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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호 “추경하려면 9월은 넘지 않아야”

    유일호 “추경하려면 9월은 넘지 않아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추경’이라는 단어를 유 부총리가 먼저 입에 올린 것은 처음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구조조정 대상인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해 추경을 편성할지 말지를 걱정하는 중”이라면서 “(편성을 하려면) 빨리 해야 한다. 9월을 넘어가면 효과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 부총리는 추경과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했을 뿐 직접 ‘추경’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적이 없다. 보수적 재정학자 출신인 그는 국가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추경에 대해 그동안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유 부총리는 특히 “추경은 국민 혈세를 쓰는 것이다. 효과가 없는 데는 쓸 수 없다. 논의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구체화된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업의) 원활한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주력 업종의 중장기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고용 불안, 지역경제 위축 등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다음주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정하고, 울산 및 관련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 등을 포함한 지역경제 대책을 발표한다. 유 부총리는“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등 정책자금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시론] 국회 ‘환경안전위’ 신설 바람직/정용원 한국대기환경학회장·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

    [시론] 국회 ‘환경안전위’ 신설 바람직/정용원 한국대기환경학회장·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세먼지에 대한 종합대책이 지난 3일 발표됐다. 늦게나마 정부가 여러 부처를 아우르고 힘겹게 도출한 긴급 정책들에 대해 대기환경 연구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아쉬움과 여운을 남기게 했다. 대기질 개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친환경차 확대를 추진하기로 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간 논의해 온 저감 사업들을 취합하고 규모를 조정하는 수준에 머문 것은 유감이다.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의 대기환경 수준이 꾸준히 개선돼 온 것은 사실이다.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진행해 오던 대책만으로는 쉽게 해결될 수 없고, 복잡한 발생 원인 및 폐해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한국대기환경학회를 대표해 대기환경 개선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시민과 산·학·연·관이 환경 패러다임을 설정하기 위한 기본적인 논의와 정책 우선 순위에 대한 검토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겉으로는 환경과 경제의 ‘조화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미 선진 외국은 환경보전 우선주의를 뛰어넘어 국민의 ‘건강’ 보호를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오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홍보가 필요하며 정부와 학회 그리고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이 같은 패러다임이 사회적 합의로 도출된다면 더이상 환경규제가 현재와 같이 기업규제 완화 정책의 대상이 돼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요즘 같은 미세먼지의 복잡한 고농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경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초 연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동안 환경분야 연구는 투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연구기관과 대학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환경 문제를 심층적으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독립된 위원회 설치도 요구된다. 현행 환경노동위와 안전행정위에 중복돼 양분된 환경과 안전 분야를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통합 재편해 환경안전위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동시에 정부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사업에 환경 예산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미세먼지와 같이 오염발생원이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전방위적 과학기술 기반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서는 경유차와 비산먼지 등 각종 생활오염원과 관련한 대책, 국가적으로는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산업오염원 및 인접국과의 긴밀한 환경개선 협력 등이 필요하다. 중앙과 지자체는 환경공무원의 전문성을 고취하고 우수한 인력에 대한 충원 등도 시급하다. 대학은 환경 전문가와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 사업장의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대한 배출 허용 기준을 설정하고 총량규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포함한 유해 대기 오염물질의 항목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고 비상 누출 시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기업 규제완화 정책으로 실종된 산업체의 환경·안전 전담 부서 재설치 및 환경기술인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이번 고등어 파문에서 보여 줬듯 방송과 언론은 대기오염 문제를 왜곡하는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내용을 무분별하게 방영·보도하는 것을 자제하고 이 문제의 실상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환경 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을 위한 맑고 건강한 공기의 확보다. 따라서 인구 밀집 지역과 오염 의심 지역에 대한 대기오염 물질의 정확한 측정과 예측을 통해 건강 중심의 환경 관리가 가능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환경 서비스 및 평가기술 사업을 적극 육성해 선진국 수준의 환경관리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대기환경학회는 향후 지속적인 공청회를 통해 각종 대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혹자는 현 실태를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혹평하지만, 늦었다고 인식할 때가 가장 빠른 기회라는 말이 있듯 이번 대혼란의 교훈을 기회 삼아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가 노력한다면 환경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 [데스크 시각] 산은을 때리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안미현 금융부장

    [데스크 시각] 산은을 때리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안미현 금융부장

    산업은행이 흠씬 두들겨 맞고 있다. 맞아도 싸다.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 가까이 장난을 치는데도 전혀 몰랐고, 퇴직 임원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에 급급했다. 그 어떤 말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런데 너덜너덜해져 가는 산은을 보면서 께름칙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대우조선이 부실해진 게 어디 산은만의 잘못인가. 성동조선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게 어디 수출입은행만의 잘못인가. 대우조선을 살리자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권 차원의 판단이었다. 정부는 산은과 대우조선의 ‘부실한’ 자료를 믿고 지원을 결정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적나라한 실상이 제대로 보고됐다 한들 ‘정리’를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대우조선보다 훨씬 고용 규모가 작은 성동조선조차도 은행들이 손 떼려 하자 정치권은 앞다퉈 압력을 넣었다. 그랬던 정치권이 산은과 수은의 부실 관리를 가장 앞장서 힐난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이번 기회에 산은을 없애자고 했다. 시장의 구조조정 역량이 부족해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국내 금융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다음 얘기가 더 흥미롭다. “산은이라는 큰 버팀목이 없어지면 신한은행이 (징후가 안 좋은 기업 대출을 회수하며) 빠져나갈 것이다. 그다음 하나은행이 손을 털 것이고 우리, 국민은행이 뒤를 따를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아 뒤집어쓰는 은행은 아마도 농협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시장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조선·해운에 물린 대표적 은행은 산은, 수은, 농협이다. 다른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물린 돈이 적다. 왜 그럴까. 국가경제 혹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며, 조선소 한 곳에 딸린 식솔이 수백 수천 명이라며, 이 정도의 기업을 다시 키우려면 더 큰 돈이 들어간다고 읍소해도 시중은행들은 회생 가능성이 낮다며 냉정하게 곳간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떠안은 곳이 국책은행이요,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덜 치밀하고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농협이었다. 은행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비 올 때 우산 뺏는다는 거다. 당장은 일감도 없고 갚을 능력도 없어 보이지만 다시 살아날 것도 같다. 이 기업이 살아나면 믿고 기다려 준 은행은 비 올 때 우산을 씌워 준 고마운 은행이 된다. 거꾸로 망하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방만한 은행이 된다. 중간에 대출을 회수한 은행이 우산을 빼앗은 차가운 은행이 되는 것도, 리스크 분석이 뛰어난 선진 은행이 되는 것도 종이 한 장 차이다. 물론 분석 능력이 뛰어나면 그만큼 실패 확률이 줄겠지만 어느 구름에 비 올 지 모르는 여건 속에서 싸워야 하는 기업의 명운이란 오판 가능성을 늘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가 철저히 따져야 하는 것은 그 판단이 적중했느냐가 아니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근거와 정당성이다. 정책금융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도 고민해야 한다. 개발금융 시대가 끝났으니 정책금융을 없앨 거면 과도기 고통을 감내할 정권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되면 근본적인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산은, 수은,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모든 정책금융기관을 올려놓고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이는 현 정권의 몫은 아니다. 차기 대선을 꿈꾸는 주자들이라면 지금부터 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정권 출범 뒤에는 늦다. 이명박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때도 수많은 재편 시나리오가 오갔지만 만만한 산은만 떼었다 붙였다 했다. 이번에도 산은 하나 만신창이로 만드는 데서 끝낸다면 시행착오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hyun@seoul.co.kr
  • [김동수 민생프리즘]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어떻게 볼 것인가

