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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팔 정착촌 갈등 축구로까지 번져…FIFA에서 결판

    이-팔 정착촌 갈등 축구로까지 번져…FIFA에서 결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축구로까지 번지면서 국제 인권단체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내 이스라엘 축구클럽 활동이 FIFA 규정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으로 서안과 가자지구를 불법 점령한 뒤 ‘정착촌’이라는 이름의 유대인 주거단지를 지어 팔레스타인인들을 조금씩 밀어내 영구 점유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정착촌에서는 빼앗긴 지역을 되찾으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가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인권단체가 문제삼는 구단은 서안 정착촌에 있는 세미프로 구단부터 성인, 어린이 아마추어 구단까지 6개로 모두 이스라엘 축구리그에 속해 있다.  HRW는 축구단이 특정 지역에서 활동하려면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국가 축구협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FIFA 규정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축구협회(IFA) 소속인 이들 구단들은 해당 지역인 팔레스타인축구협회(PFA)의 허가를 얻지 않은 채 서안 정착촌 일대에서 뛴다는 것이다.  HRW는 나아가 FIFA가 이 일대에서 IFA의 축구 경기를 허가해 사실상 49년 동안 지속한 이스라엘 불법 정착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구단들은 정착촌 내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클럽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꿈을 키워가는 어린이들에게까지 벌을 주는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나아가 축구 경기, 행정을 총괄하는 국제체육단체인 FIFA에 이스라엘의 영토가 어디까지인지 규정할 권한도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IFA는 이 같은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로템 카메르 IFA 회장은 이스라엘 군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될 수 있는 한 이 문제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다“면서 ”스포츠는 사람들을 연결 짓는 다리가 돼야지 갈라놓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HRW의 이번 보고서는 FIFA가 다음 달 문제가 된 6개 구단 활동의 서안 정착촌 내 활동 금지 여부를 발표하기에 앞서 나오게 됐다.  1998년부터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FIFA는 현재 토쿄 세활레를 의장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이 문제를 검토 중이다.  위원회는 다음 달 13∼14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대책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최소 속죄일(욤 키푸르)과 같은 주에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FIFA에 로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유럽의회 66명도 사실상 팔레스타인의 주장에 동의하며 FIFA가 크림반도의 판례를 참고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FIFA 회장에게 보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했음에도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프로축구 클럽이 러시아 리그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달라이 라마, 도널드 트럼프 흉내내며 조롱

    달라이 라마, 도널드 트럼프 흉내내며 조롱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미 대선후보의 표정과 말투를 흉내내 화제가 됐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굿모닝 브리튼'에 출연해 CNN 뉴스 앵커 피어스 모건과 대담을 가지면서 손을 들어 트럼프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을 흉내내고, 트럼프가 말할 때 특유의 입술을 모으는 동작까지 따라 하기도 했다. 모건은 "트럼프는 매우 논쟁적인 인물인데,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달라이 라마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모건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즉각적으로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그는 머리 스타일을 이렇게 기르더라"면서 손을 머리에 갖다 대더니 "그의 입은 작고…"라면서 입술을 조그맣게 말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쩝쩝거리는 시늉까지 더했다. 그리고 "그게 내가 트럼프에게 가진 인상"이라고 답했고, 모건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달라이 라마가 지난 3월 ABC뉴스와 인터뷰를 가질 때 역시 트럼프에 대한 생각을 질문 받았고, 비교적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정책에 대한 토론과 의견교환은 필요하고 의미있지만, 개인에 대한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고 답변했다. 그를 가볍게 흉내내는 것 자체가 트럼프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입장이 좀더 명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유의미한 변화로 여겨진다는 평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물류망 복원 어렵다는 우려에…유일호 “세금 투입, 더 큰 문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물류망 복원 어렵다는 우려에…유일호 “세금 투입, 더 큰 문제”

    “김영란법 자영업자 대책 마련” 소득·법인세 세율 인상 부정적 2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한진해운 등 부실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윤상직 의원은 “국내 1위, 세계 7위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로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 지역은 물론 국가 경제가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국가전략사업이 무너질 위기였고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이 예상됐다면 정부는 이런 사태를 예측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너무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그동안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한계 대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최대한 구조조정을 늦춰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한진해운 물류대란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후속 대책을 사전에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추궁이 이어졌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다음달까지는 대체적으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또 “제1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이렇게 (법정관리)된 것이 가슴 아프지만 세금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야당 간 법인세 인상 논쟁도 치열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기업은 낮은 법인세율과 ‘재벌 편들기’ 정책으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면서도 투자나 일자리 창출을 하지 않는다”며 “적어도 고수익 대기업의 법인세는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은 “법인세를 정상화해야 저성장으로 인해 사회보장제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복지 재원을 늘리고, 무엇보다 조세 형평성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 부총리는 “법인세라는 건 국제 경쟁력 문제도 있다. 다른 나라들은 인하하는 추세”라면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피력했다. 그는 “법인세율 인하 같은 게 없었으면 그나마 더 투자가 저조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영향에 따른 내수위축 등의 우려에 대해 “일시적인 충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쪽은 조금은 규모가 있는 자영업체들이다. 그런 것을 종합해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박재목 행자부 담당관에게 들어 본 ‘의정업무’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박재목 행자부 담당관에게 들어 본 ‘의정업무’

    연인 사이에 사랑을 전할 때 사용되는 ‘장미’는 전 세계 여러 나라가 ‘나라꽃’(국화)으로 삼고 있다. 미국과 영국(잉글랜드)을 비롯해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이라크, 불가리아 등 많은 나라가 장미를 국화로 법제화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법률로 국화를 지정하고 있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의 국화로 알려진 무궁화다. 태극기, 애국가, 국세, 나라문장과 함께 5대 국가상징물로 알려져 있지만, 무궁화가 대한민국의 나라꽃이라는 법적 근거는 없다. 이따금 무궁화가 국화로서 적합한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재목(56) 행정자치부 의정담당관은 이와 관련, “나라꽃을 법률이나 헌법으로 지정한 나라들도 있지만 우리처럼 관습적으로 국화로 인정돼 온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행자부 의정담당관실은 국가상징물을 비롯해 국경일 행사와 국무회의·차관회의 운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19일 박 담당관을 만나 의정담당관실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들어봤다. 의정담당관실은 행자부 소속이지만, 단일 부처의 행정이나 정책을 넘어서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사회적 논의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국가적 사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늘 긴장감이 맴도는 곳이기도 합니다. 매주 전 부처 장·차관이 모여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차관회의 운영은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업무 중 하나입니다. 국·과장급 공무원인 의정관과 의정담당관이 되면 각각 국무회의와 차관회의 간사를 맡게 됩니다. 각 부처 장관이 모이는 국무회의에서 의정관은 진행을 맡고 의정담당관은 회의에 배석해 필요한 사항들을 챙깁니다.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처럼 주요 현안이 있을 때는 청와대 영빈관에 모여 대면 회의를 하지만, 그 밖에는 영상 회의로 대신합니다. 보통 한 시간 정도 진행되지만 논의가 길어지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습니다. 국민에게 가장 친숙한 국가상징물이나 국경일은 종종 사회적인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적합한지를 두고도 숱한 논란이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무궁화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그동안 민간 영역에서 태극기에 관한 연구는 꽤 이뤄져 왔습니다. 하지만 무궁화에 관한 연구는 전무합니다. 태양이 뜰 때만 꽃을 피우는 무궁화의 가치를 국내외 문헌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고 국화로서 의미를 정립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연구 결과를 이달 안에 발표하고 책으로 만들어 발간할 예정입니다.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은 제헌절,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입니다. 제헌절을 제외한 나머지는 의정담당관실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경일을 앞두고는 태극기 달기 운동 등을 펼칩니다. 최근 경술국치일 조기 게양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8월 29일은 일본이 대한제국의 국권을 강제로 빼앗은 치욕적인 날, 경술국치일입니다. 조례에 따라 이날 조기게양을 하는 광역자치단체들이 꽤 있는데, 조기 게양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부는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할 경우 경술국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정치 뒷담화] ‘月200만원 모병제’ 논쟁 불붙은 南…北은 모병→징병제로 바꿨다는데…

