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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렇게 풀자] 미래산업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렇게 풀자] 미래산업

    박근혜 대통령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의 융합 및 혁신으로 일자리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대해 새 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올바른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리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미래산업 육성에 나선 것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부터다. 국가 부도 사태로 사회 근간이 흔들리면서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단기 성과 위주, 저효율 장시간 노동 등)으로는 경제 재도약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 신기술에 주력했고 노무현 정부도 디지털TV와 디스플레이 등 10대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키웠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녹색기술산업 등 17개 신성장 동력을 육성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가 아이템 발굴에만 몰두하다 ▲사회 인구구조 ▲세계 경제구조 등 거시적 환경 변화를 감안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새 산업들이 사회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해도 청년 실업이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지역 간 편차 등 우리 산업계의 고질적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표적 미래산업인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그 예다. 5000억원가량을 들여 100메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지어도 발전소에서 채용할 수 있는 현지 인력은 10~20명 수준에 불과하다. 강태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연구팀 위원장은 “이제부터라도 국가의 새 성장 엔진을 찾을 때는 ‘이 사업이 미래의 젊은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자리인가’, ‘이 산업이 우리의 후진적 근무 여건을 바꿀 수 있는가’ 같은 구조적 물음들을 함께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미래부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업계나 전문가 모두 미래부가 정보기술(IT) 등 디지털 경제와 융합된 ‘혁신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대거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미국에서도 새 일자리 창출의 60% 이상이 이런 혁신 벤처들을 통해 창출되고 있으며 항공우주국(NASA)의 경우 일부러 연구 프로젝트들을 벤처기업들과 나눠 맡아 이들에게 자금뿐 아니라 혁신 프로세스까지 전수하고 있다. 김창경 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은 “혁신 벤처의 대표작인 ‘카카오톡’도 실은 10여년 전 유행했던 인터넷전화 서비스 ‘다이얼패드’와 같은 기술”이라면서 “벤처기업들은 마케팅 노하우나 사업화 기법 등이 더욱 절실한 만큼 미래부도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흔히 미래 먹거리로 (제조업 대신)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자칫 물가만 크게 오르고 실질적인 성장은 없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미래부가 기업 간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 내는 ‘상생의 판 짜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최근 삼성과 LG의 3차원(3D) 입체영상 구현 방식과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 방식 논쟁에서도 알 수 있듯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신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특허를 공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새 정부는 반드시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면 득이 되는’ 틀을 구축할 수 있게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공룡 부처들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정책에 책임을 묻는 문화를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당부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은 “2009년 아이폰이 도입될 때까지 국내 IT 시장은 암흑기로 불렸지만 지금까지도 당시 정책 과오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오바마 “캘리포니아 동성결혼 인정해야”

    미국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의 법률적 문제를 검토 중인 가운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캘리포니아주의 동성결혼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행정부 차원에서 대법원에 동성결혼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 사상 처음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법무부를 통해 대법원에 제출한 소송 의견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캘리포니아주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AP통신·CNN 방송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행정부는 사법부가 심리 중인 사안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수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강한 정책적 의지에 따라 법정조언자로서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33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동성 커플은 이성 커플과 동일하게 결혼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주민 투표는 이를 금지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러나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라고 요청하지 않았으며 다만 캘리포니아의 ‘특수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08년 5월 주 대법원의 판결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으나 같은 해 11월 주민투표에서 동성결혼금지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동성결혼 합법화를 놓고 미국 전역이 논쟁에 휩싸일 전망이다. 현재 미국 50개주 가운데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주는 매사추세츠를 비롯해 모두 9개 주다. 이들을 포함한 13개 주가 최근 대법원에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여론조사기관인 ‘필드 폴’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동성결혼에 찬성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61%에 달해 반대한다는 응답자 비율(32%)의 2배에 가까웠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정책의 불편한 진실/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복지정책의 불편한 진실/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부터 시작해 이번 대통령 선거까지 복지는 모든 정치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복지를 향한 경쟁이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결국 복지 어젠다를 성공적으로 선점한 박근혜 대통령이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고, 오늘 새 정부가 출범한다. 이제 우리도 스웨덴·핀란드와 같은 북구 복지국가의 비전을 가져도 되는가? 그랬으면 좋겠다. 지난 반세기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듯 다음 반세기가 지나면 우리의 아이들은 복지국가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번 정권에서 그 초석을 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불편한 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의 불편한 진실 가운데 가장 확실한 것은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논객들이 새 정부의 복지공약에 대해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아껴서 그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착각한 것이고 아니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새 정부가 복지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할 진정성이 있다면, 먼저 누가 얼마나 더 돈을 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다음 그것을 가지고 설득을 하든지 협상을 하든지 할 일이다. 이 문제는 언론에서 항상 지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원이 바닥나 복지정책이 중단된 경험도 있고 해서 그 심각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부문, 즉 공공 영역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명성·책임성은 남의 돈을 운영하는 자로 하여금 그 돈을 함부로 써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사적 영역에서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공공 영역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감사는 이루어지지 않거나, 하더라도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 불필요한 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한 단체장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도 거의 없다. 중앙정부나 다른 공공 영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세금을 충분히 걷더라도, 공공 영역에서는 그 세금을 가지고 신중하게 판단하여 국민에게 이익이 되도록 사용하려는 인센티브가 낮아지게 된다. 대신 당장 성과가 나타나거나 모양이 그럴듯한 사업에 세금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시급한 복지정책은 중한 질병이나 실업과 같은 상황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거나,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필요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일정 금액을 나누어 주는 정책이 시행되곤 한다. 생색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돈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옳은 의사결정인지는 의문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어떻게 보면 미래세대의 손해에 대해 현재의 의사결정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으로 국민연금을 건드리겠다는 발상은 그 결정판이다. 우리 아이들을 강제로 다단계 피라미드에 편입시키는 것은 어른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공공 영역의 문제는 비단 복지정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호화 청사를 건축하는 것도 같은 문제로 볼 수 있다. 다만 복지정책은 그 자체가 공익적 사업이라는, 즉 국민에게 효용 증대 효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이 부각되면서 자원 배분의 적절성이 더 쉽게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복지정책도 장기간에 걸친 납세자의 희생이 전제가 된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그 돈을 ‘눈먼 돈’처럼 사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공 영역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면 이런 정책결정 문제들도 100%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상당 수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 與 “당선인 의지 문제” 野 “핵심공약 쏙 빠져” 우려 목소리

