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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A시대 ‘협업농업’에 길을 묻다

    FTA시대 ‘협업농업’에 길을 묻다

    1980년대 중반 사회구성체논쟁이 뜨거울 때 일이다.‘현대 한국사회의 성격과 발전단계에 관한 연구’란 논문으로 논쟁에 불을 지폈던 박현채(당시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유인호(당시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요즘 진행되는 ‘사구체논쟁’을 잘 모르겠으니 내게 내용의 진의를 좀 알려주시오.”라고 부탁했다. 박현채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논쟁은 내가 알고 있는 논쟁이 아닙니다.”하고 답했다. 후기 사구체논쟁이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파벌적으로 흐르자, 논쟁 촉발자인 박현채도 논쟁에 주목했던 유인호도 논쟁에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현실에 기반해 실천과 결합한 논쟁이라야 성과가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과 구별된 입장 정립을 위한 논쟁은 말싸움에 불과하다.”며 유인호는 일침을 가했다. ●‘피치자(被治者)를 위한 경제학’ 유인호와 박현채에게 ‘민중의 구체적 생활상’과 유리된 논쟁은 무의미했다. 두 사람은 생전 ‘민족경제론’의 동지였고, 세상에 올 때(유인호 29년생, 박현채 34년생)도 갈 때(유인호 92년 작고, 박현채 97년 작고)도 꼭 다섯 살 터울을 지켰다. 작고 10년째부터 시작된 박현채 재조명 시도<서울신문 9월18일 24면>에 이어, 작고 15년째인 일곡(一谷) 유인호 경제학의 현재화 움직임 또한 첫발을 떼기 시작했다. 일곡기념사업회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유인호의 삶과 학문세계를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연다.‘과거의 경제학자’로 잊힌 듯했던 박현채와 유인호가 거듭 호명되는 까닭은 점점 화려해지는 성장의 앞면과 점점 그림자 짙어지는 성장의 뒷면을 함께 돌아보지 못하는 주류경제학의 맹점 때문이다.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은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2007년의 한국사회는 소수 재벌기업의 정치·경제적 장악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고, 농촌은 피폐하며, 도시의 중소상공인·자영업자·노동자들의 생활은 어려움을 더해가고 있다.”면서 “국민총생산(GNP) 증대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성장을 넘어 생활경제의 풍부함을 고민한 ‘유인호 경제학’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호는 당파성이 뚜렷한 경제학자였다.‘모두에게 좋은 경제학’보다는 ‘힘없는 이들을 위한 이론과 대안’이 자신의 주된 관심사임을 늘 선명히 했다. 그는 자신의 학문연구 최대 과제를 “가난한 자와 슬픈 자를 위한 경제학의 복원”으로 요약하곤 했다. 그는 이를 ‘피치자(被治者)를 위한 경제학’이라고 표현했다. 유인호가 성장의 그림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것은 단순히 약자들에 대한 연민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 성장일변도 정책이 결국은 성장의 밝은 면까지 삼키게 될 것(‘민중경제론´,1982)”이란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농업협업화´, 한·미FTA 대안으로 주목 유인호의 후학들이 그의 경제학을 재조명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유인호 시대’ 외채누적이 불러온 민족경제 붕괴 우려는 ‘현 시대’ 주주자본주의 아래 외국인 주식의 국내 기업 잠식으로 이어졌고, 유인호 시대 극소수에게 집중됐던 부의 편중은 현 시대 쉽사리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사회양극화로 심화됐다. 유인호가 선구적 관심을 기울였던 공해와 환경문제는 지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와버렸고, 유인호가 ‘협업농업’을 고안하며 그토록 지키고자 애썼던 농업은 지금 한·미FTA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유인호 경제학의 복원 노력은 한국사회의 불안요소가 통제불능 지경이 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의 표현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도 유인호의 농업협업화 구상이다. 유인호는 농업협업화를 “농민의 조직화를 통해 농업의 생산과 분배를 조직화하고, 농업생산력 증진과 농민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농업경제조직”이라고 정의했다. 일곡기념사업회 학술위원회 김수행(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위원장은 “유 교수가 당시 농업을 죽이는 미국 잉여 농산물 의존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던 ‘협업경영’ 모델은 한·미FTA 등 개방 파고에 맞서 농민이 살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유인호 이론의 현재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이재오·이한구 ‘대운하’ 큰소리 설전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과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이명박 대선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격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 최고위원과 대선 공약 조율을 맡고 있는 이 정책위의장이 대운하 추진 방향과 방법론 등을 놓고 고성이 오갈 정도로 논쟁을 벌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전문가 토론과 소속 의원들에 대한 설명회를 먼저 거친 뒤 대운하 공약을 어느 정도 강도로 추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대통령 선거일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대운하 홍보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언쟁은 회의장 밖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 최고위원에게 “제발 사람 말 좀 들어보라.”고 사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정책위의장은 “전문가들에게 찬반 입장을 듣고 의원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측은 “경선 과정에서 다듬어진 것 아니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신당 대선후보 인물 검증-손학규] 공약 총론

    [신당 대선후보 인물 검증-손학규] 공약 총론

    손학규 후보는 경제 관련 공약에 공을 들인다. 경기지사 시절 외국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실적을 바탕으로 ‘경제=손학규’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듯하다.‘신창조국가’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해가 지지 않는 선진경제 ▲그늘과 분열이 없는 통합사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3대 비전을 제시했다. 손 후보 측이 선정한 10대 핵심공약 가운데 제1공약은 금융산업 육성을 통한 동북아금융허브 조기 구축이다. 대통령 직속 금융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금융감독기능 일원화, 한국투자공사와 산업은행의 선도적 역할 등을 실현 수단으로 내세웠다. 성장동력으로 R&D 투자 확대를 꼽았으며, 다른 후보에 비해 농축수산업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손 후보는 세계 수준의 대학 10개 육성, 사교육비 부담 경감 등을 내세우면서 교육 공약에도 무게를 뒀다. 세부적으로는 고등학생들의 수업선택권 허용, 교사 충원, 육아교육의 공교육화 등이 있다. 노동문제와 관련, 손 후보는 획일적인 연령기준에 의한 임금피크제가 아닌 노동가치를 반영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고용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하고, 신사회협약으로 선진노사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서민금융 활성화와 동서해안 종단철도 건설, 한반도 상생경제 10개년 계획도 10대 공약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손 후보가 경제를 지나치게 강조해 복지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나라당에 있을 때 했던 대북 강경 발언과 경기지사 시절의 수도권 집중 개발 등을 들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특별취재팀 ■ 참여정부 평가 손학규 후보는 경제·외교·통일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참여정부 정책에 찬성하지만 기자실 통폐합 등 언론정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3불정책’(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 금지정책) 사학법 사형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판단 유보’라며 피해갔다. 손 후보는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히면서도 그 대상을 공영주택에 국한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서민층 주거안정 대책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리고, 민간주택은 시장의 원리와 보유세를 통해 해결하자는 의견이다. 종합부동산세도 ‘거래세 인하·보유세 강화’라는 선진 조세정책과 일치하기 때문에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1가구 1주택 5년 이상 장기보유자나 65세 이상 경로자에게는 감면해주는 완화 방침을 내비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햇볕정책, 전시작전권 환수 등 외교·통일정책에 후한 점수를 줬다. 한·미 FTA에 대해서 손 후보는 “미국의 이익이 많이 반영돼 아쉽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결단력을 보여준 정부를 높이 평가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햇볕정책의 긍정적 성과로는 남북평화를 다지고, 한국의 발언권을 높였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한·미관계에서 불필요한 불협화음을 내는 등 명분에 치중해 실리는 놓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실 통폐합에 반대하는 이유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데다 언론인의 정보접근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없는 상태라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3불정책은 찬반입장에 따라 이념논쟁, 정체성논쟁 등으로 치우친다는 이유로, 사학법은 사립학교 운영에 간섭하는 것은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이유로, 사형제는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가 없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다. 특별취재팀 ■ 전문가들 ‘송곳 평가’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경제 공약이 핵심이다. 반면 복지·노동 같은 사회 문제나 남북 문제를 다룬 공약은 다소 미진하다는 평가다. 손 후보는 금융산업 육성을 통한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 연구개발(R&D) 투자 규모 5년내 100조원 확대, 북한 광물자원을 기초로 자산유동화 기법을 이용한 한반도 상생경제 확립 등 독특하고 다양한 경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과제에 치중하면서 단기적인 문제 해결 방법과 세부 방안 제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경제학)는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면서도 “소득 양극화와 물가, 부동산 가격 등 당면한 과제에 대한 해결책 제시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동북아 금융허브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수준을 볼 때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경제학)는 “금융산업 발전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는 금융산업분리 문제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손 후보가 금융산업 발전전략의 핵심으로 규제완화를 주장한 데 대해 전 교수는 “어떤 규제가 발전의 장애요소이고, 어떤 완화가 발전의 원동력인지 설명이 없다.”면서 “금융산업의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해 규제가 오히려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강대 강석훈 교수(경제학)는 “참여정부 들어 급증한 R&D 투자를 매년 22%씩 늘려 100조원을 만드는 것보다 이를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일방적인 자본투입만으로 R&D 투자가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복지, 노동,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손 후보의 공약은 거의 없다.‘그늘과 분열 없는 사회’라는 자신의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못한 셈이다. 전북대 윤홍식 교수(사회복지학)는 “복지에 관한 한 손 후보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밑그림이 없다.”면서 “경제 중심적 사고가 공약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손 후보는 대기업·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원은 “손 후보는 너무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경직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헌욱 변호사는 “대안금융공사를 통한 서민금융활성화는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 기관에 채무재조정과 채권추심 기능을 함께 부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후보는 교육정책에서 학생과 학교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강조한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교육학)는 “고등학생들의 수업선택권, 행정전담교사제 등은 시행이 된다면 교육 환경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다만 교사 충원에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후보의 거점 지방 국립대 특성화 공약에 대해 고려대 권대봉 교수(교육학)는 “지역 인적자원개발 차원에서는 바람직하나 전국의 수백개 대학 가운데 단지 10∼20개 대학에만 집중지원하겠다는 것은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 순) ●강석훈(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권대봉(고려대 교육학과 교수·한국인력개발학회 고문)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정식(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대표 이병기·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변화순(한국여성개발원 여성정책전략센터소장) ●서보혁(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양정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윤홍식(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헌욱(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정책사업단장) ●전강수(대구가톨릭대 부동산통상학부 교수·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황기돈(한국고용정보원 고용조사분석실장) 특별취재팀 이창구 정은주 유지혜 이재훈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경협분야=남북경협 궤도에