    [정치 뒷담화] ‘月200만원 모병제’ 논쟁 불붙은 南…北은 모병→징병제로 바꿨다는데…

    최근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 도전을 염두에 둔 여야 잠룡들 사이에서 모병제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 인력 운용은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이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은 어떨까. 북한은 2002년 징병제와 동일한 ‘전민복무제’를 시행했다. 과거에는 모병제와 유사한 ‘자원입대제’를 유지해 왔다. ‘전국요새화’, ‘전민군사화’, ‘전민무장화’ 등을 통해 주민 전체를 군인으로 양성하는 정책을 시행한 북한이 군 복무 제도를 의무복무제가 아닌 ‘지원제’로 했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모병제 논란을 계기로 남북한 병력 운용 실태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모병제 이슈를 공론화한 것은 남경필 경기지사다. 남 지사는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모병제를 주장하는 등 굵직한 어젠다를 띄우며 내년 대선 공약에서 활용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남 지사가 모병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우선 인구 변화다. 군이 현재 63만명인 병력 규모를 2022년까지 52만명으로 감축할 계획이지만 현재의 출산율 등 인구 추이로 보면 2025년 전후로 인구절벽에 부딪혀 50만명 이상의 병력 규모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논리다. 따라서 남 지사는 2022년까지 모병제로 완전 전환해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 지사의 구상에 따른 모병제는 30만명 병력 규모로 간부급 12만명, 사병급 18만명으로 구성된다. 특히 사병급 18만명에게 현재 10만~20만원 선에서 대폭 늘린 2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해 일자리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약 3조 9000억원이 소요돼 현재 63만명 병력의 전력 운용비 16조 4000억원에 비하면 운용비도 절감된다고 설명한다. 또 자발적 의사에 따라 군대에 입대했기 때문에 병영 내 인권 의식이 향상되고 병역 비리 근절,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종식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함께 ‘모병제 희망모임’을 만들어 지난 5일 국회에서 모병제 공론화를 위한 토론회도 열었다. 김 의원 역시 2012년 대선 경선에 나설 때 모병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의원은 모병제에 대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군대의 위상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며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한림대 특강에서 “모병제를 시행하면 부잣집 자식들은 군대를 가지 않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집 자식들만 군대에 갈 것”이라며 “우리나라 안보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월급 200만원을 받는 모병제가 되면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거나 휴학을 하는 방편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냈던 유 전 원내대표는 “저출산 때문에 2023년부터 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데, 그런 상황에서 모병제까지 하면 우리 군은 도저히 유지될 수 없다”면서 “모병제 주장은 당분간 절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징병제로 가되 부사관을 확대하고 무기 등 군사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병제를 하더라도 재벌집 자녀들이나 고위 공무원 자녀들 중에 공직 진출을 위해 군대에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모병제가 실시되면 전반적으로 경제적 상황 때문에 가난한 집 자식들만 전방에 가서 총 들고 서 있는 상황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비판에 남 지사는 곧바로 반발하며 유 전 원내대표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모병제는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병역 비리도, 상대적 박탈감도 주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군에 가지 않을 자유가 생긴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 전 원내대표는 모병제 실시로 군내 인권 의식이 향상된다는 남 지사의 주장을 거론하며 “군에서 성추행, 성폭행, 왕따, 집단폭행, 자살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건 그 자체로 막아야 하지 그게 징병제와 모병제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재반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도 “아주 무거운 대체복무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남한 정치권에서 최근 들어 ‘징병제→모병제’ 논란이 일고 있지만 북한은 2002년부터 ‘모병제→징병제’로 전환했다. 6·25전쟁 이후 남북 모두 상대방의 체제 전복을 지상 목표로 했기에 군인 수의 적정선 유지는 필수적이었다. 현재까지 북한은 100만명이 훨씬 넘는 군인을 보유하고 있다. 돌격대, 노동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준군사조직까지 더하면 그 수는 200만명에 육박한다. 북한 당국은 군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군 복무는 ‘청년들의 신성한 의무’라고 선전했다. 이 때문에 6·25전쟁 이후 북한 남성은 군 입대를 애국심, 자긍심으로 생각했다. 여성들은 군인을 최고의 신랑감으로 여겼다. 북한 군 입대 적령기의 청년들은 ‘남자로 태어나 국가에 대한 헌신을 최고의 명예’로 여기는 기류가 강했다. 또 이런 사람들에 대한 대우를 국가가 나서서 책임졌기에 군 복무를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000년대 들어 군 제도를 전민복무제로 개편해야만 했던 것은 사회·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고난의 행군’ 등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국가’라는 집단보다 개인의 안위가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기에 한 가정에서 자녀를 기껏해야 1~2명 정도 낳아 군 징집 대상이 줄어든 것도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가 됐다. 또 군을 기피하는 부류들이 생겨났다. 부유층 자제들은 군에서 식량 부족으로 영양실조에 걸리는 병사들이 늘어나자 뇌물을 주며 군 면제를 받으려고 꼼수를 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시력 저하, 디스크, 천식 등 다양한 병명을 구실로 군대에 안 가려는 젊은층이 늘며 북한에서도 점차 군에 대한 사회적 인기가 시들해졌다. 현재 북한 인구는 2500만명 정도다. 이 가운데 군 입대가 가능한 10·20대 남자는 약 200만명이어서 모병제에서 징병제로 바꿔야 적정 군인 수를 유지할 수 있다. 북한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탈북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과거 북한에서는 군 입대를 청년들의 ‘신성한 의무’라며 자원입대하는 분위기가 높았다”면서 “그러나 경제적으로 결핍되고, 군사훈련보다 건설이나 농사에 동원되는 등 군의 인식이 격하되고 있다. 가능하면 군에 안 가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펴져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장교로 근무하다 탈북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도 “북한 주민들이 군인들을 가리켜 ‘공산군’이라고 비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식량 부족으로 굶주림을 못 견딘 북한군들이 농가에 내려와 절도를 일삼으니 어떤 주민들이 좋다고 반기겠느냐”고 최근 북한군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전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이정현 “신난다… 정치개혁 감 잡았다”