    지난 21일 발표된 새 정부의 5대 국정목표를 놓고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비전 및 과제에서 ‘경제민주화’ 용어가 빠지자 “당선인의 의지와 직결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소속 의원들을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선 22일 실망 어린 기류가 역력했다. 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 경제민주화를 대변할 만한 인물이 없어 걱정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다른 의원은 “경제민주화 공약이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라는 하위 국정전략에 담겼다고는 하나 정책 입법 과정에서 얼마나 힘이 실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 내에선 대기업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추가 출자 금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각론에서 진전된 내용이 포함됐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대선 과정에서 선점한 경제민주화 의지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퇴색할지 모른다는 불만이 높았다. 경실모 소속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경제민주화는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면서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동안 강조했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법이 없어서 대기업 일가들의 부정에 대해 눈감아 준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경제민주화’와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등) 용어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 의지 변질로 복지 공약까지 후퇴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박 당선인이 민생회복을 위한 핵심 공약으로 강조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이 쏙 빠졌다”면서 “5개 국정목표와 21개 국정전략, 140개 세부과제 그 어디에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인 하도급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비협조로 무산된 부분을 거론하며 “더 큰 문제는 경제민주화가 빠진 자리에 성장만능주의의 낡은 명제들이 들어섰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홍근 비대위원은 “박 당선인이 지난해 8월 후보 수락 연설에서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고 상기시킨 뒤 “그럼에도 국민 앞에 아무런 설명과 양해 없이 국정 목표와 과제에서 빼버려 대기업 횡포와 양극화 심화로 국민행복이 뒷걸음치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임시조직 인수위, 길게 봐야 한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임시조직 인수위, 길게 봐야 한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100대 국정목표와 과제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실행할 구체적인 계획도 함께 나올 것 같다. 그간 인수위가 작업한 결과물이 나오는 셈인데, 당초 공약에서 많은 수정과 조정, 후퇴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핵심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보장이 대폭 후퇴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기초연금 공약과 관련해 “어르신에 대한 국가의 도리와 책임”이라며 강한 실행 의지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지적하며 “최소한의 안정된 노후를 보장해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그 필요성도 설명했다. 기초연금제도는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개념으로 박 당선인의 대표적 복지 공약이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기초노령연금의 2배인 2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인수위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은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문제인데, 이분들에게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깔아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당초의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이 ‘국민연금 미가입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분’으로 바뀌었다는 견해가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기초연금의 취지에 맞지만 재정 형편 때문에 소득과 국민연금 수령 여부를 따져 4개 그룹으로 나눠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책의 형평성 훼손과 약속의 후퇴로 인식한 노인 및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도 있다고 한다. 공약집에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건강보험이 100% 책임’이라고 명시한 내용이 투표 하루 전 선택진료, 상급 병실료, 간병비는 진료비에서 제외되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향후) 재원 마련 과정을 보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이게 후퇴인지 아닌지 애매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기초노령연금의 확대 인상은 박 당선인이 처음으로 내건 공약은 아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도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바꿔 국민연금과 통합, 2009년부터 소득 하위 9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 인수위는 이 공약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보건복지부에 국민연금개혁위원회, 국회에 연금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임기 말인 지금,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액의 5%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냐 수정이냐의 논란은 이미 2년 전부터 촉발된 복지 논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말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재원 마련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인수위는 공약의 이행 방안만을 확정하는 기구가 아니다. 공약과 국가 재정, 국민의 마음을 잘 버무려 지속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국민 일각에서는 복지든 뭐든 인수위가 확실한 해결방안을 내놓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 생각엔 오히려 확실하다는 안을 그 짧은 시간에 마련해서 내놓는 게 더 문제인 것 같다. 최근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더 많은 복지’보다 ‘지속 가능한 복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운사이징(소형화)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은 증세 없이 이행될 수 없으므로 ‘할 것’과 ‘안 할 것’을 나눠야 한다. 포퓰리즘적 정책은 나도, 민주통합당도, 박 당선인도 공약했다고 본다.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해 못 할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사과하고 복지의 우선순위나 규모에 대해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야당과 국민의 동의를 구하면 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인수위가 내놓을 새 정부의 밑그림은 그것이 복지든 아니든 공약에 매몰된 성급한 안이 아니길 바란다. 지속가능성과 방향성을 충분히 고려한 농익은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열린세상]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의 엇갈린 행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의 엇갈린 행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대표적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과 중증질환 보장 범위에 대한 엇갈린 해석과 이행 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와 관련해서 관심을 끄는 두 나라가 있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다.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후예인 이탈리아. 반도국가이며 오페라·칸초네로 대표되는 음악과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감성에 민감하다는 측면에서 우리와 유사점이 많다. 노르웨이도 우리와 공통점이 여럿 있다. 오랜 기간 주변국으로부터 피해를 보며 살아왔다는 점, 산악지대가 많아 대구 무역이 번성했던 항구 도시 베르겐 지역을 제외하고는 국민의 삶이 풍족하지 않았다는 점이 비슷하다. 두 나라는 20세기 후반 이후 복지정책, 그중에서도 후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연금·재정 정책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상당수 남유럽 국가들은 방만하게 운영해 온 국가재정이 지속불가능해짐에 따라 특급 소방수를 투입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역이용하는 정치세력을 의미하는 ‘P의 공포’(Politics, 정치의 공포)가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 ‘P의 공포’의 장본인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다. 총리 재직 시절 온갖 기행을 일삼던 그가 회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마리오 몬티 정부에 비수를 들이댔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몬티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을 원위치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표심을 얻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금제도 개혁 경험만 따지자면 이탈리아는 세계 챔피언 감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7차례나 연금제도를 손봤는데도 제대로 된 개혁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앞날이 온통 잿빛이다. ‘P의 공포’ 주도 세력이 사태를 악화시킨 전직 총리란 점은 아이러니다. 구조조정이 고통스러워 옛날이 그리운 것은 이해되나, 이탈리아의 장래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의 행보는 이탈리아와 대조적이다. 노르웨이는 과거에 풍족하게 살지는 못했으나 버려진 땅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돈방석 위에 올라앉았다. 갑자기 천문학적 규모의 천연자원이 발견되면 축복보다는 저주가 되기 십상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로 자원을 차지하려고 동족 간 갈등이 심화되고 끝내는 내전으로 치달아 무수한 인명이 살상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사례는 신선하다. 매년 막대한 석유 수입이 있음에도, 정부 예산편성 시 적자 폭이 5%를 넘지 않도록 준칙화했다. 당장의 욕심을 버리고 고령화 등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에 대비해 석유자원 대부분을 남겨두고 있다. 덧붙여 향후 도래할 고령화·저성장 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할 수 있게 연금제도를 고쳤다. 반면에 자신들이 누리는 복지 혜택은 높은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평균 소득세율이 45% 안팎이다 보니, 높은 수준의 복지를 하고 있음에도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선을 약간 웃돌 정도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물론 부채비율이 GDP 대비 200%가 넘는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우리와 공통점이 많은 두 나라의 대조적인 행보가 관심을 끄는 이유가 있다. 복지정책의 원칙과 지향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제도의 운영 원칙과 목표 지향점을 명확히 하여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서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튼튼한 사회 안전망 구축, 취약계층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복지제도, 열심히 보험료를 낸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는 연금제도, 그리고 후손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는 복지제도 설계를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의 원칙과 목표로 설정한다면 사회적 합의 도출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복지문제, 특히 연금과 관련한 많은 논쟁이 결국은 인구 고령화에 기인한다는 인식 하에 정쟁을 자제하며 정치권이 합심해 지속가능한 제도로 바꾼 노르웨이. 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연상시키며 ‘P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이탈리아. 두 나라는 복지 확대를 추진 중인 우리에게 중요한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 與 제2 새마을운동 추진 움직임에 野 반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선거 때 제기한 ‘잘살아 보세’란 구호가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제2의 새마을운동 추진 움직임으로 구체화되면서 야권이 반발하는 등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제2새마을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데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국민 정신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인 박 당선인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신화’를 오버랩시켜 일종의 ‘구애’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시대착오적인 관제식 발상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4일 새누리당 대전·충남지역 국회의원들과 식사할 때 다보스포럼 특사였던 이인제 의원이 세계적으로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하자 일부 의원들이 “새마을운동을 국민 정신운동으로 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설훈 의원은 “화석화돼 가는 것을 끄집어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시대착오다. 퇴행적인 사고로 구태의 전형이다. 이런 판단을 하면 앞으로 참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박정희를 죽이는 것이고, 과거 속에 가두는 것”이라고 평했다. 문병호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지금은 많이 바뀌었고, 민(民) 주도에 국민 소통 시대다. 국가주의적으로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농림수산식품위 소속으로 지역구가 농어촌인 김승남 의원도 “농어촌 후생대책이나 노령화 복지문제 등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제2새마을운동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을 했다는 신화를 되살리려 하거나, 살아 있는 권력인 박 당선인에게 잘 보이려 하는 등 관제식 발상이라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는 정신운동 등으로 변형 시행을 주문했다. 박 당선인 지역구(대구 달성군) 출신 이종진 의원은 “협동정신 등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바람직하다”면서 “지금은 새마을 정신운동이 사회 양극화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각박할 때 화합하고, 도와주는 정신교육을 병행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강기윤 의원도 “새마을운동을 시대에 맞게 어떻게 각색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사회 소득과 이념 등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면서 “다양성을 하나로 통합하고 묶어가는 게 필요하다. 새마을운동을 그런 식으로 시대에 맞게 기능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013년 오늘 한국에서 신작로를 넓히고 마을 길을 닦고 할 일이 아니다. 경제 회생 정책을 하더라도 새로운 시대 정신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통상교섭권, 산업통상자원부 이관 이렇게 생각한다

