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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 혼선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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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탈고립 외교」 급급/유엔가입 계기

    ◎서방국들에 관계개선 “추파”/김영남외교부장 10월 영·독등 순방/우리 정부/“남북대화에 성실히 응하고 핵 사찰 수용하면 반대 안해” 북한은 오는 17일 유엔가입을 계기로 영·불·독등 서방국가들에게 관계개선의 추파를 던지는등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북한은 최근 소련사태이후 전 재외공관에 대해 기존의 대남정책은 고수하되 서방국가를 비롯한 모든 국가들과의 관계개선등 전방위외교를 강화하라고 지시한데 이어 10월엔 김영남외교부장의 영국·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등 구주지역순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고위외교소식통은 이날 『북한은 유엔가입과 소련사태로 인해 그동안 사회주의및 비동맹국가들을 위주로 한 일방외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서방국가에 대한 유엔외교강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탈피하려는데 주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의 이같은 「탈고립」기도는 필시 외교정책수행과정에서 혼선을수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김외교부장은 소련사태직후인 지난달 24일 북경을 방문한뒤 이달초 가나에서 열린 비동맹회의참석을 전후해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코트디부아르·이집트를 방문했으며 빠르면 10월중순쯤 구주순방을 하게될 것 같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우리 정부는 「7·7선언」정신에 따라 북한이 우리 우방국과 관계를 개선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전제,『그러나 남북대화의 의미있는 진전과 북한의 완벽한 핵사찰 수용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증감원 기업 공개정책 혼선

    ◎동서가구등 17개사에 종전 규정 적용/부도 몸살속 특혜 시비 불러 이달부터 기업공개요건을 강화한 증권감독원의 공개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 증권감독원은 지난 1일현재 감리를 진행중인 동서가구 등 17개사에 대해서도 강화되기 전의 공개요건을 적용하기로 3일 결정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저하와 함께 특혜시비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공개요건을 적용받은 회사는 동서가구 등 17개사로 ▲자본금 20억원이상 ▲자기자본금 30억원이상의 기준에 따라 상장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앞서 증권감독원은 지난달 23일 기온물산 등 중소기업의 잇따른 부도와 관련,이달 1일부터 기업공개 요건을 ▲자본금 30억원 ▲자기자본 50억원 ▲공개전 3년간의 연평균매출액 1백50억원▲공개직전 연매출액 2백억원으로 강화됐었다. 증권감독원은 당시 경과규정으로 시행일 전에 감리가 종료된 현대상선등 13개사와 감리종료가 확실한 동양보일러 등 2개사에 대해서는 종전의 공개규정을 적용하도록 했었다. 종전의 공개요건을 적용받은 기업은 다음과같다. ▲국제상호신용금고 ▲서울상호신용금고 ▲한국염공 ▲두고전자 ▲한국특수선 ▲한일건설산업 ▲코오롱 엔지니어링 ▲동서가구 ▲대원제약 ▲유린상호신용금고 ▲극동도시가스 ▲(주)대성 ▲우성 ▲성미전자 ▲동일교역 ▲(주)삼익산업 ▲원덕무역
  • 미 국방 정보국이 분석한 「3일정변」

    ◎“쿠데타 D데이는 원래 20일이었다”/고르비가 눈치채자 하루 앞당겨 단행/군부 이견 극심… 옐친 체포·거점장악 지연/야조프등 일부는 작전스케줄 몰라 소련강경파들의 쿠데타는 사전에 치밀한 준비없이 다급하게 진행된데다 정보가 미리 새나가 예정시간을 하루 앞당겨 진행케 됨에 따라 주동자들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고 미국방정보국(DIA)은 분석하고 있다. 미외교정책위원회의 피터 슈바이저연구위원은 22일 뉴욕타임스에의 기고문에서 소련 쿠데타의 실패원인을 두명의 DIA 고위소식통을 인용,이같이 밝혔다. DIA의 분석에 따르면 이 쿠데타는 적어도 초기단계에서는 성공이 틀림없었다는 것이다.소련 내무부와 KGB·군부등 쿠데타 주동세력들은 원래 하루 늦은 20일로 거사일을 계획했으며 만일 그들이 자신들의 시간계획을 변경하도록 강요당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으리라는 것이다. 슈바이저는 이들의 거사과정에서 있었던 의문점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왜 군인들이 19일 고르바초프 구금후 4시간이 지나도록까지모스크바로 향하지 않았는가.왜 쿠데타세력에 심각한 위협이된 옐친을 체포하지 않았는가.왜 모스크바 주요지역에 쿠데타세력에 충성하는 부대 대신에 옐친에게 동정심을 가진 지휘관들의 부대가 동원됐는가.왜 쿠데타지도부가 그렇게 빠르게 와해됐는가. DIA의 분석은 고르바초프가 아마도 크리미아에 있는 동안 쿠데타를 경고받았으며 그 사태를 막기위해 원래 역사적인 신연방조약을 체결키로한 20일까지는 크렘린으로 돌아갈 계획이 없던 그가 19일 갑자기 모스크바로 가려고 했기 때문에 부득이 거사날이 하루 당겨지게 됐다는 것이다. 쿠데타 공모자들은 이때문에 서둘러 거사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옐친 추종자들에 의해 지휘되는 것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인근 주둔부대들을 러시아공화국 건물을 경비케하는등 주요작전에 투입시키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것이다. 이사실은 또 고르바초프의 구금과 모스크바에서의 첫군사작전 사이에 왜 4시간의 갭이 있었는가에 대한 설명도 될것이다.내무부와 KGB에 소속된 충성스러운 정예부대들이 출동하는데는그로부터도 10시간이 더 걸렸다. 주동자들의 결속은 쿠데타가 계획보다 빨리 시작되면서 와해되기 시작했다. 드미트리 야조프 국방장관을 비롯한 다른 군지휘관들은 아마 이미 작전이 개시된 후까지도 앞당겨진 시간계획을 알지 못했던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야조프 국방장관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쿠데타가 시작된것을 알고는 몹시 화를 냈는데 이는 그가 국가비상사태위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축출을 발표한 20일의 기자회견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과 이어서 그가 건강상의 이유로 비상위 위원직을 사퇴했다는 발표에 대한 설명이 될것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대통령에게 거사계획을 미리 귀띔해준 사람이 바로 주동 핵심인 야조프장관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고르바초프대통령이 모스크바로 돌아가려고 시도하기 불과 몇시간 전에 크리미아에서 두사람이 만났다는 것이다. 또 주동자들의 군사작전이 제멋대로 진행됐다는 사실도 지적되고 있다.군대들은 고르바초프 구금 이후 7시간이 지나도록까지 러시아공화국의사당 주변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여 옐친이 자유롭게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용기를 불어넣을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더욱이 옐친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파견된 군부대 가운데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지휘되는 부대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쿠데타 주동자들이 얼마나 치밀하지 못했는가를 알수 있다.막상 옐친을 구금할수 있는 군대들은 10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했고 그들이 도착했을때는 이미 의사당빌딩이 수천명의 옐친 지지시민들에 둘러싸여 손을 쓸수가 없었다. 얼마전부터 쿠데타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과거 고르바초프의 오른팔이었던 전외무장관 셰바르드나제와 전보좌관 야코블레프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KGB와 내무부·군부의 합동훈련이 실시되고 있다는 명백한 근거를 토대로한 것이었다.그러나 그 부대중 이번 쿠데타에 참여한 부대는 거의 없었으며 그들이 참여치 못한 것은 분명 계획된 것이 아니고 주동자들의 혼선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소련의 쿠데타는 사전에 잘 계획된 거사가 아니고 성급하게 급조된 것이었으며 진행과정에서 주동자들의 결속이 와해,실패하게 됐다는 것이다.
  • 상용차시장/삼성,본격적 재시동… 업계 “비상”

