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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남자 태어나다-섬마을 총각들 권투로 대학가기

    ‘남자 태어나다’(11일 개봉)는 유려한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에 아기자기한 연기를 녹여낸 고만고만한 코미디영화다. 지도에도 없는 섬 마이도.마을 최고령 할아버지의 99세 생일날 ‘지령’이 떨어진다.‘대학가는 놈 만들어라.’ 마을 어른들은 대성(정준) 만구(홍경인) 해삼(여현수)에게 권투를 시켜 대학에 보낼 계획을 세운다.복싱계를 떠난 왕코치(이원종)가 사범으로 붙으면서 연습이 시작되는데…. 영화란 장르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빛바랜 사진과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과거를 눈앞의 이미지로 살려내는 데 있다.‘남자…’는 그 향수의 정서를 노렸다.흑백사진을 연결하다가 정지된 사진이 영상으로 바뀌면서 시작하는 영화는,1983년의 아물아물한 과거를 현재시제로 만들어 관객을 초대한다. 하얀 접시에 한아름 쌓은 빵,‘새벽종이 울렸네∼’ 노랫소리,리어카상의 번데기,막 싸우다가도 꼿꼿이 서서 가슴에 손을 얹는 국기 게양식 등 이제는 볼 수 없는 80년대 풍경이 정겹게 묘사된다.하지만 복고로 승부를 걸기엔‘해적,디스코왕 되다’‘챔피언’ 등이 선수를 쳐서 낡은 느낌이다. 게다가 오래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바랜 듯한 색감은 섬마을의 아름다운 자연을 오히려 개성 없이 만들어 버렸다.동네 어른들과 건달 등 조연급들의 코믹 연기는 눈에 띄나 특별한 정도는 아니다.그래도 홍수환씨가 지도했다는 권투신은 ‘챔피언’에 비해 긴박감이 있는 편이다. 억지로 감동을 심으려 한 것은 문제.“꿈만 있으면 세상에 나가 터져도 포기하지 않는다.” “남자는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아.”라는 식의 ‘꿈 타령’이 지나쳐 짜증이 난다. 거기다 대상을 왜 남자에 한정지었는지도 모를 일이다.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진짜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마초 같은 남성들에게나 통할 듯싶다.‘천사몽’의 박희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소연기자
  • [충무로 산책] 뻔뻔스런 영화속 간접광고

    “열심히 일한 당신 극장으로 떠나라.” 대박 행진을 계속하는 영화 ‘가문의 영광’을 두고 이런 우스갯소리가 들린다.그만큼 이 영화에는 현대카드의 광고가 노골적으로 삽입돼 있다. 영화 속 간접광고(PPL·Products in Placement)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하지만 지금까지는 알게 모르게 쓱 지나가던 간접광고가,이제는 뻔뻔스럽게 정면에 나선다. ‘가문의 영광’에서는 현대카드 광고 모델인 정준호가 광고의 제스처를 극중 맥락과 상관없이 그대로 따라하는 장면이 나온다.또 “016은 ★표를 누르면 취소가 된당께.”라는 대사가 나오고,야후 코리아로 e메일을 보내기도 한다.현대카드는 마케팅비 20억원 가운데 3분의1 정도를 지원했고,야후 코리아는 1억원을 협찬했다. 물론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무리하게 비난할 필요는 없다.특히 영화가 산업인 이상,간접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작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는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관객은 영화를 보러 가지 광고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간접광고는 말 그대로 ‘간접’에 그쳐야 한다.영화의 소품이나,의미를 풍성하게 하는데 활용되는 선을 넘게 되면 관객은 짜증날 수밖에 없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집으로’의 초코파이는 잘 쓰인 PPL의 예다.상품이 가지는 의미를 영화의 주제 속에 녹여냈다.‘예스터데이’에서도 경찰청 화상전화 초기 화면에 카이 로고가 뜨는 장면이 나오는데,“경찰청 전화에이것 좀 안 넣으면 안돼요?”“네가 경찰청 전화요금 다 낼래?”라며 비트는 재치를 보인다. 포카리스웨트,동서식품 등 30개 넘는 간접광고로 한국 PPL의 원조가 된 99년 ‘쉬리’이래 한국영화에서도 PPL은 빠질 수 없는 양념이 됐다.하지만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미덕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소연기자
  • 예술의 전당서 MBC 가을맞이 가곡의밤

    제31회 ‘MBC 가을맞이 가곡의 밤’공연이 오는 10∼11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매년 가을 열리는 가곡 축제로 테너 박세원·신동호,베이스 김요한,소프라노 김향란·신지화·최자영,메조소프라노 김학남(이상 10일),테너 김영환·강무림·조효종,바리톤 최현수,소프라노 김인혜·차수정,메조소프라노 장현주(이상 11일)등 성악가가 출연한다. 최선용이 지휘하는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현제명의 ‘산들바람’,안정준의 ‘아리아리랑’,조두남의 ‘산촌’,김동진의 ‘가고파’,최영섭의 ‘망향’,김순애의 ‘그대 있음에’,김성태의 ‘동심초’등을 들려준다.‘한계령’‘향수’‘아침이슬’등 대중가요도 선사한다.(02)789-0135.
  • 켈리 특사 새달 3일 訪北, 北-美 핵·미사일 포괄협상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제임스 켈리(사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오는 10월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간 조지 W 부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북·미간 현안을 집중 논의한다. ▶관련기사 3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성명을 발표하고 “부시 대통령이 켈리 국무부 차관보와 관계부처 합동대표단을 10월3일부터 5일까지 평양을 방문토록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켈리 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하고,잭 프리처드 국무부 대북교섭담당대사,데이비드 스트로브 국무부 한국과장 등 국무부,국방부,국가안보회의(NSC)관계자 등 20명 안팎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이 부시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북·미 현안을 논의한다. 미국과 북한 당국은 이번 미국 특사 방북을 계기로 ▲핵문제와 제네바 핵협정준수사항 이행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개발 및 수출문제 ▲한반도 재래식군사력 균형 ▲인권현안 및 인도적 지원문제 ▲양측간 신뢰구축과 관계개선 문제 등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mip@
  • 영화 박스오피스/ ‘가문의 영광’ 연휴기간도 1위

    올해 최다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집으로…’(전국 413만명)가 가을 들머리에서 ‘강적’을 만났다.지난 13일 개봉한 김정은·정준호 주연의 코미디 ‘가문의 영광’은 20∼22일 추석연휴 사흘까지 합해 개봉 9일동안 전국 관객193만 7000여명을 불러모았다.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쪽은 표정관리 중이다.“평일 관객이 평균 10만명(전국) 들고 있으니 올해 최다관객 기록을 깨는 건 시간문제”라고 여유만만.이 정도면 엇비슷한 소재의 지난해 흥행작‘조폭마누라’보다 조금 나은 초반 성적.‘조폭마누라’는 추석연휴 5일을끼고 개봉 2주에 전국 220만명을 기록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올 추석에 한국영화에 깨끗이 판정패했다.지난 13일 개봉한 ‘레인 오브 파이어’는 전국 관객 28만 4000여명에 그쳤다. 베니스영화제 수상의 프리미엄을 업은 ‘오아시스’의 뒷심도 눈여겨 볼 만하다.서울 스크린을 16곳에서 22곳로 늘려 전국 누계 100만명 고지를 가볍게 넘어섰다.‘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연휴동안 서울 1만명도 못 채웠다.황수정기자 sjh@
  • 추석연휴 볼만한 영화7편 “가족 손잡고 극장 나들이 어때요”

