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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코로나 시행 첫 주…모처럼 활기 띈 극장가

    위드코로나 시행 첫 주…모처럼 활기 띈 극장가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첫 주말을 맞아 극장가가 활기를 띄는 모양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터널스’는 개봉 나흘째인 6일 49만 2000여명(매출액 점유율 83.3%)의 관객을 모으며 누적 관객 119만 4000여명을 기록했다. 100만 돌파 기록은 올해 개봉한 외화 중 최고 흥행작인 ‘블랙 위도우’와 함께 가장 빠른 속도다. 이같은 속도라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150만 관객 동원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듄’도 100만 관객 동원을 눈 앞에 뒀다. ‘이터널스’는 마동석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기대감과 ‘마블민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블 영화에 충성도 높은 국내 관객들의 호응으로 초반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한 ‘이터널스’는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마블 영화만의 비주얼과 스케일 뿐만 아니라 스토리에서 다양성과 인류애를 강조했다. 다만 마블 영화 특유의 정체성이 약하고 역사 왜곡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관객들의 입소문과 향후 코로나 확산 추세에 따라 장기 흥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 CGV 등 극장가에서도 백신 패스관을 운영하며 관객 유치에 안간힘을 썼고 주말 내내 영화관도 모처럼 영화를 보러 나온 관객들로 북적였다. 11월은 극장가의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일상회복 기대감에 밀렸던 국내 영화도 줄줄이 개봉할 것으로 예상된다.
  • CCTV 설치된 교실서 ‘보안법’ 강의 들어야하는 홍콩 대학생들

    CCTV 설치된 교실서 ‘보안법’ 강의 들어야하는 홍콩 대학생들

    홍콩의 일부 대학들이 지난달 강의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의를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의 8개 공립대학교 중 홍콩이공대, 링난대, 홍콩교육대, 침례대 등 4개 대학이 홍콩보안법 강의와 세미나 참여를 졸업 필수요건에 포함했다. 홍콩 메트로폴리탄대는 곧 같은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30일부터 시행된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세력과 결탁 등 4가지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인원은 150여명이며, 상당수가 중국의 통제 확대에 반대하는 민주 진영 인사다. 로이터통신은 침례대에서 진행된 홍콩보안법 강의에 참석한 복수의 학생들을 인용, 강의 전후로 목격된 상황을 전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홍콩보안법 강의가 이뤄진 강의실에 최소 1대의 CCTV가 설치됐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자가 현장에서 사진도 찍었다. 강의는 한 친중 변호사가 2시간 동안 진행했는데, 약 20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 자료는 홍콩보안법의 막강한 힘과 위반 시 받게 될 강력한 처벌에 관한 내용이 강조됐다고 한다. 단순히 강의만 진행된 것이 아니라 말미에 홍콩보안법 위반 사례와 관련한 시험도 치러졌다고 한다. 이 시험에서 몇몇 학생들은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홍콩 교육당국은 고등교육기관에서 홍콩보안법 교육을 필수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다른 두 대학의 교재와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홍콩보안법 강의에서는 애국심과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과거 외세가 중국을 정복한 것에 초점을 맞춰 중국과 홍콩 역사를 다룬다”고 전했다.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정부는 보안법 강의와 더불어 홍콩 대학에 대해서도 통제를 가하고 있다. 2019년 6개월여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민주 진영과 함께 홍콩의 각 대학의 학생회와 일부 교수진이 정치·사회적 문제 제기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이들은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이에 친중 진영에서는 이들 학생회와 교수진이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한다. 로이터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민주 진영을 지지하는 교수 중 최소 6명이 해직됐다”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50년 역사의 홍콩중문대 학생(CUSU)가 자진 해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학교 측이 홍콩보안법에 근거해 학생회와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하고 학생회의 교내 활동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홍콩대도 학생회와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하며 학생회에 학교 건물에서 사무실을 빼라고 통보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홍콩의 공립학교는 중국 국기를 상시 게양해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홍콩의 학교와 대학은 이제 국가안보와 애국심 주제를 통합한 교육을 할 것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로써 중국 본토의 교육과 더욱 보조를 맞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 이영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서울시 복지관련 출연기관 전문성 높여야”

    이영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서울시 복지관련 출연기관 전문성 높여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영실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중랑1)은 2일 열린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복지정책실 산하 출연기관인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행정 및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감사에서는 서울시복지재단의 ▲서울시복지교육센터 운영 과정의 타 기관 실시교육과 중복성 지적 ▲안심소득 시범사업 관련 정책의 지속가능성 및 절차에 어긋난 예산 전용 문제 지적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차별화된 운영 필요 ▲재단운영 시스템 효율화 필요성이 지적됐다. 다음으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산하시설 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조속한 시정 요청 ▲종사자의 인사·노무 및 근태 관리에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대안 요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근본적 체계 정립 ▲긴급돌봄지원사업 내실화 등을 요구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유사·중복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을 통해 차별화된 프로그램 제공 필요 ▲일자리 제공에 있어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필요 ▲재단 연구업무 수행의 전문성 제기 등이 지적됐으며, 전반적 사업 수행에 있어 재단 고유 사업에 대한 정체성 모색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사회스비스원 및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신임 대표이사들의 사회복지 관계 경력이 거의 없어 기관 운영의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복지정책실 산하 재단들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여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 文이 준 넥타이 맨 李… 이낙연 “동지” 정세균 “우리가 이재명”

    文이 준 넥타이 맨 李… 이낙연 “동지” 정세균 “우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2일 ‘드림 원팀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고 이재명 대선 후보 체제로 전환했다. 내년 3월 대선 정권 재창출을 향한 ‘이재명의 시간’도 막이 올랐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소년공 복장의 아이 손을 잡고 등장했다.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요’라는 가사의 H.O.T 대표곡 ‘빛’을 배경 음악으로 택해 원팀도 강조했다. 연설을 위해 무대 위에 오를 때는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동에서 선물한 넥타이를 맸다. 그는 “대통령께서 주신 선물로 상당히 예쁜 넥타이가 아니냐”며 선대위 출범식에 맞춰 넥타이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착용해 4기 민주당 정부의 일체감과 화학적 결합 메시지를 녹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 기간에도 공개 행보를 극도로 자제해 온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도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후보의 대선 도전 이후 부부가 나란히 공식 석상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이날 출범식 데뷔전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선 ‘원팀’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낙연 전 대표도 첫 공개 지지 연설에 나섰다.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은 이 전 대표는 이 후보를 “이재명 동지”라고 표현하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이 야당보다 더 겸손해지길 바란다”며 “경선 이후 3주 동안 국민만 살피며 조용히 지내면서 국민들 마음과 달리 여야 정당은 그들만의 성에 갇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이 국민 눈에 오만, 독선으로 비칠 수 있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지난 9월 후보 사퇴 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선 정세균(선대위 상임고문) 전 국무총리는 “이재명 후보가 바로 민주당, 나와 여러분 우리 모두는 이제 이재명”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출범식 행사는 문재인 정부의 K방역 성과를 강조하고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허용하는 최대 참석 인원 499명을 맞춘 대규모 행사로 꾸려졌다. 위드 코로나 성패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과도 직결되는 만큼 행사 자체를 위드 코로나 대규모 행사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꾸렸다. 송영길 대표는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정부는 국민의 협조와 의료진의 헌신을 바탕으로 마침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집단면역을 달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3일 국회에서 열리는 첫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다. 여의도 문법과 당무에 익숙하지 않은 이 후보가 당 장악력을 어떻게 키워 가느냐도 관건이다.
  • ‘서예’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된다

