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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부망천’에도… 인천 투표율 또 전국 꼴찌

    인천시가 6·13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투표 마감 결과 잠정 투표율은 55.3%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 때문에 인천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을 내기도 했다. 정태옥 전 한국당 대변인의 인천 비하 발언을 표로 심판하겠다는 여론이 들끓어서다. 그러나 이달 8∼9일 사전 투표 때보다도 인천 투표율 순위가 더 하락한 점으로 미뤄 오히려 투표율을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 사전 투표율은 17.58%로, 대구·부산·경기에 이어 네 번째에서 결국 꼴찌로 주저앉았다. 특히 정 의원의 비하 발언 때 직접 언급된 인천 중구와 남구 투표율이 인천 다른 지역보다 더 낮았다. 남구 투표율은 51.9%로 인천 10개 군·구 중 꼴찌를 달렸고, 중구 투표율은 54.4%로 인천에서 7위를 기록했다. 정 전 대변인은 앞서 7일 모 방송에서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데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켜 투표율을 떨어뜨린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 투표율은 2008년 18대 총선 땐 15위(42.5%),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13위(50.9%), 2012년 18대 대선 땐 14위(74.0%)를 기록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 땐 15위(53.7%), 2016년 20대 총선은 14위(55.6%), 2017년 19대 대선 땐 13위(75.6%)에 그쳤다. 전체 유권자 중 인천에서 태어난 토박이 비율이 낮고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인구 비중이 높은 인구통계학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는 풀이도 있다. 거주 지역에 대한 연대감과 귀속감이 떨어지고 지역 정체성도 옅은 탓에 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탄핵에도 반성 없이 딴지만 걸다가… 구태 야당, 호되게 맞았다

    탄핵에도 반성 없이 딴지만 걸다가… 구태 야당, 호되게 맞았다

    文 높은 지지율에 평화 무드 더해 민주당, 12년 전 패배 딛고 압승‘샤이 보수’(숨은 보수층)는 없었다. 그것은 신기루였다. 대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민심’이 자유한국당의 텃밭이었던 부산·경남(PK)으로 타들어 갔고 대구·경북(TK)에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제7회 지방선거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압승을 거둔 표면적 이유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한반도 평화무드, 즉 ‘기울어진 운동장’이 거론된다. 그러나 그 근저에는 낡은 정치 지형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탄핵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냉전주의적 사고방식과 망국적 지역주의로 연명하려는 야당에 대한 심판이 발현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와 겹쳐 있어 관심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투표율이 지방선거 사상 두 번째로 높은 60%를 넘긴 것이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 심리를 대변한다. 유력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이처럼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 준 적은 없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16곳의 광역단체장 중 당시 야당이자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12곳을 휩쓸며 압승한 게 그나마 가장 유사한 사례다. 민주당은 비록 TK에서 졌지만 과거와 달리 표 차이를 좁힌 데다 사상 처음으로 PK에서도 압승하면서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게 됐다. 반면 112석의 제1야당인 한국당은 사실상 TK 지역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과 급진전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의 영향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선거 전까지도 70%대 중후반을 꾸준히 유지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인기에 민주당의 지지율도 50%대를 계속 달렸다. 반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1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는 등 보수층 결집을 시도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 시작하면서 경기 북부, 인천 백령도 등 북한에 민감한 보수적인 지역의 민심도 민주당을 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리면서 인물론이나 정책 등의 이슈 자체가 차단돼 버렸고 민주당은 더욱 승세를 굳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탄핵 이후에도 지리멸렬한 야당의 모습이 민심을 민주당에 쏠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특유의 거친 발언으로 보수층 결집을 유도했지만 지지층마저 품격 없는 언행의 야당 대표에게 거부감을 보였다. 특히 부산, 대구, 경남 등 한국당의 텃밭 같은 지역에서는 홍 대표의 지원 유세를 꺼리는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한국당이 탄핵 이후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잘못된 기존 행보를 계속 보이는 게 문제”라며 “한국당이 한반도 평화 이슈에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수구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모습이 시대에 뒤떨어져 보였고 이는 유권자의 민심과 너무 괴리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보수 유권자들이 한국당이 아닌 바른미래당을 선택하려 해도 바른미래당이 보수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고 차별화되는 노선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안으로 생각할 유인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기반인 진보·평화세력 우위 구도가 2년 후 21대 총선과 그 이후 대선까지 연결될까. 임기 말로 갈수록 정권의 인기가 떨어지던 과거의 추세가 되풀이된다면 이번 압승이 민주당에 마냥 달가운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압승이 유권자의 견제 심리를 자극하면서 향후 선거에서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마저 구시대적 패러다임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유권자들은 고리타분한 정치 지형을 혁명적으로 바꾸기를 원하며 이번 선거가 그 혁명의 시발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야당에 내려진 유권자들의 무시무시한 심판이 일회성 승패로 보기엔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다. 만일 야당이 대안을 보여 주지 못하고 냉전적, 지역주의적 패러다임을 떨치지 못한다면, 즉 합리적 보수로 재탄생하지 못한다면 이 기울어진 운동장은 예상보다 오래 기울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오늘 지방선거, 나와 가족의 삶 바꾸는 투표를

    오늘은 제7회 지방선거 날이다. 이번 선거는 어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의 흥분과 내일 개막하는 러시아월드컵 등에 대한 기대 등이 뒤섞인 탓에 역대 최악의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 정치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70%대의 높은 지지율과 50% 안팎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등 정부 여당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선거가 정치 지형이 바뀌는 ‘정초(定礎)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는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민주주의 축제’인 선거를 ‘정치 혐오의 장’으로 만든 것은 정치권이었다. 특히 경기지사 선거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은 목불인견 수준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영화배우 김부선씨의 스캔들을 야당 후보들이 제기해 막판까지 공방이 계속됐다. 도덕성 검증은 선거 과정에서 충실히 이뤄져야 하지만, 정책 대결이 사라졌다는 것이 문제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네거티브 싸움에만 열중하는 후보들에게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기권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여기에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혼을 하면 부천에 가고, 부천에서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에 간다”는 이른바 ‘이부망천’이라는 지역 폄하 발언을 해 인천시장 선거를 뒤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건 유권자들의 몫이다. 지방선거는 지역 행정과 교육을 맡을 일꾼들을 뽑는다는 면에서 대선이나 총선보다 우리의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가시더라도 선거 공보물을 유심히 읽고 투표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정당 가입이 금지된 교육감 후보의 정체성과 정책을 알려면 역시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20%를 웃돈 사전투표로 올 지방선거는 2014년 투표율 56.8%를 가뿐히 넘어 60% 중반대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도덕군자가 없다고 투표를 포기하기보다는 차선 또는 차차선을 선택하려고 노력해야 우리 동네, 내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을 바꿀 수 있다.
  • [유세미의 인생수업] 달달한 스트레스

