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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4년 3개월마다 춤췄던 대입… 20년짜리 교육 비전 세워라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4년 3개월마다 춤췄던 대입… 20년짜리 교육 비전 세워라

    ‘4년 3개월’.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가 모습을 바꿔 온 주기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체감적으로만 보면 마치 매년 대입제도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한다.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다룰 내용이나 수업 방식 등을 담은 국가교육과정도 최근 10년간 15번이나 크고 작게 뜯어고쳐졌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서어서문학)는 “교육 정책은 자주 바뀌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고 보면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10~20년 뒤 사회·산업 등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 토대 위에서 멈춤 없는 교육 개혁을 하지 못한 채 겉모습만 조금씩 고쳐 생색을 냈다는 얘기다. 정부는 현재 중학교 3학년(2003년생)을 대상으로 고입·대입 방식 등 새로운 교육 정책을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중3을 실험용 쥐로 보는가”라는 반발이 터져 나온다. 잦은 개편이 정작 아이들의 재능을 계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 개혁을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진단한 국내 현실과 일본,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선진국의 사례를 토대로 답을 찾아봤다.“대통령이 아니라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흔들렸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 초대 원장을 지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교육학)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역대 정부들은 나름대로 중요한 교육 계획을 만들었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면 앞선 정부 계획을 부정하는 게 첫 업무였으며, 교육부 장관만 바뀌어도 늘 개편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교육부 장관(교육과학기술부 포함)은 평균 1년 6개월마다 바뀌었다. 그는 “교육과정을 포함해 어떤 정책이든 최소 10년은 지속돼야 예측 가능하고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우리 교육사를 관찰해 온 전문가의 증언을 들어보면 박 교수의 회고와 다르지 않다. 김 교수는 “돈이나 힘이 가장 덜 들면서 국민에게 생색내기 좋은 교육 정책이 대학입시”라면서 “매 정부가 자신만의 수능 체계를 만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능은 1994학년도에 처음 실행된 뒤 모두 19번 개편됐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우리 사회는 혁신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어 개별 교과의 수업 방법론 등에 대한 최신 이론이 등장하면 정부와 친한 전문가들이 매번 이를 교과서에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퍼즐’ 조각만 잡고 있는 국가교육회의 정권의 입맛에 따라 5년 단위로 교육 정책이 바뀌는 현실을 탈피하고자 지난해 12월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했다. 하지만 7개월 새 교육계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교육 등 다방면의 전문가가 모여 중·장기 교육 개편 방안 등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원래 계획은 사라지고 대입 정시·수시 비율 같은 작은 ‘퍼즐’만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시·수시 비율 등을 공론조사에 부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묻기에는 너무 사소한 질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인적 구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우선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위원 다수가 진보 성향으로 구분됐다.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기엔 균형에 문제가 있다. 또 교육 정책은 전체 산업지형 등의 변화상을 분석, 전망해 짜야 하는데 이 분야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런 점에서는 싱가포르 사례를 살펴볼 만하다. 신디 크후 싱가포르 교육부 계획과장은 “경제부처나 국방부 등과 협력해 디지털 경제, 의료, 도시문제 해결, 물류 등 유망 영역의 인력 수요를 예측해 교육 정책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정호진 싱가포르난양공과대학 국립교대 교수는 “예컨대 싱가포르 금융감독원에서는 개별 은행 인사부서에 연락해 기업에서 어떤 분야가 취약하고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파악한 뒤 이를 반영해 대학 학과 등을 개설하는 식”이라고 했다.●“바꿀 수 없는 계획만 세워도 성공” 국가교육회의가 10~20년 뒤를 내다본 정책·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지금이라도 업무 방식이나 조직 구조를 크게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국민들이 아이 교육에 있어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 교육계 한 원로는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할 주제는 정시·수시 비율 등이 아니라 우리 교육에서 다양성과 평등성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 줄 것인지, 학문 교육과 직업 교육을 두고 어떻게 판을 짤 것인지 같은 것”이라면서 “이런 가치를 우선 합의한 뒤 이를 토대로 입시 규칙 등을 짜면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 교육 방향을 세울 때 여론 수렴을 2~3개월 만에 속도전 하듯 끝내지 말고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일본이 힌트를 준다. 김 교수는 “일본은 학력 위주 교육과 유토리 교육(수업 시간을 줄이는 등 아이에게 여유를 줘 창의성을 길러 주려는 방식)을 두고 199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논쟁을 계속해 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키워 주는 교육’을 하자고 합의해 최근 교육 개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국가교육회의와 비슷한 역할인 일본 중앙교육심의회는 교육 개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국민에게 향후 10년간 어떤 개편 작업을 할지 상세한 일정을 공개한다. 궁극적으로 어떤 교육 목표 속에서 해마다 무슨 제도가 시작되는지 알려주니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줄고 개혁에도 탄력이 붙었다. 유호선 도쿄 한국교육원장은 “일본은 네마와시(물밑작업) 문화가 있어 정책 결정 이전 각계 의견을 치밀하게 듣고 여론 조성 작업을 마친 뒤 정책을 세워 발표한다”고 말했다. 크후 과장은 “싱가포르에서도 정책 수립 전 학생과 학부모, 교육 전문가, 산업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수년간 의견을 듣지만 일단 정책이 수립되면 요식행위식 공청회는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적 구성도 손볼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미래를 대비한 교육 개혁의 핵심은 대학교육과 노동시장을 어떻게 연동시킬 것인가가 핵심인데 노동경제학자 등이 참여하지 않는 현재 국가교육회의 구성으로는 논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문제를 풀 실마리는 경제·복지·여성 등 교육이 아닌 다른 분야 전문가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만큼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교육 정책의 성과를 보려고 무리하기보다는 (국가교육회의 등에서) 장기 발전 방향을 세워 정권 말기에 ‘우리 이제 이런 걸 시작합니다’라고 밝히기만 해도 괜찮다”면서 “최고 전문가들이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버릴 수 없는 교육 비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싱가포르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교육개혁리포트-대한민국 중3] 문항당 1000만원짜리 수능… EBS 유형만 외워 푸는 ‘도로 학력고사’

    [교육개혁리포트-대한민국 중3] 문항당 1000만원짜리 수능… EBS 유형만 외워 푸는 ‘도로 학력고사’