    통상교섭권, 산업통상자원부 이관 이렇게 생각한다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전해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하는 문제를 놓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외교부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통산 분리는 헌법 골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자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궤변이며 부처이기주의, 대통령 권한 침해”라며 강도 높게 공개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국회의 합의 여부가 한층 주목되고 있다. 또 학자 및 이익단체 사이에서도 현행처럼 ‘통상과 외교를 한데 묶어 놓아야 한다’는 쪽과 시대의 변화에 맞춰 ‘통상을 산업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리전’ 양상이다. 찬반 논쟁이 뜨거운 양쪽의 주장을 들어본다. ■ “산업형 통상조직으로 변화 필요” 김창봉 통상정보학회장 (중앙대 교수) - 이래서 찬성 폐어(Lung fish)라는 물고기가 있다. 삼엽충과 같은 시대인 4억만년 전 고생대부터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물고기다. 폐어가 오랜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름에 비밀이 있다. 아가미 외에도 육지생물과 같이 폐가 있어 물이 없는 환경에서도 땅속으로 들어가 2~3년은 살 수 있어서다. 스스로를 변화시켜 무수한 환경 변화에도 생존해 온 것이다. 얼마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 세계 경제의 자유화·개방화 추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외교통상부로 일원화했던 통상업무를 15년 만에 산업·무역·투자 주관부처인 지식경제부로 이관해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하는 것이다. 시대적인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대외환경은 그동안 세계경제를 선도하던 선진경제권이 저성장에 직면하면서 성장의 축이 신흥경제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보호무역주의 조짐도 표면화되고, 통상의 쟁점은 관세에서 특허와 표준, 기술장벽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산업정책과 연계한 통상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산업형 통상조직이 가동되면 여러 가지 이점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통상정책 수립에서 통상협상, 활용 및 대책까지 일원화돼 추진된다는 점이다. 정책의 공급자인 정부 입장에서는 통상정책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정책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의 전 과정에 대해 정부와 보다 긴밀한 교류가 가능하다.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통상분쟁 등 기업 애로도 보다 효율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산업형 통상조직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통상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상품 중심의 FTA였다면 앞으로는 우리 산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대상국에 특화된 맞춤형 FTA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주요 통상 대상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 및 자원부국으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과 자원부국은 전통적인 방식의 FTA보다는 투자진출과 산업협력, 기술협력 등 산업적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통상정책 추진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 및 자원 협력관계를 꾸준히 구축해 온 부처가 통상을 맡게 되면 양자가 어우러져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최근의 무역환경을 볼 때도 산업형 통상조직의 필요성은 크다. 무역은 자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에 수출입하는 전통적인 무역구조에서 벗어나 세계 각지로부터 소싱과 공급을 동시에 하는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생산과 판매시설을 전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등 글로벌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무역 환경 변화에 통상정책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산업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조직이 통상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출이 국내 총생산의 57%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 있어 통상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15년간의 통상은 그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나 시대의 변화에 맞춰 통상정책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현재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퇴화하고 멸종한다는 것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 “통상은 외교… 국익 실현이 우선” 이호철 국제정치학회장 (인천대 교수) - 이래서 반대 21세기 국제관계에서는 ‘영토’보다는 ‘영역’이 더 중요하다. 우리의 경제와 문화, 과학, 기술이 전 세계로 진출해 영역을 확장하는 일은 세계와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해외개발원조(ODA)와 공공외교를 제대로 추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외교다. 이른바 ‘21세기 코리아 모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해양수산 분야의 중요성을 반영해 21세기 코리아 모델의 성장기반을 재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부처들을 신설하거나 복원하기 위한 조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간과된 것으로 보인다. 조직개편의 최고 원칙은 부처 간 이해의 조정이 아니라 국익의 실현이어야 한다. 징벌적 차원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교에서 통상을 떼어내, 기능의 일부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내주게 된 지식경제부에 얹어 산업통상자원부로 변경하자는 안이 과연 변화된 21세기 국제환경에서 국익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실현이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다. 몇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통상(通商)은 외교다. 통상은 국가 간 상(商)을 통(通)하게 하는 제도와 절차의 수립과 변경에 관련된 일이다. 한·미 FTA, 한·중 FTA를 교섭하고 타결하는 일은 양국 간 기업들의 무역과 관련되는 제도와 절차를 세우는 것이다. 둘째, 통상이 산업자원의 일이라면, 농림축산·해양수산·과학기술 등 다른 부처들의 통상관련 업무는 어디서 누가 맡아 해야 하는가. 정부 부처의 다양한 통상관련 사안들이 경제부총리 혹은 국무회의를 통해 우선순위와 정책방향이 결정되면, 외교통상부는 전 세계 최전방에서 흔들림 없이 실현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통상교섭의 대외창구는 단일화돼야 하고 외교부에 통상교섭본부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익의 효과적인 실현이라는 원칙에서다. 셋째, 경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빈발할 수밖에 없는 통상분쟁의 효과적인 해결이라는 차원에서도 외교부의 통상교섭본부 체제가 마땅하다. 통상분쟁의 해결이란 결국 국제규범과 절차에 따라 국익을 최대한 실현하는 일이다. 넷째, 많은 외교적 의제들이 상호 연계돼 있다. 안보와 통상이, 국방과 과학기술이 연계되기도 한다. 연계 사안들은 특정 부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해양수산은 21세기 코리아 모델의 새로운 성장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외교에서 통상을 분리하는 일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외 이익의 실현이라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개편안이 법률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중대한 간과는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 외교통상부의 부처 이익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다. 외교통상부도 자성해야 한다. 21세기 국제관계에서 나라 ‘안’과 ‘밖’의 일은 밀접하게 연계된다. 나라 밖의 통상교섭이 나라 안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연계돼 동시에 진행되기 마련이다. 통상교섭본부가 설치된 지난 15년간 외교통상부가 나라 안의 다양한 이해관계의 갈등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필요한 설득의 작업을 수행해 왔는지, 소위 ‘내교’(內交)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여론의 질타로부터 비교적 멀리서 엘리트주의와 순혈주의에 안주해 왔던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 [열린세상] 미래지향적 정부조직을 기대하며/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규제평가연구부장