    ◎빠르면 새달 일 닛산사 기술도입 신청/삼성중/“진출 허용땐 큰 타격”… 공동대응책 모색/기존 5사 삼성그룹의 해묵은 꿈인 자동차산업진출은 과연 실현될 것인가. 정부가 지난해 8월 삼성중공업의 상용차생산참여를 불허한 지 만1년이 지난 가운데 삼성중공업을 비롯,한라중공업,세일중공업(구 통일)등이 잇따라 정부에 상용차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 기아 대우 쌍용 아세아자동차등 기존 자동차업체들은 삼성등의 상용차사업 신규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등 상용차사업 신규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재연될 조짐이다. 국내 재벌급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기계공업의 총아인 자동차생산이 부가가치가 높고 전후 연관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자동차 1대의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만도 2만개나 돼 자동차생산은 곧 관련산업을 폭넓게 장악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2000년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자동차산업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재벌그룹간에 상식처럼 돼있다. 특히 지난 89년 6월말로 자동차산업합리화기간이 끝나 누구라도 자동차산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정부가 과거처럼 업계에 대해 간섭할 수도 없도록 돼 있다. 삼성이 진출하려는 사업분야는 현단계에서 11t이상의 대형 상용차분야이다.상용차는 승용차와는 달리 수입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품목인데다 경쟁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내수에 치중하고 있는 현 업계판도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게 삼성측 주장이다. 그러나 기존업계의 반발은 매우 크다.지난해 대형트럭 및 특장차의 주문적체현상이 심각했으나 이는 주요 자동차 부품업계의 노사분규로 인한 부품공급차질과 이상 과열된 건설경기에 따른 비정상적인 수요급증에서 비롯됐고 올들어 신도시부실공사파문이후 건설경기가 진정되면서 그동안 주문적체 현상을 보이던 덤프트럭의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들어 삼성의 신규참여는 부당하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과 기존 자동차업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삼성의 승용차진출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기존 업계와의 싸움에서 「판정패」한 삼성은 올10월이후 상용차사업 참여문제를 재론키로 한 정부방침에 따라 오는 9∼10월중 일본닛산사로부터의 기술도입신청서를 다시 상공부에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하고 있다. 이에따라 상공부의 기술도입신청 허용여부가 매우 주목되고 있다.상공부측은 상용차사업신규 참여 허용과 관련,『지난해 문제가 됐던 상용차수급불균형 해소여부,국내 자동차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의 영향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원론적인 방침만을 밝혔다. 지난해 삼성이 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한후 상공부는 허용의사를 밝혔다가 뒤늦게 기존업계의 상용차생산능력을 조사하기 위해 실사반을 구성,각 업체를 순방한뒤 불허결정을 내리는등 정책결정상의 혼선을 빚었다. 기존 업체들은 올해도 「삼성자동차」의 출현을 경계하며 자동차5사의 공동전선을 구축할 움직임을 늦추지 않고있다. 따라서 상용차사업신규허용여부를 놓고 앞으로 재벌의 업종전문화,상용차과잉생산과 장기적인 자동차산업육성등과 관련해 뜨거운 화제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 대형 투자사업/심사위를 신설/내년부터 시행

    정부는 막대한 재정투자가 요구되는 대형투자사업의 경우 사전에 재원조달문제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친후에 추진될 수 있도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을 위원장으로,장관급을 위원으로 하는 가칭 대형투자사업 심사위원회를 신설,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25일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최근 고속도로및 국도·공항의 건설등 수천억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하는 대형투자사업이 구체적인 재원조달방안 없이 정부방침으로 확정·발표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인해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고 보고 이같은 사전심의기구를 도입키로 했다. 기획원은 이를 위해 예산회계법등 관련법규를 보완,각 부처가 타당성을 인정하는 사업이더라도 이 위원회에 상정해 투자우선순위와 완급을 가려 추진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도 대규모 재정투자가 소요되는 사업은 경제기획원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돼있으나 부처간 정책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종합적인 사전심사제도가 마련되지 못해 효율적인 투자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 연봉제/“임금 단순화” 새 체계 모색

    ◎복잡한 수당으로 “가이드라인” 실효 못거둬/총액제로 표준화,왜곡된 지급구조를 개선/기본급산정 난제·불이익땐 반발로 진통 따를듯 최근 임금지급방식을 월급제가 아닌 연봉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둘러싸고 노사간에 찬반 논의가 일고있다. 사용자측은 연봉제가 왜곡된 임금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반면 근로자들은 연봉제가 도입되면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임금인상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먼저 임금이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선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봉제 도입의 배경◁ 연봉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최병렬노동부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연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부터. 이후 최장관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찬간담회에서 이같은 의사를 거듭 밝혔고 경총등 사용자측도 연봉제도입의 필요성을 역설,가시화됐다. 최장관은 또 최근 편집인 협회의 조찬간담회에서 우선 정부·정부출연기관등 관에서 먼저 실시한뒤 민간부문으로 파급시켜 나가겠다는 진일보한 복안을 제시했고 급기야는 18일 국무회의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연봉제도입과 변칙적인 근로자의 이중 임금체계 개선등을 범정부차원에서 본격 추진해 나가기로 하고 「임금관계 대책위원회」를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무위원들은 정부의 한자리수 임금정책에 따라 통상임금(기본급+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수당)기준으로는 한자리수 임금인상률이 지켜지나 노사협상과정에서는 각종 수당신설 등으로 실제로 받는 총액기준으로는 두자리수를 넘고 있다면서 이같은 실질인상률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면 별문제가 없으나 오히려 과소비와 물가인상을 부추기는 등 역효과를 내고 있는게 현실이라면서 연봉제도입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연봉제 실시가 갑작스럽게 등장하게 된 것은 정부가 연초부터 강력하게 추진해온 한자리수 임금억제정책이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로 인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된다. 즉 대외적으로는 기본급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한자리수로 묶었으나 내부적으로는 각종 수당신설과 인상,특별상여금지급 등의 편법을 써 임금가이드라인정책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임금체계가 더욱 왜곡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한국노총이 지난 5월17일 산하노조의 임금교섭현황을 집계·발표한 임금타결현황에 따르면 기본급기준 16·4%∼19·46%의 인상률을 보였으며 상여금·각종수당을 포함할 경우 3∼5%의 추가적인 임금인상이 있었다는 것. 노총은 또 당시 부동산과 물가상승 등으로 정부의 임금억제정책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아 상여금지급률의 인상,주택·교통·물가수당 등 새로운 수당의 요구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실정은 정부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정부투자출연기관 등에서도 드러나 기본급기준 9·9% 임금인상을 발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두자리수 임금인상효과를 가져왔다. ▷연봉제개념의 혼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연봉제가 순수한 의미의 연봉제인지 아니면 임금인상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변형된 연봉제인지 아직 그 분명한 개념정립은 돼 있지 않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으로는 최노동부장관이 말한 「총액임금제」정도이다. 즉 근로자가 연간 지급받는 각종 수당·상여금 등을 모두 합해 12개월로 나누어 이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하겠다는 정도이다. 임금지급방식도 현재로서는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문제점◁ 임금은 무엇보다도 보수성과 경직성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현재 지급받는 임금보다 상향조정되면 별 문제가 없지만 지급방식 변경으로 일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경우 반발이 거세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 또 기업주 역시 임금지급방식 변경으로 인건비 상승등 부담이 올 경우 임금지급방식 변경을 꾀하지 않을 것이다. 「연간 총액임금제」를 도입하더라도 기본급 산정 등의 난제가 가로놓여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기본급이라는 고정급의 비율이 낮고 시간외수당 등 각종 수당으로 임금을 보전해 주고 있는 현행 임금체계로서는 더더구나 실시가 어렵다. 「총액임금제」실시로 기본급비율이 현재보다 높아지면 기본급과 연계되는시간외수당이 많아져 근로자는 이득을 보게 되지만 기업주측의 부담은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직무·직능에 대한 평가가 공정화·과학화돼 있지 않은 현재의 인사·노무관리체계로서는 연봉제 도입시 사사건건 근로자들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크다. 현재처럼 월급·상여금지급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연간 지급받는 총액임금을 12로 나눈것을 매달 지급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의된 것이 없다. 연봉제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경총역시 현재 검토단계일 뿐이기 때문에 명확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한 의미의 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기업주측의 부담이 많기 때문에 기본골격은 노동부가 밝히고 있는 총액임금제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능력에 따라 연지급 총액 결정 ▷연봉제란◁ 시간급 개념을 띤 연봉제란 현행 임금결정방식과 달리 프로야구선수와 같이 각 근로자의 능력에 따라 1년단위로 총임금 지급액을 결정,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등 전문연구기관과일부 재벌의 전문직및 판매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다. ◎미선 관리·전문직 중심 보편화 ▷외국의 예◁ 미국은 구인광고난에 연봉 2만달러라고 명시될 정도로 관리직·전문직을 중심으로 연봉제가 보편화 돼 있다. 이는 직무·직능에 대한 평가와 분석의 잣대가 이미 체계화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1천인이상 사업체에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20∼3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전통적인 임금체계가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에 따라 지급하는 관행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경총의 입장/“보수기준 합리화… 경영능력 제고” 경영계는 최근 우리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극히 복잡하고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공정한 임금체계로 고쳐나가는 것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연봉제란 지난해의 실적과 총임금수입을 중심으로 앞으로 1년간의 총연봉을 노동자와 사용자가 함께 결정하는 방식이다. 연봉제가 도입되면 경영감각과 경영능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연공주의로부터 능력주의로 옮아갈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을 뚜렷이 파악할수 있어 연간 총인건비를 전제한 경영전략을 세울수 있다. 현재의 임금인상 관행으로는 사용자측의 부담이 크다. 임금교섭에서 임금을 올리고 단체교섭에서 수당·상여금신설 등의 편법이 발생,낭비적인 요인이 많다. 따라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임금관리를 합리화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노총의 입장/“개념모호… 우리 현실엔 시기상조” 연봉제 개념이 분명하게 정립돼 있지않은 현상황에서 가부를 논할 수 없지만 현재의 우리나라 임금수준이 생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미루어 볼때 시기상조다.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봉제는 왜곡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합리화하여 노동자 임금수입의 안정성을 높이고 합리적이고 근대적인 노무관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측은 먼저 연봉제도입보다는 수당중심의 현행 임금체계를 기본급중심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노동부에서 밝히고 있는 연간 총액임금제는 직무·직능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여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노동강도를 강화하겠다는 새로운 노동통제 전략의 하나일 뿐이다. 또 연봉제 본래의 개념과 동떨어진 총액임금제는 임금인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 “돈 안드는 선거로 정치발전 이룩”/여야 총재회담