    [김동수 민생프리즘]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어떻게 볼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경제가 지금 난관에 빠져 있다고 한다. 위기를 알리는 경보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울리고 있으나 해법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필자는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아직도 나름의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 상태가 마냥 계속된다면 묵시록은 더이상 예언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성장과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다. 과거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던 해운·조선·철강·건설 분야의 구조조정은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그 뒤를 이을지 두고 볼 일이지만,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아야 하는 금융권도 내심 불안하기 짝이 없다. 금융 불안은 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시스템 위기로도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그러니 부실이 더이상 확대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더는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악마는 각론에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대원칙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그 대안으로 총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한국은행이 대출한 돈으로 펀드를 만들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조건부 자본증권을 매입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두 국책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해 줌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기실 이는 20대 총선을 전후에 여당이 발표한 한국판 양적완화의 연장선상이나 다름없다고 하겠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더이상 금리 인하의 여력이 없을 때 경제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다. 국가 경제가 그야말로 비상시국인 상황에서나 고려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니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말 속에는 우리 경제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점이 암시돼 있다. 결국 이는 우리 경제가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드러내 놓고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은 과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으로 대출이라고는 하지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 맞느냐다. 원칙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시장 자율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조조정이란 자원이 효율적으로 재분배되는 과정이자 시장 일부에서 발생한 생채기가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여정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일상적인 창조적 파괴의 일환이며 그만큼 시장이 건강하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시장 실패가 의미하듯이 구조조정도 시장의 자율에만 맡겨 두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특정 산업 전체가 경쟁력을 잃고 휘청거리는 경우가 그렇다. 그로 인해 전후방 산업까지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고 실업자가 양산된다면 이는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스스로 해결해 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여러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재원 마련은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은 경영의 한계에 처한 기업들에 대한 구제금융에 가깝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국 경제가 처한 작금의 현실은 더이상 경영 위기에 빠진 몇몇 개별 기업들을 구조조정하는 차원의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향후 한국 경제 50년을 이끌어 갈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이자 산업 재편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총리 주재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하게 된 것은 옳은 방향 전환이다. 지금부터라도 산업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정부의 좀더 엄중한 상황 인식과 책임 있고도 적극적인 정책 실행을 기대해 본다.
  • [시론] 원샷법 쥔 韓경제, 혁신의 환호성 기대한다/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시론] 원샷법 쥔 韓경제, 혁신의 환호성 기대한다/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우리 경제 곳곳에서 어렵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출은 떨어지고 내수도 좀체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수도 증가하고 있다. 해운, 조선 등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몇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력산업의 체력을 두고 설왕설래했던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위기를 사전에 감지해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체질 개선과 혁신에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앞으로 위기에 한발 앞서 기업 스스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기업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명 원샷법인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지난 2월 제정돼 오는 8월 시행에 들어간다. 공급 과잉 업종 기업이 신속하게 사업 재편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 주는 특별법이다. 상법, 공정거래법상 사업재편 절차 간소화와 세제, 금융상 지원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원샷법에 대한 경제계의 기대는 크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벤처기업, 중소·중견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88%, 중소·중견 기업의 75%가 원샷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에서 법 제정이 더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은 원샷법과 비슷한 내용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도입해 성과를 거뒀다. 일본의 사업 재편 승인 기업들은 상장기업보다 더 많은 인력을 신규 채용했고 생산성 향상치도 높았다. 철강, 조선, 화학 등 대규모 제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체질 개선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우리가 원샷법에 거는 기대도 이 때문이다. 선제적 사업 재편은 끊임없는 기업들의 생존전략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GM,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의 장수 비결도 끊임없는 사업 재편이었다. 트렌드 변화가 심하고,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현대사회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판매하는 전통 방식만으론 지속 성장을 하기 어렵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만큼 과거 고도성장기에 적용해 온 대기업 규제, 중소기업 보호라는 이분적 기업정책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샷법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과감한 혁신을 추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혁신은 새로운 결합’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면에서 원샷법은 성장 기반을 재구축하고, 산업 간 융합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 전에는 법의 적용 대상 기준과 사업 재편 목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실시 지침 초안이 공개됐다. 내용을 보면 과잉 공급의 기준으로 해당 업종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간 영업이익률 평균보다 15% 이상 감소한 상태로 제시했다. 또 과잉 공급 징후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가동률, 재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설계됐다. 사업 재편을 통해 기대되는 ‘생산성 향상’과 ‘재무건전성 개선’ 목표도 기업 상황, 달성 가능성, 제도 도입 취지에 비교적 부합되도록 제시했다. 업태의 특성 등 고유의 사정을 감안해 두 목표를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원샷법에 명시된 특례들은 여러 정부 부처에 걸쳐 있다. 정부 부처 간 적극적 협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원샷법의 안착을 위해 기업은 냉철한 현실 인식과 과감한 추진력을, 정부 부처는 혁신을 뒷받침하는 촉매제로서 원활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 위기를 맞닥뜨린 우리에게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혁신이라는 선택지만이 주어졌다. 단군 이래 최악의 위기라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극복한 우리다. 처절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효율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정부의 신속한 위기 대응과 기업들의 공격적 행보가 위기 극복의 근인이라는 평가다. 또 한번의 위기를 눈앞에 둔 지금 우리 손엔 원샷법이란 훌륭한 무기가 쥐어졌다. 원샷법을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의 환호성이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 [사설] ‘87년 체제’ 극복할 개헌 공론화 필요하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론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원식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공식으로 제기한 이후 정치권에서 서서히 논의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내년이면 30년을 맞는 이른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 속에서 여야 중진들은 물론 일부 대선 주자들까지 개헌론에 합세하는 형국이다. 개헌론을 둘러싼 기류는 복잡하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집권 실세인 친박계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동조하는 기류가 있다. 야권은 ‘87년 헌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비효율적이라는 인식 속에서 개헌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제9차 개헌을 통해 출범했다. 당시 6월 항쟁 이후 독재 청산이란 시대 정신을 구현한 87년 체제 덕에 장기 집권이 봉쇄되고 국민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되는 등 성과도 많았다. 하지만 과도하게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통치 시스템에서 정권을 쥐려는 여야의 극한적 대립에 국정은 늘 불안한 상태로 유지됐다.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이어지는 청와대의 독주가 논란이 됐고 주요한 국가 정책은 후임 대통령이 고의로 단절시켜 5년 이상 지속하는 정책 자체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명박 정권 시절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던 자원외교나 녹색성장 정책이 현 정부 들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87년 체제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현재의 국가 시스템은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는 물론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4·13 총선 민의 저변에 새로운 국가 통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집권 후반기 여소야대로 재편된 정국에서 개헌론이 화두가 되면 국정 동력이 급격하게 약화돼 각종 국정 개혁과 민생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개헌과 관련해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시기 등을 놓고 정당별, 차기 대선 주자별로 입장 차가 큰 것도 사실이다. 자칫 청와대가 우려하는 ‘개헌 블랙홀’로 빠져들 개연성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가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논의 자체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헌 논의도 골든타임이 있다. 대선 정국에 올인하기 전인 올해 말까지가 적기다. 우리 국민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했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이라는 당면 국정 현안을 제쳐 놓고 개헌에 몰두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시급한 국정 현안을 정상적으로 논의하면서 한쪽에서 개헌특위 등을 통해 로드맵을 차분하게 만들어 가는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국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 [경제 블로그] 변양호의 귀환