    ‘서예’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된다

    “21세기는 모든 문화·예술이 변화와 융합의 시대정신에 따라 제3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서예문화 역시 쇠퇴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과거의 틀에서 과감히 탈출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서예문화 개혁의 선구자 송하경(82.강암서예문화재단이사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1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서예는 결코 과거의 골동이 아니고 골동이어서도 안된다”며 “전통적 고전서예를 기반으로 하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하여 새로운 서예 양식과 방법으로 창신해야 한다”고 밝혔다.송 교수는 ‘신서예문화정신’을 가치의 경계, 과거의 권위, 장르간 구분을 무너뜨리고 작가의 상상력 만으로 창작하는 서예로 정의한다. 전통서예가 떠받들어온 서체와 법첩에 얽매여 답습하는 학습방법도 타파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일정한 정형이 주어진 속에서 서예가 보다 발전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표현과 소통을 중시하는 20세기 중반 포스트 모더니즘과 같이 서예 역시 변화의 물결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깨어있는 일반대중들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고향인 전북 김제에 내려와 집필활동을 하며 전시회를 준비 중인 송 교수는 “서예는 오랫동안 안일 속에서 서예문화를 주도하여 오다가 스스로의 정체된 권위에 의해 자기소외를 자초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전통과 첨단의 융합, 열린 사고, 대중 친화적 변화를 서예발전의 새로운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서예도 문자발명기의 ‘제1서예발상시대’, 종이와 활자 발명기 ‘제2서예전성시대’를 거쳐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전한 ‘제3의신서예시대’를 맞아 어떤 변화와 융합도 허용되는 열린 마음의 신속미(新俗美)적 서예를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의 신속미적 서예는 고루하지 않고 참신한 서예로 대중 친화적 서예의 미적 가치나 형식을 말한다. 진심·진정성으로 이루어지되 맵시 있고 단아하며 이야기가 있고 감동을 주는 형식이다. 다음은 송 교수와 일문일답.-초대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던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어느덧 13회를 맞았다. 예향 전북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1980년대 후반 서예협회 창립으로 한국서단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일대 개혁이고 변화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예인구가 과거에 비해 감소하기 시작했다. 공모전에 대한 관심도 적었다. 동아시아 문화의 핵심인 서예를 대중에게 알리고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절실했다. 1997년 전북 무주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는 국내외 서예계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대회 문화행사의 하나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첫발을 내딛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계 단일 행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권위 있는 행사로 발돋움 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북을 문화 중심지로 내세울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행사다. 서예가 없으면 동아시아 기록문화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독보적인 행사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중국은 행사 초창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여서 훌륭한 작가들이 앞다투어 참여하기를 원할 정도였다.”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서예계에 미친 영향과 성과는. “서예문화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참가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고 다양해 지면서 아시아권 문화로 인식되어 온 서예의 전통과 문화적 배경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성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시대정신을 반영함과 동시에 앞서가며 서예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세계인이 함께하는 국제적인 문화축제로 성장하고 있어 서예의 창신을 주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규모의 문화행사를 지자체가 주도해 이끌어왔다. 국가적인 행사로 승격시킬 수 있는 방안은.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기획이 필요하다.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개혁의지가 강하고 영향력 있는 조직위원장을 영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기반으로 문화의 격을 높이고 지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은. “우선, 사람을 키워야 한다. 유명한 학자·예술가는 돈을 들인다고 나오지 않는다. 타고난 천재성, 살아움직이는 천기를 가지고 나와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유하는 예술가를 내치거나 깎아내리지 말고 세계적인 인물로 키워내야 한다. 또 추사, 김생, 창암 등 큰 인물의 서예정신을 조명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계의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야 한다. 서예는 학술을 수반해야 하는만큼 이또한 중심 역할을 해야한다.”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서예가들만의 축제로 인식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21세기는 ‘대중’에 의한 ‘대중지배’의 ‘대중문화시대’이다. 서예가 소수의 인문학적 지식집단의 여기예술(餘技藝術)에 머물고 일반대중 감상자의 심미의식이나 심미기준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면하기 어렵다. 서예도 변화와 융합의 시대정신에 순응하며 대중과 함께 역동적으로 교감해야 한다. 이 시대의 서예 감상자,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쌍방소통의 시대다. 서예 창작활동은 물론 서예 감상활동 역시 미의 능동적인 생산활동이다. 감상자도 서예창작주제의 생산활동을 함께하는 창조적 참여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서예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신서예문화정신’이 요구된다.” -‘신서예문화정신’이란 무엇인가. “열린 마음의 서예정신이요, 열린 조형의 서예정신이다. 신서예정신은 애초부터 서예의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금까지 고전서예가 문장의 의미 전달과 서예가의 인격 표현으로서 기의활동(記意活動)에 중심이 놓여졌다면 신서예에서는 고전적 기의활동과 함께 문자의 조형적 기표활동 및 역동적 유희활동에도 주목한다. 신서예정신은 가독성과 일회성이 부정되지 않는 모든 양식의 서예활동을 포용하고 아우르고 긍정하는 입장에 선다.”-전통과 고전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입장인가. “아니다. 신서예정신에서의 ‘신’은 반전통·반고전적 의미로서의 ‘신’이 아니라 전통과 고전을 새롭게 음미하고, 반성하고, 재해석하고, 창신하여 과거보다 더 참신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의미의 ‘신’이다. 항상 전통과 고전을 전제하고, 이를 기반으로 삼아서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발전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신’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21세기적 신서예정신은 과거의 전통적 고전서예를 기반으로 하되, 전통적 고전서예에서 표현하려 하지도 않았고 표현하지도 못했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개발하여 새로운 서예 양식과 방법으로 창신하고자 하는 ‘열린마음’의 서예정신이다. 이런 점에서 변화와 융합의 정신은 21세기의 시대정신이요 동시에 21세기 신서예정신이기도 하다.” -21세기를 맞아 전통적인 고전서예가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는 이유는. “문자 자수의 유한성, 서체변화의 무표정성, 필획운율의 고착성이 가장 큰 문제다. 문장내용의 난해성, 창작방법의 고루성, 심미표현의 단순성으로 전문예술인들이 매우 식상해하고 일반대중들로부터는 소외당하는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보화 시대에 전통서예가 세계적인 예술로 재도약 하는게 과제다 “오늘날 정보화·세계화 시대는 ‘열린마음’의 시대다. 이 시대에서는 기존 문화의 이성적 형식화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 21세기는 동서양의 경계, 예술 각 장르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탈 권위·탈 중심 현상이 일어나며 과거의 중심 문화가 밀려나고 오히려 주변부 문화가 각광을 받게 된다. 순종 보다는 잡종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서예문화 또한 이러한 사조의 영향과 경향으로부터 결코 독립될 수 없다. 이를 외면하고 거부하거나 철저히 독립되고자 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문화경쟁의 시대 속에서 스스로 쇠멸과 소외를 선택하는 것이다.” -열린마음의 시대에 서예의 나아갈 방향은. “온고(溫故)와 지신(知新), 법고(法古)와 창신(創新), 거고(據苦)와 용신(用新), 전통과 첨단의 조화·공존이라는 틈새 속에서 고뇌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선과 악, 미와 추 등과 같은 가치문제에서 그 경계를 타파해야 한다. 가치문제에서 경계 구분은 한낱 작가나 개인이 가지는 입장이나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서예세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예술가에 비해 서예가는 더 선비적이고 인격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든지, 어떤 서체와 누구의 서예가 더 가치 있고 더 아름답다든지 하는 시비와 논란은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예문화와 서예가는 과거의 전통이나 서법으로부터 한결 자유롭고 주체적이고 개성적이고 창의적일 수 밖에 없다. 바야흐로 서예문화 전 분야에 걸쳐 그 내용과 형식, 그 양과 질의 차원에서 변화 발전을 도모해야 할 시대이다.” -자칫 서예의 장르 자체가 훼손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장르의 차이를 엄격히 구분하고 순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이고 전근대적인 문화 이분법이다. 열린마음의 세계에서는 오로지 서예만 있을뿐 전통서예니 현대서예니 하는 구분은 없게 된다. 반드시 종이, 붓, 먹, 벼루 등 문방사보에 의해서 창작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펜이든 칼이든 문자를 써서 확실한 문자예술을 창출하면 곧 서예일 수도 있다. 서예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기존의 서체를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형식과 서체를 중시하는 서예의 학습과정도 변화의 대상인가. “서예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전·예·해·행·초 등 5체와 왕희지체 등 대표적인 법첩속에 서예가가 되는 모든 길이 간직되어 있는 것처럼 떠받들어 오고 있다. 한점, 한획이라도 벗어나고 어긋날세라 마음을 조린다. 그러나 그것들은 초기 학습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하나의 참고서일 뿐이다. 오히려 기존의 법첩, 법서들이 진정한 의미의 서예창작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서예는 점과 획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우연의 예술이다. 예술의 창작은 이미 이루어진 기존의 것을 재현하고 반복하고 복사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것을 거부하고 해체하여 타파하는 활동이다. 스승이 써준 체본을 닮아보려고 베껴쓰는 일은 부질없다. 그 이미지를 작가의 개성과 상상력으로 재해석하고 자기화 시켜 창작해야 한다. 서예가들의 열린사고로의 전환과 부단한 시도 여하에 따라 서예문화의 획기적인 발전을 맞이할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서예와 다른 문화와 융합이 가능한가. “서예가 과거의 전통적인 영역만 지키면서 순수성이라 내세울 이유도 없다. 과거의 영역과 틀을 뛰어넘어 음악과 만나고 회화, 조각, 건축, 공예, 복식, 연극, 문학 등과 만나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아 서예의 영역, 내용, 형식상에서 확대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서예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환상의 서예세계를 이루어낼 수도 있고 구체적인 현실생활의 실용예술로 승화발전시켜낼 수도 있다. 이제 서예문화는 그 모든 면에서 영역의 외연을 확대하고 내포를 심화시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서예의 개념이 형성될 시대에 와 있다. 서예영화, 서예 소품·복식·음악 상품화, 위대한 서예가의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문화 공모전도 가능하다.”-신속미적 서예의 나아갈 방향은. “신속미적 서예란 열린마음으로 이루어내는 열린 조형의 서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고, 전통형식의 전아미(典雅美)와 속미(俗美)가 조화를 이루고, 격식에 구애되지 않고 고금을 초월하는 서예를 말한다. 만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아름다운 서예,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참된 서예다. 일심(一心)의 진정성으로 이루어지는 서예, 문장 해독이 어렵지 않고 감상하기 쉬운 서예, 자연스럽고 청순하여 부담감을 주지 않는 서예라고 말할 수 있다.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는 서예, 고루하지 않고 참신한 서예, 이야기가 있고 감동을 주는 서예다. 가장 특징있는 서예로 영상서예를 꼽고자 한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고 그 위력은 엄청 크게 발휘될 것이다.” -서예를 감상하는 법은. “문장의 뜻을 모르고 감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입견을 버리고 가만히 바라보면 작품이 말을 걸어온다. 심상, 즉 마음으로 감상하는 것이다. 형태나 조형성에 집착하지 말고 열린마음으로 감상하면 된다. 착시현상이 올 때까지 명상을 하면서 바라보면 작가의 마음과 모습, 정신활동이 암암리에 느껴진다.”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서예는 문자이기 때문이다. 문자 속에 사상이 들어가 있다. 문자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신문을 많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보의 엑기스가 담겨 있고 시대의 흐름을 알수 있다. 서예는 고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좋은 글귀를 자주 접해야 한다. 요즘은 번역본도 많다. 곁에 놓고 시간 날 때 마다 펴보면 된다. 쓸모 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나 자신을 상실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모른다. 서예의 생명은 결국 내 생명이다. 건강을 위해 자연과 많이 접하면 서예도 자연과 경계가 없어지면서 화해(和諧)를 이루어 자연과 하나가 된다.”
  • 홍준표 “취임 즉시 이명박·박근혜 사면…내가 대세 후보”

