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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민을 쓰지, 비트를 타지, 할말은 하지… 힙합은 간지”

    “고민을 쓰지, 비트를 타지, 할말은 하지… 힙합은 간지”

    나만의 심경 담아낸 자작랩 통해 위로 사회 문제에도 목소리… 유튜브로 공개“웃고 있다면 웃고 있다면 이게 정말 행복일까/ 울고 있다면 울고 있다면 이게 정말 불행일까…/ 난 분명 행복한데 왜 난 안 그런다 느낄까/ 나 좋아하는 음악 하며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불행하다 느낄까.” 다음달이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성보문(15)군은 요즘 문득 느끼는 복잡한 심경을 자작 랩 ‘Sad and…?’에 꾹꾹 눌러 담았다. 공부라는 평범한 길을 접어두고 랩(Rap)에서 꿈을 찾기로 했지만, 이 길이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성군은 무료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자작 랩을 업로드했다. “노래 좋다!” “팬입니다”라는 댓글에 다시 미소를 지었다. 활달한 성격의 성군에게 공부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참고서에 파묻히는 생활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런 성군을 위로했던 건 10대 래퍼 빈첸(이병재)의 ‘Ouu Ouu Ouu’라는 곡이었다. “고작 이 정도라서 미안해/ 잘하지 못해서 또 미안해…/ 널 행복하게만 해주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 어제의 난 많이 어렸고 나는 아직도 어려…” 랩이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성군은 부모님을 설득해 컴퓨터와 스피커, 마이크 등 장비를 장만했다. 인터넷에 누군가 올려놓은 무료 비트 위에 직접 쓴 랩을 얹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자작 랩은 서른 곡이 넘는다. 주로 감성적인 비트 위에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고민과 상처를 가감 없이 풀어낸다. “가사가 비트에 딱딱 들어맞을 때” 짜릿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에 힘이 난다. “어른이나 아이나 저마다의 고민이 있어요. 하지만 어른들은 10대의 고민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죠. 제 랩에는 제 인생이 담겨 있어요. 랩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는 힙합이 대세죠.” 고등학교 2학년 김창하(17)군은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면 다들 랩을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고등학생 자작랩’ ‘16세 래퍼 자작랩’ 같은 영상들이 셀 수 없이 올라오고 많게는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10대들로 구성된 힙합 크루(팀)가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10대 래퍼들을 앞세운 TV프로그램이 줄을 잇는 등 힙합에 빠진 10대들은 또래 문화의 울타리를 뚫고 나와 대중음악과 방송으로까지 영향력을 뻗어가고 있다.고등학교 밴드부가 차지하던 ‘축제의 메인 공연’ 자리는 이제 힙합 동아리가 대신하고 있다. 김군이 올해부터 ‘부장’을 맡은 서울 상문고 힙합동아리 ‘흑락회’(黑樂會)는 힙합에 관심 있는 10대들 사이에서는 ‘전국구’다. 흑락회는 1999년 창단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긴 고교 힙합 동아리로 알려져 있다. 학교 축제의 개막 공연을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인근 학교 축제에서도 인기 게스트로 통한다. 우리나라 힙합의 성지인 홍대에서도 무대에 오른다. 김군은 “공부를 하면서 취미 삼아 랩을 하는 친구들이 모인 동아리지만, 활동을 하면서 래퍼가 되고 싶은 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0대들 사이에서의 힙합 열풍은 음악전문채널 엠넷의 고교생 랩 대항 프로그램 ‘고등래퍼’의 인기에서 가늠할 수 있다.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스핀오프 격으로 2017년 첫 방송된 ‘고등래퍼’에는 당시 2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영비, 하온, 빈첸 등 이 프로그램을 거친 래퍼들이 스타로 떠오르면서 지난 23일 첫 전파를 탄 시즌3에는 1만명 이상이 도전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은 책임프로듀서는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 등을 통해 자신의 랩을 공개하는 10대 래퍼들은 거의 다 지원했다고 봐도 될 정도”라면서 “힙합 음악을 하는 10대들에게 ‘고등래퍼’는 필수 관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10대들이 랩에 열광하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힙합 중심으로 재편된 대중음악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 또한 랩의 장르적 특성에도 기인한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4분의4박자라는 동일한 패턴 안에 쿵쾅거리는 드럼의 경쾌함, 고저와 강약이 강조되는 랩 등 단순함 위의 다이내믹함에 10대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악기를 연주할 필요 없이 기존에 만들어진 비트만 있으면 가능해 접근성이 높다는 점도 (인기에) 한몫한다”고 분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을 보여 주려는 10대들의 욕구가 랩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김 책임프로듀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말로 내뱉는 게 랩”이라면서 “자기주장이 강하고 분출하고 싶은 것이 많은 10대들이 랩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랩은 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주로 암울한 느낌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가사로 써요.”(김창하군) 랩을 하는 10대들은 자신의 고민을 꾹꾹 담아 두지 않는다. 지금 딛고 서 있는 현실에서 겪는 꿈과 좌절, 희망과 우울에 천착하고 이를 서슴없이 드러낼 줄 안다. 한 평론가는 “기성 래퍼들은 부와 성공을 향한 욕구를 주로 노래하지만 10대들은 친구들과의 관계나 학업에 대한 고민, 이상과 걱정 같은 노래를 많이 한다”고 분석했다. 직접 랩 가사를 쓰며 ‘할 말은 하는’ 10대들에게 방송가와 교육계 등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고등래퍼’에 이어 지난해에는 SBS ‘방과후 힙합’, EBS ‘배워서 남줄랩’ 등 랩을 하는 10대들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잇따라 전파를 탔다. 얼핏 유행에 편승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10대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객체’가 아닌 문화를 창조하는 ‘주체’로서 대접받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방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 책임프로듀서는 “10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기”라면서 “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을 보여 줌으로써 기성세대들에게 화두를 던져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10대들에게 랩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최근 개발한 ‘노동인권 지도자료’에는 노동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는 힙합 음악을 제작하는 활동이 포함돼 있다. 굿네이버스가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함께 개최한 ‘쇼미더권리’ 경연대회에는 자신의 권리에 대한 고민을 랩으로 표현하는 10대 래퍼들의 경연이 펼쳐졌다. 대상을 받은 최용진(13)군은 “다들 꿈을 좇으래/ 근데 이제는 현실과 한발 가까워졌고/ 잘못될 수도 있는 선택”이라며 중학교 1학년이 겪는 꿈과 현실의 충돌을 노래해 박수를 받았다. 굿네이버스 측은 “10대들이 직접 가사를 쓰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아동 권리’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듣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10대들의 힙합 문화에 기성 래퍼와 이들을 다루는 대중매체가 좋은 본보기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평론가는 “방송에 나오는 유명 래퍼들이 자기 과시에 치우쳐 있고 10대들도 무의식 중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10대들의 랩에서는 기성세대의 그것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울림이 있다는 의미다. 10대 래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하온이 지난달 발표한 ‘꽃’은 이제 막 성인이 돼 사회에 발을 내딛는 또래 친구들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나이가 벼슬 또 젊음 이 변명 비록 지갑은 비었어도/ 머지않아 이쁜 꽃이 빛낼 거야 이 도실/ 회색도시 미세먼지 우리를 가릴 수 없지…”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日에 수탈·학살당한 홋카이도 소수민족 ‘울분의 역사’

    日에 수탈·학살당한 홋카이도 소수민족 ‘울분의 역사’