    [경제 블로그] 변양호의 귀환

    정작 정부 컨트롤 타워 부재 부각 변양호가 돌아왔습니다.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내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는 ‘변양호 신드롬’의 주인공이죠. 변 전 대표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시절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 매각했다는 시비에 휘말리며 구속까지 됐었죠. 4년여의 법정공방 끝에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관가에선 ‘책임질 일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보신주의가 확산됐죠. 변 전 대표는 2005년 보고펀드를 설립해 화려하게 복귀에 성공했습니다. 보고펀드는 창립 9년 만에 약정액 2조원 규모의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됐으니까요. 하지만 LG실트론 투자실패 책임을 지고 201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보고펀드 고문만 맡으며 대외 활동을 자제해 왔죠. 용선료 협상 성공 배경엔 변 전 대표와 마크 워커 미국 밀스타인 법률사무소 변호사의 ‘찰떡 호흡’도 한몫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손발을 맞춘 것이 벌써 세 번째죠. 워커 변호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가 선임한 변호사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단기 외채 250억 달러 상환 연장을 이끌어 냈습니다. 1999년엔 대우그룹의 해외채무 조정 협상에서도 자문역을 맡아 변 전 대표를 도왔습니다. 변 전 대표는 이번 용선료 협상 성공을 모두 현대그룹과 워커 변호사의 공으로 돌리고 있죠. 금융권에선 변 전 대표가 일선에 다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를 잘 아는 측근들은 고개를 절레 흔듭니다. 대신 변 전 대표는 측근들을 통해 “현대상선처럼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 나서겠다”고 전하고 있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이참에 산업계 전체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전면에 나서려 하지 않고 있죠. 변양호 신드롬인 셈이죠. 오죽하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왜 엉뚱하게 불쌍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의 책임을) 다 뒤집어쓰느냐”고 쓴소리를 했겠습니까. 노병(변양호)의 활약상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책임지는 모습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부재’는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산은 다시 쪼개는 것은 답 아냐… 지금은 구조조정 집중할 때”

    “산은 다시 쪼개는 것은 답 아냐… 지금은 구조조정 집중할 때”