    ◎공영제확대등 제도개선 합의/내각제문제 상호 입장 타진/균형있는 인사정책… 지역감정 해소/유엔총회 동행 의견접근 노태우대통령은 16일 상오 청와대에서 김대중신민당총재와 조찬을 겸한 여야총재회담을 갖고 오는 9월 남북한이 동시가입하는 유엔총회에 함께 참석키로 일단 의견을 모았다. 노대통령은 이날 김총재에게 『9월 유엔총회에서는 우리가 유엔에 가입하는 역사적인 자리가 된다』고 말하고 『이같은 역사적인 순간을 대통령과 야당총재가 자리를 같이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유엔참석동행을 제의했다. 이에대해 김총재는 『개인적으로 유엔동행을 찬성한다』고 일단 동의를 표시한 뒤 『당론을 물어 최종적인 답변을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손주환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신민당의원들은 회담후 노대통령과 김총재의 유엔동행참석을 대부분 지지하고 있어 당론으로 채택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과 김총재는 선거구제 및 선거운동방법개선문제에 대해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를꾀하고 정치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어떤 제도가 합당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중·대선거구제의 채택이든 현행 소선거구제의 보완이든 현재의 폐단을 개선토록 노력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노대통령은 『선거운동방법도 성숙된 국민의식과 변화된 사회상에 걸맞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개인연설회의 확대,TV·신문 등을 통한 유권자와의 접촉확대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과 김총재는 내각제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었으며 노대통령은 김총재가 국민이 원한다면 내각제를 실현시키겠느냐고 물은데 대해 『김총재가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적 합일점을 찾으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볼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내각제추진의사를 묻는 김총재의 질문에 처음에는 『국민 대다수가 내각제를 원하지않는 상황에서 내각제 개헌은 할수도 없을 뿐아니라 추진해서도 안된다는 나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내각제개헌문제는 정치권 보다는 국민의 의사가 더 중요하며 더 이상의 논의는 혼선만 초래할 뿐』이라고 기존 입장을 밝혔다. 김총재는 국회로 돌아와 기자들과 만나 내각제개헌과 관련해 노대통령으로부터 어떠한 감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노대통령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추진은 안하지만 그럴 환경이 조성되면 개헌을 추진할 심정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그러나 『내각제개헌에 반대하는 우리당과 나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국민이 원한다면 내각제개헌에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국민이 그렇게 원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노대통령은 정치자금법 개정문제와 관련,▲선거공영제 확대를 위한 선거비용의 국고부담 확대 ▲선거때 정당에 대한 국고지원금 추가 배분 ▲지정기탁금제도도 야당에 몫이 돌아가도록 당에 검토토록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지역감정해소를 위해 인사정책의 균형을 꾀하겠다고 말하고 『여야가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을 당부했다. ◎김 대표도 동행 추진 노태우대통령이 오는 9월하순 유엔총회기조연설을 위해 유엔을 방문할때 김영삼민자당대표최고위원과 김대중신민당총재 등 여야대표의 동행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호민자당원내총무는 16일 노대통령이 청와대회담에서 김총재에게 유엔동행을 제의한 것과 관련,『김총재 뿐만 아니라 김대표도 동행하게 될 것으로 안다』고 전하고 『노대통령과 함께 여야대표가 나란히 유엔에 참석할 경우 통일문제에 관한한 여야가 따로 없다는 초당적 지지입장을 국제적으로 분명히 할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역감정 여·야가 함께 풀자”/청와대회동서 오고간 얘기들

    ◎총선일정등 논란은 정국안정 해쳐/노/TV·라디오 우리만이라도 개방을/김 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총재가 16일 청와대회동에서 나눈 대화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남북한교류◁ ▲김총재=TV·라디오를 남한만이라도 일방적으로 개방하고 재야·학생단체의 방북을 허용하는 것이 좋다. ▲노대통령=재야 및 학생단체가 정부승인을 얻고 방북하는 문제를 긍정검토하겠다. 평화시 및 평화공원조성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 ▷유엔가입◁ ▲노대통령=유엔가입의 역사적인 순간인 9월 유엔총회에 대통령과 함께 야당총재도 참석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대외적으로 초당외교를 과시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유엔에 관한한 정부와 야당이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김총재가 나와 동행하는 것이 어떠냐. ▲김총재=개인적으로 찬성하지만 당론을 물어 최종적인 답변을 드리겠다. ▷남북한 정당교류◁ ▲김총재=정부는 체육·종교·문화·여성·경제 등 모든 교류를 적극 권장하면서 정당간의 교류만은 아직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노대통령=북한이 지난해 1월부터 남북국회회담준비접촉에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간 접촉을 허용할 경우 남북국회회담은 완전히 폐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정부간 교류에 지장없는 것을 전제로 점진적으로 교류문제를 검토하겠다. ▷선거제도 개선◁ ▲김총재=선거공영제를 실시해서 돈 안쓰는 선거를 해야한다.또 선거운동의 자유는 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선거공영의 비용은 국고지출을 주로 하되 입후보자도 어느 정도 납부케 할 수 있다. ▲노대통령=선거제도 변경문제는 기본적으로 여야가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다.다만 앞으로 중첩된 선거일정을 감안할때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는 국민의 바람이며 국정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정치발전차원에서 합리적인 제도창출에 노력해야한다. 중·대선거구제로의 개선이든 소선거구제의 보완이든 현행제도의 폐단을 개선하는 쪽으로 여야가 중지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운동방법도 성숙된 국민의식과 변화된 사회상에걸맞는 방향으로 개선돼야겠다.특히 개인연설회의 확대,TV·신문을 통한 유권자와의 접촉확대가 바람직하다.현행합동연설회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공정한 경쟁을 벌일수 있도록 선거공영제가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정치자금 분배◁ ▲김총재=여당의 정치자금독점은 여야의 동반자관계는 커녕 야당의 존립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정당에 대한 국고지급액수를 대폭 늘리고 선관위기탁금제도를 없애거나 비지정기탁으로 해야한다. ▲노대통령=선거공영제 확대를 위한 선거비용의 국고부담증가는 있을수 있으나 정당운영자금을 국고에서 보조하는 것은 위헌시비가 제기될 소지가 있으며 따라서 대폭증액은 국민적 거부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다만 선거때 국고지원금을 각 정당에 추가배분하는 문제를 검토하도록 당에 지시하겠다.후원회제도의 운영도 야당에 도움이 되도록 돕겠다.지정기탁금제도도 야당에 몫이 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내각제개헌◁ ▲김총재=국민들 사이에서는 과연 내각제개헌이 완전히 포기되었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노대통령=지난 5월28일 밝힌대로 지금 국민대다수가 내각책임제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내각제개헌은 할수 없을 뿐만아니라 추진해서도 안된다는 나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 이 문제는 정치권보다 국민의사가 더 중요하며 더이상의 논의는 혼선을 초래할 뿐이다. ▲김총재=대통령께서는 임기중 내각제개헌을 국민이 원한다고 볼때 이를 실현시킬 것인지 안할 것인지 분명히 해달라. ▲노대통령=김총재가 내각제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적 합일점을 먼저 찾으라.그때가서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정치일정◁ ▲김총재=국회의원선거는 마땅히 지난 13대와 같이 4월에 실시되어야 한다.1월에 실시하면 5월말 13대국회 임기가 끝날때까지 무려 4개월동안 국정의 공백이 생긴다. ▲노대통령=정부여당으로서 내년선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므로 아직까지 구체적인 검토를 해보지 않았으나 선거비용을 줄이고 국정운영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선거일정을 잡는 것은 필요하다.선거일정의 조기논의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고 국민정서에도 맞지않다.그리고 국회의원선거와 단체장선거는 법에 시행일정이 명기돼있다. 법이 정해놓은 것 이상의 분명한 일정이 있을수 없다. ▷지역감정 해소◁ ▲김총재=인사와 지역개발정책상의 차별을 철폐하는 동시에 대통령이 앞장서는 범국민적인 지역대립해소운동을 전개,인간적인 차별까지로 확대된 현실을 바로 잡아야한다. ▲노대통령=지역감정해소문제는 나의 선거공약에도 포함돼있다.최근 실시된 두차례의 지방의회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인들이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경향이 없지않다.앞으로 지역간 인사정책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계속 노력하겠다.지역감정해소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여야가 함께 모색해나가자. ▷구속자 석방◁ ▲김총재=구속중에 있는 정치범을 석방해야 한다.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안기부법을 개정하는 것은 물론 명실상부한 경찰중립의 결단을 내려야한다. ▲노대통령=재야인사 석방문제는 정치적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법질서를 파괴한 형사범에 대해서는 공정한 재판에따라 법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농축산물 개방◁ ▲김총재=농축산물 개방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이에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농민들이 믿을 수 있게 세워 발표해달라. ▲노대통령=한미정상회담에서 농축산물개방과 관련,압력을 받은 일이 없다.쌀시장개방문제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고수하겠다.
  • 영어를 일찍 가르치려면(사설)