    [2007 남북정상선언] 경협분야=남북경협 궤도에

    남북정상회담 의제 설정에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4일 “공동선언문에 경제협력 분야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2000년 ‘6·15 합의문’에서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신뢰를 다져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매우 괄목한 만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부족한 것을 서로 주고받는 ‘유무상통의 원칙’과 민족내부협력사업의 특수성을 전제로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한다.’고 명시한 것은 사실상 ‘대북 마셜플랜’의 밑그림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물론 경협사업을 위한 재원조달이나 시기, 자원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 북한의 에너지난 해소를 위한 전력 송·배전 문제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 경협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실 남북 경협문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북핵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할 때 미 백악관은 “개성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경협은 곤란하다.”고 공공연히 제동을 걸었다. 북한은 신의주와 나진·선봉지구 특구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으나 관심만큼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신의주는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과 경쟁관계에 있고 나진·선봉은 일본인 납치문제 등으로 일본의 자본을 유치하지 못해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게다가 두 곳 모두 인프라 투자가 부족했고 특구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배후도시도 없었다. 전면적인 개방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피폐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남한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 역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경제’에서 탈출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북한을 선택해야 했다. 양측의 실리가 맞아떨어져 선언문에서 나타났듯이 평양과 서울을 잇는 동선에 경제특구 활성화를 모색하게 됐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해주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은 서해상에서의 충돌을 억제하려는 상징성도 있지만 개성공단을 경공업제품 생산기지로 발전시키려는 현실적 복안이다. 해주∼개성∼인천으로 이어지는 경공업 삼각지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해주는 수출전용공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해주는 북한의 해군 전진기지가 있는 군사요충지로 북한이 개방에 난색을 표했던 지역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남북이 군사요충지 개방(안보)과 경협 연계라는 새로운 해법을 찾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해주는 해주세멘트공장과 10월2일청년제련소 등 중공업 시설이 들어서 있어 공단조성에 유리한 면도 있지만 개성보다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또한 남포는 조선협력단지의 기능뿐 아니라 평양이라는 배후도시를 겨냥해 농업과 보건·의료, 생필품 등을 제공하는 산업단지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다.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역시 동북아 관광수요에 맞춰 관광레저 종합개발특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원산 남쪽의 안변에 조선단지를 세우는 방안은 국내 조선업체들에는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해외 수주량이 폭증,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인건비와 부지난 등으로 선박의 몸체를 중국 현지 공장에서 조달한다. 하지만 안변에 조선단지가 들어서면 북측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일본 자본을 유치하는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이 철도와 고속도로 개보수에 합의한 것은 경제특구의 성공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의식해서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통일국제협력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특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해외의 관심을 유인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 개발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북한내 철도·운송 부문의 개보수는 남한의 교통·물류망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물류망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성∼신의주간 철도를 보수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응원단을 보내려는 것도 이같은 복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인프라 건설 등에는 초기 개발자금이 많이 드는 반면 회수 기간은 길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에선 자칫 ‘퍼주기식’ 찬반 논쟁이 재연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북한에 다녀온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남북 경협 관련 재원은 주로 민간 투자와 주변국들과의 국제협력을 통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남북이 경제특구를 추진하되 투자유치 설명회 등을 통해 북한의 대외신인도를 높여 외자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1. SOC 북한은 열악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남한도 SOC 투자는 미래의 통일 비용을 미리 지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큰 부담이 없다. 따라서 SOC투자는 철도와 도로, 항만시설 확충에 모아지고 있다. 먼저 선언문 5조에 나타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경의선 철도 개보수 작업이 선행될 가능성이 높다. 코레일은 이철 사장이 와봐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의선을 통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북응원단 수송은 별도의 투자 없이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경의선 개·보수작업은 중·장기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성에서 신의주간 선로를 문산∼개성구간처럼 개·보수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낡은 교량을 교체·보완하거나 전선교체, 부분적인 선로 보수 등의 작업이 선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코레일은 이미 올림픽열차 운행 계획을 마련, 추진해오고 있으며 개성∼신의주간 철로 개보수 없이도 운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철도 신호체계와 무전시스템이 달라 남쪽기관사가 기관차를 직접 몰고 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안변과 남포항에 조선협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4일밤 전화통화를 통해 “당장 조선소는 어렵고 선박 블록공장을 검토중”이라면서 “배 수리 공장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남포 영남 배 수리 공장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별도 공장을 짓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은 선박블록공장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해양조선은 남포와 안변의 장단점을 놓고 고심했으나 남포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포는 북한의 배 수리 공장이 있어 대우조선이 조선소나 선박 블록 공장을 짓기가 수월하다. 북측도 이 공장의 근대화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남 사장은 지난 5월 이 공장을 방문해 투자의 적격성을 살펴봤다. 하지만 주변의 인프라가 열악하고 수심이 얕은 게 흠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미현기자·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 자원개발 자원 개발은 함경남도 단천 특구의 지하자원 개발과 신안군 석회석 개발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남북 당국간에 단천특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정상회담 전에 이미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광물 매장량은 마그네사이트 40억t, 아연 2110만t으로 추산된다. 사업 주체인 광업진흥공사(광진공) 조사단이 지난 8월 현지 답사까지 마쳤다. 이달에 2차 현지 조사를 나갈 방침이다. 석회석 광산 공동개발 프로젝트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한호 광진공 사장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황해남도 신안군의 석회석 광산을 공동개발키로 합의했다. 정상회담 공식 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 사장은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부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석유자원 개발도 관심거리다. 정상회담 선언문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올초 대형 유전이 발견된 중국의 보하이만 근처의 북한 서해유전 개발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신의주·남포 앞바다인 서한만, 원산 앞바다인 동한만 등에 50억배럴 안팎의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해서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의 실무팀은 “서해유전 공동개발과 관련해 진척된 논의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혀 주요 의제로는 다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강 하구의 골재사업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만성적인 골재난에 시달리는 국내 건설업계는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 한숨 돌리게 됐다. 준설 사업이 진행되면 강물 수위가 1m 낮아져 북한으로서도 골칫거리인 수해를 예방할 수 있다.‘윈·윈’ 사업인 셈이다. 산자부는 한강, 예성강, 임진강 등 한강 하구의 골재 부존량을 10억 8000만㎥로 추산했다. 이는 수도권 연간 골재 수요량(4500㎥)의 24배다. 앞으로 20년 이상 수도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는 얘기다. 산자부측은 “이를 북한 바닷모래 가격으로 환산하면 28억달러(2조 5000여억원) 상당의 가치”라고 평가했다. 특히 한강 하구 모래는 바닷모래를 세척하는 해사가 아니라 질높은 강사라는 점에서 국내 건설업계는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3. 농어업·환경 농어업·환경 분야에서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알찬 열매를 수확했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짧은 시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많다. 남측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얻고 북측은 ‘경제 갈증’을 해소하는 최적의 ‘윈·윈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먼저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조성을 통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 가운데 일부를 ‘남북 공동어로수역’으로 설정한 부분이 눈에 띈다. 정부는 이곳에서 남북의 어민들이 함께 조업하며 이익을 나누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남북간 긴장완화를 꾀하고 제3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방지함으로써 남북간 공동 번영의 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NLL 인근에서 우리 어민들의 골머리를 썩게 했던 중국어선의 불법 ‘싹쓸이 조업’이 철퇴를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연평도 꽃게 잡이 어민들은 씨가 마르다시피 한 연평어장에서 북측 어장으로 어로를 확대해 어획량 확보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조업으로 어족자원이 고갈될 가능성이 커 ‘쿼터제’ 등을 통한 어획량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농업협력 사업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남북은 농업협력 활성화를 위해 2005년 8월 1차 이후 중단된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조기에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는 “시범농장 운영, 종자개발·처리시설 지원 등 기존 합의사항을 이행하면서 남측의 자본·기술과 북측의 토지·인적 자원을 결합해 북측의 식량난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해 온 ‘남북 공동협동농장’ 건설 계획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는 개성공단 배후지역 등에 ‘시범협동농장’을 우선 조성한 뒤 한국농촌공사 등 정부가 직접 나서 ‘농업특구’ 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밖에 남과 북은 자연재해 방지를 위해 산림녹화ㆍ병충해 방제 등 남북 공동대응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권 확보와 연계된 북한 지역의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한 대규모 조림 사업이 검토되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4. 문화·체육·관광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울∼백두산간 직항로 개설에 합의함에 따라 지금까지 중국으로 우회해 중국측의 장백산까지밖에 오를 수 없었던 백두산 관광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그러나 관광업계에서는 이같은 합의가 당장 백두산 전면 개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산 관광처럼 국내 주관사를 지정, 지역을 제한해 여행을 허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강산처럼 제한적인 개방이 유력하나 민족 내부의 합의에 따른 것인 만큼 백두산과 개마고원이 개방 대상에 포함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직항로가 개설될 경우 북쪽의 혜산과 삼지연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혜산은 백두산과 가까워 많은 이점을 안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러나 당장 백두산 개방이 실현되기에는 절차상의 어려움이 적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항로 개설에 합의한 뒤 기준 항로와 항공사를 선정, 취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금강산처럼 주관사가 북측과 합의를 거쳐 따로 여행 상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정기윤 대리는 “이 직항노선을 국내선으로 보느냐 국제선으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경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만약 국내선으로 정리된다면 왕복 기준 항공료는 제주도와 비슷한 선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남북 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참가하기로 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백두산까지의 철길 관광도 가시권에 들었다는 게 관광업계의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강산 관광을 시행중인 현대아산측은 “2005년 7월에도 백두산 관광을 남북이 합의, 도로까지 닦다가 중단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두산∼서울간 직항로가 개설되더라도 삼지연공항의 활주로를 보수해야 하는 만큼 백두산 취항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백두산 관광은 4∼9월까지만 가능해 실질적인 관광은 일러야 내년 4월이 될 전망이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보이지 않는 손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보이지 않는 손