    산업은행이 다시 ‘문제’다. 정책금융을 떼냈다가 다시 붙인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구조조정 고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 온 산은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과 STX조선의 법정관리행 등으로 역할 한계론에 부딪힌 것이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인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의) 들러리”라고 누워서 침 뱉기 식 내부고발을 한 것도 수술론에 다시 불을 댕겼다. 산업은행 재편론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정책금융공사(정금공)와 산은을 다시 쪼개야 한다”는 주장과 “(정금공과 산은으로 되돌아가는) 도돌이표는 정답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산은을 수술하는 것은 정책금융 재편과 근본적으로 맞물려 있는 만큼 당장은 ‘급한 불’(구조조정)을 끄는 데 집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구조조정 실무기구로서의 제 기능을 회복한 뒤 중장기적으로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의 투자은행(IB) 업무 가운데 회사채 발행 주관이나 인수·합병(M&A) 자문, 사모투자펀드(PEF) 업무 등 민간 영역과 겹치는 부분은 축소해야 한다는 데엔 크게 이견이 없다. 이는 궁극적으로 정책금융을 분리해 산은을 민영화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 교수는 “정권이 바뀌며 도로 원위치 됐지만 (경제상황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가정했을 때)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금공·산은 분리 후 산은 민영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고 이제 와 정금공을 단순히 다시 떼내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업무와 기능이 중복되는 정책금융기관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조선·해운·철강 등 전방위 업종에 걸쳐 부실기업에 긴급처방이 필요한 비상상황”이라며 “역할 재편론을 섣불리 제기하며 산은의 힘을 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장은 전문인력과 경험이 가장 많은 산은이 구조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역량을 집중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도 “구조조정 흐름이나 속도가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산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때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 굵직한 대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졌던 이연수 당시 외환은행 부행장은 “조선·철강·건설 등 우리 경제를 이끌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요동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기업 M&A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상업논리가 우선인) 민간이 섣불리 책임지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산은이 ‘산업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단기간 자본 차익을 목표로 기업을 사고파는 사모펀드가 구조조정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정책금융 재편이 필요하다는 데엔 다들 공감한다”면서도 “정권 말기에 누가 총대를 메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산은을 이대로 내버려두자는 얘기는 아니다. 성 교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의 용처를 밝히고 타임테이블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직 산은 임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산은 발언권을 보장해 주고 회의 내용은 모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어디까지 면책이 인정되는지 등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은을 정권 전리품처럼 여기는 구태부터 끊어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수장’이 내려오다 보니 산은의 경쟁력이 더 약해졌다는 것이다. 산은 무용론도 여전하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산은이 주요 역할을 했던) 개발금융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금융권 고위 인사는 “시장의 역량과 준비가 덜 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통스럽더라도 이번 기회에 산은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은이라는 큰 버팀목이 없어지면 죽으나 사나 시장에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틈을 타 외국계가 시장을 잠식하고 혼란이 있겠지만 감내해야 할 과도기”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의 산은 민영화가 실패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방법론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정책금융공사를 만들어 놓고는 사장에 정책금융 경험이 약한 관료(진웅섭)를, 철저히 상업화하겠다던 산은에는 뼛속까지 관료(강만수)를 보냈으니 잘 될 리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은행 거래+증권 투자+보험 가입=원샷 금융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은행 거래+증권 투자+보험 가입=원샷 금융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인선(35)씨는 얼마 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은행에 들렀다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구입했다. 만기가 된 적금통장에 있는 돈을 단기간 보관하려던 김씨는 적금 금리보다 높은 연이율 4%대 증권사 특판 RP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도 된다는 증권사 직원의 말에 김씨는 생애 첫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은행 거래만 해 오던 김씨가 자연스럽게 증권사 투자상품을 알게 된 것은 김씨가 찾은 지점이 은행과 증권 업무를 같이하는 복합점포였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전통적인 업권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은행·증권의 복합점포가 활성화되고 보험까지 합친 복합점포도 등장하면서 업권을 뛰어넘는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여기에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자금 모집)의 성장과 로보어드바이저(자산관리 자동화 서비스) 출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모바일 시대 본격화 등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진화하지 못한 금융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7278곳으로 전년 대비 123곳 감소했다. 2012년 7698곳에 달했던 은행 지점은 3년 만에 400곳 넘게 문을 닫았다. 옛날에는 가장 목 좋은 자리를 차지했던 은행 점포가 점차 2층으로 밀려나더니 이제는 하나둘 문을 닫는 형편이 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6년 1분기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입출금 또는 자금이체 거래를 할 때 은행 직원과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면거래 비중은 10.8%에 불과했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비대면채널을 이용하는 고객이 매년 증가하면서 은행들은 점포 수를 줄이고 차별화된 점포 운영 전략을 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금융권 칸막이를 없애려는 복합점포는 점차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과 증권이 한 건물에 있어도 출입문은 분리된 형태의 이름만 복합점포였다면 2014년 말부터 한 창구에서 은행·증권 업무를 모두 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부터는 금융지주사별로 3개 지점까지 보험사 지점을 결합한 형태의 복합점포 운영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7년 하반기에 제도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복합점포 수는 불과 1년 6개월여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임준영 KB투자증권 WM영업기획팀 부장은 “정책 방향이 복합점포 활성화로 가고 있다”며 “은행·보험·증권이 결합된 대형 유니버설뱅크 간 경쟁 구도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계열과 몇몇 기업계열 금융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기에 따른 중소형 증권·자산운용·보험사들의 저항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변화의 바람은 기존 금융권 밖에서도 몰아치고 있다. 지난 2월 국내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본격 도입되면서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이 금융업을 접목한 정보기술(IT) 업체로 확대됐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자금 수요자가 중개업체를 통해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필요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다. IBK기업은행 등은 발 빠르게 크라우드펀딩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은 전체 금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매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화제다. 펀드매니저 대신 인공지능(AI)이 포트폴리오 구성과 매매를 도맡는 이 서비스는 오는 7월 금융당국이 마련한 테스트베드를 통한 성능 검증을 거친 뒤 본격 도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돼 자문서비스 시장의 일대 혁신이 예고된다. 또 다른 화두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르면 올 하반기 출범한다. 당초 올 상반기 중 출범 계획이었으나 비금융자본의 금융사 보유 의결권 지분율을 4%로 제한하는 현재의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아 늦춰지고 있다. ‘손 안의 은행’이라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면 중금리대출 시장이 확대되고 전자결제로의 전환이 빨리지는 등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KT, 우리은행 등이 힘을 합친 K뱅크와 카카오, 국민은행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인 카카오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와 별개로 기존 금융권도 모바일 전문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와 신한은행의 써니뱅크가 대표적이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위비뱅크의 경우 지난 1년간 중금리시장에서 1200억원에 달하는 대출 실적을 올렸다. 모바일메신저인 위비톡을 이용해 예·적금 등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기도 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흔히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그만큼 성장과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런 신문 광고 카피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은 미래를 위해 가장 값진 투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우유의 폐해를 지적하는 가설과 지론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유는 생각처럼 정말 몸에 좋을까, 혹시 다른 부작용은 없을까,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적극적인 대답인 셈이다. ‘완전식품’이라는 과장된 용어(엄밀하게 말해 지상에 완전식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용어는 미국 낙농협회가 소비 촉진을 위해 지어낸 광고 카피였는데, 여기에 미국 농무부가 가세하면서 한 순간에 정설로 포장됐다.)에서 보듯이 우리는 지금 우유에 대한 상반된 견해의 중간에서 다소 어정쩡하게 우유를 대하고 있다. ‘어쩌면 완전식품이 아니라 독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부류가 있는가 하면 ‘우유만한 게 어딨어?’라거나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엄존한다. 이런 논란은 의료계에서도 진행형이다. 한 쪽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우유를 섭취할 경우 유방암 등 특정 암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아는 우유의 효능은 과장됐다.”는 지견이 있는 반면 “그래도 마셔서 얻는 건강상의 이점이 마시지 않아서 잃을 수 있는 문제를 상쇄하므로 마시는 게 이득이다”고 주장한다. ●우유에 대한 기억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 질서는 이전의 서유럽 중심에서 미국과 소련(러시아)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이른바 냉전시대의 시작이다. 이런 냉전 실서는 세계의 각국을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이해했고, 미국과 소련은 적극적으로 내 편 만들기에 나섰다. 이 와중에 미국이 우리에게 베푼 시혜 중에 ‘탈지분유 무상지원’이라는 게 있었다. 자기 편 우방국을 위해 자국에서 다 소비하지 못하는 가공 우유를 나눠주는 일종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이었다. 탈지분유란 우유의 지방 성분을 상당량 제거한 뒤 가루 형태로 가공한 우유를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셨다. “내일부터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등교할 때 개인 컵과 소금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엄명이었다. 그 날부터 내 책보자기에는 낡은 양철 필통과 함께 소금 봉지를 넣은 양철컵이 같이 싸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전교생이 반별로 줄을 지어 소사(小使) 아저씨가 운동장 한 켠에 큰 가마솥을 걸고 끓여낸 우유를 한 컵씩 받아들고는 삼삼오오 흩어져 후후 거리며 마셨다. 닝닝해 시쳇말로 ‘엣지’가 없는 맛이니 가져온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마셨다. 선생님들도 함께 마셨다. 첫 날 오후, 몸에 좋다는 우유를 받아마셨는데, 교실에서는 난리가 났다. 낯빛이 노랗게 떠서 배가 아프다며 뒹구는 놈, 참다 못해 화장실로 달려가 물찌똥을 쏟아내는 놈, “뱃속에서 ‘구라파전쟁’이 벌어진 것 같다”며 연신 방귀를 뀌어대고 트림을 해대는 놈 등등 한 마디로 희한한 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한 시간 45분 수업에 담임 선생님도 너 댓 번을 들락거렸는데, 모르긴 해도 변소행이었을 것이다. 다음날도 학교에서는 끓인 분유를 학생들에게 나눠줬으나 대부분이 마시는 척 하고는 돌아서서 땅바닥에 쏟아버렸다. 선생님이 “우유 안마시고 버리는 놈은 다 가려내 청소 시킨다”고 엄포를 놨지만, 아이들은 배앓이에 설사 벼락을 맞는 것보다 청소가 낫다고 여겨 굳이 그걸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이 어림잡아 열에 여덞, 아홉이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본 어른들은 우유에 쇠기름이 많아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유병’의 원인은 ‘락타제 결핍’ 우유에는 쇠기름이 많아서 설사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정설로 통했다. 우유에서 기름을 뺀 탈지분유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이런 생각은 1965년 미국의 존스 홉킨스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그랬다. 사실, 존스 홉킨스병원에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국의 원조 담당자들의 불평이 적지 않았다. 우방국을 굶주림과 집단 영양실조 상태에서 구제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배정해 우유를 원조하는데, 설사니 배앓이니 하며 불평한다고 못마땅해 한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우유가 기아나 영양실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어도 ‘인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유를 소화 흡수하지 못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마당에 ‘우유를 마시면 나타나는 설사나 복통 등 특이한 장애는 우유에 포함된 당분을 소화시키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는 존스 홉킨스의 연구 결과는 많은 것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락토우즈’라고 불리는 이 다당류는 거의 모든 포유동물의 젖 속에 들어있는데, 분자 구조가 너무 복합적이어서 소장에서 흡수rk 안 된다. 소장에서 정상적으로 혈관에 흡수되어 대사 과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분비하는 소화효소에 반응해 단당류인 ‘글루코즈’와 ‘갈락토즈’로 분해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작용하는 젖당 분해효소인 ‘락타제’가 부족하거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백인은 전체의 20% 가량이 락타제 결핍이고, 흑인은 무려 75%가 부족하다. 한국인의 경우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제 효소가 충분하게 분비되는 사람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며,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유 한, 두 잔 정도 감당할 수 있는 락타제를 가진 사람은 2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먼저 미제 분유가 공급된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예외 없이 말썽이 생겨 ‘우유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보다 앞서 미국 정부가 제공한 우유와 분유를 섭취한 인디언보호구역의 인디언들도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으나 정부 관리들은 “우유는 문제가 없다. 아마도 그들이 우유를 섞어 마신 물이 문제였을 것이다.”며 딴전을 부렸으나, 그 관리들이 악의를 가졌다고 볼 수도 없다. 원인을 모르기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가공된 신화 ‘완전식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류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마빈 헤리스 교수는 그의 저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미국의 낙농업자와 농무부, 미국의사협회가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 과정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하루에 1쿼트(약 1.14ℓ)의 우유를 마셔라. 모든 학교의 점심 급식에 우유를 넣어라. 식사 전에, 식사를 하면서, 식간에, 그리고 밤참으로 우유를 마셔라. 우유를 살 때는 마개가 달린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을 갤런 단위로 사라.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우유를 마셔라. 위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설사를 그치게 하기 위해, 신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리고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우유를 먹어라. 우유는 절대로 해롭지 않다.’ 이 같은 우유에로의 유인 정책이 범사회적으로 이뤄졌고, 당연히 다른 나라에도 전파됐다. 다른 나라 전파는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흉내내기를 해대는 후진국의 정책 관계자와 미국 유학생들이 주도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숙면을 위해 자기 전에 적당량의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아무리 우유의 효능과 순기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하더라도 근거를 밝히지도 않고 정부부처나 의사단체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의아하기도 하다. 미국 사례의 데자뷰 같은 의아함이라고 해두자. 이렇게 해서 우유는 ‘영양상의 이점이 많은 식품’에서 졸지에 ‘완전식품’으로 둔갑했다. 프랑스의 대중적인 저널리스트인 티에라 수카르는 그의 저서 ‘우유의 역습’에서 이런 맹목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과학적인 증거와 신뢰할 수 있는 연구들을 통해 보건 당국에서 권장하는 대로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만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우리 식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우유가 골다공증을 예방하기는커녕 되레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암과 당뇨병, 심근경색 등을 유발한다. 물론, 이런 논의는 다양한 시각의 한 가지이고, 많은 주의·주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검은 해봐야 한다. 식탁과 먹거리에 대한 우유의 지배력이 말 한, 두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우유는 정말 좋은 식품일까-2’가 이어집니다.] jeshim@seoul.co.kr
  • 한전·카카오 등 37곳 ‘대기업 규제’ 안 받는다