    1993년(1994학년도) 태어나 올해 25살이 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수술대에 올랐다. 당장 현안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때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기준 점수를 넘으면 무조건 높은 등급을 주는 제도)로 치를지 또는 지금처럼 과목 대부분을 상대평가(1등급 4% 이하·2등급 4~11% 등 비율을 정해 놓은 제도)로 볼지 여부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다음달까지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수능의 문제 유형에 칼을 댈지 여부다. 현행 수능은 학부모·학생 다수로부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동시에 “암기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학생들이 교실에서 EBS 문제집만 달달 외우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초 수능 설계자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수능이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편이 낫다”고까지 말했다. 수능을 과연 어떻게 손봐야 ‘공정성’과 ‘미래 지향 교육’이라는 두 가치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전문가 의견 등을 듣고 해법을 찾아봤다. <자료 : 이혜정 소장·책 ‘대한민국 교육 40년사’>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로만 보면 수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교육 전문가들이 내놓는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엄청난 비용·인력을 투입해 만드는 가장 질 높은 객관식 문제라는 얘기다. 수능 출제 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관련 정보 공개를 꺼리지만 출제위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수능 한 문항을 만드는 비용은 최소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출제위원들은 하루 35만여원씩 한 달간 보수로 약 100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숙소·행정 비용 등을 더하면 비용이 훨씬 불어난다. 또 출제위원 3분의2 규모인원이 별도 검토위원으로 참여해 문제의 오류 가능성을 차단한다.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한 교육계 인사는 “검토위원이 수학 문제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철학 이론까지 들이밀며 오류를 지적하더라”고 말했다. ●완벽해 보이지만… 객관식 덫에 갇혀 ‘완벽한 시험’처럼 보이는 수능의 문제는 따로 있다. 과연 이 시험만으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교사·교수 등 교육 전문가들은 “장점만큼 단점이 분명한 시험”이라고 지적한다. 객관식이 가진 한계다. 수능은 애초 지식 암기력을 평가하는 학력고사를 버리고 창의력·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수능 초기인 1990년대에는 “암기만으로는 수능에 대비할 수 없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독서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듭 개편되면서 ‘도로 학력고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대원 경기 위례한빛고 교사는 “처음 수능은 종합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취지에 맞게 통합교과 문제가 많이 나왔는데 점점 변질되고 사교육이 수능에 적응하면서 문제 유형을 아예 통째로 외워버리면 되는 시험이 됐다”고 말했다. 재수생 등 문제 유형에 익숙한 학생들이 많아지니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2%’만 맞출 수 있도록 꼬아 내는 문항까지 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능 문제 10개 중 7개를 EBS 교재에서 연계 출제하는 ‘70%’ 룰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사교육 절감과 지역 교육 격차 해소 등을 목적으로 EBS 연계율을 70%까지 끌어올렸는데 이후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보다 EBS 교재의 복습에만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험생 사이에서는 ‘듄아일체’라는 은어까지 쓰인다. 수능 위주인 정시 전형을 노리려면 EBS(‘듄’은 EBS를 한글 자판으로 친 글자)와 한몸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객관식 수능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라고 지적한다. 이혜정 교육과 혁신연구소장이 해외 선진국의 대입 문제와 우리 수능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역사 문제를 보면 2018학년도 수능 한국사(짝수형) 시험 8번①은 “임진년부터 7년에 걸친 일본과의 전쟁”(임진왜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찾는 문항이었다. 반면 영국의 대입 시험인 A레벨의 역사 시험②은 서술형이다. ‘1912년 루스벨트의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라거나 ‘히틀러의 대외 정책은 독일의 1차 대전 패배를 복수하고 싶은 원한에 기반했다’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지 묻는 문제였다. 이 소장은 “수능이 역사적 사실 관계를 외웠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라면 A레벨 문제는 역사적 행위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해석을 묻는다”면서 “A레벨 유형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우리 수능과 비슷한 객관식 시험인 ‘대입센터시험’을 2020년부터 폐지하고 대신 ‘대학입학공통시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식 활용 능력을 묻는 문항을 낼 예정인데 국어·수학 과목에서는 서술형 문제도 일부 출제된다. ●현행 내신은 문제 질 더 떨어져 수능의 단점이 드러났다고 해서 현행 학교 내신을 대체재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내신 문제는 똑같은 객관식이면서 문제의 질은 더 떨어진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수능은 출제위원이 출제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내신은 교사가 행정 업무를 병행하는 탓에 암기력 테스트 이상의 문제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2022 대입개편 이송안의 ‘중장기 대학입시제도 방향’에서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수시·정시 비율 논쟁 등에 가려 논의의 장에서 사라졌다. 수능과 내신 시험에 논술·서술 문항을 도입하려면 선결 과제가 수두룩하다. 사고력을 묻는 시험을 내려면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 초·중·고교 교육 현장에서 주입식 대신 토론식 수업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서울·대구교육청 등이 이를 위해 토론·논술식 교육과정인 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를 일부 학교에 시범 도입하려고 검토 중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육부가 우리 현실에 맞는 토론·논술형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또 고교 학점제(고교생이 희망 진로에 맞춰 필요 과목을 배우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등 새 평가 방식에 어울리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초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22년부터 고교 학점제를 전국 모든 고교에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사의 업무량 증가와 인프라 부족 등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해 보여 현장에서는 4년 뒤 전면 도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논술·서술형 문제를 도입할 때 불가피한 채점 공정성 문제를 해소할 제도도 논의해야 한다. 영국의 A레벨의 경우 대부분의 문제가 논·서술형이지만 각 문제에 대한 채점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기준을 시험 후 모두 공개함으로써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한다. 이 소장은 “IB의 경우 공인된 채점관들이 교차 채점을 통해 평가의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수능 역시 향후 논·서술형 문제를 도입할 경우 채점 기준과 평가 방안 등을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구축해 신뢰도를 쌓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용어 클릭] ■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 ‘국제바칼로레아 기구’(IBO)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시험으로 객관식이 아닌 논·서술형 문제가 주를 이룬다. 현재 146개국 3700여개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독일·스위스·캐나다 및 미국 일부 주(州)에서 대입 시험으로 활용하고 있다.
  • [주 52시간 근무시대] ‘뒷북’ 정치권…여야·당정, 탄력근로 갑론을박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 이틀째인 2일 정치권에서는 뒤늦게야 부작용을 우려하며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확대하자는 등 보완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를 포함해 정책에 손발을 맞춰야 하는 당정조차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시각이 엇갈려 앞으로 국회 논의에서 논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당정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는 지난달 27일과 28일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 대한상공회의소 방문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현행 3개월을 6개월 정도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잇따라 밝혔다. 이에 대해 같은 당 3선 현역 의원이기도 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전반적으로 다 6개월을 하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야당에서도 탄력근로제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를 주장한다. 신보라·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고 산업 특성에 맞게 특별연장근로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홍 원내대표의 연장 추진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위협하는 발언”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근로시간 단축의 목표가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일과 삶의 균형 추구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취지다. 국민이 안건을 제안하면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방식이다. 단,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한해서다. 실제 몇몇 청원은 생산적 담론을 이끌었다. 소년법 폐지와 낙태죄 폐지,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충 등에 관한 청원이 그 예다.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무엇이 우선인가,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권역외상센터를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로 논쟁이 벌어졌다. ● 마녀사냥의 터로 변한 청원 게시판 그러나 여기까지다. 국민청원은 점차 그 목적을 벗어나고 있다. 일부는 ‘마녀사냥’의 터로 악용하기도 한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에 약 61만명이 동의했다. 팀 추월 경기에서 두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따돌렸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충격을 받은 김 선수는 한동안 운동을 그만두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최근엔 ‘사형’ 청원까지 나왔다. 배우 배수지씨가 이른바 ‘비공개 촬영회’의 실태를 폭로한 유튜버 양예원씨를 지지한 게 발단이었다. 지난달 양씨는 3년 전 어느 스튜디오에서 남성 20명에게 둘러싸여 합의되지 않은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양씨를 지지하는 청원에 동의하고, 자신의 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연대를 호소했다. 문제는 해당 청원이 사건과 관련 없는 스튜디오를 지목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로 무고한 이가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배씨는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의혹에 대해 섣불리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배씨를 사형하라’는 극단적인 청원이 올라온 배경이다. 이후 배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 행정부 권한을 벗어난 질문과 답변 청와대가 청원에 답하는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22일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이 약 23만명의 추천을 받았다. 정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국민들이 파면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해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삼권분립의 원칙을 깬 ‘행정부 독주’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 비서관은 “행정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청원에 대해선 대처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청와대가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서 선제적으로 제한을 두진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삭제 조치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16일 ‘제주도 난민수용을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별다른 공지 없이 삭제됐다. 해당 글은 나흘 만에 15만명 이상이 동의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란 문구가 청와대의 자체적인 심의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 기준은 홈페이지에 일괄적으로 공지돼 있으나 당사자에게 구체적 사유를 알리진 않는다. ‘삭제 기준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청원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이유다. 삭제 여부를 공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 비서관은 “현재 청원 게시판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삭제되더라도 개별 연락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찾아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집단지성을 이용한 액체 민주주의 국민청원은 액체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의 중간 형태인 액체 민주주의는 모든 의제를 시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 대부분 시민 스스로 판단하지만, 사안에 따라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에 의결을 위임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시민과 대표자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더불어 조직적·수평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의제마다 의견을 내는 주체와 정책에 반영하는 집단이 바뀌는 국민청원과 비슷한 지점이다. 액체 민주주의도 맹점은 있다.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을 위한 시간과 지식을 충분히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목소리 큰 일부가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숙고하고 토론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또 소수의견이라도 여러 계정을 만들어 투표하면 다수의 의견으로 부풀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의 경우 특정 커뮤니티에서 중복 투표를 독려해 참여 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액체 민주주의 실험을 먼저 시작한 유럽은 어떨까. 핀란드의 시민발의법은 시민이 직접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온라인 플랫폼 ‘오픈 미니스트리’(Open Ministry)는 핀란드 시민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법안 작성부터 의회 제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무수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 이를 개개인이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오픈 미니스트리’가 시민들이 서로 협력하는 공론장을 제공하는 이유다. 프랑스에는 ‘의회와 시민’(Parlement et citoyens)이란 온라인 플랫폼이 있다. 의원들이 발의 예정인 법안을 영상으로 설명하면 시민들이 수정·보완할 사항을 제안한다. 제시된 의견 중 가장 많은 찬성표를 받은 의견은 다시 의원과 시민이 적합성 여부를 토론한 후에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법안은 정식으로 의회에 상정된다. 핵심은 시민이 대의 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이용해 주권자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 사적 감정의 표출에서 공적 담론의 생산으로 위 사례들은 철저히 ‘정책’과 ‘법안’이 중심이다. 더불어 시민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한 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반면 국민청원은 ‘하소연’의 장에 가깝다. 억울함을 토로해 다수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그만큼 정책을 토론하고 담론을 형성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정 비서관은 “청원 게시판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청원 범위를 제한하는 것엔 대다수 전문가가 우려를 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이라는 점에서 자유를 보장하는 현재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원처럼 일부 혐오표현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한편으론 전문가 집단이 시민들의 여론을 분석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방식이 찬성과 반대로만 나뉘는 이분법으로 가고 있다”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토론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성에 기대어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혐오성 발언이 난무하는 현상도 짚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청와대의 자체 심의에 맡길 경우 검열의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실명제를 도입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울 것을 제안했다. ‘공공성’을 키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게시판이 분노 표출이 아닌 공적 의견을 제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근본적으로는 의회가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인식이 약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정당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원 게시판에 모든 걸 의존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결국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논란, 지역갈등 재점화 우려된다