    추석연휴 볼만한 영화7편 “가족 손잡고 극장 나들이 어때요”

    추석연휴는 극장가의 변함없는 ‘황금 대목’이다.그러나 올해는,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기선을 제압하던 예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일찌감치 한가위 특수를 노리고 야심차게 제작한 한국영화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맞대결을 벌인다.‘크기’로 승부수를 띄운 할리우드산,코미디·멜로·SF 등 다양한 장르로 관객몰이에 나선 한국영화 등 연휴 극장가를 후끈 달굴 화제작 7편을 골랐다. ◆ 가문의 영광 ▲감독,배우,장르=정흥순,정준호 김정은 유동근,액션 코미디 ▲어떤 영화=무식한 조폭 집안의 3형제가 여동생(김정은)만큼은 ‘가방끈 긴’남자한테 시집보내고 말리라,팔소매를 걷었다. 벤처기업 사장 박대서(정준호)가 이들의 타깃이 된 건 순전히 서울대를 수석 졸업했기 때문.‘서울대 출신 사위 만들기’를 모토로 한,엎치락뒤치락 배꼽잡는 상황극. ▲감상포인트=내숭과 사투리 연기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김정은.‘빤짝이’양복에 호남사투리를 ‘겁나게’구사하는 조폭 집안의 맏아들 유동근. ◆ 연애소설 ▲감독,배우,장르=이한,차태현 이은주손예진,멜로 ▲어떤 영화=스무살 즈음에 있음직한 세 청춘남녀의 ‘우정과 사랑 사이’.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지환(차태현)은 손님으로 온 수인(손예진)경희(이은주)와 좋은 친구가 되기로 한다.그런데 선머슴같은 경희와의 사이에 조금씩 분홍빛 감정이 싹튼다. ▲감상포인트=차태현의 어른스러워진 유머감각,모처럼 생기발랄해진 이은주의 표정연기. ◆ 오아시스 ▲감독,배우,장르=이창동,설경구 문소리,멜로 ▲어떤 영화=전과3범인 남자와 중증 뇌성마비를 앓는 여자의 유쾌하고도 절절한 사랑이야기.▲감상포인트=한순간도 리얼리즘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창동식’판타지.혀가 내둘릴 만큼 실감나는 문소리의 장애인 연기.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감독,배우,장르=장선우,임은경 김현성,SF액션 ▲어떤 영화=‘매트릭스’를 동양식 버전으로 리바이벌 했다고나 할까.중국집배달부 주(김현성)가 게임에 접속한다. 성냥팔이 소녀(임은경)를 ‘원작대로’얼어죽게 만드는 게 게임의 법칙.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액션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감상포인트=SF영화 속에서 선문답을 주고받는 낯선 체험을 하고 싶다면.한국산이 의심스러울 만큼 업그레이드된 컴퓨터그래픽. ◆ 레인 오브 파이어 ▲감독,배우,장르=롭 바우먼,매튜 매커너히·크리스찬베일,SF액션 ▲어떤 영화=서기 2084년을 배경으로 불뿜는 용과 인간의 사투를 만화처럼 그렸다. 고대 생명체인 익룡이 공격해 오자 지구는 핵으로 맞서다 폐허가 된다.어린시절 익룡에게 어머니를 잃은 퀸(크리스찬 베일)은 생존자를 모아 복수를 노린다. ▲감상포인트=뻔한 줄거리를 빛나게 포장해 낸 회화적 화면장치,선과 악을 가르는 생생한 캐릭터 묘사. ◆ 로드 투 퍼디션 ▲감독,배우,장르=샘 멘데스,톰 행크스,누아르 ▲어떤 영화=마피아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두 아들에게는 따뜻하고 든든한 아버지이고 싶은 중년남자 마이클(톰 행크스).어린 아들이 마피아 두목 아들의 살인 장면을 목격하는 바람에 가족이 몰살당하자 복수의 칼날을 세운다. ▲감상포인트=갱스터물의 폭력성이 아름다울 정도로 미술적 가치가 돋보이는 화면구도.부정(父情)에 목숨건 톰 행크스의비장한 액션. ◆ 파워퍼프 걸 ▲감독,장르=크레이그 맥크라켄,애니메이션 ▲어떤 영화=한과학자의 넘치는 실험정신 덕에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세 꼬마 소녀가 주인공.광속으로 하늘을 날고 눈에서 레이저빔을 발사하며 악당 원숭이에 맞선다. ▲감상포인트=천진하고 화려한 ‘아동용’액션,어른들이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수준높은 위트. 황수정기자 sjh@
  • 영화 박스오피스/ ‘성소’ 관객 7만명… 흥행 참패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지난 13일 개봉한 정준호·김정은 주연의 코미디 ‘가문의 영광’이 ‘극장가의 영광’을 잡았다.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가문의 영광’은 개봉 사흘동안 전국 관객 59만 2389명(서울 18만8502명)을 불러모았다.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조폭 마누라’(전국 56만 4000명)의 초기 기록을 따돌린 인기다.따라서 지금까지 올해 최고 흥행성적을 올린 ‘집으로…’(전국416만명)를 제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13일 일제히 화제작을 개봉한 국내 3대 배급사의 경쟁에선 시네마서비스가 일단 압승한 셈.코리아픽처스가 배급을 맡은 ‘연애소설’은 전국 31만여 관객으로 선전했으나,CJ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배급한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7만 2900명의 ‘참담한’성적에 그쳤다. 20세기 폭스가 직배사의 자존심을 걸고 서울 42개 스크린에 건 톰 행크스 주연의 누아르 ‘로드 투 퍼디션’도 한국영화의 위세에 기가 눌려 개봉 사흘동안 전국 관객 15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신인배우상을 받은 ‘오아시스’는 스크린이 23개에서 16개로 줄었으나 관객 수는 크게 떨어지지 않아 2만 6400명을 기록했다. 황수정기자
  • 大選기간 동창·향우회 금지 “이래도 되나”반발 거세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인 11월27일부터 12월19일까지 동창회,향우회,종친회모임을 금지한 선거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방침을 놓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처음 적용된 지난 2000년 4·13총선과 달리 이번 대선은 각종 모임이 몰리는 연말에 실시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매년 11월 말∼12월 초에 송년모임을 가지는 이화여대 총동창회는 선관위의 방침이 전해지자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최명숙 총동창회장은 “일정 변경으로 예년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참가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12월10일 예정된 동창회를 12월26일로 옮긴 경주중고(中高) 총동창회 정준모(52) 사무국장은 “동창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변경 사실을 알렸지만 대부분 나오기 힘들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게시판에는 항의성 글이 폭주하고 있다.‘법 앞의 평등’이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모임을 열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면서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는데 제재를 받을 경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특히 연말 모임으로 ‘대목’을 보던 호텔과 대형음식점 등은 예상치 못한 정부 방침에 “연말 장사는 물건너 갔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롯데호텔 연회판촉팀 김인성(38) 계장은 “동창회나 종친회,향우회 등은 보통 6개월 전부터 예약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미 대선 기간에 날짜가 잡힌 모임이 대부분”이라면서 “뒤늦게 안 선거법 조항을 따라야 할지를 놓고 고민중”이라고 말했다.또 “대선 때문에 국민에게 일정을 바꾸라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면서 “대부분 부부동반인 친목모임에서 무슨 정치얘기가 오간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대선 기간에 연회 날짜가 집힌 모임에 취소를 통보하기 시작했으며,신라호텔도 예약을 취소시킬 방침이다. 대형 중국음식점 하림각 관계자는 “가뜩이나 침체를 면치 못했던 여름에 이어 겨울 장사도 망치게 됐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대량 감원 사태도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 손혁재 운영위원장은 “종친회나 동창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시민들의 일상적인 활동까지 금지하는 것은 선거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도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국가가 시민사회에 규율을 강요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온다.”면서 “공론의 장으로 이 문제를 끄집어 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그러나 단속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면서 “법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선택적으로 단속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정치적 목적이 없는 순수 친목모임은 적발되더라도 현장에서 구두로 경고하거나 사후에 계도 공문을 발송하는 등 융통성있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영 황장석 박지연기자 sylee@
  • 영화/ 가문의 영광 - 가방끈 긴 남자, 조폭 사위 되다