    홍준표 “취임 즉시 이명박·박근혜 사면…내가 대세 후보”

    “이재명, 100%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취약한 지역·계층서 표 더 얻어” 지지 호소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31일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대세는 저 홍준표로 굳었다”며 “안전하고 확실하게 정권을 되찾아오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본경선 여론조사 개시를 하루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8월 중순까지는 윤석열 후보가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지만, 이제는 홍준표만이 이재명 후보를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100% 꺾을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시한폭탄 尹, 대선 승리 장담 못해” 홍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설치한 의혹의 시한폭탄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후보로는 결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경쟁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흠 없고 깨끗하며 준비된 후보를 두고 현 정권에 발목이 잡힌 후보를 선택하는 위험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번 대선은 전통적으로 우리 당이 취약한 지역·계층에서 표를 더 얻어올 수 있는 후보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며 “2030세대, 호남,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고 본선에서 확실하게 이길 후보는 역시 저 홍준표뿐”이라고 강조했다.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은 청년층과 호남권, 윤 전 총장은 장년층과 영남권에서 각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홍 의원은 “저는 지난 26년간 당을 지켰고 우리 당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평당원에서 당 대표까지 당을 위해 일했다”면서 정체성을 부각했다. 입당 이후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윤 전 총장과 차별화하기 위한 발언이다. 그는 “탄핵 대선 때는 별다른 준비도 없이 급히 차출되어 후보로 나섰고, 소멸 직전의 당을 24%의 지지율로 살려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조치’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취임 즉시 특별사면권 발동…전직 대통령 사면” 홍 의원은 “비록 그것이 문 정권의 좌파개헌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해도 당원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취임 즉시 특별사면권을 발동,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겠다고 밝혔다.홍 의원은 그러면서 “이 정권이 저질러 놓은 실정을 철저히 조사하여 밝히고 부정과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선 “국가체계와 시스템을 사익추구의 기회로 바꾼 역사상 가장 나쁜 시스템 범죄다. 설계자와 수익자를 찾아 여야 없이 소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이 정치 여정의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라며 “남은 4개월 대선 준비 더 잘해서 이재명 후보를 꺾고 반드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 ‘페이스북→메타’로 사명 바뀐다…메타버스 회사로 ‘환골탈태’ 시도