    한전·카카오 등 37곳 ‘대기업 규제’ 안 받는다

    대기업 65개→28개 크게 줄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5兆 유지 계열사 상호출자 제한 등 정부 규제를 받는 대기업 수가 65개에서 28개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대기업을 분류하는 자산 기준이 8년 만에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되고 한국전력 등 공기업 역시 대기업집단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공시 의무는 종전과 같이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에 적용된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이로써 올해 대기업에 편입됐던 카카오와 셀트리온 등은 ‘규제 굴레’를 벗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방안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대기업 규제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고, 대기업집단에 편입되지 않으려 투자 확대와 사업 재편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 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완화된 대기업 지정 기준은 공정거래법 외에 중소기업·조세·금융 등 38개 관계 법령에도 일괄 적용된다. 이를 위해 공정위 등 관계부처는 오는 9월까지 관련 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는 현행대로 5조원 기준을 유지해 경제민주화 정책 기조를 이어 갈 방침이다. 그러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 공정거래법을 고쳐야 한다. 공정위는 또 앞으로 대기업 지정 기준을 3년마다 검토해 달라진 경제 여건을 신속히 반영하기로 했다. 사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했던 공기업은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대기업집단에서 모두 제외된다. 공공기관운영법 등으로 이미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내수 중심의 정보보호 산업을 수출 주도형으로 바꾸고 정보보호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까지 도시첨단산업단지 9곳과 국가산업단지 3곳의 착공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靑 수석비서관 3명 경질 인사] 아쉬운 성과 ‘문책성’… 임기 말 국정 새동력 확보