    이정현 “신난다… 정치개혁 감 잡았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9일 “낡은 정치 문화, 구태 권위주의 문화를 바꿔 봐야겠다는 신념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한 달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자신의 핵심 역할로 ‘정치 개혁’을 꼽은 뒤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정치를 개혁하고 변화시키려는 것들이 아직 0.1아도 진행되지 않았다”면서도 “정치를 혁신하고 당을 통합하는 방법에 대해 감을 잡았다”고 자평했다. 이 대표는 “저는 어떻게 보면 조그만, 아주 빨리 달릴 수 있는 작은 배”라면서 “잠이 부족한 것 빼고는 어려움이 없다. 솔직히 신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국회 개혁에 대해 “앞으로 (국회가) 70년을 이렇게 한다면 백약이 무효”라면서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국회 70주년 총정리 국민위원회’ 구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내걸었던 ‘슈퍼스타 K’ 방식의 대선 경선과 총선 상시공천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팀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준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쓴소리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치적인 쓴소리와 실질적인 쓴소리는 다르다”면서 “제 방식대로의 문제 해결 방안이 있다”고 답했다. 또 개헌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개헌이 아니라 국민의 개헌이 돼야 하기 때문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되는 게 맞다”고 선을 그었다.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된 모병제에 대해서는 “모병제를 포함한 정책에 대한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긍정 평가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모병제’ 불붙는 정치권

    ‘모병제’ 불붙는 정치권

    백군기 더민주 국방안보센터장 “모병, 전문 군사기술 숙달에 도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원하는 사람만 군대에 입대하는 ‘모병제’를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뜨겁다. 여권 대권 잠룡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모병제를 놓고 충돌한 데 이어, 야권에서도 ‘모병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는 양상이다. 남 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 “모병제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라는 인류보편적인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유 의원이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히틀러도 자신은 정의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모병제 논란은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병제 도입’을 공약으로 처음 들고 나온 더민주 김두관 의원은 최근 남 지사와 ‘모병제희망모임’에 함께 참여하며 찬성론을 펼치고 있다. 더민주의 국방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국방안보센터 역시 모병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백군기 국방안보센터장은 통화에서 “인구 감소에 따른 군 복무 공백을 메우고 전문화된 군사 기술을 숙달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근무하는 모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센터장은 “다만 한번에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면서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통일 전까지 전투병은 모병으로, 행정 분야는 징병으로 혼합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김용익 원장도 “현재 징병제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원하는 사람들만 군에 입대하면 충성심이나 전력이 좋아질 것”이라면서 “모병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서울시, 현대차부지 개발 확정… 강남구 “주차 대책 없다” 반발

    서울시, 현대차부지 개발 확정… 강남구 “주차 대책 없다” 반발

    서울시의 현대차 부지(옛 한국전력 부지) 개발계획 확정에 대해 강남구가 다시 제동을 걸었다. 탄천 대체 주차장 건설 건의를 서울시가 무시했다는 것으로, 앞서 ‘공공부지 기여금 용처’ 논쟁에 이어 2라운드 격이다. 서울시는 지난 2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코엑스와 잠실운동장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내에 있는 현대차 부지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세부개발계획안을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현대차 부지의 용도지역을 기존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 이곳에 105층 높이의 현대차 GBC센터(조감도)가 들어선다. 현대차그룹이 내게 될 1조 7000억원 규모 공공기여금 용처도 확정됐다. 가장 큰 사업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에 4000억원을 비롯해 교통 인프라 개선을 위한 올림픽대로 지하화(3270억원),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2800억원), 탄천·한강 워터프론트 조성(2157억원) 등 총 12개 사업에 사업비가 쓰인다. 또 국제교류복합지구 북쪽 올림픽대로와 지구 안 탄천 동·서로의 지하화가 추진된다. 그러나 강남구는 이날 반박 자료를 내고 “시가 사전 협의 없이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세부개발계획을 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구가 건의한 탄천주차장 폐쇄 이후 대체 주차장 건설 내용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코엑스 면세점 주변에 교통대란이 심각해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시가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공공기여금 용처를 확정하는 등 사실상 현대차 부지 개발계획안을 확정하자 강력 반발한 것이다. 앞서 공공기여금 용처를 놓고 시와 갈등을 빚어 온 강남구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구는 삼성동 현대차 부지에서 나온 공공기여금은 송파구 잠실 쪽이 아닌 강남구 개발에 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은 “잠실 일대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는 무효”라며 강남구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즉각 항소한 강남구는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계획이다. 이희현 강남구 도시선진화담당관은 “서울시는 앞서 약속한 대로 부구청장이 참석하는 정책회의 등을 통해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추가 소송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서울시는 한전부지 개발에서 나오는 공공 기여를 도시경쟁력 강화에 우선 활용하는 비전 개발의 혜안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열린세상] 북핵 도발은 북한 주민이 막아야 한다/손기웅 통일연구원 부원장