    ‘페이스북→메타’로 사명 바뀐다…메타버스 회사로 ‘환골탈태’ 시도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는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인 페이스북이 28일(현지시간)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는 승부수를 띄었다. 그동안은 SNS 위주로 사업을 해왔지만 이제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기업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커넥트 2021’ 온라인 행사를 통해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 기호(∞) 모양의 새로운 회사 로고도 함께 공개했다. 저커버그 CEO가 하버드대 학생이던 2004년 기숙사에서 소설미디어 기업으로 창업한 페이스북이 17년 만에 이름을 바뀌게 됐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 정체성에 관해 많이 생각해왔다”면서 “나는 우리가 메타버스 회사로 여겨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7월 회사를 메타버스 회사로 바꿀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번 사명 변경은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을 접목한 가상공간에서 서비스 이용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늘려갈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그간 게임에 집중됐던 VR기술을 사회적 교류, 업무, 건강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시켜나갈 계획이다.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한 단어인 메타버스 분야에서 급속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 보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다만 사명은 바꾸지만 전반적인 회사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이 회사의 간판 SNS는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메타라는 회사 아래 들어간다. 구글이 2015년 회사명을 알파벳으로 변경하고 구글과 유튜브 등이 알파벳 밑으로 들어간 것과 유사하다.이번 사명 변경은 최근 쏟아지는 비판 여론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페이스북이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도 있다. 페이스북에서 최고 제품 매니저로 일했던 프랜시스 하우건은 최근 회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유포되는 증오 발언과 허위 정보를 사실상 방치하고,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면서 관련 내부 문건을 미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와 의회와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 “日, 韓에 지기 싫어 역사 무시… 강제징용 사과·배상 어려울 것”

    “日, 韓에 지기 싫어 역사 무시… 강제징용 사과·배상 어려울 것”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3년“징용 규모 불분명… 증거 없는 경우도 일본이 뭐가 우수한가, 근거가 없어한국도 피해자 중심주의 명확히 해야”“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이 있다는 역사적 자료가 있지만 일본인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실태가 분명히 있는데도 말입니다.” 30일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 등 일제강점기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책임을 대법원으로 인정받은 지 3년째 되는 날이지만 일본은 여전히 오리발이다. 2018년 10월 30일 이 판결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등의 보복 조치를 취했고 그 후로 한일 관계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도쿄대 고마바 캠퍼스 연구실에서 28일 만난 도노무라 마사루 교수는 이와 관련, “역사 문제를 뿌리로 악화된 한일 관계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인으로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다룬 책인 ‘조선인 강제연행’을 쓴 도노무라 교수는 “(일본이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일본인의 정체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수많은 자료가 있음에도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무시한다”면서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인이 1위라는 우월 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이 뭐가 그렇게 우수하고 훌륭한지 보면 근거가 없다. 국내총생산(GDP)이 높아서라거나, 경제 대국이기 때문에 우수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미 그것은 중국에 추월당했고 한국이 따라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노무라 교수는 “(일본이 강제징용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한국에 대해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라면서 “우리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언급이 한국에서 나오면 ‘왜 그런 것을 해야 하느냐’고 반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노무라 교수는 일본 내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토대로 진정한 사과 및 배상을 원하는 한국 내 바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기업이 기금을 조성하는 등의 방안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피해자(도노무라 교수는 일본 정부가 쓰는 표현인 징용공이 적절하지 않다며 동원 피해자라고 지칭함)의 종류만 해도 다양한 데다 미쓰비시인지 미쓰이인지 어느 기업에서 징용됐는지, 후쿠오카현인지 사가현인지 어느 지역으로 징용됐는지도 모르고 증거도 없는 피해자들도 있다”고 했다. 또 “(3년 전 재판 결과 등에서) 판결이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를 구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노무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옳다는 것은 안다. 다만 피해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등 구체적 요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징용 피해라는 역사적 사실이 분명하다는 점을 꾸준히 알리면서 일본이 이를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피해자 실태에 대해) 한일 정부가 공동으로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 어디까지가 지역인재?… ‘대입·채용 할당’ 지역 갈등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채용과 대학입시에서 지역인재의 범위와 정체성을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8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전국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은 그 지역 소재 지방대학 졸업생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30%)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으로 범위를 넓혀 권역별 대학 졸업생들을 지역인재로 채용하고 있다. 대전·충청권의 경우 지난해 합의가 이루어져 50여 개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이 세종·대전·충남북 출신 인재들을 우선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호남권은 전북과 광주·전남이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전력이 이전한 광주·전남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의 연간 채용규모가 전북에 비해 3~4배 많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이전 지역 광역지자체 소재 대학 졸업생들만 지역인재로 국한 하는 ‘지역인재 정체성’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 시절 성적이 좋아 수도권 대학을 보낸 학부모들은 “타지역 고교 졸업생도 지방대를 졸업하면 그 지역 인재가 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인재채용 정책이냐”고 입을 모은다. 전북과 광주·전남은 대학입시에서는 서로 상반된 입장이어서 지역인재의 범위와 정체성 논란을 더욱 부추키고 있다. 전북대는 지역인재 전형을 전북 소재 고교졸업생만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전남대, 조선대 등 광주·전남 소재 대학은 호남권으로 넓혀 지역인재 전형을 하고 있다. 윤영덕 의원(민주·광주 동구남구갑)은 올 국감에서 “전북대는 광주·전남 고교졸업생을 대상으로 지역인재 선발을 하지 않데 전남대와 조선대는 왜 전북 출신에게 문호를 개방하느냐”며 “지역인재 선발에서 전북을 제외하라”고 주장했다.
  • 창업 후 최대 위기 페이스북, 모회사 이름 ‘메타’로 바꾼다

    창업 후 최대 위기 페이스북, 모회사 이름 ‘메타’로 바꾼다

    창업 이후 최대 위기에 맞닥뜨린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고 대대적인 리브랜드 작업에 나선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하버드대학 재학 시절인 2004년 학생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공유하던 책자에서 작명한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은 회사 이름에서 사라지고 서비스 명칭으로만 남게 된다. 이 회사는 소셜미디어 사업을 넘어 가상현실과 같은 영역으로 지평을 넓히기 위해 메타란 이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개별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의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고, 모회사 이름만 메타로 불리게 된다. 이 회사는 최근 전직 직원 프란시스 하우겐이 좋아요!의 부작용을 예상하고도 회사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이를 무시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문서들을 폭로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조사에 착수했다. 인스타그램은 10대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살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가짜 정보와 혐오 표현을 방치해 온라인을 통한 혐오 확산을 부채질했다는 등 비윤리적 행태로 뭇매를 맞았다. 저커버그는 지난 7월 인터뷰를 통해 페이스북을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등 사업모델 전환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지난 1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개발 중인 고해상도의 가상현실(VR) 체험용 헤드셋을 착용한 사진을 게시하는 등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관심을 거듭 드러냈다. 2015년 구글도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알파벳으로 바꿨으나 아직 정착하지 못했다. SNS 기업 스냅챗도 2016년 스냅으로 개명하며 기업 정체성을 카메라 회사로 규정한 바 있다. 반면 회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려 사명을 변경한 사례도 있다. 말보로 제조사인 필립모리스는 2003년 ‘담배’ 이미지를 떨쳐내려고 알트리아로 이름을 바꿨고, 이라크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해 기소됐던 민간군사기업인 블랙워터 USA도 ‘전쟁기업’ 이미지를 떨쳐내려고 ‘Xe’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페이스북의 새 회사 이름으로 ‘Two faced(두 얼굴의)’, ‘Bald-faced(뻔뻔한 얼굴)’ 같은 이름이 더 어울린다는 조롱도 쏟아졌다.
  • “정신 차려보니 몸이 베란다에…” 아역배우 출신의 우울증 고백[이슈픽]