    소재는 ‘조폭’,주제는 ‘가족애’인 액션 코미디? 폭력으로 가족을 말하고 거기다 웃음까지?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조합이 어려울 것 같은 설정이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정흥순 감독의 ‘가문의 영광’(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은 바로 그 대목에서 점수를 챙기고 들어가는 영화다.정 반대편에 대립할 듯한 두 단어를 얼렁뚱땅 손잡게 한,이를테면 ‘휴먼 조폭 코미디’다. 폭력이 동력이 되는 조폭영화를 기대했다간 첫 장면부터 헷갈린다.첫눈에도 다르게 생긴 발바닥 둘을 클로즈업한 영화는 얼핏 멜로드라마 냄새를 피운다.서울대 법대를 수석졸업한 벤처기업의 젊은 CEO인 박대서(정준호)는 곁에 나란히 누운 낯선 여자를 보고는 화들짝 놀란다.여자 장진경(김정은)도 마찬가지.간밤에 동침한 듯한 두 사람은 초면임에 틀림이 없다. 영문이야 어찌됐건 툴툴 털고 헤어지면 해결될 일이 여자의 특이한 ‘가족성분’ 때문에 엇박자를 탄다.진경은 호남에서 제일가는 조폭 집안의 고명딸.‘쓰리 제이’란 별칭의 조직 대부인 아버지(박근형)와 세 오빠들이 계략을 꾸몄다.‘엘리트 집안 만들기’를 모토로,어떻게든 가방 끈 긴 사위를 들여 가문의 영광을 보겠다고 작정한 것.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본다면 뜻밖에 시선이 쏠릴 얼굴은 유동근이다.그의 역할은 쓰리제이의 맏아들 인태.안방극장에서 품위 있는 중년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왕으로 이미지를 굳혀온 그의 변신은 상상치를 훨씬 뛰어넘는다.흰구두,빨간 와이셔츠,‘빤짝이’양복 차림에 질펀한 호남사투리를 구사하는 연기는 영화의 최대 감상 포인트.박근형의 웃기는 ‘일탈 연기’도 남녀 주인공들의 입지를 좁혀놨을 정도다. 두 사람의 배꼽잡는 세트플레이 한 장면.“그러문 작업 시작허겄슴니다,아부지∼” 박대서를 매제로 만들고 말겠다는 각오로 돌아서는 유동근.그의 걸쭉한 사투리에 웃음이 터질락 말락한 순간,꽁지머리를 묶은 박근형이 카운터블로를 날린다.“야야,왔으문 이거 한판 혀야제.” 바둑판을 들여다보며 ‘알까기’에 여념없는 박근형의 코미디에 폭소가 안 터지고는 못 배긴다. 사귀던 여자가 있는 대서를 진경의 남편감으로 만들기 위해쓰리제이의 세아들이 엎치락뒤치락 공갈협박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얼개다.기대 이상으로 조연들의 선전이 돋보이는 영화는,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렇다 할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주연들이 오히려 조연들의 빛에 가려 허우적대는 것도 감상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끝내 사랑을 이룬 대서와 진경이 결혼식을 올리는 결말 부분에서는 허탈한 냉소가 터지고 만다.쓰리제이의 숙적이 각목부대를 이끌고 결혼식장에 나타나 갑자기 비장한 액션을 펼치는 대목은 엉뚱하고 느닷없다.한번쯤 영화 스케일을 자랑하고 넘어가야겠다는 강박에 의미없이 폭력을 끌어들였다는 옹색한 느낌이다. 정흥순 감독은 97년 ‘현상수배’로 데뷔했다. 황수정기자 sjh@
  • [충무로 산책]추석 극장가 배급사 힘겨루기

    ‘배급 지존을 가려보자.’ 추석 연휴를 한주일 앞둔 오는 13일,극장가는 국내 배급사들의 힘겨루기로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코리아픽쳐스 등 이른바 ‘3대 메이저’들이 각각 한편씩의 한국영화를 개봉작으로 내세우고 목하 스크린 확보전에 한창이다. 이날 첫선을 보일 한국영화는 김정은·정준호 주연의 코미디 ‘가문의 영광’(시네마서비스),임은경 주연의 SF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CJ엔터테인먼트),이은주·차태현 주연의 ‘연애소설’(코리아픽쳐스)등 3편이다. 시사회 전부터 시네마서비스는 ‘가문의 영광’의 개봉관 스크린을 전국에 150여개나 잠정 확보해뒀다.9일 첫 시사를 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CJ엔터테인먼트의 하반기 최고 야심작.당초 예고편 프린트 200벌을 만들기로 했다가 급히 350벌로 늘리는 등 기선잡기에 나섰다.배급력이 열세인 코리아픽쳐스는 ‘연애소설’의 승부처를 단순히 스크린 늘리기에 걸지 않을 전략이다.“안정적 수준의 좌석을 확보해 점유율을 높이는 작전을 구사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귀띔. 막강 배급사들의 움직임에 영화가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극장가에서 연중 최고의 황금시장으로 꼽히는 추석연휴를 노려 한국영화가 3편이나 한꺼번에 정면대결한 사례는 없었다. ‘가문의 영광’을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어지연 실장은 “몇해전까지만 해도 연휴시즌에 한국영화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피하기에 급급했던데다 국산끼리는 개봉일을 겹치지 않는 게 암묵적 관행이었다.”면서“그러나 이젠 한국영화들이 당당히 전면에 나서 진검승부를 가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추석연휴를 겨냥해 개봉하는 할리우드 직배영화는 폭스코리아의‘로드 투 퍼디션’뿐.와중에 기선제압을 노리고 이번 주말 개봉하는 국산코미디 ‘보스상륙작전’(배급 A라인)은 국내 영화사상 최다 스크린(전국 220개)을 잡았다고 자랑이다. 배급사들의 전면전이 한국영화의 자신감을 상징한다면 흐뭇한 일일 수도 있다.문제는 관객이다. 영화계 일각에서 “힘있는 배급사들의 몇몇 영화들이 개봉관을 장악하면 다양한 볼권리는 어디서 찾겠느냐?”는 자성이 터져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황수정기자 sjh@
  • “”스타보다 신인 발굴 드라마 質로 승부””/’네 멋대로 해라’ 박성수 PD