    지난 15일, 일본 정부가 홋카이도의 소수민족인 ‘아이누 민족’을 ‘원주민’으로 인정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아이누 문화를 활용한 지역진흥책을 위한 교부금 창설도 법률안에 포함됐다. 아이누 민족은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일본 북부와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쿠릴 4개 섬 등 러시아 극동에 거주해 온 소수민족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 왔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철광석을 중심으로 온갖 수탈의 대상이었다. 이번 조치가 아이누 민족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일본 정부의 숨은 의도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쿠릴 4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어느 아이누 이야기’는 아이누 민족의 불행한 역사와 되풀이되고 있는 슬픈 오늘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 오가와 류키치는 1935년 조선인 노동자와 아이누 민족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1930년대 노동자 모집 광고를 보고 홋카이도로 갔지만, 자신의 역할이 강제 징용된 사람들을 감시, 구타하는 일임을 알고 집단 탈출을 시도한다. 탈출한 그가 은거한 곳이 바로 아이누 마을이었는데, 거기서 오가와 나쓰코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류키치의 아버지는 그를 찾아 한국에서 온 가족을 따라 떠났고, 모자는 아이누 마을에 남겨졌다. 홋카이도는 대대로 아이누 민족의 세거지였고, 윌터 등 서너 개 소수민족이 더불어 살았다. 이곳에 흔히 야마토라 불리는 일본 민족의 마수가 뻗치기 시작한 것은 1870년 이후다. 일본은 홋카이도를 개발해 각종 자원을 ‘개척’이라는 미명 아래 수탈했다. 1930년대 들어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선이 확대되면서 광물 등 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주요 기지가 됐고,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에게는 무덤과 같은 곳이 됐다. 자원만 수탈당한 것이 아니다. 숱한 아이누 민족이 전쟁 중에 목숨을 잃었다. 1983년 홋카이도 대학교 동물실험실에서 처음 아이누족의 유골이 발견됐고, 이후 1995년에는 무려 1000여 구의 유골이 발견됐다. 대부분 아이누족이었고, 윌터를 포함한 소수민족과 조선 동학군 유골도 이곳에서 발견됐다. 홋카이도 대학이 홋카이도, 사할린, 쿠릴열도 등에서 발굴해 모아둔 유골로 알려졌지만, 일본 정부는 지금도 함구하고 있다.어머니와 이부(異父) 형 슬하에서 자란 류키치는 아이누 민족의 정체성을 하나씩 몸에 익혔다. 아이누로서의 자각이 강한 사나에를 만나 1962년 결혼하면서부터는 민족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됐다. 1970년대 초반부터 아이누 민족의 권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그는 1983년 무렵에는 아이누 민족 운동가들과 더불어 홋카이도 대학과 일본 정부에 아이누 민족 유골 수습과 학살 경위를 밝힐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1997년에는 ‘홋카이도구 토인보호법에 기반한 공유재산재판을 생각하는 모임’을 결성해 아이누 민족의 권리 보호를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아이누 민족은 일본의 일원이면서도 숱한 박해와 고난의 나날을 보냈다. 류키치는 소수민족이 겪어야만 했던 민족적 차별과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아이누 민족의 모멸감을 울분을 토하듯 써내려간다. ‘어느 아이누 이야기’는 일본의 소수민족 문제를 세계에 증명하는 하나의 좌표가 될 만한 책이다.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세계와 연결되는지 ‘어느 아이누 이야기’는 작지만 큰 울림을 전해 준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과학으로 들여다본 사후 세계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과학으로 들여다본 사후 세계

    천국의 발명/마이클 셔머 지음/김성훈 옮김/아르테(arte)/468쪽/2만 8000원 불교를 공부하는 모임에 오신 분이 스님께 질문했다. “정말 윤회가 있을까요? 윤회가 없다면 내 맘대로 살아버리고 싶어요.” 착하고 반듯하기로 정평이 난 분이었다. 스님은 그저 웃으셨다. 그때 나는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윤회가 없다고 생각할 때랑 있다고 생각할 때, 내 삶이 달라질까?” 아니, 달라질 리 없다. 매 순간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려서 이곳에 왔다. 삶이 유일무이한 것이든, 백번 천번 반복되는 것이든 마찬가지이리라. 결정이 달라질 리 없으니. 매번 최선의 선택을 내리려고 고심했을 테니. 우리는 죽음을 모르기에, 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수천 수만의 갈래로 상상이 된다. 누구든 직면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만 그 이후의 과정을 공신력 있고 명백하게 밝혀낸 이는 없다. 죽지 않은 이는 한 명도 없고, 죽음 후에 돌아와서 검증 가능한 이야기를 들려준 이도 한 명도 없다. 모를 수밖에 없다고 모르는 채로 두자니 불안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천국과 지옥, 영생의 개념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는 지금의 삶도 슬금슬금 압박해 들어왔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를 위한 잡지 ‘스켑틱’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사후 세계의 문제에도 과학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물론 과학이 모든 것에 명쾌한 답을 줄 수는 없다. 그는 말한다. “세상에는 자연적인 일과 정상적인 일, 그리고 우리가 아직 자연적이고 정상적인 설명을 찾아내지 못한 미스터리가 존재할 뿐”이라고. 이 책은 수많은 기이한 현상을 소개한 뒤,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사건까지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 전에는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냥 즐기면 된다. 그 안에 담긴 감정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 미스터리를 받아들이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저 신기한 이야기의 나열로 이 책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최선을 다해 과학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검증한다. 뇌를 냉동 보존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종교가 주장하는 천국과 지옥에 미치는 지리적이고 문화적인 영향이 얼마나 확실한지, 이 모든 이야기의 전제가 되는 인간의 ‘정체성’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저자는 과학적인 사실과 인문적 지식을 총동원해 들려준다. 무척 재미있지만, 재미만으로 읽을 책은 아니다. 죽음 이후 이야기로 지금 현재 이곳의 삶을 비추어 보려는 시도가 묵직하기 때문이다.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예술의 예술을 위한 -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예술의 예술을 위한 -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헤이리 헤이리 어허야 “산천 경계로 구경을 가자아 / (중략) / 에헤 어리 헤이리 어허 어허야” ‘헤이리’라는 마을 이름 하나는 기막히게도 잘 지었다. 서울 위쪽, 그러니까 고양시에서 개성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파주에는 예로부터 특이한 노동요 하나가 내려오고 있다. 바로 ‘헤이리 소리’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메기고 되받아치는 형식의 노래로 혼자서도 부르고, 논 맬 때도 부른다. 내용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시간이 흘러 늙어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러니 부지런히 ‘꽃다운 청춘에 님의 허리를 덥썩 안고 산천 경계로 구경’을 가자는 내용이다. 우리도 구경거리 가득한 파주 헤이리 예술 마을로 가 보자.파주 탄현면에 위치한 헤이리 예술마을은 넓다. 생각보다 크다. 15만평이다. 이와 더불어 볼거리와 쉴거리, 먹을거리, 들을거리도 많다. 무궁무진하다. 한두 시간 슬렁슬렁 걸어 다닐 요량이라면 애당초 헤이리에 오면 안 된다. 시작은 이러했다. 헤이리 예술 마을은 1998년에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미술인, 음악가, 작가, 건축가 등 380여명의 국내의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공간이다. 이 곳에는 실제 작가들이 거주하는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공연장 등의 문화예술공간과 아울러 방문객들을 위한 여러 편의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기도 하다.# 2009년 12월, 문화지구로 지정되다. 처음 헤이리 예술 마을이 들어섰을 때는 작가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외곽에 위치한 전원마을 정도로 여겨졌다. 실제로도 외부 관람객들을 위한 시설들은 거의 전무하였다. 고작 딸기 캐릭터 체험관이나 작은 카페나 식당 등이 마을 조성 단지의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그러다 2009년 12월에 정부가 이 곳을 문화지구로 지정한다. 한 마디로 서울 도심의 인사동이나 대학로처럼 나라가 헤이리 마을을 관리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것이다.문화지구로 지정이 되면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가 있는 데 박물관, 미술관, 서점 등의 권장시설에 대해서는 취득세, 재산세 등을 50% 감면을 받는다. 또한 건물을 새로 짓거나 기존 건축물을 개보수하는 경우에도 융자금이나 이자 감면의 혜택을 볼 수가 있다. 바로 이런 정부의 넉넉한 지원을 바탕으로 헤이리 예술 마을의 외양은 2011년부터 비약적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게 된다.현재 헤이리 마을의 모든 건축물의 60%는 문화 시설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또한 페인트를 쓰지 않고 지상 3층 이상의 건물은 짓지 않는다는 마을 규정에 따라 될 수 있는 한 생태친화적인 풍광을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헤이리 예술 마을이 조성 초기에 가졌던 정체성보다는 상업적 공간의 이미지가 짙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 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럼에도 다정한 연인, 아니면 혼자라도 서울 외곽의 조용한 거리를 거닐고픈 사람들에게는 아직은 추천하고픈 공간, 헤이리 마을이다. <파주 헤이리마을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파주에 갈 일이 있다면, 방문 적극 추천. 2. 누구와 함께? - 연인들. 데이트 코스 3. 가는 방법은?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 합정역에서 좌석버스 2200번 / 파주 시내버스 900번 4. 감탄하는 점은? - 아직은 남아있는 창립초기 가졌던 예술 마을로서의 흔적들. 갤러리.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주중, 주말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6. 관람방법은? - 걸어서 다니는 것보다는 매표소에서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여 전기버스인 ‘도나도나 버스’를 타고 다는 것이 제일 낫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커피와 머핀 ‘카메라타’,‘커피공장’, 파스타 ‘잇탈리’, 피자 ‘라치오 비엘’, ‘인스퀘어’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heyri.net/blog/heyri/index.as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도라산역, 제 3땅굴, 임진각, 파주 출판단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너무 많은 갤러리, 공방, 카페 등이 있기 때문에 블로그나 기타 헤이리 마을 방문 관련 정보를 미리 보고 가는 것이 좋다. 헤이리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도 최근에 많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서울 근교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는 편. 방문 추천!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거실극장’ 콘텐츠·점유율 전쟁