    [유세미의 인생수업] 달달한 스트레스

    ‘늦은 밤 지칠 대로 지쳐서 집에 들어가면 긴장도 풀리고 피곤하니 당연히 머리도 안 돌아가는 거 아니겠어. 어쩜 그거 하나 실수했다고 사흘을 밥을 안 주냐. 눈도 맞추지 않고, 뚱해서 말도 안 하면 어쩌자는 거야. 대체….’ 무두씨는 오늘도 쓰린 속에 찬물만 들이켜고 출근길에 나섰다. 아내는 묵언수행 중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삼겹살에 소주 회식으로 거나해져 집에 들어섰는데 그녀가 오밤중에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냉장고를 털었는지 냉면 대접에다 온갖 반찬에 고추장을 썩썩 비벼 먹는 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기껏 한다는 말이 “푸드 파이터냐, 천천히 좀 먹어”. 뭐 딱히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도, 타박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생각 없이 한마디하자마자 아내는 ‘말 다했냐’로 시작해 ‘자존심도 없는 줄 아냐’ 울고 불고 난리를 친 끝에 입을 닫아 버렸다. 정 해야 될 말은 문자로 했다. 그것도 꼭 끝에 비비 꼬듯 ‘당신의 푸드 파이터’라고 붙여서. 아내와의 신경전이라 그런가 회사에서도 종일 피곤하다. 상반기 결산 보고 준비가 암담하다. 워낙 매출이 저조한 데다 하반기 역시 슬럼프를 벗어날 동력이 마땅치 않다. 다들 윗사람 눈치 보기 바쁘고 실적에 대한 변명에 급급하다. 집이고 회사고 난타전이다. 급기야 회의 시간에 무두씨가 폭발했다. 평소 뺀질이라는 별명의 김 팀장이 교묘하게 무두씨 팀에 지난번 사고 책임을 떠넘긴 탓이다. 고성이 오가고, 넥타이를 풀어 가며 거품을 물던 팀장들은 씩씩거리며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막말을 해 댔다. 회의를 끝내고도 온갖 동물을 등장시키며 비난을 그치지 않는다. 이럴 때면 회사용 이름이 따로 있어야 할 지경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이름은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묘미가 있다. ‘서 있는 곰’, ‘쳐다보는 말’ 정도는 평범한 편이다. 덩치 크고 사나운 암소를 힘으로 주저앉혔다고 그 인디언 청년의 이름은 ‘앉은 소’. 붉은 담요를 어깨에 메고 평원을 달려가는 젊은이의 이름이라는 ‘붉은 구름’은 사뭇 시적이다. ‘마을의 현자’처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도 해 주고, ‘상처 입은 가슴’ 같은 이름은 왠지 큰 고난이 있었을 듯하다. 이렇듯 의미심장한 이름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무두씨처럼 평생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원래 이름보다 인디언식 이름을 붙여 주고 싶은 사람들이 회사에는 참 많다. ‘저만 잘난 넘’부터 시작해 ‘아무리 해도 못 알아듣는 자’, ‘인간 되기는 틀린 그대’로 쭉 가다 ‘제가 안 그랬어요’까지 한도 끝도 없다. 그렇게 쉽지 않은 직장 생활을 하며 이제 올해도 절반이 지나간다. 아직 뾰족이 해 놓은 것도 없고 하반기 보낼 일이 암담하다. 일이고 사람이고 스트레스는 사방에 차고 넘친다. 그러나 어김없이 푹푹 찌는 날과 서늘한 가을이 시간을 딱 맞추고, 힘든 일과 좋은 일도 번갈아 가며 올 것이다. 그래서 무두씨는 웅크린 가슴을 한 번 쭉 펴 본다. 웬만큼 거슬리는 일은 대충 용서하며 괜찮다고 다독이리라 마음먹는다. 그들이 있어 회사가 있고 내가 있는 셈이다. 그렇게 위로하면 복닥대는 그들 모두가 내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달달한 스트레스라 여겨진다. 와이프도 마찬가지. 푸드 파이터보다는 달달한 스트레스라고 바꿔 주면 좀 나으려나. 오늘은 진짜 미안하다고 말하고 아내의 묵언수행을 끝내야겠다. 달달한 스트레스. 왠지 입에 착 감기며 아내가 떠오르는 좋은 이름인데, 일단 말이라도 한번 해 봐?
  • [6·12 북미 정상회담]70년 적대관계 녹인 12초…세기의 악수, 기싸움 없었다

    [6·12 북미 정상회담]70년 적대관계 녹인 12초…세기의 악수, 기싸움 없었다

    12초간 맞잡은 악수가 70년간 지속된 북·미 적대관계사의 전환점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의 첫 만남에서 ‘세기의 악수’를 선보였다. 취재진 앞에서 두 정상은 틈틈이 악수를 나누며, 과거 ‘풀라우 블라캉 마티’(죽음의 섬)로 불렸던 센토사섬을 무대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차질 없이 뒷받침한 경호와 의전도 인상적이었다.악수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카펠라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인민복과 빨간색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만났다. 김 위원장은 레드카펫이 펼쳐진 회담장 입구의 왼쪽에서 걸어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쪽에서 걸어 나와 정중앙에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오는 14일 72세 생일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왼손으로 34세인 김 위원장의 팔을 다독이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때 “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통령님)라고 영어로 인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통역사의 발언을 착각한 오류라는 공지가 나오면서 진위 여부가 확실히 가려지지 않았다. 모두 발언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다시 손을 내밀며 세 번째 악수를 청했고,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패션 두 정상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건 검은색 인민복과 빨간 넥타이였다.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패션은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나 4월 남북 정상회담 때와 다르지 않았다. 인민복은 사회주회 국가의 생활복이다. 중국 덩샤오핑 등 사회주의 지도자들이 상징적으로 입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인민복을 입었다. 때때로 정장을 입기도 했던 김 위원장이 인민복을 입고 나온 건 스스로 북한 인민의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 체제의 정체성을 고수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로 시선을 잡아챘다. 빨간 넥타이는 그의 상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을 비롯해 지난해 7월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같은 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지난해 4월 대통령 개인별장인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을 드러내는 자리마다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반면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와 지난 10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는 차가운 빛이 도는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경호 세계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두 정상인 만큼 경호는 엄중했다.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군 주둔지였던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은 주변 지대보다 높고 수림이 우거져 외부에서 관측이 불가능하다. 지리적 이점은 두 정상이 회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천연의 환경이 됐다. 경호는 인해전술 못지않았다. 싱가포르 정부가 배치한 보안요원은 5000여명에 달했고, 주요 지점마다 굵은 밧줄로 프레스라인을 설치하며 통제했다. 본토와 센토사섬을 잇는 다리부터 호텔 주변까지 1.5㎞에 이르는 인도 구간에 사람 키 높이의 가림판을 설치해 정상들의 통행을 시야에서 차단했다. 회담장 상공엔 군용헬기가 수시로 선회하며 감시 활동을 벌였고, 앞바다에는 미국 군함이 비상대기했다. 카펠라호텔 진입로는 방탄복과 소총으로 완전 무장한 경찰관과 카키색 군복 차림의 군인들이 경계했다. 북한의 ‘방탄경호단’도 시선을 끌었다. 김 위원장이 카펠라호텔에 도착하자 요원 10여명이 차량을 에워싸며 말 그대로 방탄 경호에 나섰다. 이들은 북한 인민군 974부대 소속으로 알려진 북한 최정예 요원이다. 의전 의전도 정서적인 측면까지 고려해 호감을 샀다. 두 정상에 대한 의전 키워드는 동등함이었다. 회담장에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도착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가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김 위원장에게 ‘상석’을 권했다. 의전을 따질 때 보통 오른쪽을 상석으로 여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편에 섰다. 회담장에 들어설 때나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팔을 가볍게 터치하며 손님을 안내하는 듯힌 행동을 취했다. 아울러 처음 악수할 때도 서로를 향해 다가가 악수한 건 양국 정상이 전 세계 미디어 앞에서 대등하도록 보이고자 했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연장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예의를 지키는 매너를 취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자치광장] 중동의 ‘VVIP’와 서울한방진흥센터/강병호 동대문구청장 권한대행