    95학년부터 영어가 국민학교의 정규 교과로 채택될 모양이다.영어교육의 조기화 계획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국수주의적 발상으로 민감하거나 편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세계가 점점 좁아져서 지구가 이미 하나의 촌락규모로 협소해졌다는 것은 우리가 날마다 실감하고 있는 일이다.그런 가운데 영어는 국제어로 통용되고 있으므로 생활용품의 설명서 하나를 보기 위해서도 영어는 필수조건이게 되었다.현대생활을 영위하는 개인에게는 물론 국가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국민의 영어해득력은 국력을 신장하고 경제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컴퓨터로 통신을 교류하고 정보를 수급하는데 있어서도 영어를 젖혀놓고는 그 진전을 단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영어능력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영어교육의 목표로 대두되는 일은 마땅한 일이다.언어란 본디 13살이전에 정착해야 일생을 통해 지워지지 않는 확실한 뿌리내림을 할 수 있다고 한다.또한 그 시기이전이라야 가소성이유연한 시기여서 효율적인 언어교육이 가능하다는 것도 통설이다.이런 이유로 해서 13세이전의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국민학교 교육과정에 영어를 정규교과로 포함시키기로 하는 교육정책이 채택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같은 경위를 감안할때 영어과목의 조기교육에는 큰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다만,영어라는 외국어가 국민학교 과정에서 채택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일이 있음을 지적한다. 첫째,국민학교교육에 있어서의 국어교육의 문제를 들 수 있다.철자법·문법에서 아직도 혼선을 빚고 있고 작문교육과 말하기 교육이 거의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과밀학급 탓으로 첨삭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독서교육 또한 대단히 부실하다. 모국어교육의 부실한 현실에 대한 깊은 반성이 먼저 있고 거기에 더해서 외국어교육이 실시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둘째로는,외국어교육의 조기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교사인력이 확보돼야 한다.국민학교 학생에게 맞게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수요원은 특별양성을 필요로 한다.그점에 대한 확실한 정책이 세워져 있지 못한 현실에서 「95학년도부터의 실시」란 불안감을 준다. 또다른 문제는 전체적인 영어교육체계에 대한 반성과 진단작업도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중학교이후 대학까지 10년동안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 앞에서 입을 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자기반성만으로 조기교육을 도입한다는 것은 위험하다.지난 시대에 우리가 해온 외국어교육이 외국어를 학문적으로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강점이 되고 있다는 설도 있기 때문이다. 성급하고 사려깊지 못한데서 오는 또다른 실패가 교육분야에서 거듭되는 일은 사전에 방지되어야 할 것이다.
  • 급진파 옐친,러시아공 대통령 당선 따라 대소 경협방향 재점검

    ◎무역업계,차관상환등 혼선 예상 소련내 급진개혁파인 보리스 옐친의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당선에 따라 재계는 대소 경제협력 추진방향을 재점검하는 등 소련내 정국구도와 대외 경제정책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15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옐친이 자원개발·대외수출·경협 등에 관한 러이사공화국의 독자노선 추구의사를 밝힘에 따라 30억달러에 이르는 대소 경협자금의 채권·채무문제 등 대소 경협전반에 걸쳐 단기적으로 혼선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대소 경협자금 가운데 이미 소련과 협의가 끝난 올해분 8억달러의 소비재 차관이 러시아 등 각 공화국들의 사용참여 요구에도 불구,연방정부에 의해 용도가 확정돼 행정권 등의 권한 이양에 따른 소련 연방정부와 공화국정부간의 마찰이 심화될 경우 채무변제창구의 일원화 문제가 한소 경협의 새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연방정부의 권한이 이양되면 대외 채무도 함께 공화국에 넘겨지는 것이 상례이자만 각 공화국들이 이에 반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대외 무역 관련업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이 연방정부측과 소련 진출을 모색해왔으며 이미 연방정부와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은 공화국정부와 다시 계약을 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소 투자 진출과 교역의 대부분이 러시아공화국을 상대로 해온만큼 한국과 러시아공화국간의 경협은 장기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주소만으로 찾을 수 있는 「길」(사설)

    건설부에서는 전국의 도로표지판을 알기 쉽게 바꾸고,서울시는 도로변 건물간판이나 관공서현판에 지번표시를 의무화해갈 방침이라고 한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도로표지나 지번이 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만한 규모의 세계의 도시 중에서 서울처럼 집 찾기가 어려운 도시는 없다. 택시를 타면 기사에게 가려는 지점 주소를 대주고 가자고 하는 풍속이 몸에 배어 있는 나라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이 복잡하고 불가해한 것이 한국도시의 지번체계이고 그 중에서도 서울이다. 워낙 오래된 구도이고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식민지정책,전화로 인한 파괴와 재건따위의 격변을 거치느라고 도시개발이 체계있게 진행된 적이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약점이기는 하다. 그래서 한 동네가 무작정 이어지면서 같은 지번의 집이 수도 없이 얽혀 있어서 미궁속 같은 경우도 많다. 이런 부조리함은 하루아침에 개선되기가 어렵다. 소유주가 각각인 주민들이 살고 있는 기왕에 형성된 행정체계를 유지해 가고 있으므로 일시에 변혁을 할 방법이없는 것이다. 그런 조건 아래서 생각해낸 것이 도로변 건물이나 간판에 그 지점의 지번을 표시한다는 발상인 것 같다. 이 정도의 아이디어는 진작에 실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 정도라도 제대로 나타난다면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도로표지판의 경우에도 기존의 것은 혼선을 빚기가 쉬웠다. 이를테면 공항서 시내로를 들어설 경우 「시청」방면을 가리키는 표지나 표지판이 도로위에 또는 이정표로 그려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한참 가다보면 「시청」은 빠지고 다른 방향만 표시되어 나온다. 「시청」을 모르는 사람이면 시청이 이미 지나갔다는 뜻인지 앞으로 계속 가야 한다는 뜻인지 알기가 어렵다. 새 표지판은 이런 부적한 점을 보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개정작업에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수명이 다해 바꿔달아야 할 표시판부터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개체작업에 따르는 의혹 같은 것이 따를 수도 있다. 또한 이처럼 한 번씩 바꿀 때마다 막대한 예산이 축나고 엄청난 낭비도 따를 수 있는 일이므로치밀하고도 효율적인 검토 끝에 개정작업을 펴야 한다. 기왕의 「표식행정」을 통해 시민이 느껴온 불평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모든 불편이 우리의 도시가 지닌 근본적인 조건 때문에 개선 불가능한 것도 많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조건 속에서도 개선될 여지는 많이 있었다. 시민생활에 대한 배려와 연구가 정성스럽기만 하다면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눈높이,글자의 크기 빛깔 등에 따라서도 부분적인 개선이 가능하고,현장답사가 조금만 있었어도 달라질 수 있는 표지 내용도 많이 있다. 특히 한자투 용어의 난해함 따위로 뜻이 전달되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가로수의 잎이 없을 때에는 잘 보이던 신호등이,잎이 우거지면 잘 안보이는 경우도 있다. 도시행정은 이런 것까지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지번표시의 경우에도 성의있게 알아보기 좋으면서도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게 하는 아이디어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지하철역이나 공원근처에 세워둔,지역을 그린 약도 위에도 표적이 되는 지점의 지번이 들어가도록 한다든지 적당한 위치에 지번표지판을 세우는 방법도 곁들일 만하다. 하려고만 들면 시민의 불편을 들어줄 방법은 사방에 널려 있다. 그런 노력이 도시의 국제적 위상을 격상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 “총리임명 결정…귀국하라” 잠비아에 급전/정원식 총리 발탁 뒷얘기