    ‘거실극장’ 콘텐츠·점유율 전쟁

    홈트여신 출시 SK브로 “티브로드 인수” LG유플러스 “CJ헬로 인수”… 실버층 공략 KT는 육아 해결·영화음악 팬 잡기 나서이동통신 3사가 국내 ‘거실극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안으로는 경쟁사 간 인수전으로 유료방송 고객을 확보하고 밖으로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구글과 아마존 등의 인공지능(AI) 플랫폼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3사 정체성은 이동통신 업체를 넘어 콘텐츠와 정보기술(IT) 플랫폼 회사로 변모한 지 오래다. 각사는 각각 보유한 IPTV, 케이블 등 유료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늘리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20일엔 SK브로드밴드가 양정원, 장유진, 황아영 등 인기 강사가 진행하는 건강관리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VOD) 서비스인 ‘홈트여신’을 출시했다. 최근 유행하는 홈트레이닝 열풍에 맞춰 필라테스, 요가, 피트니스 등 세 가지 운동을 집에서 따라하며 배울 수 있게 만들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50대 이상 실버세대에 특화된 미디어 서비스인 ‘브라보라이프’를 출시했다. 서울대병원과 공동 제작한 건강정보 프로그램, 은퇴 뒤 새로운 시작을 돕는 ‘나의 두 번째 직업’ 등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KT도 육아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육아 고민을 해결해 주는 ‘키즈랜드 전국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데 이어 최근엔 1960~80년대 추억의 영화를 엄선해 명장면과 영화음악을 함께 즐기는 필름 콘서트 형식의 문화 프로그램 ‘전국 소울무비 콘서트’를 마련했다. 콘텐츠 확보 경쟁뿐 아니라 시장점유 경쟁도 치열하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케이블방송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인수가 끝난 뒤 LG유플러스가 유료방송 가입자 수 기준 점유율 4위에서 2위로 뛰어오르는 상황이 되자 SK텔레콤과 KT도 각각 검토 중이던 인수 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티브로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KT그룹도 딜라이브 인수에 관해 고심하고 있다. 음성인식 AI 플랫폼으로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통신사들이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을 국내 기업끼리의 싸움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최근 유료방송 업계의 콘텐츠와 인수 경쟁은 글로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거실 플랫폼’ 확보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넷플릭스뿐 아니라 구글이 AI 스피커로, 아마존이 LG전자 가전을 통해 국내에 진출했는데 “콘텐츠로 일단 밀리면 유통 등 모든 채널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통신사들 ‘거실 콘텐츠’ 주도권 싸움

    통신사들 ‘거실 콘텐츠’ 주도권 싸움

    이동통신 3사가 국내 ‘거실극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안으로는 경쟁사 간 인수전으로 유료방송 고객을 확보하고 밖으로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구글과 아마존 등의 인공지능(AI) 플랫폼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3사 정체성은 이동통신업체를 넘어서 콘텐츠와 정보기술(IT) 플랫폼 회사로 변모한 지 오래다. 각사는 각각 보유한 IPTV, 케이블 등 유료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늘리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20일엔 SK브로드밴드가 양정원, 장유진, 황아영 등 인기 강사가 진행하는 건강관리 실시간동영상 스트리밍(VOD) 서비스인 ‘홈트여신’을 출시했다. 최근 유행하는 홈트레이닝 열풍에 맞춰 필라테스, 요가, 피트니스 등 3가지 운동을 집에서 따라하며 배울 수 있게 만들어졌다. LG유플러스는 최근 50대 이상 실버세대에 특화된 미디어 서비스인 ‘브라보라이프’를 출시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공동제작한 건강정보 프로그램, 은퇴 뒤 새로운 시작을 돕는 ‘나의 두번째 직업’ 등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KT도 육아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육아 고민을 해결해주는 ‘키즈랜드 전국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데 이어 최근엔 1960~1980년대 추억의 영화를 엄선해 명장면과 영화음악을 함께 즐기는 필름 콘서트 형식의 문화 프로그램 ‘전국 소울무비 콘서트’를 마련했다. 콘텐츠 확보 경쟁 뿐 아니라 시장점유 경쟁도 치열하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케이블방송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인수가 끝난 뒤 LG유플러스가 유료방송 가입자 수 기준 점유율 4위에서 2위로 뛰어오르는 상황이 되자 SK텔레콤과 KT도 각각 검토 중이던 인수 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티브로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KT그룹도 딜라이브 인수에 관해 고심하고 있다. 음성인식 AI 플랫폼으로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통신사들이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을 국내 기업끼리의 싸움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게 관계자들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최근 유료방송 업계의 콘텐츠와 인수 경쟁은 글로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거실 플랫폼’ 확보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넷플릭스 뿐 아니라 구글이 AI 스피커로, 아마존이 LG전자 가전을 통해 국내에 진출했는데 “콘텐츠로 일단 밀리면 유통 등 모든 채널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나브라틸로바 LGBT 운동 진영과 사이 벌어진 이유

    나브라틸로바 LGBT 운동 진영과 사이 벌어진 이유

    성적 소수자(LGBT) 스포츠 선수들을 지원해온 미국 시민단체 ‘애슬리트 앨리’가 1960년대에 벌써 커밍아웃을 하고 LGBT 권익 옹호에 앞장서 온 테니스 레전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는 그녀를 자문위원회에서 내쫓고 홍보대사 임명도 철회한다고 밝혔다. 18차례나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을 자랑하는 나브라틸로바는 남성이었다가 여성으로 전환한 선수가 불공평한 신체적 이점을 더 누린다며 일종의 사기라고 통박했다. 애슬리트 앨리는 나브라틸로바의 발언이 성전환자 공포에다 끈질기게 버텨온 신화에 기초한다고 지적했다. 나브라틸로바는 최근 영국 일간 ‘선데이 타임스’ 기고를 통해 “남자도 여자가 되겠다고 결심해 어떤 종목이건 필요한 호르몬을 가질 수 있고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취하고 작은 행운이라도 얻을 수 있다. 나중에 정반대 결심을 한다면 여자로 돌아가 아기를 함께 가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제정신이 아니며 일종의 사기다. 난 기꺼이 성전환을 한 여성도 어떤 식으로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의지에 반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일이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여성으로 성을 바꾼 남자들이 곧바로 원래 성 정체성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레이철 맥키넌은 세계 트랙 사이클 우승을 경험한 첫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런 언급들이 “역겹고 당황스러우며 심하게 트렌스젠더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쿨하게 넘겼다. 애슬리트 앨리는 성명을 통해 “이 이슈를 놓고 나브라틸로바와 의견 접근을 시도한 것이 첫 경험은 아니었으며 지난해 12월 말에도 그녀의 소셜미디어 발언들과 관련해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나브라틸로바는 홍보대사로 합류했다가 2014년 첫 연례 갈라에서 액션 어워드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그 뒤 그녀는 국제농구연맹(FIBA)에 공개 서한을 보내 히잡 금지령을 뒤집거나 2017년 텍사스주에서 트랜스젠더 반대 법안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6년 지침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으로 성을 바꾸면 제한 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남성이 여성으로 바꾸면 근육량을 늘리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적어도 12개월 동안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김보름 “노선영에 7년 동안 괴롭힘 당해…매일 지옥”