    “”스타보다 신인 발굴 드라마 質로 승부””/’네 멋대로 해라’ 박성수 PD

    TV드라마는 영화보다 연출자 색깔이 덜하다.PD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모나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때문.이 때문에 특정PD 이름을 기억나게 하는 비슷한 드라마 일색이다. 이런 기류 가운데 MBC 수목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연출하는 박성수PD는 심상치 않다.표민수PD의 ‘푸른 안개’‘거짓말’처럼 마니아 층을 형성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전작인 ‘햇빛 속으로’‘맛있는 청혼’또한 독특한 소재와 색다른 줄거리전개로 인기를 끌었다. “제가 드라마 할 때마다 망한다고 주위 사람들이 난리였어요.‘네 멋대로해라’도 우겨서 간신히 시작했어요.‘맛있는 청혼’때도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비웃었지만 성공했잖아요.” 박성수PD의 자부심은 대단하다.우선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무난하게 성공할 드라마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면 소신껏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따라서 인기있는 남자 탤런트를 캐스팅하는 것을 피한다.출연자 인기때문이 아니라 드라마 질로 승부하고싶기 때문이다. “캐스팅은 혼자서 결정하는데 언제나 기대 이상이었습니다.특히 ‘네멋대로 해라’의 양동근·이나영은 저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의 사람보는 안목은 탁월하다.‘맛있는 청혼’에서도 아역배우 출신인 정준을 비롯해 소유진 손예진 등의 신인을 과감하게 캐스팅해 인기스타 반열에 올렸다.‘햇빛 속으로’에서도 무명인 김하늘을 발굴했다. “드라마를 위해서 시청률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긴 하지만 어차피 PD인지라 초연할 수는 없단다.그는 “시청률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 마치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보는 것 같아요.내가 찍은 사람이 안 됐을 때 그 참담한 기분 아시죠?”라면서 멋적게 웃었다. 그는 또 시나리오를 전혀 손대지 않는 PD로 유명하다. “작가의 개성을 존중해 줘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견차이를 좁힐 수 있어요.내게 욕심이 있는 만큼 작가의 욕심도 있으니까요.” 이제 20부작 가운데 4부작을 남겨둔 화제작 ‘네 멋대로 해라’는 어떻게 끝날까? 그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23살때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았대요.근데 60살을 넘겼죠.주인공 고복수도 죽지 않아요.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라고 귀띔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중견연기자 ‘스크린 질주’

    중년 관객들에게 반가울 소식.신세대 연기자들이 주·조연을 휩쓸어온 한국영화판에 중견 연기자들이 속속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스크린 나들이가 몇 년 동안 뜸했던 왕년의 인기 배우,좀처럼 TV 브라운관을 벗어나지 않을 것 같던 중견 탤런트들이 앞다퉈 스크린으로 잰걸음을 하고있는 중이다. 신세대 배우들이 점령해온 영화판에 호기롭게 ‘명함’을 내미는 40∼50대중견 연기자들은 주연급 못지 않게 극중 역할도 커졌다. 중년 관객들에게 누구보다 반가울 얼굴은 장미희다.‘아버지’ 이후 꼭 5년 만에 다시 찍는 영화는 ‘보리울의 여름’(감독 이민용).겉으로는 완고하지만 속정이 깊은 시골마을의 원장 수녀가 됐다.11월 개봉할 영화는 신부와 스님이 각각 이끄는 어린이 축구팀이 하나로 뭉쳐 읍내 축구팀을 누르기까지의 과정을 훈훈한 감동으로 포장한 휴먼코미디. 최근 ‘아프리카’‘라이터를 켜라’ 등에서 꾸준히 조연급으로 얼굴을 비쳐온 박영규는 ‘보리울의 여름’에서 당당히 주연급으로 올라섰다.어린이축구팀 코치로 젊은 신부(차인표)와 티격태격하는 스님역.실감연기를 위해 삭발까지 하고 전북 김제에서 촬영에 여념이 없다. 브라운관에서 중년 남성의 이미지를 대변해온 유동근,박근형도 ‘탈(脫)안방극장’을 선언했다.김정은,정준호 주연의 조폭 코미디 ‘가문의 영광’(9월13일 개봉 예정)에서 유동근의 비중은 주연급 뺨친다.‘낙타는 따로 울지않는다’ 이후 10년 만에 코미디 연기로 스크린에 얼굴을 내미는 그는 지방도시를 주름잡는 조폭집안 ‘스리제이가(家)’의 맏아들.걸쭉한 사투리에 건들건들한 조폭연기를 소화하느라 “대본이 너덜너덜하도록”시나리오를 외우고 손수 의상까지 준비하는 열성을 보였다.출연료도 놀라운 수준.1억원이 넘어,한창 주가상승중인 여주인공 김정은의 몸값에 육박한다. 70년대 영화배우로 활약했던 박근형도 오랜만에 복귀했다.스리제이가의 대부로,‘알까기’에 열중하는 등 그의 ‘망가진’ 모습에 관객들이 배꼽을 잡을 듯하다. 이들 말고도 눈에 띄는 중년 연기자들은 많다.신세대 탤런트 허영란과 호흡을 맞추며 이상성격의 투견사로 나오는 ‘개판’의 이효정,액션물 ‘튜브’의 임현식 등이 그들. 중견 연기자들의 스크린 진출은 여러모로 영화계의 활력소가 된다.한 제작자는 “모처럼 배우로 변신한 중견들은 촬영장에서부터 후배들이 놀랄 만큼 적극적이고 열성적”이라면서 “톱스타 위주의 캐스팅 관행으로 만성 배우기근에 허덕이는 영화계에 작은 돌파구가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 지식나눔운동/참여인사 명단 - ‘나눌수록 커지는 지식’ 동참 물결