    ◎장·단점 2시간 숙의… 행정경험 중시 낙점/“거부감 없는 인물…”… 당직자들 천거도 한몫 정원식 총리의 탄생은 「이동중지」 급전 8시간 만에 이뤄졌다. 총리 후보 3배수 압축순간에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었고 노태우 대통령의 낙점이 찍혔을 때 『곧바로 귀국 비행기를 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노 대통령은 23일 상오 본관집무실에서 정해창 비서실장으로부터 김영일 사정수석 등 관계비서진이 마련한 총리 후보명단을 놓고 심사숙고 끝에 『행정경험과 소신이 뚜렷하고 국민에게 거부감이 없는 사람으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피력. 비서실에서 최종 정리한 총리후보안은 정원식 전 문교장관·최호중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조순 전 부총리·현승종 한국교총 회장·고흥문 전 국회부의장 등 5명이었다고.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같은 결심에 따라 행정부 경험이 없는 현 교총 회장과 고 전 부의장은 일단 탈락. 노 대통령은 3배수로 압축된 명단을 두고 다시 장고에 들어가며 『하오에 다시 보자』고 했던것. 이에 이병기 의전수석 등은 대통령의 낙점에 대비,압축대상자의 현위치를 파악토록 했는데 문제는 대통령 특사로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중인 정 전 장관과의 연락관계. 관계관은 정 특사가 나이지리아 케냐에 이어 잠비아방문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나미비아로 이동할 예정인 것을 알고 『총리 후보 최종명단에 포함된 것 같다』는 대강의 분위기만 전하고 『가부간에 통보를 할테니 현재의 위치에서 일단 대기해 달라』고 전달했는데 이때가 하오 1시쯤. 노 대통령은 하오 6시쯤 집무실이 아닌 관저로 정 실장을 불러 세 사람의 후보를 놓고 발탁에 따른 여러 가지 장단점을 2시간 가까이 검토한 끝에 정 전 장관에 낙점. 이에 따라 이 의전수석은 하오 9시쯤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의 우리 대사관에 대기하고 있던 정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에 임명되셨다』고 공식 통보. 이에 정 신임 총리 내정자는 자신에게 과분한 일이라며 대통령에게 재고해 달라고 겸사했다는 후문. 이 수석은 그러나 『대통령의 결정은 확고하고 최종적인 것』이라며 서둘러 귀국해 달라고 요청. ○…정 신임 총리서리는 노재봉 총리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되면서부터 유력한 후보자로 지목돼왔던 것. 정 총리서리가 인선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한 것은 그가 88년 12월부터 2년간 문교부 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보여준 업무대처능력,그리고 인품이 중후하면서도 친화력이 뛰어난 점을 노 대통령이 높이 샀기 때문. 노 대통령은 정 총리가 지난해말 장수 케이스로 문교장관을 물러날 때 세종대 학내분규 당시 학생들로부터 봉변을 당해가면서도 흔들림없이 학내시위를 대처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조금만 기다렸다가 나를 더 크게 도와달라』는 각별한 위로 겸 당부를 했다는 것. ○…최호중 부총리와 조순 전 부총리도 막바지까지 유력하게 검토되었으나 최 부총리는 앞으로 남북관계의 중요성에 비추어 계속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점이 고려되었고 조 전 부총리는 최각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같은 강원 출신이어서 총리·부총리가 동일지역 출신이라는 점이 감안된 데다 현재의 경제정책기조에 자칫 혼선을 빚을 우려가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고. 노 대통령이 인선구상에 착수하면서 제일 먼저 거론된 인사로 최영철 대통령정치특보. 특히 민자당 주변에선 최적임자로 손꼽혔는데 정치적 색채를 가급적 배제하는 총리로 인선의 가닥이 잡히면서 배제되었던 것. ○…정 전 문교장관이 총리로 발탁된 데는 민자당 주요 인사들의 천거도 한 몫을 했다는 후문.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의 주례 정례회동에서 조기개각의사를 굳힌 뒤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이춘구 의원 등을 잇따라 단독 면담해 후임 총리인선내용을 협의했는데 정 전 문교장관에 대해서 모두가 거부감이 없었다는 것. 당측에서는 후임 총리를 「원로형」과 「실무형」으로 나눠 각각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청와대비서진들이 당측 입장을 감안,「실무형」의 발탁을 집중검토했다는 전문.
  • 서한 발송 자제촉구/외무부,김 총재에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14일 논평을 발표,『우리의 유엔가입 문제와 관련,신민당의 김대중 총재가 지난 8일 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낸 데 이어 이번에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국제관례에도 없을 뿐 아니라 국가의 주요 정책수행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는 처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가의 주요 외교정책에 대한 구체적 추진방안에 관하여 정당차원에서 의견이 있더라도 이는 국내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시되어야 하며 대외기관에 대하여 직접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정책수행 혼란초래”/민자,김 총재 서한 논평

    민자당의 박희태 대변인은 14일 신민당 김대중 총재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유엔가입 문제와 관련한 서한을 보낸 데 대해 논평을 발표,『이는 국제관례에도 없을 뿐 아니라 국가의 중요 정책수행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는 처사』라고 말하고 『국가의 주요 외교정책에 대한 구체적 추진방안이 있더라도 그것은 국내의견 수렴과정에서 제시되어야 하며 대외기관에 직접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쌀 개방” 큰 파문/박수길대사 “불가피” 발언설 안팎

    ◎UR 협상카드냐 여론 떠 보기냐/상공부등 “사실무근”… 해명에 진땀/“생사걸린 문제다” 농민단체 반발/“쌀 내놓고 나면 지킬게 뭐 있나”… 논리적 모순 지적도 국내 쌀 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박수길 주제네바 대사의 23일자 발언이 일파만파의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와 농민들은 물론 집권여당인 민자당까지 발끈하고 나섰다.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경제기획원도 서둘러 박 대사의 발언을 부인하며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민자당 소속 농림수산위 의원들은 24일 조경식 농림수산부 장관과 간담을 가진 자리에서 박 대사 발언의 진위를 집중적으로 캐묻고 박 대사를 소환하거나 보직을 변경토록 촉구하는 등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쌀을 둘러싼 정부의 방침이 과연 어떤 것인지 파동의 경위를 알아본다. ○…박 대사는 제네바 대사로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상시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브뤼셀에서 열린 UR회담의 경우처럼 관련부처의 장관들이 출장을 가지않는 한 현지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식대표이다. 재외 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중인 박 대사는 23일 외무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현재의 UR협상 추이에 비춰 볼 때 『쌀도 시장의 3∼5%는 개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 동안 쌀은 물론이고 그밖의 몇개 농산물은 절대 개방을 못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해온 정부의 기존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외무부는 박 대사 발언의 일부를 확대해서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협조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농림수산부는 즉각 외무부 통상국장 및 박 대사와 통화를 한 뒤 『쌀 등 기본 식량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개방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라는 기존방침을 재확인,발표했다. 농림수산부는 이 발표에서 『특히 쌀에 관해서는 관세화는 물론 최소 시장개방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박 대사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일부 신문이 그의 발언을 대서특필하자 외무부도 24일 해명서를발표,박 대사가 『쌀을 포함한 일부 주요품목은 개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최근 미국과 일본간의 교섭동향으로 미루어 볼 때 일본이 쌀에 관해 3∼5%의 최소 시장접근을 인정,쌀 시장을 불가피하게 개방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제네바의 분위기』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가능성을 감안해서 만반의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박 대사 발언의 파문이 가라앉을 무렵인 24일 상오 이봉서 상공부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이 입전돼 꺼져가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국제적인 무역규범을 다루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서 농산물협상을 재개하면 한국이 『쌀문제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미국에 매우 협조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이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는 통신기사가 들어온 것이다. 상공부는 로이터통신의 이 기사가 전혀 엉터리라고 즉각 해명했다. 이 장관이 23일 워싱턴에서 합동기자회견을 가졌으나 농산물 시장개방 계획과관련,쌀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한 바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대해 『쌀 수입문제는 국내 정치·사회적 어려움을 감안해야 하는 민감한 문제이며 농산물 수입자유화 계획과는 별도로 취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수많은 외국기자 외에 한국기자들도 여러 명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공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같은 혼선이 이어지자 농림수산부가 경제기획원에 관계부처 회의소집을 요구했고 기획원은 서둘러 농림수산부 발표와 똑같은 내용의 정부방침을 재확인해야 했다. 농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민자당도 노발대발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에 설치된 수입개방대책위원회는 강태언 위원장(충남 아산 원예조합장)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6백50만 농민의 생존권이 걸린 쌀의 수입개방을 결사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결국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적인 애드벌룬으로 의심하는 시각도 없는 게 아니다. 내부적으로 이러한 방침을 정해 놓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슬며시 여론을 떠본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박 대사가 현재 맡고 있는 역할 때문에 제기되는 추측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 중 『쌀 시장의 3∼5%는 개방하고 나머지 품목은 개방을 유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구절에는 논리적 모순이 포함돼 있다. 우리의 경우 쌀을 개방하고 나면 유보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공산품의 경우 이미 수입자유화율이 1백%인데다 농산물 가운데서도 쌀을 양보하고 지켜야 할 다른 품목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가 펄펄 뛰는 분위기를 봐도 이번 파문이 의도적으로 주요정책을 흘린 케이스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쌀 농사는 농민소득의 절반 이상,농경지의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히 우리 농민들의 밥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직자들의 신중하고 사려깊은 처신이 아쉽다고 하겠다.
  • 청와대 정당대표·3부요인 대화내용