    김보름 “노선영에 7년 동안 괴롭힘 당해…매일 지옥”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휘말렸던 김보름(26·강원도청)이 선배인 노선영(30)에게 자신을 괴롭혔던 사실에 관해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보름은 1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늘은 평창올림픽 팀 추월 경기가 있었던 날”이라며 “지난 1년의 시간은 정말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적 고통이 심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고,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운동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스케이트를 타면서 조금씩 나아졌지만, 내 고통은 없어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김보름은 “선수촌에서 7년 동안 (노선영에게 괴롭힘을 당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다른 후배 선수들도 모두 고통 속에서 살았다”라며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싶다. 평창올림픽 당시 수많은 거짓말과 괴롭히는 행동을 했던 노선영 선수의 대답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김보름의 주장에 대해 노선영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선영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김보름이) 어떤 글을 올렸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답변하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답답하다는 듯 한참 동안 한숨을 내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선영은 지난달 한 언론인터뷰에서 김보름의 주장에 관해 “심석희에게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이날도 “기존 입장엔 변화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노선영은 20일 예정된 전국동계체전에 출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름은 지난해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함께 출전한 박지우와 함께 노선영을 떨어뜨린 채로 질주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해 감사를 했고 그 결과 고의적인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아래는 김보름의 SNS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입니다.정말 오랜만에 SNS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1년전 오늘 2018년 2월 19일에 평창올림픽 팀 추월 경기가 있었던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올림픽이 끝나고 저는 사람들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정신적 고통은 갈수록 깊어져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고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운동을 다시 할 수 있을지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더 이상 운동선수로써의 가치도 희망도 모두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평생 운동만 한 제 정체성을 잃어버린것 같았습니다.단 하루도 고통과 괴로움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 속에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우려와 달리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시 스케이트를 타면서, 저는 조금씩 나아졌습니다.사람들과 소통하고, 웃고, 같이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고통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1월 노선영 선수에 대한 인터뷰를 하였습니다.저는 지금도 노선영 선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수촌에서의 7년이라는 시간 동안에 괴롭힘은 하루하루 지옥 같았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후배 선수들도 모두 고통속에 살았습니다.이제는 더 이상 그런 피해를 보는 후배선수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지난 1년이라는 시간동안 저는 무수한 고통을 참고 또 참으며 견뎌왔습니다.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싶습니다.진실을 밝히고, 고통받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평창올림픽 당시 수 많은 거짓말들과 괴롭힘 부분에 대해서 이제 노선영 선수의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2019소리축제 10월 2~6일 개최

    2019 전주세계소리축제 일정과 주제가 확정됐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는 올 세계소리축제는 ‘바람, 소리’라는 주제로 오는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일원에서 열린다고 19일 밝혔다. 주제는 관악기의 동력인 바람(wind)과 전통예술에 담긴 인류의 바람(wish)을 연상케 하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조직위는 올해 소리축제 간판 프로그램인 개막공연과 ‘광대의 노� �, ‘아시아 불교음악’에 집중할 계획이다. 개막공연에서는 판소리와 동서양 관현악기의 합주를 감상할 수 있으며, 축제의 색깔과 정체성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광대의 노래는 아시아 전통 관악기의 예술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아시아 불교음악’은 올해 축제 조직위가 심혈을 기울인 특집기획이다. 불교음악의 예술적 가치를 돌아보고 유한한 삶에 순종하는 인간 삶의 여로(旅路)와 그 길에 묻은 소망을 들여다보고자 마련했다. 한국은 물론 대만과 네팔, 태국 등 각기 다른 불교음악의 양상과 현재의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박재천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축제는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듣고 그 속에서 쉼표처럼 머물러 있는 수많은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고단한 삶에 위안을 주는 축제로 꾸미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한국은 언제 제3의 성을 인정하나

    한국은 언제 제3의 성을 인정하나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이 항공권 예매시 승객이 제공하는 성별(Gender) 정보 선택 항목에 ‘제3의 성’ 또는 ‘비공개’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미국 내 주요 항공사들은 항공권 예매 시 승객이 선택하는 성별 정보 항목에 남성, 여성 이외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온라인 항공권 예매시 남성과 여성 외에 U(미공개)나 X(불특정) 또는 Mx(중성) 항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아메리칸, 델타, 사우스웨스트 항공도 제3의 성을 가진 승객의 성별 정보 선택사항에 추가하기로 하고 관련 기술 검토를 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고객의 다양한 성 정체성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 이 같은 정책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대변인인 안드레아 힐러는 AP통신에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고객이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국제 항공업계는 ‘제3의 성’을 가진 승객 응대 기준을 승인하고 오는 6월 1일부터 실무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준은 강제 조항은 아니다. 미 오리건주는 지난 2017년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운전면허증에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했고, 이어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등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국 지자체 및 각급 서비스업체들의 제3의 성 도입에도 한국 항공사나 관련 기관들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3에 성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국내에 잔존하고 있어 항공사 및 서비스업체들이 민감하게 추이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북한 전쟁고아 기록정리가 남은 일…더 늦기 전에 끝내야”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북한 전쟁고아 기록정리가 남은 일…더 늦기 전에 끝내야”