    [열린세상] 북핵 도발은 북한 주민이 막아야 한다/손기웅 통일연구원 부원장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다. 만약 김정은이 도발한다면 장사정포, 방사포, 스커드 미사일 등 모든 화력을 동원해 남쪽으로 퍼붓는 가운데 핵무기를 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드의 효용성을 따지는 논쟁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북한의 군사력과 도발 가능성을 현실로 인식하고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전력화되면 북한은 단독으로 전쟁을 일으킬 능력을 갖춘다. 6·25 전쟁을 위해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에 머리를 조아렸다면, 김정은은 자기가 원하는 시기와 방법으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 우리의 틈을 노려 전격적으로, 일순간에, 최대한으로 쑥대밭을 만들고, 일본과 미국 본토의 타격을 위협하면서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본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력이 상대가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일본은 미국의 해군력을 초토화한 후 강화 회담을 끄집어낼 계획으로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그러나 주력인 항공모함에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한 결과 미드웨이 해전에서 참패했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 북한은 우리 사회를 일거에 궤멸시키고자 할 것이다. 전쟁 명분은 일본을 답습할 것이다. 자국에 원유를 포함한 물자 수출을 금지했던 미국의 조치를 개전의 이유로 주장하는 일본을 따라 대북 국제 제재가 북한을 전쟁으로 몰고 갔다고 강변할 것이다. 김정은이 권좌에 있는 한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거나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무망해 보인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 주민들이다. 그들에 의해 변화될 수밖에 없다.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무시하고 숙청과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의 눈물을 딛고 군림하고 있다. 그들의 내핍, 국내외에서 밤잠을 설치며 일한 땀을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 유지에 마음껏 사용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깨닫게 해야 한다.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핵무기, ICBM, SLBM으로 더 행복해졌습니까? 남한 사회가 유혈이 낭자할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이 우리를 무시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엇을 위한 땀과 눈물이며, 누구를 위한 삶입니까? 이제 여러분이 주인이 되십시오. 평화적 독일 통일의 주동력은 동독 주민들이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동력, 서독 정부의 노력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동독의 향방을 눈을 부릅뜨고 주시했던, 독일을 분단시켰던 미·영·프·소 전승 4국이, 두 차례의 도발로 인해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던 이웃 국가들이, 만약 서독이 드러나게 동독을 흡수해 통일하려고 시도했다면 과연 그 통일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을까. 서독은 그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1989년 여름부터 개혁·개방을 외친 동독 주민들이 11월 9일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기까지, 이후부터 1990년 3월 18일 동독에서 치러진 총선거를 통해 통일 염원이 극적으로 표출되기까지, 마지막으로 동독과 협상을 벌여 10월 3일 마침내 법적으로 통일을 달성하는 그날까지 전방위로 드러나지 않게 동독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동독 주민에 의한 평화적 통일을 서독 정부는 조용하게 지휘했다. 김정은의 도발과 반인권적 통치는 북한의 변화, 주민에 의한 변화와 함께 종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과 우리 사회와 우리 마음이 전달돼야 한다. 북한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들이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할을 펼치면서 행복을 추구할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 노력을 압축적으로 전방위로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장할 컨트롤타워가 힘을 내야 한다. 대북 억제 및 국제 제재와 더불어 변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임무가 컨트롤타워 내에 더욱 무게 있게 자리 잡아야 한다. 한반도 전역의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의 실현을 위한 노력에 여와 야, 모든 국민은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 추경 진통에 경제부처들 “앞날 더 걱정”

    추경 진통에 경제부처들 “앞날 더 걱정”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여야 정쟁으로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둘러싼 극한대치 양상까지 나타나면서 정국은 한층 더 경색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37일 동안 계류 상태에 있는 이번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놓인 입법과 예산 통과의 첩첩산중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암담하다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이번 추경 문제는 앞으로 펼쳐질 여소야대 정국에서 하나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며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등 어떤 법안도 진통 없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2일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 등을 국회에 제출한다. 세법 개정안과 19대 국회에서 무산됐던 규제프리존특별법 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포함한 노동4법 개정안 등 경제 관련 법안들도 줄줄이 국회에 다시 제출되거나,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여름 폭염으로 이슈가 된 전기요금 개편안과 고준위방폐물관리절차법 제정안도 국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이 가운데 국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무쟁점 민생법안’은 규제프리존특별법이 전부다. 나머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과 첨예한 대립이나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우선 예산안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 여부를 둘러싸고 끝까지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처럼 법정기일인 12월 2일 안에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행복한 상황’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이번 추경과 같은 혼돈의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세법 개정안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이 한목소리로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야당이 제출한 법인세 인상 법안은 예산 부수법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예산안과 함께 직권상정해서 통과시킬 수도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그걸 제지할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밖에 없다”면서 “그 이후의 정국은 완전한 파국인데, 상상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 정부는 야당이 일제히 반대하는 노동4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이미 기대를 접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총선 이후에 이미 대부분이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분위기였다”고 털어놨다. 의료민영화 논란에 부딪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료 분야 서비스산업이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이걸 반대하는 상황이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을 계획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도 야당은 누진제 폐지에 가까운 전면적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고준위방폐물관리절차법 제정안은 부산, 경남, 울산 지역구의 야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실장급 간부는 “사실 법안이나 정책의 내용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라면 힘들지만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청문회가 쟁점이었던 이번 추경처럼 정치적 요소 때문에 법안이 국회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장급 간부는 “정책, 법안을 만드는 과정부터 야당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이도 저도 안 될 때를 대비해 항상 ‘플랜B’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김승희 새누리 의원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김승희 새누리 의원

    김승희(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답게 의약품의 품질 향상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김 의원은 28일 “국민 안전과 행복, 국가 발전에 대해 고민해 온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국내 의약품의 고품질화를 유도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내 정치의 원동력은. A. 의약품·치료제 개발 경험. 새로운 의약품이나 치료제가 개발돼 환자에게 투약되기까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각종 제약이 많기 때문에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사회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이유 없이 거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과 비슷하다. 새 제품 출시 과정에서 의료인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행정적 뒷받침도 아끼지 않았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으려면 입법을 통한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 Q. 중점 추진 정책은. A. 필수 의약품 공급 활성화. 치료제를 비롯한 의약품은 시장의 기능에만 맡겨선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국가가 개입해 필수 의약품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인 보건·바이오 관련 제품의 산업화를 촉진시켜 보건·의료 산업 발전에 기여할 생각이다. Q. 정치적 롤 모델은. A. 메르켈·후진타오. 과학적 백그라운드를 가진 정치인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냉철하고 합리적인 시선으로 노동계층과 저소득층을 껴안으며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중국의 후진타오 전 주석도 수리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이념 논쟁에 개입하지 않고 합리성과 객관성을 근거로 국익 창출에 기여했다. Q. 나만의 정치 철학이 있다면. A. 균형과 신뢰.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 나갈 때 한쪽의 시각으로만 보면 반드시 이익을 보는 집단과 피해를 보는 집단으로 나뉜다. 사회적 양극화는 균형 잡힌 시각이 결여돼 생기는 대표적 현상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무조건 반대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타협을 통해 생각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상호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진영 논리에 갇힌 계파 갈등에 대한 해법도 마찬가지다. 또 계파에 우선해 생각해야 할 것은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임을 명심해야 한다. Q. 의원 특권 내려놓기 방향은. A. 기부 활성화. 의원이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법은 도네이션(기부)이다. 세비를 삭감·동결하기보다 기부·기여를 통해 특권을 사회에 환원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 재능 뭐든 가능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프로필 ▲1954년 서울 출생 ▲경기여고·서울대 약학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 벗길수록 감추고, 가릴수록 드러난다… 부르카 속 ‘치안과 자유’