    “정신 차려보니 몸이 베란다에…” 아역배우 출신의 우울증 고백[이슈픽]

    ‘마음의 감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장 흔한 정신질환인 우울증. 매년 OECD 주요 국가의 우울증 지수를 조사하고 발표할 때마다 대한민국은 항상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올해도 우울증 지수 36.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배우 이재은(41)은 방송에서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29일 유튜브 채널 ‘베짱이엔터테인먼트’의 ‘만신포차’ 코너에서 이재은은 “결혼해서 10년 동안 사람 사는 것처럼 살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결혼 3~4년 차 됐을 때 우울증이 너무 심하게 와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재은 “정신 차려 보니 몸이 베란다에 기대 있더라” 이재은은 “결국 정신과 상담을 받아서 약도 먹었는데 약을 먹으면 생각을 안 하게 돼서 좋기는 한데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더라”라며 “정신을 차려 보니 몸이 베란다에 기대 있더라. 그거를 몇 번 겪고 나서 무서웠다”며 울먹였다. 현재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1위다. 2021년 발표한 OECD 자료에서도 약 36%가 우울감을 호소했으며, 이 역시 OECD 전체 1위다. 서양인에 비해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는데 익숙하지 않고, 본인이 우울증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은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1986년 KBS 드라마 ‘토지’로 데뷔한 뒤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2006년 9세 연상 안무가와 결혼했지만 11년 만인 지난 2017년 이혼했다.이후 지난 2월 한 방송에 출연해 이혼 후 심각한 스트레스와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당시 이재은은 “스트레스로 80kg까지 살이 쪘을 때가 있었다”며 “‘이러다 정말 죽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다. 요요현상도 오다 보니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가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이재은은 “신혼 시절부터 주말부부로 지내며 집에서 홀로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 집에만 있다 보니 살이 찐 줄 몰랐는데, 밖에 나가니 ‘임신했냐’, ‘살 많이 쪘네’라고 하더라. 그런 말들이 부담되고 대인기피증까지 왔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싫고 무서워졌다. 자존감도 무척 떨어졌다. 약을 먹을 정도로 심한 고지혈증도 진단을 받았었다”며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우울증 환자 75%가 전문적인 치료나 도움 구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울증은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한 자료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의 약 75%가 우울증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치료나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강해지는데, 우울증이 가장 심한 세대 중 하나인 40~50대 중년의 남녀들은 우울증이 와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시절에 만들어 놓은 자신의 정체성과 현실 사이에서 강한 심리적 혼란을 겪는데, 여기에 갱년기까지 찾아와 호르몬 분비량에도 변화를 겪는다. 우울증을 초기에 치료하기 위해선 본인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전문적인 상담과 진단,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여가부 폐지 논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여가부 뼈 때린 여성학자

    “여가부 폐지 논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여가부 뼈 때린 여성학자

    “여성가족부 스스로 왜 여가부가 생겼는지, 그 뿌리와 역사적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걸 잊어버리거나 외면하는 순간 존립 근거도 사라집니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성평등 문제를 연구했고 2018년부터 3년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맡았던 여성학자다. 하지만 27일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된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여가부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잊어버리고 정체성을 잃어갈수록 존폐 논쟁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여가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나 교수가 생각하는 대안은 “출생의 기원”에 들어 있다. 나 교수는 “여가부를 만들어 낸 건 결국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운동이었다. 당시 시민운동이 생각했던 건 정부 안에서 성평등에 입각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을 외치는 ‘정부 내부의 야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가부가 일개 정부부처가 돼 버렸다”면서 “여가부에서는 권한도 없고 예산도 없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여가부 스스로 권한과 예산만 좇기 때문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판결했을 때 그리고 지난 4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제작한 성평등 교육용 영상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여가부의 태도를 예로 들었다. 그는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는데 여가부는 환영 성명은 고사하고 오히려 그걸 반대하는 법무부에 동조했다”면서 “여가부에 물어보니 ‘정부부처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답하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성평등 교육용 영상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한다’는 부당한 공격을 받았는데, 여가부에선 당시 ‘그 영상 홈페이지에서 삭제해라’고 종용했다”면서 “최근 이른바 ‘백래시’(성평등·젠더운동에 반대하는 흐름)에 대해 왜 정정당당하게 원칙적인 대응을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여성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성평등이란 원칙을 견지하지 못하고 자꾸 표 계산만 하니까 오히려 논의가 왜곡되고 부당한 공격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별 없이 일하고 차별 없이 누리고 차별 없이 돌보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인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성평등”이라면서 “그 원칙을 위해 제도를 고쳐나가고 국민을 설득하는 책임감을 보여 주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 “여가부 폐지 논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여가부 뼈 때린 여성학자

    “여가부 폐지 논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여가부 뼈 때린 여성학자

    “여성가족부 스스로 왜 여가부가 생겼는지, 그 뿌리와 역사적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걸 잊어버리거나 외면하는 순간 존립 근거도 사라집니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성평등 문제를 연구했고 2018년부터 3년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맡았던 여성학자다. 하지만 27일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된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여가부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잊어버리고 정체성을 잃어갈수록 존폐 논쟁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여가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나 교수가 생각하는 대안은 “출생의 기원”에 들어 있다. 나 교수는 “여가부를 만들어 낸 건 결국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운동이었다. 당시 시민운동이 생각했던 건 정부 안에서 성평등에 입각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을 외치는 ‘정부 내부의 야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가부가 일개 정부부처가 돼 버렸다”면서 “여가부에서는 권한도 없고 예산도 없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여가부 스스로 권한과 예산만 좇기 때문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판결했을 때 그리고 지난 4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제작한 성평등 교육용 영상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여가부의 태도를 예로 들었다. 그는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는데 여가부는 환영 성명은 고사하고 오히려 그걸 반대하는 법무부에 동조했다”면서 “여가부에 물어보니 ‘정부부처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답하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성평등 교육용 영상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한다’는 부당한 공격을 받았는데, 여가부에선 당시 ‘그 영상 홈페이지에서 삭제해라’고 종용했다”면서 “최근 이른바 ‘백래시’(성평등·젠더운동에 반대하는 흐름)에 대해 왜 정정당당하게 원칙적인 대응을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여성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성평등이란 원칙을 견지하지 못하고 자꾸 표 계산만 하니까 오히려 논의가 왜곡되고 부당한 공격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별 없이 일하고 차별 없이 누리고 차별 없이 돌보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인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성평등”이라면서 “그 원칙을 위해 제도를 고쳐나가고 국민을 설득하는 책임감을 보여 주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 [배민아의 일상공감] 반전매력 호박 예찬/미드웨스트대 교수