    [열린세상] 미래지향적 정부조직을 기대하며/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규제평가연구부장

    새 정부 출범을 3주가량 앞두고 있다. 그간 인수위는 많은 일을 수행해 왔지만,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정부조직 개편이다. 정부조직은 새 정부가 구상하는 정책과 전략의 큰 틀을 엿볼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논의는 국회로 넘어갔다. 아마 앞으로 다루어야 할 논의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기능과 영역의 설정이다. 어떤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느냐다. 통상기능의 담당부처에 관한 문제라든가, 정보통신을 다루는 전담부처의 설치 등이 주요 쟁점이다. 이런 쟁점들은 규제와 진흥 기능의 분리, 가외성과 효율성의 조화 등 여러 기준에 의해 다루어질 것이다. 문제는 이에 관한 정답을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해·주장·논리가 엇갈릴 것이고, 장점이 아닌 단점만 취하는 중도적 대안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유념할 점은 한 단계 더 높고 한 칸 더 넓은 시야를 갖추는 노력이다. 국회는 전통적으로 집단과 계층의 이해를 집약적으로 대변하는 곳이지만 정부조직의 구성만큼은 정파와 집단, 지역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하나 더 유념할 점은 미래 환경의 변화를 내다보는 개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통부 부활 논쟁의 핵심은 정보기술(IT)과 스마트 환경이 생태계적으로 구성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정부 주도의 정보통신산업 정책이 향후에도 유효한가를 따져야 한다.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당장의 시각이 아니라 미래의 시각에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조직의 명칭과 위상의 설정도 긴요하다. 일견 단순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부처의 역할과 정책 우선순위 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칭은 수행할 기능과 대상영역을 우선순위에 맞게 집약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실제로 식품기능이 중요하다면 부처 명칭에 포함되는 게 오해를 막고 향후 정책결정의 올바른 틀을 구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최근 기상청이 기상기후청으로 명칭을 변경하자고 제안했는데,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업무가 큰 역할을 할 것이어서 바람직해 보인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업무가 다른 여러 부처에서도 주요 현안인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능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면서 소모적인 정책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열린 마음과 혜안이 절실한 때다. 마지막으로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 즉 조정과 협력의 틀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이런 논의를 조직 개편 시기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적인 운영의 문제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세종청사가 출범한 이후 정부의 대내외적 소통과 협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 내적으로 부처 간 조정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외적으로는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회와의 관계는 지금까지 제대로 논의된 적이 거의 없다. 국회의 본질적인 임무를 고려하면 행정기관들이 수시로 국회와 접촉하고 설명하는 등의 절차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 방식 등은 수십년 전과 비교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국정운영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고쳐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정권 교체기의 조직 개편은 신화(myth)일 수도 있고, 필연일 수도 있다. 선진국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에 정부조직 개편이 잦은 것은 사회 전반적인 안정성과 역동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부에 거는 기대의 폭과 깊이 또한 서구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 강하다. 1970년대 이후 압축성장의 기억은 정부가 무엇인가 주도하길 기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즉, 정부조직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그만큼 공공부문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그 내용 또한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활력은 불안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전개될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나라 전체의 미래를 위하여 어떤 게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이고 열린 토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 [정부조직개편 입체 분석] (7·끝)쟁점 진단·대안 모색 전문가 좌담