    벗길수록 감추고, 가릴수록 드러난다… 부르카 속 ‘치안과 자유’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1848년 집필한 ‘공산당 선언’의 도입부에서 당시 유럽의 정세를 다음과 같이 간결히 정리했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구유럽의 모든 세력들, 교황과 차르, 메테르니히와 기조, 프랑스 급진파와 독일의 경찰은 이 유령을 몰아내려고 신성 동맹을 맺었다.” 이 문장에서 ‘공산주의’를 ‘부르카’로 바꾸면 현재 유럽의 상황에 적용된다. 무슬림 여성의 눈과 얼굴을 비롯해 전신을 가리는 의상인 부르카의 착용 문제를 두고 유럽 전역이 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 정부들은 무슬림 여성의 사회 통합과 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부르카 착용을 규제하려 하는 반면 부르카 규제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무슬림 여성을 소외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다. ●獨, 反이슬람 정서에 부르카 부분 금지 추진 논쟁 점화 독일 정부는 최근 부르카 착용을 부분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독일 내 부르카 논쟁에 불을 지폈다. 독일에는 400만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지만 대부분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터키 출신이라 독일 거리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부르카 착용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으나, 지난해 시리아 등 중동 난민이 대거 유입되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르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학교, 대학, 법정, 등기소에서 부르카와 같이 얼굴을 가리는 베일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안은 운전 중이나 출입국 심사를 받을 때도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며 교사나 공무원이 직장에서 부르카를 입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독일 사회의 통합을 위해 필요한 장소에서 얼굴을 보여 주도록 법적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데메지에르 장관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부르카 착용을 개인적으로 거부하지만 법적으로는 금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독일 내 반(反)이슬람 정서가 강화되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득세하자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내에서는 부르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이에 메르켈 총리와 데메지에르 장관이 다음달 일부 지역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강경론자들을 달래고 극우 정당을 견제하기 위해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달 선거가 실시되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와 베를린시의 기독민주당 대표는 이날 데메지에르 장관의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부르카 착용 금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佛, 부르키니女 벌금·경찰이 베일 벗게 한 사진 논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비롯해 얼굴을 가리는 베일의 착용을 이미 금지한 프랑스는 부르카에 이어 ‘부르키니’ 규제에 나섰다. 부르키니는 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로 무슬림 여성이 이슬람 전통을 지키면서도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전신을 가리는 수영복이다. 이달 들어 남부 휴양지인 니스와 칸을 비롯해 프랑스 지방자치단체 30여곳이 공공질서에 대한 위협, 수상 안전, 위생 등의 이유로 부르키니를 금지하고 단속에 나섰다. 시암이라는 이름의 무슬림 여성은 칸 해변에서 부르키니를 입고 있다가 단속 나온 경찰에게 11유로(약 1만 3000원)의 벌금을 내야만 했다고 AFP가 지난 23일 보도했다. 프랑스 인권단체인 인권연맹(LDH)은 니스행정법원에 “부르키니 규제는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30여곳의 지방정부 중 빌뇌브루브시를 제소했으나 법원은 지난 22일 “공공 질서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고 적절하며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규제”라며 지방정부의 손을 들어 줬다. 니스에서는 지난달 14일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대혁명 기념일 불꽃놀이를 즐기던 시민과 관광객들을 향해 트럭을 몰고 돌진해 85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친 바 있다. 부르키니 공방이 계속되던 중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3일 보도한 한 사진이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었다. 사진에는 니스 해변에서 한 여성이 남성 경찰 3명에게 둘러싸여 상반신을 가리는 베일을 벗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니스시 당국은 이 여성이 베일 안에 부르키니를 입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무슬림계와 여성단체들은 “여성이 강압에 의해 옷을 벗게 됐다”며 분노했다. LDH는 니스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최고 행정재판소인 국사원에 상소했고, 국사원은 26일 니스지법의 판결을 뒤집고 빌뇌브루브시의 부르키니 규제는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부르키니 규제를 도입한 다른 지방정부도 규제를 폐지하거나 유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전날 “부르키니는 여성의 노예화를 상징한다”며 부르키니 금지 입장을 고수했고, 2017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부르키니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해 한동안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교 분리 원칙과 세속주의를 고수하는 프랑스는 2010년 치안 유지를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덮는 니캅과 부르카의 착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150유로(약 18만 8000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을 채택했다. 2015년까지 부르카 착용으로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는 1500여건에 이르며 대부분 상습범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앞서 2004년에는 학교 교실에 부르카를 비롯해 유대교의 키파(테두리 없는 베레모), 기독교의 십자가 등 종교적 상징물을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한 바 있다. ●“여성성 덮어·치안 유지” vs “신앙 자유·소외 부추겨” 유럽에서는 프랑스를 필두로 벨기에, 네덜란드, 불가리아가 전국적으로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러시아에서는 지역별로 부르카 착용 금지 여부가 다르다. 부르카 부분 금지를 추진 중인 독일에서는 최대 일간지 빌트가 지난 12일자 1면에 “부르카의 금지를 요구한다”고 공식화하며 여론 조성에 나섰다. 빌트는 “부르카는 여성의 정체성과 개성을 없애고 시각적으로 인간다움을 잃게 한다”며 “자유로운 생활양식에 반하는 자명한 불관용”이라고 강조했다. 부르카 규제에 찬성하는 측은 니캅이나 부르카가 얼굴을 가려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해 치안 유지 활동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부르카가 무슬림 여성의 의사소통과 대외 활동을 제약해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부르카 규제가 오히려 무슬림을 자극해 치안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지난 17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부르키니 규제에 대해 “무슬림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며 “테러 공격을 유발할 수 있는 이런 자극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알파노 장관은 “이탈리아 헌법은 모든 사람에게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에는 150만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를 테러리스트나 테러 동조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부르카 착용을 금지함으로써 오히려 무슬림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해 유럽 사회에서 더욱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르키니는 젊은 무슬림 여성에게 해변의 자유 선물” 유럽 내 부르카 논쟁은 여성 인권, 종교의 자유, 치안 등 여러 문제가 얽히면서 복잡해지는 양상이지만 일각에서는 부르카 착용 여부는 결국 여성 개인의 선택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툴루즈대학의 종교 전문가이자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무슬림 여성인 림사라 알루안은 AP에 “반부르키니 정책은 이슬람에 대한 낡은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며 “여성의 권리에는 몸을 가릴 권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파리 도심의 부르키니 매장에서 일하는 젊은 무슬림 여성 2명은 NYT에 “2004년 부르키니가 처음 출시되기 전에는 해변에서 발을 물에 잠깐 담그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제트스키도 즐긴다”고 말했다. 그들은 “부르키니는 젊은 무슬림 여성들에게 한낮에 해변에서 놀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부엌에 갇혀 있던 우리 어머니 세대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정부는 부르키니를 입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무슬림 여성을 환영해야지 벌금을 물려 집으로 되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동참하지 않는 자 시민이 아니다