    [자치광장] 중동의 ‘VVIP’와 서울한방진흥센터/강병호 동대문구청장 권한대행

    전국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박물관을 건립해 혈세 낭비라는 지탄의 소리가 있다. ‘내 고장에도 하나쯤은’이란 생각으로 박물관을 유치하지만 주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콘텐츠로 외면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박물관이란 상업적인 논리보다 삶의 질을 위한 문화시설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지난해 10월 동대문구가 관심과 우려 속에 건립한 서울한방진흥센터는 한의약박물관을 주축으로 한 한의약복합문화 체험 시설이다. 건립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센터는 우선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한옥형으로 설계돼 전통적인 한방 이미지를 극대화했고 감각적인 조형미까지 잘 살려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국내 최대 한약 유통 중심지인 서울약령시에 자리잡은 점도 박물관의 가치를 높인다. 한의약 관련 인프라가 구축된 약령시의 기반을 활용해 센터를 중심으로 한방 사업을 활성화하고 동대문구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박물관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의 참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호응이 높다. 실제로 센터 건립 이전부터 약령시의 지역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해 주민, 상인, 서울시, 약령시협회, 한의사회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센터의 추진 방향, 기능, 홍보, 콘텐츠 등을 논의하고 이를 센터 운영에 녹여 내고 있다. 지난 4월 중동의 ‘VVIP’가 비밀리에 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최고위 인사인 그가 외교부 대사관을 통해 센터 탐방 의사를 전해와 성사됐다. 인지도가 높은 인사인 만큼 센터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VVIP’ 안내는 필자가 직접 맡기도 했다. 비밀 방문이었으나 상인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VVIP의 방문 소식은 금세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인 ‘거래의 기술’에는 트럼프타워를 분양할 때의 일화가 나온다. 그가 뉴욕에 지은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트럼프타워는 당시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구매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지만 찰스 황태자의 입주 소문이 퍼지면서 거래가는 최초 분양가보다 12배나 뛰었다고 한다. 서울한방진흥센터도 아랍에미리트 VVIP 방문 일화 입소문을 업고 동양 최고의 한방테마시설로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국외 유력인사도 끌어들일 만큼의 독보적인 가치와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한류의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
  • 北 체제 선전·내부 결속 노려… 金, 트럼프 회담땐 양복 가능성

    北 체제 선전·내부 결속 노려… 金, 트럼프 회담땐 양복 가능성

    사회주의 지도자 이미지 강조 정상국가 표출 위해 양복 선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구 세계 데뷔전인 6·12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하면서 양복이 아닌 인민복을 입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 주기에 앞서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에 우선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얇은 세로줄 무늬(핀 스트라이프)가 있는 검은색 인민복을 입었다. 이 인민복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입은 옷과 동일한 스타일이다. 인민복은 중국에서 청 왕조를 무너트리고 중화민국을 세운 쑨원이 봉건적 의복제도를 폐지하고자 고안한 옷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북한의 정체성과 사회주의 체제의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인민복을 착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석영 UCLA 교수는 미국 패션매체에 “김 위원장은 인민복을 입음으로써 북한이 서구와 협력하고 서구의 재정 지원 및 제재 해제는 수용하면서도 정체성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때는 양복으로 갈아입을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복을 고집했던 것과 달리 북한 공식행사에 양복을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끈 바 있다. 지난 1월 신년사를 발표할 때는 은회색 양복에 회색 넥타이를 매치해 다소 파격적인 패션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외신들은 “김 위원장이 평화를 강조하고 북한을 현대적이고 세계와 연결된 국가처럼 보이게 하려고 양복을 입었다”고 평가했는데, 김 위원장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번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강조하고자 인민복 대신 양복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표석이 불친절하다

    [노주석의 서울살이] 표석이 불친절하다

    서울은 오래된 도시다. ‘정도 600년’이라는 옛 구호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도 더러 계시지만 ‘서울 2000년’설이 정립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로마처럼 2000년 된 판테온 신전의 실물을 보여 줄 수 없는 게 서울의 한계다. 그렇다고 서울의 기원을 무작정 늘린 건 아니다. 삼국사기의 ‘한성백제 기원전 18년 건국’ 기록을 우리 손으로 부인할 까닭은 없지 않은가. 서울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대한제국의 멸망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한강의 기적이라는 파란만장한 대사건을 거치면서 성장했다. 조선 초기에 비해 인구는 100배가 늘고, 면적은 30배가 넓어졌다. 경기도를 야금야금 서울로 편입시킨 덕분이다. 예를 들어 서울 도봉구는 일제강점기에는 경기도 양주군과 고양군이었는데 1949년에 서울로 편입됐다. 서울은 지구상에서 가장 압축적으로 성장한 글로벌 도시다. 문화재 약탈·파괴와 역사왜곡,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역사의 향기는 자취를 감췄다. 원주민이 사라지고, 정체성을 상실한 서울은 ‘이방인의 도시’, ‘만인의 타향’이 됐다. 서울은 표석(標石)의 도시다. 사라진 것에 대한 ‘애도의 염’으로 가득 찼다. 불행하게도 300여개의 표석이 남았을 뿐이다. 종로·중구 도심에만 표석의 70% 이상이 몰려 있다. 오래된 도시가 남긴 역사문화의 파편이다. 표석은 특정 시공간을 거쳐 간 인물이나, 발생한 사건의 전말을 묵묵히 말해 준다. 어떤 사람과 사건을 통해 명멸하고 진화했는지 온몸으로 증언한다. 도시의 사연을 전해 주는 표석은 거리 인문학의 보물 창고다. 거리의 인문학 열풍이 뜨겁다. 인문학을 즐기려고 너나없이 거리로 나선다. 서울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서울의 역사성을 느끼려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장소의 역사에 한 번 놀라고, 장소의 끈질긴 관성에 두 번 놀란다. 필자가 표석의 숫자를 300여개라고 애매하게 표기한 것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표석의 명멸과 부침 그리고 진화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표석의 도시, 서울의 표석 현황을 알려 주는 곳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0년에 개발한 문화콘텐츠닷컴 자료에 의존해야 한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표석은 1985년부터 모두 363개가 설치됐다고 한다. 또 다른 서울시 자료를 보면 335개가 세워졌다고 적혀 있다. 317개에서 363개까지 고무줄처럼 오르내린다. 건립, 철거, 수정되기를 거듭한 탓이다. 다른 한편으론 31조원의 예산을 쓰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그 많은 기관, 그 많은 사이트 중에 표석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곳이 없는 탓이다. 역사도시 타령은 공염불이다. 도시 스토리텔링은 구두선이다. 표석 디자인도 어지럽다. 표석의 종류만 7~8가지쯤 된다. 판석기본형에 판석기둥형, 주사위형, 벽돌기둥형, 책형, 책상형, 벽돌벽부형까지 너무나 다양한다. 진짜 표석인지 분간도 어렵다. 건립 주체를 알 수 없고, 소재도 벽돌과 함석, 유리, 자연석 등 중구난방이다. 다양화도 좋지만, 이 정도면 표석이 아니라 차라리 표지판이나 안내판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표석의 위치가 이리저리 바뀌는 것도 마땅치 않다. 도로가 새로 놓이거나 화단이나 전봇대가 바뀌면 슬그머니 딴 곳에 가 있다. 늘 보도 모퉁이에 없는 듯 숨어 있다. 표석의 권위는 사라지고, 장기판의 졸 신세다. 표석의 문구는 불친절의 극치를 이룬다. 무얼 알려 주려는지 요령부득이다. 친절한 표석이 서울의 표정을 풍부하게 하고, 정체성을 세우는 기본이 된다. 300개가 넘는 표석을 관광자원화해야 비로소 자랑할 만한 역사도시가 될 것이다.
  • 등대에 새겨진 인류 해양문명사의 DNA