    정치권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 공방이다. 범여권 경선, 특히 민주당 경선에서 이 문제는 불법·동원선거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있다. 민주당 조순형 예비후보가 불을 지폈다. 여론 지지도의 우세를 발판 삼아 ‘조순형 대세론’을 이어갈 것으로 봤던 그는 이인제 예비후보에게 내리 패하자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저의 후보 선출을 저지하려는 외부세력이 조직적으로 경선에 개입하고 있음이 여러 증거와 정황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 측근들은 외부세력의 실체에 대해 ‘동교동계’라고 입을 모은다. 장막 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덧붙인다.“조 후보가 남북정상회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DJ의 현실정치 개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동교동이 ‘조순형은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조 후보 지지당원들의 선거인단 명부 누락 등도 이런 힘이 작동한 탓이라고 몰아 세운다. 민주당은 안그래도 극히 낮은 투표율로 당선자의 정통성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 문제까지 겹쳐 안팎곱사등이다. 재미있는 것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음모론을 제기하며 경선을 중도 포기했던 이인제 후보가 이번에는 거꾸로 수혜자가 된 사실이다. 이 후보는 당시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등 권력층 핵심 실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노무현 띄우기와 이인제 죽이기 음모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설문 항목 순서를 교묘히 바꿔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실제보다 높게 나타나도록 하는 등 여론 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조 후보의 주장 역시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을 뿐 내용의 강도는 그 때에 버금간다. 물론 동교동은 펄쩍 뛴다. 근거를 대라고 난리다. 실제로 경선에 개입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물증이나 정황도 아직 드러난 게 없다. 조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철회했거나 변경한 정치인들의 소위 ‘양심 선언’도 있을 것 같지 않다. 아직까진 그럴 것이라는 추론 수준이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고,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고 했던가. 대통합민주신당도 민주당보다 강도는 떨어지지만,‘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명의 후보가 저마다 ‘개성동영’ ‘햇볕정책 계승’ ‘민주적통자’를 내세우는 것도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구애 전략이 아닐까. 범여권 후보군 중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손학규 예비후보가 전격적으로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한 것은 범여권의 경선 흥행을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때문이란 소문은 그럴싸하게 나돈다. 얼마간의 캠프 운영자금이 지원됐을 거라는 풍문도 있다. 정동영 예비후보에게 밀려 2위로 처진 손 후보는 지금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장외 우량주’로 남아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일 게다. 범여권의 단일후보 옹립이 본격화되면 이 논쟁은 정치권 전체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을 놓고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선진화된 정치는 투명성을 근간으로 한다. 결국 이같은 공방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낸다. 더구나 특정인과 특정 세력이 자꾸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살갑게 바라볼 국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후보들부터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정치 선진화의 길은 그리도 먼 것일까. jthan@seoul.co.kr
  • 美 손잡은 이명박, 대세론 굳히기

    美 손잡은 이명박, 대세론 굳히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서울 김지훈기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시 대통령과 이 후보간의 면담 주선자 가운데 한 사람인 강영우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담당 차관보는 “공화당 중진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오는 12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만나는 것이 국내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작지 않아 보인다. 강 차관보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면담이 한국 대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게다가 그는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여권 후보가 결정되면 면담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해당 후보측에서 교섭할 사안”이라며 “내가 다시 나서서 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아 말했다. 주선자 가운데 한 사람인 리처드 손버그 전 법무장관은 지난 12일 부시 대통령에게 이 후보와의 면담을 권유하는 서한에서 “한나라당은 한국의 현 정부처럼 반미적인 요소가 없다.”면서 “대북 정책도 핵 문제 해결을 우선하고 있다.”고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공화당 진영에서는 한국의 현 정권보다 한나라당을 선호함을 보여준다. 또 부시 대통령은 지난 24일 강 차관보 등 주선자들에게 보낸 답신에서 “한·미간의 전통적 우호관계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알고 면담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미국을 방문해 딕 체니 부통령을 면담했다. 당시 백악관은 이 후보에게 “당선되면 국빈으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낙선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백악관은 노 대통령의 방문 수준을 국빈방문이 아니라 실무방문으로 낮췄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과 이 후보간의 면담은 한국 대선과정에서 또 다른 친미·반미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측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 후보측이 부시 대통령과 사돈이 될 존 헤이거 전 버지니아 주 공화당 의장에게도 면담 주선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헤이거 전 주지사의 아들 헨리는 부시 대통령의 쌍둥이 딸 제나와 결혼할 예정이다. 이번 면담 주선자인 손버그 전 장관은 이 후보 캠프의 유종하 전 외무부장관과 가깝다. 손버그 전 장관이 유엔 사무부총장을 지낼 때 유 전 장관이 유엔대사를 지냈다. 또 일레인 차오 노동부장관의 경우 여성국을 담당하는 한국계 전신애 차관보가 다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면담에 대해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미국에서 이명박 후보 위상을 인정한 것이며 차기정부까지 내다본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은 이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공식면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dawn@seoul.co.kr
  • “아리랑 관람 더이상 금기시 말아야”

    “아리랑 관람 더이상 금기시 말아야”