    대한매일의 ‘지식나눔 운동’에 각계 각층의 호응이 잇따르고 있다.지난달18일 명예논설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인사들이 500여명이 넘은 데 이어 한달 사이 1000여명으로 늘어났다.학계에서는 박재윤 부산대 총장,이성호 연세대 부총장을 비롯,전국의 대학과 연구원의 교수들이 대거 참여했다.문화계에서는 시인 고은·문정희씨,소설가 이호철·김주영씨 등이 함께했다.정·관계에서는 유치송 대한민국헌정회 회장,김덕룡·김형오 한나라당 국회의원,조순형·고진부 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강동석한국전력 사장 등이 동참했다.경제계에서는 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강정호 한국선물거래소 이사장,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등이 참여했다.대한매일은 지면 사정상 이번 2차명단에 싣지 못한 분들과 앞으로 참여하는 분들의 명단을 계속해서 지면에 소개할 계획이다. ◆명예논설위원 [2차분] ■학계 ▲강병식 한성대 국제대학원 원장 ▲강석승 경기대 정치대학원 대우교수 ▲강창현 경민대 자치행정과 교수 ▲고상룡 성균관대 법과대학 교수 ▲구병삭 고려대 법대 명예교수 ▲구승회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 ▲권경주 건양대 행정학과 교수 ▲권오윤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권준모 경희대 교육대학원 부교수 ▲권택영 경희대 영어학부 학부장 ▲권택진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교수 ▲김귀곤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 ▲김동건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동일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김동희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김명섭 강남대 사학과 강사 ▲김문환 서울대 인문대학 교수 ▲김병모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김상국 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 ▲김성배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 ▲김수덕 호서대 경제학과 교수 ▲김숙현 한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영수 성균관대 법대 교수 ▲김영식 세종대 교수,교양학부장 ▲김영태 목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용진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과장 ▲김정운 명지대 여가정보학과 교수 ▲김정호 용인대 교수 ▲김종대 단국대 대우교수 ▲김종범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천봉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한식 국방대 교수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육학과 교수 ▲문봉희 숙명여대 정보과학부 교수 ▲문숙재 이화여대 생활환경대 교수 ▲문용성 동아대 중국사학과 교수 ▲민 진 국방대학교 행정학 교수 ▲박기순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박도순 고려대 사범대학 학장 ▲박명광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박명석 단국대 인문학부 교수 ▲박상순 경민대 연극과 학과장 ▲박상준 국민대 경영학부 부교수 ▲박성익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박순영 연세대 철학과 교수 ▲박완신 관동대 북한학과 교수 ▲박우동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박윤형 순천향대 예방의학교수 ▲박창업 서울대 지질학과 교수 ▲백수경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 ▲서상권 경원대 교육대학원 교수 ▲서일성 경민대 효실천본부장 ▲서정우 연세대 특임교수및 명예교수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소병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송두석 경민대 관광경영학과 조교수 ▲신영상 인하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신장섭 경민대 교양학부 조교수 ▲안 혁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안병용 신흥대 행정학과 교수 ▲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하청 명지대 법정대 교수 ▲오석홍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원영신 연세대 사회체육과 교수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유만근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유석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유철종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홍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윤기현 연세대 재료공학부 교수 ▲윤복자 연세대 명예교수 ▲윤용희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경회 연세대 건축도시공학부 교수 ▲이광재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이귀로 KAIST전자전산학과 교수 ▲이기영 호서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이무상 연세대 의대 교수 ▲이민상 협성대 유통경영학과 교수 ▲이병석 경민대 홍보실 실장 ▲이상안 국립경찰대 교수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성호 연세대 부총장 ▲이승일 연세대 구강생물학 주임교수 ▲이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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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좋은사람 있으면‘너무나도 뻔한‘로맨틱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는 로맨틱 코미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새달 8일 개봉).하지만 당돌한 도입부와는 달리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을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주인공 효진(신은경)의 세 친구들.화난 표정으로 극장을 나서며 “내가 로맨틱 코미디 안본다고 그랬지.”라고 말한다.이유는 내용이 너무 뻔하다는 것. 로맨틱 코미디를 비꼬는 첫 장면은 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스크림’이 공포영화 법칙을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면서도 이를 통쾌하게 비틀어 패러디화하면서 ‘공포영화에 대한 공포영화’로 호평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맥이 빠진다.영화는 첫 장면을 제외하고는 로맨틱 코미디의 수순을 따라간다. 결혼정보회사의 커플 매니저 효진 앞에 외모·재산·학벌이 완벽한 남자 현수(정준호)가 등장한다.서서히 사랑을 느끼지만 효진은 그에게 다른 여자를 소개해 줘야 하는 처지.당연히 여러 갈등을 겪지만예정대로 사랑은 이루어진다. 겉으로는 결혼제도를 비판하면서,속으로는 결혼을 못해 ‘환장’을 하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것도 언짢다.지난해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은 27세.기껏 두살초과한 29세 등장인물들이 ‘노처녀 컴플렉스’에 빠져 있다는 설정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시사회 직후 만난,26세로 데뷔한 모지은 감독은 “보통의 로맨틱코미디와 다르게 시도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요.”라고 대답했다.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애니메이션을 도입한 것 등이 그렇다.”고 대답했다.(주인공의 세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를 말할 때 이들을 묘사하는 애니메이션이 나오긴 한다.)하지만 색다른 형식을 조금 덧붙인다고 새로운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소연기자
  • [월드컵 다시보기] (4)2002년 6월 한국