    등대에 새겨진 인류 해양문명사의 DNA

    등대의 세계사/주강현 지음/서해문집/376쪽/2만원스페인 북동부 해안도시 라코루냐. 반도처럼 튀어나온 곶 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 ‘헤라클레스 타워’가 우뚝 서 있다. 1세기 후반 로마시대에 세워져 1900년 넘게 대서양을 굽어보고 있는 등대는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더욱 경이롭다. 인류 해양문명사의 DNA 같은 것이 오늘날의 등대에도 각인돼 있음을 증명하는 원초적 상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등대는 건설 당시 당대의 걸작이었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를 모델로 했다. 파로스 등대는 12세기 무렵 지진으로 이미 지상에서 사라졌지만 폐허를 찾은 이븐 바투타 등 많은 이들의 기록 덕분에 현존하는 모든 등대의 원형으로 남았다. ‘인류 최초의 등대’ 파로스 등대의 출현은 새로운 문명사적 개안을 의미하기도 했다. 저자는 세계사의 중요한 길목에 놓인 등대들을 통해 인류 문명사의 흐름을 조망한다. 중세 지중해 패권을 다투던 이탈리아 제노바에는 일찍이 란테르나 등대가 세워졌다. 이곳의 등대지기 중 한 명의 조카가 훗날 신대륙을 찾은 콜럼버스라는 점이 흥미롭다. 대항해의 출발점 스페인 세비야의 오로 등탑과 포르투갈 엔히크 왕자의 야심이 담긴 상비센테 등대는 대항해시대의 양대 빛이었다. 근대 등대의 탄생을 알린 영국 에디스톤 등대, 디아스포라의 불빛인 미국 몬타우크 등대는 등대 발전에 기념비적 역할을 했다. 빛이 도달하는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프레넬렌즈는 프랑스 코르두앙 등대에 처음 장착되며 등대사를 새로 썼다. 등대의 목적은 불빛으로 항해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형태는 수직의 높은 구조물과 꼭대기의 빛이다. 등대의 이런 목적과 형태는 2000년간 변한 것이 없다. 거친 파도와 바람, 전쟁으로 수많은 등대가 사라졌으나 바다를 향한 인간의 의지는 단절 없는 등대 건설로 표현돼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울러 등대에는 문학적 낭만성 이상의 감동이 새겨져 있다고 전한다. 서구 중심의 오리엔탈리즘 시각을 극복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저자는 책 마지막 장을 할애해 중국 산정의 불탑, 일본 항·포구의 석등, 제주도의 도대불 등 동아시아의 전통 등대를 언급하면서 각 해양문화의 정체성을 되짚는다. 아울러 개화기 이후 근대적 등대의 확산을 따라가며 제국주의 침탈의 비극을 되돌아본다. 해방 이후 남북한 곳곳에 세워진 등대도 세심히 살피고 한반도의 등대가 지닌 의미를 탐색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서울 토박이도 몰랐던 ‘진짜 서울’

    서울 토박이도 몰랐던 ‘진짜 서울’

    서울선언/김시덕 지음/열린책들/416쪽/1만 8000원내가 서울 사대문 안, 이른바 ‘진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사실을 좋아한 것은 그곳이 잘 변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고향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인데, 그건 아마 저 변화무쌍한 땅에서 무슨 추억과 정체성을 찾느냐는 것일 것이다. 그 와중에 경복궁을 둘러싼 지역은 비교적 옛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위안이 됐다. 그러나 알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곳이 변하지 않는 곳이 된 것은 조선시대 후기의 흔적을 보호하기 위한 편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서울은 그보다 까마득히 크다. 그리고 이 책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도 살아 있는 서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진짜 서울과 그 밖을 나누려는 생각이 다섯 가지 선입견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조선후기 중심주의, 사대문 안 중심주의, 왕족과 양반 중심주의, 주자학 중심주의, 남성 중심주의라고. 책 제목에 걸맞게 그는 ‘선언’한다. “이제까지 서울을 말해 온 사람들이 조선 시대 궁궐과 왕릉, 양반의 저택과 정자들을 주로 거론해 온 것은 대단히 편협한 귀족주의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모든 옛 책이 동일하게 귀중한 것과 마찬가지로, 서울 속의 모든 공간과 사람도 동일하게 가치 있는 존재들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로 살펴보고 있는 지역은 1936년과 1963년 이후 ‘서울’이라고 불리게 된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그가 살았던 지역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보통 서울을 주제로 한 책이 보여준 지역과는 크게 다르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의 근본부터 뒤집고 의문을 제기하는 그의 글은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또 한편으로는 통쾌하다. 문헌학자인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울’을 넘어서는 대서울의 곳곳을 ‘무수히 많은 책이 꽂힌 도서관’에 비유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부수고 잊혀졌거나 왜곡된 것을 밝히는 그의 “서울 순례” 덕에 서울이라는 도시는 좀더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살아난다. 근사한 문화재의 위용을 자랑하는 사진이 아니라 평범한 동네를 찍은 수많은 도판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이 책 또한 “아직 제각각의 정체성이 강하고 서로 간의 관계성이 긴밀하지 않은 서울”을 바라보는 개인의 시선임을 강조하며, 현재의 서울을 사는 우리 개개인이 자신의 눈으로 서울을 바라볼 것을 권한다. 편견을 깬 너머에 “진짜 서울”이 있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 [자치광장] 서울의 경관, 누구의 것인가/권기욱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자치광장] 서울의 경관, 누구의 것인가/권기욱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최근 서울시는 아파트 높이 정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서울시는 시민 조망권을 보장하고, 스카이라인이 가진 공공성을 감안할 때 층수 관리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토지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건물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층수 규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반론도 있다. 35층이라는 층수 규제는 과도하고 획일적이며, 개발 규모 확보를 위한 건폐율 증가로 오히려 단지 내 공간이 좁아져 경관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풍경 혹은 경관을 둘러싸고 사익과 공익이 맞서는 구조다. 그런데 양자 모두 경관을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아마도 그 차이는 사유화된 경관과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경관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 것이다.자연과 역사·경관 주변에 들어서는 건물 높이가 적절하지 않으면 자연과 역사 경관이 훼손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뿐 아니라 많은 해외 도시에서도 공공은 다양한 수단으로 건축 및 높이 규제에 개입한다. 경관을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보존할 곳은 보존하고 높일 곳은 높이는 차등적 높이 관리기준을 마련했다. 이는 주택 높이를 무조건 35층 이하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며, 도시 공간구조 및 위계, 기능에 따라 50층 이상 초고층 개발도 허용함으로써 최고 층수를 차등화해 도시 차원의 경관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높이관리기준은 공공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거쳐 2030서울플랜(도시기본계획)에서 최종 확립됐다. 이 높이 기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획일적인 규제라고 비판하면서 왜 꼭 35층이어야 하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35층은 100m가 넘는 높이로, 법적인 개발밀도 내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층수 구성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높이 관리 기준이 마련된 2013년부터 약 5년간 주거지 정비사업에서 35층 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사업을 진행했다. 이는 기존 주거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35층 기준을 적용한 것이며, 고층개발이 허용되는 지역·지구 중심에서는 50층 이하, 도심과 광역 중심의 경우에는 50층 이상도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일반 주거지에서 35층 이상 초고층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조망권을 통한 사업성 향상과 미래 자산 가치 증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 위주의 고층 개발로 주변과 부조화를 이루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주변과 어우러지는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도시계획이며, 이를 통해 함께 사는 도시 경관과 서울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펜을 잡은 음악가들