    2년 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영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이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가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다. 오 당선자는 “잘못된 정치적 판단인 만큼 지금이라도 건설안을 중단하고 가덕도로 가는 게 맞다”고 했다. 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치단체장이 공약을 이행한다며 정부 정책을 뒤엎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영남권 신공항 추진 대선 공약을 없던 일로 한 2011년에 이어 2016년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진화한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간의 지역 갈등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상당히 우려스럽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명분도 약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오 당선자는 김해신공항에 대해 “24시간 운영이 안 되고 항공 수요 증가에 따른 확장성도 없다”고 했다. 또 김해 주민들이 소음 문제로 김해신공항 건설에 반발하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2년 전인 2016년 6월 입지 선정 때 대부분 논의했던 내용이다. 부족한 점은 앞으로 보완하면 된다. 당시 김해신공항에 부산은 물론 대구·울산·경북·경남 등 5개 광역단체장도 합의했다. 신공항 건설은 대형 국가사업이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게다가 김해신공항에 이미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즉 부산시장 당선자가 일방적으로 뒤엎거나 재검토할 정책이 아니란 얘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공항 위치를 바꾸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사실상 반대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국회 제출 자료에서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와 외국 전문기관의 연구를 통해 김해신공항을 최적 입지로 결정한 만큼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을 바꿀 만한 명분이 없다. 신공항 건설은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어렵게 매듭지어진 국가 프로젝트가 지역 이해와 정치 논리에 의해 또다시 흔들려선 안 된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은 김해신공항으로 결론이 나기까지 이명박 정부로부터 10년 가까이 소모적인 지역갈등을 초래했다. 그 갈등을 정부와 지자체들이 잊어선 안 된다. 국토부는 보다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신공항 문제가 재점화돼 소모적 논쟁이 재현되지 않도록 초기 진화에 나서야 한다. 경남신공항 건설에 동의했던 경남도나 울산시 등 지자체들도 일관성을 잃고 혼란을 부채질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 [단독] ‘82년생 김지영’ 가르치려던 교사에 악플… 도 넘은 혐오사회

    [단독] ‘82년생 김지영’ 가르치려던 교사에 악플… 도 넘은 혐오사회

    “수업 교재로 쓰겠다” SNS 글에 “피해망상 남혐책” 등 댓글 수백개 “신상 털어보자” 교사 실명 언급도 ‘예멘 난민 반대’ 국민청원 43만 성 소수자 혐오 논쟁도 불거져 전문가 “경제불평등·양극화 탓” 일각선 “근본적 인식 개선 시급”지난 21일 제주의 한 고교 국어교사 고모(30)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활용한 수업을 할 계획”이라는 글을 올렸다. 고씨는 해당 소설 40권이 찍힌 사진을 게시하고 “나도 이 책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을 학생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고 적었다. 조남주 작가가 2016년에 낸 이 소설은 딸을 둔 1982년생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일상적 차별과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성의 보편적 삶을 다뤘다. 그러나 고씨의 글은 ‘고3 국어수업 대참사’라는 제목으로 여러 남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순식간에 퍼졌고 수백개의 악의적 댓글이 달렸다. “피해망상 가득한 ‘남혐’ 책을 왜”, “당신의 멍청한 생각을 고3들에게 강요하지 마라” 등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학교 어떤 선생인지 털어 보자”며 신상 털기에 나서기도 했다. 26일 현재 제주도 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는 고 교사에 대한 항의 민원이 7건 접수됐다. 고씨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계정을 비공개 전환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쏟아지는 비난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설을 접했을 때 어머니가 살아오며 겪었던 차별과 고통이 생각났다”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특히 “이 책과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느끼던 학생들도 수업을 통해 자신이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걸 인식했다”고 말했다.고씨와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댓글 테러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혐오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최근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에 대한 저주와 혐오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난민법 개정과 무사증입국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 인원이 2주 만에 43만명을 넘었다. 오는 주말에는 서울과 제주도에서 난민 반대 시위까지 열릴 예정이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혐오는 인터넷 공간을 넘어 정치 영역으로 침투했다. 박준배 김제시장 당선자는 선거 공보물에 ‘미풍양속을 해치는 동성애 반대’라는 내용을 실었다. 시민단체들은 “지역 주민의 인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해서는 안 될 혐오 표현”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난민,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가 심각해진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을 꼽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평등이 분노로 표출된다”면서 “한정된 자원을 놓고 극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여성 혐오, 이민자 혐오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민주화 이전에는 반공주의를 통한 국가안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범죄나 재난 등에서 ‘나’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면서 “‘나’를 지킨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약자를 향한 혐오 발언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폐지 논란에서 보듯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은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혐오의 발현 양태를 보면 처음에는 표현에서 머물지만 결국 행동으로 넘어간다”면서 “미국의 KKK단(인종차별주의적 극우비밀조직) 사례처럼 극단적 폭력이 일어나기 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혐오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 차별금지법 제정 등 제도적 해결책을 촉구한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이제는 국가가 개입할 시점”이라면서 “혐오를 조직적으로 하는 행위를 처벌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중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형법상 모욕죄가 있지만, 우리도 캐나다나 유럽처럼 더 강한 처벌로 나아갈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법적 해결보다 인식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완 소장은 “처벌을 강화하면 순교자를 양산할 수 있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구조적 측면에서는 가해자도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회에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레스토랑서 쫓겨난 백악관 대변인…‘불법 이민 무관용’ 정책 반발

