에서 개봉한 인도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려 또 한 번의 기록을 경신했다. 영화 외적인 부분이지만 인도의 시(詩)에 대한 열정도 엿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일상적으로 시를 읽고 낭송하는 것은 물론 시낭송회 티켓이 매진되고 암표가 돌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 사실에서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흥과 낭만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9월 3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일상의 질문들 세상을 뒤집다

    일상의 질문들 세상을 뒤집다

    세상을 바꾼 질문들/김경민 지음/을유문화사/364쪽/1만 5000원 ‘인류가 화성에 가서 살 수는 없을까?’ 엉뚱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스스로 묻곤 했지만, 철 좀 들라는 주변의 지청구에 머쓱해하며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던 질문이기도 할 테다. 그러나 테슬라모터스를 경영하는 일론 머스크(44)는 달랐다. 그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해 28세에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뒤 오래 묵혀 뒀던 질문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바로 우주에 로켓을 쏘는 우주항공산업이었다. 단순히 치기 어린 호기심은 아니었다. 출발점은 70억명 인구에 부대끼는 지구가 환경난과 식량난, 물부족 등으로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인류가 화성에서 거주할 수 있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발상이기도 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으로 가는 유인비행에 5000억 달러(약 600조원)가 든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는 과감하게 ‘스페이스엑스’라는 항공우주벤처회사를 세우고 그 10분의1 비용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이는 억만장자의 ‘허황된 돈질’과는 차원이 달랐다. 인류와 지구에 대한 미래에서 출발한 질문인 만큼 화성 이주 목표가 현실화되기 전까지 지구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은 필수다. 머스크가 전기자동차 개발에 나선 이유다. 로켓 발사는 세 차례의 실패 뒤 성공했고, 고급 전기자동차 역시 상용화됐다. 그는 스스로 던진 질문에 이미 대답을 내렸다. 자신의 꿈은 화성에서 살다가 죽는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미래의 설계자로 그를 첫손에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머스크뿐 아니다. 인류의 삶을 바꾸고, 세상의 변혁을 이뤄낸 이들은 한결같았다. 하지만 책은 단순한 위인전류와는 궤를 달리한다. 귀가 들리지 않음에도 악성의 칭호를 얻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 신성모독의 혐의를 받으면서도 진화론을 내놓아 인류 기원의 역사를 새로 쓴 찰스 다윈, 신화 속 트로이전쟁을 역사로 바꿔낸 하인리히 슐리만, 여자는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풍조에 물음을 던진 근대 여권운동의 선구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등 역사 속 15명의 비범한 질문자들이 스스로 혹은 동시대에 던진 질문과 그 삶을 소개하고 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단지 위인들이 가질 법한 ‘모범적인 꿈’을 꾸는 것만은 아니다. 질문을 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대신 품었던 그 질문을 지속시키고 체계화하며 스스로 대답을 준비할 때 비로소 질문의 의미는 완결될 수 있다. 이는 세상의 통념을 뒤집는 것이고, 현실을 전복하는 것이며, 공고한 편견에 맞서 지난한 싸움을 펼쳐야 함을 의미한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의 질문은 더욱 선각적이었다. ‘여성의 권리 옹호’를 출간하며 부조리한 현실에 던진 자신의 물음에 대답을 내놓았다. 자신에게는 고난의 역정이었지만 후대의 여성들에게는 ‘메시아의 재림’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코코 샤넬(1883~1971)과 이사도라 던컨(1877~1927)은 울스턴크래프트의 질문에서 좀 더 세분화한 물음을 던졌다. 지금에야 명품 브랜드 창시자쯤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은 위대한 질문자였다. ‘왜 여자들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며 몸을 학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샤넬은 일상 속 편안한 여성패션을 주창했다. 여성용 바지를 디자인해 주변을 놀라게 했고, 장신구가 없는 모자와 편안한 치마를 디자인했다. 그 역시 의도하지 않은 ‘해방자’ 역할을 한 셈이다. 던컨은 ‘왜 불편한 토슈즈와 틀에 박힌 옷을 입고 틀에 박힌 동작으로만 무용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기존 무용예술에 반기를 들면서 그 해답을 찾아갔다. 고대 그리스의 의상을 떠올리게 하는, 던컨의 팔 다리가 드러나는 의상과 맨발의 무용은 동시대의 샤넬조차도 너무 노골적이고 야하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 밖에 단두대와 함께 떠올려지는 프랑스 혁명가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1758~1794)와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도 마찬가지다.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정치 시대에 오로지 민중의 입장에서 근본적인 혁명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며 끝없는 혁명을 도모한다. 사이드 역시 종교와 문화, 언어, 지역의 차이에 대한 편견에 맞서며 ‘진정한 경계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자리매김시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가자, ‘실크로드 경주’ 축제의 물결로