    ‘독일서 韓문화재 발굴’ 김영자 박사가 말하는 ‘북한 전쟁고아’“한반도 현대사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아픔, 잊혀진 이들이 있다. 바로 북한의 전쟁고아야. 남편이 먼저 시작한 일인데 요즘은 그게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6·25 한국전쟁에서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전쟁고아가 많이 발생했지. 이들이 동유럽에서 위탁교육을 받다가 어느 날 하룻밤 새 갑자기 싹 사라졌거든. 이들에 대한 기록 정리가 여생의 일이 됐어.” 독일에 반출된 한국 문화재 발굴과 보존의 중심에 섰던 베커스 김영자(80) 박사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청했더니 경복궁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김 박사는 “서울 지리를 잘 몰라 다른 곳은 잘 찾아갈 수 없어. 그런데 민속박물관은 찾아갈 수 있어.”라며 “1층 안쪽 커피숍에서 만나자.”라고 했다. 독일에서 50년째 사는 그가 박물관 1층에 커피숍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의 이력대로 문화재에 조예가 깊어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민속박물관을 찾나 생각하고 설날 연휴인 지난 2일 약속 장소로 갔다.(※독일로 먼저 돌아간 남편이 북한 전쟁고아 사진을 보내주기까지 기사 발행이 미뤄졌다.) “체코의 北전쟁고아, 남편이 먼저 발굴60여명 작은 궁전서 5년간 위탁교육한국 모르는 남편 탓에 이 일에 빠져”‘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김 박사는 “나이가 이제 80인데 쉬어야지.”라며 잠시 뜸을 들였다. “남편(베커스 크리스토퍼·76)이 2015년 봄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체코의 어느 제후 궁전에서 북한 고아들이 1953~1958년까지 살았다는 기사를 읽은 거야. 아내의 조국 ‘코리아’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솔깃했던 가봐. 남편이 당장에 차를 몰고 달려가 그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봤대. 60년이 훌쩍 지났으니 동네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렵사리 수소문해서 기숙사 사감을 지냈다는 여성을 만났다고 해. 요양병원에 있는 그 여성이 나이가 많아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 정도였고, 정신이 오락가락했는데, 남편이 그 여성이 돌보고 교육했던 북한 고아들의 사진과 앨범, 이들이 돌아가서 그녀에게 보낸 엽서 등을 전달받았거든. 이 여성이 돌아가신다면 북한 전쟁고아들에 대한 귀중한 자료도 그냥 재로 사라질뻔한 것이지. 그런데 남편이 한국말과 한국 사정을 잘 몰라 한계가 있으니, 내가 이 일에 끌려들어 간 거지.” “北전쟁고아 1958년 하룻밤에 귀국가서 ‘보고싶어’ ‘그곳이 천국’ 편지도1962년 이후엔 서신 왕래도 뚝 끊겨” 팔순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발음은 또랑또랑했고, 말은 박력이 있었고 빨랐다. 기억은 엊그제 한 일처럼 생생했다. 그러더니 대뜸 김 박사가 “남한에선 북한 전쟁고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한국에선 북한 전쟁고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고, 잘 모르고 있다.”라고 답했다. 사실 기자도 수년 전 여자배우 추상미가 감독한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북한 전쟁고아들을 다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한국 기자들이 우리 집에 많이 왔었어. 그때마다 남편이 북한 고아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기자들이 ‘네, 네.’라고 대답했지. 그런데 기사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아 남편도 거의 포기했어.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도 있고 해서인지 한국에선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지. 북한 고아 문제는 외국에서 더 관심이 있었어. 폴란드에서 북한 전쟁고아를 다룬 다큐 영화 ‘김귀덕(Kim Ki Dok)’이 2006년도에 먼저 제작됐거든.” 영화 ‘김귀덕’은 폴란드에서 무덤이 하나 있는데 이걸 파버릴까 하다 동양인 무덤이 여기에 왜 있지 하고 조사를 하다 보니 북한 전쟁고아였다는 이야기다. ‘김귀덕’은 유튜브로 검색하니 나왔지만, 한글이나 영어 자막이 달려있지 않아 보기가 쉽지 않았다.체코에 있던 북한 전쟁고아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했다. “체코의 작고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궁전인 발리치(Valec Valech)에 북한 고아 60여명이 위탁 교육을 받았어. 이 궁전이 사회주의 체제에서 공공건물로, 보육원으로 쓰였거든. 전쟁고아를 남쪽 한국에선 나쁘게 말하면 선진국에 팔았지만, 북한에선 우방인 동유럽 국가에 위탁교육을 했던 거야. 최근에 한국 PD 한 사람이 취재차 왔었어. 이 궁전에 전쟁고아들이 있었다는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어. 궁전 정원 한쪽 구석에 세워진 오벨리스크에 전쟁고아들이 위험하게도 올라가 영문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게 있거든. 글자가 많이 부식되고 상하고 있어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 빨리 보존 조치를 취해야 해.” “北전쟁고아, 내 또래여서 더 동질감이들 북한서 어떻게 됐는지 문득 생각위탁 부모도 고령, 구술 정리도 시급” 김 박사의 설명은 계속됐다. 전쟁 직후 여력이 없던 북한은 1951년부터 전쟁고아들은 체코를 비롯해 구동독,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으로 위탁교육 명목으로 보냈다. 정확한 조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북한 전쟁고아는 몇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1958년 어느 날 김일성의 명령에 의해 북한 고아들이 어느 날 싹 귀국했어. 주위 사람들도 모르게 밤새 다 데려갔다고 해. 정성 들여 애들을 교육하고 돌본 엄마들은 ‘지금도 보고 싶어서 운다.’라고 해. 그리고 그 아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서 ‘엄마, 보고 싶어요.’, ‘그곳이 천국이었어요.’라는 내용의 엽서를 보냈지. 1962년 이후 편지 왕래마저 끊겼고, 그리곤 사라진 거지. 북한 전쟁고아들을 돌봤던 이들이 아주 고령이지. 더 늦기 전에 이들로부터 구술받지 않으면 전쟁고아의 기록은 사라질 수 있어.”북한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대개 6~12살쯤 되어 동유럽에 와서 몇 년 살았어. 돌아갈 때 나이가 많은 아이는 스무 살가량 됐고, 유럽 문화를 알고, 한창 정이 들 무렵이었지. 그때 동유럽이 사회주의 체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북한보다는 자유스럽고, 풍족했지. 북한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수용소로 끌려가서 자유스럽지도 못하고 혹사를 당한 것으로 추정돼. 북한에서 적응을 잘한 아이들은 동유럽 언어가 되니 고급 인력으로, 외교관으로 살아남았을 거야. 북한 전쟁고아들의 나이가 내 또래여서 더 동질감이랄까 연민이 느껴져.” “발리치 궁박물관장이 전시실 한 두 개를 내줄 테니 한국관 전시실로 꾸미라고 우리한테 제안했어. 이 궁전이 1976년 화재로 불탔는데, 문화유산이어서 EU가 겉모습은 복원해 줬거든. 내부는 아직 텅텅 비어 있어서 주로 콘서트나 미술관으로 이용해. 여기에 ‘당시 아이들이 입었던 옷, 당시 영상물, 동요 등을 전시하면 좋겠다.’라고 나랑 남편이 이야기하지. 전시관 기획 잘해서 신청하면 (발리치궁이) 자국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도 하더라.” 김 박사 부부의 집에서 발리치까지는 차로 3~4시간 거리여서 체코 문화와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이 종종 놀러 간다고 했다.“1968년 장학금 받는다는 말에 獨유학레겐스부르크大 한국어문화 강좌 맡아직접 쓴 문법책 기초한국어 인기 여전” 베커스 김영자 박사는 어떻게 독일과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193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난 그는 꽃다운 25살 때인 1965년 독일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1년 장학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신부님의 말에 “아무것도 모르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땐 외국 나간다는 말에 무조건 좋았거든. 처음 수녀원에 도착해서 어학연수를 받는 동안 말이 안 통하니 많이 울었지. 뮌헨대학에 서양사와 독문학을 전공하고, 레겐스부르크대학에 입학해 서양사를 전공했지. 건축사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애를 키우다 1975년에 이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지. 1979년부터 레겐스부르크 시립박물관의 학예사로 근무하면서 인맥이 넓어졌고, 그때부터 한국과의 인연이 깊어졌지. 그러다 모교에 한국어문화 강좌가 개설되면서 교수가 된 거야. 1987년부터 정년퇴직한 2005년 9월까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쳤지. 자매결연을 한 동국대에 독일 학생들을 보내 문화교류도 시키고 했어. 동국대가 독일 대학과 자매결연을 한 첫 한국의 대학일 거야.” 그가 사는 레겐스부르크는 뭔헨에서 동북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를 맡을 사람으로 내가 뽑힐 때 독일어와 한국어가 되니, 한국사람이 한국어 가르치는 것을 처음엔 아주 쉽게 생각했어. 그런데 말은 잘해도 한국 문법을 모르니, 독일 학생들은 문법적으로 명확하게 설명이 안 되면 이해는커녕 공부하려고도 하지 않아. 얼마나 깐깐하고, 황당한 질문이 많이 날아들었는지. 한국에 들어와 시중의 문법책을 다 보고, 한국어학당을 다 가봤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 오죽 답답했으면 교육부에 들어가 ‘제대로 된 문법책 하나 내 놓으라.’라고 닦달했을까. 나중에 고등학교 국어 문법책을 하나 구해, 문법을 연구하면서 ‘기초한국어’를 썼어. 여전히 인기 좋아 지금도 잘 팔리고 있어. 한국으로 발령나서 가는 독일 외교관들이 ‘이 책을 들고가면 걱정이 없다.’라고 할 정도야. 한국어의 심화 과정과 한국 문화까지 소개하는 ‘한국어 플러스’도 냈어.” ‘삼국유사’ 독일어 번역…도서전서 호평“韓정체성 보여주는 역사책 내고파 번역” ‘삼국유사(국보 306호)를 독일어로 번역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 박사는 그 뒷이야기부터 꺼냈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한국의 해’여서 삼국유사를 번역해 내겠다고 했더니 한국문학번역원이 글쎄, ‘삼국유사는 문학이 아닌 역사’여서 지원금 지원이 안 된다고 했거든요. 이런 소식을 들었던 당시 경북 군위군의 인각사 주지가 백방으로 뛰고 해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통하니 지원금이 나왔지. 당시 문학 100선이었는데 삼국유사가 더 들어가는 바람에 101선이 됐지. 출판기념회를 도서전에서 했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문학번역원조차도 ‘선생님 번역 책이 최고.’라고 했지. 유럽에선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덜 알려진 게 아쉬웠는데,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역사책을 유럽에 내보이고 싶었거든. 그게 번역에 나서게 된 계기였어.” 국립민속박물관이 약속 장소로 정한 이유도 나왔다. 김 박사가 한국에서 가장 자신 있게 잘 아는 곳이기에 그렇다. 1906년 한국을 방문해 기록 사진을 남긴 독일군 장교 헤르만 구스타프 테오도르 산더 대위의 사진 기증전시회가 2006년 4월 여기서 열렸다. 당시 김 박사가 사진과 함께 전시된 문서와 관련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해 줬다. 또 2008년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의 선교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전시회가 민속박물관에서 열릴 때도 김 박사가 깊이 관여했다. 그가 유럽에서 수십년간 수집한 근대조선 사료를 고스란히 민속박물관에 기증했고, 베를린 등 유럽 골동품 가게나 벼룩시장 등에서 취미로 사모았던 인형 600여점을 2009년 기탁하기도 했다. 물론 그가 독일 문화재를 발굴해 정리할 때 민속박물관 학예사들의 도움도 컸다. “겸재 금강산 화첩 발견도 드라마틱수도원 ‘한국에 귀한 것…팔 수 없어’왜관수도원에 영구임대 형식 반환돼”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그녀가 1999년 번역한 ‘수도사와 금강산’(노르베르트 베버 지음)을 꼽았다. “이 책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조선시대 미술사를 다시 쓰게 했거든.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장을 지낸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년)는 1925년부터 4개월간 선교차 방한해 금강산을 돌아보고 가면서 ‘금강산을 잘 그린 그림을 하나 사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금강산 등정에 동행한 독일인 헹켈이 나한테 선물을 했다. 수도원 박물관에 두었다.’라는 기록만 남겼지. 어디에서 어떻게 샀다는 말은 남기지 않았어. 어쩌면 이 선물이 금강산 화첩이었는지도 몰라. 그리곤 아프리카 선교를 가서, 그곳에서 선종하셨거든. 그러면서 그림이 책에 실렸어. 원서에 실린 이 그림을 본 한국의 한 미술사학자가 수도원에 편지를 써서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림이 있느냐.’라고 하니 당시 수도원장은 ‘모른다.’라고 딱 잡아뗐다는 이야기 전해. 수년이 흘러, 그런데도 아주 이상하니 국립박물관 학예관 한 명이 직접 가서 보겠다며 수도원을 방문한 거야. 그리고 갔더니 직사광선을 받는 곳에서 그림이 빛바랜 채 다 죽어가고 있는 걸 본거야. 이 학예관이 깜짝 놀라는 것을 본 박물관 신부님이 ‘우리 이런 것 또 있어’하면서 두 폭의 그림을 더 갖고 나왔던 거야. 또다시 놀라자 이번에는 소장한 그림을 모두 갖고 보여준 거야. 이게 모두 21첩, 겸재 정선의 금강산 화첩이 된 거지. 발견 과정이 드라마틱해.” “이 그림들이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5년 한국으로 돌아와. 국보급 문화재 반환의 모범 사례지. 이 그림의 존재와 가치가 알려지면서 소더비 등 영국과 미국의 경매 회사들이 수도원에 그림을 팔라고, 그 비용으로 선교사업에 쓰라고 했어. 그렇지만, 예레미아스 슈뢰더 수도원 대원장이 ‘한국에 그렇게 귀한 것이라면 팔 수 없어. 돌려줄 거야.’라고 결심하고 자매관계인 경북 칠곡군에 있는 왜관수도원에 ‘국가에는 주지 마라.’는 단서로 영구임대하지. 난 반환된 겸재 화첩을 한국에서 보려고 겨우 날짜를 잡고 방문하기 1주일 전, 왜관수도원에 큰 불이 났어. 그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지. 수도원이 거의 몽땅 다 불타버렸지. 다행히도 화첩은 다른 곳에 보관해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던 거야. 이런 보관의 이유로 반환된 겸재 정선의 금강산 화첩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거지.” “韓근대복식 300벌 한꺼번에 나와불상·곤여전도 등 1200여점 보관유럽 최대 한국 유물 소장 박물관”김 박사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에는 대학을 정년한 2005년부터 10년간 자원봉사직 학예사로 근무했다. “오틸리엔 수도원장이 한국 유물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합디다. 박물관에 가보니 조선시대 갑옷에 일본 사무라이 투구를 씌워 전시해 일본 유물로 착각하게 된 게 많았어. 설명도 엉터리가 부지기수였고. 동양관에는 한국·일본·중국 유물이 뒤섞여 있었던 거지. 선교박물관의 전시품 80%는 아프리카 것이었고, 나머지는 동양 3국의 유물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뒤섞여 있는 거야. 나 혼자 어찌할 수도 없고 해서 민속박물관에 요청하니 학예사 4명이 3주간 파견 나왔지. 우리 다섯이 먼지 속에서 정리했지. 전시실을 정리하니 한국 유물 540점이 나왔지. 다음해에는 지하실 창고를 뒤지니 먼지가 두텁게 쌓이고 거미줄이 쳐진 곳에서 한국 유물이 수두룩하게 나왔어. 17세기 불상과 1869년의 곤여전도(坤輿全圖·세계지도) 등 모두 1200여 점이나 됐지.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2016년 한국관을 별도로 재개관한 거야.” “하루는 수사님이 불러서 수도원에 갔더니 함을 하나 보여주는 거야. 열어보니 좀벌레가 휙 하고 지나가. 신랑 저고리, 신부 치마를 비롯한 근대 복식 300여벌이 나왔어. 전문가도 아니고, 정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알고 지내던 조우현 교수(성균관대 복식과)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어. ‘비행기 비용도, 작업비도 못 준다. 그래도 숙식은 제공해 줄 테니 와서 도와다오.’라고 부탁했지. 그가 조교 두 명을 데리고 와서 2주 동안 수도원에서 먹고 자면서 정리해 주고 갔지. 이게 1920년대 복식인데 보기보다 귀한 거야. 우리 한국에선 사람이 죽으면 옷을 불태우는 관습이 있어서 근대 복식이 예상외로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거야. 문화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국립민속박물관·서울시립역사박물관의 학예사들과 국외소재문화재단, 문화유산회복재단, 재정 지원을 해준 문화재청 등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야. 감사할 따름이죠.”“내 나이 팔순, 사명감 있는 후배 나서야” “무보수로 선교박물관에서 일할 때 힘들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이 있었어. 훼손되는 귀중한 한국 유물을 복원하려고 독일과 한국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해 정말 동분서주했거든. 이젠 후배들이 나서서 해야 하는데…. 한독 문화교류의 지식과 기반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자기 분야가 아니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어서….” 김 박사의 백발이 더욱 선명해 보였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지만원 17년 망언 뒤엔 ‘빨갱이 프레임’ 극우 정치인 있다