    펜을 잡은 음악가들

    “음악 역시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것” 작가 겸 피아니스트인가, 피아니스트 겸 작가인가.연주 못지않은 글솜씨를 뽐내는 음악가들이 있다. 연주활동만으로도 바쁜 그들이 악기 대신 펜을 잡는 이유는 뭘까. 7일 첫 내한공연을 하는 미국의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는 활발한 기고 활동을 벌이는 대표적인 연주자다. 해외의 한 인터넷 음악 매거진은 덴크를 소개하는 인터뷰 기사 제목에서 아예 ‘작가냐, 피아니스트냐’며 그의 직업적 정체성을 물었다. 그만큼 덴크는 건반과 지면을 넘나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싱크덴크’(jeremydenk.net)는 미국 의회 도서관 웹 아카이브에 선정돼 보존되고 있기도 하다. 그가 2013년 뉴요커에 기고한 글(‘Every Good Boy Does Fine’)을 본 미국의 유명 출판사 랜덤하우스 등이 같은 주제로 출판을 제의해 현재 책을 집필 중이다. 알프레드 브렌델, 발레리 아파니시예프…. ‘음악가 겸 작가’인 사례는 또 있다.영국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도 음악 관련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이자, 소설가다. 그는 천주교 신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최후의 피정’을 올해 초 출간한 ‘신인 소설가’이기도 하다. 러시아계 영국인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는 베토벤과 헨델 등 유명 작곡가의 삶을 흥미롭게 풀어 쓴 어린이책 작가로도 유명하다. 음악가들은 책을 저술하며 자신이 걸어온 음악인생을 정리하고 확장한다. 서울시향의 올해 상주예술가인 영국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의 책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연가곡 ‘겨울여행’(또는 ‘겨울나그네’)을 글을 통해 감상하게 한다. 이 책은 2016년 말 한국어 번역본으로도 출간됐다.우리나라도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연주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서울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주영은 “음악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음악 전반의 호기심이 많아지면서 쓰고 싶은 말이 생겨 글을 쓰게 됐다. 일종의 ‘호기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음악 역시 논리적으로 풀어 가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피아니스트들은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 때문인지 더욱 논리정연한 이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앞서 소개한 제레미 덴크는 이번 내한 공연에 앞서 뉴욕과 프린스턴, LA 등 미국 전역에서 리사이틀을 가졌다.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론도 3번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등을 연주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서울광장] 김부겸은 안희정의 대체재가 될까/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부겸은 안희정의 대체재가 될까/이종락 논설위원

    좀 섣부른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이 막 넘은 지금으로선. 하지만 역대 정권은 늘 정권 이후를 생각했다. 9년 넘게 보수정권을 겪은 진보 세력은 최소 10년 집권을 기대하고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오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기관에서 발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압승을 예상하는 보도가 연일 나온다. 여권은 2020년 21대 총선은 물론 2022년 20대 대선까지 이런 기세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일 게다. 현 정권은 문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두 시기로 나눠 국정 운영을 계획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 초기는 과거 보수정권 때 쌓여 온 적폐를 청산하는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정권 중반기부터는 보수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 정치를 펴 외연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지방선거에서 보수 세력이 참패한 이후에 이뤄질 정치 지형 재편 과정에서 중도보수 세력을 견인할 적임자가 절실하다. 그런 인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손꼽혔다. 충청도의 대표 주자로 보수와의 대연정을 주장하는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며 협치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봤다. 하지만 안 전 지사의 불명예 퇴진으로 ‘포스트 문’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일부 친문(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세력 내에서는 안희정을 대체할 인물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론한다. 진보 세력의 취약 지대인 대구·경북(TK) 출신인 데다 원만한 대인관계가 최대 장점이다. 김 장관의 심성을 볼 때 문 대통령 이후에도 ‘배신의 정치’를 하지 않을 인물로 여겨 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정부 부처 각료 임명 시 그에게 행정안전부를 맡긴 것도 이런 시각들로 분석되기도 한다. 김 장관은 8월에 있을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도 유력한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KTX 진상 손님을 제지한 일화는 ‘김부겸 대망론’에 플러스 요인이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대표 출마 선언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장관 측은 “지금 장관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당권 관련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장관직 수행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모범 답안만 되풀이했다. 김 장관의 역할론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김 장관은 1997년 조순ㆍ이회창이 연대한 한나라당에 합류해 2003년 7월까지 함께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당시 ‘독수리 5형제’라며 민주당으로 이적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적을 바꿨으나 ‘불쏘시개’로 활용됐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뒤를 밟을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김 장관은 자서전 ‘나는 민주당이다’에서 “한나라당 입당은 권위주의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합리적, 상식적 지도자를 배출해 제도적 민주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해명한다. 자서전 곳곳에 민주화 투쟁에 전념하고 민주당 정체성에 맞게 살았다는 그의 고백이 배어 있다. 둘째, 민주당에 건너온 이후 역할이 미약했다는 지적이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 이외에는 치적이 없다는 얘기다. 당대표나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맡아 본 게 없다는 약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끝내 고사한 점도 감점 요인에 속한다. 셋째, 김 장관이 지역주의 타파 이외에 통합, 협치를 위한 어떤 노력과 성과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장관은 상생의 정치와 공존의 공화국이라는 만델라의 리더십이 있다”면서 “민주당의 확장성과 역동성, 민주진보 세력의 통합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장관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출마하면 이해찬 의원은 물론 전해철, 송영길, 김영춘, 이종걸, 이인영, 박영선 의원, 최재성 전 의원 등과 경쟁해야 한다. 친문 세력이 그를 밀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지방선거 이후에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도전할 때 대망론도 꿈꿀 수 있다. jrlee@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어벤져스 3’와 ‘탐정: 리턴즈’의 경고