    [정부조직개편 입체 분석] (7·끝)쟁점 진단·대안 모색 전문가 좌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4일부터 본격적인 국회 심의 절차를 밟는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와 행정부처의 역할과 규모에 대한 첨예한 논쟁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각 부처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및 확장을 위해 치열한 물밑 로비전에 착수, 치열한 논리싸움과 여론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신문은 3일 정부조직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찾는 좌담회를 가졌다.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실무적으로 이끌었던 정남준 전 행정안전부 차관과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등 전문가들은 책임총리제 확립을 위해서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 해임건의권의 실질적 행사는 물론 장관의 진퇴에 총리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조직개편안은 경제부총리 부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등이 기본적인 내용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정 전 차관 정부 조직개편의 정답은 없다. 결국 시대 상황과 국민 요구에 맞춰 필요에 따라 5년마다 부처 개편이 논의되는 것이다. 당초 공약보다 이번 개편안은 조정 폭이 줄어든 것 같다. 위헌 소지는 있지만, 경제부총리 부활은 경제를 총괄하는 책임장관으로서 의미가 있다. 민감한 경제 이슈가 대통령에게 바로 전가되는 문제도 차단될 수 있을 것이다. -강 교수 과거 정부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접근했다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때 ‘공동체주의’를 많이 말했다.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이 모두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공동체주의에 맞는지 봐야 하는데, 아직 전문성을 기초로 한 기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또 융합 개념도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빠져 있다. 정부가 기능주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누군가는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역할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기능을 정책 대상과 목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분류하고 선도가 아닌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서 총장 ‘견제와 균형’을 너무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다극적 ‘컨트롤타워’ 중심의 불균형, 쏠림현상, 비효율 등도 우려된다. 인수위가 짧은 활동기간 조직개편을 서두르다 보니 배경 설명이나 문제점 극복의 필요성, 대안의 타당성 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보수 정부인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맞는 방향인가. -정 전 차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논란은 의미가 없다. 공직생활을 통해 보면 정부 규모는 사인과 코사인 곡선처럼 반복된다. 정부의 규모보다 운영이 중요하다. 조직개편은 정치·사회·문화 등이 모두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이번 개편은 경제학자들이 주도하다 보니 경제논리에 쏠린 측면이 있다. 자연과학자와 경제학자는 1 더하기 1은 2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보면 0이 되기도 하고, 5도 되고, 10도 된다. 이런 논리도 스며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최근 경제위기라든지 외부 여건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 전 차관 경제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마인드’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처 설계와 국정운영은 다르다. 국정운영은 종합적인 시각이 중요하다. -서 총장 부처 수가 늘어난다고 꼭 ‘큰 정부’는 아니다. 그래도 정부 전체 수준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반영구적 지출 행위인 인력 증원과 직급 상향 조정은 피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 ‘규제’ ‘정부개입’이 많아질 개연성이 큰데, 그만큼 ‘큰 정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강 교수 정부의 규모를 갖고 논의할 게 아니라,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와 ‘그 역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가 중요하다. 조직개편 초기에는 모두들 관심을 갖고 시끄럽다가 이후에는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하고, 어떻게 인사를 하고, 인사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의 효과가 1년 뒤에 오는 게 맞는지, 10년 뒤에 오는 게 맞는지에 대한 판단도 보통 정치 논리로 가다 보니 흐지부지되는데 이를 참을성 있게 보면서 유연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선인이 부처 이기주의 타파를 강조했다. 이번 조직개편이 부처 간 이기주의 타파와 융합행정 구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련됐다고 보나. 아울러 책임총리제에 대해 제안할 것이 있다면 말해 달라. -강 교수 그렇게는 잘 안 돼 있다. 현재 부처가 기능주의로 구분돼 있는데, 각 부처가 존재 이유를 내세우면 부처 이기주의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각 부처에서 다른 부처와 업무를 잘 조정했는지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만들면 부처 이기주의를 없앨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이런 매뉴얼이 있었는데, 현 정부에서 없어졌다. -정 전차관 대통령제에서 컨트롤타워는 결국 청와대다. 책임총리제를 한다고 해도 부처에서 (총리가) 영이 안 설 수 있다. 총리실 인력으로 한계도 있다. 예컨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장관이 청와대 수석으로 가는 역행 현상이 생겼다. 수석이 차관급이어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니 각 부 장관을 조정할 수 있다. ‘국무조정실’이 말은 참 좋지만 어려울 것이다. 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 해임건의권을 실제로 행사하느냐에 책임총리제는 좌우될 것이다. 총리가 장관의 진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각료들이 느끼면 총리에게 꼼짝 못한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미래과학창조부(미래부)의 성공 조건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강 교수 미래부는 선도가 아닌 지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연구개발(R&D), 정보통신사업 등을 정부가 100% 주도할 수 없다. 지원하는 조직으로만 남는다면 ‘공룡부처’라는 의혹도 희석할 수 있다. 더불어 미래부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갈 때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할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필요하다. -정 전 차관 정부의 역할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부처가 생기면 간섭과 규제를 한다. 미래부가 신설되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과학기술계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겠는가. 연구 현장에는 없으면서, 위만 바라보는 ‘과학기술 귀족’만 만들 수 있다. 또 재정지원에서 배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예상을 배분할 때 과거처럼 ‘돈잔치’ ‘나눠먹기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서 총장 단기적·가시적 효과 창출에 대한 강박증을 경계해야 한다. 협력조정, 연계체계 구축에 특별히 힘써야 한다. →외교와 통상 분리 여부도 논란이 첨예하다. -정 전 차관 외교는 본질이 아니라 수단이다. 지원업무라는 의미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산업통상형 시스템을 갖고 있다. 외교통상형은 캐나다 정도다. 외교부는 전체 국익을 위해서 한반도 평화, 외교역량 강화 등에 집중하고 각 부처의 지원업무를 해주면 된다. IMF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재정경제원처럼 힘이 한곳에 쏠리면 문제가 생긴다. -강 교수 외교와 통상이 함께 있으면, 통상이 ‘종’(縱)으로 가는 것이 문제였다. 통상을 지식경제부로 보낸다고 하니 자기 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를 어디에 설치할지도 논란이다. -서 총장 지역갈등을 잠재우고, 해양과 국토, 수산과 농림, 물류 업무 연계성, 행정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세종시로 가는 게 맞다. -강 교수 부산에 설치하면 분점을 세종과 서울에도 둬야 할지 모른다.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 혼선·혼란을 피하고 잘 마무리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정 전 차관 각자의 ‘생사’를 건 로비가 치열할 것이다. 관련 단체를 동원해 국회의원에게 압력도 행사할 것이다. 역대 조직개편 관련 공청회를 열어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정말 공익의 관점에서 판단해야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면 안 된다. -서 총장 정부교체기에 특히 많이 등장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기관 신설이나 인력증원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기존의 법제, 행정절차, 인력, 예산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객관적인 조사연구 자료를 공개하면서 공론화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공익을 위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공직사회의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마지막으로 공직사회가 안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정 전 차관 김영삼 정부 이래 새 정부 출범과 조직개편이 몇 차례 반복되며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학습효과가 생겼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권 교체 시 ‘점령군’ 행세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 특정 부처나 지자체장 등 공직 경력을 거친 대통령이 취임하면 그 기관 출신들이 인사 담당 부서에 포진해 점령군처럼 위화감을 조성한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공직자는 국민이 선택한 새로운 정부를 위해 일한다. 껴안아 주기를 바란다. 전직 관료로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사회 오일만 정치부 차장 정리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책꽂이]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김태일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복지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재정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다. 필요 없는 낭비는 과감히 줄여야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한다. 그러니까 국가 재정 문제라는 게 단순히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져 숫자상으로 적당히 균형을 잡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과 정책적 우선순위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차원에서 재정 문제에 대한 논란과 해법을 짚었다. 1만 5000원. 동자문(이토 진사이 지음, 최경열 옮김, 그린비 펴냄) 저자는 17세기 일본 에도시대 고의학(古義學)파의 창시자다. 고의학이란 주희의 성리학을 너무 추상적이라 비판하면서 공자와 맹자의 원뜻을 찾아 물은 뒤 실생활에서 기꺼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의학은 이후 일본 유학의 독자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자의 논어를 풀이한 것인데, 어린 동자가 묻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동자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출판사가 내놓는 이토 진사이 선집 가운데 1권으로 앞으로 ‘논어 고의’, ‘맹자 고의’ 등이 번역돼 선보일 예정이다. 2만 3000원.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매튜 크렌스 등 지음, 서복경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란 표현이 뭔가 세련된 느낌을 주는 시대다. 그런데 자유주의 정치학자 2명이 함께 쓴 이 책에서 저자들은 시민을 고객으로 전락시킨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민주주의로 바뀌었는데, 권리를 지닌 유권자가 서비스를 돈 내고 쓰는 소비자로 바뀐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주장이다. 2만 3000원. 일기로 본 조선(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펴냄) 12편의 일기를 통해 조선사회를 들여다본다. 가령 병자일기는 병자호란 때 피란길에 오른 남평 조씨의 일기인데 3년여간의 피란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일들을 꼼꼼하게 다 기록해 뒀다. 이외에도 아버지의 엄명으로 무려 68년간 일기를 쓴 노상추의 ‘노상추일기’, 17세기 중앙 정계와 지방 유생의 동향을 알 수 있는 ‘계암일록’ 등이 흥미롭다. 2만 3000원. 이것이 민주주의다(김비환 지음, 개마고원 펴냄) 오늘날 누구나 바람직한 가치로 입에 올리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강의체 문투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나갔다. 눈에 띄는 부분은 유교적 전통과 민주주의의 접합 가능성을 모색하는 마지막 부분. 사림의 공론정치, 유교적 헌정주의, 충서 가치의 재발견 등을 언급하고 있다. 2만 2000원. 적군파(퍼트리샤 스테인호프 지음, 임정은 옮김, 교양인 펴냄) 20대 초반 젊은이들 몇이서 세계혁명을 기획했다. 적군파라 불렸다. 여기까지는 농담하냐고 비웃어주면 된다. 그런데 이들은 한 산장에 틀어박혀서는 19명의 동지가 12명의 동지를 찔러 죽이는 참극을 벌였다. 특별한 이유도, 배경도 없다. 이 사건 이후 일본 좌파 학생운동이라는 표현은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적군파를 악마화하는 대신 사회심리학적으로 추적했다. 1만 6000원.
  • 햇볕정책 vs 反햇볕정책… 화해 하시죠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햇볕정책과 반(反)햇볕정책 간의 대립과 불화로 응축된다. 그러나 이런 대립은 차이가 크게 부풀려진 것인 만큼 정책을 통해 수렴할 수 있다고 제기하는 하는 사람이 있다. ‘사회통합형 대북정책’(나남 펴냄)을 쓴 이재호(59)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이다. 이 원장은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국제부장 등을 거치며 이 같은 주제로 고려대 정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원장은 “소모적인 논쟁은 피해야 한다”면서 “햇볕론자라고 해서 다 퍼주기이고, 다 유화론자이냐? 또는 흡수통일론을 실행할만한 천문학적 재정이 존재하냐,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과연 통일에 도움이 되냐?”고 반문한다. 이 원장은 햇볕론자들은 정책의 기쁨을 같이 나누려고 노력해야 하고, 반햇볕론자들은 ‘김대중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커버스토리] 증세, 결국은 부가세 vs 부유세