    2003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시작으로 통일부장관·NSC 상임위원장을 역임하며 40대 후반의 나이로 참여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이종석 전 장관. 새달 11일이면 외교안보라인 사령탑에서 학계의 ‘야인’으로 돌아간 지 꼭 10개월째를 맞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하기도 했던 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남북한 주도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열어나갈 틀을 구축하고, 향후 남북경제공동체의 비전을 두 정상이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아리랑 공연 관람 등 금기사항부터 하나씩 허물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26일 이 전 장관이 퇴임 뒤 몸담고 있는 성남 세종연구원에서 만나 5일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전망과 외교안보라인의 수장으로 지낸 지난 4년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상회담의 핵심의제가 평화협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단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는 남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도 관련된 사안이다. 게다가 북핵문제 진전과도 연동돼 있기 때문에 협정을 언제, 어떻게 맺어야 한다는 수준까지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평화협정을 촉진하기 위한 의지는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것은 남북 정상이 합의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본다. ▶지난해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정상회담을 우리가 제의했는데 북측에서 호응이 없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 -정상회담에 대해선 2005년 7월 북측과 원칙적으로 합의가 됐지만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터지면서 북한이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미사일 발사 직후 그것이 핵실험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판단해 이를 막으려 재차 북측에 회담을 촉구, 노무현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 담판을 시도했으나 북측이 응하지 않아 끝내 무산됐다. 북측이 미국과의 관계에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관계가 무르익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뜻인가. -북한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나오려면 우선 남북 상호간 적대행위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미국도 자신들에게 적대시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야 한다. 두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진 게 올해 6월말이다. 북·미 관계는 유일한 변수가 아니다. 남북간 신뢰라는 밑바탕 위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변수다.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이 대북포용정책의 성과라기보다 역설적으로 북한 핵실험이 한반도 정세 변화를 촉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북포용정책이 변화를 가져온 가장 중요한 동인이었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북한 핵실험이 변화를 가져왔는가. 아니다. 개인적으론 미국의 국내 정치적 요소가 변화의 동력을 제공했다고 본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가 부시 대통령을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변화에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우리 입장은 핵문제는 북·미간 직접대화로 풀어야 하며, 핵문제를 북한인권 등 다른 사안보다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북이 핵을 포기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적대시정책 포기나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되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대북제재에 우리도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2·13합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우리의 명확한 입장이 없었다면 부시 대통령도 정책선회의 준거점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거의 2개월 간격으로 북측에 정상회담을 제의해 왔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는데. -2005년 당시 남과 북은 그해 가을쯤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BDA 문제가 터지면서 어긋났다. 그 뒤에도 북한이 우리에게 정상회담을 안 하겠다는 얘기를 단 한번도 안 했다. 좀더 시간을 두고 보겠다는 것이었다.BDA 문제만 없었다면 이미 2005년 가을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을 것이다. 회담 장소와 관련해선 김정일 위원장이 남으로 내려오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사견이지만 우리 사회는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에 대해 준비가 안 돼 있다. 북측 방문단을 향해 계란 한 개만 날아가도 판이 흔들릴 상황이다.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과거의 감정들은 절제될 필요가 있다는 공동체의 합의가 선행되지 않고선 어렵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의제화 여부와 관련, 정부는 북측이 제기하면 논의할 수는 있다는 입장이다. -1992년 체결한 남북 불가침 부속합의서 10조에 따르면 남북간 해상 불가침경계는 계속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상 경계선은 영구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합의될 때까지는 남북이 기존의 경계선을 준수하게 돼 있다. 이번에 정상들이 만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계속 협의하되 남북이 합의하기 전까지는 어떤 경우든 이 선은 준수되어야 한다.’고 재확인한다면 서해상의 분쟁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도 이해하고 안심한다. 이를 통해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고 건설적인 방향에서 서해 평화정착을 위한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다. -남북이 단순한 국가간 관계라면 상대방이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행사와 기념명소에 우리 정상이 방문하는 것이 예의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경험했다는 특수성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금기가 있다. 그런 금기는 극복돼야 한다. 당장 어렵다면 금기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리랑 참관조차 대통령이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버린다면 남북이 그동안 합의했던 상호 인정과 존중의 원칙을 전면 부정하는 꼴이 된다. 아리랑 참관은 그런 금기의 영역에서 해금시켜 줘야 한다. ▶이번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과 시리아간 핵 거래설이 변수가 될까. -이번 6자회담에 나서는 북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미국에서의 보도나 발언들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지금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 틀을 만들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주 중요한 국면이다. 분명한 증거가 있다면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설’로서 제기하는 수준이라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개혁·개방이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북한 권력층의 인식 때문에 남북 경제공동체를 추진하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따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한은 개방 이외에 경제를 회생시킬 방법이 없다. 내부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사회주의적 계획경제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은 모두 시장에 기초한 지원이다. 북한도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시에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외부에서 보기엔 뜨뜻미지근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북한은 두 걸음 나갔다 한 걸음 물러나는 식으로 나선을 그리며 개방으로 가고 있다. 개방은 대세이며 다만 속도·완급이 문제일 뿐이다. ▶NSC 사무차장 시절 ‘한·미동맹 위기론’도 흘러나왔다. -대통령 생각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이란 ‘국격’에 맞게 행동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용산기지 이전, 우리가 안보에 위협이 없다고 판단해 내려가게 했다. 그런데 지금 위험해졌나. 작계 5029 문제를 보자. 후대에 무슨 책임을 지려고 그것을 용인한단 말인가. 사진 류재림·대담 진경호 차장·정리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망내할인 논쟁 2R

    SK텔레콤 ‘망내(網內)할인(가입자간 통화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을 둘러싼 통신업계의 논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KTF·LG텔레콤 등 후발 이동통신사업자들에 이어 유선통신사업자도 망내할인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KT, 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온세텔레콤 등 유선통신사업자들은 SKT의 ‘망내할인’이 결과적으로 통신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내용의 공동 정책건의서를 최근 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선사업자들은 정책건의서에서 SKT의 망내할인은 다른 이통사는 물론 유선 통신업체들까지 고사(枯死)시키는 제도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망내할인을 적용할 경우,SKT가입자가 유선가입자에게 통화할 때 원가인 분당 52원보다 2배 이상 높은 120원의 통화요금을 내는데 반해 SKT가입자간 통화는 원가인 분당 66원보다 낮은 60원을 내게 된다고 지적했다.KT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그동안 유선전화가 갖고 있던 가격경쟁력은 없어지는 셈”이라며 “유선전화 기피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T는 다음 달 망내할인상품 출시에 맞춰 SKT가입자를 식별할 수 있는 ‘티링’서비스를 본격화하기로 하는 등 망내할인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티링은 휴대전화 연결음에 앞서 SKT 광고에서 사용되던 배경음악을 2초정도 틀어주는 것이다. 전화를 건 사람이 SKT가입자라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소리다. 지난 5월 선보인 티링은 초기만 해도 가입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 가입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SKT 관계자는 “현재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SKT가입자끼리는 할인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느 통신회사 가입자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선사업자들은 정책 당국에 건의서를 내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사실 SKT의 망내할인 도입을 당장 막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한 유선통신회사 관계자는 “건의서만으로 SKT의 망내할인 도입을 무산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유선통신사들이 어렵다는 목소리는 안 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선 통신사업자들이 이처럼 망내할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재판매 사업 등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선사업자들은 MVNO 도입이 본격화되면 이동통신시장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SKT가입자간 망내할인이 되면 사업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수익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유선통신회사들의 건의문은 망내할인을 발판으로 SKT의 시장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추석 가족토론서 대통령감 잘 고르자

    오늘부터 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 연휴가 시작된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추석 연휴에는 오랜만에 가족친지들이 모여 각기 대선후보 품평을 하면서 자연스레 민심의 향방이 드러나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범여권이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했고, 경선 과정마저 파행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민들로서는 정치에 더욱 혐오감을 느끼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깨어있는 유권자 의식이 필요하다.5년간 나라를 이끌 최고지도자를 뽑는 궁극적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여권 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40%에 못 미쳤다. 지지율이 그만그만한 후보들이 나와서 이전투구를 벌이는데 식상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범여권을 무시해선 안 된다. 대칭되는 정파가 균형을 이루며 굴러가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다. 치열한 가족토론을 해보자.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의 최근 행보가 옳은 일인지, 정동영·이해찬 후보가 국가를 제대로 이끌 역량이 있는지 의견을 나눠보면 상식적인 해답이 나온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민주당 후보들의 장단점과 정당 밖 문국현 후보의 자질이 어떤지도 살펴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이명박 후보가 확정돼 독주체제를 갖추면서 경선 때보다 국민 관심이 줄어들었다. 이 후보는 지금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정책 비전들이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도덕성 시비에 대한 가족들의 판단을 들을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범여권 신당 경선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한국 정치의 고질인 지역주의가 이번 대선에서 힘을 못 쓰도록 유권자가 앞장서야 한다. 추석밥상에 대선후보들을 올리고 이 시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누군지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할 것이다.
  • [정당민주주의가 흔들린다] (하) ‘생활정치’ 꿈꾸는 20대 당원들