    [유진모의 테마토크] ‘어벤져스 3’와 ‘탐정: 리턴즈’의 경고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그 인기만큼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목적을 위해 사랑하는 수양딸 가모라까지 희생시키는 타노스의 정체성이 큰 논란을 야기했다. 가모라의 행성과 자신의 타이탄 행성의 인구 절반을 죽였지만, 그 배경이 사리사욕이나 단순한 광기가 아닌 종의 보존이란 대의명분을 주장한 때문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기에 종 전체가 멸절될 위기였다. 종족 보존을 위해 열성의 개체에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순순히 따를 리 만무할 것. 그래서 인위적인 조정을 한 것이다. ‘소울스톤’을 얻는 데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는 망설임 없이 가모라를 낭떠러지로 민다. 건틀릿에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장착하려는 것은 전 우주를 재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인구의 절반을 줄여 모든 종을 보존시키기 위해서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신화가 없고 역사가 짧은 미국 정체성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아메리칸 그리스 신화’였다면 ‘어벤져스’는 ‘아메리칸 로마 신화’라고 할 수 있다. 타노스는 타나토스(공격적인 죽음의 본능)와 그리스 신화의 티탄 신족의 왕이자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의 조합이다. 그가 타이탄 행성의 왕인 게 그 증거다. 타노스의 논리는 미국이 독립하고 프랑스가 혁명을 일으킨 격동의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를 연상케 한다. 멜서스는 저서 ‘인구론’에서 인구 증가가 식량 증가를 압도하게 될 것이니 전쟁, 기아, 질병 등의 적극적 억제나 출산율을 낮추는 예방적 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적극적 억제보단 결혼을 늦추거나 출산을 자제하는 등 성욕을 제어하는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다. 인구론은 기득권층인 멜서스가 앙시엥 레짐(구체제)이 무너지는 걸 두려워한 데서 나온 이론이라는 해석들이 있다. 그는 국가 재정의 위기를 우려하며 빈민 구제와 사회 복지마저 반대했다. 빈자는 죽게 내버려 두고 부자만 살자는 얘기다. 어쩌면 타노스는 미국의 독립과 프랑스 혁명에 충격을 받은 멜서스를 포함한 영국의 기득권층을 비꼬는 미국의 조소일 수도 있다. 타노스는 ‘왓치맨’(2009)에도 있다. 슈퍼 히어로들로 구성된 자경단 왓치맨의 멤버 코미디언이 살해되자 동료들이 진상 조사에 나선다. 멤버 중 갑부인 오지만디아스가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 60억 명을 살리고자 수십만 명을 죽이겠다는 음모를 꾸민 것. 개봉을 앞둔 ‘탐정: 리턴즈’도 멜서스와 ‘매트릭스’를 닮았다. 재벌과 유명인사, 최고 지성인 등은 카르텔을 형성해 이른바 ‘쓰레기’들을 희생시키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체제 유지를 위해 정당하다는 아전인수식 논리를 펼친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배양한 뒤 ‘연료’로 사용하는 ‘매트릭스’(워쇼스키 자매ㆍ1999)나 부자들이 자신의 DNA로 클론을 만든 뒤 큰 병에 걸렸을 때 치료를 위해 클론의 인권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무차별 희생시키는 ‘아일랜드’(마이클 베이ㆍ2005)도 매우 유사하다. 오지만디아스는 자만심을 앞세운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으로 대표되는 고대 이집트 제19왕조의 3대 왕이다. 멜서스, ‘매트릭스’의 AI, ‘아일랜드’의 갑부 링컨과 박사 메릭, ‘왓치맨’의 오지만디아스, ‘어벤져스’의 타노스, ‘탐정: 리턴즈’의 부자와 지성의 카르텔 등은 모두 ‘이음동어’다. 어긋난 선민의식, 특권의식 또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집단이기주의가 세상을 불공평하고 불평등하며 암울하게 만든다는 경고!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인구감소시대, 소멸하지 않는 지방 도시가 되려면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인구감소시대, 소멸하지 않는 지방 도시가 되려면

    머지않아 지방의 도시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흉흉한 이야기가 들린다. 도시 인구가 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진단만 요란하고 그럴싸한 대책은 들리지 않는다. 필자 같은 지방 주민의 불안이 커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방에 있는 소도시의 도심이나 대도시의 원도심에는 빈터가 늘고 있으니, 지방 도시들은 아직 통째로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온갖 풍상을 겪으며 길게는 천 년 이상, 짧아도 수백 년 동안 발전해 온 오래된 도시가 힘을 잃고 약해져 가는 모습은 가지들이 하나 둘 윤기를 잃고 삭정이가 돼 가는 고목을 보는 것만큼이나 애처롭다. 이런 지방 도시들이 생기를 되찾고 회생하려면 도시화의 과정을 거꾸로 밟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곧 교외를 전원으로 되돌리고 도심을 작지만, 활기 있게 재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도심의 활기와 자립성은 거주자 없이 생기지 않는다. 도심 거주는 도시 생존의 필수 조건이며 도시 활동의 활성화에도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은 지금같이 낮은 출산율이 계속되면 4년 뒤인 2022년에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으니, 도심에 거주자들을 불러들여 생동감 있는 곳으로 만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도심이 거주 공간으로서 매력을 갖춘다면 주민이 늘거나 적어도 더 줄지는 않으리라. 그럼 도심이 지속 가능한 거주 공간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가 전원에 살면 얻을 수 없지만 도심에 살면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쉽게 얻어진다. 문화를 누리는 편리한 생활이 그것이다. 그러나 도심에 살겠다고 선뜻 결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도심 거주에는 결정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심은 자연환경에서 멀리 있고 오염이나 소음 등으로 생활환경과 조건이 나쁘다는 생각 말이다. 지난 세기 대도시의 무절제한 개발과 재개발로 많은 사람에게 도심이란 안전하고 쾌적하며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동아시아의 역사 도시를 연구해 온 필자가 내놓는 해법은 간단하다. 도심이 큰 가로들로 경계 지어진 블록들로 구성됐다고 가정할 때 상업, 업무, 서비스, 문화 등 주거 이외의 용도는 가로변의 대지에 한정시키고 블록의 안쪽 부분에는 주거 용도만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는 고대부터 가로의 선(線)과 그 안쪽의 면(面)으로 조성돼 온 동아시아 역사 도시의 이원적 공간구조를 계승해 도시를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이다. 주거 이외에 도시에 필요한 다양한 용도들은 이미 가로에 면한 대지에 서 있는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리모델링해 수용한다. 필요하면 낮은 건물을 철거하고 고층 건물을 새로 지어 그런 도시 기능을 좀더 많이 담아 낼 수도 있다. 한편 가로 안쪽의 공간에는 그 도시 특유의 저층 친환경 주택과 나무와 물로 구성되는 친환경 마을을 조성해 조용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의 생활공간을 조성한다. 현재 도심에 남아 있는 주택들은 대부분 친환경 성능이 부족하니 리모델링을 통해 환경 성능을 개선하거나 아예 다시 지을 필요가 있겠다. 또는 도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그 도시에 어울리는 주택 유형을 선택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그 도시에 존재한 주거지의 구조를 면밀히 살피면 지역의 자연조건에 순응하는 친환경 마을 만들기를 위한 지침을 얻을 수 있다. 거주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차 공간은 마을 외곽, 곧 가로변 건물과 마을 공간 사이에 설치하고 마을 내부는 보행 전용 공간으로 조성한다. 그리고 도시마다 가로 안쪽의 한두 블록 정도는 관광객들이 일정 기간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마을로 만들어도 좋다. 앞으로 지방 도시의 경제는 결국 관광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구성된 도시는 인구감소시대 지방이어도 더는 약해지지 않으리라. 도심의 마을에 거주하며 집 앞 큰 길가에 있는 자신의 상점이나 사무실로 걸어서 출근하는 모습, 사람뿐 아니라 도시도 평화롭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 본다.
  • 수형자가 들려주는 ‘감옥체험’

    수형자가 들려주는 ‘감옥체험’