    [커버스토리] 증세, 결국은 부가세 vs 부유세

    대다수의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부자 등 특정 계층에게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35조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내걸면서 증세는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워낙 파장이 큰 사안이라 정치권도 쉽사리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증세 불가피성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논쟁은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와, 부유세 신설 등 부자 증세로 나뉜다. 25일 각 진영의 대표주자에게서 논리를 들어보았다. ■‘부가세 인상론자’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 “부가세 2%P 올리면 세수 15조↑ 국민 공감대 마련 보편적 증세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국내의 대표적인 보편적 증세론자이다. 여러 세미나 등을 통해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지속 가능한 보편적 증세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부가세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붙기 때문에 세율이 올라가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획일적으로 부담이 늘어난다. 강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부가세율이 18.5%”라며 “우리나라만큼 낮은 부가세율(10%)을 적용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부가세율을 2% 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세수가 15조원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그가 부가세 인상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최고치)에 못 미치는 저성장 기조에 따라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이 깔려 있다. 강 대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밑돌면 연간 15조원의 적자 국채 발행 요인이 발생한다”면서 “여기에 새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10조원의 적자 국채가 추가로 발행되면 총 규모가 25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보편적 증세 없이는 순식간에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부가세를 높이면 물가가 올라간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강 대표는 “일본도 5%인 부가세율을 2015년에 10%로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장기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0% 수준에서 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면서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부가세율을 인상한다고 기업이 쉽사리 물건값을 올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강 대표는 “새 정부가 증세 없이 조세부담률을 2% 포인트 가까이 높이려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등의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보편적 증세를 성급하게 밀어붙이면 극심한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재원 대책으로는 복지공약 실천에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고부담 고복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저부담 저복지를 선택할 것인지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대표는 “적자 국채를 어느 정도 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뤄진 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증세밖에 도리가 없다’는 당선인 측의 솔직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예산은 이명박 정부가 짰으니 내년 예산 편성 때 자연스럽게 복지 공약 이행에 대한 논의가 재정부와 국회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여러 전제들이 충족된 조건 하에서 내년부터 부가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부유세 신설론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부자·대기업이 세금 더 내야 부유세, 지하경제 양성화 도움” “그동안 많은 혜택을 누려온 부자들이 세금을 좀 더 내도록 하는 것이 새 정부가 사회를 통합해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 공약 재원 135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부유세는 도입돼야 한다”며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소득 상하위 20%간의 자산 격차는 2006년 4.5배에서 2011년 5.7배로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富)의 극심한 양극화에 복지 확대 요구까지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선거 때마다 ‘부유세 신설’이 여론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부유세 신설 필요성을 거론했다가 하루 만에 부랴부랴 거둬들이기도 했다. 부유세는 개인이나 가구의 순자산(부채를 뺀 자산) 초과분에 대해 일정 세율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부의 재분배 기능이 크다. 과세 대상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통상 순자산 1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10일 발표한 ‘2011년 세계노동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10%의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3% 세율의 부유세를 매길 경우 연간 64조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유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국민에게 좀 더 투명한 과세 부담을 지우려면 부자나 대기업들이 지금 더 부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부유세를 도입하면 박 당선인이 약속한 지하경제 투명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영국 시민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는 1970년부터 40년간 한국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7790억 달러(약 833조원)라고 주장했다.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라는 것이다. 실제 관세청에 적발된 해외 자산도피 규모는 2007년 166억원에서 2010년 1528억원으로 3년새 9배 이상 급증했다. 유 교수는 “부유세가 도입되면 국세청 등 세정당국이 좀 더 정밀한 세정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독주택이나 상업용 수익건물의 부속토지는 가격이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은 시가 파악이 어렵다는 점 등도 부자 증세를 실행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유세를 도입하면 부의 해외 이전 내지 자산 도피를 부추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유 교수는 “운전자들이 신호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신호등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내국인의 해외 부동산 및 금융자산 소유 현황과 분기별 외환송금정보, 환치기(외국에서 빌려쓴 외화를 국내에서 한화로 갚는 것) 사례 등을 좀 더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서울광장] 미래·창조·과학을 모두 살리는 방법/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래·창조·과학을 모두 살리는 방법/함혜리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의 조직 중 핵심으로 꼽히는 미래창조과학부를 두고 말들이 많다. 부처 명칭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역할이 아닌 비전을 담은 것부터 문제이고, 영문 명칭도 달갑지 않다고들 한다. 순수·기초과학이 단번에 성과를 내는 응용과학에 밀릴 것이라고 벌써부터 과학계는 우려한다. 그런가 하면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차관을 두기로 한 데 대해서는 ‘개악’이라며 전담 부처 신설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미 방향은 정해졌다. 지금 이런 논쟁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 가 있던 기초과학 및 융합과학의 연구지원 기능,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의 ICT 진흥 기능,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배정 및 조정 기능,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 및 규제 기능 등을 흡수 통합하게 된다. 여기에 미래성장동력 발굴 및 관련 정책 수립과 일자리 창출까지 책임져야 한다. 열거하기도 숨이 찰 정도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과학기술 분야를 한군데에 모은 것은 옳지만 조직이 커지면 그만큼 문제가 많아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다양한 업무와 기능이 합쳐지게 되면 업무 간 충돌은 물론 우선순위 논란이 생긴다. 이런 갈등이 쌓이다 보면 조직원 간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지면서 결국은 실패로 귀결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 조직 역사상 거대 부처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연구의 성질이나 라이프사이클이 확연히 다른 분야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것인 만큼 문제 발생 소지가 매우 크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인수위원회 차원에서 역할 분담을 위한 교통정리를 잘 해야 한다. 각 부문의 기능과 업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거쳐 자리매김을 확실히 한 뒤 ICT와 각 기초연구 분야가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창조경제로 이어지는 ‘고부가가치의 화학적 융합’이 성공할 수 있다. “나중에 알아서 조정하겠지” 하고 넘어갔다가는 낭패를 면하기 어렵다. 이 신생 거대 조직의 장을 누가 맡느냐가 큰 관심사인데 이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어떤 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기로 한 만큼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국가과학기술최고위원회를 두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 위원회의 간사를 맡아 과학기술 관련 부처와 책임자들의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관계 현안을 협의·조정하면서 모든 국정에 과학기술이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자문회의도 필요하다. 자문회의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과학기술 정책의 장기 비전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소 12조~13조원의 국가 R&D 예산을 배분하고 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막대한 예산이 ‘눈먼 돈’이 아니라 과학입국의 종잣돈이 되려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국가 R&D를 교차 검색하면서 예산의 비효율을 원천적으로 막아 줄 평가기관도 필요하다. 현 국과위 산하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국무조정실 산하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각 부처 산하에 있는 평가기관들을 하나로 합쳐서 기술 예측과 국가 R&D 조사·분석·평가 및 예산의 조정·배분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라는 ‘근혜노믹스’ 구상은 근사해 보인다. 지식기반사회, 융복합의 시대에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한 대통령이 될 것인지, 미래·창조·과학을 모두 살린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이 공룡 부처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렸다. lotus@seoul.co.kr
  • 부총리 아래 총리?