    [정당민주주의가 흔들린다] (하) ‘생활정치’ 꿈꾸는 20대 당원들

    정당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견해와 요구를 정치로 이어주는 민주주의의 생명줄이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정치학)는 저서 ‘민주주의의 민주화’에서 “사회의 요구로부터 괴리된 정당체제를 개혁해 정치와 대중사회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들은 권력자와 지역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했고, 정당의 주인이어야 할 당원들은 표를 모으기 위한 동원용 도구에 불과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정당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 정당에서 나오고 있다. 당원 요구를 묵살하는 기성 정당을 뛰어넘어 새 정당을 만들려는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생활정치’를 꿈꾸는 20대 젊은 당원들을 만나본 결과 한결같이 “소통이 원활한 정당을 원한다.”고 말했다. ●“보수도 개혁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아온 한나라당은 요즘 대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런 현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대학생들의 보수화를 우려하고 있으나 정작 한나라당 대학생 당원들은 “건강한 보수정당의 기틀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백길현(28·경기대 4학년)씨는 “청년당원으로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입당했다.”면서 “한나라당을 아래로부터 의견이 수렴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생명력이 영원한 수권정당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하대 재학 당시 한총련 활동을 했던 이재양(26)씨는 “한국 사회에서 이념 논쟁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좌파나 우파를 떠나 구체적인 정책입안 과정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자체를 잘 몰랐다는 이인규(23·한국기술교육대 4학년)씨는 지난해 당의 대학생 캠프에 우연히 참가했다가 입당했다. 이씨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소통과 공감의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중앙당의 대학생 조직인 ‘2030위원회’ 위원장인 권용태(27)씨는 “보수는 변화와 개혁을 무조건 거부한다는 통념을 깨고 싶다.”면서 “나이 지긋한 당 선배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정당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개혁당에서 활동하다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으로 활약했던 김선진(29·서울시립대 4학년)씨는 기간당원제의 실패를 무척 안타까워한다. ●“당원혁명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국회의원들이 개혁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기간당원제를 찬성하다가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소선거구제가 중대선거구제로 바뀌고,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면 동원당원이 아닌 기간당원들이 설 자리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이 원활한 정당을 찾다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던 서명숙(29)씨는 “기간당원제가 실패했지만 우리는 당내 민주주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런 문제의식은 당원들의 가슴속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진영의 집권을 꿈꾼다” 2000년 창당과 동시에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명재석(28)씨는 당원이 주인인 민노당을 자랑스러워한다. 아직 소수정당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다수당이 되고 집권까지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명씨는 “여전히 계파별 과두체제 형태인 중앙당의 개혁이 시급하다.”면서 “지역 모임도 주거지 기준을 고집하지 말고, 직장이나 관심 분야가 비슷한 소모임 형태로 개편해야 더 많은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23·서울대 4학년)씨는 민노당과 비슷한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당에서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과거 대학생들의 정치적 요구는 한총련과 같은 운동권 조직으로만 수렴됐지만 이젠 정당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회당원의 이름으로 장애인, 비정규직, 여성 등 사회적인 이슈는 물론 학내의 세세한 문제까지 친구들과 토론하고 행동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20일 초록당 창당을 준비중인 초록정치연대의 김경미(25)씨는 자동차를 갖지 않고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 농업을 파산시키지 않아도 잘사는 나라를 꿈꾼다. 김씨는 “정치는 항상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생각했다.”면서 “내 삶을 변화시키는 작은 동력을 만들기 위해 녹색정치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이창구 유지혜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인물 아닌 정책 중심 재편 바람직” 전문가들은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이 여야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진단한다. 여론조사 방식을 도입하는 바람에 1인 1표의 등가성이 생명인 평등선거 원칙이 무너졌고, 보통·직접·비밀 선거의 원칙도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새로운 정당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유럽식 계급(대중)정당이나 미국식 포괄정당 중 하나를 선택할 게 아니라 우리 정치 현실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면서 “인물 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환경이나 평화와 같은 정책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은 “당원의 뜻에 따라 후보가 결정되고, 당원들이 지지층을 확대시켜 나가며, 당원과 지지자의 힘으로 당선된 다음에는 전체 국민의 이익과 당원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대의민주주의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의 실패로 갈 곳을 잃은 중도개혁세력을 대변할 수 있는 서민적 진보정당이 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우파 헤게모니를 한나라당이 완벽하게 장악했기 때문에 이와 경쟁할 수 있는 튼튼한 중도개혁 정당이 나와야 하고, 민주노동당도 지금보다 더 대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 역시 이념과 정책에 따른 정당 분화가 필요하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지역구도가 약화됨에 따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진보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면서 “산업·외교·교육·조세·부동산·복지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세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넷 정당’을 주장하고 있는 김두수 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은 “사회 자체가 인터넷을 통해 재편되고, 인터넷이 기존 정당보다 더 강력한 정치적 의사 표출의 수단이 됐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후보 선출과 주요 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직접민주주의가 대폭 강화된 인터넷 정당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한국정당 오욕의 역사 해방 이후 60년간 수많은 정당이 만들어지고 해체돼 왔지만 제대로 운영된 정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핵심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채 표면적으로 ‘모든 국민’의 이익을 내세우는 포괄정당, 대중적 기반이 허약한 간부정당,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 목적으로 하는 선거전문 정당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미군정 법령 제55호 ‘정당에 관한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은 이 전 대통령이 하야하자 바로 스러졌다. 애초에 우리나라 법으로 정당을 만들지 못한 ‘정통성의 부재’도 문제지만, 정당이 정책이나 비전이 아니라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며 ‘무원칙한 인맥집단’으로 전락하는 전범(典範)이 된 게 더 큰 문제였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거치며 우리나라 정당은 ‘권력자 정당’의 면모를 띤다. 가장 수명이 길었던 민주공화당은 박 전 대통령이 5·16쿠데타 뒤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만들었다. 이를 해체한 전 전 대통령 역시 12·12와 5·17을 거치고 나서 1980년 민주정의당을 창당해 정권의 정통성을 도모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하고 나서도 구태를 벗지 못한다. 이 시기의 정당은 ‘1인 사당(私黨)’,‘지역주의 정당’으로 규정된다.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권력 획득의 수단으로 창당한 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자유민주연합 등이 그렇다. 2000년 탄생한 민주노동당,3년 뒤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은 우리나라에 정당법이 도입된 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근대적 정당의 형식과 내용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당원이 당비를 내고, 상향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지구당을 법적으로 폐지해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 두 정당의 목표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당 개혁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은 “우리나라 정당은 대중정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간부정당”이라며 “아직은 당원 문화가 뿌리 내리지 못해 유권자나 당원이 시대 요구에 맞는 의식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본사 정책자문단이 본 토론회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들이 기본적으로 토목경제·개발경제·재벌경제 성장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안 제시에 있어서 뚜렷한 차별점이 보이지 않았던 점은 안타깝다. 후보들이 앞다퉈 중소기업·서민경제를 내놨는데 현재 참여정부의 정책과 차별점이 보이질 않는다. 특히 비노(非盧) 후보를 주창하고 있는 손학규·정동영 후보의 경제공약이 친노(親盧) 후보인 이해찬·유시민·한명숙 후보와 차별성이 없는 것은 제 색깔내기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들을만 하다. 경선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손·정 후보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동의하는지, 아니면 전면 개편이 필요한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각자 태도를 명확히 한 뒤 이야기를 진행해야 전선이 명확해지는데 그렇지 못해 두루뭉수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5명의 후보들은 서민경제, 중소기업 경제를 강조하는 것은 좋으나 그 역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으로는 중소기업을 발전시켜도 한계가 있다. 앞으로 서비스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건지 문화·예술·창조경제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그러기 위해 창조인력이나 문화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대접할 건지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정책 토론회에서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원론적인 논의와 추상적 논쟁만 난무했다. 구체적 수치와 실현 가능한 대안을 놓고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데 그런 진지함이 결여됐다. 수박 겉핥기식, 말꼬리 잡기식 언쟁만 보인 점이 아쉽다. 부동산 정책은 대선 과정에서 가장 폭발력이 있는 이슈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각 후보들의 진지한 재검토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 “美, 이라크서 내년 3만명 철군”

    “美, 이라크서 내년 3만명 철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이라크에서 미국의 군사와 외교를 이끄는 책임자들이 ‘급격한’ 철군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은 10일(현지시간) 철군과 관련,“현재 16만명에 이르는 병력에서 내년 7월까지 3만명을 감축하는 부분 철군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라이언 크로커 주 이라크 대사와 함께 미 하원 외교 및 군사 위원회 합동 청문회에 출석,“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이달 내에 해병대부터 이라크에서 일부 철수하도록 건의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내년 8월 이후에도 더 많은 병력을 추가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그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를 시작하게 되면 치안 안정 등에 필요한 군사작전을 한국 등 다른 연합군측에서 맡아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자이툰 부대의 주둔 연장 등을 둘러싸고 논쟁이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부시 대통령에게 내년까지는 이라크 주둔 미군병력을 13만명 이하로 줄이는 결정을 내리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 감축은 어렵게 달성한 이라크의 치안 안정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섣부른 철군은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번 주말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의 부분 철수 입장을 존중, 이라크에 대규모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이라크 철군 여론이 확산되자 “현지 사령관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편 크로커 대사는 청문회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포기하면 이란이 개입해 이라크는 내전에 빠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라크의 정치적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퍼트레이어스 사령관과 크로커 대사는 15일까지 의회에 이라크 현지의 상황과 향후 전략을 담은 ‘이라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dawn@seoul.co.kr
  • ‘금산분리’ 논란 또 도마위 정부-재계 입장 들어보니