    가자, ‘실크로드 경주’ 축제의 물결로

    세계인들의 이목이 경주에 쏠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조직위원장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가 2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18일까지 59일 동안 경주 엑스포공원과 봉황대 등 경주시 일원에서 개최된다고 20일 밝혔다.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는 경주엑스포는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20여 개국을 포함해 경북도, 경주시의 자매도시 나라까지 모두 40여 개국이 참여하며 유라시아 문화 특급을 주제로 ▲문명의 만남 ▲황금의 나라 신라 ▲실크로드 문화 어울림 마당 ▲각종 연계 행사 등 4개 분야에서 30여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하나의 길, 하나의 꿈’이라는 주제의 축하 공연이 펼쳐져 참석자들을 매료시키게 된다. 1300년 전 실크로드를 여행한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지닌 인물로 우리 역사상 최초의 세계인이라 할 수 있는 신라 승려 혜초를 모티브로 해 총 5장으로 구성된 공연이 펼쳐진다. 개막식장은 경주와 실크로드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실크로드의 융합을 모티브로 조성했다. ‘문명의 만남’은 실크로드 그랜드 바자르를 비롯해 비단길·황금길 전시, 실크로드 애니메이션, 동서양 뮤직페스티벌, 실크로드 소리길 등으로 구성됐다. 이 행사의 대표 프로그램인 실크로드 그랜드 바자르에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실크로드 바닷길 국가와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이란, 러시아 등의 사막길 및 초원길 국가 등 19개국이 참가한다. ‘황금의 나라 신라’에서는 신라 황금문화와 불교 미술, 실크로드 주얼리, 실크로드 유물 등이 소개되고 석굴암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트래블 체험관이 운영된다. ‘어울림 마당’은 북한관, 새마을 세계화 전시관, 일루미네이션쇼, 드론쇼, 이영희 한복패션쇼, 김덕수 사물놀이, 아리랑 태권무 등으로 꾸며졌다. 입장권은 성인 1만 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7000원이고 경주에서 1박 이상 숙박한 영수증을 지참하면 20%, 전통시장·사적지 등의 관람 영수증을 소지하면 10% 할인받을 수 있다. 경주엑스포는 1998년부터 2000, 2003, 2007, 2011년 경주에서 다섯 번 열렸으며 2006년에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열렸다. 2013년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제7회 문화엑스포가 개최됐다. 경주엑스포 이동우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는 실크로드를 테마로 유라시아 문명과 신라 문화를 재조명하고 경주가 새로운 문화 실크로드 출발점임을 확인시켜 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축제,70년…쿰댄스컴퍼니, 무용·전시로 광복 재조명

    무용과 전시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공연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다음달 10~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무대에 오르는 쿰댄스컴퍼니의 다큐댄스시리즈 ‘축제 70’이다. ‘축제70’은 광복 70년을 맞아 광복의 의미와 주체적인 민족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꿈꾼다’는 부제 아래 무용과 영상, 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융·복합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시련을 딛고 맞이한 광복 그리고 광복 이후 70년의 역사를 사실적인 표현과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김운미 한양대 예술체육대학장은 “우리의 정체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적인 연출과 융·복합적 영상 및 무대 활용을 통해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우리 문화의 신명과 미를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쿰댄스컴퍼니는 1993년 창단됐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함’, ‘1919’, ‘그 한여름’, ‘축제’ 등 우리 춤의 기본 춤사위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과거의 꿈, 현재의 꿈, 미래의 꿈을 표현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영화 多樂房] ‘나의 어머니’, 엄마와 영원한 이별…그 고통 앞에 선 딸