    ◎“대소의존도 높은 북한,곧 노선 수정”/여·야,개혁입법 원만한 타협 기대/김 대표/「대소조약」 발표 혼선 안타까웠다/김 총재 ▲노태우 대통령=오랜 만에 만났습니다. 제주도에 가보니 유채꽃이 만발했더군요. 신민당의 창당을 축하합니다. 그간 민주화와 국가발전에 기여한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영입하셨더군요. 이번 창당을 계기로 정당이 국민 속에 뿌리박고 신뢰받는 풍토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그 동안 김 총재(김대중 총재)께선 팔당과 동대문시장에도 가고 대덕단지에도 가시고 바쁘시더군요. ▲김대중 신민당 총재=바쁘시기야 대통령께서 더 바쁘실텐데요. ▲노 대통령=이번 한소정상회담은 우리 국민들과 이 자리의 여러분들이 잘 뒷받침해주셔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소련 국가원수로 남북한을 통틀어 사상 처음의 한반도 방문이라 큰 뜻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였습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성과에 대단히 만족했습니다. 특히 소련측이 우리 입장을 수용,한소가 협력을 가속화하는 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확신했어요. 이번 회담과 관련하여 먼저 두 가지의 잘못 전달된 사항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소련측이 20억달러의 추가지원을 요청했다는 일부 외신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이는 전혀 근거없는 것으로 외국 언론의 악의적 보도입니다. 기존의 30억달러 이외에 한 푼도 더 기대를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추가요청은 더더욱 하고 있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의한 한소 우호협력조약 문제입니다. 소련은 사회주의국가뿐 아니라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서방국가와도 그같은 조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조약 내용문제는 양국 외무장관끼리 협의를 하도록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문제로 미일 등 전통우방과 관계를 걱정하는 것 같은데 기우에 불과합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서방국가들도 작년에 소련과 이같은 조약을 맺고 과거의 적대관계를 청산했습니까. 혹시 소련이 우리와 군사동맹을 맺자는 것이 아닌가고 오해도 하는 모양이나 역시 기우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소련과 군사동맹을 맺을 수 있겠습니다. (이상옥 외무장관이 약 10분간 한소 제주정상회담 결과를 보고한 뒤 참석자들은 오찬에 들어갔다). ▲김 총재=소련의 국내정세가 불안한 것 같은데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어떻게 설명했습니까. ▲노 대통령=내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훌륭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 소련의 정정불안을 솔직히 털어놓고 자신의 고민을 거리낌없이 얘기하는 점이었습니다. ▲김 총재=고르비의 소 국내입지는 어떤가요. ▲노 대통령=내가 미국 언론인을 만났더니 소련의 실정으로 보아 하느님이 다스린다 해도 고르비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고르바초프 대통령한테도 들려주었어요. 소련의 개혁이 실패하고 후퇴하면 세계의 불행이 되므로 소련의 개혁을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김 총재=고르바초프 대통령은 20세기의 영웅이자 최대의 위인으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과 고르비 사이는 얼마나 친합니까. 노 대통령과 나 사이보다 더 친한 것 같더군요.▲노 대통령=그 말씀 무슨 뜻인지 잘 알아듣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합시다. ▲김 총재=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개혁 쪽과 보수 쪽 가운데 어느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았습니까. ▲노 대통령=중간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련이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급진개혁파 주장대로 하다가는 소련의 공화국들이 무너질 것으로 봅니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위원=옐친의 급진개혁노선은 소련의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상은 좋으나 구체적인 정책으로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준규 국회의장=대통령께서 소련으로 가는 길을 잘 닦아놓아 오는 5월11일 여야 총무들과 함께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소련의 국회의장도 만나보고 해서 다녀오겠습니다. 사할린의 자원공동개발은 경제성이 있습니까. ▲노 대통령=타당성조사가 모두 끝났습니다. 소련도 매우 환영하고 있습니다. ▲김 총재=가스나 유전을 개발하면 파이프라인이 북한을 통과할 수 있습니까. ▲노 대통령=현재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나 그것은 북한의 이익도 되므로 장기적으로는 실현될 것으로 봅니다. ▲김 총재=한소 관계발전은 썩 잘돼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우호협력조약 발표과정에 혼선이 있었던 것은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노 대통령=외교는 전반적인 정세를 정확히 보고 그 의미를 확실히 파악하는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초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소간의 조약 체결로 양국 관계는 한 차원 높게 발전되는 것이므로 비판할 일이 아닙니다. 미일에는 설명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김 총재=이왕 온 김에 개혁입법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당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통과를 시키겠다고 하는데 내치가 잘되어야 외치도 잘될 것 아닙니까. 우리 당 입장은 보안법의 폐지이나 일보 후퇴하여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여야가 대화를 통해 원만히 타협하도록 대통령께서 지원해주십시오. ▲노 대통령=여야가 조금씩 양보,개혁입법만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잘 처리되도록 해주세요. 북한의 형법,노동당 강령은 북한 주민이 우리와 접촉·교류하면 중벌,엄벌에 처하도록 하고있는데 우리만 어떻게 무장해제를 할 수 있습니까. 이런 점 등을 종합판단하여 여야가 원만히 입법을 해주기 바랍니다. ▲김 총재=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왔을 때 북한 형법,노동당 규약을 두고 어떻게 남과 교류를 하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노 대통령=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인 규제장치를 철폐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체제전복 폭력활동을 방치할 경우 불행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닙니까. ▲김 대표=개혁입법은 여야가 충분히 협조해나갑시다. 이번 회기에 국회법 통과는 몰라도 정치풍토쇄신법은 반드시 통과시켜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높이도록 해야겠습니다. ▲노 대통령=한소 과기처장관회담이 5월중에 열리게 되면 소련의 첨단기술 도입에 관한 구체적인 결실이 나올 것입니다. ▲김 총재=소련의 대북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노 대통령=북한은 무역만 50% 이상 소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화결제를 소련이 1년간 유예해주고 있지요. 한소 관계발전이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그들을 현실노선으로 전환토록 할 것입니다.
  • 소의 제의 배경과 정부의 대응