    ‘금산분리’ 논란 또 도마위 정부-재계 입장 들어보니

    “자본의 효율적 이용이냐, 아니면 사금고화의 방지냐.”김용덕 금감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면 이해관계가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금산분리 유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은 임기 내내 “산업자본에 대못질하지 말라.”고 완화론을 펼쳤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의 교체로 정책 방향이 180도 바뀌면서 해묵은 금산(금융·산업)분리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국회에서는 이미 금산분리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현재로서는 완화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은행-기업 이해관계 충돌” 김 위원장의 논리는 간단하다. 은행은 신용을 창출하고 공급하며 기업은 신용을 받는 기관이다. 때문에 기업이 은행을 지배하면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적인 금고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또한 2금융권은 이미 산업자본에 허용됐기에 논의의 핵심은 금산분리가 아니라 은산(은행·산업) 분리라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도 같은 논리다. 은행은 2금융권과 달리 예금을 자기계정의 고유자산으로 편입해 신용을 창출,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건전성 규제가 강화됐더라도 아직은 금융감독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본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설령 사전규제가 없더라도 금산분리가 관행적으로 정착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는 4%까지 허용하며 그 이상의 지분에는 의결권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재계는 “과거와 달리 동일 계열내 대출한도 제한 등 규제가 이중삼중”이라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기우”라고 반박한다. ●“경쟁력 키우려면 ‘관치의 틀´ 벗어야” 재계는 금융산업 자체가 미래의 블루 오션이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봉쇄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치의 틀’에서도 벗어나야 하며 국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토종 대항마’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예컨대 삼성이 은행업을 한다면 다른 은행들이 얼마나 긴장하겠느냐.”면서 “경쟁만큼 체질 강화의 특효약은 없다.”고 말했다.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역시 “금융시장 개방으로 시중은행의 주주 70∼80%가 외국계인 만큼 산업자본·금융자본을 따지지 말고 민족자본으로 주주를 구성, 국내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금산분리 원칙은 정부가 금융에 끈을 놓지 않으려는 핑계일 수 있다.”면서 “금융분야에서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국내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업의 민영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자본이 아니더라도 금융주권 지킬 수 있다” 정부는 “국내 자본의 역차별 문제와 금산분리 완화를 연계짓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금융산업이 발전하면 산업자본이 아니라도 다양한 형태의 자본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M&A 전문가들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서 보듯이 국내 시중은행들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 산업자본에 차례가 돌아갈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 농협 등이 ‘외국자본 대항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10곳이 4%씩 투자하면 은행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으므로 ‘은산분리’가 원천 봉쇄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재계는 ‘주인없는 은행’으로 경영이 잘 될 수 있느냐고 반발한다. 정부는 “주인이 있어야 금융업이 잘 될 것이라는 논리는 비약”이라면서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배주주의 자의적 경영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백문일 안미현 문소영기자 mip@seoul.co.kr
  • [20&30] 이럴때 학력위조 유혹 느낀다

    [20&30] 이럴때 학력위조 유혹 느낀다

    학력 위조 파문이 계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이후 학력 위조 파문은 학계, 예술계, 연예계 등 사회 각계 각층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학력위조 논란은 자연스럽게 학벌만 중시하는 사회 풍조를 비판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유명인이냐 아니냐일 뿐이지 학력 위조는 우리 주변에 만연돼 있다. 학력 위조 유혹을 느낄 때는 더 일상적이다. 직장에서 ‘짧은 가방끈’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할 때, 명문대 재학생으로 포장하면 과외 등을 더 쉽게 구할 수 있을 때 학력위조의 유혹을 느낀다.20&30이 직면하는 학력위조 유혹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유혹은 차별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학력 때문에 차별을 받을 때 학력위조 유혹을 느낀다. 최근 불거진 학력위조 논쟁에 대해서도 ‘나도 학력위조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정보통신(IT)분야 벤처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정모(32)씨는 창립멤버임에도 고등학교 졸업 학력 때문에 숱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믿는다. 근속연수가 10년에 이르지만 과장 승진 심사에서도 두 번이나 떨어져 창립멤버 중에서 가장 늦게 과장이 됐다. 자기보다 나중에 입사한 사람 중 상당수가 자기보다 직위가 높다.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입사한 동료들 초임이 자기보다 많은 경우도 있었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내가 고졸이라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대졸이라고 속이고 입사했으면 지금보다 대우가 훨씬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모 대학 지방캠퍼스를 졸업한 임모(33)씨는 사회 생활을 하고 나서 자신의 학력 때문에 좌절한 적이 적지 않다.“전에 일했던 회사에서는 동료 50명 중에서 지방대 출신이 5명이 안 됐어요.35살이 되기 전에는 대학원에 가서 석사학위라도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더라구요. 공부를 해야겠다는 게 아니었어요. 오로지 ‘가방끈’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인 거죠.” 모 정당 정책연구원으로 일하는 한모(36)씨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능력도 있고 경력도 있는데 단지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연구책임자가 못 되죠. 정작 일은 제가 다 했는데 보고서에 대표 집필자 이름은 박사학위자로 나갈 때 솔직히 짜증스럽죠.” ●잊고 싶은 학력위조(?) 경험 차별을 피하기 위해, 혹은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실제 학력을 위조해 봤다는 이들도 있다. 학력을 위조해 교수가 된다는 식으로 사회적 지위를 얻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학력을 둘러싼 이중잣대는 오늘도 사람들을 학력위조로 내몰고 있다. 이모(23·여)씨는 그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A대학 한문학과 수업 시간, 다른 학과 학생으로 보이는 이씨를 향해 담당 교수가 “무슨 과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이 대학 지방 캠퍼스 출신이지만 이중전공 신청을 본교로 한 학생. “서울 캠퍼스와 지방 캠퍼스는 학과 이름이 달라요. 그런데 지방 캠퍼스에서 온 티가 날 것 같아서 걱정이 되는 거예요. 결국 서울 캠퍼스에 있는 과 이름으로 얼버무려 말해버렸죠.”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며칠 뒤 출석부를 보던 교수가 “우리 학교에 이런 과도 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바람에 지방 캠퍼스 출신인 게 들통나버렸기 때문.“그 때 사람들이 ‘어쩐지’ 하는 표정으로 절 쳐다보던 표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이 나요.” B대학 경제학과에 다니는 정모(24)씨도 비슷한 유혹에 빠진 적이 있다.“복학하면서 용돈도 벌 겸 과외를 구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고민 끝에 정씨는 서울대생이라고 프린트 된 전단지를 뽑아서 인근 아파트에 붙였다.“어차피 철저하게 확인하지 않는 데다 서울대라고 하면 평균 과외비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전단지를 보고 연락이 왔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바쁘니 다른 대학 후배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을 바꾸긴 했지만 정씨는 과외 시장에서 학벌이 차지하는 위상을 실감했다.“요즘 과외 연결 업체에서 학생증, 재학 증명서까지 요구하는 것도 이런 유혹 때문에 학벌을 속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학력만 좋으면 만사 OK? 직장인 장모(28)씨는 대학시절 학력위조(?)를 한 경험이 있다. 방학 때 돈도 벌 겸 학원강사를 하려고 했지만 대학생을 받아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설령 있더라도 처우가 열악해 벌이가 시원찮았다. 결국 장씨는 “군대를 갔다 오고 대학도 졸업했다.”고 속여 학원 강의를 시작했다. 장씨는 학원이야말로 ‘학력위조의 천국’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학원에서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다 보니 대부분의 동료 선생들이 자신의 대학을 거짓으로 속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선생님들 대부분이 이력서에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나왔다고 써요. 그런데 실제 나온 대학은 그게 아니죠. 학생들을 끌어 모으는 게 목적이니 학원 측에서 알더라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출신 대학에 관계없이 ‘계급’이 신분을 결정하는 군대에서도 취업준비생 박모(26)씨는 학력 위조의 유혹을 받았다. 자대로 배치되고 행정병을 선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손을 번쩍 들었지만 Y대학을 나온 동기에게 밀렸던 것. 결국 박씨는 힘들다는 포병으로 군생활 2년을 마쳤다.“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어느 대학 나왔냐.’더군요.” 박씨는 대학 이름을 속일까 망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사실대로 말했고,Y대학을 다니고 있는 동기에게 행정병 자리가 돌아갔다. 박씨는 이 순간만 생각하면 아직도 억울하다고 말한다.“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차라리 S대학 나왔다고 말할걸. 그러면 행정병으로 뽑힐 수 있었을 텐데….’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군대도 이런데 사회 나가면 어떨까 실감을 많이 했습니다.” ●유학생은 학부 졸업 숨겨 미국에 유학했다 얼마 전 귀국한 한모(35)씨는 미국 대학원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국내 대학(학부) 학력은 밝히지 않는 게 관례라고 말한다. 서로 부담스러우니까 ‘학력 숨기기’를 하는 셈이다. 물론 학부 학력을 드러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서울 강남에서 초등학교를 나왔거나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 얘기다. “일종의 콤플렉스죠. 학력 위조라기보다는 학력 숨기기입니다. 보통 자기가 졸업한 대학을 얘기하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나이도 물어보지 않는 게 불문율이지요.” 한씨는 “그런 와중에도 지방대 출신들은 웬만하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대충 알게 되기 때문에 유학생들 사이에서 지방대 출신은 업신여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이 졸업한 학부보다 석사 학위를 받은 대학이 더 좋은 경우 후자를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같은 명문대를 나와도 서울 강남 출신들은 자기들끼리 반창회를 할 정도”라면서 “미국에서도 학벌 풍조는 그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강국진 이경원기자 betulo@seoul.co.kr
  • [아프간 악몽은 끝났다] “인질 몸값 378억원 전달”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인질 석방의 대가로 거액의 몸값이 오갔을 것이라는 주장이 외신에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당국자의 말을 인용,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현찰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카불 특파원 앨런 피셔는 “아프간 당국자로부터 이같은 얘기를 들었다.”면서 “액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카불 지역에는 몸값으로 2000만파운드(약 378억원)가 전달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이어 “한국인들은 대부분 정부가 탈레반에 몸값을 건넸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인질들이 무사히 귀국할 때까지 논쟁을 접어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한국 정부와 탈레반측 모두 몸값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몸값이 합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또 탈레반이 1000만달러를 요구했고, 한국측이 50만달러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최근 한국과 일본 언론에 소개됐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 기독교 선교활동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초기 대응을 적절히 했더라면 희생자 2명이 발생하지 않았을지에 대한 여부 등 풀어야 할 해결과제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또 이번 협상이 나쁜 전례가 될 것을 우려하는 아프간 당국의 입장을 전했다.AP통신, 가디언 등은 아민 파르항 아프간 통상산업부 장관이 독일 라디오방송에서 한 인터뷰를 인용,“탈레반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납치행위를 계속할 것”이라며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인 인질과 비슷한 시기에 자국 국민이 납치된 독일 정부는 한국인 인질 석방과 관계없이 테러 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독일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정부의 행동 방식과 범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야당인 녹색당의 국방담당 대변인은 한국인 인질이 석방된 것은 잘된 일이지만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협상과정은 “탈레반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었을 뿐”이라고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카드수수료 인하 결국 ‘생색내기용’