    박근혜 정부를 이끌 양대 축인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겸직)의 역학 관계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정책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위상이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직제상으로는 대통령에 이어 총리가 ‘넘버2’, 경제부총리가 ‘넘버3’다. 두 사람 모두 이명박 정부에 비해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책임총리제가 시행될 경우 총리는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맡게 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총리실의 조직과 기능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정 운영 방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 장관은 현 정부에서도 선임 장관 역할을 했으며, 경제부총리 겸직을 통해 이를 공인받았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5일 내놓은 1차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면 경제부총리는 경제 분야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총리는 국민 안전과 복지 확대 등 경제를 제외한 박 당선인의 나머지 핵심 정책들을 주도하는 ‘역할 분담’ 체계가 유력해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재정부 장관이 사실상 부총리 역할을 해오지 않았느냐”면서 “총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향후 국정 운영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과거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총리 간 정치공학적 관계 설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총리와 경제부총리 간 정책 주도권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운용 과정에서 경제부총리가 이른바 ‘갑’이 되고, 총리가 ‘을’이 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 관련 부처가 다른 부처에 비해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는 예산 편성권과 정책 우선권 등이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예컨대 총리가 복지 정책을 확대하려고 할 때 경제부총리가 재정 압박 등을 이유로 반대할 경우 총리 입장에서는 이를 뒤집을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부총리의 역할 강화가 총리의 위상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재정부 내 기획 기능을 분리·독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재정부가 공룡부처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총리실이 부처들과의 관계 설정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경우 책임총리제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도 총리실이 부처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는 장관들과의 정책 논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이 정도 관계가 되지 못한다면 총리실 위상 강화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산림은 누구나 혜택받는 ‘즐거운 복지’ 건강·일자리 등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

    산림은 누구나 혜택받는 ‘즐거운 복지’ 건강·일자리 등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

    “산림복지는 숲이 사람에게 혜택을 되돌려주는 ‘즐거운 복지’입니다. 누구나, 언제든 숲에 와서 편안하게 즐기면 됩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15일 산림복지를 ‘사람을 위한 숲’이라고 소개했다. 숲에서 교육과 문화·휴양·치유 등을 영위하면서 삶의 마지막 단계에 흙으로 돌아가는 한국형 산림복지 모델이다. 풍부하고 잘 가꿔진 인프라를 활용하기에 공공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후손에 물려줄 자산인 숲이 주는 혜택을 공유하면서, 보존할 수 있는 방법도 포함된다. 서울대 산림학부 교수로 30여년간 재직한 임학자로서 연구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숲의 다재다능함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패키지화하고, 산림의 무궁무진한 미래영역을 개척해 국민 건강 증진과 일자리 창출, 국민 대통합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 청장은 “산림을 활용한 힐링과 치유, 산림교육 등은 선진국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역동적인 국민성을 보여주듯 확산 속도가 빠르고, 형태도 독창적”이라고 말했다. 자연휴양림의 기능 다양화를 예로 들었다. 숲 속에 조성해놓고 전기를 사용하는 등 편의성을 강화한 ‘어색한 조합’을 지적했다. 난방은 펠릿으로 공급, 차별화함으로써 목제품 활용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참여 및 수요자의 접근성을 고려한 생활권 산림복지 제공을 강조한다. 그는 2015년 개장을 목표로 조성 중인 국립 백두대간치유단지에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 처음 산림자원과 자연환경을 활용한 시설로 중독치유센터·산림치유수련원·치유산약초원 등 산림치유시설과 산림치유체험마을, 국립산림테라피연구센터 등이 들어선다. 산림복지단지의 미래 방향과 민간의 참여를 타진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간주하고 있다. 거점별로 치유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산림청은 기업이나 개인의 투자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산림복지가 정부 부처·지역·세대 간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계했다. 수목장 도입을 놓고 ‘유림’의 반대가 치열했고, 산림시설 유치를 둘러싼 갈등도 경험했다. 그는 “양반이 많은 곳에는 하인도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산림복지는 국민, 특히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유연성과 국민의 관심 및 참여가 산림복지를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자양분’이란 점을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민주 ‘사죄의 삼배’하고 또 노선 투쟁

    민주 ‘사죄의 삼배’하고 또 노선 투쟁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현역 의원, 당직자 등 200여명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입구 바닥에서 국민을 상대로 ‘사죄의 삼배’를 올렸다. 당 혁신에 앞서 대선 패배 이후 보여준 민주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참회하는 행보에 나서면서다. 존폐 기로에서도 계파 갈등으로 구태의 단면을 보여줬던 민주당이 ‘백척간두’에 서서야 국민 앞에 엎드린 셈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삼배에 참여한 현역 의원은 127명 중 40여명에 불과했다. 비대위 첫날부터 대선 패배 책임론 공방이 어김없이 재연되고 계파 간 노선 투쟁이 시작되는 등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이용득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 아침 현충원에 갔을 때 많은 의원이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끼리 잘하나 봐라’ 하는 식의 마음이면 민주당은 변화하고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에 문 비대위원장이 “우리가 연락을 못 했거나 외국에 있어 참석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개인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좋으나 불쑥 이야기하면 이견으로 비친다”고 말해 첫 회의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한 장외 공방전도 벌어졌다. 비주류인 안민석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길 수 있는 총선, 대선에서 진 본질적인 원인은 당 내부의 계파에 있다. 계파가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며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겨냥했다. 이에 대해 친노 직계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PBC 라디오에서 “친노라는 이름은 정치적 정파로서의 실체적 개념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친노이자 ‘친김대중’”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행보는 당 재정비 작업에 손도 대지 못하는 민주당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있다. 안 전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미국에 체류 중인 안 전 후보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 “(안 전 후보가 한국에) 오면 준비가 돼서 오는 것”이라고 말해 귀국과 함께 구체화된 계획을 제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상태로는 안 전 후보의 귀국만으로도 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당의 조속한 재정비를 위해 계파 중심의 논쟁 구도를 혁신 방안 중심의 논쟁 구도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당이 원심력을 가져야 새 흐름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 김종욱 동국대 객원교수는 “비대위가 건강한 정책, 노선 논쟁을 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만 전당대회도 건강한 정책 논쟁의 선상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선 투쟁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당의 노선을 중도 쪽으로 ‘우향우’해야 한다는 주장과 진보적 선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문병호 비대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정책은 새누리당보다 더 진보적이고 유능해야 한다”며 선명성을 강조한 반면 김동철 비대위원은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는 시대의 화두가 틀림없으나 외교 안보적 사안까지 진보, 진보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노선 전환을 요구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수석부대표 회담을 열고 24일 임시국회 개회에 합의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지금&여기] 보수의 나라/안석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보수의 나라/안석 정책뉴스부 기자