    레스토랑서 쫓겨난 백악관 대변인…‘불법 이민 무관용’ 정책 반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무관용’ 정책이 ‘아동 격리 수용’ 논란으로 거센 반발을 불러온 가운데 고위 관리들이 식당에서 쫓겨나는 등 잇따라 봉변을 당하고 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어젯밤 버지니아 렉싱턴의 레스토랑 ‘레드 헨’에서 주인으로부터 내가 미국 대통령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면서 “나는 정중하게 레스토랑에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녀의 행동은 나보다 그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면서 “나는 의견이 다른 이들을 포함해 사람들을 존경심을 갖고 대하고자 최선을 다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레스토랑 주인 스테파니 윌킨슨씨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당시 집에 있었던 윌킨슨씨는 주방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샌더스 대변인이 식당에 손님으로 왔는데 직원들이 약간 걱정하고 있다며 어떡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당시 테이블은 샌더스 대변인 남편 이름으로 8석이 예약돼 있었다. 윌킨슨씨가 식당에 도착했을 무렵, 이들의 테이블엔 이미 치즈 플레이트가 놓여 있었고, 주방에서는 이미 메인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윌킨슨씨는 직원들에게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말해보라. 샌더스 대변인에게 나가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물었다. 그러자 직원들은 “그렇게 해달라”고 답했다. 윌킨슨씨는 직원 중 일부는 동성애자라고 설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이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금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옹호했으며, 불법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정책을 변호하며 질문을 피해가는 모습 또한 직원들이 알고 있다고 윌킨슨씨는 전했다. 윌킨슨씨는 샌더스 대변인 일행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고 잠시 밖에서 이야기하자고 청했다. 그리고는 “우리 레스토랑은 정직, 연민, 협력과 같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다”고 밝히면서 나가달라고 요청했고, 샌더스 대변인은 곧바로 “좋다. 가겠다”고 말한 뒤 소지품을 챙겨 나갔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계산하려고 했지만, 윌킨슨씨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윌킨슨씨는 “샌더스 대변인은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잔인한 정책들을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반대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업을 하고 있고, 잘 되길 바란다”면서도 “민주주의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편한 행동이나 결정도 해야 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이 레스토랑에서 쫓겨난 일은 레스토랑 종업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종업원은 “오늘 밤 백악관 대변인이 레스토랑에서 쫓겨났다”면서 “주인은 샌더스 대변인과 그 정당(공화당)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썼다. 이후 레스토랑 주인의 결정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서는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식당 리뷰 사이트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평가가 크게 엇갈리며 요동쳤다. 워싱턴DC에 있는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은 “버지니아의 ‘레드 헨’과 다른 곳이다”라는 공지를 올려야 했다. 당시 레스토랑에 함께 갔던 샌더스 대변인의 아버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트위터에서 “레드 헨 레스토랑 메뉴에 ‘편협함’이 있다”면서 “혹 ‘증오의 요리’를 주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피타이저는 ‘속 좁은 사람을 위한 작은 요리’”라고 비꼬았다.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은 샌더스 대변인이 처음이 아니다. 이민 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토안보부의 커스텐 닐슨 장관 역시 백악관 근처 멕시코 식당에 들렀다가 고객들로부터 ‘수치스럽다’라는 항의를 받고 식당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의회전문지 더 힐은 “레스토랑 주인의 ‘무관용’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저항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찬성하는 의견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정가율 5%P 오르면 2주택자 종부세 465만원 더 늘어

    공정가율 5%P 오르면 2주택자 종부세 465만원 더 늘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위)가 22일 공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종부세를 매길 때 사용하는 공시지가 비율(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과 세율 인상, 1주택자와 다주택자 차등 여부에 따라 4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할 수 있다. 연간 세수증가 효과는 최소 1949억원(대안 1)부터 최대 1조 2952억원(대안 3)으로 추산됐다. 첫 번째 대안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 80%에서 10% 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해 정부로선 가장 쉬운 방안이다. 과세 대상 인원은 현행(주택 27만 3000명, 토지 6만 7000명)과 같다. 늘어나는 세금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90%가 되면 연간 1949억원, 100%가 되면 3954억원으로 전망됐다.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원종훈 세무팀장에 따르면 고시가격 23억원인 성수 갤러리아포레(170.88㎡)의 경우 종부세가 507만원에서 612만원으로 약 105만원(20.7%), 고시가격 21억원인 반포자이의 종부세는 421만원에서 496만원으로 75만원(17.8%) 늘어난다. 반면 서초 아크로리버파크(84.94㎡·고시가격 13억)은 112만원에서 126만원으로, 잠실엘스(119.93㎡·11억 8000만원)은 70만원에서 79만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대안 2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그대로 두고 구간별 세율을 차등 인상해 누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가령 주택은 6억~12억원 종부세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는 세율을 현행 0.75%에서 0.8%로, 12억~50억원은 1%에서 1.2%로, 50억~94억원은 1.5%에서 1.8%로 올린다. 과세 대상은 주택보유자 5만 3000명과 종합합산토지 보유자 6만 7000명 등 총 12만 8000명이다. 세수 효과는 주택과 종합합산토지만 세율을 올리고 별도합산토지를 현행으로 유지하면 연간 4992억원, 별도합산토지까지 올리면 8835억원으로 전망됐다. 대안 3은 대안 1과 대안 2의 조합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2~10% 포인트씩 올리고 세율은 대안 2 수준으로 설정했다. 세수 효과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2% 포인트 인상은 최대 9650억원, 5% 포인트 인상은 최대 1조 881억원, 10% 포인트 인상은 1조 2952억원으로 추산됐다. 과세 대상은 34만 8000명이다. 누진세율 강화를 통해 부동산 보유세 를 합리화하면서도 실수요자 등 낮은 과표구간 납세자의 세 부담 증가는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대안 3을 실제로 적용해 보니 세율 1.2%를 적용받는 과표 12억~50억원(1주택자 기준 고시가격 21억~59억원) 주택의 종부세가 30% 넘게 늘었다. 성수 갤러리아포레(170.88㎡·23억)는 507만원에서 663만원으로 156만원(30.79%), 반포자이(244.54㎡·21억)는 421만원에서 526만원으로 105만원(25.03%) 올랐다. 반면 과표 6억원 이하 구간은 현재 세율(0.5%)이 적용되기 때문에 종부세 증가폭은 대안 1과 같았다. 대안 4는 1주택자를 우대하는 안이다. 1주택자는 세율 인상 없이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5% 포인트 올리고 다주택자는 대안 3을 적용하는 식이다. 세수 효과는 별도합산토지 세율에 따라 6783억원(현행 유지)에서 1조 866억원(0.2% 포인트 인상)으로 추정했다. 과세 대상은 대상 3과 같다. 이를 실제 적용하면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85%로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서초 아크로리버파크(고시가격 13억)와 송파 잠실엘스(고시가격 12억)를 각각 1채씩 보유한 다주택자의 종부세는 465만원(872만→1337만원), 성수 갤러리아포레(고시가격 23억원) 1채만 보유한 1주택자의 종부세 인상 폭은 43만원(507만→550만원)이다. 고시가격은 2억원 정도 차이가 나지만 종부세 증가폭은 10배가 된다. 다만 대안 4는 ‘똘똘한 1채’로 대표되는 고가 1주택 보유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재정개혁특위에서도 “중저가 다주택자보다 고가 1주택자를 우대해 과세 형평성 제고에 역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서울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美 밀입국자 격리수용 뭇매… 멜라니아 “가슴으로 대해야”