    [고전으로 여는 아침] 동참하지 않는 자 시민이 아니다

    그리스의 7현인 가운데 한 사람인 솔론(BC 630?~560?)은 아테네의 탁월한 입법자이자 정치가였다. 그는 귀족과 평민들이 서로 다툴 때 양측이 서로 인정하고 양보할 수 있는 입법을 위해 고심했다. 플루타르코스(46~120?)의 ‘영웅전’이 이를 잘 전해 준다. 솔론은 빚에 쪼들리던 민중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토지를 제외한 모든 채무를 탕감해 주고, 채무로 인신이 저당 잡혀 있던 동포들을 외국에서 데려오고 국내에서 종살이하던 이들도 해방시켰다. 그럼에도 솔론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부자들은 채권을 빼앗긴 것에 불만이었고, 빈자들은 토지를 재분배해 주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지나친 격차와 불평등을 크게 완화시켰다. 나아가 그동안 귀족이 독차지하던 정부의 다양한 기구에 대중의 참여 기회를 넓혔다. 시민들을 재산의 보유 정도에 따라 네 계층으로 나누고 계층에 걸맞은 참여 권리를 주었다. 재산이 없는 날품팔이들인 최하층 테테스에게도 민회의 배심원이 될 자격을 부여했다. 솔론의 조치들은 아테네 민주정의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받을 만큼 획기적이었다. 솔론이 꿈꾸던 세상은 모든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서로 불의를 견제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사회였다. 그는 피해 입은 사람을 위해 시민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입법했다. 그로 인해 어떤 시민이든 해를 당하는 타인을 위해 가해자를 고발하고 소추할 수 있었다. 오늘날 검찰의 기소 독점과 다르다. 이는 시민들이 남의 불행을 공감하고 동정하는 데 익숙하게 만드는 지혜로운 조치였다. 누군가 솔론에게 어떤 도시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냐고 묻자 그는 “불의를 당한 자들 못지않게 불의를 당하지 않은 자들도 불의를 저지른 자들을 벌주려고 나서는 도시”라고 대답했다. 솔론은 시민들이 사적 이해에 묻혀 소극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규범과 이익을 위해 용기 있게 나설 것을 권장했던 셈이다. 이런 솔론의 희구를 극명하게 드러낸 아주 역설적인 법도 만들었다. “당파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는 자의 공민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특정 현안에 대해 분열과 갈등이 벌어졌을 때 시민들은 어느 편에든 가담해야 한다니 이 무슨 괴이한 법인가. 솔론은 시민들이 사적 이익과 안전만 도모하지 말고 더 낫고 더 정의로운 편에 가담해 위험을 공유하며 조국의 고통과 혼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나서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치열한 논쟁과 대립을 하며 정의롭고 합리적인 대안이 어느 정도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리라. ‘목소리 큰 소수’의 특수 이해관계에 국가의 정책이 휘둘려도 국민들이 ‘침묵하는 다수’로 머물 때 공동체의 자유와 평등이 보존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아니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민주주의의 성패는 참여에 달렸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 “야 인마 너 나가” “선배님, 원맨쇼 그만”

    “야 인마 너 나가” “선배님, 원맨쇼 그만”

    국민의당 박지원(왼쪽)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재선의 황주홍(오른쪽) 의원이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의 진로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가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을 벌였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의총에서 황 의원은 최근 당 지지율 하락세와 지도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등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은 박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당내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원내정책회의에 참석도 안 하면서 그러느냐”고 반박했고 “박근혜 대통령한테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내부에 분란을 일으키고 총질하느냐”고 쏘아붙였다. 황 의원도 지지 않고 “선배님의 낡은 정치 때문에 당이 이렇게 됐다. 원맨쇼 그만하라”고 소리쳤다. 점점 분위기가 격해지자 최경환 의원 등이 황 의원을 만류하기도 했으나 박 위원장은 “야 인마 너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결국 의총은 싸늘한 분위기 속에 급히 마무리됐다. 한편 같은 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오는 27∼28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찾을 예정이다. 박 비대위원장도 이번 주말 전남 목포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만날 예정이라 안 대표와 함께 만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과세·보안 우선” vs “지도쇄국 우려” 팽팽

    “과세·보안 우선” vs “지도쇄국 우려” 팽팽

    “데이터로 이익… 책임 부과해야” 안보 위협 문제로 정부도 고심 “국내 IT산업 혁신 가로막아” 美도 통상문제 차원서 압박 구글이 신청한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결론이 24일 내려진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날 측량성과 국회반출협의체 2차 회의를 열고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데이터 반출로 인한 안보 위협 논란으로 시작해 구글의 조세 회피 의혹까지 불거지며 여론의 반감이 크지만, 규제를 완화해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2일 구글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학계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는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글로벌 IT 공룡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으로 옮겨붙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관심사는 지도 데이터 반출을 통한 사업 확대에 있다고 분석한다. 구글에 ‘최적의 테스트베드’인 우리나라의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자사의 솔루션과 결합, 자율주행과 증강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구글의 최신 기술을 시험함은 물론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은 부과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구글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서버)을 두지 않아 납세 의무에서 벗어나고, 국내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다. 반면 지도 반출을 막고 있는 조치가 국내 IT 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지도 쇄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구글의 공격적인 지도 서비스 확대가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위치기반산업에 구글의 독점을 가져올지, 경쟁을 통한 혁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과 개별 국가 간의 기싸움은 세계 각지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수년 전부터 구글을 압박해 온 영국은 올해 초 구글로부터 1억 3000만 파운드(약 1880억원)의 세금을 받아 냈다. 프랑스도 최근 구글로부터 16억 유로를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독점에 대한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최근 러시아도 구글의 앱 선탑재를 반독점으로 규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구글에 대한 과세와 감시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일 구글 등 우리나라에 법인을 두지 않은 글로벌 기업의 국내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한회사로 등록돼 외부 감사와 공시 의무에서 비껴났던 다국적기업의 국내 법인에 대해서도 감사와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22일 발표한 ‘구글세 논란에 대한 검토와 제언’ 정책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법 등 국내 규정을 개정함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EPS) 방지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2016 공직열전 기획재정부(상)] 정책효과 극대화 이끄는 나라살림 ‘컨트롤타워’

    [2016 공직열전 기획재정부(상)] 정책효과 극대화 이끄는 나라살림 ‘컨트롤타워’