    [영화 多樂房] ‘나의 어머니’, 엄마와 영원한 이별…그 고통 앞에 선 딸

    부모님과의 사별은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할 가장 지독한 고통 중 하나다. 무심한 세월에 정직하게 반응하며 점차 쇠약해지는 부모님을 대할 때, 자녀들은 그 고통의 순간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나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으며 언제라도 내 편이 되어 주었던 존재가 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은 그 어떤 종류의 상실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나의 어머니’는 의사로부터 엄마의 병세가 회복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게 된 자녀의 이야기다. 마르게리타는 이 낯선 이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곤혹스럽기만 하다.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지만 사회적 지위도, 명예도 엄마의 병상 앞에서는 물거품처럼 한없이 가볍게만 느껴진다. 현대 이탈리아 영화계의 보석이자 세계적 거장인 난니 모레티 감독은 패닉 상태에 있는 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고 밀도 있게 담아냄으로써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수성에 성공적으로 도달한다. 한창 노동자들의 인권에 관한 영화를 찍고 있는 마르게리타는 엄마 문제로 마음이 복잡하다. 눈을 한 번 찡긋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통했던 엄마가 곧 곁을 떠난다는 슬픔과 불안이 그녀의 영혼을 온통 사로잡고 있다. 현장을 지휘하는 카리스마 뒤로 어린아이처럼 여린 감성을 가진 마르게리타에게 엄마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쉼터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사 한 줄 못 외우는 주연배우는 계속 속을 썩이고, 막 헤어진 애인은 독설을 쏟아내는 데다 비밀이 많은 사춘기 딸과의 관계도 녹록지 않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훌륭한 모델이자 멘토였던 엄마를 잃는다는 것은 이 모든 관계와 감정의 문제를 토로하고 상의할 대상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제작보고회장에서 외부의 상황과 분리된 채 몽롱한 상태로 “엄마 도와줘!”를 외치는 마르게리타는 가장 절박한 순간에 마치 신의 도움을 구하듯 ‘엄마’를 부르는 여느 평범한 딸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여기서, 가장 정치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가장 사적인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것은 ‘나의 어머니’가 꾸준히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 왔던 모레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영화 속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에 대한 언급 또한 이러한 영화의 성격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영화감독이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 중 겪게 되는 외부적 압박과 내부적 갈등을 환상과 현실의 교차로 묘사해 낸 ‘8과 1/2’은 모레티의 감각과 스타일을 통해 모던하고 유머러스하게 변주되었다. 영화에 대한 창작가의 강박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감독 주변을 맴돌았던 여러 여성들은 오빠, 딸, 전 애인, 배우 등 보다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주인공의 -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입체화시킨다는 점에서 두 작품의 유사성은 분명하다. 모레티 감독은 이렇듯 가장 영화감독다운 방식으로 어머니를 영원히 기억한다. 이 우아하고 애틋한 추모식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자녀들에게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일 개봉. 12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다문화 청소년, 그들만의 ‘진짜 속내’ 드러내다

    다문화 청소년, 그들만의 ‘진짜 속내’ 드러내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6만 7000여명을 돌파한 지금 대한민국 학생 100명 중 한 명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인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이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이 능숙하지 않다는 오해와 편견 때문에 학교에서의 적응이 힘들고 나아가 자아 정체성의 혼란까지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5년 이 땅의 다문화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까. 19일 밤 7시 30분에 첫방송되는 KBS 특집 다문화 청소년 힐링캠프 ‘꿈을 쏘다’는 다문화 청소년의 아픔을 다독이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한다. 총 2부작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한국, 북한, 필리핀, 방글라데시, 일본, 캐나다 등 태어난 나라와 피부색, 언어가 모두 다른 15명의 다문화 청소년들이 4박 5일 동안 제주도에서 캠핑을 즐기며 서로 몰랐던 점을 이해하고 아픔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모습을 가감 없이 전한다. 특히 ‘한국은 나의 두 번째 고향’이라고 말하는 캐나다 청년 기욤 패트리, 페루 청년 수잔 샤키아와 함께하는 맞춤형 상담소 ‘글로벌 주니어 상담소’,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인 ‘마음의 연극’, 중식의 대가 이연복 셰프가 직접 준비한 ‘글로벌 힐링 만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를 들어 본다. ‘꿈을 쏘다’의 제작진은 “그동안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의 진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다문화 가정,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DMZ 접경지 철원 동송 예술가들이 접수하다