    美 밀입국자 격리수용 뭇매… 멜라니아 “가슴으로 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가 밀입국자의 부모와 자녀를 갈라 놓는 트럼프 정부의 지침에 대해 이례적 비판 논평을 냈다.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으로 2000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부모와 생이별하는 상황이 되자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가세해 비판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멜라니아의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공보 담당관은 17일(현지시간) “멜라니아는 아이들을 그들의 부모와 떼 놓는 것을 보기 싫어한다”면서 “민주·공화 양당이 궁극적으로 힘을 합쳐 성공적인 이민 개혁을 이루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셤은 또한 “멜라니아는 법을 따르는 나라가 필요하지만 가슴으로 다스리는 나라 역시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미 법무부가 지난달 7일 발표한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은 남서부 국경을 넘어온 모든 성인 밀입국자를 기소하고 함께 입국한 아이들은 부모와 격리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 내에서는 선량한 피해자인 아이들에게 후유증을 남기는 비인도적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날인 이날 트위터에 “국경에서 부모로부터 분리된 수천명의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 아이들은 협상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논쟁적 이슈에 대해 개입을 회피했던 이민자 출신 멜라니아가 가세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법 개혁과 관련해 민주당의 ‘양보’를 받기 위해 극단적으로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멜라니아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정부 안에서 인간적인 모성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지만 민주·공화 양당의 협조를 촉구해 사태의 책임 일부를 민주당에도 지웠기 때문이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구멍을 막을 수 있는 이민정책을 만드는 데 비협조적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文대통령 “지역주의·색깔론, 분열의 정치는 끝났다”

    文대통령 “지역주의·색깔론, 분열의 정치는 끝났다”

    지방선거 이후 文정부 2기 시작 “‘대통령 개인기 때문’ 온당치 못해 靑 비서실·내각이 잘해준 덕분”“이번 선거를 통해서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 그리고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 가르는 그런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이 선거로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종식한 것을 6·13 지방선거의 역사적 의미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에게 지역주의와 색깔론 타파는 자신의 꿈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이었다. 노 전 대통령도 생전에 정치지형도를 1990년 3당 합당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해 왔다. 지난해 3월 부산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영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문 대통령은 “빨갱이 종북 소리 들어가며 김대중·노무현을 지켰던 27년 인고의 세월, 저는 기억한다. 저뿐 아니라 영남 땅에서 민주당 깃발 지켜온 동지라면 누구라도 그 설움과 아픔, 가족들의 고통까지 생생히 기억한다”며 “이번에 우리가 정권을 교체하면, 영남은 1990년 3당 합당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 자랑스럽고 가슴 벅찼던 민주주의의 성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연설했다.1990년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정의당과 야당이던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보수대연합인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킨 이후 부산·경남(PK)은 줄곧 야당의 ‘무덤’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벽을 넘겠다’며 부산에 네 번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문 대통령도 2012년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 출마해 55.04%로 당선됐지만, 그해 12월 대선에서 부산 득표율 39.87%란 초라한 성적표를 쥐었다. 지역구도가 눈에 띄게 깨지기 시작한 건 2016년 20대 총선부터다. 민주당은 PK에서 8명(부산 5명·경남 3명)의 당선자를 냈고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부산·울산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그 바탕에는 지역주의의 높은 벽에 도전했던 노 전 대통령의 눈물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각별히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도 그런 이유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회의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 2기가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방선거 전이 문재인 정부 1기였다면 지금은 2기이고, 2020년 총선 이후는 3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로 나타난 민심의 요구를 국정운영 탈바꿈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고 정부와 여당의 오만한 심리가 작동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지적하며 2기 문재인 정부의 과제로 ‘겸허한 정부, 민생에서 성과를 내는 정부, 혁신하는 정부’를 꼽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또 집권세력 내부의 분열과 독선,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본 정책 추진, 측근 비리와 친·인척 비리, 민생 성과 미흡, 소모적 정치 논쟁 등으로 기대를 잃은 점을 역대 정부가 준 교훈으로 꼽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과 그 초심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정부는 버림받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는 대통령의 개인기가 그런 결과를 낳았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정말 온당치 못한 이야기”라며 “대통령이 무언가 잘했다면, 또 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면 함께한 청와대 비서실이 아주 잘했다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 내각이 잘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문 대통령 “지방권력 해이해지지 않도록”... 조국 “하반기 감찰”

    문 대통령 “지방권력 해이해지지 않도록”... 조국 “하반기 감찰”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지방권력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해달라”라며 “대통령의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에 대해서도 열심히 감시해달라”라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민정수석이 중심이 돼 청와대와 정부 감찰에서도 악역을 맡아달라”라는 당부를 했다고 김 대변인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요인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보고했다. 지방선거 이후를 ‘2기’로 구분한 것에 대해서는, 김 대변인은 “개각과는 관계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전국단위 큰 선거가 두 번 있는데, 이번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이 있다. 지방선거 이전까지가 1기, 총선까지가 2기, 총선 이후가 3기라고 잠정적으로 시기를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보고에서 “특히 지방선거 승리 이후 새로 구성될 지방정부의 부정부패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2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통해 토착비리 근절키로 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올해 하반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상대로 감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김 대변인은 “이는 새로 들어선 지방정부가 승리감에 도취해 해이해지거나 긴장감이 풀어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수석은 보고에서 “문재인 정부 2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과거 정부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과거 정부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과거 정부에 대해 “집권세력 내부 분열과 독선이 있었고, 분파적 행태를 보이거나 계몽주의적 태도로 정책을 추진했다. 긴장감이 해이해지며 측근비리와 친인척 비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생에서 성과가 미흡하고 소모적 정치논쟁으로 국민의 피로감이 가중됐다”며 “관료주의적 국정운영과 관성적 업무 태도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현 상황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조 수석은 “국민의 기대심리가 대단히 높다”면서도 “정부 여당에서 오만한 심리가 작동할 경우 독선과 독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본격적인 내부 권력투쟁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기반으로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 2기의 기조에 대해 ▲ 겸허한 정부 ▲ 민생에서 성과를 내는 정부 ▲ 혁신하는 정부를 제시했다. 조 수석은 “오만과 아집,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을 버리고 겸허한 정부가 돼야 한다. 촛불 정신을 늘 되새기며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집권세력 내부의 원심력을 제어하고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 소득 증가 등 성과를 내는 데 역량을 집중해 투여해야 한다. 청와대와 부처의 긴밀한 소통으로 정책 혼선이나 엇박자를 제어해야 한다”며 “부패를 근절하고 혁신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이 밖에도 4대강 보 개방 1년에 대한 평가, 남성 공직자들의 육아휴직 현황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집중분석] 진보교육 벨트 더 탄탄해졌지만… 공통 정책 추진 진통 예고