    기획재정부는 세제와 재정, 예산, 경제 정책 등 우리나라의 살림살이 전반을 다루는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다. 그래서 기재부에서 ‘유능하다’는 건 ‘벌교에서 주먹 자랑, 여수에서 돈 자랑’처럼 큰 의미가 없다. “기재부, 진짜 깐깐하네.” 예산이나 정책 협의 등을 이유로 기재부를 처음 방문한 다른 부처나 산하기관 임직원들이 정부세종청사 4동 건물을 나가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다른 부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예산안과 정책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빈틈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기재부 직원이 얄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적만 하기 때문에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다. 기재부는 신입 시절부터 이런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를 격의 없는 토론과 논쟁을 통해 훈련받는다. 서울 법대 82학번, 행정고시 29회 동기로 이런 과정을 30년간 밟아 온 1963년생 동갑내기 최상목 제1차관과 송언석 제2차관이 이 공룡 부처를 이끌고 있다. 최 차관은 경제정책과 금융 분야의 주요 보직을 대부분 거쳤다. 탁월한 관료라는 평가를 달고 다니는 그는 재경부(옛 기획재정부) 시절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을 지내면서 현재의 자본시장통합법을 만들어 낸 주역으로 꼽힌다. 그런데 그 바쁜 와중에 경제와 역사를 다룬 ‘경제와 역사, 그들의 동반 여행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후배들은 “항상 최상의 퍼포먼스를 구현하려고 애쓰는 완벽주의자라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다그치기보다는 차근차근 도와주며 잘 이끌어가는 스타일”이라고 평한다. 상대의 감정선 파악이 빠르고, 누구를 만나든 혼자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송 차관은 공직생활 내내 예산과 재정 분야에서 일해 왔다. 예산총괄심의관 시절에는 보고를 받을 때 족집게 과외 선생처럼 미흡한 부분을 콕콕 짚어내며 혼쭐을 내는 경우가 많아 ‘호랑이’로 통했다. 예산실장 때인 2014년 12월 2일, 국회가 12년 만에 다음해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에 통과시키는 데 이바지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차관이 된 뒤에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기재부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던 공기업 노조 간부들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기도 했다. 후배들은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사석에서는 격의 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터놓고 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스타일이다. 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 미래경제전략국 등을 지휘하며 대형 경제정책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이찬우(50·31회) 차관보는 경제·경영학 전공 및 재경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기재부에서 정치학 전공에 일반행정직 출신인 드문 케이스다. 평소 과묵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잘 제시하고, 실현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후배들은 “악센트가 거의 없이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투를 잘 못 알아 들어 힘들 때도 있다”고 한다. 송인창(54·31회) 국제경제관리관은 국제금융 분야 전문가로 국제금융정책국, 국제금융협력국, 대외경제국을 이끌고 있다. 해박한 업무 지식과 치밀한 추진 능력으로 여러 현안 과제의 해결능력이 탁월하고, 소탈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기재부 안팎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부하 직원들이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세 번 이상 이름을 올려 2010년 신설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흐트러짐 없이 술을 잘 마시기로 기재부에서 으뜸이라는 것이 후배들의 전언이다. 국고국, 재정관리국, 재정기획국, 공공정책국 등을 이끄는 노형욱(53·30회) 재정관리관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 있을 정도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 예산실 핵심 요직인 예산총괄서기관, 예산총괄과장 등을 거쳤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재정정책 및 전략의 중장기 비전과 큰 그림을 제시하는 정책 기획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 공공기관 기능조정, 성과연봉제 등 저항이 만만치 않은 과제를 저돌적으로 추진해 업무 능력을 검증받았다. 최영록(51·30회) 세제실장은 실장 임명 뒤 2주 만에 올해 세법개정안을 완성해 발표했다. 조세기획관, 재산소비세정책관, 조세정책관,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등을 거친 세제통으로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하며 국회와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는 등 협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배들은 “우리나라에서 세제에 가장 정통한 사람이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한다. 기재부의 안살림과 대(對)국회 업무를 맡고 있는 고형권(51·30회) 기획조정실장은 민간금융회사, 몽골 재무부장관 자문관,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 등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속정이 깊고 소탈하다는 것이 후배들의 평이고, 야당 관계자들은 고 실장이 야당과 매끄러운 관계를 이어가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살림의 지출을 책임지는 박춘섭(56·31회) 예산실장은 걸어다니는 ‘예산 백과사전’이다. 각 분야 예산 담당 사무관과 과장도 외우지 못하는 통계를 줄줄 외워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28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예산실에서 근무했다. 직원들과의 허심탄회한 술자리를 좋아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부하직원에게 화를 내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잠룡 박원순 ‘청년수당’ 대권가도 약? 독?

    잠룡 박원순 ‘청년수당’ 대권가도 약? 독?

    “朴 청년정책 이미지 선점 효과”… 법정 가면 출구전략 부담 관측 ‘야권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강행함에 따라 어떤 정치적 실익을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실시해 청년들에게 혜택을 줬으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보건복지부의 거듭된 반대에도 첫 활동비 50만원을 2831명의 미취업 청년에게 기습적으로 지급했다. 복지부는 4일 ‘직권취소’ 처분으로 맞대응했다. 강완구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명백한 포퓰리즘 사업 강행은 무효이고 무분별하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청년들의 복지 의존도 심화 등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법률 검토를 거쳐 오는 8일쯤 대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다. 결국 청년수당 사업의 성패는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직권취소를 취소하기 위한 가처분 소송 등을 내 9월 초 2차 활동비 지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맞대응했다. 그러나 9월 활동비 지급은 서울시의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다음주 초 대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도 최소 30일 후 결과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활동비 지급일인 3일을 넘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정치적으로 잃을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현재 ‘청년 정책을 신경쓴다’는 이미지를 구축한 대선 주자들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로까지 논의가 이어지면 청년 정책에 힘쓰는 정치인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논쟁만 거듭하는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야권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이 커지는 효과도 있다. 지난 2일 박 시장은 6개월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 등과 설전을 벌이며 저항하는 야당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20살 고졸 비정규직 사망 사건’인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맞았던 임기 중 최대 위기도 청년수당 강행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 다만 중앙정부와 갈등을 반복하면 정치적 피로감과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사업이 법정으로 가면 진흙탕 싸움이 되는 만큼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면서 “동남·동북·서남·서북 4대 권역 프로젝트 등 다른 굵직한 사업들도 같이 부각을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 측은 “청년들과 연관된 문제라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지친다, 너… SNS와 이별하다

    지친다, 너… SNS와 이별하다

    온라인 소통공간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접점 없는 논쟁과 불통에 피로감을 느끼며 스스로 SNS를 차단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SNS를 이용한 범죄까지 발생하면서 서비스를 탈퇴하거나 아예 스마트폰에서 SNS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소통공간인 SNS가 불통의 벽을 실감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3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SNS 이용률은 2011년 16.8%에서 2015년 43.1%로 늘었다. 매년 6.7~8.6% 포인트씩 상승했지만, 2015년에는 3.2%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디지털 번아웃’(digital burnout)으로 설명한다. 번아웃은 과도한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 피로가 쌓여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일컫는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번아웃은 SNS, 인터넷 등으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다. SNS를 끊는 것은 디지털 번아웃에서 탈출하려는 행태로 판단한다. 지난달 14일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트위터 탈퇴도 디지털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트위터 팔로어가 42만명에 달한 진 교수는 평소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활발하게 드러냈다. 최근에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의 대작 논란을 두고 “현대미술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트위터 탈퇴 직전까지 자신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용자들과 온라인 설전을 벌였다. 진 교수는“‘SNS란 게 좋은 것도 있지만 말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 짓도 지겹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트위터를 떠났다. 하루에도 수차례 페이스북에 접속했던 직장인 김모(35)씨는 두 달 전에 앱을 지웠다. 김씨는 “페이스북은 친구들과 교류하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었는데 어느새부터 싸움터가 됐다”면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 음모론 같은 것을 게시하고 댓글로 싸운다. 친구들까지 거기 휘말려 다투는 것을 보고 있으니 불편하고 피곤해서 페이스북을 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광고가 디지털 번아웃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모(30·여)씨는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서 접속했는데 광고가 줄줄이 뜨면 짜증부터 난다”면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상품을 검색했는데 페이스북 앱에서도 비슷한 제품 광고가 뜰 때가 많다. 페이스북이 내 생활을 감시하는 것 같아 소름 끼친다”고 털어놨다. 워킹맘 홍모(31)씨는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SNS에서 탈퇴했다. 홍씨는 “별생각 없이 아기 사진을 SNS에 올리곤 했는데 아동성애자들이 그 사진을 악용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했다. “SNS를 하다가 스토킹을 당했다는 뉴스도 봤다. 내 가족과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탈퇴했다”고 덧붙였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SNS를 통해 쏟아질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중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이것이 누적되면 디지털 번아웃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에 집착하는 대신 직장 동료, 동네 친구 등 오프라인 인간관계를 보조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면 디지털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건강한 비만이라고 안심? 만성콩팥병 위험성 조심!