    DMZ 접경지 철원 동송 예술가들이 접수하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東松)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약 10㎞, 민간인통제선에서 약 5㎞ 거리에 위치한 상업 중심지역이다. 주민들과 외출나온 전방 군인들의 평범한 일상이 존재하는 공간은 얼핏 보기엔 긴장 상황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곳곳에 냉전 이데올로기의 잔재가 살아 있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힘이 얽혀 ‘느슨한 긴장감’이 있는 동송을 예술가들이 접수했다. DMZ와 그 접경지역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리얼 디엠지프로젝트’는 네 번째를 맞는 올해 ‘동송세월’(同送歲月)이라는 제목으로 현장 예술축제를 열고 있다. 동송은 1914년 동송면이라는 호칭이 생긴 이후 1945년 해방과 함께 북한의 영토에 속했다가 1953년 한국전쟁 정전 후 다시 남한에 수복되어 오늘까지 이어진다. 미술가, 건축가, 시인, 문화기획자 등으로 구성된 참여작가 49명은 동송의 장소적 정체성을 활용한 회화, 사진, 조각, 설치, 글쓰기 등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작업들을 시내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금학로에 있는 커피숍 앞에 작은 꽃밭이 있다. 천일홍, 채송화, 메리골드 등 일년생 화초들은 전방 군인들의 군화에 묻은 흙에서 찾아낸 씨앗을 키운 식물치료 작가 김이박의 작품 ‘이사하는 정원-DMZ’다. 작가는 “동송에서 군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 노래방 등의 발판에서 두 달 넘게 흙을 채집해 씨앗을 찾고 서울의 작업실에서 키워 이곳에서 전시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민통선 안팎을 식물들이 군화에 묻어서 자유롭게 드나든다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강현아는 이평로 86 텃밭을 활용해 ‘동송 DMZ 생태관광’ 코너를 만들었다. 인간의 손이 타지 않는 DMZ 안에 기이한 생태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작업으로 담벼락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지어낸 동식물의 드로잉을 붙여 놓고 망원경으로 감상하도록 했다. 대인지뢰 사고에 대비한 ‘발목보호 검독수리’, 혹독한 추위를 견디려는 ‘방한털 산양노루’, 야간 매복 훈련에 참여하는 ‘소등반딧불이’, 변종 물고기인 ‘탄피 물고기’, 철책을 따라 다니는 ‘삼팔따라쥐’, 감시초소에 서식하다 보니 고개가 북을 향하게 된 ‘북향 금강초롱꽃’ 등은 모두 비무장생이다. 철원 감리교회에서는 조영주의 영상물 ‘DMG-비무장 여신들’을 볼 수 있다. 철원 안보관광 해설사로 일하는 7명의 여성들이 흰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DMZ 내 군사시설에서 공습경보 사이렌과 새소리에 맞춰 고요하게 춤을 춘다. 도시에서는 존재감을 잃어버린 공중전화가 동송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통신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이재호 작가는 길거리의 공중전화를 비닐포장재로 덮은 ‘위장-공중전화’를 선보였다. 철원경찰서 관전치안센터 앞에도 작품이 있다. 시멘트를 백두산 모양으로 쌓아 놓고 백두산 천지의 사진을 재촬영한 이미지를 병치시킨 권용주의 ‘우리 정상에서 만나요’다. 통신기기점 쇼윈도에는 DMZ와 관련된 웹상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강신대 작가의 ‘#DMZ’가 선보인다. 철원 동송의 첫인상과도 같은 동송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유목연이 ‘통일국수’를 말아 주고 건축가 김동세와 설치미술가 정소영이 일시적인 사적 공안 ‘터미널: 가깝고도 먼’을 설치했다. 동송농협지하에서는 프랑스 작가 알랭 드클레르크가 PC방에서 전투게임을 하는 병사들의 모습과 소이산의 참호, 스위스의 지하 벙커를 이용한 영상 작품 ‘헤드쿼터’, 최진욱의 노동당사 회화작품, 최대진이 안보관광지에서 본 시설들을 찰흙으로 만들어 재구성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전방에 근무하는 군인들의 심정을 다독이려는 작가들의 마음도 엿보인다. 진희웅은 제분소 벽면에 네온으로 ‘정말 다 괜찮을 거야’라는 작품을 설치했다. 조혜진은 손뜨개로 만든 화환을 희망포토스튜디오에 설치해 놓고 군인들과 가족들이 활용하도록 했다. 금학로의 성심약국에서는 군인들의 마음병을 치유할 수 있도록 정원연 작가가 약초와 천연꿀로 만든 ‘군심환’을 구할 수 있다. 전쟁을 책으로 배운 세대인 작가들이 한반도의 분단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은 저마다 독특하고 흥미롭다. 주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지역에서 50년째 군장비와 패치를 판매해 온 류선규(72)씨는 “일반인들이 멀고 위험하게 느끼는 전방을 예술적인 시각에서 보고 알리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기획자 김선정 예술감독은 “지난해까지 민통선 안쪽에서 행사를 가졌지만 올해는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에 좀더 친밀하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참여자들이 지역민들의 일상공간으로 들어갔다. 개별작업과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와의 소통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붉은 색 전시 입간판을 세우고 전시설명문을 붙여 놓았지만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고 워낙 작품이 많아서 운동화끈을 단단히 조이고 나서야 한다. 동송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지고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재구성해 선보인다. (02)739-7098. 글 사진 철원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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