    [집중분석] 진보교육 벨트 더 탄탄해졌지만… 공통 정책 추진 진통 예고

    ①자사고·외고 무더기 낙제점? ②재원 없는 무상공약은 空約? ③혁신학교 학력 논란 잡을까?‘진보 14 대 보수 3’ 다음달 1일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교육감 17명의 성향을 나눠 보면 진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진보의 완승’으로 평가받던 2014년 지방선거 때보다 1명 더 늘었다. 그사이 중앙정부도 보수(박근혜 정부)에서 진보(문재인 정부)로 교체됐다. 여러모로 유리한 지형에 놓인 진보 교육감들이 공약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논쟁적 정책은 진통이 예상된다. ①일괄 전환보다 평가 후 지정취소 예고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진보 정책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이다. 중학교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주로 진학하며 대학 입시 결과도 좋은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전국에 모두 81개교가 있다. 일반고(1556개교)의 5.2%에 불과하지만, 적지 않은 중학생이 자사고 등의 진학을 목표로 하는 데다 수월성 교육의 상징이라 폐지 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43개교가 몰린 서울(조희연)·경기(이재정)의 재선 교육감들은 “고교 서열화의 정점에 선 이 학교들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사고·외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교육부가 법을 바꿔 이 학교들을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돌리면 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보다는 각 시·도 교육청이 5년마다 하는 외고·자사고 성과 평가 때 낮은 점수를 줘 지정 취소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당장 내년 서울의 자사고 25곳(전국 단위 포함)이 평가받아야 하고, 2020년에는 전국의 외고 31곳 중 이미 평가를 받은 1곳을 제외한 30곳이 무더기로 평가를 받는다. 자사고·외고 문제는 입학원서 접수 시기인 오는 12월 즈음 일반고를 포함해 진학할 학교 유형을 선택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와의 구체적 협의 방안은 조 교육감의 새 임기가 시작하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②예산은 지자체 등 협의 ‘첩첩산중’ 무상 정책도 관심 대상이다. 진보 교육감 대부분은 무상 급식 확대뿐 아니라 무상 교복·교과서·수학여행 등 다양한 무상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후보가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교복비와 고교 교과서 대금, 초·중 수학여행비, 고교 수업료 단계적 폐지 등을 공약한 울산의 노옥희 교육감의 경우 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에서 재원 조달 방안으로 ‘교육청·지자체·중앙정부 예산’이라고만 적시했다. 노 교육감 측은 “총 3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조달에도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 “같은 공약을 제시한 울산시와 조만간 만나 재원 조달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지자체들과 이른 시일 내에 협의해 재원 조달 방안을 공지하는 것이 좋다”면서 “무상 정책 비용이 전반적으로 늘면서 기초학력 개선 프로그램, 교원 전문성 강화 등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비용은 줄어든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③조희연 “성취감·만족도 더 높아” 혁신학교 확대도 일부 논란이 예상된다. 신임 진보 교육감들이 공약에서 제시한 숫자만 합쳐도 향후 4년간 100여곳 이상의 혁신학교가 전국에 새로 생길 전망이다. 혁신학교는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학교를 말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교육감이던 2009년 처음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혁신학교가 일반 고교에 비해 기초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 학생들이 ‘기초학력 미달’ 평가를 받은 비율은 11.9%로 전체 고교 평균(4.5%)보다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혁신학교 학생들의 성취감과 학교 생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반박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고용 악화 충격…경제팀 ‘키’ 제대로 잡았나

    고용 악화 충격…경제팀 ‘키’ 제대로 잡았나

    구조조정·인구충격 개입 때 놓쳐 중기대책 혁신성장을 단기 접근 최저임금 정치쟁점 부각 더 심각 “소득주도·혁신성장 초심 집중 사회안전망 등 적극 확충 필요”고용 악화의 충격이 거세다. 구조적 측면에서 제조업과 도소매업 중심의 구조조정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인구 충격’이 한국 경제를 제약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과소평가하거나 개입 시점이 늦어졌다는 점에서 경제팀 책임론까지 나온다. 중장기 대책인 ‘혁신성장’을 단기대책처럼 접근한다는 지적과 함께 “적극적 재정정책”을 강조한 것과 달리 실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은 충분히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1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 1~5월 취업자 증가폭은 월평균 14만 9000명이다. 지난해 1~5월 취업자 증가폭(월평균 37만 2000명)은 물론 정부 목표(32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5월 월평균 17만 2000명 증가보다도 적다. 정부는 창업 활성화로 신규 구인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신생 기업이 다수 포함된 1∼4인 사업체 취업자 수는 8개월째 내리막길이다. 창업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에 대한 대응도 미진했다는 평가가 많다. 임시·일용직 고용 위축도 계속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임시 근로자는 지난달까지 21개월 연속, 일용 근로자는 7개월 연속 줄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 최저임금 영향 자체보다도 최저임금 자체가 지나치게 정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역으로 최저임금 인상 말고는 쟁점이 될 만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개혁과 보완책을 같이 써야 하는데 기존 정부 정책은 최저임금이나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보완책에 비해 구조개혁이 미흡하다”면서 “기업 생태계 조성과 사회 안전망 확충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영향을 직접 받는 건 15~24세, 50대 여성 등인데 최근 고용 상황은 오히려 30~40대 일자리가 줄고 50~60대 일자리가 늘고 있다”면서 “도소매업에서 30~40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최저임금 영향보다 대형화 등 구조조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보다도 한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주는 건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다. 지난해 8월 1000명이 줄어들기 시작한 생산가능인구는 같은 해 12월 1만 3000명 감소로 1만명대를 돌파하더니 올 들어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KDI의 최근 분석을 보면 1~4월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취업자 증가폭을 매월 5만여명 감소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인구 감소폭이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고용 상황 악화에 대한 해법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천명했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초심’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부가 고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과도 연관된다. 애초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했다는 것 자체가 올해 예산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걸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추경을 4조원대로 편성한 것은 경기 상황을 ‘그 정도면 충분한 정도’로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2차 추경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서울광장] ‘알바 낭인’, 어느 집 귀한 새끼들/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알바 낭인’, 어느 집 귀한 새끼들/황수정 논설위원