    [靑 수석비서관 3명 경질 인사] 아쉬운 성과 ‘문책성’… 임기 말 국정 새동력 확보

    현기환 정무, 11개월 만에 물러나 對국회 관계 어려움 여실히 보여줘 미래전략·교육문화도 네 번째 경질 핵심과제 ‘문화융성·창조경제’ 새판 8일 단행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는 지난달 15일 비서실장 및 정책조정, 경제수석을 교체한 데 이은 후속 인사다. 일련의 인사는 4·13 총선 패배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큰 틀에서는 문책 성격이 짙었다. 특히 현 정권의 정무수석직은 대국회 관계의 어려움을 보여주며 특별한 수난사를 드러냈다. 김재원 신임 수석은 현 정부 출범 이래 이정현, 박준우, 조윤선, 현기환 수석에 이은 다섯 번째 정무수석이다. 현 수석은 총선 패배 후 사의를 표명했었다. 지난해 7월 임명 이후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와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다가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김상률 교육문화수석과 조신 미래전략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각각 지휘하는 위치였다는 점에서 그간의 성과가 충분치 않은 데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도 있다. 미래전략, 교육문화수석도 각각 네 번째로 그간 이 분야에서의 성취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는 이번 진용을 박근혜 정권의 사실상 마지막 비서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이날 “인사를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임기 말 국정 과제를 마무리할 비서진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특별한 요인이 새롭게 발생하지 않는 한 비서진이 추가로 개편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청와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무엇보다 새 수석비서관들의 면면이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임기 말 국정 과제 완수를 위한 진용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략통’인 김재원 정무수석은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3각 관계로 재편된 상황에서 당·청 및 대야 관계를 조율해 나갈 브레인으로서의 역할에 비중이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원 미래전략수석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자문위원 등을 지내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전략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용승 교문수석은 지난해부터 교육부 교육개혁추진협의회 공동의장 겸 총괄위원장을 맡아 정부의 교육개혁 추진에 관여해 왔다. 한편 이날 인사에 대해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사들이 발탁됐다”며 “현 정부 임기 후반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야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앞으로 청와대가 대야 관계도 소통을 통해 원만하게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은 “대통령은 다시 한번 실망스러운 회전문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김종인 + 유승민 + 김성식… 초당적으로 연구만 한다?

    김종인 + 유승민 + 김성식… 초당적으로 연구만 한다?

    대권주자 싱크탱크 역할 가능성 김무성계 ‘미래혁신… ’으로 결집… 안철수 ‘일자리·교육포럼’ 활동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의원연구단체가 속속 구성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대권 잠룡 또는 ‘킹메이커’들이 참여하는 연구단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만들어지는 연구단체가 곧 대권 주자들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특히 각 단체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의제들이 대선 공약으로 발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참여 인사들만큼 핵심 과제들도 눈길을 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7일 국회 사무처에 초당적 의원연구단체인 ‘어젠다 2050(가칭)’ 등록 신청을 한다. 2000년대 초 독일의 노동개혁 모델인 ‘어젠다 2010’을 본뜬 이 단체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유승민 무소속 의원 등 여야 거물급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핵심 과제는 고용의 변화로 인한 복지·교육 체계 등 사회 전반에 대한 구조 개혁이다. 김 의원은 5일 “더 광범위한 일자리 나누기와 교육과 산업의 간격을 줄이는 노력, 복지·고용 분야에 정부 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세정책의 변화, 복지전달체계 전면 재편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 정당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실행 과정에서 초당적인 논의가 필수라고 생각했고 각 당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분들께 참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의 참여에 대해선 “당연히 복당을 해야 하고 그동안 정책적으로 중도 통합적인 노선을 견지해 왔기 때문에 이 같은 논의를 함께 하자고 했고 흔쾌히 응했다”고 전했다. 지난 4·13 총선 이후 공개적인 행보를 자제하고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최근 의원연구단체에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이 주축이 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는 강석호·권성동·김성태·김영우·박성중·이종구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김 대표의 대선 행보와 관련된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김학용 의원 측은 “단순 공부모임”이라고 하고 김 전 대표 측에서도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아예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전 대표가 참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뒤늦게 회원가입을 요청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미래일자리와 교육포럼(가칭)’과 ‘한반도평화포럼’에 정회원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오세정·신용현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미래일자리와 교육포럼’은 다양한 사업구조와 고용·노동 패턴의 변화에 따른 교육제도를 연구하는 단체로 미래 일자리와 교육의 방법론, 중장년층의 재교육 제도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박선숙 의원이 18대 국회에 이어 대표를 맡게 된 ‘한반도평화포럼’에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참여해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두 연구단체는 ‘격차 해소’와 ‘평화 통일’ 등 안 대표가 평소 관심을 가져온 의제들과 맞닿아 있다. 한편 지난달 26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사단법인 ‘새한국의 미래’를 출범시켰다. 정 전 의장은 창립기념식에서 “개헌이 민생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해법”이라며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① 무역적자 ② 대선 ③ TPP…美의 노골적 주도권 잡기