    건강한 비만이라고 안심? 만성콩팥병 위험성 조심!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규정했다. 이어 미국의사협회는 논쟁 끝에 2013년 비만을 질병으로 공식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0을 넘으면 비만, 25를 넘으면 과체중으로 분류하는데 이 분류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31.8%가 비만이다. 아시아 사람은 서양 사람들보다 BMI가 낮아도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해 BMI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발표한 ‘제7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 이상 남성의 절반 정도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WHO는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8년 기준으로 전 세계 비만 인구가 남성은 2억명, 여성은 3억명이라고 밝혔다. 비만이 질병이라니, 이들 모두 치료받아야 할 환자인 셈이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뿐 아니라 수면 무호흡, 관절염, 위식도역류질환 등 비만과는 무관할 듯한 여러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주요 건강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규제정책 효과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8년간 사회경제적 비용을 가장 많이 발생시킨 건강위험요인은 바로 비만이었다. 하지만 살찐 사람은 무조건 질병에 걸리고 사망률도 비만하지 않은 사람보다 높을까. 오히려 마른 체형의 사람이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비만이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해 약간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비만의 역설’이다. 비만 정도가 동일해도 일부는 비만과 관련된 질환 유병률이 높지 않다는 보고도 있다. 이를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 혹은 ‘양성 비만’이라고 부른다. 건강한 비만이란 뚱뚱한데도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2형 당뇨병 등 어떤 대사질환도 발생하지 않은 비만의 한 유형을 가리킨다. 일본 도호쿠대학 의학연구소 구리야마 신이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40세 이상 일본 남성 5만명을 대상으로 12년 이상 비만과 수명의 관계를 추적 조사한 결과 체형별 평균 잔여 수명이 비만은 41.6년, 정상 39.9년, 고도비만 39.4년, 저체중 34.5년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사질환이 없더라도 비만하다면 안심하지 말고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성인 700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한 비만’ 집단과 관상동맥질환, 제2당뇨병, 만성신장질환, 고혈압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건강한 비만이더라도 비만이 오래가면 관상동맥질환 발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7~2013년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15만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일부 ‘건강한 비만’ 집단에서 만성신장질환, 고혈압, 제2당뇨병 발병률이 비만하지 않고 건강한 집단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건강한 비만이 대사적으로는 건강할지 모르지만 비만하지 않은 건강인과 비교하면 비만 자체의 위험도가 절대로 낮지 않다”며 “만성질환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비만 자체도 관리 대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6만 2249명을 비만, 과체중 등 비만도에 따라 구분해 5년에 걸쳐 정밀 분석한 결과 각종 수치가 정상이어도 비만한 사람은 만성콩팥병에 걸릴 확률이 표준체중인 사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비만이 신장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비만 조직에서 유리되는 다양한 매개체가 신장에 나쁜 영향을 미쳐 이런 현상을 나타나게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체중을 줄여야 각종 대사질환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건강한 비만’을 정의하는 통일된 기준은 없으며, 연구자마다 각자의 기준으로 ‘건강한 비만’이 나쁘다, 좋다를 판명하고 있다”면서 “현재 사용하는 임상지표로는 ‘건강한 비만’을 정확하게 가려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기고] 해비탯Ⅲ, 우리 도시의 미래/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

    [기고] 해비탯Ⅲ, 우리 도시의 미래/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

    “시계를 멈추겠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제2차 유엔인간정주회의’(해비탯Ⅱ) 회기 시한인 1996년 6월 14일 밤 12시 직전 의장이 이처럼 말했다. 해비탯Ⅱ 회의는 주요 의제였던 주거권의 인정과 실현 범위에 관한 회원국 간 의견 대립을 끈질긴 협상 끝에 극복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몇 가지 이견으로 회기 내 의제 타결이 불가능할 듯 보였다. 이에 의장 직권으로 회의장 시계를 멈추고 회의를 계속한 것이다. 몇 시간 후인 다음날 새벽 모든 합의가 이뤄졌다. 그제야 회의장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해비탯Ⅱ 의제가 기한 내 채택됐다. 당시 유엔인간정주센터(UNCHS) 재정자문관으로서 이 과정을 지켜본 필자의 기억에 20년이 넘도록 남아 있는 에피소드다.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사회가 함께 나선 것은 1976년 5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해비탯Ⅰ이 처음이다. 유엔 차원의 첫 회의로서 참여 국가들이 전 지구적 실천의 중요성에 공감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해비탯Ⅱ 회의에서는 치열한 논쟁 끝에 ‘주거권 및 주거 보장’이 의제로 채택됐다. 이후 각국은 임대주택 확대,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해 노력했다. 우리 정부도 최저 주거 기준 및 주거권 등을 규정한 주거기본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함과 동시에 주거 급여제도를 도입하는 등 주거복지 정책을 강화했다. 해비탯Ⅰ 이후 세계 도시 인구는 1975년 16억명에서 2014년 39억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인류의 정주 환경이 만족할 만큼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10억명 이상이 슬럼가에서 거주하고 있고 개도국·최빈국의 주택난, 교통, 환경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이런 당면 과제를 안고 오는 10월 에콰도르 키토에서 해비탯Ⅲ, 즉 ‘제3차 유엔 주거 및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에 관한 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11번째 실천 과제인 ‘지속 가능한 도시 실현’이 다뤄진다. 특히 저소득층, 노인, 어린이 등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도시의 각종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포용 도시’를 강조하고 있다. 아무런 차별 없이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주택과 교통, 위생, 안전 등 각종 혜택을 향유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도시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3년간 해비탯Ⅲ 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 선정과 관련해 국제 협력을 해 왔다. 특히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비효율 등을 해결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 친화적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복합한 ‘스마트 시티’를 제안했다. 이번 해비탯Ⅲ 회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될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 공공성, 포용성’ 등이다. 도시 문제 해결과 대안 제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상징하는 중요한 화두다. 결국 모두를 위한 도시는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포용력 있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향한 우리 도시의 시곗바늘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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