    ■‘대~한민국' 환희의 ‘붉은 축제' 활짝 2002년 6월 한국 사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월드컵으로 인해 분출된 역동성과 새로운 사회현상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매김될 것인가.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길거리응원의 중심에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마력 앞에 해외동포들은 가슴 찡한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전 세계는 부러움과 놀라움의 감탄사를 연발했다.특히 길거리 응원은 21세기 초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코드를 이끌어 냈으며,기성세대의 고정관념까지 보기좋게 허물었다.지난 한달 동안 4700만 국민 모두가 공유한 흥분과 감격,환희와 눈물의 체험을 되짚어 본다. ◇208세대의 힘= 온 몸을 태극기로 휘감고 ‘대∼한민국’을 목터져라 외친 20대 초반의 여성들,‘386세대’들이 비장하게 부른 ‘아리랑’,‘애국가’를 테크노 리듬에 맞춰 머리 흔들며 부른 젊은이들,승리의 환호 속에서도 쓰레기를 줍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앳된 학생들…. 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 응원의 배경에는 그동안 늘 ‘말썽꾸러기’로 어른들의‘꾸중’을 듣던 ‘208세대’가 있었다.20대,2000년대 학번,80년대 출생자들이다. 젊음을 원동력 삼아 자발적으로 모인 ‘208세대’는 딱딱하고 비장하게만 느껴졌던 ‘태극기’와 레드 콤플렉스 탓에 금기시했던 ‘붉은색’을 아무거리낌없이 길거리에 내놓았다.이들은 ‘태극기 패션’,‘페이스페인팅’등 파격과 일탈의 문화코드를 유행시켰다.국가가 개입하지 않은 21세기형 ‘잔치 문화’의 흥겨움도 선사했다. 이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물꼬를 튼 ‘축구 해방구’는 가정화목과 세대화합,이웃사랑의 한마당을 통한 국가 통합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한림대 사회학과 한준 교수는 “‘208세대’가 보여준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세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게 할 원동력”이라면서“외국인들도 이 엄청난 열정의 분출 광경을 경이의 눈으로 주시했다.”고평가했다. ‘우리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208세대’는 앞으로 문화변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등장할 전망이다.원하는 문화현상을 만들고 스스로 창출한 문화를 즐길 줄 아는 문화창조자와 문화수요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자신감’으로 충만돼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선 여성·아줌마 부대= 여성들이 보여준 뜨거운 응원열기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여성과 아줌마 부대를 뺀 길거리 응원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길거리 응원에 나선 인파의 절반 이상은 여성들이었다. 동덕여대 사회학과 정준영 교수는 “스포츠,특히 축구라면 남편이나 남의 일로만 치부해 왔던 아줌마부대가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거리로 나오면서 ‘월드컵 문화’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월드컵 이전만 해도 여성들에게 축구경기는 군대 얘기와 함께 ‘선수와 공이 힘차게 부딪치는,남성들의 운동’에 불과했다.그러나 월드컵과 길거리응원의 열풍은 마침내 여성을 집 밖으로 끌어내 축구잔치의 황홀한 체험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길거리 응원에 세 차례나 나왔던 주부 양미경(37·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 포지션과 장·단점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랑했다. 젊은 여성들은 외국의 꽃미남 스타들을 보며 가슴 설레는 환성을 내지르기도 했다.일부는 ‘보는’ 축구가 아닌 직접 ‘하는’축구를 찾아 나서기도한다.전문가들은 가부장제의 남성우월주의로 인해 욕구를 분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여성들이 길거리응원을 통해 집단행동의 카타르시스를 체험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한반도 전체가 경련하듯 비명을 지른 잔치에 우리도 거리낌 없이 참여한 것일 뿐”이라며 “여성의 관심을 특별히 바라보는것 자체가 성차별적인 인식”이라고 반박한다. ◇잔치 한마당,뒤풀이= 폴란드와의 경기 때만 해도 전국적으로 50만여명에 불과했던 길거리 응원단은 경기가 거듭되면서 400만여명까지 늘어났고 급기야 지난달 25일 독일전에서는 전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700만여명으로 불어났다.놀이터,학교 운동장,술집,식당 등에 모인 소규모 응원단의 숫자까지 합치면 온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집 밖 응원전’에 동참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팀의 경기가 열린 날 도심 거리는 잔치 마당으로 변했고,아파트단지 베란다에서도 ‘오 필승 코리아’가 메아리쳤다.흥에 겨운 젊은이들이 차량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고,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깨를 걸고 ‘기차놀이’를 벌이기도 했다. ‘열린 가슴’이 빚어낸 ‘난장’은 일상으로까지 이어졌다.‘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는 자연스러운 인사말이 됐고,오가는 차량들도 ‘빵빵 빵빵빵’을 울려 대며 ‘우리’라는 동질감을 만끽했다. 잔치에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한국팀이 패배한 날에도 뒤풀이 응원의 모습과 열기에는 변함이 없었다. ‘광장’의 개념도 이념의 탈을 벗었다.‘4·19’,‘5·16’등 질곡의 현대사에서 ‘광장’은 언제나 ‘싸움터’였다.당시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은 억압의 대상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월드컵 기간 국민들은 신명을 내고 잔치를 즐기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다. 중앙대 사회체육학과 안민석 교수는 “수백만명이 광장에 모여 일희일비했는데도 기성세대들이 우려했던 과격행동이나 폭력사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외국의 언론들이 한국의 응원문화를 전하면서 ‘훌리건’대신 ‘콜리건’이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이번 월드컵은 이역만리 해외동포들에게도 ‘조국애’의 진수를 체험케 했다.동포들은 “태극전사의 승전보를 접할 때마다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동포의 현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라는 내용의 글이 속속 올랐다.영국 유학생협회 게시판에서 ‘박종성’이란 ID의 네티즌은 “외로운 유학생활 4년 동안 이번처럼 한국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적은 없었다.”고 감격해했다. 300여명의 일본인들과 함께 ‘코리아-재팬(Korea-Japan)응원단’을 만들어 열띤 응원을 펼친 700여명의 재일동포들의 감동은 각별했다.대한해협을 넘어온 이들은 한국팀이 경기할 때마다 ‘화해와 감동’의 응원전을 펼쳤다.오사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권동품(52)씨는 “이번 월드컵이 두 나라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데 좋은 약이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도움’으로 16강에 진출한 미국은 연일 신문 머리기사 1면과 상보를 통해 ‘한국의 기적’,‘현대축구의 신데렐라’라며 한국팀의 신화를 빠뜨리지 않고 전했다.미국 현지동포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전 교민이 한마음이 돼 내년 ‘미주이민 100주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들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5년째 살고 있는 김수경(33·여·회사원)씨는 “대통령 아들의 비리사건 등 우울한 소식이 많아 교민 모임도 뜸했는데 이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 축하인사를 나눈다.”고 좋아했다. ◇월드컵의 환호에 가린 그늘= 월드컵의 열기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아픈 모습 또한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난 5월 시작된 노동계의 임·단협 총파업은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나홀로 투쟁’의 양상을 띠게 됐다.미군캠프기지의 고압선에 감전돼 두 다리와 팔을 잃은 전동록씨가 세상을 등졌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월드컵에 묻혀 있었다.수많은노점상과 철거민들은 ‘국제적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속과 철거를 당하며 힘겨운 생존권 투쟁을 벌였다.지난달 13일에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꽃다운 소녀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월드컵의 뒤안길에 묻혀 있는 소외계층의 아픔을 우리 국민 모두가 보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상지대 교양학부 정대화(43) 교수는 “월드컵은 변화의 구심점이 없는 우리사회에 커다란 기둥으로 작용했다.”면서 “국민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모여 이뤄진 ‘연대’의 기운을 소외된 이웃에게도 나눠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혜영 이영표기자 koohy@ ■쏟아진 월드컵 유머·유행어 월드컵 기간에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만큼이나 각종 유행어와 유머도 많이 쏟아졌다. PC통신의 축구동호회에서 붉은악마가 탄생했듯 네티즌들은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축구를 주제로 많은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다.스타 선수와 각종 사건·사고,극적 반전이 만발했던 월드컵은 항상 ‘재미’를 추구하는 네티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주제였다. ◇히딩크=희동구(?)/ 네티즌은 히딩크 감독의 귀화를 위해 상암 희씨의 시조로 희동구(喜東丘)란 한국 이름을 붙인 모의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한국팀이 승승장구하자 히딩크의 얼굴 사진을 확대 복사한 대형 주민등록증이 응원단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히딩크 감독 귀화운동’과 ‘이적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인 네티즌들은 히딩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은 갖가지 이야기를 퍼뜨렸다.‘전능하사 세계를 하나되게 하신 축구신과 그 외아들 거스 히딩크 감독님을 내가 믿사오니…킥 오프’라는 ‘히딩크 주기도문’이 등장했다.‘송종국(國) 설기현(縣)에 살며 김남일을 한다….’로 시작되는 ‘히딩크 설화’까지 나왔다. 히딩크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긴 명언을 묶은 ‘히딩크 어록’을 응용한 ‘히딩크식 수능대처법’도 등장했다.길거리 응원만 열심히 다닌 수험생이 “모의고사 성적이 이게 뭐냐?”고 닦달하는 부모님께 “모든 것은 11월에 맞춰져 있습니다.그때까지는 과정일 뿐입니다.11월이 되면 전국을 깜짝 놀라게 하겠습니다.”라고 대꾸한다는 것이다. 축구 열기 때문에 ‘월드컵 세대’로 불리는 현재 고교생들이 ‘단군이래 최저학력’을 기록하리라는 우려에는 “현재 200점,하루에 1점씩 올린다면 130일 후에는 330점이 될 것입니다.”라고 답한다는 유머도 나왔다.“골드컵을 원한다면 골드컵에 맞춰주고,월드컵을 원한다면 월드컵에 맞춰주겠다.”란 히딩크의 말을 응용해 “모의고사를 원한다면 모의고사에 맞춰주고,수능을 원한다면 수능에 맞춰주겠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꽃미남 열풍/ 잉글랜드의 베컴,한국의 안정환 등 축구실력뿐 아니라 외모까지 뛰어난 선수들은 ‘꽃미남’으로 불리며 여성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두 선수가 각각 ‘인디언 머리’,‘아줌마 파마’라는 독특한 머리 모양을 선보이자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유행으로 퍼지기도 했다. 네티즌에게 가장 인기높은 국가대표 선수는 기죽지 않는 거친 수비로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은 김남일 선수.일부 네티즌들은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했던 김 선수의 이력과 외국 선수들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는 일화를 엮은 ‘김남일 어록’을 만들어 그의 인기를 확대 재생산했다. 김남일의 팬들은 월드컵 주제가 ‘발로 차’를 개사(改詞)한 ‘걷어 차’를 김 선수의 주제가로 선사했다. ‘압박축구’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일로 부각되면서 한국 영화 ‘해적,디스코왕 되다’의 제목과 포스터를 패러디한 ‘한국,압박왕되다’라는 합성사진도 단연 인기를 끌었다. 각국 선수 이름이나 팀의 별명을 이용한 말장난도 많았다. 네티즌들은 팔꿈치를 이용한 교묘한 반칙으로 ‘아주리 군단’이 아닌 ‘아주 까리 군단’으로 불린 이탈리아가 한국에 패한 뒤 ‘(집으로)아주 가 버리게’ 됐다고 비꼬았다. 윤창수기자 geo@
  • [월드컵 뷰] ‘월드컵 세대’의 등장