    ◎파장 클 「한·소 조약」… 「선린」에 초점/미·일 관계 고려,군사내용은 배제/경제·과기교류등 단순협력만 모색/소,동북아 진출 교두보 확보 겨냥한듯 정부가 22일 청와대 임시국무회의에서 논의한 제주 한소정상회담 후속조치의 핵심은 「한소 우호협력조약」을 미일 등 우방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신중히 대처한다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소련과의 우호협력조약은 한소 양국 관계,일본 등 전통우방과의 관계 및 한반도의 전체 정세에 긍정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외무부에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지시했으며 이상옥 외무장관은 『소련측의 구체안이 나온 뒤에 이의 체결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보고,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이같이 조약 체결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한소 관계 등 기존 우방과의 관계 및 대외정책 전반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수정 청와대대변인은 임시국무회의 후 혼선을 빚지 않기 위해 당초 발표대로 「우호협력조약」으로 조약 명칭을 통일한다고 발표했으나 외무부측은 정상회담 통역관인 이르게바예프(소련측)·유학구씨(우리측)에게 확인 결과,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제의해온 조약 명칭은 「선린관계 및 협력조약」으로 판명됐다고 밝히고 있다. 소련측은 실무협의에 없던 조약 체결을 돌연 제의해왔을 뿐이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외무부는 소련이 그 동안 다른 나라와 체결해온 조약을 유형별로 분석,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소련이 체결한 조약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군사동맹관계를 설정한 조약으로 지난 61년 7월 북한과의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비롯,폴란드·헝가리·체코·유고·쿠바 등 과거 동구 위성국과 체결했다. 이는 체결상대국에 적대적인 동맹체에 가입하지 않으며 상대국이 군사적 침공을 당했을 때 즉각적으로 군사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준군사동맹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조약은 지난 71년 인도와의 「평화·우호·협력조약」을 비롯,이집트·소말리아 등 주로친소국가와 이뤄졌다. 그러나 소련은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을 본격추진한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동맹국이 아닌 서방국가와도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통독 전 서독,10월 프랑스,11월 이탈리아 등과 이 조약을 체결했는데 그 내용은 동맹국과 체결한 것과는 크게 다르다. 이들 서방국가와 체결한 조약은 「상대국이 군사침공을 당할 경우 공격국에 대한 군사지원을 않는다」는 등 군축문제를 포함한 군사적 내용을 담고 있다. 외무부는 소련측이 제의한 조약이 한반도의 특성을 감안,과거의 3가지 유형과는 분명히 대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군사적인 언급은 분명히 배제되는 일반적인 내용을 담은 조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련이 체결한 조약의 공통사항은 ▲상호 주권존중과 영토보전 및 국내문제 불간섭 ▲국제문제에 대한 정례협의 ▲경제·과학·기술·문화 등 각 분야 협력 및 교류 확대 등으로 모아질 수 있다. 소련도 군사협력보다는 경제·과학기술·문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 및 교류 확대를 염두에 두고선린협력조약을 제의했을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진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53년 미 워싱턴에서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비롯,한미 안보협력체제를 훼손해가면서 한국이 그들과 군사문제를 규정하는 조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서구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소련이 아태지역 국가임을 강조하면서 동북아를 비롯한 아태지역 진출의 교두보 확보차원 수준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옥 외무장관은 오는 8월쯤 모스크바를 방문,소련측의 진의를 충분히 타진해 이 문제를 구체화할 계획인데 양국간 조약이 체결되더라도 경제협력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지난해 12월 채택된 「모스크바선언」을 문서화하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소련측의 제의는 우리의 북방외교와 미일 등 우방국과의 외교 사이에 균형있는 외교정책을 펼쳐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여겨진다. 이날 회의는 이밖에 양국 경협 확대를 위해 시베리아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에 민관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미일 등 제3국과 공동협력을 구체화하기로 결정,시베리아 본격진출이 기대된다. 이번 제주정상회담에서 우리 유엔가입을 적극 지지한다는 소련측의 비공개 입장표명은 국제사회에서 유엔가입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은 명시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중국 입장정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이날 『연내 유엔가입을 반드시 실현시키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은 소련을 통해 우리 유엔가입에 중국도 사실상 지지하고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관측된다. 한소간 급속한 관계발전은 일본과 중국을 자극,동북아의 새 국제질서 형성 속도가 매우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의 대외조약과 내용 ○공통적인 주요내용 ▲주권 상호존중,영토보전,국내문제 불간섭,평화를 위한 상호협력 ▲국제문제에 대한 정례협의 ▲경제·과학·기술·문화 등 각 분야 협력 및 교류 강화 ▲유효기간은 10∼20년 ○조약 명칭 및 안보관련 조문 ▲소·북한=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1961년 7월6일) 상대방에 적대적인 동맹체결 및 동맹체 가입 금지 일방적 군사공격을 당했을 경우 즉각 군사적 지원제공 ▲소·인도=평화·우호·협력조약(1971년 8월9일) 식민주의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협력 상대방에 적대적인 군사동맹 불가입 및 적국에 대한 영토 사용 불허 ▲소·서독=선린·동반·협력조약(1990년 9월12일) 상대방에 대한 무력위협 및 무력사용 자제 자위적 목적 이외의 무력사용 금지 ▲소·프랑스=우호·협력조약(1990년 10월) 유엔헌장에 근거하지 않는 무력사용 또는 무력위협 포기 ▲소·이탈리아=협력·우호조약(1990년 11월) 상호 또는 제3국에 대한 불가침원칙 재확인 일방이 군사공격을 당할 경우 공격국에 대한 군사지원 금지
  • 한·소 제주정상회담 막전막후/기자방담

    ◎“일본은 자린고비”… 소측인사들 불만 토로/우호조약 이름 싸고 우리 당국자들 혼선/고르비 일정 변경잦아 아무도 예측 못해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인 가운데 열렸던 한소 제주정상회담이 20일 1박2일의 일정을 끝내고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이번 회담의 막전막후를 특별취재반의 방담으로 알아본다. ­이번 회담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잦은 일정변경 등으로 인해 의전관계자는 물론 7백여 명의 취재진도 긴장의 연속이었죠. ○의전관계자 긴장연속 당초 4시간 정도의 제주체류로 합의된 것으로 보였던 고르바초프의 일정은 도착 당일인 19일 새벽 4시쯤 1박2일로 연장됐고 양국 정상간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이 열린 20일의 일정도 방일 여정의 피로와 전날 만찬행사가 새벽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축소 조정됐죠. ­국가정상의 방문국 체류일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착 당일 전격적으로 바뀌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인데 이번에 소련측 일정은 너무 자주 변경됐어요.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급작스런 일정변경은 소련 외교의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병기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은 이를 두고 『소련 대통령의 일정은 마지막 5분 전까지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라고 밝힐 정도였죠. ­1박2일로 체류일정을 늘리자고 한 것은 사실 우리측이 정상회담 준비단계부터 강력하게 요청해온 것이지요. 그러나 소련측은 바쁜 방일일정과 산적한 자국내 문제 등을 이유로 계속 난색을 표시,도착 하루 전까지도 거의 가망성이 없는 것으로 우리측은 판단했던 거죠. ­일부에서는 소련측이 처음부터 우리측 요구대로 1박2일의 일정을 생각해놓고도 생색을 내기 위해 막판에 전격 수용,극적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방일 성과가 미흡한 데 대한 고르바초프의 강한 불만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어요. 소련 국가원수로서는 첫 방일인데도 일본측은 북방 4개 도서 반환에만 신경을 썼지 정작 소련이 제시한 경협이나 동북아 집단안보체제 등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한소 우호협력조약」 문제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요. 당초 양국 외무부관계자들간에 사전 조정된 대화내용 초안엔 이것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단독회담 때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전격 제의하자 노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수락하면서 앞으로 양국 외무장관회담을 통해 협의해나가도록 하자고 대답했습니다. ○“언론 앞서간다” 불평도 ­청와대측이 미리 준비한 발표문에는 『두 분 대통령은 모스크바선언과 양국간에 체결된 각종 관련 협정에 따라 양국 관계를 더욱 역동적이고 본격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을 다짐했으며…』라고 되어 있었지요. 그러나 단독회담의 결과에 따라 「다짐했으며」 다음에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번 발전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한소 양국 우호협력조약의 체결을 제의했으며 노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고 앞으로 양국 외무장관을 통해 협의해나가기로 했다』는 구절을 삽입했습니다. ­그러나 조간신문 등 언론들이 「한소우호협력조약」 체결합의라고 헤드라인을 붙이고 나가자 외무부 등에서는 『아직 「합의」를 한 것은 아니다. 양국 외무장관간에 협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언론이 너무 앞질러 보도한다』고 불평을 했지요. ­이 조약의 이름을 놓고 이수정 청와대대변인과 김종휘 외교안보보좌관간에 잠시 혼선을 빚기도 했지요. 김 보좌관은 정상회담 브리핑을 통해 「우호협력」에다 「선린」이란 표현을 추가시켰지요. 그런데 「선린」이라는 문구는 완전한 우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칠 공산이 커 미일 등 우방의 강력한 이의제기를 의식한 이 대변인은 김 보좌관의 발표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곧바로 보도진들에게 「선린」표현의 삭제와 함께 「양국 외무장관간에 추후 논의키로 했다」는 사실을 강조,톤 다운시켰죠. ○“일본선 너무 피곤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 환담,단독회담,산책,작별인사 등 비교적 은밀한 대화시간에 얘기할 때 『일본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까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더욱 인간적인 친근미를 느낀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더군요. ­고르비는 일본의 3박4일간의일정이 매우 피곤했다는 말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고 해요. 일본에서 가이후 총리와 6차례 일소정상회담을 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사실은 8차례나 회담을 했다고 해요. 고르비는 가이후 총리를 두고 하는 얘기같은데… 『하나도 제대로 결정을 못 하더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아마 북방 4개섬 반환과 일본의 대소 경협규모를 두고 어지간히 실랑이를 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나온 것이 아닐까요.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우리는 결코 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구걸」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로써 영토반환과 원조를 흥정하지 않을 것이란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후문입니다. ­소련측 인사들 가운데는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한국의 30억달러는 GNP를 감안할 때 일본의 4백50억달러에 해당한다』면서 「자린고비 일본」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두 정상 사진찍기 수월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수뇌의 만남은 상당히 수월했습니다. 왜냐하면 두 정상이 이제 완전한 친구처럼 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나 공식대화에서는 물론 산책대화 때도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노 대통령의 모스크바방문 수행취재 때에는 양 수뇌의 만남이 다소 어색하고 서먹서먹해 앵글 맞추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모든 행사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돼 양 수뇌의 친숙도가 한층 두터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련 기자들은 대부분 자체풀(POOL)기사에 의존하는 듯 독자적인 취재열의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프레스센터에도 잘 들어오지 않고 주로 자기들끼리 커피숍 같은 데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지요. 글라스노스트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쟁을 생명으로 하는 우리 언론의 생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언론을 비롯해,로이터 AFP 등 세계적인 통신사와 뉴욕타임스지 등 외신기자들을 프레스센터 앞쪽에 자리를 잡고 열띤 취재경쟁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제주시민들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제주도가 뛰어난 세계적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며 희색이 만면입니다만 뭐니뭐니해도 회담덕을 가장 많이 본 곳은 제주 신라호텔입니다. 호텔측은 회담 자체로는 6천만원의 적자를 보았지만 홍보효과를 감안하면 약 30억원을 투자한 것과 맞먹는다고 밝혔습니다. ○신라호텔 1백억 번 셈 게다가 오래전에 교통부에 신청했음에도 꿩 구워먹는 소식이던 「특1급호텔지정」 통보가 회담 직전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호텔 주변에선 이번 회담으로 제주 신라호텔은 1백억원 이상 번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외신 기자들이 사용하는 프레스센터에는 현대전자가 관계당국의 승낙 아래 대형 멀티비전을 무료로 설치,현대선전효과를 노렸는 데 삼성그룹 산하인 호텔측이 뒤늦게 이를 알고 『남의 안방에 현대가 웬말이냐』며 철거를 요구하기는 했어요. 그러나 현대측이 이를 거부하자 호텔측은 단전으로 맞섰는데 결국 설치경비 2천만원을 호텔측이 부담하는 대신 현대측은 회사간판을 떼내렸다고 하더군요.
  • 민자 당직개편 우여곡절의 안팎