    이야기가 좀 길다. 지인의 아들은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작년 겨울 알바를 시작했다. 숯불에 고기를 얹어 잘라 주는 일이었다. 등록금에 얼마라도 보태겠다기에 기특했던 엄마 마음은 잠시. 숯불 냄새에 온몸이 장아찌가 돼 들어오는 아들을 보며 날마다 짠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올 초. 밤 11시가 넘어 들어온 아들은 손도 씻지 않고 밥부터 찾았다. 심야 밥상을 차리며 엄마는 설마 했다. 고깃집 알바가 밥을 못 얻어먹었을 리가.고깃집 알바는 밥을 얻어먹지 못했다. 손님이 미어터져 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최저임금이 뛰어오르자 사장님은 달라졌다. 밥때가 되면 선걸음에 밥 한술은 뜨게 내놓던 김치찌개 냄비마저 치워 버렸다. 알바생 둘은 정리됐고, 겨우 살아남은 둘은 사장님의 밥을 더는 먹지 못했다. “배가 고파 손님이 남긴 삼겹살을 몰래 집어 먹었다”고 아들이 한마디 던진 밤. 엄마는 눈물이 핑 돌고, 꼭지가 팽 돌았다. “천하에 야박한 인간, 망해 버려라!” 엄마의 저주가 통했던 걸까. 고깃집은 지난달 문을 닫았다. 그런데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인 것인지, 그 반대인지. 온 가족 일손이 동원되던 고깃집은 과연 최저임금이 갑자기 올라서 폐점하고 말았는지. 이야말로 을(乙)들의 전쟁이다. 을들은 최저임금 논쟁을 고상하게 입으로 주고받을 겨를이 없다. 자영업자와 알바 사이의 생존 샅바싸움은 신속하고 비정하다. 이웃집 아버지와 이웃집 아들딸의 밥벌이 줄다리기. 민망해서 오래 뜯어볼 일이 못 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생계형 알바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앞으로는 상여금, 식비, 교통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올해 최저시급 7530원이 너무 많았다는 비판에다, 내후년까지는 1만원으로 올려 주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있으니, 이번에는 사용자들 쪽에 유리하도록 계산법을 손봐 준 셈이다. 알바들에게 상여금이야 어차피 딴 나라 이야기. 사업주들은 식대를 따로 못 주면 끼니라도 신경썼지만, 이마저 합법적으로 생략될 게 빤하다. 끼니를 건너뛰는 조건으로 시급을 더 얹어 받는 ‘꿀알바’가 부쩍 늘 수는 있다. 청년 일자리를 걱정하는 정책의 이론적 선의는 현실에서 굴절되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5%로 역대 최대치였다. 지방직 공무원시험을 그때 치러 청년 응시자들이 대거 실업자로 분류된 탓이라고 정부는 또 친절하게 해설했다. 번번이 한 발을 빼는 이런 태도가 지금 가장 답답한 문제다. 청년 일자리의 씨가 마른 것은 변명의 여지 없게 모두 피부로 통감하는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청와대의 해명 한마디가 말꼬리 태풍을 불렀다. 맥락이 같은 문제다. 현실을 교감하지 못하면 정책의 선의는 외면당한다. 청와대 참모들과 경제 관료들은 구름방석에서 내려와 봐야 한다. 몫을 더 챙겨 주겠다는데, 그 현장에서 되레 비명이 터진다.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직관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부터 자정 넘어 야행(夜行) 하루만 나와 보시라. 우리 동네 24시간 편의점은 인건비가 무서워 새벽 1시면 문을 닫는다. 다른 편의점에서는 여학생 알바가 혼자 낑낑대며 셔터를 내린다. 알바 정글의 생태계 근황은 어디까지들 아시는가. 주 52시간 근무로 투잡을 뛰려는 직장인이 가세해 알바계 진입은 취업만큼 힘들어졌다. 인맥으로 물려받지 않고서 이력서로는 어림없다. 고교생 알바들은 방학 때 대학생 알바들이 스펙 쌓기 여행이라도 떠나주기를 목을 빼고 기다린다. 일자리가 귀해지니 근무지는 자꾸 더 멀어진다. 교외에 일자리를 얻은 알바생들은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버스가 일찍 끊기면 새벽에 쪽잠은 어디서 자야 하나. “이혼한 부부가 망하면 알바 천국으로.” 무개념 정치인의 망언 ‘이부망천’을 알바생들은 그새 이렇게 바꿔서 자조한다. 알바 낭인들이 제 발목을 자꾸 얼음장 냉소에 담그고 있다. 모두 어느 집의 금쪽같은 새끼들이다. sjh@seoul.co.kr
  • 식약처 “덜 해로운 담배 근거 없다” vs 업체 “발암물질 감소 입증”

    식약처 “덜 해로운 담배 근거 없다” vs 업체 “발암물질 감소 입증”

    보건당국이 7일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히면서 당분간 유해성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해성분 복합체인 ‘타르’가 일반 궐련담배보다 많이 검출돼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평가했지만 전자담배 제조사는 구체적인 발암물질 함유량 감소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식약처는 이번 분석을 계기로 담배 제조사나 수입업체가 직접 담배의 원료와 유해성분에 관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고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타르가 더 많이 나온 만큼 아직 파악되지 않은 유해성분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궐련형 전자담배 3종과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일반담배 5종의 타르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량이 일반담배의 152%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는 “타르의 양이 많다는 것은 기존 담배보다 더 많은 유해물질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암물질 배출량이 다소 적게 나온 것에 대해서는 “담배의 유해성은 흡연 기간, 흡연량뿐만 아니라 흡입 횟수, 흡입 깊이와 같은 흡연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일부 물질의 배출량만으로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국제표준화기구(ISO) 대신 다른 국제 공인 성분 분석법인 헬스케나다(HC) 방식을 사용하면 발암물질 배출량이 더 높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담배 필터의 미세한 구멍(천공)을 막은 형태로 진행하는 HC 방식을 적용했더니 유해성분이 ISO 방식의 1.4~6.2배였다. 반면 담배 제조사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입장자료를 내고 “타르 단순 함유량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발암물질의 양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자체 분석 결과를 내고 “일반담배 대비 유해물질이 평균 90% 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며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한편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발표에 흡연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분석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직장인 이모(50)씨는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둘 다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면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덜주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게 낫지 않으냐”고 했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이번 분석 결과를 근거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최모(35)씨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분명히 불쾌한 냄새를 내뿜는데 행인이 밀집한 대로변은 물론 금연구역인 실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위험성이 입증됐으니 궐련형 전자담배를 금연구역에서 피우는 흡연자를 더 집중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는 빠른 속도로 일반담배 시장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출시 첫 달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만 갑이었지만 1년이 지난 올해 4월에는 2810만갑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9.4%에 이른다. 김성곤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정책과장은 “전자담배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처럼 담배 제조사나 수입 업체가 담배의 유해성분과 원료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국민에게 이를 공개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물관리 일원화 잔칫상 이르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물관리 일원화 잔칫상 이르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20년 넘게 논쟁을 벌여 온 해묵은 정책 과제 하나가 해결됐다. 정부는 지난 5일 정부조직법, 물관리기본법,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등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령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개발론자와 환경론자들의 지루한 물관리 주도권 다툼은 일단락됐다. 이제 법 개정으로 정부 부처의 물관리 업무는 환경부가 주도한다. 다만,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관리 측면에서 물관리의 한 축인 하천법은 국토부에 그대로 남겼다. 이를 두고 환경론자들은 반쪽짜리 물관리 일원화라고 지적하지만, 그래도 물관리 주도권이 환경부로 넘어갔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관련 예산도 환경부로 몰아준다. 국토부 산하기관이던 한국수자원공사도 환경부 아래로 들어간다. 하지만 물관리 일원화만으로 모든 수자원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 환경부로의 물관리 일원화를 마치 투쟁해서 얻은 것처럼 들떠 있을 때도 아니다. 수자원 환경을 개선하고자 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를 단지 정책 일원화 부재 탓으로만 돌리지 말아야 한다. 통합 물관리 부처인 환경부는 그동안 수자원 관련 정책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무거운 책임도 떠맡았다. 그동안 수자원 이용·관리를 놓고 사사건건 갈등이 생기고, 정치 쟁점으로 비화했다.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 양상도 되풀이됐었다. 이제는 같은 부처에서 개발과 보존을 함께 다루게 됐으니 다시는 수자원 개발·관리를 놓고 정치 쟁점화나 국론 분열의 불씨로 반지게 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문제 해결 능력도 키워야 한다. 이제 물관리 정책은 잘돼도 내(환경부) 탓, 잘못 돼도 내 탓이다. 누구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그러려면 한쪽의 목소리보다는 객관적·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게 녹조 문제다.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추진한 보가 녹조 증가의 주범으로 공격받았다. 녹조는 수온이 올라가고, 물순환이 되지 않아 미생물이 증가하면서 심각해진다. 지방 하천에서 들어오는 인(P) 등 걸러지지 않은 오염물질도 녹조 증가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는 눈에 드러난 녹조 문제를 놓고 정치적 다툼만 했지 정작 녹조 증가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이제 4대강에 설치된 보도 환경부가 관리한다. 지방하천 관리도 환경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녹조 발생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부처도 환경부다. 누구 탓으로 돌릴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고, 과학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때다. 유역 간 효율적인 수자원 배분, 수자원보호구역에서 일어나는 개발 갈등 해결, 안전한 수돗물 공급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물 복지 확대 투자 재원 마련, 해마다 반복하는 가뭄·홍수 피해를 막는 일도 급하다. 물관리 일원화 정책은 국민의 엄청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그만큼 기대도 크다는 것을 환경부와 환경론자들은 먼저 깨달아야 한다. chani@seoul.co.kr
  • [사설] 최저임금 노동계 우려 불식하고, 속도 조절도 필요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산입 법위를 확대한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최저임금 대비 정기상여금의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로 노동계는 ‘개악’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한 법에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정권이 악법 중의 악법을 의결했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헌법소원 등은 물론 오는 30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여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라 이른바 정부와 노동계 간의 ‘사회적 대화’가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개정안에 상여금 포함은 불가피하지만, 숙식비나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한 것을 우리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복리후생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보전 수단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탓이다. ‘어떤 임금이든 월 단위로 쪼개 지급하면 최저임금으로 둔갑할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오죽하면 국회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조차 산입 범위 논의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22만원을 올려 주고 (산입 조정으로) 20만원을 깎자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을까. 이 때문에 최저임금 산입 확대 이후 사업주들이 현물로 지급하던 복리후생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의 ‘꼼수’를 막을 내용이 시행령 등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정부 내부에서도 격화했다. KDI가 그제 낸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을 연 15%씩 올리면 2020년에는 고용 감소가 14만 4000명”이라고 밝히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에 불을 지폈다. 청와대가 ‘최저임금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주장한 직후의 국책연구소 발표라 논란은 격화됐다. 결국 청와대 대신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영세 자영업자 등이 고용을 줄이는 모습이 뚜렷하다. 여기에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도 있어 비정규직의 ‘고용 박탈’은 심화하고 있다. 임금이 오르면 근로소득은 늘지만, 일자리는 위축되는 게 당연하다.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 증진을 꾀하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란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신호가 요란하다면 공약 실천에 매몰되기보다 다른 방안도 찾아야 한다. 인상속도 조절과 함께 근로장려금(EITC) 지원이나 노령층 기초연금 확대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과 짝을 이루는 혁신성장도 가시적 성과를 내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 남경필 “문재인 정부와 청년 일자리 연정하겠다”