    [배민아의 일상공감] 반전매력 호박 예찬/미드웨스트대 교수

    전원생활 4년 만에 다시 도심으로 탈출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초보 텃밭지기의 게으름에 있었다. 내 손으로 기른 채소를 먹겠다는 야심 찬 생각은 그저 바람일 뿐 근처 마트에서 상자째 쉽게 살 수 있는 모양 좋은 채소보다 관리 비용이 더 들고, 몸도 축나는 게 농사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는 텃밭을 만들지 않겠노라 다짐했는데, 마당 시멘트 미장을 하던 인부들이 여자가 잠시 외출한 사이 마당 한쪽에 깜짝 선물이라며 떡하니 텃밭을 만들어 놓았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선물로 느낄 수 없었고, 억지웃음으로 감사를 표했지만 속으로는 꽃밭으로 사용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다 음식물 쓰레기를 텃밭에 묻어 처리하기 시작했는데, 뿌려 놓은 꽃은 안 피고 불쑥불쑥 먹을 만한 채소들이 나온다. 애써 키우고자 했을 때는 잘 자라지도 않고, 벌레만 먹어 애를 태우더니 공들여 키우지도 않았는데 꽃밭은 저절로 텃밭이 됐다. 채소와 막 자란 잡초와 꽃들이 뒤엉킨 정체성 모호한 텃밭에서도 그들 나름대로 생명을 틔우고자 애쓰는 모습에 언젠가부터 텃밭 채소에 자주 눈길이 가고 애정이 느껴졌다. 그러던 지난 초여름 호박잎 하나가 새순을 틔웠다. 겨우내 창고 안에서 얼어 물러진 호박을 텃밭에 묻었는데, 그것이 발아한 것이다. 호박잎이 하나둘 보이는가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난 잎과 줄기가 어느새 그 지경을 넓혀 테라스 난간을 타고 오르고 드문드문 황금색의 노란 호박꽃이 수줍게 피어난다. 못난이 꽃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난간에 멋스럽게 걸쳐진 넝쿨 속 호박꽃의 자태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장미 못지않다. 크고 넓죽한 얼굴로 이른 아침 환하게 피었다 수줍게 수그러드는 투박함이 어딘가 남 같지 않고 볼수록 정이 간다. 호박 넝쿨을 관상용으로 매일 지켜보던 여자는 호박꽃도 암수가 있어 아침에 잠깐 피어 있는 동안 수꽃에 들어가 온몸에 꽃가루를 묻힌 꿀벌이 암꽃으로 꽃가루를 옮겨 주어야 수정이 되고, 그렇게 수정이 된 암꽃 씨방에서만 호박이 자란다는 남자의 설명을 듣고 교배를 돕는 꿀벌이 자주 찾아와 올가을 호박 풍년이 오기를 기대했다. 지금 여자의 텃밭에는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제 역할을 못 하고 바닥에 떨어진 수꽃의 꽃잎을 떼고 수술 부분을 암꽃이 활짝 피어 있는 이른 아침에 암술에 정성스레 인위적으로 묻혀 준 우리 집 남자, 인간 꿀벌 덕분이다. 이렇게 호박은 다른 열매채소에 비해 까다롭지 않게 잘 자라고 가뭄에도 잘 견디며 병충해도 적어 텃밭 농사에 자신감을 잃은 여자가 다시금 의욕을 갖고 텃밭을 돌보게 만든 신통방통한 작물이다. 열매뿐만 아니라 잎과 씨, 뿌리와 넝쿨손까지 약재와 먹거리로 제공하는 호박은 이야기 속 다양한 상상력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근하다. 넝쿨째 굴러들어 오는 복덩이의 상징이며, 실의에 빠진 신데렐라를 위해서는 황금 마차로, 핼러윈데이에는 ‘잭오랜턴’이 돼 떠도는 영혼들을 안내한다. 며칠 후면 호박 축제, 핼러윈데이가 다가온다. 이천여 년 전 고대 브리튼과 아일랜드에 거주했던 켈트족의 전통 축제인 핼러윈은 그들의 연말인 10월 31일에 제의를 통해 죽은 혼을 달래고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며 음식을 나누고 기괴한 모습의 가면으로 악령을 쫓는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낯선 서양의 풍습이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평안을 빌고 가난한 이웃에게 음식을 베풀었던 기원을 생각해 보면 호박 가면의 의미가 더욱 깊다. 못난이로 박대해도 괘념치 않고 세상은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살아야 하는 법이라고 서로 다독이는 호박 같은 풍요의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 ‘깍두기’외교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나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 ‘깍두기’외교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나

    외교부 국감 ‘장관은 전략회의 멤버냐’에“경제부처 5곳 중 하나가 외교부”라고 답변 경제·외교안보부처 명확히 구분했던 정부한 달 안 돼 외교부를 ‘경제부처’로 만들어 미일은 경제안보부처 통합해 대응 기민한국도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조직 시급미중 전략경쟁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로 ‘경제의 안보화’ 현상이 뚜렷해지자 정부가 장관급 협의체인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전략회의)를 출범시켰다. 위원장은 경제부총리, 나머지 정규 멤버는 경제부처 장관 5명에 국가정보원·국가안전보장회의(NSC)·청와대 관계자 5명 등 10명이다. 경제안보를 논하는 회의체인 만큼 외교부도 들어간다. 다만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외교부의 현 위상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왔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지난 18일 1차 전략회의에 갔느냐면서 이 회의의 주 멤버인지 재차 확인했다. 이에 정 장관은 “경제부처 5곳 중 하나가 외교부”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 회의체가 경제 관련 부처 장관, 외교안보부처 장관 및 NSC 상임위 위원 등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경제 관련 부처와 외교안보부처를 명확히 구분했던 정부가 한 달도 안 돼 외교부를 애매한 ‘깍두기’ 신세로 만들었으니 외교부 장관이 스스로 경제부처 장관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통상교섭본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이관시킨 뒤에도 외교부에는 양자경제외교국, 국제경제국 등 경제외교 부서가 남아 있긴 하다. 교섭권 등 정책 결정권이 없어 비중이 예전만 못 하다. 미국 국무부처럼 경제차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 국무부 경제차관의 카운터파트인 외교부 2차관은 다자외교도 함께 챙겨야 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이러고도 ‘경제부처’라니 서로 민망한 형국이다. 외교부는 8년이 지난 지금도 ‘통상이 없는 경제외교’의 정체성을 똑 부러지게 찾지 못해 고민이 많은 분위기다. ‘재외공관의 해외진출기업 지원에 관한 규정’을 새로 만들어 현지 진출한 기업들을 지원하고 우리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위한 첫발을 뗐지만, 외교관·주재관들의 역량·마인드셋이 그대로이면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정무와 경제 부서 간 칸막이도 견고하다. 그렇다고 외교부를 외교통상부로 돌려 놓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무역, 투자, 과학, 기술 등을 하나의 외교정책 ‘글러브’에 넣으면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은 늘어나겠지만 구속, 제구력, 상황판단능력 등 전체적인 실력이 함께 좋아지려면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경제위원회(NEC)를 중심으로 부처들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말 출범한 ‘미국·유럽연합(EU) 무역·기술협의회’의 미국 측 대표로는 국무부·상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모두 출동했다. 일본도 지난해 4월 국가안전보장국(NSS)에 각 부처 에이스를 집합시킨 ‘경제반’을 만들어 대응해오다 이번에 경제안보상까지 신설했다. 경제 현안에 전략·정무적 판단이 중요해지면서 외교부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외교부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NSC 상임위라도 통상·기술 전담을 두고 글로벌 기술 경쟁의 판도를 조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회의도 이런 맥락에서 출범시켰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가끔 만나는 회의체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TF 위원장은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 조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보따리]건강관리도 가상현실에서 하는 시대