    ① 무역적자 ② 대선 ③ TPP…美의 노골적 주도권 잡기

    미국 대선을 5개월 정도 앞둔 가운데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검토를 언급한 데 이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역시 한국 등 대미 무역 흑자국의 환율 시장 개입에 대한 제재 등을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던 세계무역기구(WTO) 상임위원 연임에서 우리나라 장승화(서울대 교수) 위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무역적자가 지난해 5315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FTA를 체결한 한국 등 대미 흑자국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이에 따라 보호무역주의가 내부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메가 FTA’로 불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새롭게 재편되는 통상 환경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 있어 TPP 미가입국인 우리나라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가입 요건을 미국에 유리하게 설정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 1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공개적으로 한국 규제 개선과 통상 개방을 TPP 가입과 연계해 강하게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리퍼트 대사는 조찬 강연회에서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을 서두르라며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기업 규제가 자유무역 환경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가 ‘한국에만 있다고 한 규제’ 중 일부는 향후 통상 압력과 통상 마찰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도 3일 열리는 한·미 재무장관 회담에서 리퍼트 대사의 통상 압박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루 장관은 지난달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환율보고서를 국회에 올린 인물이다. 지난달 31일 트럼프 캠프의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인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 상원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한·미 FTA 서명 당시 매년 100억 달러씩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해 대한국 수출은 1억 달러 늘어난 데 반해 수입은 120억 달러 늘어 무역적자가 240%나 증가했다”며 한·미 FTA가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미국은 한국인 WTO 상소위원인 장승화 교수가 한국산 세탁기 반덤핑 패소 결정 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잇따라 내렸다며 유럽연합, 일본 등 각국 상소위원들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홀로 반대표를 던져 연임을 무산시켰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대미 흑자국에 대한 미국 산업계의 불만과 정치권의 계산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152억 달러였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283억 달러로 3년 새 거의 2배가 됐다. 그러나 산업부는 “양국 간 무역에서는 미국이 적자이지만, 서비스 쪽은 반대로 미국이 흑자”라며 단순 비교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리퍼트 대사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의식한 듯 TPP와 관련해 “한국은 TPP에 자동으로 들어올 수 없다”며 “무역, 환경, 노동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약속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중국보다는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우리가 TPP에 가입하거나 한·미 FTA 재협상을 할 때 의약품, 법률시장 등 자국에 불리한 조항들을 걷어 내고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통상실장은 “미국의 서비스 수지 흑자 등 한·미 FTA가 그쪽에도 이익이 되고 있음을 잘 설득해야 한다“며 “다만, 그들이 제기한 불만 중 타당한 부분은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영화 한국무역협회 미주실장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 협의채널도 동시에 가동해 FTA 혜택의 체감 격차에 대한 불만을 완화하고 양국이 공동으로 윈·윈이 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SKT·CJ헬로 M&A’ 국회 가나

    ‘SKT·CJ헬로 M&A’ 국회 가나

    방통위 20대 국회에 통합방송법 재발의하기로 “이번 인수합병(M&A)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첫 사례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심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달 1일로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한 정부의 심사가 6개월을 맞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의 향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인가 여부는 방송·통신산업의 판도를 가를 ‘임계점’이다. 올해 안에 IPTV에 가입자 수를 역전당할 처지에 놓인 케이블은 ‘선제적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생존이라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정부가 고심하는 가운데 방송·통신업계는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케이블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해 경쟁력 있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콘텐츠 투자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반면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는 케이블과의 인수합병이 아닌 ‘상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LG유플러스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에 인색했다는 지적에 휩싸인 케이블업계도 체질 개선에 분주하다. 씨앤앰은 지난달 사명을 ‘딜라이브’로 변경한 데 이어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CJ헬로비전은 베트남에 방송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고 티브로드, 현대HCN 등도 지역 콘텐츠 강화와 이용자 환경(UI) 개선 등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이 뚜렷이 제시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유선방송과 IPTV 사업자 간 지분 소유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통합방송법을 발의했지만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통합방송법을 두고 “이번 인수합병은 IPTV 사업자의 케이블 소유 겸영을 금지하는 통합방송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KT·LG유플러스)이라는 비판과 “방송법과 IPTV법을 일원화하겠다는 것이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SK텔레콤)는 반박이 엇갈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통합방송법을 20대 국회에 다시 발의하기로 결정하면서 관련 논의는 국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통합방송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려 정부의 심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현행 방송법에 근거해 심사하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지형으로 재편된 가운데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통합방송법 통과 이후 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 변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정의화 의장, 정대철 고문에 대선 도전 의사 “도와달라”…오늘 싱크탱크 출범

    정의화 의장, 정대철 고문에 대선 도전 의사 “도와달라”…오늘 싱크탱크 출범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월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을 만나 “대선에 나가보려고 한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조선일보는 정 고문과의 통화내용을 인용해 지난 2월 정 의장과 정 고문이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정 의장이 대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 고문은 “나로서는 당혹스러워서 특별한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고문은 이 매체를 통해 “정 의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에 문제가 많아 중도를 중심으로 정치가 재편돼야 하는데 저한테 새로운 계획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에 내가 ‘당신 대통령에 대한 야심이 있구먼’이라고 했다”면서 “그러자 정 의장이 ‘물론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대선 후보에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 의장은 지금 거론되는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정계 개편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면서 “‘새누리당에 들어가지 않을 작정이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의장이 이사장을 맡은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 창립기념식이 26일 오후 4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다. 정 의장은 창립기념식 초청장에서 “정치혁신과 국가개혁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과 행동을 구현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새한국의 비전'을 출범한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이 싱크탱크의 원장을 맡았고,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 등 중도성향을 띤 정계·학계 인사를 고문으로 위촉됐다. 창립회원으로는 정 의장과 평소 가깝게 지낸 인사 100여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정두언 정병국 길정우 의원, 무소속 조해진·권은희 의원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구조조정 추진] “중소 조선소들 씨 말라 선박 건조할 곳 없어져 어쩔 수 없이 中에 부탁”

    “배를 맡길 데가 없어요. 중소 조선소들 씨가 말랐다고요.” 해운업계가 비상이다. 연안 여객선, 연안 화물선, 상선 등 소형 선박을 건조할 중소 조선사들이 몰락하면서다. 2008년 이후 사라진 중소 조선소 수만 27곳에 이른다. 현재 명맥을 유지하는 중소 조선사들도 법정관리 문턱에 서 있다. 부산 지역 해운업체인 우양상선의 채영길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중소 조선소들이 죄다 망가져 발주를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다”면서 “어쩔 수 없이 중국에 건조를 부탁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 이후 27곳 사라져 25일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 조선소의 수주액은 약 13억 달러로 전체 수주 금액의 6%를 차지했다. 2007년 약 262억 달러의 수주(26.7%)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이다. 금융권도 중소 조선소를 외면하면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6곳의 조선소마저 사라지면 국내 조선업계는 대형 조선소 위주로 완전히 재편된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연안 여객선 등 취약 선종을 경쟁국에 뺏기지 않으려면 중소 조선소에 대한 성장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 빅 3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는 것은 국내 조선산업의 선종 다양화, 사내 하청 확대라는 고용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박사는 “신규 수주 및 물량 지원, 선박금융 지원 체계 구축 등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중소 조선업계가 붕괴되면 기자재 업체 도산 등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日처럼 조선·해운 하나의 정책 필요” 일각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국토교통성 해사국 산하에 조선과, 해운과가 함께 있어 유기적인 공동 대응이 가능하다”면서 “우리나라도 하나의 큰 그림 안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설] 꼬이는 구조조정 정부 협업 체제로 풀어야