    남경필 “문재인 정부와 청년 일자리 연정하겠다”

    이재명이 文에 했던 게 네거티브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연정 의지를 강조했다.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데. -따지지 말고 최선을 다하겠다. 분위기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 다섯 번과 도지사 선거 모두 수원역 입구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여섯 번 다 이겼다. 반응이 가장 나빴을 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을 맞은 17대 의원 때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좋다. 물론 그때도 이겼다. →공약 ‘일하는 청년 시리즈’의 장점은. -우리 공약 중 ‘청년연금’은 확실히 신분 상승 사다리 1만개를 만드는 거다. 분명히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와 연정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청년연금을 정부와 경기도가 연정을 하면 1만명이 아니라 5만명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차례나 일자리 연정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말했다. 이번에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된 일자리 정책이 우리 정책을 일부 벤치마킹했다. →네거티브로 점철된다는 비판이 있다. -뭐가 네거티브냐.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했던 게 네거티브다. 대학교 앞 학생들을 동원했다고, 근거도 확실하지 않은 걸 낙인찍는 것이다. →채무 제로 거짓말 논쟁은. -채무 제로는 해석 차이일 뿐이다. 재정건정성은 좋아졌다. 우린 여야 합의로 채무와 관련한 기준을 만들었다. 행정안전부의 기준은 재무건전성을 보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차를 살 때 함께 사는 지방채권까지 채무로 잡힌다. 그게 2조원 규모다. 이 후보의 기준이라면 경기도민들이 차를 사면 안 된다. →수신제가(修身齊家) 지적이 나온다.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했다. 다만 도정엔 어떤 걸림돌도 없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본인의 인성의 문제다. (성남시)의회에서 삿대질과 고함이 오간 것, 장애인 단체와 욕설 폭행 시비가 있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뉴스 분석] 이념논쟁 번진 최저임금 빈곤층 보호대책이 우선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사실에 기초한 실증 분석보다 좌우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배경엔 ‘속도 조절론’을 띄우려는 의도뿐 아니라 ‘경제 실정’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공학적 셈법도 깔려 있다. 소득 분배 악화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과 관련,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옳다 그르다 따질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좋은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마치 경제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법률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김 부총리는 오전 반차를 내고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논란은 지난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이 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로 증폭됐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2년간 최저임금을 연 15%씩 올리면 고용 감소가 2019년 9만 6000명, 2020년 14만 4000명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한국노동연구원은 올 1분기 통계청의 가계소득동향 조사 결과 원자료를 활용해 근로자 가구의 개인 소득증가율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지금 3개월 정도 분석한 것으로, 어느 누구도 단정적으로 100%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상당히 우려하는 부분이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과 분배 문제”라며 “비록 한 분기이기는 하지만 경제정책과 철학을 봤을 때 개선돼야 하는 계층에서 악화된 모습을 엄중히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논쟁보다 저소득층 보호 대책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하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이터와 조건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게 나온다”며 “지금은 논쟁보다 임금 체계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을 고쳐 나가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가 훨씬 더 벌어지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팩트 체크] 정부-의협, 뇌·혈관 MRI 건보 적용 격돌

    [팩트 체크] 정부-의협, 뇌·혈관 MRI 건보 적용 격돌

    10만~70만원대 비용 제각각대형병원 쏠림·건보 재정 우려 수익 보전 대책·탄력 적용 필요오는 9월 뇌·혈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 간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부담을 줄이는 제도”라며 강행 의사를, 대한의사협회는 “환자들의 검사가 급증해 기다리다 지쳐 해외에서 MRI 검사를 받는 일도 생길 것”이라며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3일 제도의 취지와 의료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정부가 MRI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는 이유는. -환자의 검사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MRI 검사비 규모는 7700억원으로 초음파 검사(1조 3000억원)에 이어 전체 비급여 항목 중 두 번째로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무줄 검사비’라는 비판도 많다. 의료기관별 검사비가 10만원부터 70만원대까지 천양지차다. 많은 환자들은 의료기관이 권해 검사를 받지만 다른 검사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너무 크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정말 외국으로 가야 할 정도로 검사가 어려워질까. -의료계는 본인 부담이 줄어 검사비가 저렴해지면 환자들의 이용이 늘고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꼭 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검사를 못 받는 상황도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위기감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부터 치매 의심환자의 MRI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했고, 본인부담 검사비는 기본 촬영 7만~15만원, 정밀 촬영 15만~35만원으로 줄었다. 지난 4월 정부가 강행한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수그러들고 있다. 심지어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적응해야 한다”, “반대만 외쳐서는 안 된다”고 바뀌고 있다. 의협도 내부적으로 MRI 급여화 전면 반대보다는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단계적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의협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뭔가. -영상검사는 의료기관의 대표적인 수익 창구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서 영상검사 원가 보전율이 170%였다. 100%에 미치지 못하는 의료 원가를 영상검사에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의료계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 MRI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대형병원은 자체적으로 정한 높은 검사비를 낮춰야 한다는 점에서, 의원급은 가격이 저렴해지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의료계의 핵심 요구는 줄어드는 영상검사 수익을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지 정부가 답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럼 전혀 문제가 없는 정책인가. -그렇진 않다. 영상검사는 판독자의 역량과 기계의 연식, 성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을 동일한 잣대로 보고 가격을 책정하면 고가 장비를 구입할 이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탄력적인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대형병원 쏠림이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정부도 인정하는 부작용이다. 현재 20조원대인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MRI 건강보험 적용 등으로 2022년 14조 5000억원, 2027년 4조 7000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정부는 뇌·혈관 환자들에게 먼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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