    지만원 17년 망언 뒤엔 ‘빨갱이 프레임’ 극우 정치인 있다

    구체적인 피해자 없다고 무죄 판결받아 극우 표심 기댄 정치인들 비판없이 수용한국당 망언 3인에 실제 지지 문자 쇄도사회적 합의 깬 궤변에 보수 복원은 난망극우 인사 지만원(77)씨가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궤변을 퍼뜨리기 시작한 건 2002년부터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유혈진압을 지시했던 전직 대통령 전두환(88)씨조차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군 개입설에 대한 보고를) 전혀 들어 본 적 없다”고 했지만 지씨는 17년째 망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빨갱이 프레임’에 의지해 지지세를 얻어 보려는 극우 정치인들이 있다. 14일 자유한국당이 지씨 주장에 기대어 ‘5·18 모독’ 논란을 일으킨 일부 의원의 징계를 결정했음에도 비슷한 논란이 언젠가 또 터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씨와 극우 인사들은 ‘북한군 개입설을 끝없이 꺼내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지씨는 2011년 5월 “북한 특수부대가 광주민주화운동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가 5·18 단체로부터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당하지만 같은 해 11월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지씨가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죄를 묻지는 않았다. 이후 지씨와 극우세력은 북한군 특수부대 침투설을 거침없이 퍼뜨렸다. 문제는 제도권 정치인 중 지씨 주장에 힘을 실어 줘 정치적 이득을 올리려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1980년 광주=내란’으로 믿고 싶어 하는 반공우파 세력에게 ‘북한군 개입설’은 눈길이 가는 주장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극우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지씨의 주장에 슬쩍 올라탄다. 실제 5·18 모독 논란을 일으킨 한국당 의원들에게 극우 지지층의 응원 문자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강경보수들은 ‘샤이 보수’(지지세력을 숨기는 보수층)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자신과 같은 스탠스의 국민이 전체의 20~50%는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5·18 모독 논란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선거 과정에서 ‘태극기 부대’ 등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다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하지만 보수 우파 전체를 봤을 때 5·18 망언 논란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현대사의 두 축은 ‘민주화’와 ‘산업화’인데 민주화의 한 단계인 광주를 내란으로 보는 건 사회적 합의를 완전히 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런 궤변을 지지할수록 보수의 정체성이 애매해진다는 점을 보수도 알아야 한다”면서 “‘5·18 폄훼 논란’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들은 보수의 정치 세력 복원엔 관심 없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英타임스 “세메냐 남자 맞다고 인정할 예정” IAAF “그럴 일 없다”