    정부가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영세가맹점에 초점을 맞춰 1%포인트 인하하자 미용사회·음식업계·안경업계 등 자영업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원칙과 방향을 잃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30일 전국 80만개 영세 신용카드 가맹점(간이과세자)의 수수료를 1%포인트 인하하도록 권고해 연간 부담이 33% 가량 줄어들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이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방향과 원칙을 크게 훼손한 것이고, 카드가맹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원가보다 낮은 가맹점은 높이고, 높은 곳은 낮춰야 금융연구원과 조세연구원은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가 영세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로 본질이 호도되고 있다.”면서 “가맹점 수수료 원가를 분석해서 원가보다 높게 가맹점 수수료가 책정된 업종을 내려 주고,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업종은 올려 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1.5%에서 2%의 원가보다 낮은 가맹점 수수료를 내는 골프장이나 대형할인마트의 수수료는 오히려 올리고 3.5%에서 4.5%까지 높은 미용실이나 음식점 등은 원가가 낮을 경우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수수료 논쟁은 ‘연간 매출 4800만원의 간이과세자인 영세가맹점’이 중심이 되고 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표준안’보고서를 작성한 금융연구원의 이재연 박사는 이날 “카드가맹점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높은 것도 문제이고, 대형 가맹점과 중소형 가맹점 사이에 양극화되고 있는 것도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2000년 초에 대형할인마트와 카드사 사이에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싸고 분쟁이 일었을 때 여론이 대형할인마트의 인하 요청에 손을 들어 줬지만, 결과적으로 이같은 결정이 카드사가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하할 여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조세연구원이 김재진 박사도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 영세사업자들에게 수수료 원가와 상관없이 차별적인 가맹점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은 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6월27일 재래시장을 방문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여 주겠다.’고 한 발언이 금융당국의 주된 관심을 ‘고율의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에서 ‘영세가맹점’으로 돌려 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영세사업자 수수료 할인, 혜택 크지 않다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연 매출 4800만원 이하의 간이과세자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정책을 편다는 건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매출액 4800만원을 모두 카드로 받는다고 해도 수수료 1%포인트 인하할 경우 연간 48만원, 매월 4만원 정도 감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미용실을 하고 최미영(가명·39)씨는 “카드수수료로 3.6%에서 4.3% 정도 내고 직원 4대 보험까지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힘들다.”면서 “카드사가 앉아서 매월 백만원 안팎의 수수료를 걷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실은 “최소 1%포인트에서 많게는 2%포인트까지 전체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낮아져야 한다.”면서 “정부가 영세가맹점에 1%포인트 인하를 권고한다는 의미는 결국 나머지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미미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실은 31일 일부 자영업자들이 항의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박사는 “카드사들이 각종 부가서비스를 축소해 나가면 각종 수수료를 인하할 충분한 여력이 생긴다.”면서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문소영 강주리기자 symun@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민주노동당 경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권영길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노회찬·심상정 후보의 ‘대선후보 교체론’도 만만치 않다. 진보정당의 세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비전을 점검해 본다. 1. 3인3색 정책 공약 ‘크고 강력한 정부, 사회 소수자에 대한 관심.’ 민주노동당 대선 경선의 권영길·노회찬·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큰 틀에서 전통적 좌파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를 강화하고,‘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가해 ‘시장실패’를 극복하겠다고 밝힌다. 부동산 투기 근절,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교육 3불(不)정책 유지 등의 공약에서 이런 기조가 드러난다. 인권·환경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서 보수 진영과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에 한목소리를 낸다. ●권영길 후보는 권 후보 공약의 초점은 ‘통일’이다. 남북 긴장관계가 완화된 상황에서 통일의 물꼬를 트는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권 후보의 통일공약인 ‘코리아 연방공화국’ 정책은 3단계로 구성된다.2009년까지 ‘통일국가 준비기’를 거쳐 2010년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출범하고 2012년까지 이행기를 거쳐 2013년 통일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권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10대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통일을 국시로 명문화하는 ‘통일헌법’ 제정,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군축과 동북아 협력안보체제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권 후보는 남북정상 핫라인 구축,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3단계 남북관계 공동조치’를 제안했다. ●노회찬 후보는 노 후보는 ‘복지 카드’에 방점을 찍는다. 일자리, 교육, 의료, 주택문제만큼은 모두가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4대 기본권 국가완전책임제’가 핵심이다. 노 후보 측은 “복지는 오롯이 국가의 책임”이라며 “4대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사적 소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가계부 혁명’ 공약이 눈길을 끈다. 출산, 보육, 노인수발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공공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공공복지서비스’ 공약이나, 파트타이머와 장기실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실업부조 제도도 주요 공약이다. 복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유세·사회복지세 등의 세금을 부유층으로부터 걷는 방안도 제시한다. ●심상정 후보는 심 후보는 ‘서민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국내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경제, 동아시아 호혜경제에 집중한다는 ‘세 박자 경제론’이 기본 틀이다. 그중에서 ‘세 박자 주택정책’,‘서민금융 세 박자 방안’ 등 생활에 밀접한 주택·서민금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다. 임대소득 비과세 특혜를 폐지하고 무주택세대주에게 아파트 분양 청약자격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쪽방·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빈곤층을 지원하는 ‘지하방 탈출 사다리 정책’도 눈에 띈다. 고금리 사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 서민은행 설립, 서민금융기금 모금, 서민의무대출법(금융기관이 총자산의 일정액을 저소득 서민 지원에 사용하는 제도) 제정을 주장한다. ●“공감대 확보 미흡” 전문가들은 후보 3인의 공약에 대해 “추상적 구호에 그치는 공약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전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증세를 할 때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가 제시되지 않으면 조세저항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원은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조건 정규직화를 주장할 게 아니라 ‘비정규직의 결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이 유연화된 상황에서 부자들을 향해 무조건 증세를 외치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지에 초점을 맞춰 사회보험체계나 인적자본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 눈길끄는 생활밀착 공약 바야흐로 ‘쩨쩨한 공약’의 시대다. 국가와 민족을 운운하는 거대담론보다 아이디어 톡톡 튀는 생활밀착형 공약이 더 환영받는 탓이다.‘생활 속의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들의 공약, 어떤 게 있을까. ●친환경 ‘산소 적립카드’ 권영길 후보는 바이오디젤 연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산소카드 발급제’를 약속했다. 산소카드란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위한 것으로,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에 따라 캐시백이 쌓인다. 이렇게 적립된 캐시백은 고속도로 통행카드를 살 때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다는 방안이다. 바이오디젤을 독립적인 수송에너지로 법제화하고, 경유와 바이오디젤의 혼합 비율을 현행 0.5%에서 1%로 높이는 등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성간 결혼도 가능? 노회찬 후보는 ‘성 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우리나라에서 동성간 결혼도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노 후보 측은 “성 소수자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 권리가 있고 다른 가족처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방송인 홍석천씨 등 성 소수자와 자주 만나며 자연스레 체득한 공약”이라고 밝혔다. 노 후보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성전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날씬한 여성만 미인이냐” 심상정 후보는 여성의류 생산업체가 모든 신체사이즈의 옷을 만들어 파는 것을 의무화하는 ‘빅사이즈 옷 제작 의무화’공약을 내세웠다.‘날씬해야 미인’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이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받는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공약이다. 이를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1억원 이상의 벌금이나 공장 폐쇄 등 강력한 처벌조항도 뒤따르게 된다. 심 후보 측은 “진보가 딱딱하고 무겁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3. 민노당의 과제는 ‘좋은 공약은 민노당에 다 있다.’는 평가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동시에 ‘그 공약, 실현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민노당이 공약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대중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더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공감대 형성해야 집권도 가능”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민노당의 집권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 18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권영길 후보 0.8%, 노회찬 후보 0.4%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노당 법제실장을 지낸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의 비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설득의 문제”라며 “민노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증세도 우리나라 세금부담률이 높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데올로기·거창한 구호 벗어나야” 민노당의 과제는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납득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자주파(NL)·평등파(PD) 등 정파 논쟁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념에 따른 정파간 이해관계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당내 최대 정파인 NL이 권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자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일제히 반발한 것은 전형적인 사례다. 민노당 당원인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진보정당이 아니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나 통일 문제 등에서 구태의연한 정파적 입장을 반복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이 삶과 직결된 문제보다는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집중해온 측면이 있다.”면서 “민노당이 학교급식운동,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지지기반을 넓혀온 것처럼 민생활동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용대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당이 언제나 거창한 구호만 내세운 건 아니다.”라며 “서민과 노동자가 당으로부터 혜택받을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감세는 대선용?