    조선·해운 업계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당정은 다음달 말까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 지원금은 물론 구직급여 특별 연장이나 재취업 훈련 등 행정과 재정이 다양한 형태로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조선사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을 덜기 위해 체납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의 징수를 유예하는 한편 조선산업의 메카인 경남 거제시의 불황 타개를 위해 관광산업 추진 등의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아직도 구체적으로 확정된 안이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자체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내년 대선과 맞물려 자연스레 표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선·해운 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가닥을 잡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에 책임이 있다. 한국은행에 재원 부담을 지우면서 구체적인 재정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필요한 총자금 규모를 결정하고 한국은행에 손을 벌리는 것이 상식임에도 처음부터 한은의 역할만을 강조해 왔다. 부실 기업 정리를 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대우조선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지도 않고 부실 책임자인 산업은행은 물론 정부의 반성조차 없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산업과 기업 부실화를 가져온 책임을 묻고 혈세 낭비가 없었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에 그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어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3.0%에서 2.6%로 0.4% 포인트 낮춰 잡으면서 우리 경제의 대내적 위협 요인으로 부실 기업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를 꼽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재정이 추가경정 예산 편성 등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내년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더욱 둔화될 가능성을 적시한 것이다. 국책 연구소에서도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아직도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하는 대신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하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어 참으로 유감스럽다. 지금처럼 채권단을 앞세워 산업은행 뒤에서 조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국가 경제 재편의 시금석이다. 단순 기업 개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정교한 실행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해운·조선 분야의 구조조정은 정책금융기관이 오랫동안 개입해 왔기 때문에 정부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들이 명확한 책임 의식을 갖고 협업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기고] 제4차 산업혁명, 노동개혁으로 돌파하자/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기고] 제4차 산업혁명, 노동개혁으로 돌파하자/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프랑스가 시끄럽다.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학생과 근로자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눈으로 보자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4년 전에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75%로 올린다고 약속하며 집권했는데, 이제 와서 좌파가 신성시하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손보고 기업의 직원 해고 요건을 단순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 노선 변화는 보다 일찍 감지됐다. 집권 2년 만에 75% 세율을 폐기했고 일요일 상점 영업을 허가하는 ‘마크롱법’을 긴급명령으로 통과시켰다. 또 좌파 성향의 각료들을 내쫓고 중도 인사로 대체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왜 지지층을 배신할 수밖에 없었을까. 실업률을 낮추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세 기간 중 기업의 근로자 해고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집권 첫해에 PSA 푸조-시트로앵이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파리 근교의 소도시 올네 수 부아의 공장 문을 닫는 것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프랑스의 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웃 독일처럼 노동개혁이 불가피함을 인식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한 독일은 산별협약에서 벗어나 기업별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파견근로 규제를 완화했으며, 미니잡 등 다양한 근로 형태를 확산시켰다. 기업들이 ‘저비용’을 찾아 동구권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려 한 데 따른 조치였다. 2000년대 초의 하르츠 개혁은 이런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산업 구조조정의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조선·해운 등 중요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일시적 경기침체와 더불어 중국의 추격과 같은 구조적 상황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이미 1990년대에 우리는 의류·신발 등 경공업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어 고부가가치인 중화학공업으로 산업의 축을 옮긴 적이 있다. 이번 위기도 우리는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유연한 적응능력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경제환경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평생에 걸쳐 새로운 지식을 계속 습득해야 하고 기업 차원에서는 끊임없이 사업구조 재편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각 부문의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이처럼 우리 경제의 적응력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사람들은 청년들이다. 노동개혁을 비판하는 노동계 등 일부는 환경변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30년 전 민주화 시대의 구호를 반복하면서, 노동시장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노동시장 규제 강화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지구 어디에도 없었다. 감성에 호소하는 대중영합적 정책은 후안 페론(1895~1974) 치하의 아르헨티나에서 보듯이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듯 개인의 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믿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영합적 정책이 명백한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에서 최근까지 반복됐고 칠레, 브라질, 페루 등 다른 중남미 국가로 확산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쉽게도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노동개혁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지난주에 끝났다. 그러나 노동개혁은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키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 가운데 특히 5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파견 허용은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방출되는 고령 근로자를 노동시장이 다시 흡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근로시간 단축과 신축성 증대, 실직자를 위한 구직급여 확대, 출퇴근 재해에 대한 보호 강화 역시 중요하다. 다음 국회에서는 노동·자본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실리 중심의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 [청와대 참모진 개편] 기민해진 朴대통령 ‘靑변화’ 시그널… 여권 수뇌부 모두 충청권

    [청와대 참모진 개편] 기민해진 朴대통령 ‘靑변화’ 시그널… 여권 수뇌부 모두 충청권

    정치권 교체 요구 전 미리 단행 靑 내부서도 “전혀 예상 못 했다”국정 지지도 회복세 더 빨라질 듯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정치 행보에서 기민함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 간담회, 지난 13일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 이어 15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발표되자 청와대 내부에서도 “예상보다 빠르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총선 직후 “민의를 겸허히 수용하고 20대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첫 반응이 나올 때만 해도 여권 내부에서조차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총선 패배 수습이 쉽지 않겠다”는 우려가 많았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를 통해 가장 상징적으로 ‘청와대의 변화’를 암시했다. 앞서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을 때 박 대통령은 긴 시간 이에 부응하지 않아 ‘버티기’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날 인사는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분명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는 효과를 냈다. 자리 이동을 통한 인사이긴 했지만 ‘정책 조정의 수장’을 교체함으로써 교체의 폭도 확대돼 보였다. 박 대통령이 보인 일련의 정치 행보는 “피동적이거나 수동적인 위치에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협치’의 틀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 간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 개최 방안은 참모진과도 미리 공유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안보 분야에서 야당에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날 인사 역시 정치권에서 교체를 요구하기 전에 미리 단행했다. 정치 행보 외에서도 박 대통령은 상시 일정을 통해 안보와 정책 관련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 왔다. 게다가 이 실장이 충청 출신이라는 점은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 마침 이날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용태 의원 등 여권의 핵심 포스트가 모두 충청권 출신이다. 청와대는 앞으로 여권 내부에서의 질서 재편, 야당과의 협치에서 총선 직후의 예상보다는 좀더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 지지도의 회복세가 더 빨라지면서 여권뿐 아니라 3당 체제의 정치권에서도 일정한 영향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인사 개편이 개각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등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을 만큼 현 경제 및 외교안보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 분야에서 일부 인사 요인이 제기되고 있으나 문을 닫으려는 19대 국회에 인사안을 제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은 4·13 총선 이후 위기 극복에 있어 ‘모멘텀’을 잃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고비는 넘겼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총선 후 한 달여 만이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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