    英타임스 “세메냐 남자 맞다고 인정할 예정” IAAF “그럴 일 없다”

    두 차례 올림픽과 세 차례 세계선수권 육상 여자 800m를 제패한 캐스터 세메냐(28·남아공)의 성(性) 정체성 논란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 것일까? 영국 일간 타임스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변호인들이 다음주 국제스포츠분쟁재판소(CAS) 심리에서 세메냐가 여자 선수로 분류됐지만 “생물학적 남성”이며 남자 선수로 분류돼야 한다고 진술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IAAF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메냐로 대표되는, ‘성적 발달이 다른(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DSD)’ 선수들을 남성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맹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히려 반대로 법적 성별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 여자 종목에 출전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다만 DSD 선수가 남자 수준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보이거나 뼈와 근육이 커지고 강해지며 남자 수준으로 헤모글로빈이 늘어난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게 된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려면 국제대회에 나서는 이들 선수는 테스토스테론을 여자 수준으로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부터 IAAF는 400m부터 1마일까지 트랙 종목에 출전을 원하는 이들 선수는 적어도 6개월 전에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처방치 이하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시행하려다 세메냐와 남아공육상연맹이 CAS에 제소하는 바람에 이 결과가 나오는 다음달 26일까지 시행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DSD 선수들은 규정이 변경되는 날짜로부터 6개월 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돼 세메냐는 올 시즌 실외 대회 대부분을 뛰지 못하게 됐다. 올해 세계육상선수권은 9월 27일 카타르 도하에서 막을 올린다. 세메냐는 이전에도 IAAF에 의해 성별 검사를 받으라는 요청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 결과는 아직도 공표되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손학규 “진보·보수 아우르는 중도개혁의 길 갈 것”

    손학규 “진보·보수 아우르는 중도개혁의 길 갈 것”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유승민 전 공동대표, 안철수 전 의원 등 당 ‘대주주’들의 결속력에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날 창당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성의 시대에 진보와 보수를 함께 아우르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길”이라며 “현재 대한민국에선 경제는 시장경제, 안보는 평화 정책을 취하는 게 중도개혁의 길”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통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아직도 정체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당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불안감마저 도는 현실”이라고 토로한 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분열과 극단의 구태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합 정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손 대표는 최근 당의 정체성으로 ‘개혁보수’를 강조해 결별 수순 아니냐는 관측을 빚은 유 전 대표를 향해 “유 전 대표가 합리적 진보를 배제하는 게 아닌 만큼 통합될 수 있다”고 했다. 독일 유학 중인 안 전 의원에 대해선 “곧바로 귀환을 이야기할 때는 아니고 때가 되면 바른미래당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평화당과의 통합문제와 관련, “바른미래당은 중도개혁으로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 것”이라며 “거론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대구 달성문화재단 문화유산교육프로그램 발굴 운영

    대구 달성문화재단이 특색 있는 문화유산교육프로그램을 발굴·운영하기 위해 ‘<얘들아, 마을과 한옥에도 과학이 숨어있대요’라는 주제로 참가 단체를 모집한다. 문화재청의 국비를 지원받아 실시하는 이번 사업은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달성군의 대표적인 전통마을인 묘골마을과 남평문씨 본리세거지에서 전통문화를 탐구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문화적 유대와 정체성을 강화하고자 마련되었다. 묘골마을에는 사육신을 배향한 육신사 사당이 있으며 안평대군의 친필 편액이 걸려 있는 보물 제544호 태고정, 국가민속문화재 제104호 삼가헌,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2호 도곡재가 있다. 남평문씨 본리세거지는 달성군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아홉 채의 전통 한옥과 정자 두 채 등 총 11호 54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구광역시 민속문화재 제3호이다. 주요 내용은 달성 묘골마을과 남평문씨 세거지에 담긴 과학적 지혜 탐구, 한옥의 배치와 공간분할에 숨어 있는 과학적 지혜 탐구라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선택의 폭을 넓혔다. 세부 내용으로는 한옥의 문화생태적 생성배경 및 그 구조와 배치, 장식 등에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를 알아보고 드론활용과 미니어처 한옥만들기 등을 통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한옥과 전통마을을 탐구할 계획이다.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의 단체(30명 정도)로 참가 모집 중이다. 달성문화재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워런 “부유층 위한 시스템 고쳐 노동자 지킬 것”

    워런 “부유층 위한 시스템 고쳐 노동자 지킬 것”

    “현 정권 내가 기억하는 가장 부패한 정권”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민주당 차기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70) 상원의원이 9일(현지시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청소부의 딸로 태어나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역임한 워런 의원은 이날 보스턴 북서부 로런스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의 부가 부유층에 편중돼 있음을 지적한 뒤 노동자 권리 보호와 공정한 급여, 의료보험 개선 등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수백만의 미국 국민들이 부유층과 고위 정치가들에 의해 조작된 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워런이 한때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노동 파업이 일어났던 로런스를 출마 선언 장소로 택한 것에 대해 아메리카 원주민의 먼 후손이라는 그의 정체성보다는 경제 공약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 나갔다. 그는 “(현 정권은)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부패한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백악관은 8일 평소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검진에서 ‘매우 건강하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발표하며 재임에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를 전했다. 앞서 ‘워런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조롱을 한 적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건강 문제를 집중 제기했듯이 건강 이슈로 경쟁 후보들을 견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5·18 모독 망언’ 쏟아낸 한국당 의원들…여야 3당 “제명 추진”

    ‘5·18 모독 망언’ 쏟아낸 한국당 의원들…여야 3당 “제명 추진”

    공청회서 ‘광주 폭동’ ‘전두환 영웅’ 발언 극우 지만원 주장 수용 사법질서 부정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비판 거세지난 8일 공청회에서 ‘5·18 유공자는 종북 좌파가 만든 괴물집단’, ‘광주 폭동’, ‘전두환은 영웅’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망언을 쏟아낸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들 의원 3명에 대해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고,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도 비판에 나섰다. 특히 이들 의원 3명은 일개 논객이 아니라 제1 야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보수정당의 제1 덕목은 법질서 존중이라는 점에서 이들 의원은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사법기관으로부터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5·18을 부정하고 5·18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가 하면 5·18에 북한군 개입 주장을 펴다가 배상 판결을 받은 극우 논객 지만원씨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사법질서를 부정하는 처사라는 얘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범죄적 망언을 한 한국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해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제명)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한국당이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야 3당과 함께 이들 의원에 대한 국민적 퇴출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삼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민주화운동특별법을 제정한 데다 1996년 헌법재판소는 이 법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며 “법원이 이 정당성을 인정했는데 한국당은 역사 위에, 국민 위에, 법 위에 존재하는 괴물집단인가”라고 비판했다. 평화당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회 윤리위 제소와 법적 조치 방침을 결정했다. 정동영 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라 5·18 관련 대법원 판결을 잘 알 텐데 이런 발언을 방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갈 데까지 간, 오만방자한 당은 배설에 가까운 망언을 그만 멈춰야 할 것이며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상처받은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3명 의원의 제명을 추진할 것이며 한국당의 사과와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형사·민사상 고소·고발을 진행해 사법적으로도 단죄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 한국당 원내대표의 해명 아닌 해명도 비판을 키웠다. 나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다양한 해석’이 결국은 이들 의원 3명의 주장을 두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해명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나 원내대표는 이날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당 일부 의원의 발언이 희생자에게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도 진화에 나섰다. 김 비대위원장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한 의혹 제기는 곤란하다”며 “5·18은 광주 시민만의 아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한국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심지어 논란의 당사자인 김진태 의원은 “남의 당 의원을 출당하니 제명하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고 그분들이 저를 더 띄워주는 거라 생각한다”고 조롱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친구들에게 살해 위협받는 美의 트렌스젠더 학생들..대책 마련이 시급