    [보따리]건강관리도 가상현실에서 하는 시대

    13회 : 보험업계에도 부는 ‘메타버스’ 바람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올해 전세계가 주목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란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사용자 간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지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관련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정착 등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산업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선두 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지요. 메타버스는 적용 기술과 적용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 됩니다. 적용 기술로는 크게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레이어를 덧입히는 개념인 ‘증강’과 사용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가상 환경을 제공하는 ‘시뮬레이션’이 있습니다. 또 적용 환경도 사용자가 단순히 주변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 ‘외부(세계) 중심 환경’과 사용자가 아바타 등 시스템 속 행위자의 형태로 존재하는 ‘내부(정체성) 중심 환경’으로 나뉩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에 관심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보험사들도 메타버스를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흥국생명·신한라이프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가입 대표적인 예로 흥국생명은 지난 8월 국내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합류했습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조성 및 확산을 위해 지난 5월 출범시킨 조직입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우리은행 등 300여개의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흥국생명은 메타버스 관련 신기술을 보유한 얼라이언스 내 혁신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가상현실에 익숙한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금융상담, AR·VR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 서비스, 반려인 및 반려동물 친밀도를 높이는 메타버스 기술 등의 신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신한라이프도 지난달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합류했습니다. 이밖에도 NH농협생명,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은 사내 시상식과 신입사원 채용 상담회, 신입사원 교육 수료식, 워크숍 등 다양한 사내 행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DB손해보험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라이브 상담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지난달 30일에는 대학생 서포터즈 ‘드리머’ 8기 발대식을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진행하기도 했고요. 美·英, 앱게임 이용 원격 치료·건강관리도 해외에서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원격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기업 XR헬스는 가상현실 게임을 이용한 물리치료, 스트레스 및 통증 관리,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코로나19 재활 치료 등 다양한 원격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버드 필그림 헬스케어(HPHC), 메디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실드(BCBS), TUFTS헬스플랜 등 미국의 비영리 건강보험회사들은 XR헬스의 원격의료서비스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자사 상품에 메타버스 기술을 포함시키고 있는 셈이지요. 미국 인슈어테크 기업 윙슈어는 AI, 머신러닝, AR 등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보험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농업인에게 맞춤형 보험을 제공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소작농과 보험회사, 보험중개사, 농업기업을 모바일 기기로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농작물 피해 규모를 즉각 확인하고, 보험금 청구가 타당한지 확인해 보험금 지급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윙슈어는 국민 대다수가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다수의 소작농이 외딴 곳에 위치해 보장서비스를 받기 힘든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그런가하면 단체보험 상품을 제공하는 영국 스타트업 유라이프(YuLife)는 단체보험에 게임 앱을 포함시켜, 가입자들이 앱에서 팀을 만들어 서로 경쟁하거나 기록을 공유하고 앱이 제시하는 건강관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발전된 방식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사용자는 앱의 내부세계인 ‘유니버스’(Yuniverse)에서 자신의 아바타 ‘유모지’(Yumoji)를 만들게 됩니다. 이후 앱에서 제시하는 달리기나 명상 등의 임무를 완료하면 특정 브랜드에서 바우처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는 ‘유코인’(YuCoin)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구글핏, 애플 헬스 등 외부 앱이나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서도 건강관리 이력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단체보험에 가입한 직원의 약 60%가 유라이프 앱을 통해 건강관리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 중 46%가 매달 앱을 사용하는 등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라이프는 고객경험의 측면에서 기존 단체보험상품과의 차별성을 인정받아 지난 7월에 7000만달러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상품·사업모형 개발에 활용 모색” 그러나 이같은 일부 시도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보험업계의 메타버스 활용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분석입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각종 행사를 가상공간으로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상품이나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부터 메타버스를 적용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지요. 조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로 볼 때 국내 보험사도 스타트업의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헬스케어 서비스 및 보험상품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메타버스는 기반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험사도 고객 접점 확대를 넘어 새로운 상품 및 사업모형 개발에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법원, 생식능력 제거 수술 없는 ‘성별정정’ 첫 허가 결정

    법원, 생식능력 제거 수술 없는 ‘성별정정’ 첫 허가 결정

    자궁절제술(자궁적출술) 등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남성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과거 외부 성기 재건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남성의 성별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례들은 있었으나 생식능력 제거수술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성별정정 허가가 나온 건 처음이다. 법원은 “자궁적출술과 같은 생식능력의 비가역적인 제거를 요구하는 건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라고 설시했다. 성별정정을 신청한 A(21)씨는 법적성별(지정성별)은 여성이지만 중학교 3학년때부터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했고 이후 남성호르몬요법 치료와 성전환증 진단을 받았다. 2019년엔 양측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자궁적출술이나 양측 난소난관절제술, 남성으로서 외부 성기를 갖추는 수술은 받지 않았다. A씨는 2019년 12월 법적 성별을 남성으로 정정해달라는 신청을 수원가정법원 안산지원에 신청했으나 이듬해 4월 법원은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일부 요소를 지니고 있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법원은 트랜스젠더 남성의 경우 남성기를 재건하는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생식능력을 잃었을 때에 한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2부(부장 문홍주)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트랜스젠더 남성에게 생식능력을 아예 없애는 수술을 강제하는 건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 등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청인은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를 받아오며 성기를 제외한 남성의 신체 외관을 갖춘 상태로 남성으로서 공고한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개인적·사회적 영역에서 모두 남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남성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사 소견에 따르면 신청인이 타고난 성별에 대한 거부감과 치료를 통해 획득한 성별로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렬하다”면서 “현재 모습에 대한 만족도가 과거보다 분명해 여성으로의 재전환을 희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결정을 받아 든 A씨는 “안도하는 마음과 기쁨이 크다”며 “법원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청인을 대리한 공익익권법센터 공감 측에 따르면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이은실 교수는 이번 신청 건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자궁절제술은 트랜스 남성의 성별불쾌감을 해결하기 위한 치료방법 중 하나이긴 하나 모든 트랜스 남성이 자궁절제술을 받는 것을 원하지는 않으며, 남성호르몬을 투약하는 것만으로도 월경이 중지되고 여성호르몬이 남성의 수준으로 억제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 의학을 전공한 의학자의 입장에서 모든 환자에게 (자궁절제술 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를 대리한 백소윤 변호사는 “그간 대부분의 법원이 사회통념을 들어 별 고민없이 성별정정 요건으로 성전환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해왔다”면서 “성별정정 절차가 형식적 요건 구비 여부보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구체적 삶을 봐야한다”고 첨언했다.
  • [서울광장] 이재명과 친문의 마지막 선택/김상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재명과 친문의 마지막 선택/김상연 논설위원