    ◎“교체”·“유임” 줄다리기… 당3역 난산/청와대의 “전원경질”에 김 대표 반발/김 총무 자리바꿈선서 막바지 타협 수서파문의 수습책으로 19일 단행된 민자당의 3역에 대한 당직개편은 인선을 둘러싼 계파간의 알력으로 우여곡절끝에 「자리바꿈」의 수준에서 일단락 됐다. 정국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당3역의 전원교체를 계획했던 청와대측과 당주도의 정국수습을 위해 당3역의 유임을 요구한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간의 현격한 시각차를 해소하지 못한 채 결국 이번 당직개편은 「문책인사」라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 김동주 제1부총장의 지휘감독의 책임을 물어 총장을 경질하는 선에서 머물렀다. ○…당초 이날 상오중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당직개편은 유임이 확실시 되던 김윤환총무가 손주환 정무수석과 함께 상오6시30분쯤 상도동 자택으로 김대표를 방문,유임을 끝내 고사함에 따라 갑자기 혼선을 빚었다. 18일 밤까지만 해도 유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던 김총무가 밤사이 유임 거부쪽으로 선회하게 된 것은 노태우대통령의 최초 인선내용에 자신이배제됐다가 김대표의 요구로 유임이 됐을 경우 당내에서 김대표의 인맥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향후 정치적인 운신의 폭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점과 함께 노대통령의 의중을 따른다는 입장을 차제에 분명히 해두기 위한 것으로 관측,또 유임을 선뜻 받아들였을 경우 TK(대구·경북)의원들 사이에 「TK몫을 독식한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는데다 총장만 인책,경질되고 교섭단체 대표인 자신만 「살아 남는 것」도 결코 「우호적으로」 해석될 수 없다는 측면도 감안했을 것으로 추정. 김대표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총무가 끝내 고사하자 김대표는 김동영 정무1장관을 정순덕 총장에게 보내 사의번복을 종용했으며 손수석은 김총무의 유임 거부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그때까지 확정한 김윤환총무­김중권총장 라인업의 재고를 요청. 이에 따라 청와대측은 김총무를 총장으로 자리바꿈하고 총장과 정책위의장 이 기용되지 않은 제3의 지역에서 총무감을 긴급 물색,막바지에 충청권의 김종호의원을 총무로 발탁. 이처럼 인선 마지막 순간 「지각변동」을 맞은 당측은 『김총무를 당3역에 기용한다는 원칙에는 청와대측과 김대표측이 합의했으나 지역적인 안배문제 때문에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계파간의 알력을 지역안배 문제로 「포장」하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 한편 박희태대변인은 『당초 예정보다 인선발표가 다소 늦어진 이유는 적임자 선정에 고심했기 때문』이라며 『인선을 둘러싸고 계파간에 갈등·불화가 있는 듯한 추측도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 ○…이에 앞서 18일 상오 김대표가 청와대에서 노대통령과 당직개편 내용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불편한 심기로 당사로 돌아온 직후 민주계 의원들은 노대통령이 서정화­김중권,나웅배­김중권의 총무·총장라인업을 제시했다고 소문을 퍼뜨리면서 『2부리그 선수들을 데리고 어떻게 당을 운영하라는 말이냐』는 불만과 함께 조직적인 반발움직임을 표출. 그러나 하오2시쯤 김총무의 유임이 당측에 통보되자 김대표는 박태준 최고위원과 접촉,김총무 유임,총장 김중권·서정화,정책위의장 나웅배의 당안을 만들어 노대통령에게 건의. 그러나 하오8시30분쯤 김총무와 박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가 다소 생겼다』고 말해 인선내용에 반발하는 세력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암시. ○…당직개편이 혼선을 거듭하자 19일 상오10시20분쯤 당사에 출근한 김대표는 일체의 반응을 삼간채 굳은 표정으로 박최고위원과 두차례에 걸쳐 회동한데 이어 신상우의원·김동영 정무장관 등과 대책을 논의. 김대표는 박최고위원과의 회동에서 당직개편 연기를 피력한 반면 박최고위원은 당직개편이 늦춰질 경우 당내분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며 조기개편을 촉구. 그러나 상오11시쯤 정해창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사무총장 기용통보를 받은 김총무가 김대표에게 청와대에서 결정된 인선내용을 보고하자 김대표는 『매우 잘된 인선』이라며 흡족한 표정. ○…청와대측은 당직 인선을 놓고 당총재인 노대통령과 김대표간에 상당히 삐걱거리는 모습으로 언론에 비쳐지자 뒤늦게 해명에 부심. 손주환 정무수석은 이날 하오2시30분쯤 청와대 춘추관기자실에 들러 『18일의노대통령·김대표회동에서는 수서사건 수습을 위한 정국운영전반을 심도있게 논의했으며 당직개편에 관해서는 「당직 개편을 통해 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대통령의 기본구상을 피력한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결코 「청와대의 인선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강조.
  • 민자 당3역 경질/사무총장 김윤환

    ◎정책의장 나웅배·원내총무 김종호씨 민자당총재인 노태우대통령은 19일 당3역을 전면개편,사무총장에 김윤환 원내총무,정책위의장에 나웅배 당국책연구원장,원내총무에 김종호의원을 각각 임명했담. 이번 당직개편은 민자당 창당이래 처음으로 당3역 모두 민정계 의원들이 임명됨으로써 향후 당의 운영과 관련,주목되고 있다. 민자당은 이날 사무총장과 원내총무의 인선을 놓고 청와대측과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간에 적지않은 이견을 나타내 진통을 겪었다. 청와대측과 김대표는 18일까지만해도 김윤환총무를 유임시키기로 의견을 모으고 사무총장에 김중권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청와대측이 19일 상오 지역안배 등을 이유로 원내총무 경질안을 제시,한때 혼선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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