    마침내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다.세대라는 말의 원래 의미 그대로 ‘공통경험에 근거해 공통의식을 갖춘 사람들의 무리’말이다.이 세대를 ‘월드컵 세대’라고 부르자는 데 아마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세대가 명멸했다.하지만 그것들 모두는 이윤에만 관심이 있는 상업주의가 만들어 낸 이름만의 세대였을 뿐이다.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뒷받침할 만큼 우리 사회가 변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한데 엮어줄 공통의 경험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새세대는 지금껏 출현을 미뤄왔다고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세대의 주축을 이룰 젊은이들은 때로는 ‘신세대’로,때로는 ‘I세대’나 ‘N세대’로 불리며 장사꾼들의 요구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우리 사회를 풍미한 온갖 유행의 열풍은 공통 경험을 갈망했던 이 젊은이들의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표출된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내 그들이 스스로 공통 경험의 장을 일구어냈다.전국의 거리를 온통 붉은 물결로 뒤덮은 거리응원이 바로 그 장이다.하나되어 외치는 ‘대∼한민국’의 함성 속에서 젊은이들은 그들이 과연 무엇을 공유하는지를 서로 확인하며 동질성을 함께 형성해 가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함께 박수치고 부둥켜안으면서 그들은 서로가 같은 세대임을 몸으로 느껴가는 것이다. 그러면 이 새로운 세대가 갖는 특징은 무엇일까? 나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등장을 첫 손에 꼽고 싶다.엄청난 규모의 집단을 앞에 두고 개인의 등장을 얘기한다는 점이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집단은 집단의 압력에 굴복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유행에 휩쓸리는 무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면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개인들의 모임이다. 여성이나 남성이라는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나이에 구애받지 않으며 마음껏 소리 지르고 격정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모습,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형형색색의 문양으로 몸을 꾸미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오랜 집단의 압력에서 아직 충분히 해방되지 못한 그들의 태도에는 다소의 머뭇거림이 엿보이기도 한다.질서를 유지하려고 과도하게 조심한다거나,축제 뒤 현장에서 휴지를 줍는 모습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과거의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행위는 분명 바람직한 행위이지만 자기를 표현하기에 앞서 먼저 사회적 비난에 신경 쓰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게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금 우리는 ‘자발적인 개인’들이 함께 모였을 때 얼마나 큰 힘이 발휘될 수 있는지를 실감하고 있다.이 힘을 통제할 자신이 없던 과거 체제는 안전한 장소에서 감시와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위로부터의 행사를 꾸려 밑으로부터의 요구를 무마해 보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이 ‘자발적인 개인들’이 두려움없이 결집된 힘을 표출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의 개방성이 증진된 것이다.이 힘이 다시 모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고,그 속에서 또 한번의 큰 기쁨을 누리게끔 해주는 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정준영 동덕여대 교수
  • [담론 2002월드컵] (2)무너진 금기·성역의 틀

    ***붉은응원 물결 ‘레드 터부' 옛말 월드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역’과 ‘금기’가 무너지고 있다.400여만명의 함성으로 가득찬 전국 곳곳의 ‘축구 해방구’에는 온통 붉은 물결이 넘쳐나고 있고엄숙의 상징이던 태극기는 응원도구가 됐다.순수 혈통주의를 중시하는 한민족이 벽안의 외국인 감독을 귀화시키자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자발적 참여’로 뭉쳐진 대중의 힘은 단단한 벽속에 갇혀 있던 터부를 밝은 세상으로 끌어내고 있다. ◇붉은 악마에 무너진 레드 콤플렉스= ‘Be the Reds’.붉은 색은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금기’의 색깔로 통했다.그러나 붉은악마의 등장으로 붉은 색에 대한 관념은 완전히 바뀌었다.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일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은 ‘빨갱이가 돼라.’는 구호를 서슴없이 외치고 있다.냉전 시대와 군사독재 시대를 지배하던 ‘레드 콤플렉스’는 이제 점차 사라지고 있다.사람들은 거리마다 넘쳐나는 붉은물결을 보며 붉은 색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을 떨쳐냈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최원기 박사는 “붉은 색은더 이상 ‘공산당’이나 레드 콤플렉스와 연결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색깔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붉은 악마가 몰고 온 현상에 대한 과대 평가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단지 축구에 대한 열정을 조직적이고 자발적으로 표현했을 뿐이지 사회의식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붉은 악마가 추구하는 ‘비정치·비사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붉은악마가 붉은 색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상당히 기여했지만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이데올로기가 사라졌다고 볼 수는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사회적인 의미에서 레드 콤플렉스가 조금씩 극복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6·13지방선거에 진보정당이 정치적 터전을 잡았고 정치권에서도 색깔론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성은 스포츠의 마이너리티가 아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크게 부각된 것 중의하나가 여성들의 참여다. 그동안 그라운드 밖의 객체로 머물러 있던 여성들은 한국팀의 선전이 이어지는 동안 거리로 쏟아져 나와 광장을 점령했다.붉은악마 회원 11만명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는다.‘코리아팀 파이팅’ 응원단 2300여명 가운데 40%가 여성이다.여성들은 한국대표팀 8강 신화에 일조하면서 더 이상 스포츠의 ‘마이너리티’가 아님을 선언했다. 동덕여대 정준영(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축구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고있다.”면서 “억압된 구조를 뚫는 분출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여성들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으며 다만 제한된 영역에서 넓은 광장으로 나온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한신대 김종엽(사회학과)교수는 “농구장이나 콘서트에서도 환호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유독 축구장에서의 모습만 색다르게 본다는 것은 스포츠와 여성은맞지 않는다는 또 다른 남성 우월주의의 산물”이라고 했다. ◇‘무너진 엄숙' 태극기의 반란= 장롱 속에 파묻어 놓았다가 국경일에나 내걸었던태극기가경기장과 거리를 뒤덮고 있다.심지어 우리 응원단의 몸을 치장하거나 가리는 데도 쓰이는 응원도구 1호다.태극기를 이용한 치마와 티셔츠,스카프까지 등장했다.한 국기관련 단체 관계자는 “양말로만 쓰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극기는 이제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느껴지는 엄숙하고 신성한 존재가 아니다.태극기의 ‘엄숙’과 ‘권위’는 ‘친근’과 ‘사랑’으로 변화했다.길거리에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태극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동체’로 결속된다. 상지대 홍성태(사회학과)교수는 “예전에는 국기가 국가에 복종을 강요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시민들의 애정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국기에서 존엄성을 찾는다는 것은 파시즘적인 구태의연한 사고라는 것을 태극기의 물결이 보여주고있다.”고 설명했다. ◇히딩크를 명예시민으로= 한국대표팀의 감독 거스 히딩크는 한국인의 ‘영웅’이요 ‘은인’이 됐다.국민들은 히딩크를 한국인으로 만들어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한다.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귀화시키자거나 명예국적을 주자는 다소 황당한 주장은 그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을 대변한다. 히딩크 감독의 귀화 논의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던 ‘민족주의적 순혈성’과 외국인에 대한 ‘배타주의’를 무너뜨렸다. 그의 서구적 합리성과 직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우리 사회가 관료주의와 권위주의,기업 경영의 잘못된 틀까지 깨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씨는 “히딩크 감독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는 민족이라는 배타적인 틀을 넘어 우리 시민을 세계 시민으로 한 단계 성숙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제3세계 국민들과 조선족 동포들에게 가해지는 귀화 관련 법률의 편협한 배타성도 월드컵을 계기로 극복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제 진정한 축제는 시작됐다= 사회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축제문화’를 정립하는 것은 월드컵 이후 정부와 국민들의 몫이다. 우리는 모두 구경꾼이 아닌 축제 속의 주인공이다.월드컵이 누구나 한마음이 되는 잔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축제 같은 축제'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앞으로 온 국민이 동참하는 새로운 축제의 날을 정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림대 한준(사회학과)교수는 월드컵 응원에 대해 “관제의 ‘억눌림’에 대한 저항으로 표출된 ‘집단 움직임’”이라면서 “모든 금기나 터부,이익과 손해를 뛰어넘어 공동체 의식과 해방감,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축제 문화로 승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혜영 이영표 유영규기자 koohy@
  • 월드컵/경기장 공사 이명호씨 ‘8강 감회’