    감세는 대선용?

    2005년 하반기 정치권에선 감세 논쟁이 일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세금을 내려 소비와 투자를 늘리자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자 재정경제부는 이례적으로 33쪽의 자료를 내면서 ‘우리나라에서 감세정책 채택이 곤란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소득·법인세 여전히 낮은편 세율이 주변의 경쟁 상대국이나 선진국보다 높지 않고 근로소득자와 자영사업자의 절반이 소득세를 내지 않아 세금경감 효과가 없다는 내용이다. 특히 감세는 국가 재정에 여유가 있을 때나 세수확보 등 특정한 정책 목표와 연계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 정부가 지난 주 1조원 이상 소득세를 깎아 주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27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경기회복의 수단으로 감세가 논의됐지만 지금은 불합리한 과표구간을 조정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기회복으로 올해와 내년 세입 여건이 좋아져 줄어드는 세수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세율이 낮은 점은 달라진 게 없다. ●고소득자일수록 혜택 커 소득세의 경우 우리나라 평균 세율은 35%인 반면 일본은 37%, 중국은 4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7.3%이다. 법인세는 우리나라가 25%이지만 일본과 중국은 30%,OECD는 27%이다.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절반이 소득세를 내고 있지 않아 세금경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궁색해졌다.2005년 기준으로 근로자의 63%와 자영업자의 65%는 과표구간 1000만원 이하로 평균 세액이 18만원과 32만원에 불과하다. 세금이 얼마 안돼 줄일 것도 없다는 뜻이다. 반면 세금을 많이 내는 고소득자의 혜택은 많아지게 된다. 때문에 정부는 과표구간을 조정하라는 여론의 숱한 지적에도 ‘세부담의 형평성’을 내세워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에 이전하는 중소기업의 법인세를 최고 70%까지 줄이기로 한 것도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재정적자 누적 부담으로 작용 재경부는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투자 여건이 양호한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의 투자증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지금도 ‘거꾸로 간’ 세제지원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감세는 재정운용에 계속적이고 누적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사회복지·환경·교육·국방·SOC·농어촌·지역균형발전 등의 분야를 감안할 때 재정지출을 축소하기는 어렵다고 정부는 강조해 왔다. 재경부 관계자는 “2004∼2005년에는 세수가 4조∼5조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감세가 어려웠지만 내년에는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납세자의 입장에서 세금을 적게 내면 나쁠 리 없다. 그러나 국가 재정 운용과 경제 파급 영향을 감안하면,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의 감세가 적절한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예산을 감축하지 않고 세금을 깎아 주면 재정운용이 어려워지는 것은 뻔하다.”고 우려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범여권의 ‘동상이몽’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최근 범여권의 대선 행보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내놓은 우려 섞인 관전평이라고 한다. 후보보다는 구도와 정책 중심의 대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이번 대선의 지향점이 ‘후보보다는 정당, 정당보다는 정체성’에 맞춰져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정체성도 상실하고 민심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현주소에 노 대통령이 착잡함을 느꼈을 법하다. 대의(大義)도 잃고, 대세(大勢)도 놓친다면 대선은 물론 대선 이후를 도모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이명박 후보와 ‘잔펀치’로 싸우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 “정책 정당의 구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구도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장(戰場)의 분위기는 다르다. 옛 열린우리당 당직자 110여명은 세력간 지분 조정의 틈바구니에서 민주신당에 몸을 담지 못하고 하루 아침에 ‘정치 미아(迷兒)’신세로 전락했다. 열린우리당의 가치와 신념을 지켜 왔다고 자부하는 한 고위 당직자는 “갈길은 먼데 갑갑하다.”면서 “민주신당이나 청와대나 모두 야당을 하기로 작정한 사람들 같다.”고 토로했다.민주신당은 정파간·주자간 권력 다툼과 세력확장에만 매몰돼 있고, 청와대는 시급하지도 않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등으로 대선 지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푸념을 덧붙였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민주신당 대선 후보들은 다음달 3∼5일 컷오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내공을 쏟아내고 있다. 친노(親盧)후보의 단일화, 민주개혁세력의 적자(嫡子)논쟁, 주자별 당내 경선 경험과 조직력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범여권의 분열로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보다 흥행성과 시너지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텃밭’인 영남에서 이긴 후보가 이례적으로 경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의 사례가 민주신당에서 재연될지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민주신당에서도 광주에서 이긴 후보가 결과적으로 패배할 수 있다는 가설을 상정해 볼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신당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정당사상 의미 있는 변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이후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려는 노 대통령과 과거의 판을 복구하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상이몽과 대립 관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 분당과 대북송금 특검 등을 언급하며 열린우리당 전 지도부를 질책한 것은 ‘대선 본선에 내가 원하는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당내 경선 후보들에게 하나의 기준표를 제시하고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전 대통령의 직설법에 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주변 참모들 사이에서는 시간적·지형적 여유가 없는 현실에서 또다른 분화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만이 감지된다. 대선 전후의 지분 확장을 꾀하는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신경전이 범여권 경선 과정에서 숨가쁜 절정에 이르는 형국이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향배가 결정할 것이다.ckpark@seoul.co.kr
  • [뉴스 분석] 범여 주도권 ‘쟁탈전’

    [뉴스 분석] 범여 주도권 ‘쟁탈전’

    범여권 대선 가도의 주도권을 놓고 노무현(얼굴 왼쪽) 대통령과 김대중(DJ·오른쪽) 전 대통령간 신경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대통합민주신당 주요 인사들과의 잇단 회동을 통해 범여권 대선 구도에서의 입지를 한껏 넓히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이같은 그의 행보와 대통합 과정에서 옛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상실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 대통령도 공개적 언급은 자제하고 있으나 민주신당의 정체성과 일부 대선 예비후보들의 비노(非盧) 행보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대결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간 정통성 및 지분 확보를 위한 세력 다툼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향후 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전이 가열되고,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논쟁이 구체화할수록 양측간 노선 및 지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DJ,“국민이 신당 대통합 지지” 김 전 대통령은 최근 ‘과도한 현실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민주신당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26일 동교동 자택에서 민주신당 추미애 후보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대통합은 나만 바란 게 아니라 여권을 지지하는 모든 국민의 바람”이라고 언급, 민주신당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지난 23일 정세균 전 의장 등 옛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한 민주당내 일부 인사도 질타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비노(非盧) 진영의 친노(親盧) 진영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했고, 그 바탕에 김 전 대통령이 자리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DJ의 브레인’이었던 황태연 동국대 교수는 “노무현 정권의 국정실패로 ‘힘의 공백’ 상황이 생기면서 DJ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靑,“신당이 대의 명분 있나” 노 대통령은 최근의 범여권 상황이나 김 전 대통령의 언급에 공식적으로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행보를 우려하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과 정책을 지켜 나가는 것인데 민주신당이 대의와 정체성을 상실하는 바람에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다른 관계자는 “정책정당 구현을 위해 대선에서 대의와 명분을 지켜 나가다가 설령 야당을 하게 되면 어떻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훈수 정치’가 범여권의 또 다른 분열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가 인권위원들과 가진 비공개 오찬 자리에서 최근 정국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민주신당을 겨냥, 참여정부의 여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일부 참석자가 전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동교동과 친노세력의 최근 움직임은 범여권의 대통합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양측간 조직세 확산과 어우러져 새로운 프레임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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