    드라마나 영화에서 교도소가 나올 때 어두침침한 독방의 창살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곤 한다. 미디어 속 주인공은 그런 장면에서 보통 과거를 회상하거나 심경의 변화를 느끼곤 한다. 하지만 실제 감옥에서는 단 한 치의 자연광이 들어올 틈도 없다. 감옥을 밝히는 것은 오로지 형광등이다. 형광등은 아무리 뛰어도 닿지 않는 높이에 걸려 밤낮으로 감옥을 밝히고, 교도관은 육안으로 수형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 저자가 경험한 실제 감옥은 이렇다. 그래서 저자는 “감옥에서는 형광등이 태양보다 존엄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2010~2011년 병역법 위반(양심적 병역거부)으로 영등포교도소(현 서울 남부교도소)에 수감된 경험을 소개한다. 고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에 이어 오랜만에 나온 2000년대 버전의 감옥 문학이지만, 책의 결은 ‘수형자 선배’들의 작품과 조금 다르다. 저자는 군대나 군사문화를 비판하거나 병역법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총을 들지 않을 자유를 달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입소해 다른 재소자와 어울리고 서열화되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며 독자에게 감옥 체험의 기회를 준다. 그가 체험한 감옥은 서열이 없지만, 재소자들은 매사에 권력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모순이었다. ‘감옥에 가면 동성애자들이 덮친다’는 풍문이 있지만, 저자의 경험으로는 감옥 자체적으로 ‘여자’를 ‘생산’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교도소에서 여자는 라디오 목소리와 저녁에 시청하는 텔레비전 화면으로만 존재한다. 어린 재소자에게 ‘년’이라는 호칭을 쓰며 재소자들은 동성애자가 된다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않고 성적 욕망을 조금이나마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또 사진 촬영이 금지된 감옥의 이미지를 정확히 전하기 위해 영등포교도소 전경과 감방과 화장실, 복도 취사장 등을 일러스트로 재현해 독자의 ‘간접 감옥 체험’을 돕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홍석각은 중국집이 아닙니다”…지지율 올리려는 이색 선거운동

    “홍석각은 중국집이 아닙니다”…지지율 올리려는 이색 선거운동

    충북도의원 영동 1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윤태림(28) 후보의 유세 차량은 움직이는 국악 무대다. 국악과를 나온 그는 당 상징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고 대금을 분다. 윤 후보는 “영동은 박연을 배출한 국악의 고장이다. 유권자 반응이 매우 좋다”고 했다. 열기를 더하는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6·13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미지근한 가운데 유권자의 눈과 귀를 잡으려는 후보들의 길거리 홍보전이 후끈 달아올랐다. 후보 및 지역적 특색을 살려 호소하거나 시대적 이슈와 관련된 첨단 장비를 동원하는 등 이색 선거운동이 줄을 잇는다. 청주시의원 바 선거구의 한국당 홍성각(59) 후보는 ‘홍성각은 중국집이 아닙니다’라고 적은 재치 있는 홍보판을 들고다닌다. 그는 “주성각·왕성각·태성각은 중국집이고, 홍성각은 내 이름이라고 하면 잘 기억한다”고 웃었다. 충주시의회 바 선거구의 한국당 박해수(55) 후보는 ‘기부천사’라고 쓴 조끼와 헬멧을 착용했다.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충주시 1호 회원인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부자(?)’ 답게 국외여비 자부담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3선 충북도지사에 도전하는 민주당 이시종(71) 후보가 이름을 따 ‘시종 일관’이란 문구를 활용하자, 바른미래당 신용한(49) 후보는 신용카드 모양의 명함에 ‘한도액 무제한, 신용 하나 끝내주는 신용한’이라고 써 맞대응한다. 옥천군의회 가 선거구에서 3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안효익(52) 후보는 머슴 차림으로 ‘민원 접수통’을 지게에 짊어지고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군대에서 교통헌병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활용해 출·퇴근 시간에 교통 수신호도 한다. 강원 춘천시장에 도전한 자유한국당 최동용(68) 후보도 지난 27일 지게에 지고 지하상가 유권자들을 만났다. 그는 “지역상권부터 살리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미세먼지가 큰 관심사가 되자 친환경 장비로 자신을 알리는 후보들은 숱하다. 충남 천안시의원 라선거구 1-가 민주당 이종담(50) 후보는 전기차를 끌고 다닌다. 이 후보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강조하기 위해 전기차로 유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청장에 도전한 정의당 현정길(55) 후보는 아예 방독면을 쓰고 나섰다. 그는 “대기가 나쁘면 방독면을 쓰고 운동하겠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 ‘드론’을 활용하는 후보도 있다. 경기 과천시의원 나선거구 2-나 한국당 권병준(48) 후보는 드론을 직접 조종해 촬영한 ‘하늘에서 본 우리 동네’라는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그는 “선거에 처음 도전해 (내) 정체성을 알릴 도구가 필요했다. 유권자들이 ‘보기 힘든 공중 마을 풍경을 보여줘 고마웠고 후보 이름도 확실히 알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자랑했다. 권 후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경기도의원 김포1에 출마한 한국당 기정호(41) 후보는 이름과 기호 등이 적힌 LED 광고판을 등에 메고 유세를 벌인다. 기 후보는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밤에도 선명한 LED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지금, 이 영화] ‘미세스 하이드’

    [지금, 이 영화] ‘미세스 하이드’

    ‘미세스 하이드’라는 영화 제목을 보면 자연스럽게 유명한 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1886)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이 작품은 선인 지킬 박사와 악인 하이드가 사실 한 사람이었다는, 인간의 본성이 이중적이라는 모티프를 담고 있다. 이후 많은 예술가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조영학 옮김, 열린책들)의 “인간이 궁극적으로 다면적이며 이율배반적인 별개의 인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구성체라는 가설”을 변주한 창작물을 만들었다. 세르주 보종 감독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프랑스의 한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모순적인 인간 내면,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모순적인 교육 현장 이야기를 펼쳐놓는다.원작의 지킬 박사는 이 영화에서 물리 교사 마리 지킬(이자벨 위페르)로 등장한다. 교직 생활을 오래 했지만 마리는 학교에서 무시당하기 일쑤다.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다. 수업 시간에 그녀가 필요한 내용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자신들과 소통하려는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원작의 지킬 박사가 지녔던 높은 학식과 정숙한 성품은 마리에게 오히려 독선과 아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장점이던 요소가 현재에선 단점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원작의 하이드가 가진 폭력성이 (벼락을 맞은 뒤 하이드가 된) 마리에게 과단성으로 전유되는 모습이 그렇다. 이와 관련해 ‘미세스 하이드’는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영화에서는 지킬과 하이드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오가는 가운데 마리가 이것을 직접 설명한다. “상호작용은 두 가지 요소의 역할이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거야. (중략) 이렇게 두 원인 간에 상호작용이 있을 때 둘이 합쳐진 결과는 각각을 분리해 측정할 수 없어.” 다시 말해 지킬이 선인이고 하이드가 악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몸에 깃든 지킬과 하이드는 뒤섞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혼종적 주체가 하는 행동은 때로는 선으로, 때로는 악으로, 때로는 선악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모호한 것들을 산출한다. 그 예는 한 개인을 넘어, 그런 개인들의 집합인 사회·교육 현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사유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악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모호한 것들을 일방적인 선, 혹은 일방적인 악으로 잘못 규정하고 만다. 마리의 지도로 학생 말릭(아다 세나니)은 그것을 깨우친다. 덕분에 그는 이 영화에서 그녀가 지킬이면서 하이드일 수 있는 존재임을, 동시에 그녀가 지킬도 하이드도 아닐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유일한 사람이 됐다. 교육의 참된 효과다. ‘미스 하이드’는 만듦새가 그리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의식에 기초한 개인과 사회의 얽힘, 해결에 관한 메시지를 또렷하게 전한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글로벌 대학·기업 몰려온다… ‘스마트 송도’ 꿈이 익어간다