    “제 손때와 땀이 묻은 상암 경기장에서 한국팀의 4강전을 꼭 보고 싶습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 이명호(李明鎬·40·경기 안산시 와동)씨는 19일 오전 서둘러 집을 나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전날 밤늦도록 TV 앞에서 동료들과 한국팀을 응원하느라 피곤한 몸이었지만,남다른 감회가 밀려 왔다. 한국팀이 이번 주말 스페인팀을 이기면 오는 25일 손길이 배어 있는 서울 상암동월드컵 주경기장에서 ‘꿈의 4강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목수 경력 14년째인 이씨는 지난 99년 6월부터 6개월 남짓 12명의 동료들과 함께 주경기장 건설현장에서 굵은 땀을 쏟았다.경기장 구조물의 지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각종 토목공사가 주된 임무였다. “1000평짜리 집도 지어보고 인천공항 건설에도 참여했지만 상암동 주경기장만큼 사연이 많은 곳도 없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꼬박 12시간 동안 숨 돌릴 새 없이 망치질과 톱질을 하고 나면 온몸이 땀 범벅이 됐다.하루 일과를 마친 뒤 현장의 임시숙소였던 컨테이너 박스에서 동료들끼리 소주 한 잔으로 피로를 달래면서도 역사적인 월드컵의 숨은 일꾼이 된다는 생각에 뭉클함도 느꼈다.톱밥 묻은 작업복에 검게 그을린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지곤 했다. 그러나 가슴 벅찬 감동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씨는 일당으로 생활하는 ‘하루살이 인생’이지만 ‘혹시나’ 하며 개막식이나 주요 경기의 ‘초청장’을 기다렸다고 털어놨다.적어도 공사에 참여했던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막걸리 잔치라도 벌일 수 있길 기대했다고 한다. 당시 주경기장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한 사람이 지난 4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도 어렵게 꺼냈다.서울시가 ‘환경 월드컵’이라는 명분으로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의 공사를 중단시키면서 일용직 노동자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라며 이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이곳에서 한국팀의 4강전이 열리면 아내와 두 자녀의 손을 잡고 경기장옆 대형 전광판에서 신명나는 응원을 벌이겠습니다.” 동갑인 아내 박용숙(朴龍淑)씨와 아들 정준(14·중학 1년)·딸 정민(10·초등 3년)이도 ‘남편과 아빠의 땀과 눈물이 서린 경기장’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이씨는 “월드컵 잔치가 소외된 이웃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월드컵 뷰] 축구협회에 박수를

    한국팀의 선전이 거듭되자 요즘 곳곳에서 ‘히딩크 배우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학연·지연 등 연줄을 모두 배제한 공정한 선수선발이라든지,남이야 뭐라고 하든 원래의 계획을 밀고 나가는 뚝심 등이 흔히 지적되는 요소들이다.어딘가에서는 선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밑바탕에 두고 있는 히딩크의 감성을 배우자는 얘기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히딩크에 앞서 먼저 우리 축구협회에 박수를 보내 주자.어쨌든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칭찬해 주자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다.축구협회야말로 진정으로 박수를 받을 자격을 갖추고 있다.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감독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여 마침내 한국축구를 세계 16강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지고 보면 히딩크 감독은 한 사람의 피고용인에 지나지 않는다.‘오대영’이라는 비아냥 섞인 별명과 함께 그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생각해 보라.당장의 성과에만 집착해 그때 그를 해고해 버렸다면 지금의 히딩크도,월드컵 16강의 위업도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히딩크의 뚝심에 앞서칭찬해 주어야 할 것은 그를 고용한 축구협회의 뚝심이어야 할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얘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지금 내가 히딩크에 대한 비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말이다.사실 과정에 대한 점검은 바람직하며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더구나 우리가 많은 돈을 들여가며 히딩크감독에게 한국축구를 맡겼다면 그의 장담과 관계없이 중간 과정을 점검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는 점검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서도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평가전 결과에 호들갑 떨며 히딩크 감독의 훈련방법은 물론 사생활에까지 시비를 건 언론이 첫손에 꼽힐 것이다.정확한 정보 없이 이에 부화뇌동한 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과정이야 어떻든 그 시점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린 것은 축구협회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축구협회의 전문적인 판단이 옳은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교훈은 전문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무자격자들의 판단을 세심하게 걸러낼 필요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그것이 뒷받침됨으로써 히딩크 감독도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연봉제를 비롯하여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시스템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이런 추세에 맞춰 앞으로 외국인 전문가의 채용도 점점 늘어날 것이며 그럴수록 적절한 능력검증 시스템이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서 결과적으로 16강 진출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능한 많은 인재들이 당장의 평가전 성적 때문에 계속 퇴출당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정준영/ 동덕여대 교수
  • [월드컵 뷰] 월드컵 女風

    여자 대학에 근무하고 있으니 월드컵 기간을 차분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폴란드전이 열리면서 금방 오산이었음이 드러났다. 수강생들 중 3분의1이 넘는 학생들이 거리 응원에 참여했고,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의 대화에서도 축구 얘기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미국전 응원을 할 수 있도록 휴강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폴란드전 관람을 위해 이틀 동안 수업에 빠졌다는 여대생의 인터뷰가 TV뉴스에 등장하더니 급기야는 TV 시청률에서도 여성 시청자의 비율이 더 높았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여성들은 스포츠에 무관심하다는 지금까지의 일반적 인식이 사실은 편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축구를 비롯하여 중요한 현대 스포츠가 생겨났던 19세기 중반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 정점에 달한 시기이기도 했다. 운동은 여성에게 해롭다거나 운동을 하면 여성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이비 의학이론이 과학의 이름으로 버젓이 행세했는가 하면,코르셋과 같은 불편한 의복들이 여성 신체를 학대했다. 여성의 수동성을 강요하는 온갖 이데올로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스포츠는 대부분 남성의 것이며 남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올림픽 운동을 선도했던 쿠베르탱 남작조차 이런 일반적 분위기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었다.그는 격렬한 운동이 여성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일 뿐 아니라 음란한 것이라고까지 보았다. 1896년의 1회 올림픽에 여성의 참여가 봉쇄당했으며, 1900년 올림픽에서도 여성 종목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라는 육상에 여성 종목이 도입된 것도 1928년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후 여성의 스포츠 진출은 점진적이면서도 강력하게 진행되었다. 마라톤에 참여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한편 오랫동안 남성 스포츠로 여겨지던 권투와 럭비,축구 등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수도 증가했다.지난 1999년 미국에서 열린 제 2회 여자 월드컵 대회는 축구 불모지인 미국을 열광시켜 여성 프로축구 리그의 출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우리 체육사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한 발 앞서 세계정상 수준에 다가가곤 한 전례가 있으나 일부 엘리트 체육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여성의 스포츠 참여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그런데 근자에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지금 우리 축구의 선전에 열광하는 여성 세대는 1990년대 우리 농구의 붐을 주도했던 ‘오빠부대’의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열기를 잘 승화시켜 지나친 다이어트로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여성들 대신 스포츠 활동을 통해 강인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키워 나가는 적극적인 여성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준영/ 동덕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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