    미국 공화당은 오바마 이전까지 10차례 대선에서 7차례 승리했다. 이코노미스트 기자들이 쓴 ‘더 라이트 네이션’(the Right Nation·보수의 나라)은 미국 보수주의의 배경에 정치만이 아닌 학계와 지역운동가, 인구학적 요인 등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는 입법부와 언론에 더욱 친화적이다. 의원과 기자 입장에서 요점이 잘 정리된 이들의 보고서는 진보 싱크탱크의 그것에 비해 가독성도 높고 기사화하기도 쉽다. 미국에서는 총기, 낙태 등의 이슈가 첨예한 논쟁을 일으킨다. 특히 전국총기협회 회원들의 투표 참여율은 95%가 넘는다. 조지 부시는 이들 우파에 안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제 한국 이야기를 해보자.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현재 거주지가 달라도 새벽 일찍 고향으로 내려가 투표하는 많은 유권자들 가운데 민주통합당 지지자들도 많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소 앞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린 유권자는 문재인 후보 지지자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들도 투표율이 75%를 넘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졌다. 이유는 뭘까. 우리 사회의 보수가 그동안 손을 놓고 정권 재창출을 기다렸던 것이 아닌 것 같다. 이름도 생소한 뉴라이트 학자들이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그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렸던 셈이다. 대선 동안 정치평론을 쏟아낸 종편은 미국의 폭스TV처럼 좌파와 인터넷에 뺏긴 미디어 영향력의 균형을 맞췄다. 박근혜 당선인은 의원 시절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이끌며 야당이 이끌던 복지 이슈를 중간지점으로 수렴시켰다. 이제 대다수 부모들은 학교 담벽이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직접 경찰서를 찾아 “초등학생 납치범을 잡으라”고 호통을 칠 만큼 안전은 안보보다도 중요한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 지역사회에서 학교 담장 허물기가 유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큰 변화다. 학교 담벽이 높아야 하고, 경찰은 더 많아야 하며, 흉악범은 반드시 사형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지는데 진보는 여기에 어떤 대답을 내놔야 할까. 답이 있다면 이번 대선 결과를 이해하기가 좀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ccto@seoul.co.kr
  • [박근혜 정부 대한민국의 과제] (4) 일자리 창출

    [박근혜 정부 대한민국의 과제] (4) 일자리 창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747’ 공약을 내세워 승리했다.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7% 성장과 1인당 소득 4만 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을 성사시키겠다는 거창한 공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별다른 거시 목표를 내놓지 않았다.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이 유일했다. 유세 과정에서 내세운,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올(오)’리겠다는 ‘늘지오’ 정책은 많은 호응을 받았다. ‘저성장 저고용’이라는 우리 경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당선인 기자회견문)가 실현될 수 없다는 여론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청년일자리 문제는 고용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체 취업자는 2494만 1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5만 3000명 늘어났다. 하지만 20대 후반(25~29세) 취업자는 7만 9000명 줄었다. 여기에 ‘사실상 백수’인 취업준비자는 5만 2000명, ‘실제 백수’인 구직단념자는 1만 5000명씩 늘었다. 그 결과 20대 후반의 고용률은 68.0%로 1년 만에 2.3% 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20대 초반(44.3%)과 30대(73.5%) 고용률은 각각 0.8% 포인트, 0.7% 포인트 높아졌다. 2010년 한해 동안 늘어난 임금근로 일자리 53만 3000개 중 50대 일자리는 26만 9000개다. 반면 20대 일자리는 14만 1000개 줄었다. 전체 일자리 중 20대 비율은 17.8%로 1년 전보다 1.7% 포인트나 줄면서 50대 점유율(18.1%)보다 뒤처졌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경기 불황에 대해 신규 고용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청년 실업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9월 상장기업 500개사에 물어본 결과 올해 설비투자 확대를 계획 중인 기업은 15%에 불과했다. 2011년 29.6%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이다. 설비투자가 정체되면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기는커녕 줄일 가능성이 높다. 청년들, 특히 대졸자들의 ‘눈높이’가 고용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점도 청년 실업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경기개발연구원 조사 결과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기술·기능직(57.8%)을 선호했지만 청년 구직자들은 사무직(50.3%)을 원했다. 희망 연봉 역시 중소기업(2184만원)과 4년제 대졸자(3299만원)의 격차가 상당했다. 청년 실업에 따른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청년층이 취업 전선에 나서는 시기가 뒷걸음질치면서 혼인 연령대 역시 상승하고, 이는 저출산 추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층이 위 세대보다 질 좋은 일자리를 가질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가처분소득 역시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3분기 월평균 소득은 407만 6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겨우 10만 6000원(2.6%) 올랐다. 증가율은 2010년 4분기 5.3%에서 반 토막이 났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는 7.4% 오른 468만 4000원을, 50대는 8.4%가 증가한 462만 4000원을 벌어들였다. 이러한 소득의 ‘상후하박’(上厚下薄) 추세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번 벌어진 소득 격차는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 세대 간 일자리 양극화가 세대 간 소득 양극화로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청년 일자리만 많이 만들어지면 분배나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불러온 논쟁은 대부분 해소될 것”(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일자리 문제도 청년 실업 못지않게 심각하다. 대부분 정년을 맞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노후 대비를 위해 은퇴 뒤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낮은 부가가치 산업에 쏠리고 있다. 2010년 11월 이후 1년간 50대 자영업자는 14만 8000명 늘었다. 그러나 음식·숙박업과 도소매·건설업을 시작한 경우가 각각 4만 2000명, 4만 1000명에 달했다. 자영업 부문의 경쟁 심화로 최근에는 영세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베이비부머의 재취업도 크게 늘고 있다. 재정부 분석 결과 5~9인 제조업체의 50대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로 지난해 1월에는 2만 1000명 줄었지만 11월에는 2만 8000명으로 되레 늘었다. 같은 기간 50대 자영업자 증가 폭은 13만명에서 3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제조업과 대기업에서가 아닌 서비스업과 중소기업 쪽에서 일자리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구도가 유지되면 청년층은 질 좋은 직업을 찾을 수 없고, 중장년층은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면서 “음식·숙박업 등이 아닌 금융, 여행, 의료, 교육 등 질 높은 서비스업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나온다면 일자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 성장의 ‘사다리’를 활성화하고, 사회적 재교육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괜찮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과 더불어 청년들이 건실한 중소기업을 찾아갈 수 있는 중소기업 체험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베이비붐 세대에 대해서는 재교육 프로그램 정비를 통해 전직이나 이직, 혹은 효과적 창업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전문가들이 말하는 ‘민주당 위기탈출 해법’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이후 20일이 다 되도록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당을 이끌 새 원내대표로 박기춘 의원이 선출되면서 쇄신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투톱 체제’의 한 축인 비대위원장 선출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갈 길을 잃었다. 쇄신하자는 목소리는 높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민주당을 ‘선장 잃은 난파선’이라고 표현하며 새로운 리더십의 형성, 수도권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의 구조적 전환, 노선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6일 “민주당은 여전히 2004년 열린우리당 체제에 머물러 있다”며 “그때 이후로 (주류의)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리더십 경쟁의 공간이 열리지 못해 새로운 리더십의 형성 없이 정체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계파에 기반한 집단지도체제부터 수정해야 리더십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지도체제에선 최고위원들이 반대하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져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단일 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공염불로 끝났다. 이 소장은 “당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당원의 권리와 의무를 높이고 이들의 총의에 의해 지도부를 형성하면 힘 있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재인 전 대선 후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문 전 후보는 48%의 지지를 끌어온 민주당의 자산이다. 정치적으로 사장시킬 게 아니라 때가 되면 그 리더십을 활용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남 정당에서 수도권 정당으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욱 동국대 객원교수는 “대부분의 진보정권들이 수도권을 근거지로 정치적 기반을 넓혀 왔다”며 “수도권의 탄탄한 지지, 다수의 유권자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 구조적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편적 복지와 평화적 대북정책 노선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대중의 정서와 판단은 복지 인프라를 갖추되 경제적·사회적 상황에 맞게 운영하고 안보 불안감을 해소해 달라는 식으로 다르게 조성돼 있다”면서 “두 노선에 대한 치열한 내부 논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려 “친노(친노무현)니 비노니 하고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조차 민망한 만큼, 우리 모두에게 처절한 반성과 맨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는 성찰, 엄중한 자숙이 필요한 때”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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