    [특파원 생생 리포트] 친구들에게 살해 위협받는 美의 트렌스젠더 학생들..대책 마련이 시급

    미국의 트랜스젠더 고등학생들이 또래 집단으로부터 심각한 ‘왕따’를 당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 유명잡지 에보니는 지난 5일(현지시간) ‘소년들이 학교에서 그녀를 죽이려고 위협했다’는 기사에서 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왕따뿐 아니라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고발했다. 학생은 “나 자신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들은 계속 나를 위협하고 밀어붙였다”면서 “자살 충동과 우울증 등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교 내에서 그들의 인권 유린 등이 심각한 지경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랜스젠더는 사회적 성과 지정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미 연방질병통제국(CDC)가 발표한 ‘청소년 위험 행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고등학생 중 약 2%가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그동안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CDC 관계자는 “그동안 추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트랜스젠더 숫자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한 혼란과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들 성소수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CDC가 메릴랜드와 매사추세츠, 미시간 등 10개 주와 뉴욕,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등 9개 대도시 교육구의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 학생의 94.4%는 ‘자신이 트랜스젠더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1.8%는 ‘자신의 트랜스젠더’라고 밝혔고, 1.6%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즉 3.4%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네소타주 9~11학년(중3~고2) 학생 8만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널 메디아트락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가 트랜스젠더 등 성 정체성이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연구 관계자들은 개인신상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 거짓말을 하는 ‘샤이’ 응답자를 고려한다면 훨씬 많은 학생이 트랜스젠더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학생은 일반적으로 자살 충동이나 시도, 각종 폭력의 희생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우려했다. 메디아트락스 관계자는 “트랜스젠더나 성 소수자들도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이들 청소년을 위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제대로 된 식사가 제대로 된 삶이다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제대로 된 식사가 제대로 된 삶이다

    무타협 미식가/기타오지 로산진 지음/김유 옮김/허클베리북스/240쪽/1만 5000원삶은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가의 문제다. 먹는 문제가 그렇다.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는 폭넓은 뜻에서만이 아니다. 한 끼 한 끼의 식사는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 주는 척도이자 현장이다. 저자인 기타오지 로산진에게 ‘끼니를 때운다’는 개념은 없다. 제대로 된 식사가 바로 제대로 된 삶이니까. 음식이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의 요소가 된 지 오래다. ‘먹방’이 창궐하고, 음식 소개 프로그램 이번 회에 무엇이 올라왔는가가 주된 화제가 된다. 브리야 사바랭의 유명한 말,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다오.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상대를 파악하기에 ‘무엇을 먹는가’보다 더 효과적인 기준은 없다. 부먹파와 찍먹파가 대립하고, 평냉파와 함냉파가 서로 비웃으며 정체성을 쌓는다. 내 편 네 편을 가른다. 일본의 서예가, 도예가이자 전설적인 미식가인 로산진이 현재 상황을 본다면 통탄해마지 않으리라. 그는 요리를 종합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독특한 조리법이나 양념의 맛으로 음식의 맛을 어지럽히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그에게 요리란 “음식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일”이다. 음식의 이치를 헤아리는 일이다. 자르거나 삶는 등의 ‘조리’와는 격이 다르다. 단순해 보이지만 파고들어 가면 끝이 없다. 저자는 원재료 본연의 맛을 죽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리 비결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해서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요리의 기본 중 기본이다. 세상의 수천, 수만의 식재료들, 어떤 식재료도 대체할 수 없는 본연의 맛을 하나하나 모두 살려야 비로소 요리이고 요리사라는, 그것이야말로 ‘요리의 마음’이라는 그의 엄숙한 선언은 그가 어떻게 ‘일본 요리의 전설’이 됐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 엄격함은 작은 토란의 맛 하나도 사람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겸허함으로 이어진다. 그에게 가장 맛있는 것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맛’이다. 복어의 무작위의 맛, 무미의 맛을 “바닥을 모를 정도로 깊고 조화롭다. 나아가 그 배후에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으므로 진정한 맛이라 할 수 있다”며 극찬한다. 짜고 맵고 단 음식에 익숙한 혀가 무미의 맛을 감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절제와 수련의 시간이 필요할까. 다행히 그는 요리의 즐거움과 좋아서 하는 요리의 가치를 인정한다. 까다롭고 엄격한 질타 이면에 따뜻한 애정이 있어 그의 글은 속 깊은 질그릇처럼 먹는 즐거움을 감싸 안는다.
  • “일본인에도 온정 베푼 김복동 할머니”…열도에도 추모 바람

    “일본인에도 온정 베푼 김복동 할머니”…열도에도 추모 바람

    “조선학교는 조선사람이 협조를 안 하면 누가 협조를 하나? 한 사람이라도 훌륭한 조선사람을 키우고 싶어.” 지난달 28일 별세한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달 2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평화운동가인 김 할머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그는 “그렇게 끌고 가서 희생 당했던 우리 민족이 지금도 그 나라(일본)에서 설움 받고 있다는 것을 듣고 너무 한심스러워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할머니는 떠났지만 그가 일본 내 조선학교에 남긴 민족의 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피해자이면서도 핍박받는 재일조선인과 지진 등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에게는 꾸준히 도움을 준 조력자였다. 2011년 3월에는 일본에서 도후쿠 대지진이 발생하자 피해자 돕기 모금을 제안했고, 직접 기부하기도 했다. ●조선초급학교 학생들에 공책·연필 선물…지진 피해 발생하자 일본 피해자에 기부 김 할머니가 생전 애정을 쏟았던 이들은 일본의 조선초급학교 학생들이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이 혐한(嫌韓) 정서 탓에 학교에 대한 지원을 끊자 할머니는 사비를 털어 아이들을 돕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희망이 돼 달라”며 ‘김복동평화상’을 만든 뒤 5000만원을 기부했고, 재일 조선학교에 5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태풍 ‘제비’ 탓에 재일조선인 학생들이 다니는 오사카 지역 학교 곳곳이 무너지자 현장으로 달려오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2012년 일본 오사카의 재일교포 밀집 지역인 이쿠노구(生野區) 조선초급학교를 방문해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주고 지폐 5만엔(약 70만원)을 꺼내 전교생 220명에게 공책과 연필을 선물하기도 했다. 할머니가 “일본 사회에서 차별당한다고 위축될 것 없다. 당당히 살아라”라는 바람을 전하자 아이들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아이들도 김 할머니의 온정을 잊지 못했다. 이쿠노구 학생들은 할머니에게 60통의 편지를 보내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수업 중 부르신 고향의 봄 노래를 잊지 못해요. 한국어도, 일본어, 영어도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외교관이 될게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할머니 추모 바람…“일본이 사죄하는 국가되도록 노력해야” 김 할머니가 떠난 뒤 일본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그의 정신을 기억하는 재일조선인들과 일본인들이 할머니의 삶을 추억했다. 일본 오사카의 나카오사카 조선초급학교의 김채현 교장은 3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뿐 아니라 일본 내 여러 학교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사랑을 받았다”면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별세 소식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한국민주여성회 역시 “고귀한 할머니의 삶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며 모범”이라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산하단체인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성차별철폐분회도 지난 1일 도쿄의 총리관저 앞에서 ‘추모 긴급행동’을 펼치기도 했다. 일본인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일본인 여성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없었다고 하는 건 유감”이라면서 “일본이 사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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