    최근 여론조사 중 흥미로운 대목은 ‘정권교체’ 민심이 다수인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괜찮게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지난 8~9일 여론조사 결과 이번 대선의 성격이 ‘정권교체’(51.5%)라는 응답이 ‘정권재창출’(39.7%)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는 35.8%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33.2%)과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했다. KSOI의 15~16일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35.4%)는 윤 전 총장(37.1%)과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동시에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양호한 모순은 민심이 이 후보의 집권을 어느 정도는 정권교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 후보의 정체성이 민주당 내 비주류이자 친문(친문재인)이 아닌 데서 오는 효과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도 여당 소속이었지만 어느 정도 정권교체 이미지를 줬다. 이명박 정부 임기 초반 이 대통령 측과 강하게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2008년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에서 친이(친이명박)계가 친박(친박근혜)계를 ‘학살’하자 당시 박근혜 의원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제1야당인 대통합민주신당에 버금가는 ‘야당 지도자’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2002년 대선 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대선 후보도 상당 부분 정권교체 이미지를 줬다. 노 후보는 당시 김대중(DJ) 대통령 및 동교동계와 따로 대립각을 세울 필요도 없이 그가 걸어온 길 자체로 비주류였다. 3김 정치 청산 이미지를 가진 그에게 ‘여당 후보’ 프레임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 역시 5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때문에 친문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상당 부분 긍정적 자양분이 된 점이 정치의 아이러니다. 이쯤 되면 이 후보는 ‘박근혜, 노무현의 성공 공식’을 꿈꿀 듯하다. 하지만 비주류 후보가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1997년 대선 때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 이회창 대선 후보는 당시 김영삼(YS) 대통령과 노골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는 아들 비리, 외환위기 등으로 인기가 떨어진 YS의 탈당을 요구했고, YS는 굴욕적으로 당을 떠났다. 결국 이 후보는 대선에서 졌는데, YS와의 관계가 좋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 회자됐다. 그때부터 정치권에선 ‘현직 대통령이 누군가를 대통령이 되게 할 수는 없어도 못 되게 할 수는 있다’는 얘기가 생겼다. 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여당의 정동영 전 의원과 열린우리당 존폐 등을 놓고 대립했고, 둘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정 전 의원은 몇 달 뒤 여당 후보가 됐지만, 대선에서 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졌다. 아무리 힘빠진 집권 세력이라도 그 힘을 모아 주지 않으면 불리함에 빠지는 게 여당 대선 후보다. 박빙의 표차로 승패가 갈리는 대선에서 분열은 무조건 손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의 임기 말에 비하면 양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로서는 신경이 쓰일 만한 수치다. 친문이 최종적으로 어떤 길을 택할지는 그들의 정치적 자유다. 리얼미터의 11~12일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14.2%인 반면 윤 전 검찰총장을 찍겠다는 응답은 40%를 넘었다. 이 40%에는 친문이 상당수 섞여 있을 것이다. 자질 면에서 이재명 후보보다는 차라리 야당 후보를 찍는 게 국익에 낫다고 친문이 판단한다면 그것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후보의 자질, 즉 국익과는 상관없이 그저 문 대통령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이 후보를 미워하는 감정적 판단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친문도 아니고 이재명계도 아닌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2007년 대선과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상기시키며 이렇게 말했다. “일부 친노 세력이 정동영보다 이명박이 되는 게 낫다는 분위기로 안 찍었고, 500만표라는 압도적 차이로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다. ‘누구가 (여당 후보가) 되면 야당이 낫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
  • “역사적 순간” 미 트랜스젠더 차관 ‘4성 장군’ 됐다

    “역사적 순간” 미 트랜스젠더 차관 ‘4성 장군’ 됐다

    “역사적인 순간.” 미국 보건부의 레이첼 레빈(63) 차관보가 미국 역사상 첫 트랜스젠더 ‘4성 장군’이 됐다. 미국 보건부는 20일(현지시간) 그를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의 단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공중보건서비스단은 연방 정부를 대신해 코로나19 백신 관리, 허리케인 사후 피해 복구 등 공중 보건 업무에 주력하는 군 조직으로, 레빈은 앞으로 약 6000명의 인력을 통솔한다. 공중보건서비스단은 美 해군 의무대에서 분화된 조직으로 美 해군 계급과 동일한 군복을 사용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지휘를 받는다. 9년 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한 레빈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주 정부의 공중보건 대응을 이끌었지만,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일부 공격을 받기도 했다. 레빈은 취임 선서에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번 임명이 다양하고, 더욱 포괄적인 미래를 일구는 첫 단계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비에 베케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평등을 향한 거대한 전진”이라고 평했다. 성 소수자 인권단체 및 의료계 관계자들도 ‘획기적인 순간’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당시 펜실베이니아주(州) 보건장관이었던 레빈을 연방 보건복지부 차관보로 임명했다. 레빈은 美 상원이 승인한 최초의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연방 공무원이 됐다. 그는 펜실베니아주에서 보건부 장관으로 일했고, 소아과 의사 출신이다.
  • 문학의 거장 셰익스피어, 제국주의 역사가 낳았다?

    문학의 거장 셰익스피어, 제국주의 역사가 낳았다?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세계적인 대문호로 자리매김해 왔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영어권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우리가 셰익스피어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우리를 창조했다”며 그의 작품을 서구문학 최고 정전(正典)으로 떠받든다. 그러나 이경원(63)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저서 ‘제국의 정전 셰익스피어’(위·한길사)를 통해 이런 영미 비평계의 편향성을 비판한다.최근 서울 연세대 외솔관에서 만난 이 교수는 “독자나 학자들이 셰익스피어의 아우라에 압도되는 경향이 있지만, 셰익스피어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제국주의 역사 속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만들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을 비롯한 영미 비평가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독창성, 중립성, 보편성 등을 강조하지만, 이 교수는 이에 반박한다. 대표작 ‘햄릿’만 해도 12세기 덴마크 작가 그라마티쿠스의 ‘데인족의 사적’ 등 각종 원전의 기본 서사와 내용, 플롯을 짜깁기한 혼성물이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멋있게 버무려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현대적 관점에선 ‘표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대 극작가들은 연극을 권력의 홍보수단으로 사용했던 영국 왕정의 필화를 겪은 경우가 많은데, 셰익스피어는 몸을 사리고 눈치를 보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타협의 귀재’로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흑인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비극 ‘오셀로’는 당시로선 인종 장벽을 넘어선 사랑과 결혼을 소재로 한 파격적 작품이었다. 하지만 주인공 오셀로는 끝내 인종적 타자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야만인으로 죽는다. 이 교수는 “오셀로에게는 햄릿이나 리어왕과 같은 보편적 인간의 번민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인종주의를 꼬집는다. 셰익스피어가 추구한 보편적 인간의 범주는 ‘유럽 백인 남성’에 그치며 결국 인종주의와 제국주의가 밑바닥에 깔렸다는 뜻이다.그는 “셰익스피어는 16세기 유럽의 주변국이던 잉글랜드가 18세기 대영제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영국의 정체성을 대변할 아이콘으로 선택된 것”이라며 “앵글로색슨의 유산을 이어받은 미국 대신 독일이나 러시아가 패권을 이어받았다면, 오늘날 셰익스피어 자리엔 괴테나 도스토옙스키가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개인의 고통을 통해 사회 변화와 역사의 흐름을 읽고 인간 내면의 욕망을 발견하는 셰익스피어의 능력은 탁월하다”며 “셰익스피어를 폐기하기보다 그를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16세기 말 영국은 중세 봉건주의와 근대 자본주의가 충돌했던 시대”라며 “최근 성공한 ‘오징어 게임’도 생존경쟁의 시대상을 반영하듯 위대한 작품은 치열한 갈등 속에서 탄생한다”고 분석했다. 셰익스피어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으로 이 교수는 ‘리어왕’을 꼽았다. 그는 “리어왕은 중세 봉건 귀족과 신흥 중산층의 갈등이 표면화된 르네상스 시기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불안을 가장 잘 재현했다”며 “개인의 고통이 사회 변화와 연계돼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고 일독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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