    글로벌 대학·기업 몰려온다… ‘스마트 송도’ 꿈이 익어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외자 유치 등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성과를 내면서 경제자유구역으로서의 위상을 굳혀 가고 있다. 31일 인천시에 따르면 우선 송도국제도시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2단계 조성 사업이 추진돼 국제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시가 공동으로 조성한 글로벌캠퍼스는 외국대학의 경쟁력 있는 학과를 한데 모아 종합대학 형태를 이룬 국내 첫 교육 모델이다.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22년까지 글로벌캠퍼스 인근 11만 4934㎡ 부지에 세계적인 특성화 대학 유치를 골자로 하는 2단계 조성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패션스쿨과 호텔, 조리학교,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특성화 대학 등 세계 50위권의 교육·연구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캠퍼스에는 2012년 3월 한국뉴욕주립대를 시작으로 2014년 3월 한국조지메이슨대, 그해 9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유타대 아시아캠퍼스가 개교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세계적 패션명문대학인 뉴욕패션기술대가 문을 열어 1단계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현재 28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음악원이 개교를 앞두고 있으며 미국 스탠포드대 부설 스마트시티연구소,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너의학연구소 등도 문을 열 예정이다. 2단계 사업에 따라 인천경제청은 2021년까지 181억원을 들여 외국인 교수 아파트를 증축하고 인조 잔디 축구장 공사에 나서는 등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5개 대학의 외국인 교수는 144명에 달하지만 교수 아파트는 28가구에 불과해 상당수가 외부 임대 아파트나 학생 기숙사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내년 증축 사업에 착수해 외국인 교수 아파트 50가구를 더 지을 계획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글로벌캠퍼스 활성화를 위해 국비 지원 비율을 높이도록 협의하고 있다”면서 “교수 아파트가 확대되면 우수한 교수진 확보가 가능해 학생 증가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글로벌캠퍼스에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을 추가로 유치해 총 10개 대학이 입주한 재학생 1만명 규모의 공동 캠퍼스로 만들 방침이다.●경제자유구역 위상 굳혀 가는 송도 송도국제도시는 스마트시티라는 카드로 도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요즘 전 세계 도시는 무한 경쟁시대에 따른 도시 문제, 자원 고갈, 기후 온난화 등으로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도시들은 스마트시티 구축에 한창이다. 스마트시티는 IT를 이용해 도시의 공공 기능을 네트워크화한 도시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영상 회의 등 첨단 IT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미래형 도시를 일컫는다.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이동 시간이 줄고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는 등 거주자들의 생활이 편리해질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도와 중국 등도 도시 문제 해결 방안으로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스마트시티는 ▲1단계(2003~2009년) 전략 수립과 서비스 기본 설계, 현장 인프라 시설 구축 ▲2단계(2010~2016년) 운영센터 세부 설계, 국토교통부 시범 사업, 서비스 세부 설계 ▲3단계(2017~2022년) 운영센터 구축, 스마트시티 서비스 제공, 공공·민간 서비스 확대 등 단계별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착공된 송도 5·7공구 스마트시티 기반시설 구축 사업은 내년 7월 준공될 예정이며, 영종지구 하늘도시와 미단시티의 스마트시티 사업도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인수돼 통합 운영될 예정이다.이를 통해 교통 분야에서는 BIT 단말기를 통해 버스 도착 정보가 제공되며, 버스 정류장 주변에서는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방범 분야에서는 스마트시티 통합영상시스템으로 24시간 이상 여부를 파악해 조치하게 된다. 고배율 카메라는 열화상 감시시설과 함께 도시의 화재를 24시간 감시하고 인천소방본부, 재난안전본부 등과 연계돼 재해 발생 시 시민들에게 방범스피커, 인터넷 등을 통해 실시간 전파된다. 환경 분야는 온습도, 황사, 자외선, 기압, 강우량, 노면 결빙 등을 체크하는 기상 센서를 설치해 여기서 얻어지는 환경 정보를 시민들에게 인터넷과 가변전광판(VMS) 등으로 제공하게 된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 자리잡은 스마트시티 운영센터에 그동안 외국인 9000여명이 찾아 벤치마킹을 했을 정도로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도국제도시는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의 바이오 클러스터에 버금가는 바이오산업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송도 바이오산업은 최근 세계의 바이오 허브로 키우려는 확대 계획 발표와 산·학·연·관의 협약 체결,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 확보, 전 세계와 연결된 허브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의 근접성 등을 내세워 외국 투자자와 연구소들에 손짓하고 있다. 현재 송도의 산업시설용지와 교육연구시설에 유치된 바이오 관련 기관은 25개에 달하며 지식산업센터나 연구업무시설에 입주한 소규모 기관까지 합치면 60개가 넘는다. 송도 바이오산업의 큰 특징은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인 ‘램시마’를 출시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문을 열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을 마련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시설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송도가 바이오 허브로 자리잡으면서 바이오의약품 공정 관련 기업들의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머크사는 2016년 바이오 공정 지원센터를 송도에 설립한 데 이어, 오는 7월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필수품인 세포 배양 제조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GE헬스케어는 2016년 송도에 바이오 공정 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아울러 국내 로봇 선도기업인 유진로봇이 지난달 송도에 지능형 로봇 제조·연구시설을 준공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진로봇의 사업비 250억원 가운데 독일 밀레사가 약 126억 9700만원(1180만 달러)을 투자했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가전제품 제조기업인 밀레사는 유진로봇의 기술력을 보고 ODM(제조업자 개발생산방식)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산업 최적의 입지 갖춰 인천경제자유구역 최초의 로봇 분야 기업 입주는 4차 산업혁명 선도기지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송도국제도시에는 바이오(삼성바이오·셀트리온·머크), 공장자동화(아마다·오쿠마), 항공(보잉·휴니드)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투자를 완료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4차 산업혁명 선도기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갖췄다”면서 “송도 로봇산업은 건설을 추진 중인 청라국제도시의 로봇랜드와 함께 로봇산업 발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다와 갯벌을 매립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53.36㎢ 규모로 조성되는 송도국제도시는 개발이 모두 끝나면 26만명이 거주하게 된다. 현재 인구는 12만 8565명(외국인 2953명 포함)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매출액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1개가 송도에 투자했거나 투자 계약을 맺었다.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등 15개 국제기구도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신임 세종연구소장에 백학순 박사

    신임 세종연구소장에 백학순 박사

    외교·안보·통일 분야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신임 소장에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다음 달 1일 취임한다고 연구소가 28일 밝혔다.백 신임 소장은 서울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북한 국내정치와 남북관계·통일문제, 북미관계, 북핵문제 등을 연구해 왔으며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통일부 자체평가위원장,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국회통일외교통상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을 맡아왔으며 주요 저서로 ‘북한 권력의 역사 : 사상·정체성·구조’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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